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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4년중임 개헌 필요 北核 대북특사 용의”

    박근혜 “4년중임 개헌 필요 北核 대북특사 용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4년 중임제의 개헌이 필요하고 그 시기는 차기 대통령 선거 이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4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개헌론과 관련,“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제를 깔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5년 단임제는 정책의 영속성·책임성 면에서나 충분히 문제점이 드러났고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당 차원에서 논의한 바는 없고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지난 2일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박 대표도 가세하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특히 당 혁신위와 비주류 일각에서 제기한 당권·대권 분리 문제에 대해 “제가 제일 먼저 말한 것”이라면서 “현행 당헌·당규에는 대선 6개월까지인데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당권·대권의 조기 분리’를 위해 당헌 당규를 개정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갑자기 대선 전에 후보를 내놓기보다는 당 대표로서 차기 대선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후보를 내놓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도리이고 4·30 재보선도 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최근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 그는 “단순히 한반도 안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대북 특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혁신에 대해 박 대표는 “이제까지 당의 합리적 변화와 국민의 뜻을 반영한 개혁을 거부한 적이 없기에 혁신위에서 합리적이고 개혁적 안을 내놓으면 얼마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못박았다.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아직 시간이 남았고 민생·외교안보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데 지금 대권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면서도 “정치를 하는 사람은 꿈이 있듯 저도 꿈이 있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학부모 촌지 평균35만원”

    교사에게 건네지는 학부모들의 촌지는 평균 35만원이고, 주로 오후 3시에 교실에서 주고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촌지 수수실태 사례 33건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부방위에 따르면 촌지를 주고받는 시간은 33건 중 7건이 오후 3시에 집중됐고,18건도 오후 2∼4시에 건네진 것으로 나타났다. 촌지를 주고받는 장소는 교실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교내 다른 장소와 교사 자택, 연구실, 무용실, 소풍지 등이 뒤를 이었다. 촌지액은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100만원으로 20만∼30만원대가 가장 많았다. 촌지 형태는 현금이 15건이었고 상품권(11건)이 뒤를 이었다. 현금이나 상품권은 봉투에 담아 직접 건넨 경우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녀를 통해 봉투를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양주 세트나 꽃, 책, 롤케이크상자 등에 담아 봉투를 건넨 경우도 6건이나 적발됐다. 물품 선물로는 금팔찌, 양주, 외제화장품, 영양제, 와인 등이 주류를 이뤘다. 촌지수수사례는 지난해 5월6일부터 15일까지 부방위가 적발한 128건 가운데 표본추출한 내용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동물의 사랑/이용원 논설위원

    동물도 인간의 부부처럼 1대1 사랑을 지속하면서 때로는 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까.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잉꼬·원앙새 등을 부부애가 지극한 동물로 인정했다. 그래서 신랑·신부에게 원앙새 인형 한쌍을 선물하는가 하면 금실 좋은 부부를 보통 잉꼬부부라고 부른다. 동물생태학에서도 새 종류는 대부분 특정상대하고만 짝짓기를 하며 새끼도 함께 키우는 것으로 판단, 한때는 조류의 90%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반면 포유류는 일부일처를 택하는 종(種)이 극히 드물어 많아야 여나믄 종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새들은 과연 정숙할까. 그 신화는 10여년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 나온 연구 결과들은 새들도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갈매기는 동물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주의자로 꼽혀왔다. 한번 짝을 맺으면 갈라서지 않는 것은 물론 암수가 ‘가사’를 공평하게 나눠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행한 연구의 결과를 보면 갈매기 네쌍 가운데 한쌍이 1년만에 이혼한다고 한다. 원앙새·잉꼬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은 진즉에 밝혀졌다. 이처럼 ‘정숙한 조류’라는 신화가 무너진 까닭을,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연구기법의 발달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망원경 등으로 새의 행동반경을 관측하는 것이 연구활동의 주류여서 암수의 다정한 모습만을 볼 수 있었지만,‘DNA 지문검사법’을 도입해 보니 같은 둥지에서 부화한 새들에서도 아버지가 다른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며칠전 서울대공원 사자 우리에서 수사자가 암사자를 물어죽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원 측은, 수사자들이 한 수사자를 집단 공격하자 암사자가 이를 막으려다 변을 당했다면서 숨진 암사자와 공격 받은 수사자는 4년여동안 부부생활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자 사회에서는 힘센 수사자가 무리에 속한 암사자를 모두 거느리므로 암사자가 정절을 지키고자 기존의 ‘남편’과 함께 대항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남편을 위한 희생’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동물학자들의 견해이다. 그런데도 이 가련한 순애보를 믿고 싶어지는 까닭은, 우리 사회에서 무너져가는 부부간의 순결을 동물세계에서나마 확인하고픈 마음에서이리라.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4·30 재보선 분석] 흔들리는 文…탄탄해진 朴

    [4·30 재보선 분석] 흔들리는 文…탄탄해진 朴

    ‘미니 총선’으로 불린 4·30 재·보선이 열린우리당의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자 정치권이 한바탕 술렁거리고 있다. 가까이는 과거사법 처리 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정치권의 재편 논의까지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재·보선 이후 각 정당 내부나 정치권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①명암 갈린 여야 지도부 열린우리당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책임론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희상 의장은 최근 인터넷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보선)전체가 잘못되면 사퇴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출범한 지도부가 현실적으로 ‘자리’를 걸고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 의장도 1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책임론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일부 개혁적 초선 의원들이 ‘개혁 대 실용’논쟁을 촉발시키며 지도부에 개혁노선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당내에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보장받게 됐다. 행정수도 분할론 등 당내 비주류 인사의 ‘박근혜 흔들기’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나아가 박 대표는 정치권에 ‘박풍(朴風)’의 파괴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킴으로써 대선 예비주자로서 행보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②향후 선거에 미칠 파장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자치선거 등 향후 선거에 미칠 파장을 두고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과 대선주자로서 박근혜 대표의 득표력”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분당한 이후 분열된 ‘호남표’를 통합시키기 위해 호남 출신 대선 예비주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 조기 당 복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박 대표의 득표력과 대적할 수 있는 호남 출신 장관이 당으로 돌아와 민심을 돌려세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을 견제하려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고무된 표정이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여러차례 강세를 보이고도, 정작 대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면서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충청권 신당논의 탄력? 충청권에서 여당의 참패와 무소속 후보의 당선으로 충청권 신당 논의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측은 회의적이다. 정치적 명분이 없는데다 지역주의 정당으로선 더이상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으로 충청권 신당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신당이 생기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충청권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성향이 비슷해 큰 선거에서 연합을 시도하는 등 정치적인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특히 행정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공주·연기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난 두차례 대선때 충청권에서 패한 경험이 있다.”면서 “공주·연기 승리 자체로 여권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구 전광삼기자 ckpark@seoul.co.kr ■ 민주 민노 민주·민노 표정 4·30 재·보선으로 민주당의 ‘몸값’이 한껏 뛰어올랐다. 열린우리당이 당분간 146석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라 개혁법안 등을 처리하려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민주당은 전남 목포시장을 배출한 것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경기 성남중원에서 11.6%의 득표율을 기록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의 표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밝혀짐으로써 이름값을 더욱 톡톡히 올렸다는 평가다. 이낙연 원내대표도 1일 이를 강조하며 “열린우리당은 이대로 가다간 중부권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여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바뀐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면 (민주당과의)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은 뒤‘캐스팅보트’ 역할로 위상을 한껏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까지 최대한 몸값을 부풀려 ‘여당에 흡수’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수도권 교두보로 기대하던 성남중원의 석패가 아깝다는 표정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여야가 본 패인·승인 4·30 재·보선은 여야 모두에게 여러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어거지 공천’의 대가는 컸다는 게 중론이다. ●與,“겹친 악재”,野,“여전한 朴風”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그동안 “국가보안법·과거사법 등 정치적 공방에만 관심을 두고, 민생·경제를 살피지 않았다.”는 여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인 공주·연기에서도 패배한 것을 놓고 충청권 민심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경북 영천의 경우, 선거 초반 두자릿수 차이로 뒤지다가 박 대표의 ‘읍소작전’이 먹혀들면서 막판 뒤집기에 겨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열린우리당의 전략 부재와 ‘경제위기설’ ‘오일게이트’ 등도 표심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야,“공천시스템 이대론 안된다” 열린우리당은 공천 실패도 패인의 하나로 꼽고 있고, 한나라당 역시 공천과정에서 시·도당 위원장들의 ‘품앗이 공천’이 논란이 되면서 선거전을 어렵게 끌고가게 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철새논란’을 일으키며 입당시킨 한나라당 출신 염홍철 대전시장의 입당도 충청권 선거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염동연·한명숙 상임위원은 “공주·연기, 아산에서 후보가 교체된 것이 문제였다.”면서 “집권당으로서 긴장감을 가지고 다각도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병렬 의원도 “직접 충청권 2곳의 선거를 지원하면서 후보 교체가 패인임을 깨달았다.”면서 “중앙당이 후보를 선발·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은 “당의 정체성과 상관없는 후보와 인물들을 ‘당선 가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입하는 편의적·실용적 공천이 전패를 불러 왔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역시 불법 선거운동설이 나도는 후보들을 공천하는 등 ‘공천 파동’을 겪었다. 시·도당 위원장들에게 막강한 권한을주는 어정쩡한 상향식 공천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게 됐다. 특히 당 지도부는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 공천시스템으로 인해 ‘책임은 없고 의무만 있는’ 기형적인 방식이 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당선 가능성 못지 않게 도덕성을 갖춘 참신한 정치 신인도 영입할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소영 전광삼기자 symun@seoul.co.kr
  • [쇼핑in] ‘은평목장’의 할인점 결투

    [쇼핑in] ‘은평목장’의 할인점 결투

    ‘신세계 이마트냐, 농협 하나로클럽이냐.’ 할인점 업계의 선두주자인 이마트와 우리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하나로클럽이 서울 강남에 이어, 은평에서도 또다시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하나로클럽은 오는 6월3일 매출액 전국 1위(할인점 업계, 단일 점포 기준)를 달리는 이마트 은평점과 같은 상권 안에 6호점인 하나로클럽 은평점을 열어 도전장을 낸다. ●하나로, 신선·다양한 농산물·고급 인테리어 내세워 서울 은평구 대조동 14의 24 팜스퀘어 지하 2층에 자리잡을 농협하나로클럽 은평점은 영업면적 1200평(총면적 2760평) 규모로 상품의 70%를 우리 농수축산물로 구성할 계획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만큼 값싸고 신선한 농산물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한편,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을 고급화함으로써 ‘작지만 고급스러운 농산물 매장’을 지향한다는 게 목표다. 박종준 은평점 개설준비단장은 “농협유통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양재점·창동점처럼 다양한 농수축산물 상품을 갖추는 등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운영할 생각”이라며 “칙칙한 분위기나 높은 판매대 등 약점으로 지적돼온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해 이마트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은평점 오픈을 계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3개의 점포를 추가로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눈길을 끄는 매장은 명품 과일 코너와 쌀빵 코너. 망고·파인애플·석류·청견(오렌지) 등을 선보이는 명품 과일코너는 산지에서 바이어(구매 담당)가 직접 당도와 색깔이 우수한 과일만을 선별해 과일 바구니와 선물세트로 제작해 판매하는 독특한 매장. 가격대도 3만∼8만원대로 구성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8평 규모의 쌀빵코너는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국산 쌀로 만든 빵 20여개 제품을 내놓는다. 현미식빵·백미식빵·흑미식빵을 비롯해 쌀팥빵·초컬릿머핀·쌀롤케이크 등이 주요 제품이다. 방부제를 쓰지 않는 데다 쌀 고유의 촉촉한 맛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도 강력한 수성 의지를 내비쳤다. 하나로클럽의 영업 면적이 이마트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주력 상품도 다른 만큼 큰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로클럽이 시장점유율을 잠식해오면 ‘전국 매출액 1위’라는 타이틀을 다른 할인점으로 넘겨줄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전국 단일점포 매출1위 수성에 촉각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마트 은평점은 지하 1층∼지상 6층에 영업면적이 3600평 규모. 식품·잡화·의류·어린이용품·주방용품·가전제품 등의 부문에 모두 6만여개 품목을 특성에 따라 전문화한 카테고리식 구성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 1층 신선식품,1층 가공식품,2층 잡화,3층 의류,4층 완구·레포츠,5층 어린이용품과 주방용품,6층 가전제품과 푸드코트 등으로 특화시켜 보다 쉽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마트에서 발길을 잡는 곳은 성인용 완구와 정원용품 코너.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주택가가 많은 상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성인용 완구코너에서는 조립완구인 프라모델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정원용품 코너에서는 화분·펜스·분갈이 흙 등을 전문 판매하고 있다. 이 덕택에 지난해 23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업계 2∼4위인 메가마트 동래점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안산점·영등포점 등 보다는 무려 300억원 가까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여기에 어린이놀이방·유아휴게실·푸드코트·소비자만족센터 등 다양한 부대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대형 할인점이 없는 서북상권의 유일한 원스톱 쇼핑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인균 이마트 마케팅실장은 “하나로클럽이 면적도 좁고 주력상품도 다른 만큼 위협적인 경쟁상대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하나로클럽의 오픈을 계기로 적극적인 소비자 관리와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한편,1차 농수축산물 상품의 보강을 통해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매장입구 화훼코너도 눈여겨보세요 농협 하나로클럽 은평점은 비장의 카드로 ‘화훼코너’를 빼들었다. 매장 입구 바로 옆에 설치함으로써 ‘은평점의 얼굴’로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깔끔하고 투명한 유리 소재를 사용해 입구의 답답함을 줄이는 한편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5평 규모로 꾸며질 화훼코너는 장미·스프레이·소국·백합·아이리스 등 계절을 대표하는 다양한 생화를 판매할 예정이다. 조정일 은평점 개설준비단 주임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소비자들에게 꽃을 보는 즐거움과 동시에 계절감을 줘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매장 입구에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추·치커리·열무·아욱·도라지·더덕·신선초·비트·봄무·봄배추 등 집에서 손쉽게 길러 먹을 수 있는 각종 씨앗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가격은 1000∼3000원 선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는 공기정화식물도 판매할 예정이다. 산세베리아 화분이 7000원∼1만원, 스파트필럼 2500원, 아이비 2000원, 카랑코에를 2000원에 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모래와 안개의 집’ 29일 개봉

    ‘모래와 안개의 집’(House of sand and fog·29일 개봉)은 모래처럼 부서지기 쉽고, 안개처러 잡히지 않는 삶의 희망 혹은 절망에 관한 영화다. 한때 조국 이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으나 강제로 추방돼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 온 매수드 아미르 베라니(벤 킹슬러). 늘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하는 그는 외견상 성공한 이민자의 전형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족들도 모르게 그가 하는 일은 고속도로 공사장의 막노동이다. 자신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자식들 남부끄럽지 않게 교육시키고, 좋은 짝을 찾아 맺어주는 게 최대 인생 목표인 평범한 가장이다. 이혼의 상처와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캐시(제니퍼 코넬리).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준 집 한채다. 작고 허름하지만 아버지가 30년간 모은 돈으로 장만한 집은 그녀가 절망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다. 힘들게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 두사람을 연결하는 고리는 다름아닌 집이다. 세무당국의 실수로 경매에 넘겨진 캐시의 집을 매수드가 싼 값에 구입하면서 이들의 예기치 않은 악연은 시작된다. 어떻게든 집을 되찾으려는 캐시와 집을 개조해 비싼 값에 되팔려는 매수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친다. 여기에 우유부단하고, 충동적인 경찰관 레스터(론 엘다드)가 가세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소한 오해와 고집이 불러온 사건의 결말치고는 대단히 참혹하다. 소유권 분쟁이 첨예해질수록 캐시와 매수드가 보여주는 행동은 정상적인 권리주장이라기보다 집착에 가깝다.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이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후까지 놓지 않는 지푸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거대한 운명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이들에게 작은 희망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안드레 듀버스 3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CF감독 출신 바딤 페렐만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어린시절 구소련을 떠나 빈에서 로마로,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한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은 어디에서든 고국의 바다를 그리워하는 매수드 가족의 모습에 투영돼 있다.‘간디’의 벤 킹슬리와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펼친 열연이 눈부시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가족’ 한국어출간 재미작가 이창래씨

    ‘가족’ 한국어출간 재미작가 이창래씨

    “물질문명의 발달로 전통적인 대화의 통로가 좁아지고, 그에 따라 구성원 개개인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불안정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 교포작가 이창래(사진 왼쪽·40)씨가 장편소설 ‘가족’(전2권·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의 한국어 출간에 맞춰 내한했다.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뉴욕에 거주하는 50대 후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장이 주인공이지만 전세계 어느 가족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전작 ‘제스처 라이프’도 이번에 새롭게 출간됐다. 지난해 발표된 그의 세번째 소설 ‘가족(원제 Aloft)’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3월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의 하나로 선정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소설은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평생을 살아온 제리 베틀이 은퇴 후 갑자기 해일처럼 몰아닥친 가족의 위기로 갈등하고, 회의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 한인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95년), 일제하 종군위안부를 다룬 ‘제스처 라이프’(99년) 등 전작과 달리 ‘가족’은 미국 사회에서 주류로 편입된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화자로 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는 “이전까지 한국계 작가라는 남다른 위치로 주목받는 면이 컸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작가(national writer)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소설 속엔 그의 개인적인 가족사와 경험이 알게 모르게 녹아 있다. 뉴욕 외곽 부유층 마을에 거주하는 제리 베틀처럼 그도 이탈리아계 미국인 아내, 두 딸과 함께 뉴욕 인근 뉴저지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 일주일에 이틀씩 프린스턴대에서 창작과정을 강의하는 그는 차기작으로 한국전쟁 전후에 관한 이야기를 집필 중이다. 미국에 건너온 고아 난민소녀, 참전군인, 구호 자원봉사자 등이 주인공이다.2년 내 출간할 계획. 세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이씨는 예일대 영문과와 오리건대 대학원 창작과정을 나왔다.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과 ‘제스처 라이프’로 헤밍웨이재단상, 펜문학상,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방한 기간중 서강대(28일)와 서울대(29일)에서 문학강연을 한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관광기념품 쇼핑몰 오픈

    경기관광공사는 25일 관광기념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GGi Mall(www.ggimall.com)’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쇼핑몰에서는 경기도의 10대 관광기념품 및 세계 관광기념품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과 각종 액세서리·생활용품·문구류 및 주류 등을 판매한다. 베스트 상품·기획 상품·대표 상품 구별과 함께 가격대별로도 상품 분류를 해놓았다. 또 다음달 8일까지 오픈기념 이벤트를 마련, 응모하면 당첨자를 선발해 2만∼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031)259-6930.
  • [부고]

    ●박종규(동림당 원장)봉립(전 한솔종합금융 부장)정규·행규(자영업)민규(강림한의원 원장)씨 모친상 동민(매일경제신문사 기자)씨 조모상 24일 부산 대동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51)550-9951 ●최태수(연합뉴스 영상취재부장)민수(전 두산주류 과장)영곤(세림종합건설 이사)씨 부친상 김무경(세무사)손규락(경주 신라CC 차장)씨 빙부상 23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30분 (053)959-4441 ●이시욱(전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장)씨 모친상 규진(베이직솔루션 이사)우진(마사츄세츠 주립대 교수)씨 조모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410-6914 ●최영근(공무원)영재(전진상사 대표)영호(메트로이앤씨 〃)씨 부친상 이순일(뉴질랜드 거주)정태영(고려인삼 서울본부장)이민종(한국외대 기획부처장)손형락(자영업)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2)3410-6915 ●박흥식(서울 증산치과의원 원장)춘식(광주 우리들의원 〃)인식(상신무역 대표)씨 부친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7 ●오원석(보워터 한라제지 고문)현석(명진 대표)씨 모친상 김철희(조령산업 회장)김현수(〃 대표)씨 빙모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010-2292 ●변영균(만남공인중개사무소 대표)석균(자영업)정실(아현중 교사)정심(미국 거주)씨 부친상 배용기(한국남동발전주식회사 처장)양진수(KBS보도본부 뉴스광장 데스크)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8시 (02)3410-6918,6988 ●정경옥(성균관 고문)씨 별세 영수(전광건설 엔지니어링 이사)씨 부친상 신태섭(국제강재주식회사 이사)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10시 (02)3410-6907 ●이옥주(전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씨 별세 임인재(서울대 명예교수)씨 상배 창순(미국스탠포드대학 연구원)씨 모친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5일 오전 8시30분 (02)3010-2261 ●권석조(전 한국씨름연맹 부총재)씨 별세 24일 오전 1시 대구 영남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53)620-4273
  •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볼프강 벤츠 지음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는 누구나 한 마디씩 초들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고정관념화돼 있다는 반증이다. 탈무드의 지혜로운 민족이니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뛰어난 민족이니 하는 찬사로부터 ‘미국 네오콘의 배후세력’ 등과 같은 비난성 지적에 이르기까지 그 이미지는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는 단연 부정적인 것이 주류를 이룬다. 반유대주의의 뿌리는 기독교에서 찾을 수 있다. 유대교도들이 기독교로의 개종을 거부하며 예수 이전의 신앙을 고집하자 기독교도들의 포교적 사명감은 증오로 돌변했다. 유대인에 대한 저주와 사회적 격리는 ‘개종의 열정’이 좌절된 데 따른 반작용인 셈이다. 나아가 19세기에 등장한 ‘근대적 반유대주의’는 인종주의에 기초해 인간의 우열을 규정하는 등 서구 사회의 근거없는 편견을 그대로 보여줬다. 독일 본 대학 반유대주의연구소 소장인 볼프강 벤츠의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윤용선 옮김, 푸른역사 펴냄)는 유럽사회의 유대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낱낱이 폭로한다. 책은 인종학살이라는 끔찍한 폭력으로 발전한 유대인 혐오가 사실은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교회, 민간에 유포된 이야기, 각종 조형물 등을 통해 전해지고 확산됐다. 이런 편견은 지배집단 사이에서도 별다른 비판없이 수용됐다. 이 책은 안네 프랑크의 ‘상품화된’ 신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 눈길을 끈다.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10대 소녀의 순수한 일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드럽게’ 이지화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편 이 책은 역자(한국외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교수)도 지적하고 있듯이, 반유대주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엔 어울리지 않는 사례까지 반유대주의 유형으로 다뤄 의문을 남긴다. 국가 이데올로기로까지 발전한 반유대주의를 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유대인을 혐오한 독일의 유대인 작가 쿠르트 투홀스키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아 ! 민주노동당/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 ! 민주노동당/이목희 논설위원

    노동계 사정에 밝은 인사에게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뜸 냉소가 터져 나왔다.“민노당 내에 웃기는 일이 많아요. 지지도가 괜히 떨어지나요.” 평소 진보세력에 지극한 애정을 보여왔던 인사였기에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노동관계법 위반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잖습니까. 당이 다른 이해찬 총리가 권 의원을 위해 제3자 개입금지 구법적용 부칙을 빼자고 나서고, 관련법개정안까지 제출됐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단병호 의원은 별로 신경을 안 쓰더군요.” 민노당내 비주류격인 단 의원이 주류격인 권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 같다는 해석을 달았다. “그뿐이 아닙니다. 내부에서 오가는 인신공격이 굉장하다고 합니다. 얼마전엔 이영순 의원이 혼났죠. 소유지 앞 소방도로 개설로 이익을 본 것이 울산 동구청장 시절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공개비판을 당해 당기위까지 열렸고, 최순영 의원이 투기 의혹으로 언론에서 구설수를 탄 과정에서 내부제보가 개입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 민노당의 행적을 지켜보는 일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가는 모양은 대충 예상이 되었다. 정권을 잡고, 유지하려는 기본속성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진보·보수를 떠들긴 하지만 표만 된다면 어떤 일도 하는 잡탕정당이라고 봤다. 민노당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원내교두보를 구축한 이념정당이다. 이념을 떠나 정치권의 행태 측면에서 기대가 더 컸다. 국회의원수가 10명에 불과하고, 집권과는 아직 거리가 있으나 한국 정치를 확 바꿔놓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봤다. 그런데 민노당 얘기만 나오면 내부 대립이 화제가 되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민노당 탄생 이전부터 시작된 NL(자주계열)과 PD(평등계열) 대립을 당장 중지하라고 할 생각은 없다. 건전한 정책논쟁은 권장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주력하자는 NL측 주장이나, 노동문제에 주안점을 두자는 PD측 입장 모두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정책논쟁을 넘어서는 게 문제다. 싸우더라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이영순 의원의 남편인 김창현 사무총장은 NL의 대표주자로 분류된다. 부부를 싸잡은 공개비난을 ‘개인적 의혹해소 차원’이라고 이해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치사한 계파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당기관지인 ‘진보정치’ 편집장이 바뀐 과정도 석연치 않다. 지도부 다수를 차지한 NL계열이 ‘언론의 자유’를 막으려 하는 과정에서 PD계열 편집장이 물러나고 말았다는 것이다.NL·PD이건, 온건파·중도파·강경좌파이건 함께 정신차려야 한다. 민노당이 잘못되면 상당 기간 진보정당은 발붙일 틈이 없어진다. 위기의 민노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NL·PD의 대립을 교통정리해주는, 역량있는 지도부가 새로 꾸려져야 한다. 그러려면 ‘당따로, 국회따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당직·공직 겸임금지’ 정치실험은 실패했다고 본다. 의원 10명이 거대 정당들을 상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당이 소속 의원들을 적극 미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 민노당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상황이 급박하다. 당대회를 올 9월쯤으로 앞당겨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연내에는 지도부를 개편하는 당대회가 열려야 내년 지방선거를 기약할 수 있게 된다. 민노당에 스타급 의원이 얼마나 많은가.“생활 형편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한마디로 국민에게 파고든 권영길 의원을 비롯해 천영세, 단병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모두 일당백이다. 이들이 당직 전면에 포진해 민주노총이라도 잘못하면 준열히 꾸짖고,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진보정당의 미래가 있고,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간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현대인의 초라한 삶 별은 다시 돌아올까

    장편소설 ‘민통선 사람들’ ‘기억의 집’을 써낸 작가 임동헌(48)이 새 소설집 ‘별’(문이당)을 냈다.‘편지를 읽는 시간’ 이후 소설집을 내기는 꼭 10년만이다. 작가는 “수정될 수 없는 가치관이 있듯 수정될 수 없는 작법”으로 썼노라고, 새 작품집의 맥락을 책 들머리에 미리 밝혀두었다. 부박한 변두리 삶에 유별나게 애정을 쏟는 자신의 글세계는 이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통제의 사슬에 묶인 남북 접경마을(‘민통선 사람들’)이나 사북탄광촌(‘기억의 집’)의 인간군상을 작품에 담아왔던 그다. ‘별’에는 6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빈부 격차를 현기증나게 벌여나가는 자본주의의 폐해, 문명의 진보에 보폭을 맞추지 못해 사회에서 스스로 낙오되고마는 빈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근간을 이룬다. 표제작인 ‘별’은 중심에서 밀려난 현대인의 왜소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두 남녀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의 균열을 키워가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의도된 포석일 것이다. 증권 투자분석가로 일하던 남자는 멀쩡한 직업을 포기하고 운전기사를 선택하고, 여자는 골동품을 불법복제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우연히 만나 끝이 빤히 보이는 관계를 엮어가는 두 인물은, 허망한 한숨을 뱉어내게 만든다는 점에서 갈수록 닮은꼴로 굳어간다.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고도 지리멸렬한 일상에 휘둘리는 주인공이 등장하기는 ‘아이 러브 토일럿’이나 ‘나는 풍란을 키운다네’에서도 마찬가지.7년째 대학조교를 면치 못하는 남자는 사기꾼들에게 집을 뺏긴 뒤 그들을 쫓아다니고(‘아이 러브 토일럿’), 유학을 다녀와 대학강사 자리와 떠나간 아내를 찾아 헤맨다(‘나는 풍란을 키운다네’). 끊임없이 주류를 기웃거리지만 뜻을 펴지 못하는 주인공들에게 연민을 보낼 법도 한데, 작가는 끝까지 냉소로 일관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 러브 토일럿’의 주인공은 기차 화장실에서만 쾌변을 볼 수 있으며,‘나는 풍란을‘의 남자는 자신의 방에서 번번이 죽어나가는 풍란을 보며 초라한 삶의 현주소를 절감한다. 작가는 “소수자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내 소설 안에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삶이 들어있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1985년 ‘월간문학’에 단편 ‘묘약을 지으며’로 등단했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통부 “通·放융합 법으로” 반격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최근 통신·방송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 영역과 조직의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을 두고 대립하는 양상이다. 방송위는 19일 논란을 벌였던 위성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에 대해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IPTV(인터넷방송)와 BcN(광대역통합망) 등 차세대 통신·방송융합 분야에서의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더욱이 이날 정통부의 ‘방송위원회의 문제점’을 적시한 내부문건이 공개되자 방송위가 반박 자료를 내는 등 격한 감정을 노출시키고 있다. 두 기관은 최근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설립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가칭)에서 몇 차례 논의했지만 이견만 오갔다. 국무조정실은 일단 1차 활동을 마무리하고 20일 청와대 보고에서 방송통신구조개편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 해결책을 도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BcN 뇌관’, 논쟁 본격화 지난 14일 정통부는 다소 충격적 내용을 접했다. 정통부가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BcN의 시범컨소시엄에 KBS 등 지상파 4사가 당초 참여 태도를 바꿔 컨소시엄 참가를 유보한 것. 방송위 BcN사업 중 IPTV,VOD 관련 사업은 불법이라고 주장,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IPTV는 인터넷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으로, 방송분야라는 주장이다. BcN이란 통신망을 통합해 이를 기반으로 유·무선은 물론 통신과 방송기술 및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대형 인프라다. 정통부는 이를 두고 방송사의 이권만 대변해 범국가적 사업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는 방송위가 IPTV 독자추진 방침 발표 후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방송사의 BcN 참여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1일 방송사가 참여한 방송위 회의 직후에 입장을 바꾼 것이란 분석도 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방송위가 기술적인 것을 얼마나 가져갈지 모르겠지만 결정이 성급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구조개편위에서 조직을 만들어 조율 중인데 ‘방송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복잡한 이해관계 두 당사자는 이번에 밀리면 향후 주류 산업이 될 통신·방송 분야에서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기본 입장을 기저에 깔고 있다. 방송위는 인터넷주소(IP)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이지만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하는 것은 엄연한 방송 영역이란 것이다. 정통부는 다른 생각이다. 조직의 법적 성격도 모호하고 기술적 축적도 없는 방송위가 사업자도 추천하고, 허가도 하면 어떤 결과가 올 건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또 방송위가 결정한 위성DMB에 대한 지상파 방송 재전송도 개별 방송사와의 계약에 따라 승인하기로 해 ‘어정쩡한’ 허용을 한 셈이 됐다. ●조직법의 논쟁도 뜨겁다. 방송위는 정통부가 갖고 있는 방송정책 관련 부서를 방송위에 흡수통합해 방송정책의 일원화를 주장한다. 정통부는 통신·방송 분야가 산업적 측면에서 몸집이 불어나 기술을 포함한 통신·방송을 아우르기는 벅찬 조직이란 반론을 내세운다. 방송위의 법적 성격도 논란이다. 정통부는 ‘방송위원회의 문제점’이란 내부문건에서 방송위의 ‘월권’을 지적했다. 방송법(제20조)에 의해 설치된 독립행정기관이지만 애매모호한 탈 헌법적 기관이란 주장이다. 즉 감사원 같은 헌법상 기구도 아니고, 공정위 같은 행정부 산하 기관도 아니라는 것. 또 중앙선관위 등과 같은 헌법 기관화를 위해선 헌법 개정을 통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방송의 기본계획에 포함된 사항들에 대한 정당한 직무수행”이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통합기구 발족 논의 속도내야 방송위와 정통부 입장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IPTV의 경우 통신 부가서비스로 간주되면 지방민영방송과 케이블TV업계가 큰 어려움에 부닥친다. 반대로 방송으로 분류되면 정통부의 역작인 BcN 사업이 절름발이가 된다. 그동안 국회는 통신·방송융합에 대비, 지난해 하반기에 위원회(과기정위, 문광위)를 중심으로 각종 정책토론회·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도 사안의 중요성을 직시, 방송통신구조개편위를 설립해 정통부·문화부·방송위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운영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방안이 방송위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안 도출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쇼핑in]분당 삼성플라자 아동전문관

    [쇼핑in]분당 삼성플라자 아동전문관

    어린이상품 매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선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하나둘뿐인 자기 아이를 ‘왕자’나 ‘공주’로 키우겠다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어린이상품의 구매를 주도하고 있는 까닭이다. ●570여평서 40여 브랜드 ‘동심’ 유혹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삼성플라자 ‘아동전문관’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백화점 1개층을 대부분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매장 규모가 큰 데다 상품의 구색 또한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어린이상품을 원스톱 쇼핑하려는 소비자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삼성플라자 5층에 있는 ‘아동전문관’은 570여평의 널찍한 매장에 40개 이상의 어린이 관련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강일 아동전문관 과장은 “분당지역의 어린이용품에 대한 소비패턴은 고급 제품을 선호하고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어서, 기존 백화점의 흉내내기식 매장으로는 이곳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유아·어린이용품 매장을 전문화한다는 차원에서 매장을 크게 넓히고 브랜드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삼성플라자 아동전문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상품 관련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빈폴키즈’·‘폴로보이즈’·‘모다까리나’ 등 고가 브랜드를 비롯해 ‘빈’·‘지오다노 주니어’ 등 중저가 브랜드 등 모두 41개 브랜드가 선보이고 있다. 황선미 아동전문관 주임은 “뭐니뭐니해도 어린이 브랜드 가운데 고가와 중저가 브랜드가 골고루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아동전문관의 최대 강점”이라며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매장간 경계구역을 최소화하는 등 멀티숍(편집매장) 형태로 꾸며 쇼핑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중저가 상품 고루 갖춰 ‘빈폴키즈’는 학교갈 때 입기 좋은 어린이의류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 유행도 타지 않고 모범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티셔츠 6만∼7만원대, 점퍼는 14만 5000∼17만 5000원대이다. 미국적인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폴로 보이즈’는 실용과 고급을 겸비한 스타일이다. 바지 9만 8000원대, 티셔츠 7만 2000원대, 남방 7만 8000원대. ●밝고 다양한 컬러가 주류 2∼3년새 가장 인기있는 어린이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브랜드인 ‘빈’은 저렴하면서도 유럽 스타일의 세련미와 색감이 물씬 풍긴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티셔츠 3만 3000∼4만 8000원, 원피스는 8만 3000∼15만 6000원대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정숙희(31·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딸의 옷을 사기 위해 들렀다.”며 “다른 백화점보다 매장이 넓고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밝고 다양한 컬러가 주류를 이루는 ‘지오다노 주니어’는 실용적인 소재 중심의 베이직한 의류로 각광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가격도 비교적 싼 편이라 편하게 입을 수 있다. 티셔츠 1만 6800∼2만 9800원대, 점퍼는 4만 9800∼5만 9800원대이다. ‘모다까리나’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여자 어린이의 원피스 전문 브랜드이다. 원피스는 11만 9000∼13만 9000원대, 바지 7만 6000∼8만 9000원대, 티셔츠는 4만 9800∼6만 6000원대이다. ●의류·헤어 액세서리·구두 등 구색 눈길 ‘오렌지 스토리’와 ‘밤비니’ 코너도 눈길을 끈다. 오렌지 스토리는 밝고 명랑한 어린이 헤어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헤어밴드 8000∼1만 8500원대, 머리핀 5500∼8500원대, 머리방울 2500∼6500원대, 지갑 1만 2500∼1만 3500원대, 모자는 1만 5000원대이다. 어린이 구두전문 브랜드인 밤비니는 드레스에 맞춰 신는 구두가 주요 컨셉트이다. 드레스용 구두 5만 2000∼5만 5000원대, 아동화 3만 9000∼4만 7000원대, 스니커즈는 5만 2000∼5만 5000원대. 손녀와 함께 와 모자를 고르고 있던 박영임(58·여)씨는 “상품 모두가 너무너무 예쁘고 깜찍해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며 “어린이상품을 모두 한곳에 모아 놓아 쇼핑하기가 편리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분당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놀이기구·파티방·과학놀이방… ‘플레이타임’은 ‘어린이천국’ 아동전문관의 ‘핵심’은 어린이 전문 놀이터인 ‘플레이타임’이다.140여평 규모의 대형 공간에 설치된 이 시설은 평일 200명, 주말에는 500명의 어린이들이 찾아 즐기는 ‘해방구’이다. 플레이타임에 들어서면 중앙에 볼 풀장과 기차놀이, 미끄럼틀 등 아동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대형 놀이기구들이 설치돼 있어 어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이들 놀이기구에는 부딪히거나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스티로폼과 고무 쿠션으로 마감 처리돼 있고, 바닥에는 두꺼운 안전매트를 깔아 안전성을 높였다. 강효경 플레이타임 담당 주임은 “플레이타임에는 파티방과 과학놀이방 등이 따로 마련돼 있어 생일파티와 과학놀이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여러 가지 놀이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며 “시간대 별로 매직 풍선 만들기와 페이스 페인팅, 체조놀이 등의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안전 관리와 교육을 위해 7명의 안전지도 교사들이 상주해 보살피고 있다. 생일파티 예약을 하면 파티 진행도 무료로 해준다. 이용료는 시간당 2500원. 문화센터 회원에게는 평일에 50% 깎아준다. 분당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4년만에 10집 앨범 ‘비하인드 더 스마일’ 낸 가수 윤종신

    4년만에 10집 앨범 ‘비하인드 더 스마일’ 낸 가수 윤종신

    가수 윤종신(37)에게 4년 만에 10집 앨범을 발표한 것은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이 아니었다. 데뷔 15년차. 딱 떨어지는 숫자들 사이에서 정색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기자에게 “특별한 기념은 없다. 그냥 37살의 윤종신 이야기일 뿐”이라며 툭 내뱉는다. ●나의 노래는 비주류 발라드 굳이 의미를 두자면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발라드를 다시 들려준다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윤종신표 발라드’는 반갑다.“지난 4∼5년간 들었던 발라드에 식상해 있다면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팥빙수’‘해변 무드 송’ 등의 발랄함 대신 ‘오래 전 그날’‘공존’과 같은 노래에서 보여줬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발라드를 하는 거죠.” 그는 자신의 노래를 “비주류 발라드”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감성은 익을 대로 익었다. 게다가 015B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석원을 10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 이번 앨범 만만찮다.‘No Schedule’‘너의 여행’‘나의 안부’‘소모’ 등 4곡이 정석원의 작품. 하림, 클래지콰이, 박민준 등 젊은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도 앨범을 더욱 빛나게 한다. 2001년 9집 앨범 이후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그를 보기란 좀체 쉽지 않았다. 오히려 TV를 통해 코믹한 연기자로 인식돼 왔다. 시트콤 ‘논스톱4’의 영향으로 요즘 10대들은 그를 ‘웃기는 교수님’으로 알고 있단다. 그 때문인지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팠다. 그래서 그동안 웃음 속에 묻혀 있던 내면의 감정을 담았고 앨범 타이틀을 ‘비하인드 더 스마일(Behind The Smile)’로 붙였다.‘재미있는 사람’ 윤종신이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해준다. ●쉽고 공감가는 생활밀착형 가사 그의 노래가 가진 힘은 가사에서도 나온다. 쉬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생활밀착형’ 가사들은 공허하지 않다.“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너에게 간다 다신 없었을 것 같았던 길/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흐르는 땀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고 노래하는 타이틀곡 ‘너에게 간다’를 듣고 있노라면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나러 가는 설렘이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언젠가 단편 소설 하나쯤 쓰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말과 글의 재능을 동시에 타고났다. ●화려한 이력의 ‘멀티 플레이어’ 사실 윤종신은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가수, 연기자 외에 라디오 DJ, 음반제작자, 드라마·영화 음악감독 등등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라.“성격이 지긋하지 못해 한 우물을 파는 스타일이 못된다.”며 “곰국으로 치자면 매번 초탕 수준”이라며 웃지만 어디 대중이 그렇게 만만한 존재들인가. 여러 우물을 파기 위해서는 ‘깜냥’도 돼야겠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을 주변인에 의해 계발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천재보다 더 복받은 사람이 천재 옆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런 경우예요.(웃음)” 그 또한 새로운 역할을 늘 겁없이 받아들여 왔고 대중은 그래서 즐거웠다. 때론 비난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재밌잖아요.‘쟤가 다음에는 또 뭘 할까.’하는 궁금증을 주는 거….” 그의 다음 스케줄은 일단 가수 이현우와의 합동 콘서트(6월16∼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양주 공매 눈치대작전

    ‘루이 13세를 잡아라.’ 13일 오전 인천공항 화물청사에서는 17세기 프랑스 왕의 이름을 딴 시가 300만원짜리 고급 코냑을 손에 넣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외국산 술 1201병을 일반인 32명을 대상으로 공매하는 현장에서였다. 이날 공매한 술은 2004년 6월부터 10월 사이에 압수된 것이다. ●올 첫 공매…2배 이상 몰려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수출입통관청사 4층 교육장.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실시되는 공매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감이 돌았다. “문 닫고 빨리 합시다.” 시계가 정각 10시를 가리키는 순간 50대 남자는 공매시작을 재촉했다. 입찰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지각한 사람은 공매에 참여할 수 없다. 이날도 뒤늦게 도착한 10여명은 발길을 돌렸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프랑스산 ‘루이 13세’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것. 세관 관계자는 “종전 공매에서는 1병 정도 나올까말까 했는데, 이번에는 3병이나 공매 대상에 오르자 문의전화가 폭주했다.”면서 “그래서인지 공매 참가자도 평소의 2∼3배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루이 13세’의 해외 면세점 판매가는 1000달러(100만원) 수준. 국내에 정식으로 들여오려면 145%(145만원)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원가’만 245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루이는 높으신 분 선물용(?) 이날 공매에서는 32명 가운데 4명이 ‘루이 13세’를 원했다. 회사원 박모(35)씨는 “사장님이 ‘높으신 분에게 선물할 것이니 꼭 2병을 사오라.”고 했다.”면서 “얼마를 쓰면 낙찰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주류수입업자 이모(35)씨, 익명을 요구한 양주 수집가와 사업가도 입찰에 참여했다. 공매 결과 회사원 박씨가 180만원에 1병, 수입업자 이씨가 160만원씩에 2병을 차지했다. ●보드카는 그대로 남아 참가자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소매가 20만∼30만원짜리 양주를 신청했다. 이날 낙찰된 양주는 모두 117병으로,1370만원에 팔렸다. 신청자가 많이 몰린 18년·21년·31년산 위스키는 대부분 동이 났지만, 보드카나 와인은 아예 신청조차 없거나, 신청가격이 하한가에 미치지 못해 유찰된 것이 많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외면받는 장애인생산품] ‘편견’에 싸고 좋은 품질도 좌절

    [외면받는 장애인생산품] ‘편견’에 싸고 좋은 품질도 좌절

    “장애인 생산품 중 칫솔을 대형 할인점에 공급했다가 사은품을 주고 끼워팔기를 하는 대기업의 ‘덤핑 공세’에 결국 납품을 포기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 ‘서울 곰두리 공판장’ 윤태묵 원장은 창고에 쌓여가는 장애인 생산물품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다. 장애인 직업·지역사회 재활시설 등에서 만든 물품은 시설에서 직접 팔 수도 있지만 보통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1곳씩 마련된 ‘곰두리 공판장’에서 판매된다. 유통경로를 단일화해 제품 판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복사용지나 행정봉투 등 사무용품이나 면장갑, 재생화장지 등이 주류지만 의류·가방 등의 봉제류, 제과제빵·건강식품 등 식품류, 가구류, 도자기류, 액세서리류 등 17개군 350여가지에 달해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생산품의 품질은 일반기업이 제조한 상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윤 원장은 “대부분의 장애인 생산품이 한국공업규격(KS마크)을 인증받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지녔다.”면서 “품질로만 시장에서 승부해도 일반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신문 취재팀이 재생화장지와 복사용지, 칫솔 등을 구입해 사용해본 결과 일반기업 제품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제품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10∼20% 정도 낮은 편이었다. 칫솔은 500∼1000원, 화장지(70m,10롤기준)는 3400원 수준이다. 윤 원장은 “제조원가가 낮다기보다는 제품을 판매할 때 이윤을 많이 붙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품질좋고 가격이 저렴한데도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해 서울곰두리의 매출액 16억원 가운데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경우는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윤 원장은 “일반인들은 물론, 사회적 책임이 높은 대기업이나 언론사들 역시 장애인 생산품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광고나 판촉을 할 인력도,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공판장의 경우 10명(장애인 2명 포함)이 일하지만 판매 및 조달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인원은 3명에 불과하다. 서울 곰두리 이범호(29) 조달팀장은 “광고나 판촉을 할 여력이 없으니 기존에 물건을 구매해준 공공기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의 일류 제품군과 직접 부딪혀야 하는 할인점, 백화점 등에는 납품해봐야 효과도 없고 그럴 만한 여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S할인점 관계자는 “장애인 생산품은 대기업처럼 할인행사, 사은품 증정행사 등을 할 수 없는 데다 인지도도 떨어져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며 “지난해 몇 개월간 대기업 제품과 함께 진열했지만 거의 팔리지 않아 입점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L백화점 구매 담당자는 “백화점에서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유명한 브랜드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판촉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납품하기 어렵다.”며 “2년 넘게 구매를 담당해왔지만 장애인생산업체에서 납품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매도 문제다.S공단 관계자는 “잊을 만하면 장애인단체 회원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장신구나 엽서 등 불필요한 물건을 사달라며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운다.”면서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라면 거부감부터 든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장애인 생산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려면 제품을 구입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액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활용제품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 장애인 생산제품 전용공간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또 장애인 생산품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상표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는 선진적인 마케팅기법을 도입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고금석 서재희기자 kskoh@seoul.co.kr
  • [부고]

    ●독립유공자 이용상 선생 독립유공자 이용상 선생이 1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81세. 서울 출신인 선생은 1942년 4월 보성전문학교 재학 중 항일운동을 하다가 헌병에 체포돼 수감됐다. 이후 중국 중앙군 형산 유격사령부에서 특수공작 임무를 담당했다.1945년 조국이 광복을 맞자 중칭(重慶)으로 가던 도중 일본 군대의 무장해제를 도모했으며, 이듬해 4월 귀국했다. 옛 문화공보부 예술국장을 역임했으며, 문인으로 활동했다. 서울 시내 추어탕 전문 음식점으로 유명한 ‘용금옥’을 거쳐간 사람들을 소재로 한 소설 ‘용금옥 시대’를 남기기도 했다.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원재(재 캐나다), 용재(롯데호텔 과장)씨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고 발인은 14일 오전 7시. 장지는 국립 대전현충원.(02)3410-6914. ●최규인(한범 대표이사 회장)씨 별세 한호(삼성전자 대리)범호(삼성SDS 선임)씨 부친상 최규환(전 대한주류공업회 회장·전 전북부안군수)씨 아우상 최규연(예비역 육군 중령)씨 형님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410-6912 ●고인환(고견디자인 대표)씨 부친상 서규용(한국마사회 상임감사)윤홍식(태종개발 대표)씨 빙부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2)3410-6915 ●김정재(전 한일그룹 부회장)씨 별세 도형(SK C&C 직원)태은(태원고 교사)씨 부친상 김두영(신한은행 사상지점 부지점장)이주상(대우증권 대리)씨 빙부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30분 (02)3410-6903 ●박문규(자영업)철성(현대자동차 차장)씨 부친상 홍의신(자영업)최병렬(해군)윤시원(신용보증기금 부장)양승식(전일고 교사)심재국(건축사)씨 빙부상 12일 전북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10시 (063)250-2441 ●이상열(자영업)상협(대본엔지니어링 상무)상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대리)씨 부친상 김청수(자영업)박병규(송촌건설 상무)공석환(신도전기 대표)씨 빙부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5시30분 (02)3010-2291 ●박일룡(전 경찰청장)씨 빙부상 12일 부산 동아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51)256-7011
  • [여의도in] 이화여대 vs 非이화여대

    열린우리당이 지명직 상임중앙위원 중 ‘여성몫’으로 이미경 의원을 임명한 것에 대해 이화여대 출신과 ‘비(非) 이화여대’ 출신 여성 의원들간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여성 상중위원에는 1기 지도부에서 ‘선출직’ 이미경 의원과 ‘지명직’ 한명숙 의원이 맡았다. 지난 4월 전당대회 이후 2기 지도부에서 지명직·선출직만 뒤바뀌었을 뿐 이 대학 선·후배인 두 의원이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한 것이다. 의장 경선에서 ‘한명숙 여성후보 단일화’로 힘을 모았던 여성 의원들은 “단일화의 결과가 이것이냐.”며 섭섭해했다. 열린우리당내 이화여대 출신 의원은 한명숙·이미경·홍미영·이경숙·유승희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당초 여성 몫의 지명직 상중위원으로 내정됐던 서울대 출신의 김명자 의원에 대해 “여성의 대표성이 없다.”고 장영달 상임중앙위원 등이 비토를 놓았던 과정에 대해서도 일부 여성 의원들은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한국 여성운동의 대표성을 이화여대 출신이 가졌다는 것은 오만한 착각”이라면서 “여성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성의 대표성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여성 의원들의 비판 속에서 최근 여성위원장에는 강력한 후보였던 이경숙(이화여대) 의원 대신 조배숙(서울대) 의원이 선출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놀라운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맙소사!’,‘아이구, 하나님!’이라거나 ‘어머나!’를 외친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나무관세음보살….’이 입에 붙어 있었다.5일 식목일, 한국 관음도량의 진원지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화염에 휩싸인 장면을 보면서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관음보살은 화마도 물리친다는데…. 지난해 10월 낙산사를 답사했지만 ‘사람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라는 생각에 막상 글은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낙산사가 잿더미로 변했다. 동해의 ‘관해 1번지’는 두 말할 것 없이 낙산사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곳이라 오히려 수학여행 코스에서 빠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낙산사가 쑥대밭이 되었으니, 고찰의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남해 보리암·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도량 관음보살은 관세음, 또는 관자재보살이라 한다. 대자대비의 화신으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진심으로 부르기만 해도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관세음보문품’에 부처께서 이르기를 “선남자여! 많은 중생이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관음을 한 마음으로 부르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신다. 활활 타는 뜨거운 불길에 갇힌다 해도 타지 않으니, 관세음보살의 위력 때문이다. 큰 물길에 떠내려간다 해도 관음을 부르면 곧 안전한 땅에 이르게 될 것이다.”고 했다. 큰 일 닥쳤을 때 저절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것은 이런 관음 영력을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낙산사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한국 3대 관음도량이자, 세계 8대 보타성지다. 그 중 관음신앙의 원조는 아무래도 낙산사다. 의상조사가 세운 가람이기 때문이다. 순조시절의 범해(梵海)가 찬한 동사열전(東師列傳)에 다음 같이 의상의 행장을 밝히고 있다.“귀국하는 당나라 사신의 배에 실려 입당, 화엄의 2대 조사인 종남산 지엄의 방에 들어가 함께 화엄경에 관해 문답하였다. 화엄경의 오묘한 뜻을 논함에 있어 깊숙하고 은밀한 부분까지도 철저히 해부, 분석하니 가히 청출어람 격이었다.”이렇듯 해동 화엄종의 시조라 하여 그는 의상조사로도 불린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의상은 원효와 가까웠던 도반이다. 뜻을 같이 해 중국유학길에 오르다 원효는 되돌아오고, 의상은 건너갔다.661년에 산둥반도 끝에 있는 무역항 등주로 들어갔으니 이 때 그의 나이 이미 30대 후반. 오늘날까지 불교의식에서 빼놓지 않고 애송되는 그 유명한 법성게도 바로 의상조사의 창작이다. 화엄경의 심오한 진리를 7언시 30구로 응축시켜 놓았으니 본래 이름은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의상은 일관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니, 철저한 신분제 계급사회인 당대에 거대한 토지와 노비를 거느린 사찰의 영화를 끝내 거부하였다. 그런 그가 세운 가람이 바로 낙산사이다. 설악산의 준수한 줄기가 양양쪽 동해로 흘러 내리다가 빚어낸 오봉산 품안에 넉넉하게 자리잡아 산은 작되 옹골지며, 산세가 수려하여 송림이 우거졌고, 동해를 벗하여 가히 해산(海山)의 격조를 말해 준다. 벼랑 때리는 파도를 벗삼아 잠들고, 다시금 파도 소리에 선잠을 깨는 가람이다. 오봉산은 본디 보타산 낙가산이었으니, 낙산이란 관음보살이 산다는 포타라카(Potalaka)의 음역으로, 낙가산 혹은 낙가로도 불린다. ●당에서 귀국한 의상, 관음 계시로 낙산사 지으니 당에서 귀국한 의상은 온 나라를 주유하며 뜻을 펼칠 마땅한 땅을 찾다가 이곳에 이른다. 해변 석굴에 관음 진신이 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높이 100자가 넘는 해식 단애의 깎아지른 바위 틈으로 쉴 새 없이 파도가 드나드는 험한 곳. 그곳에서 관음 진신을 만나길 간구했으나 뜻을 못이루자 그대로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마침내 관음이 그 정성에 감복하여 진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건냈으며, 동해 용왕도 여의보주 한 알을 내렸다. 그러나 의상은 다시 이렛동안 진심으로 기도하여 마침내 관음을 친견한다. 관음은 의상에게 굴 위 산꼭대기에 쌍죽이 솟아날 것인즉, 그곳에 절을 짓도록 계시한다. 낙산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 보타산을 알아야 한다. 관음도량인 보타산은 오대산 문수보살, 아미산 보현보살, 구화산 지장보살 도량과 더불어 중국 불교의 4대 성지다. 바다 가운에 꽃처럼 피어있는 보타산은 상해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반, 항주 이남의 영파에서는 4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觀音院)은 보타산의 여러 사원 가운데 중심이며, 조음동사원은 우리 낙산사와 주위 경관이나 지형이 너무도 흡사하다. 동해 일출의 관해지인 의상대와 바닷물이 절벽 아래까지 밀려들어와 절벽을 치며 동굴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홍련암 관음굴이 너무 비슷해 하나의 의문이 풀린다. 의상이 일찍이 중국 보타산을 순례하고 그곳 지형과 거의 흡사한 동해안에서 바다로 돌출한 해식 동굴을 찾아내 그 위에 건물을 올렸던 것이 다양한 연기설화로 전해진 것은 아닐까. 그동안 불긍거관음원을 세운 유래를 불조통기(佛祖統記)란 자료를 통해 일본 승려 혜악(慧鍔)선사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이 주류였으나, 신라 상인들이 지었다는 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북송 말 서긍은 고려도경(1124)에서 “석교의 산록 위에 양무제가 세운 보타원이 있고, 전각 안에는 영험한 관음상이 있다. 옛날에 신라 상인이 오대산에 갔다가 그 불상을 조성해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다로 나아갔으나 배가 암초에 걸려 더 나아가지 아니하므로 관음상을 바위 위에 내려 놓았다. 관음원의 승려 조악이 전각 안으로 모셨더니 해상으로 왕래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아가 기도하매 감응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적었다. 글은 보타산이 관음보살의 주도량이며, 항해를 위한 기도도량으로 조성된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관음원 앞바다에는 신라초(新羅礁)로 불리는 조그마한 암초까지 남아 있다. 의상을 비롯한 많은 고승들의 중국유학, 보타산과 비교되는 낙산사, 그리고 보타산의 신라인 흔적은 해로를 통한 중국과의 왕성한 교류를 잘 암시한다. ●중국 보타산과 주위경관·지형 흡사 낙산사에는 관음과 얽힌 여러 설화들이 전해진다. 삼국유사를 보면 원효 역시 낙산의 관음 참배에 나선다. 낙산 근처에서 흰옷 입은 여인이 벼를 베기에 원효가 다가가 장난삼아 벼를 달라고 하니 여인은 벼가 흉작이라 줄 수 없다고 답한다. 다리에 이르니 한 여인이 서답을 빨고 있기에 마실 물 좀 달라고 청하니 서답 빨던 더러운 물을 주는지라 원효는 냇물을 새로 떠마셨다. 그랬더니 들판의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휴제호와상아”라고 말하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나무 밑에 짚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절에 이르러 보니 관음상 아래에 방금 전에 보았던 짚신이 한 짝 있음을 보고서야 자신이 만난 여인이 관음임을 깨닫는다. 원효가 다시 암굴에 들어가 관음 진신을 보고자 했으나 풍랑이 크게 일어나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낙산을 떠나야 했다. 원효의 관음 친견까지 더해 관음도량 낙산사의 격을 한층 높이는 설화다. 관음의 주장처이면서도 정작 낙산사는 늘 편치가 않았다.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으로 초토화되어 관음상도 부서진다. 오대산에 자주 나다니던 세조는 원통전 석탑을 7층으로 늘리고 중창 불사를 단행한다. 그로부터 20년 뒤(1485)에 낙산사를 찾은 남효온의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를 보면, 그 때까지는 의상이 만들었다는 관음소상이 관음전에 안치돼 있었고, 관음굴에는 파도가 돌을 쳐대는 전각도 있었으며, 그 시대에도 낙산 일출의 장관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일출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유명세를 치렀으니 최소한 600년이 넘는 전통이다. ●여러번 화마에 휩싸였던 낙산사 또 ‘고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절은 다시 무너진다. 광해 11년(1619)에 관음굴을 중건하며, 인조 9년(1631)에 재건하여 어느 정도 복원된다. 그 모습은 겸재 정선이 힘찬 필치로 그린 낙산사와 관음굴에 잘 남아 있다. 이후 낙산사는 중건을 거듭하며 1925년에는 의상대까지 세워 동해 일출의 적지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삼팔선 근역에 위치, 한국전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다시금 금석물과 원통전 앞 원문을 제외한 모든 당우가 불타버린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고려시대 불상인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362호)을 모신 원통보전도 전쟁 이후 새로 세운 것이다. 연꽃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관음이니, 낙산사 홍련암이란 검푸른 동해에 떠있는 붉은 연꽃, 즉 관음의 분신이렸다. 홍련암 마루바닥에는 10㎝ 가량의 구멍이 있어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이 한 여름에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해일이 몰아쳐서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쳐도 홍련암만큼은 버텨 왔다. 의상이 관음을 친견하고 동해 용왕이 여의주를 내린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상하게도 벼랑 위에 위태롭게 세운 홍련암은 온갖 병화에도 끄떡없다. 그것 또한 관음의 원력은 아닐런지. 그러나 이 모든 게 이번 산불로 다시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낙산사는 본디 애초의 출발지였던 관음굴로 되돌아 간 셈이다. 원통보전은 물론이고 해수관음을 상징하던 보타루도 사라졌다. 한가롭게 바다를 굽어보며 차를 마시던 솔숲이 흉물스럽게 그을렸다. 바닷가 홍련암 요사채도 사라지고 관음굴만이 화마를 피했으니 본디 낙산사의 원점으로 회귀한 폭이다. 붉은 장송이 하늘을 가린 아름다운 솔밭길을 올라가면 해수관음상이 있는 신선봉이 나오는데, 그 솔밭도 그만 타버렸다.1977년에 700여t의 돌을 들여 높이 16m로 세운 해수관음만이 남아있어 먼 동해를 굽어보며 서있을 뿐이다. 관음보살이 중생들의 원력을 시험하려고 하심인가. ●집채만한 파도 몰아쳐도 버텨온 홍련암 죽어 자빠진 소나무의 몰골들이 귀신을 부를 것만 같은데 화마가 훑고 갔어도 낙산의 일출만은 어제와 다를 바 없으니, 그 아름다운 관해의 1번지를 모두의 공력으로 다시 세울 일이다. 관해의 명당이어서 만은아니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로나 동해안 사찰의 태두 격인 낙산사의 화마 소식에 실로 안타까운 헌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덧없음을 갈파한 낙산사 조신설화처럼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말 못하는 문화유산도 덧없는 것이런가. 아름다운 원장(垣墻)이 처참하게 불에 그을린 채 동해를 굽어보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고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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