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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항 건설공사 급진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짓고 있는 민·군복합항 건설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 및 시위로 공정이 1년여 미뤄진 제주 민군복합항 공사가 올 2분기 이후 빠르게 진전돼 항만 공사의 공정률이 46%를 달성했다. 올해 말까지 항만 공사는 공정률 60%에 도달할 전망이다. 터미널 등 항만의 크루즈 관련 시설들도 연말 착공된다. 내년에는 외부에서 항만으로 이어지는 주 진입도로 및 군인 관사 건설도 시작될 예정이다. 강정마을회 등 반대 측에선 제주도의회에 해군기지 공사 현장 행정사무조사를 청원하는 등 반발이 여전하다. 그러나 실력행사에서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공사를 중단시키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시위와 종교 행사 등으로 지장을 받아 왔던 공사 차량들의 공사장 진출입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이전에는 공사 차량의 진출입이 시위와 종교 행사 등으로 방해를 받아 지연되기 일쑤였다. 5월 이후는 월평균 공정률이 1.84%로 이전에 비해 0.3% 포인트씩 높아졌다. 공사가 순항하자 정부는 화합 차원에서 앞서 건설사업을 방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업 방해자들에 대한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1명이 폭력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388명이 폭력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계류 중이다. 사업을 지연시켜 온 반대 활동자들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문제도 유연하게 풀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관련, “건설을 방해해 온 반대 활동자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시공사 측은 “공사 반대자들로 인해 생겨난 손실이 244억원에 이른다”며 이에 대해 정부에 지급을 요구한 상태다. 국무조정실은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갈등 해소를 위해 주민, 제주자치도 당국, 중앙정부 간 협의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립성 유지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기구 구성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지역 천주교 관계자와 일부 주민 등 40~50명은 여전히 해군기지의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공사장 출입구 부근에서 매일 미사 등 종교 행사를 벌였던 제주 천주교구 측도 모임을 열고 있지만 공사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지난 4월 말 이후 하루에 공사장을 출입하는 차량 수도 많게는 289대로 늘었다. 그전에는 128대 정도였다. 강정마을회는 최근 “제주도가 2011년 10월부터 올 7월까지 10번 이상 오탁방지막(오염물질 확산을 막는 장치) 미설치와 훼손을 확인하고도 그때마다 공유수면 매립공사에 따른 면허부관(조건) 이행 지시만 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비난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의회에 행정사무 조사를 신청했다”며 “이를 통해 부실 감독에 대한 실상을 밝혀내 불법 공사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는 이달 초 지역 생산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을 출범시키는 등 해군기지 반대운동 장기화에 대비한 기금 마련 등에 나섰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번엔 교학사 대사전… “제주 4·3사건, 폭동 규정”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우편향 및 부실 논란에 휘말린 와중에 이 출판사가 4월에 발간한 ‘한국사 대사전’에도 우편향된 서술이 실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과서에서 촉발된 ‘역사 전쟁’이 다른 출판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제주 4·3연구소,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교학사가 4월 29일 낸 총 10권의 ‘한국사 대사전’에서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면서 “2003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한 뒤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서로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사 대사전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 전역에서 남조선 노동당 계열의 민간유격대들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으킨 폭동사건’이라며 4·3사건을 ‘폭동’으로 명문화했다고 연구소들은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따르느라 ‘폭동’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4월 3일 남로당 주도로 총선거 반대 봉기… 많은 경찰들과 우익 인사들이 살해당하였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되었다’고 써 시간적으로 경찰이 먼저 공격받은 것처럼 기술해 비판받은 바 있다. 2000년 제정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2조에 규정되어 있는 우리 정부의 4·3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한편 이날 교학사는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 출판 포기 입장을 철회하고 출판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10월 말까지 진행할 교과서 수정·보완 작업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교학사 측 오류를 지적했던 진보 역사학계는 교육부가 구성할 전문가협의회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최악의 내용에, 청소년의 민족관과 국가관을 위협하는 뉴라이트 교과서가 본질을 유지한 채 색칠만 다시 하는 과정을 돕지 않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국민이 죽어야 국가가 산다

    국민이 죽어야 국가가 산다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다카하시 데쓰야 지음/한승동 옮김/돌베개/204쪽/1만 1000원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 지역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45분 뒤 후쿠시마 제1원전에 균열이 생긴다. 지진 발생 5시간 만인 오후 7시 30분, 1호기의 연료봉도 손상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튿날 오전 6시 연료봉이 녹아내리며 방사능이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빚어진다. 후쿠시마 원전이 내뿜은 세슘137의 양은 1만 5000테라베크렐. 히로시마 원폭의 168배에 이른다. 1986년의 체르노빌처럼 유령도시로 변한 후쿠시마는 전후 일본의 ‘국책’이었던 원전 추진 정책이 얼마나 참혹한 희생의 불씨를 잉태하고 있었는지를 폭로한다. 지바현 후나바시로 피난을 떠난 초등학생 형제는 자신들을 보고 “방사선 옮는다”며 고함치고 도망가는 아이들 탓에 후쿠시마로 되돌아와야 했다. 일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후쿠시마현 주민=해바라기’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해바라기가 방사성 물질을 빨아들이는 데 빗대 방사능에 노출된 후쿠시마 사람들을 어디에 내다버릴지 논의한 글들이다. 누리꾼들은 “후쿠시마 사람들이 20일간 방사성 물질의 95% 이상을 흡수한다”며 “다 자란 후쿠시마 사람들은 소각한 뒤 재로 만들고 처리제를 혼합해 가열하면 방사능이 더 나오지 않는다”고 적었다. “후쿠시마는 일본의 쓰레기통”이라거나 “내 자식이 후쿠시마 여자와 결혼하려면 반대하겠다”는 글도 잇따랐다. 피폭을 무릅쓰고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된 노동자의 76%도 후쿠시마 사람들이었다. 건강검진을 담당했던 의사는 “10명 중 8명가량이 피난소에서 출퇴근하는 지역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다. 일본 언론이 ‘결사대’라고 부르며 극찬했지만 사실은 5174명에 이르는 지역 농민이나 젊은이,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하청회사를 통해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다. 1971년 미 군정하에 있다가 일본에 반환된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 시설의 74%가 배치돼 있다. 2009년 오키나와의 후텐마 공군기지를 지역 밖으로 이전하려던 민주당 정권의 움직임은 일본 보수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후쿠시마와 오키나와. 얼핏 멀리 떨어진 거리만큼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철학자이자 도쿄대 교수인 저자는 저서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를 통해 이곳에서 전후 일본 사회에 잠재된 ‘희생의 시스템’이란 개념을 짚어낸다. 일본사회가 누려온 전후의 번영은 이 지역들의 희생을 토대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소비하는 전력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없는 원자력발전소(후쿠시마)를 짊어지거나 미·일 안보체제(오키나와)의 산물을 떠안은 현실을 짝지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은 ‘도호쿠 토인’ ‘일본의 버린 돌’로 불릴 만큼 극심한 차별을 받던 곳들이다. 저자는 “희생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이들의 이익이 다른 이들의 생활, 즉 생명·건강·일상·재산·존엄·희망 등을 희생시켜야 성립된다. 지속된 이 희생은 통상 은폐돼 있지만 공동체에 의해 ‘소중한 희생’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고 지적한다. 또 일본이 벌인 2차 세계대전에 무고한 국민이 동원돼 전사했을 때도 이를 숭고한 죽음으로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야스쿠니 신사이며 결국은 동일한 희생의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봤다. 공교롭게도 우리에겐 밀양(송전탑)과 서귀포(해군기지)가 있다. 시스템으로서의 희생 혹은 희생의 제도화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불가피한 현상일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시스템은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리아 대통령 “화학무기 포기하겠다”

    지난달 21일 화학무기로 주민 1400명 이상을 숨지게 한 시리아 참사 배후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있다는 유엔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미 정부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화학무기 포기 방안을 제안한 러시아와 12일(현지시간) 양자회담을 시작한 미국은 이날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화학무기 재고량 및 생산시설을 공개하라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유엔 조사단은 시리아의 독가스 참사가 정부 책임이라는 증거들을 확보했으며 오는 1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엔 관계자 및 관리들은 “조사단이 많은 수의 생의학적, 환경적 샘플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사용된 로켓 부품과 탄약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리아 정부에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정황적 증거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무기, 차량, 통신장비, 의료용 키트 등을 실은 미 중앙정보국(CIA) 화물이 터키와 요르단 내 비밀기지 네트워크를 거쳐 시리아 반군 내 분파조직인 최고군사위원회(SMC)로 전달됐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 6월 시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 원조를 약속했으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원조 물자가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시일을 미뤄 왔었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각국의 화학무기 전문가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케리 국무장관과 동행한 미 행정부 및 국무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주시할 것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재고량과 생산시설, 화학무기를 퍼뜨리기 위해 사용된 군수품 등”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1일 미국 뉴욕에서 비공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회의에서는 군사 개입을 주장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어 “안보리 결의를 만장일치제로 한 것은 섣부른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밀양 송전탑’ 가구당 400만원 보상 확정

    6년여 동안 끌어온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가 해결의 물꼬를 텄다. 주민 대표와 한국전력 관계자들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이하 특별지원협)는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에 합의했다. 또 송전선로 주변에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과 산업통상자원부, 밀양시, 한국전력,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참여하는 ‘밀양 선밸리(Sun Valley) 태양광발전사업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를 건설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밀양시청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합의 사항을 확인하면서 “내년부터는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제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지역 숙원사업인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조성, 국도 25호선 상동면 구간 확장 사업, 상동면 소재지 종합 정비 사업 등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은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주민 보상을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보상·지원법’이 하루바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상향 조정된 정부 지원책을 밝혔다. 상향 조정된 정부 지원 및 지원 협의 보상안이 확정돼 추석 이후 국회에서 관련 보상·지원법이 통과되는 대로 공사 재개에 탄력이 붙게 됐다. 쟁점이던 특수보상사업비 및 농산물 직거래장 공동판매시설 신축 등과 관련해 정부는 주민 요구를 수용해 지원액을 40억원 올려 255억원으로 확정했다. 개별 가구에 대한 직접 보상안의 경우 보상금 185억원 가운데 40%인 74억원은 개별 가구에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마을 숙원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대상은 송전탑 경과지 4개 면 30개 마을 1800여 가구로, 한 가구당 약 400만원꼴로 보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 대표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들은 ‘태양광발전사업 양해각서(MOU)’ 체결에 반대하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공사 재개 대신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총리 방문이 공사 강행의 수순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 총리가 방문한 것은 처음으로,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공사 재개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총리는 산외면사무소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등 지역 기관장들과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주민대표위원회의 김상우 위원은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의 90%가 보상 협의로 갈등을 해결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수용 입장에 무게를 뒀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밀양 구간은 신고리 원전 3호기 등의 전력을 경북 일대로 수송하기 위해 2007년 말부터 조성이 추진되다가 주민 반대로 전체 161기 철탑 가운데 52기의 건설이 중단됐다. 신고리 원전 3호기가 오는 12월 시운전에 들어가고 내년 3월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하게 돼 있어 밀양 송전탑 공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송전탑 건설에는 8개월가량이 걸린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가히 인문학 전성 시대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고가(高價) 강좌부터 동네 주민을 위한 구청의 무료 강좌까지 시중엔 인문학 대중 강의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분야와 상관없이 ‘인문학’을 제목에 내건 책들이 즐비하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문학을 강조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인문학 열풍은 있으되 인문학의 위기는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43)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저서 ‘절망의 인문학’(이매진)에서 이런 불균형적이고 왜곡된 인문학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은 오 교수가 2001년부터 12년간 인문학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내부 고발 목소리를 담아 쓴 현장 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대학원생 때 무크지 ‘모색’을 창간해 사회 현실과 거리를 둔 인문학 연구를 비판하면서 문제의식이 싹텄고, 이후 비정규직 시간강사 시절 지행네트워크를 구성해 실천 인문학 관련 활동을 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면서 “특히 수년간 교도소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절감했던 인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국 인문학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한다. 인문학 열풍의 이면에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자기계발서를 대체하는 교양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인문학을 본연의 가치가 아닌 경제적 효용에 한정하는 근시안적 태도”라면서 “정치권력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학문의 자유를 위한 진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의 산실인 대학 내부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취업률에 따라 학과가 통폐합되고, 실용수업이 교양 교육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인문학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문성을 찾기 힘든 대학원 시스템은 학생들을 해외로 눈돌리게 하고, 시간강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인문학의 토대를 약화시켰다. 오 교수는 성장주의와 양적 팽창을 부추기는 한국연구재단의 편협한 학문 지원 체계도 인문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망(絶望)은 희망의 반대말이지만, 절망(切望)은 간절한 희망을 의미한다. 책 제목은 두 가지 뜻을 모두 품고 있다. 상품과 도구로 전락한 인문학을 신랄하게 고발하면서도 인문학의 본령을 지키려는 ‘희망의 인문학’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오 교수는 “인문학 위기의 해법은 결국 대학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대학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문학의 가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인문학 강의를 혼자 듣는 데서 그치지 말고 동료를 만들어 같이 읽고 적극 토론하라”고 권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가로림조력유치위원회, 발전소 건설 조속 추진 기자회견 열어

    가로림조력유치위원회, 발전소 건설 조속 추진 기자회견 열어

    가로림조력유치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서산 한광천, 태안 김진묵)와 지역어민대표 80여 명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가로림 조력발전소’ 인허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로림만 어민들은 정부와 환경부의 조속한 인•허가 승인을 촉구 입장을 표명하며 가로림만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세력은 배제한 채, 가로림만의 순수 어민들간에 대화를 통해서 슬기롭데 이 문제를 풀어가는 대화의 장을 가질 것을 반대측에 촉구했다.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지난 1973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조력발전소 검토지시와 1980년 후보지 결정 이후 30년이 넘게 지났다. 제3차,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으나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환경부에서 반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현재 접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날 김진묵 유치추진위원장은 “올 여름에도 전력난으로 허덕였는데 가로림조력발전은 국가의 중장기 전력수급대책으로 반드시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자 가로림만 지역 어민들의 삶을 바꿔줄 마지막 희망”이라면서 “조력발전소 건설로 전력수급에 기여하고, 관광어촌으로 거듭나는 방법이 유일한데 정부와 환경부의 지지부진한 인허가 진행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어민들에게 돌아간다”며 개탄했다. 유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가로림만에서 어업권을 소지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직접 이해당사자 약 5,000여 명 중 4,000여 명(약 80%)이 조속한 사업진행을 원하고 있다. 보상을 위한 위임장 또한 이미 제출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속한 의사결정으로 더 이상 지역민간 갈등과 반목이 아닌 상생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정부와 환경부 차원에서 조속한 사업추진 결정을 요구했다. 그 동안 유치추진위원회는 제주강정마을이나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지역공동체 붕괴를 막기 위해 주민간 소통을 통하여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 상생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토론회 등에 적극 참여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반대하는 일부 어민들에게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며, 다시 한 번 가로림만 순수 어민들간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유치추진위윈회와 지역어민들은 정부와 환경부의 조속적인 사업추진을 촉구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환경단체 등 제3세력이 아닌 순수 어민간 대화의 장을 가질 것을 강력히 제안하며, 사업지연에 따른 지역갈등 및 경제적 피해에 대해 정부와 환경부에게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은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서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 총 공사비 1조 22억 원을 투입, 설비용량 520MW 연간 950GWh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조성사업이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후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에 이어 발전소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밀양 송전탑 공사 추석 후 본격 재개될 듯

    주민 반대로 중단됐던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추석 이후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보상안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정부는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원칙을 수용함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공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 문제를 막후에서 조율해 오다 이견 조율이 마무리되자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전격 방문해 주민 대표들을 만나 최종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밀양 송전선로 건설 현장에 총리가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주민 반대로 지난 5월 공사가 중단된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상동면 도곡리, 부북면 등 6개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다시 이뤄지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국회가 열리면 보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보상안은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 기간 동안 매년 24억원 지원, 선로 주변 토지 가치 하락 보상을 34m에서 94m로 확대하는 지원 사업 입법화, 지역 특수보상사업비를 40억원 늘려 165억원으로 하는 등의 13가지 방안을 담고 있다. 10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정 총리 방문과 함께 국회에서 밀양 보상지원법이 통과되면 바로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주민들이 정부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정 총리 방문으로 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추석 이후 공사가 급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곰소만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웃’ 반대로 위기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일대 곰소만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이 부안군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10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곰소만 15.3㎢를 2016년까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5월 문화재청, 고창군, 부안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곰소만 갯벌을 보존하고 생태관광 명소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부안군이 뒤늦게 이를 포기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안군은 곰소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개발에 제한을 받게 돼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역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안군은 “곰소만 주변 해안에 펜션 등 관광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개발에 제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곰소만 일대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경우 자연훼손 금지, 고도제한 등 적지 않은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안군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따라 문화재청도 곰소만 갯벌을 세계자연유산 등재 준비 대상에서 1년간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전북도는 부안군과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쉽사리 협조해 줄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곰소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다 할지라도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피해는 적고 오히려 관광자원으로 널리 알려진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부안군과 주민들을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충남 유부도 일대 10㎢, 전남 다도해 378㎢, 여자만 130㎢ 등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인천서 돈벌어 서울서 씁니다

    인천시민의 역외소비율이 전국 최고로 나타나 지역경제 침체의 주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주요 3개 신용카드 회사(국민, BC, 신한)의 매출액을 바탕으로 역외소비율을 분석한 결과 인천의 지난해 역외소비율은 53.2%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위였다. 인천의 역외소비율은 전국 평균 42.3%보다 무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타지역 주민이 인천에서 지출하는 소비유입률은 전국에서 9번째인 25.6%로 나타났다. 3개 신용카드의 역외소비금액만 4조원에 달해 다른 신용카드사와 현금 등을 포함하면 인천시의 1년 예산(7조원)을 훌쩍 넘는 10조원가량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의 역외소비율(53.2%) 중 32.2%는 서울에서, 14.2%는 경기도, 나머지 6.8%는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용역서비스(77.8%), 오락·문화(46.9%), 음식·숙박(39.4%), 의류·잡화(38.8%), 교육(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인천이 수도권치고는 문화, 관광, 쇼핑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 놀이시설이 전무하고 제대로 된 문화시설은 종합문화예술회관이 고작이다. 백화점은 2개, 호텔은 5개뿐이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들마저 서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역외소비가 늘어나면 지역경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 부진으로 이어져 고용 및 가계 소득이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서울이나 경기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지역경제가 독창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관광, 문화, 의료 등 취약 분야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역 상권개발 및 소비유입 요인을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광역 교통망은 늘어만 가는데 전 분야의 소비 인프라가 서울보다 크게 부족한 게 역외소비의 주원인”이라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다양한 소비요인을 발굴해 인천시민의 역외소비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지자체·환경단체 찬반 논쟁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지자체·환경단체 찬반 논쟁

    이달 중에 결정될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성사업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들의 찬반 논란이 새롭게 불붙고 있다. 10일 강원도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와 민간전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현장실사단이 최근 케이블카 조성 예정지 현장 실사를 끝내고 이달 중 결정을 내린다. 도는 국립공원위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악산 오색로프웨이 상부 정류장 예정지를 대청봉에서 1㎞ 떨어진 곳으로 새로 정하고 해발 역시 아고산(해발 1500∼2000m) 지대를 피하면서 환경성을 대폭 강화했다. 두 차례에 걸친 ‘식생 및 동식물 서식 환경 조사’에서도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는 환경적 요인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사업 승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와 양양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등산로와 대피소 설치 등으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고 장애인과 청소년들에게 케이블카를 이용해 대청봉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침체된 설악권 관광 회복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양공항과 연계해 인근 지역인 고성, 속초, 강릉, 인제 지역 경제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케이블카를 조성하겠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설악산지역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집단행동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설악 상부 주변이 산양 서식지이자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인 만큼 환경을 위해서라도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사무처장은 “환경부 검토기준에는 산양 서식지에서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법무부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원점 재검토”

    법무부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원점 재검토”

    법무부가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한 지 닷새 만에 학부모들의 반발을 못 이기고 이전을 결정했다. 법무부는 9일 “성남보호관찰소를 서현동 서현역세권 업무용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 반발이 거센 점을 감안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현동 청사에서는 어떠한 업무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일 새벽 법무부는 성남보호관찰소를 성남시 수진2동에서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했었다. 성남보호관찰소의 ‘도둑 이사’가 알려진 후 후폭풍은 거셌다.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학부모 범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입주 건물 앞에서 1100여명의 학부모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며 보호관찰소 직원의 출근을 막았다. 분당 지역 학부모 1600여명도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보호관찰소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법무부와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성남보호관찰소의 ‘기습 이전’에 대해 “지역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정부의 정책 결정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사숙고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인구 100만이상 도시 자치권 독립하나

    인구 100만이상 도시 자치권 독립하나

    인구 113만명의 경기 수원시, 109만명의 경남 창원시, 98만명의 경기 성남시, 97만 5000명의 경기 고양시, 93만명의 경기 용인시 등 5개 도시가 인구 100만명에 걸맞은 도시로 대접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구가 창원인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 수원 이찬열·용인 김민기 민주당 의원 등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1일 국회에서 위 5개 시 단체장과 함께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 관련 간담회를 연다. 인구가 100만명인 대도시인 만큼 30만, 50만명 인구 도시들과는 다르게 공무원 숫자와 재정수입을 늘리고 현행 소속 도의 간섭에서도 벗어나겠다는 게 골자다. 의원들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초청했지만, 일단 이경옥 2차관이 참석해 국정과제인 지방분권 강화에 따른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을 비롯해 대전, 광주, 인천, 대구, 부산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는 광역시로 승격하는 것이 관례였다. 법률상 광역시에 대한 인구 기준은 없지만, 정부는 사실상 울산이 마지막 광역시란 입장이다. 때문에 인구 100만명 대도시에 대한 새로운 이름으로 논의된 것은 직통시와 특례시다. 직통시는 따로 자치구를 두지 않는 광역시로 인구 100만 대도시의 현재 기능과 도의 기능을 합한 것이다. 도의 기능 가운데 시·군 지도감독과 연락조정, 광역행정 등은 하지 않는다. 시청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를 기준으로 해서 공무원 정원이 최소 110명 이상 늘어나고, 부시장도 2명을 두게 된다. 직통시가 되면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교부세는 광역시 기준으로 산정하고, 지방채 발행한도액도 광역시 수준으로 늘어난다. 또 담배소방세를 신설할 수 있고, 담배소비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는 단독과세하며 경마장 등 특정장소 입장에 따른 개별소비세는 도와 공동으로 과세한다. 직통시 모델을 연구한 허명환 지방세연구위원은 “직통시를 한다고 해도 현재 시가 소속된 도의 재정수입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2011년 발의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특례법에 기반을 둔 특례시 모델도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특례시에서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 등의 내용이 기본이다. 허 위원은 “직통시와 특례시 두 모델 모두 광역시 승격에 따른 부담이 없고, 주변의 다른 시나 소속 도의 재정이 줄어들지 않으며 인구 100만명 대도시에 대한 차등 분권이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상남도와 경기도는 “100만 도시라고 특혜를 부여할 시대가 아니다. 이렇게 자꾸 빠져나가면 도는 이제 필요 없게 되고, 지방세 수급이 엉망이 된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광역시는 1980~90년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성장거점 기능을 했지만, 100만 도시가 새롭게 자치권을 가지면 도시 4개가 빠질 처지인 경기도는 허울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은 100만 도시에 대한 과감한 특례 도입을 주장하지만, 실제 해줄 수 있는 특례 범위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정부 내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성남보호관찰소 주민 반발 격화…보호관찰소 어떤 곳이길래

    성남보호관찰소의 이전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과 인근 학교 학부모들은 이전 다음날인 5일부터 밤샘 시위를 해왔고 특히 8일 오후 서현역 로데오거리와 9일 오전 성남보호관찰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다. 보호관찰소는 범죄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 보호관찰, 사회봉사, 갱생보호 등 체계적인 사회 내 처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한 선도 및 교화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성남보호관찰소는 경기도 성남시, 광주시, 하남시 인근의 보호관찰대상자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보호관찰, 사회봉사 및 범죄예방교육 수강명령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수정구 수진2동에 위치했던 성남보호관찰소가 지난 4일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을 임차해 이전하면서 학부모들이 격하게 반발했다. 초중고교생 등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중심 상권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서현동에 보호관찰소를 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성납보호관찰소 이전 작업이 주민 반발을 감안해 4일 밤부터 5일 새벽에 이뤄지자 ‘기습 이전’, ‘도둑 이전’이라며 더욱 비판하고 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 등 흉악범은 보호관찰관이 직접 방문해 관리하는 식”이라면서 “보호관찰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음주운전하다 걸린 교통사범이나 선도 교육을 받고 있는 소년범이 대다수라 주민의 우려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난 분당 주민들 성남보호관찰소 앞마당 점거…무슨 일이

    성난 분당 주민들 성남보호관찰소 앞마당 점거…무슨 일이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 기습 이전에 반발하는 분당지역 학부모들이 9일 보호관찰소 직원 출근 저지에 나섰다.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학부모 범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성남보호관찰소 입주 건물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며 출근을 막았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일반 업체 직원은 신분을 확인하고 들여보냈다. 학부모들은 성남보호관찰소 입주 다음날인 5일부터 성남보호관찰소 앞에서 밤샘 농성을 시작했으며 이날 오전 인파는 1000명을 넘어섰다. 참가 지역도 인근 서현·이매동 뿐 아니라 수내·정자·야탑·구미·백현동 등 분당 전역으로 확대돼 50여개 학부모가 참여했다. 흰색 상의와 마스크를 쓴 학부모들이 입구는 물론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침묵 농성을 벌였다. 성남보호관찰소 직원 20여명은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인근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남보호관찰소 업무가 사실상 중단돼 1500여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과 별도로, 학부모 16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전세버스 33대를 타고 정부 과천청사로 가 법무부를 상대로 보호관찰소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성남보호관찰소는 지난 4일 새벽 수정구 수진3동에서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했다. 학부모들은 “사전 협의나 공지 없이 분당신도시 한복판이자 청소년 문화공간에 성남보호관찰소가 ‘도둑이사’해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됐다”며 이전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농성현장에 나온 시의원들은 “월 임대료 4천만원이 되는 중심상권 건물을 임차해 무리하게 이전한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앞서 학부모들은 지난 7일과 8일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수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후폭풍…학부모 1000여명, 직원 출근 저지 농성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가 분당으로 이전하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성남보호관찰소가 분당으로 이전하자 8일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분당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분당선 지하철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반대집회를 열어 이전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주로 분당구 서현동과 이매동의 학부모들이 참석했고, 참석자만 경찰 추산 1500명,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에 달한다. 이어 9일 오전에는 분당 지역 학부모들이 보호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막았다.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서현동 성남보호관찰소 입주 건물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며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일반 업체의 직원들은 신분을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오전 연좌 농성에 참가한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섰다. 학부모들은 보호관찰소 입주 다음날인 5일부터 보호관찰소 앞에서 밤샘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참가 지역도 인근 서현동, 이매동 뿐 아니라 수내동, 정자동, 야탑동, 구미동, 백현동 등 점차 전역으로 확대됐고 50여개 학교의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호관찰소 직원 20여명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주변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일 경남 수정구 수진2동에 있던 성남보호관찰소는 분당으로 이전했다. 주민들이 반발할 것을 예상해 4일 밤부터 5일 새벽에 이전작업을 진행해 ‘기습 이전’이라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털 사진 긁어 붙인 교학사 교과서

    포털 사진 긁어 붙인 교학사 교과서

    뉴라이트 성향 한국현대사학회 출신 학자들이 집필해 우편향 논란이 제기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구글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사진 327건을 구해 자료 사진으로 인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 자료를 긁어서 사료 탐구 자료로 가공한 사례도 포착됐다. ‘웹사이트 자료는 공인된 기관의 신뢰성 있는 것을 제시한다’고 규정한 교과서 검정 기준을 교학사가 무시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사편찬위원회의 부실 검정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6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외부 인용 사진 561건 중 58.3%를 인터넷 포털에서 2차 인용했다”면서 “근대사를 다룬 5단원 자료 사진 중 67.5%, 현대사를 다룬 6단원 사진 중 82.6%가 포털 사진”이라고 밝혔다. 교학사 외 검정심사를 통과한 7종 가운데 두산동아, 리베르, 미래엔, 천재교육은 끌어 쓴 포털 사진이 한 건도 없었고 지학사 교과서는 286개 자료 사진 중 1개만 구글 사진을 활용한 것이었다. 이 밖에 비상교육이 628개 중 30개(4.8%)를 포털에서 활용했고 금성출판사는 자료를 내지 않았다. 교학사 교과서는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이승만의 단파 방송’이란 제목으로 네티즌이 올린 게시물을 인용해 ‘사료 탐구 자료’로 활용했다. 원 자료가 아닌 가공된 2차 자료를 활용하면서 기존에 없던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2003년 보고서에서 ‘심문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수용자들’이란 설명을 붙인, 제주도민이 도열한 사진을 교과서에 인용하며 ‘제주 4·3사건 때 군경의 설득으로 하산하여 심문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이라고 설명에 살을 붙였다. 김 의원은 “사진 속 인물들은 정황상 군경의 설득을 받고 하산한 게 아니라 1948년 11월 초토화작전 당시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도적인 왜곡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두산동아 교과서 집필자인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재인용 자료에는 오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교과서 자료는 1차 사료를 근거로 하고, 인터넷 자료라도 원 출처를 추적해 확인한 다음 게재한다”면서 “원본 자료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 포털 자료를 그대로 교과서에 실었다면 너무 손쉽게 작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검정 기준에 따르면 ‘각종 자료는 공신력 있는 최근의 것으로 출처를 분명히 제시하였는가’라는 항목이 포함된 ‘내용의 정확성 및 공정성 영역’에 전체 100점 중 40점이 배정돼 있다. 무더기 포털 자료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검정심사를 통과한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편향 논란에 이어 사료 부실 의혹까지 제기되자 서울시 강희용 민주당 의원 등 시의원 34명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 취소를 요구하며 교재 채택 반대 결의안을 발의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검정 통과된 교과서를 우편향으로 낙인 찍어 공격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선을 넘지 마시오

    9·12/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지음/권민정 옮김/글항아리/448쪽/1만 9000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시티는 대표적인 상류층 거주지역이다. 허드슨 강변의 노동계층 항구도시였던 이곳은 1960년대 초 데이비드 록펠러 당시 체이스맨해튼 부회장 등 금융인들과 뉴욕 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된 ‘배터리파크시티 개발 프로젝트’ 덕에 세계 최정상 엘리트들이 거주하고 근무하는 ‘글로벌 시티’로 변모했다. 한편으론 개발 과정에서 처음부터 부유층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장벽을 높이 쌓고,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주민과 외부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배타적인 공간 설계로 인해 ‘요새’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2001년 9·11테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테러 공격을 당한 세계무역센터는 배터리파크시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9·12’(원제 September 12)는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9·11이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의 일상과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신진 도시사회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브루클린칼리지 사회학과 조교수가 쓴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9·11을 국제정치적인 시각이 아니라 공간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테러 이전과 이후 이 도심지의 생활터전이 어떻게 붕괴되고 재건되었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9·11을 반추한다. 기존에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엘리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도 새롭다.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 재개발 전쟁’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저자는 배터리파크시티의 상류층 주민들이 재난 이후 지역 재건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그들만의 ‘성채’ 안에서 자발적 고립을 즐겼던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유례 없는 재난에 대한 전국적인 추모와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주거 공간이 침해당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과 타인을 구별짓고자 하는 욕망은 혐오시설마저 수용하는 전략적 태도로 표출됐다. 2003년 주민들은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으로 혐오시설로 규정되는 고속도로와 혼잡한 버스 차고지를 유치하려고 애썼다. 이유는 하나였다. 고속도로가 배터리파크시티를 외부인으로부터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하 터널 설립을 반대하고 고속도로 유지를 고수했다. 추모객을 위한 버스 차고지를 메모리얼 바로 아래에 건설되도록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추모객들의 동선을 한정시켜 자신들의 주거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처럼 원치 않는 시설의 영향을 최소화할 장소와 방식만을 인정하고, 그렇게 되도록 개입하는 주민들의 집단 행동을 저자는 ‘딤비(Definitely in My Backyard)’ 현상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 위험이 아니라 위상을 지키려는 욕망이었다”고 분석한다. 메모리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은 평상시처럼 지하철로 편하게 걸어갈 길을 포함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불편함은 없는지 등에 먼저 관심을 뒀다. 그들에게 메모리얼은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구조물일 뿐이었다. 주민들은 타인의 불편함보다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을 먼저 고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지역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2002년 1월부터 3년간 현장 조사를 했다. 공식회의와 지역사회 행사에 관찰자로 참여했고, 다양한 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은 빈곤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공공재원에의 기여 등 거대 담론에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자신들의 공간 이미지에 어긋날 때는 냉정하게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 저자는 주민들이 보인 이러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배터리파크시티 조성 당시 이뤄진 공간적 배타성에서 기인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주민들의 배타적 태도는 역으로 공간적 고립을 강화하려는 욕망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책은 “엘리트 부문만 한정적으로 살찌우도록 의도된 배터리파크시티의 설계는 다음 세대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 배타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제주도민 85.9% “행정시장 직선제 찬성”

    제주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으로 제시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도민의 85.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2일 19세 이상 도민 3000명을 표본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응답 유보층은 유효 표본에서 제외) 가운데 찬성은 85.9%, 반대는 14.1%로 찬성률이 매우 높았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79% 포인트다. 도는 이를 토대로 도의회 동의와 중앙정부 협의를 거쳐 이달 안에 행정시장 직선제를 반영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제주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여론조사의 방법과 절차, 내용 등에 문제가 많고 도민들이 행정구조 개편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은 행정체제 개편을 차기 도정 과제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와 탐라자치연대 등 도내 14개 단체로 구성된 기초자치권부활도민운동본부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권한이 없는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 외에는 현행 체제와 다를 게 없다며 우근민 지사에게 공약한 대로 기초자치권 부활 이행을 촉구했다. 우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때 제주도의 행정체제가 단일 광역자치단체(제주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기초자치권이 사라져 주민 참여가 제한되고 민관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며 기초자치권 부활을 공약한 바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구본영 칼럼] ‘갈등공화국’에 출구가 필요하다

    [구본영 칼럼] ‘갈등공화국’에 출구가 필요하다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끝난 게 아니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상의 오래된 경고다. 얼마 전 미국의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넷쇼핑몰인 아마존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말이 새삼 와 닿았다. 종이는 남아 도는데 신문산업은 벌써 사양길이라는 ‘자괴감’과 함께. 물론 첨단 업종인들 언제까지나 부침을 겪지 않을 순 없을 게다. 1990년대 전자제품에서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의 소니나 2000년대 중반까지 휴대전화 최강이었던 핀란드 노키아의 몰락을 보라.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위기도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국가마저 영원히 융성할 수 없음을 동서 제국의 흥망사가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하긴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으랴. 그러나 내부적 갈등에 매몰돼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머잖아 사회공동체는 진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게다. 며칠 전 읽은 책 ‘2030 대담한 미래’(최윤식 저)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한국사회의 불길한 전조를 봤다. “‘한계에 도달한 중진국가 시스템을 (5년 내에)고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G20에서 탈락한다”는 예측이었다. 최근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2위란다. 종교 및 인종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 다음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만 2010년 기준으로 최대 246조원이라고 한다. 얼마나 정확한 추정인지 모르나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송전탑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선진국 문턱에서 십수년째 맴도는 ‘갈등공화국’의 시민일 뿐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갈등이 수렴이 안 되고 확산만 될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검찰 수사가 끝나면 사법부의 심판에 맡기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여야의 평행선 대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정조사 청문회는 “국기를 흔든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 “전·현직 직원을 동원한 야권의 제2 김대업 공작”이라는 식의 입씨름으로 마감했다. 그러고도 ”특검 하자”, “대선불복 아닌가”라는 등 하릴없이 장외 설전만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외국인 투자촉진법이 표류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법 통과를 전제로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 등이 일본기업과의 합작투자로 각기 1조원과 1조 3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데도 말이다. 여수·울산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여야 정책위 의장단을 만나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직접고용효과만 해도 1100명이라는데 기업 측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컨센서스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금의 여야의 행태는 발밑이 꺼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뻘밭에서 드잡이를 하는 꼴이다.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도 의견의 평행선이 막말공방을 거치면서 감정의 평행선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본질은 실종되고 상호 고소·고발전이란 후유증만 남지 않았는가. 결국 정치가 문제다. 정치가 사회 각 부문의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외려 진원지가 되고 있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최근 한국식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 대상의 특강에서였다. 숙의가 “서로 경청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대의민주주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계기로 여야가 “내 생각이 늘 옳을 순 없다”는 열린 자세로 차원 높은 타협을 추구하는 새 정치를 폈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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