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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나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지난해 7월 출산한 A씨는 남편의 늦은 귀가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임신했을 때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준 남편이었기에 더 그랬다. 남편은 술에 취해 귀가하는 날이 잦아졌고 짜증도 부쩍 늘었다. 부부는 걸핏하면 다퉜다. 그러던 A씨는 한 육아 정보 카페에서 ‘남편 산후우울증’에 관한 글을 읽고서야 남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남성이 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스트레스나 호르몬 변화를 겪는 출산 여성에게 많지만 출산 과정을 줄곧 지켜본 남편이 겪기도 한다. 남편의 산후우울증은 쉽게 짜증을 내거나 무기력해지며 밖으로 나도는 방식으로 나타나 부부 생활에 상처를 남길 수 있지만 생소한 개념이어서 당사자나 가족들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 1월 아내의 출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출산 후) 부부관계를 갖기 어려웠다.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집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출산 후 3개월이 지났지만 김씨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 때문에 아내와 서먹하게 지낸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출산 후 부부간 성관계 문제로 상담을 하는 남편들이 많다.”면서 “아내의 역할이 배우자에서 엄마로 바뀌다 보니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해 남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낳기도 한다. ‘정서적인 합숙 효과’를 느낄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출산 후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남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겪으면 남편이 힘들어 하거나 심하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남편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에 따른 남녀의 감정 변화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런 경우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美 경찰, 33년전 유괴·살해범 잡았다

    美 경찰, 33년전 유괴·살해범 잡았다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6세 어린이 이탄 패츠 실종사건<서울신문 4월 21일 자>의 범인이 24일(현지시간) 붙잡혔다. 당시 대통령이 패츠의 실종일을 ‘전국 실종 어린이의 날’로 지정하고 패츠의 얼굴 사진이 우유곽에 인쇄되는 등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어린이 실종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실종 33주년을 정확히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해결되자 미국 사회는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레이먼드 켈리 뉴욕 경찰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33년 전 맨해튼의 소호 거리에서 아침 등굣길에 실종됐던 패츠를 유괴·살해한 범인으로 뉴저지주 메이플 셰이드에 사는 페드로 허난데스(52)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3년 전 19세로 패츠의 집 근처 식료품 가게 점원이었던 허난데스는 아침에 근처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패츠에게 음료수를 주겠다고 꾀어 가게 지하로 데려간 뒤 목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허난데스는 이어 패츠의 시신을 비닐 봉투에 담아 쓰레기장에 내다 버렸다고 켈리 국장은 밝혔다. 무려 33년 만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포기하지 않는 미국 경찰의 사명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패츠의 유해 탐지 작업에 나섰다는 뉴스를 본 허난데스의 지인이 며칠 뒤 경찰에 제보를 했다. 이 지인에 따르면 허난데스가 1981년 “뉴욕에서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다. 아이를 죽였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현재 부인, 대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허난데스는 지난 세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고 밝히면서 경찰 신문에 순순히 응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난데스는 왜 패츠를 살해했는지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일말의 의구심은 남아 있다. 그의 자백을 뒷받침할 패츠의 유해를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찾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범행 장소로 이용된 건물 지하실에서 패츠의 DNA가 채취되길 기대하는 정도다. 33년 전 사건 직후 스쿨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일했던 허난데스가 당시 나이가 어려서인지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지난 33년간 근처 건물에서 목수일을 하던 오스닐 밀러라는 중년 남성과 패츠 유모의 남자 친구였던 호세 라모스 등 엉뚱한 사람들이 용의자로 몰려 오랜 세월 곤욕을 치렀다. 켈리 국장은 이날 “늦었지만 이번 범인 검거가 패츠의 부모에게 위안과 평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었다면 39세가 됐을 아들의 실종 관련 제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33년간 이사를 가지도, 전화번호를 바꾸지도 않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패츠의 부모는 범인 검거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청소년 왕따, 남 탓말고 내 아이 교육부터 잘 합시다

    비교적 최근까지 청소년 사회의 ‘왕따’ 문제로 여론이 펄펄 끓었다.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단지 냄비의 표면이 식었고,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시선이 다시 연예계와 스포츠계, 그리고 불교계 등으로 분산됐을 뿐이다. 왕따가 독버섯처럼 번져 가는 원인은 뭘까. 학교 선생님들의 훈육이 잘못돼서? 가정 교육이 덜 돼서? 아니면 아이 스스로 악한 본성을 타고 났기 때문에? 누군가 잘잘못의 원인을 자신 밖에서만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른”이라며 “옆집 불구경하듯 슬그머니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 교육부터 잘하시오!”라고 일갈한다면 여기저기서 박수깨나 받을 듯하다. ‘내 아이가 보내는 SOS’(푸른 영토 펴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겪고 있거나, 혹은 겪게 될 문제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아이들의 문제가 오로지 가정 교육의 결여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배승민)와 작가(심현정)가 함께 쓴 책이어선지, 건네는 화법은 조근조근하다. 한데, 담긴 내용만큼은 여간 차고 맵지 않다. 책은 아이의 일기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일기를 쓴다. 아이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신의 일기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기 속에 자신의 생활뿐 아니라 직접 말로 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담는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음의 신호인 셈이다. 책은 아이들의 신호가 담긴 일기를 텍스트 삼아, 엄마가 주변과 자신을 돌아본 뒤, 전문의의 의견(Dr. Mom Says)을 구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여러 아이들의 일기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른이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그게 여러 ‘사례’의 주요한 ‘원인’이란 뜻이다. 예컨대, 책은 왕따 피해를 당한 아이가 극단에 몰려 자살을 택한다 해도 가해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했다. 힘의 균형에 의해 강자는 약자에게 무슨 짓을 해도 된다, 약자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부던히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책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물론, 자신의 감정을 읽는 능력조차 키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양심과 죄책감을 요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며 “결국 왕따는 가해나 피해 ‘아동’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아이들 주변의 ‘어른들’ 문제”라고 지적한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뒤엉키며 이어진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

    뒤엉키며 이어진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

    현재는 새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는 과거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든 연결고리를 공유한다. 그 연결고리가 어떻게 이어지고 겹쳐지면서 독특한 무늬가 되는지 작가 권여선(47)은 1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레가토’(창비 펴냄)에서 그 결을 찾았다. 음과 음 사이를 끊지 말고 이어서 연주하라는 음악용어를 제목으로 쓴 것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시간이 겹쳐 뭔가를 만들어 내는 레가토 독법으로 소설이 읽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소망이기도 하다. 소설은 푸른 빛깔의 화려한 연회장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만난 박인하 의원과 신진태 사장, 조준환 보좌관은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언제 사복 경찰을 맞닥뜨릴지 모르는 서슬 퍼런 대학 시절의 기억이다. ●과거·현재 오가며 기억 꿰맞춰 30년 전. 학기 초 첫 ‘피쎄일’(유인물 배포)을 시작으로 여름 농활과 합숙, 가을 첫 시위 등을 거치며 학내 서클 ‘전통연구회’의 신입생 준환과 진태, 재현은 운동권 대학생이 되고 있다. 2년 선배인 인하는 이 모임의 회장이다. 이들이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 속에는 준환과 진태의 동기, 어느날 사라져 버린 오정연이 있다. 인하는 피쎄일 다음 날 정연에게 가한 폭력을 죄책감으로 품고 있다. 준환은 정연을 향한 흠모와 인하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 내지 못한다. 다른 인물들 역시 정연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방식으로 살아간다. 30년 후 인하는 정치인이 됐고, 신입생들은 의원 보좌관, 출판기획사 사장, 국문학과 교수가 돼 있다. 정연의 동생 하연이 재현을 찾아오면서 공백이 하나둘 메워진다. ●광주민주화운동 등 70~80년대 생생하게 그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오가며 인물의 기억을 꿰맞춘다. 인하가 하연을 처음 만난 날 하연은 흑백 줄무늬 셔츠에 하얀색 치마를 입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정연의 마지막 모습은 가로줄무늬 셔츠에 흰 바지 차림이다. 정연이 입에 물던 담배 ‘한산도‘는 ‘레종 블랙’으로 바뀌어 하연 입에 물려 있다. 인하는 야학 학생 순구의 군입대 소식을 전해 들으며 얼굴 화상 자국 때문에 그가 ‘딘둥이’라고 놀림당했다며 울먹거리던 것을 떠올린다. 화상 자국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정연을 패던 군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이음새가 퍼즐을 끼워 맞추는 쾌감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 말부터 1980년까지 대학 운동권 서클과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모습이 생생하게, 또 처연하게 살아 있어 소설에 활력과 긴장감이 더욱 잘 묻어난다. 83학번인 작가가 어떻게 앞선 시대에 표현할 수 있었는지 묻자 “시대가 아주 다르지만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불과 몇 년 차이이고, 광주에 대한 이야기는 80년대 초반 학번에게는 멀지 않은 얘기”라면서 “언젠가는 한 번 다루고 싶었지만 정면으로 조명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 풀어 냈다.”고 했다. “모든 세대, 어느 학번에나 크고 작은 비극이 있을 겁니다. 그 기억은 청춘을 지나 나중까지 잠복해 있다가 터져 나올 때, 그에 대한 반응은 아마 다 다르겠죠. 그런 기억의 서사를 다뤄 보고 싶었습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1일 입양의 날… 그녀들의 아픔

    11일 입양의 날… 그녀들의 아픔

    정미혜(19·가명)씨는 지난해 4월 임신 사실을 알았다. 낳아서 기르자는 남자 친구의 말에 힘을 얻었지만 행복도 잠시, 남자 친구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장 헤어지고 혼자 키우든 버리든 알아서 해라.” 손찌검과 욕설이 날아왔다. 남자 친구도 어느샌가 연락이 뜸해지더니 그해 여름 연락이 끊겼다.혼자 아이를 키우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화물차를 운전하던 아버지도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던 때다. 어머니는 시각장애를 지녔다. 정씨는 그해 11월 딸을 출산한 뒤 입양기관으로 보냈다. 머리맡에 붙여 놓은 아기 사진을 볼 때마다 소리 없이 운다고 했다. “남자 친구가 곁에 있었다면 입양을 결정했을까요. 지금이라도 입양을 취소하고 아이를 데려오고 싶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정씨는 울먹였다.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아이들의 뒤에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들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 해 2000명이 넘는 두리모(미혼모)들이 아이와 이별하고 있다. 아이를 입양 보낸 두리모에게는 흔히 “비정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두리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박옥남 동방사회복지회 소장은 “두리모는 상대 남자와 남자 부모로부터 외면당할 뿐 아니라 친부모들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편”이라면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두리모 지원으로는 양육이 힘들고 생활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입양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입양 보낸 두리모들의 자립을 돕는 시설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애란 세움터가 유일하다. 상실감과 죄책감, 우울감에 시달리는 두리모들은 이곳에 머물며 입양기관에 보낸 아이의 성장일기를 작성하고, 어버이날 선물을 나누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비록 입양을 보냈지만 아이를 낳은 어머니임을 인식하면서 자식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권지현 애란 새움터 과장은 “두리모들은 출산 그 자체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는다.”면서 “입양을 보낸 두리모의 대부분이 상대 남성은 사라진 채 혼자 남아 이별의 고통을 감당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5·11 입양의 날] 두리모 ‘고통’을 말하다

    [5·11 입양의 날] 두리모 ‘고통’을 말하다

    민들레어머니회는 1970~80년대에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10여명의 어머니들이 모여 2006년 발족했다. 이 모임의 노금주(53) 회장은 지난해 5월 ‘싱글맘의 날’ 제정 운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노 회장은 18세 때 덜컥 임신을 했다. 도박 중독자였던 남편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가족들은 아들을 병원으로 보냈고, 병원은 다시 아들을 입양 기관으로 보냈다. 아들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한 노 회장은 ‘한국 땅 어딘가에서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2004년에야 한 민간단체를 통해 아들의 소식을 접했다. 미국으로 입양돼 결혼까지 했던 것. 2005년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과 만났다. 이들 모자의 사연은 ‘나를 닮은 얼굴’(2010)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다른 어머니들도 사연은 비슷하다. 자신도 몰래 가족이나 친척들이 아이를 입양 보내기도 하고, 먹고살기 위해 떠돌아다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도 있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냈더라도 두리모(미혼모)를 껴안지 못하는 사회와 가난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 회장은 “아이를 입양 보낸 어머니들은 그때부터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면 옷 한 벌이라도 사 주려고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지만, 상처받은 몸과 마음에 남은 건 지독한 가난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아이와 함께 살았다면 이렇게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이를 강제로 입양 보낸 가족들도 아이를 보낸 것을 미치도록 후회하고 미안해한다.”고 덧붙였다. 어머니회 회원들은 주로 해외 입양아들의 한국 방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아이가 찾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좋은 대접을 해 주기 위해서다. 또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외로움도 함께 달랜다. 노 회장이 바라는 것은 해외 입양아들과 입양을 보낸 어머니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일이다. 그는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들을 보면 다 내 아이 같은 게 어머니들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두리모들이 더 이상 가슴 아픈 이별을 하지 않는 것도 노 회장의 바람이다. 그는 “내 아이는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도록 두리모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5월이면 더욱 가슴이 시리다. 해맑은 웃음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죄책감에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떨칠 수 없는 고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기는커녕 옛 모습에 선연해질 뿐이다. 실종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늘도 곳곳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 서정영(57)씨는 지난 1987년 5월 17일 셋째딸 명창순(29·당시 4세)을 잃어버렸다. 시장에서 장사로 근근이 돈을 모아 서울 성동구 노룬산시장(현 광진구 자양4동)에 제대로 된 가게를 장만해 이사한 날이다. 짐 정리를 하느라 잠시 밖에 나가 놀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서씨의 삶은 이날 이후 송두리째 무너졌다. 딸을 찾아 안 가본 곳이 없다. 서씨는 “벌써 2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아이 우는 소릴 들으면 눈물부터 쏟아진다.”면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슬픔보다 큰 것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말했다. 장기 아동 실종이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실종아동 신고현황에 따르면 2006년 7071건이던 실종은 5년 뒤인 2011년에는 1만 1425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3월 말 현재 2217건이다. 잃어버린 아동들이 곧바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행방이 묘연한 아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실종된 아동이 81명에 달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58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찾기 위해 생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년 전 대전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김기석(55)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5년 가까이 찾아 헤맸다. 김씨는 “5년쯤 지나 돌아보니 24평(79.2㎡) 아파트는 사라지고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서씨도 “4~5년간 장사를 접고 아이를 찾아 헤매느라 삶터는 전세로, 다시 사글세로 내려앉았다.”면서 “다른 자식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하지 못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상실감은 가정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10년전 아이를 잃어버린 A씨는 부인과도 헤어져야 했다. A씨는 “한동안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3~4년에 지난 뒤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이제 그만 잊자’고 한 말이 발단이 돼 아내와 불화가 시작돼 결국 이혼까지 했다.”면서 “아내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실종 등 불행한 사건이 장기화될수록 남아 있는 가족들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의 실종뿐만이 아니라 파산이나 실직 등 처음 불행이 닥쳤을 때는 가족간의 응집력이 강해지지만 문제가 장기화되면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악순환될 경우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 “사령 카페는 사이비 종교… 배신자 극단적 응징”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학생 살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의 폭력성이 오프라인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에서 비롯된 갈등을 현실로 그대로 옮겨와 벌인 10대들의 잔혹극이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메신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시작된 갈등을 마치 자신들에게 부여된 과업처럼 여기고 현실로 연결지은 상황”이라면서 “인터넷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라는 점이 화를 키웠다고도 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온라인 인간관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잃고 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이버상 대화를 현실로 착각, 중독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들의 성장 배경에 학교 부적응,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한 인간관계 결핍 문제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송원영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온라인 활동에 열중하는 학생일수록 뿌리 깊은 외로움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기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16세 때 범행을 저질렀다 해도 문제의 요인은 이미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쌓여 왔다고 봐야 한다.”면서 “어린 나이에 친구 없이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범행이 “사이비 종교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건 당사자들이 죽은 영혼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사령(死靈)카페’에 가입했고 평소 영혼·주술 등과 관련한 대화에 심취했던 까닭에서다. 스마트폰 대화방에서 피해자 김모(20)씨가 독선적으로 행동하자 ‘강제탈퇴’ 방식으로 왕따를 시킨 뒤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응징’을 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인 10대들이 그들의 공동체인 사령카페가 김씨에 의해 공격당하자 복수의 의미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마치 가정이나 국가, 종교 등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해치려는 사람에 대해 방어적 공격을 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자신들의 믿음에 대해 무조건적인 결속력을 보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강한 반감을 갖는 것이 놀랄 만큼 사이비 종교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엄한 처벌이 뒤따를 것임을 알면서도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사이비 종교적 행태와 유사해 보인다. 표 교수는 “강한 집단심리가 형성돼 있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냉정하게 현실을 깨달은 뒤에야 자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남성의 여성멸시·여성의 자기혐오

    오페라 ‘나비 부인’이 그려낸 ‘마담 버터 플라이’에 대해 동양 남자들의 시각은 호의적일 수 없다. 일본 주재 미 해군 남성과 일본인 ‘현지처’ 간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철저히 서양 남자의 시각에서 본 오리엔탈리즘-혹은 동양 여성관(觀)-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다. 인사명령을 받고 일본을 떠난 미군이 미국 여성과 다시 결혼하고, 보기 좋게 차인 ‘나비 부인’은 스스로 세상을 뜬다. 백인 남성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만하겠다. 스스로 몸을 내어준 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원한은커녕 연모의 정을 갖는 존재. ‘자신이 버린 여자’에 대한 죄책감마저 그녀가 보여준 사랑의 크기에 의해 정화되지 않는가! 어떤가. 동양의 남자로서 발끈하지 않는가. 여성연구에 관한 한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펴냄) 또한 “이런 (서양 남성을 위한)포르노를 보면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양인 청중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배알이 뒤틀려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눈을 돌려 보자. 이 땅에서 여성을 보는 남성의 시각은 어떤지. 백인 남성의 시각보다 한결 호의적인가. 책은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장치들을 들춰낸다. 저자는 여성 혐오를 가리켜 여자를 성적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여성 멸시’라고 지적한다. 이 ‘여성 멸시’가 성별 이원제 젠더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원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의 유무에 따라 서열이 달라지는 일본 왕실문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이름붙여진 태평양전쟁의 ‘위안부’ 등 일본 사회 도처에서 여성 혐오적 요소들을 끄집어낸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자신도 ‘여성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은 보통 여자와 다르다며 무의식중에 ‘다수의 보통 여성들’을 깎아내리는 여성의 언행은 곧 ‘자기혐오’에 빠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처럼 책은 온통 기분 나쁜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 스스로도 불편함을 느끼며 책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아무리 불편해도 눈을 돌려선 안 된다.”고 외친다. 그래선 안 되는 현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인식, 공론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단 한 번의 생각, 이런 작은 것들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만 4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유가족 모임 양성화…정부차원 보호를”

    전문가들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무관심이 자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자살 대책도 예방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살 유가족 문제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의 고통을 유가족들에게 전적으로 떠안기는 현재의 허술한 대책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자살자 가족에게 공동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첫 번째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게 바로 가족들이다. 이런 유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자살의 여파도 견디기 힘든데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냉소까지 보태지면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표 교수는 “죄책감이 커지면 자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가 생성돼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진다.”면서 “자살자 유가족 모임을 양성화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저소득자 등을 배려하듯 복지 차원에서 자살 유가족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개인 문제이지만 유가족 피해는 사회적 문제”라면서 “따라서 자살 유가족 보호를 위해 사회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기 탓이 아닌데 자기 탓으로 여기는 게 유가족이 받는 고통의 핵심”이라면서 “불필요한 죄책감에 얽매여 삶에 공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교수는 “자살자 유가족 보호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거나 생명의전화 등에서 운영하는 자조그룹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살 유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알코올 클리닉처럼 자살 유가족을 위한 클리닉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범죄 피해자 지원 정책에 자살자 가족을 포함시키는 곳이 적지 않다. 조희선·이영준기자 hsncho@seoul.co.kr
  • 수원 살인사건 유가족 ‘외상후 장애’ 심각

    “생때같은 딸을 그렇게 보냈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겪은 뒤에 오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이다. 심리치료 등 보호대책이 절실하지만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12일 피해자 A씨 가족 등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56)는 최근 전북 군산의 집을 떠나 모처에 있는 지인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딸이 쓰던 옷가지 등 유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에서 생활하자니 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경찰에 대한 증오감을 견뎌 내기가 힘들어서다. 가족들은 “특히 밤이면 딸이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던 상황이 떠올라 잠을 못 자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 지동에서 A씨가 사고를 당할 때까지 4개월을 함께 살았던 언니(32) 역시 이 같은 정신적 고통 때문에 최근 거처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언니 역시 상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그녀는 경찰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범행지역을 누비며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섰고, 119에 위치추적까지 요청했지만 결국 동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동생을 사지에서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범인에 대한 증오감 때문에 잠은 물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태가 심각해 다른 가족들이 상담치료 등을 권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모는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딸이 마지막에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이 정도로 병원을 가는 것조차 죽은 사람에게 미안하다며 주변의 상담치료 권유를 물리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들의 상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강력범죄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 김태경 소장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들이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심리치료는 물론 필요하면 약물치료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가 납득할 만큼 이뤄져야 이들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심신을 추스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중국통신]”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버지 죽인 범인은…”

    내연남과 짜고 아버지를 독살한 어머니를 친아들이 신고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환추왕(環球網) 6일 보도에 따르면 안후이(安徽) 황산(黃山)시에 사는 샤오화(小華)는 지난 2003년 아버지 왕수린(汪樹林)를 잃었다. 당시 샤오화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싸준 음식을 가지고 근처 야산에 죽순을 캐기 위해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길가에 쓰러져 있는 아버지가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놀란 샤오화와 어머니는 급히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32세의 젊은 아버지는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해 있을 9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샤오화는 아버지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다. 사고가 나기 전 날, 식탁 위에는 간식이 놓여있는 것을 본 샤오화는 이를 먹으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사고 당일, 문제의 간식은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것. 물증 없이 심증만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한국의 설)가 다가오면서 아버지의 장례는 ‘신속하게’ 치뤄졌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뒤 누구보다 슬퍼해야 할 어머니는 이웃의 펑(馮)씨와 재혼의 폭죽을 터뜨렸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샤오화는 계부가 “계속 시끄럽게 하며 네가 한일을 다 알릴 것이다”라며 어머니를 위협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일찍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알게 된 샤오화는 어머니마저 잃을 수 없었다. 15세가 되던 해 학업을 포기하고 외지로 일을 찾아 떠날 정도로 묻어두고 싶은 기억이었지만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샤오화는 지난 3월 경찰을 찾아가 어머니를 신고하며 10년간 감춰졌던 아버지 죽음에 관한 비밀을 밝혔다. 샤오화의 어머니와 계부 두 사람은 곧 형사 입건 되었고 현재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092tct07woori@hanmail.net
  • [길섶에서] 늦은 후회/임태순 논설위원

    화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아버지는 어린 아들, 딸을 고아원에 맡기고 외진 곳에서 숨어 살았다. 자녀들은 어느 날 나타난 아버지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에 등을 돌렸고, 그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녀들은 문상객이 아버지는 화장을 싫어했고 뒷산에 묻히길 원했다는 말을 전해 주었으나 귓전으로 흘려 버리고 화장을 했다. 장례를 마친 뒤 아버지의 짐을 태우다 빛 바랜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은 어린 애들 울음소리 때문에 당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려온 만큼 화장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자식들에 대한 당부로 끝을 맺었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통곡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5년 전 아버지를 떠나 보낸 친구가 “생전엔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요즘 아버님 생각을 하면 가슴속 깊이 허전한 마음을 많이 느낀다.”며 보내온 이메일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패션과 금융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 거리. 이곳에 최근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바로 푸드트럭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곳으로 세계의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긴 푸드트럭이 즐비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푸드트럭은 바로 비빔밥을 모티브로 한 비빔밥 버거를 팔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백태웅을 만나러 간 금주(김유리). 아픔을 달래기 위해 술을 달고 살았던 태웅의 지난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끼는 금주는 밀려드는 죄책감에 괴롭기만 하다. 날로 쇠하는 양조장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복희의 발걸음이 무겁다. 서울로 올라온 복희는 어쩐 일인지 기다리는 영미사 식구들은 잊은 채 백구 사무실을 먼저 찾아간다. ●메디컬 스토리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폐암 환자 대부분은 기침과 같은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오인하고 있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98%는 이미 수술조차 하기 힘든 상태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폐암을 발견한 47세의 윤씨. 속병 한 번 앓아본 적 없을 만큼 건강했기에 폐암이라는 진단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속 코너, ‘풀하우스’는 좁디좁은 단칸방에 사는 아홉 남매를 소재로 웃음을 주고 있다. 과연 ‘풀하우스’의 가족이 실제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21년 전, 경헌씨와 미순씨는 열 살 차이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남다른 자식 사랑으로 낳고, 또 낳다 보니 어느새 무려 아홉 남매의 부모가 되어 있었는데….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스위스는 4000m 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일 년 내내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체르마트는 자연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 자동차와 마차 등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교통수단만을 허용한다.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슬로프 탱크’로 알려져 있는 제설차를 타고 스위스 대자연의 위대함을 함께한다. ●명불허전(OBS 밤 10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 교수와 함께한다. 수많은 책을 읽은 독자이며 다양한 책을 쓰는 저자이기도 한 최 교수. ‘명불허전’에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책들을 공개한다. 아울러 15년간의 미국 유학시절과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등 재치 있는 화법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유산 싸움하다 경찰까지 부른 형제 알고 보니 모친 통장엔 93만원뿐

    유산 싸움하다 경찰까지 부른 형제 알고 보니 모친 통장엔 93만원뿐

    연년생인 정모(43·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형제는 우애가 깊었다. 오래전 아버지를 여읜 뒤 홀어머니를 모시며 막노동으로 생활했지만 서로 믿고 의지했던 터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지병을 앓았지만 마땅히 치료도 받지 못했다. 두 아들은 죄책감이 컸다. 술로 보내는 날이 많았다. 지난달 26일 오후 11시 17분쯤 형제는 집에서 술을 마시다 다툼을 벌였다. 어머니 통장에 남아 있던 돈에서 비롯됐다. 형이 동생에게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둘 가운데 한 명이 상속 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자녀 모두의 신분증과 인감도장이 있어야 인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돈을 반반씩 나누자.”고 했다. 그러자 형이 욕심을 부렸다. “형인 내가 더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화를 냈다. 동생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급기야 형은 동생의 멱살을 잡고 손찌검을 했다. 동생도 형을 밀쳤지만 심하게 대들지는 않았다. 화가 사그라지지 않은 형은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동생에게 “죽여 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동생은 홧김에 경찰을 불렀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일 정씨 형제를 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정씨 형제의 어머니 통장에 남아 있던 돈은 고작 93만원이었다. 형제는 벌금을 낼 여유조차 없는 처지다. 경찰은 “합의를 권하긴 했지만 형제 간 유산 상속 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하기가 좀 그렇다. 추가 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영화프리뷰] ‘디스 민즈 워’

    [영화프리뷰] ‘디스 민즈 워’

    ‘미션임파서블’의 이선 헌트와 ‘007’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 속 비밀요원의 대명사다. 헌트는 진중한 팀의 리더(혹은 남편)이자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 반면 본능에 충실한 본드는 ‘작업’에 능숙하지만 여자를 믿지는 못한다. 대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첩보원 캐릭터를 한 영화에 등장시키는 대신 한 여자 때문에 둘이 치고받고 싸우게 한다면? 제작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윌 스미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영화 ‘디스 민즈 워’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에 근무하는 영국 출신 요원 터크(톰 하디)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돌싱’이다. 온라인 연애 정보 사이트를 통해 로렌(리스 위더스푼)을 만난 순간 사랑에 빠진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터크의 직장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프랭클린(크리스 파인)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로렌과 마주친다. 습관적으로 작업을 걸던 ‘선수’ 프랭클린은 로렌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다음 날 두 친구는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엔 둘 다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하지만 ‘양다리’를 걸치는 데 죄책감을 느낀 로렌이 일주일 후 결론을 내기로 한 것을 알게 되면서 경쟁이 아닌 전쟁을 시작한다. ‘디스 민즈 워’는 전형적인 팝콘 무비다. ‘미녀삼총사’(2000), ‘미녀삼총사 2-맥시멈 스피드’(2003)로 코미디에 입문하고,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으로 액션을 섭렵한 맥지 감독은 97분 동안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을 솜씨 좋게 버무려낸다.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 톰 크루즈·캐머런 디아스의 ‘나잇 앤 데이’(2010), 애슈천 커처·케서린 헤이글의 ‘킬러스’(2010) 등 한발 앞서 이종교배를 시도한 영화보다 재미는 한 수 위다. 한 여인을 둘러싼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대결 구도로 몰면서 관객을 두 사내 중 한 명 혹은 로렌에게 감정이입 하게 만든 덕분이다. 물론 감정이입이 되려면 배우의 매력이 우선일 터. 산전수전 다 겪은 위더스푼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딱 제 몫을 한 셈. 정작 제작진의 선구안이 빛난 대목은 하디의 캐스팅이다. ‘인셉션’(2010) ‘워리어’(201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에 이어 올해 최고 기대작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의 맞수 베인 역을 거머쥐는 등 할리우드의 ‘대세남’이다. 다만 그가 맡은 역들은 그늘이 드리워졌거나 상처를 품은 남성적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하디는 이 작품에서 거친 남성미 속에 숨겨진 귀여운 매력을 한껏 뽐낸다. 출세작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에서부터 ‘날라리’ 이미지가 강했던 파인도 맞춤옷처럼 딱 떨어지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했다. 평단과 관객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린 점은 흥미롭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24%로 평가했다. 이쯤 되면 최악이다. 그런데 일반 회원(관객) 중 별 5개 만점에 3개 반 이상을 매긴 비율은 72%였다. 2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뉴욕 빈민가의 뒷골목 웨스트 사이드에서 두 불량소년 그룹이 세력 다툼을 한다. 바로 이탈리아계인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의 샤크단이다. 제트단의 리더인 리프는 샤크단에 결투를 신청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 토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리프의 부탁으로 댄스 파티에 간 토니는 샤크단의 리더인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날 밤, 토니는 마리아의 집을 찾아가 둘의 사랑을 확인한다. 한편 제트단과 샤크단의 대립은 더 심해지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토니의 제안으로 이들은 정정당당하게 맨 주먹으로 싸우기로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무기를 준비한다. 마리아는 싸움이 벌어진다는 걸 알고, 싸움을 말려 달라며 토니에게 부탁한다. 토니는 마리아를 위해 결전의 장소에 나간다. 하지만 토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맞붙게 된 리프와 베르나르도. 결국 베르나르도가 리프를 칼로 찔러 죽이자, 토니는 화가 나 베르나르도를 죽이고 만다. 이에 마리아는 오빠를 죽인 토니를 원망하지만, 결국 사랑으로 그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데…. ●데어데블(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매트 머독은 어린 시절 방사능 폐기물에 노출되고는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그는 다른 모든 감각들이 초인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아버지가 뉴욕의 범죄 왕 킹핀에 의해 살인을 당하자, 매트 머독은 복수를 결심한다.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뉴욕의 범죄 변호사로 성장하게 된 매트 머독. 그는 낮에는 범죄 변호사로, 밤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데어데블이라는 비밀스러운 정체를 갖고 범죄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된 엘렉트라까지도 킹핀의 음모에 휘말려 데어데블에게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그렇게 데어데블은 킹핀의 음모는 물론 아버지의 복수와 자신에 덧씌워진 모든 음모들에 대한 응징에 나선다. ●파수꾼(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사진 속에는 동윤과 희준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다른 아이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간신히 찾아낸 희준은 기태와 제일 친했던 것은 동윤이라고 말하며 자세한 대답을 회피한다. 결국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윤을 찾아나선 희준. 하지만 친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서로가 전부였던 이 세 친구들 사이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대구 ‘집단괴롭힘 자살’ 가해 중학생 실형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가해 학생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법원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구지법 형사3단독 양지정 판사는 20일 지난해 말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권모(14)군 자살 사건의 가해자로 구속 기소된 서모(14)군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해 장기 3년 6개월에 단기 2년 6개월, 우모(14)군에 대해서는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양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학교에서 피해자를 괴롭힌 것은 물론 집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피해자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폭력을 가한 점, 휴대전화로 협박성 문자를 보내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 판사는 이어 “피고인들은 계획적으로 범행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발각될 염려 때문에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함과 대담함을 보였으며,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담그게 하고 땅바닥의 과자를 먹게 하는 등 친구 사이에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아무 죄책감 없이 했다.”면서 “학교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관대하게 처벌할 수 없고 비난 가능성이 높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이재덕 공보판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소년으로서 참작할 만한 사정은 있으나 범행 결과가 중하고, 죄질이 나쁘며 비난 가능성이 높은 점, 피해자 측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군 등은 이날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서 있었다. 판사가 형량을 선고할 때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공판이 열린 대구지법 11호 법정에는 피고인 측 가족과 취재진, 학생 참관객 등 100여명이 몰려 북적거렸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가해자들을 용서하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며 눈물의 증언을 한 권군의 어머니 임모(48)씨는 “지난 공판 때 가해자들과 가족들을 본 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법정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코 중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형보다 낮아진 것이 아니냐.”며 “검찰에서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항소 여부에 대해 “지금 그럴 단계가 아니다.”며 “피고인들의 가족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군 등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같은 반 친구인 권군을 상습 구타해 자살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군은 징역 장기 4년에 단기 3년, 우군은 징역 장기 3년 6개월에 단기 3년을 구형받았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5월 한국 찾는 뮤지컬 ‘위키드’ 싱가포르 공연 미리 보니…

    5월 한국 찾는 뮤지컬 ‘위키드’ 싱가포르 공연 미리 보니…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뮤지컬이 하나 있었다.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위키드’(Wicked·마녀)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초연된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영국 런던), 독일, 호주, 일본 등에서 공연되며 전 세계적으로 25억 달러(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관객이 3000만명이 넘은 화제작으로,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선 당일 공연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시계와 브로드웨이의 시계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오른 유명 뮤지컬 대부분은 한국에 소개됐다. 이점을 생각하면 ‘위키드’는 우리에게 신비감과 희소성을 지닌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오는 5월 국내에서 ‘위키드’를 경험해 볼 귀한 기회가 온다. ‘위키드’의 호주 프로덕션 투어팀의 공연이 5월 31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종료일을 정하지 않는 오픈런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 관객이 처음으로 맞게 될 ‘위키드’는 어떠할까. 서울 공연을 석 달가량 앞둔 ‘위키드’(호주 프로덕션)의 싱가포르 공연을 지난 7일 미리 맛봤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지닌 엘파바(왼쪽)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악한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용감하다. 동물들이 말을 하고 인간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오즈의 나라’에서 엘파바는 사람과 동물 중간의 정체성을 갖고, 동물에게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그녀가 재학 중인 시즈 대학에서 유일한 동물 교수인 염소 ‘딜라몬드’는 마법사 여교장 ‘마담 모리블’이 ‘동물은 보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아니다.’(Animals should be seen and not heard)는 구호를 앞세워 동물의 사회적 활동을 저지하려고 하자 분노한다. 엘파바 역시 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고자 애쓴다. 그녀는 또한 하반신 불구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여동생 네사로즈의 일이라면 엄마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 시대의 장녀이자, 큰 언니의 모습이다. 마치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의 쌍둥이 같은 금발미녀에 인기녀인 ‘글린다’(오른쪽)는 룸메이트 엘파바를 왕따시키지만, 곧 죄책감을 느끼며 엘파바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 ‘피에로’가 어느 순간 자신보다 엘파바를 더 사랑한단 사실을 알게 되자 여자로서 엘파바를 질투하며 그녀를 곤경에 빠뜨리는 데 일조한다. ●‘오즈의 마법사’ 맛깔나게 비틀어 뮤지컬 ‘위키드’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먼저 유명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줄거리 파악이 우선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한 발상으로 패러디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1995년작 소설 ‘위키드: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전 ‘춘향전’의 진짜 남자 주인공은 ‘이몽룡’이 아닌 ‘방자’였다는 상상력에서부터 출발한 영화 ‘방자뎐’처럼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180도 뒤집어 두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관객은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패러디 된 부분과 반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로시가 물을 뿌려 없애버린 초록색의 사악한 마녀가 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오즈의 마법사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마녀’였고, 도로시에게 도움을 준 착한 마녀 글린다는 알고 보면 철없는 공주병 환자에다 남자 때문에 친구를 배신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추녀 엘파바와 미녀 글린다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선과 악을 구분할 때 선입견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능을 얻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와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겁쟁이 사자의 탄생 비화가 밝혀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마녀의 우정과 인생 여정은 판타지를 뛰어넘어 친구 간의 우정과 사랑, 질투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적절히 잘 표현하였다. 또 곳곳에 코미디 요소가 스며들어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객 홀리는 무대… 귀에 맴도는 멜로디 투어팀의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무대 세트의 정교함, 조명의 환상적인 효과가 살아 있는 판타지 무대 연출 등이었다. 글린다 역의 수지 메이더스와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청아했으며 매력적이었다. 그녀들은 시쳇말로 ‘미친 가창력’을 뽐내며 관객의 집중력을 높였다. 무대 장치는 여느 작품에서와 달리 극장 천장까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판타지 세계 ‘오즈’를 맛깔나게 표현하였다. 원작 소설 속에서 엘파바의 아버지 프렉스가 엘파바 출생 당일 모욕을 겪게 되는 ‘타임 드래건’의 형상도 꽤 비중 있게 표현했다. 노래의 선율도 좋았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메이크오버시켜 줄 때 나오는 ‘파퓰러’(Popular)를 비롯해 엘파바가 온 힘을 다해 마법사와 싸우겠다고 약속하며 부르는 ‘디파잉 그래버티’(Defying Gravity) 등은 한참 동안 멜로디가 귀에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북미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어본 ‘위키드’는 마법사의 이야기인 데다, 소녀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는 점에서 한국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데다 한국에 처음 들어오기에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충분한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드라마와 판타지 영화 및 소설을 동시에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이다. 싱가포르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뮤지컬 ‘위키드’ 5월 31일부터 오픈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6만원. 1577-3363. 티켓 예매는 오는 28일부터.
  • [씨줄날줄] 상담원의 눈물/임태순 논설위원

    어느 기업에 매일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제품에 불만이 있어서인가 하고 교환, 환불 등으로 달래거나 봐달라며 사정하고 위협해도 통하지 않아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골칫거리 고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상담사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회사에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담당자가 들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며 자신은 단지 그의 이야기를 죽 듣기만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상담 수요가 늘고 있다. 업무 또는 조직 구성원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통 단절 또는 소외로 인해 이야기 상대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담자의 제1덕목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傾聽)이다. 물론 노련한 상담가는 상대방의 말에 담긴 표면적인 메시지 외에 말할 때의 몸짓, 감정 등 이면의 내용까지 읽지만 초보 상담자는 내담자(談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상담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자신의 고민이나 불만을 들어주기만 해도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감정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감정 교류를 통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라포’(Rapport)가 형성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난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살자들이 늘고 있다. 자살충동자 상담의 경우 익명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전화상담이 일반적이다. 자살 상담도 물론 경청과 공감이 절대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어야지, 자살행위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논리적으로 맞서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상담 후유증으로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자살충동자와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그들을 도와주지 못한 데 대한 무기력감·죄책감 등으로 자책한다는 것이다. 내담자와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심리적 고뇌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자들에게 전문가의 심리 치료를 받게 한다. 오랜 시간 상담으로 인해 심신이 피로해지는 데다 내담자의 세계에 상담자가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또는 비정규직 형태로 상담원을 꾸려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너무 먼 이야기인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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