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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談餘談] 훈련소에 간 친구/정서린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훈련소에 간 친구/정서린 경제부 기자

    친구가 ‘훈련소’에 갔다. 새벽 6시30분이면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휴대전화도 압수당하고 2주에 한 번씩 주말에만 집에 올 수 있다. 심지어 앞으로 2년간은 인륜지대사인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런 혹독한 규정을 내세운 훈련소라니! 이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는 5년째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매년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곳이다. 친구가 들어간 ‘훈련소’란 개발도상국에 교육, 의료활동 등을 펼칠 100여명의 민간 봉사 인력들이 현지문화와 언어교육 등을 받는 곳이다. 훈련을 마치면 그녀는 2년간 홀로 필리핀의 한 외딴섬에서 지내야 한다. 자신이 공부했던 관광 비즈니스를 섬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마땅한 밥벌이가 없어 신산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밥벌이를 만들어주러 가는 것이다. 이토록 신성하고 엄숙한 임무를 띠고 있어 몸과 마음을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연락이 닿지 않던 친구가 열흘 만에 ‘훈련소’에서 메일을 보내왔다. 친구는 ‘내가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딱 두 번 했다고 했다. 그녀의 결심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던 나는 미안한 감정이 먼저 밀려왔다. 친구가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면…. 남 부럽지 않은 회사에서 매월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며 여유로운 중상류층으로 늙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아이, 여자 나이 서른 하나에 팔자에 없는 훈련소 생활을 하는 것도 억울한데 창창한 미래를 2년이나 담보(?)로 잡힌 꼴이 아닌가.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런데 친구의 마지막 말이 나를 안심시켰다. “사람이 갇혀 있으면 정작 큰 그림을, 큰 목표를 바라보지 않고 시야가 좁아지더라고. 그래서 훈련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지 않으려고 무한히 노력 중이야. 크게 생각해야지. 잘해보리라….” 인생의 변곡점을 스스로의 힘으로 빚어낸 친구에게 응원을 보낸다. “더 많은 가능성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말로. rin@seoul.co.kr
  • [열린세상] 살처분과 생명/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살처분과 생명/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이 아주 낙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었으니,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 딱할 것인가. 먼저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그 기사를 보면서 달리 짠한 마음이 들었다. ‘살처분’이란 말 때문이다. 살처분이란 깡그리 죽이는 것으로 처리했다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그 구체적 과정이야 다 아는 터이다. 굴착기로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소와 돼지를 밀어넣은 뒤 흙으로 덮는다. 짐승들은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고 구덩이 속에서 숨이 막혀 죽어갔을 것이다. 살처분이 이번 구제역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3년 전 조류독감 때도 닭과 오리를 대량으로 살처분했으니, 전염성이 높은 가축의 병에 ‘살처분’은 자동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생명들은 그저 고깃덩이일 뿐인가, 아니면 돈을 벌어주는 도구일 뿐인가.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조는 ‘홍재전서’에 ‘벌레들을 잡아 물에 던지는 일에 대한 윤음’을 남기고 있는데, 살처분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하다. 요지는 이렇다. 현륭원은 정조의 부친인 사도세자의 무덤이다. 정조가 현륭원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은 굳이 여기서 췌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느 날 현륭원 주위에 심은 나무에 벌레가 생겨 나무를 갉아먹는다(아마도 송충이가 아닌가 한다). 이에 정조는 원래 현륭원에 나무를 심었던 주변 10여개 고을의 수령에게 관속들을 거느리고 가서 벌레를 잡게 한다. 하지만 정조는 더운 여름 벌레를 잡느라 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돈을 주고 잡은 벌레를 사들인다. 수고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한데 벌레 역시 생명이 아닌가. 정조는 벌레가 날아 바다에 들어가면 물고기나 새우로 변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잡은 벌레를 가까운 바닷물에 던져버리라고 명한다. 그 이유를 좀더 살펴보자. 이 벌레들은 벌이나 누에처럼 무슨 이로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모기나 등에처럼 몹시 해로운 것이지만, 또한 꿈틀거리며 살려고 하는 생명이다. 성인께서 그 이로움을 기록하고 그 해로움을 밝히신 뜻을 따라 본디 잡아서 제거해야 마땅하겠지만, 제거할 즈음에도 또한 응당 고려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곧 살려 주려는 은덕이 그 즈음에 함께 이루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벌레의 성질에 따라 해로움이 크거나 작다고 구별하지 말아야 한다. 한데 몰아서 물 있는 곳으로 내쫓는 것이 불로 태워서 죽이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를 넘어서 그것들은 모두 살기 위해 꿈틀거리는 생명이다. 정조는 해충 속에서 생명의 의지를 본 것이다. 죽이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살려 주려는 은덕’을 거기다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에 태워 죽이는 것보다 물에 던지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살리려는 덕’인 것이다. 송충이를 죽이지 말고 물에 던지라는 정조의 발언은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잔인하게 태워 죽이지 말고, 물에 던져서 혹 물고기나 새우로 살아날 기회를 주라는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깊다. 그 말에는 미물의 죽음까지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생명존중의 사상이 깊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을 보면서 해충조차 살려는 의지를 갖는 생명으로 보았던 정조의 생명존중 사상을 생각한다. 결국 인간의 손에 죽어야 될 동물이니까, 살처분을 한 것이 무에 그리 대수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죽어야 할 사람이니, 내가 누구를 죽이는 것이 무슨 큰 죄가 되느냐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후로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합리화될 것이다. 문제는 생명이다. 결국은 죽어 없어질 것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구덩이에 묻어 죽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사회와, 그것을 보고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는 사회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문화적 토대는 과연 어느 쪽을 택해야 할 것인가.
  • ‘개취’ 손예진, 눈물연기中 탈진…감정몰입 여파

    ‘개취’ 손예진, 눈물연기中 탈진…감정몰입 여파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출연 중인 배우 손예진이 눈물연기 도중 탈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손예진은 지난 13일 전파를 탄 ‘개인의 취향’ 14회분 촬영 당시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엄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박개인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녀는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탈진 상태에 이르러 촬영 스태프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손예진은 이날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기 전 해맑은 미소와 함께 여유 있는 모습을 선보여 스태프들의 긴장감을 덜어냈으나 극중 아버지 박철한(강신일 분)의 등장 이후 감정연기에 시동을 건 그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이 같은 모습을 본 동료배우 강신일과 이민호(전진호 분)는 촬영 종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 손예진을 달래 촬영장에 훈훈함을 불어넣었다.한편 ‘개인의 취향’은 오는 20일 16회분 방영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사진 = 이김 프로덕션서울신문NTN 장기영 기자 reporterja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엄기준, ‘살인마’ 변신…스크린 데뷔 초읽기

    엄기준, ‘살인마’ 변신…스크린 데뷔 초읽기

    배우 엄기준이 영화 ‘파괴된 사나이’ 속 냉혈 살인마의 모습이 담긴 스틸 컷 공개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엄기준은 ‘파괴된 사나이’ 극중 선한 외모와는 달리 유괴와 살해 등의 범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최병철 역을 맡았으며 공개된 스틸 컷을 통해 섬뜩할 정도로 실감나는 살인마의 눈빛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특히 엄기준은 낡은 빨간색 모자 아래로 보이는 차가운 눈빛과 함께 얼굴과 몸에 피가 묻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살인마로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해 영화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엄기준은 이번 영화에서 루돌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인물로 주영수(김명민 분)의 딸을 유괴한 뒤 8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낸다. 그는 주영수와 우연히 재회한 이후 계속되는 끈질긴 악연을 스크린에 담아낼 예정이다.한편 엄기준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파괴된 사나이’는 죽은 줄 알았던 딸을 되찾기 위한 아버지의 필사적인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7월 초 개봉될 예정이다.사진 = (주)데이지 엔터테인먼트서울신문NTN 장기영 기자 reporterja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男女가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은?

    男女가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은?

    남자가 여자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런던의 과학박물관인 사이언스 뮤지엄이 성인 남녀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자는 매년 평균 1092번의 거짓말을, 여자는 728번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주로 음주와 관련한 거짓말을 가장 많이 늘어놓으며 여성은 “나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라는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거짓말을 함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은 덜 느낀다는 결과다. 조사 대상 중 여성의 82%가 거짓말을 한 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이보다 적은 70%의 응답자만이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남녀 응답자 전체의 75%가 “타인의 기분을 고려해 ‘하얀 거짓말’을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뮤지엄의 의학 큐레이터인 케이트 맥스는 “거짓말은 사람에게 있어 자연적이면서 불가피한 영역이다. 또한 사회관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거짓말을 했을 때 이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거짓말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를 알아내려는 과학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영국 사이언스 뮤지엄이 공개한 ‘남녀가 이성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순위’ ▲남자 1. “나 술 많이 마시지 않았어.”   2.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3. “전화 안 왔는데?”   4. “그렇게 비싼 물건 아니야.”   5. “지금 가는 길이야.” ▲여자 1. “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2. “그 물건 안 만졌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3. “그렇게 비싼 물건 아니야.”   4. “나 술 많이 마시지 않았어.”   5. “머리 아파.”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개취’ 전진호-박개인 뇌구조 인기덤...’드라마 축소판’

    ‘개취’ 전진호-박개인 뇌구조 인기덤...’드라마 축소판’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가상의 미니홈피에 이어 주인공들의 뇌구조를 그린 패러디물이 인기덤에 올랐다. 최근 한 네티즌(ID: ‘o0귤0o’)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개인의 취향’ 갤러리에 전진호-박개인의 뇌구조를 분석한 패러디물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극중 전진호(김민호 분)의 뇌 중심에는 ‘박개인 내여자’라는 문구가 자리잡았다. 이밖에 ‘상고재의 비밀’ ‘담예술원 프로젝트’ ‘박개인을 속인 것에 대한 죄책감’ ‘창렬이에 대한 복수와 질투심’ 등 그간 드라마 스토리를 요약하는 키워드들로 구성됐다. 박개인(손예진 분)의 뇌 중심에는 극중 연인인 ‘전진호’의 이름이 적혀있어 애정을 드러냈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 ‘천둥번개는 또 언제 칠까?’ ‘나는 침팬지보다 못한 놈일까?’ ‘혼전임신도 괜찮은데…” “목키스의 의미는 욕망이란다.” 등으로 오직 진호만 생각하는 개인의 진심이 담겨있는 문구로 구성됐다. ‘진호-개인 뇌구조’ 패러디를 본 네티즌들은 “작품 속 주인공들의 관심사를 적절하게 나타낸 작품이다.” “드라마 축소판이다.” “가상 미니홈피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등의 댓글로 호응했다. 한편, ‘개인의 취향’은 오는 20일 16회로 종영한다. 사진 = 디시인사이드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TV 비평] ‘신데렐라 언니’의 심리학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던 수·목극에서 누구도 이 드라마의 흥행을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방송국 안에서도 성공 여부를 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바로 KBS 수목 미니시리즈 ‘신데렐라 언니’ 얘기다. 그러나 주변의 예상을 깨고 이 작품은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20% 고지에 먼저 오르는 등 수·목극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극 분위기에 뚜렷한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안팎의 우려 속에도 이 드라마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계모와 의붓언니의 관점에서 비틀기를 시도한 드라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자칫 식상함을 줄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 관계 속의 미묘한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차별성을 뒀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에 서툰 인물들로 나온다. 각자 자신이 입은 상처 때문에 사랑을 받기도 어색하고, 주기도 서툰 사람들. 이는 점점 다원화되고 복잡해져 가는 사회 속에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어색하고, 오히려 고립화되는 현대인들과 묘한 동질감을 준다. 때문에 어린 시절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는 엄마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품고 사는 은조(문근영)의 냉소와 독기는 거부감보다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는 물론 의붓 동생에게 정을 느끼면서도 자기 방어에 길들여져 이마저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은조의 아픔은 그녀의 소리 없는 눈물로 표현된다. 의붓 동생 효선(서우) 역시 사랑에 목마른 슬픈 인물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외동딸로 혼자 자라나 언제나 외로움에 시달리던 효선은 의붓 어머니와 언니에게 그동안 굶주린 사랑을 갈구한다. 어느날 점령군처럼 들어온 의붓어머니와 언니의 진심은 그녀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직 또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오해와 죄책감 때문에 사랑하는 은조에게 제대로 다가서지 못하는 기훈(천정명)이나 의도적 접근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사랑한 남편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된 강숙(이미숙) 역시 한없이 외로운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처럼 드라마는 신데렐라와 그 언니의 권력 관계보다는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인물들의 심리를 비교적 충실하게 풀어간다. 김규완 작가는 배우들의 1인 독백을 통해 때로는 압축적으로 때로는 설명적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드라마의 힘은 화려한 캐릭터의 나열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인간에 대한 접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반 들어 힘이 빠진 스토리 전개, 일부 배우들의 겉도는 연기, 설득력 떨어지는 등장인물 변화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자극적 소재와 가벼움이 넘쳐나는 안방극장에서 드물게 ‘중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호평 못지않게 ‘답답하다.’는 비평도 적지 않음을 새겨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답보 상태에 빠진 시청률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개취’ 손예진, ‘트라우마’ 열연…박개인 ‘완벽몰입’

    ‘개취’ 손예진, ‘트라우마’ 열연…박개인 ‘완벽몰입’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 극중 박개인(손예진 분)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가 베일을 벗었다.지난 13일 전파를 탄 ‘개인의 취향’에서 박개인은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극을 기억해 낸 뒤 아버지 박철한(강신일 분)에게 자신이 엄마를 죽인 딸이라서 미워하느냐며 눈물을 터뜨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이는 극중 전진호(이민호 분)가 박개인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을 찾아 주고자 작업실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작업실 지붕을 투명유리로 교체해 발생한 결과로 박개인의 실수로 사망한 어머니와 사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엄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박개인을 연기한 손예진에 대해 “신들린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 “공포에 질린 얼굴과 눈물 연기가 완벽한 박개인의 모습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나 이날 ‘개인의 취향’ 방영분은 전국기준 시청률 10.2%(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해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2TV ‘신데렐라 언니’(16.7), SBS ‘검사 프린세스’(12.1%)에 뒤졌다.사진 = MBC ‘개인의 취향’ 방송화면 캡처서울신문NTN 장기영 기자 reporterja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검프’ 김소연 명품연기에 시청자 ‘탄성’

    ‘검프’ 김소연 명품연기에 시청자 ‘탄성’

    ‘검사 프린세스’의 김소연이 극중 캐릭터인 마혜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검사 프린세스’(극본 소현경 / 연출 진혁) 13회에서 김소연이 몰입도가 높은 연기력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마혜리(김소연 분)는 그간 수상쩍었던 서인우 변호사의 정체를 알게 됐다. 15년 전, 철거민 대표 유모씨 살인사건 용의자인 서동근의 아들인 서인우는 억울하게 숨을 거둔 부친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혜리에게 계획적으로 다가갔다. 혜리의 아버지 마상태(최정우 분)과 서동근은 건설회사의 대표와 직원 사이였다. 하지만 마상태의 음모로 서동근은 살인범으로 오인 받게 됐고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구속, 사망했다.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서인우는 혜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사랑에 빠져 흔들리게 됐다. 아버지와 관련된 살인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혜리는 고통스러웠지만 서인우에게 동정을 느꼈다. 방송 끝 무렵 혜리와 인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혜리는 인우가 선물한 시계에 녹음을 듣고 나서야 그가 사실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신을 이용한 걸 후회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것. 혜리는 “미치게 힘들게 만든 너를 사랑해. 이 나쁜 자식아”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인우 역시 사랑하는 혜리의 진심에 동화됐고 결국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키스를 나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김소연과 마혜리는 캐릭터 싱크로율 200%”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는 혜리를 보고 함께 울었다.” “김소연이 연기파 배우임을 실감했다.” “드라마 속에 김소연은 없고 마혜리만 있다.” 등 김소연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사진 = SBS ‘검사 프린세스’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초를 밝히면 햄버거 향이? 이색상품 화제

    초를 밝히면 햄버거 향이? 이색상품 화제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로맨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서둘러 음식을 먹고 나가는 게 패스트푸드점 문화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이젠 촛불을 밝히고 연인과 달콤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패스트푸드 체인 화이트 캐슬이 최근 내놓은 ‘햄버거 양초’ 덕분이다.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이트 캐슬이 자폐증 연구-지원 단체인 ‘오티즘 스픽스’와 함께 지난 주 ‘햄버거 양초’를 출시했다. 햄버거 양초는 그 이름처럼 햄버거 향기로 입맛을 돋우는(?) 아이디어 상품. 모양도 햄버거 곽처럼 생겼다. 양파로 간까지 되어 있다. 양초를 구입해 불을 붙이고 햄버거를 든다면 짙게 풍기는 햄버거 냄새와 함께 햄버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셈. ’햄버거 양초’는 개당 10달러에 팔리고 있다. 양초 판매로 얻는 수익금은 전액 오티즘 스픽스 후원금으로 지원된다. AP통신 등 외신은 “햄버거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지만 양초를 켜놓고 먹는다면 고칼로리에 대한 죄책감(?) 없이 햄버거를 즐길 수도 있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하녀’ 이정재 “이런 역할 처음이라 쑥스럽다”

    ‘하녀’ 이정재 “이런 역할 처음이라 쑥스럽다”

    영화 ‘하녀’에서 최고 상류층 남자 훈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역할에 대해 “이런 역 처음이라 조금 쑥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이정재는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하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재는 “훈과 같은 남성 캐릭터를 한국 영화에서 못 봤던 것 같다. 임상수 감독이 조금 더 익살스럽게, 조금 더 야비하게 하라고 주문했는데 처음엔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하녀에게 조금 더 모멸감을 주기 위해 감독이 그런 주문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후로는 감독이 의도한 것보다 조금 더 나아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칸 영화제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칸 영화제 진출 소감을 묻자 이정재는 “개인적으로는 처음가는 영화제인데 솔직히 TV를 통해서만 분위기를 느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많이 떨리고 기대도 된다. 잘 즐기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답했다. 돈, 명예, 권력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남자 훈. 이정재가 영화 ‘하녀’에서 맡은 훈은 하녀와의 관계를 죄책감 없이 이어가고 부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한다. 영화 ‘정사’, ‘태양은 없다’ 이후 ‘시월애’, ‘오!브라더스’, ‘태풍’ 등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정재는 이번 영화 ‘하녀’를 통해 전에 없던 야비한 모습을 선보이며 연기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화는 5월 13일 개봉.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천안함 인양이후]생존장병 52명 9시22분 맞춰 분향… “아들로 생각해주셨으면”

    [천안함 인양이후]생존장병 52명 9시22분 맞춰 분향… “아들로 생각해주셨으면”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 등 생존장병 58명 가운데 52명이 26일 밤 늦게 평택 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생존 승조원들은 천안함 침몰시간인 오후 9시22분에 맞춰 분향소를 찾아 40여분 동안 머물렀다. 이들은 분향에 이어 거수 경례를 하고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고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을 만나서는 연신 “죄송하다.”며 다 함께 큰절을 올린 뒤 함상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유가족들에게 “똑같은 아들로 생각해 주셨으면….”이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일부 유가족이 최 함장에게 울분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고 신선준 상사의 매형 한재우씨는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떠나간 애(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군 생활 열심히 해야지….”라며 장병들을 다독였다. 생존 장병들은 전날 괜한 죄책감에 조용히 조문을 다녀와야 했다. 이들은 장례 기간에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다는 심경을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천전협) 측에 전달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천전협 나재봉 대표는 26일 “어제 분향소를 다녀간 생존 장병들이 ‘허드렛일이라고 하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이번 사고로 천안함 승조원 104명은 생존자와 전사자로 운명이 갈렸지만 모두 ‘천안함 가족’인 만큼 46명 전사자들의 장례식과 영결식에 살아 남은 동료 장병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천전협 가족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에서 동료 장병들의 유해를 들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 장병들 가족들도 “전사자 가족들을 돕기 위한 방안이 마련된다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함대 관사를 쓰던 한 생존자 부인은 분향소에서 전사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그는 “군인가족 이전에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던 이웃이었는데 남편의 생사가 갈리면서 서먹해졌다.”며 “남편 동료의 가족을 도우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 김현용(27) 중사의 아버지 선규씨는 “아직 아들로부터 구체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전사자 가족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새영화] 하프웨이 - 매력남·순진녀의 풋풋한 청춘예찬

    [새영화] 하프웨이 - 매력남·순진녀의 풋풋한 청춘예찬

     잘생겼다. 운동도 잘한다. 공부도 잘한다. 자상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킹카’다. 슈(오카다 마사키)가 그렇다. 히로(기타노 기이)는 학교 양호실에서 수건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다가 슈가 들어온 것도 모른 채 꿈 속에서 사랑 고백을 했는데 슈가 받아들였다고 좋아한다. 어느날 진짜 사랑 고백을 하러 자신을 기다리다가 쭈빗대는 히로에게 먼저 사귀자고 말을 해버린 슈. 이들의 알콩달콩 풋풋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히로는 슈가 자신이 살고 있는 홋카이도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의 명문 와세다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자, 도쿄에 가지 말라고 떼를 쓴다. 슈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용기보다 무엇인가를 끝내는 용기가 중요하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며 말리는 진학 상담교사의 만류를 물리치고 와세다대 진학을 포기하기로 한다. 히로는 막상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죄책감이 든다. 그러한 히로에게 서예 선생님은 질문을 던진다.“평생을 계속 같이 산다고 치면 지금 몇 년 도쿄에 가는 것과 포기하고 함께 있는 것 중 어느 쪽이 둘 모두에게 좋을까?”  작고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상처 받는 청춘 시절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하프웨이’는 일본 멜로 드라마의 여왕으로 불리는 기타가와 에리코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롱 베케이션’, ‘뷰티풀 라이프’, ‘오렌지 데이즈’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아름답고 투명한 이야기에 독특한 비유를 담은 대사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기타가와 월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과 한효주가 주연을 맡은 한·일 텔레시네마 프로젝트 ‘천국의 우편배달부’ 각본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 최근에는 그녀가 각본을 맡고 영웅재중과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가 일본 후지TV를 통해 방송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촉망 받는 신인 여배우 기타노 기이와 제2의 기무라 다쿠야로 불리는 오카다 마사키의 상큼한 연기가 홋카이도 오타루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슈와 히로를 한발짝 더 성장하게 만드는 교사 역할을 맡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주인공 오사와 다카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1995년 ‘러브레터’로 데뷔하며 단숨에 한국 영화팬들에게 가장 유명한 일본 영화감독이 돼버린 이와이 슌지가 제작을 맡았다.  슈와 히로 앞에는 기나긴 인생의 여정이 놓여 있다. 영화 제목처럼 여전히 하프웨이인 셈이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영화가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관람가. 85분. 29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신문 지켜봤다는 경관 누구세요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할 때마다 죄책감이 듭니다. 경찰 2명이 참여했다고 쓰지만 거짓말입니다. 경찰이 법을 어기다니…. 웃기는 일을 넘어 범죄 행위죠.”(일선 경찰서 A경사) 경찰이 피의자를 신문할 때 2명의 경찰관이 참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관행적으로 어기고 있다. 경찰관 1명이 신문을 하고도 조서에는 2명이 실시했다고 허위로 적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인력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지만 수사의 공정성확보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피의자 신문에 2명의 입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에는 경위 이상의 ‘사법경찰관’과 경사 이하의 ‘사법경찰리’가 같이 참여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243조는 “(…)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는 사법경찰관리를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규는 수사 현장과 따로 논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직급에 상관 없이 1명만 신문에 참여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관들은 조서에는 버젓이 ‘2명이 신문을 했다.’고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을 살펴본 결과, 경사 1명만 참여했다. 하지만 해당 피의자의 조서 앞머리에는 “피의자 갑에 대한 사건에 관해 XX경찰서에서 사법경찰관 을은 사법경찰리 병을 참여하게 하고, 아래와 같이 확인했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들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2명이 신문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모 경찰서 소속 B경위는 “피의자 신문 규정을 지키는 경찰은 없다.”면서 “경위 이상이 신문에 참여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고 고백했다. C경장은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 신문에 1명의 경찰관만 참여할 경우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소송법상 2명이 참여하도록 규정한 것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수사관 1명이 신문하다보면 객관성이 결여될 뿐더러 수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천서 성고문 사건’도 경찰 1명만 더 입회했어도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밥값 대신 내주는게 뭐…” 죄책감 마비된 검찰윤리

    “밥값 대신 내주는게 뭐…” 죄책감 마비된 검찰윤리

    “25년간 검사 57명을 스폰서(후원)했다.”는 건설업자 정모(51)씨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의 ‘스폰서 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스폰서 문제로 낙마한 지 9개월 만이다. 1997년 의정부 법조 비리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검사의 금품수수·향응 사건은 10회를 넘는다. ‘검사와 스폰서’ 그 고질적 악습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서울신문이 스폰서 문화의 원인과 대책을 긴급 진단한다. “어느 정도는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지난해 3월30일, 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에게 경남지역 전 건설업체 사장 정씨를 소개받은 K 부장검사는 2주일 후인 4월13일 부서 회식에 정씨를 참석시켰다. 부장검사와 평검사 11명이 참석한 회식의 1차 밥값 60만원, 2차 룸살롱 술값 150만원을 정씨가 계산했다. K 부장검사는 “회식 때 보통 우리가 계산하는데 그런 사람들(스폰서 정씨)이 와서 그렇게 (접대한다고), 수차례 거절하다가 그런(접대받는) 경우가 있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지연·학연 얽혀 ‘우정’ 취급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를 방송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19일,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고향 후배랑 밥 먹은 것 갖고 방송이 너무한다.”고 평했다. 수차례의 법조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문화’가 남아 있는 이유는 첫째, 검찰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다. 지연·학연으로 얽혀 ‘형’ ‘동생’하며 접대를 받아도 사건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괜찮다는 뿌리 깊은 믿음을 검사는 갖고 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돈을 낸 쪽은 ‘보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얻어먹는 쪽은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다 보니 죄책감 없이 스폰서 관계가 형성된다. ●“스폰서 문화는 옛날 얘기”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의 증언을 들어보자. “회식을 하면 수백만원이 나오는데 검사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이때 고향 친구가 와서 살짝 내준다. 잠시 빌렸다가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하면 갚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접대받는 쪽의 자기변명일 뿐이다. 접대하는 쪽은 검찰의 힘을 활용하려고 유혹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정씨도 2005년 2월 검찰 인맥을 통해 성매매 단속을 무마해 주겠다며 업주에게서 2000만원을 받았고, 2001년 2월에는 구속된 성폭력 피의자를 항소심에서 석방시켜 주겠다며 1000만원을 받았다. 외부인 접촉에 관대한 검찰 문화도 ‘스폰서 형성’에 기여한다. 재경지역 한 부장검사는 “인맥이 넓으면 제보도 들어오고 수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인, 정치인과 친분이 두터운 검사를 ‘잘나간다.’고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건설업체 대표였던 정씨도 1984년 7월 경남 진주지역에서 10년 넘게 갱생보호위원을 지내며 검사들과의 인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와 스폰서’의 역사가 깊지만, 젊은 검사들은 ‘옛날 얘기’라고 강조한다. 최근 여검사가 무더기로 들어오면서 회식과 2차 문화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폰서 문화가 그래서 완전히 근절됐느냐는 물음에는 “아직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희생자 주변인까지… ‘PTSD’ 후유증 비상

    [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희생자 주변인까지… ‘PTSD’ 후유증 비상

    천안함 사고 관련 실종자 수색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생자 주변인들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은 가족과 친지는 물론 동료 장병들과 해군 가족 자녀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빈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질병에 의한 죽음은 본인과 주변인들이 부정하고 화내고 저항하고 타협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겪게 되는데, 천안함 가족들은 그런 과정을 지금부터 맞이하게 된다.”면서 “부정과 타협이 반복되다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우자나 자식,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평택지역은 물론 진해, 포항 등 해군 부대 근처 학교에 대한 관찰과 집단상담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평택교육청이 지난 12일 희생자 자녀들이 다니는 원정초등학교와 도곡중학교를 방문해 검사한 결과 해당 학생들은 물론 주변 학생들까지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교육청 관계자는 “해군 자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교 특성 때문인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생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관찰을 요청하고, 불안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은 곧바로 전문상담을 받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동료를 잃은 생존자들과 해군 장병들 역시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 교수는 “생존 장병들은 모두 PTSD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배는 물론 차에 타는 것도 힘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2008년 강원도 철원 GP 수류탄 투척 사건 당시 생존자들의 정신상담에 참여했던 한 군의관은 “생존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악몽이나 실어 증세 등을 보인 바 있다.”면서 “사고 당시의 소음이나 공포로 스트레스를 받은 데다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 죄책감으로 급격히 옮겨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함에 탑승하는 많은 군인들에게서 폐쇄 공간에 대한 공포나 불면증 등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특히 바닷속이라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분노 등 특이한 형태의 PTSD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정현용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광장]과잉의 시대 상식이 아쉽다/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과잉의 시대 상식이 아쉽다/박대출 논설위원

    서경(書痙)이란 질환이 있다. 속기사의 경련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writer’s cramp라고 쓴다. 작가나 속기사의 직업병이다. 평상시엔 이상 없다. 글씨를 쓸 때 나타난다. 손이 떨리거나 손가락이 굳어진다. 피아니스트도 비슷한 증세를 겪는다. 대뇌 기저핵 이상에서 온다. 과도한 정신 집중 등 심리적·정신적인 인자(因子)가 중요시된다. 과잉 반응으로 대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과잉은 늘 해롭다. 오버하면 탈 난다. 과잉의 시대다. 곳곳에서 서경을 앓고 있다. 천안함 참사는 정점이다. 주력 전투함이 두동강이 났다. 인명피해는 대형이다. 대응은 어설펐다. 해명은 수시로 뒤집혔다. 의심은 증폭되고, 불신은 확산됐다. 군이 혼신을 다해도 성원과 격려가 없다. 음모론과 유언비어만 난무했다. 군 자체 조사로는 역부족이다.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도 불렀다. 함상 무기, 해상작전체계가 발가벗겨질 운명이다. 불신의 대가가 크다. 군은 민망쇼까지 벌였다. 생존자들을 총동원했다. 환자복을 입혀 기자들 앞에 앉혔다. 그들의 스트레스, 불안감, 죄책감은 뒷전이었다. 과잉 수습이다. 사고 당일 속초함에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군정 책임자가 군령을 내렸다. 군령 책임자는 따로 있다. 국방장관에게는 청와대 메모가 전달됐다. 들킨 자리가 국회다. 의욕의 과잉이다. 함미를 부분 공개한다고 한다. 물론 온통 까발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신이 또 커지게 됐다. 군 질타엔 정치권이 앞장선다. 남의 눈 티끌만 탓한다. 제 눈의 들보는 안 본다. 과잉에선 정치가 늘 선두다. 지방선거판엔 포퓰리즘이 활개친다. 무상급식 논쟁이 불지폈다. 사과상자, 굴비세트가 또 등장했다. 돈선거 유령이 되살아났다. 무조건 이기고보자 식이다. 일탈된 목표의 과잉이다. 권력층은 설화가 잦다. 세종시 논란에선 나만 옳다. 여당 내 반목은 원수만도 못하다. 자기 가치의 과잉이다. 미국엔 스콧 브라운이 있다. 공화당 소속의 상원 의원이다. 민주당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에선 소신이다. 우리라면 배신이 된다. 여의도엔 스콧 브라운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소통 부족이다. 반대론자에겐 환경 파괴가 명분이다. 제1야당 대표는 강가로 달려간다. 썩은 흙을 파내서 냄새를 맡는다. 얼굴 찡그리는 사진을 내보낸다. 더 파지 말라는 시위다. 썩었으면 파내는 게 맞다. 반대의 과잉이다. 추진하는 이는 앞만 본다. 두고 보면 내 말이 맞다는 건 소신이다. 소신이 넘치면 독단이다. 자신감의 과잉이다. 그 새 반대가 늘어났다. 천주교 주교회의, 불교 조계종이 가세했다. 뒤늦게 정진석 추기경에 달려갔다. 정부는 이제야 소통을 외친다. 반대론을 경청하면 수월해진다. 조심하면 한결 낫다. 물고기가 덜 다치고, 생태계도 덜 훼손된다. 법조계는 동네북 신세다. 튀는 판결, 무리한 수사가 자초했다. ‘검찰-한명숙’ 간 사생 결투가 진행 중이다. 1차전에선 검찰이 패했다. 2차전은 또다른 논란이다. 검찰은 법원을 원망하고, 야당은 검찰을 탓한다. 검찰 질타엔 여당 일부도 동조한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에겐 판결 교본이 없다. 이 판사는 유죄, 저 판사는 무죄란다. 국회 폭력에도, 빨치산 교육도 무죄란다. 구속영장이 경찰 뺨을 때리면 기각되고, 법원 직원을 때리면 발부된다. 영역 파괴가 넘친다. 교육계는 연일 비리다. 미국엔 미셸 리가 있다. 우리에겐 공교육 전도사가 없다. 날씨까지 오버다. 100년 만의 4월 추위다. 그래도 봄이다. 겨울로 되돌리지 못한다. 과잉도 이치는 다르지 않다. 세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저 속도를 늦추고, 다소 어수선하게 할 뿐이다. 그렇다고 오버하는 걸 놔둘 수도 없다. 방치는 화를 키운다. 서경의 질곡을 벗어나야 한다. 쌓이면 전신마비가 올 수 있다. 처방은 상식이다. “나만 옳다.”가 아니라 “너도 옳다.”가 맞다. “나만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너도 할 수 있다.”가 온당하다. 상식은 강함이 아니라 착함이다. 오버가 아니라 분수 지킴이다. dcpark@seoul.co.kr
  • “나 혼자 살 수 없다, 돌아와라 현구야” 생존자 편지 공개

    “나 혼자 살 수 없다, 돌아와라 현구야” 생존자 편지 공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생존 장병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44명 모두 함미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실종 승조원 가운데 복귀하지 않은 44명이 함미에 있느냐가 생존 장병과의 만남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고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생존 장병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종자 전원이 함미에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해군2함대사령부가 천안함 조감도를 통해 설명했던 ‘천안함 침몰 직전 승조원 근무위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해군 측은 32명만 선체 함미에 있고, 14명의 행방은 묘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들은 실종자들이 함미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믿게 돼 큰 위안을 받았다고 협의회는 전했다.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또 생존 승조원이 입대 동기인 강현구 병장에게 쓴 애절한 편지를 공개했다. 이 승조원은 전날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안에서 진행된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이 편지를 전달했다. 이 승조원은 “제발 돌아와라. 현구야 보고 싶다.”면서 “나 혼자 살아있어 죄책감이 든다.”며 기적같이 살아돌아 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또 “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지금 네가 없어서 너무 허전하다. 나 혼자 살아있어 너무 죄책감이 들어. 너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2008년 7월7일 해군에 입대하고 2008년 4월8일 천안함에 같이 전입했었잖아.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지금 어디 있는 거냐? 난 네가 내 옆에서 ‘하나뿐인 내동기’라며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제발 돌아와라. 현구야 보고싶다.”라며 동료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협의회는 해군2함대사령부 예비군교육장 천안함 실종자 숙소 옆 식당 벽에 생존 장병들이 쓴 39통의 편지를 붙여 놨다. 식당을 오가는 가족들은 편지를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몸이 불편해 생존 장병들을 만나지 못했던 심영빈 하사의 어머니 김순자(53)씨도 “편지를 읽어 보니 (생존 장병들이) 다 내 아들같이 느껴진다.”면서 “빨리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현구야,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현구야,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현구야 대답해라.항상 내가 부르면 ‘내 동기, 내 동기’하면서 반겨줬잖아. 우리 같이 입대했는데…같이 배에 남아서 제대일만 기다리며 버텨왔잖아.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지금 나 혼자 내버려 두는 거냐?  제발 돌아와라 보고싶다.    천안함 침몰 생존 장병이 실종자인 입대동기 강현구 병장에게 쓴 편지가 9일 언론에 공개됐다. 전날 실종자 가족들이 생존 장병과 만난 뒤 가져온 편지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병사는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자신의 동기 강 병장의 이름을 부르며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랐다.  ”난 네가 내 옆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내 동기’라고 외치며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제발 돌아와라. 현구야 보고싶다.”  이와 함께 생존 장병이 실종자 가족에게 쓴 편지도 공개됐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습니다.”며 “모든 대원들을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라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래는 두 통의 편지 전문. ●첫번째 편지 내 동기 현구야 현구야, 대답해라 항상 내가 부르면 ‘내 동기, 내 동기’ 하면서 반겨줬었잖아. 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TV같이 보자며 재촉했었잖아. 정박 때나 항해 때나 항상 같이 TV 봤었는데, 그지? 지금 니가 없어서 너무 허전하다. 진짜 동기라곤 너밖에 없었는데 나혼자 살아있어 너무 죄책감이 들어. 너의 웃는 모습이 보고싶다. 동기라면서 항상 챙겨주고 제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좋아했었잖아. 내가 제대하고 나서도 잊지 말고 연락하며 지내자고 얘기한 거 기억나냐? 나는 니가 재밌는 이야기라며 들려준 것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얼마나 웃겼었는데. 다시 들려주면 안되냐? 진짜 듣고 싶다. 항상 나 먹으라며 부식 챙겨주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며 얘기했었지. 나는 항상 얻어먹으며 너한테 해준 게 별로 없어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내 동기 현구야. 2008년 7월7일 해군에 입대하여 2중대 1소대도 같이 나왔고 천안함에 2008년 4월8일 같이 천안함에 전입했었잖아 너랑 진짜 2년 되는 군생활 중 몇일 빼곤 항상 같이 있었잖아.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지금 어디 있는 거냐? 나혼자 군생활하라고? 지금 나 혼자 내버려 두는 거냐? 같이 배에 남아서 제대일만 기다리며 버텨왔었잖아. 아... 나는 내가 너무 싫다. 하나뿐인 동기들 챙겨주지도 못하고 혼자 제대를 할 생각하니 너무 참담하다. 난 너가 내 옆에서 ‘하나뿐인 없는 내 동기’라고 외치며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 순간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살아가면서 널 ‘하나뿐인 없는 내 동기’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거니까 제발 돌아와라. 현구야 보고싶다. ●두번째 편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저희는 모든 대원들을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희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슬픔을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듭니다. 살아돌아온 저희가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평소에 더 잘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 모두가 아들, 형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옆에서 부르면 웃으며 대답할 것 같고 함께 전역후 꿈과 야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농담도 하고 싶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사설] 살아남은 자의 아픔도 우리 몫이다

    천안함에서 생존한 장병들이 어제 사고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사 당시의 엄청난 충격을 말해주듯 아직 휠체어를 탄 장병들도 있었고, 상당수는 사고 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국가공동체의 안녕은 누군가의 소리 없는 헌신이 없으면 결코 지켜질 수 없다. 서해바다 뱃머리가 아닌 기자회견장에, 군복 대신 환자복을 걸치고 선 천안함 생존자들이야말로 잊고 있었던 그런 자명한 명제를 새삼 일깨운 셈이다. 생존 장병들의 회견으로 천안함 침몰 전후 상황에 대한 일부 의혹이 불식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단체로 환자복을 입고 나와 회견을 하게 만든 불신의 벽이 안타깝다. 이번 회견으로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가슴이 다소나마 진정되길 바란다. 국군수도병원 측에 따르면 다수 장병들은 여전히 불안감과 불면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동료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둔 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도 무관치 않을 게다. 온 국민이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예우 못잖게 살아남은 이들의 상처도 보듬어야 할 이유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는 북한의 소행이라거나, 배의 노후화가 빌미가 됐다는 등 설만 난무할 뿐 아직 무엇 하나 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 까닭에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섣부른 책임론을 제기해 사후수습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불의의 일격에 따른 급박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침착하게 대응한 장병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행여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무심코 올리는 인터넷상의 댓글 한 구절로라도 이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자중해야 마땅하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안정과 치료를 위해서 군당국이 총체적 관리에 나서야겠지만, 국민적 성원도 절실하다. 그들이 뱃전이나 격실에서 쓰러졌을 때 우리가 함께 살면서 지켜나가야 할 공동체도 상처를 입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유사시 제2, 제3의 한주호 준위로 부활할 만큼 육체적·정신적 상흔을 온전히 치료했을 때 나라의 안보도 반석에 올라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들이 늠름하게 서해바다로 복귀할 때 상처 입은 우리의 자존감도 치유되고, 마침내 대한민국호도 안정된 항로를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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