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웰컴 투 방폐장’이 되려면/박선화 지방자치뉴스부장
“어느 정부, 어떤 장관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 건립 대신에 연구재단을 설치한다고 생뚱맞은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방폐장 건립의 가장 중요한 성패요인은 바로 정부의 신뢰도입니다. 즉 과거 여러차례 실패한 것은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지 못한 탓입니다.”
일전 방폐장 건립 주무부처인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관련법을 제정해 모든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추진방식은 이젠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바꿔 국민에 대한 홍보와 설득을 있는 대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희범씨’ 말대로 이번 방폐장 건립과정이 확 변했다.15일 4개 시군이 방폐장 건립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11월2일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후보지가 결정되게 됐다. 지금까지 그 절차와 과정이 순조로운 편이다. 종전과 견줘 범부 눈에 비친, 크게 달라진 점은 세가지다. 이 장관이 언급한 바를 되짚어보면 된다. 이를 ‘웰컴 투 동막골’ 영화의 주체와 비교해봐도 괜찮을 듯하다. 정부를 한국군, 지역주민을 북한군, 지자체를 유엔군으로 보면 어떨까.
이번 작품은 ‘부안사태’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결과물이란 점에서 종전과 차별화된다. 부안 방폐장을 처리할 때와 비교해 보면 정부의 입장과 지역주민의 자세가 괄목상대할 정도로 바뀌었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방폐장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또한 유치지역에 대한 재정·행정적 지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엄청 유연해지고, 그야말로 법과 제도를 따르되 주민정서에 부합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주민들 또한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지역이기적 행태에서도 상당히 탈피하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들 지자체는 지역발전의 호기로 삼을 대형호재로 인식, 전력투구하고 있어 10년을 맞은 풀뿌리자치의 착근을 기대케 한다.
그러나 갈 갈은 아직 멀다.
세가지 변화와 차이 속에 넘어야 할 산 또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폐장의 안전성을 기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완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방폐장은 지하 5중벽으로 둘러싸이게 설치해 안전하다고 한다. 연간 나오는 방사선량도 X선 촬영시의 10분의1, 남녀 연애시 나오는 자연량의 절반에 지나지 않아 인체에 해롭지 않단다. 이러한 안전성은 그러나 지진 등 최악의 천재지변까지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에선 드문 지진보다는 방사선이 지하수에 오염되는 사태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지적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또 하나 민주적 절차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폐장 후보지는 4개 지역 주민들의 주민투표 찬성률로 결정된다. 탈락하는 3개 시군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을 것이냐에 고심해야 한다. 유치과정에서 벌어진 경북과 전북, 그리고 경주·울산, 군산·서천처럼 이웃 지자체와의 갈등과 대립의 간극을 여하히 메울지 지금부터 대처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환경시민단체들의 일리있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방폐장 최종후보지에 대해 다른 지역이 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가장 적은 유권자수에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 주민수와 유권자수, 투표율, 찬성률을 둘러싼 결정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하게 협조해 무난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이 참여정부 들어 주춤거리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더이상 방폐장 건립에 기회비용을 치를 여유가 없다. 주민과 정부, 지자체가 ‘웰컴 투 방폐장’을 이끌어내길 기대해 본다. 필요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그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유효한 홍보수단임을 제언한다. 모쪼록 국민들은 영화가 끝난 뒤 마음이 따뜻해지는 방폐장을 보고 싶다.
박선화 지방자치뉴스부장 pshnoq@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