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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생존자 증언] 장병들 침통… 눈물 흘리기도

    천안함 사고 이후 13일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생존 승조원 57명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으며, 일부는 사건 당시 괴로운 기억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만 살아돌아왔다는 죄책감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신은총 하사를 제외하고 최원일 함장을 비롯해 모두가 참석했다. 7일 오전 10시25분쯤 환자복 차림의 천안함 승조원들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일부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일부는 목발을 짚기도 했다. 목과 허리에 깁스나 보조대를 착용한 장병도 있었다. 가슴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장병들은 어깨를 쉬이 펴지 못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실종된 동료들이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있을 생각에 괴로워하는 듯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합동조사단 발표가 진행되자 일부 장병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가를 훔치거나 눈을 감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중령, 소령 등 영관 장교와 위관 장교 및 상사·중사·하사 등 부사관들이 대부분 대답했다. 사병 중 대답한 사람은 당시 갑판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황보상준 일병과 전준영 병장 2명뿐이었다. 전 병장은 울음이 복받쳐 나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함미 부분 후타실(체력단련실)에 있을 장병들이 어떤 복장을 하고 있겠나.”는 기자의 질문에 “보통 우리가 운동할 때는 소복 내의와 반바지를 입고 한다. (승조원들이) 운동을 했다면 복장이…”까지 말하고 말을 끊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어깨가 들썩였다. 눈물이 새어나왔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간신히 이어갔다. 후타실에 있을 5명의 승조원이 생각나는 듯했다. 전 병장은 대답이 끝나고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벌건 눈을 연신 비볐다.
  • [천안함 생존자 증언] 불안·죄책감 등 심리적 압박 시달려

    생존 승조원 가운데 일부는 불안, 죄책감 등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한두 국군수도병원장은 “일부 환자가 불면증, 악몽, 기억 문제 등을 갖고 있다.”면서 “사고원인 분석과 선체 인양 결과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심리적 안정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병원장은 생존자 심리상태 평가 결과 ▲향후 후유증 가능성이 커 면밀한 추적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 14명 ▲정신적 사고 후유증인 ‘중위험군’ 17명 ▲후유증이 낮은 정도의 ‘저위험군’ 21명 등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약물, 상담 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급성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6명이었다. 해군 측은 고위험군과 중위험군 환자는 퇴원 3주 후 재평가하고, 저위험군 환자는 3개월부터 6개월 사이에 평가해 적절한 치료를 할 예정이다. 백민경 이민영 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작가 노희경·PD이재규 연극무대 진출

    드라마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와 ‘다모’, ‘패션 70s’,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가 손잡고 연극 무대에 진출한다. 새달 23일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막을 올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서다. 1996년 MBC 특집극으로 방영된 노 작가의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 PD가 연극 연출에 처음 도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노 작가는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며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고된 시집살이를 시키다 이제는 치매에 걸려 머리채를 휘어잡는 시어머니, 집안일에 무관심한 무뚝뚝한 남편, 바쁜 일상에 지친 딸과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방황하는 아들.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참고 견딘 어머니는 어느 날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족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 어머니 역에는 정애리와 송옥숙이 더블캐스팅됐다. 의사지만 아내의 병을 발견하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아버지 역은 최일화, 최정우가 연기한다. 노 작가는 저작권료 전액을 국제구호단체인 JTS에 기부했다. 7월18일까지. 3만~5만원. (02)766-6007.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론] 바보들로부터 얻는 위안/조일영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시론] 바보들로부터 얻는 위안/조일영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옛날 내가 살던 동네에 바보로 불리는 사람이 살았다. 집도, 가족도 없이 동네 중국 음식점에 매일 몇 차례씩 물을 길어주고 남은 음식을 얻어먹으며 살았다. 밤에는 그 음식점과 옆 건물 사이에 있는 주방 굴뚝 옆의 좁은 틈에서 새우잠을 잤다. 말하자면 노숙자다. 옷도 변변한 것이 없어서 누더기 옷 한 벌로 돌아다녔다. 앞니는 다 빠져서 말할 때는 잇몸만 드러났다. 전쟁이 끝난 지 채 십년이 안 되어서 모든 게 궁핍하고 거지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는 동네 개구쟁이들의 놀림감이었다. 그가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물통에 퍼 담아 물지게에 지고 뒤뚱거리며 갈 때면 악동들은 몰래 따라가서 물통에 흙을 뿌렸다. 그러면 그 바보는 물지게를 내려놓고 돌아서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얘들아! 얘들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둘러서서 바보라고 놀리면 ‘바보야! 바보야!’하며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어른들이 불쌍한 사람을 괴롭힌다고 나무랐지만 우리들은 그 자학하는 모양이 재미있어서 철딱서니 없는 짓을 반복하곤 했다. 그래서 그의 뺨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기 일쑤였다. 나도 그 악동들 중의 하나로서 그 기억은 내게 큰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어느 해인가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그 바보에게 집을 지어주었다. 동네 뒤에 흐르는 제법 큰 개천 둑에 나무기둥을 비스듬히 받쳐 세우고 물 위에 한 칸 남짓한 작은 판잣집을 지어 주었던 것이다. 기억이 아물아물하지만 나도 그 집 안을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밤새 비가 많이 내린 어느 여름날, 그 집과 함께 그 개울에 있던 것들이 모두 떠내려간 것이다. 그 당시는 해마다 큰물이 나서 개천에 있던 것들을 모두 휩쓸어 가곤 했다. 금세 넘어올 것처럼 둑 가장자리에서 넘실거리며 흘러가는 무서운 흙탕물을 우산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동네에서 그 바보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을 이어가는 우리에게 가깝고 큰 힘이 되어주던 분들의 떠남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의 삶이 하나같이 바보스럽다. 스스로 바보라고 하기도 하고 남들이 바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소유라니, 법정 스님의 삶 또한 바보스러운 삶이 아닐 수 없다. 바보들은 자기 것을 챙길 줄 모른다. 그러니 남에게 해를 끼칠 일이 없다. 추기경이나 노스님 혹은 전직 대통령들의 떠남이 우리들에게 큰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혹은 죄책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의 삶이 바보처럼 자신의 것을 챙길 줄 모르고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는 바보처럼 온몸을 던져 자신의 믿었던 바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바보스럽기는 내가 어렸을 적 만났던 바보나, 앞서 떠났던 추기경이나 전직 대통령이나, 또 엊그제 입적한 노스님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바보는 측은함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추기경이나 전직 대통령이나 노스님의 떠남은 각각 조금씩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한 사람은 한없이 밝고 따뜻함을, 다른 한 사람은 안쓰럽고 아쉬움의 아픔을, 또 다른 한 사람은 속세를 훨훨 떨치고 떠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추기경의 선종은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하고 법정 스님의 입적은 자유로움을 주었다. 한편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에게 아픔을 주었다. 안쓰러움이 바탕이 되는 아픔이다. 나이가 드니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는 일이 늘면서 어렸을 적의 불쌍한 그 바보를 괴롭혔다는 죄책감이 점점 더 커진다. 그나마 옳은 것을 남기고 다른 것은 모두 포기하거나 제거하여 건실한 과실을 맺게 하는 것이 올바른 회개라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에 위안을 얻을 뿐이다.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셔터 아일랜드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셔터 아일랜드

    ‘셔터 아일랜드’는 미국 보스턴 외곽의 작은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나흘 반나절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들을 격리 수용한 그곳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연방보안관인 테드(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왼쪽)와 그의 새 파트너 처크가 투입돼, 과거에 아이 세 명을 살해했다는 여인의 자취를 조사한다. 교도소와 다름없는 병원의 비밀스러운 분위기, 의사와 직원들의 불쾌한 대응,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 테드는 하루 사이에 수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해 버린다. 그러나 수십년 만에 불어닥친 거대한 허리케인의 광풍은 두 사람이 섬을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데니스 루헤인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셔터 아일랜드’의 클라이맥스에도 요즘 스릴러의 한 경향인 ‘반전’이 자리하고 있다. 원작소설이 인물·환상·기억·대화를 치밀하게 구성해 놀랄 만한 결말을 구축한 것처럼, 영화는 필름누아르·사회드라마·고딕호러와 섬세한 연기를 결합해 어두컴컴한 미로를 꾸며놓았다. 하지만 그 반전이란 게 조금 예리한 관객이라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며, 영화 또한 기절초풍할 결말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줄 마음이 없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번 스릴러를 완성하는 데 역점을 둔 부분은 ‘인물을 향한 끈질긴 자세’다. 그는 뒤틀린 남자가 종말로 치닫는 내내 걸음을 함께한다. 영화화된 루헤인 소설-‘미스틱 리버’, ‘가라, 아이야, 가라’, 그리고 ‘셔터 아일랜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상처는 ‘아이에게 가해진 폭력’과 관련되어 있다. 루헤인은 ‘수컷들이 휘두르는 폭력’을 ‘하늘의 선물’이라고 냉혹하게 표현하면서, 그런 형편없는 남자들을 비극의 근원으로 파악한다. ‘셔터 아일랜드’의 배경은 1954년이다. 테디는 2차 세계대전의 끔찍한 지옥을 빠져나오자마자 새로운 이념전의 소용돌이와 사회의 위기에 둘러싸인 인물이다. 그 자신부터 거듭되는 폭력의 늪에서 허우적대느라 테디는 가족이 어떤 슬픔을 느끼고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변질되는지 깨닫지 못한다. 극중 정신병자는 우리가 눈길을 돌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현실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그들은 잘못된 세상의 징후와 같다. 곁의 누군가 미쳐버렸을 때, 그의 광기가 영혼과 몸을 갉아먹게 내버려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미래는 함께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코세이지는, 슬픔으로 인해 정신적 외상에 시달렸던 여자와 살아남았으나 죄책감에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를 직시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망가지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구한다. 그러므로 ‘셔터 아일랜드’가 장르의 게임에 느슨하다고 불평하기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염려를 먼저 생각할 일이다. 영화의 외형은 감독의 자세만큼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히치콕·투르네르·루튼·레이·풀러가 만든 옛 할리우드 장르영화가 마구 연상되는 고전적인 터치, 컴퓨터그래픽(CG)의 컬러와 역동성이 폭발해 실낙원의 망상을 극대화한 이미지, 전설적인 그룹 ‘더 밴드’의 멤버였던 로비 로버트슨이 직조한 현대음악의 향연 속에서 스코세이지 영화의 풍성함이 쏟아져 내린다. 특히 미술감독 단테 페레티, 촬영감독 로버트 리처드슨과 계속되는 작업은 스코세이지가 꿈의 영화라고 한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세계에 근접하도록 돕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 프로파일러 “김길태, 강호순과 유사한 심리상태”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33)를 수사 중인 프로파일러 권일용(45) 과학수사센터 경위는 12일 “김은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범 강호순,서울 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정남규 등과 유사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권 경위는 강호순과 정남규,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 정성현 등을 조사해 자백을 이끌어 냈으며, 김의 검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권 경위는 이날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떨어진다.”며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본인에 신병에 걱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 등에서 강호순·정남규 등과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극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사회 구성원과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신병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경위는 전날 친구인 강모씨를 만나게 한 것과 관련, “김이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외부 요인과 심리적인 자극을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계속 수사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에 이르면 가족 등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이 자신이 양아들이라는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는 질문에는 “중학교 다닐 무렵 아버지를 통해 ‘길태’란 이름의 뜻(길에서 태어났다는 말을 줄여 이름을 ‘길태’로 지은 것)을 들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저항이 언제 나타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인 DNA(유전자)가 피해자의 시신에서 검출됐음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도 법의학적 증거물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본인도 자신의 부인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 계속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경위는 “지능·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김이 석회가루를 이용, 시신을 은폐한 것은 강력 범죄자들에게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김은 다른 지역으로 도주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불편해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 최대한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게 노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내 아들 길태야 자수해라”…부모 눈물

    ”길태야 자수해라.”  부산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33)의 부모가 “좀 더 강하게 아들을 훈육하지 못했던 게 뼈에 사무치게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고 10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들은 사망한 이양과 부모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사죄했다.  김의 부모는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하루아침에 살인범이 된 이후 매일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의 아버지 김모(70)씨는 “맨 정신으로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소주 한잔 마셨다.”며 인터뷰 내내 담배를 물었다.  이들은 31년전 처제가 다니던 교회앞에 버려진 김을 입양했다. 김 씨는 “딸만 셋이라 아내가 아들 욕심이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이) 초등학교 때는 동네에서도 잘 뛰어놀고 친구도 많았다.”며 ‘착하고 명랑했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김은 주판을 잘 다루고 계산에 능했다고 한다. 김의 부모는 “밥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업고등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 김은 점점 말수가 없어지고 학교 수업을 빼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머니 윤모(68) 씨는 ‘내성적이고 착한 아들’이었던 김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아들 손을 잡고 고등학교 정문까지 데리고 간 적도 있다.”며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아들을 위해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선생님에게 거짓말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범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둔 이듬해 김은 폭행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지켜보던 윤 씨는 쓰러져 입원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사식을 넣어주고, 공사판에서 모은 일당을 부치며 희망을 잃지 않았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이번에는 잘해보자고 손을 잡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문제있는 아이였지만 잘 될 줄 알았다.”며 “대학이라도 보냈어야 했는데….”라고 한탄했다.  윤 씨는 남편의 손을 붙잡으며 “손자도 보고 싶었는데…. 30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양의) 부모님께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낙태근절대책 찬반 논쟁] 낙태공화국 오명 벗어야 vs 처벌·지원안 빠진 껍데기

    [낙태근절대책 찬반 논쟁] 낙태공화국 오명 벗어야 vs 처벌·지원안 빠진 껍데기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및 시민단체들이 ‘임신·출산에 관한 여성의 결정권 보장’을 촉구한다. 낙태시술 의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의사회와 정부의 낙태 규제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선언’인 셈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근절대책’을 둘러싸고 낙태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청소년 한부모 지원 강화와 위기임신 상담 핫라인 개설, 단속방안 마련 등 낙태문제와 관련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 및 시민단체들은 ‘낙태 허용’을 요구하며 기존의 정책을 짜깁기한 알맹이 없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우리의 낙태 실태와 낙태 근절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 보고, 실제 사례와 다른 나라의 정책 등을 통해 낙태 규제 정책의 한계와 보완점 등을 살펴본다. ■ 낙태 여성들의 목소리 “생계 막막해 어쩔수 없이 선택” “임신중 교통사고… 태아 포기” 유영희(31·여·가명)씨는 지금도 눈만 감으면 지난해 8월 낙태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던 일, 보지 못한 아기의 얼굴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영희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낙태를 쉽게 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하는 것인데 금지하면 더 음지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희씨는 스물세 살 무렵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던 중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울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둘 다 직업이 없는 데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도 충분치 않았다. 결국 술집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돈 되는 일을 하면서 간신히 아이를 키워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덜컥 아이가 또 생겼다. 영희씨는 “그냥 죽고 싶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피임도 철저하게 했는데….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바 매니저’로 일하는 영희씨의 월급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고, 7살짜리 첫째 아이도 부모님이 대신 키우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시간이 지나면 수술을 못 할 테니 일단 지우자.”고 재촉했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뱃속에서 두 달 가까이 품은 아이를 낙태한 뒤 꼬박 1주일을 울었다. 상실감과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와 미칠 듯이 괴로웠다고 했다. 영희씨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낙태 금지론’에 대해 ‘현실을 보지 못한 근시안적 처사’라고 꼬집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을 100% 여성에게 지우면서 사회가 도와주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낙태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직장인 김은혜(29·여·가명)씨도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이를 포기했다. 지난 200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간 뒤에야 뒤늦게 임신 5주가 된 것을 알게 됐다. 담당의사는 교통사고에 따른 충격에다 항생제 등 약물 투여로 인해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며 낙태를 권유했다. 그녀는 “몸도 너무 힘들고 불안해 결국 낙태를 했다.”면서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은혜씨가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 낙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은혜씨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이민영 최재헌기자 min@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오후 11시30분) 수미씨는 고시원에서, 아이들은 보호시설에서 지낸 지도 벌써 3년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피해 도망치듯 아이들만 남기고 집을 나온 수미씨.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 그러는 동안에 아이들만 남기고 집을 나간 남편. 아이들은 결국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탈북여성 박사1호 이애란. 그녀의 북한에서의 삶, 탈출을 결심한 계기, 탈북과정에 대해 들어보고, 남한 땅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한국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점과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땀방울을 비롯해 북한 전통 음식 문화 연구원 대표로서의 의견을 들어본다. 탈북자들에게 하는 한마디도 함께 들어 본다. ●자체발광(MBC 오후 6시50분) 2010년형 신형 카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체발광’ 카트가 출고됐다. 쇼핑 카트가 물건을 실어 나르는 수레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당당히 네 바퀴 달린 이동수단으로서 재탄생할 수 있다! 마트에서 장보기에만 이용되던 카트로 무전여행이 가능할까. 서정우와 장종우 두 청년이 무전여행에 도전한다. ●아내가 돌아왔다(SBS 오후 7시15분) 유경은 놀라서 영훈을 바라보다가 재빨리 영훈의 손에 든 봉투를 뺏으며 자신이 지은에게 가져다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영훈은 지은이 자신에게 부탁한 거라 자신이 전달하겠다며 다시 갖고 가자 유경은 난감해 한다. 이 일로 남 비서와 통화하던 유경은 일이 커지기 전에 마무리하자고 말한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유향 무역은 육로와 해로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와디 다우카 골짜기를 중심으로 하여 코르로리는 2000년 10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질 좋은 유향 산지로 유명한 와디 다우카를 찾아 세계 제일의 유향산지인 살랄라로 향하는 여정. 그곳에서 오만의 숨겨진 보물 유향을 찾아가 본다. ●꿈꾸는U(OBS 오후 6시55분) 시청자들이 만들어가는 ‘꿈u’에서는 ‘그 후’라는 작품을 공개한다. 이는 실제 4년 전 대구에서 있었던 여고생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당시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여고생은 귀갓길에 실종되어 열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감독은 여자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공포에 대해 말한다.
  • [시론] 원칙 지키는 교육이 우리 아이 살린다/유형근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원칙 지키는 교육이 우리 아이 살린다/유형근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요즘 미국대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어학원 강사가 태국에서 시험지를 빼돌려 시차를 이용해 미국에 있는 학생들에게 유포하는가 하면, 또 다른 강남 어학원 강사는 국내에서 문제지를 유출하다 적발됐다. 왜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을까. 원인은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원칙과 규칙을 경시하는 풍토에 있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널렸다.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면 다른 아이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고,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점수를 허위 조작하거나 부풀려 보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들이 가정·학교·사회에 만연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규칙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반칙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또 이런 환경에서는 규칙과 원칙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음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나 도덕적인 감각은 무뎌지게 된다. 이쯤 되면 규칙이 무시된 권투경기에서 두 선수가 모두 반칙패를 당하게 되는 경우와 같이 어느 누구도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공멸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적으로 갈망하던 목표달성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며, 종국에는 국가적인 망신을 초래해 국격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 미국 뉴욕시에서 있었던 한 사건을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1994년 미국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하면 대개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와의 전쟁을 기대했으나 그는 의외로 낙서·교통질서 위반 등의 경범죄 근절부터 나섰다. 줄리아니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력범죄가 아닌 경범죄부터 근절하는 정책을 펴는 데 토대가 된 이론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가볍게 보고 방치해 두면, 나중에는 더 큰 범죄나 사회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한 줄리아니 시장의 정책효과는 아주 놀라웠다. 낙서와 교통질서 등의 경범죄를 단속하여 기초질서와 원칙을 지키는 환경을 만들자 직접적인 전쟁의 대상이 아니었던 살인범죄 등의 강력범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칙과 규칙을 무시하는 사례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례를 들면, 부모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자녀들에게 파란불에 건너야 안전하고 교통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그런 부모가 급하다며 빨간 색 신호등에서 도로로 뛰어들고, 그것도 모자라 건너지 않으려는 아이의 손을 억지로 끌고 무단횡단을 하며, 이 바람에 놀란 운전자들이 급정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런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목적지에 빨리 갈 수 있어서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 아이는 원칙만 적당히 무시하면 목적지에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무단횡단과 같은 반규범적, 탈법적 행위를 죄책감 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부모의 사소한 규칙위반과 편법이 아이를 파멸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생활주변의 작은 것부터, 나부터’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좀 쉽고 빠르다 하여 반칙과 편법을 쓰기보다 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과 행동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되었을 때라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칙 불감증의 참담한 결과인 제2, 제3의 SAT 문제유출 사건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 “나도 20년 낙태시술에 죄책감”

    “나도 20년 낙태시술에 죄책감”

    그는 최근에도 주변의 다른 산부인과 의사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심지어 일부 의사는 “킬러를 고용해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 그만 둬라.”는 섬뜩한 엄포까지 놓았다. 그는 아직 종교를 갖지 않고 있지만 특정 종교를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낙태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그가 3일 대형 산부인과 3곳을 불법 낙태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낙태에 반대하는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구조·제보센터에 접수된 시민 제보 중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대상이었다. 4일 오전. 서울 동교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 제보센터(www.prolife-dr.org)’ 운영자인 심상덕(50) 원장을 만났다. 그는 같은 병원의 최안나 원장과 함께 산부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낙태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다. 잇따른 제보와 업무를 처리하느라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심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당장 불법 낙태시술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우리 사회가 모두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1년 전, 그가 낙태 반대운동을 시작하자 전국에서 낙태를 막아 달라는 격려와 제보가 잇따랐다. 의사회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한 달에 30~40건이 넘는 제보들이 들어왔다. 사연도 많았다. 한 20대 여성은 남자친구 부모의 강권으로 산부인과에 가던 중에 심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낙태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심 원장은 즉시 시술이 예약된 병원에 전화했지만 직원들은 전화조차 연결시켜 주지 않았다. 신고 여성은 그때까지도 어른들에게 끌려가며 “낙태는 할 수 없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결국 그 여성과 통화가 끊긴 다음에는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심 원장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낙태를 결정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배우자가 없는 미혼모의 경우 부모가 낙태를 결정하는 사례도 많다. 일부 산모들은 산전 검사에서 태아에게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주저없이 낙태를 요구하기도 한다. 2005년 정부 조사에서는 한 해 34만건, 1997년 갤럽조사에서는 연간 150만건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1위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미혼모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등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심 원장은 “정부는 미혼모와 장애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법으로 막으면 낙태가 근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번 논쟁도 시간이 지나면 묻힐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에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낙태시술의 이면에는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의 비인간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심 원장은 “나도 20년 이상 낙태시술을 해 왔다. 반성하고 반성해도 죄책감이 사라지질 않는다.”며 “산부인과 의사들의 출산 수가가 너무 낮다고 외치기 전에 ‘살인자’라는 오명부터 씻은 다음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김태웅 수습기자 tuu@seoul.co.kr
  • 남들 다 하는 그 결혼 왜 못하냐고 비웃지마

    남들 다 하는 그 결혼 왜 못하냐고 비웃지마

    #20일 첫방 MBC 수목드라마 “지금까지 처절한 고통의 현장에서 눈물 콧물 흘리는 이신영이었습니다.” 2004년 가슴에 팍팍 와닿는 멘트로 대한민국 여성들을 울리고 웃겼던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방송기자 이신영이 다시 돌아온다. 여전히 그녀의 운명의 짝은 나타나지 않았고, 모든 것을 품을 만큼 너그러워지지도 못했다. ‘시즌2’ 격인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 수·목, 이하 ‘아결녀’)가 20일 처음 방송된다. 인생에 대해 아는 척하다가 뒤통수를 맞고 깨우쳐 가는 2030 여자 남자들의 유쾌한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 박진희, 이필모, 김범을 직접 만나 이들이 말하는 ‘한국판 섹스 앤드 더 시티(Sex & the City)’를 들어봤다. #연애도 일도 다 안 풀려 괴로운 걸 6년 전 명세빈이 맡았던 이신영 역을 이어받은 박진희(32)는 요즘 대본을 볼 때마다 ‘맞아 맞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실제 30대 미혼인 자신의 마음과 너무 똑같기 때문. 극중 신영은 애인도 없고 회사의 명예퇴직 압박도 거세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감을 잃어가는 자신과 싸우며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어제 연기했던 대사 중에 ‘헛된 기대가 희망을 부르고 희망이 상처로 돌아옵니다. 내게 주지 않을 거라면, 함께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눈을 마주칠 사람이 아니라면, 그를 원하는 이 마음도 없애 주세요.’라는 부분이 있어요. 제 마음과 너무 똑같아 읽기만 해도 눈물이 그냥 나오더군요.” 드라마는 2년간 미국 워싱턴으로 연수를 다녀온 신영이 전 애인 상우(이필모)의 가짜 청첩장을 받아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영은 이후 몇 번의 헛발질을 계속하다 “내 인생의 좋은 짝을 찾는다는 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면서 많은 골드미스들이 그렇듯 결혼은 포기하고 일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한다. “20대 후반에는 저도 빨리 결혼을 해서 개인과 배우의 삶이 동시에 늙어가는 삶을 꿈꿨어요. 하지만 그건 제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저도 신영이처럼 일에 올인했습니다. 석사 논문 쓰는 데 매진했고, 끝나자마자 영화 ‘친정엄마’ 촬영에 이번 드라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내달렸죠.” 하지만 이젠 결혼에서 자유로워져도 좋다는 ‘잘난 척’으로 새 프로그램 기획에 매진하던 신영에게 ‘사건’이 벌어진다. 더이상 내 인생의 사랑은 없다고 정의 내린 그 순간, 그녀 앞에 띠동갑 대학생 민재(김범)가 나타난 것. “나를 마지막으로 당신의 청춘을 끝내라.”는 그를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린다. #띠동갑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10살 넘는 연상녀와의 연기는 김범(21)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렇지만 그는 갓 스물을 넘겼다. “개인적으로 사랑에는 나이나 국적, 성별도 상관없다.”는 게 그의 솔직 토크다. 다만 “박진희씨와의 나이차로 인해 혹시 사랑을 느끼는 감정이 어색하게 보일지 걱정”된단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숙제”라는 그는 역시 당찬 20대였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여전히 방황하는 것은 이필모(34)도 마찬가지다. 항공사 부기장인 그는 대학 첫 미팅 때 반한 신영을 10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결혼보다 연수를 택한 그녀에게 상처를 받고 다른 여자와 결혼날짜까지 잡았다가 파혼한다. “사회적으로 능력을 갖췄지만, 사랑에 서툴고 철이 덜든 캐릭터는 전작인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둘째아들 대풍과 똑같아요. 둘 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좌충우돌하죠. 다만 상우는 극이 전개되면서 신영이 아닌 다른 사람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되면서 이전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요즘 30대 싱글남을 대표하는 상우 역의 이필모는 드라마 반전의 키를 쥔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극중 상우는 전 애인인 신영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쓰다 전혀 생각지도 않게 남편과 이혼을 앞둔 8살 연상의 유부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사랑에 끌리다 “‘사랑은 한 방’이라는 말처럼 예상 밖으로 찾아온 사랑에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돌변하는 인물이에요. 저를 포함한 남자들이 그렇듯 20대에는 상대방의 외모에 집착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그 사람 자체를 보게 되잖아요. 드라마 속에서도 사랑과 죄책감 사이에서 묘하게 줄타기하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요즘 2030 남자들에게도 결혼은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줄었고, 일과 사랑을 저울질하며 고민하기도 한다. 연극 및 뮤지컬 배우로 무명 생활이 유독 길었던 이필모에게도 결혼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다 결혼을 언제 하겠다고 정해 놓지 않았거든요. 그때까지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30대 싱글남을 대변해 얘기하자면 요즘 여성들은 사회적 진출이 늘고 영향력이 세지다 보니 대가 센 분들이 많아 대응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런 소심남들도 극중 상우처럼 자신이 ‘꽂힌’ 여자에게는 나이를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선다고 이필모는 귀띔한다. “드라마처럼 8살은 아니지만, 3살 연상까지는 만나본 적이 있어요. 아 참, 몇 년 전 연극을 할 때 서로 무언의 감정을 키워가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이 손을 잡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돌아선 기억은 있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SBS ‘천만번 사랑해’ 금자 폭로전 ‘최고조’

    SBS ‘천만번 사랑해’ 금자 폭로전 ‘최고조’

    시청률 30% 고지로 치닫고 있는 SBS 주말극장 ‘천만번 사랑해’가 이번 주 은님과 유빈, 향숙의 관계를 밝히면서 갈등의 최고봉을 향해 달린다. 대리모 브로커 노릇을 했던 금자는 은님과 유빈이 작은 엄마와 시조카 사이인 것을 알고 “하늘이 무섭다.”며 은님에게 “빨리 그 집을 나오라.”고 충고한다. 하늘이 노래진 은님은 죄책감에 시달려 수도없이 가방을 싸지만 결국 강호와 유빈의 곁에 머물고 싶은 자신의 강렬한 마음을 인정하고 머물기로 마음을 정한다. 금자의 폭로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자는 자기 딸 연희를 겁주기 위해 남자들을 데리고 찾아온 향숙에게 “대리모 써서 손자 보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그 대리모를 며느리로 들인 기분이 어떠셔?”라고 폭탄 발언을 해 향숙을 무릎 꿇게 만든다. 대리모가 바로 은님인 것을 알게 된 향숙은 그 때부터 은님을 괴롭히기 시작하고, 손위 동서인 선영 역시 유빈을 빼앗긴다는 불안감에 태도를 돌변, “일부러 접근했다’며 은님을 몰아세운다. 사진=SBS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바람난 부인때문에…· 북아일랜드 총리직 중단

    십대 소년과 바람을 피운 부인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피터 로빈슨(62)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총리가 잠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직무를 중단할 예정이며 알린 포스터 기업부 장관이 임시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로빈슨 총리의 부인 아이리스(61)는 2008년 당시 19세였던 커크 매컴블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최근 고백했다. 아이리스는 2명의 부동산 업자에게 5만파운드(약 9000만원)를 끌어다가 매컴블리가 카페를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금 5000파운드를 받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부인의 성추문과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로빈슨 총리는 줄곧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이날 핼쑥한 얼굴로 텔레비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족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내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로빈슨 총리가 부인의 비리 의혹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 아일랜드 의회 의원인 아이리스는 지난해 말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원룸촌 발발이 이례적 무기형

    원룸촌을 돌아다니며 여성 수십 명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 김연하)는 5일 37차례에 걸쳐 원룸에 사는 여성들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모(46)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피고인이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가석방이나 사면, 감형이 되는 경우 석방 시점부터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가족들 모르게 새벽에 범행을 하고 귀가한 뒤 직장생활을 하는 등 이중적인 생활을 한 것을 보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병적으로 습관화된 단계”라며 “재범의 위험성이 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식장 직원이던 최씨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 새벽에 ‘일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아내를 속이고 나와 범행을 저질러 왔다. 손천우 공보판사는 “사람을 사망시키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것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성탄밤 눈물샘…올 가장 슬픈이야기 ‘풀빵엄마’

    성탄밤 눈물샘…올 가장 슬픈이야기 ‘풀빵엄마’

    지난 5월 방영돼 전 국민을 ‘눈물샘’으로 몰아 넣었던 위암말기 환자 최정미(38)씨의 이야기가 성탄절 늦은 밤을 다시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MBC스페셜은 지난 25일 밤 11시 최씨의 투병 스토리인 ‘풀빵엄마’편을 ‘올해의 가장 슬픈 이야기’로 재조명했다.최씨는 암과의 사투에서 이기지 못하고 지난 7월 결국 세상을 떠났다.이날 방영분은 항암치료 이후,즉 그녀가 세상을 등질때까지의 사연들을 주로 전했다. 최씨의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도 늘 밝게 살아왔던 삶의 전반부와 5년간 동거한 남자와 헤어진 뒤 위암 2기 판정을 받고도 풀빵장사에 나섰지만 끝내 암을 이기지 못한 후반부의 삶이 너무 아쉽고도 안타깝게 전개됐다는 점 때문이다. 최씨는 2년여의 투병 끝에 두 아이 최은서양과 홍현군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떠났다.시청자들은 그녀의 영정앞에 마지막 술잔을 따르는 철없는 두 어린아이를 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정모(49)씨는 “방송 내내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그녀가 암을 이기고 살 수 있느냐 였는데 결국 이를 감내하지 못했다.”면서 “그녀의 삶이 너무나 짧았다.”고 안타까운 소감을 밝혔다.경남 진주시 진성면 심모(50·여)씨는 “말기암 치료 중 아이들 옷을 손빨래하면서도 ‘아프지 않다.빨래하는 게 행복하다.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할 땐 인생의 큰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케 했다.”고 전했다. 그는 5월 첫방송때 통곡속의 녹음을 했던 허수경씨가 “최씨가 꼭 암을 이겨내고 풀빵을 구울 것이란 믿음을 가진다고 말했다.”며 그녀의 죽음을 더 애석해 했다. 방송후 이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최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장현선씨는 ”최씨가 그렇게도 살고 싶은 오늘을 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에 약간 죄책감을 가졌다.”고 밝혔다.김원숙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 통곡을 하고 말았다.”며 “건강한 엄마,건강한 아이로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맘을 느끼게 해준 프로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5월 방송 이후 생긴 풀사모(풀빵엄마가족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를 다시 찾으며 두 아이의 근황을 궁금해 했다.또 두 아이에게 후원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상당수 였다.이에 대해 제작진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아이들 소식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알린다.”며 “은서와 홍현이는 최정미씨 친언니 부부가 맡아서 잘 키워주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시청률조사업체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이날 15.1%의 전국 일일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이는 이날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KBS 1TV ‘다함께 차차차’와 ‘KBS 9시 뉴스’에 이은 3번째로 높은 시청률 기록으로,성탄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서는 가장 높았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코카콜라 때문에/문성희

    [엄마와 읽는 동화] 코카콜라 때문에/문성희

    “우와! 이 샤프랑 수첩 예쁘다.” 지현이가 샤프와 수첩을 집어 들었습니다. 샤프에는 금빛구슬로 만든 하트가 달려 있습니다. 분홍 리본이 달린 수첩은 보기에도 깜찍했습니다. 나는 반 친구들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문구점에 왔습니다. 특별히 필요한 것이 없는데도 우리는 문구점에 꼭 들렀습니다. “지현아, 이 필통 봐. 정말 귀엽다.” 나는 파란 필통을 지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토끼가 그려진 아주 귀여운 필통이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안쪽에 거울도 붙어 있습니다. 거울 옆에는 메모지를 붙여 사용할 수 있는 메모판도 있습니다. 파란 필통 뚜껑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했습니다. 며칠 뒤 지현이는 생일잔치를 한다고 나를 초대했습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지현이는 성격이 좋아서 나 말고도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번 토요일 신나게 놀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저녁에 나는 엄마와 지현이 생일선물을 사러 학교 앞 문구점에 갔습니다. 한참 이것저것을 고르다가 전에 지현이가 좋아하던 샤프와 수첩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샤프와 수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벌써 다 팔린 게 분명했습니다. 그때 진열장 맨 구석에 파란 필통이 보였습니다. 내가 꼭 갖고 싶었던 필통이었습니다. 파란 필통은 딱 2개 남았습니다. 파란 필통을 얼른 집었습니다. “엄마, 저도 이 필통 하나 갖고 싶어요. 하나 더 사면 안 돼요?” “안 돼. 지금은 지현이 선물 사러 나온 거니까 선물할 것만 사는 거야. 그리고 엄마가 냉장고에 붙여둔 ‘기사’ 너도 알잖아…….” 며칠 전 일입니다. 엄마는 친구들 모임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에서 가위로 오린 신문기사를 꺼냈습니다. “다혜야, 이리 와봐. 이제부터 엄만 이것대로 할 테니까 너도 잘 알아둬라.” 하면서 그 기사를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습니다. 나는 궁금해서 그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그것은 ‘자녀를 위한 교육법’이었습니다. 혼자서 집을 보게 하라, 말씨는 엄하게 다스려라, 거짓말하면 다시는 못하게 혼을 내주어라, 꼭 필요한 물건만 사주어라 등이었습니다. ‘흥, 별 게 다 있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 때문에 엄마가 어떻게 달라질지 속으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날 학교가 끝나 집에 와보니 엄마가 없었습니다. 그날 난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생과 함께 집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뿐 아니었어요. 엄마는 동생에게 말을 밉게 했다고 나를 무척 혼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엄마는 그 기사를 보고 달라지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필통을 사달라고 억지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억지를 부린다고 사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두 개 골랐던 필통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하나는 슬며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이럴 때 그런 기사가 날 게 뭐야.’ 부엌 장식장에 붙여 놓은 기사가 정말 미웠습니다. 지현이 생일인 토요일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식탁 위에 작은 메모지가 한 장 놓여 있었습니다. ‘다혜야, 지현이 생일선물 잘 챙겨가거라. 엄마, 지혜랑 할머니 집에 갔다 올게.’ 엄마는 이제 나 혼자 집에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무리 지현이 생일이 있다지만 점점 달라지는 엄마가 야속했습니다. 나는 방으로 갔습니다. 서랍을 열어 지현이 생일선물을 꺼냈습니다. 그 순간 불쑥 파란 필통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일잔치에 안 가면 파란 필통은 내 것이 되는데…….’ 이런 엉뚱한 생각이 눈덩이처럼 자꾸 커져갔습니다. ‘지현이는 친구가 많아서 선물도 많이 받을 거야. 이깟 필통 하나 안 받아도 괜찮을 거야.’ 이제 선물이 점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안 가면 지현이가 섭섭해할지 몰라. 어쩌지? 갈까? 말까?’ 내 마음은 시계추처럼 자꾸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래, 코카콜라로 결정하는 거야. 오른쪽 다리가 짚이면 안 가야지.’ 나는 방바닥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앉았습니다. “코카콜라 맛있어. 맛있으면 또 먹어, 또 먹으면 배탈 나. 배탈 나면 병원 가. 병원 가면 딩 동 댕.” 노래를 부르면서 한 박자에 하나씩 손으로 다리 한번 바닥 한번 번갈아 가며 짚었습니다. ‘댕’ 하고 노래가 끝나자 손은 왼쪽 다리를 짚었습니다. ‘친구들이랑 코카콜라 할 때 항상 세 번씩 했으니까 이번에도 세 번 해야지.’ 나는 다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머지 두 번 다 오른쪽 다리를 짚었습니다. “야호, 안 가도 된다.” 나는 선물 포장지를 부욱 뜯었습니다. 파란 필통을 껴안기도 하고 뺨에 비벼 보기도 했습니다. ‘참, 못 간다고 전화를 해야지.’ 지현이 집에 전화를 걸어 아파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다혜야, 지현이 생일잔치에 잘 갔다 왔니?” 할머니 집에 다녀온 엄마가 방문을 열고 물었습니다. “네~에.” 나는 얼버무려 대답하면서 파란 필통을 얼른 서랍에 넣었습니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서랍에서 파란 필통을 꺼냈습니다. 이상하게 파란 필통을 보아도 전처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바위에 눌린 것처럼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다혜야, 김치찌개 끓였다. 네가 좋아하는 소시지도 가득 넣었어.” 엄마가 식탁 위에 수저를 놓으며 말했습니다. “와아! 맛있겠다.” 지혜가 수선을 떨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나도 맛있게 먹었을 텐데, 오늘은 김치찌개가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파란 필통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엄마한테 그냥 말할까?’ 엄마는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회초리를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에 동생이랑 심하게 싸워 회초리로 종아리를 세 대 맞은 적이 있습니다. 되게 아팠습니다. 더군다나 냉장고에 붙여 놓은 기사 때문에 더 엄해진 엄마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세 대보다 더 많이 맞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 난 못해…….’ 파란 필통을 서랍 맨 아래에 넣고 그 위에 공책을 덮어두었습니다. 침대에 벌렁 누웠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습니다. 자면서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습니다. 내가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았습니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엄마는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더니 공책으로 덮어 놓은 파란 필통을 꺼냈습니다. “이게 뭐니?” 엄마는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파란 필통을 내밀었습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깼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창밖이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빠를 따라 약수터에 갔습니다. 약수터는 아파트 뒤 야트막한 산에 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다혜야!” 나는 가슴이 덜컥했습니다. 지현이도 가족과 함께 약수터에 온 모양입니다. “너 이제 안 아프니?” 지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어, …….” 나는 지현이를 슬쩍 보고는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입술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지현이를 보자마자 파란 필통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머리가 아찔해서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내일도 학교에서 지현이를 만날 텐데…….’ 나도 모르게 엄마와 지현이에게 또 거짓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다 정말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들 내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두려운 생각들이 마음속에 뭉게구름처럼 피어났습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파란 필통을 보여 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엄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엄마는 내 말을 듣더니 거실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가슴이 더 바짝 졸았습니다. 엄마는 어떤 벌을 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파란 필통이 그렇게 갖고 싶었니?”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엄마는 살짝 웃더니 나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너 그 필통이 정말 갖고 싶었구나. 지현이 선물 다시 사서 월요일 날 갖다 주렴. 이제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엄마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나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엄마, 이제부터는 안 그럴게요.” 나는 엄마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습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날 꼭 안아주었습니다. 엄마의 품은 참 따뜻했습니다. ●작가의 말 아이들은 누구나 다 실수와 잘못을 하고 자라지요. 한순간의 거짓말이나 잘못 때문에 불안과 죄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기도 하고요. 그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의 키가 한 뼘 더 자랄 거예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런 아이를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약력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했다. ‘푸른 목각 인형’으로 제7회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는 ‘날 좀 내버려 둬’(공저)가 있다.
  • 오세훈 “재선 포기하고픈 심정”

    오세훈 “재선 포기하고픈 심정”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의 스노보드 대회 개최와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모든 비판과 오해들이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죄책감마저 든다.”면서 “지금은 재선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답답한 심정”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오 시장은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광화문광장의 스노보드와 서울브랜드마케팅’이란 글에서 광화문광장 논란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히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대회를 위해 광화문광장에 점프대가 설치된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는데 가장 답답한 것은 이 대회를 두고 ‘오세훈 시장의 선거전략’ 운운하는, 근거없는 오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이번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관광의 해를 앞두고, 서울을 세계 각국에 알리기 위한 고심 끝에 나온 것이지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빅에어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겨울스포츠대회인 데다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일단 ‘재선용’이라고 딱지를 붙여버린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이제는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든다.”고 안팎의 공격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어 “임기 4년의 시장은, 특히 재선의 의지를 밝힌 시장은 임기 2년이나 3년까지만 일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논란 속에 열리는 서울 광화문 스노보드 대회를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평가한 것. 이 대통령은 11일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보고대회에서 스노보드 대회와 관련, “변화를 위한 시도는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하다.”며 “시도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낫다.”고 밝혔다.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고심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격려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마이클 잭슨이 아들 성추행” 고소한 父 자살

    “마이클 잭슨이 아들 성추행” 고소한 父 자살

    지난 6월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했다고 100억대 소송을 제기했던 남성이 이달 초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3년 당시 13세였던 아들 조르단을 성추행했다고 잭슨을 고소한 치과의사 에반 챈들러(65)가 지난 5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최근 전했다. 뉴저지 경찰은 챈들러가 고급주택 침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으며 손에 권총이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베벌리힐스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챈들러는 당시 자신의 아들이 잭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130억원(15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보상금 수백억 원을 건넨 잭슨은 ‘팝의 황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사망할 때까지 ‘아동 성추행범’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측근에 따르면 잭슨의 과격한 팬들에게 협박을 당한 챈들러는 뉴저지로 이사를 간 뒤 이름을 바꾸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수차례 성형수술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자살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측근은 잭슨이 사망한 뒤 챈들러가 큰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다. 한편 챈들러의 아들 조르단은 사망 전 아버지가 거짓말을 했다고 온천하에 밝혔으며 잭슨 역시 1995년 ABC 방송에 출연해 “나는 어린 아이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 내 마음에 그런 것은 없다. 그런 일에는 흥미조차 없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사진=故마이클 잭슨과 조르단 챈들러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통장 쪼개고 단기자금 마련에 집중을”

    “통장 쪼개고 단기자금 마련에 집중을”

    ‘630만원’ 기자의 통장에 찍힌 액수다. 28세 여성이 직장생활 만 15개월 동안 모은 전 재산이다.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 무작정 3년 뒤로 미뤄놓은 결혼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때마침 들려온 ‘혼(婚)테크’ 특강 소식은 구세주와 같았다. 지난 14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20여명의 젊은 남녀가 서울 역삼동의 결혼정보업체 듀오 본사에 모였다. ‘혼테크, 오해와 진실’이란 제목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네이버 지식인 재무상담 위원으로 유명한 ING생명 컨설턴트 김도훈(29)씨가 강사로 나섰다. 김씨는 “준비 없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결혼은 ‘교통사고’”라며 혼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20~30대 직장인이 무계획적인 소비로 재무 빈곤에 허덕인다.”면서 “그런데도 결혼만큼은 목돈을 모은 뒤 하겠다며 막연히 3~5년 뒤로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뜨끔했다. 지난주 충동구매한 구두와 머플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루 밥값으로 3만원은 족히 쓰는 헤픈 습관도 죄책감을 더했다. 혼테크의 첫째 원칙은 하루빨리 구체적인 목표시점을 잡는 것이다. 김씨는 “결혼 전 1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면 한 달에 90만~100만원씩 7년을 저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원칙은 단기자금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장기 자금인 종신보험에 소득의 20~30%를 투자하는 직장인이 많은데 당장 결혼을 앞뒀다면 신중해야 한다. 김씨는 “결혼 전에는 저축과 펀트 투자 등 단기 목돈마련에 월급의 60%를 투자하는 게 정답”이라면서 “결혼한 뒤 배우자와 함께 중장기 계획을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기자에게 가장 쉬운 ‘통장 쪼개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월급통장, 저축통장, 지출통장, 예비용 CMA 계좌 등 4개의 통장을 만든다. 가장 먼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고, 카드값과 한 달 소비를 예상해 지출통장에 넣어둔다. 나머지는 예비통장에 보관한다. 김씨는 “통장을 쪼개면 소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수입과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가계부를 쓰는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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