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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 작별 인사할 시간 허락받아 감사”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 작별 인사할 시간 허락받아 감사”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합니다.” ●아내와 마지막 순간 보내려 퇴원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강영우(68) 박사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메일을 보냈다. 성탄절에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달 초 갑작스럽게 췌장암 진단과 함께 ‘한 달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아내와 보내기 위해 지난주 퇴원한 강 박사는 이메일에서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강 박사는 “아내와 함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40년이 다 돼 간다.”면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아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큰아들 진석씨는 30만번 이상 백내장 굴절 수술을 집도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닥터에 뽑혔고 둘째 진영씨는 지난 10월 미 대통령 선임법률고문이 돼 2대째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지만…”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다. 강 박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며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궁궐편’ 최동군씨

    [저자와 차 한 잔] ‘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궁궐편’ 최동군씨

    궁궐은 박제된 고건축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장입니다.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하려면 그들이 살았던 환경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군주국가였던 조선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생활했던 공간을 탐색하다 보면 당시 지배계층의 삶은 물론 정치체계, 이데올로기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경복궁은 중국의 자금성을 모방해서 지은 것이다.” 주변에서 어렵잖게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사실일까? 물론 허구다. 자금성은 경복궁보다 11년이나 늦게 세워졌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게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문화유산을 찾아가서도 건성건성 둘러보거나 이렇게 근거 없는 오해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도 몇 마디만 설명하면 밑천이 드러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부분은 얼버무리기 일쑤다. 문화답사가 최동군씨가 낸 ‘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궁궐편’(도서출판 담디 펴냄)은 그런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는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궁궐에 대한 일반상식은 물론 곳곳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비화를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빠가 가족과 함께 직접 답사하며 나누는 대화체로 썼기 때문에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버지·아들 대화체로 지루하지 않게 설명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욕심은 없었습니다. 10년 넘게 답사를 다니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깝더라고요. 제 아이들에게라도 남겨 줘야겠다는 마음에서 자료집 형태로 정리했는데….” 그렇게 쌓인 자료들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마침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으로 태어나게 됐다. 최동군씨의 문화답사 이력은 범상치 않다. 15년 가까이 주말마다 궁궐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평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살아 온 그가 어떤 계기로 답사 전문가가 됐을까. “1997년 우연하게 참가한 경주 문화답사에서 신내림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경주국립박물관 직원 한 분이 황룡사지를 설명해 주는데, 얼마나 실감이 나는지 허허벌판에 황룡사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처럼 그려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문화답사에 푹 빠져버렸다. 충실한 답사를 위해 동양철학, 풍수지리, 한의학까지 독학으로 섭렵했다. 이번 책에 그렇게 쌓은 다양한 지식을 쏟아부었다. 그는 궁궐이야말로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결정적 자료라고 강조한다. “궁궐은 박제된 고건축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장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하려면 그들이 살았던 환경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군주국가였던 조선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생활했던 공간을 탐색하다 보면 당시 지배계층의 삶은 물론 정치체계, 이데올로기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궁궐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음양의 조화가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경복궁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향원정 연못은 둥근 모양으로 하나를 팠는데, 여기서 ‘둥글다’는 것과 ‘하나’는 모두 양을 뜻합니다. 반면에 경회루 연못은 네모 모양으로 두 개를 팠습니다. ‘네모’와 ‘둘’은 모두 음을 나타내지요.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서 목조건물의 화기를 다스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다른 책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해석이다. 우리나라의 주류 답사계에서는 풍수지리를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집 하나를 짓는데도 음양오행과 풍수를 따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궁궐 음양조화 탁월… 알고보면 더 재미” 그는 궁궐뿐 아니라 불교 유산, 능묘 등으로 기록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다. 발품과 땀으로 쓴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문화의 문을 여는 열쇠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는 속내도 털어놓는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쓴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 7년 납부후 퇴직때 3년치 선납하면 10년 최소가입기간 인정 ‘연금수급’

    보건복지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노후 보장이 불안한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의 은퇴 이후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전체 베이비부머 758만 2000명 가운데 연금보험료 납부 이력만으로 노후에 연금 수령이 가능한 사람은 256만 7000명으로 33.8%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베이비부머 373만명이 받을 수 있는 연금도 월 45만원에 불과하다. 대응방안 가운데 하나가 내년에 시행될 ‘연금 보험료 5년 선납제’다. 목돈이 생겼을 때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를 최대 5년치까지 미리 당겨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1년치만 미리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을 7년간 내고 퇴직했다면 한꺼번에 3년치만 내면 10년의 최소가입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돼 연금 수급 시기부터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추진되는 ‘부분연기연금제’의 취지도 비슷하다. 여유가 있을 때 연금 수령액을 적게 받으면 미래에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61세부터 연금 80만원을 받는 한 남성이 연금 수령액의 절반을 5년간 연기한다고 가정하면 61~65세에는 40만원을 받지만 66세부터는 96만원으로 두배가 넘는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복지부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층 가운데 월 급여 125만원 이하인 저소득근로자 60만명에게는 내년부터 보험료를 지원해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여줄 방침이다. 노인층을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한편 연금 수급자에게 의료비와 전·월세 자금을 돌려주는 제도도 시행된다. 복지부는 흡연과 음주를 억제하고 짜게 먹는 식생활을 개선하는 질병 예방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흡연율 감소를 목표로 2008년 이후 잇따라 법안이 상정된 담뱃갑 경고 그림 삽입을 강력하게 추진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새로 구성되는 19대 국회에서는 자체 법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캐나다에서는 그림 도입 직전인 2000년 흡연율이 24% 수준이었지만, 2001년 22%로 떨어진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영국·브라질·홍콩·싱가포르 등 전세계 23개국에서 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초·중·고교, 특수학교, 청소년 수련시설, 병의원 등 공중이용시설 내 주류판매 및 음주 금지는 현재 관련 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복지부의 정책 추진 의지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37.4%인 고혈압 조절률을 2020년까지 50%로, 29.5%인 당뇨 조절률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국민연금 ‘5년 선납제’ 도입

    내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인 ‘4050’세대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 5년 선납제’와 ‘부분연기연금제’가 시행된다. 또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30대의 저소득층에게는 ‘저소득 근로자 연금 보험료 지원제’를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 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2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 6월부터 퇴직금 등 목돈이 있을 때 보험료를 미리 납부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연금 5년 선납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납부한 금액에 이자를 붙인 돈만 되돌려 받지만 선납제를 통해 기간을 채우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후 보장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연금 수급 연령이 됐지만 더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해 연금을 일정기간 적게 받다 일을 하지 않거나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부분연기연금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월 급여 125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60만명에게는 보험료를 지원, 국민연금 가입 여건을 만들어 줄 방침이다. 복지부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지하철과 영화관 등에서의 술 광고를 금지하고, 정치권의 반대로 수년간 계속 미뤄진 담뱃갑 경고 그림 삽입 관련 법안을 내년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초·중·고교, 청소년 수련관, 병원 등 공중이용시설의 주류판매 및 음주 금지 대책도 세우기로 했다. 현재 일반검진, 생애주기별 검진, 암 검진 등으로 분산된 국가건강검진체계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 록음악의 역사, 김창완을 만나다

    한국 록음악의 역사, 김창완을 만나다

    ‘아니 벌써’(1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2집)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찻잔’(6집) ‘너의 의미’(10집)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안녕’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11집)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13집) ‘산할버지’…. 1977년 서라벌레코드에서 데뷔앨범을 내놓은 이후 그들의 음악은 곧 한국 록음악의 역사가 됐다. 1997년 13집까지 이어진 정규앨범과 8장의 베스트앨범 등 총 45장의 레코딩을 통해 록과 발라드, 동요까지 장르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최근 MBC의 ‘나는 가수다’에서 가왕(歌王) 조용필에 이어 두 번째로 헌정무대의 주인공이 된 록그룹 ‘산울림’과 리더 김창완(57)의 얘기다. 한국대중음악사에 굵은 족적을 남겼고, 여전히 홍대 어딘가의 공연장 또는 술집에서 후배들과 마음을 건네고 있을 김창완이 22일 밤 11시 5분 ‘주병진 토크 콘서트’ 크리스마스 특집 손님으로 초대된다. 일부 10~20대는 김창완을 감초 역할 전문 탤런트나 라디오 DJ 쯤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창완(보컬·기타)과 김창훈(55·세컨기타·베이스·건반), 고(故) 김창익(드럼)까지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 3형제로 구성된 그룹 산울림은 1970년대 후반 주류 음악의 코드를 벗어난 자유로운 록음악을 선보이며 평단과 대중들에게 충격을 던졌던 주인공이다. 리더 김창완의 음악성은 물론, 둘째 김창훈 역시 제1회 대학가요제 우승팀인 서울대 밴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와 산울림의 ‘내 마음은 황무지’, ‘산할아버지’, ‘독백’, 김완선을 디바로 만든 ‘오늘밤’, ‘나 홀로 뜰 앞에서’를 작사·작곡한 뮤지션이다. 부모 세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크리스마스 공연에서는 ‘산울림’의 명곡뿐 아니라 솔로가수 김창완의 히트곡을 라이브로 선보인다. 특별한 손님도 함께한다. 산울림과 김창완에 대한 존경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홍대 인디신의 스타 ‘장기하와 얼굴들’이 출연해 세대를 뛰어넘는 콜라보레이션(협업)을 뽐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11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칠성음료 ‘스카치블루’

    [2011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칠성음료 ‘스카치블루’

    스카치블루의 성공은 3가지 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제품전략에서 스코틀랜드 최상의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절묘하게 혼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둘째, 유통전략은 주위 권유가 위스키 주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주류판매업소 직원이 고객 소비를 유도하는 밀착형 마케팅을 펼쳤다. 셋째, 광고·판촉전략 방법으로 스코틀랜드의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광고를 꾸준히 노출해 ‘스카치블루=스코틀랜드 고급위스키´가 연상되도록 했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사람을 잡아먹는 가르침”(루쉰), “우주에 가득 찬 엄숙한 기운”(주자학을 접한 한 유학자), “한없이 지루한 학문”(육상산). 동아시아 700년을 좌지우지한 요지부동의 사상, 엄숙주의와 비장함으로 유학자들조차 손사래를 치던 학문, 타도되어야 할 전근대의 표상. 우리에게 각인된 주자(朱子)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높은 관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여러 번 금주선언을 하지만 실패한 애주가였고 제자들을 그 누구보다도 아끼던 스승이었으며 자식들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보여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 주자는 1130년 남송(南宋)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1200년 조용한 서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이었다. 스승들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던 10대와 20대, 친구들에게 배우며 자신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던 30대와 40대, 거짓학문이라는 비난과 눈병으로 글을 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나아가야 할 길을 더 명확하게 보게 된 50대와 60대. 주자에게 공부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주자는 큰 질문을 품고 공부의 세계로 들어섰다. 5살이 되던 해, 주자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하늘 위는 무엇일까요?” 우주의 끝을 알고 싶어 했던 소년 주자. 이후 이 질문은 그만의 독특한 우주관으로 변주된다. 주자는 우주의 끝을 알기 위해 일단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격물(格物)하고 치지(致知)해서 우주의 모든 이치를 꿰뚫으려는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주자가 질문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수록 세계는 더욱 커져갔다. 주자는 죽기 3일 전까지도 책을 읽고 글을 고치며 제자들과 토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자에게 우주는 끝이 없는 앎의 배움터였다. 주자는 불교와 도교, 역사와 병법 등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한번은 역사책을 읽다가 눈병이 나고 책에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독서의 경계를 두지 말 것, 책을 꼼꼼하게 읽을 것, 자신의 질문을 향해 오늘 하루 진보할 것. 주자는 배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절실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자는 이 길이 아니고서는 어떤 공부도 높이와 깊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앎이 곧 삶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주자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이라고 부른다. 잡다한 것을 모아 크게 이루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집대성이 단순한 종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질적이고 서로 섞이기 힘든 것들을 자기 질문을 가지고 통과하려고 했던 노력의 소산이다. 주자는 유교적 전통에 도교의 우주론과 불교의 인식론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그가 구한 답처럼 학문은 근본적으로 우주라는 무한한 배움터로 향하는 하나의 질문이어야 했다. ●술과 사람을 사랑한 ‘인간’ 주자 주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50년 동안 관직에 있었지만 그는 늘 한직에 머물렀다. 공부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적으로 정치와 맞지 않는 그의 성품 탓이기도 했다. 말년의 주자는 황제의 측근이 되어 중앙정계로 나간다. 하지만 직언을 서슴지 않다 결국 45일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자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주자는 친구의 죽음에 부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자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한때 주자의 제자들은 2000~3000명에 달했다. 주자는 곤궁한 생활에도 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서재는 계속해서 늘려갔다. 제자들이 많아질 때는 체계도 없고 어수선하기만 한 학당의 잔소리꾼이었다. 특히 공부하지 않고 밤새 딴짓을 하는 제자들에게는 단호했다. “가는 길이 틀리니 이제 충고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주자가 늘 호랑이 선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술을 좋아했던 주자는 제자들과 술을 마실 때면 흥에 겨워 시를 읊고 취묵(醉墨)을 써주곤 했다. 제자가 자신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주자는 어린애처럼 매달렸다. “내일 꼭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떠나간 제자들에게도 주자는 수시로 편지를 썼다. ‘보고 싶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자는 자식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장남을 친구 여조겸에게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주자는 자주 편지를 썼다. 공부에 뜻을 두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적었다. 주자는 특히 손자들을 귀여워했는데 손자에게 애교가 잔뜩 섞인 편지를 쓰곤 했다. “이 할애비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벽에 걸린 사자그림을 좋아했으므로 지금 한 장 그려 보냅니다.” 이런 이유로 주자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병이 심할 때 제자들이 손님 만나는 것을 줄이라고 충고했지만 주자는 거절했다. “사람들은 모두 손님 만나기를 싫어하는데 대관절 무슨 마음일까? 나는 한 달이라도 만나지 않으면 한 달 큰 병을 앓을 것 같은데.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하지만 주자의 만년은 외롭고 쓸쓸했다. 주자학은 국가(남송)로부터 사이비 학문으로 낙인찍혔고, 이에 따른 주자 탄핵 열풍이 그의 신변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제자 채원정은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른바 위학자 리스트는 주자의 주변인물 59인으로 채워졌다. 주자를 주살해야 한다는 탄핵문도 등장했다.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하나 둘씩 뿔뿔이 흩어졌다. 주자의 운명과 더불어 주자학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었다. ●주자의 학문과 국가학으로서의 주자학 주자학의 핵심은 이기론이다. 기(氣)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理)는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를 의미한다. 주자 이전까지 유학은 기본적으로 윤리론(실천론)이었다. 인간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주자는 이러한 유학의 범위를 우주까지 확대시킨다. 만물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주자는 이와 기에 의해 만물이 생성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기가 뭉쳐서 만물이 되고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를 다하며 살아가는 것. 이때 만물은 자신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자의 이기론은 전통적인 기(氣)일원적 사유에 대해 이(理)의 우위를 주장한 새로운 차원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이었다. 이기론은 거대한 우주로부터 미물까지를 관통하는 사유의 틀이었지만, 다른 한편 그것은 자신이 품었던 평생의 질문에 스스로가 구한 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자 사후 이기론은 다시 윤리론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와 함께 주자에게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우주, 지리, 풍수, 귀신 등은 잡술이나 미신으로 여겨져 주자학에서 퇴출된다. 존재와 윤리를 일치시키고자 했던 주자의 기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자학’으로 신봉되면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우주의 리듬 대신 인간의 도덕만을 남겨 버렸던 것이다. 1313년, 주자의 학문은 드디어 원나라의 관학(官學), 즉 국가의 학문이 되었다. 하지만 주자의 학문은 국가학이 되면서 오히려 퇴색되어 간다. 따지고 보면 위학의 참변을 당한 것이나 사후 40년 만에 해금(解禁)된 것, 이후 동아시아 사상의 주류가 된 것 등도 모두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원나라가 유학 지식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주자학을 관학으로 규정했을 때, 주자학을 사이비학문이라 몰아세웠던 남송은 부랴부랴 주자학이 자신들의 학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자학은 국가학으로서의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생동감 넘치는 철학이나 앎의 현장이 아니라 무겁고 피하고 싶은 과거의 낡은 유산. 하지만 진정으로 주자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학문이 이 세상의 이치를 공부해가는 사다리가 되는 것이었다. 학문에 임하는 주자의 마음과 도그마가 된 주자학은 구별되어야 한다. 주자는 평생을 통해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학인들의 마음으로 삶을 개척했다. 앎에 대한 욕망과 무한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진정어린 따뜻함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아닌가. 앎을 향한 과정과 삶의 간격 없음, 삶의 끝없는 과정 위에서 배움을 실현하기! 주자는 말한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류시성 감이당 연구원
  • [Weekend inside] 한나라당 쇄신파의 ‘분화’

    [Weekend inside] 한나라당 쇄신파의 ‘분화’

    “쇄신파? 본디 그런 것은 없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6일 “소위 쇄신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되기 위해서 늘 쇄신을 외쳤다.”고 비판했다. 쇄신파에 의해 옹립되고, 쇄신파에 의해 밀려난 홍준표 전 대표도 사퇴 직전 “아버지 잘 만나 금배지를 단 ‘온실 속 화초’들이 쇄신파인 척하는데, 그들이 대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속내 제각각… 정치세력화 안돼 집권 4년 동안 한나라당에서 목소리가 가장 컸던 세력은 친이(친이명박)계도, 친박(친박근혜)계도 아닌 쇄신파였다. 그들은 개혁을 부르짖었고, 코너에 몰린 지도부를 허물기도 했다. 하지만 제각각 정치적 야망과 속한 계파가 달라 주체적인 정치세력으로 자라나지 못했다. 특히 ‘3일 천하’에 그쳤던 최근의 재창당 논란을 끝으로 쇄신파는 소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쇄신파는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재창당’을 밀어붙였다. 이에 친박계가 13일 의총에서 조직적으로 ‘재창당 불가’를 외치자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으로 맞섰다. 당황한 박근혜 전 대표는 14일 쇄신파 7명과 전격 회동했고, 재창당을 주장하던 이들은 “재창당이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박 전 대표와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은 탈당한 두 명을 빼고는 전원 새로운 친박계를 형성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가 4년 내내 대립각을 세웠던 친이계를 중용하기도, 자신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였던 친박계를 발탁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대거 중용될 수 있다. 함께 탈당을 고민했지만, 탈당한 두 의원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두 사람만 외롭게 됐다.”는 동정심도 나오지만 “어차피 예정했던 ‘기획탈당’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있다. 쇄신파의 분화와 소멸은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정치적 가치나 철학으로 뭉쳤다기보다는 구심점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했기 때문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친이계의 모태인 안국포럼 출신이면서도 이명박 정부 초반부터 쇄신을 요구하며 주류세력과 각을 세워 왔다. 친박계와 연대해 신주류로 부상했지만, 끝내 박 전 대표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한 명은 탈당했고, 한 명은 반박(反朴)으로 남았다. ●정태근·김성식 의원 결국 탈당 ‘원조 쇄신파’로 불리는 원희룡·남경필 의원도 궤적이 달랐다. 원 의원은 친이계로 돌아서 당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을 지낸 뒤 친이·친박과 모두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반면 남 의원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중립지대에 있다가 이번에 박 전 대표 쪽으로 발을 옮겼다. 중립을 견지하며 개혁을 주장했던 김성식·권영진 의원도 가는 길이 다르다. 김 의원은 정책 혁신을 주도하다가 결국 탈당했다. 맨 먼저 신당 창당을 주장했고 오래전 탈당을 예고하며 당 밖으로 한발을 빼놓았던 권 의원은 막판 박 전 대표가 손을 내밀자 발을 거둬들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광고주들, 충무로 감독과 눈 맞다

    광고주들, 충무로 감독과 눈 맞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의 한 갤러리. ‘의형제’(2010) ‘고지전’(2011)의 장훈,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의 강형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여배우들’(2009)의 이재용 감독 등 충무로의 쟁쟁한 연출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흥미로운 옴니버스영화이겠거니 했는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갤럭시 노트’를 활용한 광고영화 ‘시네노트’의 제작발표회였다. 발상이 특이하다. 웹툰 ‘노블레스’로 인기몰이를 한 손제호·이광수 작가가 갤럭시 노트로 결말이 없는 한 편의 웹툰을 그린다. 한 남자가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을 떠나는 웹툰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이재용과 강형철, 장훈 감독이 각각 로맨스, 코미디, 액션 장르의 결말이 다른 세 편의 영화를 제작한다. 주인공은 하정우가, 음악은 가수 이승철이 맡았다. 장 감독은 “액션 장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를 맡은 강 감독은 “단편영화를 너무 찍고 싶었을 시기에 기회가 왔고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하게 돼 여러 여건이 맞았다.”면서 “약간의 모험물이 될 것 같은데, 시나리오는 아직 수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안 해 봤던 것, 새로운 것을 할 때 흥미를 느끼는데, 모바일폰으로 찍어 본다는 것이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한 영화 제작이 처음은 아니다.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인플루언스’에 이어 올해 ‘쉐어 더 비전’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바람의 파이터’(2004) ‘그랑프리’(2010)의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병헌, 배수빈, 이수경이 출연했다. 앞서 이병헌과 한채영, 조재현이 출연한 ‘인플루언스’는 700만명이 접속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홍보대행사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시네노트’는 광고라기보다는 제품을 통해 모든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려는 의도”라면서 “일반 광고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도 기업들이 충무로 인력을 끌어들이는 까닭은 문화적 온기를 통해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印 한마을 주민 131명 酒死

    印 한마을 주민 131명 酒死

    인도에서 유독성 물질이 섞인 밀주(密酒)를 마신 주민 131여명이 숨졌다. 빈민층이 값싼 술을 찾다가 발생한 사건인데 이 같은 참사는 인도에서 익숙한 일이다. 주 정부가 독성 물질이 들어간 밀주 제조·판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인도 서벵골 주의 상람푸르 마을 주민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가택에서 불법 양조된 술을 마셨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14일 아침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으며 15일까지 최소 13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관영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치료 중인 주민 가운데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 많아 전체 사망자가 계속 늘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마을 근처 불법 양조장을 수색해 불법 주류를 제조, 판매한 일당 4명을 체포했다. 이들이 술에 섞은 메탄올은 연료와 부동액 등으로 사용하는 공업용 알코올이다. 희생자들이 살던 곳은 서벵골 주의 대표적 빈민가로 피해자들은 건설현장 인부와 인력거꾼, 노점 상인 등 벌이가 많지 않은 서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주는 정식 허가받은 주류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살림살이가 어려운 인도인들이 많이 찾는다. 밀주를 마신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한 안와르 하산 물라는 “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뒷거래가 있는 것인가.”라며 슬퍼했다. 인도에서 몰래 만든 술을 마셨다가 숨지는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09년 7월 인도 구자라트 주에서 밀주가 불법 유통돼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2008년에도 남부의 안드라프라데시와 타밀나두 주에서 비슷한 사고로 170명 가까이 숨졌다. 구자라트 주는 만연한 불법 양조를 차단하기 위해 독성이 혼합된 주류를 만들어 판매할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률안을 지난주 제정하기도 했다. 마마타 베네르지 서벵골 주지사도 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주류를 생산, 판매한 사람들에 대해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술자리서 男 소주8잔·女 5잔 이상땐 위험하다는데

    술자리서 男 소주8잔·女 5잔 이상땐 위험하다는데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폭음하고 있다. 또 1년에 한 번 이상 이른바 ‘폭탄주’를 마신 국민도 10명 중 3명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류 섭취량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26.5%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고위험 음주는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60g(소주 8잔), 여성은 40g(소주 5잔) 이상의 알코올 섭취를 말한다. WHO의 적정 권장 음주량은 남성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알코올 40g(소주 5잔·맥주 컵으로 5.5잔), 여성은 16g(소주 2잔·맥주 2.7잔)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효소 분비량이 적어 과음에 더 주의해야 한다. 고위험 음주 당시 마신 술은 소주가 66.3%로 가장 많았고 맥주 20.8%, 포도주 2.9%, 탁주 2.6%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이내에 한 잔이라도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2.9%에 달한 반면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마셔본 술(복수응답)은 맥주 92.9%, 소주 87.2%, 탁주 52.5%, 복분자주 26.8%, 위스키 25.6%, 포도주 25.4%,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폭탄주를 마신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4%에 달했다. 응답자 가운데 소주·맥주를 섞은 ‘소폭’을 마신 비율은 94.6%, 양주와 맥주를 섞은 ‘양폭’을 마신 비율은 22.6%였다. 한자리에서 마시는 평균 폭탄주의 양은 소폭이 4.1잔, 양폭은 4.6잔이었다. 소폭 1잔에는 평균 13.4g, 양폭 1잔에는 15.7g의 알코올이 함유돼 남성은 소폭 5잔·양폭 4잔, 여성은 소폭·양폭 모두 3잔 이상만 마셔도 고위험 음주군에 속한다. 식약청은 다만 폭탄주가 흡수가 빨라서 빨리 취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알코올 함량이 높아서 빨리 취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단숨에 술잔을 비우기보다는 여러 차례 나눠 마시고 물이나 음식을 함께 먹는 등의 음주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주류 수입업체 직판 허용땐 대기업 독점”

    정부가 주류 수입업자가 소비자에게 주류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로 지방에서 활동하는 기존의 주류 도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13일 부산시와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에도 칠레산 와인 등 일부 수입 주류의 소비자가격이 내리지 않는 원인을 다단계 유통구조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통 단계의 간소화 등을 위해 주류 수입업체의 겸업 금지 조항과 소비자 직판 금지 조항의 폐지 등을 담은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 사무규정을 개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업중앙회 측은 “수입업체의 수입 및 판매 겸업이 허용되면 전국 1200여개 종합주류 도매업체와 560여개 수입주류 전문도매업체, 국내 250여개 전통 포도주 제조회사 등이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현재 수입 주류의 이익구조가 대부분 수입업자에게 편중돼 있으며, 중간 도매업체는 이자와 인건비조차 확보하기 힘들 정도로 영업환경이 열악한 실정인데, 수입 직판이 허용되면 대형 수입업체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 가격인하 효과는 낮고, 영세한 대부분의 수입업체도 10개 남짓한 대기업 계열의 수입업체에 영업망을 다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옥 도매업중앙회 회장은 “결국 대기업이 전국 곳곳에 소매점까지 운영하면서 독점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오비맥주값 인상 보류… 국세청 압력에 한발 빼

    오비맥주가 맥주값을 올리려고 했다가 국세청의 압력에 한 발 물러섰다. 오비맥주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두 자릿수 이상의 맥주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출고가를 올릴 계획이었으나, 연말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시책에 부응해 가격 인상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지난 8일 카스와 OB골든라거, 카프리 등의 제품 출고가를 11일부터 평균 7.48% 올린다고 발표했었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10% 안팎의 인상을 계획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고려해 인상폭을 낮췄다. 이 회사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류비 부담이 늘고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한 것을 이유로 들면서 출고가 인상을 추진해 왔다. 회사 측은 “시기적으로 맥주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인상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지만, 주된 원인은 국세청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오비맥주와 가격 인상안을 놓고 사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인상 요인이 적으니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회사에 대한 국세청의 사전 행정지도는 없어졌지만, 오비맥주로선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 심종문(SHEN CONGWEN). 그는 펑황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전원 소설 <변경>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중국 역사유물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들 방대한 영토 안에 한 국가로 부대끼며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들. 그들이 보여주는 문화가 지방마다 다르기에 중국은 여행을 거듭해도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한 느낌이다. 전통가옥과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성古城’ 혹은 ‘고진古鎭’이 처음은 아니지만 후난성의 고성을 방문했을 때, 그 시간들은 여전히 이색적이었다. 그 고즈넉한 여행을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지혜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자연이 만들고 지킨 고성마을 고성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므로 배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펑황고성은 행정구역상으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의 펑황현에 속한다. 1957년에 지정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는, 자치주 청사소재지인 지소우시吉首市와 루시현瀘溪, 구장현古丈, 후아위엔현花垣, 바오징현保靖, 용순현永順, 롱산현龍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에 상서가 붙은 이유는 상강湘江이 흐르는 후난을 한자로 ‘상湘’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상서 지역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외국인이 소수민족의 문화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나,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은 묘족, 강족, 장족 등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이곳은 토가족 문화가 강하다. 2006년 기준으로 276만명이 거주하는데, 이 가운데 약 71%가 토가족과 묘족이다. 펑황현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청나라 때부터 부르던 것. 현존하는 성곽 터 등은 대부분 원명 시대에 기초를 형성했고, 청나라 때 보수하고 개축했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파괴되지 않고 특유의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다. 펑황고성은 타강?江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쭉 이어지는데, 목조로 된 가옥을 떠받치기 위해 세워놓은 얇고 길쭉한 나무들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강을 넘어 침범해 오는 적을 방어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성곽은 강을 따라 세워졌다. 평지가 많은 중국 강남에는 성곽이 드문 편인데 펑황고성은 이런 지형적 조건 때문에 독특한 형태의 고성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아직 옛 건물의 겉모양은 그대로지만 내부는 호텔, 상점, 카페, 바BAR 등으로 개조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일반 호텔에 묵을 수도 있지만,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타강을 따라 형성된 옛 거리에 묵으면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펑황고성에는 타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다. 수심이 낮고 해초가 많아 동력배는 이용할 수 없고, 여전히 나룻배와 돛단배가 교통수단으로 유용하다. 이런 유유자적한 모습이야말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떠나온 이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도시인을 사로잡는 거리 산책 이제 본격적으로 펑황고성 산책을 시작해 보자. 타강을 따라 성 밖으로는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고, 그 반대편인 성 안쪽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북문인 벽휘문에는 수심이 낮을 때에도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룻배와 돛단배 여러 척이 자리하고 있다. 보기보다 민첩한 배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일주를 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이동수단이 되기도 한다. 홍교는 청나라 강희제 때 보수한 후 지금까지 당시의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홍교에는 내부에 전망대가 있고, 부근으로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다. 반면, 홍교 건너편에 위치한 승항문쪽에는 소소한 전통 공예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펑황고성은 특별히 사진 촬영을 위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거리에서 고가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진 이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풍경 자체가 멋져서 (똑딱이라고 하는) 소형 카메라만으로도 괜찮은 여행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촬영의 적시는 해질 무렵이다. 혹은 해 뜨기 직전의 물안개 낀 모습도 특별하다. 펑황고성의 밤과 낮 풍경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낮의 펑황고성이 손님들로 분주한 상가와 여행객들의 상기된 표정으로 들썩인다면, 밤은 차분한 가운데 화려한 불빛이 타강 전체를 타고 흐른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전광판을 내걸지는 않았다. 어두운 강이 반사판이 되어 불빛이 저 홀로 2배, 3배로 환하게 반짝일 뿐이다. 기념품이야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지만, 토가족과 묘족은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이 유난히 빼어나다. 베틀로 직접 짠 천과 그것을 다시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망토와 숄이 예쁘게 걸려 있다. 몇 대에 걸쳐 염색 기술을 전승해 온 공방도 있다. 묘족은 결혼 예물로도 은장식을 준비할 정도로 은 세공품 제작기술이 뛰어나다. 길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액세서리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아낙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기념품들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만든다고 촌스러울 거라고 생각은 틀렸다. 자연에서 배운 그들의 예술 감각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펑황의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간식거리도 다양하다. 중국의 음식은 향이 강하고 또 기름져서 샹차이(고수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펑황에서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잎사귀에 싸서 찐 찰밥, 쌀로 만들었다는 두부와 짭쪼롬하고 매운 소스를 뿌린 각종 먹을 것들이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후난성 펑황현 사람 심종문 ‘심종문, 22세, 학생, 후난성 펑황현 사람.’ 글은 심종문이 문인생활을 위해 베이징으로 갔을 때 처음으로 머물었던 여인숙의 숙박부에 기록했던 자신의 인적 사항이다. 심종문은 1902년에 펑황현에서 태어났다. 펑황고성 여행에 있어 심종문 생가는 주요한 방문지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돼 있는 <변성邊城>은 심종문의 대표작이다. 소설에서는 펑황이라는 지명이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에 묘사된 장소들을 그려 보면 쉽게 작가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다. ”쓰촨에서 후난으로 가는 길에 관가에서 닦은 도로 하나가 동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노라면 후난 서쪽 경계 부근에 차동茶洞이라 불리는 작은 산성이 나타난다. 거기에 작은 강이 하나 흘러 지나가는데 강가에는 작은 흰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 밑으로 외딴 인가가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한 노인과 여자애 그리고 누렁개 한 마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 정재서 역/ 황소자리 노인은 단오절에 성 안에서 열리는 용주 시합에 취취를 데려가고, 부두를 관리하는 순순順의 두 아들 천보天保와 나송儺送이 동시에 취취를 좋아하게 된다. 취취도 둘째인 나송에게 끌리지만 정작 중매쟁이를 내세워 청혼한 것은 첫째 천보였다. 뱃사공은 뱃사공대로 외손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려 애쓰고, 천보 또한 두 번에 걸쳐 청혼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후 천보는 사고로 죽고, 충격을 받은 나송 또한 마을을 떠난다. 얼마 안가 뱃사공 노인이 죽고 취취는 할아버지에 이어 처녀 뱃사공이 된다. 취취는 “어쩌면 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바로 ‘내일’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나송을 기다린다. <변성>을 읽고 있으면 펑황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묘사도 있다. ” 누런 흙벽이며 검은 기와며 알맞게 자리잡은 집터며, 모든 것이 주변 경치와 한데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시를 좀 읊을 줄 알고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이 강에 작은 배 하나를 띄우고 그 위에서 한 달여를 노닌다 해도 싫증나지 않을 풍경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신기하고 아름다우니 자연의 거대하고 정교한 모습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 - 정재서 역/ 황소자리 고성 한 켠에서 묘족이 전통 혼례를 선보이고 있다. 묘족 아가씨가 혼례에 참가한 하객들에게 전통 미주米酒를 권한다. 미주는 쌀로 만든 술로 우리 막걸리보다 달콤하고 도수가 약해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소설보다 극적인 작가의 삶 심종문은 삶 자체가 마치 소설 같은 사람이다. 심종문 생가에는 이러한 그의 일대기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심종문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구이저우 총독을 지낼 정도로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지녔었다. 그러나 심종문의 어머니는 묘족 여자였고, 또 아버지는 신해혁명 등에 가담해 점차 가세가 기울게 된다. 심종문은 소학교마저 마치지 못했지만, 상서군벌 진거진의 비서로 지내는 동안 송명대의 그림과 고서, 고전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학력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지만 베이징대에서 수업을 청강하며 호적, 서지마, 호야빈과 같은 문인사상가들과 교류했다. 그 중 호적이 교장으로 있는 오송중국공학에 교사로 재직하게 되었고 학교 학생이었던 장조화에게 반해 끊임없는 구애와 무수한 러브레터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좌익사상은 물론이고 문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 심종문은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후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중국역사박물관에 배속돼 활발한 문화유물학자로 성과를 남겼다. 심종문은 <변성> 외에도 여러 작품에서 펑황과 상서, 그리고 후난 지역의 풍경과 사람을 묘사했다. 아내 장조화에게 보냈던 러브레터와 <상서산행湘西散行>, <상서湘西> 등이 대표적이다. 심종문뿐 아니라 펑황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예술가로 황영옥黃永玉이 유명하다. 실제로 후난성의 장자지에를 방문해 보면, 동양의 수묵화가 눈앞에 펼쳐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그 펑황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전세계적으로 알린 화가가 황영옥이다. 타강 강변에 자리잡은 그의 화실 ‘탈취루’ 역시 펑황의 명물인데, 심종문과 그는 친척관계다. 이 밖에 중화민국 초대 내각총리를 지낸 인물인 웅희령熊希齡은 어려서부터 ‘후난성의 신동’으로 그 천재성을 널리 알렸었다. Travel to Hunan ▶펑황고성 찾아가기 펑황고성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장자지에와 이웃해 있어 차량으로 2~3시간여 거리다.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와 인천 사이에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약 3시30분여 정도 소요된다. 창사국제공항은 최근 신축을 통해 수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내부 시설 등이 업그레이드 됐다. 후난성은 아직 곳곳에 교통 인프라 개선이 진행 중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창사-장자지에는 4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며, 창사에서 펑황고성까지는 총 5~6시간이 소요된다. 차량 이동 시간은 향후 더욱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타> 촬영지 장자지에와 펑황고성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 장자지에가 속한 곳이 바로 후난성이다. 통상 ‘장가계’로 불리며,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천자산, 양자지지에 등이 함께 ‘무릉원武陵源’으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천자산과 원자지에, 보봉호, 황룡동굴 등도 함께 관람하려면 이곳에서 최소 2박 이상 머무르는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와 친환경 차량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걷지 않고 등산코스도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또 영화 <아바타>에서도 그 모습을 빌려갈 정도로 독특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의 산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장자지에와 펑황고성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함께 여행해도 좋겠지만 두 곳을 함께 관광할 경우 5~6일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재 판매 중인 패키지여행 상품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방문하는 일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일정이다. ▶또 하나의 후난성 고성 베이징 후통을 닮은 간저우고성乾州古城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의 청사소재지인 지서우시에도 주목할 만한 고성이 있다. 바로 간저우고성이다. 펑황고성과 달리 시내에 위치해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입구인 북성문은 새로 지은 세트장 같은 인상을 줘서 첫인상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안으로 걸으면 금세 베이징의 후통과 비슷한 고즈넉한 옛 건물과 정겨운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간저우고성은 만용강萬溶江과 천성하天星河, 두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위치한다. 간저우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로 그것이다. 북성문을 빠르게 지나쳐 오른쪽으로 조금만 거닐면 호가당이 나온다. 한 채의 집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연못 주위로 10여 가구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름이면 호가당이 끼고 있는 넓은 연못에 연꽂이 가득 찬다. 펑황고성이 들썩이고 활기에 찬 모습이라면, 호가당은 도시에 위치하면서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한가롭다. 연못가에 잠시 앉아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든다. 청나라 옹정제 때 지어진 간저우 건주문묘는 호남 지역에서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문묘(공자를 모시는 사당) 가운데 하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건주문묘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택동 사상이 적힌 현판을 건물 외벽 곳곳에 덧붙여놨었다고 한다. ‘낡은 사상’을 몰아내자고 불교와 유교 유적들을 대거 훼손했던 문화대혁명의 폭풍을 그렇게 피해갈 수 있었다. 창사에서 펑황으로 가는 길은 지서우를 거쳐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서우를 거쳐야 펑황으로 가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서우에 방문하게 된다면 간저우 고성을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1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후난성 지서우시에 위치한 간저우 고성 2 관광객들에 아랑곳없이 마을 구석구석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3 후난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간저우 문묘, 오래된 멋이 느껴져 좋다
  • [청와대 개편] 정치색 없는 실무형 발탁… 당·정·국회 소통 새 돌파구 될까

    [청와대 개편] 정치색 없는 실무형 발탁… 당·정·국회 소통 새 돌파구 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하금열 SBS 상임고문의 대통령실장 발탁을 골자로 하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한 것은 임기 말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치부 기자를 오랫동안 해 여의도 정치권에 인맥이 많은 하 내정자를 기용함으로써 임기 말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당·청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하 내정자는 정무적 감각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민 여론을 적극 반영해 원활한 당·정 및 대국회 관계를 이룰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이 같은 점에서 이명박 정부 후반기 주요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적임”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정치적 색깔이 없는 실무형 인사인 만큼 임기 말 당 쪽으로 급격히 힘이 쏠리는 상황에서 청와대 내부의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포함돼 있다. 하 내정자 발탁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 인사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한다. 지난 9일쯤 본인에게 통보한 뒤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주요 후보군에 올랐기 때문에 이러한 ‘깜짝 인사’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각각 마지막 대통령실장으로 기용했듯 역대 정권은 측근 인사를 마지막 대통령 실장으로 기용해 왔다. 이에 반해 이 대통령이 의외의 인물을 기용한 것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반여권 성향이 확연히 드러난 2040세대와의 소통 강화, ‘회전문 인사’ ‘돌려 막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과 당의 반대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신설되는 청와대 세대공감회의를 주관할 세대공감팀장을 공모를 통해 뽑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는 특히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퇴진이 눈길을 끈다. ‘MB의 집사’라고 불렸던 김 기획관은 확실한 ‘순장조’로 꼽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퇴는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물러난 것처럼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문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물러난 가운데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장다사로 실장을 총무기획관으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동우 정책기획관은 이번에 정책기획관실과 통합되면서 역할이 더 커진 기획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MB노믹스 유지를 주장해 온 백용호 정책실장도 이번에 물러나면서 조만간 학교에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백 실장 자리는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청와대 특보 중 이미 사의를 밝힌 박형준 사회특보 외에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유인촌 문화특보, 이동관 언론특보, 김영순 여성특보 등 5명은 총선 출마를 이유로 물러나기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최병렬처럼 되기 싫다” 했지만 결국…

    “최병렬처럼 되기 싫다” 했지만 결국…

    “최병렬 전 대표처럼 되기는 싫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사퇴 직전 남긴 말이다. 이로써 홍준표 체제는 출범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개혁의 주체를 자처하다 객체로 전락했다. 한나라당 역대 대표 중 최단명이라는 오명도 쓰게 됐다. 이날 오전 사퇴 결심을 굳힌 홍 대표는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회견문은 700자 분량으로 간략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이 “지도부 공백 상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고 묻자 “당헌당규를 따르면 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직접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나는 한나라당 대표입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퇴진을 결심한 것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오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뜻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상 최고위원회가 와해되는 상황을 맞아 더 이상 버틸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이종혁 의원과 김장수, 홍문표 최고위원이 잇따라 홍 대표를 찾아 ‘용단’을 권한 것도 홍 대표의 결심을 부추겼다. 홍 대표는 지난 4·27 재·보궐 선거 패배로 ‘안상수 체제’가 붕괴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열린 7·4 전당대회에서 21만여명의 투표로 당선됐다. 취임 직후 시쳇말로 ‘정책 종결자’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대기업 때리기를 주도했고, 인천공항공사 ‘국민 공모주’ 매각과 같은 친서민 정책도 쏟아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10·26 재·보선 패배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으로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홍 대표는 지난 7일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 카드’를 내밀며 맞섰다. 전날에는 ‘선(先) 공천 개혁, 후(後) 재창당’ 등을 담은 당 쇄신안도 꺼냈다. 그러나 믿었던 친박계마저 등을 돌리면서 물러나게 됐다. 홍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2003년 6·26 전당대회에서 23만여명의 투표로 선출된 최 전 대표와 닮아 있다. 최 전 대표가 당시 주류 경쟁자였던 서청원 후보를 눌렀던 것도 차기 대선후보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최 전 대표 체제 역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같은 해 10월 불법 대선자금 문제인 ‘차떼기 사건’이 터지면서 치명상을 입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무력화됐다. 이로 인해 당시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았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2004년 총선을 위해 자신과 가까웠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공천심사위원장에 기용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공천 탈락이라는 인적 쇄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 대표는 최 전 대표와 달리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비로소 최 전 대표와 다른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소장·쇄신파 “洪대표 공천권 연연”… 親朴도 “정치적 수사일뿐”

    소장·쇄신파 “洪대표 공천권 연연”… 親朴도 “정치적 수사일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꺼내든 쇄신안이 오히려 당내 각 계파로부터 역풍을 부른 모양새다.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재신임을 얻은 것처럼 보였던 홍 대표 체제는 불과 하루 만에 다시 풍전등화의 위기로 내몰렸다. 우선 소장·쇄신파의 반응은 냉소에 가깝다.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무리수를 두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기존 지도부가 퇴진하는 게 순서인데 이를 외면하고 쇄신을 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의원도 “홍 대표가 공천권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홍 대표 자신부터 기득권과 묵은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민본21은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홍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홍 대표 퇴진론’을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비대위 구성과 운영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비대위는 일상적 당무 처리와 위기 수습, 신당 창당, 재창당을 총괄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본21은 이 같은 쇄신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쇄신파 동반 탈당 등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이러한 요구에는 권영진·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세연·박민식·신성범·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황영철 의원이 참여했다. 쇄신파인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도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남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본인 주도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기존 인식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내용 면에서도 새로울 게 별로 없다.”면서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과 동반 사퇴한 친이계 원희룡 의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당연히 하게 될 일을 열거해 놓고 재창당 형식을 씌운 것은 근본적 쇄신이 아니다.”면서 “결국 내(홍 대표)가 공천 작업도 하고 당헌·당규를 바꿔 대선주자급 인물을 내세우는 교통정리 작업도 다 하겠다는 것이다. 비상 대권을 쥔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재창당 모임’도 홍 대표가 제시한 쇄신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형환 의원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면서 “선(先) 재창당, 후(後) 공천 개혁의 순서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 소속 권택기·나성린·신지호·안형환·안효대·전여옥·조전혁·차명진 의원은 회동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애국인사를 결집해 재창당한 뒤 국민들의 뜻에 따라 개혁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재창당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와 연찬회를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박계 역시 쇄신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우세한 상황이다. 친박계 대부분은 “홍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면서 쇄신안을 평가절하했다. 친박계 중진 홍사덕 의원은 쇄신안에 대해 “말도 하기 싫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홍 의원은 전날 홍 대표 퇴진론에 “권력 투쟁으로 비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류 변화 가능성이 읽혀진다. 수도권 친박계 의원도 “지금 홍 대표 체제로는 힘들다는 게 당내 중론인데, 홍 대표가 밝힌 계획은 그야말로 정치적 레토릭(수사)”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나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황우여 원내대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비주류인 황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쇄신파와 친박계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 체제 유지에 여전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근혜 역할론’과 맞물려 약간의 온도차도 느껴진다. 한 영남권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굳이 조기 등판할 이유가 없다. 홍 대표가 책임지고 쇄신을 주도해도 된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홍 대표 주변에서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 대표와 가까워 당권파로 분류되는 박준선 의원은 “공천이든 재창당이든 대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추진기구를 조기에 출범시켜 중지를 모아간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장세훈·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재창당론·탈당설… 與 ‘난파’ 위기

    한나라당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테러’에 발목이 잡혀 당 쇄신은 고사하고 난파 위기에 직면했다. 정두언·김성식·정태근·권영진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당내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의 측근 그룹 등 비주류 진영을 중심으로 ‘재창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혼란이 확산될 경우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몇몇 의원들의 탈당설도 나돌기 시작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5일 밤 긴급회동을 갖고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 지도부의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위해 당력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김 경기지사, 정 전 대표 등 비주류 진영의 수도권 의원 9명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 회동을 가진 뒤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와 재창당 수준의 대대적 쇄신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며 “지도부가 재창당의 구체적 계획을 오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즉시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회동에는 재선의 전여옥·차명진 의원과 초선의 안형환·나성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 지도부도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마저 “당이 이대로 가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여러 가지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사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경찰에서는 더욱 엄중히 조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루자를 엄벌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원칙적인 입장만을 내놓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국 사회정의는 OECD 바닥권 지배층이 공공지원 중요성 간과”

    “한국 사회정의는 OECD 바닥권 지배층이 공공지원 중요성 간과”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ISD) 등으로 시끄러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의 핵심은 “세계는 평평한가.”라는 질문으로 요약 가능하다. 세계화론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제목(‘The World is Flat’)에서 나온 이 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는 모두 일개 국가에 불과하며 동등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우리가 꿀릴 게 뭐 있냐.’ ‘자신감을 갖고 부딪치면 싸워 이길 수 있다.’, ‘ISD는 미국 투자가 많은 한국에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는 주장들이 나온다. 그런데 정말 미국은 한국과 대등한 일개 국가인가.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홍시 펴냄)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고 ‘세계화 반대’ 같은 상투적인 반대 구호를 연상하는 것은 섣부르다. 저자 예란 테르보른(70)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세계화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어떤’ 세계화인지 묻는다. 이를 위해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생성됐는지부터 알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원제도 ‘세계,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The World ; The Beginner’s Guide)이다. 한국판 제목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는 내용에 비해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다. 책 내용은 일흔의 노()학자가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사회학자답게 4장 ‘지구에서의 우리 시대’에서는 출생,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노년기의 삶이 어떠한지 전 세계적인 비교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 결론은 이렇다. “북서유럽에서 태어나, 핀란드식 국립학교에서 교육받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북서유럽에서 살다, (영국)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를 나와, 아시아에서 멋진 결혼식을 하고, 동아시아에서 흥미진진하게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은퇴해서는 (스위스) 제네바나 (캐나다) 밴쿠버에 갔다가, 요양받을 무렵 스칸디나비아로 간다.” 테르보른 교수는 이를 ‘21세기 최고의 이상적인 생애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 재치에 절로 웃음이 난다. 저자의 출발점은 가족과 성(性) 역할을 토대로 문명권을 분류한 뒤 이들이 이후 어떻게 세계를 이루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해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근대세계의 출현이다. 서구는 자생적, 비서구는 반응적 근대화의 길을 걸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반응적 근대화에서 핵심은 앞선 나라들이 어떻게 근대화를 이뤘는지 관찰하는 일이다. 여기서 발견한 것이 바로 ‘대의정부’다. 반응적 근대화를 추진하던 후발 국가들은 “위협적인 제국주의 세력이 입헌적 대의정부를 갖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대의정부가 국력과 사회결집의 관건이라고 해석했다.”고 테르보른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정말 국민의 뜻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그가 보기에 “대의정부의 가치는 정권을 지키고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주류사회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은 관심 밖”이었다. 이것이 반응적 근대화를 추진한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로 나아간 일본이 거꾸로 천황제를 존속시킨 것이나, 경제발전을 내걸고 독재를 일삼은 한국도 매한가지다. 대의정부 흉내는 냈지만 국민의 뜻을 대신 표시하기보다, 국민을 동원하는 데만 관심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의식은 한국의 기이한 풍경과도 맞물려 있다. 저자는 “노인 존중의 나라에서 노인층 빈곤율은 가장 높다.” “사회정의에 관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거의 바닥권”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되묻는다. “한국의 지배층 엘리트들이 민족적 동질성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선진경제와 사회들에서 사회적 결집을 이루는 데 있어 온 국민에 대한 공공지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피땀을 흘린 이들이 가난에 떨고 있다면, 그 가난 위에 건강하게 성립된 국가는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세계적 시야에서 이뤄진 서술이다 보니 한국 문제는 드문드문 언급되지만, 그 지적들은 꽤나 뼈아프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전 미루는 공공기관, 속타는 제주 혁신도시

    이전 미루는 공공기관, 속타는 제주 혁신도시

    제주혁신도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전하기로 했던 기관들이 이전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 9월 서귀포시 서호동·법환동 일대 115만 1000㎡의 터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성사업에 들어가 지난달 말 현재 8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예정인원 1054명서 866으로 줄어 당초 서귀포시와 시민들은 제주혁신도시가 서귀포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일부 기관들이 제주 이전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 결정돼 서귀포시와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제주혁신도시에는 국토해양인재개발원 등 9개 기관에 1054명이 이전하기로 했으나 이전 예상 인원이 866명으로 줄었고, 지금은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제주혁신도시에 토지를 매입한 기관은 9개 기관 가운데 국토해양인재개발원(5만 8007㎡), 국립기상연구소(1만 6953㎡), 공무원연금공단(1만 9560㎡) 등 3곳에 지나지 않는다. 재외동포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임대청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제주로 이전하기로 했던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9월 열린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서 대구 이전이 확정되면서 제주에는 교육·연수기능만 보내기로 했다. ●市,정보화진흥원 대구 이전 반발 특히 국세공무원교육원과 고객만족센터, 주류면허지원센터 등 국세청 산하 3개 기관은 사업비가 확보됐는데도 토지매입이나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지연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주혁신도시 현장에서 ‘국세청 산하 3개기관 등 공공기관 이전 촉구 시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책위는 “국세청 산하 3개 기관이 지금처럼 이전에 계속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자칫 나머지 공공기관들도 이전에 미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결국 제주혁신도시는 돌이킬 수 없는 좌초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국세청 산하 3개 기관이 조속히 이전될 때까지 우리 시민들의 역량을 총결집해 앞으로 청원활동 전개와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 항의 방문 등 대정부 투쟁을 강력히 벌여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일 제주혁신도시 사업지구내에서는 국립기상연구소(소장 권원태)가 신청사를 착공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청사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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