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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 안성기, 사냥꾼 완벽 변신..손현주 “산에서 움막짓고 사는 사람인줄”

    ‘사냥’ 안성기, 사냥꾼 완벽 변신..손현주 “산에서 움막짓고 사는 사람인줄”

    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냥’에서 동물적 본능을 지닌 사냥꾼으로 완벽 변신했다. 안성기는 30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사냥’에 대해 “배우로서 피를 끓게 한 시나리오라 고생할 것을 알면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배역과 촬영 뒷이야기 등을 전했다. 추격 스릴러 ‘사냥’은 산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을 독차지하려는 정체불명의 엽사들과 이를 우연히 목격한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과 산골 소녀 사이에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통해 탐욕과 죄책감 등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작품. 안성기가 극의 중심인 ‘기성’ 역을 맡았고 조진웅이 광기에 물들어가는 엽사 무리의 우두머리 ‘동근’으로 분해 기성과 대립한다. 한예리는 약간 모자라지만 순박한 산골 소녀로 기성과 함께 엽사들에게 쫓기는 ‘양순’을, 손현주는 기성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경찰관 ‘손반장’을, 권율은 엽사들의 자금관리책 ‘맹실장’을 각각 연기한다. 모범적인 신사 이미지의 ‘국민배우’ 안성기는 15년 전 막장 붕괴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비밀을 간직한 채 사냥에 매진하는 ‘기성’으로 변신한다. 안성기는 “‘기성’은 과거 사고의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는 과거가 있는 인물로 우연히 한 사건을 보게 되고 추격전에 휩쓸린다”며 “산에 오래 머무른 사람이라 인간의 냄새보다는 동물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인간을 초월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모든 걸 던지고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산속에서 장기간 이뤄진 힘든 촬영 내내 젊은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인한 체력과 적응력을 자랑했다. 배우 한예리를 업고 뛰는 장면도 가뿐하게 해내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가 지쳐 나가떨어진 휴식시간에는 더덕을 캐거나 밤을 주우러 다녔다. 안성기는 “몸을 좀 사렸어야 했는데 100%를 다해서 주변 배우들한테 미움을 산 것 같다”며 “촬영하면서 목디스크가 심해지기도 했는데 배우 한예리의 몸무게가 가벼워 업고 뛰는데 무리가 없었다. 정말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함께 자리한 후배 배우들은 대선배 안성기의 이런 투혼에 감탄과 존경을 보냈다. 조진웅은 “다들 토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안 선배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고 했다. 손현주는 안성기를 두고 “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산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 같았다.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누구나 다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으며 한예리도 “함께 뛰어다니는 장면이 많은데 안성기 선배가 너무 강인한 모습이어서 지치려야 지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냥’을 연출한 이우철 감독은 “안성기 씨가 주역 배우 가운데 가장 고령이어서 걱정을 한 것이 허무할 정도였다. 촬영하다 보면 영락없는 심마니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안성기의 연기 투혼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냥’은 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가화만사성 김소연 이상우, 애틋 고백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다”

    가화만사성 김소연 이상우, 애틋 고백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다”

    ‘가화만사성’에서 이상우가 김소연에게 애틋한 고백을 했다. 2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연출 이동윤) 28회에서 봉해령(김소연)은 얼굴에 잔뜩 상처를 입고 나타난 서지건(이상우)을 보고 놀랐다. 서지건은 아무 일 아니라며 얼버무렸지만 봉해령은 속상해했다. 봉해령은 서지건의 얼굴을 치료해줬고 이를 보던 서지건은 “우리 지금껏 못 해본 게 많다. 하고 싶은 일 있느냐”고 물었다. 봉해령은 그런 서지건에게 “천천히 하자. 나 아무 데도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봉해령은 서지건 곁에 누우며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나타나줘서 고맙다. 당연한 것처럼 날 사랑해줘서 고맙다. 내가 당신을 욕심낼 수 있게 기다려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절절한 마음을 고백했다. 다음날 먼저 잠에서 깬 서지건은 잠이 든 봉해령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서지건은 앞서 봉해령 아들의 의료사고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기 때문. 서지건은 봉해령을 바라보며 “당신 앞에 함부로 나타나서 미안하다. 당연하게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다. 내가 당신을 욕심내서, 자꾸만 기다려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은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北 실상 영화에 외교부 ‘피식’ 통일부 ‘눈물’

    北 실상 영화에 외교부 ‘피식’ 통일부 ‘눈물’

    北 체제 허구성에 비웃음 동포 실상에 죄책감 보이기도 “저런 식으로도 체제가 운영된다니 참 우스웠습니다.”(외교부 서기관) “일반 북한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안쓰럽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통일부 사무관)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 관람을 한 뒤로 북한의 실상을 다룬 러시아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에 대한 공직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북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외교부와 통일부는 부처 차원에서 이를 단체 관람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이 외교부와 통일부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게 양 부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외교부에서는 상당수 관계자가 영화를 보고 “피식” 하고 웃었다면, 통일부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훌쩍” 하고 눈물을 훔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14년 방북한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준비하는 8세 소녀 리진미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애초 북한에서는 선전용 영화를 기대했지만 만스키 감독은 촬영 현장을 일일이 통제하는 북한 당국자의 모습까지 담아 일종의 폭로 영화로 만들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지난 20일 각각 200여명의 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했다. 이를 본 한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영화를 보는 내내 주변에서 피식 비웃거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북한 체제의 허구성에 공감하면서 집권층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면 통일부의 한 사무관은 “북한의 내부 사정을 생생하게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생겨 공부가 많이 됐다”며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 진짜 북한이라고 생각하니 그곳에서 사는 동포들에게 죄책감 같은 것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집중하는 외교부 관계자들이 이 영화에서 다룬 북한 체제의 ‘허상’에 집중했다면, 남북 교류를 담당하는 통일부 관계자들은 영상에 담긴 북한 사회의 ‘실상’에 집중하는 식으로 ‘감상 포인트’가 갈린 것이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입부한 직원들은 대부분 북한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었다”며 “이에 북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소아비만과 아이의 식습관, 부모하기 달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려서 생긴 음식에 대한 생각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소아비만도 어려서부터 건강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보다는 달고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져 생긴 문제다. 이 때문에 어린이 영양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한 부모나 사회의 영양교육이 아이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에게 맛은 덜 하더라도 몸에 좋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도록 하는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미주리-캔사스시티대 심리학과, 캔사스대 의대 소아과 공동연구진은 아이들의 음식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취향 뿐만 아니라 부모의 의견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5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임승락 미주리-캔사스시티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8~14세 어린이 2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3시간 이상 공복상태를 갖게 한 다음 마시멜로, 감자튀김, 브로콜리, 도넛 등 음식사진 60개를 무작위로 보여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도록 하고 fMRI(기능성 뇌자기공명영상)로 뇌의 반응을 촬영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음식을 고를 때 맛과 관련된 뇌 부위인 ‘복내측 전전두피질’ 뿐만 아니라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공감이나 동정, 죄책감, 욕구 등과 관련된 정서 반응에 관여하는 뇌 부위이고,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사고와 판단을 할 때 반응하는 부위다.  연구진은 “배고픈 상태에서 아이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때도 ‘엄마, 아빠는 어떤 음식을 골랐을까’라고 생각하고 선택한다는 것”이라고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이들이 음식을 선택할 때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지를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음식 뿐만 아니라 친구관계, 학업, 진로 등 다른 영역에서 부모의 의견이 아이들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추가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장수상회’

    [공연리뷰] 연극 ‘장수상회’

    집안에 치매 노인이 있으면 가족들이 웃을 날이 없다고 한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가족 간 책임을 떠넘기며 고성이 오가다 종국엔 요양원에 맡겨진다. 연극 ‘장수상회’는 이런 현실과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 한편의 동화를 펼쳐낸다. 치매를 황혼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버무렸는데 현실에선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서사가 역설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더더욱 되새기게 한다. ‘김성칠’(백일섭 분)은 70대 치매 노인이다. 하루하루 옛 기억을 잃더니 아내, 아들, 딸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달동네 구멍가게인 ‘장수상회’ 점장이라는 사실만 기억한다. 어느 날 그런 성칠 앞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여인 ‘임금님’(김지숙 분)이 나타난다. 금님은 장수상회에 딸린 창고를 개조해 꽃집을 연다. 성칠은 첫눈에 반하지만 마음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금님에게 못되게 굴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금님에게 성칠도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두 노인의 닭살 돋는 연애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 오해로 성칠이 금님 곁을 떠날 땐 마음이 짠했다.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 성칠이 커다란 곰 인형을 어깨에 짊어지고 걷는 모습은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이 작품이 이처럼 두 노인의 연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고, 젊은 관객들에게도 외면받았을 듯하다. 극에 생명을 불어넣고 오래도록 감동의 여운을 맴돌게 한 건 전적으로 후반부의 반전이다. 성칠과 금님, 장수상회 김 사장, 금님의 딸,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벗겨지면서 감동이 몰아쳤다. 초반에 미용사로 소개된 박양의 변신이 가장 신선했다. 막이 내린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묵직함이 지속됐다. 연극은 계속 묻고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장수상회’는 지난해 4월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시공간의 제약에도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의 도가니가 연출됐다.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노장 백일섭과 김지숙의 열연 덕택이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4만~6만원. (02)929-101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심경 묻자 “뭐, 담담”… 죄책감은 없었다

    심경 묻자 “뭐, 담담”… 죄책감은 없었다

    “개인적 원한 없어 유가족에 죄송”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처럼 차분 전문가들 “조현병의 대표적 특징” “피해 유가족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사망한 그 XX양에게 개인적 원한과 감정은 없어서, 어쨌든 희생이 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34)씨는 24일 오전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또렷하고 차분한 어조로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김씨가 마치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한 사죄인 양 침착하고 덤덤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대표적인 조현병(정신분열증)의 특징을 드러냈다고 봤다. 이와 별개로 김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30분 남짓 6명의 남성이 화장실을 드나드는 동안 여성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으로 거듭 확인되면서 김씨의 여성 혐오가 빚어낸 범죄가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졌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55분쯤 범행을 저지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숙인 채 경찰 호송 차량에서 내린 그는 심경을 묻자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개인적 원한이 없는데 왜 피해자를 죽였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과정에서 형사들에게 충분히 말했고 동기와 이유 등은 차후 조사 과정에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노렸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호송 경찰들이 김씨를 범행 현장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답하지 못했다. 일부 격앙된 시민들과의 충돌을 예상해 기동대 30명 등 경찰 70여명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비가 오는 데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어서 충돌은 없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현장검증은 30분간 이어졌다. 김씨는 남녀 공용 화장실의 남자칸에 숨어 남성 5명이 소변기 앞을 드나드는 동안 기다렸다. 이후 피해 여성이 여성칸에 들어갔고 6번째 남성이 소변기를 이용하고 화장실을 나가자 김씨는 범행을 위해 남자칸에서 나오는 과정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본 회사원 김모(30·여)씨는 “원한 관계에 의해 피해 여성이 죽은 것이 아니라 하필 여자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피의자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며 “이 사건 발생 후부터는 외진 곳을 피하게 되고 괜히 뒤를 돌아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범행을 여성 혐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들렸다. 네티즌들은 ‘범죄자가 너무 당당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홍진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보통 자신의 감정을 담아 얘기하지 못하고 마치 남 얘기 하듯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데 이 부분이 발현된 것 같다”며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자신이 한 행동 자체는 인식하지만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한 것인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해도 24시간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장검증 전 피의자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비교적 차분한 진술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26일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길섶에서] 장애인 주차구역/박홍기 논설위원

    급했다. 여느 아침과 달리 서둘렀다. 병원에 들른 뒤 수업에 늦지 않게 딸을 학교까지 태워다 줄 요량이었다. 딸이 전날 감기 기운이 있더니 결막염 증세까지 보였다. 감기라면야 학교에 보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눈병은 다르다. 전염 가능성 탓이다. 진단에 따라 등교를 결정할 참이었다. 동네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과 같이 쓰는 상가 주차장에 들어갔다. 꽉 찼다. 주차 공간이 없다. 딱 한 군데가 이빨 빠진 듯 비었다. 장애인 주차구역. “이러면 안 되는데”, “잠깐인데”…. 찜찜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오가던 중 결심했다. 빈 곳을 채웠다. 딸 손을 잡고 3층 병원으로 걸었다. 마음은 달리고 있었다. 진료는 30분쯤 걸렸다. 다행히도 전염성이 아니었다. 이젠 학교다. 부리나케 내려왔다. 승용차 앞유리에 웬 흰 종이. “헉! 딱지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10만원 통지서가 꽂혀 있었다. “잠깐인데”라는 안이함과 무책임이 딱 걸렸다. 딸을 학교에 내려주고 구청으로 달렸다. “위반하면 정말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죄송합니다.” 병원 영수증과 통지서 발부 시간을 제시했다. “과태료가 너무 세서요.” 고교생을 둔 한 어머니의 아침 분투기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구스만 비밀 파티엔 고위직 즐비”…은둔의 멕시코 ‘마약 여왕’ 입열다

    “구스만 비밀 파티엔 고위직 즐비”…은둔의 멕시코 ‘마약 여왕’ 입열다

    “난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마약은 개인적 선택일 뿐이다. 100여년 전 밀주가 성행하고 담배가 합법화되기 이전에는 주조업자와 담배상도 모두 범법자였다.” 멕시코 최대 마약밀매조직 ‘시날로아’의 여두목이었던 아빌라 벨트란(56)이 7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언론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7년 9월 마약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돼 7년간 복역한 그는 지난해 2월 석방됐다. 은둔을 이어오던 벨트란은 최근 멕시코 서부 도시 과달라하라의 은신처에서 돌연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트란은 속사포처럼 뒷얘기를 쏟아냈다. 13세 때 총격 살인을 처음 목격하고 17세 때 마약조직원에게 납치당해 ‘지하세계’에 몸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털어놨다. 지난해 여름 깜짝 탈옥과 재수감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세계 최대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58)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취재진이 수십명의 경호원을 뚫고 황금빛 자택에 들어서 처음 마주한 건 죽은 남편과 오빠를 기리기 위해 피워 놓은 촛불과 향 냄새였다. 이들은 모두 경쟁조직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벨트란의 목에는 228개의 다이아몬드와 189개의 사파이어로 장식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는 수감 전까지 ‘태평양의 여왕’으로 불렸다. 벨트란은 구스만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구스만이 과달라하라 카르텔의 두목을 차량 30대를 동원해 살해한 뒤 왕좌에 올랐다면서 ‘특별한 파티’를 떠올렸다. “엘 차포가 초대한 비밀 파티에는 정·관계 인사가 즐비했어요. 군과 경찰의 고위직들이 타고 온 자가용 비행기와 헬기로 산속 공항이 붐볐고, 200여명의 경호원이 동원됐죠.” 벨트란은 구스만의 탈옥과 관련, “당시 멕시코의 장관급 인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곳곳에 부패가 만연했다. 경쟁 조직이 멕시코 전 대통령에게 1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 ‘금수저’ 출신이다. 삼촌인 미구엘 앙겔 펠릭스 갈라르도는 과달라하라를 근거로 대규모 마약조직을 설립했고, 아버지와 오빠가 이 조직에 몸담았다. 어려서부터 주말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드나들 만큼 유복했고, 함께 성장한 친구들도 크고 작은 마약조직의 두목이 됐다. 그는 17세 때 과달라하라 대학에 입학해 탐사저널리즘을 공부하며 기자를 꿈꿨다. 하지만 그를 짝사랑한 마약조직원에게 납치되면서 인생이 뒤틀렸다. 수개월 뒤 고향을 떠나 다른 조직에 가담했다. 21세 때는 당시 마약왕이던 아마도 카릴로 푸엔테스의 정부가 됐고, 10여년 만에 고위직에 올랐다. 7세 연하의 남자친구와 손잡고 마약조직들을 통합하기도 했다. 전설로 통하던 벨트란의 실체가 드러난 건 지난 2002년. 당시 15세 아들이 납치돼 거액의 몸값을 지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주의 인물이 됐다. 벨트란은 2007년 9월 멕시코시티에서 구속됐다. 당국이 구금 사실을 발표할 때 그는 카메라 앞에서 태연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후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미모의 마약밀매 여두목은 베스트셀러와 유명한 발라드 곡, 드라마의 소재가 됐다. 그러나 수감 이후 삶이 산산조각 났다. 외아들을 더이상 볼 수 없었고 가족과 친구, 조직원들이 모두 떠나갔다. 그는 현재 로펌을 통해 정부에 압류된 15채의 집 등 재산을 되찾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벨트란은 “나는 마약상이지만 절대 마약을 하지 않는다. 여성이 마약을 하는 순간 남성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노리개로 전락한다”면서 “돈을 좇아 마약조직에 가담하는 젊은이와 미국 시장의 수요가 있는 한 멕시코 마약산업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박찬욱 감독, “‘아가씨’는 모호한 구석 없는 상업·오락 영화… 수상 기대감 없다”

    박찬욱 감독, “‘아가씨’는 모호한 구석 없는 상업·오락 영화… 수상 기대감 없다”

      ‘아가씨’로 7년 만에 칸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은 박찬욱 감독은 15일(현지시간) 오전 한국 기자단과 미니 간담회를 열고 전날 밤 있었던 월드 프리미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까지 상영된 경쟁 부문 후보작 중 별점이 중하위권인데.  -늘 겪는 일이다. 내 영화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칸에서 전에 상을 받을 때도 그랬다.  반응이 양극인데.  -그래도 이번엔 권선징악의 명쾌한 에피소드라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여성 영화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는 그런 경향이 있다. ‘박쥐’도 여성적인 면이 강한 영화고 나머지는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어쩌다 보니 여자 주인공이 두명인 영화까지 오게 됐다.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에 대한 생각은 없나.  - ‘스토커’ 다음에는 남성적이고 와일드한 남자 주인공 영화를 하고 싶어서 미국 쪽과 서부 영화를 하기로 이야기됐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내가 고친 각본을 투자자가 좋아하지 않았다. 남성 영화 하나를 한 다음에 이 작품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스토커’ 이후 또 여성 주인공인 영화를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는데 그래도 남성 영화에 대한 각본을 쓰고 나니 약간 해소된 기분이 들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영화로 만든 까닭은.  -여성주의 영화를 만드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원작을 읽는 데 드라마 연속극을 보는 시청자 입장이 되더라. 그래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각본을 쓰게 됐다.  두 여성의 베드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몸이 어떻게 겹쳐지느냐, 움직이느냐 보다 손을 맞잡을 때 느낌이 좋았다. 그냥 성관계가 아니라 진짜 친밀하고 서로를 위해주고 하나가 되는 정서적인 기분을 담고 싶었다. 두 여자 주인공이 손을 맞잡는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 데 이 영화의 핵심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남성 입장에서 여성들의 정사 장면을 찍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 이름을 비워 남자가 찍었는지 여자가 찍었는지 모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마당에 비판을 피해갈 생각은 없었다. 욕망과 충동에서 거칠고 과격하게 달려가는 그런 것보다 친밀하고 부드럽고 대화에 가까운 장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되는데.  -그 작품은 오르내리는 연인들의 감정 같은 작품인데 ‘아가씨’는 스릴러의 외형을 갖고 있다. 음모와 범죄가 개입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음모를 위해 본마음을 감추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자기 본심과 자기가 해야 하는 임무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자기 임무에 자기 감정이 방해가 되고, 임무에 충실하려면 감정을 배반해야 하니까 미안해지고?그런 죄책감이 핵심이다.  수상을 기대해도 좋을지.  -내가 한국에서 ‘너무 상업적인 오락 영화라서 솔직히 경쟁 부문에 부를 지 몰랐다’고 했는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관련 보도를 봤는지, 내게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더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며 나올 때도 집행위원장이 그랬다. 이런 반응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영화제용 영화로 분류하려면 모호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아가씨’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다.  칸(프랑스)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저칼로리’ 음식, 더 살찌는 이유는? (연구)

    [건강을 부탁해] ‘저칼로리’ 음식, 더 살찌는 이유는? (연구)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식을 고를 때 ‘저칼로리’ 혹은 ‘라이트’(Lite)라는 단어에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어가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오히려 살이 찔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약 2년간 ‘라이트’ 간식 섭취 형태를 분석했다. 이들의 칼로리 섭취량을 연 단위로 계산한 결과, 최초로 라이트 간식을 사먹은 해보다 그 다음 해에 섭취한 칼로리가 13%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칼로리가 더 낮은 음식을 골라서 섭취하는 것이 심리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더 많은 음식을 자주 먹게 만들고, 이것이 결국 일반 음식을 먹을 때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연구에서 저칼로리 음식을 선택하는 습관이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지만, 이번 연구는 1년의 간격을 두고 장기간 칼로리 섭취 형태를 관찰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이 스스로를 살찌게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 칼로리가 낮은 음식으로 바꾸게 되면 이러한 죄책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음식을 즉각적으로 먹는 경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칼로리 음료나 스낵 등의 100g 당 칼로리가 일반 음식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행동은 결국 습관화 되며, 나중에는 칼로리가 낮은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에 까지 자주 손을 대는 습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칼로리가 더 낮은 라이트 음식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으며, 살을 빼고 싶은 비만 환자라면 단순히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 이상으로 더 나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덕후 아재 혹은 20세기 소년 “장난감은 늘 장난이 아니었다”

    덕후 아재 혹은 20세기 소년 “장난감은 늘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묘하게도 우리를 1970년대 과거의 풍경 속으로 이끈다. 그의 개인 박물관이자 개인 수집사가 담긴 ‘조립식 플라모델’(플라스틱+모델)이 쌓여 있는 장난감 전시관 ‘뽈랄라수집관’을 보면 그렇다. 1966년생 장난감 연구가 현태준(50)씨 얘기다. 1970년대 초반 장난감은 비싸고 귀한 것이었다. 10원짜리 딱지나 구슬, 종이인형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 문방구에 등장하며 ‘20세기 소년들’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바로 조립식 플라모델. 상자 안의 부품을 설명서에 나온 대로 맞추다 보면 사진으로만 봤던 탱크와 비행기가 내 손 안에서 탄생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경이인가. ●국산 장난감 15만여점 수집…5만여점 전시중 만화가이기도 한 그가 수집한 국산 장난감 규모는 15만여점. 뽈랄라수집관에 5만여점이 전시돼 있고, 자택이 있는 서울 연희동의 은밀한 창고에 10만여점의 잡동사니 완구들이 보관돼 있다. ‘덕후(특정 분야에 심취한 사람) 1세대’이자 국내 덕후의 원조 격인 그는 이른바 ‘덕밍아웃’(자신이 덕후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덕후보다는 ‘서민생활 연구자’ 혹은 ‘플라모델 컬렉터(수집가)’로 부른다. 하지만 현씨의 장난감에 대한 열정은 덕후보다 더 뜨거우면 뜨겁지 덜하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IMF) 와중에 편집 디자인 일이 끊기자 그 길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3년간 전국을 돌며 사모았지요.” 당시만 해도 몇 만원을 들고 가면 한 박스씩 장난감을 모을 수 있었다. 문방구마다 버리지 못해 쌓아 둔 재고가 산더미 같았다. 만화가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여행책 작가로 이름을 날려 돈도 꽤 벌었지만 장난감 수집에만 강북 아파트 30평(약 99㎡) 한 채 값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한테 늘 ‘눈총’을 받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플라모델史 집대성 ‘소년생활대백과’ 펴내 여전히 20세기 소년에 머물러 있는 현씨는 최근 국내 플라모델의 역사를 정리한 책 ‘소년생활대백과’(휴머니스트)를 냈다. 전작인 ‘뽈랄라 대행진’(2001)과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2002)에 이어 그가 수집·보존해 온 장난감을 집대성한 3부작에 해당한다. 장난감을 분류하는 등 집필 준비 기간만 10년이 걸렸고, 600쪽 분량의 원고는 3년 만에 겨우 마쳤다. 책 한 권을 펴내는 데 13년의 ‘덕질 내공’이 녹아 있는 셈이다. 왜 장난감일까. 짜장면 한 그릇이 30원이던 시절 100~1000원 하던 조립식 플라모델은 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군것질을 참으며 장난감에 빠졌다. 명동의 코스모스 백화점에 있던 전문 플라모델 가게에 전시된 탱크와 전투기, 자동차 모형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죄악시됐던 장난감, 과학 교재 둔갑하기도 “우리 세대의 놀이문화는 황무지나 다름없었어요.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대놓고 놀 수 없는 세대였죠. 장난감도 죄악시됐고, 그러다 보니 플라모델을 과학 교재로 둔갑시켜 팔았어요.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부모들을 설득했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참 위선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가 진단하는 ‘20세기 소년들’은 나이 먹어서 이상해졌다고 한다. “맨날 대의명분 찾지만 밤에는 음지에서 이상하게 놀고, 거짓말도 잘하는 두 얼굴을 가진 세대예요. 그렇지 않아요? 흐흐.” 영세했지만 꾸준히 소년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내 모형 업계는 1988년 올림픽 개최국이 되면서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한 후 막을 내리게 된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국내 플라모델은 지금도 거의 다 일본제나 중국제 등 수입품이에요. 1970년대부터 외국 것을 카피하는 게 주가 되다 보니 우리 자체만의 콘텐츠 발전이 없었고, 국제적으로 저작권법에 걸리게 돼 복제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니 망한 것이지요. 그 와중에 만화도 불량 문화로 인식되다 보니 만화 산업도 뒤처지게 된 거예요.” 덕후로서 현씨의 인생 모토는 수집관 이름과 같은 ‘뽈랄라’다. “오늘도 난 구질구질하지만 ‘뽈랄라’ 인생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70~80년대 청소년 性문화 다룬 웹툰도 준비 ‘뽈랄라’는 ‘뽀(포)르노’와 ‘랄랄라’를 합성해 그가 만든 용어다. 1970~80년대 포르노(야동)가 귀했던 시절, 그 야동을 찾아 떠날 때의 즐겁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고 인생을 즐기자는 삶의 지침이다. 그는 최근 1970~80년대 중고교생의 성과 놀이문화를 다룬 ‘19금의 사생활’을 탈고했다. 곧 웹툰 연재도 시작할 예정이다. 현씨는 “저처럼 전 세계의 구질구질한 아저씨들에 대한 얘기도 쓰고 싶은데 출판사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99% 서민들의 생활을 미시적으로 조명하는 책들을 연작으로 써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현태준은 B급 감수성으로 발랄하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창작해 온 만화가이자 전방위 예술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종이 장난감과 액세서리 등을 개발하는 ‘신식공작실’을 만들었다. 서울예술대학 등에 시간강사로 출강했고, 지금은 책을 기획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다. 그동안 모아 온 15만여점의 장난감으로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에 골몰하고 있다.
  • 회사의 ‘사이코패스 상사’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방법(연구)

    회사의 ‘사이코패스 상사’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방법(연구)

    흉악범죄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반사회적 공감능력 결여자를 의미하는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에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이는 많은 사이코패스들이 속내를 감추고 상대방을 속이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러한 ‘능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 속에서 가장 강하게 발휘되는 것일까? 최근 캐나다의 한 연구팀이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착취적 성격이상자’들의 소통 방식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끈다. 이들의 능력과 수단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이들에게 지배 통제당하지 않는 방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마이클 우즈워스 교수 연구팀은 심리학에서 이른바 ‘어둠의 3요소(dark triad)라고 일컫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닌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이 ‘대면(對面) 대화’를 통해 상대를 조종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서 어둠의 3요소란 나르시시즘(Narcissism),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그리고 사이코패스적 성격 특성을 말한다.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장하는 등 자기애가 과도한 경향이 있다.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의 저서인 ‘군주론’에서 유래된 용어로,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사이코패스는 공감능력 결여와 반사회성이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도덕적 죄책감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며 강한 욕구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서슴없이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범죄자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무자비한 성격을 활용해 평범한 조직 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높은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0여명의 캐나다 대학생들을 모집, 각자 어둠의 3요소를 각각 얼마나 많이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문항들은 응답자가 평소 죄책감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스스로에게 집착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각자 판매자와 구매자 중 한 쪽 역할을 맡아 특정 콘서트 티켓의 구매를 놓고 상호 협상을 벌일 것을 요청했으며, 참가자들은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최대화하라는 연구팀의 지시에 입각해 협상에 임했다. 이 때 연구팀은 협상방식을 대면 협상 및 채팅을 통한 온라인 협상 두 가지로 나누고 둘 간의 차이를 알아봤다. 그 결과 어둠의 3요소가 더 강한 참가자들일수록, 대면 협상 때보다 온라인 협상 때 협상 능력이 더 많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유형의 인물이 몸짓이나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읽어내고, 자신 또한 그러한 요소를 이용해 상대방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즈워스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명확한 편이다. 비언어적 표현수단을 제한하면, 나르시시스트 및 사이코패스 등의 내면을 들춰내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이러한 이들에게 매혹, 조종, 도발, 이용 당하기 않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13년만에 들통난 ‘남편 청부 살해극’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아내가 범행 13년 만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남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A(65)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 A씨 부탁을 받고 교통사고에 가담한 혐의로 A씨 여동생 B(52)씨와 지인 C(57)·D(56)씨를 구속했다. 이들의 범행은 200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당시 52세)는 남편 앞으로 범행 3년 전에 가입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B씨에게 남편(당시 54세)을 살해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C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을 시켜 형부인 A씨 남편을 살해하기로 했다. C씨는 중학교 동창인 D씨에게 보험금이 나오면 일부를 주겠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D씨는 2월 23일 오전 1시 40분쯤 경북 의성 한 마을 진입로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A씨 남편을 자신의 1t 화물차로 쳐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범행 7일 전 B씨와 C·D씨는 차량을 이용해 A씨 남편 집 주변을 답사하기도 했다. 그뒤 A씨는 미리 가입한 보험사 3곳에서 5억 2000만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500만원을 D씨에게 줬다. 이들의 범행은 묻히는 듯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뺑소니 사건으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뺑소니 사건 공소 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사고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은 보험금 지급 내역을 확인하고 7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관련자 계좌 30개 내역을 분석했다. 주변 인물을 탐문한 끝에 범죄 혐의점을 발견했다. 경찰은 B씨와 C씨에게 출석을 요구해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고 A씨와 D씨도 긴급 체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이들의 처벌도 가능하게 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한 뒤 “그동안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범행이 밝혀져 차라리 마음이 편안하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 13년 만에 들통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아내가 범행 13년 만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남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A(65)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 A씨 부탁을 받고 교통사고에 가담한 혐의로 A씨 여동생 B(52)씨와 지인 C(57)·D(56)씨를 구속했다. 이들의 범행은 200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당시 52세)는 남편 앞으로 범행 3년 전에 가입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B씨에게 남편(당시 54세)을 살해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C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을 시켜 형부인 A씨 남편을 살해하기로 했다. C씨는 중학교 동창인 D씨에게 보험금이 나오면 일부를 주겠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D씨는 2월 23일 오전 1시 40분쯤 경북 의성 한 마을 진입로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A씨 남편을 자신의 1t 화물차로 쳐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범행 7일 전 B씨와 C·D씨는 차량을 이용해 A씨 남편 집 주변을 답사하기도 했다. 그뒤 A씨는 미리 가입한 보험사 3곳에서 5억 2000만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500만원을 D씨에게 줬다. 이들의 범행은 묻히는 듯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뺑소니 사건으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뺑소니 사건 공소 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사고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은 보험금 지급 내역을 확인하고 7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관련자 계좌 30개 내역을 분석했다. 주변 인물을 탐문한 끝에 범죄 혐의점을 발견했다. 경찰은 B씨와 C씨에게 출석을 요구해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고 A씨와 D씨도 긴급 체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이들의 처벌도 가능하게 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한 뒤 “그동안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범행이 밝혀져 차라리 마음이 편안하다”고 밝혔다. 강병구 경북경찰청 미제수사팀장은 “오랜 세월이 지나 범행 현장의 환경이 변화되고 주변 인물들의 기억도 희미해져 탐문과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직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의지로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 아내 등 13년 만에 구속

    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 아내 등 13년 만에 구속

    경북경찰청은 13년 전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A(65)씨를 3일 구속했다. 또 A씨 부탁을 받고 교통사고에 가담한 혐의로 A씨 여동생 B(52)씨와 지인 C(57)씨, D(56)씨를 구속했다. A씨는 2003년 2월로 B씨에게 자기 남편(당시 54세)을 살해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그는 평소 남편에게 맞기도 했고 그냥 싫었다는 게 이유였다.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C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을 시켜 형부를 살해하기로 했다. C씨는 중학교 동창인 D씨에게 보험금이 나오면 일부를 주겠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할 것을 부탁했다. D씨는 그해 2월 23일 오전 1시 40분쯤 경북 의성 한 마을 진입로에서 집으로 가는 A씨 남편을 자신의 1t 화물차로 치여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그뒤 A씨는 미리 가입한 보험사 3곳에서 5억 2000만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500만원을 D씨에게 줬다. 경찰은 처음에는 뺑소니사건으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사고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보험금 지급 계좌를 분석하고 주변 인물을 탐문한 끝에 범죄 혐의점을 발견했다. 경찰은 B씨와 C씨에게 출석을 요구해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고 A씨와 D씨도 긴급 체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뺑소니사건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없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죄책감이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 탐문과 증거수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의지로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어느 직장에나 있다…‘성격이상자’ 5종과 대처법

    어느 직장에나 있다…‘성격이상자’ 5종과 대처법

    어떤 직장이든 성격적 결함으로 다른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상사나 동료는 존재하기 마련이다.그러나 함께 일하는 사람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반목할 수도 없는 것이 집단생활의 생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엔젤리스 캠퍼스(UCLA) 심리학 교수 주디스 올로프 박사가 분류한 5종의 ‘직장 내 성격이상자’들과 이들 각각에 대한 대처법을 통해 보다 원활한 직장생활을 궁리해 보자. 1.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특징: 자신을 가장 중시하며 관심과 칭송에 목마른 자아도취형 인물이다. 대부분 미움 받을 것 같지만 매력적 인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대처법: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한껏 위축시킨 후에 마음대로 조종한다. 이러한 의도에 당하고 싶지 않다면, 이들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만 한다. 2. 분노중독자(anger addict) 특징: 모든 갈등을 상대에 대한 비난, 공격, 모욕으로 해결하려는 유형이다. 타인의 자존감을 깎아내려 정서적 피해를 입히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대처법: 이들의 도발에 넘어가 덩달아 분노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나중에 후회할 말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상대가 모욕적으로 나와도 말려들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3. 수동 공격자(passive-aggressor) 특징: 분노중독자와 유사하나 더 교활한 사람들이다. 가짜 미소를 짓거나 상대를 우려하는 것처럼 꾸며 자신의 비난과 분노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때문에 진의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대처법: 이들을 상대하다보면, 상대는 악의가 없는데 혼자 착각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착각이 아니니 괜스레 자신을 탓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4. 죄책감 전도자(guilty tripper) 특징: 한 마디로 ‘책임 전가의 귀재’다. 타인으로 하여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해, 이를 빌미로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대처법: ‘완벽한 사람’(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는 것이 좋다. 만약 이들을 상대로 실수를 저질렀다면 ‘잘못한 만큼만’ 보상해 사태를 마무리하자.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죄책감을 이용해 당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가능성이 크다. 5. 험담꾼(gossip) 특징: 직장 내 스캔들을 퍼뜨리며 인기와 관심을 얻으려는 유형이다. 이런 가십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이지만, 시종일관 험담을 확산시키는 행태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대처법: 험담꾼들의 행동을 완전히 교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이들을 통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완전히 끊는다면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커버스토리] 유치원쌤… 수간호사…브라 기획자… 이건, 남자의 길

    [커버스토리] 유치원쌤… 수간호사…브라 기획자… 이건, 남자의 길

    남성보다 뛰어난 ‘알파걸’이 속속 등장하는 반면 여성 중심의 직업에 뛰어든 ‘알파맨’들도 늘고 있다. 기존의 성 역할을 넘어선 이들은 직업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세간의 편견쯤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유치원 교사, 간호사, 여성 속옷회사 직원 등 전통적으로 ‘금남의 구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남성 3명을 만났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3년차 유치원 교사 이택민 “남자 선생님 꺼린다고 15번 퇴짜, 겨우 합격했더니 엄마들 항의도, 이젠 서로 아이 맡아 달라 하세요 ” “16차례나 지원해서 유치원 교사가 됐죠. 지금은 저랑 결혼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 만점이에요.” ●전국 남자 유치원 교사 853명… 전체의 1.8%에 불과 지난 20일 경기 성남의 유치원에서 만난 이택민(28)씨는 이곳에 온 지 3년 만에 동네 유명인사가 됐다. 처음에는 남자 교사여서 일부 부모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기우였다는 걸 다들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 교사 5만 998명 중 남자는 853명(1.8%)에 불과하다. 이씨는 2007년 가천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했다. 59명의 신입생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아이들이 좋아서 정한 길인데 여자들의 틈바구니에 있으니까 쉽게 소외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생회장을 자청했고 잘 버텨냈죠. 그런데 진짜 난관은 취업이었어요.” ●첫해 학부모 2명 “여교사 반으로 아이 옮겨 달라” 요구 이씨는 유치원 15곳에 원서를 넣었다가 다 떨어졌다. 7곳은 서류에서 탈락했고, 8곳은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다. “부모들이 남자 교사는 꺼린다”고 대놓고 탈락시킨 이유를 말하는 원장도 있었다. 결국 16번째 지원을 해 지금의 유치원에 들어왔다. 하지만, 첫해에 학부모 중 2명이 “내 아이는 여교사 반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남자 교사들이 여자 교사보다 섬세하게 신경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건 아직은 어쩔 수 없죠. 여자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성희롱 등 극단적인 상황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시간을 두고 직접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죠.” ●매일 전화상담하고 화장실 지도는 여교사에게 부탁… 이젠 아빠들 육아 멘토 이씨는 매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알려주고, 수시로 상담을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화장실 지도는 여성인 부담임 교사에게 맡겼다. 3년차가 된 올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 엄마가 “우리 아이를 이 선생님 반으로 배정해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프렌대디’(프렌드+대디·친구 같은 아버지)가 주목받는 사회 분위기에 그를 찾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한번은 아빠와 함께 가는 소풍을 기획했더니 아빠들이 아이 교육법에 대해 열성적으로 묻더라구요. 남자 교사라서 좀더 편하게 물어본다고 하시는데, 엄마 양육에서 부모 양육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남자 유치원 교사라고 해서 억지로 여성스러움을 연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전 중3 때까지 철인3종 경기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동했어요. 여성이 주류인 직업이니 세밀함 등 여성의 장점을 배우려 하지만 억지로 여성스러워지면 아이들이 먼저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결국 유치원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 김장언 “친근한 남자 간호사 더 반기는 세상, 중요한 건 성별 아닌 삶에 대한 태도. 병실서 일할 후배 많아지길 바라죠 ” “예전엔 남자 간호사를 보면 다들 의사로 잘못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간호대학 교수 중에도 남자들이 있는걸요.” ●올 간호사 합격자 10%가 남자… 10년 새 10배 늘어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김장언(57) 수간호사는 “중년 이상의 환자들은 일부러 남자 간호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남자여서 농담하기도 편하고 이래저래 친근하게들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만 해도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중 남성은 100명에 1명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합격자 10명 중 1명이 남성이다. 10여년 사이에 비중이 얼추 10배가 된 셈이다. 지난 2월에는 전국의 남자 간호사가 1만명을 넘어섰다. 2013년에는 대한남자간호사회도 창립됐다. 이 모임의 초대 회장이 김 수간호사다. ●남자 간호사는 이미 병원 시스템에 정착… 새 영역 개척할 때 “후배들에게 아직 우리 분야는 개척할 부분이 많으니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해 줍니다. 이제는 남자 간호사가 병원 시스템에 정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일하는 어린이병원에 남자가 간호사로 일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하지만 여전히 남자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에 주로 배치된다.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하는 병실 근무는 아직 여자 간호사가 더 능숙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한 탓이다. 그는 남녀가 서로 다른 방식의 섬세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별과 관계없이 간호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돕는 직업”이라며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초보 간호사 시절 12세 소년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어요. ‘차라리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2~3년이라도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죠. 한동안 방황했어요. 결국 삶과 죽음은 인간의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지요. 그래서 순간마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병역이 남자 간호사 발목… 군의관처럼 전공 살리는 군 보직 생기기를 김 수간호사는 남자 간호사에게 가장 힘든 것은 병역 문제라고 했다. “간호학과는 의대와 마찬가지로 학기마다 시간표가 짜여 있어 연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군의관과 같이 전공을 살리는 군 보직이 없어서 일반 병사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졸업 후에 군대에 가면 취업 전 공백이 생겨서 더 부담이 됩니다.” 그는 이 부분이 후배 남자 간호사들을 위해 가장 해결해 주고 싶은 숙제라고 했다. “제가 처음 간호사를 시작할 때 멘토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그래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자들이 더 많이, 더 활발히 간호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남영비비안 상품기획부 차장 최세훈 “란제리 패션쇼서 얼굴 못 들던 초보, 브래지어 사이즈 척척 꿰는 전문가로, 변태 오해도… 하지만 다 패션입니다”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 그리고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체육교육과를 나와 20년 가까이 여성 속옷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성 속옷을 만들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도 있지만, 어차피 다 같은 패션 아닌가요.” ●여성 몸매 보정해 주는 기능성 속옷 담당… 직원 10명 중 3명은 남자 최세훈(42) 남영비비안 상품기획부 차장은 브래지어, 팬티, 슬립 등 여성의 몸매를 보정하는 기능성 속옷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실과 조율해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한 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게 그의 업무다. 1998년부터 무역회사에서 여성 속옷을 수입하는 일을 하다가 2009년 이곳으로 옮겼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본사 쇼룸에서 만난 최 차장은 “1998년 첫 출장으로 프랑스 파리 란제리쇼에 갔을 때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여성 모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지금은 남자 직원의 저변이 넓어져 10명 중 3명은 됩니다.” ●처음엔 매장도 못 들어가고 쇼윈도 너머로 훔쳐봐 자기 의지에 따라 업무 분야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어서 주변에서는 그가 여성 속옷을 기획한다고 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2000년에 홈쇼핑 방송의 여성 란제리 홍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그걸 본 친구가 ‘야, 지금 TV에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서 속옷을 판다’고 연락을 했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시장조사를 다닐 때 부끄러워서 속옷 매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쇼윈도 너머로 흘끔흘끔 훔쳐보며 조사를 했죠.” 2013년 10명 남짓한 해외시장 조사단의 막내로 일본 출장을 다녀오다가 세관 심사를 받을 때는 ‘변태 성욕자’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커다란 백팩에 한가득 여성 속옷 샘플을 넣었거든요. 인천공항 검색대에서 제 가방을 열어본 세관 직원이 여자 속옷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더군요.” ●속옷 디자인 여전히 금남지대 … 남녀 합작하면 최고의 작품 나올 것 지금은 여성들에게 속옷 제대로 입는 법,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고르는 법 등을 조언해 주는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착용감 등 여성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은 가족, 여성 친구, 고객에게 직접 물어본다. “저는 남자니까 자연히 고객에게 조언을 구하는 태도로 접근하죠. 그런데 그런 점이 오히려 고객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획이나 마케팅 등이 아닌 속옷 디자인 부서에는 아직 남자가 진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 속옷 디자인에도 남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여직원들은 속옷의 작은 부분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만, 남자들은 전체적인 느낌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양쪽이 합쳐졌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 우리도 ‘스포트라이트’가 될 수 있을까?

    우리도 ‘스포트라이트’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스포트라이트’(감독 토마스 맥카시)를 일간지 기자가 보는 것은 약간 괴로운 일이었다. “이걸 밝혀내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라는 대사는 마치 나를 향한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몇 년 전에도 같은 신문에 사제 성추행 사건을 보도했다. 그런데 겨우 종교면에 한 꼭지. 그 기사를 마치 내가 찌그러뜨린 것 같은 죄책감 마저 들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비현실적이라고 느낀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있었다. 물론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기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일 속보를 생산해 내는 보통의 기자들에게는 거리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새로 온 편집장이 이전에 보도된 적 있는 기사를 다시 ‘심층취재’ 해보라고 지시를 하면서 시간을 ‘충분히’ 준 것이 대표적이다. 좀 더 취재가 필요하다는 기자들의 요청에 편집장이 “어느 정도면 되냐?”고 묻자 사나흘도 아니고 몇 주를 더 요구한다. 편집장은 알겠다고 한다. 기자들은 모든 현장을 뛰어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에 나온 인물들을 빠짐 없이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사방에 널부러져 있던 의혹의 퍼즐들을 정확히 꿰맞춘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공교롭게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6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에 참석하고 난 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 AP통신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에 참가했다. 사실은 참가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분야가 낯설었다.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일간지 기자에게 보통 기사 한 건을 취재할 때 ‘사례 3건+통계 1~2건’이 기본적인 공식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거나 기사의 주제를 강조하고 싶을 때 통계 자료를 가져다 썼다. 대부분 누군가 정리해 둔 통계 자료를 해석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사를 쓸수록 통계 자료가 더 간절해졌다. 좋은 사례 한두 건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었고, 숫자로 데이터가 뒷받침 돼야 좀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사 같아서였다. 그런데 이미 기사에 쓰인 것, 남이 정리해 준 통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 자료를 분석해 보고 싶기도 하고, 더 깊이 연구해 보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싶었다.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은 좋은 핑계였다. 아직은 어렵고 낯선 분야라는 생각을 잔뜩 안고 들어간 강의실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에서 만난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의외로 쉬운 단어들을 사용했다. 데이터, 팀, 스토리 텔링, 공유(sharing), 협업(collaboration), 사람. 이런 말들을 가장 많이 했다. 팀을 짜서 함께 일하고, 많은 정보를 나누라고 했다. 기자라면 널리고 널린 정보들 가운데 꼭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자의 취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워낙 다양한 정보가 퍼져있는 가운데 그것을 ‘내 것’, ‘우리 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각화(visualization)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어떻게 ‘데이터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어떤 기술을 갖춰야 하느냐는 질문에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지아니나 세그니니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천천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톰슨 로이터의 데이터 분야 대표 에디터인 레그 촤는 “그룹 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뉴 컬래버레이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애틀 타임스 출신인 셰릴 필립스 미 스탠퍼드대학 데이터 저널리즘 교수는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읽어야 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기자들의 불만을 사기가 쉽다”며 입을 열었다. 매일 속보를 다뤄야 하는 일간지 기자들에게는 사실 ‘충분한’ 시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립스 교수는 일단 뉴스룸부터 ‘디지털 트레이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가 어디서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데이터 저널리즘의 시작이라는 이유다. 기자들이 디지털 문화와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좀 더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만의 특유한 정보 소스를 얻기도 하고 그것을 축적한 뒤에 나누는 방법이 보다 수월해질 거라는 얘기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립스 교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접하기 때문에 ‘진실성’을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언론인 본연의 역할을 주문했다. 진실성 있는 정보를 적확하게 이용할 줄 아는 것이 기자로서 데이터 저널리즘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스티브 도이그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도 언급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던 도이그 교수는 “데이터는 나날이 발전하고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어떻게 분별해내고 이용하는지가 중요하며 가치있는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 분야를 시작할 때 사람을 ‘연결’하는 데 우선 힘을 썼다”고 소개했다. “다른 지역, 문화, 종교, 언어를 넘어선 데이터 저널리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냈고, 각 나라에 분포돼 있는 다른 사람들과 공통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우리를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비록 하루였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를 이끌고 있는 해외 언론의 노력은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 사실은 당장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여전히 낯설고 멀어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조차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언론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보편화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소한 취재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하는 정보들이 결코 기사 한 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모으고 다른 정보들과 엮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그러한 정보가 ‘나의 것’에서 ‘우리의 것’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 마침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게 된 것은 이번 서밋에서 배우고 느꼈던 점을 더욱 확신하게 해주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깔끔 떨다가… 제가 애를 죽였대요” 가습기 살균제 샀던 엄마의 죄책감

    “깔끔 떨다가… 제가 애를 죽였대요” 가습기 살균제 샀던 엄마의 죄책감

    #1. “엄마. 나는 동생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 똑같이 입원해서 나만 살았잖아.” 13세 A군은 동생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6년 전인 7세 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동생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동생은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동생의 죽음을 퇴원 뒤에야 알게 된 A군은 자신도 동생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 없이 울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심지어 자해를 하기도 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고 학업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2. “아이가 죽은 뒤 남편이 그러더군요. 유난스럽게 깔끔을 떨더니 애를 죽이고 말았다고요. 도저히 살 수가 없었어요.” 40대 여성 B씨는 7년 전 아들을 떠나보냈다. 겨울철이면 아이 방에 가습기를 틀었고, 가습기 살균제로 열심히 청소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린 듯하면 살균제를 평소보다 더 많이 넣었다.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들은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남편은 “혼자 잘난 척하더니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질책했다. 두 사람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결국 갈라섰다. 이 사연들은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1월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보건센터 2015년 보고서’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들이다. 서울신문이 2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4월 환경보건센터로 지정된 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을 하면서 피해자 44명(성인 29명, 소아청소년 15명, 중복 진단 가능)에 대해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성인 중에서는 전체의 58.6%인 17명이 우울증을 나타냈다. 5명은 수면 장애,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보였다. 소아청소년 중에서는 66.7%인 10명이 불안 장애를 보였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구입한 부모들이 다른 가족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 어머니들의 증언 중에는 “시댁에서 아이를 죽인 ×이라 욕을 하고 비난한다”, “남편과 대화가 줄었고 아이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들이 있었다. 일부 부모는 “더 잘 키워 보겠다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내 손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서 사용했는데 그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 나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며 죄책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가족들도 있었다. 남겨진 가족 중에는 ‘2차 피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습기 피해자인 C씨는 임신 상태에서 아들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C씨는 딸 D양을 출산한 뒤에도 아들과 병원에 입원했고, 남편은 이들을 간호하느라 D양을 친척 집에 맡겨야 했다. 이후 D양은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며 집에 사람이 없으면 계속해서 가족들을 찾았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뇌물죄의 법경제학/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뇌물죄의 법경제학/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패인식지수(CP)라는 것이 있다. 글자 그대로, 부패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감수성 또는 인식 정도를 0에서 100까지 지수화한 것으로(2012년 이전 10점 만점) 지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1995년부터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첫해인 1995년 조사 대상국 41개국 중 27위(4.19점)였고, 2005년에는 5점을 받아 조사 대상국 159개국 가운데 40위를 차지했다. 올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6점을 받아 167개국 중 37위에 그쳤다. 올해에도 전통적인 청렴 국가들인 덴마크·핀란드 스웨덴이 1, 2, 3위에 올랐고 독일·영국·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모두 상위권에 분포했다. 우루과이·대만 등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고, 르완다·요르단 등이 우리보다 약간 뒷자리에 있으니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 우리 국민의 믿음이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지만, 압축성장의 그늘은 사회 각 분야에 짙고도 광범위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공무원들의 청렴 의식, 부패에 대한 국민의 감수성은 아직 선진국에 까마득히 못 미치는 것 같다. 최근에만 해도 원전 부품 납품비리, 방산비리,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부패의 심연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재산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걸핏하면 ‘대대적 사정’ 운운하며 부패 척결을 부르짖어 왔건만 부패는 왜 잡히지 않는 걸까. 해마다 수십, 수백 명의 정치인, 고위 공직자들이 부패 혐의로 기소되고 교도소에 가기도 하지만 왜 뇌물 수수는 계속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법경제학적 측면에서 찾아보자. 범죄행위자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특히 사기나 횡령 같은 재산 범죄, 또는 뇌물수수 같은 범죄의 경우 이러한 가정은 상당히 유효하다. 뇌물수수 범죄자의 경우 그가 뇌물을 수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에서 기대 비용을 뺀 기대 순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우선 범죄에서의 기대 이익은 물질적 이익과 심리적 이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질적 이익은 당해 범죄로부터 행위자가 직접 얻는 금전적 이익이다. 심리적 이익은 범죄 행위 때 느끼는 성취감, 모험심의 충족, 동료들로부터의 인정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대 이익에 대해 법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다음으로 기대 비용은 직접 비용과 기대처벌 비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직접 비용이란 범죄행위에 필요한 경비와 죄책감 등 심리 비용을 의미한다. 기대처벌 비용(C)은 처벌의 강도(S)와 처벌받을 확률(P)로 이루어진다(C=S×P). 그리고 처벌받을 확률(P)이란 발각될 확률(r)×기소될 확률(i)×유죄판결을 받을 확률(c)을 의미한다(P=r×i×c). 여기서 법정책적 측면에서 기대 비용을 높이려면 처벌의 강도와 처벌받을 확률을 높이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처벌의 강도를 높이려면 뇌물죄의 법정형을 무겁게 규정하거나 법원에서 뇌물죄에 대한 형량을 전반적으로 높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뇌물죄의 법정형은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 가중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고, 법정에서도 우리 사회 부패의 심각성을 인식해 엄벌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밖에 기소될 확률과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은 수사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관련된 것으로 형사소송법상의 다른 이념이나 가치에 의해 제약될 수밖에 없는 변수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기대비용을 높임으로써 뇌물 수수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발각될 확률(r)을 높이는 것이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뇌물 공여자가 변심해 뇌물 수수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다. 그렇다면 뇌물 공여자까지 같이 처벌하게 돼 있는 현행법을 고쳐 뇌물 수수자만 처벌하는 것도(비록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한 가지 방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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