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주민투표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권고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강석우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마스크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조명균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90
  • 브렉시트 갈림길… 英 운명은 초박빙

    브렉시트 갈림길… 英 운명은 초박빙

    7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구성될 차기 정부는 유럽연합(EU) 탈퇴,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등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내외 주요 과제와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영국 유권자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투표용지에 없는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게 된다”고 진단했다. 2010년에 이어 이번에도 집권 보수당과 노동당 중 어느 한쪽도 의회 과반(326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일까지 나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33~35%, 노동당은 33~34%의 지지율을 보여 유례없는 초박빙 선거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 의석 수를 보수당 281석, 노동당 267석으로 점쳤다.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누가 제1당이 되든 연정 또는 소수 정부 등장이 불가피하다. 양당 체제가 붕괴된 영국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양대세력으로 균형을 이룬 가운데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제3당으로서 주류 정치 무대를 장악해 왔다. 이번 총선에선 군소 정당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이후 부상한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노동당의 텃밭인 스코틀랜드 지역을 싹쓸이해 51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예상 의석이 1석에 불과하지만, 지지율은 5년 전 3%에서 18%로 껑충 뛰었다. 두 정당은 민족주의를 앞세워 경제침체에서 비롯된 유권자의 불만을 파고들었다. 자민당의 닉 클레그 당수는 “극단주의자들의 선동에 휘말리지 말고 중도를 지키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자민당은 현재 의석 수(56석)의 절반가량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주요 3개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5년 전 90%에서 45%로 반 토막이 난다. WP는 “군소 세력이 목소리를 키우면서 국내 현안 및 외교정책 등에서 영국의 방향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SNP 내부에서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재투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3당으로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SNP가 내년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분리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공약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다.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는 재투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영국의 EU 탈퇴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총선 승리 시 2017년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EU를 내세운 UKIP와 손을 잡는다면 EU 탈퇴 논의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 구성으로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점친다. 이렇게 되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우려는 해소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온라인 투표로 의사 결정… ‘투명 아파트’ 만드는 동작

    온라인 투표로 의사 결정… ‘투명 아파트’ 만드는 동작

    동작구가 아파트의 중요 의사 결정을 하는 입주민 투표에 온라인투표제를 도입한다고 20일 밝혔다. 바쁜 일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던 입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공정 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온라인투표제를 시행하는 곳은 오는 24일 이수힐스테이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감사 주민투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투표, 관리규약 개정 투표 등이 온라인투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온라인투표는 투표소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개인 컴퓨터로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투표 참여율을 높일 수 있으며 컴퓨터로 투·개표를 관리하고 투표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입주민 간 부정 선거 시비도 상당 부분 예방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또 투표 종료 후 즉시 결과를 알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의 절감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의사 결정에 많은 주민의 의견이 반영돼 아파트 관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진다. 구는 공동주택 의무단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투표 서비스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공동주택 관리 규약 개정을 권장하고 있다. 신청 방법과 이용 절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온라인투표 사이트(www.kvoti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구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아파트 관리를 위해 온라인투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기 바란다”면서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온라인투표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무상급식은 최악의 정책이지만 홍준표 지사 급식 중단 아쉬워”

    “무상급식은 최악의 정책이지만 홍준표 지사 급식 중단 아쉬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9일 “무상급식은 최악의 정책”이라고 다시 비난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충북대 명사 초청 강연에 나서 “복지의 본질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며 “돈이 많아 다 나눠 주면 좋겠지만 그건 복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재정 형편으로 부자급식을 하는 건 정치이지 복지가 아니다”라며 “예산을 다른 곳에 쓸 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모든 것과 맞바꾸더라도 포퓰리즘은 막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정치적으로 사망해 버렸다”고 회상했다. 오 전 시장은 그러나 홍 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겨우 부모님들 사이에서 무상복지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럴 때 감정선을 건드리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받던 걸 빼앗기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대신 소득하위 30%를 위해 교육비 지출로 쓴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전략적으로도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강연의 주제였던 ‘국가 브랜드 비전과 전략’과 관련, “우리나라가 제2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돈이 없기 때문에 인적 자원으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원조를 할 때 수혜국가가 원하는 것을 줘야 하며, 농업국가로 승부하는 나라라면 농업 기술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선별적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 무산 책임을 지고 2011년 8월 시장직을 사퇴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이슈&이슈] “원전 안전 문제 어떻게”… 바람 잘 날 없는 경북 동해안

    [이슈&이슈] “원전 안전 문제 어떻게”… 바람 잘 날 없는 경북 동해안

    경북 동해안이 원자력발전소로 몸살을 않고 있다. 경주에서는 월성원전 1호기의 재가동 결정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신규 원전을 유치한 영덕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까지 원전 반대 운동에 가세하면서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까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1호기(가압중수로형·설비용량 67만 9000㎾)에 대한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정비 작업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법정 검사와 함께 예비디젤발전기 분해 점검, 증기발생기 전열관 검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2월 27일 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수명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1983년 4월 22일 준공과 함께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2012년 11월 20일 가동이 중단됐다. 한수원은 2009년 12월 월성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계속운전을 원안위에 신청했다. 그러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 이전부터 수명연장을 반대해 온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재가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전 인근인 경주 양남·양북면과 감포읍 주민들로 구성된 ‘월성 1호기 동경주 대책위원회’와 ‘나아리 생계대책위원회’, ‘월성본부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봉길리반대투쟁위원회’ 등 4개 주민단체는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들은 “원안위가 날치기로 통과시킨 월성 1호기의 재가동 결정은 우리 주민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주민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는 월성 1호기의 폐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도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말까지 모든 국민을 상대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취소 소송을 위한 소송 원고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공동행동은 “원안위가 법에 명시된 최신 기술 기준을 활용한 안전성 평가 부족 사항을 제대로 심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안을 표결 결정한 것은 원자력안전법 등 관련 법령을 중대하게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환경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 불교생명윤리협회, 원불교천지보은회 등 4대 종교단체도 최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조속한 폐로 결정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과 동경주대책위는 지난달 말부터 월성 1호기 재가동 문제를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지금까지 2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원전지역 전체 지원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고리원전 1호기(가압경수로형·설비용량 58만 7000㎾) 재가동을 위해 원전지역에 1960억원이 지원된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는 훨씬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비해 건강상 위해 요소가 다량 배출되는 중수로형인 데다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재가동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주민 수용성 확보, 물가상승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월성 1호기 재가동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월성본부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등 3개 주민단체는 한수원이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며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이 재가동을 추진하는 이달까지 주민들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재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원전 유치지역인 영덕에서도 원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덕군은 2011년 영덕읍 석리와 매정리, 창포리 일대 주민 동의를 얻은 뒤 140만㎾짜리 원전 4기를 유치해 강원 삼척시와 함께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주민들 사이에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반핵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반대 움직임이 주민과 지역 농어민 관련 단체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덕원전을 반대하는 10개 농·어업사회단체들은 최근 영덕군청 앞에서 ‘영덕원전건설백지화 범군민연대’ 발대식을 하고 본격적인 반대 활동에 들어갔다. 군민연대는 발대식에서 “주민의 반대 여론을 확인,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가 없었다”며 원전유치 당시의 절차를 문제 삼았다. 군민연대는 영덕 신규 원전 건설은 주민투표를 포함한 전체 군민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영덕군의회 원자력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오는 8~9일 이틀간에 걸쳐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영덕지역 성인 남녀 1500여명이 대상이다. 원전특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집행부에 전달할 계획이며 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날 경우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방침이다. 원전특위 박기조(55) 위원장은 “원전 건설은 군민들의 안전에 관한 중요 사항이어서 수용 여부에 대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난 1월 경북지역 한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덕 주민 51%가 원전 건설에 반대했지만 이후 영덕군이 원전 건설에 따른 지역개발과 안전성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한수원의 원전 건설 관련 지원책이 구체화되고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 여하에 따라 주민투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민연대와 환경단체 등은 2012년 원전 부지 지정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와 원전 비리 등으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민연대 등은 주민들이 원전 건설 반대를 결정할 경우 정부와 한수원은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민연대 관계자는 “최근 환경단체들에 의해 월성·울진 등의 핵발전소 주변에서 각종 발암 방사성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사고가 나지 않은 정상적인 핵발전소 주변에서 발암 방사성물질의 지속적 방출이 확인된 만큼 영덕핵발전소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영덕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열린세상] ‘재치 코드’의 힘/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재치 코드’의 힘/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 시대에는 ‘재치 코드’가 중요하다. 사람 사이에서건, 비즈니스에서건, 공익 캠페인에서건, 댓글 하나에서건, 방송에서건, 재치 코드가 있어야 호감과 각광을 받는다. 비즈니스 마케팅에서나 방송에서나 공익 캠페인에서나 재치 코드의 파워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재치와 위트가 있다는 것, 이건 모든 능력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다. 기본 능력 플러스 재치 코드가 있으면 더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치 코드가 ‘억지로 유머 외워서 말해주기’를 뜻하는 건 아니다. 억지로 웃는 유머도 아니다. 억지스러운 유머는 오히려 비호감이다. 재치감각과 재치는 이제 경쟁력이다. 재치는 지금의 시대 코드가 되었다. 재치는 메시지의 마지막 2%를 채우는 힘이다. 핵심 메시지를 정통으로 날려주는 마지막 2%의 힘이다. 재치로 마지막 2%를 채운다면, 메시지의 설득력에 날개를 달게 된다. 다른 사람의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협력과 지지도 쉽게 끌어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재치와 촌철살인은 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다. 지루한 설교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유머감각을 갖춘 촌철살인이 없이는 주목받을 수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도 재치를 섞은 메시지로 전달하면 부드럽고 친밀감 있게 전달된다. 그리고 재치가 섞인 메시지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밋밋한 메시지를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 재치다. 주제와 관련되어서 촌철살인의 재치를 던질 때, 그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은 친밀감을 느끼고 속이 시원해진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구사하는 재치는 전체 메시지를 오래 기억에 남게 만든다. 예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여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했다. 이때 당시 홍준표 대표가 이를 두고 ‘사실상 승리’라고 언급하자 이후 ‘사실상 ~’ 패러디가 인터넷에서 봇물 터지듯 나왔다. “25.7% 세일이면 사실상 공짜” “에베레스트 25% 올라가면 사실상 정복” “25.7% 투표율이 사실상 승리라면 파리도 사실상 새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 선거 2등도 ‘사실상 당선’으로, 고득점 대학 불합격자도 ‘사실상 합격’으로,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면 ‘사실상 취업’이라고 부르며 살자” “등록금도 25%만 내면 사실상 완납한 걸로 합시다” 등이었다. 사회 이슈에 대한 이런 촌철살인의 비유는 매일 수없이 나온다. ‘재치’의 반대 개념은 뭘까. ‘뻔함’, ‘구태의연함’이 되겠다. 으레 하는 말씀, 흔히 듣는 이야기, 이런 것들이 구태의연한 메시지다. 길고 지루하게, 요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도록 써놓은 글이나 말을 접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 당사자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메시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힘 있는 메시지’이고 다른 하나는 ‘힘없는 메시지’이다. 힘 있는 메시지를 듣고 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힘없는 메시지는 듣고 나도 무엇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들으나 마나 한 메시지다. 공허하고 추상적인 거대한 단어의 나열은 대부분 힘없는 메시지가 된다. 힘 있는 메시지는 단숨에 와 닿는 메시지다. 구구절절 오랫동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 문장으로 핵심이 전달된다. 이런 것이 파워 메시지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한 줄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짧은 메시지이지만 그 속에 긴 내용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길고 복잡한 내용을 한 큐에 정리해서 가슴에 쏙 와 닿게 전달하는 것이 파워 메시지의 힘이다. 촌철살인의 재치는 그래서 필요하다. 상품 마케팅이나 정치 캠페인은 다 불특정 다수를 설득하는 작업이다.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핵심 메시지가 짧고 명확해야 한다. 상품이나 캠페인이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재치 코드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쉽고 좋은 방법, 그것도 아주 쉽고 돈 안 드는 방법은 신문 기사의 제목을 유심히 보는 것이다. 매일 읽는 신문 기사로 훈련이 가능하다. 촌철살인의 재치 코드를 감으로 익히고 싶다면 신문 기사를 읽은 다음에 기사의 제목을 꼭 다시 한번 보라. 가장 쉽게 재치 코드를 익히는 방법이다.
  • 푸틴 “크림반도 병합 때 핵무기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1주년을 맞았다. 서방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한발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병합 1주기를 맞아 TV 다큐멘터리에 출연, 당시 무용담을 자랑스레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의 다큐멘터리 ‘크림:모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푸틴 대통령이 병합 사태 당시 핵무기 배치 등을 준비했었다는 내용 등을 언급했다고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이고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과 미국의 꼭두각시들에게 맞서 어떤 군사적 수단도 다 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수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다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 시나리오에 핵무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3월 16일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 이전인 2월 27일 크림 의회를 장악한 이들이 러시아군이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독립 결정을 위해 소집된 의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우크라이나 법률하에서 완전히 합법적인 행동”이라면서 “우리는 단지 크림 인민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96%의 압도적 찬성률로 주민투표가 가결된 이후 군 병력을 추가로 투입했으나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부대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상한선은 2만명인데 2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홍준표식 ‘복지수정’ 롤모델 삼을 만하다

    보편적 복지를 비판해 온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공언대로 다음달부터 학교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복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남도가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대신 추진하기로 한 것은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다. 무상급식을 줄여 확보한 643억원의 예산을 바우처사업, 맞춤형 교육지원, 교육여건 개선 등에 투입해 서민계층 자녀의 교육 격차를 없애고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가 직접 교육지원 사업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쟁’으로까지 불린 무상급식 정책의 대반전인 만큼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당장 경남교육청은 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교육청의 교육복지 사업과 겹쳐 혈세를 낭비할 뿐 아니라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파급효과가 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도교육청·도의회와 충분히 상의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절차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의 괴리를 이제는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009년 진보적 성향의 김상곤 후보는 무상급식 공약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와 경기도교육감이 됐다. 이어 곽노현 후보 또한 무상급식 공약을 걸고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저소득층 위주의 선별적 무상급식을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결국 시장직까지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무상급식은 누구도 건드리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로 정치권의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무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곳간이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복지파탄’까지 우려되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단안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궁박한 형편인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등 우리의 복지 현실을 둘러싼 논란이 드세다. 어떤 식으로든 복지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경남도가 지자체에 힘겨운 재정적 올가미를 씌우고 있는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복지의 정의’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려운 계층에 혜택이 먼저 돌아가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무상급식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정 여력이 딸리는 인천과 울산 동구 등 지자체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편성했다. 부산시교육감은 핵심 공약인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추진을 1년간 유예하는 결단을 내렸다. 무상급식의 단초는 이른바 진보 성향 교육감에 의해 마련됐지만 그것은 이제 더이상 보수·진보 이념 문제에 머물 수 없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학교 급식은 교육의 일환이지 결코 복지가 아니다”라며 “무상급식은 교육”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급식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교육 포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포퓰리즘의 혐의가 짙다. 지금이야말로 무상급식에 대한 새로운 컨센서스를 모아 가야 할 때다.
  • [글로벌 인사이트] 친유럽과 친러의 공생… 핏빛 우크라, 분열은 숙명인가

    [글로벌 인사이트] 친유럽과 친러의 공생… 핏빛 우크라, 분열은 숙명인가

    #1 지난달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행보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같은 시각 CNN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부 도네츠크에서 또다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크 키로프 거리의 병원에 정부군이 쏜 우르간 미사일이 수차례 떨어져 환자 5명 이상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반군이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향해 로켓 공격을 퍼부어 민간인 30명이 숨진 데 따른 보복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2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동부지역에 배치된 중화기들을 50~100㎞ 후방으로 철수했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5일 자정을 기해 발효된 휴전 합의에 따른 조치였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마련한 휴전안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교전 당사자인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벨라루스 민스크에 도착해 추인하면서 효력을 얻었다. 오는 16일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크림반도가 주민투표로 러시아에 합병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자 이에 반발한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97%란 찬성표를 던졌다. 한 달 뒤 정부군과 반군은 ‘지옥 같은’ 교전을 개시했다. 피비린내 나는 1년 내전의 서막은 이렇게 열렸다. 최근 휴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앞날은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민스크 평화협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색을 등에 업은 다양성이 분열을 초래한다는 교훈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세계 5대 군사대국이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주권과 영토를 보장받았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는 건 두 번째 교훈이다. 북한의 핵무기 협상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동슬라브어로 ‘변경’(邊境)이란 뜻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정학적 요지에 남한의 6배 면적을 지닌 자원 대국이다. 13세기 몽골, 14세기 리투아니아, 17세기 이후에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으며 제대로 된 민족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다. 중서부 지역은 수백년간 폴란드·리투아니아에 가까웠고 동남부는 친러시아 정서가 강했다. 러시아정교와 가톨릭,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가 공존해온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1917년 제정러시아가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옛 소련)에 편입됐으나 수탈과 기근이 겹쳐 100만명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 러시아인들이 대거 이주하자 정서적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 1991년 12월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으나 고난의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수많은 민족이 이동과 교역, 충돌과 통합을 반복하던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태의 발단은 2013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던 야누코비치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협상을 중단하자 “러시아 치하로 돌아갈 수 없다”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의회의 탄핵을 받은 야누코비치는 이듬해 2월 러시아로 망명한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혁명’이다. 기업가 출신의 친서방파 포로셴코가 집권했지만 이미 경제는 붕괴 직전에 내몰렸다. 동부지역의 친러계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우크라이나는 동서로 분열됐다. 야누코비치의 축출은 친유럽 진영에선 시민혁명으로, 친러 진영에선 쿠데타로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애초부터 국가 정체성을 친유럽, 친러시아 등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지을 수 없었음에도 독립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행태를 보여왔다. 1991년 독립 이후 크라우축, 쿠치마, 유셴코, 야누코비치, 현재의 포로셴코까지 정권은 예외 없이 친유럽과 친러시아를 오갔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숙명이라 표현했다. 민족 구성은 우크라이나계가 75%, 러시아계가 25%다. ‘유럽의 화약고’는 잠시 총성이 멎었을 뿐이다. 로이터통신은 향후 변수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라고 단정 지었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세력의 동진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다섯 살 훈이’ 오세훈이 돌아왔다/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섯 살 훈이’ 오세훈이 돌아왔다/정기홍 논설위원

    무상복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거물 정치인이 며칠을 사이에 두고 다시 돌아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오랜 해외 칩거에서 지난달 말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고 문재인 대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수장이 됐다. 서로는 무상복지 정책의 대척점에 자리해 왔다. 예상대로 오 전 시장은 “정치복지 논쟁은 끝났다”고 했고, 문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가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2011년 8월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지만 패해 시장직을 내놓았다. 당시 투표 참가율이 개표 기준 투표율(33.3%)에 못 미쳐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 보수 진영의 환대가 있을 법하건만 미지근하다. 투표에 시장직을 걸어 야권에 넘겼다는 원죄 인식이 아직 저변에 깔렸다. 그도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다섯 살 훈이’란 비아냥 섞인 별명도 받았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조준했다. “꼼수 증세에 맞서 서민의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시간 박 대통령은 복지증세 논란에 “경제성장 없는 복지 증세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의 주장과 여당 내의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주장에 쐐기를 박은 측면이 다분해 보인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전면 무상급식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 시리즈로 덩치를 키우며 선거 정국을 강타했다. 야권은 무상보육·급식·의료와 반값등록금을 ‘3무 1반’으로 묶어 지지를 호소했고 유권자에게 제대로 먹혔다.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겨냥해 9(서민) 대 1(부자)의 싸움으로 불렸다. 야당의 원내대표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성과”라며 부추겼다. 복지 욕구의 둑이 터지자 여야 공히 퍼주기식 공약을 쏟아냈다.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는 종이 위의 숫자놀음에 불과했고 선택적 복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누가 복지 공약을 많이 하느냐의 경쟁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탄생했다. 그로부터 2년. 복지 논쟁은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부족한 복지 예산의 해결책을 둔 진영 싸움이다. 돈이 나올 곳이 마땅찮으니 대책은 녹록할 리 없다. 전체 가계 부채는 1100조원을 앞두고 있고 세계 경기 침체와 엔저 현상 등은 대기업의 경영 여건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2년간 20조원의 세수가 구멍 났다. 쌓아 놓아 논란이 되는 사내 유보금과 별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30대 대기업이 올해 내야 할 법인세는 지난해에 비해 15% 줄어든다고 한다. 여기에다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사태, 건강보험 개혁안 파동은 ‘꼼수 증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복지 증세 논란은 이러한 여건에서 출발한다. 복지는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우리의 복지모델인 유럽의 국가들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혜택을 줄여 가는 추세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조세 저항에서 촉발됐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의 민란 발생도 세금 수탈에 따른 것이었다. 정치는 국민의 눈과 입을 보며 하는 것이다. 문 대표의 ‘복지 전면전’ 선언이 정략적 접근이라면 목소리를 고를 일이다. 경제성장 후 복지증세라는 박 대통령의 교과서적인 언급은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친노의 부활과 대통령의 고집으로 뇌리에 박힐 뿐이다. 단시일 내에 경제가 좋아질 기미는 없어 보인다. 돈이 부족한데 메어쳐 본들 돌다리 더 놓기란 힘들다. 정치권의 잇(利)구멍에 눈먼 공방에 오 전 시장을 떠올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진영 간에 벌어지는 격한 입싸움 구도에서 본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복지예산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인 논쟁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쉽게 끝날 것도 아니며 격해질 가능성은 커져 간다. 무상복지를 내팽개칠 게 아니라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방법이다. 어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단이 첫 회동을 갖고 무상복지와 관련해 당정청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문 대표는 이날도 “증세 불가는 이중의 배신”이라며 각을 세웠다. 논란이 증폭되는 복지 구조조정과 법인세율 인상은 어쨌든 여야가 입장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정치권이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힘겨루기로 일관한다면 2년 전 “시대정신을 놓쳤다”며 공격했던 오 전 시장의 손가락질을 되받아야 할 것이다. hong@seoul.co.kr
  • 문재인, ‘2007 박근혜’냐 ‘2012 박근혜’냐

    문재인, ‘2007 박근혜’냐 ‘2012 박근혜’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맞수’인 박근혜 대통령과 ‘각 세우기’를 넘어 ‘닮은꼴 행보’를 이어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표의 행보와 관련, “박 대통령의 야당 버전”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공통점은 우선 ‘원치 않은 등판’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모두 당의 위기 상황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조기등판론과 대권 가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기상조론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당을 책임졌다. 박 대통령은 2011년 8·24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결과의 후폭풍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진 뒤 같은 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문 대표도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물러난 뒤 6개월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 역시 유사한 측면이 많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결속력이 가장 큰 고(故)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여기에 등판 시점에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렸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다. 기성 정권의 대안 세력이자 차기 권력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이후 줄곧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는 ‘여당 속 야당’이라는 입지를 굳건히 한 게 지지율을 끌어올린 원인으로 한몫했다. 문 대표 역시 최근 연이어 불거진 박근혜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당 대표→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도 동일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같은 해 12월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다만 정치 지형 측면에서는 차이도 있다. 등판 형식이다. 박 대통령은 ‘추대’, 문 대표는 ‘경쟁’을 거쳤다. 당내 구심력과 원심력이 맞부딪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여권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유했던 반면 문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등 대안세력과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대선까지 남은 ‘정치 시계’도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1년 만에 대선을 치렀지만, 문 대표는 3년간의 시험대를 뚫어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2004년 당 대표 취임 후 시행착오를 겪다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2007년 박근혜’, 또는 당권에 이어 대권까지 거머쥔 ‘2012년 박근혜’ 둘 다 될 수 있다”면서 “어느 길을 걸을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문 대표에게 공을 돌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정치 복지·표 세금 국민은 알고 있어 4·29 재·보선 관악을 출마 도리 아냐”

    “정치 복지·표 세금 국민은 알고 있어 4·29 재·보선 관악을 출마 도리 아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년여의 침묵을 깨고 최근의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르완다 봉사 활동을 마치고 지난달 귀국한 오 전 시장은 6일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복지 재원에 대한 체계적 구상 없이 ‘정치 복지’를 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며 “우리나라의 복지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고 한 게 아니라 정치권이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상복지 논쟁은 이미 정리됐다고 본다”며 “야당은 표 복지, 표 세금 얘기를 여전히 하고 있지만 국민은 이미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복지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을 땐 최소 10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성장동력을 다 잃을까 걱정이 됐었다”며 “그런데 4년 만에 이처럼 빨리 복원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와 국민의 뛰어난 복원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그는 “전직 시장으로서 사회·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 출마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이미 늦은 것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시장 재임 중이던 2011년 오 전 시장은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과 무상급식 여부를 놓고 충돌하다 주민투표에 부치는 승부수 끝에 투표율 자체가 유효투표율(33.3%)에 미달되자 이에 책임지고 그해 8월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노원, ‘아파트 앱’으로 행복 공동체 만든다

    노원, ‘아파트 앱’으로 행복 공동체 만든다

    서울 노원구가 아파트 입주민 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아파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구가 이번에 구축한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입주자 대표와 부녀회장 등을 선출하는 ‘주민투표’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그간 입주자 대표나 부녀회장 등을 선출할 때 적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 정도의 기간 동안 아파트 단지 내 투표장에서 직접 투표를 했다. 현장에서 직접 투표를 하다 보니 일상이 바쁜 주민들 입장에서는 시간을 내기가 녹록지 않았고 그만큼 투표 참여도 저조했다. 하지만 구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민투표를 할 경우 투표율도 높아져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아파트 단지 내 이슈를 주민 전체가 참여해 해결하기 위한 ‘설문조사’ 기능, 주민 입주자 대표회의 회의록 공개, 관리사무소 소식 공지 등의 ‘알림센터’ 기능도 구축했다. 또한 관리비 고지서를 모아놓지 않아도 한눈에 당월 관리비는 물론 지난 5개월간의 관리비 내역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비 조회’ 기능도 추가했다. 아울러 나눔장터 동호회, 부녀회 등 입주민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인 ‘주민게시판’도 운영해 이웃 간 열린 공동체 생활을 추구하도록 했다. 이 밖에 택배 도착 여부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택배 알림’ 서비스와 구청의 새 소식이나 행사, 강좌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정소식란’도 마련해 언제 어디서든지 구정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는 우선 이와 같은 아파트 앱을 지역의 10개 단지를 선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22일 구청 소회의실에서 아파트 입주자 대표, 앱 운영 업체 등과 함께 ‘앱 활용 관련 업무협약’을 한다. 김성환 구청장은 “이번 앱 보급이 단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웃 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행복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소프트웨어 구축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주민들의 호응이 좋을 경우 지금의 10개 단지에서 그치지 않고 확대 운영토록 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헌법과 농업/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헌법과 농업/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헌법은 기본권을 담고 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 교육·근로의 권리와 같은 사회권, 그 밖에 평등권, 청구권, 참정권 등이 있다. 비교적 익숙히 들어 온 이런 기본권과는 다른 ‘관행농업권’(慣行農業權)이라는 것을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쟁점이 되고 있다. 관행농업권이란 이미 통용되는 농업 생산 방식이 새로운 방식 도입으로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세계 도처에 윤리·환경·생명공학농업 확산과 함께 농업 생산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물 복지에 기초한 닭 사육환경규정 제정에 따른 갈등이 대표적이다. EU는 권고안이지만 2012년부터 시행했고 캘리포니아는 2008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강제 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두 지역 모두 공장형 사육 방식을 복지형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관행 사육 농가는 생산비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불평한다. 유사하게 환경규정 강화와 생명공학 응용 확산도 갈등 요인이 된다. 미국 일부 시민단체들은 유전자변형작물(GMO) 생산을 거부하고 생산 농민들은 이미 관행농업으로 널리 정착됐다는 주장으로 대항하고 있다. 기존 생산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다양한 도전에 대해 미국 일부 지역 농민들은 관행농업권 보호운동을 펼쳐 마침내 이를 헌법 기본권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노스다코타가 최초이고 올해 미주리가 결행했다. 노스다코타 때와 달리 미주리 경우는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렀다. 대표적 농업 중심 지역이라는 상징성으로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올 8월 5일 ‘미주리 주민의 관행농업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 헌법 개정안을 제시하고 찬반 투표에 부쳤다. 찬성 진영을 보면 대규모 영농인, 농식품 가공업계, 공화당 소속 정치인, 일반 상공인 단체가 대표적이었다. 미주리 농업이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농업 생산 방식 요구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반대 진영은 환경운동 시민단체, 동물복지 운동가, GMO 반대 운동가, 소규모 가족농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규모 상업농과 외국인 투자 농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환경, 동물 복지와 같은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투표 결과는 약 100만명이 투표에 참가해 2528표차로 ‘찬성’이 박빙으로 승리했다. 최종 승리는 9월 13일 재검표까지 가서야 2375표차로 확정됐다. 관행농업권이 미주리 헌법에 기본권으로 규정됐다. 이제 미주리에서는 EU나 캘리포니아 형태의 동물복지 법안은 농민의 기본권 침해 법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반대 측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투표 문안에 미주리 주민이라고만 언급함으로써 마치 미주리 주민만의 관행농업 권리가 보호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농업투자 기업도 권리 보장을 받는데 그런 정보를 충분히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트집이라는 견해가 많다. 미주리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미국 몇몇 농업 중심 지역에서 헌법을 통한 관행생산방식 보장 운동이 진행된다. 시대 역행적 혹은 순행적일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정치운동이 아닌 농업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운동이 됐으면 한다. 한국도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농업 생산 방식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친환경 농업 생산 방식이 환경 친화적 효과에서 제한적이라고 한다. 정부 제도가 친환경 농업 정의를 농약, 화학비료와 같은 투입재 사용 여부와 사용량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환경자원의 생성, 복구, 유지에는 효과적이지만 투입재와 무관한 생산 방식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친환경 생산 방식이 제도 미비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천하대본’ 농업이 정치운동의 대상이 돼 사회 갈등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 정치운동은 가끔 근시안이 돼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농업의 본질적 가치 증대를 방해한다. 농업 생산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은 소비자 선택과 자원·환경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시대정신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헌법의 기본권도 시대 역행적이라면 결국 폐기될 것이다.
  •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국내] 정부 무능·정쟁에 더 아팠던 ‘세월호 참사’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돼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특히 이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희생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게다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실책,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숨은 실세 국정 개입 논란’ 연말 정국 강타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론돼 온 정윤회씨가 청와대의 ‘실세 3인방’ 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 관련자 간 진실 공방으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헌재 “통합진보당 北체제 추종” 첫 정당해산 비례대표 부정경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1의 압도적인 인용으로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의한 정당해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도 결정했다. 조현아 ‘땅콩회항’ 항공법 위반 등 일파만파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인천행 KE086 항공기를 탑승구로 회항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2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대한항공과 공모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조사관을 체포했다. 일 년 내내 가혹행위·총기사고 해명한 軍 지난 4월 경기 연천의 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올 한 해는 군대 내 폭력과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6월 동부전선 22사단 GOP 부대에서도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이 숨졌다. 그 다음 달에도 2명의 A급 관심병사가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해 군의 장병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시끌 대규모 적자의 누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우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지난 9월 당·정협의회에서 본격화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공무원노조는 ‘공적연금 후퇴’와 ‘밀실논의’라며 반발했다. 여야는 최근 개혁안을 마련할 대타협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정년 연장 등 공무원의 사기진작책도 거론되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변별력 없고 또 출제 오류·… 최악의 수능 2015학년도 수능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다. 변별력 조절 실패에다 출제 오류까지 겹쳤다.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복수 문항, 복수 정답은 수능 도입 21년 만에 처음이다. 전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도 법원 판결로 전원 정답 처리됐다. 여론이 들끓자 교육 당국은 결국 수능 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에서도 ‘낮은 곳’으로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한국 역사상 세 번째이며,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 25년 만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서울 광화문광장) 등을 집전했고 세월호 유족,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을 만나며 ‘낮은 곳’을 챙기는 모습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연초 나라 뒤흔든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올 1월 새해 벽두부터 1억여건의 카드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 등 카드 3사에서 200여만명의 고객 정보를 빼돌리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 관련자들이 구속됐지만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은 ‘진행형’이다. 총리 후보자 잇단 낙마… 청와대 ‘답답’ 인사 세월호 참사 이후 지명된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명됐지만 과다 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낙마했다.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지만 역사의식 논란으로 역시 물러났다. 결국 정 총리가 사의 표명 60일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게 됐다. [국제] 크림반도, 러시아 귀속… ‘신냉전’ 암운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고 서방으로 등을 돌리면서 크림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신속하게 조약 체결과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군사력이 증강 배치되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경제 제재에 착수하면서 신냉전이 도래했다. 말레이시아機 3월엔 실종·7월엔 피격 올 한 해 말레이시아항공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 3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여객기가 실종됐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타고 있었으나 단 한 명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채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7월에는 승객 298명을 태우고 네덜란드를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 전 세계 에볼라 공포… 7500여명 사망 지난 3월 이후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번져 7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첫 사망자가 보고된 뒤 해를 넘기며 인접국은 물론 미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에볼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슬람 급진 세력 IS, 잇단 외국인 참수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AQI)였던 이슬람국가(IS)가 수니파 이슬람교도를 규합해 순식간에 세계를 위협하는 급진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조직은 지난 6월 신정일치 국가인 IS 설립을 선언한 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이들은 서방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시작으로 5명의 외국인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베 ‘집단자위권’ 강행·장기집권 체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7월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로써 1945년 패전 이후 견지해 온 ‘전수 방위’ 원칙을 저버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이어 중의원 해산 뒤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도박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제3차 내각을 출범시켜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백인경찰 흑인 사살… 美 인종갈등 몸살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비무장한 10대 흑인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관과 7월 미국 뉴욕의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던 흑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잇따라 대배심에서 불기소 판결을 받으며 미국 내 인종 갈등이 폭발했다. 항의 시위와 소요, 약탈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20일에는 20대 흑인 남성이 뉴욕 브루클린에서 경찰 2명을 살해하는 등 사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홍콩, 주권 반환 후 최대 反中 ‘우산혁명’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8월 말 의결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이 불씨가 됐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하자 홍콩 시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우산으로 경찰에 맞서 ‘우산혁명’으로 불린 시위는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75일간 지속되면서 200여명이 체포되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세계 시선 끈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부결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독립과 영국 연방 해체라는 격변 가능성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나 지난 9월 반대 55.4%, 찬성 44.7%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계속 남는 길을 택했다. 스코틀랜드는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 확대라는 전리품을 챙겼고, 스페인 카탈루냐주 등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하는 불씨가 됐다. 유가 급락과 더불어 디플레이션 공포 미국의 셰일 개발 붐에 따른 산유량 급증과 중국의 성장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맞물려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1월 산유량을 동결하며 하락세는 탄력을 받았다. OPEC과 미국의 대결 양상 속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90개국 가운데 4분의1 이상이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美·쿠바 국교 정상화 ‘53년 냉전’ 청산 미국과 쿠바가 53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지난 17일 선언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공산화를 선언한 뒤 미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해 2년 후인 1961년 양국의 국교가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선언으로 미국은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크게 완화할 방침이다.
  • 전기료 아껴 월급 인상 ‘경비원·입주민 상생’

    전기료 아껴 월급 인상 ‘경비원·입주민 상생’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고용 안정을 주민들이 결정한 성북구 석관동 사례가 확대되길 바랍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10일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아파트 경비원 상생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상생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최근 경비원의 분신과 대량 해고 등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면서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경우 경비원의 고용 안정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해 상생과 공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의 경우 1998가구가 투표해 올해 경비원 임금을 월 123만원에서 143만원으로 20만원(16.3%) 올렸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4년간 아파트 자체의 절전 프로젝트로 연 15억 2000만원의 전기료를 11억 2000만원으로 4억원가량 아끼면서 그 재원 중 일부를 경비원 월급 인상에 이용토록 결정했다. 같은 기간 경비원 월급 인상 폭은 1억 3000만원이었다. 또 2011년에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경비용역업체가 주민의 의견과 상관없이 1년마다 경비원을 교체하자 주민 의견을 모아 기존 경비원을 재고용토록 했다. 심재철(44) 입주자대표회장은 “5년째 회장을 맡으면서 경비원도 주민과 같은 직장인이라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성북구 동일하이빌뉴시티의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도급을 주던 경비용역을 직접고용이 가능하도록 바꿨고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보장했다. 구는 내년에 ‘찾아가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윤리교육’ 등을 실시하고 이달 말까지 경비원 고용 실태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또 공용전기 절약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관리비를 절감하고 이 중 일부를 경비원 임금 인상에 이용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그간 공동주택리더 아카데미, 주민자치 아카데미, 도시 아카데미 등을 진행해 주민과 주민, 주민과 행정기관이 소통하고 협의하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입주자대표회에 필요한 권한은 강화하되 외부의 감시 기능 등 투명성을 높이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론 나온 이유부터 따져 보라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의 분산 개최 논란에 휩싸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을 한국과 일본에서 나눠 치르게 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경기장 건설비 부담을 줄이고 사후 활용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나온 얘기다. 이어 IOC 평창올림픽 조정위원장도 “한국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이며, 결정 시한은 내년 3월 말까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원도와 주개최지인 평창 주민들은 “분산 개최 논의가 계속된다면 대회 반납도 불사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IOC의 분산 개최 제안은 일단 내부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IOC는 지난달 올림픽 개최 도시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최근 들어 국력을 상징하던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대회가 막대한 공사비 부담 등으로 매력이 떨어지면서 신청지가 줄고 있다. 2020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던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주민투표 끝에 개최 실익이 적다며 철회한 바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올해 치른 인천아시안게임과 브라질월드컵은 사후 시설 활용안이 골칫거리로 부상해 있다. 분산 개최 논란은 그동안의 준비 미흡 등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도전 3수 끝에 대회를 유치했지만 준비를 총괄하는 위원장이 바뀌는 곡절을 겪었고, 대회 개·폐막식장 건립을 놓고도 강릉과 평창이 오랜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최근에야 평창 슬라이딩센터(썰매종목 경기장) 등 6곳의 경기장이 모두 착공돼 대회 준비 일정이 빠듯하게 됐다. 정부와 강원도는 시설 건립비 분담을 놓고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으레 따르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지원금도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IOC의 제안을 접한 강원 도민과 개최지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서상으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도 이를 수용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예산은 당초 책정했던 8조 8000억원을 훌쩍 넘겨 13조원에 이를 것이란 말도 나온다. IOC의 분산 개최 제안은 투입 예산 대비 활용 논란을 빚고 있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덜어 주는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주요 종목을 일본에서 개최할 수는 없다. 차제에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곽태헌 칼럼] 황우여 장관, 수시·정시가 뭔지 알고는 있나

    [곽태헌 칼럼] 황우여 장관, 수시·정시가 뭔지 알고는 있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최근 몇 년 새 뉴스메이커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1년 5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학등록금 부담을 최소한 반값으로 줄였으면 한다”면서 “대학 교육이 우리나라는 유상인데 무상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틀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논리에 따라가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돈만 있으면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전액 등록금 면제를 못 할까. 문제는 돈이고 순서다. 대학등록금이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없어 고등학교도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밥값이 없어 점심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학생들도 많다. 황 원내대표는 8월 7일에는 무상보육 카드를 꺼냈다. 그는 “0~4세 모든 유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되 우선 내년에 0세부터 하고 그 뒤에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무상보육이라는 것을 불쑥 내놓은 것도 문제였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짜 점심’을 막겠다고 발의한 주민투표를 보름여 앞두고 이같이 말했으니 시기도 문제였다. 황 원내대표가 오 시장의 공짜 점심 주민투표에 재를 뿌린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그제 발표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는 최악의 ‘물수능’이었다. 특히 어렵다는 수학, 그중에서도 이과생이 공부하는 더 어렵다는 수학B의 만점은 4.3%나 된다. 한 개만 틀려도 2등급이니 시험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교육 당국은 출제 오류는 물론 ‘물수능’에도 책임이 막중하지만 잘했다는 듯이 내년에도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수능이 뭔지, 수시가 뭔지, 정시가 뭔지나 알고 그러는 것일까. 문제가 쉬우면 학생들이 SKY(서울·고려·연세)대학을 비롯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 문제를 쉽게 낸다고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통계 수치는 없다. 오히려 변별력이 없는 출제 탓에 학생과 학부모들만 골탕 먹고 있다. 황 장관은 취임 직후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학 가는 게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이름 가나다순으로 뽑는 게 아니라면 상대적인 우열이 드러나야 합격자를 선발할 수 있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다. 올해 ‘물수능’과 출제 오류를 계기로 시쳇말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들이 난무한다. 대표적인 게 수능을 자격고사로 하자는 것이다. 일정 점수가 넘으면 통과되는 자격고사를 한다면 본고사를 부활하든가 다른 식으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구분해야 한다.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는 주문에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주관식을 도입하자는 물정 모르는 말까지 나온다. 객관식으로 해도 정답이 두 개니, 세 개니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판에 주관식으로 하면 몇 점을 준들 이의가 없을까. 채점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런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언론에 오르내린다. 수시에서는 수능 등급이 중요하고, 정시에서는 수능 점수가 중요하다는 기본이나 알고 있을까. 올해 정시에서는 12만 7569명을 뽑는다. 4년제 대학 신입생의 34.8%다. 수시는 학생부, 면접, 논술 등으로 주로 선발하지만 정시는 선발인원 중 87.2%를 수능 위주로 뽑는다. 그러한 수능을 절대평가나 자격고사로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한 달 전 한양대 대입전형 R&D센터가 진로진학상담교사포럼과 공동으로 전국의 고교교사·학생·학부모 11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가장 공정한 전형 방법으로 교사의 73%, 학생의 69%, 학부모의 77%는 수능을 꼽았다. 현재 입시제도는 복잡하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은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해야 한다는 게 일리가 있다. 자녀를 국내 대학에 보냈거나 곧 보낼 정도가 돼야 대책이라고 책임 있게 말할 ‘자격’이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수능 개선안을 마련한다지만 어떤 엉뚱하고 황당한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제발 교육이라도 망치지 않아야 할 텐데…. tiger@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서울시장과 대권/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서울시장과 대권/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서울공화국’의 수장, 민선 서울시장의 역사는 대권 도전의 역사였다. 민선 서울시장 5명 중 대권 후보가 아닌 시장은 없었다. 1명은 성공했고, 2명은 실패했으며, 2명의 도전은 진행 중이다. 민선 1기 조순 전 시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 낸 인기의 신기루에 취해 낭패를 당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2년 2개월 만에 시장직을 던졌지만, 공천의 벽을 넘지 못해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시장직을 대권의 징검다리로 여기게 한 잘못 채워진 첫 단추였다. 시장과 총리를 2번씩 지낸 관록의 고건 전 시장은 유력주자로 부상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다 당내 세력화가 어렵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3기 이명박 시장은 처음부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시장직에 도전했고, 시정을 청와대행 티켓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한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4~5기 오세훈 전 시장은 전임 시장과 판박이 행보를 유지하다 중도하차했다. 재선에 성공하고서 단숨에 유력 후보 자리를 차지하려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정치 생명을 거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3년간의 정치 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유력주자 10명 명단에 이름을 다시 올림으로써 정치 복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새정치’ 바람을 타고 보궐선거에서 승리, 잔여 임기를 채우고 지난 6·4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5~6기 박원순 시장의 지지도는 고공행진 중이다. 다수의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서울시장직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서울시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의 상징성과 위상 때문에 국가 최고지도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큰 자리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은 서울시장을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 후보로 여겨 왔다.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유권자가 뽑는 서울시장은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선출직 시장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시정을 운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서울시장의 업무 수행이 대권으로 가는 치적과 인기를 높이는 정치공학적 과정으로 쓰이는 것을 문제 삼는다. 업적 쌓기와 인기 얻기가 공익성을 해치고 시정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은 전형적인 행정가로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서울시장이 처리하는 정책 집행이나 각종 인허가, 관리감독 업무의 99% 이상이 행정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선출직 서울시장을 행정가로 위장하려는 우리의 고정관념이다. 임명직 관선 시장과 달리 민선 서울시장은 행정가가 아닌 태생적 정치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수행업무 99%가 정치업무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갈등과 이해관계 조절 수요로 넘친다.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것도 정치력 부재에 대한 역설이다.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시장을 ‘대통령병’ 환자로 만드는 고질적인 시정의 과잉 정치화는 서울시장에 대한 공천 및 선출 과정 개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서울시장 공천 및 선출 과정이 정치과정론의 선순환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정 수행에 대한 잘잘못은 표로 심판하면 된다. joo@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 대표성 보장하는 상원제 도입해야/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지역 대표성 보장하는 상원제 도입해야/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자유민주주의 이념하의 국가 체제를 설계하면서 두 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대립된 의견은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가능성에 관한 논쟁으로, 로크와 몽테스키외는 대의민주주의를 옹호했다. 반면 루소와 제퍼슨은 직접민주주의를 선호했다. 특히 루소는 국민은 절대로 주권을 대표자에게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의 건국 이후 장기간 지속된 헌법 제정 과정에서는 대의제에 기초한 거대한 공화국의 장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에 비해 이익단체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민주주의를 옹호했던 루소 등의 주장 또한 존중돼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원리가 보완되고 있지만 영토가 커지고 인구가 증가하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거대 공화국을 전제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보편화됐다. 보편화된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은 투표로 선출된 대표자가 얼마나 국민의 이익을 적절히 대표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 이익이란 직업, 지역, 성별, 계층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최근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세대 간의 이익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다양한 이익을 적절히 대표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은 선거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국가마다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최근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의 한계를 2대1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며 내린 결정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선거구별 인구 편차의 비율은 4대1에서 3대1로 개선돼 왔으며 이번에 2대1 이하로 더욱 축소된 점을 고려하면 인구 비례의 관점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한편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데 인구수 이외에도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인이 바로 지역이다. 왜냐하면 지역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특성을 지녔으며 그러한 고유의 정체성이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진행돼 온 도시화와 고령화를 고려하면 현재의 선거구 제도만으로는 다양한 지역의 이익을 적절히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1%로 인구의 91%가 도시에 살고 있다. 반면 군 지역은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돼 이미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현행의 국회의원 소선거구 제도라면 대부분의 이익은 도시, 특히 대도시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이익을 대표하게 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의 인구를 보면 서울특별시가 1000만명이고 제주특별자치도 60만명, 세종특별자치시는 13만명이다. 동일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국회의원의 수에서는 50배 이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국회가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대도시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므로 인구 비례에 의한 소선거구 제도 외에 지역의 대표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제도로 보완돼야 한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지속돼 왔지만 결국 단원제 국회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이제 우리도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상원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에 왔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미국의 상원이다. 미국의 주는 인구수라는 면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인구 3700만명의 캘리포니아, 2500만명의 텍사스, 1900만명의 뉴욕 등 1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지닌 주가 7개 있다. 반면 100만명도 안 되는 주 또한 몬태나·델라웨어·와이오밍 등 7개가 있다. 와이오밍의 인구는 50만명에 불과하다. 다양한 인구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상원은 주의 대표들로 구성돼 인구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주에서 2명의 상원을 선출한다. 인구 비례에 의해 구성되는 하원이 지역의 대표로 구성되는 상원과 조화를 이루어 미국의 국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회는 상원과 하원의 권한과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지역과 인구의 비례를 적절히 대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양원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통일을 대비한 제도로서도 유익할 것이다.
  • [사설] 울진 원전 대타협, 갈등 해소 典範 되길

    정부와 경북 울진군 간 신한울원전(1∼4호기) 건설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지난 주말 보도된 것처럼 한국수력원자력이 울진 주민들이 원하는 자율형사립고와 의료원 건립 등에 2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다. 그 대신 울진군은 건설 중인 신한울원전 1∼2호기는 물론 앞으로 3∼4호기 건설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간 각종 국책사업이 지역민을 포함한 이해집단 간 갈등으로 번번이 벽에 부딪혔던 게 현실이다. 모쪼록 이번 합의가 ‘대한민국=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전범(典範)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한수원과 울진군은 지난 21일 ‘신한울원전 건설 관련 8개 대안사업 합의서’에 서명했다. 1999년 신한울원전 부지로 울진군이 지정된 지 무려 15년 만의 대타협이다. 국책사업들은 보통 인구밀도가 낮은 벽지에 입지하는 반면 이로 인한 혜택은 대개 대도시 거주자들이 누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로 봤을 때는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지역민들이 극심하게 반발하는 게 상례였다.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보듯 혐오성 시설이 자리 잡게 되는 지역에서 일종의 님비(Not in my back yard: ‘내집 마당에는 안 돼’) 현상이 만연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지역민들이 안전 사고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란 리스크를 안게 되는 원전 입지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원전을 수용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과 혜택을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합의는 ‘윈윈 모델’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정부·한수원이 관동팔경대교 건설과 지방 상수도 확장 등을 포함해 당초 방침을 뛰어넘어 통 큰 지원을 결심했고 울진군도 막무가내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은 자제한 덕분이다. 물론 주민 설득을 통해 원전을 무작정 늘리자는 주장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리스크나 사용 후 연료 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은 반드시 저렴한 에너지라고 보기도 어렵다. 까닭에 중장기적으론 원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가 비용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현시점에서는 이번 합의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원전에 부정적인 여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눈여겨볼 만한 사례임은 틀림없다. 2011년 원전 입지가 결정됐으나 지난달 주민투표에서 부정적 여론을 확인한 강원 삼척이나 경북 영덕도 ‘울진 모델’을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뜻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