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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붐 세대 ‘퇴직 쓰나미’] 기고-은퇴 최대한 늦춰야 가정·기업·국가 ‘相生’

    최근 몇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한국이 고령화 속도면에서 가장 빠른 사회가 되었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까운 장래에 닥칠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문제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을 일컫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40대가 대부분이지만 노동력의 규모로 볼 때에는 30대까지 베이비붐 세대로 볼 수 있으며 우리 노동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10년 뒤인 오는 2015년에는 50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퇴직을 준비하거나 은퇴하기 시작함으로써 매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선진국의 경우 2008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앞두고 연금 급여가 증가하는 등 사회보장 비용의 급증과 함께 노동력의 부족을 우려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후 재고용을 보장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과거에 청·장년의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고령자의 조기 은퇴를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복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담을 감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복지 비용만 늘어나고 실업은 해소되지 않았다. 따라서 근래에는 정년 연장이나 연령에 의한 강제퇴직 금지, 정년후 재고용 등 은퇴를 지연시킴으로써 복지 재정의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복잡하다. 선진국은 은퇴후의 사회보장이 뒷받침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 퇴직후에 안정된 연금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계층은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은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를 지니는 동시에 자녀 교육에도 많은 돈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녀로부터는 부양받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개인적으로도 노후 준비가 취약하다. 이러한 점 외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이 이어지면 기업은 엄청난 퇴직금 부담에 시달려야 하고, 실업급여나 연금지출이 급증할 것이다. 아울러 일을 중단함으로써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의료비 부담과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개인이나 가정을 불행 속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국가의 복지 비용 증가를 요구할 것이다. 복지 비용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충당해야 하므로 취업하고 있는 세대나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힘겨울 수밖에 없다. 복지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복지 이외의 사회간접자본이나 국방, 교육 등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가장의 조기 퇴직은 가정에서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그렇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되고 생산성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은퇴 연령을 고령화 수준에 연동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25세 이상을 취업가능인구로 간주하고 취업가능인구 중에서 은퇴인구를 20%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법에 따르면 2005년 현재의 은퇴연령은 60세가 되고 2020년에는 65세,2040년에는 75세가 된다. 물론 복잡한 기업 환경과 노동현실 속에서 이러한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 구성원들간의 타협과 양보를 통해 이루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도록 양보하는 대신, 노동계는 정규직 임금을 연공서열형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생산성에 연동하는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용안정과 임금구조의 유연성 조치들이 이루어지면 고령자에 대한 연공급여식 고임금 부담이 줄어들고 가급적 정년을 보장하거나 정년후 재고용의 형태로 은퇴 연령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은퇴하는 나이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의 진보에 따라 고령자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육아 휴직제도와 유사한 교육 휴직제도를 도입하고, 제도의 운영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참여하는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업과 근로자, 나아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최병호 보건사회硏 연구위원
  • [시론] 대학 연구비 유용 막으려면/이영해 한양대 정보경영공학 교수

    [시론] 대학 연구비 유용 막으려면/이영해 한양대 정보경영공학 교수

    최근 일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학교수의 연구비 유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사건 발생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려면 연구비를 관리하는 시스템적인 측면, 정부의 연구비 지원에 대한 정책적인 측면, 연구책임자의 도덕적인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수 대학들은 모든 종류의 연구비를 대학본부에서 일괄적으로 받은 뒤 각 프로젝트 수행자들의 요구에 따라 집행하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부분은 기자재 구입과 학생 인건비 지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연구비 수탁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연구비 금액, 수탁시기와 기간 등이 달라 연구실을 운영하는 연구책임 교수가 일관성 있게 자금을 집행하려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큰 비용이 드는 자재나 시설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연구비에서 지원하는 작은 금액들을 모아서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학생 인건비도 수탁 연구비의 인건비 산정 금액과 지급시기 등이 달라 여러 연구비 중 인건비를 모아서 학생이 등록할 시점에 적당한 기준을 세워서 학생들에게 배분하곤 한다. 지방출신 학생들을 위한 숙소 제공, 생활비 지급 등을 하는 연구실도 있다. 문제는 국가나 공공기관 연구과제의 경우 대학원생에 대한 월급여가 현실에 비해 아주 낮아 설사 연구비가 있더라도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해줄 수 없는 실정이다. 또 규정상 연구 예산이 항목별로 사용 기준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임의지원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공공기관 연구비를 연구과제별이 아니라 통합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행정편의로 인해 획일적인 연구비 집행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연구비 집행 관련 기본 사항만을 정부기관에서 정하고, 세부규정은 각 대학의 특수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 운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상한선을 현실에 맞게 대폭 인상해야 한다. 요즈음 많은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비 관리의 까다로움 때문에 관리하기 쉬운 과제만 연구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교수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은 연구결과에 대한 책임만 남는다는 사고가 퍼지면서 최소한의 연구만 맡으려는 현상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센티브 차원에서 연구비의 일정 부분을 교수 인건비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 연구의 활성화가 대학발전과 국가경쟁력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일부 대학에서 발생한 연구비 횡령과 관련, 대학 연구비 투명화 방안으로 연구비 관리 능력이 우수한 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학본부가 각 부처 연구과제 중 학생 인건비를 모아 연구실별로 관리하는 ‘연구비 관리 인증제도’와 ‘대학 학생연구원 인건비 풀링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며 교수의 연구비 집행 권한을 확대해 학생 인건비 마련을 위한 연구비 유용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것이다. 교수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발생하는 변칙적인 연구비 유용의 경우는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이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도덕불감증에 대해 상아탑 안에 거주하는 교수들만이라도 도덕적 양심을 회복함으로써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연구비 유용은 비현실적인 시스템 자체는 물론 시스템과 의식간의 괴리와도 관계가 있다. 연구비 지원방식 및 관리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성과 정직성에 따라 교수들의 인식이 바뀔 때 선진화된 연구비 관리제도가 정착될 것이다. 이영해 한양대 정보경영공학 교수
  • 뿌리 깊은 나무가 산사태 예방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게 뻗는 심근성 나무로 수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과 3일 내린 폭우로 도내 14개 시·군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는 3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진안과 무주·장수 등 동부 산악지역 3개 군지역의 피해액이 2562억원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인명피해 역시 산사태로 사망한 7명 가운데 4명이 이들 3개 군지역에서 나왔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 334건 중 동부산악권에서만 41%인 138건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동부산악권 지역에서 산사태와 수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산세가 가파른 이유도 있지만 뿌리가 얕은 ‘천근성’ 수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낙엽송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키가 30m 이상 자라지만 뿌리가 얕게 뻗어나가 강풍이 몰아치면 쉽게 쓰러져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는 수종으로 알려졌다. 전북대 산림과학부 이창헌(48) 교수는 “낙엽송은 성장속도는 빠르나 심근성인 상수리나무처럼 뿌리가 깊지 못해 강풍과 폭우에 쓰러지기 쉬운 수종”이라며 “때문에 옆에 있는 다른 나무에 영향으로 줘 결국 산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때 일가족 3명이 숨진 무주군 무풍면 마곡마을 참사도 당시 야산에서 떼밀려온 낙엽송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폭우로 2명이 매몰돼 숨진 진안군 안성면 죽장마을의 경우도 낙엽송이 많이 심어진 산이 무너져 비롯됐다. 또한 낙역송은 토사와 함께 하천과 하수구를 막음으로써 하천 범람과 주택 침수피해를 더욱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이에 대해 전북도는 임진섭 산림과장은 “70∼80년대 민둥산을 무조건 메우고 보자는 취지에서 전국적으로 성장이 빠른 낙엽송을 마구잡이로 심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이러한 폐해가 일부 지적돼 90년대 말부터는 낙엽송 식재를 제한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번 폭우로 낙엽송의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낙엽송에 대한 간벌을 적극 추진하고 뿌리가 깊은 오리나무나 상수리나무로 수종갱신사업을 확대키로 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우리 야학 지키고 싶어요”

    “우리 야학 지키고 싶어요”

    지난 5일 오후 9시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 어귀에 있는 한 건물 지하. 가파른 계단을 한 층 내려가자 20여평의 공간에 2개의 교실이 나온다.‘늘푸름반’의 수학 시간이다.“반원에 대한 원주각이 몇도이지요?” 몇몇 학생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내일 모레가 환갑인 중학생이 다니는 ‘신당야학’이다. ●야학 전국500여개 2만여명 향학열 시장 상인과 주부, 영세민 등 교실을 채운 학생 19명의 평균 연령은 50대.21살부터 26살까지, 모두 20대 자식뻘인 교사 5명은 대학생이다. 못 배운 설움도 맞들면 나을까. 환기가 안돼 곰팡이가 핀 교실 벽면에는 ‘참된 사랑·꾸준한 노력·성실한 마음’이라는 급훈이 걸려 있다. 지난 1월 입학한 한상진(44·가명)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1년만에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게 즐겁다.”면서도 “야학이 어렵다는데 혹시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1979년에 설립된 뒤 25년 동안 중앙시장을 지켜온 신당야학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써 온 야학 건물이 지난달 경매로 넘어갔다. 교실로 쓰는 건물 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대피소 용도여서 보증금마저 고스란히 날릴 처지다. 임승택 교감은 “미처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경매에 들어간데다 다른 교실을 마련할 비용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 지원금 재정의 10%도 못미쳐 못 배운 서민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보금자리인 야학들이 운영난으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야학 연합단체인 전국야학협의회에 등록된 야학은 165개. 미등록 야학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500여개의 야학에서 2만여명이 공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기초학력 미보유자는 초등과정이 200여만명, 중등과정은 420여만명에 이른다. 김호석 전야협 사무총장은 “지난해 꽤 이름이 알려진 야학만 4곳이 눈물 속에서 문을 닫았다.”면서 “매년 이름없는 더 많은 야학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학은 재정과 교사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성인 140여명이 배우는 서울 S야학은 월세 150만원을 마련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외부 후원금은 해마다 줄어 교사들의 호주머니까지 털고 있다. 구청 지원금은 1년에 불과 400만원. 전체 재정의 10%도 미치지 못한다. 교사 충원 문제도 야학의 존속을 위협한다. 야학 교사의 주류인 대학생 지원자는 과거의 3분의1이하로 줄었다. 신당야학은 교사 정원 7명을 못 채워 교사들이 한 주에 1∼2일씩 초과 수업을 한다. 고지수(21·고려대) 교사 대표는 “대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교사가 많다.”면서 “교사가 부족하고 자주 바뀌면서 전공에 상관없이 여러 과목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교육소외계층 학습권 보장 절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정책연구과제로 전국 야학 121곳을 조사한 ‘야학의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야학이 꼽은 어려움 1순위가 재정부족이었다. 조사 대상의 55.6%는 교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29.5%는 자원교사의 평균 활동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야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졸업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소외계층에게 사설학원에 다니는 비용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공주대 교육학과 양병찬 교수는 “야학에 대한 현실적인 인력·예산 지원이 시급하고 성인을 위한 초·중등 학력인정제도도 현재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산업으로 본 인디음악 10년

    산업으로 본 인디음악 10년

    펑크 밴드 ‘카우치’의 성기 노출 사건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인디 음악이 국내에 선을 보인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그동안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크라잉넛, 자우림, 체리필터 등 밴드를 중심으로 기성 대중 음악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밑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들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듣지만, 인디 음악은 이제 숨은 배경이 아닌 대중음악계를 이끄는 당당한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인디가 살아야 음반시장 ‘파이’ 커진다 지난 5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앞.‘빵’ ‘롤링스톤즈’ ‘긱라이브하우스’ ‘재머스’ 등 4개의 라이브 클럽에서 23개 인디 밴드들의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라이브 클럽 페스트(Fest)’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홍대 앞 라이브 클럽들이 인디 밴드와 대중이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매달 첫주 금요일마다 개최하는 것. 이날 공연을 한 인디 밴드 ‘러버메이드’의 보컬 김유리(21·여)씨는 “대중음악의 터전인 라이브 클럽 공연을 통해 우리의 음악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지하에서 웅크려 온 인디 음악에 새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집’과 ‘개성’ ‘저항의식’을 앞세운 채 주류 음악은 물론 대중과 융합하지 못했던 인디 음악에 음악계의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이들 음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최근 물의를 빚은 한 인디밴드의 ‘성기 노출 사건’ 여파 때문이 아니라, 음악산업적 관점에서 인디 음악의 ‘대안적 역할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인디 활성화가 대중음악 살린다 인디 음악은 ‘음악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침체일로의 음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로서 효용가치가 논의되고 있다. 다양한 음악을 통해 대중의 ‘선택의 폭’을 넓혀 음악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 그 요지다. 최근 급성장한 모바일과 인터넷 중심의 음원 시장도 결국 음반 시장의 ‘재활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음반 시장을 키우는 것이 전체 음악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비슷한 길을 걸었던 영화판의 부활 과정처럼, 인디 음악이 음반 시장 전체에 질높은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는 ‘전초기지’나 ‘자양분 공급소’로서의 역할을 담당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대중 음악의 두께를 늘리기 위한 ‘균형자’역할로서 인디 음악이 첫 단추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10대 아이돌 스타 위주로 획일화된 대중 음악시장 환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20대 이상의 음반 소비자들을 모두 떠나게 만들었다.”면서 “비주류 뮤지션들의 활동 기반 강화가 음반 시장 정상화를 위한 치유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씨도 “가요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대안은 ‘창작 정신’”이라면서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가요계 전반으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과 ‘홍보’ 획기적 개선해야 인디 음악이 외면받는 주된 이유는 ‘홍보’ 부족 때문이다. 아무리 공들여 만든 음악이라도 이를 알릴 방법은 홍대 앞 라이브 클럽 공연뿐이며, 결국 유통의 문제로 이어진다. 인디 음반의 판매 손익분기점은 통상 3000장 정도. 하지만 자체 홍보수단과 자본이 없는 대부분의 인디 밴드들에게는 요원한 숫자다. 인디 밴드 ‘불스 혼’의 한 멤버는 “수준 높은 인디 음악들 대부분이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사장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인디 음악 관계자들은 영미권의 예를 들어 공적 차원의 지원하에 비주류 음악이 ‘편성에서 50% 이상’ 확보되는 ‘음악 전문 FM라디오 방송국’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 측면에서는 ‘통합 인디 레이블’ 마케팅 회사의 설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임진모씨는 “스스로 만들고 소비하는 자체 경제 시스템과 제작 시스템 등 정착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을 유치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디 행정가’ 양성과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와 이벤트 등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홍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씨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인디 문화의 진정성을 잃지 않고 수준 높은 음악을 향한 노력과 소양을 계속 쌓는다면, 대중적 관심과 자본의 눈길은 자연스레 인디 음악계로 쏠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인디음악의 발자취 우리에게 인디밴드 또는 인디음악 하면 떠오르는 곳이 홍대다. 최근 알몸 노출 논란으로 경찰이 단속을 한다든가, 이명박 서울시장이 퇴폐 공연을 하는 밴드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다는 등 많이 두들겨맞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서울시는 ‘음악의 거리’ 홍대 지역을 문화특구로 지정하고,‘서울 100대 명소’로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왠지 씁쓸하다. 흔히 한국 인디음악의 싹이 움튼 시기를 1994년으로 본다. 지금처럼 본격적인 체계는 아니었지만 라이브클럽 ‘드럭’이 홍대 앞에 생겼다. 이듬해 4월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사망 1주기 기념공연이 ‘드럭’에서 열리며 ‘크라잉 넛’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등의 정기공연이 정착됐다. 본격적인 출발점은 1996년. 드럭 출신 밴드 중심으로, 실제 거리에서 있었던 스트리트 펑크쇼가 주목을 받았고, 그 해 ‘크라잉 넛’과 ‘옐로우 키친’이 참여한 최초 인디 앨범 ‘Our Nation’이 발매돼 한국 인디신에 이정표를 썼다. 한국 인디음악의 출현은 얼터너티브 또는 그런지록의 세계적인 열풍을 등에 업은 결과이기도 하다. 덩달아 이런 음악의 뿌리였던 펑크까지 인기를 타며 숱한 아마추어·카피 밴드들이 무대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됐다. 출중한 연주실력은 아니었지만, 세 가지 코드로 이뤄진 단순한 음악과 열정이 이들의 무기였다. 인디음악에도 록에서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인디음악이 장르의 하나인 펑크로 대표되는 오해는 이때부터 비롯됐다. ‘드럭’이 생긴 이후 홍대 인근에는 라이브클럽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1997년에는 강아지문화예술 등 전문적인 인디레이블이 생겨나며 많은 인디앨범들이 제작됐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음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자, 독립음악 진영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 이후부터는 스튜디오 레코딩에 손색이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홈 레코딩이 보편화되고, 이를 통해 자가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하며 인디음악은 자생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기고] “밴드 1000여팀 활동 상당수 ‘투잡스’ 생계” 지난주 MBC 음악캠프 생방송 중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홍대 인디신이 재조명(?)을 받았고,‘인디’와 ‘펑크’는 매체 문화면의 키워드가 됐다. 1996년에 배드테이스트의 ‘One Man Band…Badtaste’, 크라잉넛/옐로우키친의 ‘Our Nation 1’ 앨범이 발표된 이후 한동안 인디 음악이 매체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서태지가 90년대 초에 행했던 ‘문화적인 전복’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인디’에 대한 개념 부재와 왜곡된 인식이 문제였다. 간단히 말해 인디는 제작·유통·매니지먼트 방식으로 갈리는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분류로,(언더그라운드가 ‘태도’ 측면에서의 분류라면)메이저 음반사에 속해서는 자신의 ‘진정성’을 음악에 담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뮤지션들이 택한다. 인디뮤직신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2003년 부터는 매년 이 신에서 나오는 앨범의 수가 200여장에 이르고 있고, 현재 활동하는 밴드 수는 1000여팀 가까이 될 정도로 성숙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들여다보면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인디신의 뮤지션들은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연간 한국에서 제작되는 음반 수가 기껏해야 1000장 정도일텐데, 제작 수로는 20%를 차지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은 1% 내외를 차지하는 것이 인디 음반이다. 먼저 인디 뮤지션들의 생계 문제를 얘기하면, 수입은 음반판매 인세와 공연수입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신보를 낼 때 보통 2000장 이상 발매하지 않는(500장 미만을 발매하는 경우도 많다) 인디 음반의 경우 제작비 빼고 나면 ‘앨범인세’도 남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주요 공연무대는 라이브클럽인데, 이곳의 입장료가 평균 1만∼2만원 수준이고, 입장객수가 평일 30∼100명, 주말 100∼30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공연 수입도 미미하다. 또 그 수입도 통상 4명 이상인 밴드 구성원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수입은 국가에서 지정한 최저임금 수준에도 한참 미달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인디뮤지션들의 상당수가 ‘투잡스’ 인생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어떻게 인디앨범이 한해에 200장 가까이 나올 수 있느냐는 점에는 의문이 들 것이다. 비밀은 바로 집에서 녹음을 하는 ‘홈레코딩’(Home Recording)에 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PC) 발전에 힘입어서 레코딩뿐만 아니라 믹싱, 마스터링을 포함한 음반작업의 전 과정을 집에서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전처럼 기존 음반사에 소속되어 앨범을 만들지 않고 뮤지션 스스로가 음반사를 만들어서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홈레코딩은 현재 대중음악창작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이는 뮤지션 스스로가 ‘음반제작의 주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광명음악밸리축제 예술감독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선영에서 가진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32주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생전에 인화와 우애를 가르치고, 강조했던 선친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이날 가문에서 축출된 박용오 전 회장과 경원, 중원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는 ‘언론 기피증’을 보이며, 숨을 죽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검찰 수사 이후 몰아칠 ‘후폭풍’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단속도 눈에 띈다. 재계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두산가 4세들이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악몽 같았던 일주일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두산 지분 280만주(12.8%)를 계열사와 박용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를 댔다.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용곤(73)-용성(65)-용만(50)’ 3형제의 치밀한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달 18일, 용성 회장은 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이어 두산그룹은 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용오(68)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두산가의 우애가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용곤 명예회장의 ‘연막’도 그럴듯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는 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그러나 안으로는 이미 ‘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우애 깊은 형제가 원수 사이라는 것은 사흘 후에 드러났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용오 전 회장이 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 검찰과 모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한 투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시켜 주듯 용오 전 회장은 이날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내가 용성 회장 등과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자 나를 밀어낸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게임은 이어 본격화됐다. 용곤 명예회장은 “그룹과 가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용성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태는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승자 없는 ‘형제의 난’ 두산가 ‘형제의 난’은 다른 국내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대부분 재산과 ‘대권’ 싸움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이번 두산가 분쟁은 승자가 없는 오직 패자만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리 의혹을 폭로한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마지막 ‘무기’를 던짐으로써 가문에서 축출이라는 비애를 맛봤다. 또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조카의 사법처리’ 빼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오 전 회장의 부인 최금숙 여사가 지난해 암으로 죽고 나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 용오 전 회장이 극단적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오 전 회장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연애 결혼해 부부 금실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용곤-용성-용만’ 3형제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 우애와 집안 망신,109년 전통의 명예, 경영 차질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또 자칫 집단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지 용오 전 회장 일가를 가문과 그룹에서 축출한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이같은 처참한 분쟁이 일어난 걸까. ●‘원’자 돌림 4세 9명 경영수업 ‘원’자 돌림의 4세 15명 가운데 두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총 9명이다.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두산 3세간 일어난 ‘형제의 난’도 사실상 4세들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산측 설명은 이렇다.“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겠나.(용오 전 회장)눈에 뭐가 씌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결과가 뻔한 싸움에서 용오 전 회장이 나선 것은 자식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부문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4세간 역학 구도를 보면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4세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 경영에 참여치 않는 박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도 네오플럭스 상무로 일하며, 두산의 M&A(인수합병)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네오플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원 부회장과 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5%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1999년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넘쳐났던 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씨는 두산가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던 경원씨는 2003년 전신전자를 인수, 아예 독자노선을 걸었다. 수년 전부터 ‘밖’으로만 돌았던 경원씨의 행보를 보면 이미 ‘정원-진원’을 비롯한 4촌 형제와 경원씨간의 대립 구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오 전 회장이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을 탐낸 것도 결국 두산 지분이 4세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만 소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의 난’ 이후 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빠진 만큼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용만 부회장과 장손인 정원 부회장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성 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동하고, 내부 살림은 용만 부회장과 정원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용만 부회장이 용성 회장에 이어 두산의 향후 ‘대권’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정원 부회장은 두산가가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그룹 총수 1순위다. 그는 올 초 그룹 사장단 회의로부터 ‘2004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4세 경영 과외도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 빨라질 전망이다. 용만 부회장은 현재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4세들의 경영수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반면 가족간 우애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가는 계속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용오 전 회장 일가가 빠진 가족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물밑에서 용곤 명예회장과 용오 전 회장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경원-서미경 부부 곤혹 두산가 장손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공군 참모총장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전 의원의 딸 소영(40)씨와 결혼했다. 부친인 박 명예회장과 김 전 의원은 경동고 선후배 사이로 동창회 모임에서 두 사람의 혼담이 오간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포스데이타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민(15)양과 상수(11)군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박혜원(42) ㈜두산 잡지BU 상무는 의사인 서경석(45)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주원(18)양과 장원(15)군으로 학생이다.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서지원(36)씨와 혼인했다. 아들 상우(11)군과 딸 상진(5)양이 있다. 두산가에서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는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39)씨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 ‘형제의 난’에 깊숙이 연관된 데다 연일 시끄러운 ‘X파일’ 사태도 친정과 적잖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경씨의 부친은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전두환 정권 때 경제관료로 영입됐다. 안타깝게도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X파일’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자금 전달자로 나오는 서상목 전 의원이 바로 미경씨의 숙부다. 장남 상호(16)군과 차남 상모(13)군을 두고 있다. 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7)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정윤주(37)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상윤(6)군과 딸 상이(4)양이 있다. 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차남 박석원(34) 두산중공업 차장은 모두 평범한 가문의 딸들인 김선영(34)씨와 정현주(35)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상효(6)-상인(2)과 상현(7)-상은(2) 등 각각 딸만 두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는 최근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범 LG가(家)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박용훈(두산산업개발 부회장)-구선희(고 구철회씨의 4녀) 부부에 이은 두산가와 LG 구씨가의 두번째 사돈이다. ●두산의 역대 악재들 이번 ‘형제의 난’ 외에도 두산가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악재는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노조원인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과 낙동강 페놀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배달호씨의 분신 자살은 두산가와 노조의 악연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용성 회장은 “결코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불법 파업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었다. 이는 노조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배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인화를 5대째 강조하는 두산가와 노조의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두산가로서는 노사 합의만 되면 불법이 합법화되는 노조의 관행을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노조와의 악연은 두산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 초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노조도 한동안 두산 인수를 격렬히 반대했다. 또 두산 계열사 노조는 이번 ‘형제의 난’과 관련해 그룹 회장직을 둘러싸고 형제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두산의 도덕성을 바닥에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박용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가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사태가 있다. 여전히 반세기 최대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꼽힌다.1991년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쳐 놓다니….’라는 구호가 전국을 들끓게 했으며,2차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또 두산 불매운동으로 매출액이 급감했으며, 당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숨은 그림자 박용욱 회장 ‘용’자 돌림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가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가장 먼저 깨뜨리고 독자사업에 나섰을 뿐 아니라 ‘KS(경기고-서울대)’가 수두룩한 두산가에서 박 회장은 서울고-인하대를 나왔다. 또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회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홀로 무역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부친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종자돈으로 삼아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대의 소그룹으로 키웠다. 반면 용곤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박용훈(63·박우병 전 고문의 장남)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박 부회장의 부인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씨의 4녀 선희(61)씨다. 구철회씨는 1999년 LG화재를 갖고 LG에서 독립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식품 부사장을 거쳐 92년부터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치 않고 있다. ●‘두산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유병택(61) ㈜두산 부회장은 일명 ‘면도칼’로 불린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탁월하고, 현장 경험이 많다.69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두산기계와 두산음료 등 그룹내 요직을 거쳤다. 강문창(62)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68년 동양맥주로 입사한 이후 경리와 영업, 총무, 기획, 해외현장 등을 두루 거쳐 해박한 실무지식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상고 야간을 나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형 경영인이다. 자신의 이력은 ‘두산 입사, 두산 퇴사’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두산맨이다. 건설업을 주력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고 하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경(55) ㈜두산 전략본부 사장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이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3M과 한국코닥,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두산씨그램 등 돈이 될 만한 회사는 가리지 않고 팔았다. 모기업인 동양맥주도 매각했다. 이런 ‘무차별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 박용만 부회장이고, 그를 보좌한 이가 이 사장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이 사장은 성격도 급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생이다. 김대중(57) 두산중공업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69년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두산 주류BG와 ㈜두산 테크팩BG 사장을 거쳤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청하, 설중매, 그린, 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불도저 같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노사 화합과 현장 경영을 토대로 그는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최승철(57)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77년 두산메카텍의 전신인 두산기계에 입사한 뒤 기계업종 외길을 걸어왔다. 김홍구(59)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사 사장 가운데 흔치 않은 수주영업 전문가로 통한다.‘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명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똑게’로 불린다. golders@seoul.co.kr ■ 6형제가 좌장… 이사회보다 막강 두산가(家)의 가족회의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형제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일 뿐 아니라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룹의 중요 결정 사항은 가족 회의에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족회의는 평상시 한 달에 한 번씩 3대(3∼5세)가 모여 선친 박두병 초대 회장이 강조한 ‘가화만사성’을 되새기며, 인화와 우의를 다진다. 가족 중 그룹경영 참가 선수인 ‘박용곤-용오-용성-용만’뿐 아니라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서울대 병원장)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용’자 돌림 6형제가 가족회의의 좌장들이다. 집안 대소사 등이 화젯거리로 등장하지만 경영이나 사업 얘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사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열리는 가족회의는 ‘숨겨진’ 비공식 최고 기관이다. 경영진에 대거 포진한 ‘원’자 돌림의 4세들도 이런 경우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두산 오너가가 고작 5%대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경영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형제의 난’ 기폭제도 사실상 가족회의에서다. 지난 5월 열린 가족회의에서 용곤 명예회장은 용오 회장 일가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M&A(인수합병) 시도 대가로 그룹 회장 교체를 언급했으며, 지난달 가족회의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와 용오 회장의 퇴진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의 경영 행위에 대해 “기업을 가족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두산 노조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전근대적 족벌경영 체제가 두산그룹의 현주소”라며 기업을 족벌의 사유물로 여기는 이같은 그룹 체제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4세들도 분기별로 한번씩 ‘패밀리 미팅’을 갖고 우애를 나눈다. 모임의 주관은 장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맡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두산가 4형제 경영스타일 ‘아름다운 형제’에서 한순간에 ‘돈 앞에 형제도 없는’ 처지로 추락한 ‘박용곤-용오-용성-용만’ 4형제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떨까. ▲ 2000년 초 우애 깊은 형제였던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과 박용성(왼쪽) 회장, 박용만 부회장 등 3형제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용곤 명예회장은 집안의 장자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오 회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거의 없다. 내부 회의에서도 말을 듣는 입장이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임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는 또 게임의 룰을 중요시 여긴다. 용오 회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가문에서 빼버리겠다.”고 강경 대응한 것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깬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는 골프에서도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두번 다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용오 전 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격의없는 대화와 만남을 좋아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형제의 난’ 역시 이같은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그는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통한다. 술을 통해 상대의 스타일이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곧잘 술자리를 갖고 어울린다. 그의 애주론은 이렇다.“술은 백년지기를 만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시면 오히려 호쾌해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용성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부와 재계,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비유를 동원하는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된다. 어느 사업이 좋다면 경쟁 업체를 무조건 따라서 투자하고 보는 풍토를 비판한 ’들쥐떼론’과 전통 산업은 외면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만 좇는 기업 풍토를 비튼 ‘첨단병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탈하면서도 집념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박 회장은 1995년 세계유도연맹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에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모두 창 밖에 뛰어내리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과 음악을 좋아한다. 해외출장 때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또 클래식 마니아로 소장한 CD만 2만장이 넘는다. 용만 부회장은 꼼꼼히 따져 보고,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2002년 디스크 수술 이후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강사의 수영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했으며, 과도한 수영 연습으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또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두산의 구조조정 10년 동안 15개 기업의 M&A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작용하는 ‘감(感)의 경영’을 싫어한다. 경영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中 작년 2885만명이 ‘세계로 세계로’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中 작년 2885만명이 ‘세계로 세계로’

    중국에 해외여행 바람이 거세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고 고도성장에 힘입은 신흥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면서 세계 관광업계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올 상반기 중국인들의 1인당 해외쇼핑 금액은 987달러(약 100만원)로 세계 1위를 차지, 세계 관광업계의 VIP(귀빈)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인근의 충원먼(崇文門) 둥자오민강(東郊民港) 거리에는 중국 최대 여행사 중 하나인 중국여행사(中國旅行社) 5층짜리 본관이 자리잡고 있다. 1층 로비의 비자신청 창구에는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왼쪽 모퉁이를 돌아서면 홍콩·마카오·동남아·유럽 등 지역별 사무실마다 문의자들이 적지 않다.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회사원 정안(鄭安·27)은 “지난해 홍콩 여행이 너무 좋아 1년간 저축한 돈을 모두 털어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라며 “TV나 책으로 접한 고풍스러운 유럽의 저택들을 직접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고 밝게 웃는다. ●중산층 확대로 해외여행 붐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역시 마찬가지다.35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우두 공항의 출국 대합실에는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대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마오판(毛范·25)은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라며 “복잡한 일상을 떠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맘껏 즐기는 해외여행은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1980년대 초 해외 친척 방문이 허용되면서 기지개를 켰다.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폭이 넓어지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해외로의 꿈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중국의 해외 여행자는 1억 1000만명이다. 특히 해외여행 규제가 대폭 완화된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3%가 늘어난 2885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 관광객 수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70여개국으로 여행 대상국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여행업계는 2015년 전후로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가 연간 1억명을 돌파,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독신자 유혹하는 해외여행 “애인과 함께 카리브해 백사장을 거니는 낭만적인 여행에 독신자들을 초대합니다.” 최근 급증하는 독신자들을 대상으로 관광과 ‘배우자 찾기’를 겸하는 이색 여행상품들도 속출하고 있다.26∼30세의 남녀 화이트 칼라들이 주요 대상이며 비용은 5000∼1만위안(약 130만원)선이다. 디스코장과 노래방, 수상배구 등 여행 프로그램도 ‘짝짓기’에 적합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동남아 독신자 여행 상품을 고른 옌팅(嚴·29·여)은 “대학교 졸업 이후 바쁜 회사 생활로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근사한 남자를 만나 동화속의 공주가 되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독신자 여행상품은 춘제(春節·설)와 노동절, 국경절 등 중국의 대표적 연휴 기간에도 성행하고 있다. ‘효도 관광’도 강세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지난해 전체 해외관광객 가운에 56세 이상이 2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평생 자식들 때문에 희생한 부모들을 위해 자식들이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 것이다.3000∼5000위안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 여행 상품이 인기다. ●쇼핑가 싹쓸이하는 중국 여행객 세계 2위의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넘쳐나는 달러를 바탕으로 해외 여행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한다.AC닐슨과 세계면세협회(TFWA)가 올 상반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여행시 쇼핑규모가 1인당 평균 987달러(약 98만 7000원)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상하이 시민의 경우 유럽여행 시 1인당 1781달러어치를 쇼핑했다. 중국인의 1인당 해외여행 경비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여행 총경비의 3분의 1가량을 물건 구입에 소비하는 ‘쇼핑광’으로 조사됐다. 루이뷔통 가방을 비롯한 명품 제품들이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중국의 수입관세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명품 가격은 중국 국내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홍콩·유럽을 여행하는 중국인 대부분이 쇼핑에 혈안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간파한 유럽의 유통업체는 여행 패키지에 쇼핑몰을 포함시키는 등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특수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 관광업계 ‘중국 특수 잡기´ 칭녠(靑年)여행사 가오즈젠(高志堅)이사는 “과거 유럽은 중국 여행객들을 시끄럽고 예의 없다는 이유로 경원시하던 콧대높은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인 유치를 위해 관련업체 종사자들 사이에서 중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며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탈리아 여행업체인 아르피(RP)투어는 지난해 가을부터 베이징 사무소를 열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10여개의 중국 여행업체와 제휴한 RP투어의 마우로 피치니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이탈리아의 패션과 음식·문화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략법을 소개했다. 2003년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6.7%를 차지했던 유럽의 경우 비자 수속이 미국에 비해 간편해지자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유럽지역의 대형 여행업체들은 중국에 직원을 파견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oilman@seoul.co.kr ■ 신흥 중산층이 해외여행붐 주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해외 관광붐을 주도하는 계층은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형성된 신흥 중산층들이다. 중산층의 수는 대략 13억 인구의 10% 안팎으로 월 소득은 5000위안(75만원)∼2만위안(260만원)선으로 추정된다. 중산층 가운데 여행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집단은 화이트 칼라로 불리는 ‘샤오쯔(小資·소자본 계층)’ 집단이다.20∼30대의 청장년층인 이들은 외자기업과 정보기술(IT)산업, 국영·민간기업 임직원, 은행·보험 등 금융업 종사자는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 인구의 5%선인 7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커피와 팝송을 즐기는 샤오쯔들은 명품을 선호하고 영어 회화는 이들의 ‘신분증’에 해당한다. 미국과 유럽 문화를 동경하는 서구 지향적 취향을 갖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톈진(天津), 충칭(重慶), 난징(南京), 시안(西安) 등 중국 대도시 인구의 15∼20%에 해당된다. 중국 푸단(復旦)대 궈딩핑(郭定平·정치학) 교수는 “직접적인 정치 참여 기회가 없는 이들은 정치보다 돈과 여가를 즐기면서 해외 여행 등에서 분출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oilman@seoul.co.kr ■ “여행사 2배 급증 고가 상품도 불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은 이제 단체 관광에서 보다 자유로운 개인·소규모 여행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여행사 가운데 하나인 중국여행사 둔지둥(頓繼東) 총경리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젊은층들이 해외 여행을 주도하면서 아프리카 오지 탐험 등의 테마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럽여행의 경비는 1인당 9500위안(약 120만원)∼1만 8000위안(23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부유층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영국과 프랑스에 집중돼 있지만 점차 이탈리아와 스페인, 북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 중에는 부유층 자녀들의 영어권 어학 연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둔 총경리는 “비자가 까다로운 미국 대신 유럽과 호주, 캐나다 등의 어학 연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승마나 사교춤까지 배우는 ‘귀족 어학연수’ 상품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 관광과 관련,“지난해 전체 고객의 8% 정도를 차지했지만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며 “보다 다양한 관광 상품개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둔 총경리는 “중국인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위락시설이 많고 이색적인 제주도를 선호하고 있는데 동남아나 유럽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 해외관광 영업 허가를 받은 여행사는 700여개로 1∼2년 사이에 두배 이상 급증했다. 둔 총경리는 “해외여행 전체 매출 규모는 3년전인 2002년보다 무려 10배가 성장했지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경영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oilman@seoul.co.kr
  • ‘방송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추진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

    ‘방송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추진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

    “드라마도 예술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송연기 등 TV분야를 심도있게 배우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을 지난 3일 여의도 MBC방송센터에서 만났다.‘지상파 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합의’에 대한 기사가 나온 직후였다. 연기자를 같이 뽑고, 함께 교육을 시켜 드라마에 투입하자는 게 골자다.‘스타 권력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가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 합의 또는 결정이라는 단어를 썼으나 각사 드라마 국장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이룬 러프한 수준”이라면서 “반드시 추진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끊임없이 논의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또 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단순히 ‘스타 권력화’에 맞장을 뜨자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에서 드라마가 처한 현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한류’ 중심에 TV 드라마가 있다고 한다. 문화적인 파괴력은 물론, 이제 드라마를 두고 산업적 측면까지 논할 단계가 됐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MBC 드라마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그가 바라보는 현재 한국 드라마 수준은 ‘재미는 있되 깊이는 없다.’다. 그는 외적으로 팽창했지만 내용에서는 빈약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드라마를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찾았다. 우리에게는 연극·영화과가 익숙하다.TV라 하면 영화보다 하찮다거나 영화를 못하니까 TV한다는 폄하의 시선이 아직도 많다. 때문에 방송 연기나 연출, 글쓰기 등을 심도있게 가르치고 철저하게 배우는 체계가 자리잡지 못했다. 수십, 수백개의 연기학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이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내실이 부족하다. 무엇이든 방송국에 들어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배워야 하는 게 우리 현실. 반면 외국에 가면 영화·TV과가 주류.TV분야가 당당히 영상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학교 교육 등 탄탄한 제도를 통해 꾸준히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이 국장은 “방송 출신이 대학에 교수로 가도 영화 연출을 지도하는 실정은 방송과 관련해 쌓아놓은 커리큘럼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일상성의 카타르시스를 가진 드라마가 내실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사설 학원 개념이 아닌, 공적인 차원의 연기 스쿨을 설립하는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극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는 TV 드라마를 통해 숱한 연기자가 배출됐지만, 스타가 되면 떠나고, 이후 TV 출연을 꺼리는 게 보통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상황에서 역량을 가진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드라마의 질과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방송사 드라마 국장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던 가운데 “함께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도 허덕이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 역량있는 연기자를 키워내 궁극적으로 드라마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 이 국장은 “솔직히 영화에서는 문화·산업적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지만, 방송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활화산처럼 의견을 쏟아내던 이 국장은 “한국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쑥쓰러워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연기스쿨 설립 등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가로수도 세월따라 진화?

    가로수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가로수는 1970년대 미류나무의 개량종인 이탈리아포플러, 현사시, 수양버들 등이 주류를 이루다가 80년대 들어서는 목백합, 버즘나무 등으로 가로식재 수종이 변했다. 이는 대전시내 313개 노선 총 915㎞에 있는 가로수 11만 2000 그루를 시대별로 분석해 나온 특징이다.90년대에는 은행나무, 벚나무,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뤘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이팝나무, 벚나무 및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로 바뀌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사시나 버즘나무 등은 벌레가 생기고 솜털이 날려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요즘에는 병해충에 강하고 미관이 수려한 수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세콰이어의 경우 홍선기 전 시장이 좋아해 식재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심어져 있는 가로수의 비중을 보면 은행나무가 3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버즘나무 15%, 벚나무 12%, 이팝나무 10%, 단풍나무 6%, 느티나무 7%, 회화나무 6%, 목백합 4%, 메타세콰이어 3%, 기타 5%의 순으로 집계됐다. 대전시 구도심은 버즘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둔산과 노은 등 신도심은 은행나무, 이팝나무, 메타세콰이어 등이 주류를 이뤄 도심 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반영했다. 상록수의 경우 겨울에도 잎이 무성해 그늘이 생기면서 빙판을 조성해 기피 수종이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의 1열 가로수를 2열로 심고 나무 식재거리를 좁혀 도심의 숲을 울창하게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노출공연 사과… 인디밴드 매도 않길”

    “성기 노출 행위는 분명 부적절했지만 하나의 사례를 전체 인디밴드의 문제점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일 서울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는 지난달 30일 MBC ‘음악캠프’ 도중 발생한 그룹 ‘카우치’의 성기 노출 사고와 관련한 홍대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관객의 무관심과 열악한 공연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이들은 현재 상황을 홍대 인디밴드 10여년 역사에 가장 큰 위기라고 판단하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인디밴드와 공연기획자, 라이브 카페 운영자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카우치의 성기 노출 사고에 깊숙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수 대중이 인디문화의 존재를 모르는 상황에서 ‘카우치 사건’으로 인디밴드 전체가 일탈적이고 퇴폐적인 공연을 일삼는 것처럼 비춰지는 시선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파격적인 공연을 시도하고 주류층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은 인디밴드들의 보편적인 특징이지만 이러한 일탈 문화를 이번 사건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성기를 노출한 ‘카우치’ 멤버들의 해프닝과 홍대앞 인디밴드들의 문화는 구분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자인 이규석씨는 인디밴드들의 ‘블랙 리스트’(요주의 명단)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대중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겠다며 홍대앞 거리문화의 지원까지 언급했던 서울시가 블랙 리스트를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MBC ‘음악캠프’ 재개를 위한 문화예술계와 대중음악계의 서명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인디문화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는 5일 밤에는 라이브 클럽 페스티벌을 무료로 열어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객들도 관람하도록 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카우치 멤버들이 범행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멤버 2명을 경찰서로 소환해 추가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로부터 ‘작년 홍대앞 클럽에서도 성기노출 공연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럭스’의 보컬 원모씨가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이번 사건이 계획적이었음을 암시하는 네티즌의 글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사전 모의 여부가 밝혀지면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 혐의로 카우치 멤버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이효연 나길회기자 belle@seoul.co.kr
  • “인디문화 양지로 유도를”

    “인디문화 양지로 유도를”

    MBC ‘음악캠프’ 성기 노출 사태의 파고가 가요계 전반에 메가톤급 쓰나미로 몰아치고 있다. 비주류 음악계는 인디 음악 전체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주류 음악계도 불황인 음악 시장이 더욱 더 위축될까 난감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음지에 숨어 있던 인디 문화를 양지로 끌어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디 전체 매도 말아야” 사고 직후 인디 밴드와 홍대 앞 클럽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싸늘한 시선은 “평소 클럽 공연에서도 이같은 일들이 흔하게 벌어지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인디 음악계와 홍대 클럽가는 한 인디밴드의 돌출 행동을 인디 음악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홍대앞 음악인들의 모임인 ‘라이브음악발전협회’ 김영등 대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면서 “사고 당사자인 ‘럭스’나 ‘카우치’는 홍대 앞 클럽을 주무대로 삼는 수많은 인디밴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홍대앞에서 6년째 활동하고 있는 한 인디밴드 멤버도 “공연 도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병을 깨고, 물을 뿌리고, 욕설을 하고, 약간의 노출도 하지만 노골적으로 성기를 노출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음악계 전체 위축돼서는 안돼” 인디 음악은 상업적인 거대 제작 자본과 유통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독립음악’을 일컫는다. 홍대 앞에만 20여개의 ‘라이브클럽’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록·펑크·힙합 등 1000여개팀의 인디밴드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1년에 내는 음반 수만도 200여개로, 대중 음악계 1년 음반 제작 물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음악 관계자들은 인디 음악의 위축이 결국 대중 음악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준흠씨는 “‘음악적 다양성’측면에서 인디 음악이 위축된다면, 결국 가요시장 전체의 ‘파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중 가요계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향력 있는 지상파 방송의 음악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가수와 노래를 홍보할 장이 더욱 줄어들어 음반제작사 입장에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음반 시장이 더욱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성화 할 필요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인디 음악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프로그램 폐지나 홍대 앞 클럽 단속 등 근시안적 조치보다는, 오히려 인디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늘려 대중과의 교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인디 문화를 수면위로 끌어 올려 대중에게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재발방지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1일 ‘프로그램 폐지로 문제해결 못 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해당 프로그램이나 코너를 무조건 폐지하는 식의 대응 보다는 합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톱 셀러] 작게…더 작게 나눔포장 인기

    [톱 셀러] 작게…더 작게 나눔포장 인기

    ‘바나나 10개 달린 한 송이를 300원에 사느니 1개를 500원에 구입하겠다.’ 싱글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늘면서 ‘비싼’ 소량·개별 포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낱개당 가격은 바나나 송이가 훨씬 저렴하지만, 버리는 게 많기에 소량을 선택하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강화돼 ‘나눔 포장’ 바람이 거세다. ●한번에 먹을 만큼만 포장을 뜯으면 혼자서 다 먹기가 부담스러워 구매를 망설이는 상품이 있다. 두부가 대표적. 풀무원 소가(SOGA)는 180g짜리 두부 2개를 각각 용기에 담은 ‘투컵두부’(2150원)를 내놓았다.420g 두부가 2200원이라 가격은 비싼 편. 그러나 완전 밀폐포장한 터라 하나를 남겨도 장기 보전할 수 있다. 백설 햄스빌도 올해 초 150g씩 나눠 포장한 베이컨을 선보였다. 남은 제품을 밀폐용기 없이 포장 그대로 보관할 수 있어 매출도 올랐다. 베이컨 길이를 절반으로 줄인 70g짜리 미니 제품도 나왔다. 아침식사용. 삼양식품도 75g짜리 간식용 ‘야참 라면’을 출시했다.120g 라면 한 개를 다 먹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한 것. 맛살 제품인 ‘크래미’도 300g을 4등분한 나눔 포장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맛살 ‘크래시앙’도 3등분 소량포장을 내놨다. 한국 하인즈도 150g 참치 제품(1260원)과 더불어 100g(1080원)짜리를 출시했다. 인도카레·드레싱·허브·칠리·토마토 참치 등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밥과 먹으면 한끼 식사. 제과업계도 나누기에 바쁘다. 농심 ‘쌀새우깡’은 소포장 두개를 붙였고, 해태제과 ‘에이스’, 롯데제과 ‘제크’, 오리온제과 감자스낵 ‘예감’도 대용량 과자를 소포장으로 담은 후 다시 포장했다. 아침식사 대용인 선식도 1회용 컵 단위로 포장, 타먹는 수고까지 덜었다. 햇참(10개 1만원)은 발아현미, 흑미 등 잡곡 27가지를 섞은 영양식으로 분말이 고와 목넘김이 부드럽다. 쌀·보리·대두 등 20곡이 들어간 미숫가루도 한 포씩 나눠져 나왔다.20포 2200원. 음료·주류시장도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5ℓ 페트병이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는 350∼600㎖ 매출이 20%나 늘었다. 맥주도 마찬가지. 부부끼리 맥주를 마시면캔 하나는 부족하고,1.6ℓ 페트병은 너무 크기 마련. 하이트가 이달 초 1ℓ 페트병을, 오비 카스가 700㎖ 페트병을 출시했다. 풀무원 김성모 PM은 “과거엔 용량을 늘려 경제성을 높였지만 이젠 한번 먹고 보관하기 편리한 소량 제품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나눔 포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니 가전제품 불티 원룸에 어울릴 만한 소형 가전제품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가전제품은 대형화로 돌아섰기에 중국 에어컨, 세탁기가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 우리홈쇼핑(www.woori.com)은 지난 22일 1시간 동안 중국 하이얼 에어컨을 1122대나 팔았다.4평형(29만 9000원) 151대는 8분만에 동이 났고,6평형(35만 8000원) 737대,10평형(49만 8000원) 234대도 완전히 소진했다. 매출만 3억 8098만원. 롯데마트도 하이얼 세탁기 2.6∼3.3㎏을 17만 8000∼19만 8000원에 판매, 호응을 얻었다. 미니 냉장고 ‘프로스타 냉온장고’(5만 8500원)는 냉·온기능을 두루 갖춘 터라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다. 높이도 50㎝를 넘지 않는다. 미니믹서(3만 6500원)도 일반믹서의 절반만한 크기지만 커팅, 분쇄 등 모든 기능을 갖춰 사랑받고 있다. 탁상용 미니 선풍기(1만 5800원)도 작은 방에서 에어컨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25㎝란 낮은 키 때문에 방에 누워도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1인용 커피메이커인 자동멈춤 여과기(2만원)도 그때그때 마실 만큼만 커피를 만들어 대용량보다 향과 맛이 풍부하다. 인터넷쇼핑몰 디앤샵(www.dnshop.com) 허지연씨는 “미니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부피도 적어 이사를 많이 다니는 싱글족, 맞벌이 부부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경기도 서정 5일장

    경기도 서정 5일장

    “평택 수박은 충남 논산과 전북 고창 등 수박 주요 산지의 제품만큼 품질이 뛰어나 서울 지역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큼지막한 평택 수박을 쪼개 빨간 속살을 한입 척 베어 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사르르 녹아드는 맛이 한데 어우러져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뛰어나죠.”(이철형·52·평택시 갈평동) ●논산·고창産 맞먹는 품질 지난 22일 오후 3시쯤 평택시 서정리역 앞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서정 5일장’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평소만큼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는 주부들, 어린 손자·손녀에게 사줄 예쁜 옷을 살펴보며 고르는 할머니, 일상의 바쁜 삶을 잠시 뒤로하고 막걸리 한 잔을 걸쳐 불콰해진 얼굴로 마냥 즐거운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이 서로 즐겁게 얘기 꽃을 피우는 바람에 여전히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이곳 ‘서정 5일장’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은 뭐니뭐니해도 수박. 서정장의 크고 작은 수박 노점들 앞에는 수박을 두드려 보거나, 꼭지를 살피는 등 맛있는 수박을 고르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격은 한 통에 6000∼7000원대가 주류이다. 이곳에서 만난 서명숙(43·평택시 지산동)씨는 “평택 수박은 당도가 높고 육질이 아삭아삭 씹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온·일조량·토양 등 적합 수박이 ‘서정장’의 최고 브랜드로 각광받는 것은 평택에서 생산한 수박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평택 지역은 ▲생육기의 기온이 섭씨 20∼30도로 수박 생장에 알맞고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일조량이 풍부하며 ▲황토층으로 구성돼 있어 작토심(식물이 뿌리를 내려 자랄 수 있는 토양)이 깊고 부드러워 수박의 뿌리가 깊고 넓게 자랄 수 있고 ▲뿌리가 깊고 넓으면 비료의 효과가 오래 지속돼 병충해로부터 견디는 힘이 강한 점 등 수박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박의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은 것도 이 덕분이다. 강권식 농협 하나로클럽 수박 바이어는 “평택 수박은 겉면의 색깔이 선명하고 두드렸을 때 경쾌하고 맑은 소리가 나며,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평택 수박은 일조량이 많아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져 수박의 색깔이 선명한 것은 물론 브릭스(녹은 설탕의 비중) 11도 이상으로 당도가 높은 등 인기 요인이 많다.”고 설명한다. ●50년대 개설… 리모델링 한창 ‘서정 5일장’은 2일과 7일에 경기도 평택시 서정리역 앞 일대에 들어서는 전통 민속장터. 지난 1950년대 초 개설돼 야채·청과물·시게전·잡살전 등이 주류를 이루는 농산물 전문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의류·수산물·생활용품 가게 등이 늘어나며 종합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면적 2000여평에 200여명의 도붓장수들과 재래 상인들이 오순도순 사이좋게 고락을 함께한다. 이영일 서정리시장 번영회장은 “요즘 들어 경기가 나빠진 탓인지, 서정 5일장도 예전에 비해 많이 썰렁해졌다.”며 “그래서 시·도로부터 14억원을 지원받아 재래시장 서정시장과 서정 5일장 부지를 리모델링해 오는 8월26일 새로 문을 여는 등 전통 장터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는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토종 암소고기도 자랑거리 한우고기는 ‘서정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맛좋은 암소고기를 값싸게 생산·판매하고 있다. 암소고기만을 전문적으로 길러 내놓는 ‘시장정육점’은 농장에서 암소 40여마리를 직접 길러 적절한 시기가 되면 생산·판매하는데, 가격은 등심·안심이 한 근에 2만 5000원, 양지머리(국거리용)는 2만원대이다. 암소고기는 국을 끓였을 때 단맛이 더 많이 나는 등 황소고기보다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한우는 거세한 황소가 대부분이다. 암소고기 공급이 달리는 까닭이다. 시장정육점 주인 전용우(57)씨는 “할인점이나 마트가 땀을 식혀줄 만큼 시원한데도 이곳이 더 붐비고 있는 이유는 우리 가게의 고기 맛을 제대로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 단골 손님들을 위해 고기 맛이 가장 좋은 암소 3∼4년생의 고기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떡가게 빼놓으면 ‘섭섭´ ‘서정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떡’이다. 모듬떡·인절미·절편 등 30여종이 선보이고 있다. 이중 찹쌀·콩·대추·해바라기·호박씨, 서리태(검은콩)·앵두콩 등을 넣은 모듬떡을 가장 많이 찾는다. 찰지고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해 장터를 구경하다 배가 출출할 때 얼요기 거리로는 그만이다. 값은 한 팩에 2000원. 모듬떡을 고르던 이정심(62·여·평택시 지산동)씨는 “‘서정 5일장’ 떡은 질 좋은 평택 쌀로 만든 데다 양은 물론 정성도 푸짐해 자주 찾는다.”며 “이곳에 오면 인근 송탄·안중 지역에서 떡을 맞추려고 오는 사람들도 상당수 만난다.”고 말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스파티필름·팔손이나무등 노점 공기정화식물 인기 짱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전통 5일장인 ‘서정장’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공기정화식물 노점이 ‘인기짱’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정장’에 자리잡은 공기정화식물 노점 앞에는 주부 3∼4명이 모여 공기정화 식물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신혜숙(41·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씨는 “고향에 내려 온 김에 옛날 5일장의 추억이 떠올라 한번 둘러보고 있다.”며 “모두들 아파트에 공기정화식물 화분이 있으면 좋다고 하기에, 나도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해 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공기정화식물 코너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팔손이나무·관음죽·스파티필름·벤자민·행운목·선인장·산세베리아 등이 있다. 대형 할인점·쇼핑몰 못지 않게 많은 상품 구색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가격은 화분당 2000∼4000원대이다. 공기정화식물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정자(51)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웰빙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공기정화식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물론 지금은 그때 비하면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평택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찾아가는 길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1호선 천안행을 타고 서정리역에 내리면 된다.15분 정도 간격.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송탄IC를 거쳐 서정리역 쪽으로 들어오면 된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려면 남부터미널에서 서정리행이나 평택행을 타고 서정리에서 내리면 된다.
  • “공수부대체험 장난아닙니다!”

    공수부대 유격체조는 생각보다 고달펐다. 조교가 팔벌려 높이뛰기, 온몸 비틀기, 쪼그려 뛰기 등 유격체조를 사정없이 시키자 병영체험 참가자들 사이에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고, 열외자가 속출했다. 열외자는 뒤로 빠지지만 쉬는 것이 아니라 얼차려를 받는다. 나무 하나 없는 부대 운동장인 데다 날씨는 35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물을 먹느라 집합이 느려졌고, 한 여성 조교는 예쁘장한 모습과는 달리 “안 뛰지!”라며 악을 써댄다. 여학생 한 명은 구보 도중 주저앉아 “귀가 안 들린다.”며 하소연한다. 특전사 ‘귀성부대’(인천시 남동구)가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펼치는 ‘특전체험캠프’ 참가자들은 유난히 덥다는 올 여름을 이렇게 보내고 있었다. 첫날 헤매던 이들은 둘째날에는 패스트 루프, 지상훈련, 담력훈련 등 본격적인 훈련도 소화해냈다. 고통을 호소하는 참가자는 많았지만 병영체험을 포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참가자는 중고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체 참가자 220명 가운데 여학생은 60명이나 된다. 최혜근(16·경기도 안산 경안고1)양은 “공군사관학교 입교를 꿈꾸고 있다.”며 “육사 지망생인 같은 반 친구가 제안해 함께 입소했는데 막상 와서 해보니 장난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부자 또는 형제, 자매, 남매가 함께 참가한 경우도 모두 8팀이나 된다. 중3인 아들과 함께 온 이준식(43·충남 연기군 전의면)씨는 “아들이 마라톤 도중 1㎞도 못가 포기하는 것을 보고 입소를 결심했다.”면서 “내게 의지할까봐 내무반을 달리 배정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한 살 아래인 남동생(16)과 입소한 진수진(경기도 양주시 광사동·고2)양은 “부모님이 둘다 정신무장을 하라며 보냈다.”면서 “집에 가고 싶어 눈물이 나지만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 보겠다.”고 말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판에 박힌 휴가는 싫다.”개성과 취향에 맞춰 특별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 목적지는 도심 한복판부터 나라 밖, 심지어 방구석까지 다양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알차게 꾸며보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짧고 굵게 부르주아적 낭만을” 도심파 화려한 휴가를 즐기려는 20∼30대 사이에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가 신종 휴가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란 호텔식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로, 주로 외국인 등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거주지를 빌려주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맞벌이를 하는 정유정(32·여)씨는 다음달 초 2박3일의 휴가를 도심 한복판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정씨는 “회사 사정 등을 고려하다 보면 남편과 휴가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틀간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 속에서 짧지만 화려한 휴가를 보내며 신혼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장점은 일급호텔 수준의 품격과 서비스에 더해 완벽한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콘도나 펜션처럼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 또 홈시어터와 오디오, 세탁기 등 모든 전자제품을 갖춰 내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물론 호텔급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공짜다. 또 방의 실평수가 29∼35평으로 기존 호텔보다 2배 이상 넓다. 다만 이용료가 비싼 것이 흠. 평수에 따라 하루 25만∼30만원 정도가 들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파티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예약은 끊이지 않는다. 이용자는 20,30대 직장인이 주류를 이루지만 친구나 가족 단위의 손님도 적지 않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홍보팀 임푸르메(30)씨는 “요금이 다소 높은 탓인지 1박2일 정도를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좁은 객실과 취사, 음식물 반입 등이 어려운 일반호텔에 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옮겨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휴가비 절약 성수기는 피하자’ 실속파 휴가 인파가 몰리는 7∼8월 성수기를 살짝 피해 6월 말이나 9월 초로 일정을 맞추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성수기에 맞춰 한없이 올라가는 항공요금이나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휴가지에서 겪는 사람의 홍수를 피해갈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조원미(26·여)씨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8박9일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 중동의 두바이를 다녀왔다. 항공요금은 세금을 포함해 왕복 71만원. 성수기라면 최고 170만원대를 호가하는 항공권을 일정조정을 통해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산 것이다.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일정은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 선택하는 방법으로 일반상품과 차별화했다. 평소 와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여행 중 많은 시간을 와인의 명산지 프랑스 보르도를 둘러보는 데 할애했다. 그는 “남들이 안 가는 시간에 잡다 보니 모든 일정이 여유로워 좋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전모(30)씨도 남편과 함께 9월 초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이다. 전씨는 “항공권과 숙박시설 이용료가 싸다는 점 외에 인파의 홍수에서 고생하는 게 싫어 휴가계획을 느지막이 잡았다.”면서 “9월 둘째 주는 추석 때문에 다시 성수기 요금으로 바뀌니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나투어 강우원(31) 대리는 “주 5일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최고의 성수기는 피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호하는 국가나 여행코스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집이 최고” 휴가철 단기 코쿤족도 평소에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코쿤족(cocoon·누에고치를 뜻하는 말로 집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즐기려는 사람들)’들도 적지 않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최정훈(28)씨는 “휴가는 말 그대로 쉬는 것이 최고”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여름휴가를 위해 지난주 말 서울 용산전자상가 비디오게임 판매점을 찾았다. 평소 하고 싶던 중고 게임CD 5장을 사는 데 든 돈은 14만 2000원. 이 정도면 1주일 휴가기간 내내 집안에 칩거하는 데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게임마니아인 최씨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즐길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휴가에 길 막히고 북적거릴 것을 생각하면 집안 거실에 누워 대형 TV에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휴식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어머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하루쯤은 가족과 함께 교외로 나가는 센스도 발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넷 영화동호회 시삽인 회사원 이승휘(37)씨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극장을 오가며 영화를 보며 지낼 생각이다. 다행히 부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탓에 휴가계획을 두고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그는 “결혼할 때 장만한 홈시어터가 이제 위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면서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휴가를 좀더 넉넉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생활로봇’ 왕국 꿈꾸는 日 오사카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생활로봇’ 왕국 꿈꾸는 日 오사카

    “500년 제조업 벤처의 전통을 살려 오사카를 로봇산업의 메카로 만들자.”. 오사카의 중소기업과 대학, 시 당국은 물론 시민들이 로봇산업 부흥을 통한 ‘모노쓰쿠리(제조업) 오사카’ 부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2만여개 중소기업들이 선두에 서고,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오사카시·부 정부는 예산을 지원한다.260여만 시민들은 시제품 실험에 적극 응해주는 등 산·학·관·민 일체다. |오사카 이춘규특파원|오사카의 제조업은 16세기 말 오사카성을 축성할 때부터 본격화된다. 총기 제조가 주류였다. 19세기 말 방적업이 활발, 동양의 맨체스터로 불렸고 이후 기계, 부품, 소재산업과 전후에는 철강, 조선, 화학 등을 거쳐 태양전지, 액정패널 같은 각각의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과 상품에 끊임없이 도전, 발전해 왔다. ●‘로봇산업=오사카시대’ 열겠다 도전의 도시 오사카시, 나아가 인구 1700만명의 오사카 생활권이 최근 수년간 “로봇산업 하면 오사카”를 세계인이 떠올릴 수 있도록 로봇산업 진흥에 도전하고 있다. 마사키 히로시 오사카부 홍보실장은 “로봇은 물론 바이오, 나노 등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에 도전하겠다.”면서 오사카인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다카노 슈이치 오사카시 로봇산업담당과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사카는 마쓰시타전기산업, 샤프, 산요전기, 미즈노 등 세계적인 제조업의 전통이 있는 고장”이라며 “이처럼 실생활과 관련된 벤처에서 출발한 기업들의 모태인 오사카가 10년 뒤에는 ‘로봇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사카시 주택가에 산재한 2만여개의 중소기업 중 로봇과 관련된 150여개 기업이 현재 로보(RooBo)라는 중소기업네트워크에 가입해있다.7개 안팎씩의 기업·대학연구소 등과 20여개 컨소시엄을 형성, 생활로봇을 만드는 데 도전중이다. 오사카시는 연간 2억 5000만엔을 지원한다. ●도전하는 중소기업이 앞장선다 중소기업중 로봇 연구 및 생산에만 전념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 내년에 로봇전업기업의 출범을 꿈꾼다. 현재는 기업들이 핵심 부품기술을 갖고 개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로봇제품을 개발, 대기업이 실용화하거나 직접 대량생산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에잇테크 기무라 토시오 사장, 후쿠치금속㈜ 후쿠치 마모루 사장 등은 현재 산학 연계 컨소시엄을 결성, 대형 수족관 내부를 청소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누전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수력을 이용한 로봇이다. 비행기 모형이나 특수스탠드, 금형 등 수많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 에잇테크의 기무라 사장은 “세계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기술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소방로봇도 개발하고 싶다는 의욕을 비쳤다. ●교수, 연구원, 학생, 시민도 참여 오사카시의 산·학·관·민 합동 로봇산업 진흥에는 오사카대학 대학원의 아사다 미노루 교수 등이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와 오사카부 당국은 자금과 연구공간을 지원한다. 오사카 시내 대학생들은 인턴사원으로 중소기업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자원봉사도 한다. 시민들도 기업들이 행하는 제품 실험에 적극 협조한다. 지역특성이다.“오사카사람들은 남을 돕길 좋아한다. 로봇팬들도 많다. 그게 중소기업에는 힘이 된다.”(간사이국제홍보센터 아리야마 히토시 심의역) 오사카 로봇산업의 연구지향점은 인간의 삶의 질 개선. 각종 로봇관련 대회나 이벤트를 만들어 기술력 향상도 꾀한다. 그러면서 병간호나 말동무, 청소 등 인간생활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아사다 교수는 설명한다. 아사다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간성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인간이 싫거나 힘든 것을 로봇이 대체하면 된다.”고 로봇만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사카의 꿈 2009년 시작 지난해 11월 로봇전문가인 이시구로 슈가 중심이 돼 오사카역 근처 역전 제3빌딩 16층에 로봇연구실험실을 열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오사카 경제인들이 힘을 모았다. 차세대 로봇산업 진흥과 개발, 지원의 총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연구실험실은 중소기업 로봇산업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연구자·기술자와 산업계의 교류를 촉진한다. 시장에서 제품실험프로젝트도 실시한다. 로봇산업 활성화 이벤트도 자주 마련한다. 특히 2011년까지는 오사카역 북쪽의 드넓은 화물열차기지에 로봇산업기업, 도시형주택, 호텔, 연구·개발전시관, 상업지구, 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는 ‘지식자본’기지를 완성, 로봇산업의 총본산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꿈의 로봇산업비즈니스거점은 2009년 우선 완공된다. 오사카시는 지식자본기지 가시화를 위해 지난 15일 북미지역투자유치단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통해 “첨단기술과 인간의 피드백이 잘되고, 서비스와 거주지가 제공되며 노하우가 축적돼 사업 성공률이 높은 오사카에 투자하라.”고 호소했다. 다카하시 토루 오사카시 도시재생기획담당과장은 “마쓰시타, 샤프, 산요 등은 오사카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크게 성공했다.”면서 ‘로봇은 왜 오사카인가.’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2025년 차세대 로봇산업시장은 7조 2000억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오사카시와 연구자,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오사카시 남항지역에서 로보컵2005세계대회를 개최했다. 로보컵은 일본 연구자들이 제창,1997년 시작돼 올해로 9회를 맞았다. 올해는 한국·미국·일본 등 31개국 330여개 팀에서 2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taein@seoul.co.kr ■ 아카자와 요헤이 (주)시스테크 사장|오사카 이춘규특파원|항공·우주산업 부품 등을 생산하는 ㈜시스테크 아카자와의 아카자와 요헤이 사장은 “자원이 없는 일본은 제조업을 해야 하는데 비행기, 로켓, 반도체, 디지털제품 등의 부품은 최근 1년반 사이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등 경쟁이 심해 로봇산업에 도전하게 됐다.”는 전형적인 오카사 중소기업인이다. 아버지 때부터 일궈온 그의 회사는 65년 역사를 자랑한다. 주택가에 위치한 회사에서는 지금도 항공기나 로켓 부품 등을 만들고 있으며 로봇은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한다. 시스테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왔다.1950년대에 화물열차 부품을 만들었다. 이후 중공업시대가 열리면서 선박 부품을 만들었고,70년대 이후 원자력발전소 터빈, 모터, 발전기 등의 부품을 제작했다. 신칸센과 전차 부품, 항공기와 로켓, 반도체관련 부품까지 만든다. 15일 오사카시내 공장에서 만난 아카자와 사장은 91년 일본경제의 거품 붕괴는 시련이었다고 말했다. 새롭게 도전할 사업을 물색하다 2003년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 전업은 아니고 ‘7명의 로봇산업 사무라이’가 지혜를 모은, 네트워크 형식이다.2003년 300만엔이던 로봇관련 매출은 지난해 2900만엔으로 급증했고, 올해 6000만엔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오사카의 부활은 로봇산업의 성공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2만개의 중소기업 중 800개사가 로봇관련 잠재기술을 갖고 있고, 그 중 150여개사가 로봇산업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오사카 차세대 로봇산업의 기수라는 것이다. 아카자와 사장은 “오사카대 아사다 미노루 교수 등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로봇을 연구시켜 기업들에 연구성과를 제공하는 등 오사카는 로봇산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로봇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다. 아울러 90년대 중반 도산위기를 경험한 뒤 대기업 하청만이 아닌 스스로의 사업으로 활로를 찾아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 오사카시 비즈니스인큐베이터에 가입해 그 곳에서 교수·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으며 희망을 일궜다. 그의 꿈은 원대하다. 한국기업과 실용로봇 수출관련 상담을 진행중이다.17일 끝난 로보컵2005대회 인간형로봇부문 축구대회에서는 그의 회사가 포함돼 있는 네트워크가 2연패했다.2연패후 지명도가 높아져 지난해 우승한 로봇 ‘비전’을 대학과 다른 중소기업들이 연구용으로 250대나 사갔다. 가격을 현실화시키자 공립중학교들로부터 교재용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다양한 로봇도 개발중이다. 손님을 안내하는 펭귄로봇에 대한 주문을 받고,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피아노에 광택을 내는 로봇도 생산 가능성을 타진받고 신이 나 있다. 로봇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로봇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그는 ‘세계인들에게 로봇하면 오사카’라고 알리고 싶단다. 현재는 로봇의 매출에서 연구비를 빼면 마이너스이지만 2년뒤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부품사업들도 포함하면 회사는 수년째 흑자경영이다. taein@seoul.co.kr
  • 돌연사…탈진…전국이 헉헉

    돌연사…탈진…전국이 헉헉

    장마가 끝난 뒤 연일 30도를 넘는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져 전국이 더위를 먹었다. 서울의 경우 23일과 24일 아침기온이 26도를 넘으면서 끈적끈적한 무더위에 많은 시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곳곳에서 탈진 등 무더위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고 전력수요량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시를 빠져 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강변이나 공원·할인마트 등에서 더위를 쫓았다. ●전력소비 껑충…정전사고 속출 24일 0시50분쯤 광주 북구 중흥동 서모(45)씨 집에서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는 서씨가 TV를 보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23일 오전에도 광주 북구 용봉동 고속도로 철조망 밑에 박모(62)씨가 탈진해 숨졌다.23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조선시대 왕궁수문장 교대식을 재현하던 행사요원 윤모(22)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정전사고도 잇따랐다.23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에서 전기가 끊겨 50여가구가 무더위 속에 고통을 겪었다. 이어 10여분 뒤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200여가구도 정전으로 불안에 떨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6시 시간당 평균 전력수요는 지난 6일 3450만㎾에서 22일 3610만㎾로 뛴 데 이어 23일에는 3670만㎾를 기록했다. 또 24일 오후 9시에는 4400만㎾로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금요일인 22일 오후 3시에는 전력수요가 5371만 2000㎾로 사상 최대였던 하루전 5272만 5000㎾를 경신했다. 훨씬 더 더웠던 23일 오후 3시에는 5023만 9000kW로 다소 줄었으나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토요휴무를 감안하면 가정 등 비(非)산업 수요는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극장으로, 공원으로…찜질방 찾아 ‘이열치열’도 더위를 피해 지난 23일 모두 33만여대의 차량이 ‘탈(脫)서울’을 한 데 이어 휴일인 24일에도 26만여대가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대천 해수욕장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 해수욕장에는 40여만명이 찾아왔으며 부산 지역 해수욕장 6곳에도 200만명의 피서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경기 용인 캐리비안베이도 1만 4000여명이 찾았다. 피서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극장가나 공원을 찾아 1주일 동안 계속됐던 무더위를 떨쳐냈다. 회사원 김은석(29)·이지영(27·여)씨 커플은 주말 심야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혔다. 이씨는 “해가 진 뒤 느지막이 만나 영화관으로 직행했다.”면서 “시원한 극장 안에 있으니 더위는 남의 얘기 같았다.”고 했다. 이희원(40·주부)씨는 가족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며 더위를 잊었다. 늦은 시간까지 야외에서 더위를 피하던 시민들 덕분에 공원 근처 상점과 할인마트 등은 ‘무더위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7)씨는 “평소보다 빙과류나 음료수·주류 등의 판매량이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하이트 진로인수’ 법률대응 검토

    오비맥주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법률자문단이 다양한 법률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오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5년간 가격인상폭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하로 제한한 조건에 대해 가격도 점유율처럼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할 경우 시장의 가격결정 구조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가격 제한을 받으면 하이트는 점유율 확대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고, 억제된 가격 인상력이 끼워팔기 의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년간 하이트와 진로의 영업조직 분리 조건의 경우 영업조직이 분리된다고 해서 끼워팔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인 시장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끼워팔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3개월내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서는 미국은 끼워팔기에 대해 기업분할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리고, 셔먼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에 비해 공정위의 결정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승인이라고 주장했다.5년간 하이트와 진로의 도매상 출고 물량을 반기별로 보고하는 조건에 대해서도 끼워팔기란 은밀하게 일어나서 구체적인 증거가 잡히지 않으므로 사전에 끼워팔기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금복주, 보해, 무학, 선양 등 지방소주사들도 “공정위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이며, 이로 인해 지방소주사들뿐 아니라 주류업계 전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면서 “곧 전체 회동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오승호기자 osh@seoul.co.kr
  • 바캉스용품 가격·품질 OK 기획전 노려라

    바캉스용품 가격·품질 OK 기획전 노려라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일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시원한 산과 바다로 더위를 피해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바캉스용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분이면 설치 가능한 자동텐트 인기 이호석 신세계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주말 이후 바캉스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20∼30%가 늘어나는 등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 바캉스 관련 용품 할인·기획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 행사를 잘 이용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좋은 바캉스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캉스용품은 크게 캠핑용품과 등산용품, 물놀이용품, 수영복 등으로 나뉜다. 캠핑용품에는 텐트·그늘막텐트·코펠·바비큐그릴·휴대용 가스레인지·형광등·랜턴·테이블·매트·침낭 등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캠핑용품 중 중요한 것은 텐트. 야외 활동 자체가 ‘고생’인 만큼 잠자리는 편안하고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텐트 중에는 자동 텐트가 잘 팔린다.1∼2분이면 텐트를 펴서 설치할 수 있는 데다 텐트의 소재 역시 은나노·황토 등을 함유한 기능성 섬유로 만들어져 웰빙 열풍을 반영하고 있는 까닭이다. 텐트는 40만∼60만원대가 주류이다.1인용 텐트 16만원대, 설치가 간편한 자동텐트 17만 8000원대, 그늘막텐트 1만 78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코펠은 경질코펠을 많이 쓴다. 녹이 잘 슬지 않는 데다, 음식물이 코펠에 달라붙지 않아 설거지하기에 편리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코펠은 2만 3000∼6만 9000원대가 대부분이다. 이밖에 방수형광등 2만 1000원대, 바비큐그릴 4만 4000원∼14만원대, 휴대용 가스레인지 9900원대, 랜턴 1만∼2만 9000원대, 레저테이블 3만 5000∼10만원대, 나침반이 달린 형광걸이등 2만원대, 침낭 1만 8800원대, 은나노 매트 4만 1800원대, 파라솔 1만 8000원대, 돗자리 2500∼9900원대, 침낭·코펠 등을 넣을 수 있는 캠핑용 가방이 2만 7000∼6만 5000원대에 출시됐다. ●물놀이 기구는 안전성이 최우선 산으로 떠날 때는 등산용품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등산화 6만∼9만원대, 쿨멕스 티 2만 3000∼3만 8000원대, 조끼 1만 5000∼4만 2000원대, 방수겸용 재킷 6만 5000∼60만 5000원대, 땀의 흡수와 배출이 잘 되고 바람도 잘 막아주는 바지가 3만 8000∼8만 4000원대에 나와 있다. 물놀이용품은 수영조끼·물놀이보트·튜브·구명조끼·아쿠아슈즈·샌들 등이 판매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의 물놀이 용품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물놀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일석이조 역할을 한다. 튜브 4900∼16만 9500원대, 수영조끼 1만 7500∼3만 1000원, 물놀이보트 2만 9000∼9만원대, 고무보트 4만 9900원대, 아동용 펀고글 3200원대, 개구리 수경세트 7800원대, 어린이용 만화 캐릭터 튜브 1만 2000원대, 부력보조복 1만 2900원대, 비치 튜브 2만 9000원대, 구명조끼 2만 5000∼5만 9800원대, 아쿠아슈즈 4만 2000∼5만 9000원대, 바캉스 샌들 1만∼5만 9000원대, 선글라스가 7만원대에 선보였다. ●세련미·섹시함 강조한 수영복이 주류 수영복은 바캉스용품의 ‘하이라이트’.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세련미와 함께 섹시함을 동시에 강조한 수영복이 많이 등장했다. 김진석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스포츠용품 차장은 “올 여름 여성 수영복의 트렌드는 원피스나 비키니 외에도 비키니에 스커트나 핫팬츠, 민소매로 멋을 낼 수 있는 실용적인 4피스 수영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더욱이 수영복을 수영장에서만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리조트 웨어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용 4피스 수영복 2만 9000∼7만 9000원대, 실내용 수영복 2만 9000원, 남성수영복 1만 7000∼12만 7000원, 어린이 수영복(여)이 9800∼6만 9000원대에 출시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백화점·할인점 20~50% 할인 백화점·할인점은 바캉스 시즌을 맞아 다양한 할인·기획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24일까지 수영복 등을 판매하는 ‘바캉스용품 특집전’을 연다. 실내 수영복 2만 5000∼2만 9000원대, 비치용 수영복을 5만 5000∼6만 9000원대에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콩코스점도 28일까지 텐트·바비큐그릴·아쿠아슈즈 등을 한데 모은 ‘바캉스용품제안전’을 마련했다. 아쿠아슈즈 5만 5000원대, 바비큐그릴을 14만원대에 출시했다. 그랜드백화점도 오는 8월14일까지 등산용품·물놀이용품·즉석조리식품·자동차용품 등 바캉스관련 용품을 20∼40% 할인 판매하는 ‘알뜰 바캉스용품 기획전’을 마련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27일까지 수영복·텐트·캠핑용품을 판매하는 바캉스용품 초특가전을 마련했다. 성인 4피스 수영복 4만 5000원대, 여아동 수영복 9800원대, 자동텐트 17만 8000원대, 코펠을 3만 8000원대에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오는 8월 말까지 ‘여름맞이 바캉스용품 특별기획전’을 진행한다. 통풍 카시트 1만 6800원대, 아이스박스(3.8ℓ) 9000원, 바비큐그릴을 1만 3800원대에 선보였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27일까지 ‘바캉스특집 5대 빅찬스전’을 열고 브랜드 수영복 파격가 할인, 바캉스용품 30∼50% 할인 등의 행사를 실시한다. 킴스클럽도 27일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여름 수영복을 30∼40% 할인 판매하는 ‘바캉스용품 모음전’을 진행한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9900원대, 방수형광등을 2만 1000원대에 내놓았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지도자엔 단호… 北주민은 포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주류 사회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한 ‘북한인권 국제회의’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렸다. 프리덤 하우스가 주최한 이 행사는 미 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북한 정권에 인권 개선을 압박하기 위한 ‘여론몰이’ 행사로 지난봄부터 기획됐으나, 북한이 4차 6자회담에 복귀하는 갑작스러운 정치적 기류의 변화에 따라 미 정부측 참석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는 등 회의 분위기도 영향을 받았다. 행사에는 미국 정부 관계자, 상·하원 의원, 한·미 양국의 50여개 북한 관련 단체, 한인 대학생 등 수백명이 참석해 지금까지 열린 미국내 북한 관련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프리덤 하우스는 당초 북한 정권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지양하고 진보적 북한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도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의 분위기는 대체로 북한 정권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조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내각장관은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그들의 경제를 돕고, 인권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고들 하는데, 수십만명이 수감된 후에 인권 문제를 얘기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이와는 순서가 정반대가 돼야 하며, 자유 세계는 보다 분명한 도덕성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인권 상황을 경제, 정치, 안보 이슈와 연계시킨 뒤 옛 소련이 망했다면서 “북한도 마찬가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샤란스키는 한국 특파원들과의 별도 회견에서 북한 정권 교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외부에서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내부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는 샤란스키와의 대담에서 북한과의 핵 대치가 “8년간 햇볕정책의 결과”라면서 “포용정책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위의 대북 결의안 투표에 3번이나 불참한 것은 일제시대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 대담의 사회를 맡은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인권문제는 옆으로 밀려날 문제가 아니며 정면, 중앙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공화)은 개막사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 정권의 본질을 분명히 얘기하고, 그 지도자에게 단호하게 대처하는 한편 주민들에게는 동정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의회의 대표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함께 참석한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미국 일부에서 비난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은 당초 이날 행사에 맞춰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하고 행사에서 연설도 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6자회담에 나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명을 연기했다. 또 미 국무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등을 담당하는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차관과 국제 인신매매를 관장하는 존 밀러 대사도 참석했으나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회장인 그랜드 볼룸 벽에는 기아에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과 일기 등이 전시됐으며, 탈북자의 인권 실태를 담은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도 상영됐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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