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죄인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원작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관상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전남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수컷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24
  • 필리핀 한국인들 “범죄가 무서워”

    필리핀 한국인들 “범죄가 무서워”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지 교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 국내 전과자들의 도피성 유입이 많은 데다, 치안 부재와 부패 등으로 불법체류까지 만연해 필리핀이 ‘한국인 범죄 천국’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7일 외교통상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련 범죄 건수는 총 131건으로 밝혀졌다. 이는 필리핀 전체 재외국민 등록자(1만 134명)의 1.3%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 한국인 100명 가운데 1.3명이 범죄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 납치, 행방불명 등 강력 사건이 71건을 차지해 전체 범죄건수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에는 앙헬레스시에 살던 부동산 사업가 강모(50)씨가 출근길 집 앞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양모(40)씨와 최모(41)씨가 세부 남쪽 나가시티에서 목과 배 등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강씨는 당시 이권 문제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한 상태였고, 양씨와 최씨도 필로폰 투약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필리핀으로 몰래 입국했었다. 필리핀에서 유독 한국인 관련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범죄자들이 도피 장소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마닐라, 클라크, 세부 등 3개 지역으로 매일 직항편이 운항하고 있어 3시간 정도면 필리핀에 도착할 수 있다. 또 영어권으로 언어 사용이 다른 아시아나라보다 유리하고, 최근 3~4년간 관광객과 유학생이 크게 늘어 한인사회권이 형성돼 생활이 편리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필리핀 내 심각한 부패로 현지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신변호보를 받으며 불법체류를 할 수 있어 국내 범죄자들이 많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사기사건이나 전과자들이 부동산 사업이나 여행업체 등을 위장 운영하며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현지 한인회와 상사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필리핀 체류 한국인 규모는 11만 5000명(관광 목적 단기 체류자 제외)으로 재외국민 등록자 수의 11배를 넘는다. 한 지역에서 90일 이상 체류시 등록을 해야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한국인 상당수가 불법체류 형태로 거주해 범죄 발생 때 신원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인에 대한 추방 절차가 까다로운 필리핀 법제도를 악용한 국내 전과자들이 범죄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강력 사건 발생 때 현지 경찰과 연계한 조사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영화 대 영화 - 한국좀비와 외국좀비

    영화 대 영화 - 한국좀비와 외국좀비

    #오프닝 여기 한국산 좀비영화가 있다. 4명의 감독이 6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다. ‘틈사이’와 ‘도망가자’(오영두 감독), ‘뼈를 깎는 사랑’과 ‘페인킬러’(홍영근), ‘백신의 시대’(류훈), ‘그 이후…미안해요’(장윤정), 이렇게 6편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지자 정부가 즉각 계엄령을 선포, 좀비 감염자를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좀비영화 황무지나 다름없는 우리 영화계에서 이웃집 좀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외국의 ‘잘 됐다는’ 유명 좀비영화와 ‘영화 대 영화’ 형식으로 비교해 풀어 본다. ●좀비의 탄생 : 이웃집 좀비 vs 28일후 1960~70년대 좀비의 탄생이 ‘악령’에 기인하는 주술적 특성을 보였다면 최근 좀비영화는 바이러스와 같은 과학에 근거를 둔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나 조류독감 등의 바이러스 공포를 경험한 현대인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설정이다. 데니 보일 감독의 ‘28일후’(2002)는 영장류 연구시설에 무단 잠입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우리에 갇혀 있는 침팬지를 풀어주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침팬지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고 여기서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이웃집 좀비도 비슷하다. 에이즈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소수 민족에게 생체실험을 강행한 제약회사 브렌델의 한국계 과학자 데이비드 박. 백신은 이내 좀비 바이러스로 변이된다. 두 영화 모두 좀비의 존재가 인간 외부의 영역에서 온 게 아닌, 인간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욕망에 냉철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 분모다. ●드라마 : 이웃집 좀비 vs 새벽의 황당한 저주 좀비 영화가 무조건 공포스러운 것은 아니다. 코미디 영역도 흡수, 뼈 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가 대표적이다. 주인공 숀은 처음에는 좀비에게 무감각하다. 공포스러운 대상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모습이 재치 있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단상을 풍자한 코드다. 퀸의 음악에 맞춰 좀비를 처치하는 모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비들 앞에서 좀비 성대모사를 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이웃집 좀비도 마찬가지. ‘도망가자’에서 여자가 튀어나온 남자의 눈알을 한 손에 잡고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이나 ‘뼈를 깍는 사랑’에서 손가락을 자르려는 여자를 향해 “아프니까 채혈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찰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온다. 팽팽한 긴장감과 기발한 유머가 혼합된다. 여기에 드라마도 있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좀비 감염자에게 복수하는 여자, 좀비가 된 엄마를 위해 자신의 손을 잘라 던져주는 딸, 좀비가 된 남자친구를 위해 스스로 좀비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여인의 모습은 감동을 염두에 뒀다. “그냥 순수하고 싶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좀비의 관계에 포커스를 두고 싶었다. 좀비영화라고 부모와 자식의 사랑, 남녀의 로맨스를 피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영두 감독의 말이다. ●현실비판 : 이웃집 좀비 vs 다이어리 오브 데드 좀비 영화는 사회적 의미도 담아낸다. 징그러운 게 다가 아니다. 좀비가 출현한 공황 상태에서 인간과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헤친다. 좀비영화는 좀비를 통해 인간과 사회, 본연의 모습을 캐내려는 일련의 ‘사유실험’인 셈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다이어리 오브 데드’(2007)는 미디어 권력을 비틀어 비판한다. 좀비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기괴한 상황을 ‘일가족의 비극’이라는 내용으로 미디어가 축소, 조작하는 장면은 거대 미디어 권력에 대한 비판이 숨겨져 있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좀비를 총과녁으로 쓰는 장면도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냉소다. 이웃집 좀비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겨냥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진 곳도, 좀비 백신을 개발해 파는 곳도 제약회사다. 결과적으로 병 주고 약 주던 제약회사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영화의 마무리도 마찬가지.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병이 나아도 죄인이 된다. 취직도 못한다. 소외계층을 바라보는 군중의 광기어린 시선을 보여주는 듯하다. #엔딩 국내 좀비영화 역사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웃집 좀비는 기념비적이다. 제작비 2000만원의 저예산으로 제작했다는 사실도 대단하다. 강범구 감독의 ‘괴시’(1981)나 김정민 감독의 ‘죽음의 숲’(2006)이 있긴 했지만 흥행성이나 작품성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아쉬움도 있다. 앞서 언급한 코미디적 요소나 현실 비판 메시지는 이미 좀비영화에서 너무나 많이 쓰였던 진부한 해석이다. 오 감독의 말처럼 좀비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도 그다지 신선하진 않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도 좀비가 돼 가는 엄마에 대한 주인공의 고뇌를 담아냈다. “코미디, 로맨스, 현실비판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다. 그냥 좀비를 이용한 드라마다. 좀비가 나올 뿐, 다를 게 없다. 인간과 좀비와의 공존을 유쾌하게 그린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같이 깔끔한 마무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이용철 영화평론가의 말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용어클릭] ●좀비영화 좀비를 다룬 공포영화다. 좀비(zombie)는 부활한 시체를 뜻한다. 특수분장, 컴퓨터그래픽(CG) 등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1970~80년대에는 주술적 특성을 보였지만 1990년대 들어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 ‘빵셔틀·투명인간’ 등 새 유형의 폭력 예방·교육에 초점

    ‘빵셔틀·투명인간’ 등 새 유형의 폭력 예방·교육에 초점

    ‘빵셔틀, 빵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는 신조어이다. 원래는 빵돌이라고 불렀다. 교내에서 힘을 이용해 힘없거나 따돌림 당하는 다른 학우를 괴롭히는 이른바 일진에게 빵을 사오는 사람이다. 심부름의 종류에 따라 돈셔틀, 버스셔틀, 가방셔틀 등이라고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복지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2010~2014년)에서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지목한 ‘빵셔틀’을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는 이렇게 정의했다. 교과부 등은 2004~2009년 ‘1차 5개년 계획’에 이어 ‘2차 계획’을 세웠다. 집단 따돌림인 ‘왕따’가 집단폭행에 의한 사망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왔던 ‘1차 계획’과 비교해 ‘2차 계획’에서는 보다 은밀해지고, 조직적이고, 한층 벗어나기 어려워진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방향을 잡았다. ‘1차 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사건이 발생하면 여론이 들끓다가 잠잠해지면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는 폭력사건 관련 정책답게 초기에 비해 정부와 사회적 의지가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고, 반면 시시각각 진화하는 학교폭력에 맞춰 정부 부처별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은 결과 ‘2차 계획’ 수립이 수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전자가 학교폭력 발생빈도 등 숫자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라면, 후자는 형식적인 생색내기식이 아닌 상담교실 wee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찾아가는 정책이 늘었다는 평가에 따라 후한 점수를 준 결과다. 예컨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 200 6년 3980건, 2007년 7667건, 2008년 8813건으로 늘어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폭력 피해경험을 물은 결과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6%, 16.1%, 10.6%, 11.3%로 다소 줄었다.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의 경우 욕설처럼 물리적인 폭행이 없는 경우에도 위원회를 소집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학교폭력에서는 양적인 통계뿐 아니라 질적인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를 찾을 필요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 폭력이 조직적이고 암묵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빵셔틀만 해도 처음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옆반에서 교과서를 빌려 오라는 등의 심부름으로 시작해 편의점 절도, 금품요구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마찬가지로 ‘왕따’라는 말로 대표되던 집단 따돌림은 괴롭히는 대신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투명인간’으로 바뀌었다. 때리고 돈을 뺏은 가해자가 목격자 등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발신자 번호를 없앤 문자 메시지로 “너만 믿는다”는 식의 암묵적 협박을 보내는 식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등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를 학교폭력에 추가한 것도 ‘1차 계획’ 도중이었다. 이런 까닭에 ‘2차 계획’에서는 질적인 효과 측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예방교육, 피해자·가해자 상담, 맞춤형 대책 마련, 교원과 학부모 교육 등이 강화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조기예방 교육 ▲학교급별·단계별 맞춤형 예방교육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전문역량 강화 ▲지역단위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진단·상담·선도 시스템 구축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한 맞춤지도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전문상담과 학부모 특별교육 의무화 ▲가족상담과 캠프 등 학교폭력 피해가족지원 프로그램 ▲직장 등으로 찾아가는 학부모 연수 등은 ‘2차 계획’에서 신설되거나 강화된 정책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1차 계획 성과·한계 2004년부터 5년 동안 추진된 ‘1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 동안은 인프라 구축이 중점적으로 이뤄진 기간이었다. 지난해 현재 폐쇄회로(CC)TV 설치율은 58.9%, 학교 현장에 전직 형사와 교사를 배치하는 배움터 지킴이 배치율은 26.8%에 이르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차 계획’ 기간에도 인프라 구축을 늘릴 방침이다. 2011년 CCTV 설치율은 90%까지, 배움터 지킴이 배치율은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인프라 구축의 어두운 점은 폭력 행위를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CCTV 아래에서 버젓이 폭행을 할 일이 없으니, CCTV가 학교 근처에서 잠든 술취한 사람 적발용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배움터 지킴이 역시 현장에서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형사 출신 지킴이가 학교에 있긴 하지만, 학교 근처를 순찰하는 게 일의 전부”라면서 “가끔 등교를 안 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정도가 계도활동이다.”라고 말했다.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되면서 정학·퇴학 등의 제재조치가 사라져 사실상 청소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줄 최고의 벌이 된 상황에서 학교폭력 예방과 계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지킴이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 역시 ‘2차 계획’에서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담임 교사가 방치해서, 학부모가 ‘따돌리고 싶으면 따돌려도 된다’고 잘못된 교육을 하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집단상담·가족캠프 프로 정책 채택” “화를 못 이기겠는지 아이가 저를 심하게 때릴 때도 있어요. 이런 얘기를 어디에 가서 하겠어요.” “저만 맞는 엄마인 줄 알았어요. 아이가 따돌림 당하고 맞고 다닐 때 해준 게 없는 죄인이니까 그냥 참았죠.”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협의회(학가협)가 1년에 한두 차례씩 개최하는 학부모 집단상담과 캠프는 늘 통곡으로 끝을 맺는다. 학교폭력으로 멍든 자녀를 둔 부모들을 짓누르던 죄의식과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피해자 가족이라고 세상에 알려지면 더 짓밟힐까 두려워 싸매뒀던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다른 이의 고통을 공감하기도 한다. 이렇게 털어놓기를 몇 십 차례 반복했을 때 고통을 딛고 일어설 힘이 생긴다. 2년 전쯤 피해자 가족에게 스스로를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착안,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만든 이가 조정실(52·여) 학가협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이 곳에서 피해자로서의 절절함을 토로하는 역할부터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멘토 역할까지를 모두 맡는다. 10여년 전 친구였던 아이들로부터 중학생 딸이 집단폭행을 당해 내리 사흘을 혼수상태로 버텼을 때부터, 그래서 가해 학생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지만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딸에게 승소는 어떤 보상도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았을 때부터 조 회장은 ‘피해학생 지킴이’가 됐다. 올해부터 5년 동안 추진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2차연도 계획’에서 집단상담과 가족캠프 프로그램은 정책으로 거듭났다. 교과부는 각 시·도 교육청별로 가해학생·피해학생 상담과 교육, 고위험군 가해학생 학부모 특별교육, 피해학생 가족지원 프로그램 운영, 또래상담 기능 활성화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정책으로 채택된 뒤에도 조 회장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시·도 교육청,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정책이 제대로 가동될지를 우려했다. 예컨대 ‘또래 상담’을 섣불리 시행했다가 역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동안의 상담과 피해학생 구제 활동을 통해 학교폭력의 양상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번지는 상황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오는 걱정이다. 실제로 5년 전쯤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전학생을 돌봐 주던 반 회장이 전학생과 너무 친하다는 이유로 도리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상담 등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예전에 학교폭력 관련 정부 용역연구를 맡은 대학 교수로부터 피해 학부모를 소개해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대학 교수들은 음지로 숨어드는 피해자를 찾지 못해 연구를 못하고,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상담도 못받고 피해의식만 더 키우는 악순환이 지금까지의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피해 학부모와 학생은 다음 피해자를 위해 연구할 대상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충격에 대해 치료받고 보상받을 인격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학교폭력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부모 집단상담을 할 때 피해학생에게 매맞는 부모가 나타나는 이유는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학교폭력의 특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친구를 때리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학생 가운데에는 피해 경험을 가진 학생이 많다.”면서 “친구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거나 맞으면서 상한 자존심을 폭력으로 푸는 것이고, 스스로 강해졌다는 최면을 거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이 해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부정·분노·타협·우울·포기 등의 감정을 충분히 겪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 과정에 정부 등 공적 영역의 역할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135kg 女, 홧김에 애인 깔고 앉아 사망케 해

    135kg 女, 홧김에 애인 깔고 앉아 사망케 해

    몸무게가 135kg이나 나가는 비만 여성이 남자친구를 깔려죽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사는 미아 랭딩험이란 여성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말싸움을 하던 중 홧김에 남자친구에게 앉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랭딩험은 정식 부부사이는 아니지만 세 아이를 낳고 함께 산 미칼 미들스톤-베이를과 말다툼을 하던 중 홧김에 그를 공격했다. 체중이 54.4kg밖에 나가지 않는 미들스톤-베이를의 몸에 올라가 엉덩이로 짓눌러버린 것. 결국 이 남성은 이 사건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법정에 선 랭딩험은 울먹거리며 “죄인이라 할말이 없지만 이런 상황이 온 것에 정말 미안하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롤린 프라이드랜드 판사는 랜딩험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집행유예 3년과 자원봉사 100시간을 명령했다. 판결 직후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사망 사건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다. 정의롭지 못한 판결이었다.”면서 항소의 뜻을 비쳤다. 한편 랜딩험 변호사는 법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가정 폭력이 있었으며 이를 참작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사진=법정에 선 미아 랭딩험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휴대폰 소지한 소녀 ‘태형 90대’ 논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3세 소녀가 태형 90대 처벌을 받았다. 학교 내에서 소지가 금지된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주베일 여학교에 다니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녀는 교내에 휴대폰을 반입한 사실이 발각돼 지난 20일(현지시간) 법정에 섰다. 교내에서 휴대전화기로 통화를 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면 안 된다는 교칙을 어기고 몰래 옷에 넣어 이를 가져온 것이 화근이 됐다. 주바일 법정은 이 소녀에게 태형 90대와 징역 2개월을 선고했다. 학교의 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특별히 같은 반 친구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채찍을 맞도록 했다. 이 선고가 보도되자 인터넷에는 “교칙을 위반한 건 사실이나 미성년자인 학생이 휴대전화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태형에 처한다는 건 도를 넘은 처사”라며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이 소녀가 처한 형벌 수위가 모르는 이성과 한 공간에 있는 죄인 ‘비도덕적 범죄’에 대한 형벌의 수위 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형벌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줄을 이은 것. 데일리메일은 “이슬람 율법은 지나치게 보수적일 뿐 아니라 형벌 수위가 담당 판사의 재량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3년 전 학생 16명이 교사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300대~500대 가량 공개 태형에 처해져 논란이 된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검찰총장, 법원 공개비판

    김준규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법원에 대해 15일 ‘신속한 조치’를 지시했다. 특히 이날 간부회의에서 김 총장이 ‘법과 원칙 위반’을 거론하며 법원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전날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해 재판부 기피신청과 대법원에 즉시항고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강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등 향후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 총장은 차동민 대검 차장,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등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며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들이 다 보았는데 어떻게 무죄인가. 이것이 무죄이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 방해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국회 경위 등에 대한 폭행, 탁자 손괴 등의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명백히 잘못된 판결이며, 국회 내 폭력에 대해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판결 비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란 자료를 통해 “최근 일련의 성명이나 보도는 법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고 자칫 상소심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강기갑 ‘판사 맘대로 판결’ 법치를 우롱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해 1월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리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가 14일 무죄를 선고한, ‘판사 맘대로 판결’은 법치를 우롱했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국회 폭력에 대한 ‘판사 맘대로’ 판결로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판결이 법관 고유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기존 판례와 상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강기갑 판결의 경우 국회 경위 폭행에 대해서는 신체적 위해 의도가 없었다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가 아니라고, 탁자 등 파괴혐의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는 과실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남부지법은 “혐의를 단순폭행으로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법리에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폭력에 황당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억지춘향식 판결이란 얘기다. 당시 강기갑 대표의 국회 사무총장실 활극은 대한민국 국회를 국내·외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비난이 쏟아졌다. 강 대표도 급기야 활극 1주일만에 “제 행동이 지나쳤다는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머리를 숙였다. 본인이 잘못을 시인했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에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검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주재한 어제 수뇌부 회의에서는 “국민들이 모두 보았는데 이떻게 무죄인가? 이것이 무죄라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 방해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라며 상급심에서 시정을 구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많은 국민들은 상급심인 2, 3심의 판결을 주시할 것이다. 상급심마저 사법 판결 기준을 의심케 하는 판단을 하면 사법신뢰와 법치주의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 폭력에 대해 여전히 진저리를 친다. 강 의원의 무죄 선고가 국회 폭력에 대한 면죄부는 결코 아니다. 2심, 3심의 판결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법원이 정치화하고 있다는 상황을 우려한다. 판사 개인 성향에 따라 같은 사안의 재판 결론이 제각각으로 나오는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법관의 독립성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개인 소신이 지나치게 부각되면 재판의 기준이 의심받게 된다. 사법부 신뢰회복은 요원해진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검경의 재판부 기피신청도 법관의 지나친 소신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신을 너무 앞세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판사가 많다는 지적은 결코 소망스럽지 못하다.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좋은 일만 생겨요.” 김대성(40)씨는 호랑이가 자신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김씨가 호랑이를 그리게 된 계기는 ‘꿈’이었다. “6년 전에 호랑이 꿈을 꿨는데, 콧김과 털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호랑이를 죽였어요.” 그 이후 김씨는 하는 일마다 꼬였다. 시각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그만뒀고, 이후로도 회사를 4번이나 옮겨야 했다. 그러다가 주위의 권유로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됐고, 미술학원을 여는 등 일이 술술 잘 풀렸다. 김씨가 호랑이 그림을 그리는 건, 꿈에서 죽인 호랑이에 대한 사죄인 셈이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만큼 그림 실력도 남다르다. 김씨는 산과 들에서 주워온 울퉁불퉁한 돌멩이에 그림을 그린다. 김씨는 “깨지고 갈라져 볼품없는 돌에서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면서 “웅크린 호랑이, 뛰어다니는 호랑이 등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이 그림의 ‘영험’을 느껴서 일까. 주변에서 팔라는 권유도 많았다. 그러나 김씨는 선물을 할지언정 결코 파는 법이 없다. 함부로 팔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곳저곳에 주다 보니 남은 작품은 50여점 정도다. 김씨의 새해 소망은 호랑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 호랑이 작품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완상 전 부총리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신년특집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서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를 희망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방한한다면 방문 자체로 그쳐서는 안 되며 역사적이어야 한다.”면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일왕의 방안을 전제로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한 두 원로의 인터뷰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홍지민·강병철기자│ →한국(일본)에게 일본(한국)은 무엇인가. 한완상 전 부총리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36년간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억압·수탈·차별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데다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서구 열강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라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 일본과 한국은 무척 깊은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본은 한국을 침략, 식민지화했다. 반성해야만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봐도 한국은 일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웃 나라다. →지난 100년간 한·일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 전 부총리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탄이 이뤄졌다. 늑약의 1조는 ‘통치권을 완전히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이양한다.’이다. 519년 조선 왕조가 끝나는 순간이다. 1936년 일본은 내선일체를 외쳤다. 창씨개명, 한글사용 금지 등도 강요했다. 문화와 민족혼마저 빼앗는 통치를 시도했다. 태평양전쟁에 패전한 일본은 승전국인 미국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전범국인 일본은 통일된 자유 국가로 남고, 식민지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한반도는 갈라져 있다. 100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와다 명예교수 단적인 예로 조선은 식민지였기에 일본에 저항하지 못하고 침략전쟁에 말려들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가장 큰 죄다. 1945년 한국은 독립을 맞았지만 일본은 침략과 식민 지배에 사과하지 않았다. 역사 자체를 내동댕이쳤다. 때문에 일본은 그때의 역사를 잊고 살아오게 됐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는데 그 당시에도 과거의 반성 없이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일제 강점이 현재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미친 영향은. 한 전 부총리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 충격을 줬다. 씻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다. 백색(서구) 제국주의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황색(아시아) 제국주의의 제물이 된 사실에 대한 울분과 함께 민족자주의식이 형성됐다. 해방됐을 때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자. 일본이 일어난다. 조선은 조심해라.’라는 민담을 들었다. 백색·황색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일본을 향한 불신과 거부감이 한국인의 성격 속에 내면화된 것이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병합(와다 명예교수의 표현대로)한 사실을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잊으려 했고, 실제 잊어버렸다. 그런 탓에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다.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역사다.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받은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또 지나쳐 버리고 싶어 한다. 한국을 병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의 생활 속에서는 별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인은 분명하게 한국인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너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라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두 부류가 위안부와 강제 노동자다. 합리적으로 털고 가야 한다. 경제적 보상 이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시인 받아야 한다. 또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도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람직한 미래는 가능한가. 한 전 부총리 가능하다. 19~20세기는 서세(西勢)의시대였다. 19세기는 팍스브리태니카 시대, 20세기는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였다. 21세기는 동세(東勢)의 시대다. 동세의 기운을 정보기술(IT) 혁명이 활성화시키고 있다. 줄씨알(네티즌)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데다 연대 강화도 쉬워졌다. 동세의 기운이 솟구치고 있다. 21세기에 일본과 한국, 중국까지 평화의 중심세력으로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글로벌 이슈, 즉 기후나 테러 등 어떤 문제에서든지 굉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일간 평화 강화에 반하는 열악한 조건의 존재가 냉전벨트다.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 해체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에 대한 대국적인 지원은 한반도 냉전을 해체하는 출발점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가 쉬워질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정부가 함께 한반도 냉전 체제를 확실히 깨 21세기에 세계에서 냉전체제가 종식됐다는 선언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와다 명예교수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과 한국은 자국의 테두리만이 아니라 지역적인 공동 번영, 공생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만 한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에서도 한국은 중심에 서서 추진자, 대안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일본도 성심성의껏 힘을 보태는 게 한·일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섬나라다. 한국은 반도국으로 대륙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지리적으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과감하게 말하면 한국과의 협력 없이 일본의 미래는 없다. →국제 사회에서 한·일의 경쟁과 협력은 필연적이다. 한 전 부총리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 기술(CT) 분야는 일본과 격차가 없다. 서로 협력하며 경쟁할 수 있다. 협력 없는 경쟁은 금물이다. 21세기는 협력을 통한 경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서로 먹고 먹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 엇비슷한 수준의 IT, 동물 복제 등에서 강한 BT, 특히 한류로 대변되는 CT는 일본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제조업, 조선, 자동차 분야 등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와다 명예교수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서로 이끌고 격려해야 한다. 뒤처진 부분은 서로 배우면서 따라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 달리 말해 모든 것은 한 가지 사안 속에 경쟁, 협력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어떤 것은 경쟁, 어떤 것은 협력이라는 식으로 이분화할 게 아니다. 조화시키며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는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한·일 양국의 국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와다 명예교수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도록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으면 한다. 인내심을 갖고 말이다. 한국의 노력 덕에 일본에도 여러 변화가 가능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흘린 땀에 비해 일본 전체적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는 점도 알고 있다. 초조하기도 하고, 불만이 있는 줄도 잘 안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을 여러 면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은 과거의 역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놓아두고 미래로 나갈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더더욱 과거 문제를 인식하려고 힘써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은 한반도에서 저지른 부당한 조치들을, 최소한 독일이 연합국에 보여줬던 수준으로 시인했으면 좋겠다. 독일 정부는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고개를 숙인다. 나치 전범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다. 일본이 왜 못하는지 안타깝다. 일본 지식인들의 말처럼 늘 아시아를 넘어 서구를 좇는다면 적어도 독일 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불행한 역사는 청산해야 한다. 양국에는 이를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한국 쪽에도 식민지는 한국을 근대화시킨 시기라고 긍정하는 일부 지식인·정치인들이 있다. 일본에도 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우파들이 있다. 친일 세력과 일본의 보수적 민족주의 세력의 냉전적 연대와 연계를 어떻게 성숙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을 위해 한·일간 여러 차원에서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와다 명예교수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하토야마 담화’가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무라야마 담화는 침략과 조선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는 내용으로 발표됐다. 담화가 나온 이후 일본 국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병합을 강제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다. 담화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적잖게 훼손됐다. 그러나 식민지화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등에 대한 역사연구는 꾸준히 진행됐다. 병합은 한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에 의해 강제됐다. 따라서 ‘하토야마 담화’에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적 판단을 담아야 한다.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병합 100년은 상징적으로 아주 좋은 계기다.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 전 부총리 젊은 세대는 조부모·부모 세대가 이룬 성취, 즉 독립운동, 민주화,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요 문제는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 등 개인 중심적인 복지다. 어느 나라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분단의 아픔, 억울함에 대해 체계화되고 설득력 있는 지식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젊은이들은 지식을 획득하는 속도나 양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인터넷 시대에 새로 깨우쳐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다 명예교수 젊은이들이 옛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든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태평양전쟁을 잊지 않도록 젊은 세대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사람들이 역사의 연구,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 역사란 건망증이 심하다. 방치해 두면 잊혀진다. 따라서 자국만이 아닌 넓은 범위에서 지역적 협력을 통해 건망증을 방지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 젊은이들은 조상들이 제국주의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10여년 전 중국 창춘(長春)에서 겪은 일인데 일본 청년이 위화관에서 인체실험인 마루타 전시를 보고 기절한 일이 있었다. 자기 조상들의 만행을 믿지 못해서다. 일본 교육이 문제다. 불과 할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반인류 범죄인데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대문 역사박물관에 있는 독립투사의 고문받는 모형을 보고도 충격을 받는다. 양국 청년들이 서로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서로 용서해 주는 두 민족 간의 정신적 트라우마(충격)를 극복하는 치유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청년들의 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비정부기구(NGO)나 종교단체도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했는데. 한 전 부총리 일왕 초청엔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북·일 관계 모두에 도움이 된다. 동아시아공동체에도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일왕의 가계는 한민족의 조상에 닿는다. 종묘에서 경의를 표하고, 특히 100년 전 병탄과 105년 전 늑약 때 가졌던 고종황제, 명성황후, 순종의 아픔 등을 되새기고 참배했으면 한다. 대학생들과 자유로운 간담회를 갖는 것도 좋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일왕 초청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와다 명예교수 천황은 일본 국민의 상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쟁이 끝날 당시 지금의 아키히토 천황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신춘 휘호로 평화를 염원하는 글자를 썼었다. 마음이 깃든 휘호라고 본다. 천황은 히로히토 전 천황이 방문할 수 없었던 중국도 찾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단 한국 방문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적이어야 한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2010년에 실행된다면 매우 뜻깊을 것이다. 2010년은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마지막 기회의 해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문제도 병탄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 전 부총리 하토야마 정권이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려면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방북 의사가 있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와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앞장섰으면 한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토야마 정권의 노력은 긴요하다. 역사적인 성취를 하려면 대북 관계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부분이 식민지 청산문제다. 과감한 사죄와 적절한 보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1965년 한·일 기본조약보다 훨씬 평가받는 북·일 기본조약이 나오고, 하토야마 정권이 주창하는 동아시아공동체가 구축될 것이다. 하토야마 정권은 동아시아의 비핵화도 강조해야 한다. 동아시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함께 해야 할 과제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는 실현돼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100년이 된 이때 피해를 입은 국가의 반쪽과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 국교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 옳다. 교섭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절차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핵포기와 국교 정상화 추진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병합 100년이라는 측면에서 절호의 타이밍이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를 한 뒤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경제협력을 약속할 수 있다. 경제 원조를 갑자기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교정상화 뒤라면 자연스럽다. 그러면 남북대화에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본다. 통일은 필연적인 것이며 머지않은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전제는 모든 과정이 완전히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부총리 북·일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일본이 6자회담 밖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꺼낼 경우, 북한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권고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일본에 대해서도 납치문제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새로운 채널을 가동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한 前부총리는 1980년대 초까지 저항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제5공화국이 끝나도록 금서였던 저서 ‘민중과 지식인’은 운동권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사회과학자이면서 교육, 정치, 종교계 등을 넘나들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에도 관여했다. 교수 시절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두 차례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데다 수형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 등 2대 정권에서 통일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한성대 등 3개 대학의 총장도 지냈다. 최근에는 언론, 논객, 시민과 대화한 내용을 묶으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MB(이명박 대통령)까지 돌아보는 대담집 ‘우아한 패배’를 출간했다. ●와다 하루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학자이자 한반도 전문가다. 1960년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 66년부터 도쿄대 강단에 섰다. 소련사와 북한 현대사가 전공이다. 1970~80년대 일본 지식인으로서 민주화 운동 때문에 투옥된 김대중·김지하씨 등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1980년 김대중씨 사형 선고와 관련, 교수 신분으로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만간 러·일전쟁을 중심으로 1875~1904년의 역사를 다룬 저서를 상·하권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틈나는 대로 대장금, 태왕사신기, 주몽 등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혁명 1991’, ‘역사로서 사회주의’, ‘조선전쟁’ 등 3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다.
  • [성폭력범 추적보고서] (중) 범죄 악순환 차단 대책

    [성폭력범 추적보고서] (중) 범죄 악순환 차단 대책

    강모(31)씨는 지난해 6월 새벽 4시 편의점에 가위를 들고 들어가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강씨의 재범위험성 평가를 의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재범위험성 평가도구인 PCL-R(사이코패스 평가 척도)와 KSORAS(국내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개발한 재범예측 도구)를 통해 범죄경력과 성습관, 사회성 등을 분석했다. 재범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강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일부 법원이 재범위험성 평가결과를 선고형량을 정하는 기초자료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까지 25건의 재판에 범죄심리학 전문가가 참여했다. 사이코패스(극단적 반사회 인격장애) 테스트로 알려진 PCL-R는 객관적 정보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핵심 특징을 평가한다. 총점은 0~40점이며 25점 이상이면 재범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8점, 안양 초등생 살인범 정성현은 30점으로 나타났다. 강씨도 26점을 받았다. 2남1녀의 둘째로 태어난 강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렸다. 중학교 3학년 때 폭력행위로 처음 보호관찰처분을 받았다. 그 후 강도, 상해, 절도, 주거침입 등으로 20대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출소 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7개월 만에 범행을 또 저질렀다. 심리위원은 “폭력에서 강도상해 등으로 범죄력이 진화했다. 성폭행까지 더해져 중대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호프집 종업원, 공단 근로자 등으로 일했지만 강씨는 한 직장에 4개월 이상 출근한 적이 없었다. 피해자를 편의점 내실로 밀어넣고 나니까 성욕이 생겨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빼앗은 돈으로 새 옷을 사입고 게임장에서 놀았다. 밤에는 출장마사지사를 여관으로 불렀다. 이 교수는 “자극을 추구하고 무책임하다. 기생적 생활양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회성 훈련과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범 예측도구인 KSORAS는 전자발찌 부착자를 선별하려고 2008년 9월부터 법무부가 활용한다. 현재까지 성폭행 피의자 519명이 평가를 받았다. 서울보호관찰소 정진경 책임관은 “재범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게 됨에 따라 재범 요인을 파악해 맞춤 교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ORAS의 재범 예측률은 86.1%로 상당히 높다. 항목은 ▲성범죄 횟수 ▲피해자 나이와의 관계 ▲최초 경찰입건 나이 ▲범행의 책임수용 ▲혼인관계 등 15개다. 총점은 0~29점이며 13점 이상이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강씨는 열다섯 살 때 경찰에 처음 입건됐고 폭력 범죄를 3회 이상 반복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아 15점을 받았다. 재판부는 교정처우를 위해 강씨의 재범위험성 평가결과를 판결문에 첨부했다. “교정 당국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적절한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범행 버릇을 고치고 왜곡된 의식과 생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에서는 아직 재범위험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범죄자 재범 연구를 20년 이상 해온 영국과 미국, 캐나다 법원은 재범위험성 평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재범위험성이 높은 경우 형량을 300%까지 올리고 캐나다 대법원은 수형자가 사회로 복귀할 때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강금원회장 집유 3년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위현석 부장)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재판부는 강 회장이 시그너스골프장과 창신섬유 회사자금 270여억원을 횡령, 240여억원을 정당한 회계절차 없이 인출해 정치인 제공 및 주식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보았다. 반면 회사 돈으로 자신의 벌금과 추징금 16억여원을 내고 거래내역 허위 기재로 13억원, 아들 명의로 12억원을 빌려 회사 돈을 각각 횡령했다는 것과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부분은 강 회장이 사전 공모나 지시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사자금과 개인 돈을 구분하지 않고 임의로 인출해 평소 알고 지내던 정치인에게 건네거나 주식투자에 쓴 것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이고, 수시로 변제했고, 뇌종양을 앓고 있고, 상당부분 공소사실이 무죄인 점을 감안하면 강 회장을 실형으로 엄벌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단돈 1원도 횡령하지 않았는데 240여억원을 횡령했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안원구국장 현금도 4억 받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8일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거나 미술품을 강매한 안원구(49) 국세청 국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반면 안 국장 측은 검찰 수사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입막음용’이라며 반박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안 국장은 2006년 8월 대구지방국세청이 서모씨가 운영하는 S프라자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11억원을 부과할 것으로 보이자 서씨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라.”며 세무사를 소개해 주고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실제 적부심사 청구가 인용돼 세금은 한푼도 부과되지 않았고, 안 국장은 3억원으로 빚을 갚았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서씨에게 소개해준 세무사에게서도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국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C건설 등 5개 건설·보험사에 대해 세무조사 무마대가로 부인 홍모씨가 운영하는 G갤러리에서 그림이나 조형물을 사도록 해 14억 60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안 국장이 구체적으로 세무조사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그 때문에 세무조사 결과가 얼마나 틀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했지만 금품 거래 관계가 없는 이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굳이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법리적으로도 구체적인 행동이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청탁과 금품거래 사실이 있으면 알선수재 등의 혐의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또 안 국장의 그림을 사준 회사들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고, S중공업 등 미술품 강매와 관련해 조사했던 다른 대기업들은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검찰은 안 국장 개인비리 수사를 마무리짓고 특수2부(부장 권오성)가 진행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 전 청장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 여부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청구를 할 만큼 혐의가 소명된 것이 없어 아직 뭐라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모닝 브리핑] 가족관계등록 개정안 등 52건 본회의 처리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열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38건의 법률안과 2건의 선출안, 9건의 동의안, 3건의 결의안 등 모두 52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장주영 국가인권위원회위원과 이재화 국민권익위원회위원 등이 선출됐으며, ‘대한민국과 불가리아공화국 간의 범죄인인도조약 비준동의안’ 등이 채택됐다.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한상률 前청장 학동마을 구입”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을 구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한 전 청장 측근인 국세청 직원 장모씨에게서 “한 전 청장의 심부름으로 그림을 사서 전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림 구입비용도 한 전 청장이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장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 전 청장 부부의 진술을 들어보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검찰은 한 전 청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를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그동안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부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학동마을이 가인갤러리에 매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그림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초 인사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전 청장에게 고가의 고 최욱경 화백 그림 학동마을을 건넸다고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불거졌다. 한 전 청장은 그동안 이 그림에 대해 “본 적도 없다.”며 부인하다 청장 사임 직후인 지난 3월 부인과 함께 출국했다. 한편 구속 수감 중인 안 국장이 작성한 문건에서 한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유명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미화 5만달러를 받았다는 내용도 나왔다. 김지훈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안국장 소환조사… 그림로비 본격 수사

    안국장 소환조사… 그림로비 본격 수사

    국세청 그림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30일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안원구(49) 국장을 소환조사했다. 특수1부는 안 국장의 부인 홍모씨가 운영하는 G갤러리의 미술품을 세무조사 무마대가로 기업들에게 강매한 의혹 등 안 국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하지만, 특수2부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의혹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이 때문에 특수2부가 안 국장을 소환한 것은 검찰이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안 국장에 대한 조사에서 관련 의혹의 핵심에 서있지만 미국에 머물면서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한 전 청장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단서 확보에 치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G갤러리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안 국장이 민주당 등에 제보한 녹취록과 직접 작성한 문건 등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한 전 청장이 2007년 정권교체 이후 청장직에 유임된 뒤 2009년 1월 물러날 때까지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여러 기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기업체 이름과 시기 등을 적시해 상세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과 녹취록 내용 가운데 일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은 미국에 있는 한 전 청장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범죄인인도청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범죄인인도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구속영장 수준의 혐의 사실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체포영장 수준도 안 된다.”며 인도 청구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신 국내의 한 전 청장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종용했으나 벽에 부딪힌 상태였다. 한 전 청장이 귀국하게 되면 검찰은 안 국장이 제기하는 ▲2007년 7월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당시 도곡동 땅 문건 발견 ▲2007년 12월 한 전 청장의 광범위한 인사로비 ▲2008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불러온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등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검찰은 안 국장 주장을 ‘설(說) 수준에 불과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부해 왔다. 검찰은 안 국장에 대한 조사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서 안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우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물어봤다.”면서 “그 이상의 수사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태성 장형우기자 cho1904@seoul.co.kr
  • 법사위 ‘안원구 공방’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는 공방을 벌였고, 침묵을 지키던 검찰도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재수사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문건을 봤다고 하는데 재수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전혀 없다. 다 끝난 사건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 장관은 “그런 취지의 주장이 일부 있어서 검찰이 수사하고 특검까지 한 사안으로 돈의 흐름도 다 추적해 그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결론이 나왔다.”면서 “문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만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안 국장이 검찰 출석에 불응하고 있고 진술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청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라는 여러 의원들의 요구에도 이 장관은 “범죄인 인도 청구는 구속할 만한 정도의 사안이어야 하는데 그럴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환조사를 위해) 변호사를 통하는 등 다각도로 한 전 청장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동마을’ 그림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그림값이 수천만원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얼마인지, 받은 명목이 뇌물이거나 인사청탁인지 등에 대해 관련자들도 당초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고 밝혀 한 전 청장을 시급히 수사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민주당은 “안 국장이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자신이 억울하게 사퇴를 강요받고 있다고 탄원하는 내용의 편지를 제3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조사단에 동참시켜 주 장관을 상대로 안 국장에게 구명편지를 받게 된 경위와 후속조치 여부 등에 대해 질의하고 여권 실세인 P씨가 한 전 청장의 미국 기자회견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한상률 핑퐁게임’ 與野 공방 2R

    민주당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을 더 강하게 몰아 붙이고 있다. 공식 반응을 자제하던 한나라당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 사안이 정치 쟁점화된 것은 안원구(구속) 전 국세청 국장의 입에서 휘발성 강한 이슈들이 동시에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개입 의혹, 지난 대선 당시 문제됐던 도곡동 땅 의혹, 이 대통령 뒷조사 파일 존재 유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 등 잊혀지던 이슈들이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이 벌이는 ‘핑퐁 게임’에서 불거졌다. ●野 “감사관이 靑고위층 거론”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2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안 국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국세청 임성균(현 광주지방국세청장) 전 감사관이 국세청장에게 해명서를 제출했다. 해명서에서 임 전 감사관은 청와대 고위층을 거론한 사실, 안 국장에게 모 기업 최고경영자 자리를 제안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권의 초(超)실세가 개입돼 있다고 당사자들이 진술하고 있다.”면서 “국기를 흔드는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유야무야되면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도곡동 땅 문제를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이춘석 의원은 한 전 청장이 지난 26일 미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혹을 반박한 것에 대해 “여권실세인 P씨가 출국해 한 전 청장을 만났고, (이 만남이) 기자회견과 상관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P씨 쪽은 “자원외교 차원에서 일본과 미국을 방문했고, 공식 일정이 빡빡했는데 언제 한 전 청장을 만났겠냐.”고 반박했다. ●與 “새해 예산안 발목잡기”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일개 국장이 상급자의 유임청탁을 이상득 의원에게 했다든지, 도곡동 땅 후폭풍으로 밀려나 탄압을 받았다는 궤변은 과거 유사 사건의 피의자들이 내놓는 소설 수준의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원내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이를 정치쟁점화하려는 것은 새해 예산안 발목잡기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장 “도곡동땅 전표 없다” 한편 백용호 국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안 국장이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한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소유 전표의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문서는 없다.”고 답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조사단과 면담에서 안 국장 긴급체포 경위에 대해 “첩보에 의한 인지수사”라고 밝혔으며, 범죄인 요청을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범죄사실을 적시해 요청하면 미국이 심사하는데, 이번 건은 기각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구 유지혜기자 window2@seoul.co.kr
  • “자리약속 대가 3억 요구할 바보 있나”

    정권 핵심부에 대한 인사청탁 등 각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최근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로비 주장 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안 국장 측과 야당의 폭로로 의혹이 증폭됨에 따라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수사 불가피성을 피력하며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올버니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 건물 내 연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안 국장에게 3억원을 요구하며 국세청 차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세상에 그런 얘기를 할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논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서는 “나에 관련된 녹취록은 없다. 안 한 말을 어떻게 녹음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보안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누가 옆에 있는 자리에서 청와대에 보고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 조사 과정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 자리에 안 국장이 같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사임의 직접적인 계기로 꼽히는 이른바 경주 골프사건에 대해서는 “저녁식사 자리 가는 길에 참석자 명단을 전해 들었지만 승용차를 곧바로 돌릴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해명한 뒤 “그건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해 책임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 로비설을 두고 그는 “인격살인을 당한 것”이라면서도 “검찰 조사도 있고 해서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적당한 시기에 조목조목 해명하겠다면서도 “현재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 여론에 등 떠밀려 귀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2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학동마을 그림로비 수사 과정상 피고발인 신분인 한 전 청장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사건을 종결할 수가 없다.”면서 “한 전 청장에게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는 뜻을 여러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직접 조사하는 방식 이외에 이메일 조사나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한 전 청장의 범죄가 특정되지 않아 범죄인 인도요청 등 강제수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 정권 때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 전 청장은 대선 뒤 자리 보전을 위해 2007년 말~2008년 초 안 국장을 채널로 현 정권 실세들에게 집중적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안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인 2007년 후반기에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건을 발견했다.”면서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국세청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안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갈수록 의혹이 확대되자, 검찰도 뒷짐지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 수사로 돌아섰다. 한 부장검사는 사견을 전제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마구잡이식으로 부풀려지는 것보다 차라리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해 사실과 소문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것이 낫다.”면서 “검찰로서도 언젠가 할 일을 나중에 떠밀려서 수사한 뒤 한껏 부풀려진 의혹을 따라잡지 못해 눈치를 봤느니 안 봤느니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먼저 나서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국세청 安국장 “연봉 3억 병마개회사 사장제의 받았다”

    검찰이 미국에 체류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출석을 통보하고, 전군표(구속수감) 전 국세청장 부부를 소환조사하는 등 ‘그림로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권 실세에게 건넬 3억원 상납 요구’ 주장이 나오면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입이 어디까지 열릴지 주목된다. 구속 전 안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그림로비 문제가 불거지자 연봉 3억원의 병마개 회사 사장 자리를 제의받았다.”고도 했다. 자신의 구속에 대한 강한 반발인 셈이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안 국장은 부인 홍모씨가 운영하는 G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라고 기업을 압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안 국장은 청와대 파견근무 중이던 2004년 심층 세무조사를 받게 된 S사에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5억 4300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G갤러리에서 사도록 했다. 또 국세청 총무과장 재직 시절이던 2005년 B건설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도 세무조사 무마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4억 8000만원의 미술품을 G갤러리에서 사도록 했다. B건설사는 G갤러리에서 컨설팅을 받은 것처럼 위장해 1000만원도 줬다. 이런 방식으로 2006년에도 I토건, M화재, C건설에 G갤러리 그림을 팔았다. 이렇게 해서 G갤러리가 벌어들인 돈은 14억여원에 이른다. 안 국장 측은 이런 검찰 수사내용을 표적수사로 여기고 있다. 부인 홍씨에 대해 검찰이 배임수재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 부부가 공범일 경우 한 명은 입건하지 않거나 불구속하는 것이 관행인데도 홍씨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입막음을 위한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국장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예상치 못한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 가령 2007년 정권교체 직후 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핵심요직인 국세청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또 한 전 청장이 골프회동 등을 통해 새 정권 사람에 선을 대려 했던 경위, 연장선상에서 전·현 정권에 관계된 박연차·천신일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등에 대해 안 국장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자신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면 정권이나 검찰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안 국장과 홍씨 주장을 ‘검증되지 않은 일회성 폭로’로 깎아내리고 있다. 한 전 청장과 전 전 청장에게 이어지는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 관련자들이 부인하는데다 핵심인물인 한 전 청장이 미국에 있어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검찰은 한 전 청장에 대한 범죄인인도요청 문제에 대해서도 “요청을 하려면 혐의를 특정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단계라 말하기 어렵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태성 장형우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