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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술·사행산업 조세 더 확대하라”

    담배·주류 및 사행산업 분야의 조세를 늘려 복지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수익자 부담원칙 하에 4대 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 수준을 높이되 추가적인 세원 확보 수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주류세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8일 서울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세미나에서 “(복지 지출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자연세수를 최대한 활용하되 담배, 주류, 사행산업 등 외부성 교정차원의 세목들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세원 확보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류세와 담배세는 부과되고 있고, 사행산업은 부분적으로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주류세는 탁주가 5%, 과실주 30%, 맥주·소주·위스키는 72% 수준이며 지난해 세수 규모는 2조 8783억원이었다. 담배는 전체 가격을 2500원으로 가정할 때 부가가치세 227원,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원 등이다. 담배소비세의 세수 규모는 2009년 3조원이었다. 사행산업은 경륜·경마·경정이 매출액의 16%, 카지노는 3.5%를 세금으로 거두고 있으며 복권의 세금은 없다. 정부는 현재 이 중 중장기적으로 주류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주류세가 낮다는 판단 하에 인상을 고민 중”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복권 등에 세금을 거두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기존 저출산 정책들은 취약계층 위주의 복지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중산층이나 맞벌이가정 등은 대부분의 저출산 정책 수혜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출산 정책을 소비나 복지로 인식해 예산 투입의 제약과 그로 인한 정책의 영세성 등으로 국민의 호응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당·청 대형이슈 혼선 서둘러 정리하라

    중수부 폐지를 놓고 청와대가 뒤늦게 반대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해 온 사안에 찬성 쪽으로 기울던 한나라당이 어정쩡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등록금 인하, 감세 철회,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등 민감한 현안을 둘러싸고 여권이 일치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 간에도 입장이 뒤섞인 형국이다. 당·청이 이런 대형 이슈들을 서둘러 정리해야 국정 혼선을 막을 수 있다. 청와대의 반대 의견에 대해 한나라당은 세 갈래 반응이다. 소장파는 강력 반발하고, 친이계는 찬성하며, 지도부와 친박계는 애매한 입장을 보인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청와대 의견을 거부하면 여권 분란만 더 키우게 된다. 이를 수용한다면 줏대 없는 청와대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으로서는 중수부 폐지가 다된 밥인 줄 알았다가 예상치 않은 반격을 당했다. 이래저래 정국 혼란을 초래하면서 후유증은 불가피한 국면이다. 중수부 폐지 문제는 거악(巨惡) 척결의 방법론과 관련해 고도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권력의 최고 핵심부인 만큼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뒤늦은 개입으로 혼선을 초래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사개특위에서 대안들이 거론될 때 의견을 내든지, 한나라당과 조율을 거치든지 했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신공항, 과학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등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을 미루다가 국론 분열과 국정 혼선을 초래했다. 국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못지않게 그 시점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예측 가능한 국정으로 이어지고, 엉뚱한 혼선을 가져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7·4 전당대회 규정을 놓고 신·구 주류 간에 충돌을 빚고 있다. 새 원내 지도부가 설익은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대형 이슈들이 더 쌓였다. 국가 재정을 압박하느냐,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를 흔드느냐 등을 둘러싸고 여-여 갈등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런 사안들을 방치하면 국정 혼란은 가중된다. 여권 내 조율 기능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당·청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대야 가능해진다.
  • 서민 외식값 올라도 너무 올라

    삼겹살, 자장면, 짬뽕, 칼국수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외식 품목 가격 상승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38개 외식품목 중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품목은 삼겹살로 1년 전과 비교해 14.5%가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의 3배가 넘는다. 돼지갈비 상승률도 지난해 5월보다 14.3% 올라 삼겹살 다음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음식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자장면과 탕수육은 1년 전보다 각각 8.2%, 11.4% 급등했다. 짬뽕은 8.3% 올랐다. 또 지난달 설렁탕 가격은 지난해 5월보다 8.8%, 냉면은 8.9%가 올랐고, 김치찌개 백반과 된장찌개 백반도 각각 7.3%, 7.2%의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외 죽 10.5%, 칼국수 8.1%, 돈가스 8.0%, 햄버거 7.4%, 볶음밥 7.3%, 라면 6.0%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인 외식품목은 주류와 음료를 제외한 30개 품목 가운데 생선초밥과 피자 및 아이스크림(0%), 튀김닭(0.5%), 샐러드(3.0%), 스파게티(3.9%) 등 6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외식물가의 급격한 상승세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기존의 공급 충격에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이 합쳐진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외식가격은 쉽게 오르지만 잘 내리지 않는다는 ‘메뉴 비용’ 속성을 가지고 있다. 높은 외식물가는 국제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작물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를 넘는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이재오 “난 비주류… 쓴소리 하겠다”

    이재오 “난 비주류… 쓴소리 하겠다”

    “정치인 이재오(얼굴)는 원래 ‘비주류 정치’에 능합니다. 이제 비주류 대표주자이니 쓴소리도 많이 할 겁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한 측근은 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장관이 비주류가 되니 변하는 것이 많다. 언론이 먼저 변한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4·27 재·보궐 선거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 등 일련의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여권의 권력구도가 재편되면서 주류 중의 주류였던 이재오 장관이 구주류 또는 비주류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 이 장관 쪽은 이제 스스로를 비주류로 분류하는 데 스스럼없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 장관은 비주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주류’ 쪽에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나면서 ‘현정권 최고실세’ 등의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낮은 자세로 일관하겠다는 각오다. 주변에 ‘사각지대’를 찾아 소통을 시도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통령의 뜻을 당이나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전하는 메신저 역할도 당분간 자제하고, 당·정·청 협의가 있을 때도 필요한 경우에만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2선으로 물러났음을 확실히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와 동시에 소신을 담은 쓴소리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류와 구주류의 대립과 갈등처럼 비치는 것은 이 장관도 부담스러워하지만, 궁극적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강한 비주류’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특강과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한다는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6·3 학생운동을 거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의 가까운 지인은 “이 장관의 쓴소리는 특정 개인이나 이 정권을 향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통합과 화합으로 가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 장관의 지론이고, 이제 비주류가 된 정치인들을 달래야 하는 입장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與 당권주자 인터뷰] (2) 권영세 의원 “당대표 ‘어니스트 브로커’가 돼야”

    [與 당권주자 인터뷰] (2) 권영세 의원 “당대표 ‘어니스트 브로커’가 돼야”

    “한나라당의 새로운 길잡이(당 대표)는 ‘어니스트 브로커’(Honest Broker·성실한 조정자)가 돼야 한다.” 당 소장·쇄신파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3선의 권영세 의원은 “당 대표가 메시아(구세주)가 돼 당을 구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은 ‘나그네’론을 통해 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해법 등을 제시했다.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등 ‘좌클릭 정책’은 당의 또 다른 위기 요인인가. -아니다. 보수·진보를 나그네에 비유할 때 어떻게든 빨리 가자는 게 진보라면, 어떤 방향이 옳은지 확인하고 가자는 게 보수다.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 상황에서 무작정 가지 말자는 것도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 아니다. 움직임이 필요할 때다. →그동안 당이 스스로 외면당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현실을 도외시했다. 국민들은 길을 재촉하는데, 제자리걸음을 한 꼴이다. 오만하기까지 했다. 앞에 서서 뒤에 있는 서민·젊은층을 가르치려 들었다. →길을 잘못 이끈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4·27 재·보궐 선거 패배라는 단발성 사건에 국한할 게 아니다. 정부 잘못이 크다고 항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이 정부에 끌려다닌 것도 잘못이다. 정권 출범 후 3년여 동안 그릇된 길로 이끈 분들은 모두 앞줄에서 뒷줄로 옮겨 가는 게 맞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을 뜻하나. -앞줄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고, 나서려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골방으로 들어가라는 뜻은 아니다. 쇄신의 길을 가는데 발언권도 주고, 조정 역할도 맡겨야 한다. →새로운 길잡이(당 대표)가 갖춰야 할 덕목은. -첫째, 쇄신을 이끌 개혁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둘째,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기를 보여 줘야 한다. 청와대에 노(No)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도 (3가지 조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조정자로서 제대로 역할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지 않나. -정권 초기만 해도 주류가 힘을 바탕으로 당을 이끌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정권 후반기에는 더더욱 힘으로 끌고 갈 상황이 아니다. 조정의 수단이 대화와 타협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 →소장·쇄신파의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2006년 전당대회 때 소장파 단일 후보로 나갔지만 졌다. 당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역설적으로 소장·쇄신파의 입지가 넓어졌다. 합종연횡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소장·쇄신파가 경계해야 할 점은. -계파 갈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누구를 쳐내면 쇄신을 이룰 수 없다. 계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달리 스스로 계파로 인식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친이·친박 등 기존 계파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 아닌가. -당 대표 경선도 결국 숫자 싸움인데, 계파의 배타성·폐쇄성을 유지하면 어떻게 이기겠나. 친이든 친박이든 열린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당이 제대로 길을 가려면 전당대회에서 계파 투표가 아닌 안티 계파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 등 예비 대선주자(잠룡)들의 역할은. -당과 잠룡의 관계는 상호적이다. 당은 잠룡들을 전략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잠룡들은 변화하려는 당에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취사선택은 당의 몫이다. →황우여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 한달에 대한 평가는. -정부보다 민심을 더 잘 아는 당이 적극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청와대를 설득해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만 정책을 집행하는 데 정부와 당이 완전히 따로 놀 수는 없다. 안정감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남북 비밀접촉 공개 논란에 대한 입장은. -정부가 서툴렀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1년 반 동안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원칙 지키되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 노력은 유지돼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민주당, 박지만씨(박근혜 前대표 동생) ‘정조준’

    민주당이 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지만씨를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은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추가 의혹을 제기하겠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만 씨에 대해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화요일(7일) 대정부 질문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지만씨와 구속기소된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전날 트위터 글에서 “누나(박 전 대표)는 대통령을 만났고, 동생(박지만씨)은 신 명예회장과 어울리고, 올케(박지만씨의 부인 서향희씨)는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직을 (저축은행)사태가 난 후에 사임하고, 무슨 사유들이 있을지 그것을 알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는 박지만씨와 삼화저축은행 연루 가능성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박지만씨를 겨냥하는 것은 호남 출신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설과 ‘전 정권 탓’이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에 대한 역공으로 볼 수 있다. 또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측과 친이계 구주류 사이를 갈라놓을 기회로도 민주당측에서는 생각한다. 이와 관련,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현재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몇명 의원이 신 명예회장과 박지만씨가 친한 건 사실이라고 제게 개인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친박근혜(친박)계는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이성헌 의원은 “비리와 연관된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모를까,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부당 거래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른 친박계 의원은 “지만씨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번 기회에 깨끗이 털고 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최초의 한인 미국대사 오는 성김, 개인사 화제

    최초의 한인 미국대사 오는 성김, 개인사 화제

     서재필이 갑신정변에 실패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얻은 때가 1890년 6월19일이다. 이로써 서재필은 첫 한국계 미국인이 됐다.그로부터 121년만에 한국계 미국인이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기 주한미국대사에 성김(51)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를 내정하고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성김은 1970년 대 중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얻은 재미교포 1.5세다. 성김이 아그레망에 이어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해 8월쯤 22대 주한미대사로 부임할 경우 1882년 양국 수교 이후 129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미국대사가 서울에 오는 셈이다.  대사는 외국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직책이다. 따라서 애국심과 충성심이 남달라야 한다. 그런 자리에 한국계 미국인을 내정했다는 것은 미국 주류가 한국계 미국인을 이방인이 아닌 보편적 미국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성김의 한국 이름은 김성용이다. 1960년생인 그는 서울 성북동에 살면서 은석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고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갔다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1994년 미국에서 작고한 그의 아버지 김재권씨는 1973년 일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주일공사로 재직 중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재권씨가 당시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김은 펜실베이니아대, 로욜라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외교관으로 전직했다. 그는 2003년 주한 미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6자회담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북한을 10차례 이상 방문했다. 2006년 주한 미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에 의해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돼 전시전작통제권 전환, 북핵문제, 한국 대선 등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2008년 상원 인준을 거쳐 ‘대사(ambassador)’ 타이틀을 얻은 이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언론을 통해 한국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졌다.  그는 윗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성의 소유자다. 성격이 온화하고 겸손하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발언을 절제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성김이 조지 W 부시 정부 때에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도 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이같은 장점 때문이다.  물론 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전문성도 신임을 받는 주요한 이유다.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성김에게 의존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그를 “성”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성김은 한국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네이티브 한국인’만큼의 완벽한 어휘는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 등 공식석상에서는 영어를 쓴다.  그는 2남3녀 중 넷째다. 어머니는 LA에 살고 형제들도 모두 미국에서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다. 성김은 이화여대 미대 출신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외삼촌은 60∼70년대 아나운서로 명성을 떨쳤던 임택근 전 MBC 전무다. 그의 아들인 가수 임재범씨와는 외사촌 간이 되는 셈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꽃으로 된 세상엔 군복이 꽃과 가장 닮아”

    “꽃으로 된 세상엔 군복이 꽃과 가장 닮아”

    “소회요? 이제 겨우 국제무대에 데뷔한 거지요. 사실 비엔날레만 딱 하고 그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가 베네치아비엔날레를 처음 접한 게 26살 때인데, 비엔날레 참가작이라고 해서 다 수준이 높은 것만도 아닙디다. 그때부터 비엔날레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데뷔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2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해변공원 카스텔로 자르디니 안에 자리 잡은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이용백(45) 작가는 의외로 덤덤했다. 담담한 그의 표정과 달리 한국관 인기는 무척 좋았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갤러리 등 유명 미술관 대표들과 이사회 멤버들이 줄줄이 다녀갔다. 여기엔 두 가지 힘이 작용했다. 첫째는 미국의 철학자 존 라이크만 컬럼비아대 교수다. 그는 한국관 전시 서문을 썼다. 여러 나라에서 공들이는 일급 이론가인 라이크만 교수가 한국관을 택했다는 얘기가 퍼지자 현대미술 관계자들이 ‘대체 어떤 전시길래’ 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다른 하나는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총감독인 비체 쿠리거가 제시한 ‘일루미네이션’이라는 큰 주제다. 일루미네이션에는 조명이라는 뜻도 있지만 쿠리거는 이를 애써 ‘Illumi-nation’으로 표기해 민족국가에 대한 재조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The Love is gone, but the Scar will heal)라는 제목 아래 에인절 솔저 시리즈, 피에타 시리즈 등으로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압축해낸 한국관 작가의 생각과 딱 들어맞는 셈이다. →설치 작품 ‘빨래’가 재밌다. -이탈리아에 와서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베네치아에는 골목길마다 빨래를 널어놓은 곳이 많은데, 그걸 보고 참 평화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인절 솔저에 쓰였던 군복을 빨래처럼 널어놔 쉬어 간다는 느낌이 나도록 하면 어떨까 싶었다. 다른 국가관들이 모두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하길래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싶기도 했다. 참자, 조용히 가자라고 생각했다. →반응은 어떤가. -의외로 뜻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아 기분 좋다. 독일 친구는 “다른 전시장에는 탱크를 가져다 놨던데 넌 평화를 널어놓았구나.” 하더라. 서양 사람들은 아무래도 1960년대 (미국에서 일었던 반전운동인) 플라워 무브먼트나 우드스탁 페스티벌 같은 것을 연상하는 것 같다. 서양 기자나 미술계 관계자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군복 명찰에 다른 작가들 이름이 들어가 있던데. -내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백남준 같은 유명 예술가도 있고 이번 한국관 커미셔너인 윤재갑도 있다. 친한 친구나 후배들 이름도 넣었다. 하하하. 우리나라 현대미술은 1990년대부터라고 본다. 그 이전에는 남의 것을 가져다 그냥 베낀 것이고. 그래서 전시 제목은 한국 현대미술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서구 주류 미술에 대한 추종과 사랑은 가고, 그로 인한 상처도 메워져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맥락을 공유한다고 생각되는 작가들 이름을 골라서 넣었다. →피에타나 꽃을 쓴 것도 그런 맥락인가. 가치의 전복 같은. -그런 측면이 있다.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 도상은 정말 그간 수많은 작가들이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그리고 꽃은 너무도 흔하고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현대미술이 가장 피하는 소재다. 거꾸로 이걸 써 보자 싶었다. 대신 모자(母子) 관계를 피하기 위해 거푸집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꽃을 가장 안 어울리는 군복에 집어넣었다. →군복에 꽃을 넣은 발상이 무척 새롭다. -군복의 얼룩 무늬만큼 환경친화적인 것도 없다. 사막 군복은 사막과 닮아 있고, 일반 군복은 숲과 닮아 있다. 꽃으로 된 세상이라면 군복이 꽃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처음 시작이었다. 꽃과 군복, 평화 속에 숨겨진 전쟁, 화려함 속에 숨겨진 잔인함, 우리의 현대문명 등으로 에인절 솔저의 키워드가 확장된 거다. →흥행이 잘돼 기분 좋겠다. -미술 관련 책에서나 보던 (유명한) 분들을 어제오늘 참 많이 만났다. 대단한 행운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비엔날레 이후 어떤 작업을 계속 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 전시 구상은. -9월쯤 중국 베이징 갤러리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미술관급 갤러리인 데다 천장도 7m 정도 높이여서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비엔날레 전시가 핵심만 추려냈다면 베이징 전시 때는 에인절 솔저를 구체관절인형 100개로 확장해 천장에 매달아 볼 생각이다. 컬처 월(Culture Wall) 작업도 생각 중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가난한 빈민촌 풍경을 가린다고 벽을 세웠는데 실제 중국 당국이 그 벽에다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걸 보고 한국이 서울올림픽 때 하던 짓과 똑같구나 했는데, 일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도쿄올림픽 때도 그랬단다. 정치 권력의 그런 콤플렉스, 그게 이 전시 주제와도 통하는 것 같고 해서 한번 재밌게 표현해 볼 생각이다. →한국관 건물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 전시를 직접 해 보니 어떤가. -건물을 고쳐야 한다. 공간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베네치아비엔날레는 국가관 형식이기 때문에 국가 대항전 성격이 있다. 그래서 모든 작가들이 충격적인 뭔가를 내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 전시 공간은 그런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천장은 너무 낮고 창을 크게 달아 바깥 빛이 다 들어온다. 나 같은 설치 작가도 애먹었는데 평면이나 그림을 하는 작가들은 어땠을까 싶다. 전시하기 어려운 공간이라기보다 전시하기 안 좋은 공간이다. 그렇다 보니 전시에 맞게 고치는 데만도 매번 1억원씩 쓴다고 하더라. 한국관이 처음 생긴 게 1995년이다. 그동안은 자리 잡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글 사진 베네치아(이탈리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재오 “전당대회 출마 안 한다”

    이재오 “전당대회 출마 안 한다”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이 한 달 만에 입을 열었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침묵 모드’를 유지해 왔다. ●“좌클릭, 당직자 개인 의견일 뿐” 이 장관은 1일 오전 한경밀레니엄 특강에서 한나라당 내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과 국가에 책임질 일이 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지, 책임을 떠넘기고 난 뒤에 자기가 어떤 자리에 갈지를 계산하기에 바쁘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내 쇄신 움직임 속에서 자신 등 주류의 퇴진론이 불거진 데 대한 섭섭함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와 관련,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한나라당의 민심 이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출마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전대 출마 후보가 금품 사용 일절 금지, 후원회 제도 폐지 등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합동 유세와 정책토론회,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만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 성공 위하는 게 구주류냐” ‘반값 등록금’ 등 ‘좌클릭 정책’과 관련, 이 장관은 “지금 당직을 맡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고, 최고위원 구성 전까지 한 달간 당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좌편향, 우편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친이(친이명박)계가 구주류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대통령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구주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당 조기 복귀와 전대 출마 등으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산행… 정치 복귀 본격화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오후 트위터 활동을 재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지지 세력인 재오사랑·조이21 등의 회원 3000여명과 함께 충남 천안 흑성산을 오를 예정이다. 이 장관은 트위터에서 “한 달 동안 나 자신과 정국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으로서 당의 이러저러한 모습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북한인권법 고리로 대북지원 길 열리나

    여야 원내대표가 ‘북한민생인권법’을 6월 국회에서 법사위에 상정하기로 함에 따라 이 법을 고리로 대북 원조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8월 처음 발의된 이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은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법으로 북한을 인권 탄압 국가라고 명시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못하고 있다.”면서 “보수정권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북한 고립을 가속화시키는 악법”이라고 반대해 왔다. 이번에 상정하기로 한 ‘북한민생인권법’은 두 진영의 대립을 절충한 것으로 여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야당은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나라당의 신주류로 부상한 소장파는 그동안 북한인권법 처리와 인도적 지원 재개를 동시에 하자고 주장해 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홍정욱 의원은 31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과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모두 ‘인권’의 문제”라면서 “대북 지원을 법으로 정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결단을 내리고, 인권법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에는 황우여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대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실제 통과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여야 내부에서 모두 반발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북한 ‘퍼주기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애초의 북한인권법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이날 의원 워크숍에서 ‘북한민생인권법’을 당론으로 저지해야 할 법으로 꼽았다. 한편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6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식량상황을 조사할 예정이어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EU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 소속 직원 5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이 12일간 병원과 고아원을 방문해 주민, 당국자 등과 면담을 한다. 마코 카푸로 ECHO 북한담당관은 “조사단이 활동을 마치면 바로 내부 검토를 거쳐 2~3주 내에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구·윤설영기자 window2@seoul.co.kr
  • [與 당권주자 인터뷰] (1) 남경필 의원

    [與 당권주자 인터뷰] (1) 남경필 의원

    “한나라당을 축구팀으로 보면 신주류가 공격수를 맡고, 구주류는 수비수와 골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 쇄신·소장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4선의 남경필 의원은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신구 조화, 역할 분담 등을 통해 당이 강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7·4 전당대회’의 의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인위적 물갈이는 안 된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이 당의 ‘투톱 공격수’ 아닌가. -이제는 수비수나 골키퍼를 맡아야 한다. 이분들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영향력을 발휘하려 들면 국민 뜻에 맞지 않고 당도 죽는다. (당을) 나가라 마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구주류를 공격 라인에서 빼는 이유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정부와 당이 한 일이 다르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에서 열심히 했다. 세계 속에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을 해결하는 데는 미흡했다. →새로운 공격수에 누구를 세우나. -그동안 당 운영에서 배제됐던 쇄신파와 친박계 등 새로운 세력이 맡아야 한다. 새 지도부가 산토끼를 잡아 오고, 당을 운영했던 선배들은 집토끼를 관리하면 된다. →당의 최전방 공격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제격 아닌가. -박 전 대표 혼자 뛰는 구조는 재미없다. 많은 사람이 함께 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선후보로서 박 전 대표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산토끼를 잡아 올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문제는 인물이 아니라 방향이다. →소장파가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은. -높다. 또다시 ‘봉숭아학당 시즌2’라는 비판을 받을 수는 없지 않나. →스스로 최전방 공격수가 될 마음은. -젊은층을 바닥으로 내모는 청년 실업과 구조조정을 통해 양산된 40~50대 자영업자들의 몰락에 대한 답을 내놓은 정치 세력이 없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겠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소장파의 아이콘이지만 지난 10여년간 성장이 멈췄다는 지적도 있다. -키는 안 컸는지 몰라도 내공은 늘었다.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시대 흐름에 맞으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뒷방에서 찬밥을 먹다 보니 시대 흐름이 오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후 소장파 역할에 대한 평가는. -초반에는 방향이 아닌 인물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오류가 있었다. 소장파 외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인물 논쟁을 종식시키고, 방향 논쟁에 불을 지폈다. →현재를 ‘쪽팔리는 보수의 시대’로 평가했는데. -보수를 보수라 부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이런 이념적 차이도 무의미해진다. →‘5·24 대북 제재안’에 대한 수정을 거론한 것은 이념 문제 아닌가. -정상회담이나 6자회담과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를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없이 하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경제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단절로 우리 기업이 고통받고,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면 바꿀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인권법도 정치적인 이슈 아닌가. -통과시켜야 한다. 북한인권법을 처리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전망은. -자신 있다. 야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 줄 생각이다. 야당은 매국노가 아니다. 대변하는 계층과 이유가 있다. 정부를 설득해 요구를 받아 주면 된다. 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지경부 인사 잡음 최중경 ‘독불행보’

    지경부 인사 잡음 최중경 ‘독불행보’

    “장관님, 감사합니다. ”(K국장), “아닐세, 내가 열심히 하는 K국장이 아니면 누굴 승진시키겠어….”(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지난 28일 새벽 충남 천안시 유량동의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연찬회를 마치고 승강기에 급히 오른 최중경 장관에게 1급 승진 예정인 K국장이 90도 허리를 굽힌 채 황망하게 인사를 건넸다. 최 장관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어깨를 두드리며 답례했다. 우르르 승강기에 몰려 탄 10여명의 고위 공무원들은 이를 바라보며 흡족한 듯 미소로 화답했다. 이들 다수는 다음 달 승진 예정자였다. 승강기에서 내린 공무원들은 서울로 향하는 최 장관을 향해 승용차 앞에서 다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옛 재무부 관료집단을 빗댄 ‘모피아’식 끼리끼리 문화가 지경부에서 살짝 되살아난 순간이다. 최 장관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를 거친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다. ●1급 9명 중 8명 교체 계획 출범 120일을 넘긴 ‘최중경호’가 흔들리고 있다. 최 장관이 대규모 고위직 인사를 통해 지경부 장악에 나선 데다가 잦은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부처 공무원들은 몸살을 앓는 형편이다. 31일 지경부에 따르면 지경부는 조만간 9명의 1급(실장) 고위 공무원 가운데 최대 8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계획 중이다. 조직 자체를 뒤흔들 인사안은 이미 청와대에 제출돼 대통령 재가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벌써 술렁인다. 실·국·과장이 바뀌는 인사에 해당 공무원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경부 내에선 이미 한 달 전부터 특정 지역 출신이 혜택을 입을 것이란 말들도 나돌았다. 지난 17일 차관급 인사에선 1·2차관 모두 영남 출신이 승진 발탁됐다. 이어 호남 출신인 조석 성장동력실장과 진홍(이상 행시 25회) 무역위 상임위원이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소문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 실장은 자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호남 출신 대표 주자로 꼽혀 왔다. 지경부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1급 승진 인사에 호남 출신 2명가량을 끼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 변경이 주류를 이룬 13명의 국장급 인사안을 엿보면 분위기는 명확해진다. 주요 보직을 TK와 부산 출신이 장악했다. 지난해 4월 주요 보직에 발탁된 TK계 대표주자 4명 중 2명은 이번 인사에도 포함됐다. 아울러 부임 3개월을 갓 넘긴 강원 출신의 정만기 대변인이 1급으로 깜짝 발탁된 것으로 알려져 전형적인 제 식구 챙기기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 장관은 경기 화성 출신이나 정서적으론 재정부 선배인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가깝다.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잇따를듯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하 공공기관으로의 낙하산 인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최 장관은 “(지경부 공무원이) 산하기관에 가는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조직이 잘되는 길을 내놓을 수 있다.”며 전관예우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한 업무 추진력과 보스 기질을 지닌 최 장관은 자기주장이 워낙 강해 “너무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 환율에 대해 연일 강경한 어조로 발언하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긴장케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선 기획재정부 장관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최중경 장관은 누구 ▲1954년 경기 화성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행시 22회 ▲재경부 외화자금과장·금융정책과장·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 MB·박근혜 ‘당·청 불협화음’ 조율할까

    MB·박근혜 ‘당·청 불협화음’ 조율할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3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회동을 갖는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단독 회동을 하는 것은 지난해 8월 21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활동을 수행했던 권영세·권경석·이학재·이정현 등 한나라당 의원 4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특사활동 결과를 보고받는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 이어 박 전 대표와 단독 면담을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월 28일∼5월 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해 외교활동을 수행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후 7번째다. 이번 회동은 특히 시점이 미묘하다.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과거 비주류와 소장파가 당의 주도권을 잡은 이후 당·청관계에서 연일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저축은행 비리라는 메가톤급 사안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무차별 폭로전에 접어들었고, 여권으로서는 이 같은 위기 국면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하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번 신공항 선정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빼고는 최근 일련의 사안에 대해서 줄곧 침묵을 지켜 왔던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얘기를 할 지 특히 주목된다. 7월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 쇄신 방안을 비롯한 정치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은 “특사활동에 대한 보고를 한 뒤 자연스레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눌 것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전에 의제를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회동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도 이런 기조는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이 경우 당내에서 계파 해체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수·허백윤기자 sskim@seoul.co.kr
  • [ROTC 50돌] 미국 ROTC는

    150년 전통의 미국 ROTC는 지금 중흥기를 맞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대학들이 40년 가까이 철폐했던 ROTC를 올 들어 부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의 여파로 명문대 캠퍼스에서 ROTC가 사라졌다. 이후 세월이 많이 변해 ROTC 재도입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군과 정치권에서도 ROTC를 부활하도록 압박했음에도 대학 측은 명분이 없어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상원에서 동성애자의 군복무 제한 법안이 폐기된 것이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준 격이 됐다. 하버드대가 지난 3월 ROTC 프로그램을 부활했고 스탠퍼드대도 4월 교수회에서 재도입을 의결했다. 예일대와 컬럼비아대도 부활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동성애자의 군복무 제한법안 폐기로 군대 내 인권이 신장됐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반전운동가들은 ROTC를 반대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군과 학생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군 입장에서는 다양한 인재 선발 기회가 생기고, 학생 입장에서는 장학금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학생들은 졸업 후 일정 기간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의 ROTC는 한국의 그것보다 위상이 높다. 해안경비대를 제외한 전 병과에 ROTC 출신이 배치된다. 미 육군 장교의 56%가 ROTC 출신이며 공군의 41%, 해군의 20%, 해병의 11%, 국방부의 39%가 ROTC 출신이다. 미국에 다양한 종류의 장교 배출 학교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관학교보다 ROTC가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군은 출신 학교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기 때문에 ROTC 출신이 승진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장교뿐 아니라 장성급에서도 ROTC 출신이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 출신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교·장성의 70%가량이 ROTC 출신이라는 얘기도 있다. 주한미군사령관만 하더라도 월터 샤프 현 사령관은 웨스트포인트 출신이지만, 그 전의 버웰 벨 사령관은 ROTC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나는 미국 대학들이 우리 군대와 ROTC에 문호를 열기를 요구한다.”는 말로 ROTC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CIA 국장 내정자)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도 “ROTC는 우리 군과 나라를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프랑스 ‘부르카 금지법’(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은 퍼주기 복지정책으로 경제가 거덜난 데 따른 우경화 때문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 각국 정상들이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좋다는 다문화주의를 폐기한다니 우경화도 보통 우경화가 아니다. ●“다문화주의는 관용 빙자한 방치” 그런데 이게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유럽 지식인들은 다문화주의를 미국식 인종 차별주의와 비슷하게 여기면서 본디 비판적이었다. 미국의 백인 주류층이 소수 민족에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모여서 잘 살아라.’라고 얘기하는 것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이 다문화주의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관용을 빙자한 방치’라는 얘기다.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오래 전부터 ‘따로국밥’ 격인 미국식 다문화주의의 대안으로 ‘섞어찌개’인 혼종성(hybridity)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과 부르카 금지법은 다문화주의에서 혼종성으로 유럽의 정책 기조가 본격 이동하는 징후로도 해석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이슬람계 이주민들이 도시 외곽 슬럼가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그들에게도 공화국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이슬람 테두리를 일정 정도 벗겨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혼종성 자체는 무조건 긍정적인가.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이 오는 3~4일 서울 신촌 이대 LG컨벤션홀에서 여는 국제학술대회 ‘문화 혼종성과 유동적 정체성’(Cultural Hybridity and Migrating Identities)을 지켜볼 만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클레어 알렉산더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의 ‘결혼 시장 : 젠더화되는 문화혼종성’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3년에 걸친 실증연구 결과를 토대로 혼종성 자체는 중립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혼종성 형성에도 전통의 힘 작용” ‘부르카 금지법’에 대한 비판은 간단하다.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백인 남성이 황색 남성에게서 황색 여성을 구해주는 이미지”로 쓰일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황색 인종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백인 남성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백인 남성들에게 ‘문명화 사명’이라는 임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식민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다문화주의적 비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부르카에 여성 억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억압받는 여성들이 스스로 발언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나, 또 그렇게 나온 발언은 무조건 긍정적인가라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혼종성이라는 것도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며, 이 왜곡된 혼종성조차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다문화주의의 잘못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알렉산더 교수의 지적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 지점에서 결혼을 통해 영국으로 이주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실제 인터뷰 자료로 드러낸다. 이젠 영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전통 문화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를 못한다거나 바깥에서 나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집에 갇히거나 얻어맞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혼종성의 형성에도 기존 전통의 힘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알렉산더 교수는 “그동안 혼종성은 종종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개념으로 각광받아 왔지만 혼종성 그 자체는 문화적 차이를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며, 민족과 문화의 순수성이라는 본질주의적 개념을 강화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혼종성을 약한 버전과 강한 버전으로 구별하자.”고 제안한다. 약한 혼종성이 “단순히 문화가 뒤섞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강한 혼종성은 “문화적 만남이 발생시키는 논쟁적인 영역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깊게 논의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강한 혼종성 영역이라는 얘기다. ●‘백색신화’ 로버트 영 기조강연 앞서 학술대회 기조강연은 ‘백색신화’(White Mythologies)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후기식민주의자 로버트 영 미국 뉴욕대 비교문화학 석좌교수가 맡는다. 기조강연 주제는 ‘혼종성과 문화 번역의 타자성’(Hybridity and The Otherness of Cultural Translation)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요즘 TV엔 폭로가 많다. 연예 프로그램에선 단골 메뉴다. 맛집 폭로, 절친 폭로, 폭로 열전…. 띄워주고, 웃겨주는 내용들이다. 긍정과 부정의 경계가 없다. 오히려 긍정이 주류다. 원래 폭로는 부정적이다. ‘나쁜 일’ ‘음모’가 바탕에 깔린다. 긍정적인 내용이면 진짜 폭로가 아니다. 이때 폭로란 말을 쓰면 맞지 않다. 그래도 남발한다. 자극적인 표현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청자 낚시용이다. 하지만 애교로 넘어간다. 책임을 추궁받지 않는다. 뒤탈이 없다. 폭로는 광고용 카피다. 한마디로 시선을 끈다. 정치권은 늘 그런 표현을 좇는다. 짧은 구호로 포장된 어젠다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 유혹은 달콤하나 함정이 있다. 정적(政敵)들은 애교로 봐주지 않는다. 빈틈만 찾는다. 흑백 논란은 필연이다. 탈 나기 일쑤다. ‘황우여발 복지논쟁’이 뜨겁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됐다. 반값이란 말이 자극적이다. 얼핏 어젠다로 손색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 1탄으로 내놨다. 결과는 반쪽이다. 찬성과 반대만 있다. 한나라당부터 그렇다. 신주류와 구주류 간에 갈등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청와대와 엇갈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찬성이고, 기획재정부는 반대다. 중간지대도, 접점도 없다. 언론마저 끼어든다. 보수 언론은 탓하고, 진보 언론은 편든다. 모든 게 흑백논리다. 진상은 호도되기 십상이다. 포퓰리즘 논란으로 확산됐다. 찬성 쪽은 액수를 줄이려고 애쓴다. 2조 5000억원이면 된다고 한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반대 쪽은 액수를 키운다. 5조원은 필요하다고 한다. 불가능으로 몰고 가려는 뜻이다. 소모적인 정쟁일 뿐이다. 그들만의 게임에 불과하다. 미친 등록금은 생명까지 앗아간다. 대학생과 부모를 자살로 내몬다. 마땅히 내려야 할 일이다. 반값이란 말이 부질없는 다툼을 불렀다. 뒤늦게 용어를 바꿨다. 등록금 부담 완화로 대체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김황식 총리와 공감대를 가졌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는 방법론에 합의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는 6월 국회에서 완화 관련법을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엔 실천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 등 보완책이 나온다. 용어의 완화가 갈등의 완화로 이어졌다. 반값과 완화의 차이는 크다. 반값은 명쾌하다. 한마디로 와 닿는다. 의지가 강해 보인다. 완화는 밋밋하다. 의지가 약해 보인다. 전자의 유혹은 강하다. 하지만 논리의 포로가 된다. 반값은 포퓰리즘 논란을 낳았다. 소모적인 공방은 필연이다. 완화는 절충을 가능케 한다. 가능하면 내려보자는 것이다. 반대하기 어렵다. 반값은 비현실, 완화는 현실에 가깝다. 복지는 절대선이다. 마땅히 해야 할 소임이다. 복지 논쟁은 대선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불을 댕겼다. 민주당은 선수를 빼앗겼다. ‘3+1’로 원조임을 주장한다. 무상 3(복지, 급식, 의료)에 절반 1(등록금)이다. 흑백 논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 공짜든, 반값이든 한계가 있다. 주장의 영역에선 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천의 영역에선 어렵다. 한두푼이 아니다. 잘못된 공짜는 엉뚱한 피해를 낳는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면 소용없다. 한나라당은 2탄, 3탄을 준비 중이다. 일자리 창출 지원, 복지사각 지대 해소, 보육 및 기초노령연금 등이 테마라고 한다. 현실로 가느냐, 비현실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미 헛구호로 호된 홍역을 치렀다. 신공항,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등의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얄팍한 ‘표’ 낚시용 어젠다는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실천 가능한 약속으로 차단할 수 있다. 수사(修辭)의 유혹을 벗으면 수 월해진다. 어젠다의 역설, 구호의 역설을 극복해야 한다. 내년 대선, 총선을 앞두고 있다. 어젠다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정치권은 머리를 싸맬 게 뻔하다. 감각에 의존하면 우를 범한다. 이성에 호소해야 산다. 낚시용 어젠다는 두 가지가 관건이다.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이 요체다. 국민은 주장과 정책을 구분한다. dcpark@seoul.co.kr
  • 한나라, 전대룰 현행유지 결론

    한나라당이 오는 7월 4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선출하는 현행 방식대로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선에 나갈 이들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며, 전대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대표가 되고 5위까지 최고위원회에 입성하게 된다. 다만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인단 규모를 21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한 룰이 관철된 셈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종담판을 벌였으나,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현행 규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합의가 안 된 부분은 현행 룰을 따르도록 결정했다.”면서 “미세한 부분은 당헌당규 소위에서 논의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에게 상임고문의 역할을 주고 예비 대선후보 등록시점도 현행 대선 240일 전에서 365일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과 대표가 최고위원 2명을 직접 지명하는 방안 등 ‘중재안’은 당헌당규 소위에서 논의된다. 정 위원장은 “8차례 회의에서 당권·대권 통합과 대표·최고위원 분리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있었으나 끝까지 의견이 팽팽했다.”면서 “박 전 대표의 주장과 유사하게 됐지만 한나라당은 개인의 당이 아니라 국민의 당”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 이어 이날도 현행 규칙대로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당권·대권을 통합하자는 친이계 구주류와 갈등을 빚었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자고 주장한 소장파와도 대립해 향후 당내 갈등의 새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선거인단이 21만명으로 늘어나 계파 줄세우기식 선거가 힘들어져 소장파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커졌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은 뉘앙스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백가쟁명은 많은 사람의 활발한 논쟁을 말하는데 ‘싸울 쟁’(爭)자와 ‘울 명’(鳴)자가 들어 있어서 그런지 혼란, 혼선, 갈등을 내포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한 예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며칠 전 “우리 당이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무절제하게 남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백가쟁명에 비해 백화제방은 좀 더 좋은 뉘앙스로 다가온다. 온갖 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연상되어 그런지, 다채로운 입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함께 성(盛)하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뉘앙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치에서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은 같은 의미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정치인들이 처음부터 조화롭게 자기 생각을 펼치고 상대방 생각을 인정하며 상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일단 각자 생각을 적극 밝히고 경청하며 대화의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충돌과 혼선이 점차 줄고 상호 존중과 협력적 공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정치에서 조화로운 백화제방만 올 수는 없고 다소 시끄러울 수도 있는 백가쟁명이 필연적 선행조건 혹은 동시조건으로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 중국에서 다원적 개방정책을 지칭할 때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을 나란히 병기(倂記)해온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정치의 모습은 정 국회부의장의 표현처럼 백가쟁명이라 하겠다. 특히 당내에서 그런 상황이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의 경우, 재·보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과 새 원내대표가 임시로 이끄는 과도기를 맞아 각종 새로운 입장과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현 대통령 임기가 이제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여러 이견 표출의 한 원인일 것이다. 친 박근혜계, 구주류, 신주류, 중도소장파 등 소집단 분화가 가속되고 몇몇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각기 존재를 내세우려 경쟁하는 가운데 기조 고수니, 변화 모색이니, 좌 클릭이니, 정체성 강화니, 새로운 유권자층 껴안기니 등등 의견 대립과 상호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만큼의 내분은 아닐지라도 손학규 대표의 위상이 높아지는 변화 속에서 당 기조에 대한 정중동(靜中動)의 입장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대표가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이후 다양한 내부 이견으로 시끌시끌하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의 반대급부로 구(舊) 친(親)노무현 진영의 사기가 오르는 가운데 국민참여당과 그 밖의 친노 인사들 간에도 상충되는 다양한 입장이 타진되고 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당내 논쟁이 이미 예전부터 치열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각 정당의 내부 백가쟁명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반년의 시차로 연이어 실시되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또한 대선후보 경선을 두고 각종 계파·모임·개인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첨예하게 부딪칠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정당 간 대립까지 더욱 격화된 상태로 가세할 것이니 백가쟁명의 정도는 그 깊이와 넓이에서 극대화될 것이다. 당 지도부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선거후보 결정이 있을 때마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그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탄만 할 수는 없다.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잘 가꿔 다채로움이 균형과 조화 속에 어우러지는 백화제방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그 실행방법이 쉽게 착 나올 리 없지만, 인간사회에서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견의 존재에 짜증을 내기보다는 백가가 쟁명해야 백화가 제방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를 우선 갖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 승리를 꾀하는 전략적 판단이든, 사회 전체를 위한 국정운영 및 정책결정이든 간에 온갖 다양한 생각이 활발하게 표현되고 서로 부딪쳐야만 더욱 성숙, 발전할 수 있고 함께 어우러지며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대명제를 당위적 수사 차원뿐 아니라 현실적 조언으로 존중, 실천하는 정치 풍토를 기대해 본다.
  • [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는 당명 변경을 포함한 각종 쇄신안이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 대한 비난 및 공격의 강도도 높아졌다. 지난 6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친이계를 탈퇴한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의 지지를 받으며 친이계인 안경률 의원을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제치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친박계는 황 의원을 지지했다. 재·보선 패배 후 급조된 ‘새로운 한나라’에는 친이계에서 이탈한 소장파, 중립성향 의원, 일부 친박계 의원 등 40여명이 포함돼 있다. 요즘 신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쇄신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면면과 과거 행태를 보면 그럴 자격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 2년의 대표로 당선됐던 친이계인 안상수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로 10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황 원내대표는 19일 박 전 대표와 비밀회동을 한 뒤 수첩에 메모한 것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선출직 원내대표가 전 대표를 ‘알현’한 뒤 대변인처럼 ‘지침’을 설명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박 전 대표에게 좋을 것은 없다. 7·4 전당대회 방식도 황 원내대표가 밝힌 박 전 대표의 뜻대로 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 지지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현행 유지 ▲경선 선거인단 확대가 다수 의견이었다. 이미 한나라당은 ‘박근혜당(黨)’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세력 변화는 박 전 대표에게는 긍정적지만, 재·보선을 통해 두명의 대권 후보가 살아난 것은 부정적일 수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경기 성남 분당을(乙)에서 당선되면서 야권의 유력한 후보에 한걸음 다가섰다. 실제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야권의 경선이 보다 흥미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외에 문재인 전 비서실장도 유력 후보군에 가세했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듯이, 내년의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도 ‘슈퍼스타 K’처럼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국무총리로 내정됐으나 낙마한 ‘젊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살아났다.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로만 보면 2007년 12월 대선 이후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선거는 1년 6개월이나 남았다. 그동안 변수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를 통한 월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에서 야당후보를 찍겠다는 비율(46.2%)이 여당후보를 찍겠다는 비율(30.5%)을 압도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데다, 한나라당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으니 어느 유권자가 한나라당 후보를 선뜻 찍겠다고 응답할 수 있을까. 박 전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安住)할 때가 아니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현재는 30㎞ 지점에 불과하다. 2위그룹이 막판 스퍼트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 재·보선 이후 여권의 분위기로 보면, 싫든 좋든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막후의 최고실력자여서는 안 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세론은 있었지만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대권을 잡는 데 실패했다. 정몽준 의원, 고건 전 국무총리도 한때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예선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와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iger@seoul.co.kr
  • [SNS의 딜레마] 맹목적 확대재생산… 군중의 ‘영혼 없는 클릭’

    [SNS의 딜레마] 맹목적 확대재생산… 군중의 ‘영혼 없는 클릭’

    인터넷 업체에서 일하는 이수진(27·여)씨. 그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슈퍼스타다. 연예인 수준에 버금가는 수만명의 팔로어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고 그녀의 사진을 공유하기 바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그녀는 하나가 아니다. 프로야구 LG트윈스 팬들 사이에서 ‘교주’로 통하고, 아이패드(태블릿PC) 마니아들은 그녀의 사용기를 교과서로 여긴다. 이씨는 “갤럭시S2와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과 아이패드2를 함께 사용하며 가끔 피곤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숨쉰다는 느낌 때문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직접 만나 소개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조차 SNS상에서는 ‘친구의 친구’라는 이유로 한 번에 친구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런 인맥과 수많은 정보가 SNS가 나한테 준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보를 얻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던 예전과 달리 SNS에선 곧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SNS가 주류이자 대세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추종하기에는 생각해 볼 문제가 많습니다.” 김은정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가 만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의 출처나 사실관계조차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사람이나 정보의 경우 가짜로 밝혀지거나 사람의 신상 자체가 허위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0대 초반, 미모의 전문직 여성, 명문대 졸업 등 사회적인 통념상 ‘매력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A씨. SNS에 이런 프로필을 올려놓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아무도 그녀의 실명을 궁금해하지 않고 ‘당주’니 ‘교주’니 하며 떠받들기 바쁘다. 그러나 실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얼굴과 직업을 제외한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친구나 팔로어에 대한 세심한 배려, 문화나 사회현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 등은 모두 가공(架空)의 것이라는 얘기다. A씨의 직장 동료는 “사진을 볼 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A씨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면서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인터넷상에서 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A씨가 인기를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SNS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들이 팔로잉하는 인기인은 무조건 자신도 팔로잉해야 하는 군중심리가 A씨의 팔로어와 친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고, A씨가 올리는 글은 이처럼 많은 팔로어를 타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정확한 정보’이자 ‘쓸모 있는 정보’로 포장된다. 그야말로 ‘영혼 없는 참여’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상에서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들도 인터넷, 특히 SNS상에서는 별 고민 없이 인터넷 집단을 모방하고 행동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라고 봐야 하며, 이런 행동은 남을 매도하거나 나쁜 소문을 퍼뜨릴 때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SNS에 대한 오해가 기업에까지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SNS에 대한 4가지 오해’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SNS에 대해 쉽게 고객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 양방향 소통이 활발할 것, 의도한 바를 대중이 잘 이해할 것,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SNS에서는 수많은 팬보다 한 명의 열혈 반대자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부분의 직원은 상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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