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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나로호 이후의 과제/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시론] 나로호 이후의 과제/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기대를 모았던 나로호의 발사가 지름 10여㎝ 되는 고무 링 하나 때문에 연기됐다. 여론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로호 발사를 직접 참관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우주센터 인근에 투숙했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여론은 실망감에서 비난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마 이러한 상황은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때마다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로호를 개발하고 발사를 주관하는 기술진을 믿고 기다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주발사체의 발사에 있어서 사소한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발사가 연기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로켓 및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주왕복선(스페이스 셔틀)의 발사일자가 공개되면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든다. 날씨의 변화나 기술적인 문제로 발사가 연기될 때 관람객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아무도 불평하거나 NASA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발사 연기 사유와 그 후속조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기술자들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우주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자들을 믿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고무 링이 파손된 것은 얼핏 매우 사소한 일로 보이지만, 기술진은 파손이 다른 부분의 결함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와 파손으로 인해 다른 부분에 2차 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절차는 만전을 기하기 위한 상식적인 조치이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발사준비위원회가 오는 9일로 발사일을 재공고 했지만, 점검 과정에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시 연기한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기술진들이 죄인처럼 언론에 비쳐지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술자들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우주강국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우주에 대한 열망, 인내심, 실패로부터 다시 도전하는 것을 용인하는 문화를 가진 국민들만이 진정 우주강국의 주권자가 될 수 있다. 나로호 개발에 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었고, 그중 2000억원은 1단 로켓개발을 위해 러시아로 빠져 나간 것을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그리고 또 왜 하필 러시아와 협력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국내에서 지출된 금액 가운데 500여억원은 2단 로켓의 제작 비용으로 지출되었고,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 사업단은 지난 10년간을 남은 예산으로 꾸려 왔다. 10년간 발사체 사업단 인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빠듯한 돈이다. 그러나 사업단은 이 돈으로 나로호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9년 후 완성될 한국형 발사체 주엔진의 축소형인 30t급 엔진을 시험했으며, 터보펌프 기술을 정착시켰다. 맡은 자리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분명히 거두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일반 산업기술에 있어서는 취약하다. 하지만 우주로켓의 핵심인 엔진 분야에서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 발사 기관들이 러시아의 RD 엔진을 수백기씩 들여다가 미국 내에서 우주발사체 주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사실일 것이다. 우리를 포함하여 인도,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후발 우주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협력에 의존하는 것은 그것이 최선이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러시아의 엔진기술을 조금이라도 배워서 우리 것으로 해야, 언젠간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우수한 우주로켓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는 차분히 기다려야 할 때다. 8월부터 석 달 이상 외진 섬에서 발사를 위해 애쓰고 있는 한·러 기술진을 믿고 인내할 때다. 그들에게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전하고 싶다. 진정한 성공은 좌절과 낙심을 넘어서 오는 것이다. 10년 후 한국형 발사체가 우주에 당당히 쏘아지는 날, 웃으면서 오늘을 회상할 때가 오리라 믿는다.
  •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상품과 금융의 세계화가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라는 지난 30년간의 통념은 신화에 불과하다. ”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학자 자크 사피르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가 2011년에 ‘탈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펴낸 책이 ‘세계화의 종말’(유승경 옮김, 올벼 펴냄)로 번역돼 나왔다. ‘자유화’와 동의어로 쓰이는 ‘세계화’에 오늘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신흥 경제국의 금융버블,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적·환경적 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에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가 있다면서 ‘탈세계화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냉정하게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1850~1929년 함선을 내세워 개방을 강요하던 제국주의 시절의 자유무역은 그나마 선진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현재의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임금을 떨어뜨려 가계부채를 늘리며, 일자리의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 부도의 재앙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의 신화’는 언제쯤 생겼을까? 1994~1997년 국제무역이 수치상 크게 증가한 뒤다. 국제무역이 각국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통념이 강화되면서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는데, 사피르 교수는 이것은 통계의 착각이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첫 번째 원인은 1991년 소련이 붕괴돼 과거에는 한 국가 내부의 거래로 잡혔던 수치들이 대외무역으로 분리된 것이고,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가격으로 환산되며 늘어난 것으로 잡혔다는 것이다. ‘자유무역 신화’의 강화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절정에 이른다. 세계무역의 자유화에 따른 이득이 8320억 달러이며, 이 중 개도국의 몫이 5390억 달러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것이다. 자유무역이 개도국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이념이 확산됐다. 문제는 이 자료가 2년 뒤인 2005년 홍콩 WTO각료회의 예비토론에서 뒤집힌 것. 자유무역에 따른 이득은 2900억 달러로 줄고, 이 중 개도국의 이익은 9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도국 몫은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제로’(0)로 나왔다. 사피르 교수는 전체이득의 3분의2가 사라지고, 개도국의 이익이 5분의4 이상 줄어든다면 자유무역의 이득이 과연 존재하느냐고 반문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허구도 지적한다.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FTA는 무역이 활성화되면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세수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한 세수증가가 즉각 관세수입의 감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소득의 증가가 현실화될 때까지 국가는 공공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교육, 연구, 보건, 인프라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재정압박에 따라 증세를 결정하게 되는데, 개도국의 빈곤층이야말로 신규 세금에 죽어난다는 논리다. 자유무역은 부도덕한 무역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산업폐기물이 개도국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이 되면 폐전자제품이 2007년보다 7배를 웃돌고, 인도는 같은 기간에 20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에 의한 두 나라 간 무역이 서로 득이 된다는 설득 역시 허구라고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제목에서 이미 결론을 밝혔다. ‘탈세계화’해야 하고, 질서 있는 탈세계화를 위해 각 국가는 연대하라고 주장한다. 또 세계화가 가져온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내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처럼 수출에 목숨을 걸고 자신의 상품을 더 싼 가격에 많이 팔아 경제회복을 이루겠다는 욕심에 돈을 무한정 찍어내게 되고, 결국 ‘화폐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일본·유럽에서 양적 완화를 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 것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사피르 교수는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유로화 체제에서 탈피해 자국 화폐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통화주권, 재정주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유로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12년, 공화국의 가을/박찬구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2012년, 공화국의 가을/박찬구 정치부장

    비가 내리면, 으깨진 은행 열매 위로 덜 익은 낙엽, 수없이 뒹군다. 빗물은 낙엽의 자유의지를 용납하지 않고 아스팔트에 침착시킨 채, 한갓진 뒷거리로 낙엽을 떠민다. 스스로 버리면서 아름답게 불 타는 낙엽은, 제대로 거리를 덮어보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흘러 다니다 철이 바뀌면 존재가 잊히곤 한다. 하지만 계절이 돌아오면, 낙엽은 또다시 도심 곳곳에서 스멀스멀 불타오른다. 떨어져도 돋아나고 날려 가도 되살아나는, 낙엽은 민초(民草)를 닮았다. 권력과 가진 자에 묻히고 소외되다가도, 때가 되면 만산을 뒤덮을 기세로 떨쳐 일어나 존재를 알리는 그런 민초의 얼굴을, 낙엽은 떠올리게 한다. 바람…. 광풍이 불면, 몇 계절 전 폐업 알림판을 내건 거리의 텅 빈 매장은 문을 안으로 더욱 굳게 잠가 버린다. 매장 바닥에 널브러진 반쯤 찢긴 차림표에는, 기억이 먹먹한 돈가스 집 주인네의 얼굴처럼 주름이 가득하다. 그래도 아침마다 오토바이는 전화번호가 뚜렷한 일수 명함을 매장 출입문 아래에 착착 꽂아 넣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파트 입구에는 오늘도 신장개업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얼마나 많은 스티커의 주인들이 ‘5분 바로대출’에 목을 매다, 하나 둘 거리를 떠날까. 비바람에 서대문 우체국 앞 자전거 보관소 빈터의 노을 술판은 자취를 감춘다. 일상의 피곤함에 찌든 얼굴들이지만, 서로의 가진 것을 탐하거나 선의를 범하지 않고 일회용 종이컵에 소주 한잔으로 하루살이를 위안하고 보듬는 이웃들이다. 한여름 부채로 장단 맞추며 수다를 떨던 그이도, 가사나 곡조는 분명치 않지만 귀에 익은 타령을 불러대던 그녀도, 다리가 불편한 노점 청년 옆에 앉아 인생 설교를 해대던 노인도, 비바람에 어디론지 흩어진다. 우리네 이웃들은 언제쯤 다시, 빗물 말릴 한 자락 볕을 쬘 수 있을까. 비오는 날이면 한우 고깃집 건물의 한 모서리, 세로로 길게 뻗은 5층짜리 고시원 앞에는 운동복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사내 두엇 담벼락 옆에서 잠을 깨운다. 나이로 보면 고시생 삼촌뻘 됨직하다. 공치는 날에 고시원은 더 붐빈다. 2012년 가을, 정치권은 대목이다. 대선 후보들의 언변은 화려하고, 동선은 분방하다. 따르는 자들의 위세도 당당하다. 계절만 바뀌면 금세 세상을 바꿀 것처럼, 모든 이들의 삶이 바뀔 것처럼, 그네들은 거침없다. 따지고 보면, 수천년 터전에서 세상을 사람답게 바꾸려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이들은 지배층도,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었다. 12세기 무신 권력에 항쟁한 민초는 원나라 침략에 맞서는 주역이 되고, ‘모이면 도적이고 흩어지면 백성’이라던 갑남을녀는 16세기 지배층의 무능과 부패에 온몸으로 항거했다. 왜란과 호란에서 터전을 지켜낸 민초는 19세기 가렴주구의 삼정(三政)에 다시 떨쳐 일어난다. 19세기 말 동학농민전쟁과 반일 의병투쟁에서 기상을 떨친 민초의 DNA는 4·19 혁명과 6월 민중항쟁으로 오롯이 계승된다. 승자와 패자(覇者)의 역사는 때로 이들을 모반으로 기록하지만, 이 땅의 민초는 들판의 잡초처럼 긴 세월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어쩌면 텅 빈 매장의 스티커 주인, 빈 터에 웅크리고 담벼락에서 비를 피하는 이웃들, 낙엽 같은 그이들이 수백년 전 민초의 후손이며, 이 시대 변화의 주체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연출된 선거 이벤트에서 금과옥조를 읊조리는 후보들이 경외하고 섬겨야 할 대상은 권력도, 언론도, 가진 자도 아닌, 바로 이들 민초일 테다. 현대사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이들을 국민이라 일컫는다. 헌법 제1조는 적시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유권자는 국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거에서 표를 모아, 사람다운 세상, 살기 나은 사회를 도래케 할 이들은 낙엽같이 거리를 뒤덮는 민초, 유권자들이다. 변혁의 뿌리와 그 시작은, 지나온 우리 역사에서 보듯 이들로부터이다. 2012년 공화국의 가을, 낙엽의 군무(群舞)를 꿈꾼다. ckpark@seoul.co.kr
  • “民·官 통합형 주민자치회 바람직”

    “民·官 통합형 주민자치회 바람직”

    정부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설립에 대해 주민과 지방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형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울신문이 후원하고 한양대학교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25일 공동 주최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합동세미나에서 이 같은 대안이 제시됐다. 서울 을지로1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의 학자들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국·일본·독일 등 3개국 학자 참여 ‘한국의 주민자치센터 구성과 운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민자치회 설립과 관련해 자치가 아닌 행정 단위로서 한계를 지닌 현행 읍·면·동 체계에서 주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민관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시민단체나 민간과의 프로그램 중복 문제, 문화·여가 중심으로 한정된 기능 등 기존 주민자치센터의 한계를 지적하며 ▲통합형 ▲협동형 ▲주민조직형을 주민자치회 운영의 세 가지 모델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자치적인 주민위원회의 구성원을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주민조직 모델을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현실성을 고려하면 주민 대표자와 지방공무원으로 구성된 통합 모델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어떤 모델이더라도 주민들이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지역공동체의 현황을 소개한 미쓰히코 오카모토 일본 도카이대 교수도 김 교수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미쓰히코 교수는 일본 미타카시 주민공동체 등의 사례와 설립 원칙을 소개하며 “주민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지역 커뮤니티가 힘을 잃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1%의 주민이라도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주민자치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잠재력에 주목하자.”면서 “이들이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권의 단위”라고 말했다. 후베르트 하이넬트 독일 다름슈타트 기술대학 교수는 “지방정부에 책임을 더욱 부여해야 한다.”면서 “지방 수준에서 광범위한 책임이 없다면 지방정부가 주민 참여를 이끄는 개혁이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주민들도 정책 결정에 관여할 인센티브를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따라 경제·사회적으로 큰 차이” 토론에 나선 전기성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도시와 농촌, 특별시와 광역시도의 기능 차이를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주민자치회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경제적·사회적 차이가 있는데, 단순한 자치 활성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자치와 관련한 학술연구사업을 25년간 실시해 온 한양대와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은 세미나를 마치고 ‘공동연구 25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은 1958년 설립된 독일의 비영리 연구단체로 60여국에 지역 사무소가 설치돼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中 해양조사선, 센카쿠 12해리 첫 진입… 日 압박

    중국이 해양조사선을 처음으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 12해리(약 22㎞) 안으로 진입시켰다. 해양감시선, 어정선, 해군 군함에 이어 해양조사선까지 보냄으로써 영토 주권을 주장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해양조사선 ‘과학3호’가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쯤 처음으로 센카쿠열도 해역 12해리 내에 있는 다이쇼섬 서북쪽 수역으로 진입했다고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가 24일 보도했다. 당시 해양조사선과 함께 중국의 해양감시선 4척도 발견됐는데 해양조사선과 해양감시선이 나란히 센카쿠열도 해역 12해리 내에서 운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해군 함정이 일본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오키나와 해역을 빈번히 지나가고 있어 일본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P-3C 정찰기는 22일 오후 오키나와에서 남쪽으로 470㎞ 떨어진 해상에서 중국 군함 3척을 발견했다. 당시 발견된 군함 가운데에는 중국 최신예 미사일 구축함인 ‘뤼양(旅洋)2’급이 목격됐으며 중국이 뤼양 군함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 동해함대 소속 군함 7척은 16일에도 오키나와 인근 해역을 통과해 일본을 긴장시킨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고비용 재외국민선거 이대론 안된다

    18대 대선에 참여할 재외국민선거 등록인 수가 예상대로 소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국민 선거인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체 223만 3695명 가운데 22만 3557명이 등록, 10.01%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총선 때의 등록률 5.57%보다 배가량 늘었다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총선 때의 전례를 볼 때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해외 유권자 수는 10만명 조금 웃도는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각지에 파견된 재외선거관 55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선관위가 대선 관리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265억원이다. 투표자 수를 기준으로 내국인의 1표 행사에 드는 비용이 1만원가량인 반면 재외국민 1표에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30만원 남짓 될 형편이다. 이만저만한 고비용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재외국민선거가 지닌 의미를 비용의 많고 적음으로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재외선거 등록자 가운데 유학생이나 주재원처럼 일시 체류자가 아닌 순수 재외국민, 즉 영주권자는 4만 3248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될 소지는 있어 보인다. 여기에 병역의무 논란과 선거 결과의 이해관계 논란까지 더해지면 재외선거를 둘러싼 형평성 시비는 한층 가열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2007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말해주듯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당장 이번 선거에서는 고비용을 따질 게 아니라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최근 신라대 한국재외국민선거연구소의 설문 결과 미국에선 장거리 투표에 따른 비용 부담과 시간 부족, 중국에선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투표의 번거로움, 일본에선 출마자 정보 부족과 비용 문제가 투표의 걸림돌로 지적됐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응답자 다수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강화’ 등 재외선거가 지닌 효과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권과 중앙선관위는 이제라도 지역별 맞춤형 투표율 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등록절차 간소화와 투표소 확대는 물론 비밀투표를 담보하는 선에서 현지 실정에 맞게 전자투표나 우편투표를 부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당일 출근인데 투표소까지 네시간” 재외국민 투표 아직 멀고 먼 길

    오는 12월에 치러질 18대 대선은 재외국민이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최초의 선거지만 참여가 저조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킨다는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편 투표 허용 등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선 등록률 10%… 국외부재자가 대다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재외국민 선거인 신청을 마감한 결과 재외선거권자 223만 3695명(추정)의 10.01%에 해당하는 총 22만 3557명의 유권자가 등록했다. 4월 총선의 등록률(5.57%)보다 두 배 정도 늘었지만 대선임을 감안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는 4만 3248명으로 20% 정도에 불과하고 해외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등 국외 부재자가 17만 679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해외에 사는 영주권자에게 국내 선거인과 동등하게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본 의도를 못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대 총선의 투표율(45.7%)을 감안했을 때 실제 투표소까지 얼마나 찾아올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유학생 김지훈(28)씨는 “일단 이메일로 등록은 했는데 내가 사는 디트로이트에서 주시카고 총영사관까지 차로 4~5시간이 걸려 당일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이은미(42·여)씨도 “선거일에도 출근할 텐데 지바에서 도쿄에 있는 한국대사관까지 갈 짬이 날지 모르겠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앙선관위 재외 홍보팀은 “현지 한인 방송, 신문에 선거 광고를 내고 있다.”면서 “등록한 사람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투표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편등록 허용 등 대대적 손질을”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김종갑 박사는 “부정 선거의 가능성을 철저히 보완하면서 우편투표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1박 2일 투표 여행’이라고 불릴 만큼 소모적인 현재의 선거를 우편 투표로 바꾸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선거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대선부터 이메일, 순회, 가족 대리 접수 등을 통해서도 투표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음 선거부터는 등록 신청을 더 간소하게 하고 투표소도 공관 이외에 한인 밀집 지역에 추가로 설치하는 등 한 표를 찍을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를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막말·지각·졸음…여전히 뻣뻣한 판사님들

    막말·지각·졸음…여전히 뻣뻣한 판사님들

    “예전보다 재판 당사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막말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판사님도 계시더라고요. 70대 노인이 증언 범위를 벗어난 답변을 하자 ‘묻는 말에만 답해라,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분을 다그치는 판사님도 계셨는데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대학생 사법감시단과 한국대학생봉사단 등 총 5000여명의 대학생들이 1년간 법정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법관들의 법률 서비스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재판 현장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32개 법원을 대상으로 법정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발간한 ‘2012 대한민국 법원·법정 백서’에 따르면 판사가 진술이나 증언을 가로막는 등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대학생이 17.9%에 달했다. 또 진술거부권(묵비권)과 위증죄 처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답한 경우가 각각 38.4%, 8.3%를 기록했다. 합리적인 설명 없이 증거 신청을 거부했다는 응답도 8.7%였다. 판사들의 이 같은 태도는 법률 소비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법원의 권위적인 행태로 지적된다.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성해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모니터 위원 중 9.9%는 법정에 지각한 판사를 목격했고 지각 판사 대부분은 지각 사유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또 좌배석이나 우배석 판사들이 재판 중 조는 모습을 봤다고 말한 응답자가 5.4%였다. 한편 신문 내용이나 당사자의 진술에 대해 담당판사가 직접 기록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입회한 서기의 기록에만 의존했다는 경우가 17.4%에 달했다. 이 밖에 공개재판 원칙에도 불구하고 가방이나 신분증을 조사당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3.5%였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부터 재판하는 등 재판 순서의 불공정성을 목격했다는 응답자도 4.5%였다. 이 같은 모니터링 사례는 실제로 법정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민형사 합의부 재판에서는 주로 졸고 있는 판사들이 많이 목격된다. 이 같은 태도는 초조한 얼굴로 선고 사유를 듣고 있는 피고인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당사자의 진술이나 해명 내용을 제대로 듣지 않고 말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니터링에 참여했던 박종우(28)씨는 “졸거나 당사자의 말을 흘려 듣는 재판부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재판에 좀 더 성실해야 하고 비밀은 보장하되 밀실 재판주의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째 법정 모니터링에 참여해 온 임규환(26)씨도 “법관들에게는 매일같이 쌓인 사건 중 하나지만 개개의 당사자들에게 재판은 인생이 걸린 문제”라면서 “고압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고 재판에 신뢰를 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김 의원은 “법원과 법정은 인권의 최후 보루임에도 아직도 여러 문제점들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재판 당사자들 모두 존엄한 존재이며 친절하고 공정한 사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주권자라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무인기 해양굴기’… 中, 기지 2곳 설치해 서해 감시한다

    ‘무인기 해양굴기’… 中, 기지 2곳 설치해 서해 감시한다

    중국이 서해와 보하이(渤海)만에 대한 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인기 기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중국은 2015년까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과 잉커우(營口) 두 곳에 무인기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무인기를 이용해 서해상의 어업활동은 물론 인위적인 지형 변화와 같이 영유권과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한다. 서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어로 행위로 한국과의 마찰이 빈번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어선의 활동은 물론 한국 해양경찰의 동태에 대한 감시도 이뤄질 수 있다. 어업 분규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중국은 무인기를 활용해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무인기를 통해 자국이 주장하는 해역에 대한 정기순항 및 감시활동으로 주권 시위 강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앞서 2015년까지 자국이 주장하는 해역 전반에 무인기 감시 체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감시 범위에는 중국이 일본 및 필리핀과 각각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보러섬)는 물론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도 포함돼 있어 주변국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센카쿠열도에 대한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북해함대 소속 해군 함정 편대 7척이 중국 해군 처음으로 댜오위다오 부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해군 함정 편대가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총 17일간 원양 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들은 지난 4일 미군과 일본 군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 해역을 관통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지난 14일에는 댜위오위다오 30해리(약 55.6㎞) 인근 해역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은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미국과 일본 정부가 다음 달 5~16일 일본 남부의 규슈와 난세이(南西)제도 등에서 실시하려던 주일 미군과 자위대의 합동 훈련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中선원 ‘고무탄 충격 심장파열’로 사망

    지난 16일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우리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진 중국인 선원 장수원(張樹文·44)의 사인이 고무탄 충격으로 인한 심장파열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숨진 장과 함께 불법조업을 하다 단속 해경에게 흉기를 휘두른 중국 선원 등 11명은 구속 수감됐다. 지난 20일 숨진 장을 부검한 국과수는 “사거리를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장의 사인은 고무탄 충격에 따른 심장 파열”이라는 내용의 1차 소견 결과를 발표했다. 최영식 국과수 법의학부장은 “심장이 파열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심낭 속으로 피가 쏟아져 나온다.”며 “2㎜ 정도의 작은 파열”이라고 밝혔다. 국과수는 구타당한 흔적이나 심각한 지병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이 고무탄 충격으로 숨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중국 측의 대응 수위에 귀추가 주목된다. 또 지름 40㎜, 길이 60㎜ 고무탄은 비살상용으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충격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이날 특수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장모(38) 등 중국 선원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또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주권행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요단어호 부선 우모(44) 선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목포 해경 관계자는 21일 “정당한 단속이었고, 매뉴얼대로 했다.”면서 “구속되지 않은 중국 선원 11명은 담보금을 낼 때까지 배에서 억류 상태로 있게 된다. 액수가 선박당 7000만원으로 과하지 않아 곧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흉기저항 中선원 12명 영장… 中대사 “신속한 처리 희망”

    불법 조업 단속에 나선 해양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한 중국선원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목포 해양경찰서는 19일 단속 과정에서 고무탄에 맞아 숨진 장수원(張樹文·44)씨가 탄 요단어 23827호 선장 장모(38)씨 등 11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요단어 23828호(부선) 선장 우모(44)씨에 대해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주권행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장신썬(張?森)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안호영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면담하고, “양국이 대국적 견지에서 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中, 센카쿠서 ‘日겨냥’ 첫 군사훈련

    中, 센카쿠서 ‘日겨냥’ 첫 군사훈련

    중국이 19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 인근 동중국해상에서 사실상 일본을 지목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특히 이번 훈련을 전날 관영 언론을 통해 이례적으로 ‘예고’하는 등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로 활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훈련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이날 센카쿠열도가 있는 동중국해를 담당하는 동해함대 주도로 ‘모 해역’에서 해양국 소속 해감총대 및 농업부 산하 어정국과 공동으로 합동훈련 ‘동해 협력작전-2012’를 실시했다. 훈련에는 동해함대의 미사일호위함 저우산(舟山)호, 의무선 허핑팡저우(和平方舟)호, 해감총대 소속 해양감시선, 어정국 소속 어업지도선 등 11척의 함정과 동해함대 소속 젠(殲)11 등 최신예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항공기 8대가 참여했다. 동해함대는 성명을 통해 “중국 해감대와 어정국이 해상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센카쿠)분쟁 해역을 순시할 때 ‘타국’ 함선의 이유 없는 추적, 방해, 심지어 악의적인 저지 등을 당하고 있다.”고 규정한 뒤 이번 훈련은 이 같은 상황을 상정해 실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카쿠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감시선과 어업지도선이 ‘타국’ 순시선과 충돌해 손상되거나 승조원이 부상한 상황을 가정해 해군이 해상 및 공중 입체 작전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본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센카쿠 해역에서 중·일 관공선 간 충돌이 빈번했다는 점에서 ‘타국’은 사실상 일본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해외유출 생물표본 절반 日 소장

    해외유출 생물표본 절반 日 소장

    해외에 유출된 생물표본 중 국내에 없는 1종 표본을 비롯한 절반 분량이 일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외국에 유출된 한반도산 생물표본은 2만 4772점으로 이 중 일본에만 1만 2569점이 소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부가 2008년부터 미국·일본·헝가리 등 국외 7개국 24개 기관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된 울릉도 고유종인 ‘섬초롱꽃’도 ‘다케시마’라는 학명으로 등재돼 생물주권이 유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16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원앙사촌’은 전북 군산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됐으나 국내에는 표본이 없지만 일본에 표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각 부처 공무원들 촉각] 방통위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당혹스럽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권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 입장이 엇갈렸다. 엇갈린 입장 속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일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언급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옛 정보통신부와 옛 과학기술부의 업무 등을 총괄하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기부는 순수과학과 연구·개발(R&D)에, 정통부는 산업과 관련된 정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과학기술부 부활과 정보통신부 격인 가칭 ‘정보미디어부’ 신설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 많다. 과거 정통부의 순기능을 복원하고 정부에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총괄 기구를 신설해 미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부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처럼 중소기업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산업경제정책을 수립, 지원하고 중소기업청은 창업, 기능 인력, 공공구매 등 중소기업에 특화된 현장 밀착형 지원책의 집행을 중심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업종·기능별로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을 1개 부처에서 전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신설 때 관련 부처와의 업무상 중복,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영국, 등에서도 중소기업부를 별도로 설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행 통합조직을 끌고 가자는 쪽은 과거에 넘어온 조직이 해양 물류·자원 분야인데 건설·교통 기능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해수부 출신들은 해양 주권 확대, 해양 자원 개발,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들어 분리를 주장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흉기무장 中어선, 해적과 다름없다”

    “흉기무장 中어선, 해적과 다름없다”

    황금어장인 우리 서·남해안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과 이를 막으려는 해양경찰의 사투로 전쟁터가 됐다. 중국 어선들은 쇠꼬챙이 등 흉기로 단속 해경을 위협하며 불법 조업을 자행하고 있다. 해경은 방검복과 고무탄 등의 진압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양측이 벌이는 풍랑 위 사투는 전쟁 이상이다. 이로 인해 2008년 9월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쪽에서 단속에 나선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중국 어선에 승선하던 중 둔기에 맞아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옹진군 소청도 해역에서 인천해경 소속 이청호 경장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발생한 중국인 선원 사망 사건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17일 해경에 따르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어로로 나포된 중국 선박은 2009년 388건, 2010년 375건, 2011년 537건으로 갈수록 느는 추세다. 이들의 불법 행위는 99% 정도가 인천, 군산, 목포 등 서해안에서 발생하지만 요즘은 남해를 거쳐 동해와 제주도까지 침범하는 등 거의 모든 해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유엔 해양법 조약상 경제적 주권이 미치는 우리 해역에 들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이유는 중국 연안이 싹쓸이 조업으로 어족 자원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 해역이 크게 오염돼 어류의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도 우리 해역으로 침범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올해 우리 측 EEZ에 들어와 조업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중국 어선은 1500여척이다. 어획량은 4만 7000t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EEZ를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은 이보다 5~6배 많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중국 어선 가운데 초과 어획 등 조업약정을 위반한 어선은 해경 단속에 순순히 응하지만 불법 조업에 나선 선박은 최대 2억원에 달하는 담보금을 내지 않기 위해 극렬하게 저항한다. 중국 내에서도 이중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이다. 불법 조업은 본격적인 고기잡이철인 4~5월, 10~12월에 특히 심하다. 칼, 도끼, 낫 등으로 중무장한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해적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 어민 김모(69·목포시)씨는 “꽃게·조기잡이철이면 우리 어민들은 4~5척씩 선단을 이루지만 중국 어선들은 수십척씩 무리를 지어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해를 입을까 봐 항상 긴장한다.”면서 “우리 해역인데도 중국 선단을 만나면 피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불법 조업을 둘러싼 중국 어선과 우리 해경의 사투는 갈수록 위험천만한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양국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17개 광역의회도 “지방분권, 대선공약으로”

    대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시를 포함한 전국 17개 광역의회 운영위원장들은 지방분권 추진 체계 구축, 지방분권 과제 제도적 추진, 지방재정제도 개편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7일 대구시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서는 “대한민국이 선진 문화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체제로 국정 운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실질적인 결정권과 지역 주권을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되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분권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패러다임”이라며 “전국 지방의회와의 연대를 통해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정치권도 앞장서서 실질적인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태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 부회장은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1년이 흘렀지만 지방의회의 입법권은 유명무실하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이 진전될 수 있도록 전국 지방의회가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전국 시도지사들이 대구에서 시도지사협의회 총회를 열고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지난달 4일에는 전국 최초의 민관 합동 분권 단체로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가 출범했다. 이 협의회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등과 연대해 주요 지방분권 과제를 각 대선 후보자 공약에 반영키로 결의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10월 유신 40년] “박정희, 3選개헌만 했더라면… 유신 때문에 독재자 된거요”

    [10월 유신 40년] “박정희, 3選개헌만 했더라면… 유신 때문에 독재자 된거요”

    17일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한 ‘10·17 비상조치’,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 17일 저녁 7시를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했으며 일부 헌법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해 12월 27일에는 유신헌법(제4공화국 헌법)이 공포돼 유신 체제는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태로 사망할 때까지 7년 동안 유지됐다. 서울신문은 유신 40년에 즈음해 원로 헌법학자인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유신 헌법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고 유신 체제가 정치·경제·사회에 미친 영향, 유신 헌법의 내용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만 했더라도, 5·16 군사쿠데타만 일으켰더라도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을 텐데, 10월유신 때문에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철수(79) 명지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3공화국 때는 언론계나 교수들이 상당히 바른 말을 많이 했고, 독재를 할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0월유신 전후로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겸직하고 있던 김 교수는 자신도 이런저런 비판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박수기관’ 1972년 11월 21일 국민투표로 채택한 유신헌법에 대해 김 교수는 “소위 권력의 인격화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의 독재가 행해졌고, 긴급조치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많이 제약됐다.”고 평가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의 지위를 대폭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추천할 수 있고 국회해산권을 갖고 있다. 긴급조치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으며, 제2·3공화국 헌법에서 천부인권설에 기초해 강화했던 기본권 규정에 법률 유보조항을 뒀다. 대통령은 간접선거로 선출하고 임기를 연장했다. 대신 국회의 권한은 축소·조정하고 국회 회기도 단축했다. 제2공화국의 헌법재판소를 없애고 명목상의 헌법위원회제도를 도입했다. 김 교수는 10월유신 헌법을 제정한 뒤 국민투표에 회부하기 전 헌법학 교수와 정치학 교수들이 총동원돼 선전전에 활용될 때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중립’을 지켰다. 1973년 1월에 대학 교재로 유신헌법이 포함된 ‘헌법학 개론’을 냈다가 초판을 몽땅 몰수당하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1주일 동안 수정할 것을 협박당했다. 이후 낸 수정 재판과 3판도 몰수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문제의 ‘헌법학 개론’은 중앙정보부의 꼼꼼한 검열을 거쳐 수정 4판에서야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헌법에 대해 개정 청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긴급조치를 발동하기 전이라 크게 비판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핍박을 받았다.”면서 “그때 삭제했던 내용을 이번에 출간한 ‘헌법과 정치’(진원사 펴냄)에 모두 복원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교수는 정부가 최고의 주권 기관이라고 자랑하던 통일주체국민회의에 대해 행정부의 ‘협찬기관’ ‘박수기관’이라고 썼고, 이런 정부 조직은 독재국가들인 타이완의 ‘국민대회’와 스페인의 ‘국민회의’,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대의회’와 같다고 평가했다(496쪽). 또 제4공화국의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독재 체제인 타이완, 그리스 등과 비슷한 ‘현대판 군주제’라고 비판하고, 유신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독재적 요소가 많다고 서술했다(316쪽). ●체제 비판엔 “北과 내통” 협박 김 교수는 “당시 중앙정보부는 ‘김 교수가 ‘현대판 군주제’라고 현 체제를 비판한 내용을 북한에서 논평하고 있다. 북한과 내통한 것 아니냐’고 ‘지랄’을 해대더라.”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그 뒤로도 김 교수는 이런 원색적인 표현을 여러 차례 썼는데, 가장 왕성하게 학문적으로 집필 활동을 해야 할 시기인 40대에 침묵을 강요당한 것에 대한 울분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올라온 것처럼 보였다. 김 교수의 이런 심사는 신간 ‘헌법과 정치’ 머리말에도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긴급조치, 국민 기본권 제약 김 교수는 “뒤늦게 유신시대의 위헌적 행위에 대해 비판하려고 하니, 편안하게 죽지도 못한 대통령을 너무 욕되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못 했다.”면서 “또한 유신 때는 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 몰수됐던 책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초를 치고 있느냐고 비판받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유신헌법 제53조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 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 있다고 판단될 때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라는 긴급조치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비판했다(673~679쪽). 김 교수는 “독일에서 공부하다 5·16 직전에 귀국했는데, 거의 매일 쿠데타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서울에 널리 퍼졌고, 정부청사 관료들은 쿠데타를 기다리며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던 만큼 5·16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통이 3선 개헌만 하고, 5·16만 했더라면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을 것인데 유신 때문에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5·16 군사혁명정부 시절은 1년 동안 헌법이 부재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혁명위원회가 만든 ‘국가재건비상조치법’에서 ‘제2공화국의 헌법을 계승한다.’고 공표했지만 내각제도 없애고, 국민의 기본권을 완전히 억압했으니 군사독재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하려고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부 대신 비상국무회의에서 유신헌법을 만들어 공고한 뒤 국민투표에 부쳐 93%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은 초헌법적인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헌법학 개론’에 정부가 홍보한 대로 93%의 국민 지지로 통과됐다고 서술한 것에 대해서도 중앙정보부는 “야유하는 것이냐?”고 트집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우리나라를 부흥시키고 통일시킨다는 명분은 있었겠지만, 핵 연구소를 대전에 만드는 등 미국 정부와 갈등하고, 부마학생운동 등에 대해 폭력적으로 대응하자 김재규가 헌법 개정 준비를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신조·실미도’에 정권 위기감 김 교수는 “당시 김재규의 중앙정보부 특별보좌관이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인데, 자꾸 만나자고 한 뒤 헌법 이야기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면서 “12·12 이후 가담했던 사람들이 모두 처형돼서 그 기록과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재규는 박 대통령을 저격한 일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유신의 심장을 쏘면서 유신시대를 없애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10·26 이후 우리가 잘했더라면 민주화가 더 빨리 오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김 교수는 “1968년 1월 김신조 사건으로 암살 위기를 겪고, 이에 보복하겠다고 만든 북파 공작원들이 문제가 된 1971년 실미도 사건도 터지고 해서 정권 차원에서 위기감이 극대화됐을 것이다. 북한 김일성과의 대립 관계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생각들이 10월유신에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문적으로 ‘입헌정치’란 헌법이라는 국가계약의 문서로 정치를 규율하겠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헌법은 정치를 규제하지 못하고, 정치가 헌법을 유린하고 새로 제정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한국적 비극을 낳고 있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제헌헌법과 제6공화국 헌법을 제외하고 유신헌법을 포함해 많은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 규범으로 기능하지 않고 집권자의 지배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헌법에 위배되는 국가변란죄나 국헌문란죄를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유신헌법은 유신헌법 안에서는 합헌이지만, 입헌주의 정신을 감안하면 유신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만든 긴급조치에 의해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20살 박근혜가 유신 알았겠나 10월유신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 무렵 20살밖에 안 된 박근혜 후보가 유신헌법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느냐.”면서 그의 몫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유신에 대한 평가나 나의 인터뷰가 누군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김철수 석좌교수] 1933년 7월 10일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1998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한 뒤 탐라대 총장을 거쳐 현재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한국헌법연구소 소장, 한국헌법학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주요저서는 ‘헌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위하여’ ‘헌법개설’ 등 23권.
  • [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존의 헌법을 폐기시키고 유신헌법을 발표한 이후 한국사회는 시인 양성우의 표현대로 ‘겨울공화국’의 가위에 눌려 지냈다.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제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주의 이념은 실종되고 ‘군주주권(君主主權)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유신시절 내내 박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표해 항시적 계엄상태를 유지했고 대학에는 부대가 주둔했으며 언로가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권력의 공격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반유신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준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치권과 재야인사들이 반유신 운동을 벌였던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10월 17일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대학에 휴교조치를 내리고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에 나서면서 이들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대적인 저항의 계기가 된 것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학생 300여명이 10월 2일 일제히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를 필두로 전국 각 대학에서 반유신 학생시위가 꼬리를 물었다. 종교계와 언론계도 유신반대운동에 동참했다. 유신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1979년 부마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정치·사회·노동·학계·종교계 등 각계의 대대적인 저항을 불러왔다. 민청학련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해방 이후 사상 최고의 검거 기록을 남겼는데, 당시 검거돼 조사받은 인사만 1200여명이다. 재야세력의 강한 결속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유신에 대한 평가는 보수·진보 진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진보진영은 사회양극화, 지역감정,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유신 시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고속 성장을 위해 재벌 기업에 각종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과 부정부패가 고착화됐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통치의 수단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지금의 지역갈등을 낳았다는 것이다. 반면 유신 지지자들은 소모적 정쟁을 피하고 국력을 집중해 중화학공업을 국책사업으로 육성시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너희들이 독도를 지키고 있었구나

    너희들이 독도를 지키고 있었구나

    독도와 울릉도에서 다양한 생물종이 새롭게 발견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독도·울릉도 공동 학술조사 결과 식물 5종, 곤충 2종, 버섯 1종의 독도 서식·분포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립수목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20개 국가생물다양성기관연합 회원기관의 학자 50여명이 6월과 9월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독도 조사에서는 벼과 식물인 물피를 비롯해 좀돌피, 가는금강아지풀, 가을강아지풀 등 고유종 4종과 귀화식물인 국화과 큰방가지똥 등 5종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나방류인 큰횡줄가는잎말이나방과 침벌류 1종도 발견됐다. 침벌류는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 딱정벌레류 곤충의 외부에 기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침벌은 독도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고려거저리에 기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쌀경단버섯 1종이 확인됐는데, 이는 독도에서 확인된 최초의 버섯류다. 이 밖에 말미잘류 2종, 연체동물 9종, 절지동물 3종 등 총 14종의 해양무척추동물이 독도 부근에서 발견됐다. 이번 조사로 독도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모두 639종으로 늘어났다. 독도에 대한 식물연구는 1952년 이영노 선생에 의해 처음 실시됐고, 이후 40회 이상 조사가 진행됐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는 “조사 시기에 독도가 비교적 메말라 있어 다른 버섯의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인간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포아풀 등 귀화식물에 대한 변화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진행된 울릉도 조사에서는 신종 몽고노래기 1종, 미기록종 늑대거미과 1종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한국 미기록 분류군인 맵시벌과 1종, 작은호랑하늘소류 1종, 복숭아 굴나방 등도 확인됐다.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전세계적으로 생물자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자국의 생물에 대한 주권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천연기념물 지역인 독도의 자연환경 보전과 보호를 위해 생물상 파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전국 5개 권역 ‘지역경제 활성’ 토론

    정부가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을 5개 광역경제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토론회를 갖는다. 행정안전부는 15일 “권역별 순회 토론회는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라는 공통 주제와 함께 권역별 처지와 실정에 맞는 주제를 정해 지역 맞춤형 토론도 아울러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16일 대구 엑스포에서 열리는 대구경북권 토론회에서는 ‘대형 유통마트와 지역 소상공인의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해 지역 경제 전문가와 관련 기업, 상공인단체 대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또 22일 광주 5·18기념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호남권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게 되며 26일 충청권에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지역경제 활성화 연계 방안’을 특화된 주제로 다룬다. 31일 수도권에서는 호남과 같은 주제인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다음 달 2일 동남권(부산경남)에서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중앙과 지역이 함께 머리를 맞대게 된다. 다만 지역발전위가 2009년 제시한 지역발전 ‘5+2 광역경제권’ 계획에 기초해 토론회 일정을 잡았음에도 강원권과 제주권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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