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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의 구현이 경제논리보다 우선/한보 정 회장 구속 의미

    ◎“총수도 죄질 나쁘면 엄단” 의지 천명/「온정」 베풀땐 여론악화도 고려한듯 검찰이 29일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을 전격적으로 구속한 것은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재벌총수 가운데 첫 구속자라는 의미와 함께 나머지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의 잣대」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을 감안해 재벌총수에 대한 구속이라는 극단적 조치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그러나 대가성 뇌물을 의도적으로 준 「불량 기업인」에 대해서까지 「온정」을 베풀 경우 국민여론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정총회장을 우선 구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과 정의의 실현」이 「경제논리」보다 앞서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총회장이 노씨에게 건넨 뇌물총액은 1백50억원.따라서 1백억원 이상의 뇌물을 전달한 정주영 현대·김우중 대우그룹회장(각 1백50억원)과 구자경 LG(1백40억원),신격호 롯데·최원석 동아그룹회장(각 1백10억),이건희삼성·조중훈 한진·장진호 진로그룹회장(각 1백억) 등 8명의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 관심사다. 검찰은 뇌물제공액이 많은 이들과 또 다른 몇몇 총수 가운데 죄질이 나쁜 총수를 선별해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은 노씨에게 수서택지 분양과 관련해 서울시 등의 반대에도 불구,수의계약을 맺게 해 달라며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준 1백50억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난 50억원을 제외한 1백억원에 대해서만 뇌물죄로 지난 27일 불구속기소,비슷한 처지의 재벌총수들에게도 동일한 사법처리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이날 『당시 정총회장에 대한 불구속기소는 공소시효의 만료에 쫓긴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택한 방법이었을뿐』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처음부터 정총회장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정총회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계속 도피,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정총회장을 불구속기소한 뒤 사법처리가 일단락된 것으로 마음을 놓은 정씨를 이날 불러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서울구치소의 노씨를 검찰청사로 데려 와 대질신문을 벌인 끝에 노씨의 「검은 돈」을 실명전환해 사업확장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을 받아 내는데 성공,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명수배중인 한양그룹 배종렬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도 다음달 5일 노씨 구속만료일전에 사건을 마무리지으려는 검찰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검찰은 이날 정총회장을 포함,2∼3명 가량의 재벌총수를 노씨와 대질신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명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재벌총수라도 죄질이 나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 불구속기소 가능성…검찰선 “함구”/뇌물액 드러난 재벌 사법처리는

    ◎“시효 만료” 총수 5명 면죄 받을듯/추가 액수 유무·경제 파장 등 변수 재벌총수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준 돈 가운데 검찰이 뇌물로 1차 판정한 금액이 공개됨에 따라 뇌물액수와 사법처리 수위와의 역학관계가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의 판정결과에 따르면 정주영현대·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각각 1백50억원씩의 뇌물성 자금을 노씨에게 「상납」한 것을 비롯,24개 재벌총수가 5억∼1백50억원씩 모두 1천4백65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그동안 뇌물사건의 경우,통상 ▲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구속기소 ▲1억원이상∼5억원미만 불구속기소 ▲1억원미만은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처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뇌물액수는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즉 노씨가 구속된 지난 16일부터 5년전인 90년 11월16일 이전에 건넨 돈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그 이후 건넨 돈이라도 「떡값」 성격이 분명한 돈도 뺏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즉 공소시효 대상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돈은 「대가성 뇌물」로 판정됐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검찰은 특히 최종현 선경·이동찬 코오롱·박건배 해태·김용산 극동건설·서성환 태평양회장 등 5개 재벌총수의 경우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 5년이 만료된 것으로 판단,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사법처리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재벌총수들의 대부분이 뇌물공여혐의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대가성 뇌물액을 최대 50억원까지 감추거나 줄여 진술한 사실이 노씨 구속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5개 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검찰은 노씨 구속이후 총수들이 진술한 돈의 제공날짜와 대형 국책사업의 수주시기 등을 정밀비교한 결과 「냄새」가 나는 사례를 다수 발견,관련 기업의 사장과 자금담당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계속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종기부회장,삼성건설 박기석회장을 비롯,대우그룹 이경훈비서실장,LG그룹 구자원부회장,선경그룹 손길승경영기획실장 등 20여명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이명박전현대건설회장의 소환조사도 한때 고려됐었다.검찰은 실무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액의 뇌물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뇌물액수와 사법처리와의 「함수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기업인들의 사법처리에 관한 어떠한 기준 및 방침도 세워진 바 없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기업인들의 사법처리가 경제에 미칠 「주름살」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재계쪽의 논리이기도 하지만 「법대로」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대부분 재벌총수들에 대해 불구속기소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 일문일답/“「율곡비리」 감사자료 어제 받았다/소환대상 또 있을 것… 현의원 없어”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24일 율곡사업 비리에 관한 본격수사,비자금 조성내역 및 사용처 추적등에 관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다음은 문답의 요약. ­차세대전투기사업과 관련,김종휘씨의 조사는. ▲93년 당시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조사를 중단했다. ­김씨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귀국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 같은데. ▲그 일간지에 알아보라.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았나. ▲당시 감사결과보고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2일 감사원에 보내 오늘 아침에 받았다. ­자료는 전부 다 받았나. ▲자료가 너무 방대해 일단 결과보고서만 받았다. ­율곡비리전체에 대해 수사를 한다는 것인가. ▲전체인지 일부인지는 해 봐야 안다. ­명확히 해달라. ▲율곡비리중에서 노씨 비자금과 관련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다. ­감사원에서 인력지원을 받았나. ▲아직 안 받았다. ­당시 군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 봐야 알겠다. ­기소이후에도 이 부분 조사를 계속하나. ▲(매우 단호하게)그렇게 봐야 한다. ­내일(25일)소환대상자는. ▲특별한 사람이 없다. ­그러면 이제 다 부른 것인가. ▲소환사실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중요한 인물이면 보고 받았을 것이다. ­부를 만한 사람들은 이제 한번씩은 다 불렀다고 보면 되나. ▲1백% 장담 못 한다. ­마무리단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마무리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가.마무리란 것은 상대적인 의미지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또 부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노씨와 이현우씨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을 신청하나. ▲내일이 만기다.내일 신청하겠다. ­이원조씨는 오늘 돌려보내나. ▲계속 조사하고 있다.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물증을 확보했나.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한 적 있나.(반문) ­23일 노씨에 대한 방문조사결과는. ▲특별한 게 없는 것 같다. ­노씨 소유라고 보도된 부암동 빌라는 확인됐나. ▲확인중에 있다. ­금진호씨는 언제 소환하나. ▲소환할 일이 있으면 한다고 누차 말했다.왜 자꾸 같은 것을 묻나. ­비자금의 대선자금유입 부분의 진전은. ▲아직 특별한 것이 없다. ­노씨가 입을 안 열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처를 규명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효과는 있나. ▲계좌 추적에주력하고 있다. ­노씨의 소명자료에 5공으로부터 전수받은 돈에 대한 내용이 있나. ▲없다.아니,없는 것 같다. ­분명히 확인해달라. ▲알아보고 확인해줄 수 있으면 해주겠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소환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구속만료일인 12월5일안에 5천억원의 내역 규명이 가능한가. ▲하는데까지 한다. ­5천억원이 정말 전부인가.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다만 5천억원 전후일 것이다.
  • 대통령의 중기현장 방문 격려(사설)

    김영삼 대통령은 이번주 초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민생경제를 비롯한 경제현안을 챙기도록 지시한 데 이어 23일 경기도 부천 소재 한 중소기업체를 방문,경영자와 근로자들을 격려했다.김대통령이 중소기업현장을 찾은 것은 산업현장를 비롯한 민생경제를 직접 점검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김대통령은 지난 21일 홍재형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물가와 수출 등 경제현안에 대해 묻고 물가안정·수출증대를 통한 국제수지 개선·중소기업 지원 등을 당부했다.비자금파문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일부 공산품과 서비스가격 인상 등 민생경제와 직결된 문제들이 소홀히 다루어질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현안을 챙기는 것은 국정운영의 누수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비자금사건이 연말을 앞둔 민생경제에 주름살을 주거나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의 연착륙을 어렵게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경제현안 챙기기는 참으로 시의에 부합된다고 하겠다.관계부처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무역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최근 기업인과 근로자의 사기저하와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도 강구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비자금사건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기지원은 무엇보다 시급한 경제현안이자 민생경제의 과제이다.그렇지 않아도 경기의 양극화현상에 따라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많았다.그러므로 관계부처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인 자금난과 판매난 및 인력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바란다.정부가 올들어 발표한 중기지원시책들이 계획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현장에 나가 직접 점검,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시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장점검 결과,최근 사채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흑자도산의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긴급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김대통령의 중소기업체 방문은 공직자들이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현장행정을 통해 경제현안을 풀어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음을 공직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중기 살리기 의지 확고… 정부 믿으라”/김 대통령

    ◎40일만의 청와대 밖 행사의 저변/비자금 파문에 생산현장 위축 없도록/“외국근로자 확대” 등 건의 들으며 격려 김영삼 대통령의 「민생 및 경제챙기기」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최근 청와대밖 행사를 자제해오던 김대통령은 23일 하오 경기도 부천시 소재 중소기업체인 대윤전자와 대흥기계공업 등을 방문,현장을 둘러보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대통령의 이날 중소기업방문은 지난달 14일 잠실경기장에서 프로야구를 관전한 이래 40일 만에,그리고 노태우전대통령 부정축재 사건이 터진지 35일만에 처음 청와대밖 행사를 가진 것이다. 김대통령의 외부행사 재개는 『노씨 사건 이외에도 챙겨야할 국정은 많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알려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노씨 파문이 행여 기업활동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우리 경제에 주름이 가서는 안되겠다는 배려로도 이해된다. 김대통령이 「빈칸」이었던 금주 일정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음을 시사한다.또 노씨 파문을 수습하는 김대통령의 구상도 매듭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민자당명 교체를 시작으로 당과 내각에 대한 김대통령의 「친정강화」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김대통령은 23일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체의 생산라인을 꼼꼼히 살펴보며 근로자들과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자세히 청취해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윤전자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박재윤 통상산업장관·이해선 부천시장·백덕윤 대윤전자 대표등의 영접을 받았다.이어 공장 3층의 카 스테레오와 무선전화기 생산라인을 20분간 둘러보며 작업중인 근로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근로조건에 관심을 표했다. 김대통령은 『입사한지 얼마나 되느냐』 『하루 몇시간 일하느냐』 『하루 생산량은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은뒤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김대통령은 특히 작업중이던 필리핀인 근로자 앤 밀리언양에게 『이곳에서 일한지 얼마나 되느냐』고 영어로 물었고 이에 밀리언양은 『8개월 됐다』고 답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 회사 백대표에게 『평소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아 그어려움에 대해 수시로 보고 받고 있지만 현장에 와서 피부로 느끼고 직접 얘기도 들으려 왔으니 솔직히 말해달라』고 주문했다.백대표는 『자금사정과 인력문제가 가장 어렵다』면서 『필리핀에서 근로자를 더 데려다 쓸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대윤전자 방문을 마친 김대통령은 인근 대흥기계공업을 찾아 30여분간 발전기와 엔진 생산라인을 시찰했다. 김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노사화합이 잘 돼야 기업이 살고 근로자도 살며 결국 나라가 잘살게 된다』고 강조하자 한 근로자는 『노사화합이 잘 되지 않으면 노사가 함께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생산라인 시찰을 마친 김대통령은 부천지역의 중소기업대표 17명과 만나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김대통령은 『국민경제에 있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차례 강조해 왔으며 경제부총리에게도 중소기업 지원·육성대책을 여러번 지시했다』고 밝힌뒤 『한번의 대책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기는 어려우니 반드시 중소기업들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고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 익산 고도리 고려 석불입상(한국인의 얼굴:52)

    ◎도르르 말린 턱수염 인상적인 노불/움츠러든 목·몸체 굵은 선으로 구분 고려의 석조불상은 후대로 내려올수록 정형의 틀을 크게 벗어났다.이질적 요소를 띠고 변신한 고려불상 하나를 고르라면 보물 46호인 전북 익산군 금마면 고도리 석불입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불교적이기는 하나 어떤 민속신앙이 가미되었다는 느낌을 짙게 풍기고 있다. 고도리 석불입상은 키가 4.24m에 이르는 거구다.얼핏 올려보아 몸뚱이 전체가 사다리꼴을 이루어 더 큰 키로 다가온다.이 불상은 2백여m 떨어진 데 자리한 다른 불상을 마주했다.그 다른 불상도 닮은 꼴이어서 한쌍이 분명하거니와 마을 수호신격의 장승기능이 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의 하나도 여기 있다.그러니까 불교가 토착의 민속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습합하기 시작한 신앙대상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석불입상은 수염난 부처다.윗수염과 아랫수염을 돋을새김으로 도드라지게 표현했다.고려 석조불상에 흔히 붓으로 검은 수염을 그려넣어 분장시킨 다른 돌부처와는 사뭇 다른 존재다.그렇듯 고도리 석불입상은 세상에 드문 희세의 얼굴을 했다.윗수염은 입술을 따라 내려오다 입가에서 휘어붙였다.아래턱수염은 도안화한 전통문양의 고사리무늬라서 도르르 말려 있다. 얼굴 생김새를 굳이 말하면 각이 지지 않았을 뿐 네모꼴이다.가는 실눈을 했고 코는 짧다.작은 입을 약간 벌려 입가에 얇은 미소를 담았다.이마에 백호가 없는 것을 빼고 그런대로 부처의 상호를 갖추었다.코가 짧은 탓인지 인중골이 깊고 눈 아래에 주름이 잡혀 아마도 노불인 듯싶다.눈썹 언저리부터 이마를 좁혀나가면서 네모꼴 기둥모양의 보관을 붙여 깎고 덮개돌을 얹었다. 목은 마냥 움츠러들어 아예 보이지 않는다.턱과 몸뚱이 사이에 뚜렷한 선을 둘러 머리와 몸뚱이가 별개임을 구분한 정도로 마무리했다.좁은 어깨에 걸치옷이 사다리꼴 몸뚱이를 타고 길게 흘러내렸다.옷은 소매가 없는 민자옷 통견인데 가운데가 터졌다.마치 서양의상 망토가 연상되었다.그 터진 옷자락 사이로 두 손을 빼내 가지런히 배에 올려놓았다.팔 없는 손이 부자연스럽기는 하다.그러나 손을 돋을새김으로 처리했다. 이 마을 전설속에 나오는 두 석불입상은 이성(이성)으로 이루어진 한쌍이다.두 불상은 1년에 한 차례씩 만나는데,그 날은 섣달 돼짓날(해일) 쥐시(자시)라는 이야기다.불교설화라기보다는 민속과 어울린 전설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두 석불이 만난다는 섣달 이후 새해의 익산 금마지방의 민속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정월 열나흘 밤이 오면 마을 당산에서 기세배 전야제격의 기제사를 올렸다.이어 다음날 기세배를 하러가는 길에 다른 마을에 닿으면 당산굿을 놀았다.당산에서 노는 제의신앙의 대상을 장승으로 삼는 풍속이 전북지역에 더러 전해온 터였다.그러고 보면 고도리 석불입상은 장승의 기능을 얼마간 지녔을 것이다.
  • “비자금 사건으로 내년 경제 주름살 우려”

    ◎정부,재계충격 최소화 부심/경제부처­기업활동 전념 환경조성 주력/재벌그룹­투자계획 위축… 조기매듭 기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경제부처나 기업 모두 새해 「사업구상」으로 한참 바쁘게 마련이다.경제부처들로선 내년 경제운용의 틀을 짜야하고 기업들은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올해는 난 데없이 불거진 노씨 비자금 사건때문에 새해 사업구상에 차질이 생겼다.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느라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에 엄두도 못내고 있고,경제부처들도 야전군이라할 대기업들의 사업계획 윤곽이 잡히지 않자 내년 경제운용의 틀을 짜는 데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자금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몇몇 굵직한 그룹들은 이미지 손상으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해외 프로젝트들이 난관에 부딪치는 가하면 기업의욕도 많이 꺾여있다. 대우그룹은 김우중 회장의 검찰소환으로 유럽자동차시장 공략을 위한 폴란드의 FSO사 인수에 애를 먹고 있고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하다 소환통보를 받고 서둘러 귀국했다.뉴욕증시에서는 포철과 동아건설의 주식예탁증서가 최근 10% 이상 떨어져 비자금 여파가 해외자금시장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경제부처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천정을 치고 하강하는 시점에서 불거진 비자금이 경기의 하강속도를 의외로 빠르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내년엔 경기 연착륙의 과제를 안고 있어 비자금 악재가 지속될 경우 투자나 성장 등 주요 거시지표에도 차질을 줄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자금사건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경우 내년 기업투자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사업이 올해 많이 마무리돼(쌍용정유 설비투자,기아특수강 군산공장 등 완료) 내년 설비투자는 증가율에서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나 규모면에선 증가세가 유지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성장도 내년엔 올해만 못하지만 물가와 국제수지 등 다른 거시 경제지표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그래서 경제전체의 모양새는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는 9%의 고성장속에 국제수지 악화라는 불균형적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내년엔 성장이 우리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7%대)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설비투자 완료에 따른 수입감소로 국제수지도 개선되고 물가 역시 최근의 안정세가 이어지리란 분석이다. 주요 민간 및 관변연구소나 한은 등은 내년 성장을 7∼8%선으로 보고 있다.재경원 최종찬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성장은 올해보다 떨어지지만 7%대의 성장을 보여 완만한 경기하강이 가능할 것』이라며 『성장둔화로 총수요가 줄면서 물가도 내년에는 올해(4.6∼4.7%)보다 더 관리여건이 나아지고,여기에 원자재 값의 안정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그는 내년 물가는 4.5∼5%에서 잡히고,경상수지는 올해 80억달러 적자에서 내년에 50∼60억달러 적자로 둔화될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좋아질 것이나 성장이 9%에서 7%로 떨어지면 체감으로는 경기둔화의 감이 커질 수 있다.특히 건설이나 내수 등 소비부문에서 경기둔화의 한파를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어 이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일이 내년 경제운용의 과제다』(장승우 재경원 제1차관보).대기업이나 중화학공업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중소 경공업과 유통,건설업체들의 불황은 여전해 내년에도 경기양극화 문제가 경제운용에 제약을 줄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정부는 노씨 비자금사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검찰의 재계총수 소환조사가 끝나는 대로 기업의욕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재계의 공동노력이 가시화될 것 같다.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정부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 차제에 재벌개혁도 해야(사설)

    재계가 검은 주일(Blackweek)을 맞고 있다.재벌그룹 총수가 잇따라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등을 받게 되자 재계가 심한 고통과 좌절감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오늘이 있게 된 데 대해 재벌기업들은 주로 그 책임을 정치권에 미루면서 총수소환이 국가경제에 주름살을 준다거나 한국 대기업들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식의 엄포성 변명들을 늘어놓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는 이미 실패한 듯싶다. 국민은 국가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대외적인 신뢰도가 향상되기 위해선 오히려 노태우씨 비자금조성및 관리에 연루된 재벌기업수사가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뿐만아니라 노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혐의로 사법처리될 경우 관련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수습방안이 강구돼야만 이번과 같은 국치적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대기업이 조성하는 비자금이 결국 일반소비자부담으로 옮겨질 뿐아니라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고 기술개발등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게을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우리는 차제에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위해서나 족벌체제 등의 오명을 벋기 위해서도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맡도록 관계법 개정등을 통한 재벌개혁이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다.재벌왕조를 이룬 가부장적 족벌경영은 필연적으로 정치권력계층과 연결고리를 만듦으로써 정경유착은 좀처럼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대기업 소유·경영분리 시책을 보다 강도있게 추진하고 부의 부당한 세습방지를 위해 대주주 주식지분을 줄이는 제도개혁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 재벌의 금융지배가 비자금조성이나 돈세탁등 비리발생의 큰 요인임을 명심,금융기관 주식소유상한을 낮추거나 금융전업화와 같은 업종전문화시책을 빨리 시행토록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충북 미륵리 고려 석불입상(한국인의 얼굴:51)

    ◎“쌍꺼풀 부처님” 드문 표현양식/상호 돋보이도록 몸뚱이를 돌기둥처럼 밋밋하게 처리/얕고 긴 인중… 꾹 다문 입엔 엷은 웃음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석불입상은 당대의 다른 불·보살상에 비해 세련된 얼굴을 하고 있다.오늘날 충남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고려 전기의 소박한 석조불·보살상들과는 다른 일면을 지녔다.다시 말하면 미륵리 석불입상 얼굴에서는 귀족적 풍모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 석불입상은 6개의 화강암 석재를 쌓아올려 만들었다.키가 10m가 넘는 거구인데,부처의 얼굴을 일컫는 상호 언저리에 특별한 정성이 들어가 있다.그래서 머리에서 목에 이르는 부분의 조각은 매우 정교했다.이에 비해 몸뚱이는 그저 돌기둥으로 보일 만큼 거칠게 처리되었다.미륵리 석불입상의 얼굴이 더욱 돋보이는 것도 얼굴과 몸뚱이가 너무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굴은 둥글어 원형에 가깝다.그 둥근 얼굴 윤곽선 못지않게 눈썹도 둥글게 처리했다.직선으로 감은 눈두덩 아래에 쌍꺼풀이졌다.쌍꺼풀은 불상에 흔히 표현되지 않는 독특한양식이다.실하게 생긴 코가 날카롭지 않아 둥근얼굴이 훨씬 더 원만해졌다.인중은 긴 편이나 골이 얕아 얼핏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그 인중을 마감한 입술이 너무 어여쁘다.훤칠한 인물에 어울리는 입술을 슬쩍 다물고 입가에 보일듯 말듯 한 웃음을 지었다. 석불입상의 머리는 고대불상의 정형을 그대로 갖추었다.고수머리 나발이 뚜렷하고 살상투 육계도 올렸다.그리고 모서리를 많이 죽인 탓에 둥글게 보이는 덮개를 머리위로 이었다.귀는 다른 고려 석조불·보살상에 비해 그리 과장되지는 않았으나 큰 편이다.구슬 대신에 볼록하게 돋은 새김한 백호가 이마에 박혔다.논산관촉사 미륵보살입상의 턱처럼 턱에 둥근 선을 오목새김하여 두 턱이졌다. 석불입상의 목은 퍽 굵다.그 목의 주름 삼도까지는 매끄럽게 조각되었다.그러나 마지막 목주름이 끝나고서부터는 거칠어 불상의 옷 천의자락이 유려하지 않게 늘어졌다.팔은 있지만 겨우 형체만을 표현했다.그래서 팔이 어줍다.손은 가슴에서 펴고 왼손에 약항아리를 들었다. 석불입상이 서 있는 자리는 본래 석굴형태의 주실이었다.주실을 만드느라 석축을 쌓아올리고 석축벽에 작은 불상을 모시는 닫집인 감실을 꾸몄다.그리고 석축위에 목조건물을 올려 앞에 세운 목조의 전실과 맞물려 있던 흔적을 남겼다.이를테면 경주 토함산 석굴암을 모방했다. 이 석불입상을 조성한 11세기 직전의 충주지역의 특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려 태조 셋째부인 신명순성태후의 아버지이자 벼슬이 소판에 이른 긍달이 충주 사람이다.태조의 혼인정책으로 인연을 맺은 지방호족인 것이다.태조와 혜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정종(945∼949년)과 광종(949∼975년)은 그의 외손자다.그러한 인맥은 뒷날 석불입상과 석굴사원 같은 대불사를 추진한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 재벌총수 무더기 검찰 소환… 시민·중소기업 반응

    ◎“이번 기회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비자금 피해 결국 소비자에” 분개/일부선 “경제 주름살 없게 배려를” 사상 유례없이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소환조사를 받은 8일 서초동 대검찰청사 주변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관심과 시선이 모아져 영하의 날씨속에서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TV 생중계를 통해 삼성,LG,동아,대림 그룹의 총수들이 잇따라 대검청사로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검은 사슬을 끊을 수 있도록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관련 하도급업체나 중소기업등 업계 일부에서는 『연말 자금난이 심화돼 경제가 위축될 조짐』이라고 우려하며 최소한의 경제적인 배려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연구부장 이철규(30)씨는 『경제 민주화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오랜 폐습을 도려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검찰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위법사실이 드러난 관련자를 빠짐없이 사법처리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조사부장 문은숙(32·여)씨는 『대기업의 정치비자금은 과자 팔고 자동차 팔아 남긴 돈으로 피해자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이라며 분개했다. 동대문시장 의류도매상 김원식(49)씨는 『상도의란 정당한 노력속에 이윤을 얻어 그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문어발식 확장으로 재래시장을 멍들게 하면서 이권과 특혜를 대가로 비자금을 상납한 재벌은 당연히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중소업체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 하도급 업체인 마포구 노고산동 B건설업체 업주 김모씨(55)는 『지난 9월 건설업체 부도율이 2.9%로 5년전인 90년 0.9%에 비해 3배이상 높았다』며 『갈수록 자금경색과 불황이 심해지는 판에 기업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조사는 자칫 경기침체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대우전자 돈암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선준(40)씨는 『기업가도 잘못된 정치풍토의 피해자인데 돈주고 뺨까지 맞는 것은 다소 억울한 것 아니냐』며 『사채 시장이 동결되고 돈이 흐르지 않아 동네 상인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구로구 시흥동 K금속 업주도 『이 정도에서 대충 「심판」을 마무리하고 정치·경제 위기를 추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지금대로라면 중소업체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 교수는 『재벌총수들의 소환 조치는 진실 규명을 위한 검찰수사상 당연한 절차』라며 『짧게 보면 관련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으나 멀리 보면 비자금을 완전히 근절한다는 의미에서 경제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학교 폭력배가 이권 주는가(이동화 칼럼)

    재벌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으로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지금까지의 수사는 다소의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가닥을 잘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자금 형성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수있다.재벌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으로 비자금의 실체가 얼마나 드러날지는 알수 없으나 축재의 과정을 먼저 규명하는 것이 첫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 ○사건규명은 국민적 합의 그동안 노씨가 한차례 소환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은데다 정치권일부에서는 지난번 대통령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간 부분을 밝히라는 압력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재계에서도 『경제에 주름살을 주게된다』며 형식적인 사과와 유형무형의 압력으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술수를 부렸다. 때문에 이번사건에 너무 놀라고 분노해서 「사실규명과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던 많은 국민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는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또 사건폭로이후 20일이 지나도 기대치에 못미치는 수사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다가 이제 국내굴지의 대재벌 총수들과 일선에서 물러난 명예회장들까지 검찰에 출두하고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새로운 기대속에 『이번만큼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목청을 다시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사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법대로 처벌하라는 것은 국민적 합의처럼 되어 있다. 사실규명을 하려면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순서에 따라 효율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먼저 노씨가 비자금을 누구로부터,어떻게,얼마를 모았는지 알아내야 할것이다. ○축재과정 먼저 수사해야 그다음 어떻게,얼마를 썼는지를 가려내야 한다.모아서 쓰고 남은 부분이 얼마이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가리는 것은 노씨의 처벌과 관련하여 필요한 대목이다.외국은행 계좌나 부동산부분의 몫이 커질수록 국민적 분노도 커질 것이다. 노씨가 돈을 모은데에 재계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을 것은 분명하다.쓴부분 중에는 정치자금이 있기 때문에 정계가 관련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막상 당사자인재계·정계인사들은 어떻게든지 수사와 여론의 초점에서 빠져나가려고 급급한 모습들이다.6공화국에서 특혜를 받은 몇몇 재벌의 총수들은 『정치자금이라면 몰라도 뇌물을 준적이 없다』고 극구부인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예이다. 심지어 지난주 국민들에게 사과성명을 내기위해 모였던 전경련 회의에서 어느 재벌총수는 『학교주변 폭력배에게 돈을 바친 학생이 나쁜가.안주면 얻어 맞고 뺏기는데…』라는 표현까지 쓴것으로 알려졌다. ○혼란 가져오는 정치공세 기업의 안전만을 위해 돈을 바쳤다는 강변이 아닐수 없다.학교폭력배가 바친 돈의 몇십배 몇백배 또는 그 이상의 이권과 특혜를 주는가를 그에게 되묻고 싶다.또 재계에서는 경제위축을 우려하며 조기수습을 건의하기도 한다. 정계쪽의 몸부림은 더욱 가관이다.순서에 맞춰 비자금 모은 부분을 집중 추궁하는 도중에 일부야당에서는 초점을 쓴 부분으로 돌리려고 야단이다.이렇게되니 국민들은 혼란스럽다.특히 국민회의쪽은 노씨의 대통령선거자금 지원내용을 밝히라고 연일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이는 김대중 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실수로(?)털어놓은 것이 도덕성 문제로 번지는등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자 이를 만회 또는 희석하려는 책략의 측면이 강한 것으로 이해된다.그의 말대로 겸허한 반성 위에서 정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라면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든지,정치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벌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상대를 곤경에 빠뜨려 상대적 이익을 얻으려는 구습을 답습하는 것은 보기에 안타깝다. ○선진화 위한 가공 필요 검찰은 이제 노씨 비자금사건의 모든것을 제대로 밝힘으로써 새로운 전통을 쌓아야 한다.그러려면 이해당사자일 수 있는 정계·재계의 압력에 굴함이 없이 소신을 갖고 국민의 편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과거 무슨 이유였든 간에 덮어두었던 수서사건·상무대사건 등을 재수사,스스로 불명예를 떨쳐버려야 한다. 이렇게 큰 사건을 수사하는데 아픔이 없을 수 없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처리하면 국가를 한단계 선진화시키는 일이 된다.비리척결을 위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 건설업계 「선회생­후구조조정」 처방/주택시장 안정대책 의미·내용

    ◎미분양 14만 가구… “방치땐 경제 타격”/회사채 발행 우선권… 토지매각 지원 정부가 7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미분양 주택의 누증과 연쇄부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택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경쟁원리로 보면 건설업 면허가 수시발급 체제로 바뀐 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건설업체를 교통정리할 때가 됐다.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언제까지 보호막을 쳐줄 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퇴출을 유도,하루빨리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정부도 이같은 논리에 충실하려고 애써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원건설과 (주)삼익 등 굵직한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건설업계는 물론,경제 전체에 큰 주름을 주자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관계부처간에 급속히 형성됐다.이같은 공감대 아래 「선회생­후구조조정」이라는 정책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당정이 이날 마련한 대책에는 업계의 미분양주택을 정부가 해결해 주는 구태의연한 정책발상과 분양가 규제완화라는 진전된내용도 섞여 있다.총선을 의식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간추린다. ▷미분양주택 해소◁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은 14만4천호.미분양주택을 96년 말까지 구입한 사람에게 주택매입관련 대출금의 상환이자 30% 상당액을 특별 세액공제해 준다.2천5백만원을 연 10%로 빌려쓰면 연 75만원의 혜택이 있다.대상자는 무주택 또는 대체취득하는 1주택 소유 세대주이다. ▷건설업체 자금지원◁ 건설업체의 회사채발행을 도와주기 위해 내년 말까지 회사채 발행물량을 조정할 때 민자유치사업자금과 같이 가산점(0.5점)을 준다.내년 3월 신청분까지는 건설업체 회사채의 경우 회사당 월 1백억원 한도에서 발행할 수 있게 해 준다. 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가 주택건설업체의 보유토지를 매입,건설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도록 한다.토개공은 회사채(5천억원)와 여유자금(2천억원) 등 7천억원을,주택공사는 내년도 주택건설용 토지매입자금(1조4천5백60억원)을 활용한다.주택경기 침체로 공사착공이 어려울 경우 보유토지를 업무용으로 인정해 주는 기간과 임대용 주택용지에 대한 택지초과 소유부담금의 부과유예기한을 3년에서 5년으로 각각 늘려준다. ▷중장기 주택산업 육성방안◁ 중소형 주택건설 의무비율(18평 이하 40%)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90% 이상인 강원·충남·전북·전남·경북·제주는 폐지하고 ▲주택보급률이 80∼90%인 광주·대전·충북·경남은 20%로 ▲주택보급률 80%이하인 수도권·부산·대구는 30%로 내린다.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은 소형주택 위주로 주택공급을 늘린다.25.7평 이하 주택건설 의무비율(75%)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역특성에 따라 65%까지 내리게 한다.보험사의 중형이상 임대사업에 대한 규제(현재 25.7평 이하)도 없애고 보험사가 기존에 건립된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경우도 허용한다.이제까지는 직접 건설해 임대하는 때만 허용됐다. 주택설계와 자재의 표준화를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표준화 자재생산 및 사용업체에 대한 금융·세제지원방안을 강구하고 「건축설계 및 자재표준화 작업반」을 건설교통부에 설치한다. ◎문답풀이/“미분양 아파트 내년까지 사야 혜택”/18평 이하 매입 2,500만원까지 대출/5년 임대후 매각 양도·종소세중 선택 ­자율화 대상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지 않겠는가. ▲자율화되는 지역은 주택보급률이 높고 수요가 적어 미분양아파트가 많아 업체간에 품질이나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입지조건이 좋은 경우 분양가가 다소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데. ▲10월말 현재 미분양주택을 내년말까지 구입하는 경우만 해당된다.아파트외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도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건설한 것이면 가능하다.그러나 20세대 미만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설한 것이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군·구청에 확인이 필요하다.11월이후부터 미분양된 주택은 혜택대상이 아니며 지역은 서울을 제외한 전지역이다.다만 금융지원 중 주택건설업체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고 구입자가 대출금을 승계하는 경우는 기간제한이 없다. ­미분양아파트 구입때 주택은행의 자금지원은얼마나 받을 수 있나. ▲18평 이하 주택은 가구당 최저 1천6백만원에서 최고 2천5백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그 한도내에서 12평 이하는 분양가의 50%,15평 및 18평이하는 분양가의 4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특히 12평 이하는 분양가의 50%가 1천6백만원이 안되더라도 1천6백만원까지는 대출이 된다.금리는 12평형이 연 7.5%,15평형은 연 8.5%,18평이하는 9.5%로 1년 거치 19년 분할 상환이다.18평 초과 25.7평 이하는 주택은행의 일반자금으로 가구당 3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금리는 연 13.5%이며 5년 분할상환이다. ­중도금도 대출받을 수 있나. ▲11월부터는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 중도금 대출도 가능하다.대출조건은 잔금 대출과 동일하지만 중도금을 별도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도금을 대출받으면 잔금 대출금액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세금인하는. ▲주택매입 관련 대출금 상환이자의 30%를 연말소득정산 때 세액에서 공제해준다.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대출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이다.예컨대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천5백만원을 연 10%로 대출받았다면 매년 75만원의 세액이 공제된다.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무주택자나 현재 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고,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한 뒤 보유주택을 파는 대체 취득자에 한한다.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한 뒤 이를 임대해도 세감면 혜택이 있는가. ▲미분양아파트를 내년말까지 구입해서 5년이상 임대한 뒤 매각하는 경우 양도세 특례세율인 20% 또는 종합소득세 과세세율 가운데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내년에 시행될 양도세율이 30∼50%인 것을 감안하면 세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그러나 세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사업자의 요건을 갖추고 등록을 해야 한다. ­구입 아파트가 미분양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18평 이하는 주택건설업체가 해당 시장 또는 군수로부터 미분양 확인서를 발급받아 주택은행에 융자를 신청한다.주택은행이 이를 승인하면 국민주택으로 분양되기 때문에 구입자가 직접 확인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그러나 18평 초과,25.7평 이하의 민영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구입자가 직접 시장 또는 군수로부터 미분양확인서를 발급받아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기존의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영향을 받는가. ▲청약예금 가입자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청약예금은 아파트 청약순위에 관계되기 때문에 미분양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도 청약자가 몰리는 경우에는 당연히 청약예금 가입자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청약예금 가입자가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더라도 이번조치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청약예금과 전혀 무관하다. ◎업계 반응/“소형 평수 비율 축소 환영 금융지원 범위 더 넓혀야”/자율화 따라 값 상승… 분양 저조 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안정대책내용에 대해 주택건설업계는 각부분에 걸쳐 업계의 의견을 수렴,확정한 시행안이라는 데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다소 미흡하다는 입장이었다.특히 정부가 아예 손을 대지 않은 임대사업자 범위 확대안과 조건부 분양가 자율화의 폭 및 금융지원의 범위 등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허진석회장은 『일단 강원 충북 등 4개 도에서 먼저 분양가 자율화를 시행한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으나 임대사업자 범위축소 건의를 세제 측면에서만 접근,이를 완화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허회장은 또 『일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1백20%에 이르지만 자가소유는 60%에 불과하다』며 『임대사업자 범위확대는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할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게 업계의 입장으로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경건설 오원 차장은 『금융 지원책의 대부분은 이미 업체에서 미분양아파트 구입자들에게 시행하는 것으로 별로 효과가 없다』며 『선준공,후분양 등 조건부 분양가 자율화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체들의 입장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도 『공정률 80%에서의 조건부 분양가 자율화는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들이 선투입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킬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오히려 분양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18평이상의 민영주택에 대한 대출금리가 연 13.5%로 높아 실효가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보완책도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또 미분양 아파트 구입 혜택을 보는 사람과 이미 같은 단지의 아파트를 구입,입주한 사람들 간에 형평성 문제로 이미 분양받은 사람들의 무더기 해약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5년 임대후 팔때 특례 세율을 적용한다는 정책도 아파트의 시세 차익이 없을 것으로 보여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그러나 표준건축비는 대형에 비해 적지만 칸막이 설치 등으로 오히려 공사비는 많이 드는 소형 아파트의 비율축소는 잘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노씨 친·인척 비리 수사의 신호탄/검찰,금진호 의원 소환의 의미

    ◎6공 실물경제 거물이 “실명전환 대리인”/정태수씨가 사실 확인… 사법처리 미지수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대우와 한보그룹등에 실명전환해주도록 주선한 「대리인」이 민자당 금진호 의원(63·영주 영천)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권력을 배경으로 6공의 「실세」로 군림하던 그의 개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왔다.6일 검찰이 밝힌 1차 소환대상자명단에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금의원이 포함된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검찰은 『금의원은 노씨의 비자금 5천억원 가운데 5백99억원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에게 실명화를 알선한 혐의가 포착돼 소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금의원은 또 중앙투자금융에 차명으로 예치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3백억원을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에게 실명전환해줄 것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총회장은 지난 4일 검찰소환조사에서 금의원이 문제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의원은 노전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의 여동생 정숙씨의 남편으로 노전대통령과는 동서지간이다. 금의원을 잘아는 사람들은 『금진호를 빼놓고 6공비자금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해 그의 개입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가 6공때 상공부장관과 무역협회고문을 지내면서 실물경제계의 「거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당시 재계로비는 금씨를 통해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금씨는 노전대통령의 동서라는 점을 십분활용,이를 배경으로 6공비자금의 「실세」로 경제계를 주름잡았다. 이에 따라 검찰주변에서는 금의원에 대한 소환을 노전대통령 친·인척비리수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회기중이어서 불체포특권이 보장된 금의원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소환여부가 불투명하다. 설령 소환에 응한다 하더라도 사법처리까지 갈지는 의문이다.또 실명제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까지 하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금의원이 실명전환과정에서 커미션을 받는등 비리가 확인되면 사법처리도 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금의원에 대한 비리혐의를 상당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져 그에 대한 사법처리여부가 주목된다.
  • 논산 관촉사 고려 미륵보살상(한국인의 얼굴:49)

    ◎일자로 꽉 다문 입·굳은 표정 “특이”/네모꼴 넓은 턱·어깨까지 내려온 귀 인상적 고려의 석조불·보살상들은 지역별 특성을 지니고 있다.그 대표적 케이스가 오늘날 충남지역에 전해오는 보살상들이다.모두가 거상인데,간략한 표현기법이 구사되었다.이는 관촉사미륵보살입상으로 시작하여 대조사미륵보살입상과 삽교보살입상으로 이어졌다. 이들 석조보살입상들 가운데 관촉사미륵보살상이 맨 먼저 조성되었다.이 보살입상의 백호를 수리할 때 발견한 먹글씨 쪽지에는 고려 광종 5년(서기968년)에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충남 논산군 은진면 관촉리 관촉사 경내에 자리한 미륵보살입상은 키가 자그마치 18m에 이르는 거구다.몸뚱이는 거대한 돌을 원통형으로 깎아 만들었다.그래서 우람한 인상이 강하게 다가올 뿐 미적 조형감각이 넘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관촉사 미륵보살입상의 얼굴은 지난 시대 신라의 불·보살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이마가 좁고 턱이 넓은 네모꼴인데,얼핏 삼각구도라는 느낌도 안겨준다.눈은 옆으로 길게 찢어졌다.그러나 눈을비교적 크게 떠 왕눈을 했다.코는 실상 크고 높으나 콧방울이 유난히 넓고 펑퍼짐해서 날카로워 보이지 않는다.일자로 꽉 다문 입이 얼굴 표정을 굳게 만들었고 턱 밑에다 선을 둥글게 그어 두 턱이 졌다. 보관바로 아래서 시작한 귀는 크게 과장되어 목주름이 뚜렷한 목언저리를 지나 어깨까지 내려왔다.그 길이가 2m나 되니 큰 귀임에 틀림없다.보관 사이로 도안화한 머리카락이 약간 흘러내려 백호 위쪽 이마로 돌아갔는데,머리에 쓴 보관은 원통형이다.그 보관 꼭대기에다 네모꼴 덮개돌(보개)두쪽을 이중으로 올리고 네 귀퉁이에 구리방울을 달아맸다. 보살입상이 입은 옷 천의는 몇가닥의 옷주름을 얇게 조각하는 형식으로 표현했다.옷 바깥으로 드러내 보인 손은 몸에 비해 너무 크다.두 손을 가슴높이까지 들어올렸다.오른손은 위로 올려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금속으로 만든 연꽃을 잡았다.왼손은 아래로 내려 엄지와 중지를 맞댔다.그러니까 손가짐은 아미타불의 이른바 중품중생인인 것이다.좌대는 따로 없고 자연석을 활용했다. 이 보살상은 은진미륵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사기나 인상으로 보면 미륵보살이라기 보다는 관세음보살이다.원통형보관에는 본래 90㎝(3자)가량의 화불인 금동불상이 달려있었다고 한다.보관의 화불은 이 보살상이 관세음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보관의 화불은 구한말에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그런데 무슨 연유로 미륵보살이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 권륜이 영조19년(서기17 34년)에 쓴 「관촉사사적」에는 이 보살상을 세운 재미나는 사연을 적어 놓았다.보살상은 37년에 걸쳐 만들었으나 상체와 하체를 따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합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이때에 한동자가 흙장난을 통해 상하체를 합뜨려 세우는 방법을 일깨워주었다.그대로 해서 거대한 보살상을 세웠는데,동자는 문수보살의 화신이었다는 이야기다.
  • 세계 남성테너 세대교체 바람

    ◎불 30대 귀족풍 로베르토 알라냐 등장/파바로티·도밍고 등 「빅3」 아성 공략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 등 「빅3」가 지배해온 세계 테너계에 세대교체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여성성악의 꽃 소프라노에서는 싱싱한 새별이 잇따라 등장했으나 테너의 경우에는 이 「빅3」가 오랫동안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해왔다. 「빅3」의 영향력은 공연무대는 물론 음반출반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위력을 행사해 이들의 음반은 항상 판매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물러설 줄 몰랐다.보리스 흐보로스토프스·브라인 터펠 등 몇몇 신인이 간간이 얼굴을 내밀기는 했으나 「빅3」의 빛에 가려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세계 음악인은 최근 파바로티의 목소리,도밍고의 연기력,카레라스의 외모를 모두 겸비한 한 신인가수에게 온통 눈길이 쏠려 있다.전성기를 지난 「빅3」의 뒤를 이을 제4의 테너를 갈망해온 음악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은 귀족풍의 준수한 기품을 갖춘 로베르토 알라냐(32).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알라냐는 원래 파리의 한 피자가게에서 팁을 받으며 매일밤 8시간씩 노래를 부르던 아마추어가수였다.그러다가 어느날 그의 노래를 듣던 한 성악교수가 클래식 오페라풍의 팝송을 부르는 그를 「제2의 파바로티」감으로 지목해 매니저에게 소개함으로써 마침내 알라냐는 클래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통클래식에 입문한 그는 첫번째 오디션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 알프레도역을 따냈으며 88년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국제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90년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좌에 선 뒤 92년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라 보엠」의 로돌포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세계 유명 오페라단으로부터 집중적인 출연공세를 받게 된 알라냐는 93년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밀라노 스칼라좌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역으로 출연,마침내 정상급 스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에는 뇌종양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슬픔을 딛고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타이틀 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비평가들의 찬사속에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오페라 「카르멘」중 젊은 돈 호세가 사랑을 고백하는 아리아에 대해 『사랑의 고백인 만큼 부드럽게 불러야 하는데 선배 테너들은 마치 전쟁을 선포하듯 소리를 크게 지른다』고 예리한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 고령 고려 석조보살좌상(한국인의 얼굴:48)

    ◎꾸밈없고 순박한 농부의 모습/코는 길고 크게·입술은 펑퍼짐하게 표현 고려의 석조불·보살상은 미술적 기교가 거의 무시되었다.얼굴의 윤곽은 그런대로 원만했으나 고상스러운 신라의 불·보살상과는 다른 일면을 지녔다.그래서 섬세하고 세련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이는 신라의 왕도 경주 중심의 귀족(진골)체제에 항거한 고려 건국의 뿌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보살상의 하나가 경북 고령군 개진면 개포동의 석조보살좌상이다.보살상은 앉은 키가 1.5m인데 국보나 보물 같은 영예로운 칭호는 아직 받아내지 못했다.그저 소박한 얼굴을 한 보살상은 언제부터인가 마을 밭둑 아래 자리잡고 앉아 있다.밭둑이 본래의 자리인지는 몰라도 보살얼굴은 옛날 이 인동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사람들을 닮았을 것이다.그토록 꾸미고 가꾼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보살은 화불이 들어간 보관을 써서 관세음보살이다.보관 양쪽 관대에 걸친 드리개와 머리칼이 흘러내려오다 어깨 못미처에서 멈추었다.드리개에 가린 듯 살짝 드러낸 귀가 크다.본디는 박혀 있었을 백호가 빠져나가 이마가 한결 넓어 보인다.그 아래로 눈썹을 깊고 길게 파면서 눈은 실눈을 한 형상으로 다듬었다.코는 길고 크게 자리잡았으나 높지 않다.입술 역시 도드라지지 않은데,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보살을 조각한 돌이 널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마와 볼·턱은 얼마간 볼륨은 살렸다.이 보살상을 릴리프형식의 부조로 만들고자 한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그리고 양쪽 팔과 손은 몸뚱이에 비해 비록 조화롭지 않지만 부조를 시도했다.왼손에 잡은 연꽃줄기가 보살의 귀 높이만큼 올라왔다.이 연꽃은 보살 머리 뒤의 빛을 표현한 두광과 함께 돋을새김수법을 썼다.보살이 걸친 옷,천의도 어깨부분만큼은 돋을새김이다. 새김솜씨를 눈여겨보면 아주 흥미로운 데가 있다.밑으로 내려오면서 생략기법을 구사한 가운데 돋을새김에서 벗어나 오목새김으로 표현수법을 바꾸었다는 점이다.책상다리 앉음새의 결가부좌를 하느라 생긴 옷주름을 모두 간략하게 오목새김한 것이다.그리고 결가부좌하면 필연적으로 무릎 위에 올려놓아야 할 발은 발바닥만을기호처럼 표현했다.이렇듯 간략한 표현이나 과감한 생략법은 뒷날 고려의 석조불·보살상에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이 보살을 만든 시기는 뚜렷하다.보살상 뒤쪽에 「옹희 2년 을유 6월27일」이라는 새김글씨가 나오니까 서기9 85년에 만든 보살좌상이다.고려 개국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다.고려조정은 바로 이 해에 개인이 집을 바쳐서 절을 짓는 일을 금지시켰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나온다.이 보살상 새김글씨에 시주자 이름이 빠진 까닭도 개인의 불사를 불허한 데 연유할 것이다. 고령은 후삼국기를 통해 후백제와 마주한 접경지대여서 고려 태조는 개국 초기부터 요충지로 인식했다.그래서 고령땅의 보살상은 역사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유창전기금속」 최원식 사장의 사연

    ◎부도→도피→자살… 중기사장의 비극/종업원 55명 연매출 36억의 중견 기업/거래업체 부도… 사채쓰다 몰락의 길에/“열심히 노력했는데… 속고 산것 같다” 유서 『남들처럼 돈이나 챙겨놓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대로 열심히 신의를 가지고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너무 세상을 속고만 살아온 것 같소.다 나의 잘못이니…』 빚에 몰려 쫓겨다니던 중소기업 사장이 통한의 유서를 남긴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것외에는 험한 세상을 살아낼 방도를 달리 찾을 수 없었던 중견 엘리베이터 부품업체 유창전기금속 사장 최원식(49)씨. 최씨는 17일 상오 1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세곡동 자기집 지하 보일러실에서 손목 동맥을 칼로 끊고 숨진채 발견됐다.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니던 양복차림의 복장 그대로,보일러실 바닥에 고여있던 40㎝깊이 물속에 고개를 푹 파묻은채 앉아있던 최씨의 손목에는 칼자국 5개가 나있었고 주위에는 피묻은 과도와 빈 양주병이 널려있었다. 82년 회사를 설립,종업원 55명에 연간 매출액 36억원을 올리던 최씨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거래업체가 도산,납품이 중단되는 바람에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곧이어 3억원의 부도를 냈다. 부도를 낸 전력때문에 은행빚을 얻기가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다 공장에 쏟아부었다.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그는 8남매 동기가운데 6명의 집까지 저당잡히고 빚을 막아나갔지만 사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도직전에는 그 이자만도 월8천만원에까지 이를 정도였다. 결국 최씨는 지난달 13일 41억원의 부도를 내고 도산,16일부터는 경찰에 사기죄로 수배되는 신세가 됐다.남매들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친구집·여관등을 전전하던 최씨는 『못난 나는 이제 책임을 지고 죽어야겠다』며 밤마다 누나·형들의 집에 전화를 해 피울음을 토해냈다. 지난 10일에는 『마지막으로 보고싶다』며 부인 곽씨를 지하철 3호선 수서역으로 불러냈다가 수상히 여긴 곽씨가 그의 주머니에서 농약병을 빼앗기도 했다.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한 주위의 여러사람들에게 정말 미안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정말정말 죄송하고 원망스럽습니다』 자상한 남편으로,인자한 3남매의 아버지로,마음씨 좋은 사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던 최씨의 꿈과 인생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배겨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주름살」을 가슴깊이 한으로 안은채 이렇게 처참한 종말을 맞았다.
  • 강릉 신복사 절터 고려 석불좌상(한국인의 얼굴:47)

    ◎실눈에 합죽 웃음… “익살꾼 보살님”/투박한 얼굴… 친근한 이웃 보는듯/머리엔 「보관」 쓰고 이마엔 백호 자국만 남아 고려의 불교는 전대의 신라에 못지않게 초기부터 융성할 조짐을 보였다.도읍지 개경에는 법왕사등의 10대사찰이 창건되었다.그리고 지방에서는 신도들의 원력으로 도처에서 불사가 이루어졌다.불교국가를 연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려불교는 신라불교와 좀 다른 일면이 있다.왕경권역에 집중되었던 신라불교와는 대조적으로 전국에 널리 확산되었던 것이다.이는 왕실불교로 출발한 고대불교의 점진적 대중화와 선종의 도량 구선문이 새롭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또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에 뚜렷이 정체를 드러낸 호족세력들도 불교의 지방화를 부추겼다. 그러한 사회배경을 엎고 일어선 고려불교는 신앙대상 조형물 불상에도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신복사절터에서 마주친 석불좌상(보물 84호)은 바로 10세기쯤 고려 초기의 보살상이다.그리 가다듬지 않은 얼굴에 가득 담은 웃음으로 해서 보는사람 마음이 편해진다.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 조성한 대개의 불·보살상들처럼 실눈을 했으나 웃음은 사뭇 다르다.보는 쪽에서 웃음을 찾아내기에 앞서 보살이 먼저 활짝 웃고있다. 웃는 얼굴은 대중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상호를 했다.웃음이나 얼굴이 전혀 정제되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의 이 보살은 중생들 틈에 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웃고 있는 입술이 약간은 마모되어 합죽한 웃음을 웃는데 투박스럽고 둔중한 옷(천의)자락 이음새 사이로 배꼽이 나왔다.그러나 아랑곳 할 일이 아니라는 듯 반무릎을 꿇어 공양하는 자세로 여전히 웃는다.갖출만한 것은 다 갖추었다.이마의 백호는 빠져 달아났으나 자리가 남아있고 목주름 삼도가 뚜렷했다. 보살은 머리에 긴 원통형 보관을 썼다.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보관 위에 삿갓 모양의 석물이 올라 앉았다.웬 삿갓인가 했더니 뒷날 누군가가 나딩굴어 다니는 석등의 팔각 지붕돌(옥개석)이 아까워 보여 올려놓은 것이라고 했다.옥상옥격의 지붕돌을 시멘트로 붙여놓아 지금은 요지부동이다.보살은 두 손을아래 위로 모아 어떤 물건을 거머쥔 손가짐을 했으나 그 지물은 빠져나가 오간데가 없다. 신복사는 신라 말기인 서기850년(문성왕 12년)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창건설화도 있다.한 처녀가 햇빛 어린 우물을 떠 마신 뒤 임신이 되어 사내 아이를 낳았다.부모의 성화로 얼음판에 버렸으나 새들이 날아와 품고 주위에 서기가 어려 다시 데려다 키웠다.이 아이가 커서 출가하여 범이라는 고승이 되어 돌아와 고향에 절을 지었다.그 절이 신복사다. 절 이름은 오늘날 사용하는 신복이 아닌 신복,또는 심복으로 오랫동안 표기되었다.그러다 1936년 절터에서 「신복」이라는 새김글씨가 들어간 기왓장이 출토되어 절 이름을 신복사로 굳혔다.절터에는 고려시대 삼층석탑(보물 37호)이 옛 모습대로 남아 석불좌상(보살상)과 함께 하고 있다.
  • 장백현 민간 예인(압록강 2천리:8)

    ◎민족혼 담긴 「함경도 수박춤」 사라질판/예인 김학천옹 와병… 생활고로 은둔 생활/중앙정부 지원금 적어 유·무형 문화재 관리 엄두 못내/한글판 잡지 「장백」… 재정난으로 발행 중단 장백현에는 문화전반을 총체적으로 관장하는 문화관이 있다.문화예술은 물론 체육과 오락,성인교육활동을 담당해온 장백현문화관은 지난 1949년 10월에 문을 열었다.이 문화관은 현안에 92개 촌단위 문화실과 연계되었다.문화실은 대개 저마다 특색을 가진 문화오락활동을 벌여왔다.반달이나 한달을 주기로 여는 노인무도회·장기대회·문예공연·이야기회의 활동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촌 문화실마다 마치 공통과목과 같은 별도의 활동이 또 있다.어느 촌이든 농악대를 운영하는 것이다.특히 태양촌 농민악대가 유명하다.지난 1989년 길림성 혼강시(장백은 혼강시 관할에 속함) 제2차 농민문예공연에서 1등을 차지한 농악대다.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장백현문화관의 문예보도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런저런 이유로 해서 장백현문화관은 19 92년부터 3년간 내리 길림성 전체에서 2등 자리에 올라서는 영예를 안았다.기관지로 한족어 위주의 「장백문화보」와 한글판 「장백」잡지를 내고 있다.「장백」은 제5호를 끝으로 마감했다.그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었다.국가에서 해마다 주는 16만원의 사업비로는 20명 직원들의 임금을 주고나면 전화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악대 촌 단위로 운용 장백현문화관장은 조선족 문단에서 꽤나 문명을 날리는 이성태 선생이다.중편소설 「도도히 흐르는 압록강」을 발표한 이후 여러 문인을 길러냈고 많은 전설과 문화유산을 발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그는 문화관의 어려운 살림을 하소연 삼아 털어놓았다. 『문화사업은 본래 돈을 들여야 되는 일이 아니겠습네까.그런데 지난달 15일 장백조선족자치현 창립기념 조선족예술절 경비로 문화관 수입이 벌써 거덜이 났디요.문화유산 발굴은 커녕 문화재 관리도 어려운 판이야요.그 유명한 민간예인 한분이 병환에 계신줄 알면서도 도움을 못드리고 있디요.한국 같았으면 인간문화재라 해서 생활보장은 될텐데…』 그의 민간예인이라는 말이귀에 번쩍 들어왔다.아니나 다를까 와병 중이라는 민간예인은 중국 전역에 널리 알려진 김학천(64)노인이었다.그는 장백현문화관장을 지낸 동생 김학현(60)선생과 함께 지난 1990년 요령성 단동에서 열린 전국 소수민족문예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분이다.그 때의 수상작품은 수박춤이었다.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심사위원들이 며칠 계속된 콩쿠르에 지쳐 꾸벅꾸벅 졸다 수박춤을 구경하던 관객들의 박수에 놀라깨어 침을 흘리면서 춤에 도취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김학천·학현 형제는 울로초를 가지고 미니스커트 모양으로 짧게 엮은 치마만을 팬티위에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수박춤에는 이렇다 할 악기반주가 없다.다만 주연격인 형이 발가벗은 사지를 이리저리 치면서 입으로 갖가지 소리를 냈다.그 소리는 바람,우레,비,짐승,새 소리 등 무궁무진했다.동생은 함지박 물에 엎어놓은 바가지를 두들겨 형의 손바닥 장단을 따라 맞추었다.흥이 한껏 돋아나면 형이 여러 형태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그리고 형제가 서로 상대방의 몸을 손바닥으로 쳤다.이들 일가는 함경북도 단천군에서 지난 1962년 77세로 작고한 아버지 김달순대에 장백현으로 들어왔다.이주지는 14도구 간구자였는데 슬하에 아들 넷과 딸 하나를 두었다.아버지가 가보로 여긴 수박춤은 셋째 아들 김학천에게 고스란히 전수되었다.이미 고인이 된 맏아들은 목청이 나빠 아버지 마음에 들지 못했고 둘째는 조선(한국)전쟁에 나가 부상을 입고 집에 돌아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부친한테서 전수 받아 그리고 넷째 아들 김학현은 어려서 집을 나와 공부를 하다가 조선전쟁에 참전하는 바람에 면제를 받았다.그렇지만 그 핏줄이 그 핏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음악재질이 뛰어났다.넷째는 공부도 제대로 한터라 1959년 장백현문예공작단(문공단)이 생겨나면서 부단장과 단장을 지내고 장백현문화관장을 끝으로 사회공작(사회생활과 일)을 마무리 했다.지금은 농사를 지으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우리 문공단은 통화지구에서 유일한 조선족단체여서 현 밖을 자주 나갔디 않았겠수.통화,유화,임강,혼강,휘남 같은 도시에 나가면 극장이 미어졌수다.인근 농촌 조선족들은 찰떡을 해서리 기차를 타고 버스도 타고 와서 친척집이나 여관에 묵으며 관람을 했지 않슴메.도시공연이 끝나면 농촌을 돌았는데 돈과는 거리가 멀었지비.그래도 인심이 좋아 동구 밖까지 와서 환대했댔수다.어떤 사람들은 타지로 떠나면 짐을 지고 따라와 같은 공연을 며칠씩 보기도 했으니 인기가 대단했디우』 김학현 선생과 함께 그의 형님 김학천 노인을 찾아나섰다.집은 장백현 14도구진에 있었으나 겨울이 오기전까지는 늙은 양주가 더 멀리 떨어진 골짜기에 들어가 과수농사를 짓는 중이라고 했다.차가 더 기어올라갈 수가 없어서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도랑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포수막을 닮은 귀틀집이 보였다.좁은 마당에 배추며 부추가 자랐다.그러나 지난해 옮겨심었다는 사과나무는 몸살에 걸려 아직 사과 한톨도 매달고 있지 않았다. ○올로초 치마입고 춤춰 그 집에서 나오던 김학천 노인은 우리 일행을 보고 반겨 맞았다.나이에 비해 너무 겉늙었으려니와 허리가 잔뜩 굽어 1m67㎝라는 키가 1m20㎝도 안되어 보였다.얼굴의 피부는 소나무껍질 같이 주름 투성이었고 러닝 밖으로 드러난 살결이 무척이나 검었다.설상가상으로 근육위축병에 걸려 손발이 쪼그라 들었다.목불인견의 몰골 그것이었다. 노인은 윗옷을 훌훌 벗었다.그리고 벽에 걸린 울로초 치마를 걸쳤다.모처럼 찾아온 나그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동생 김학현선생도 따라서 울로초 치마를 걸쳤다.노인은 손바닥으로 앙상한 몸골을 치면서 갖가지 소리를 내고 앙천대소 하기도 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려 희로애락을 연출했다.인간의 마지막 절규로 들려왔다.노인의 눈가에는 땀인지 눈물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물기가 어렸다.초점을 잃은 노인의 동공이 풀린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나는 허공을 바라다 보았다.
  • 해외투자 지나친 경쟁 막아야(사설)

    정부가 10일부터 시행키로 확정·발표한 「해외투자 건실화및 자유화 방안」은 재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재정경제원이 마련한 이 방안은 국내기업이 1억달러이하의 해외직접투자를 할때 투자액의 10%이상을,1억달러를 초과하면 20%이상을 각각 자기자금으로 조달토록 의무화하고 30대재벌에 대해 해외투자의 누적지급보증한도를 국내 모기업자기자본의 1백%까지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해외투자 제한업종을 현행 17개에서 부동산관련 3개업종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자유화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한마디로 기업들이 빚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한뒤 해외투자에 나서라는 것이지만 재계에서는 규제완화라는 정부정책기조에 역행하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따른 글로벌경영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비록 내용이 완화되긴 했지만 이번 방안이 3년전 폐지한 해외투자규제조치를 되살리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난의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재계가 이러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해외투자관행을 스스로 되돌아 보기를 촉구한다.과거 해외건설투자의 예를 비롯,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기업의 대미투자는 거의 실패했다』고 밝힌 것처럼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적잖이 무모하고 과당경쟁적인 양상을 띠는 경우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합리성보다는 특정업종의 해외진출에 따른 선점효과에 치중,계열기업들의 경영외적 영향력을 넓힌다거나 주가관리를 꾀하는 식의 그릇된 해외투자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또 해외투자기업이 도산할 경우 국내모기업이나 지급보증에 나섰던 은행등이 큰 피해를 입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경제 전체에 주름살이 가게 하는 위험성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도 해당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필수적이다.무리한 해외투자를 막는 것과 함께 고금리·고임금 등이 빚은 열악한 국내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 “문화를 모르면 돈도 못번다”/「다국적 기업 실패담」 출간

    ◎김영사,해외출판 「초일류기업의 비즈니스 대실수」 번역/입지·마케팅·번역 등 7개 유형 나눠/포드 트럭 「피에라」 중남미선 「못생긴 늙은이」 의미/독일 맥주 「에쿠」 서아프리카선 대변 의미… 안팔려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는 라틴아메리카에 「피에라」라는 예쁜 이름의 트럭을 풀어놓았다.포드사는 싼값에 성능 좋은 이 트럭의 인기를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피에라」는 그곳 말로 「못생긴 늙은 여자」를 뜻하기 때문이다.독일 맥주회사가 80년대초 서아프리카에서 「에쿠」라는 새 상품을 내놓았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외국인은 이 맥주를 즐겼지만 현지인은 모두 외면했다.심지어 「에쿠」를 마시는 외국인을 보면 웃기까지 했다.그들에게 「에쿠」란 대변을 의미했다. 세계를 주름잡는 다국적기업이 수출현장에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모아 분석한 책 「초일류기업의 비즈니스 대실수」(데이비드 릭스 지음)가 최근 나왔다(김영사 출간). 제품의 질이나 유통·광고 등 모든 경영분야에서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초일류기업도 가끔은 실수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지은이는 한마디로 『소비자가 나라마다 달라서』라고 단정한다.곧 문화적 배경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과 구입하는 이유·장소·시기가 각각 다른데 진출하는 기업이 이같은 차이를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예컨대 자동차타이어를 살 경우 영국사람은 안정성을 먼저 생각하고 미국사람은 내구력과 연료효율을,독일사람은 뛰어난 제동력에 가치를 둔다.그러므로 상품을 만들 때,선전할 때는 국가별로 초점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은이는 해외진출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7가지 유형으로 나눴고,그 가운데 가장 큰 실수는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 생산입지를 잘못 고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밖에 앞선 예에서 보듯 회사·상품의 이름이 지역정서에 맞지 않거나 마케팅·번역·현지경영·전략 등에서도 뜻밖의 실수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 선더버드대학원 교수가 쓴 이 책은 기업 해외진출의 실패담을 폭넓게 모아 그 원인을 낱낱이 해부한 것으로는 첫번째라고 할 만하다.그동안 나온 비슷한 성격의 책보다 뛰어난 점은 개인이나 한 회사의 체험을 뛰어넘는 풍부한 사례연구에 있다.게다가 사례에 등장하는 기업이 독자에게도 익숙한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이라 더욱 실감있게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기업경영과는 상관없이 「아,사람 사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데 있다.문화차이에서 온 실수사례는 거꾸로 각 문화의 특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은이는 책머리에서 『외국문화의 사소한 점 한가지를 간과함으로써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으며』이를 피하려면 『무엇을 해야만 하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그리고 어떤 것은 하면 좋고 어떤 것은 하면 별로 안 좋은지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곧 「문화를 알아야 장사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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