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은 국민과의 약속”/朴泰俊 자민련총재 회견
◎부채비율 200% 이내로 축소 반드시 지켜야/정치인 비리 철저 추궁… 유야무야 없을것
□대담=安秉峻 정치팀장
“부채가 자산의 500∼600%인 재벌기업이 수두룩합니다.연말까지 200% 이하로 내려야 하는데도 빚을 갚기는 커녕 백화점을 사려는 그룹이 있답니다. 당장 조사하라고 했지요”
자민련 朴泰俊 총재는 지난 1월13일 30대 대기업이 내놓은 5개항을 ‘재벌개혁헌법’이라고 규정한다.그런데도 최근 5대그룹의 1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발표내용은 불만족스럽다는데 金大中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일본총리의 의원생활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金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16일 방일하기에 앞서 서울신문 安秉峻 정치팀장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경제문제를 포함,정치권 사정을 둘러싸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기국회 등 정국 전반에 대해 상세히 답변했다.
○1차 빅딜 내용 미흡
지난 주 金大中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재벌빅딜을 독려하는 책임을 맡기로 했는데 추진 방향은 어떠한지요.
▲사실은 그렇게 거창한 의미는 아닙니다.시장경제에 맡긴다 하더라도 국가적이고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입이나 지도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그 끝에 대통령께서 “朴총재가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관계 부처를 독려하고 기업들과 긴밀하게 대화를 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다소 의미가 증폭된 것 같습니다.구조개혁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기업의 자율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그러나 적극적인 자세로 독려할 것은 독려하고,지도할 것은 분명하게 지도해 나갈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와 LG간에 반도체사업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1차 빅딜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데요.
▲모든 것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자기 이해관계만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나라 차원에서도 판단해야죠.특히 재계는 일반 국민보다 더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그런 차원에서 결심을 해야 합니다.
○기업 의견 최대 존중
연말까지 재벌 구조조정이 안될 경우 정부 개입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까지 결론을 못내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지요.지난 1월13일 5대 그룹이 약속한 5개항은 기업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그것을 지켜야만 구조개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부채비율을 200%로 내리기로 했는데 아직 500∼600%인 기업이 수두룩합니다.우리 기업한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앞에 약속한 사항을 어기고 있을 때는 심한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사정정국으로 인해 정기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자민련은 어떻게 대처해 나갈 방침입니까.
▲여권 입장에서 국민회의와 공동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사정 정국을 이유로 야당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무조건 국회로 복귀해 산적한 국정현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세풍(稅風)’사건 등을 놓고 표적수사,정치보복 등 시비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세풍사건은 저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그러나 듣기로는 검찰이 기업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고 합니다.국세청이라는 막중한 국가권력이 특정정당의 선거자금 모금에 악용되는 현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곧 전모가 밝혀지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일을 정치협상 테이블에 올려 유야무야하고 넘어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영수회담을 주선하거나 한나라당 李會昌 총재와의 단독회동 등 정국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의향은 없는지요.
▲국회의원들의 개인 비리 내지는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부분이 문제가 아닙니까.어쩌면 야당 총재 자신이 관련되어 있을 개연성도 없지 않은 사안에 대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을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국민 앞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한 연후에 비리 관련자들은 검찰로 출두시켜 조사를 받게 하고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키는 것이 문제를 푸는 기본적인 수순이지요.그런 바탕위에서 어떠한 대화도 가능합니다.지금도 막후대화는 진행되고 있고요.
金鍾泌 총리가 최근 내각제 추진 연기를 시사하는 듯한 언급을 했는데 내각제 공론화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내각제는 국민의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정치적 토대의 하나인 동시에 우리 정치의 궁극적 지향점이 되어야 합니다.그러나 지금은 경제난이 참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내각제는 국민에게 약속한 제도입니다.대통령께서도 누차 언급하셨듯이 이 약속은 틀림없이 지켜지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내각제 연대를 위해 한나라당 李漢東 의원을 영입할 의향이 있는지,있다면 어떠한 대우가 가능하며,최근에 만난 적이 있는지요.
▲야당 내에도 내각제를 지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듣고 있습니다.그런 분들과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길이 모색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李漢東 의원은 민정당 시절부터 많은 부분에서 뜻을 같이 하며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평소 안부를 전하는 정도로는 교류하고 있지만 내각제 연대나 자민련 영입을 전제로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내각제 실현 확실
국민회의측에서 한나라당 민주계와의 민주대연합 등을 포함한 정계개편설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권이 막후에서지원하는 형태로 야당 분열이 일어나는 경우 선명성 경쟁을 야기해 오히려 정국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난 경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해주고 싶습니다.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만 그런 논의가 내각제를 봉쇄하려는 뜻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면 그것은 거꾸로 내각제 논의의 조기 공론화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원화된 공동정부로 인해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국정협의회는 어떻게 운영할 방침입니까.
▲금시초문입니다.국정협의회를 발족시키는 과정에서 다소 생각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마찰 운운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요.지난주 국정협의회는 대단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모든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습니다.
국민회의측의 정치제도 개선안,특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해 자민련 내부에 반대가 적지 않습니다.
▲지역감정을 등에 업고 특정지역을 싹쓸이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일견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어떤 경우든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개혁안이 좌초되어서는 안됩니다.앞으로 국정협의회에서도 논의되겠지만 정치개혁은 개혁의 시작인 동시에 개혁의 끝이라고 하는 국민정서를 우리 의원들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민정책 실패 짚어야
金鍾泌 총리의 영향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당 장악력이 다소 미흡하며,金총리 때보다 총재실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저는 정치경력이 일천하고 경험도 부족한 사람입니다.그런 사람이 총재직을 맡고 보니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그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분명한 것은 누구든 당을 장악할 수도 없고,장악하려 해서도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총재실 문턱이 높다는 지적은 전임자와 저와의 개성 차이같은 것도 고려해 주셔야하는 것 아닐까요.
경제청문회를 꼭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金泳三 전 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 모두가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 게 도대체 누구 때문인지를 분명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특정인이나개별 사안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문민정부의 총체적인 정책의 실패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특정인이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느냐,마느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물론 金전대통령이 5년간 최고 책임자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청문회를 진행하다 보면 그 분 얘기를 들어보아야 할 부분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그분을 반드시 증언대에 세워야 하느냐의 문제는 전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나 국가 체면과 같은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자민련 지지율이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데 복안이 있는지요.
▲충청지역이 중심이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급히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길입니다.앞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몇몇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예상되는데 수도권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당의 정책기능을 보강하고 젊고 패기있는 신인을 대거 발굴해 나가겠습니다.
자민련 역시 흠 있는 인사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런 지적은 수긍하기가 어렵습니다.최근 입당한 車秀明 金學元 金基洙 의원 같은 분들은 지식이나 덕망면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하는 분들입니다.◎朴 총재 회견 후기/金 대통령 신뢰 바탕/여유있게 의견 피력/IMF 극복 의지 강해
인터뷰는 TJ(朴泰俊 총재)가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에 이뤄졌다.인터뷰 약속시간을 못지킨 그는 마포 당사7층 총재실로 들어서며 “미안하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로 반갑게 대했다.
TJ는 일본에 가는 것이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YS집권 후,도피해 4년반을 일본에 묻혀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유쾌한 표정이었다.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YS는 경제청문회 출석대상자로 거론되고 있고 TJ는 집권공동여당의 실력자다.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매주 한번 이상 단둘이 회동을 한다. 경제개혁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다.TJ의 발언은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의 97년 대선공조는 사실 ‘朴泰俊이라는 포철신화를 일으킨 경제전문가를 얻기 위해서였다’(金大中 著 ‘나의 길 나의 삶’).때문에 현정권에서 TJ의 위치는 확고하다.개혁의 강력한 핵심이다.재벌의 빅딜 등을 주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동안 줄곧 자신만만·여유만만한 표정이었다.포철신화처럼 IMF터널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의지가 읽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