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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① 논술문 작성법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① 논술문 작성법

    올해는 논술에 대한 수험생의 관심이 유별나다. 수능이 쉽게 출제돼 시험으로서 변별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3개 대학이 수능과 내신 성적 이외에 논술 시험을 치른다. 결국 대입시에서 당락은 사실상 논술시험 결과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서울신문은 당초 예정했던 일정을 수정해 앞으로 4차례에 걸쳐 ‘실전논술 지상강의’를 마련한다. 정통적인 논술 공부 방법이 아니라 당장 한편의 논술을 작성할 수 있도록 실전적인 방법을 택했다. 논술은 한 두달 집중해서 터득할 수 없는 영역으로 시험이 목전에 다가온 현실을 감안해 신문사에서 사설이나 칼럼을 쓰는 방식을 원용했다. 수험생 독자들이 그동안 공부해온 실력을 가늠해 보고 혹은 논술 실력을 다지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첫회의 논술문 작성법에 이어 두번째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글(가)를 토대로 글(나)와 (다)를 참고 삼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비판하고 우리의 대응 방안을 1500자 안팎으로 논술하라.’로 논제를 잡았다. 논술 습작용으로 활용할 글은 서울신문 기사들로 홈페이지(www.seoul.co.kr) ‘2005학년도 논술 지상 강의’에 올려 놓았다. 서울신문은 관련 기사를 제시문 삼아 한편의 논술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독자 수험생들은 사이트의 제시문을 미리 읽어보고 논술문 작성의 얼개를 짜본다. 그리고 12월2일(목요일)자 실전논술 지상강의 기사와 함께 홈페이지에 게시된 ‘예시 논술’을 함께 공부해 본다면 논술 실력의 갈무리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독자 수험생의 많은 활용을 기대한다. 1. 서론 서론은 논술문에서 쓰고자 하는 내용, 논술하려는 주제 즉 논제(論題)를 소개하고 논제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논제가 왜 논의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함으로써 본론에서 논격적인 논의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이라는 내용의 논술문을 쓴다고 가정하고 서론을 써본다. ‘논술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능이 평이해 논술이 대입시에서 당락의 중요 변수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은 다른 영역과 달리 짧은 기간의 공부로 쉽게 터득할 수 없다. 입시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이 절실한 까닭이다.’ 위의 예문에서 ‘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이 논술하고자 하는 주제 즉 논제가 된다. 그리고 논술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논제를 도입했고, 대입시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논술은 단기간에 정복할 수 없고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론에서 논의할 내용으로 이어주고 있다. 2. 본론 본론은 서론에서 소개된 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다. 다시 말하면 서론에서 제시한 논제를 역시 서론에서 제시한 관점에서 따지고 평가해서 의도했던 주장이나 입장 혹은 의견을 내세워 한다. 본론의 논의는 논술문인 까닭에 논의하려는 쟁점 즉 논점(論點)마다 설득력 있는 논거(論擧)를 통해 논리적인 증명, 즉 논증(論證)하는 논리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 본론의 논의에서 우선 논점을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위의 논술 예로 다시 돌아가 간략하게 본론을 써 보자. ‘논술을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논술문의 얼개를 만들어 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논술문에서 얼개는 마치 지도와 같다. 지도가 목적지를 정확히 안내해 주듯 설계도 역시 논술문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좌표가 되어 준다. 급우들과 토론도 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이다. 논술쓰기의 관건은 논점을 찾는 작업이고 토론이야말로 지름길이다. 많은 습작 역시 논술 실력을 효율적으로 높여준다. 논술은 결국은 글쓰기로 표현력이 필수적인 요소다. 지난해 좋은 성적으로 입학한 선배도 많은 습작으로 논술에서 수능 뒤집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위의 예문에서 얼개 짜기, 토론하기, 습작 등이 각각 논점이 된다. 논점에 대해서 지도라거니 논점찾기의 지름길이라거니 혹은 논술은 결국 글쓰기라는 등의 이유는 논거가 되어 서로가 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임을 논증하고 있다. 논점을 찾아 논거를 제시해 논증하는 작업은 순전히 글 쓰는 사람의 몫이다. 논거를 들어 논증하는 방법으로는 위의 예문에서 보듯 비유나 사례, 때로는 권위있는 의견이 인용된다. 실제 대학 입시에서는 대개 제시문을 통해 논제를 제시하고 논점의 힌트를 준다. 그러나 논거를 찾고 그 논거를 활용해 논증을 하는 작업은 순전히 수험생의 몫이고 바로 이 과정에서 논술 실력의 대부분이 우열을 보이게 된다. 대학들은 대개 사례를 들어 논술하라고 명시해 사례를 통한 논증을 요구한다. 수험생들의 배경지식을 가늠해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배경 지식은 독서를 통해 쌓아가는 것이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대입시 논술문이라면 교과서 정도의 지식이면 해결된다. 또 본론에서 논거를 제시해 논점을 논증하는 과정을 논술문의 길이를 조절하는 조정판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논점은 세개 정도면 무난하고 요구하는 글의 양에 따라 논점을 두개로 줄이거나 네개로 늘릴 수 있다. 논거로 드는 사례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 글이 짧으면 사례를 하나 더 들고, 많으면 줄여서 전체적인 글의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3. 결론 결론은 본론에서 논의를 토대로 자기의 입장이나 주장 혹은 의견 즉 논지(論旨)를 밝혀 논술문을 맺는 단계다. 결론에선 본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아우르면서 한편으로 나름대로 논거를 통해 논지의 설득력을 높이는 논증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효율적인 논술 공부 방법’의 결론을 써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논술 공부 방법은 나름대로 효용성이 있다. 논술문은 설득이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도 역할을 하는 얼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얼개 짜기는 초기단계의 과제로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만한 가치는 없어 보인다. 급우들과 토론 역시 논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논술문의 설계가 훌륭하고 논제에 맞는 논점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를 글로 제대로 얽어내지 못한다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시험을 한달여 앞둔 요즘이다. 나름대로 논제를 정해 습작을 시도한다면 논술 공부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줄 것이다. 더구나 습작을 위해서는 얼개를 그려야 하고 논점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공부 방법도 모두 병행할 수 있어 좋다.’ 결론에서 각각 논점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거쳐 효율적인 공부 방법으로 습작을 선택했다. 습작을 많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곧 논지가 된다. 논술문은 특정의 논제에 대해 논증 과정을 통해 논지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다. 결론에서도 논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결론의 논의 역시 본론에서처럼 철저하게 논증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결론의 논증 방법은 본론의 논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 평가 방법이 적절하다. 본론에선 사례 제시나 비유 혹은 인용의 방법이 활용되었던 것과는 다르다. 논점을 비교해서 평가할 때에는 논지로 선택하지 않은 논점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일방 인정하면서 선택한 논지의 우월성을 강조해서 결론을 맺어야 한다. 저 꽃도 예쁘지만 이 꽃이 더 예쁘다는 구도를 동원하는 게 설득력을 강화시켜 준다. 글쓰기는 세상 살이와 비슷해서 공식이나 원칙이 없다. 물론 정답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기본적인 대강이 있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은 대개 한 문단을 300자 안팎으로 쓴다.300자 안팎이면 논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길이로 실제 시험에서 300자 정도로 문단을 나누면 무난할 것이다. 만약 1200자 논술문을 쓴다면 4문단,1800자라면 6문단 그리고 2500자 논술문이라면 8문단으로 나누면 좋을 것이다. 논술시험을 치를 땐 요구하는 원고량을 300자를 기준으로 구분해 두었다가 적절히 길이를 조정해 간다면 원고량을 맞추느라 애를 먹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한 문장은 35∼40자로 구성되고 ‘∼하고∼했다.’는 식의 중문으로 연결하면 70∼80자 정도가 된다. 따라서 한 문단은 단문이라면 8개 그리고 중문이라면 4개 정도가 되는 셈이다.. 더 짧은 문장이라면 17∼20자 안팎으로 조정하고 단문과 중문을 적절히 배합하면 설득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짧은 문장이라도 관형어와 부사를 활용하다 보면 대개 35∼40자까지 늘어난다. 논술문은 논제를 정해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체계적인 틀로 나누어, 논거를 통한 논점의 논증 과정을 거쳐 논지를 이끌어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주장이나 입장 혹은 의견은 논제가 되고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체계적인 틀과 논증 과정이라는 논리적 틀을 함께 이용해 자기 논지를 수용토록 설득하는 작업이다. 실제 대학 시험에선 무엇에 관한 글이라는 식으로 논제를 제시해 준다. 또 관점이라는 형식을 빌려 논점도 제한해준다. 논술은 체계적인 틀과 논리적인 틀을 완성해 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써 나간다면 무난히 치를 수 있을 것이다. chung@seoul.co.kr ■ 논술문이란 논술문은 주장이나 입장 혹은 의견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틀을 통해 설득력 있게 쓴 글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논술문은 다른 사람의 설득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글이라는 점에서 수필이나 소설 혹은 시와 크게 다르다. 논술문은 목적이 분명한 글로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한 틀을 활용한다. 서론, 본론, 결론 등 세 토막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내용을 독특한 구성으로 글을 써야 한다.
  • [재계 인사이드] 회장님도 이젠 PR시대

    [재계 인사이드] 회장님도 이젠 PR시대

    “이번 행사는 저희 회장님이 직접 참석하셔서 그룹 경영에 관한 좌표를 제시하는 자리이니 적극 검토해 주십시오.”(모 그룹 홍보담당) ‘숨어 있던’ 대기업 회장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은 경영권 분쟁이나 검찰 수사 등이 회장들의 ‘단골 뉴스’였지만 최근에는 그룹 책임자로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비중있게 다뤄진다. 각 그룹 홍보담당들도 자사 회장을 좀더 부각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알리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손길승 전 회장과 최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고초를 겪은 데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대혼란에 빠진 터라 최 회장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SK그룹이 9월 이후 배포한 최 회장 관련 보도자료만 15건에 달한다.SK㈜는 지난달 25일 ‘해외유전개발 박차’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러시아·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최 회장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10월19일에는 제주도 CEO 세미나 개최로 주목을 받았고 13일에는 ‘최태원 회장, 베트남 민간경제외교 25시’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추석을 앞둔 9월7일에는 최 회장이 중소기업 자금결제를 추석 이전에 마무리 지으라고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이 같은 날 예멘 석유장관과 만난 것도 홍보자료로 만들어졌다. 지난 8월3일 최 회장이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진은 ‘회장님 알리기’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과묵’한 이미지였던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요즘 하루 걸러 한번꼴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미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한 정 회장이 “최고의 생산성으로 만든 최고 품질의 차를 미국 고객에게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며 홍보했다.‘정 회장, 현장경영을 통한 미국시장 공략’이라는 자료를 낸 지 불과 이틀 만이었다. 지난달 21일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방문한 정 회장이 세계 8위 철강그룹 도약을 선언한 것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밖에 하이브리드카 개발 기념식, 파리 모터쇼, 중국 제2공장 준공, 양궁인 축제의 밤 등 최근 열린 주요 행사들도 정 회장 ‘PI(President Identity)’에 큰 도움이 됐다.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의 활약상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LG는 지난달 21일 ‘구본무 회장, 승부사업 현장은 세계 어디든 간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 회장이 올들어 해외 5번, 국내 7번의 출장을 소화하며 승부사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달 4일에는 구 회장이 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인도 출장길에 올랐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이밖에 승부근성 강조, 연구개발(R&D) 인력 확보 독려, 다이내믹 LG 선언 등 구 회장이 ‘1등 LG’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자료들이 심심찮게 제공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주목받고 있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화측은 김 회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자 미국내 활동자료를 쏟아냈다. 김 회장은 최근에도 파격적인 그룹인사와 함께 “계열사 가운데 세계 일류가 하나도 없다.”는 질책성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좀처럼 부각되지 않았던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도 지난 9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취임으로 보폭을 넓힌 뒤 최근에는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딩을 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이처럼 많은 그룹들이 ‘회장님 PR’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롯데 신격호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등은 여전히 언론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최 회장의 이미지를 전문경영인의 자질을 갖춘 총수로 가꾸고 있고 현대차는 정 회장의 역동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덕담을 푸지게 들어온 작가 윤성희(31)가 새 소설집 ‘거기, 당신?’(문학동네)을 펴냈다. 2001년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으로 문학적 좌표를 굳힌 작가는 새 작품에서도 기왕에 꺼냈던 얘기를 마저하기로 한 듯하다. 데뷔작에서 그랬듯 주인공들은 여전히 이렇다 할 희망없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부유한다. 그들 주변부를 들춰내는 작가의 필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과장없는 문장, 생략의 묘미를 살린 상황묘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섬세하고 또 따습다. ●‘레고‘ 이후 발표한 단편 10편 묶어 소설집은 그동안 띄엄띄엄 발표해온 단편 10편으로 묶였다. 첫번째 단편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를 통해 작가는 전작(‘레고로 만든 집’)을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키며 못다한 이야기의 끝말을 이어붙였다. 지진아 오빠와 무능한 아버지가, 이번에도 불운의 가족구도를 빌려 엇비슷한 모양새로 환생했다.‘나’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 어려서 사고로 죽은 쌍둥이 언니, 집을 나가 죽어버린 아버지. 혼자 남은 ‘나’는 우연히 열차 칸에서 만난 가출 여고생 Q,W와 만두가게를 차린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궁핍, 소외, 고독 등의 초라한 이미지로 덧칠됐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한 작가의 연민은 번번이 각별하다. 보물찾기에는 실패했으되 나와 여고생 친구들은 만두가게에서 함께 모여 살고(‘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밤마다 세금고지서들의 사연에 귀기울이는 ‘그’와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그녀’는 스며들듯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거기, 당신?’), 여자친구의 알 수 없는 마음을 찾아 서가의 책을 뒤지는 ‘갈매기’와 도서관 사서 ‘그녀’가 어느새 의기투합하기도 한다(‘그 남자의 책’). 소외된 인물들에 천착하면서도 작가는 주인공들 혹은 독자들에게 종국에는 치열한 생의 의지를 품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윤성희 소설의 궁극적 지향은, 고독한 존재들의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절망을 유머화하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시대의 ‘주변인의 주변인’들을 위무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위무의 문학’ 소임 다한 글쓰기 곤고한 세상살이에 대한 위무가 문학의 한 기능이라면, 작가의 글쓰기는 소임을 다한 듯하다. 길눈이 어두운 독자라도 상관없겠다. 작가가 펼쳐 보이는 ‘위안의 지도’는 복잡하지 않다. 맨눈으로 샛길까지 찾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는 생각은 조금씩 옅어졌다. 사람들은 그래서 밥을 먹나봐…”(‘봉자네 분식집’)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공지영 “배반 않는 건 글 뿐”

    공지영 “배반 않는 건 글 뿐”

    소설가 공지영(41)이 돌아왔다.‘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이후 장편소설로는 꼭 5년만이다.“오랫동안 칼을 놓았다가 어쩔 수 없이 수술실로 들어선 의사처럼 두려운 마음이었다.”고 했다.“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것은 글쓰기뿐”이었음을 알게 됐고, 소설 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는 그다. 새 장편 ‘별들의 들판’(창비 펴냄)은 소설로 풀어쓴 ‘베를린 일기’다.2년 전 안식년 삼아 1년여를 지낸 베를린의 교민사회에서 낯설고도 다양한 사연들을 만났고, 그들을 놓치지 않고 글감으로 복원해냈다. 중·단편 6편의 연작소설집은 후일담 성격이 그래서 짙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특정인의 실화와 무관하게 주변 이야기들에서 모티브만 빌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386세대 작가로서 고민의 끈을 부여잡고 애면글면했던 흔적을 들키고 만다. 작중 인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 선택의 문제였든 시대의 질곡에 휘둘린 결과였든, 지난 세월에 긁힌 상처를 숙명처럼 떠안고 현재를 살아낸다는 점에서다. 이념의 가치가 표백돼버린 상실의 시대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는 인물들에게 작가의 뜨거운 연민이 가닿는다. ‘네게 강 같은 평화’의 최영명이란 이름의 사내는 지독한 자기환멸을 남몰래 감당하느라 휘청댄다. 해외취재를 핑계삼아 찾아간 베를린에서 그는 임수경 방북에 연루돼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촌형 수명을 만난다. 오십줄을 바라보며 남루하게 늙어가는 형, 잘 나가는 보수 신문사의 기자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듯하나 몰래 만나는 여자 문제로 위선의 굴레에서 허우적대는 사내. 전혀 다른 캐릭터 같으나,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를 고뇌한다는 지점에서 번번이 닮은꼴로 포개진다. 한때 운동권이었던 가난한 독일 유학생의 아내 서영이 풀어가는 ‘섬’, 광주항쟁을 세상에 알렸던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가 등장하는 ‘귓가에 남은 음성’ 등을 빌려 작가는 시대적 증언을 담는 소설의 기능을 환기시킨다. 생래적 연민을 품고 등장인물들을 멀찍이 조망하는 듯한 화법은 화려한 은유 없이도 가슴을 싸하게 만드는 신통력이 있다.“십년 전에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야 했던 진실이 이제는 지루해진다. 사명은 팔자가 되어버리고 운명은 개그로 바뀌어버린다.”(‘네게 강 같은 평화’)고 주인공은 탄식한다. 힌츠페터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또 주인공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처럼 쓰라리고 서러웠다.”(‘귓가에 남은 음성’)고 통렬한 고백을 날린다. 여성작가로서 물끄러미 발 아래 좌표를 들여다본 모성적 글쓰기도 잊지 않았다. 폭력에 못이겨 이혼한 전 남편을 10년만에 만나 아이를 되찾으려는 여자(‘빈 들의 속삭임’), 아버지를 여읜 뒤 실연의 상처까지 안고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 나연을 만나러 베를린을 찾은 또 다른 여자(‘별들의 들판’)가 여성 정체성을 실존적으로 발언하는 인물들이다. 행간의 체온이 갈수록 더해질 수밖에. 작가는 열일곱살짜리 딸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인 것을. 나른한 수사나 출렁대는 자의식 없이 ‘통속’을 가장한 직설화법에 대해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그의 소설만큼 시류 변화를 예민하게 읽어내면서도 속된 변화를 거절하는 절조를 보여주는 세계도 드물다.”고 평했다. “사형수에 관한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라고 작가는 말했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산이 시를 품었네(이은봉·유성호 엮음, 책만드는집 펴냄) 시인 이은봉과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이성부의 시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평론집.1980년대 중반 이후 이성부 시인이 발표해온 ‘산(山)시’, 그에 대한 평론과 서평, 인터뷰 등 다양한 글들이 추려졌다.9000원. ●다보탑을 줍다(유안진 지음, 창비 펴냄) 유안진 시인이 ‘봄비 한 주머니’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열두번째 시집. 여자로, 어머니, 며느리로 부지런히 좌표를 바꿔가며 여성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시들이 안온한 듯하면서도 사회성 짙다.6000원. ●너는 달의 기억(서준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1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수족관’을 발표하며 데뷔한 신인 서준환(34)이 낸 첫 소설집. 초등학교 6학년 화자가 이성을 경험하며 폭력적 현실에 눈떠가는 표제작과 ‘수족관’ 등 7편 수록. 문학평론가 김태환은 “전위적 문학의 전통 속에서 극단적 예외성을 추구하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9000원. ●고스트 스토리(전2권)(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호러소설계를 주도하는 피터 스트라우브의 대표작. 연쇄 살인, 가축도살 사건이 잇따르는 시골의 기괴한 이야기. 늑대인간, 흡혈귀, 저주받은 마을 등 고전적 소재들이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각권 9500원. ●상선암 가는 길(이시환 지음, 신세림 펴냄) 이시환은 1988년 ‘월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백운대에 올라서서’‘무제’ 등 10여편의 시집을 낸 시인. 관조와 직관에서 우러난 선시(禪詩), 냉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비판시 등 80여편을 묶었다.8000원.
  • [2005大入수능전략 지상진단-과학탐구] 원리이해 철저히…그래프·표 눈에 익혀라

    [2005大入수능전략 지상진단-과학탐구] 원리이해 철저히…그래프·표 눈에 익혀라

    과학탐구도 이번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되면서 심화학습 방식으로 출제된다. 한 문제로 여러 과목에 걸친 지식을 묻던 예전과는 달리 그 과목에 관한 내용만을 묻게 된다. 자연스레 문제가 까다로워질 것이다. 출제 범위가 좁혀졌으니 깊이 있는 문제가 나올 것이고, 난이도가 같은 수준이더라도 문제 유형이 달라졌으니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과학탐구는 개념을 이해하고 또 응용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암기 과정을 거쳐야 하는 특성이 있다. 한마디로 단기간의 공부로는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험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 전국 최고의 스타 강사들이 꾸민 이번 ‘과학탐구 진단’이 수험생들에게 ‘보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서울신문은 오는 11월17일 수능이 끝나면 대학의 논술과 구술면접에 대비해 ‘실전 논술 지상강의’를 마련한다. 올해에 핫이슈가 된 시사문제를 선별, 제시문 삼아 사설이나 칼럼을 써내려 가는 특유의 기법을 활용한 논술작성법을 소개한다. 정인학 교육대기자 chung@seoul.co.kr ■ 생물 수능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수험생은 더욱 초조해지겠지만 그동안 모의평가에서 출제되었던 문제 유형을 참고 삼아 남은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평가원의 그동안 모의평가를 분석해 보면, 이번 수능에서도 역시 개념 원리 이해와 자료 해석이 무척이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단순한 교과서 개념보다는 원리이해 위주로 공부한 학생에게 문제 해결이 수월하다. 생물1의 경우 생명의 특성·순환·유전 부분의 교과 개념이 확대되었으므로, 기본 문제부터 실험원리 문제까지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EBS 문제집에서도 학생들의 오답이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보면, 자신의 이해도 역시 문제를 통해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 오답 노트를 통한 개념정리식의 학습으로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한다. 소재면에서도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응용한 문제가 대부분이며, 친환경 농법, 농약과 화학비료 등 환경 문제를 출제하긴 하였으나, 자료해석 문제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생물2의 경우 정의에 의한 문제 해석 유형이 많이 출제되므로, 기본용어의 정의를 꼭 숙지하도록 한다. 분류 부분의 확대로 암기 사항이 많아진 듯하나, 기본적인 계통의 진화 순서를 숙지한다면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겠다. 생명공학 부분의 신기술 관련 교과서 읽어보기 부분도 꼭 짚고 넘어 가길 바란다.EBS 문제의 특징은 일단 난도가 높은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다는 것이다. 개념의 이해를 심도 있게 다루므로 단순암기식의 학습을 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첨부된 해설서를 꼭 숙지하여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탐구 영역 중 생물1은 주로 인체에 대해 다루므로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생물2의 경우는 좀더 구체적인 대사 과정이나, 과학사를 다루므로 원리 이해가 중요하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는 시간을 배분해 많은 문제를 접하는 것이 좋겠고, 오답 노트를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이 시점에서 너무 문제풀이에 치중하기보다는 공부하던 기본서를 충실히 정독하여, 문제풀이와의 비중을 5대5로 맞추어 취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으로 남은 시간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 ■ 화학 평가원의 모의평가 화학 문제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일관된 경향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화학Ⅰ은 개념형 문항(과학개념의 이해, 개념의 적용), 화학Ⅱ는 탐구자료의 분석 및 해석형 문항의 출제 비중이 특히 높다. 또 교과별 단원에 따른 출제 비율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경향은 2005 수능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Ⅰ을 공부할 때는 과학개념의 이해형 문항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보다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물이 극성 물질을 잘 용해시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 분자가 수소 결합함에 따라 분자의 질량이 비슷한 다른 물질에 비해 어떠한 특성을 갖는지, 그리고 이러한 특이성으로 인해 자연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을 서로 연관지어 학습해야 한다. 개념의 적용형 문항은 개념 원리의 이해뿐만 아니라 이해한 개념과 원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9·16 모의평가 화학Ⅱ 3번 문항은 돌턴의 부분 압력과 관련된 내용이 자료로 제시되고, 제시된 자료를 분석하여 개념을 이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상황에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문항은 2005 수능에서도 상위권 학생 변별을 위해 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여 대비해야 한다. 탐구자료의 분석 및 해석형 문항은 교과서에 제시된 자료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화학은 자연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과 탐구를 통해 얻은 결론으로부터 다양한 원리·이론·법칙 등으로 구성된 학문이다. 수능에서는 이러한 개념과 원리를 그래픽 자료(도표·그래프·그림 등)로 함축시켜 제공한 후 제시된 자료를 분석 및 해석할 수 있는지를 통해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나온 그래픽 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함과 동시에 관련 자료가 어떻게 출제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모의 평가에서 나타난 단원별 문항 수를 보면 화학Ⅰ은 Ⅰ단원(물·공기·금속과 그 이용)에서 72%가량이 출제되었고 화학Ⅱ는 화학반응 단원의 비중이 45%로 높았다. ■ 물리 수능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해서 새로운 교재로 물리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만 푼다고 성적이 오를 리 없다. 지금까지 푼 문제 가운데 틀린 문제를 다시 풀면서 어떤 영역에 해당하는 것인지 목차에서 하나씩 체크하고, 많이 틀린 부분은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물리Ⅰ은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것만큼 그 원리가 생활에서 응용되는 예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원리야 변할 리 없지만, 생소한 예들이 문제로 주어지면 당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서나 참고서의 실험과 함께 응용 예제도 꼼꼼히 챙겨두자. 역학 부분에서는 어떤 원리가 적용되었는지 분석하는 연습을 문제를 통해 꾸준히 해야 하고, 전자기와 파동 부분에서는 현상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파동 부분은 7차 교육과정에서 새로 추가되었기에 다양한 현상과 원리에 주목하여 그림과 사진을 눈여겨보아야 하고, 빛과 물질의 이중성 부분에서는 대표되는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꼭 알아두자. 물리Ⅱ는 두번의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면 난이도 면에서 Ⅰ보다 쉽게 출제되었다. 내용과 공식들을 주어진 조건에 적용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Ⅰ과 구분되는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역학 부분에서는 Ⅰ에서 배운 내용을 평면에서의 운동으로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하고, 중력장에서의 포물선 운동이나 만유인력과 원운동은 빠지지 않고 출제되는 영역이므로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자. 전자기 부분에서는 Ⅰ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기장과 전위, 그리고 교류회로로 확대시켜야 한다. 마지막 원자와 원자핵 부분은 교과서나 참고서의 내용을 다양하고 꼼꼼하게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수능에는 한번 풀어 보았던 문제란 없다.EBS 교재에서 보았던 실험이나 그림이라도 분명 변형되었을 것이다. 그 변형에 당황하지 말고, 문제부터 꼼꼼히 읽자. 일정·마찰·등속·증가·감소 등등…. 문제의 키워드를 찾지 못하면 문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개념으로 먼저 풀고 공식으로 확인하면, 풀지 못할 문제도 실수할 문제도 없다. ■ 지구과학 7차 교육과정으로 처음 실시되는 금년도 수능시험에선 지구과학이 선택과목이 되면서 우선 문항수가 늘어났다. 또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여야 하는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난도 높은 문제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평가원의 모의고사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지구과학의 마무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첫째, 과학적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기본용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라. 단순한 자료해석처럼 난도가 낮은 문제를 틀리는 학생은 대부분 과학적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고득점을 위해서는 단원간 통합문제에 대비하라. 지구과학 교과목의 특성상 지구 환경의 여러 구성요소가 상호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구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하여 여러 단원의 내용을 종합한 통합문제의 비율이 높다. 여기에 대비하려면 각 단원의 핵심 내용과 기본원리 및 공식 등을 암기하여야 한다. 셋째, 교과서와 EBS교재 등에 있는 각종 도표·그림화보 등도 눈에 익혀라. 같은 내용이지만 교과서에 있는 도표의 좌표축을 바꾸어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표준화석이나 천체의 그림 등은 설명 없이 문제에 나오는 경우가 있고 이를 모르면 해결이 어렵다. 넷째, 금년에 발생한 지구과학적 현상이나 사건에 주목하라. 특히 화성 탐사와 관련해 밝혀진 화성의 특징, 태풍과 허리케인의 발생 원리와 특징, 금성의 태양면 통과, 부분일식 등 시사성이 있거나 엘니뇨·라니냐와 같은 환경 변화에 관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7차 교육과정에 새롭게 도입된 교과 내용을 정리하라. 과거에도 교육과정이 바뀌면 새로 도입된 내용이 반드시 출제되었다. 지구과학Ⅰ의 경우 지구의 탄생과 진화 과정,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지구환경의 상호 작용, 기후변동, 단열 변화와 강수 과정, 원격탐사, 망원경의 구조와 원리 및 관측방법, 천체의 겉보기 운동, 연주시차, 천동설과 지동설 등을 다시 한번 정리하기 바란다. 끝으로 지구과학Ⅱ의 경우, 심화학습 과정이므로 기본원리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학습태도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기상·천문 분야에서는 물리적인 계산문제에도 대비하기 바란다.
  • [문화마당] 백조 또는 보바리 부인/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청량한 햇살,출렁이는 황금 들판.가을은 봄과 여름 동안 땀 흘려 가꾸어 온 삶의 열매를 수확하면서,겨울을 넘어 이듬해 봄에 뿌릴 새로운 씨앗을 잉태하는 때이다.그렇다면 이 계절에 우리가 거둬들일 삶의 열매는 어떤 모양과 색깔을 띠고 있을까. 얼마 전 서울 소재 어느 구청의 백일장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일이 있다.주부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참가를 해 대성황을 이루었다.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백일장에 참가한 주부와 어린 학생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또 고마울 따름이었다.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쓸 글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열심히 원고지에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면서,문득 우아한 백조의 자태가 떠올랐다. 문학을 최고의 예술로 평가하고 있는 어떤 사상가는 문학을 ‘고독한 백조의 최후의 노래’에 비유하고 있다.모든 새들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길 잃고 방황할 때,홀로 고독하게 최후까지 어두운 밤하늘을 비상하여 다른 새들이 나아갈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 백조는 얼마나 숭고한가.문학은 그런 백조와 같은 것이다.위대한 문학작품은 시대의 모순에 맞서 싸우면서 그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그러면서 문학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절대가치로 숭배되는 돈과 무관한 자리에 있다. 이처럼 고귀하지만,가난과 배고픔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문학에 심취하여 백일장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물질적 가치가 지배하는 황폐한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대신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서 좀더 가치 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일 것이다.이들은 대개 평소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밝고 진솔한 눈으로 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왔고,그 과정에서 지난 삶을 반성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해 왔을 것이다.그러기에 이들의 가을 열매는 고고한 백조의 향기로운 숨결로 가득 빛나지 않겠는가. 그런 백조 같은 이들이 있는 반면,보바리의 후예들도 있다.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 나오는 보바리는 프랑스 시골에 사는 처녀인데,삼류소설과 잡지를 통해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키우고,급기야 그 허황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파리의 사교계에 진출했다가 파멸하는 인물이다.이 보바리라는 인물로부터 ‘보바리 부인의 기질(Bovarysme)’이라는 용어가 생겨난다.이 용어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발적이고 개성적인 측면에서 어떤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각종 정보 매체나 타인 등의 주변 환경에 의해 촉발되어 모방 가능한 모든 것,특히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과 관련된 것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려는 성향을 비하하여 표현하는 것이다.오늘날 보바리의 후예들은 어느 탤런트의 머리띠가 유행하면 똑같은 머리띠를 하고,어떤 연속극에 멋있는 가구나 옷이 나오면 그것을 구매하고픈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다.또한 옆집에서 멋있는 차를 사면 그보다 좋은 차를 사야만 직성이 풀린다.심지어 이들은 성형수술로 스타의 얼굴까지 모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낙엽이 뒹구는 도심의 거리를 걷다 보면 코를 찌르는 향수에 자주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그런 육신의 향기가 아니라 마음의 매혹적인 향기가 그립다.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이 가을은 백조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황홀한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 [2005大入수능전략 지상진단-언어영역] 비중커진 쓰기·어법·어휘 기출문제로 공략

    [2005大入수능전략 지상진단-언어영역] 비중커진 쓰기·어법·어휘 기출문제로 공략

    수능시즌의 막이 올랐다.서울의 일부 학원들은 추석 연휴에도 ‘특강’을 마련해 수험생들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기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올 수능은 출제방식이 통합교과에서 심화학습으로 바뀌어 처음 치르는 시험이다.6월에 이어 지난 16일에 실시된 모의수능이 유일한 더듬이인 셈이다.서울신문은 예고한 대로 내로라 하는 ‘스타 강사’에게 의뢰해 언어영역을 시작으로 올해의 수능을 영역별로 차례차례 분석,진단한다.이번의 언어영역에 이어 오는 30일(목요일)자 신문에서는 수리영역을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전망한다.수학 박사이기도 한 서울 경복고교 성덕현 교사(교무기획부장),대성학원 손광균 강사,교육방송(EBS)에서 강의하는 종로학원 남언우 강사 그리고 중앙학원의 이상길 강사가 집필을 맡는다. ■ 한만성 서울 자양고 교사 수능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성실하게 꾸준히 준비해 온 것을 순탄하게 마무리한다면 최상이겠지만,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1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오답 노트를 만들라는 말을 듣게 된다.입시가 존재하는 한 아마도 영원할 것이다.하지만 먼저 수학능력 시험이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언어 영역에는 단순 암기 문제는 거의 없다.특별히 국어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도 적다.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배경지식’과 ‘사고력’을 요구한다.그런데 수능이 객관식 형태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이 점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한다.이 점을 소홀히 한다면 점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언어 영역 점수가 노력하고 고민한 만큼 수월하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을 텐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먼저 여태까지 본 학력고사와 모의고사를 분석해 본다.약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알아야 한다.쓰기 부분은 유형이 뚜렷하다.즉 효율적으로 정리한다면 빠른 시간에 극복이 가능하다.선생님의 지도와 문제풀이 정도로도…. 문학과 비문학은 글에 제시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곧 독해다.소설의 경우 제시된 글에 나타난 사건들이 어떻게 연계되어 무엇을 말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비문학 지문이라면 여러 개의 단락이 어떻게 구조화해 주제를 전달하는지 알아야 한다.대부분의 학생들이 각 단락의 의미는 어느 정도 파악하지만,‘구조적 이해’는 하지 않는다.글은 잘 짜인 뼈대에 살이 붙어 있는 것이다.살이 붙어서 양적으로 커진 글에서 살을 발라내고,일목요연하게 뼈대의 구조로 파악하는 것이 독해다. 몇 개의 조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양의 형태를 만드는 퍼즐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각 조각의 배열을 달리하면 여러 다른 모양의 결과물들이 나온다.결론을 말하면 구조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주제를 정확히,각 구성 요소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말이다. ■ 유국환 종로학원 강사 올해 수능시험 출제의 좌표격인 두 차례의 모의수능이 끝났다.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9월의 평가원 모의고사는 작년도 수능에 비해서는 조금 쉬웠고,6월 평가원 모의고사보다는 조금 어려웠다고 평가된다. 금년도 수능에서 언어 영역은 쉽게 출제하겠다고 한 평가원 방침대로,이번 11월 수능 시험도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정도의 난이도에서 출제되리라 여겨진다.문제 유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험생은 남은 기간에 유형별 학습보다는 부문별로 가장 기본이 되는 학습 내용을 정리하는 정도로 마무리하여야 하겠다. 먼저 국어 지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어생활·문법·화법 교과서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11월 수능 시험에서 국어지식과 관련된 문제가 5∼9 문항이 출제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7차 교육과정의 첫 수능시험인 점을 감안한다면 자세한 부분까지는 학습하지 않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은 반드시 정리해 두도록 한다. 문학의 경우 교육방송(EBS) 수능강의 교재에 수록된 작품은 필수적으로 정리해 둔다.EBS 교재가 워낙 많이 출판되었기에 분량상으로 남은 기간에 다 소화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지만,기본 방침은 EBS 교재에 수록된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주변의 도움을 받아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시인의 작품을 가려서 학습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 될 것이다. 비문학 독해의 경우 정확한 독해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그리고 서술상의 특징,논지 전개 방식 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특히 사용되는 용어의 개념을 반드시 정리하도록 한다.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문제는 6차 교육과정에서도 출제되었지만 이번 평가원 시험에서는 거의 모든 비문학 독해 지문에서 한 문제 이상 출제되었다. 또 이번 9월달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보기’를 주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 문항이 하나도 없었다.이 역시 시간을 다투느라 ‘감’에 의존하여 독해를 했던 과거 경향을 시정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 정현태 대성학원 강사 올해 치를 수능은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첫 시험이다.7차는 기본교육 과정보다는 문학·국어생활·작문·문법·화법 등 심화선택 과정을 중심으로 출제된다.6차에 비해 어휘·어법을 강화하고 종합적·추론적·창의적 사고를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5학년도 수능은 6월과 9월의 모의평가 시험,특히 9월 시험을 토대로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9월 모의평가 시험을 영역별로 살펴 보면 듣기 분야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화,방송 언어,안내문 등의 담화 유형이 출제되었다.이에 대비하려면 평상시 광고·뉴스·영화·강연 등의 다양한 음성자료를 통해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의도를 파악하며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쓰기는 글쓰기 전반에 관한 사항이 출제되었다.특히 창의적 사고를 중시한 소설 창작 과정에 관한 문제도 나왔다.따라서 글쓰기 과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목적에 맞게 표현하고 교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쓰기에 자신이 없는 학생은 국어생활이나 작문 교과서의 관련 항목을 학습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문학은 6월과 달리 현대시가 단독 지문으로 출제되었다.‘설일’을 제외한 두 편은 낯선 작품이었다.따라서 올해 수능에서도 처음 본 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며,이에 대비해 낯선 시를 주된 정서와 표현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현대소설의 경우 올바른 감상법을 묻는 29번 문제는 창작과 수용의 측면을 묻는 문제이다.수필과 고전시가가 복합장르로 출제되어 장르적 특성에 치우치지 않는 종합적 이해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비문학 분야에서는 고전의 현재적 의미를 고려해 ‘맹자’를 채택한 인문 지문,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다룬 기술 지문,환유 문제를 다룬 언어 지문 등이 출제되었다.따라서 정확하고 신속한 독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중요부분 밑줄 긋기와 주제 찾기를 통해 글을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구재호 정보학원 강사 2005학년도 수능에서 분명한 것은 ‘쓰기’ 비중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것과 어법·어휘 문제가 등급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쓰기’와 ‘어법·어휘’는,모의수능에서 출제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숙지해야 한다.수능과 관련된 기출 문제에서 이 부분과 관련된 내용도 집중적으로 풀어보아야 한다. 먼저 9월 모의평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어휘·어법’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어휘의 기억에 의하여 그 뜻을 깨닫고(14번),모르는 어휘의 뜻을 추리해 내는 능력(44번),지시적(59번)문맥적(44·46번)비유적 의미(18번)를 유추,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42번)과 기초적 한자의 판별 능력이나 고사성어(56번)와 같은 관용표현을 구사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고득점을 노리는 학생은 창의적 사고력 측정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대체로 난이도가 높은 문제로 쓰기와 연관지어 출제되는 추세이다.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하되 실전 모의고사에서 이런 문제들만 추려 집중적으로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문학에서는 낯선 지문보다는 익숙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문학 교과서를 중심으로 핵심 작품을 다시 한 번 훑어보는 것이 필요하다.특히 최근 2년간 평가원과 교육청에서 출제했던 2∼3학년 모의평가에서 다룬 작품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실제로 작년 10월 경기도교육청 2학년 문제에 출제된 백석의 ‘고향’이 한 달후 실제 수능에 출제되었다. 더불어 교육방송(EBS) 수능강의에서 강조한 작품들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더 좋은 방법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출제 가능한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예상해 보는 것도 좋다.예를 들면,구상·박두진·정희성의 시와 양귀자·신경숙·이청준의 소설들,고전시에서는 ‘속미인곡’‘정과정’과 박인로의 가상 등을 예측해서 공부해 보는 것이다. 비문학 독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일단 문제이다.그래도 의지를 갖고,매일 2∼3개 지문을 반복해서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특히 인문·과학 지문이 상대적으로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 분야를 중심으로 찾아 읽는다.주의할 것은 문제풀기보다는 읽기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인학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 [이경형칼럼] ‘풍자극’이 실패한 진짜 이유

    [이경형칼럼] ‘풍자극’이 실패한 진짜 이유

    연전에 미국 극작가 이브 엔슬러 원작의 ‘버자이너 모놀로그’연극이 예술의 전당에 이어 대학로에서 공연돼 연일 대만원을 이룬 적이 있다.이 연극은 우리 사회에 가부장적인 관습과 남성 중심의 규범을 깨부수는 여성 성기의 통렬한 독백으로 일관하고 있다. 1인극 형태를 띤 이 연극에 나오는 대사는 성기를 말하는 ‘×지’라는 노골적인 단어가 장단,고저를 달리하며 수십 차례 나온다.그러나 음란하다든가 저속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일상 생활에서 금지된 언어들이 쏟아내는 카타르시스에 관객들이 감동의 박수를 연거푸 보냈다. 권력의 억압이나 정치적 질곡 속에서는 풍자극이 민중의 울분을 삭여 준다.현실 비판을 정공법으로 할 수 없었던 군사독재 치하에서는 무대를 빌려 권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곤 했다. 이근삼의 ‘제18공화국’은 박정희 정권 시절,권력의 부도덕성과 독선을 풍자했다.쿠데타로 점철된 어느 가상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이합집산의 정당들,잦은 국민투표,국회의원과 장관직을 겸하면서 온갖 감투를 쓰고 있는 정치꾼들을 질타한다.최고 권력자 ‘대비마마’가 원시국에서 온 호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잃어버렸던 자연에 향수를 느끼고 망명하자,다시 19번째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극이 끝난다. 지난주 한나라당이 의원 연찬회에서 공연한 ‘환생 경제’가 연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극중 대사를 빌려 내뱉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성적 비하와 원색적인 욕설이 화근이 됐다.‘개×놈’ ‘불×값’‘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등의 표현이 연발했고,당 간부들은 이들의 열연(?)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연극 중 과거사 청산 문제는 ‘호적 타령’으로,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집터가 안 좋다.’는 등의 대사로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썰렁했고,오히려 비난만 샀다.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선 배우가 한나라당처럼 원색적인 대사를 구사했는데도,객석은 장내가 떠나가도록 공감의 갈채를 보냈다.‘제18공화국’에서 관객들은 가상의 상황이나마 권력을 향해 울분을 토하고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왜 그럴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연한 ‘환생 경제’는 배우(한나라당)와 관객(국민)을 하나로 묶어내고,소통하게 하는 배우들의 치열함이 없었다.배우들은 관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메시지를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풍자극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단순히 저속한 언어를 구사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국민이 지금 한나라당에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답변은커녕 답변 준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연극의 구성이나 전개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늘어나고 있는 청년 실업자나 내수 경기 침체의 어느 현장을 실감나게 고발하는 것이었다면,관객들의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그저 반 노무현 정서를 부추겨 반사 이익이나 챙길까 하는 안이한 발상이 바로 실패 요인의 핵심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20∼30대 유권자들에게 매우 취약한 만큼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연극 등 감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피상적으로 짚고 있다.박근혜 대표가 ‘싸이 월드’ 미니 홈피의 100만 1번째 방문자와 1일 데이트를 하는 것을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민생 정치를 알맹이 없이 이벤트화하는 방식은 절제해야 한다.이제 막 오른 17대 국회 첫 정기 국회를 원내 제1야당으로서 어떻게 ‘요리’해나가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민심 좌표가 결정될 것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 [한·중 수교 12주년] (상)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

    [한·중 수교 12주년] (상)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24일 한·중 수교 12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는 ‘생존의 파트너’로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은 IMF 경제위기를 한·중간 경제교류에서 돌파구를 마련했고,북핵 문제 해결에서는 ‘평화적 해결’이란 대원칙 속에서 강경 일변도인 미국을 공동 설득하는 등 안보 분야로까지 우호·협력 관계를 확장시켰다. 올해 중국은 한국의 제1 교역 대상국이자 제1 투자 대상국으로 떠올랐다.한국 역시 중국의 3대 교역국이자 제1위의 투자 유치국,제1위의 유학생 유치국이다.양국 모두 경제적·인적 교류차원에서 서로가 절실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양국 교역 1000억달러 시대 수교 당시(1992년) 64억달러이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570억달러(한국 통계기준)로 11년만에 8.7배로 늘어났다.올 들어 상반기에만 홍콩을 포함해 413억달러에 이르렀고 흑자만 17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의 대중 투자 누계액은 211억달러이며 인적교류는 지난해 245만 8000명이다.이 가운데 한국 유학생은 3만 5000명에 이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방중 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5년 내 양국 교역 1000억달러 시대를 열자.’는 합의가 빠르면 3년 앞당겨진 내년쯤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기나긴 한반도·중국의 역사적 시각에서도 최대의 경제교류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양국 관계는 생존의 파트너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과의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음을 추구하고 차이점을 존속시킨다)의 원칙 속에서 비교적 협력지향적 관계를 설정했다.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미국이나 일본이 시기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에서도 중국과 호흡을 맞추고 있고 중국내부에서는 내심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이나 북미 경제협력체인 나프타(NAFTA) 등에 필적할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밝힌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의 대외전략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드러나는 중화 패권주의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축적된 국력을 바탕으로 ‘도광양회(光養晦·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실력을 기른다)’에서 화평굴기(和平堀起·평화로운 가운데 우뚝한 존재로 선다)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 취안린위안(全林遠)교수는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야심이 날로 커지고 경제·과학·군사 분야에서의 중국에 대한 압박 때문에 경제성장과 동시에 국방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터진 중국정부의 ‘고구려 역사의 자국편입’ 시도는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중화(中華)사상의 부정적 측면과 함께 패권주의(覇權主義)적 속성까지 아우르고 있어 한국민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이 최근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고구려사 문제는 한국정부의 최대현안”이라고 단언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수교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수교 12주년은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부상하는 중화주의를 냉철하게 분석,질적 성숙을 향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좌표 설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oilman@seoul.co.kr
  • [이승일의 PAST특강] ‘기울기 응용문제’ 계산하지 마라

    [이승일의 PAST특강] ‘기울기 응용문제’ 계산하지 마라

    자료해석 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해 본다.우선,‘기울기의 응용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x값의 변화에 따른 y값의 변화(또는 그 반대)를 묻는다면 그것은 ‘기울기의 응용문제’이다.계산을 하려 들지 말고 기울기를 고려해야 한다. ●문제 다음 그림은 1991년의 각국의 농업종사자수와 곡물생산량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농업종사자 1인당의 곡물생산량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으로써 맞는 것은 어느 것인가? (1)파키스탄보다 적은 나라의 수는 8개국이다. (2)나이지리아는 가장 적다. (3)중국은 에티오피아보다 많다. (4)이집트는 태국의 약 2.8배이다. (5)터키는 적은 쪽부터 세면 11번째이다. ●풀이 및 정답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직선의 기울기로 판단한다.농업종사자 1인당 곡물생산량을 묻는 문제로 ‘1㏊당 곡물생산량/100㏊당 농업종사자수×100’으로 계산할 수 있다.하지만 ‘×100’은 무시하고,원점과 파키스탄을 이은 직선 ℓ의 기울기만 생각한다.ℓ의 기울기는 ‘100㏊당 농업종사자수/1㏊당 곡물생산량’이므로 분모와 분자가 바뀐 형태다.결국 기울기가 ℓ의 기울기보다 큰 국가라면 1인당 곡물생산량은 파키스탄보다 적고,작은 국가라면 파키스탄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1)직선 ℓ의 기울기보다도 큰 국가는 중국,방글라데시,인도,이디오피아,나이지리아의 5개국이다. (2)원점과 연결한 직선의 기울기가 가장 큰 국가는 중국이다. (3)(2)와 같은 이유에서 중국 쪽이 적다. (4)직선의 기울기는 거의 같으므로(동일직선상에 있음) 1인당 곡물생산량도 거의 같은 것이 된다. (5)원점과 터키를 연결한 직선보다도 위에 확실히 10개국이 있다.따라서 맞다. ●문제(제38회 외무고시) 다음은 국가별(A,B,C,D,E) 인터넷 이용자비율(인터넷이용자/인구수)과 인터넷뱅킹 이용자비율(인터넷뱅킹이용자/인구수)을 비교한 그림이다.‘인터넷이용자 중 인터넷 뱅킹이용자의 비율’이 큰 국가부터 순서대로 나열한 것은? (1)A-B-C-D-E (2)A-B-D-E-C (3)B-D-A-E-C (4)C-A-B-D-E (5)E-D-C-B-A ●풀이 및 정답 인터넷뱅킹이용자/인터넷이용자=인터넷뱅킹이용률÷인터넷이용률이다.따라서 A=20÷30,B=17÷35,C=25÷60,D=10÷40,E=5÷50이다. 즉,A-B-C-D-E 순이다.하지만 계산을 하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기울기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기울기가 큰 순서가 정답의 순서가 된다. ■ 바로잡습니다 8월23일자 7면 ‘PSAT 특강’ 제38회 외무고시 기출문제 그림에서 가로축의 좌표명을 ‘인터넷이용자비율’로,세로축의 좌표명을 ‘인터넷뱅킹이용자비율’로 바로잡습니다.
  • [이경형칼럼] 역사 되쓰기

    [이경형칼럼] 역사 되쓰기

    역사는 흔히들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영원한 승자는 없다.그래서 역사는 스스로 그 정직성을 나타내는 힘이 있다고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과거사 규명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의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왜곡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과거에 눈 감으면 현재의 장님이 된다.”는 바이츠제커 독일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과거를 제대로 밝히고 평가하는 것은 오늘의 좌표를 돌아보게 하고 내일의 지향점을 찾게 해준다. 여권은 일제하 친일 행위,6·25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희생,각종 의문사를 포함한 과거사의 포괄적인 진상 규명을 주장하고 있다.반면 야당은 민생이 캄캄한데 과거만 캐려든다면서 여권의 정체성이 뭐냐고 공박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는 그것대로 우선적으로 해야겠지만,과거의 진실을 되찾는 작업을 무조건 덮어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문제는 과거의 진실을 어떻게 찾고,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실증적으로 과거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정치권은 입법의 기본틀만 짜고,구체적인 사실 규명은 해당 분야 전문가나 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여권이 특정 사건 규명 기구를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하려 한다면 과거사 규명은커녕 엉뚱한 이념 논쟁만 확산시킬 것이다. 둘째,정략적 접근은 배제해야 한다.이 같은 주문은 ‘살을 베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마찬가지로 정치권 현실을 도외시한 말로 들릴지 모르나 그래도 최대한 노력은 해야 한다. 여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소위 시절을 캐고,조선일보 사주나 동아일보 창업자의 행적을 추적하려드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고,현 정권에 비판적인 두 신문을 흠집내고자 하는 정략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청년 박정희가 실제 무슨 일을 했으며,입만 열면 민족지라고 말하는 두 신문의 설립 주역들이 과연 친일 행위를 한 적이 없는지,짚고는 넘어가야 한다.비록 산업화의 공이 크고,일제 아래서 민족 언론으로서 역할을 했다 해도 그들의 ‘굴절’부분까지 덮어두거나 미화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셋째,포괄적 과거사 규명은 정직한 역사를 되찾는 데 목표를 둬야지 감정적이고 급진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의 하나로 일제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을 헐어냈다. YS는 회고록에서 “야당 의원 시절,일본의 한 의원 집에 초청받아 갔을 때,그가 중앙청을 배경으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응접실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저 건물을 반드시 허물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당시 일제 식민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수도 서울 수복의 역사가 담긴 중앙청 건물을 헐더라도 부분적으로나마 다른 곳에 옮겨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자는 의견이 비등했다.그러나 YS의 이러한 ‘결의’때문인지 그 같은 여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서만 남을 수 없다.역사를 패자 혹은 민초(民草)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권력이 살아있을 때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가 정답일지라도 ‘성공했던 쿠데타도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은 이미 교훈으로 돼있다.그래서 역사는 두려운 것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 [한국근대사 100년-좌담] “한국전쟁·반공국가주의가 좌우이념 공존 차단”

    왕조시대의 몰락,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근대는 서울신문의 궤적이기도 하다.1904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될 즈음,우리에게 이식된 서구의 이념은 100년의 세월동안 한국을 움직이는 기간 동력이었다.근대 공간에서 이념은 때로는 항일이나 민족,때로는 개발 논리,또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우리 사회를 견인했다.그러나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이념적 모순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아직도 보수와 진보,좌파와 우파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협소하고 뒤틀려 갈등과 대립상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여기에 21세기 진로와 정당성에 대한 비판까지 겹쳐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임지현(한양대 사학)교수와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국 사회를 관통해 온 이념의 좌표와 미래를 짚는다. -임 공교롭게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과 우리가 셈하는 근대의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1904년은 안팎으로 시련기였으며,대한매일신보는 이런 시대적 요청과 필요성으로 태어났다.여기에 주목해 보면 우리의 근대사와 영욕을 함께한 서울신문의 존재 의미도 자연스레 살필 수 있지 않을까. -김 신문이라는 매체의 등장이 바로 새로운 이념의 산물이었다.당시는 국운이 쇠해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때였다.이때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것은 ‘항일’과 ‘민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었는데,그런 가치가 우리 근대에 크고 깊게 자취를 남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아쉬운 것은 일제 강점기와 1970∼80년대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일제와 독재정권에 예속돼 제 목소리를 잃었다는 점이다.90년대 중반 제호를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바꾸면서까지 그런 과거와 단절하려고 노력했고,지난해 서울신문으로 다시 태어나 확실히 권력과 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지키고 있다고 본다.긍정적인 변화다. -임 그런 각성 위에서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이 되고,또 새로운 성장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개화기 대한매일신보의 계몽적 역할은 아무리 그 의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하지만 21세기의 신문은 달라야 한다.계몽이 강조되다 보면 일방적 주의주장이나 자기정당화의 덫에 걸릴 위험이 많다. 이념 측면에서 지난 100년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일제하에서는 지식인 중심의 좌파적 경향이 지배했고,광복 후에도 이런 배경 때문에 좌우 대립이 치열했다.그러나 당시의 좌우대립은 지금처럼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그런 점에서 한국전쟁과 이후 박정희 시대의 반공국가주의는 냉전의식의 확산과 좌우 이념의 공존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식민통치·분단·민주화 거치며 대전환 완성 -김 근대 100년은 전통사회에서 근대로의 전환이 이뤄진 시기로,식민통치와 분단,민주화라는 큰 궤적을 거치면서 대전환이 완성됐다.문제는 이런 전환이 현재 인권과 분배,환경문제 등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가 하는 점이다. -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고정된 실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이념 구획이 냉전적이다.세계주의가 곧 신자유주의고,이게 보수라는 그릇된 인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살펴보면 우리의 세계주의는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지금은 민족주의자도 세계화를 공유해야 한다. -김 60년대까지도 우리는 보수가 곧 우파이며,진보는 좌파라는 인식,나아가 보수는 안정이고 진보는 변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들여다보면 진보적 보수도 있고,보수적 보수도 있다.이런 시각에서 신자유주의는 세계적 보수,국내의 파병반대 이념은 세계적 진보의 표면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지금은 ‘보수=우파,진보=좌파’라는 인식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이다.보수와 진보라는 2분법에 세계주의가 더해진 분류법이 제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광복 후 가장 큰 이념적 분기점은 분단으로 본다.이후 80년대까지는 우파 주도의 사회였고,진보주의자나 좌파에는 정치적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았다.결국 이런 족쇄가 이념적 지형과 사유의 폭을 협소하게 했는데,이게 80년대 들어 해빙된 것이다. -임 우리 이념체계의 골격인 민족주의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지금의 국제주의는 전 지구적이며,네트워크화하는 특성을 보이는데,우리는 여전히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일제강점이나 광복,한국전쟁 등은 한마디로 서구에서 시작된 ‘근대성’이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그것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 대 반공주의,제국주의 대 민족주의,독재 대 민주주의처럼 이항대립적 이념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하게 했고,특히 한반도에서 그 대립은 경직된 형태로 나타났다.그 결과,현실이 이념적 대립에 포박 당해,관념이 승하고 그 관념이 다시 현실을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고 본다. -김 사실,오늘날 진보주의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적극 사고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세계화의 다중적 특징의 하나는 무한경쟁인데,여기에서 국가나 민족의 개념을 뺀다는 것은 무장해제와 다름없다.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파병 문제도 결국 민족국가적 선택일 텐데,이런 국가주의,민족주의가 개인주의와 개개인의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맞서지만,긍정적 면도 간과할 수 없다.예를 들어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을 두고 일부는 파시즘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잠재력의 분출이나 민족주의의 표출로 읽는다.이 이중성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진보주의자의 과제일 것이다. -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도 좋고 나쁜 모델이 따로 있는데,많은 경우 서로 섞여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우리의 경우 식민통치를 경험해 저항적 민족주의의 경향이 강한데,이후 박정희가 지배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했던 게 사실이다.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바람직한 국가 혹은 이념모델의 정립이 가능하지 않겠나.살펴보면 민주화 세력과 박정희 반공독재는 항상 길항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당시의 진보주의자나 좌파는 체제 내에서 존재했다. -김 나는 민족주의를 열린 민족주의와 닫힌 민족주의로 구분하고 싶다.닫힌 민족주의는 공존과 다양성에서 한계를 갖는데,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열린 민족주의다.이는 인간과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다른 민족,다른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고 기능하는 민족주의일 것이다.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세계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민족주의 프로그램이다. ●민족주의안에 내장된 폐쇄성 극복해야 -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민족주의의 에너지는 엄청나지만 그 안에 내장된 폐쇄성의 코드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돌이켜보면 광복 이후 민족이라는 대아(大我)에 개인이라는 소아(小我)가 철저히 매몰돼 개인과 개인의 자율성이 민족주의에 포박된 시기였다. -김 지금의 강고한 민족주의 흐름은 근본적인 자기 비판을 통해 부정적인 면을 해체해야 한다.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민족주의는 NGO나 기업 등 다양한 중간조직이 활성화된 것이라야 한다. -임 확실히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공공성은 신장되고 있다.그런 점에서 우리의 이념적 미래는 일정하게 건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고 ‘그러므로 내가 정답’이라고 여기는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그건 독선이다. -김 향후 우리 사회의 과제를 개혁과 민주적 통합이라고 본다면,시급한 것은 박정희 시대와 그 시대의 이념으로부터의 단절일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부 문제가 없지 않으나 80년대 이후 진보주의자의 운동 방향을 옳다고 본다.문제는 지금 보이는 박정희 시대에의 향수와 반공국가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인데,우리의 보수가 아직도 박정희의 그늘에 안주해서야 되겠나.좋은 사회란 보수와 진보가 제대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우리 보수는 지리멸렬해 있다.보수와 진보는 결국 적대적 의존관계 아니겠는가. -임 엄밀하게 말해 지금 세계가 당면한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은 앞 시대의 이항대립적 이념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다.신채호가 말했듯,‘조선의 주의가 아니라,주의의 조선이 되는’ 관념과 현실의 전도된 관계를 넘어서는 발상이 중요한데도 우리가 그동안 시민사회의 진보적 가치에 너무 집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언론의 역할에 기대를 갖고,또 서울신문의 창간 100주년이 의미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시각과 다르지 않다.과거의 문화적 기제를 점검하고 새 모델을 제시하는 일은 바로 언론과 지식인의 몫이다. 정리 심재억·박상숙기자 jeshim@seoul.co.kr 김호기 교수 ●약력 △연대 및 대학원(석사.동양사회,현대사회론)△독일 레펠트대학 대학원(박사)△미국 UCLA 초빙연구원△현,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국민통합분과 위원△현,연대 사회학과 교수 임지현 교수 ●약력 △서강대 사학과 및 대학원(박사.서양사상사)△폴란드 바르샤바대학 및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 및 강의△하버드 옌칭연구소 초빙연구원△현,한양대 사학과 교수 ˝
  • [보고싶은 그대]비판의 날세운 안치환과 철 든 해리 포터가 다시왔다

    [보고싶은 그대]비판의 날세운 안치환과 철 든 해리 포터가 다시왔다

    ■안치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피를 부르는 오만한 양키들아’(‘피 묻은 운동화’),‘악의 제국 아메리카여’(‘America’)….오래전 대학 시위현장에서나 불려졌을 법한 노랫말들이 귀에 꽂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대중음악에서 사회비판의 가사를 듣기 힘들고,설령 있다 해도 은유로 포장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하지만 가수 안치환(39)은 은유로 숨는 대신 직설의 날을 세우는 쪽을 택했다. 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피끓는 청춘으로 돌아간 걸까.그는 오히려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다른 어법으로 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미선·효순의 죽음,이라크 파병 등의 굵직한 주제 앞에서 깊이 생각한 끝에 다다른 곳이 바로 직설이란 설명이다.그래서 이번 8집앨범 제목도 ‘외침’으로 정했다.특히 수록곡 15곡 가운데 6곡은 ‘반미’성향의 노래.그는 “직설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시각”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가사에 맞춰 음악도 포크록에서 헤비메탈로 한걸음 더 내디딘 느낌이다.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보다 거칠게 허공을 가른다. 그는 메시지가 강하다고 해서 자신의 노래가 특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오히려 사랑노래만 불려지고 있는 현실이 비정상이라고 강조했다.“왜 이런 주제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만 다루는지 모르겠습니다.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음악이 외면한다면 비겁한 일 아닐까요?” 노래를 통해 세상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걸까.틀린건 아니지만 그는 운동가라기보다는 꿈꾸는 음유시인에 가깝다.굳이 운동과 음악을 택하라면 언제라도 주저없이 음악을 선택하겠다는 그다.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로 힘을 주고 싶을 뿐이다.그는 지난해 많은 음악인들의 꿈인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갖게 됐다.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그곳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디자인에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지금까지 열심히 번 것을 음악에 투자한 거죠.” 그가 진정 음악인으로 살고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나갈 음악세계가 궁금했다.“‘안치환’하면 떠오르는 게 있지 않으냐.”고 되묻는 그는 “그것이 내가 해온 음악의 색깔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단지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지금까지는 음반의 주제와 달라도 한두곡 정도는 대중성을 고려해 끼워넣었는데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4집 ‘내가 만일’이후 대중적인 재미와 맛도 봤지만,이제는 하고싶은 노래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노래를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이번 앨범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물 속 반딧불이 정원’등은 충분히 아름답다.특히 정지원 시인이 두달동안 쓴 시에 곡을 붙인 ‘물 속‘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울림이 깊은 곡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앨범도 방송보다는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날 생각이다.22∼25일 대학로 동덕여대 예술센터에서 콘서트를 여는 그는 “2시간반동안 정서적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앨범,무대 모두 듣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의 곡선을 고려했다.”고 말했다.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강한 음악적 자부심.그가 저항가요를 부르는 가수 가운데 가장 큰 대중적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음악에 있었음을 잘 알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해리 포터 해리 포터가 13세 소년으로 부쩍 컸다.15일 개봉하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Prisoner of Azkaban)’로 1년 반만에 돌아온 해리는 더이상 이모네의 억울한 구박을 참아내는 어린이가 아니다. 3편의 감독은 ‘이투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노린 듯 도입장면부터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제스처는 예상을 엎는다.죽은 부모를 모욕하는 아주머니를 풍선처럼 부풀려 날려버릴 만큼 자아에 충실해졌다. 청소년이 된 주인공들을 내세운 영화는 팬터지 이미지로 채워진 가족드라마에만 머물지 않는다.선악의 틀 속에 나뉘어진 캐릭터들이 열심히 줄다리기하는 모험극을 벗어났다.부모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려는 해리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정체성과 불안한 미래에 고민하는 해리의 심리에 주목한 덕분일까.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주인공들의 나이만큼 숙성한 느낌이다. 당당히 가출을 선언하고 학교로 돌아온 해리는 뜻밖의 존재들과 맞닥뜨린다.부모를 죽인 시리우스 블랙이 아즈카반 감옥을 탈출해 학교에 버티고 있고,영혼을 빨아먹는 아즈카반의 무시무시한 간수 ‘디멘터’까지 블랙을 쫓아와 있다.해리는 루핀 교수(데이빗 튤리스)에게서 디멘터를 물리칠 마법을 배우지만,블랙과 루핀 교수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두 친구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론(루퍼트 그린트)과 비밀을 풀어나가는 역할설정은 전편들과 마찬가지. 영상감각이 탁월한 쿠아론 감독은 화면을 음울하면서도 세련된 회화처럼 다듬었다.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는 마법술은 여전히 화려하다.마법으로 구현된 캐릭터들도 다양하다.막강한 마력을 자랑하는 디멘터,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짐승 ‘벅빅’,루핀 교수가 변신한 늑대인간 등이 지루함을 잊게 한다.그림액자 속 인물들이 말하고 움직이는 마법도 동화의 재미를 안긴다. 그러나 ‘해리 포터’시리즈가 각인시켜온 독창적 아이디어와 좌표를 성취하진 못한 듯하다.10대의 고민을 팬터지로 듣는 작업은 어른관객들에겐 지루하고,어린 관객들에겐 좀 버거울 것이다. 무색무취해진 3편에는 성인 연기자 몇몇이 눈에 띈다.시리우스 블랙 역에 게리 올드먼,호들갑스러운 트릴로니 교수 역에 엠마 톰슨.내년 11월 개봉할 4편 ‘불의 잔’은 마이클 뉴웰 감독이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보고싶은 그대]비판의 날세운 안치환과 철 든 해리 포터가 다시왔다

    ■안치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피를 부르는 오만한 양키들아’(‘피 묻은 운동화’),‘악의 제국 아메리카여’(‘America’)….오래전 대학 시위현장에서나 불려졌을 법한 노랫말들이 귀에 꽂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대중음악에서 사회비판의 가사를 듣기 힘들고,설령 있다 해도 은유로 포장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하지만 가수 안치환(39)은 은유로 숨는 대신 직설의 날을 세우는 쪽을 택했다. 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피끓는 청춘으로 돌아간 걸까.그는 오히려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다른 어법으로 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미선·효순의 죽음,이라크 파병 등의 굵직한 주제 앞에서 깊이 생각한 끝에 다다른 곳이 바로 직설이란 설명이다.그래서 이번 8집앨범 제목도 ‘외침’으로 정했다.특히 수록곡 15곡 가운데 6곡은 ‘반미’성향의 노래.그는 “직설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시각”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가사에 맞춰 음악도 포크록에서 헤비메탈로 한걸음 더 내디딘 느낌이다.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보다 거칠게 허공을 가른다. 그는 메시지가 강하다고 해서 자신의 노래가 특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오히려 사랑노래만 불려지고 있는 현실이 비정상이라고 강조했다.“왜 이런 주제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만 다루는지 모르겠습니다.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음악이 외면한다면 비겁한 일 아닐까요?” 노래를 통해 세상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걸까.틀린건 아니지만 그는 운동가라기보다는 꿈꾸는 음유시인에 가깝다.굳이 운동과 음악을 택하라면 언제라도 주저없이 음악을 선택하겠다는 그다.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로 힘을 주고 싶을 뿐이다.그는 지난해 많은 음악인들의 꿈인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갖게 됐다.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그곳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디자인에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지금까지 열심히 번 것을 음악에 투자한 거죠.” 그가 진정 음악인으로 살고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나갈 음악세계가 궁금했다.“‘안치환’하면 떠오르는 게 있지 않으냐.”고 되묻는 그는 “그것이 내가 해온 음악의 색깔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단지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지금까지는 음반의 주제와 달라도 한두곡 정도는 대중성을 고려해 끼워넣었는데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4집 ‘내가 만일’이후 대중적인 재미와 맛도 봤지만,이제는 하고싶은 노래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노래를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이번 앨범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물 속 반딧불이 정원’등은 충분히 아름답다.특히 정지원 시인이 두달동안 쓴 시에 곡을 붙인 ‘물 속‘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울림이 깊은 곡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앨범도 방송보다는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날 생각이다.22∼25일 대학로 동덕여대 예술센터에서 콘서트를 여는 그는 “2시간반동안 정서적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앨범,무대 모두 듣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의 곡선을 고려했다.”고 말했다.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강한 음악적 자부심.그가 저항가요를 부르는 가수 가운데 가장 큰 대중적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음악에 있었음을 잘 알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해리 포터 해리 포터가 13세 소년으로 부쩍 컸다.15일 개봉하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Prisoner of Azkaban)’로 1년 반만에 돌아온 해리는 더이상 이모네의 억울한 구박을 참아내는 어린이가 아니다. 3편의 감독은 ‘이투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노린 듯 도입장면부터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제스처는 예상을 엎는다.죽은 부모를 모욕하는 아주머니를 풍선처럼 부풀려 날려버릴 만큼 자아에 충실해졌다. 청소년이 된 주인공들을 내세운 영화는 팬터지 이미지로 채워진 가족드라마에만 머물지 않는다.선악의 틀 속에 나뉘어진 캐릭터들이 열심히 줄다리기하는 모험극을 벗어났다.부모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려는 해리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정체성과 불안한 미래에 고민하는 해리의 심리에 주목한 덕분일까.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주인공들의 나이만큼 숙성한 느낌이다. 당당히 가출을 선언하고 학교로 돌아온 해리는 뜻밖의 존재들과 맞닥뜨린다.부모를 죽인 시리우스 블랙이 아즈카반 감옥을 탈출해 학교에 버티고 있고,영혼을 빨아먹는 아즈카반의 무시무시한 간수 ‘디멘터’까지 블랙을 쫓아와 있다.해리는 루핀 교수(데이빗 튤리스)에게서 디멘터를 물리칠 마법을 배우지만,블랙과 루핀 교수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두 친구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론(루퍼트 그린트)과 비밀을 풀어나가는 역할설정은 전편들과 마찬가지. 영상감각이 탁월한 쿠아론 감독은 화면을 음울하면서도 세련된 회화처럼 다듬었다.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는 마법술은 여전히 화려하다.마법으로 구현된 캐릭터들도 다양하다.막강한 마력을 자랑하는 디멘터,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짐승 ‘벅빅’,루핀 교수가 변신한 늑대인간 등이 지루함을 잊게 한다.그림액자 속 인물들이 말하고 움직이는 마법도 동화의 재미를 안긴다. 그러나 ‘해리 포터’시리즈가 각인시켜온 독창적 아이디어와 좌표를 성취하진 못한 듯하다.10대의 고민을 팬터지로 듣는 작업은 어른관객들에겐 지루하고,어린 관객들에겐 좀 버거울 것이다. 무색무취해진 3편에는 성인 연기자 몇몇이 눈에 띈다.시리우스 블랙 역에 게리 올드먼,호들갑스러운 트릴로니 교수 역에 엠마 톰슨.내년 11월 개봉할 4편 ‘불의 잔’은 마이클 뉴웰 감독이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밝힌 ‘대학정책’

    전국의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교육인적자원부가 한동안 엄두를 내지 못하던 대학구조의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산술적으로 공평하게 배분하던 정부 지원금을 올해부터는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측정해 ‘우수 대학’만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학들이다.전국 대학의 83%에 달하는 사립 대학의 절반가량이 풍찬노숙의 처지에 놓인다.교육부는 재정지원을 활용하는 처방 이외에 대학구조 개혁안도 만들어 문제 대학들은 퇴출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대학의 수를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대학 총장들은 급기야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갖고 3일까지 사흘 동안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격변의 대학정책을 들어 봤다. 교육부가 사실상 대학의 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한국의 대학,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지금 전국의 대학이 무려 357개에 이릅니다.전국의 시·군·구가 232곳이니 평균 1.5개 꼴이 넘습니다.대학의 무분별한 설립은 대학 교육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졌습니다.교수 1인당 학생수가 평균 31명으로 우리도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명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심지어 초등학교보다도 많게 40명을 초과하는 대학도 106개 이릅니다. 대학의 무분별한 난립은 결국 교육부의 책임이 아닌가요. -대학 역시 시대적 산물입니다.대학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10년 전,전국의 대학은 300개쯤 되었습니다.한해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이 80만명이 넘었습니다.대학에 대한 수요 압(壓)이 높아지면서 양적 팽창이 불가피했습니다.그 후 대학은 357개로 급격히 늘었습니다.질적 내실을 다지거나 추스를 계제가 아니었습니다.그러나 대학 신입생이 줄기 시작해 60만명 수준입니다.지방대의 경우 신입생 충원율이 70% 안팎입니다.이제는 대학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대학정책의 좌표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까.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건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대학들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모든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합니다.경쟁력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여 교육과 학문연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대학은 경쟁력 없는 분야는 자체적으로 잘라내는 구조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연합과 통합과 같은 몸집 줄이기를 통해 내성을 키워야 하고,경쟁시대를 감당할 수 없는 대학은 퇴출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지방대 혁신 역량강화사업’(NURI)도 대학구조 개혁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요. -NURI는 지방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구조개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지방대 가운데에서 경쟁력 있는 대학이나 학과만을 선별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집중함으로써 지방대학의 자발적인 분발과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입니다.결과적으로 수도권에 대한 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균형있는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대학입니다.지방의 241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9개 대학은 위기를 맞지 않겠습니까. -자체적으로 자구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모집 정원을 감축하여 교수확보율을 높이는 한편 교육의 밀도를 높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이제는 예전의 산술적 평등논리를 버리고,경쟁력의 차이를 반영해 ‘선택과 집중’을 실행할 것입니다. NURI와 관련해 지원 대상이 이공계, 특히 전략산업에 편중되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선 비이공계 즉, 인문계 분야의 신청 사례 자체가 적었습니다.또 비이공계 분야는 실험·실습장비나 교재개발비와 같은 비용이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지원비중이 더 작아 보입니다.정부는 인문계를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의 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2002년부터 3년 동안 기초학문 분야에 3640억원을, 특히 인문계에 76.5%에 해당하는 2784억원을 배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기초학문육성사업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에도 NURI와 같은 방안이 마련되겠지요. -조만간 ‘수도권 우수대학 지원사업’을 확정해 수도권 대학에 통보하려고 합니다.수도권은 ‘특성화 우수대학 지원사업’과 ‘구조개혁 우수대학 지원사업’으로 나누어 시행할 것입니다.대학이 특성화 분야 육성방안을 제출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25개 정도를 선정해 모두 400억원을 지원할 것입니다.또 200억원을 따로 책정해 신입생 정원을 감축한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 결손을 메워줄 것입니다.역시 수도권 대학 지원사업도 지방대가 그랬듯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과 연계시킬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그러나 신입생 충원율이 100%에 가까워 기대하는 구조조정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당장은 효과가 미미할지 몰라도 머지않아 효험이 있을 것입니다.또 수도권 대학은 경쟁이 치열하고 양상이 다릅니다.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차원을 떠나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마다 안간힘입니다.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우수대학 지원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입게 될 타격은 상대적으로 증폭되기 십상입니다.결국 교육부의 구조개혁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또 하나, 수도권 대학은 지방대보다 상대적으로 정원 감축폭이 작아 대학교육의 수도권 의존도가 심화될 우려는 없습니까. -교육부는 정원의 감출 비율을 설립 유형별이나 지역별로 동일하게 적용하여 지방과 수도권의 공정한 경쟁 틀을 유지할 것입니다.수도권 대학 지원사업이나 대학구조 개혁안도 이 같은 원칙을 고려해 1대 2라는 지금의 수도권과 지방대 간 학생 비율이 유지되도록 할 것입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안이 자꾸 늦어지고 있습니다.어떤 내용들이 고려되고 있습니까. -몇몇 국립 대학의 지역별 연합이나 통합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길 것입니다.사립대는 입학정원이나 교수 또는 학과나 전공의 빅딜을 유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퇴출시키는 방안도 포함될 것입니다.교수확보율이 떨어지는 대학에는 정부지원을 아예 중단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기 위한 제재방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대담=정인학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동양신화의 주축을 이루는 고대 중국신화의 세계를 알기 쉽게 설명.저자(이화여대 교수)는 서구문명으로 환원되지 않는 동양문화의 원형을 확인하기 위해선 ‘동양신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저자에 따르면 중국 신화에서 태초는 다양한 형태의 암흑으로 묘사된다.기원전 2세기에 씌어진 ‘회남자’는 태초를 ‘다만 어슴푸레한 모습만 있었지 형체는 없는’ 혼돈으로 설명한다.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에선 혼돈의 형상을 살아 움직이는 새인 ‘제강(帝江)’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중국 신화와 우리 문화의 연관성도 살폈다.1만 2800원. 평생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해온 저자가 이 시대에 던지는 문명비판.“문명은 사회의 자살행위이다.” 사람에 대한 희망,특히 젊은이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내비치는 저자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깨어나기 시작한 미국 젊은이들을 십자군에 견준다.또 모든 새로운 흐름 뒤에 숨어 있는 마지막 개척 분야는 바로 사람 자신이라고 강조한다.그런 만큼 조화로운 삶은 반드시 있으며,그것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세계를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라는 것이다.니어링이 처음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델라웨어의 ‘아덴’은 그 조화로운 삶의 축소판이다.8000원. 공화주의와 노예해방이라는 두 개의 명제를 모두 실현한 아메리카의 진정한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 이야기.스페인 식민치하의 베네수엘라에서 귀족의 신분으로 태어난 볼리바르는 ‘애국회’를 조직,남아메리카 해방전쟁에 투신한다.타고난 군사전략가인 그는 스페인 군대의 허를 찔러 안데스 종주라는 대장정을 펼쳤고,마침내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 등 남아메리카 5개국을 해방시켰다.볼리바르는 미국보다 46년이나 앞선 1816년 노예제를 폐지,만민 평등을 실천했다.그는 남아메리카인들의 가슴 속에 건국의 아버지로 남아 있다.1만 4000원. ‘투쟁과 고통의 땅’ 티베트의 가장 위대한 여인이자 티베트 불교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예세초겔의 일생과 깨달음을 담은 전기.예세초겔은 티베트의 주술신앙인 본(Bon)교도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티베트에 불교를 국교로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예세초겔은 인간세상에 밀법을 전파하겠다는 생각을 지닌 탄트라의 대가이자 ‘티베트 사자의 서’의 저자인 파드마 삼바바에 의해 티베트땅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다.중생과 함께 호흡하며 어머니 같은 부처의 모습으로 살다 간 예세초겔의 삶에는 숱한 신화적 요소들이 있지만 실존 인물이다.1만 7900원. 무표정한 일상에 삶의 빛을 던져주는 산문집.저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는 여행이나 독서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미려한 문장으로 풀어놓는다.우리 사회의 허위의식과 소외의 문제도 짚어낸다.한 예로 강남구의 가로수는 상당수가 키 크고 잘 생긴 메타세콰이아라는 나무다.반면 강북의 어떤 구는 한 정거장 사이에 여러 수종이 섞여 있을 뿐 아니라 가로수 아래 놓는 쇠판도 신통찮다.한용운의 ‘당신을 보았습니다’,김종길의 ‘설날 아침에’ 등 스스로 마음의 좌표로 삼고 있는 시들을 들려주며 삭막한 일상의 강을 함께 건너자고 위로하기도 한다.8800원.˝
  • [사고] ‘열린세상’ 필진 바뀝니다

    7월 1일부터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고정 칼럼 ‘열린세상’의 필진이 바뀝니다.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여성 등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28명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6개월간 지면을 꾸며 나갈 것입니다.서울신문은 합리적 중도 개혁노선을 이념적 좌표로 삼아 신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오피니언면만큼은 다양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진보·보수 성향 할 것 없이 개방적으로 운영합니다.그것이 공존과 수평의 시대를 여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우리 사회는 지금 격변기에 놓여 있습니다.정치·사회적 변동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다양한 시각에 의한 현실 진단과 처방,세계의 변화를 ‘열린세상’에서 만나 보십시오.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분야별 필진 명단 ●정치·외교·행정 김영호(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 신율(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 도중만(목원대 교수·사학) 강형기(충북대 교수·행정학) 이종수(연세대 교수·행정학) 임춘웅(언론인) ●국방·남북관계 이근(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현인택(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박영호(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통일안보) ●경제·과학 이영선(연세대 국제학 대학원장·경제학) 김정남(성균관대 교수·경영학) 현오석(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경제학) 송종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이공주(이화여대 교수·생물리화학) ●사회·법학·의학 임현진(서울대 교수·사회학) 박상기(연세대 법대학장·법학) 김장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노동경제)이정옥(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이성규(서울시립대 교수·사회정책학) 유중원(변호사) 신의진(연세대 교수·소아정신과) ●문화·언론·여성 도정일(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심영희(한양대 교수·사회학) 김민숙(소설가) 이영호(인하대 교수·한국사) 이덕일(역사평론가) 김정기(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김진석(인하대 교수·철학)˝
  • [에듀 짱]현장이야기

    엊그제 일이다.교육부가 올 대학입시 수험생을 대상으로 수능 모의평가를 치렀다.교육계는 물론 세상의 이목이 쏠렸음은 물론이다.오는 11월17일에 치를 진짜 수능시험의 출제 유형과 경향 그리고 문제의 난이도와 교육방송(EBS) 강의의 출제 의존도 등 고농축 수험정보를 추출할 수있는 단서였던 까닭이다.교육부가 교육과정평가원을 앞세워 시행한 첫 모의평가는 한마디로 쉽다는 것이었다.쉬워도 보통 쉬운 게 아니라 교육방송 강의를 안 들어도 괜찮을 만큼 쉬웠다는 것이다. 평가원 역시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은 쉽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 교육 당국이 올 수능에서는 구태여 교육방송 강의를 시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인해 준 셈이다.망국적인 과외를 치유할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교육방송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단기적으로 교육방송 강의로 학교학습의 빈틈을 보완하되 중장기적으론 학교학습의 밀도를 높여 과외 수요를 차단하겠다던 야심찬 당국의 청사진은 그저 해본 소리가 되었다.이번 모의 수능을 가슴 졸이며 주시했던 사설 학원들이 ‘이젠 됐다.’고 쾌재를 불렀다지 않은가. 그러니까 2년 전이다.지금의 대통령을 뽑은 선거를 앞두고 수능을 치르던 해였다.그 해에도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했다.학교 공부만으로 풀 수있게 출제해,공교육을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사람들은 대선을 의식한 전략적 출제 방침이라고 수군거렸다.문제가 쉬워야 누구나 기대 이상의 점수를 얻을 것이고,정부의 교육정책에 호의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교육 당국은 해마다 수능을 얘기하면서 ‘학교학습 충분론’을 공언한다.특별한 ‘무엇’이라도 있으면 옥타브가 더 올라간다.행여 당국이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실망을 윤색하기 위해 수능을 쉽게 낸다고 유난을 떤다는 오해를 살까 걱정스럽다.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중등 교육의 향방을 좌우하는 한국 교육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출제에는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수능을 쉽게 출제하려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어야 한다.수험생의 대학강의 수학능력이야 측정이 되든 말든,문제를 쉽게 내 점수잔치나 벌이면 된다는 것인가.수능 출제는 쉽고,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마땅히 지향하는 좌표를 설정해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교육방송 강의를 사교육비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면서 교육방송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교육 당국의 진지한 얘기 한번 들어 봤으면 좋겠다. 정인학 교육대기자 chung@seoul.co.kr
  • [현장 이야기] 교복소동

    요즘 수도권의 일부 중학교들이 교복소동으로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춘추복을 하복으로 갈아 입으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 교복 줄여입기가 유행하며 비롯됐다.웃옷은 품을 줄이고,치마는 길이를 짧게 한다.친구들이 모두 하니까 따라 한다는 주장이다. 말이 교복 줄여입기이지 체형은 그대로인데 옷만 줄여 놓으니 생활 불편은 제쳐 두더라도 위태위태한 장면에 옆에서 보는 사람이 민망스러울 지경이라고 한다. 학교는 언제나 그랬듯 즉각 교복 단속에 나섰다.그리고 학생들과 숨바꼭질이 시작됐다.학생들은 일단 품을 조금 줄이고,치마 길이도 조금 짧게 해서 학교에 간다.선생님의 눈치를 살핀다.지적이 없으면 그 다음날 조금 더 줄인다.선생님이 질책할 때까지 하루하루 줄여 나가다 불호령이 떨어져야 비로소 교복 줄이기 행진을 멈춘다는 것이다.6월 들어 하복으로 교복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일부 학교들의 현주소다. 어디 그뿐인가.전국 학교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몸살을 앓고 있다.학생들의 휴대전화 편집증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지난 1학기 중간고사에서 휴대전화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게 적발되어 재시험 소동을 빚은 학교가 어디 한둘이던가.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면 1주일씩 압수하고 어쩌고 해보지만 학생들의 휴대전화 편집증은 그만큼 심해진다.한편에선 휴대전화 숨바꼭질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그러나 걱정하며 한숨을 쉴 일은 아닌 성싶다.멀리 갈 것 없이 어른들의 학창시절을 뒤돌아 보면 된다.예나 지금이나 10대들에겐 이유없는 고집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못하게 하면 악착같이 더 하려는 청개구리 심리도 여전하다.그리고 선생님 꾸중 듣고,혼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교복에 남달리 애착을 보였던 그 10대들이 건강한 사회의 주역이 되었다.모르면 모르지만 올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찾아 나선 상당수는 교복소동의 주연이었을 것이다. 교육은 다음 세대의 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또래들끼리 키를 재어 보듯 생각과 의식을 저울질해 가며 자기 성장의 역량을 쌓아 간다.교복소동을 벌이고 휴대전화 숨바꼭질을 하는 시행착오 가운데 건전한 상식을 체득해 간다.청소년들은 선생님의 잔소리 속에서 단련되고,선생님의 칭찬으로 벗어났던 좌표로 되돌아 오곤 한다고 한다.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일 것이다.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자세를 추슬러 볼 일이다. 정인학 교육대기자 ch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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