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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신경림(작가를 찾아:3)

    ◎“시는 약자를 위안하는 노래죠”/뜨내기 몰리는 광산촌서 자라 팔도민요 친숙/민요기행지역 흑룡강성까지 넓힐 생각/같은 일 되풀이 않게 문화계도 과거청산 해야 「돌아다니면서 내가 분명하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마음 편하게 살기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지난 90년 민요기행시집 「길」후기에다 신경림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92년 나온 웅진출판의 신경림 문학앨범에는 인상적인 흑백사진 한장이 실려있다.고향마을을 찾은 신씨가 만면에 반가움의 웃음을 피워올린 채 길에서 마주친 촌로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신씨를 모르는 이라면 한손에 장바구니를 꿰어 든 오척단구의 이 사내가 사진의 배경을 이룬 추레한 시골마을의 터줏대감중 한사람이리라고 믿어의심치 않을 것이다. 남한강변 농투성이들의 고달픈 사연을 유장한 가락에 담아온 신씨는 민중의 정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민중시인의 하나로 상찬받아왔다.하지만 이같은 평가는 한장의사진 만큼도 신씨를 알려주지 않는다.주름살 고랑마다 애기보살같은 웃음이 가득 괸 순한 얼굴.사람들이 편하게 해주는 이를 좋아한다는 그의 글이 맞다면 사진속 신씨는 누구라도 곁으로 끌어들일 소탈함과 친근함으로 넘친다. 2월도 거의 이울무렵 신씨가 잘가는 인사동 찻집에서 따끈한 유자차 한잔을 놓고 그와 만났다.동장군의 늦기승으로 바깥바람은 맵싸했지만 신씨가 뿜어내는 친화감 때문에 대화의 자리는 차라리 후끈거렸다.신씨는 고서점을 둘러보러 한주에 두어번씩은 인사동에 나온다고 했다. ○소탈·친근감 넘쳐 『70년대까지만 해도 동대문,청계천 부근에 고서점이 참 많았죠.잘만 뒤지면 값비싼 책들을 휴지값에 구할수 있었어요.내가 하도 서점 돌아다니길 좋아하니까 60년대말 있던 출판사에선 아예 고서점에서 좋은 책 구해오는 일만 전문으로 맡겼지요.서점에서 몇번씩 마주쳐 친해진 이들도 있어요』 큰 노다지광을 낀 농촌마을에서 광산 한귀퉁이를 불하받아 사람을 부리던 아버지 밑에 자란 어린시절,책탐 많은 삼촌과 당숙들 덕에 집엔얼마든지 책이 있었다.이를 넘보며 신씨는 자연스레 문학과 친해졌다고 했다. 『국민학교 때 벌써 이광수며 이태준을 봤으니 조숙했지요.시에 빠진 것은 백석을 통해서구요.하지만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 고장엔 항상 얘기며 노랫가락이 넘쳤어요.서울가려면 꼭 거쳐야할 길목이었던 데다 광산이 문을 열면 함경도부터 전라도 남단까지 각곳에서 뜨내기들이 일을 찾아 흘러왔거든요.장날 돼지 잡아놓고 둘러앉은 이들이 한가락씩만 뽑아도 팔도곳곳의 민요를 다 들어볼수 있었던 거지요』 이때 들었던 노래들은 오래도록 귓전에 남아 훗날 그를 민요기행길로 내몰기도 했다.「겨울밤」「파장」「목계장터」「어허 달구」 등 그의 많은 시들이 다 쓰러져가는 농촌 삶의 구접스런 모습을 민요조에 결합시켜 실감을 더한 작품들.「새재」「남한강」「쇠무지벌」 등 장시를 끝까지 끌어가는 힘도 모두 민요가락에서 나왔다. 『먼젓번엔 중국갈 계획까지 세웠다가 딴일로 미뤘죠.흑룡강성 어딘가에 경상도 영천 사람 몇백명이 이주,1백년전 우리 민요를 보존하며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답디다.이런데를 찾아 국외로도 민요기행 지역을 넓혀보려 해요』 이처럼 떠돌이로 거침없이 흘러온 그가 지난해엔 「한국문학포럼」에 초대돼 프랑스에 다녀올 기회를 가졌다.이 행사에 대해 시인은 퍽 인상깊더라고 말한다. 『파업이 한창이라 구경은 잘 못 다녔지만 그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든 말은 빈말이 아닙디다.그 교통지옥의 와중에도 어떻게들 알았는지 행사장마다 독자들이 가득 찼지요.또한 아무리 자그만 서점에 가도 장서가 풍부하고 사람들로 붐비는데 놀랐어요.갈리마르에서 나온 내 불역 시선집 「쓰러진 자의 꿈」도 몇군데선가 꽂혀 있는걸 봤지요.올해가 「문학의 해」라는데 우리도 외국작가를 불러 이같은 행사를 추진해보면 유익할것 같아요』 「문학의 해」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거두려면 문화계에서도 5·6공 청산이 앞서야 한다는 신씨.「문학도 정화돼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시에서처럼 나지막하지만 그래서 더 흔들림이 없다. ○프랑스 여행 인상적 그러나 신씨가 말하는 청산은 근본적으로는 문학외적인 것에 대해서다. 『내 얘기는 구정권에 협력한 문인들을 죄 쓸어버리자는게 아닙니다.좋은 작품은 작가의 행적과는 별도로 평가돼야겠지요.하지만 역사적 과오가 있다면 이는 분명히 알려지고 경계돼야 후일 같은 행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수 있어요』 민중문학이 휩쓸던 지난 80년대 신씨의 시를 너무 복고적이라거나 과학적 무장이 덜 됐다고 비판하던 후배들도 있었다.그러나 90년대 들어 그 과격한 문학의 구호들이 한줌 남김없이 사그라졌을 때 밑바닥살이들의 고달픈 심사를 달래주던 신씨의 위안의 노래는 한결같이 읽히고 사랑받았다. 『민중문학이 일도 많이 했지만 말도 안되는 관념론에다 제대로 안된 글도 많이 썼지요.5월만 노래하면 그대로 시가 되는 때가 있었으니까요.일종의 「거품민중의식」이었다고나 할까.하지만 서슬퍼렇던 그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들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소설·동화도 쓸 계획 지난 93년 여섯번째 시집 「쓰러진 자의 꿈」을 낸 그는 올가을쯤 일곱번째 시집을 묶고 앞으로 소설과 동화도 한편씩 써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최근엔 「다산 문학선」을 읽고 대학자로 재미없는 사람인줄만 알았던 다산에게서 타고난 시인기질과 풍류를 발견,흠뻑 매료됐다. 『시가 모든 일을 다할수야 없겠지요그러나 삶이 팍팍하고 가파를 때 시와 노래가 없으면 무슨수로 버티겠어요.아무튼 나는 시라는 것이 약자,뒤처진 자를 위한 위안의 노래여야 한다고 믿어요』 ▷약력◁ ▲1935년 충북 충주군(현 중원군)노은면 연안리에서 태어남 ▲노은국민학교를 거쳐 충주사범학교에 입학했으나 풍금을 못쳐 졸업을 못함.충주고 졸업,동국대 영문과 입학(55년) ▲56년 「문학예술」지에 「낮달」「갈대」「석상」 등 시가 추천돼 등단.이후 농사·막노동·장사·광산일 등으로 떠돌며 10여년간 절필 ▲대학졸업(67년) ▲시집 「농무」(73년)「새재」(79년)「달넘세」(85년)「남한강」(87년)「가난한 사랑노래」(88년)「길」(90년)「쓰러진 자의 꿈」(93년) ▲평론집 「문학과 민중」(77년)「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83년)「우리 시의이해」(86년) 등,산문집 「민요기행」1(85년)2(89년) 등 ▲만해문학상(74년)이산문학상(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및 민족예술인 총연합회 의장 등 지냄 ▲현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 과기정책/정근모 장관 인터뷰(올해 국정 이렇게)

    ◎“G7 프로젝트 등 첨단기술개발 역점”/과기특별법 마련… 과학선진화 부축/원자력 연구개발기금제도 곡 도입/고등과학원 설치,창조적 과학연구 정근모 과학기술처장관은 올해를 「창조력강화」의 원년으로 정해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는 연구개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정장관은 이재일 본사 과학정보부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사업체제개편은 과학기술자가 도전적인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개발기금제도」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2개 정부출연연구소의 개편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통폐합은 80년대적 사고방식」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하고 『그러나 과학기술계는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지도그룹으로서 변화와 개혁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장관과의 인터뷰내용이다. ­올해 과학기술처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21세기를 준비하는 마지막 5년의 첫해로서 20 00년대초까지 과학기술 7대선진국 진입을 위한 기틀을 확고히 다져야 할 의미 있는 한해입니다.이에 따라 과기처는 「세계화에 앞장서는 과학기술」「모방에서 창조로의 과학기술」「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과학기술」이라는 3대기본방향 아래 7가지 역점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7개 사업 중점 추진 첫째 17개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과 우주기술·핵융합기술등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첨단·원천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고,둘째 출연연구소를 국제경쟁력 있는 세계 일류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과제중심 운영제도(PBS)를 정착시킬 계획입니다.셋째 고등과학원과 기술경영대학원을 설치해 미래 과학기술발전을 선도할 창조적 과학인재양성기반을 확충하고,넷째 APEC 과학기술각료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남북기술협력의 핵심적인 축을 만들고 KIST·유럽,한·미과학협력센터개설 등을 통해 과학기술세계화의 교두보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비가 1백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과학기술을 일류화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에 투자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과학기술자의 창의성과 자발성에 투자하는 연구개발정책을 펼 의향은 없는지요. ▲다가올 21세기에는 남의 기술을 모방하는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가 없으며,세계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고유의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과 국가만이 치열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따라서 정부는 올해를 「창조력강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신장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국내외 석학이 모여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을 연구할 「고등과학원」의 설립이나 대학소재 우수연구센터를 내실화해 창의적 기초과학연구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그 첫 실천방안이 될 것입니다. 또 새로운 국가연구개발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연구개발지원사업」을 발굴,추진할 계획입니다.이는 지금까지의 모방위주의 연구행태를 일신,창의적 연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안을 현재 마련중입니다. ­장관께서는 취임후 연구과제중심 운영제도도입,핵융합국가연구개발사업,고등과학원설립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습니다.과기처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습니다만. ○세계화 교두보 구축 ▲저는 2000년대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를 보면서 「세계중심국가」라는 말이 헛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지난해 북경에서 열린 APEC장관회의 때도 그것을 느꼈고 멀잖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겁니다.우리가 이렇게 광활한 천지에 뛰어나가 일을 하자면 누군가 앞장서서 끌어주는 분야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것을 과학기술계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해야 합니다.개인의 이익,기관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국가의 요구가 뭔가를 생각하고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출연연구소개편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연구소 통폐합론은 80년대에 앓던 병입니다.물리적인 통폐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그러나 유기적인조직을 운영하면 변화는 항상 있는 것입니다.변화를 이용해 환경에 적응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고는 격변하는 세계조류에 적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스템공학연구소 소관문제나 항공우주연구소 독립문제등 현안도 있지 않습니까. ▲시스템공학연구소는 소프트웨어 관련업무를 정보통신부에 일원화한 94년의 정부조직개편취지에 따라 지난 11일부로 소관부처를 과기처에서 정보통신부로 바꾸기로 했습니다.항공우주연구소는 국가우주개발사업의 핵심이 될 중요한 연구기관입니다.그러나 독립에 따르는 득실이 여러가지 있어 가장 효율적인 체제가 무엇일까를 연구중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를 전격 도입하면서 보완책으로 추천연구원제도,기관고유사업제도를 내놓았습니다.이것으로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의 사기가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요. ○창조력 강화의 해로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의 취지는 열심히 일하고 연구결과를 내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입니다.사람은 누구나 안정적인 것을 원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허용하지 않는 게 전세계적인 현실 아닙니까.앞으로는 연구소장도 아이디어를 갖고 열심이 뛰어야 할 것입니다.정부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뛰는 연구소는 힘껏 지원할 생각입니다. ­원자력사업체제 개편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원자력사업부문을 사업자에 넘기라고 하니 연구소측 분위기가 무척 침통한 것 같습니다만 사실 우리는 원자력과학기술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원자력연구분야는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동위원소분야,중성자 빔을 이용한 연구분야같이 많은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원자로만 하더라도 기성제품이 아닌 차세대원자로등 개발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이제 기술은 사업자에 넘기고 과학자는 우수한 두뇌를 새로운 도전에 이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도전에 누가 투자하느냐,국가전략적인 필요가 있는 연구비조달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겠는데요. ○정부투자 확대 모색 ▲그렇습니다.그래서 정부는 연구자가 장기적인 대형연구도 안정적으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원자력연구개발기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원자력발전소의 시간당 발전량을 기준으로 일정금액을 연구개발기금으로 확보하자는 것입니다.과거 방사성폐기물처리기금은 시행이 잘 안됐지만 이것만큼은 꼭 성사시켜 원자력분야 국가연구개발재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방사성폐기물처리사업은 사용후 핵연료까지 사업자에 이관할 계획이십니까.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도 폐기물처분장 운영처럼 루틴한 일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다만 사용후 핵연료가 자원으로 변할 때는,예를 들면 듀픽기술을 실용화시키는 일은 과학자가 손을 대야 하겠지요. ­「과학기술특별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됩니까. ▲정부는 오는 98년까지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 총액중 정부부문을 4%까지 올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고 민간기업의 기술개발투자가 급증해 정부가 이를 지키기가 매우 힘든 형편입니다.특별법에는 이와 같은 국가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약속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또 산업단지등에 과학기술연구기관이 입주할 때 금융세제혜택을 주는 방안,과학기술개발활동에 대한 획기적인 금융세제지원,국방부의 민·군겸용기술개발에 대한 특례근거마련등 다양한 계획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투자는 60%가 과기처 아닌 타부처를 통해 수행되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특별법」은 범부처적인 특별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각계 의견을 수렴해 선언적인 법보다는 알맹이 있는 법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회견 언저리/「영원한 과학도」 정장관/24살때 미 미시간대학서 박사 딴 수재/“과학계도 미래지향적 개혁 필요” 역설 정근모 과기처장관은 언제 보아도 웃는 얼굴이며 젊어 보인다.얼굴에는 웃음 때문에 생긴 주름살이 꽤 있지만 우리 나이로 올해 58세라면 믿기 힘들 정도다. 자그마한 키에 사람 좋은 귀공자타입의 인상을 풍기는 정장관.그러나 자신의 신념에 관한 한 독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집착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대통령도 그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고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언제나 실천에 옮겨지곤 한다.남이 한번도 하기 어렵다는 장관을 두번째 하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국내 과학기술계가 엄두도 못내던 핵융합연구개발사업을 지난해 국책사업으로 확정지은 일,그리고 최근 과학기술계의 숙원인 「과학기술특별법」의 제정을 검토하게 된 일도 정장관의 공으로 알려져 있다. 정장관을 난초 몇 그루가 소담스럽게 놓여져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그가 24살의 젊은 나이에 미시간주립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라는 이미지와 얼른 맞지 않아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중·고교 수석입학,고1때 검정고시 수석합격,서울대 물리학과 차석입학이라는 그의 경력답게 또렷또렷한 눈망울과 이지적인 그의 외모에서 수재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정장관은 1주일에 두번씩이나 교회에 나갈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몇년전 아들에게 자신의 콩팥을 떼준 사실도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다.이처럼 그는 다른 수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엇」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장관을 만나는 동안 그가 단호히 강조한 대목은 『과학기술계도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우리나라의 과학이 발전하려면 과학자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올해를 무엇보다도 의미 있게 새기고 있는 것은 우선 한국 최초의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된 지 30년이 되는 해인데다 과학기술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 올해 처음으로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0년대초까지 세계 7대 과학기술선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과학선진국으로 가는 이정표를 세웠음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새해 들어 사회발전캠페인으로 연재하고 있는 기획시리즈물 「G7으로 가는 길­창의력을 키우자」가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찬사를 표했다.그는 언론에서 진작에 이런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었어야 했다며 더 좋은 기사와 함께 「특별취재단」의 건투를 당부하기도 했다. 조용하면서도 한번 세운 계획은 끝까지 밀고 나가 관철시키는 정장관의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지금 그가 열성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갖가지 「G7과제」는 뜻대로 결실을 거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 설 연휴 가족과 함께 음악회 나들이를

    ◎세종회관 「우리춤 우리가락」·정동극장 「추억의 클래식」 공연/세종회관­국악무대·세시풍속 재현/정동극장­고전음악에서 가요까지/가족단위 입장객에 20% 할인 혜택 서울의 도심 두 공연장에서 이례적으로 설날 연휴 특별공연을 마련,눈길을 끈다. 세종문화회관이 20일 하오 2시·6시 대강당에서 「설날 큰잔치­우리춤 우리가락」을 펼치고 정동극장이 18∼19일 하오4시 정동극장과 20일 하오 4시와 21일 하오 7시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추억의 클래식,추억의 소리」 공연을 갖는다. 세종문화회관이 우리 국악을 화려하고 대중적으로 꾸며 가족단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정동극장은 흘러간 가요와 추억의 클래식으로 향수가 한껏 배인 무대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두 공연 모두 놓치기 아까운 무대로 기대된다. 게다가 두 공연 모두 가족할인권(「설날 큰잔치…」)과 효도문화티켓(「추억의 클래식…」)등 20%정도의 할인티켓을 발행키로 해 이들 프로그램에 들이는 양 공연장의 정성이 남다르다. 전통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키는 「설날 큰잔치…」는 연극인 김성녀의 사회로 인간문화재 박병천(북춤),안숙선(판소리)과 풍무악패등 국악인들과 민요가수 김세레나와 김부자가 출연하며 시립국악관현악단과 시립무용단 전단원이 협연한다. 아울러 세종문화회관 석조광장에는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등 놀이마당을 벌여 세시풍속을 재현하기도 한다. 우리의 50∼60대에게 문화적 위안을 주는 공연찾기가 힘들다는데 주안하여 「추억의 클래식…」을 준비하는 정동극장은 이들이 젊은 시절에 즐겼던 대중가요와 클래식으로 무대를 꾸민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연주에 「하숙생」의 최희준,「밤안개」의 현미,「노란샤쓰 입은 사나이」의 한명숙,「빨간 구두 아가씨」의 남일해가 히트곡들을 협연한다. 또 50∼60대 클래식 팬들이 과거 돌체등 음악다방에서 즐겨 듣던 베토벤의 「운명」,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요한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행진곡」,차이코프스키의 「비창」등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영화음악「대부」,「하바나길라」등 추억이 새로운 레퍼터리가 설날을 맞아 시간의 퇴적을 쌓아가듯주름살이 더해가는 관객들을 찾아 나선다.
  • 이수성국무총리 국정보고

    ◎중기·영세상인들의 자금·인력난 해소 노력/해양오염 근본 예방위해 「5개년 계획」 수립 오늘 제14대 국회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제178회 임시국회에 참석하여 금년도 주요국정과제와 정부의 시책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지난번 본회의에서 저의 국무총리 임명을 동의해 주신 의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아직도 행정전반에 걸쳐 미숙한 부분이 많아 의원 여러분의 넓으신 양해를 바랍니다. 저와 새 내각은 의원 여러분의 기대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명감 속에서 임무수행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영삼대통령께서는 지난 9일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여 세계일류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신년도 국정운영의 방향과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법·질서·원칙 존중 오늘의 국정보고는 대통령께서 천명하신 금년도 국정운영방향을 중심으로 올 한해 내각이 펼쳐 나가고자 하는 주요 시책과 현안과제 등에 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선진경제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며 국가의 여러가지 제도·법규들을 검토하여 생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고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데 진력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힘겹지만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일류국가가 되는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내해야 할 과업이며 의원 여러분께서도,국민들께서도 모두 깊은 이해를 갖고 계시리가 믿습니다. 내각으로서는 이들 과제를 실현하는데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온갖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을 이 자리에서 의원 여러분에게 다짐하고자 합니다. 광복후 새로운 반세기를 맞고 있는 우리 국민은 이제 도덕적으로 보다 성숙한 나라,물질적·문화적으로 더욱 풍요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나라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그리고 원칙이 존중되고 양심과 윤리가 살아 숨쉬며 모두가 서로 믿고 사랑하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그동안 험난한 역사를 헤쳐온 국민 모두의 소망이요 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깨끗한 선거 협조를 내각은 새해 국정을펴나가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정된 사회로 만들어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역사 바로세우기」도 국회나 정부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각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진정한 화합의 바탕위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각종 사고와 재난의 철저한 예방,민생치안기능의 강화,그리고 확고한 국가안보태세의 확립에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사회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공무원들 특히 밤을 낮삼아 특별경계임무에 임하고 있는 우리의 국군장병과 경찰관 그리고 여타 공직자들에게 애정어린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부도 이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선거는 바로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거울이며 척도입니다. 우리는 이번 총선거를 깨끗하고 공명정대하게 치름으로써 우리의 선거풍토,나아가 정치문화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려 자랑스러운 나라,자부심 넘치는 국민이 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새삼 말씀드릴 것도 없이 공명선거를 이룩하는 요체는 바로 우리 모두가 법을 법대로 지키는 것입니다. 정부는 선거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탈법,불법에 대해 어떠한 예외도 없이 법규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만이 최선의 선거관리라고 확신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방침입니다. 법을 어겨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그릇된 풍조는 상당한 희생이 있더라도 결코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선거로 인해 국력을 지나치게 낭비하거나 나라경제에 주름살을 지우는 일이 없도록 과열선거분위기를 막는 데에도 각별히 유념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공명선거가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 특히 각정당과 후보자들 스스로가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위한 인식과 각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하나로 모아질 때 참된 선거문화가 뿌리내리고 정치선진화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과거의 냉전구조가 와해되면서 지역안정과 공동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역내 주요 국가들간의 상호협력과 의존경향이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안보 확립 최우선 그러나 남북관계는 새해에 들어서도 이렇다 할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고 유동적입니다. 북한은 남북당국간의 대화를 피한 채 대남비방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휴전선 일대에 병력을 증강배치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각별한 경계와 엄정한 대비가 요구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황상에서도 가장 신속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보태세를 확고히갖추어 국민의 신뢰에 어긋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정부는 군의 전문화 및 정예화와 군장비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국군의 전력을 극대화해 나아갈 것입니다. ○경제 안정세 유지 아울러 우리 국군이 국가안보,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패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군의 사기와 복지개선을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현재와 같이 남북대화를 외면하고 적대적인 자세와 전략을 견지하는 상태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적인 요청,남북당사자간의 협의,그리고 대남비방의 중지등 화해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북한에 대한 쌀지원문제 등을 포함,지원과 협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정부의 기본입장은 민족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면서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주요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문제를 중시하면서 경제안보중심의 대외정책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정부는 새해 주요외교시책으로서 세계화와 경제통상외교에 역점을 두면서 총합안보외교와 재외동포시책 추진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금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리게 될 제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참석을 비롯하여 활발한 정상외교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유엔 평화유지 활동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관계가 긴밀히 유지되도록 총합적인 안보외교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금년 중에 OECD가입의 실현을 통해 신국제경제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위상과 국익을 높여 나가면서 APEC를 주축으로 역내의 경제발전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존경받는 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면서 모국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며 「재외동포재단」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도 경주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9%가 넘는 높은 성장을 이루어 수출이 1천억달러를 넘어서고 국민소득은 1만달러시대에 돌입하게 되었으며 소비자물가는 4.7 상승을 기록하여 대체로 안정기조를 유지하였습니다. 금년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금리와 원자재가격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지난해 보다는 하향안정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여건은 지난해의 높은 임금상승에 따른 파급요인이 잠재하고 있다 하겠으며 중소기업분야는 개방확대와 산업구조 조정과정에 따른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금년도 경제운용의 중점을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두고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물가안정의 바탕 위에 경제활력이 지속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우선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의 기틀 속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년도 경제성장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7%내지 7.5% 수준으로 유지하고,소비자물가를 4.5% 이내에서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재정·세제·금융 등 거시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경기상황과 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거시적 안정노력과 함께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생산성 향상 범위내에서 임금교섭이 마무리되도록 유도하여 선진국형의 물가안정구조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째,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불안과 불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자금난과 인력난을 덜어주는 노력을 강화하겠으며,기술과 경영의 개선도 추진하여 장래에 대한안정감을 갖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중소기업청」을 신설하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업무가 체계적이고 현장중심으로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농어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장기계획을 마련하여 추진중인 농어촌 구조개선사업과 농특세 투자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우리 농어촌에 희망을 불어넣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각종 경제제도 개혁과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완화정책을 더욱 과감히 추진해 나가겠으며 서민생활의 안정과 향상을 위한 생활개혁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국민생활속에 확고히 정착되도록 노력하고,금융·토지·인력관련 규제완화를 개혁차원에서 추진하여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뒷받침 할 것입니다. ○환경 개선에 투자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고 환경·식품안전·소비자보호시책 강화 등을 통해 국민생활의 편의증진을 도모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국가의 경쟁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물류애로의 해소와 교통난으로 인한 국민생활의 불편을 완화하고 정보화와 첨단기술 및 산업현장기술 등 과학기술의 개발에도 힘쓰겠습니다. 다섯째,세계화·지방화 시대를 맞아 각종 제도 및 관행의 정비와 의식개혁 등을 통해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경제환경조성에도 주력하겠습니다. WTO 체제출범과 OECD 가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 경제의 세계화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개혁은 안정성장의 기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감히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이하여 소득 수준향상에 걸맞는 「삶의 질」향상에 노력하여 성장과 복지가 상호 조화를 이루는 균형발전을 추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그늘진 계층에 보다 많은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근로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생계보호지원 수준을 금년에 최저생계비의 80%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98년까지 1백% 수준으로 높여 나가겠습니다. 또한 저소득층자녀학비 지원대상을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에까지 확대하고 생업자금 융자한도를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치매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치료를 위한 치매전문병원을 증설하고,장애인의 직업훈련 시설과 고용촉진을 위한 시책도 계속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과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가 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점이 많기 때문에 국민건강과 노후소득보장기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문화 정체성 고양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성의 역할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잠재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빈약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번 정기국회에서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의 제정취지에 맞게 여성의 사회참여기회의 확대와 잠재력 개발을 돕기 위한 제도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국제경쟁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기업은 인간본위의 경영철학으로 새롭게 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과 문화수준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며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법과 질서,그리고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사관계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도록 적극 노력할 결의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 등이 겪고 있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성·장애인·고령자 등 활용 가능한 잠재인력을 적극 개발·공급하고 국가의 직업훈련체계와 기술자격제도를 개선하여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원활히 양성·공급하는 체제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다운 삶은 깨끗한 환경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개선은 국민의 기본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핵심과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하여는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예외없이 법대로 다스려나갈 각오입니다. 쓰레기종량제는 그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점을 개선·보완하여 국민생활 속에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환경보전운동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간환경단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환경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와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해양오염사고와 적조 등 해양오염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해양오염방지 5개년 계획」을 수립·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으며 오염이 심한 연안바다를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관리하여 오염원을 근원적으로 다스려 나가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계속해서 수자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맑은 물에 대한 국민적 욕구도 더욱 증가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확보·관리하기 위하여 현행의 분산된 물관리 체계를 통합재편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나가고자 합니다. 식품과 의약품의 문제도 간과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일상적 생활과 직결되는 식·의약품에 관해서는 엄격한 선진적 기준을 적용하여 누구나 마음놓고먹고 마실 수 있는 식품·의약품을 보장하는데 진력하겠습니다. 지난해에 뜻하지 않은 대형사고와 재해가 겹쳐 국민들이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받으신데 대하여 정부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대형사고를 거울삼아 안전관련법령과 기구를 정비하고 취약위험시설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소중하게 여기는 안전제일주의를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안전의식과 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기업,국민 모두의 각성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사회의 기반 마련을 위하여 공공부문부터 솔선하여 보다 많은 투자와 전문인력을 확보해 나가겠으며 부실공사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건설제도 개혁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안전의식과 관행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안전문화정착운동을 착실히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세계 각국은 다가오는 21세기의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자국의 교육발전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경쟁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5월 발표한 교육개혁안을 토대로 새로운 교육체제를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98년까지 교육재정을 GNP 5%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하나의 혁명입니다. 이 토대 위에서 우리는 교육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육개혁의 목표는 학습자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력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는 경쟁력 있는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입니다.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평생학습사회를 실현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경로효친을 생활화하고 건전한 가치관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도덕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것 또한 교육개혁의 하나입니다. 교육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하여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고등교육의 육성도 개혁의 한 좌표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도록 하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특성화된 학교운영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간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공 서비스 확대 또한 자율과 책무에 바탕을 둔 개별학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여 학부모와 학교관련인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질높은 교육을 이루고 서비스위주의 교육행정을 펴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변교육환경이 건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학교주변 및 청소년 이용업소에 대한 환경정화를 철저히 시행할 생각이며 아울러 청소년 약물남용 및 학원폭력예방대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습니다. 문화는 국민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국민들이 소득 1만달러 시대에 부응하는 문화향수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활발한 문화교류를 추진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세계속에 심어 나가겠습니다.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고양하는 갖가지 여건을 조성하며 일제침략의 잔재인 구조선총독부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경복궁을 비롯한 왕궁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새로운 민족사 정립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제26회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그 준비를 철저히 하는 한편 오는 6월1일에 결정될 예정인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유치를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21세기 국제경쟁력 확보의 성패는 「정보화」추진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효율성,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국민생활의 편익성이 모두 「정보화」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제정취지에 맞게 민간부문의 정보화 추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기반투자에 주력하면서 국민생활과 직결된 행정분야의 정보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2015년까지 국가,지방자치단체등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가정을 연결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모든 공직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갖고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공직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공직윤리제도를 확립해 나갈 것이며 아울러 공직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처우개선과 이들이 자긍심을 갖게 하는 사회적 인식의 제고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국민 모두가 범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국민 통합에 혼신 현장치안에 중점을 둔 방범활동과 범죄를 유발하는 각종 유해환경 정화에 힘쓰고,특히 학교폭력배와 조직폭력배 그리고 망국적인 마약사범등을 근절시키는데 주력하겠습니다.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으며 이를 위해 행정쇄신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활동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세계화·정보화·지방화 시대에 걸맞는 제도개선과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눈앞에 다가온 21세기에 대비한 행정기틀과 제도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년은 우리가 광복과 분단의 반세기를 넘어 21세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해라고 하겠습니다. 광복이후 새로운 반세기를 여는 1996년이 「제2의 건국」을 향한 새 역사창조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그 시대적 소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국민의 피땀으로 이룩한 경제적 성취와 민주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진정한 선진복지국가·세계일류국가 그리고 통일된 세계중심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 앞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러한 민족사적 목표를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 모두가 밝은 내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열망합니다. 내각과 모든 공직자들은 온 힘을 다하여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한 훌륭한 수레바퀴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국민과 정부가 한마음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의 아낌없는 협조와 편달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 경남 하동 쌍계사 목장승(한국인의 얼굴:57)

    ◎주먹코·송곳니의 “사찰 수호신”/눈썹·콧수염은 문양처리… 우스꽝스러/흐트러진 머리칼은 사방으로 뻗친듯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어귀에 서 있었던 목장승 한 쌍.지금은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 와 있는 쌍계사 목장승을 보노라면 지혜로운 솜씨가 엿보인다.그것은 나무를 뿌리째 뽑아다 물구나무 세워 장승으로 다듬은 기발한 착상이다.도끼 목수의 솜씨는 아닌 듯 하다.절집과 인연이 닿은 어떤 도목수가 소박한 영감을 불어넣어 만든 신앙대상물일 것이다. 쌍계사 목장승은 나무 뿌리가 하늘을 향한 특이한 모습을 했다.아름드리 밤나무를 아예 뿌리가 달리게 뽑아다 뿌리를 머리삼아 장승 한 쌍을 깎고 다듬어 냈다.그래서 장승의 머리는 봉두난발한 꼴이 되었다.머리칼이 가닥 가닥 헝크러졌다기 보다는 한데 뭉쳐 사방 팔방으로 흩어졌다.이 때문에 귀신을 형상화 할 때 흔히 그려넣는 뿔처럼 보이기도 한다.머리칼이 아닌 뿔로 여겨도 사실상 무리가 없다. 그 이유는 사람을 닮은 인태신으로 제작 되었다는 점에 있다.쌍계사 목장승은 인태신으로 조각한 신장상인 것이다.높이는 자그마치 3백30㎝나 되어 그야말로 키가 장승이다.왕방울눈과 주먹코에 송곳니를 드러낸 이들 장승은 신장상이 분명하지만,그리 무서운 귀신이 아니어서 공포분위기를 자아내지는 못했다.오히려 전통무늬로 도안화한 눈썹과 수염 등 얼굴 다른 부분들이 우스꽝스럽다. 눈알이 왕방울처럼 둥글게 튀어나온 것은 암수 장승이 서로 닮았다.콧방울은 말 그대로 방울인데,암장승은 콧마루를 사이에 두고 두 개가 붙어있다.수장승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고 왕방울 눈위에 당초문으로 눈썹을 새겼다.눈썹이 왜 당초문이가 했더니,웬걸 콧수염은 구름무늬(운형문)다.인중이 길어 바보스러울까봐 구름무늬를 새긴 모양이지만 본래 인상은 끝내 바꾸지 못했다.수염은 댕기머리 가꾸듯 총총 따 내렸다. 무섭기로 말하면 암장승이 더 하다.아랫니를 내놓은 입가에 송곳니를 위로 솟게 올려붙여 윗송곳니가 팔자로 아래를 향한 수장승과 대조를 이루었다.눈썹도 닭벼슬처럼 새겨올렸다.또 할망구 노파의 성난 얼굴을 표현할 요량으로 턱에다 톱니꼴 주름살을 길게 새겼다.그렇지만 험상궂은 얼굴이라고 가슴을 철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엉뚱하기 짝이 없는 익살스러운 얼굴로 다가 설 뿐이다. 이들 쌍계사 장승은 사실상 착한 신장으로 자리매김 되어있다.수장승은 가람선신이고 암장승은 외호선신이다.그러니까 쌍계사 장승은 절 안팎을 지키는 사찰장승기능을 지닌 것이다.또 풍수지리설에 따라 절 주변 사방산천가운데 헛점이 보이는 부분은 채운다는 이른바 비보기능도 공유했다. 사찰장승은 때로 절땅 경계표시물이 되어 바깥 세상과 절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을 그었다. 지금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쌍계사 목장승 한쌍은 1백30여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 재벌 개혁선언 실천으로(사설)

    재계가 지난달 3일에 이어 어제 제2의 자정선언을 했다.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두차례의 선언을 통해 다짐한 공통된 내용은 반드시 정경유착을 단절하겠다는 것이며 이번에는 기업윤리헌장을 제정,경영풍토를 획기적으로 쇄신하겠다는 결의를 덧붙이고 있다.또 대우그룹이 별도의 경영합리화방안을 발표하는 등 요즘들어 재계가 보여주는 결연한 개혁의지와 비자금 난국타개의 자세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 우려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는 까닭은 이러한 재계의 결의에 찬 몸짓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항구적으로 지속돼 큰 성과를 거둘 것이란 확신이 쉽게 서지 않기 때문이다.과거에도 재계는 경영풍토쇄신 관련의 성명 발표를 수없이 되풀이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별로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재계가 이번만은 전시효과적 선언에 그치지 말고 개혁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정경유착으로 빚어진 국민경제의 파행적 요소들을 빠짐없이 제거하도록 촉구한다.문어발식 확장만을 꾀할 것이 아니라 업종전문화를 지향,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며 독과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경쟁촉진및 공정거래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주가가 떨어지고 해외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제에 주름살이 지는 것은 비자금사건이 세계적인 스캔들임을 감안하면 치르고 넘어가야할 홍역의 고비로 받아들이고 제2의 건강한 도약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재벌총수 사법처리의 부정적 측면과 단기적인 경제의 어려움만을 내세우는 냄비식 반응에 편승,면죄부를 구하려는 경향은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삼대통령이 무역의 날 치사에서 『기업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기회에 구시대의 잘못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재계의 경우 다시 태어나는 노력으로 그릇된 경영관행을 철저히 떨쳐버리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민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도록 당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악상황 오나…” 술렁/재계 표정

    ◎검찰 강경선회에 아연긴장/“구속만은 피했으면…” 기대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이 전격 구속되자 재계는 아연 긴장하면서 검찰의 진의와 향후 사법처리 수위파악에 주력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서사건이후 최대위기를 맞은 한보는 30일 새벽 정보근 부회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갖고 향후 업무처리에 대해 비상대책회의를 숙의했다.정부회장은 이날 낮에도 본사에서 주요 임직원과 대책을 숙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 정총회장의 전격 구속에 대해 한보그룹직원들은 검찰의 사법처리가 형평성을 상실했다면서 억울하다고 주장.한 관계자는 『뇌물액수가 더 큰 다른 기업들은 그대로 두면서 수서사건으로 처벌받은 정총회장을 죄질이 무거운 뇌물공여가 아닌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한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며 『실명전환시기를 조작했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판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법정공방을 통해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며 검찰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시. ○…총수의 구속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여겨져왔던그룹들은 총수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 우려하며 술렁이는 분위기. A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속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기업경영에 주름살이 심화되기 보다는 심기일전해 기업활동에 전념하는 계기가 되는 방향으로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총수구속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기대를 표명. B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 재소환과 관련,『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7∼28일에 다른 기업총수도 10여명정도 소환된 것으로 안다』며 재소환의 의미를 애써 축소.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경우는 면한 것으로 판단한 그룹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기는 하지만 총수가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서는 일마저 없도록 하려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
  • 법·정의 구현이 경제논리보다 우선/한보 정 회장 구속 의미

    ◎“총수도 죄질 나쁘면 엄단” 의지 천명/「온정」 베풀땐 여론악화도 고려한듯 검찰이 29일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을 전격적으로 구속한 것은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재벌총수 가운데 첫 구속자라는 의미와 함께 나머지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의 잣대」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을 감안해 재벌총수에 대한 구속이라는 극단적 조치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그러나 대가성 뇌물을 의도적으로 준 「불량 기업인」에 대해서까지 「온정」을 베풀 경우 국민여론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정총회장을 우선 구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과 정의의 실현」이 「경제논리」보다 앞서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총회장이 노씨에게 건넨 뇌물총액은 1백50억원.따라서 1백억원 이상의 뇌물을 전달한 정주영 현대·김우중 대우그룹회장(각 1백50억원)과 구자경 LG(1백40억원),신격호 롯데·최원석 동아그룹회장(각 1백10억),이건희삼성·조중훈 한진·장진호 진로그룹회장(각 1백억) 등 8명의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 관심사다. 검찰은 뇌물제공액이 많은 이들과 또 다른 몇몇 총수 가운데 죄질이 나쁜 총수를 선별해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은 노씨에게 수서택지 분양과 관련해 서울시 등의 반대에도 불구,수의계약을 맺게 해 달라며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준 1백50억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난 50억원을 제외한 1백억원에 대해서만 뇌물죄로 지난 27일 불구속기소,비슷한 처지의 재벌총수들에게도 동일한 사법처리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이날 『당시 정총회장에 대한 불구속기소는 공소시효의 만료에 쫓긴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택한 방법이었을뿐』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처음부터 정총회장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정총회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계속 도피,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정총회장을 불구속기소한 뒤 사법처리가 일단락된 것으로 마음을 놓은 정씨를 이날 불러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서울구치소의 노씨를 검찰청사로 데려 와 대질신문을 벌인 끝에 노씨의 「검은 돈」을 실명전환해 사업확장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을 받아 내는데 성공,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명수배중인 한양그룹 배종렬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도 다음달 5일 노씨 구속만료일전에 사건을 마무리지으려는 검찰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검찰은 이날 정총회장을 포함,2∼3명 가량의 재벌총수를 노씨와 대질신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명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재벌총수라도 죄질이 나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 불구속기소 가능성…검찰선 “함구”/뇌물액 드러난 재벌 사법처리는

    ◎“시효 만료” 총수 5명 면죄 받을듯/추가 액수 유무·경제 파장 등 변수 재벌총수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준 돈 가운데 검찰이 뇌물로 1차 판정한 금액이 공개됨에 따라 뇌물액수와 사법처리 수위와의 역학관계가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의 판정결과에 따르면 정주영현대·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각각 1백50억원씩의 뇌물성 자금을 노씨에게 「상납」한 것을 비롯,24개 재벌총수가 5억∼1백50억원씩 모두 1천4백65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그동안 뇌물사건의 경우,통상 ▲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구속기소 ▲1억원이상∼5억원미만 불구속기소 ▲1억원미만은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처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뇌물액수는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즉 노씨가 구속된 지난 16일부터 5년전인 90년 11월16일 이전에 건넨 돈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그 이후 건넨 돈이라도 「떡값」 성격이 분명한 돈도 뺏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즉 공소시효 대상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돈은 「대가성 뇌물」로 판정됐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검찰은 특히 최종현 선경·이동찬 코오롱·박건배 해태·김용산 극동건설·서성환 태평양회장 등 5개 재벌총수의 경우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 5년이 만료된 것으로 판단,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사법처리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재벌총수들의 대부분이 뇌물공여혐의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대가성 뇌물액을 최대 50억원까지 감추거나 줄여 진술한 사실이 노씨 구속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5개 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검찰은 노씨 구속이후 총수들이 진술한 돈의 제공날짜와 대형 국책사업의 수주시기 등을 정밀비교한 결과 「냄새」가 나는 사례를 다수 발견,관련 기업의 사장과 자금담당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계속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종기부회장,삼성건설 박기석회장을 비롯,대우그룹 이경훈비서실장,LG그룹 구자원부회장,선경그룹 손길승경영기획실장 등 20여명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이명박전현대건설회장의 소환조사도 한때 고려됐었다.검찰은 실무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액의 뇌물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뇌물액수와 사법처리와의 「함수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기업인들의 사법처리에 관한 어떠한 기준 및 방침도 세워진 바 없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기업인들의 사법처리가 경제에 미칠 「주름살」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재계쪽의 논리이기도 하지만 「법대로」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대부분 재벌총수들에 대해 불구속기소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 일문일답/“「율곡비리」 감사자료 어제 받았다/소환대상 또 있을 것… 현의원 없어”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24일 율곡사업 비리에 관한 본격수사,비자금 조성내역 및 사용처 추적등에 관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다음은 문답의 요약. ­차세대전투기사업과 관련,김종휘씨의 조사는. ▲93년 당시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조사를 중단했다. ­김씨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귀국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 같은데. ▲그 일간지에 알아보라.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았나. ▲당시 감사결과보고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2일 감사원에 보내 오늘 아침에 받았다. ­자료는 전부 다 받았나. ▲자료가 너무 방대해 일단 결과보고서만 받았다. ­율곡비리전체에 대해 수사를 한다는 것인가. ▲전체인지 일부인지는 해 봐야 안다. ­명확히 해달라. ▲율곡비리중에서 노씨 비자금과 관련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다. ­감사원에서 인력지원을 받았나. ▲아직 안 받았다. ­당시 군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 봐야 알겠다. ­기소이후에도 이 부분 조사를 계속하나. ▲(매우 단호하게)그렇게 봐야 한다. ­내일(25일)소환대상자는. ▲특별한 사람이 없다. ­그러면 이제 다 부른 것인가. ▲소환사실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중요한 인물이면 보고 받았을 것이다. ­부를 만한 사람들은 이제 한번씩은 다 불렀다고 보면 되나. ▲1백% 장담 못 한다. ­마무리단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마무리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가.마무리란 것은 상대적인 의미지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또 부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노씨와 이현우씨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을 신청하나. ▲내일이 만기다.내일 신청하겠다. ­이원조씨는 오늘 돌려보내나. ▲계속 조사하고 있다.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물증을 확보했나.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한 적 있나.(반문) ­23일 노씨에 대한 방문조사결과는. ▲특별한 게 없는 것 같다. ­노씨 소유라고 보도된 부암동 빌라는 확인됐나. ▲확인중에 있다. ­금진호씨는 언제 소환하나. ▲소환할 일이 있으면 한다고 누차 말했다.왜 자꾸 같은 것을 묻나. ­비자금의 대선자금유입 부분의 진전은. ▲아직 특별한 것이 없다. ­노씨가 입을 안 열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처를 규명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효과는 있나. ▲계좌 추적에주력하고 있다. ­노씨의 소명자료에 5공으로부터 전수받은 돈에 대한 내용이 있나. ▲없다.아니,없는 것 같다. ­분명히 확인해달라. ▲알아보고 확인해줄 수 있으면 해주겠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소환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구속만료일인 12월5일안에 5천억원의 내역 규명이 가능한가. ▲하는데까지 한다. ­5천억원이 정말 전부인가.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다만 5천억원 전후일 것이다.
  • 대통령의 중기현장 방문 격려(사설)

    김영삼 대통령은 이번주 초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민생경제를 비롯한 경제현안을 챙기도록 지시한 데 이어 23일 경기도 부천 소재 한 중소기업체를 방문,경영자와 근로자들을 격려했다.김대통령이 중소기업현장을 찾은 것은 산업현장를 비롯한 민생경제를 직접 점검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김대통령은 지난 21일 홍재형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물가와 수출 등 경제현안에 대해 묻고 물가안정·수출증대를 통한 국제수지 개선·중소기업 지원 등을 당부했다.비자금파문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일부 공산품과 서비스가격 인상 등 민생경제와 직결된 문제들이 소홀히 다루어질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현안을 챙기는 것은 국정운영의 누수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비자금사건이 연말을 앞둔 민생경제에 주름살을 주거나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의 연착륙을 어렵게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경제현안 챙기기는 참으로 시의에 부합된다고 하겠다.관계부처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무역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최근 기업인과 근로자의 사기저하와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도 강구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비자금사건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기지원은 무엇보다 시급한 경제현안이자 민생경제의 과제이다.그렇지 않아도 경기의 양극화현상에 따라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많았다.그러므로 관계부처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인 자금난과 판매난 및 인력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바란다.정부가 올들어 발표한 중기지원시책들이 계획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현장에 나가 직접 점검,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시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장점검 결과,최근 사채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흑자도산의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긴급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김대통령의 중소기업체 방문은 공직자들이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현장행정을 통해 경제현안을 풀어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음을 공직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 “비자금 사건으로 내년 경제 주름살 우려”

    ◎정부,재계충격 최소화 부심/경제부처­기업활동 전념 환경조성 주력/재벌그룹­투자계획 위축… 조기매듭 기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경제부처나 기업 모두 새해 「사업구상」으로 한참 바쁘게 마련이다.경제부처들로선 내년 경제운용의 틀을 짜야하고 기업들은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올해는 난 데없이 불거진 노씨 비자금 사건때문에 새해 사업구상에 차질이 생겼다.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느라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에 엄두도 못내고 있고,경제부처들도 야전군이라할 대기업들의 사업계획 윤곽이 잡히지 않자 내년 경제운용의 틀을 짜는 데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자금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몇몇 굵직한 그룹들은 이미지 손상으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해외 프로젝트들이 난관에 부딪치는 가하면 기업의욕도 많이 꺾여있다. 대우그룹은 김우중 회장의 검찰소환으로 유럽자동차시장 공략을 위한 폴란드의 FSO사 인수에 애를 먹고 있고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하다 소환통보를 받고 서둘러 귀국했다.뉴욕증시에서는 포철과 동아건설의 주식예탁증서가 최근 10% 이상 떨어져 비자금 여파가 해외자금시장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경제부처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천정을 치고 하강하는 시점에서 불거진 비자금이 경기의 하강속도를 의외로 빠르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내년엔 경기 연착륙의 과제를 안고 있어 비자금 악재가 지속될 경우 투자나 성장 등 주요 거시지표에도 차질을 줄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자금사건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경우 내년 기업투자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사업이 올해 많이 마무리돼(쌍용정유 설비투자,기아특수강 군산공장 등 완료) 내년 설비투자는 증가율에서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나 규모면에선 증가세가 유지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성장도 내년엔 올해만 못하지만 물가와 국제수지 등 다른 거시 경제지표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그래서 경제전체의 모양새는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는 9%의 고성장속에 국제수지 악화라는 불균형적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내년엔 성장이 우리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7%대)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설비투자 완료에 따른 수입감소로 국제수지도 개선되고 물가 역시 최근의 안정세가 이어지리란 분석이다. 주요 민간 및 관변연구소나 한은 등은 내년 성장을 7∼8%선으로 보고 있다.재경원 최종찬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성장은 올해보다 떨어지지만 7%대의 성장을 보여 완만한 경기하강이 가능할 것』이라며 『성장둔화로 총수요가 줄면서 물가도 내년에는 올해(4.6∼4.7%)보다 더 관리여건이 나아지고,여기에 원자재 값의 안정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그는 내년 물가는 4.5∼5%에서 잡히고,경상수지는 올해 80억달러 적자에서 내년에 50∼60억달러 적자로 둔화될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좋아질 것이나 성장이 9%에서 7%로 떨어지면 체감으로는 경기둔화의 감이 커질 수 있다.특히 건설이나 내수 등 소비부문에서 경기둔화의 한파를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어 이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일이 내년 경제운용의 과제다』(장승우 재경원 제1차관보).대기업이나 중화학공업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중소 경공업과 유통,건설업체들의 불황은 여전해 내년에도 경기양극화 문제가 경제운용에 제약을 줄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정부는 노씨 비자금사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검찰의 재계총수 소환조사가 끝나는 대로 기업의욕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재계의 공동노력이 가시화될 것 같다.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정부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 차제에 재벌개혁도 해야(사설)

    재계가 검은 주일(Blackweek)을 맞고 있다.재벌그룹 총수가 잇따라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등을 받게 되자 재계가 심한 고통과 좌절감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오늘이 있게 된 데 대해 재벌기업들은 주로 그 책임을 정치권에 미루면서 총수소환이 국가경제에 주름살을 준다거나 한국 대기업들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식의 엄포성 변명들을 늘어놓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는 이미 실패한 듯싶다. 국민은 국가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대외적인 신뢰도가 향상되기 위해선 오히려 노태우씨 비자금조성및 관리에 연루된 재벌기업수사가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뿐만아니라 노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혐의로 사법처리될 경우 관련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수습방안이 강구돼야만 이번과 같은 국치적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대기업이 조성하는 비자금이 결국 일반소비자부담으로 옮겨질 뿐아니라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고 기술개발등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게을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우리는 차제에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위해서나 족벌체제 등의 오명을 벋기 위해서도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맡도록 관계법 개정등을 통한 재벌개혁이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다.재벌왕조를 이룬 가부장적 족벌경영은 필연적으로 정치권력계층과 연결고리를 만듦으로써 정경유착은 좀처럼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대기업 소유·경영분리 시책을 보다 강도있게 추진하고 부의 부당한 세습방지를 위해 대주주 주식지분을 줄이는 제도개혁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 재벌의 금융지배가 비자금조성이나 돈세탁등 비리발생의 큰 요인임을 명심,금융기관 주식소유상한을 낮추거나 금융전업화와 같은 업종전문화시책을 빨리 시행토록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재벌총수 무더기 검찰 소환… 시민·중소기업 반응

    ◎“이번 기회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비자금 피해 결국 소비자에” 분개/일부선 “경제 주름살 없게 배려를” 사상 유례없이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소환조사를 받은 8일 서초동 대검찰청사 주변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관심과 시선이 모아져 영하의 날씨속에서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TV 생중계를 통해 삼성,LG,동아,대림 그룹의 총수들이 잇따라 대검청사로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검은 사슬을 끊을 수 있도록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관련 하도급업체나 중소기업등 업계 일부에서는 『연말 자금난이 심화돼 경제가 위축될 조짐』이라고 우려하며 최소한의 경제적인 배려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연구부장 이철규(30)씨는 『경제 민주화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오랜 폐습을 도려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검찰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위법사실이 드러난 관련자를 빠짐없이 사법처리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조사부장 문은숙(32·여)씨는 『대기업의 정치비자금은 과자 팔고 자동차 팔아 남긴 돈으로 피해자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이라며 분개했다. 동대문시장 의류도매상 김원식(49)씨는 『상도의란 정당한 노력속에 이윤을 얻어 그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문어발식 확장으로 재래시장을 멍들게 하면서 이권과 특혜를 대가로 비자금을 상납한 재벌은 당연히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중소업체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 하도급 업체인 마포구 노고산동 B건설업체 업주 김모씨(55)는 『지난 9월 건설업체 부도율이 2.9%로 5년전인 90년 0.9%에 비해 3배이상 높았다』며 『갈수록 자금경색과 불황이 심해지는 판에 기업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조사는 자칫 경기침체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대우전자 돈암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선준(40)씨는 『기업가도 잘못된 정치풍토의 피해자인데 돈주고 뺨까지 맞는 것은 다소 억울한 것 아니냐』며 『사채 시장이 동결되고 돈이 흐르지 않아 동네 상인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구로구 시흥동 K금속 업주도 『이 정도에서 대충 「심판」을 마무리하고 정치·경제 위기를 추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지금대로라면 중소업체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 교수는 『재벌총수들의 소환 조치는 진실 규명을 위한 검찰수사상 당연한 절차』라며 『짧게 보면 관련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으나 멀리 보면 비자금을 완전히 근절한다는 의미에서 경제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학교 폭력배가 이권 주는가(이동화 칼럼)

    재벌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으로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지금까지의 수사는 다소의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가닥을 잘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자금 형성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수있다.재벌총수들의 무더기 소환으로 비자금의 실체가 얼마나 드러날지는 알수 없으나 축재의 과정을 먼저 규명하는 것이 첫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 ○사건규명은 국민적 합의 그동안 노씨가 한차례 소환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은데다 정치권일부에서는 지난번 대통령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간 부분을 밝히라는 압력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재계에서도 『경제에 주름살을 주게된다』며 형식적인 사과와 유형무형의 압력으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술수를 부렸다. 때문에 이번사건에 너무 놀라고 분노해서 「사실규명과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던 많은 국민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는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또 사건폭로이후 20일이 지나도 기대치에 못미치는 수사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다가 이제 국내굴지의 대재벌 총수들과 일선에서 물러난 명예회장들까지 검찰에 출두하고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새로운 기대속에 『이번만큼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목청을 다시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사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법대로 처벌하라는 것은 국민적 합의처럼 되어 있다. 사실규명을 하려면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순서에 따라 효율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먼저 노씨가 비자금을 누구로부터,어떻게,얼마를 모았는지 알아내야 할것이다. ○축재과정 먼저 수사해야 그다음 어떻게,얼마를 썼는지를 가려내야 한다.모아서 쓰고 남은 부분이 얼마이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가리는 것은 노씨의 처벌과 관련하여 필요한 대목이다.외국은행 계좌나 부동산부분의 몫이 커질수록 국민적 분노도 커질 것이다. 노씨가 돈을 모은데에 재계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을 것은 분명하다.쓴부분 중에는 정치자금이 있기 때문에 정계가 관련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막상 당사자인재계·정계인사들은 어떻게든지 수사와 여론의 초점에서 빠져나가려고 급급한 모습들이다.6공화국에서 특혜를 받은 몇몇 재벌의 총수들은 『정치자금이라면 몰라도 뇌물을 준적이 없다』고 극구부인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예이다. 심지어 지난주 국민들에게 사과성명을 내기위해 모였던 전경련 회의에서 어느 재벌총수는 『학교주변 폭력배에게 돈을 바친 학생이 나쁜가.안주면 얻어 맞고 뺏기는데…』라는 표현까지 쓴것으로 알려졌다. ○혼란 가져오는 정치공세 기업의 안전만을 위해 돈을 바쳤다는 강변이 아닐수 없다.학교폭력배가 바친 돈의 몇십배 몇백배 또는 그 이상의 이권과 특혜를 주는가를 그에게 되묻고 싶다.또 재계에서는 경제위축을 우려하며 조기수습을 건의하기도 한다. 정계쪽의 몸부림은 더욱 가관이다.순서에 맞춰 비자금 모은 부분을 집중 추궁하는 도중에 일부야당에서는 초점을 쓴 부분으로 돌리려고 야단이다.이렇게되니 국민들은 혼란스럽다.특히 국민회의쪽은 노씨의 대통령선거자금 지원내용을 밝히라고 연일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이는 김대중 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실수로(?)털어놓은 것이 도덕성 문제로 번지는등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자 이를 만회 또는 희석하려는 책략의 측면이 강한 것으로 이해된다.그의 말대로 겸허한 반성 위에서 정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라면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든지,정치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벌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상대를 곤경에 빠뜨려 상대적 이익을 얻으려는 구습을 답습하는 것은 보기에 안타깝다. ○선진화 위한 가공 필요 검찰은 이제 노씨 비자금사건의 모든것을 제대로 밝힘으로써 새로운 전통을 쌓아야 한다.그러려면 이해당사자일 수 있는 정계·재계의 압력에 굴함이 없이 소신을 갖고 국민의 편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과거 무슨 이유였든 간에 덮어두었던 수서사건·상무대사건 등을 재수사,스스로 불명예를 떨쳐버려야 한다. 이렇게 큰 사건을 수사하는데 아픔이 없을 수 없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처리하면 국가를 한단계 선진화시키는 일이 된다.비리척결을 위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 「유창전기금속」 최원식 사장의 사연

    ◎부도→도피→자살… 중기사장의 비극/종업원 55명 연매출 36억의 중견 기업/거래업체 부도… 사채쓰다 몰락의 길에/“열심히 노력했는데… 속고 산것 같다” 유서 『남들처럼 돈이나 챙겨놓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대로 열심히 신의를 가지고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너무 세상을 속고만 살아온 것 같소.다 나의 잘못이니…』 빚에 몰려 쫓겨다니던 중소기업 사장이 통한의 유서를 남긴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것외에는 험한 세상을 살아낼 방도를 달리 찾을 수 없었던 중견 엘리베이터 부품업체 유창전기금속 사장 최원식(49)씨. 최씨는 17일 상오 1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세곡동 자기집 지하 보일러실에서 손목 동맥을 칼로 끊고 숨진채 발견됐다.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니던 양복차림의 복장 그대로,보일러실 바닥에 고여있던 40㎝깊이 물속에 고개를 푹 파묻은채 앉아있던 최씨의 손목에는 칼자국 5개가 나있었고 주위에는 피묻은 과도와 빈 양주병이 널려있었다. 82년 회사를 설립,종업원 55명에 연간 매출액 36억원을 올리던 최씨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거래업체가 도산,납품이 중단되는 바람에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곧이어 3억원의 부도를 냈다. 부도를 낸 전력때문에 은행빚을 얻기가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다 공장에 쏟아부었다.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그는 8남매 동기가운데 6명의 집까지 저당잡히고 빚을 막아나갔지만 사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도직전에는 그 이자만도 월8천만원에까지 이를 정도였다. 결국 최씨는 지난달 13일 41억원의 부도를 내고 도산,16일부터는 경찰에 사기죄로 수배되는 신세가 됐다.남매들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친구집·여관등을 전전하던 최씨는 『못난 나는 이제 책임을 지고 죽어야겠다』며 밤마다 누나·형들의 집에 전화를 해 피울음을 토해냈다. 지난 10일에는 『마지막으로 보고싶다』며 부인 곽씨를 지하철 3호선 수서역으로 불러냈다가 수상히 여긴 곽씨가 그의 주머니에서 농약병을 빼앗기도 했다.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한 주위의 여러사람들에게 정말 미안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정말정말 죄송하고 원망스럽습니다』 자상한 남편으로,인자한 3남매의 아버지로,마음씨 좋은 사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던 최씨의 꿈과 인생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배겨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주름살」을 가슴깊이 한으로 안은채 이렇게 처참한 종말을 맞았다.
  • 해외투자 지나친 경쟁 막아야(사설)

    정부가 10일부터 시행키로 확정·발표한 「해외투자 건실화및 자유화 방안」은 재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재정경제원이 마련한 이 방안은 국내기업이 1억달러이하의 해외직접투자를 할때 투자액의 10%이상을,1억달러를 초과하면 20%이상을 각각 자기자금으로 조달토록 의무화하고 30대재벌에 대해 해외투자의 누적지급보증한도를 국내 모기업자기자본의 1백%까지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해외투자 제한업종을 현행 17개에서 부동산관련 3개업종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자유화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한마디로 기업들이 빚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한뒤 해외투자에 나서라는 것이지만 재계에서는 규제완화라는 정부정책기조에 역행하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따른 글로벌경영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비록 내용이 완화되긴 했지만 이번 방안이 3년전 폐지한 해외투자규제조치를 되살리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난의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재계가 이러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해외투자관행을 스스로 되돌아 보기를 촉구한다.과거 해외건설투자의 예를 비롯,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기업의 대미투자는 거의 실패했다』고 밝힌 것처럼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적잖이 무모하고 과당경쟁적인 양상을 띠는 경우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합리성보다는 특정업종의 해외진출에 따른 선점효과에 치중,계열기업들의 경영외적 영향력을 넓힌다거나 주가관리를 꾀하는 식의 그릇된 해외투자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또 해외투자기업이 도산할 경우 국내모기업이나 지급보증에 나섰던 은행등이 큰 피해를 입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경제 전체에 주름살이 가게 하는 위험성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도 해당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필수적이다.무리한 해외투자를 막는 것과 함께 고금리·고임금 등이 빚은 열악한 국내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 중소형차 경쟁력 키워야(사설)

    대형차의 자동차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이번 한·미자동차협상의 타결로 국내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수의 진을 치는 각오로 경쟁력 강화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번 협상의 영향으로 외제대형차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짐으로써 국내시장 침투가 훨씬 쉬워졌고 국내 승용차수요의 대형화도 어렵잖게 예견된다.이러한 추세는 대형차부문에서 특히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또 국산 중·소형승용차도 국내업계는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자평을 하고 있지만 멀지않아 치르게 될 일본차와의 내수시장쟁탈전을 낙관하는 시각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일본 중·소형차는 현재 대일 무역적자축소를 겨냥한 수입선다변화시책에 묶여 국내시장에 발을 못들여놓고 있으나 2∼3년 뒤에는 시장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업계가 대형차에 이어 중·소형차량까지 내수시장에서 외제에 밀릴 경우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기반붕괴의 심각한상황에 처할 수도 있음을 깊이 새겨서 다각적인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자동차회사의 임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기업경영과 제품생산에 임하는 근로자세의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과거 정부의 산업보호정책에 의해 온상속에서 성장하던 안일한 자세를 떨쳐버리고 기술혁신을 통한 신제품개발등의 경쟁력강화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특히 제품을 한번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애프터서비스 부재의 그릇된 관행으론 살아 남지 못함을 깨달아야 한다.또 국내업체의 무리한 신규참여에 따른 인력스카우트경쟁이나 노·사분규로 빚어지는 임금의 급상승이 경쟁력약화의 큰 요인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외제선호심리를 개탄하기에 앞서 그동안 판매대수 늘리기에 바빠서 값싸고 성능 좋은 국산자동차 개발생산에 소홀히 해온 점도 국내업계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 너그러움의 비밀/이준호 대신증권 사장(굄돌)

    살다보면 언제나 즐겁고 상쾌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때로는 왠지 짜증스럽고 뭔가 일이 잘 되지 않는 날도 있게 마련이다.바이오 리듬을 이용해 우리몸의 상태가 지금 어떠한 상태에 있으니 어떻게 행동하라는 등의 방법도 등장한 지 오래지만 역시 감정을 제어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너그러운 표정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시로 짜증스럽게 충돌하며 일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지혜로운 사람은 전자의 태도로 일하는 것이 후자의 태도로 사는 것보다 훨씬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나의 실수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사람에게는 억지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며,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그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심성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떤 권력이나 합리적인 지식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너그러움은 그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들 말한다.「웃으면서 생긴 주름살은 위로 올라가고 찡그리며 생긴 주름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말을 빌린다면 이웃이나 동료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고 짜증스런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과는 그 얼굴부터 달라져 있을 게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에 슬며시 거울을 한번 쳐다본다.
  • “중년 미망인의 고독·사랑 표현”

    ◎원로배우 백성희씨,무대인생 50년 기념 「혼자사는 세 여자」 공연/김금지·윤소정·이호재씨 등 후배연기자 대거 출연 인생황혼이 결코 연기의 석양길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연기자,게걸스런 세월의 주름살을 무대위에서만큼은 깨끗이 지워버릴 수 있는 연기자가 있다면…그 앞자리는 단연 원로 연극배우 백성희씨(본명 이어순이·70)의 몫이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제게 붙여진 「무대지기」란 표현은 더이상 쓰지 말아 주세요.왠지 고독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주거던요.지난 연기생활 반세기는 보다 나은 연기를 위한 기초다지기의 세월이었을뿐,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우리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백성희씨의 연극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무대가 후배연극인들의 주선으로 8월 1∼21일(평일 하오7시30분,토요일 하오4시30분·7시30분,일요일 하오7시30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다.지난 43년 데뷔한 그의 실제 「연극나이」는 52년이지만 2년이 지난 올해 비로소 후배들의 정성이 모아진 것이다. 기념공연 추진위원장인 최불암씨(현대예술극장대표)를 주축으로 한국연극협회,국립극단,한국배우협회등 범 연극계가 뜻을 모아 올리는 이번 무대의 공연작품은 「혼자 사는 세 여자」(원제 The Cemetery Club).러시아계 미국작가 이반 멘첼 원작을 정일성씨가 연출,국내 초연하는 이 작품은 남편을 잃은 세명의 중년여인이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겪게되는 갈등을 통해 새로운 자아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성인연극」이다. 『요즘 대학로 연극들이 눈요기 위주의 감각지상주의에만 빠져있는 것같아 마음 아픕니다.문예회관 대극장 공연 정도를 빼면 모두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수준이 고작이에요.진정 어른스런 연극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번 공연이 번역극이어서 좀 아쉽다는 그는 다행히 이 작품이 동양적 정서를 바탕으로 중년여성의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만큼 차분히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씨의 극중 역할은 맏언니와 같은 포용력과 인생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춘 아이다부인.그는 다소 허영기있고 남자에 적극적인 루실(김금지),재혼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도리스(윤소정)와 짝을 이뤄 중년 미망인의 숙명적인 고독과 사랑의 삼중주를 펼친다.중견배우 이호재는 우리 시대의 페미니스트인 샘으로,국립극단의 손봉숙은 자기중심적인 현실주의자 밀드레드로 각각 출연한다. 백씨는 지난 43년 극단 현대극장의 「봉선화」(함세덕 작·유치진 연출)로 데뷔한 이래 신협과 국립극단을 거치며 「뇌우」 「산불」 「파우스트」등 4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해방후 한국 신극사의 기본줄기를 이어온 정통 연극인.국립극단의 단장을 두번씩이나 역임했지만 「행정」엔 까막눈이라는 그는 『무대배우의 자리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것』이라는 말로 순수예술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낭랑하고 힘찬 철성 때문에 극중 역할에 따른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저의 연기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5시간 이상 피나는 연습에 지난주엔 졸도까지한 이 노배우는 연극이외의 생활이 없음을 자탄하지만 그것은 이내 자부심에 압도당한다.
  • 서민금융 관리감독 강화하라(사설)

    충북상호신용금고의 대형금융사고는 그 피해자가 대부분 영세상공인과 서민들인데다 감독기관으로부터 경영지도를 받던 중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감독원의 정기검사에서 충북신용금고의 변태운영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신용관리기금측이 직원들까지 상주시켜 경영지도와 감독을 해왔다는 것이다.그러나 충북금고의 사주는 대주주 불법대출 및 각종 계수조작등의 방법으로 6백10억원의 고객 예금을 횡령한 뒤 해외로 잠적했고 금융감독체제의 허술함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우리는 국내금융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을 앞두고 이처럼 눈 뜬 장님식의 금융지도·감독업무가 이뤄지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앞으로 사고 재발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한 금융감독체제의 일대 혁신을 촉구한다.상호신용금고의 소유와 경영을 완전분리하고 대주주 친인척들의 경영참여도 엄격히 금지하는 조치가 우선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이번 사고를 비롯,신용금고의 금융사고는 대부분 대주주인 사주가 고객돈을 마치 제것인양 마음대로빼내 씀으로써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부실 징후가 뚜렷한 신용금고는 피해범위가 확산되지 않게끔 적기에 정리하는 한편 건실한 금고는 대형화와 기업공개를 적극 유도,앞으로 신용금고가 더이상 대주주의 사금고로 변질되는 폐해를 없애고 공신력을 충분히 갖춘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와함께 지난 83년 한 사람앞에 1천만원으로 정해진 신용금고예금주의 피해보상한도는 그동안의 국민소득증대및 물가상승률등을 감안한 수준까지 증액하는 현실화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충북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을 없애는 정책배려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덕산그룹사건으로 지난 3월 단자회사인 충북투자금융이 부도를 냄으로써 이미 적잖은 상처를 입은 충북지역경제는 이번 사고로 특히 영세중소업체들이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정부차원의 별도 지원대책이 강구돼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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