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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반도체산업 ‘시계0’

    수출 원동력인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불붙었다.경기가 언제쯤 되살아날지,차세대 주력제품은 어떤 게 될지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전문가와 업계의 분석들이 저마다 다르다.산업의 미래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보니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등 국내외 업계는 좌표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전망 제각각]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전문가의 분석이 엇갈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극도의 경기 침체와 시장 주력제품의 전환 등 요인이 교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다.잇따른 신제품 개발과 D램 공급처의 다변화도이유로 꼽힌다. [경기 언제 풀리나] 지난 4월 미국에서 시작된 ‘바닥(최저점) 논쟁’이 국내에서도 활발하다.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V곡선’과 ‘U곡선’으로 나뉜다.V곡선을 주장하는 측은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한 SD램 반도체의 가격이 이미 최저점에 도달,오는 3·4분기 이후 V자형으로 가파르게 반등할것으로 본다.미국의 금리인하 효과가 통상 6개월 뒤 경기활성화로 나타난다는 게 이론적 근거다.미국은 금리를 지난 1월 내렸다. 반면 U곡선 이론가들은 10여년에 걸친 미국 경제의 호황과IT(정보기술)신경제의 거품이 걷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그 시점은 빨라야 내년 초이고,그때까지는 U자 형태로 바닥권이 오래갈 것이라는 주장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전망치를 내놓기는 어렵지만 V곡선으로 가야만 국내 경제가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DDR인가,램버스인가] 차세대 주력제품 방식을 놓고 양대진영으로 갈린다.삼성전자-도시바-인텔 진영은 램버스 D램의우세를 점치는 반면 하이닉스반도체-마이크론-인피니온 진영은 DDR D램을 주장한다.삼성전자측은 “초기시장에서 램버스가 KO승을 거뒀으며 DDR 적용제품은 거의 나와있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나 하이닉스측은 “DDR이 주류가 되고 램버스는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형성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일반 SD램 힘 잃었나] 현재 쓰이는 일반 SD램의 퇴조 여부를 놓고도 설전이 한창이다.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연구위원은 “램버스나 DDR 가운데 하나가 시장 주력으로 자리잡으면 일반 SD램은 급격히 힘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SD램의 비중은 상대적으로점차 줄어들겠지만 SD램의 사용처가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퇴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SD램 사용처 확대되나] 하이닉스측은 최근 저전력 메모리양산계획을 발표하면서 “IMT-2000(차세대이동통신)휴대폰등에는 SD램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이동통신기기의 핵심칩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SD램 장착 여부를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먼 얘기”라고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국제기자연맹 서울총회 개막

    국제기자연맹(IFJ) 제24차 총회가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크리스토퍼 워런 IFJ회장,에이던 화이트 사무총장 등 세계각국의 언론계인사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정보화 시대의 언론’을 주제로 오는15일까지 5일간 열리는 이번 총회는 21세기 첫 총회이자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최초의 총회이다. 김영모(金永模) 한국기자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총회가 언론발전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면서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맞아 정보화시대 저널리즘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보화혁명은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이면에는 정보화 격차라는 그늘이 있다”면서 “개도국과 선진국,나아가인류전체가 다함께 누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지식정보화가추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J는 폐막일에 맞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서울선언’과 한국 언론상황에 관한 결의문,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항의하는 결의문 등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고건(高建) 서울시장,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한명숙(韓明淑) 여성부 장관,오홍근(吳弘根) 국정홍보처장,최학래(崔鶴來) 신문협회장,박권상(朴權相) 방송협회장,김정기(金政起) 방송위원장,강신철(姜信澈) 관훈클럽 총무 등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비전 2011프로젝트’란

    정부가 18일 추진하기로 한 ‘비전 2011 프로젝트’는 앞으로 여건변화를 감안한 우리의 경제미래상을 제시하려는것이다.즉 10년후 우리 경제사회의 모습과 핵심과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배경=제도와 관행의 틀을 깨트리지 못하면 10년 뒤 한국의 미래가 현재의 일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정부 관계자는 “구조개혁만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D램과 조선업이 세계 1위로 도약했고 정보통신산업이 비약적인발전을 했지만,질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뒤떨어진다는 얘기다.따라서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미래좌표를설정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추진 방법·일정=‘열린 세계,유연한 사회’를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씽크탱크로서 국책·민간연구소·학계·경제계 인사 등이 망라돼 국가적인 차원의 ‘경제 청사진’을마련한다. 프로젝트는 효율적인 시장시스템,동북아 지식정보강국,풍요롭고 쾌적한 삶 보장이라는 3가지 중점과제에다 16개 세부과제별로나뉜다. 이달중 구성될 16개 세부과제별 작업반장은 민간연구기관 또는 정부부처 국장급 인사들이 맡게 된다.30∼40대 초반의 젊은층들이 반원으로 참여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각을 제시하게 된다. 실무작업반이 8월말까지 시안을 마련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종합해 중간보고서를 만든다.10월 합동토론회를거쳐 11월이면 최종보고서가 확정된다.보고서는 12월이면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 강화회의에 보고돼 정식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인터뷰/ ‘후쿠자와 유키치’저자 정일성씨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자 정일성(59)은 “후쿠자와를 통해 100여년 전 격동기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우리를 침략했던 상대들의 논리를 확인함으로써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새 시대 새 좌표를 마련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한국을 이끄는 지도층이라면 반드시 일본에 대한 대처방안과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짜내느라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망동에 “우리가 냄비식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이론적인 연구를 통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 69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에 입사,문화부 기자를 하며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됐다.85년 게이오대 연수를 계기로 한일관계사에 천착하기 시작했다.지난해 ‘황국사관의 실체’를 펴낸 데 이어 2년여 준비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개화기 이후 일제 치하까지 역사가 국내에서는 정리된 게별로 없고,일본 고어를 현대어로 해석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습니다.”현재 집필활동에 전념하고 있다.앞으로 이토 히로부미 등 인물을 통해 한일관계사와 근대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김주혁기자
  • [대한광장] 민주 대선후보 경쟁의 허실

    민주당 차기대권 후보를 위한 경쟁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재창출하기 위해서는 영남출신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영남후보론를 주장한다.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의 다수가 지지하는 인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는국민후보론을 주장한다. 이외에도 35년 넘게 집권한 영남은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영남양보론도 불거져 나왔다.이러한와중에 차기대선은 특정인사가 킹메이커 노릇을 할 것이라는 킹메이커론도 인구에 회자한다. 이러한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에 관한 논의가 한국사회 발전에 어떠한 역사성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박정희정부 이후 국민의 정부 출범전까지 한국사회는 인권,민주주의,사회복지,환경보호, 남북화해 등과 같은 기본가치의 희생 아래 오로지 경제성장제일주의에 매달린 박정희식 압축성장 모델을 국가목표로추구해 왔다.즉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근대화의 양대축에서민주주의 없는 산업화만을 추구한 것이다. 물적·인적 자원 배분에서의 지역적 불평등성에 의거한동서갈등 문제,부실한 사회안전망 아래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무한대결을 일삼는 냉전적 남북한관계 등이 민주주의없는 산업화의 종착점이었다. 더욱이 최근 IMF 국가위기가웅변으로 말해주듯이 박정희식 압축성장 모델은 더이상기능하지 못하면서 기존의 성장제일주의 이데올로기도 위기에 빠지게 되자,온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여기에 정치권도 한국사회가 처한 시대사적 좌표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비전 제시를 통하여 국민을 이끌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오로지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고 정권 획득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 차기대선 주자들은 한국사회의 역사적 좌표를 치열하게 인식해야 한다.이 경우 후보의 최우선적 자격요건은 우선 박정희식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서 인권,민주주의,사회복지,환경보호,남북화해 등의 기본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지역 공존공영,지식기반경제 구축 등을 우선적으로 추구해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이는 한국사회가민주주의 없는 산업화모델을 민주주의 있는 산업화 모델로 질적 전환을 하는 데 집권의 일차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권후보가 이러한 국가발전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과거 권위주의,정경유착,고도성장,반공주의,환경파괴 등에익숙한 우리 정치문화에서 매우 위험하고 낯설지도 모른다.더욱이 박정희신드롬이 여전히 사회 일각에 남아 있는정치적 여건에서 민주주의,사회복지,경제발전,지역 공존공영 및 남북화해협력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위험성을 상당 정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당 대권후보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물론 국민의 상당수가 박정희모델의 반대자 내지 냉담자였으며 민주주의,지역균형발전,사회복지 및 경제발전 등다양한 기본가치의 신봉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이러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무시하고대선가도를 무작정 달린다면 우선 먼저 당내 경선에서 극히 불리한 위치를 점하리라라는 사실은 불보듯이 뻔한 사실이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민주당 내영남후보론이나 국민후보론 주창자들은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역사적 좌표를 치열하게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영남후보론자들이 한국사회의 지역갈등 속에 숨은 억압 및 불평등이라는 비민주적 성격을 단순히 동서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덮으려 한다면,영남지역패권주의 부활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후보론 역시 민주주의 없는 산업화 모형을 민주주의 있는 지식기반경제 건설이라는 국가발전 양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치열한 역사인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현재의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대선의 출사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01 남북한 주변4강] 러시아는 지금(2)달라진 한반도觀

    [모스크바 백문일기자] 모스크바에서 만난 언론인,학자들은한결같이 “한반도에서 이제 냉전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한다.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공교롭게도 ‘강력한 미국’과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긴장관계조짐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제 한반도 주변을 러시아와 중국,미국과 일본의 양대축으로 양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는옳지 못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주변 4강의 발걸음은 외견상 매우 빨라지고 있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남·북한 교차 방문과 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에 맞춘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둘러보기.푸틴의 27일 한국 방문에 이은 3월7일 한·미 정상회담,계속 연기되고 있는 러·일 비공식 접촉.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망(NMD)에 대항한 러시아와 중국의밀착.중국과 북한의 미사일을 우려하는 미국과 일본의 시각….그렇다면 한반도에 냉기류는 정말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것일까.푸틴이 한국을 찾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의 알렉세이 보즈넨스키 동북아 담당교수는 “한반도문제에 관련되지 않은 나라는 앞으로 동북아지역의 활동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한반도 상황은일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향후 아·태지역과 세계 군사·정치·외교·경제의 흐름을 결정할 주요 좌표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국내문제에 매달리느라 그동안 한반도문제에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그러나 연해주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과 전통적 북·러관계 등을 감안해도 러시아는한반도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푸틴의 서울 방문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나홋카공단 등 경제적 이슈를 앞세우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이방인’이 아님을 대외적으로 재천명하는 컴백 무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 내 강경파로 알려진 게오르그 쿠나제 전 주한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전략적인 의도를 띠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그는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와 정상적이고 비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변 4강들은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붕괴되기를 바라지 않고 가능한 한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이곳 전문가들은 말한다.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V P트카첸코 한국센터 소장은 “러시아가 바라는 한반도의 영구적인 지위는 한반도가 중립 자유독립국으로 남는 것”이라며 “주변 국가들은 한국이 통일되면 군사적·경제적 강국으로부상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외교아카데미 예브게니 바자노프 부원장은“한반도 주변에서 진정으로 남북 통일을 바라는 나라는 러시아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한국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가 갑자기 한국에 미소를 보내는 것은 동북아 진출이 국가 경쟁력회복에 불가피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세계정치·경제·외교무대의 ‘들러리’로 남겨두려 하는 한 러시아는 유럽 중시의 대외정책을 수정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바자노프 박사는 강조한다. 러시아와 한국은 닮은 점이 많다.첫째 한국과 러시아 모두97년과 98년 경제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를받았다.이후 한국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돼 공공·금융·기업·노사 부문의 개혁을 추진해 왔고 러시아는 푸틴호 이후 조세·금융·토지 분야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같은 유사점을 들며 남북한과 러시아와의 ‘3각경제협력’ 구도를 쌓으려고 한다. TSR 구상이 대표적이다.러시아가 북한의 발전소 건설에 지원하고 남한은 이를 북한에 대한 투자로 간주해 한국에 대한경협차관을 상환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TSR과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막대한 규모의 일본 자본이 연해주와 시베리아로 좀더 손쉽게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보즈넨스키 교수는 “한반도 주변의 다른 3강도 러시아처럼다목적 관심사를 갖고 남·북한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한반도 당사자들이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재수교 10여년 만에 한·러 양국 관계가 이념적,지정학적 고려를 떠나 진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발이 될 것이라고 이곳 전문가들은입을 모은다. mip@
  • [굄돌] 주례 유감

    서구의 실용주의 사조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전통예절은 형식주의와 허례허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그 결과 예절을 표현하는 형식과 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화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물론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켜야 할 예절까지 편의에 따라 소홀히 하거나 생략해 버리는것은 실용적인지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인륜을 거스르는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결혼식 주례를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하였다.또주례로 모시기 위해 부탁할 때나 결혼예식 전후 주례 예우에많은 신경을 썼다. 그러나 요즈음은 주례에게 무례를 범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주례를 부탁하면서도 찾아와 정중히 예의를 갖추지 않고전화 한통화로 해결(?)하려 한다든지,결혼예식이 끝난 뒤 경황이 없다는 핑계로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그 부모조차도주례에게 제대로 감사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얼마나 바쁜지 결혼식 사회자를 시켜서 즉석에서 주례에게사례비나 상품권을 휑하니 던져주고 가는가 하면,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예의를 갖춘 인사는 고사하고 전화 한 통화없고,신랑·신부와 주례가 함께 찍은 사진 한장 전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부부들에게 매년 결혼기념일에 주례에게 감사카드라도 보내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라 생각된다.주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이러할진대과연 주례사 내용을 마음에 새겨 결혼생활의 좌표로 삼기를기대할 수 있을까. 주례나 결혼식에 관한 이러한 풍속도는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그러나 때로는 형식을 중시하는 것이 곧 내용을 충실히 하는것과 통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과 결혼식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일생의 가장 중대사인 ‘결혼’이라는 ‘내용’을 그들을 둘러싼 모든 사람과 함께 확인하고 정당화하는 필수적인 절차가 ‘결혼식’이라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형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는 이가 주례인 것이다.즉 결혼식의 핵심이자 상징은 바로 주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정 의미 있고 축복 받는 결혼을 원한다면 우선 결혼식을주관하는 주례에 대한인식과 태도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염홍철 대전산업대 총장
  • 표류중 예인된 北선박·선원 사흘만에 송환

    지난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에서 기상악화로 표류중백령도로 예인된 3t짜리 북한 민간선박 1척과 선원 2명이 18일 오전남북 합동해상작전에 의해 북측에 인계됐다. 이날 남북한 해군 함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지점에서 대기,분단이후 처음으로 민간선박을 넘겨주고 받는 해상작전을 펼쳤다. 우리 해군 고속정이 인계장소에 도착한 오전 8시27분부터 북한 경비정이 예인을 시작한 8시48분까지 21분 동안의 숨막히는 작전이었다. 선박을 넘겨준 지점은 공교롭게도 양측이 99년 6월 ‘서해교전’을벌인 지점이었다. 양측은 이날 NLL 해상에서 500m 거리를 두고 작전을 폈으며,북측 경비정은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포구를 위로 올린 채NLL 해상으로 접근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남측은 특히 이 작전을 위해 출동하는 북측 경비정에게 NLL 해상의좌표를 통보했고,북한 경비정은 우리측이 제시한 지점에서 대기했다. 선박에는 북한주민 윤영수(53·평북)·리명원(52)씨 등 2명이 탔으며남측은 이 선박에 350만원짜리 30마력 엔진을 장착해주고 연료와 음식·내의 등을 전달했다. 노주석기자 joo@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엉망진창’ 크리스마스 양계장선 ‘닭 탈출극’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극장가 고정아이템.가족용 오락물들이이번 주말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판을 올린다.맨먼저 테이프를 끊는 작품 두편,‘그린치’와 ‘치킨 런’.16일 동시개봉돼 UIP와 드림웍스의 상상력이 키재기를 하게 된다. ■그린치(원제 The Grinch)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는 불쑥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질문 하나를 던지며 시작된다.크리스마스에 세상은 왜 통째로 술렁거려야 하지? 어째서 모두들 행복한 척해야 하고?성탄절을 눈앞에 두고 들떠있는 후빌마을.흥청대는 마을을 굽어보며심술쟁이 그린치가 이죽거리며 내뱉는 비아냥이다.여기서 사족 하나. 아이 손을 잡고간 어른관객들에게 상술에 휘둘리는 크리스마스의 좌표를 새삼 곱씹어보게 할,복병같이 흥미로운 대사다. 어릴적 별난 생김새로 따돌림당한 아픔때문에 산꼭대기에서 혼자 살아온 그린치는 마을사람들이 즐거워지는 꼴을 두고볼 수가 없다.외톨이 그린치에게 관심을 갖는 건 꼬마 신디뿐.신디의 노력으로 마을축제에 초대됐지만 옛 여자친구마저 시장의 선물공세에 넘어간 것을 알게 되자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로 작정한다. ‘랜섬’ ‘아폴로 13’ 등을 찍어온 론 하워드 감독의 새 영화는 눈요깃거리 가득한 뮤지컬 드라마가 됐다.이미 만화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닥터 세우스의 유명동화(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가 원작. 애당초 제작사쪽에서는 짐 캐리의 개인기에 잔뜩 기대를 걸었을 게 분명한 터.하지만 익히 봐온 그의 ‘원맨쇼’보다는 주변장치들이 훨씬 돋보이고 말았다.반인반수(半人半獸) 그린치를 빚어낸릭 베이커의 특수분장술은 역시 최고다.소외로 심사가 뒤틀린 괴물이크리스마스 선물을 닥치는대로 훔쳐낸다는 이야기는,판타지 가족영화로 옮겨지기에 아주 제격인 소재였다.크리스마스 트리나 선물이 쾌락의 상징으로 전락해 수모를 당하는 설정도 신선하다.가족코미디 ‘라이어 라이어’를 함께 만들었던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와 손잡고 하워드 감독은 1억2,000만달러를 제작비로 밀어넣었다. ■치킨 런(원제 Chicken Run) ‘월레스&그로밋’시리즈로 또하나의애니메이션 아성을 쌓아온 영국의 아드만픽쳐스가 할리우드의 메이저드림웍스와 제휴해 만든 클레이(Clay)애니메이션이다.호시탐탐 디즈니의 독주에 딴지를 걸어오던 두 제작사의 만남은 일찍부터 화제가되기에 충분했다.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보란듯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지난 6월 개봉 당시 미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 점토인형들이 얼마나 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할지는 첫 장면에서부터감이 잡힌다.압박과 설움뿐인 닭장에서 탈출하기로 선언한 일군의 닭들.허겁지겁 울타리 흙을 파올리는 ‘닭발’에는 웬걸? 몽당숟가락이삽 대신 들려있다. 이쯤부터 폭소는 1분에 적어도 한번꼴로 터지게돼있다. 트위디 여사가 그렇게 포악을 떨지만 않았어도 농장의 닭들은 조용히알만 낳고 살려고 했었다.하루라도 알을 못낳으면 치킨파이 신세가되고마는 살벌함 속에서 닭들은 잊었던 자유를 꿈꾸고,암탉 리더인진저는 미국 출신의 수탉 록키를 영입해 어떻게든 날아보려고 온갖아이디어를 짜낸다.점토인형 특유의 둔한 듯하면서도 소박한 질감은좌충우돌 코미디를 들뜨지 않게 중심잡아준다.앙칼진 트위디 여사와우둔한 그의 남편,매사에 느리지만 진실을 견지하는 진저,합리를 위장한 편의주의자 록키.캐릭터들의 면면과 갈등구도는 탈출기를 다룬여느 실사영화 이상으로 균형잡혀있다.록키의 목소리 연기는 멜 깁슨이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교육부장관의 십계명

    교육부 홈페이지(www.moe.go.kr)에는 어느 교사가 쓴 ‘교육부장관께 드리는 십계명’이란 글이 올라와 있다. 1.권한과 책임을 학교장에게 위임하는 교육행정체제의 개혁 2.선진국의 교육방법도입은 우리 현실에서 실천가능한 것부터 3.교사사기를 올리는 교육개혁 4.교육환경개선이 교육개혁이란 신념으로 교육예산을 확보 5.승진하지 못해도 교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교직풍토조성 6.교육청이 진정 학교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변신 7.교육행정의부패고리 차단 8.담임교사의 자율권 보장 9.교육과정의 양을 대폭 축소하여 인성교육과 생활교육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보 10.교원의 직제를 개편해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이 교사는 학교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신의 계명을 돌판에 새기듯 엄숙하게 장관에게 제언하고 있다.묵묵히 교단을 지키며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앞날이 밝다는 반가운 청신호다. 위의 십계명은 크게 교원정책과 교육환경의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앞으로 교육개혁의 방향은 우수 교원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사랑과 희생을 일관되게 실천해오신 스승이 있어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드라마도 많이 보아왔다.이렇게 보배로운 교육역사를 지니고 있으며,그것이 지난날 우리가 이룩한 사회·경제·문화적 성장의 동인이 되었다.더구나 오늘날국제무대에서 세계와의 협상을 훌륭히 이끌어 내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저력이 교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외국인들이 우리 교육을 한없이 부러워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제 지식기반사회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높은 안목과 뛰어난 역량을 기르고 두뇌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는 교육개혁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있다.오늘날 우리의 교육개혁 노력은 자기 개혁을 부단히 추구하는내성적 혁신추진 능력을 교육의 구조 안에 갖춤으로써 우리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만남을 무릅쓰고 달성해야 할 이 시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평생학습사회를 건설한다”는 교육개혁의 이념은 교육이 그저 학창시절에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좌표설정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문화의 자산을 바탕으로 과거 우리가 학문과 예술에서 동방의 등불이자 선진 문명국이었던 저력을 되살려서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李敦熙 교육부장관
  • 문화스냅 2000/ 편지

    이 도시에는/편지를 쓰는 시민이 아무도 없다/전화를 두고/팩시를 두고/성가시게 편지는 무슨 편지/하지만 우체부 김씨의 우편낭은/산타클로스의 선물푸대보다 더 크다/그 속에 가득찬/안 사면 손해인 소비자의 복음/홍보용 인쇄물…(이형기 ‘우체부 김씨’)#우표값을 아시나요? 이 뜬금없는 물음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손수 편지지를 고르고,곱게 우표를 붙여,골목골목 우체통을 찾아다니는 서정이 잊힌지 오래다. 요즘 우표 한장은 170원.연애편지 쓰기에 딱 좋은 무늬 편지지는 서너장 한세트에 1,000원선.경조금 담는 용기쯤으로 전락한 흰 봉투는100장들이 한통에 2,000원이고. 빨간 우체통 앞에 서면 괜스레 가슴뛰고,하릴없이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그러고보면 편지는 지난 세기의 유물 목록에 휩쓸려 어물쩍 도매금으로 넘어가버렸다. 이메일이 ‘광속’으로 오가는 이즈음.손으로 쓰는 편지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무지 촌스러운 발상일 수도 있다.그렇건만 이 가을 끝자락에서,아날로그식 수(手)작업에 새삼 향수가 쏠리는 건 왜일까. #끊임없이 편지를 사랑한 사람들 휴대폰과 이메일,인터넷이 국민적의사소통기구로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편지의 좌표는 당당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모색하는 데 펜팔이 쏠쏠한 역할을 자임한 적이있었다.어디 그뿐인가.30대만 해도 초등학생 시절에 군부대로 위문편지 한두번쯤 안띄워본 이들이 없을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활현장을 풍미한 ‘은유의 수사학’으로는 편지만큼 근사한 게 없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역사와 문학을 주름잡은 ‘세기의 편지’는 일일이 꼽기가 숨차다.육필 편지의 진가를논한다면,뭐니뭐니해도 연서(戀書)가 최고.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연애편지가 갖는 수사적 의미야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그 역사는,불과 두달전엔 레이건 전 미대통령 부부가 젊은시절 연애편지를 책으로 묶어내는데까지 맥을 이었을 정도다.고흐가 동생 테오에게,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등은 그대로 빛나는 문학작품이다. 여물지 않은 생각을 ‘날것’으로 쏴대는 이메일 시대였다면,이들이온전히 빛을 볼 수 있었을까.그리운 이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젊은이의 마음을 슈베르트는 몰랐을 것이고,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실린 ‘우편마차’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편지는 죽었을까… 현실속 인간관계가 단절될수록 사람들은 가상공간으로 마음을 뺏겨간다. 컴퓨터의 지원없는 글쓰기란 생각할 수 없는 하이퍼텍스트의 시대.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법이 폭발적으로 세를 얻게 된 배경을 놓고어떤이들은 한국적 특수성을 들먹이기도 한다. 그들 주장은 이쯤된다.“유별나게 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교육환경에 길들여온 국민성이경쟁사회에서 고립을 느꼈고,그 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유연한 소통장소로 사이버 공간을 선택했다”틀린 말은 아니다.속도지향의 세상은 즉시즉각 소통가능한 전자우편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나날이 가치를 실어주는 중이다.이메일이나 핸드폰 메시지는 체취를 담은 일종의 ‘자기확인’ 장치가 됐다는견해(김성기 ‘현대사상’주간)도 있다.액정화면에 메시지를 한꺼번에 8줄까지 띄우는 핸드폰이 인기몰이를 하는데야. #하이퍼텍스트의 시대,그래도 편지는 살아있습니다 달갑잖은 이메일을 하루에도 몇통씩 ‘휴지통’에 쓸어넣고,손가락이 안 보일 만큼날렵하게 핸드폰 단말기로 채팅 메시지를 찍어날리는 세상.이런 풍경들 속에서 육필편지가 설 자리는 사라졌다고들 믿었다. 실은 그렇긴 하다.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통계(3년마다)에 따르면,88년 전체 우편물 가운데 개인우편물이 차지한 비율은 31.1%.지난97년엔 25.2%로 떨어졌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막연한 예상처럼 개인서신이 급감추세는 결코 아니란 대목에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편물 통계담당 황성구 차장은 “정확한 통계는 잡을수 없지만,육필편지는 최근 오히려 늘고 있는 분위기다.글쓰기에 무작정 겁먹던 과거와 달리,온라인 글쓰기로 단련된 네티즌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기 때문인 것같다”고 귀띔한다. 시인 황동규씨가 그렇게 노래했던 ‘즐거운 편지’는 이제 더이상 육필 형태로만 머물러 있진 않을 태세다.모양새를 바꿔 살아남기로 했다.이름하여 ‘하이브리드(hybrid)메일’.웹상에서 작성한 메일을 우표에 소인이 찍히는 실물편지로 바꿔 보내주는 우체국 서비스가 크게인기다. 천지개벽해도 관계를 떠난 주체란 있을 수 없는 법.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보내서 마음 들뜨고 받아서 기쁜 ‘즐거운 편지’ 한통 어떨까.서정이 담긴 종이편지라면 더 좋겠다.서두르자. 황수정기자 sjh@. *영화속 ‘편지’관객을 울리고…. 100년 영화 역사 속에서 편지는 내내 요긴한 아이템이었다.‘편지중의 편지’ 러브레터를 그대로 제목이나 주소재로 삼은 영화부터 떠오른다.이와이 순지 감독의 일본 ‘러브레터’,진가신의 할리우드 ‘러브레터’,이정국의 한국 ‘편지’.일본 ‘러브레터’가 이루지 못한애잔한 사랑으로 눈물샘을 건드렸다면,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연한 충무로의 ‘편지’도 그에 못잖았다.남편이 홀로될 아내를 위해 세상을뜨기전 미리 부치고간 편지의 슬픈 정조가 오래오래 기억되는 멜로. 진가신의 영화에서는 편지의 속성이 좀더 원색적으로 드러난다.연애편지 한통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면서 온마을이 분홍빛 연정에 ‘감염’되는,익살맞은 내러티브다. 이말고도 줄줄이다.‘병속에 담긴 편지’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절절한 편지로 달랬다.‘일 포스티노’는 칠레의 망명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이름없는 바닷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담았다. 편지가 섬뜩한 스릴러로 장르를 넓히기도 했다.두어해 전 국내 개봉된 ‘킬러가 보낸 편지’는 대표적이다. 손편지가 이메일에게 자리를 내주자 영화도 그에 주목했다.맥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은 이메일을 주소재로 당당히 부상시켰다.일본의 ‘하루’는 이보다 훨씬 더 이메일 코드에 밀착한 경우.이메일이 내러티브의 근간을 이루기로는 한국의 ‘접속’도 빼놓을 수 없다. 고전이 돼버린 윌리엄 와일러의 ‘편지’(1940)에서부터 얼마전 국내개봉된 일본의 ‘포스트맨 블루스’나 충무로의 최근작 ‘시월애’까지.편지 생각은 간절하지만 당장 쓰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영화라도한편 골라보면 어떨지. 황수정기자
  • [대한광장] 일본 문부성 태도 유감

    며칠전 2002년부터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일본인이 문부성에 의해 전격 경질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그는 인도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인 노다 에이지로(野田英三郞)씨였다.이유는 일본의 침략행위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교과서를 불합격시킬 것을 주장하였기 때문이었다.노다씨는 문제의 교과서가 한·일합방의 필요성을 기술하여 한국을 자극하고 또 침략전쟁을부인하였다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보도가 진실이라면 일본의 앞날을 위하여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에 정부기관이 관여하여 압력을행사한 것이 된다.이것은 일본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학문적 자유와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분위기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은 이웃국가에 대한 엄연한침략행위이다.식민지 지배를 통하여 한국인은 자발적으로 근대화를이룰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으며,수많은 인력과 자원을 수탈당하였다. 또한 일본을 위한 전쟁수행 과정에서다수의 한국인은 희생되고 고통을 당하였다.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영토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으며,오늘날한국의 발전이 일본의 덕택인 것처럼 망언을 행하고 있다.이러한 주장은 역사적 사실도 아닐 뿐더러 한·일 관계의 개선이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역사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문부성은 어린 중학생들에게 몰역사적인 내용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이는 노다씨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독일의 네오나치즘과동일한 것이 될 것이다.결국 이러한 역사인식의 주입은 젊은이들을미래에 침략의 주역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일본 문부성의 이번 결정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적극적으로 대항할 것인가,아니면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여 침잠할 것인가.동아시아의 평화와 역사의 진실을 위해서 그리고 일본의침략에 의하여 수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위해서도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를 통하여 일본의 침략정책과 식민지 지배가 역사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이것은 역사학계의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자명한 사실인 것이다.나아가 북한 중국 등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웃과 뜻을 같이하는 일본 국민들과도 공동투쟁의 장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하여 분노 일변도로만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본이 이와같은 행동을 하는 데는 한국을 얕잡아 보는 태도가 가슴 속에 내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는 결국 우리 자신에도 문제가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외적으로는 일제 잔재의 청산을 주장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망각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은 아닐까. 우리는 이를 계기로 민족정신을 새롭게 하고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객관적으로 쓰여지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도 되돌아 보아야 한다.지나치게 주관적·심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한국사에 대한 객관적 서술만이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역사가 올바로 쓰여질 때 일본의 역사왜곡은 자연히 시정될 것이며,그들의 망언도,그릇된 행동과 역사관도 개선될 것이다. 일본 문부성은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참회하는 길만이일본의 발전을 위한 초석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일본은 주변국가는 물론 세계 여러 민족들과 더불어 살아나갈 수 있는 후세들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좌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하루빨리 시정되기를 바란다. 박 환 수원대 교수·역사학
  • 최병화씨 ‘교실 이데아’…대안학교엔 ‘문제아’란 없었다

    iTV PD 최병화씨의 ‘교실 이데아’(예담)는 대안학교 이야기를 체험수기 형식으로 쓴 논픽션 다큐멘터리다.53명의 ‘문제아’와 15명의선생님이 주인공.제도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문제아로 낙인찍힌 청소년들이 ‘대안학교’라는 전혀 새로운 교육환경 안에서 삶의 가치를재발견해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경남 합천군 적중면 황정리 원경고등학교.99년 2월,폐교된 중학교에공개모집으로 선발된 ‘문제아’들이 첫 입학생으로 들어오고 그로부터 꼬박 1년동안 지은이는 그들이 사랑과 화해를 배워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노랗게 물들인 머리,너펄거리는 힙합바지.이들을 덮어놓고 불량하게만 재단하는 시각도 기성세대들의 편견에서 비롯된다는사실부터 지적한 책은 학생들의 고민과 희망이 무언지를 생활일기처럼 찬찬히 짚어보인다. 1년동안 학교생활 이모저모를 손수 카메라에 담기도 하면서 지은이는학생과 교사들의 이야기를 똑같이 새겨들었다. “내 맘속에도 천사와악마가 있는 것같다.요즘들어 악마의 힘이 점점 커져 천사의 힘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나 혼자 그 악마랑 싸우고 있는 것같다.내 힘으론역부족이다” 어느 학생의 고민에서는 노랑머리에 힙합바지를 입고있어도 치열하게 삶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좌표가 엿보인다. 지은이의 맛깔스런 글솜씨가 책읽는 재미를 보탠다.8,000원. 황수정기자
  •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金대통령 기조연설 의미

    [뉴욕 양승현특파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기조연설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21세기 유엔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6·15 남북 공동선언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한반도 평화장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동시에 유엔의 새로운 좌표 설정 및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언급한 것은 공동의장의 남북정상회담 및 후속조치 지지성명 채택에 대한 화답으로,국제사회의 지지를 보다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국제사회가 이를 평가함으로써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우(愚)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 대통령이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지지한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로규정,고마움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실제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거론하면서 “이는 남북 당사자간 노력은물론 유엔과 전 세계 지도자의 끝없는 지지와 격려의 결과”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구상까지 밝힌 것도 이의 연장이다.국제사회의 공인(公認)을 받음으로써 우리는 물론북한도 현재의 협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김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정상간 교환방문,각료급 회담을 계속해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의 증대에 모든 노력을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나아가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민족의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며,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이러한 기조 위에서 유엔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20세기 유엔이 기여한 인권 신장과 전쟁 및 재난 방지 노력을 평가하면서 세계평화 실현,인권 신장,개도국의 경제 발전 지원,빈곤 퇴치,테러 방지,지구환경 보전 등을 21세기 새로운 사명으로 꼽았다.
  • 金대통령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차 오늘 출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6∼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오후 출국해 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뉴욕에 도착,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김대통령은 188개 회원국 가운데 160여개국의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의 새로운 좌표와 역할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김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남북한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토대로 한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에대한 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첫날인 6일 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제무대에서 첫 단독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 이후의진전상황과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방안 등에 관해 협의할 계획이다. 양승현기자 yangbak@
  • 金대통령 8·15경축사 구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주초부터 8·15 광복절 경축사 원고준비에몰두해 있다.현재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경축사는 밀레니엄 첫 광복절인 데다 분단 55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뒤끝이고,열흘 뒤인 8월25일은 집권 2년반으로 국정 전반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어서 국가와 민족의 목표와 비전을 담은 ‘제 2의 취임사’가 되어야 할 판이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남북 정상회담은 8·15 광복절 이후 남북문제에 있어 가장 큰 역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올해를 화해·협력의 원년으로 삼아 민족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남북 문제=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회고하고 21세기 우리 민족의 좌표를 설정한다는 복안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즉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우리 민족의 대응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하고,또한 이 변화에 맞춰우리 민족이 어떤 틀의 사고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남북 공동선언을 중심으로 실천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발전전략=김 대통령은 IMF위기 극복이후 국가의 발전전략과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이번 개각에서 경제팀에 대한 전면교체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해주는 단초다. 2기의 개혁 목표를 제시할 예정이다.민주와 인권신장,정보강국화,4대 개혁,국민 대화합,생산적 복지구현의 새부 실천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 동참=김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새로운 대북제안이나 구체적인 지표 설정보다는 실천쪽에 무게를 싣는다는 생각이라고 한다.또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국민의 동참과 조국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열정을 되살린다는 데목표를 두고 있다.나아가 우리 민족의 자질인 교육열과 문화 창조력을 활용한 ‘한반도의 시대’의 도래를 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국회 파행 배경·파장

    갈 길 바쁜 국회가 야당측이 제기한 ‘4·13총선 부정시비’의 늪에 빠져허우적대고 있다.추경안과 약사법·금융지주회사법·정부조직법 개정 등 4대현안이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국회파행 배경] 4·13총선 국정조사 여부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국회 파행의 표면적 이유지만 대치의 이면에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의 정치적 복선이담겨 있다.우선 검찰의 선거수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중압감이다.자칫 수사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의석판도에도 악영향을 입을 수 있고,이는정국 주도권의 치명적 타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국정조사 요구로 검찰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8월 국회’에 구미를 갖게 만드는 요인이기도하다. 검찰 수사를 일정부분 묶어두면서 지속적으로 검찰과 여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또다시 ‘방탄국회’를 기도한다”(鄭均桓 총무)고 비난하고 있다. 대치전선 너머로 한나라당이 그리는 또다른 정치적 목적은 정국 주도권이다.남북정상회담 이후 정국은 여권의 일방적 주도로 이어졌다.한나라당은 급변하는 남북정세에 적절한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한동안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부정선거 시비로 남북관계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국내정치로 돌리고,강온전략을 병행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뒤집어 민주당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을 갖게 한다.집권여당으로서 야당의 의도에 끌려갈 수만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민생현안이발목을 잡힌 데 따른 비난여론도 불리할 것 없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맞받아친다.이 때문에 국정조사 발동이 타당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는 주장이다. [피해는 국민 몫] 결국 여야의 대치는 당리당략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몫이 될 상황이다.추경예산안이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저소득층 생활안정 자금 7,538억원의 집행이차질을 빚는다. 저소득층 학생과 노인,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및 의료비·학비지원이 여의치 않게 된다. 약사법 개정안 역시 이번 회기 중에 처리되지못하면 의약분업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회사법 역시 처리가 시급한 법안으로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2차 금융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경제 전반에 큰 소용돌이가일어날 우려가 적지 않다. 진경호기자 jade@
  • 대한매일을 읽고/ 정문연 민족정체성 확립 더욱 힘쓰길

    ‘한국학 요람으로 거듭난다’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제2창업 선언 기사(대한매일 7월3일 17면)를 읽고 정문연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연은 한국학의 총본산으로서 민족문화 창달과 미래 한국의 좌표를 제시하는 민족 연구센터다.최근 이뤄진 남북 정상의 역사적 만남,공동선언문 채택,8·15이산가족 상봉 예정 등 화해와 협력의 무드가 무르익고 있다.앞으로는 다방 면에 걸쳐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따라서 남북한의 이질적 문화요소를 해소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서 이에대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분단 55년 동안 남북간에 쌓인 문제점이 많을 줄 안다.이러한 시점에서 대대적인 개편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정문연이 통일을 앞당기고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기관차가 되기를기대해본다. 이인숙 [경남 사천시 용강동]
  • 서일大 문흥술교수 ‘한국 문학평론’기고

    위기론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문학이 위기탈출을 위해 대중문화와 친하려 할때,안된다고 꾸짖을 수 있을까.문학평론가 문흥술(서일대 문창과교수)은 최근 새로운 의식과 재능으로 칭찬받곤 하는 작가의 대중문화 활용력을 문학의 본령을 해치는 ‘깜작’ 재주라고 강하게 질타한다. 문교수는 ‘한국 문학평론’ 여름호에 기고한 ‘문학의 운명과 탈 대중문화’란 글을 통해 문학의 대중문화화를 당연시하고 권장까지 하는 최근의 풍조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그는 문학이 대중문화와 상호 관계를 맺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본격문학과는 달리 대중들의 여가선용 내지 기분전환용으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킴으로써 문학 수용층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90년대 들어서 대중문화와 문학과의 관계가 문제시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글쓴이는 지적한다. 이전에는 문학과 대중문화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90년대 들어 이 거리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그 결과 작가들은 대중문화에 깊숙이 함몰된 채 문학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 가고있다고 문교수는 말한다.그에 따르면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문학은 ‘물질적 교환가치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고 개인주의적 자아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서 상실된 총체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문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문명비판의 전위기능을 담당했다. 지금은 대중문화가 문학의 거의 전 영역에 침투하면서 문학은 이같은 본래의 임무를 상실하고 말았다고 진단하는 글쓴이는 특히 ‘실상은 대중문화에그 자생적 뿌리를 두고 그것으로부터 문학적 자양분을 수용하거나 혹은 소재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겉으로는 본격문학으로 스스로 위장하는 경우’가문제라고 꼬집고 있다.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우리의 90년대 이후의 문학이 이 상태로 전락해 있다고 글쓴이는 확신한다.90년대 문학은 지배담론(이데올로기)의 모순 비판이라는 문학 본연의 임무를 상실한 채 현 정보사회 지배담론의 꼭두각시 내지 하수인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데,특히 이‘하수인’ 문학은 ‘문학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대중문화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각 문화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멀티 담론’적인 대중문화가 유행하는 멀티미디어 텍스트시대에 문학은 폐기되어야 할 ‘책’시대적 귀족주의에 젖어있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멀티미디어 시대는 ‘미증유의표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데 기존의 문학은 ‘책’의 감각에 고착되어‘통합적이고도 실험적인 상상력’을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의 흐름에 적응하지못하고 있다고 투덜댄다.따라서 이들은 문학도 멀티미디어 대중문화의 흐름에 동참하여 ‘멀티미디어 텍스트’를 지향해야 한다,즉 대중문화로부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한마디로 문학은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중문화의 하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현 정보사회의 현실을 통찰한 것 같은 이런 대응은 가장 빠지기 쉬운패배와 항복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고 문흥술은 강조한다.이전에 본격문학은지배담론에 대해 무비판적인 대중문화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이념적 좌표를 제공할 수 있었다.그러나 정보사회가 심화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작가는 예전처럼 대중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것들을 통해 시대의 모순을 비판하려 하지만 획일화한 일상성의 정보사회에서 작가의 일상은 대중의 일상과 동일한 만큼 그 비판적 상상력의 토대를 전혀 발견할 수 없게된다.이러한 사태에 직면하면서 90년대 이후의 문학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글쓴이는 설명한다. 첫째 획일화한 일상에서 쓸거리가 없음을 토로하는 소설.둘째 획일화한 일상이 지배하는 ‘감방’에서 추억으로 도피하는 경우.이 두 유형은 대중문화에 침윤되지 않고 나름으로 문학의 본령을 지키려고 애쓰는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대중문화를 그대로 문학에 차용하는 세번째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일반 대중은 그들의 일상과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문학을 멀리한다.대신일상성에서 벗어난 세계인 것처럼 보이는 정보 메카니즘의 가상현실에 흠뻑빠져든다.일상성을 탈피하는 쓸거리를 찾아 헤매는 작가에게 그러한 가상현실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그래서 문학에서 대중문화로 흐르던 상상력의방향이 이제 역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 문제는 정보 메카니즘의 상상력에 기초한 대중문화를 문학의 자양분으로 받아들인 이 작가들은 이같은 상상력의 세계를 차용함으로써 정보사회의 획일화한 일상성을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그러나 이것은 일상성에 찌든 우리들이 삶의 재충전을 위해 다녀오는 주말여행 같을 뿐, 정보사회의 지배담론을 비판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없다’고 문흥술은 갈파한다. 이어 그는 우리 문학이 본래의 임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중문화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실체와 그 문화를 지배하는 지배담론의 문제점에 대한 문학인의 과학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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