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강경파 목소리만 키웠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지난주 워싱턴 방문이 미국내 대북 협상파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강경파의 목소리를 강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차석대사의 워싱턴 방문은 당초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제5차 북핵 6자회담의 협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취지에서 미 국무부가 허가한 것이다. 이 행사는 한미연구소(ICAS)가 한 차석대사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추진됐지만, 국무부와 의회 내의 대북 협상파와 주미대사관 등의 지원이 뒷받침돼 쉽지 않게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평양 방문을 반대했던 미 정부내의 대북 강경 세력은 한 차석대사의 워싱턴 방문도 막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무부 내의 협상파들은 한 차석대사의 워싱턴 방문이 호의가 호의를 낳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어렵게 백악관과 정부 내 강경파들을 설득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워싱턴을 방문한 한 차석대사가 지난달 27일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연설을 통해 “다음 6자회담에서 폐기할 핵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없다.”며 ‘선 경수로 후 핵 폐기’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워싱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6자회담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워싱턴의 정가 소식지인 넬슨리포트는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한 차석대사가 다시는 워싱턴을 방문하지 못한다고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 도착, 한 차석대사의 발언이 “정말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냉정을 잃은 발언에 깊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차석대사는 26일 워싱턴에 도착,28일 뉴욕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워싱턴 방문 결과에 만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년만의 워싱턴 방문과 연설에 각 국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미 의원들이 나름대로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뉴욕으로 돌아간 한 차석대사는 ‘누군가’가 보내준 넬슨리포트를 읽은 뒤 “이건 뭐고, 이 내용은 무엇이냐.”며 크게 당혹해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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