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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오펜하이머’와 절멸/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오펜하이머’와 절멸/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국제부 기자로서 ‘오펜하이머’는 보고 또 봐야 할 영화다. 736쪽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3시간으로 옮겨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의 연출력이 대단했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줄리어스 오펜하이머의 내면을 그리면서도 당대를 주름잡던 물리학자들, 정치인들, 군인들과의 관계를 촘촘하게 엮었다. 1940~50년대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이렇게 손에 잡힐 듯 전해준 영화가 또 있나 싶다. 배경을 정확히 알고 관람했어야 할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그가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해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를 되뇌며 첫 원자폭탄 실험을 산스크리트어 ‘트리니티’라 부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을 정확히 읽어내기 힘들었다. 독일 과학자들이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원자폭탄의 원리를 파악하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실험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그는 나치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모든 부담을 떠안는다. 그의 엄청난 추진력과 집중력에 힘입어 미국은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원자폭탄을 만들고 일본의 두 곳에 떨어뜨려 태평양전쟁을 끝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매진해야 한다며 수소폭탄 개발을 한사코 주장하는 에드워드 텔러를 쫓아내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회의에 참석해 진전 사항을 보고하라고 했다. 기자에게는 원폭 투하 이후 소련에 제조 기술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힘겨워하면서도 달관한 듯, 왠지 모르게 즐기는 듯한 오펜하이머를 그린 영화 후반부가 더욱 흥미로웠다.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낸 인물이 뻔뻔하게 손을 내밀어도 씩 웃으며 맞잡아 준다. 의회의 비공개 심문에도 시달린다. 스트로스는 인류를 핵재앙으로 이끈 데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교자인 척 군다고 폭로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 접견 장면. 수소폭탄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핵감축 협정에 나서라고 주장하는 오펜하이머를 매몰차게 쫓아낸 대통령은 비수를 날린다. “징징거리는 애들은 앞으로 내 방에 들이지 마!” 원자폭탄 실험이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둔 뒤 폭탄을 싣고 떠나는 그로브스 대령이 “(당신네 과학자들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을 때 그는 벌써 알았을 것이다. 뭐든지 빨리 배우고 익히는 오펜하이머가 이렇게 될 줄 몰랐을 리 없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 것이란 것, 러시아가 5977개, 미국이 5428개(지난해 미국과학자연맹 집계) 갖는 데 이를 것이란 것을 몰랐을 리 없다. 해서 마지막 장면이 원자폭탄들이 구름 위로 치솟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그의 얼굴이었던 것은 너무 당연했다.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가 계속 떠오른 것은 두 영화가 절멸(絶滅)에 대한 두려움을 깊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 앞 대목은 옥수수밭이 불타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야만 생활이 가능한 지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는데 지금 우리는 묵시록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하고 있다. 세상은 훨씬 여러 갈래가 됐다. 80년 전처럼 미국과 소련이란 강력한 주도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감축 협상이 중단된 것이 3년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에 각자도생이다. 오펜하이머도 느꼈듯, 더 공포스러운 것은 폭탄이 아니라 인류, 사람들이었다.
  • 하와이 마우이섬의 100년 된 목조주택 이렇게 멀쩡한 이유, 대비했으니까

    하와이 마우이섬의 100년 된 목조주택 이렇게 멀쩡한 이유, 대비했으니까

    100% 나무로 지어진 데다 따로 방염 처리를 한 것도 아니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다른 주택들도 마찬가지였고, 불길이 번졌을 때는 전기가 끊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라하이나 마을에서 오롯이 ‘붉은 지붕의 하얀 집’이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요행이나 기적이 아니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LA타임스와 영국 BBC 방송은 라하이나 마을을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마치 ‘포토샵’으로 합성한 듯 유일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포착된 이 집이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등 건축 기법이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알고 보니 100년 된 목조 건물이었다고 전했다. 집 옆에 주차된 자동차 역시 전혀 불길을 타지 않아 멀쩡하다. 집주인 트립 밀리킨과 도라 앳워터 밀리킨 부부는 2021년 이 주택을 사들였다. 이전에는 사탕수수농장 회계 담당자의 집이었다고 했다. 전 주인에 따르면 이 집이 지어진 것은 1925년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8일 산불이 일어났을 때 마침 매사추세츠주의 친척 집을 방문해 화를 면한 밀리킨 부부 역시 자신들의 집이 어떻게 피해를 면했는지 의아하다고 털어놓았다. 밀리킨 부부는 다만 집 일부를 개조한 것이 화마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봤다. 집을 사들인 뒤 아스팔트 지붕을 금속 재질로 교체하고 집 주변을 자갈 등 돌멩이로 두르는 한편, 주변에 무성했던 초목도 제거했다. 화재 예방보다는 흰개미를 차단하고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려 한 조치였는데 자연스럽게 ‘불에 강한’ 주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밀리킨 부부는 말했다. 두 사람은 “산불이 번졌을 당시 불붙은 나뭇조각들이 강풍에 날아다니다 건물에 부딪혔는데 아스팔트 지붕이었다면 불이 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씨를 옮기기 쉬운 초목을 제거한 것과 자신들의 집이 주변 건물들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바다, 도로, 공원 등에 둘러싸인 점도 화마를 피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둘은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집 주변 약 1.5m 안에 있는 가연성 초목을 제거하고 돌이나 자갈로 교체하라고 조언한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밀리킨 부부는 호놀룰루 시빌 비트 인터뷰를 통해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는 여전히 죄책감을 느낀다”며 이번에 집을 잃은 이웃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이 죽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전부를 잃었다”면서 “우리 모두 서로를 돌보며 함께 재건하자. 이 집은 우리 모두를 위한 기지가 될 것이다. 자 씁시다”라고 강조했다.
  • ‘봅슬레이’ 강한, 생모 사망 뒤늦게 알아…“25년 만에 엄마 만났다”

    ‘봅슬레이’ 강한, 생모 사망 뒤늦게 알아…“25년 만에 엄마 만났다”

    봅슬레이 선수 강한(25)이 생모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전했다. 강한은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5년 만에 엄마를 만나고 왔다”고 알렸다. 강한은 “지난 6월 2일 하늘의 별이 되신 나의 엄마. 오늘에서야 소식을 듣고 급하게 만나고 왔다”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보는 순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죄책감으로 미안했다는 강한은 “나의 엄마이기 전에 어린 학생이었을 것이고, 온갖 욕을 들으며 나를 낳았을 것”이라면서 “소식 듣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얘기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말이 안 나오더라”고 했다. 이어 “나 포기하지 않고 낳아줘서 너무 고맙다. 엄마가 있었기에 내가 있었고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다”면서 “우리 먼 훗날 꼭 보기로 했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약속도 못 지킨 채 먼저 갔나.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라는 존재를 알고 ‘꼭 언젠가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야지’ 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다. 누구보다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며 “먼저 하늘의 별이 됐지만 아들이 그리움에 지쳐 힘들어하는 날에는 한 번씩 꿈속에 들러 안부라도 전해달라. 그래야 내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한은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서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라. 나는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좋은 소식 있을 때마다 엄마 찾아가서 말해주겠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고 계시라. 하늘에서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 돼달라. 사랑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강한은 자신의 생모의 가족에게 “엄마가 저로 인해 돌아가신 게 아니다. 제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돌아가신 지 두 달 넘게 왜 숨겼는지. 너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강한은 지난 2020년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자란 보호종료아동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어머니의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어머니께 눈맞춤을 신청했다”면서 “어머니께서 저를 15세에 낳고 보육원에 맡겼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3년 전 20세에 보육원을 퇴소했다”며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게 눈맞춤을 신청했다. 그러나 강한의 어머니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지금 만날 상황이 아니지만 진짜 안정이 되고 나면 어떻게든 만나러 가겠다. 못난 엄마를 용서해라. 널 잊고 싶을 때보다 보고 싶을 때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 오송 지하차도 생존자 6명 검찰 고소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생존자 6명 검찰 고소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생존자협의회 창립 “중대 시민 재해” “생존자, 죄책감·트라우마로 고통”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11명이 16일 협의회를 창립하고 “참사는 명백한 중대 시민 재해”라며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6명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으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께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중한 처벌이 꼬리 자르기 없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조항을 적용해 6명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고소 대상자는 김 지사를 비롯해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김교태 충북경찰청장, 장창훈 소방청 소방행정과장(당시 충북소방본부 본부장 직무대리), 정희영 흥덕경찰서장 등이다. 협의회는 “어느 기관 하나 책임을 지지 않은 총체적 행정 난맥상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만들었다”며 “생존자들은 피해자로서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탑승했던 동료를 살리지 못하고, 같이 고립됐던 생명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며 “트라우마로 당시 기억을 떠올릴 수조차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일상회복이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암담한 상태”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일상 복귀에 필요한 신속한 지원을 비롯해 원인 규명과 재난 담당 공무원의 근무 환경 개선,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참사 현장에 있던 차량 4대의 15분 길이의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다. 지난달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돼 차량 17대가 침수되며,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사고와 관련해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관계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 하와이 산불 속 집 지켜낸 주민 “대피 전 물 뿌렸다”

    하와이 산불 속 집 지켜낸 주민 “대피 전 물 뿌렸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 참사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피해가 극심했던 서부 하라이나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집을 지킨 사연이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하이나 주민이자 화가인 아리엘 퀴로즈(42)는 지난 8일 오전 5시쯤 정전과 강풍에 잠에서 깼지만, 오후가 돼서야 멀리 연기 구름이 불어오는 모습을 보고 섬에 산불이 났음을 직감했다. 프론트 스트리트라는 거리의 바로 옆 주택 단지에 사는 퀴로즈는 집 앞에 나갔다가 이웃 주민들 중 한 명이 자택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봤다. 그는 자신 역시 집에 물을 뿌려두면 불길로부터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당한켠에 있는 호스를 연결해 집 모든 곳에 물을 뿌렸다. 마우이 당국이 그날 오후 4시 반쯤 모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전에 퀴로즈와 그의 아내는 각종 서류와 귀중품, 반려묘 두 마리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퀴로즈 부부는 불길을 피해 차를 몰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주변 수풀이 불타고 전신주와 나무가 쓰러지고 곳곳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목격했다.퀴로즈는 지난 12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송전선이 불에 타 팝콘처럼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내,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라하이나에서 남동쪽으로 약 38㎞ 떨어진 키헤이에 있는 한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 키헤이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나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국이 이재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전기가 차단되는 바람에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산불 경보 시스템 등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 주민 대응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불길이 라하이나로 들이닥칠 때 섬 곳곳에 설치된 80개의 경고 사이렌 중 어떤 것도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시 거처를 찾는 것도 까다로웠다. 퀴로즈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라하이나에서 지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연기가 자욱한 마을에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퀴로즈는 지난 18일 잠시 집에 돌아왔는데 자신의 집과 달리 길 건너편 이웃 집들이 몽땅 불에 타버린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미 정부는 산불에 대비해 화재에 강한 자재로 건물을 짓거나 개보수하고, 실외에는 집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수도 시설을 설치하도록 권장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집이 온전히 남았는데도 당분간 거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불로 탄 재와 각종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모바일 결제 앱인 벤모를 통해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다른 이웃들에게도 기부금을 보내고 있다며 지역 사회가 최고의 지원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축복받고 운이 좋았다. 이렇게 운이 좋은 것에 대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도 든다”고 말했다.
  • 롤스로이스 피해자, 상태 급격히 악화…‘뇌사’ 빠졌다

    롤스로이스 피해자, 상태 급격히 악화…‘뇌사’ 빠졌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벌어진 ‘롤스로이스 교통사고’의 피해자 A(20대 여성)씨가 5일 새벽부터 뇌사 상태 빠졌다. 10일 A씨 가족들에 따르면 A씨를 진료 중인 의료진은 가족에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을 당부한 상태다. A씨 가족들은 “의료진이 뇌사 상태로는 길면 일주일 정도, 기적적으로 살아있어도 한 달 정도 남았다고 설명해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가족들이 경찰과 병원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건 사고가 난 2일 저녁 11시 30분쯤이다. 당시에도 병원에서는 ‘두 다리가 심하게 골절돼 걷지 못할 수도 있고 향후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14시간의 긴 수술 끝에 A씨의 상태는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주말 사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A씨의 오빠는 가해자 신모씨에 대해 “단 한 번도 동생 상태가 괜찮은지 묻지 않았다”며 “변호사를 통해서 형식적인 인사를 전해오는 게 전부였다. 죄책감이 없는 건지 본인 살 궁리만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 10분쯤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자 A씨는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와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롤스로이스’ 타고 인도 돌진한 20대, 11일 구속심사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씨에 대해 위험운전치상과 약물 운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는 11일 오전 11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를 받는 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만약 A씨가 사망할 경우 신씨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특별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로 변경된다. 위험운전치사죄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신씨는 사고 당일 오후 12시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과 ‘미다졸람’ 2종을 투약받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식 결과 신씨에게서 케타민을 포함한 총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오·남용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르면 11일 모발 검사 결과가 나오면, 경찰은 신씨가 코카인·대마초·필로폰 등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신씨가 의약품을 치료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투약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 “‘묻지마 칼부림’ 최원종, 사이코패스 진단 불가”

    “‘묻지마 칼부림’ 최원종, 사이코패스 진단 불가”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최원종(22)에 대해 사이코패스 검사(PCL-R)를 진행한 경찰이 “사이코패스 평가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총 14명(사망자 1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결과를 10일 밝혔다. 경찰은 “최원종은 사이코패스 평가 대상에 적합하지 않아 성향 여부를 논단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평가에 앞서 대상자 면담과 병원 이력 등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한다. 그런데 2020년 최원종이 조현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이력이 확인됐고, 현재도 피해망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사이코패스 평가요인 4가지 항목인 대인관계, 정서적 문제, 생활방식, 반사회성 등과 관련한 세부 문항에서 채점이 불가능해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경찰은 최원종이 사이코패스여서가 아닌 피해 망상 등 이상 동기에 의한 범죄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 질환이 있는 피의자라고 해서 모두 사이코패스 진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최원종 사례는 진단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최원종은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구속 송치됐다. 최원종은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병원에 있는 분들도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 ‘묻지마 칼부림’ 최원종, “피해자분들께 죄송”…검찰 송치

    ‘묻지마 칼부림’ 최원종, “피해자분들께 죄송”…검찰 송치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최원종(22)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10일 오전 9시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구속 송치 전 최원종은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병원에 있는 분들도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성문 제출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치소에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스토킹 집단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네. 제가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간략히 말하면 제가 몇년간 조직적인 스토킹 피해자였고 범행 당일날 괴로웠다. 저의 주변에 스토킹 조직원이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사람들을…”이라고 답했다. 최원종은 마스크나 모자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상하의 모두 어두운 복장 차림이었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쯤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을 향해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차에 들이받힌 20대 여성 1명은 뇌사 상태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5시 59분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 6분 만인 오후 6시 5분 최원종을 서현역 인근에서 붙잡았다. 앞서 최원종은 정체불명의 대규모 스토킹 조직으로부터 감시를 받아왔다고 경찰조사에서 일관된 진술을 해왔다. 경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최원종이 이후 최근까지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봤다.
  • “임신한 여성도” 먹튀라며 CCTV까지 공개했지만…‘실수’

    “임신한 여성도” 먹튀라며 CCTV까지 공개했지만…‘실수’

    제주의 한 고깃집에서 일가족이 음식을 먹은 뒤 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분을 산 가운데 가게 사장은 “착오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도 식당 먹튀가족 공개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식당 주인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요즘 성수기인지라 매장이 정말 바쁘고 정신없게 돌아가고 있는데 장사 11년 만에 처음으로 먹튀 손님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바쁜 틈을 타서 아주 실실 웃으면서 여유롭게 아무렇지 않은 듯 유유히 가게를 나가더라”며 “성인 넷, 아이 셋에 심지어 여성 한 분은 임신을 한 몸이었다”고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또 “음식값 16만원은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이런 식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실망과 죄책감을 주는 악질들을 고발하고 싶다”고 하소연 했다. A씨는 한 방송국에 식당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식당 관계자는 다시 글을 올려 “다른 각도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니 저희 직원이 그 가족이 아닌 다른 테이블 계산서로 음식값을 계산했다. 먹튀가 아니라 계산을 한 것이었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도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처럼 멀쩡히 음식값을 지불한 손님이 ‘먹튀 손님’으로 오인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남양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씨가 “먹튀 당했다”며 가게 내부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지만, 알고 보니 직원의 계산 실수로 밝혀지는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5월에도 한 인천 횟집에서 “9만원 어치 음식값을 내지 않고 먹튀했다”며 CCTV 영상을 공개했지만 ‘다른 테이블로 착각한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한 바 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의 잎이 음식을 감쌀 때/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의 잎이 음식을 감쌀 때/식물세밀화가

    지난 2월 일본 고치현 마키노식물원에서 일하는 원예가의 초대로 그의 집에 방문했다. 식사 전 그가 내어 준 다과상에는 녹차와 함께 나뭇잎으로 감싼 떡이 있었다. 나는 떡의 맛보다 떡을 감싼 식물의 정체가 궁금했다. 포크로 잎을 펴 보니 금세 떡갈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떡을 내어 준 이도 책장에 있던 도감을 꺼내 참나무속 페이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한 입 베어 문 떡에는 싱그러운 숲향이 묻어 있었다. 지금 한창 도토리 열매를 키우고 있는 떡갈나무는 ‘덥가나모’ 넓은 잎을 덮개로 쓰는 나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떡갈나무가 속한 참나무속은 타닌산에 의해 곤충이나 곰팡이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해 번성할 수 있었다. 이 천연 무독성 방부제는 인류의 요리 재료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10여년 전 러시아로 여행을 갔을 때도 의외의 장소에서 참나무 잎을 봤다. 식당에서 내어 준 오이 피클에 작은 잎 조각이 들어 있길래 현지 동료에게 그 잎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으니 참나무속 식물이라고 알려 주었다. 러시아에서는 피클을 만들 때 참나무속 식물의 잎을 함께 넣는데 이 잎은 절임요리에 제격이라고 한다. 식물의 잎은 인류의 초기 요리도구였다. 음식을 저장하고 옮기는 것에서 시작해 찌고 삶고 굽는 조리 과정에서도 잎을 이용했다. 식물의 잎은 수분과 풍미를 가두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며 잎이 가진 항균 효과는 유리, 도자기 그리고 플라스틱 소재의 용기가 나오기 전 음식을 담는 용기로 사용하기 적합했다. 우리나라에도 잎으로 감싼 떡이 있다. 망개떡. 이름 때문에 이 떡을 감싼 잎이 망개나무라 착각하기 쉽지만, 이 잎은 청미래덩굴이다. 경상지역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 불러 망개떡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알려진다. 식물의 지방명이 주는 흔한 혼돈이다.청미래덩굴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자생지에서 보는 이들 잎은 매우 두껍지만 망개떡의 잎은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해 잎이 매우 얇고 심지어는 잘게 부서지기도 한다. 대신 잎이 감싼 떡은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특유의 향이 난다. 추석 때 솔잎을 깔아 송편을 찌는 것도 식물이 가진 항균 효과를 기대하는 행위다. 솔잎으로 찐 송편엔 향긋하고 시원한 소나무 향이 배어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잎밥도 식물의 잎으로 감싼 대표 음식이다. 연잎은 크기가 매우 크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내구성이 있고 일정 온도 이상에서 독특한 향을 방출하며 항균 효과가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연잎밥은 사찰이나 교외 식당에서 먹을 법한 옛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식문화가 발달한 최근에는 되레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간단히 데워 먹기 좋은 1인용 음식으로서 청년층에게 각광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말린 연잎을 딤섬 포장제로도 활용한다. 우리 연잎밥처럼 일본에서는 말린 대나무 잎으로 주먹밥을 싼다. 대나무가 많은 중국에선 최근 이 잎으로 만든 포장 충전재를 개발했다.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포장 소재는 바나나 잎이 아닐까 싶다. 바나나 잎은 내열성이 좋아 가열 후에도 변형이 없어 조리하기 좋고 항균 효과가 있으며 해동 후에도 촉촉하고 물에 불리면 천연 오일을 방출해 요리 재료로서 제격이다. 바나나 잎에 어떤 음식을 담아 내는지에 따라 각 나라의 식문화도 알 수 있다. 인도에서는 바나나 잎으로 만두와 카레를 담고 태국에서는 찹쌀밥과 과일을 내놓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돼지고기와 양고기 요리를 바나나 잎에 올려 내놓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배달 문화의 발달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일회용 용기를 많이 쓰고 있다. 나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배달 음식을 시키는데, 음식을 다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환경을 위해 우리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친환경 용기 사용을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이에 식물의 잎이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무는 사이 숲과 들에 사는 식물의 잎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무성해진 잎은 우리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기계에 의해 잘리고 뜯기고 버려지기도 한다. 아침에 냉동실에서 꺼낸 연잎밥을 데워 먹으며 문득 우리가 일상에서 외면하는 잎들을 떠올려 보았다. 정원의 소나무, 서양민들레, 무화과나무의 잎…. 매 계절 끊임없이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잎’이라는 기회를 놓치고만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 자살 유족들의 건강한 이별과 일상 회복 돕는 중랑

    자살 유족들의 건강한 이별과 일상 회복 돕는 중랑

    서울 중랑구가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오는 14일부터 31일까지 자살 유족의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자살 유족은 심리·정서·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에 직면하지만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 일반적인 사망으로 인한 사별과 달리 고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구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자살 유족들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돕고, 안정적인 일상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복 프로그램은 ‘따뜻한 작별을 위한 마음 건강 교육’과 ‘사회기술 향상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의 슬픔을 나누고 트라우마 극복하기 등을 돕는 ‘마음 건강 교육’은 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 진행된다. 유가족의 안정적인 일상 회복을 위한 ‘사회기술 향상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 진행된다. 두 프로그램은 중랑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다. 구는 이외에도 자살 유족들을 위해 2019년부터 심리 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자살 유족의 기분전환과 여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시작했다. 구에 거주하는 자살 유족 중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거나 관련 문의가 있을 경우 중랑구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심리적 고통과 우울감 등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자살 유족분들께 회복 프로그램 참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위로의 마음을 나누며 건강한 이별과 애도로 아픔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회복하실 수 있도록 중랑구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2차 자살 위험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트랜스젠더가 본 국회 “성별 갈라치기에 성평등은 사라졌다”

    트랜스젠더가 본 국회 “성별 갈라치기에 성평등은 사라졌다”

    “성소수자 운동은 해 봤자 표가 안 돼요. 오히려 표만 떨어져 나갈 걸요?”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국내 첫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에 도전했던 임푸른(39) 전 정의당 트랜스젠더인권특별위원장이 정치권에서 들어야 했던 말이다. 7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만난 임 전 위원장은 지금의 정치권에 대해 “성별 갈라치기를 해 편하게 표를 받을 생각만 한다”고 진단했다. 임 전 위원장은 자신을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규정짓지 않는 ‘논바이너리’ 비수술 트랜스젠더다. 임 전 위원장은 정치권이 ‘혐오 장사’에 동조하는 한편, 성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문제 해결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봤다. 임 전 위원장은 “여성 입장에서는 동일 노동을 해도 동일 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육아를 하게 되면 독박을 쓰게 되는 현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남성 역시 경제적 책임에 부담을 느끼거나 남성성을 강요받으며 불만이 쌓여가는 모양새”라며 “이러한 목소리를 모아서 정치권이 의제를 만들고 제도화를 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성평등을 위해 국회가 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성소수자와 관련된 논의는 국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각 정당의 성소수자 관련 위원회는 준비위원회 단계이거나 구색 갖추기 수준”이라며 “당내에서 별 힘이 없는 데다 실무 지원도 안 되다시피 한다”고 했다. 성소수자 문제를 ‘타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국회에서는 차별도 비일비재했다. 임 전 위원장은 정당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증명하길 요구받기도 했다. 그는 “성소수자의 시민 활동은 당사자들끼리 하는 운동이어서 내부에서 차별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감대도 형성돼있고 어떤 부분에서 차별감을 느끼는지도 잘 안다”며 “반면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섞여 있는 정당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후보 24번이었던 임 전 위원장은 선거 당시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임 전 위원장은 정치권이 성소수자 정치인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특별히 다른 세상에서 자라는 게 아니다. 제도권 교육을 받고 비슷한 인간관계에서 자라면서 나의 정체성을 인지했을 때 대부분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경험한다”며 “정치권의 혐오 장사에 부딪혀가며 국회 문턱을 넘기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중년 남성 기득권을 만들었고, 차별을 혁파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은 “투표는 1인 1표가 보장되지만, 정치 참여 권리는 그렇지 않다”며 “지역에서 영향력과 돈이 없으면 정치에 참여하기 어려운데,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중년 남성이 지역구 영향력을 키우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100% 비례대표제를 해야 소수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러한 구조도 혁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0% 비례대표제로 단번에 갈 수 없다면 비례대표 후보의 60%를 분야별 전문가에게 할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7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수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이 추구하는 평등의 가치가 민주화운동을 잇는 시대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이 정치권력의 평등을 위한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정치권력을 넘어서서 삶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철폐하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임 전 위원장은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5월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가장 위대한 세대를 욕보이지 말라/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가장 위대한 세대를 욕보이지 말라/서강대 교수(매체경영)

    얼마 전 김진주 선생이 연구실에 다녀갔다. 보통 사람은 김진주라는 사람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박노해의 아내라고 하면 ‘아~’ 하고 탄식을 하게 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육십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언제 봐도 곱고 단아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나이는 나보다 많이 위지만 나는 그녀와 친구처럼 지낸다. 그녀는 유복한 집에서 곱게 자라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했다. 대학병원 약사로 일하던 어느 날 스스로 운동권 아지트를 찾았다. 거기서 야간 상고를 나온 두 살 아래 청년 박노해를 만난다. 결혼을 하고 구로공단 봉제공장 시다로 일하며 사노맹의 핵심으로 활약하다 공안당국에 잡혀 꽃다운 청춘 오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드라마틱한 그녀의 삶 속에 엔지니어 아버지는 조연쯤 된다. 5·16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소장의 파격적인 배려로 아버지는 최초로 국산 라디오 1호(금성 A501)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다.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삶 속에는 이 땅의 모든 영광과 질곡이 함께하고 있다. 아버지가 산업화 시대의 상징쯤 된다면 그녀는 민주화 시대의 심벌쯤 된다. 구로공단 가죽공장에서 미싱 시다로 일했다. 본드 작업은 힘들었고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웠다. 손마디가 부르트고 쩍쩍 갈라졌다고 회고했다.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컴컴한 공장에서 소금땀 비지땀 흘리며 밤새 미싱을 돌려야 했다. 실컷 잠자고 배불리 밥 한번 먹어 보는 게 그 시절 그녀의 소원이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아버지의 기대. 아버지는 은퇴하면 고향에 가서 딸이 경영하는 약국을 도와주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혁명가의 아내로 거친 삶을 살았다. 옥탑방을 전전했고 가정은 아예 없었다. 박노해는 늘 수배 중이었고. 그런 와중에 터진 사노맹 사건으로 붙잡혀 오년을 살았다. 모진 고문 속에서 나온 말실수 때문에 도피 중이던 남편 박노해와 백태웅까지 잡혔다. 죄책감에 죽으려고 한 장기 단식 때문에 몸이 많이 망가졌다. 이제 김진주 선생은 서서히 할머니의 모습이다. 평범한 삶이다. 남녘 거제도 작은 요양병원에서 이틀 일하고 나머지는 조그만 사찰에서 밥 짓고 찬거리를 준비하며 지낸다. 절집 말로 공양주 보살쯤 된다. 그래도 늘 바쁘다. 하루 종일 쓸고 닦고 일한다. 그러다 틈틈이 대체의학 공부를 한다. 산과 들에 널린 초목이 다 약초다. 약초 공부가 재미있다고 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열심히 읽었고 여고 시절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던 그녀다. 여행을 몹시 좋아했고 낯선 곳에 가면 시장에 가는 것이 취미인 그녀의 신산한 삶은 우리 시대의 아픔이자 민주화 시대의 상처쯤 된다. 사설이 길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묻는다. 김진주 선생은 미래가 짧은 분이다. 그녀는 청년들과 1표를 똑같이 가지면 안 되는 걸까. 김은경의 발언은 노인 유권자들이 후손들을 위한 긴 안목 없이 투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말 그럴까. 그들은 산업화를 이루며 오늘날 일류국가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한 가장 위대한 세대다. 나는 그분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은 많이 배우지 못했으나 먹지도 입지도 않으면서 자식들을 가르쳤다. 세월이 흘러 이제 힘도 없고 건강도 잃었다. 그런 그들에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투표권을 제한한다면 여태 살아온 삶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닌가. 권력을 쥐고 돈까지 갖고 싶었던 한껏 더러워진 지금의 권력층 운동권과 달리 김진주 선생의 경우 생의 모든 것을 민주화에 바쳤다. 그런 그녀의 미래도 짧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의 역겨운 말처럼 “미래에 살아 있지 않을 사람들”인 그녀의 권리도 제한돼야 하는 걸까. 김은경은 더이상 가장 위대한 우리 부모님 세대를 욕보이지 말라.
  • 남태현 맞아? 마약 중독 치료 근황

    남태현 맞아? 마약 중독 치료 근황

    가수 남태현이 마약 투약의 위험성을 직접 알렸다. 위너 출신 남태현은 지난해 8월 ‘하트시그널3’ 서민재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 현재 불구속 수사 중이다. 이후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에서 치료 중인 근황을 공개했다. 24일 유튜브 채널 키즐에서는 ‘모든 것을 후회해요. 남태현을 구해준 마약중독상담사’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에는 마약 중독으로 고통을 겪다 단약 후 마약 중독 재활 센터를 운영하는 최진묵씨가 출연했다. 남태현은 “지금 재활 센터에 입소해서 열심히 회복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그런 계획도 하고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묵씨는 남태현과의 인연에 대해 “제가 회복강사로서 교육을 할 때가 있었다. 어떤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남태현이라고 합니다’ 하면서 길게 왔다. 제가 일을 하고 있어서 저녁 때나 전화해봐야겠다 했는데 그 문자를 복사해서 다시 보낸 거다. 이 친구가 간절하구나 (싶었다.) 그래서 인연이 됐다”고 밝혔다. 남태현은 마약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제가 정신과 처방 약 같은 것들을 10년 정도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점점 경계가 무뎌지더라. 그떄 저도 휩쓸려서 그렇게 사용하게 된 거 같다”고 털어놨다. 재활 센터에 두 달간 있으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것에 대해서는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자취할 때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술 먹고 싶을 때 술 먹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다 안 된다. 밤 11시 취침 아침 8시 기상. 음주 절대 안 된다. 그러니까 생활 패턴의 질이 좋아진 거 같다. 정신도 맑아지고 사람들이 지키고 살아가는 규율 같은 것들도 어긴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든다. 그런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거 자체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남태현은 “물론 사람이라 당연히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하다. ‘나는 거 같아. 슈퍼맨이 되는 거 같아’. 호기심 갖지 말라. 그런 기분 하나도 없고 정말 보잘 것 없는 그런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단 한 번의 호기심이 본인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으니까 절대 호기심도 갖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 [씨줄날줄] 메아 쿨파/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아 쿨파/이동구 논설위원

    불교와 유교는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강조하며 평소 남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본인이나 가족, 심지어 후손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복(福)이 뒤따른다고 본다. 반면 유교에서는 삼라만상의 기운 또한 흥망성쇠가 있는데 인간의 운(運)이나 복 또한 기운이 성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천도론이나 풍수지리, 이지함의 토정비결 등을 비롯해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가 이에 기반한 이론이다. 현대인들이 여전히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연원이기도 하다. 21세기는 행운도 불운도 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리처드 와이즈먼이라는 심리학자는 행운의 원인과 결과 또한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운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이나 학습을 통해 사고와 태도, 행동 등을 바꾸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기에 따라 행운을 얻을 수도, 불행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이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나 고해성사 때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말을 자주 되된다. ‘내 탓이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사과한다’, ‘반성한다’는 의미의 시사용어로도 자주 회자된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흉기난동 피의자 조모(33)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 장애인 ‘사이코패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떠올린다면 조씨는 불행한 사람이자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게 일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팔자에 무슨~, 내 복에 무슨~”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조씨가 ‘모든 게 내 잘못, 내 탓이오’라는 말을 자주 떠올렸다면 그런 끔찍한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듯한데, 안타깝다.
  • “기사님께 마음 전하세요”…한국 택시도 ‘팁 문화’ 도입

    “기사님께 마음 전하세요”…한국 택시도 ‘팁 문화’ 도입

    택시기사에게 팁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돼 화제다. 카카오 T는 지난 19일부터 ‘감사 팁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엠(i.M)과 타다 등 중소업체나 특수목적 차량의 업체 등에 이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에 팁 결제가 추가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팁 결제 적용 대상은 블랙, 모범, 벤티, 블루, 펫 택시 등으로 제한됐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팁을 받는 경험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카카오 T는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팁이지만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고 기사님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으실 때 이용 요금 외 별도로 감사 팁을 드릴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이어 “택시 하차 후 평가 화면에서 별점 5점을 남기면 기사님께 즉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서비스에 만족했을 경우 감사 팁을 이용해보라”라고 알렸다. 감사 팁은 평가 완료 후 제공할 수 있으며,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이 결제 즉시 기사님에게 전달된다. 감사 팁은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며, 결제 이후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불가하다. 팁 액수는 1000원~2000원 선이다. 단, 강요나 대가성으로 감사 팁을 요구 받은 경우 반드시 카카오 T 고객센터로 제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강제성도 없고 도움을 받았을 때 소액으로 팁을 드릴 수 있어 나쁘지 않다” “팁으로 수입이 늘면 최저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더욱 좋아질 수 있다”라는 의견과 “이렇게 팁 문화가 당연해질까봐 겁난다. 택시요금도 부담인데 팁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다” “플랫폼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닌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한편 계산서 금액에 15~25%를 추가하는 것이 관례인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팁 문화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최근 미국 ‘애플 스토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팁 제도를 준비중이라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북미에서는 ‘길트 티핑(죄책감으로 주는 팁)’ ‘팁 수치심(팁 금액 때문에 인색한 사람 취급을 받아 생기는 수치심)’ ‘팁플레이션’ 등의 유행어가 통용되고 있다.
  • [특파원 칼럼] 겪지 않은 길, 기후변화, 미래세대/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겪지 않은 길, 기후변화, 미래세대/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우리는 녹아내리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은 폭염과 이상기후에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 유럽에서 폭염이 가장 심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기온이 섭씨 47도로 역대 유럽 최고기록에 근접하자 섬 주민이 탄식한 짧은 한마디가 지난주 외신을 탔다. 유럽에선 연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도 최고기온 50도를 웃도는 살인 더위가 기승이다. 미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인 데스밸리는 지난주 낮 기온이 53.3도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고,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20일 연속 43도 이상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약 8500만명의 미국민이 폭염경보에 시달리고 있다. 폭우, 홍수, 산불, 토네이도도 지구촌에 몰아치고 있다. 지난봄 캐나다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연기가 미국까지 덮친 데 이어 동부 지역에서 1971년 이후 최대 폭우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폭염에다 폭우가 겹친 미국은 올해에만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120억 달러(약 15조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 역시 몬순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도 역대급 장마와 폭우로 인해 충북, 경북 등지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현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기상이 부지불식간에 일상이 돼 버렸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식량 부족, 모래폭풍에 시달리는 황폐해진 지구촌이 배경이 됐던 영화 ‘인터스텔라’가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마저 든다. 기상이변이 두려운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 세대가 사라진 뒤에 남는 아이들 세대는 치명타를 받게 된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다. 산업화와 탄소 배출, 환경 오염, 앞세대 업보를 이어받아 부모들이 누렸던 일상을 미래세대는 아예 꿈꿀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그저 상상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위기에도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중국(32.9%)과 미국(12.6%)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정치·경제 안보를 놓고 기싸움 중인 주요 2개국(G2)의 이해관계가 얽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인류 공동의 문제인 기후변화 대처에 탈정치적으로 협력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이런 압박마저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수단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한쪽에선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정크 과학’이라고 비난하는 거대 석유업계의 로비도 견고하다. 유엔난민기구는 앞으로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약 2억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강제 실향민 신세가 되리라는 우려를 내놨다. 더는 시간이 없다. 곧 사라질 세대가 미래세대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 이들이 꿈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도록,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구촌 시민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거대 기업들을 흔들어 놔야 한다.
  •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 6개월 시한부, 20년 기적의 삶 말기암 환자에게 온 기회획기적 신약 ‘글리벡’ 무상 복용암세포 줄어 이식수술로 새생명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서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기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 욕구가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 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학, 더디지만 계속 발달연장된 생명, 말기 판단도 달라져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 있는 것 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조력사망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신의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 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친 간병인들의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마의 고통 알기에… 내 환자와 가족이 ‘임종의 시간’ 갖게 도와야 해방감보다 죄책감그땐 ‘죽음’ 맞을 준비 못 해 후회호스피스 등 더 나은 마지막 있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에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를 활용해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생존 의지와 의료 복지환자 고통·불안 해소할 시간 필요‘해로운 치료 중단’ 진단 명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 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살수록 고통 커지는 장애인… 나처럼 죽음을 강요받을 수도 “저 몸으로 살겠나”소아마비 걸리자 죽음 갈림길에내 죽음에 제삼자 개입은 ‘살인’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생명에 ‘실용의 잣대’ 대면 안 돼신체보다 ‘정서적 해방’ 고려해야 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것임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의 단절 등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 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고통의 당사자 3人이 전하는 조력사망 반대 이유의학 기술의 발전, 회복 가능성 차단부족한 호스피스·완화의료부터 보완해야사회적 약자 죽음으로 등떠밀 것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6개월 시한부의 기적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라는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의 욕구는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 무작정 조력사망을 시행한다면 자기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간병인들의 지친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은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도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발생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로웠던 아버지의 임종, 누군가 도왔더라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예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 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에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서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앓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고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 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조력사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 것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저런 몸으로 살겠냐…그냥 보내주자.”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생각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됐다. 다행이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 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이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네오 나치’(신나치주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 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결국 원하는 건 ‘살고 싶다’라는 점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 단절 등 심리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 박강산 서울시의원 “여의도는 정쟁 멈춰라, 진상규명이 먼저다”

    박강산 서울시의원 “여의도는 정쟁 멈춰라, 진상규명이 먼저다”

    박강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시 내 공립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원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이번 사건을 중앙 차원에서 정쟁의 소재로 전락시킨 여의도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진보 교육감을 운운하며 국민적 비극을 진영논리로 확대 재생산하려고 시도했다”라며 “장 최고위원이야말로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아는지 의문이며, 이슈몰이에 천착하는 방식의 청년정치를 당장 멈춰라”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의원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교사 인권과 학생 인권을 교묘하게 갈라치기 하는 메시지를 냈다”라며 “여의도의 정치꾼들은 이번 사안을 당파적 소재로 삼는 갈라치기 정치를 당장 멈춰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여야와 좌우를 떠나 모든 위정자가 깊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으로서 유가족과 동료 교사들의 요구대로 철저한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라고 강조했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권 보호를 위한 특별 대책을 언급하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박 의원은 “사전 예방이 아닌 뒤늦은 사후처방을 공언할 수밖에 없는 교육행정에 시민의 실망감이 증폭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며 “의회의 일원으로서 집행부의 후속 조치를 강력히 주문하겠다”라고 입장을 표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유가족과 동료 교사들의 요구대로 철저한 진상규명이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을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여의도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고 입장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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