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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타계 1주기가 오는 29일로 다가왔다. 그를 기리는 다양한 전시회가 이날 준비된 가운데 추모문집 ‘TV부처 白南準(삶과꿈 펴냄)’이 23일 발간됐다. ‘백남준을 기리는 모임’이 펴낸 문집에는 여러 미술계 인사들의 글과 첨단 예술의 길을 걸었던 고인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졌던 해프닝 등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홍보담당 이사를 지낸 손석주(68)씨는 1986년 백남준으로부터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화를 털어 놓았다. 일본 소니사에서 TV를 제공받던 백남준에게 삼성전자 TV를 대주면서 작품홍보를 맡았던 손씨는 보자기 속의 그림을 풀어 보고 아연실색한다. 크레파스로 마구 그어대고 색종이로 접어 만든 꽃을 붙인 그림을 홍 관장에게 전달하면 장난으로 오해받고 백남준에 대한 지원도 끊길 것으로 걱정해 고민 끝에 ‘배달사고’를 저지른다. 1987년 퇴사하면서 그 그림도 팽개쳤던 손씨는 이후 “백남준이 세계 10대 예술가로 각광받는 것을 보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며 “미술 지식이나 감각면에서 범인(凡人)인 저로서는 혁명적으로 앞서가는 선생님의 첨단 예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인을 향해 용서를 빈다. 문집에 실린 50여편의 글 가운데는 갤러리 현대 창업주 박명자씨의 ‘무당보다 한수 위인 백남준 선생’이란 글도 있다.1990년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의 진혼굿을 할 때, 사간동 일대에 소나기가 내리고 큰 느티나무가 천둥 벼락을 맞던 모습 등을 담고 있다. 홍라희 관장은 “백남준 선생은 20세기의 과학기술을 치열한 시대정신과 따뜻한 동양인의 마음으로 포용한 미디어 아트의 음유시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출판기념회는 29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리며 백남준 추모영상 관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추모사,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등이 이어진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말기암 아버지… ‘불효’ 떠올라 고통

    Q5남 1녀 집안의 장남입니다.70대 아버지가 시골에서 말기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시다 서울로 올라와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아내는 회사 일로 바쁘고 저는 일이 손에 안 잡혀 하던 가게를 접어놓고 병원에만 신경쓰다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집니다. 진작 돌봐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과거 부모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악몽처럼 되살아나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고민남, 가명,49세- A자식으로서 부모님의 투병생활을 지켜보고 계신 마음이 얼마나 안타깝고 무거울까요.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약해지는 때입니다. 더구나 일과 가정에서 업무과다나 스트레스, 가족들의 역할관계가 불분명해지면 더 많이 고통스럽지요. 또 가족 중 암 환자가 생기면 ‘내가 잘못해서’,‘내가 진작 돌봤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누구 때문이 아닙니다. 죄책감 대신 부모님께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게 해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암은 20년 이상 한국인의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흔한 질병입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환자와 가족들은 ‘하필이면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후유증은 매우 큽니다.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물론 암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인 거부감까지 작용하여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지요. 치료를 시작한 후에 가족들은 환자의 심리 상태를 편안하게 해주고, 희망을 갖고 환자를 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가족들의 역할분담이 필요합니다. 이때 육체적, 경제적인 역할 분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역할 분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구성원 상호간에 정서적인 교류와 친밀감이 유지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주고 위로나 지지 공감의 말 한마디가 중요합니다. 가족간 원만한 의사소통으로 위기나 비상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서로의 역할인지에 따른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몸의 상처를 치료하듯이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상처도 치료하세요. 삶의 과정과 가족관계 속에서 응어리진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처도 풀어야 합니다. 몸의 상처를 방치하면 기능이 마비되거나 손상되는 것처럼 응어리진 마음도 왜곡되거나 악순환이 대물림될 수 있습니다. 과거 부모에게 잘못하여 응어리진 상처나 원망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용서를 구하고 아버지 품에 안겨 마음으로 하나 됨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다양한 환자관리 전문 시스템을 활용하여 도움을 받으세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전문성을 가진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되었습니다. 노인전문 병원과 시간제 간병, 호스피스나 가정간호제도 활용 등을 적극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간 생명의 탄생과 성장, 소멸이 진행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삶은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따뜻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빌고, 가정의 행복과 삶의 건강이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Book Review] 미국의 뒷골목 있는 그대로 보다

    19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년 미국의 감옥을 탐방하겠다며 미국 여행에 나섰다. 거기엔 물론 뉴잉글랜드 식민지에서 민주주의 혁명의 원형을 찾아보겠다는 뜻도 담겼다. 토크빌은 수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며 미국 사회 곳곳을 돌아봤다. 그리고 불후의 고전을 남겼다. 현대 민주주의의 비전을 예견하고 대중독재의 출현을 경고한 ‘미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 소설가, 영화감독이기도 한 베르나르 앙리 레비도 170여년 전 토크빌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대륙을 누빈 뒤 한 권의 탁월한 저서를 남겼다.‘아메리칸 버티고(American Vertigo)’라는 책이다. 미국의 시사지 ‘월간 애틀랜틱’이 토크빌 탄생 200주년(2005년)을 맞아 제안한 ‘토크빌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을 수락하고 책까지 쓰게 된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자신의 이름자를 딴 ‘BHL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미국 탐사기 ‘아메리칸 버티고’(황금부엉이 펴냄)가 김병욱(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씨의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은 여행기이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신변잡기적이거나 박물지적인 여행담과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를 ‘반반미주의자(anti-antiamericanist)’라고 부르는 저자는 감상에 현혹됨이 없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정면으로 읽어낸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책에는 아메리칸 드림 속에 유대인에 대한 경쟁의식이 만만찮은 아랍인, 착한 시민도 애국자도 아니라고 강조하는 아미시 공동체의 노파, 동포들의 밀입국을 막는 임무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멕시코계 국경순찰대원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저자는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말한 이른바 ‘나그네 철학자’라 할 만하다. 여행을 끝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자신의 위기와 운명에 대해 이토록 근심스럽게 파고드는 나라도 없고, 이토록 자신의 정체성에 현기증을 느끼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 국가적 우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의 혼란과 불안의 징후 가운데 하나로 극단적인 빈곤영역의 팽창을 꼽는다.“할렘이나 보스턴 혹은 워싱턴의 저급 지구 등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는, 사회가 결정적으로 내팽개쳐 버린 사람들과 미국에 산재한 감옥 수감자들”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맨해튼의 마천루를 사랑했고 미국적인 생활방식을 찬양했던 장 폴 사르트르는 매카시즘 열풍을 지켜보며 “미국이 광견병을 앓고 있다.”고 외쳤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우리가 차원은 다르지만 그 어두운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절망적이지 않다.“미국의 혼란과 역기능과 불안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도 내부의 문명전쟁이나 분리의 위험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미국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천 갈래 길을 숨긴 숲”이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전체상을 온전히 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반미·친미의 이분법을 너머 미국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연체 문장에 사변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게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1만 65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쥔있는 몸 털던 계(契)판의 사나이

    쥔있는 몸 털던 계(契)판의 사나이

    노름판에서 사귄 가정주부를 꾀어내 정을 통한 상습도박꾼이 남편에게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을러대며 100여만원을 뜯어쓰다 결국은 행패를 못이긴 여인의 고발로 쇠고랑을 찼다. 말다툼 판에 나타난 의리(義理)의 사나이 계를 하던 동네부인들과 집안에 모여 심심풀이 화투놀이를 하던 김귀자(金貴子·32·가명·서울 서대문구 합동)여인이 도박꾼의 검은 함정에 빠진 것은 지난해 5월초, 남편이 지방출장을 떠나 보름동안 집을 비운 사이였다.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동네부인들을 안방에 불러놓고 화투놀이를 하던 김여인 집에 하루는 안면이 전혀 없는 40대여인 한 사람이 찾아왔다. 「혁이엄마」라는 이 40대여인은 『이웃에 새로 이사왔는데 인사도 할겸 놀러왔다』고 했다. 이 여인은 그 뒤 매일같이 찾아와 김여인들과 어울려 화투놀이를 벌였다. 그러다가 1주일뒤 이 여인은 낯 모르는 30대청년 한 사람을 데려왔다. 「혁이엄마」의 동생이라고 자기 소개를 한 뒤 화투판에 끼어들려는 이 청년에게 김여인과 동네부인들은 『여자들끼리 심심풀이로 하는 놀이에 남자가 무슨 참견이냐』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이 청년은 고분 고분하게 물러나려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시비조로 나오며 문밖으로 쫓아 내려는 김여인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때 나타난 사나이가 김여인의 행복을 끝내 갈갈이 찢어놓은 박경술(朴京述·30·서울 영등포구 봉천동 94). 김여인이 뒤에 안 사실이지만 모든 것은 박이 꾸민 연극이었다. 말썽꾼 몰아낸 그사내가 화투놀이에 끼어 들더니 박은 김여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30대청년의 멱살을 쥐고 「못된 놈」이라면서 호통을 친 뒤 주먹으로 서너대 후려갈겨 쫓아 보냈다. 혹시 경찰에 신고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김여인은 갑자기 나타나 말썽을 부리던 청년을 쫓아준 박이 고마왔다. 박은 『여자에게 행패하는 놈은 그냥 못두는 성질』이라면서 자기 소개를 한 뒤 사라졌다. 그 다음날 저녁 동네부인들이 김여인집에서 화투놀이를 벌일 때 박이 김여인을 찾아왔다. 김여인을 누님으로 삼겠다면서 능란한 말솜씨와 「유머」로 동네부인들과 어울려 화투판에 끼어들었다. 주로 돈 많은 동네부인들이 모인 김여인의 곗군들도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박을 마다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웃 황모여인(36) 집에서 화투놀이를 벌이던 지난해 6월 초여름 어느 날 김여인이 대준 밑천으로 박은 얼마간의 돈을 딴 뒤 자기는 「꾼」이며 노름을 해서 잃어본 적이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김여인이 보기에도 박의 솜씨는 놀라왔다. 며칠뒤 박은 노름판에 간다면서 1만원을 꾸어달라고 졸랐다. 김여인이 대준 돈으로 10만원을 딴 박은 용돈으로 3천원만 가졌을 뿐 나머지는 『누님의 살림에 보태쓰라』면서 모두 김여인에게 주었다. 돈도 돈이려니와 박의 이러한 행동에 김여인은 『의리를 지킬줄 아는 동생』이라고 동네부인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뒤 박은 한남동 모처에서 큰 노름판을 벌인다면서 김여인에게 구경삼아 같이 가보자고 꾀었다. 박을 따라 비밀도박판에 간 김여인은 담배연기가 자욱한 좁은 방에서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화투장을 튕기며 충혈된 눈으로 열을 올리는 남녀도박꾼들이 모습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난 노름에서 박은 15만원을 땄다. 돈얻어가고 끝내는 덮쳐 “남편에게 알리겠다” 공갈 『축하 「파티」를 열자』는 박의 꾐에 끌려간 곳은 삼각지 「로터리」앞 모 음식점. 박이 따라준 축하술에 속이 달아오른 김여인은 도박판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박에게 손목을 잡혀 부근여관에 들어갔다. 술김에 박과 하룻밤을 지낸 김여인은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슴이 떨렸으나 남편 외의 남자와 동침하는 「드릴」도 싫지는 않았다. 그 뒤부터 박은 동침할 때마다 노름밑천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선뜻 박의 요구를 들어주던 김여인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함정으로 빠져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으나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돈을 순순히 내주지 않으려는 눈치만 보이면 박은 은근히 협박을 해댔다. 『네 남편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것. 이 핑계 저 핑계로 남편에게 돈을 뜯어내는 동안 가계부는 적자 투성이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느닷없이 찾아온 박을 본 남편에게 「먼 친척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해대고 항상 박을 위해 준비해둔 10여만원을 박에게 주며 『다시는 오지 말아 달라』고 눈물어린 호소를 했으나 박이 모처럼 잡힌 돈줄을 쉽게 놓을리 없었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에 김여인이 나오지 않을 때는 번번이 집으로 찾아와 큰 소리로 떠들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갔다. 김여인이 여러차례 박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4월6일 저녁 박은 칼을 품고 김여인 집을 찾아왔다. 마침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잠들었고 남편이 집에 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있어야 했다. 안방에 제집처럼 나들며 칼을 꽂고 협박하기까지 마치 제집처럼 안방에 누워 김여인에게 소주 1병을 사오라고 해서 술을 마시며 박은 칼을 방바닥에 꽃아 놓고 협박을 시작했다. 『돈 20만원을 더 내놓든지 너의 행복을 포기하든지 둘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을러댔다. 김여인은 부탁을 들어줄테니 이제는 깨끗이 헤어져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박은 1주일 뒤에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4월14일 박이 찾아와 약속한 20만원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네 남편을 만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면서 술에 취해 안방에 드러 누웠다. 이 이상 더 참을 수 없다고 느낀 김여인은 밖으로 뛰어나가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112「다이얼」을 돌렸다. 잠시뒤 달려온 백차에 실려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연행된 박은 피해진술조서를 쓰는 김여인을 바라보며 『차마 경찰에 신고할 줄 몰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선데이서울 70년 4월 26일호 제3권 17호 통권 제 82호]
  • 새영화 ‘미녀는 괴로워’

    뚱뚱하고 못생겨서 열등감이 심한 여성들을 성형의 힘을 빌려 미녀로 환골탈태시켜주던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이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녀들의 놀라운 변신 못지않게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외모가 바뀐 그녀들의 소회는 한결같이 “이제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였다. 변신한 뒤에 얻은 자신감은 기반이 약하다.‘가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결국 언제나 변치 않는 ‘진짜 나’를 내면에서 찾아야 더욱 당당해진다는 뜻 아닐까. 14일 개봉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못생긴 뚱녀 강한나(김아중)가 환상의 S라인 미녀로 거듭난 뒤 정체성의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이야기다. 립싱크 가수를 대신해 노래를 부르는 ‘얼굴없는 가수’이자 밤에는 ‘폰팅’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나. 음반 프로듀서 한상준(주진모)을 오랫동안 홀로 마음에 품어왔다. 상준의 생일날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한나는 종적을 감추고 독한 마음을 품고 수술대에 오른다. 한나의 목소리에 외모까지 훌륭한 ‘제니’가 되어 상준 앞에 다시 선 한나. 그녀를 질투하는 립싱크 가수 아미의 집요한 과거 캐기에, 또 자신이 가짜라는 데서 오는 불안과 고민으로 고통이 시작된다. 가수로서의 성공과 상준의 사랑까지 얻어 극적인 인생 전환을 눈앞에 둔 한나는 그만 ‘진짜 나’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자신이 가짜라는 죄책감과 정체가 드러날까 가족·친구까지 외면하게 된 그녀는 꿈에 그리던 콘서트 현장에서 스스로 고백하기에 이르는데….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동명의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오락성 측면에서 기대 이상이다. 빠른 전개와 유머 넘치고 톡톡 튀는 대사는 줄곧 배꼽을 잡게 만든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김아중의 변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연들의 열연 또한 영화를 떠받치는 힘.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한휘(성형외과 의사 이공학 역)에서부터 성동일, 김현숙, 박노식 등은 맛깔나는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때 반응은 뜨거웠다. 광고 카피 그대로 오랜만에 만나는 ‘잘 빠진 코미디 영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학원으로 아이들 끌고 다니는 남편

    Q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들 교육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공부시켜야 한다는 남편과 결혼 후 줄곧 자녀 뒷바라지에만 매달려 살았어요. 남편은 학교는 물론 학원도 직접 데려다 줄 정도로 자녀 교육에 열성적입니다. 한달 수입을 거의 다 교육비로 쏟아 부을 정도로 학원을 보내는데 최근에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다.”면서 자주 짜증을 냅니다. 아빠 눈치 보며 이 학원, 저 학원 끌려 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하단 생각에 저도 남편과 의견 충돌로 싸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고영순(가명·43세) A부모라면 누구나 다 자녀를 잘 키워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부모가 원하는 대로 또는 자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보다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도와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벗어나려고 갈등을 느낄 때 부모는 격려와 보호를 해 주면서 최적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필요에 따라 도와 주는 게 아니라 부모의 기준을 가지고 자식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위험합니다. 그럴 경우 자녀는 자기 주도성과 자율성이 없어지고 부모는 완벽하기를 강요합니다. 현실적으로 학원 과외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마구잡이로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 공부인지 우선 순위를 잘 조정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의 장점을 키우면 최고가 될 수 있지만 단점을 줄이면 보통사람밖에 안된다는 말처럼 부모의 기준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아이 기준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을 도와 주세요. 대개 ‘훌륭한 부모는 곧 완벽한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에 관한 한 무엇이든 부모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요. 이러한 강박관념은 자녀에게 높은 기준이나 목표를 설정해 놓고 완벽하게 행동할 것과 부모가 생각한 착한 아이라는 틀에 맞춰 자라기를 요구합니다. 부모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이루게 하려고 하며, 자신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잔소리를 하면서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고 간섭합니다. 부모가 의도하는 대로 어려서부터 아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교육을 시키게 되지요. 학습에 있어서 주도적이고 자율적이지 못하니 유연성·창의력 등이 떨어지고 성장한 후에도 주어진 일 이외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또한 부모에게 야단 맞을까봐 눈치 보는 자녀는 자신감이 없어져 순종하는게 더 마음 편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고 겉으로는 말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억압된 감정이 분노와 증오로 쌓여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자녀교육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녀의 개성과 능력을 무시하고 여러가지 교육을 과다하게 시키게 되면 오히려 아이의 재능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은 모두 중단하세요. 또 자녀교육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자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괴로워하고 죄책감이 듭니다. 부모의 싸움을 말리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도 무력감이 들지요. 부모가 싸움을 하면 자녀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도 힘들지만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더 힘겨워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경험이 많아지면 실제로 자녀는 부모와 가면적 관계를 맺기 때문에 다니기 싫은 학원을 가야 하는 경우에도 거부하거나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합니다. 부모가 요구하면 자녀는 눈치보는 길밖에 없지요. 그것이 지나친 요구라 할지라도, 자녀는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남편과 함께 부모 역할에서 벗어나 부부로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부모가 먼저 마음을 가다듬으세요. 자녀의 양육이나 교육 과정에서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자주 충돌할 경우 아이는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효과가 낮아집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부모가 욕심내는 것을 자녀에게 바라지 말고 자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아이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주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해낼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 자체가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이며 훌륭한 자녀교육입니다.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 ‘돈 좇는’ 美전문직 너도나도 월가行

    노벨 의학상이 꿈이었던 하버드 의대생 로버트 글래스맨(45)은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백만장자가 됐다. 의사로선 큰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아 10년 전 컨설팅 회사로 옮겨 의료계 투자자문을 업으로 삼았다. 글래스맨처럼 자신의 직종을 버리고 월가에서 일확천금을 좇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5세, 연소득 15만달러의 혈액종양 내과 전문의였던 글래스맨은 지금 ‘7자리(수백만달러 수준)’를 쉽게 벌고 있다. 자신이 직접 밝히지는 않지만 월가의 추산으로는 종종 2000만달러를 넘는다. 그들이 떠난 빈 자리는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국민건강에 꼭 필요하지만 16만달러(지난해 평균 연봉)밖에(?) 벌 수 없는 ‘가족의(醫)’는 희망하는 의대생이 늘 부족하다. 전미변호사재단에 따르면 법대 졸업생들이 경제단체로 몰려가면서 최근 공익법 분야나 정부기관에서 법률가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학계에서도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교수나 연구직보다 기업체를 선호한다. 제조업이나 소비재 전문학자의 길을 택하는 경영대학원 출신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사나 변호사·학자들은 미국에서도 전통적으로 알아주는 고소득자다. 그런데도 월가 금융계가 약속하는 연봉은 그들이 소중히 여겨온 직업적 명성이나 윤리를 뛰어넘는다. 이들은 때로 ‘죄책감’에 위안거리를 찾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민 온 존 문(39)은 경제학을 가르치다 월가의 사모 투자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전용 제트기를 살 능력이 있어도 아직 1등석만 고집하고 있다.동료들이 비웃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장로교도인 그는 모교인 하버드대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사회환원에 열성이다. 글래스맨은 요즘도 한 달에 두세 번 병원을 찾는다. 환자들을 돌보면서 충만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연극 ‘강철’로 다시 만난 연출 한태숙·배우 윤소정

    연극 ‘강철’로 다시 만난 연출 한태숙·배우 윤소정

    대학로에서 가장 ‘색깔있는’여성 연출가와 여배우가 만났다. 내놓는 작품마다 독특한 무대미학과 작품해석으로 이름난 중견 연출가 한태숙(54)과 개성넘치는 연기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 윤소정(62).1994년 ‘첼로’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후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배장화 배홍련’ 등을 공동 작업해온 이들이 5년 만에 다시 만나 연극 ‘강철’(12월15일∼내년 1월28일 아룽구지소극장)을 준비중이다. 지난 23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자매처럼 다정해보였다.“예전엔 참 소녀 같았는데, 요새 보니 얼굴이 늙었더라고. 연극이 얼마나 피를 말리는 작업인데 일 좀 줄여가면서 하지.” 선배인 윤씨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네자 한씨가 쑥쓰럽게 웃는다. 한씨는 올 들어 ‘김용배입니다’‘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이아고와 오셀로’등 세 작품을 내리 무대에 올리느라 잠시도 쉬지 못했다. 그런데도 선뜻 이 작품을 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년 전부터 별러온 작품인데 어떻게 안해요. 애당초 다른 배우는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이 이제야 시간이 된다고 하시니 무리가 되더라도 해야지요.” 영국 극작가 로나 먼로가 쓴 ‘강철(Iron)’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은 엄마와 사건 이후 기억을 잃어버린 딸의 이야기다.15년 만에 딸이 교도소로 엄마를 찾아오면서 모녀간에 벌어지는 애증의 감정변화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모녀가 나오는 연극은 대개 뻔한데 이 작품은 달라요. 난폭한 엄마와 비정한 딸을 통해 모성애에 관한 사회통념에 의문을 제기하지요. 모성의 결핍을 당당히 내세운다는 점에서 무척 차갑고, 살벌한 작품이에요.”(한) “엄마역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엄마는 처음이에요.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줄만 알았던 엄마란 존재가 이처럼 이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윤씨는 2년 전 연극 ‘잘자요, 엄마’에 딸 오지혜씨와 모녀로 출연했었다. 당시 극중에서 자살을 꿈꾸는 딸을 둔 엄마역을 맡았던 그는 연습중에도 자꾸만 목이 메어와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밖에선 중견 연출가,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하지만 둘다 집에선 딸들에게 절절 매는 평범한 엄마다. 한씨는 “뒤늦게 연극에 뛰어든 탓에 온통 생각이 공연에 쏠려 있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두 딸은 연극이론과 희곡을 공부하며 엄마의 뒤를 잇고 있다. 남편 오현경씨를 비롯해 연기자 가족으로 유명한 윤씨는 “일하는 엄마들은 죄책감 때문에 집에서 오히려 더 잘하려고 애쓴다.”며 웃었다. “‘강철’의 엄마는 야누스적인 인물이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윤 선생님은 배역에 딱 맞게 연기하세요. 매번 작업할 때마다 ‘참 좋은 배우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지요.” “한 연출가랑 작업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돼요. 어찌나 철저하고, 까다로운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소녀 같은 외모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예요.(웃음)”(02)764-876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담배 빼 피는 아들에 놀라 함께 일지 쓰며 금연성공”

    “말기 암으로 죽마고우가 숨지기 전날, 금연을 결심했습니다.”“아들이 담배를 핀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끊기로 했죠.” 지난 14일 오후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은평구(구청장 노재동)에서 마련한 ‘금연성공사례 발표’가 열렸다. 김시흥(은평구 녹번동)씨는 “1년 동안 두 번이나 금연에 실패한 골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평소 하루에 담배 세 갑 이상을 피웠다는 김씨는 “처음 금연을 시도했을 때에는 금단현상으로 휴대전화를 부수고 그것도 모자라 집 2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다 부인에게 잡혀 죽도록 혼났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시도한 2차 금연도 허사로 끝났고, 세번째에 구 보건소를 찾아 도움을 받으면서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낙연(은평구 갈현동)씨는 말기암에 걸린 친구를 보고 30년이 넘도록 핀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7개월 동안 금연에 성공했지만, 무심코 다시 입을 댄 담배 한 대에 금연계획이 무너졌다고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아들의 서랍에서 담배와 라이터, 담뱃재를 담는 병을 발견한 김씨는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내 담뱃갑에서 한 개피씩 빼가면서 아들이 담배를 배웠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면서 “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아들과 함께 금연을 하고, 아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금연일지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10월 이후 완전히 담배를 끊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길섶에서] 의인(義人)의 기억/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수차례 응징해 ‘천적’으로 불리는 권중희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그는 1970년대 말까지 이화여대 앞 로터리에서 기원을 운영했는데, 조용하면서도 인정이 많아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1992년 안두희를 폭행하고 경찰에 갇혔을 때 ‘기원 아저씨’를 떠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그는 죄책감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안두희에게 ‘임자’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안두희가 박기서에게 살해된 뒤에도 예전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안두희를 추적해 온 15년을 견딜 만큼 재산이 넉넉지 못했기에 그는 ‘궁핍’이라는 또 다른 천적을 만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의인(義人)’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돈키호테나 테러범쯤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안두희에게 “죄를 지으면 이렇게 괴롭구나.”라는 사실을 깨우쳐준 것은 권중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인터넷 댓글로 만나 동반 자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통해 알게 된 성인 남녀 3명이 함께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28일 오전 5시쯤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 옆에서 김모(27), 류모(30), 이모(36·여)씨 등 3명이 운동기구 위에 한 명씩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운동 나온 시민이 발견했다. 이들 주변에서는 ‘청산가리’라고 적힌 플라스틱병과 음료수 빈 병, 유서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기 위해 만난 이유밖에 없으며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맹세한다. 사인을 밝히려는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과 4명의 이름 및 서명이 적혀 있었다.경찰은 숨진 3명 외에 유서에 서명한 문모(19)양도 함께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2시간 넘게 남산공원 주변을 수색했으나 문양은 이날 오후 5시쯤 “언론보도를 보고 겁이 나서 왔다.”며 경찰에 찾아왔다. 문양은 “인터넷 포털에서 ‘청산가리’를 검색해 나온 게시물의 댓글을 보고 김씨가 쪽지로 집단자살을 제안해 왔다. 나는 부모 몰래 대학을 휴학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문양은 또 “자살에 사용된 약은 숨진 3명 중 한 명이 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양은 당초 숨진 3명과 함께 여관에서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27일 오후 5시쯤 서울역에서 이들을 만나 중구 회현동의 한 모텔에 들어갔으나 이 사실을 알고 찾아온 남자 친구의 만류로 자살을 포기했다.나머지 3명은 문양의 남자 친구가 모텔 주인에게 신고하는 바람에 모텔에서 쫓겨나 남산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자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류씨가 사업실패 후 빚이 늘어 낙심해 왔고, 이씨는 올해 이혼 후 정신적 고통이 컸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의 개인 노트에선 대학 편입에 실패해 심적 고통이 크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자기들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문양을 자살방조 혐의로 29일 불구속 입건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여성&남성] 男 96.9% “본 적 있고 빠져 있다”

    일본 포르노 동영상 유포의 대가로 통해온 일명 ‘김본좌’가 최근 붙잡혔다. 하지만 그를 검거한 경찰에게 박수를 보내는 네티즌들은 의외로 별로 없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대화명 앞에 검은 리본(▶◀)을 달거나 ‘근조(謹弔)’를 쓰는 등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통상 ‘야동(야한 동영상)’으로 불리는 인터넷 포르노 동영상에 대한 남녀간 관점을 비교해 봤다. ■ 누가 ‘김본좌’에게 돌을 던지겠느냐? 역시 늑대들이 빨랐다. 남성 10명 중 7명은 중·고등학교 때 처음 성인 에로비디오나 ‘야동’(야한 동영상)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사람이 36.9%였고,31.7%는 고등학교 때 처음 봤다고 답했다. 여성들 대부분이 성인이 되어서야 접한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10명 중 8명 인터넷으로 음란물 봐 미혼인 회사원 이유성(31)씨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포르노 비디오를 본 게 첫 경험이다. 이씨는 “단순히 좋았다라기보다는 ‘아찔했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처음 본 영상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영상이 떠나질 않았다.”고 돌아봤다.“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지금처럼 성인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성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정도죠.” 웹디자이너 박모(28)씨도 중 1때 친구들과 본 포르노 비디오를 통해 성인 동영상의 세계에 입문했다. 박씨는 요즘 아예 한 성인 콘텐츠 다운로드사이트에 월정액으로 5000원씩 내고 야동을 받아보는 회원으로 등록, 주 1∼2회 정도 성인 동영상을 본다.“P2P(개인간 파일교환)를 통해 다운로드 받는 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돈 주고 받아 보고 있어요. 어느 사회에서나 성적 욕망의 배출구는 있어 왔고 어릴 때 돌려보던 야한 사진이나 성인 동영상이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은 없습니다.” 서울신문이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20∼50대 남성 2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6.9%가 성인 동영상을 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도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거의 모든 남성이 해당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1년에 10차례 정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보는 사람도 3.6%나 됐고 주 1∼5회는 12.7%, 월 10회 정도는 33.7%로 집계됐다. 남성들의 82.5%는 인터넷을 통해 성인 동영상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2학년 김모(17)군은 “부모님이 컴퓨터에 아무리 유해 영상물 차단 프로그램 같은 것을 깔아 놔도 (야동을)볼 수 있는 방법이 다 있다. 이번에 잡힌 김본좌도 어른들보다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더 잘 알려진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성인 콘텐츠에 관대한 남성들 대학생 박모(25)씨는 “중 3때 친구들과 함께 비디오를 처음 보고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 이후로 많게는 1주일에 대여섯 번, 적게는 한 달에 1∼2차례 정도 성인용 야동을 본다. 대부분 P2P를 통해 자료를 구하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박씨는 처음 성인 동영상을 볼 때는 죄의식도 느꼈지만 성인이 되고서는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고 한다. 단 여자친구가 있을 때는 ‘여자친구가 혹시 알게 되면 얼마나 부끄러울까.’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인 동영상이 성범죄를 부추긴다고 대답한 남성은 32.3%에 그쳤다. 하지만 50.4%는 ‘영향을 미치지만 미미하다.’고 답했고 5.8%는 오히려 감소시킨다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성범죄와 성인 동영상은 전혀 관계 없다.’고 답했다. 서울대 성폭력상담소 하혜숙 전문위원은 “성인 동영상을 보면서 욕구를 해소하는 데 익숙해진 남성들의 경우 이성으로 욕구를 다스리지 못해 아차하는 순간에 성범죄자가 되는 수가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성인 에로물이나 동영상이 만들어낸 사회적 병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동양적 매력으로 세계 적실 것”

    “월드스타라는 호칭에 책임감을 넘어 죄책감이 듭니다. 이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비의 월드투어 ‘레인스 커밍’(Rain’s Coming)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렸다.13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의 프리미어 무대를 갖는 비는 “감히 아시아 등 해외 팬들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국내외 팬들을 위해 ‘레이니 데이’ 투어 때와는 차별화된 공연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비는 12월부터 6개월간 12개국을 돌며 35회 공연을 펼친다. 다음은 비와의 일문일답 내용.▶월드투어의 의미라면.-‘레이니 데이’ 투어를 끝내며 이제 내가 어떤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월드투어를 비롯해 4집에도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마돈나 공연의 연출자 제이미 킹 등 할리우드 스태프와 작업하는데.-이전까진 아시아에서 소화하기 힘든, 무대와 음향기기 등 테크닉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월드투어에는 대규모 물량이 투입돼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미국 등 해외공연에서 선보일 동양적인 요소라면.-미국은 무술 등 동양문화를 높이 평가한다. 무대연출, 퍼포먼스를 통해 해외언론과 아시안계 미국인에게 동양문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겠다.▶타임지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는데 미국 진출 계획은.-뉴욕 공연과 ‘타임 100’ 선정 이후 두가지 갈림길에 섰다. 미국 내 레이블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로 미국에 진출하느냐,100만명의 아시아 팬들과 다시 만나 입지를 확고히 다진 후 진출하느냐였다. 후자를 택했고 실력을 더 쌓고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한 후 내년에 미국에 진출할 것이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미국에서 내 강점은 쌍커풀이 없는 눈이더라.(웃음)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새영화 ‘파이널 컷’

    새영화 ‘파이널 컷’

    ‘파이널 컷’은 조이칩이라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그러나 얼마든지 있을 법한 기억장치를 등장시킨다. 인간의 일생을 시간단위까지 낱낱이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조이칩은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남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걸작이다. 태어날 때 이식된 칩은 사망하면 분리해 ‘커터’라는 편집자의 손을 거쳐 장례식의 ‘리메모리’의식 때 상영되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란 게 단 몇 십분에 편집된 영상만큼 아름답고 고귀하기만 한 것일까. 시나리오에 감독까지 맡은 오마르 나임의 상상력과 문제의식은 그래서 잘 닦인 칼처럼 날카롭고 섬뜩하다. 이름값 하는 ‘커터’인 앨런(로빈 윌리엄스)은 어느 부자의 리메모리를 위해 조이칩을 편집하다가 소년시절 자신이 죽게 만든 친구가 성인이 된 모습을 발견한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온 앨런은 죽음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고뇌하던 중 자신에게도 조이칩이 이식돼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조이칩을 볼 수만 있다면 비밀은 저절로 풀리는데…. 영화는 몇 사람의 일생을 편집기를 돌리면서 보여준다. 번듯한 망자의 이면에는 불륜이 있는가 하면 음모가 있고, 끔찍한 근친상간이 숨어있는가 하면 비열함이 존재한다. 해서 관객이 스크린에 빨려들어가면 갈수록 마치 자신에게 조이칩이 이식돼 있는 듯한 착각으로 쑥 밀어넣는다. 1977년생의 오마르 나임의 장편 데뷔작으로 ‘기억의 소멸’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러닝타임 95분의 비교적 짧은 영화는 “앗, 이게 끝이야!”라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올 만큼 끝마무리가 왠지 허전하다.12세 관람가.12일 개봉.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딸을 성폭행하고 때려죽인 게 아버지? 악마?

    “친딸을 성폭행하고 때려죽여 암매장한 아버지를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루위안(綠園)구에서 살고 있는 왕잉(王英·여)씨는 평생 씻을 수 없는 크나큰 한을 오롯이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남편이 친딸을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무려 6시간 동안 몽둥이·전선줄·경운기 삼각대 등으로 마구 때려 죽인 뒤 암매장하는 것을 보고도 겁이 나서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겁을 내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겁도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없어지게 마련이다.딸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도 말 못하던 그녀는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하루내내 고민하던 왕씨가 남편을 체포하라고 경찰에 신고했다.천인공노한 만행 사건의 전모는 이렇게 해서 드러났다. 지난 7월 25일 오후 6시쯤,왕씨는 루위안구 공안분국에 남편 류창(劉强)이 작은 딸 훙훙(紅紅·가명)을 성폭행한 뒤 때려죽여 암매장한 혐의로 체포하라고 신고했다고 성시만보(城市晩報)가 최근 보도했다. 왕씨에 따르면 훙훙양은 15살 밖에 안된 꿈많은 소녀였다.하지만 그녀는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해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았고,결국에는 아버지 손에 맞아죽은 뒤 암매장까지 당했다. 그녀의 불행한 사건은 지난 7월 24일 오후 발생했다.남편 류가 집에 돌아온 뒤 왕씨에게 “훙훙이 남자친구와 손잡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며 식식거렸다.오후 5시쯤,훙훙양이 돌아오자마자,류는 몽둥이로 딸을 사정없이 두둘겨 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몽둥이로,몽둥이가 부러지자 경운기의 삼각대로 마구 때렸다.훙훙양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삼각대를 손으로 잡자,궐자는 전선줄을 가지고 와서 또 때렸다.훙훙양이 도망다니자,이번에는 칼을 들고 와 다리·등짝 등을 가리지 않고 찔렀다. 이것도 모자라,류는 또다시 삼각대로 두둘겨 팼다.왕씨는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었지만 제지하지도 못했다.큰딸 화화(花花·가명)와 함께 집을 나와버렸다.너무나 겁을 먹어서…. 류는 딸이 “살려달라.”는 애원소리도 무시하고 얼굴 등 가리지 않고 마구 때리고 발로 차고,짓밟았다.이렇게 하기를 무려 6시간.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됐으니,어떻게 사람이 살아 날 수가 있겠는가? 25일 아침,훙훙양은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아프다고 소리쳤으나 아무도 와서 보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훙훙양은 끝내 한 많은 이승을 떠났다. 훙훙양이 죽은 것을 확인한 류와 왕씨는 그녀의 시신에 옷을 새로 갈아입힌 뒤 뒷산으로 메고 가서 암매장해버렸다.왕씨는 그때까지 류를 말리기는 커녕 한마디 말도 못하고 눈 뜨고 지켜보기만 했다.류가 자신을 죽일 것을 두려한 까닭이다. 그러나 왕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하루종일 죄책감에 시달린 왕씨는 오후 6시쯤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겁이 없어졌다.딸을 죽인 것만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데,살인자를 더이상 그대로 두고볼 수만 없었다.그리고 조용히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강학중 가족클리닉] 사업자금 담보 요구하는 아들

    Q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시골 부모님이 사는 집을 담보로 잡아달라고 엄마를 달달 볶는 큰 오빠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면 먹고 사는 문제는 없는데 왜 그러는지…. 엄마는 3남매를 대학교에 못 보내고 고등학교 밖에 못 마치게 한 것이 평생 죄가 된다며 아버지와 매일 싸웁니다. 아직도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겐 집 하나 달랑 있는 게 전 재산이고 몸도 별로 안 좋으신데 큰 오빠가 원망스럽습니다. -구순자(가명·34세)- A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 주고도 또 줄 것이 없어 안타까워 하는 부모님, 자식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어도 자식들을 원망할 줄 모르는 부모님, 우리 부모님들은 그런 분들이셨습니다. 큰 아들에게 도움을 못 주어 애를 태우시는 노모와 또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동생분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우실지요.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더욱 더 안타까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부모님 또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시도록 설득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상담소를 부모님과 함께 찾거나 어머님께 전화 상담을 권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무슨 이유로 큰 오빠가 지금의 직장을 그만 두려고 하는지, 또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사업 자금을 빌리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사업 시작하는 것을 보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겠죠. 사업이란 항상 위험 부담이 있어 만에 하나, 부모님 집을 처분해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부모님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자식들까지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집을 담보로 잡히는 일만은 못하겠다는 것이지 큰 오빠를 미워하거나 잘 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잘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오신 부모님의 능력으로 3남매를 고등학교까지 보내신 것은 최선을 다 하신 겁니다. 지나친 죄책감으로 자식들에게 의존심을 심어주는 것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 하고 괴로워하는 큰 오빠의 심정을 가족들이 잘 다독거려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또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부모님께도 몇 말씀 드리고 싶군요. 이제 자식을 위해서 뭘 해 줄까 고민하지 마시고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부모님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사시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아직도 농사를 지으신다니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이라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리고 건강에도 좋고요. 집 한 채 있는 것 붙들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하지 마시고 그 집을 담보로 노후 생활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역모기지론’이라는 것이 있으니 따님과 함께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으셔서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 잊지 마시고 미리미리 건강진단을 통해 큰 병을 예방하시는 지혜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잠시 서운은 하지만 더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면 보증을 서 주거나 집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의 돈 거래는 절대 삼가시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씨줄날줄] 부부의 재산/육철수 논설위원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다. 사랑과 믿음이 확고해서 같은 생각, 같은 몸처럼 둘이 하나돼야 비로소 진정한 부부라는 뜻일 게다. 비근한 예로, 숨겨둔 비자금을 아내에게 들킨 남편은 돈을 몽땅 빼앗기거나, 적어도 절반은 내놔야 사태를 일단 무마할 수 있다. 엄연한 소유권을 주장할 틈도 없이 아내에게 아까운 돈을 순순히 내줘야 하는 건 일심동체의 룰, 바로 신뢰를 저버린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아내는 비자금까지 출처불문하고 공동재산으로 여길테니 들키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사랑에 금이 가고 믿음이 깨진 부부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럴 땐 당연히 자기 주머니부터 챙겨놔야 안심이다. 등기부에 올라간 부동산도 부부가 갈라설 때는 명의 여부를 떠나 일정비율로 나누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부부의 주머니는 이렇듯 때론 하나, 때론 둘이다. 부부공동재산제나 별산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애매모호함에 기인한다. 그러니 복잡한 가정사를 일일이 알 턱 없는 정부가 부부의 재산에 과세하려니 탈도 많고 말도 많을 수밖에. 요즘 판교 분양아파트 당첨에 따른 부부의 재산과 세금 얘기로 시끄럽다. 국세청이 전업주부 명의로 당첨됐을 경우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벌여 남편 등의 증여 여부를 가려 내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로서는 자칫 수천만원의 증여세를 물어야 할 처지란다. 남편과 함께 재산을 일구고, 내주머니 네주머니 없이 살아온 전업주부라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더구나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매길 때는 “부부는 같은 주머니”(가구별 합산과세)라 해놓고, 이번엔 ‘딴주머니’(별산과세)라니 어리둥절하다. 정부가 세금 욕심에 부부 재산에 대해 ‘합산’과 ‘별산’을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다. 지난해 종부세 첫 부과를 앞두고 일부에서 배우자 증여바람이 불었다. 결국 합산과세 결정으로 이들은 낭패를 보았다. 요즘엔 값비싼 집을 팔 사람들이 양도소득세를 줄이려고 위장이혼까지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세금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절세를 위해 편법을 마다않는 부부도 잘한 건 없다. 하지만 과세에 일관성을 잃은 정부는 모순을 바로잡을 생각조차 없으니 더 답답한 노릇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책꽂이]

    ●일본의 대미 무역협상(다니구치 마사키 지음, 차재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관한 경험이 많기로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1950년대 섬유마찰에서 시작해 철강, 컬러 텔레비전, 자동차, 반도체, 공작기계, 유통산업 등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온갖 부문에서 크고 작은 통상마찰을 겪었다. 이 책은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일본의 통상마찰 문제를 이론과 사례분석을 통해 꼼꼼히 다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책.2만 5000원.●한국유학통사(최영성 지음, 심산 펴냄) 유교 또는 유학은 공자를 중심으로 한 교학사상이다. 이 두 용어는 혼용되고 있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유교는 하ㆍ은ㆍ주 삼대의 선왕으로부터 공자에 전승돼 정립된 유가의 ‘가르침’을, 유학은 유교의 ‘학’으로 유교사상의 체계가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1990년대 펴낸 ‘한국유학사상사’의 개정판. 순수학술적인 면에 치중해온 기존의 유학사 서술방식에서 탈피, 사회사상사로서의 유학의 기능과 역할을 살핀 점이 눈에 띈다.전3권 각권 4만원.●나는 소세키로소이다(고모리 요이치 지음, 한일문학연구회 옮김, 이매진 펴냄) 근대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그는 어릴 때 친부모와 양부모에게 버림받은 기억, 런던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동안 고향에서 죽어가는 친구 시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죄책감, 평생에 걸친 다섯 번의 전쟁 때문에 외상을 안고 살았다. 이런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가 내뱉는 냉소는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부터 마지막 장편 ‘한눈팔기’, 필생의 역작 ‘문학론’, 자기본위란 말로 유명한 강연 ‘나의 개인주의’에 까지 이어진다. 소세키의 사고와 소설의 세부까지 아우른 완성도 높은 평론.1만원.●불꽃(최승희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친일예술가, 월북예술가라는 꼬리표로 인해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신무용 창시자 최승희(1911∼1969) 자서전. 직접 쓴 9편의 수필과 친오빠이자 자신을 무용으로 이끈 정신적 지주 최승일과 주고받은 편지 3통이 실렸다. 최승희는 “군함은 나라를 위해 싸웁니다. 그러나 나는 조선의 리듬, 더 크게 말하면 동양의 리듬을 갖고 서양으로 싸우러 건너갑니다…어떤 경우에라도 민족은 망하지 아니하고 그 민족의 예술도 결단코 망하지 않는다고요.”라고 적고 있다.1만 1000원.●히포크라테스 선서(반덕진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히포크라테스가 속한 가문의 시조인 아스클레피오스는 기원전 13세기의 인물. 그의 후손들은 그를 의술의 수호신으로 삼아 대대로 의술을 전승해왔다. 아스클레피오스의 19대(혹은 18대) 후손으로 전해지는 히포크라테스 역시 가문의 전통에 따라 의사가 됐다. 히포크라테스의 시대에 와서 의사가 부족해지자 가문 내에서만 전수되던 의학교육이 외부 학생들에게도 개방됐고 이 과정에서 가문 외부의 학생들에게 요구된 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국내 첫 완역본.1만 5000원.
  • 봉만대감독 공포영화 데뷔작 ‘신데렐라’

    봉만대감독 공포영화 데뷔작 ‘신데렐라’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 감칠맛나는 영상을 만들고, 케이블채널 OCN에서 독특한 감성의 ‘동상이몽’을 보여준 봉만대 감독. 그가 자신의 ‘전공분야’인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 벗어나 공포영화를 내놓았다. 봉 감독이 “쓸쓸한 영화”라고 설명한 ‘신데렐라’(제작 미니필름·17일 개봉)는 맹목적이고 어긋난 모성애를 다룬 공포물. 미리 귀띔하자면, 포스터와 예고편 전면에 내세운 영화의 섬뜩한 컨셉트 ‘성형수술’은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모성애를 드러내기 위한 강렬한 소재로 차용됐을 뿐이다. 친구처럼 다정한 모녀인 성형외과 전문의 윤희(도지원)와 고등학생 딸 현수(신세경). 외모에 관심이 많은 현수의 친구들은 윤희를 찾아가 수술을 받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만, 곧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고 급기야 죽음으로 치닫는다. 이상한 일이 계속되자 현수는 윤희가 출입을 금지한 지하실로 찾아가고, 사진을 한 장 발견하면서 모녀 사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는 특별한 반전없이 술술 전개된다. 최근 몇년간 한국 공포영화들이 보였던 ‘알고 보니 이런 거였어. 몰랐지?’식의 반전 강박증이 적어도 이 영화엔 없다. 덕분에 관객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 피곤함은 덜었다. 하지만 지나친 친절은 드라마의 재미를 누리려는 관객에겐 ‘독’이다. 매사를 또박또박 설명해주려는 영화는 시종 요철없이 밋밋한 느낌으로만 일관한다.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한 도지원의 연기와 신세경의 성숙미가 돋보이지만, 그것만으로 공포영화의 재미를 보전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시청각의 지나친 자극을 부담스러워한다면 이 영화는 나름의 미덕이 있다. 초반 스크린에 피가 흥건하긴 하지만, 잔혹한 수준은 아니다. 소름돋는 쇳소리 음향효과, 괴상하게 몸을 꺾으며 일어서는 귀신의 모양새 등 공포영화의 유행코드에 연연해 하지 않은 대목에서 차별점을 찍는다. 그러나 봉 감독에게 기대했던 세련된 연출장면을 찾지 못해 끝내 안타깝다.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들락거리는 장면에서나 그의 스타일리시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엄마 잃은 쓸쓸한 아이, 죄책감에서 아이를 살리려 희생하는 모성 등의 주요설정이 일본 공포 ‘검은 물 밑에서’와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한다.15세 이상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연쇄살인 부르는 ‘실업의 고통’

    ‘참으로 괘씸한 고품질 블랙코미디로세.’ 1960∼80년대 제3세계 군부독재의 잔혹함(계엄령, 의문의 실종)을 고발하고, 이후에는 종교(아멘), 미디어(매드시티) 등의 광폭함을 영화에 녹여온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이번에는 자본주의를 꼬집었다.10일 개봉한 ‘액스-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Le Couperet)에는 자본주의 속에서 취업난, 구조조정, 실업 등의 고통을 겪는 약자들의 왜곡된 생존법칙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미스터리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 기본 줄거리 위에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대신 자본주의에서의 빗나간 자아실현을 담았다. 평범한 가장, 성실한데다 한때 잘 나가던 직장인 브뤼노(호세 가르시아)는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는다. 화려한 경력이 있기에 재취업이 쉬울 줄 알았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방이 온통 경쟁자투성이다. 그러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천만에. 브뤼노는 ‘경쟁자 제거’라는 황당한 수단을 선택한다. 경쟁자들은 모두 실업의 아픔을 안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여전히 무직이다. 가족은 고통을 받고 심지어 흩어져버린다. 거리에는 고급 스포츠카, 멋진 몸매의 여인,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 등의 화려한 광고판이 걸려 있다. 노동자들이야 피 터지게 싸우든 말든 관심없다는 듯. 얄밉도록 무심한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경쟁자를 없애야 실현되는 취직, 그 뒤에는 여전히 또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 치열한 현실이다. 잇따른 실업자의 죽음으로 사회는 연쇄살인사건의 공포에 휩싸인다. 하지만 주인공을 향한 시선은 잔혹한 연쇄살인마를 향한 분노보다는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동정이 더 크다. 어리숙하고 황당한, 용의주도하지도 않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형사 앞에서 주눅 들어 있으면서도 애써 당당한 척하는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도 느껴진다. 2시간이라는 다소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는 것은 기발하지만 당황스럽고, 씁쓸하지만 우스꽝스러운, 나름의 스릴과 긴장감을 주다가 맥을 놓게 하는 노장 감독의 완성도 높은 기교 덕일 듯.18세 이상 관람가.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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