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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층 결집 바이든 화려한 부활…‘오바마 향수’ 등에 업고 남부 석권

    중도층 결집 바이든 화려한 부활…‘오바마 향수’ 등에 업고 남부 석권

    텍사스·버지니아 등 10개주에서 승리 샌더스, 캘리포니아 등 4개주 겨우 1위 민주 주류 ‘급진주의 공약’ 바이든 견제 바이든 vs 샌더스 막판까지 대접전 예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슈퍼 화요일’에 승기를 잡으면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2016년 때처럼 다시 나락으로 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층은 무소속 샌더스에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에 불과 이틀 만에 공동전선을 구축해 바이든을 지지했고 흑인 표심도 든든하게 버텨 줬다. 다만 샌더스의 열혈 지지층도 만만치 않아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지가 승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14개 중 9개주에서 이긴 바이든은 로스앤젤레스 유세에서 “우리는 살아 있다. 우리의 선거운동이 트럼프 대통령을 쫓아낼 것”이라며 “사람들은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선을 중단하고 자신을 지지해 준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반면 대의원 표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등 4개주에서 승리한 샌더스는 정치적 고향인 버몬트에서 “트럼프와 똑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꺾을 수 없다. 우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을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자신만이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바이든의 흑인 표심은 두터웠다.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과 같이 ‘오바마 향수’를 발판으로 남부를 석권했다. 흑인이 가장 많은 지역인 앨라배마에서 63%의 표를 얻어 샌더스(17%)를 압도했다. 흑인 인구가 25%를 넘는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각각 53%, 43%의 득표율로 샌더스를 20%포인트가량씩 앞섰다.  여기에 강성 진보로 평가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 샌더스의 텃밭으로 불리는 텍사스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것이 대역전극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역시 샌더스 우세 지역인 메인에서도 오후 6시 현재(개표율 73%) 34%를 얻어 샌더스(33%)를 앞섰다.  반면 샌더스로서는 ‘2016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초기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슈퍼 화요일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밀리면서 2위에 그쳤다. 민주당 주류들이 힘을 합쳐 급진 좌파이자 무소속인 샌더스를 밀어내는 구도를 형성한 것도 당시와 같다.  특히 샌더스는 캘리포니아와 유타, 콜로라도 등 진보 색채가 짙은 4곳에서만 승리를 거머쥐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투표율이 낮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요 지지층인 히스패닉이 집중 거주하는 텍사스에서도 밀렸다는 점은 좋지 않은 징후다. 공립대 무상 등록금, 저소득층 주택 1000만채 공급, 최저임금 15달러 등 급진적 공약이 중도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중도 성향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급진 성향의 워런 의원이다. 초라한 성적에 중도 하차를 고민하는 블룸버그와 달리 워런은 ‘완주’를 고집하고 있다. 만일 블룸버그까지 중도 표심을 바이든에게 몰아주고, 워런의 강공으로 급진적 진보층의 표심이 분산되면 샌더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경선 결과는 자신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면서도 “다만 워낙 예측 불가능한 만큼 끝까지 혼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네타냐후 세 번째 총선 승리

    ‘뇌물·사기’ 재판에 사법 불확실성 커질 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일 1년 만에 세 번째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하며 ‘불사조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정치적 교착상태를 타개할지는 불투명하다. 그가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다 해도 조만간 시작될 뇌물·사기 등의 재판으로 이스라엘은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의 영역에 들어가게 됐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익 리쿠드당은 전날 시행된 총선 출구조사에서 전체 120석 가운데 36~37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타냐후가 간판으로 나선 선거 중 역대 최고 의석이다. 네타냐후가 연정 상대로 삼을 극우를 포함한 우파 진영은 59석으로, 과반인 61석에는 2석이 부족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번은 내 생애에 가장 중요한 승리”라고 말했다. 리쿠드당은 “네타냐후가 우파의 모든 정당 수장들과 대화했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강력한 정부 구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그의 최대 정적인 베니 간츠 대표가 견인한 중도파 청백당은 32~34석 확보가 예상된다. 중도 좌파와 아랍 계열까지 합친 ‘반(反)네타냐후’ 진영은 54~55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간츠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네타냐후는 오는 17일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며 그의 퇴진을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뇌물·사기·신뢰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연정 구성의 키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세속 국가주의인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이스라엘은 우리집)가 쥐고 있다. 6~7석을 확보하면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에베르만은 네타냐후 시절 국방장관을 지냈지만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그의 러브콜을 거부했다. 리에베르만은 네타냐후가 지원하는 극우 정당, 간츠가 손잡은 아랍 진영을 제외한 통일 정부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대표 요하나 플레즈너는 “네타냐후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권한을 확보했지만 정부 수장이 법정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국가는 사상 유례없는 사법 불확실성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정치권으로 번진 ‘박근혜 시계’ 논란…“朴 무서워서 나오는 것”

    정치권으로 번진 ‘박근혜 시계’ 논란…“朴 무서워서 나오는 것”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찬 ‘박근혜 금장시계’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야기한 신천지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3일 당직자 회의에서 “좌파세력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서운거다. 그러니까 가짜 시계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장에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타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박(친박근혜)계인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도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시계는 은장이지 금장이 아니다. 더욱이 날짜가 나오는 박근혜 시계는 없었다. 나는 저런 금장시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오늘 같은 날 그 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것부터 수상하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현 정권에서 살인죄로 고발당한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걸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라며 “89세 고령이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반팔셔츠를 입고 나와 (절을 하며) 팔동작을 과장되게 했다. 시계 좀 봐달라는 제스처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총회장은 이 시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명확히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온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본래 사교 교주들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라며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며 시계를 많이 제작해봤지만 금시계를 만드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시계를 놓고 진실게임도 벌어졌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통합당 이건용 팀장의 글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부속실 근무 당시 보고 받았던 건으로 정확히 기억한다. 다양한 기념품이 제작됐으나 ‘금장시계’는 제작된 바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역사학자이자 한국학 중앙연구원 전우용 객원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박근혜 키즈 이준석과 친박 핵김 김진태씨가 ‘이만희가 찬 박근혜 시계는 가짜’라고 증언했지만 시계는 박근혜가 ‘특별한 사람에게만 지급한 진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글은 얼마 뒤 삭제됐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3일 “이분(전 객원교수) 이거 썼다가 분위기 보고 쫄려서 지운 건가요“라며 ”혹시 글삭튀(글을 삭제하고 도망가다)가 아니라 잘못 알고 공격했던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이 밝혀졌다’는 표현을 썼는데, 역사학자는 문헌연구를 통해 사실관계를 따질텐데 요즘은 중고나라 게시글에 신라금관 가품이 매물이 나오면 사실로 확인하기도 하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인 ‘로즈 먼데이’ 카니발 등 독일 유명 축제의 단골손님은 바로 ‘유럽의 거물’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카니발 퍼레이드를 장식하는 기상천외한 각종 정치 풍자 조형물 가운데 메르켈 총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빠짐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와 같이 보기 민망한 스트립걸로 여성 정치인을 묘사한 조형물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풍자물은 차라리 점잖다는 생각마저 든다. BBC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카니발은 메르켈이 수치심을 견뎌야 할 마지막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21년에 임기를 마친 뒤 명예롭게 은퇴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기독민주당에 닥친 연이은 위기로 메르켈의 ‘아름다운 퇴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극우에 치이고 좌파에 치이고 지난 2월 초 독일 정가는 튀링겐주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몰표를 받아 총리가 탄생하며 발칵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기민당과 ‘신나치 정당’인 AfD가 한배를 탄 모습이 연출되며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기성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깨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책임을 지고 메르켈이 자신의 후임으로 직접 점찍었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며 다시 한번 독일 정가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그동안 메르켈은 당권과 총리 권력을 분리시켜왔다. 이 같은 그의 방침이 크람프카렌바워의 당내 위상을 위축시켜온 가운데 AfD가 집권당의 권력구도까지 뒤흔들자 메르켈의 리더십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소도시 하나우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의 총격사건이 벌어지며 독일 사회의 분위기는 한층 뒤숭숭해졌다.이 같은 소요 속에 같은 달 23일 치러진 함부르크 지방선거에서 기민당은 3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39%의 득표율로 1위를, 환경 정당인 녹색당은 2위(24.2%)를 차지하는 등 진보 진영이 크게 선전한 반면 기민당은 11.2%를 얻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AfD도 5% 지지를 넘지 못해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외신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과 앞서 극우주의자의 총격 사건에 따른 위기감이 사민당과 녹색당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극우정치의 부상과 크람프카렌바워의 총리 불출마 선언, 극우 테러 사건, 함부르크 선거 패배 등 일련의 사건들은 기민당의 향후 노선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반이민 정서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의 우경화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도·좌파정당들의 함부르크 선거 승리는 기민당에 정반대의 신호를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함부르크 지방선거는 올해 독일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으로서는 민심을 확인할 유일한 기회였다. 가디언은 함부르크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메르켈의 그늘을 벗어나는 길이 중도 노선을 고수하는 것인지, ‘우클릭’을 하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기민당에 (함부르크 같은) 도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줬다”고 진단했다. ●조기 전대 카드로 위기 돌파할까 함부르크 선거 참패 이후 기민당은 당대표 선거 조기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초 8월쯤 개최하기로 했지만, 연이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4월 25일로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모두 중년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초반 판세는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민당 원내대표 등이 선두에 선 모양새다. 라셰트 주총리는 메르켈 시대의 계승을 표방하는 중도·온건파 후보다. “메르켈 시대와 거리를 두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는 출마선언을 하며 최근 총격사건을 의식한 듯 “독일 내 유대인과 이민자 공동체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향후 기민당의 중심 임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그의 난민 공약은 메르켈의 현 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셰트에 이어 곧바로 출마선언을 한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중도 행보에 반발해 돌아선 옛 기민당 지지자들을 되찾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힐 만큼 우파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메르츠는 2018년 12월 당 대표 선거에서 메르켈이 지원한 크람프카렌바워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이번 선거를 통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오스카 니더마이어 베를린자유대 정치학 교수는 BBC에 “기민당을 지지하는 민초들은 메르츠를 선호하고 있으며,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그가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반(反)메르켈파’로 유명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외원장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2009~2012년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12년 NRW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메르켈로부터 해임된 바 있다. 메르켈에 비판적인 인사이지만, 당 안팎의 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그는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대신 라셰트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대표직보다는 부대표직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라셰트와 메르츠 간 2파전 양상은 앞서 함부르크 선거 이후 제기됐던 당내 노선 투쟁의 대리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18년간 기민당 대표를 지냈고, 15년째 총리로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존재감을 당장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독일 측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유럽에 대한 차기 독일 정부의 영향력은 메르켈의 그것보다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독일이 살아야 유럽이 산다 더불어 메르켈과 기민당의 위기는 비단 독일 정치만의 위기가 아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독일의 내부 문제는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올해 하반기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 협상과 10년간 1조 유로(약 1조 3333억원)가 투입되는 기후대응정책인 ‘EU 그린딜’과 같은 의제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리더십 위기가 사실상 EU의 리더십까지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디언은 “독일 원로정치인들은 기민당 지도부가 오는 여름까지 현재 문제를 방치하면 EU의 업무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치의 위기로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EU 내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독일의 도움 없이 프랑스 혼자 EU의 난제들을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를린의 ‘헤비급 파트너’(독일 총리)가 없다면 마크롱은 홀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며 “기민당의 부활과 메르켈의 훌륭한 후계자를 찾는 것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입장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난 ‘백인 오바마’… 바이든, 날개 달까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난 ‘백인 오바마’… 바이든, 날개 달까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의 미국 민주당 경선 바람몰이가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났다. 첫 동성애자 후보이자 38세 나이로 버락 오바마 신화를 재현하려던 청년 정치인은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미국 대선에서 그의 초기 돌풍은 꾸준한 선거자금 모금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동성애에 우호적이지 않은 흑인 표심도 원인이 됐다. 그의 사퇴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6명으로 줄어들었다. 부티지지와 마찬가지로 중도 성향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그의 지지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15개 주(미국령 사모아 포함)에서 전체 대의원의 3분의1을 뽑는 슈퍼화요일(3월 3일)에 현재 종합 선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부활한 바이든의 한판 대결이 전망된다. 부티지지는 1일(현지시간) 사우스벤드 연설에서 “오늘은 진실의 순간이다. 대선으로 향하는 길이 좁아졌다”며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나의 목표는 언제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미국인들이 단결하도록 돕는 것이었다”며 “(이 목표를 위해) 경선 캠페인을 중지하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첫 경선지역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깜짝 1위(지지율 26.2%)를 기록한 그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2위(24.3%)를 차지했지만 네바다 코커스에서 3위(14.3%),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4위(8.2%)를 기록했다. 동성애에 부정적인 흑인밀집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출구조사에서 그의 흑인 득표율은 불과 3%였다.초기 돌풍으로 인한 선거자금 급증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그간 모았던 7600만 달러는 초기 4개 지역 경선에 쏟아부었고, 2월 초 재정은 660만 달러로 슈퍼화요일의 목표액인 1300만 달러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달에 선두 샌더스가 모은 성금은 4650만 달러였다. 부티지지가 제2의 오바마를 꿈꾸며 화합, 이상 등의 가치를 주장한 것이 변칙을 마다하지 않는 현실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서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4개 지역 경선에서 ‘톱4’였던 부티지지의 포기는 예상 밖으로 이르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슈퍼화요일을 불과 48시간 남긴 상황에서 포기 선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NYT는 “부티지지가 (경선 주자 가운데) 누굴 지지할지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부티지지와 바이든이 음성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바이든 측 관계자의 전언을 보도했다. 바이든, 부티지지 등 소위 민주당 주류로 불리는 중도파들이 무소속이자 급진좌파인 샌더스를 상대하려 진용을 구축 중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부티지지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슈퍼화요일, 그의 모든 표는 ‘졸린’ 조 바이든에게 갈 것”이라며 “민주당이 샌더스를 경선에서 탈락시키려는 작전이 진짜 시작됐다”고 했다. 부티지지에 앞서 이날 역시 중도 성향의 경선 후보인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도 중도 포기하면서 바이든의 위세는 더 커질 수 있다. 선거조사 온라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부티지지가 빠지자 샌더스의 지지도는 63%에서 60%로 줄었고, 바이든은 34%에서 36%로 올랐다. 반면 경선 후보가 누가 될지를 묻는 말에는 10명 중 6명꼴로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외려 부동층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선거자금 화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날 “부티지지는 청중에 감동을 주고 역사를 만드는 강력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의 출마로 우리 당은 더 강력해지고 우리나라는 더 좋아졌다”며 부티지지의 지지자들을 감안한 듯한 트윗을 게시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비례민주당’ 창당 움직임… 야권 “자기들이 만들면 합법?”

    ‘비례민주당’ 창당 움직임… 야권 “자기들이 만들면 합법?”

    민주당 핵심의원들 비례 위성정당 창당 논의통합당 “희대의 정치 코미디… 고발 검토”민중당 “내로남불·소탐대실… 통합당과 동급”민생당 “공작정치” 정의당, 민주당 입장 요구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비례민주당’ 창당 움직임에 야권이 집중 비난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지난 26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핵심 의원들이 모여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합의했다는 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 정권의 목표인 좌파 장기독재를 위해선 어떤 짓도 다할 수 있다고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비난했다. 성 원내대변인은 또 “1+4라는 불법 사조직을 만들어 괴물 선거법을 통과시켜 놓고 이제 제 발등을 찍는 희대의 정치 코메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평하면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불법이라며 고발까지 한 민주당 아니던가. 이제 자기들이 만들면 합법이라고 우길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성원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더 기함할 일은 그들의 대화 중 공수처 때문에 선거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인한 부분”이라며 “자신들의 죄를 감춰 주고 뭉개줄 공수처 설치해보겠다고 선거법을 거래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래한국당 창당을 두고 ‘가짜정당‘, ‘나쁜 정치 선동’이라며 이인영 원내대표는 악담을 퍼부었다. 황교안 대표에 대해선 (미래한국당) 이적을 권유했다며 입당 강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발했다”면서 “이자들의 행태를 보니 무고죄임이 틀림없다. 법리 검토해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민중당도 민주당 비난에 가세했다. 이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로남불’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눈앞에 표 계산에 대의를 저버리는 ‘소탐대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례민주당을 세우는 순간 미래통합당과 동급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면 당장 더러운 작당을 멈추라”고 강조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 실세들이 저녁에 식당에 앉아서 비례 위성정당 설립을 위해 밀실 음모를 꾸민 것은 충격적”이라며 “전형적인 공작정치”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며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만난 것은 사실이나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결의한 것은 아니다. 창당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경협 의원도 “당 차원에서 (창당 논의를)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씨줄날줄] 성직자의 정치 참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직자의 정치 참여/박록삼 논설위원

    문익환(1918~1994) 목사. 고향 북간도 명동촌은 독립운동가들의 전진기지였다. 송몽규(1917~1945), 윤동주(1917~1945) 등과 명동학교에서 일제로부터의 독립의지를 불태웠다. 그 학교에서 기독교도가 됐다. 종교가 남녀, 반상, 좌우를 뛰어넘는 구심이었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 통역장교, 교회 목사 등을 지내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 시대에 몸을 던졌다. 군부독재정권과 맞서는 모든 현장에 그가 있었다. ‘사법 살인’의 인혁당 사형수와 그의 가족들 곁에 있었고 인천의 노동자들과 함께 울부짖었으며 제 몸을 불태우는 청년들의 잇단 죽음에 통곡하며 함께 싸웠다. 감옥이 집처럼 익숙한 곳이 됐다. 여섯 차례에 걸쳐 17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노동해방과 통일, 민주주의는 문익환의 삶 그 자체였다. 문 목사는 어떤 정당에도 몸을 담지 않았다. 어떤 정당도 그의 삶의 가치를 담아낼 만한 그릇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넓은 뜻에서 그는 ‘정치인’이었다.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만드는 것이라면 어떤 정치인도 ‘제대로 정치를 했노라’ 당당하기는 어려웠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자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가 지난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자유통일당과 기독자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혐의다. 당직을 맡지 않았지만 이달 초 창당한 자유통일당은 그가 주도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나니 종북좌파들이 추도식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다.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라고 발언하거나 “문재인은 지금까지 저지른 죄만 해도 군사법정 같으면 총살당해야 한다”고 했다. 종교인치고는 정치적이고 정파적인 발언들이다. 미래통합당 출범 전인 지난달 31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안철수·김문수·전광훈도 통합에 합류해야 한다. 누구든 독자노선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이 이미 그를 정치인이자 보수정치의 파트너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문 목사의 정치와 전 목사의 정치는 같은 흐름에 있지 않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인이 정치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문이 횡행하던 시절에 김수환 추기경은 학생운동권이 숨어든 명동성당에 경찰이 난입하자 그 앞을 막아서며 ‘나를 밟고 가라’고 했다. 5공화국 시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시대의 필요와 정의구현에 성직자로서의 양심과 소명의식이 호응한 것이다. 양심의 가치가 실종된, ‘정치 만능’의 세상에 전 목사와 그의 추종세력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youngtan@seoul.co.kr
  • “민주, 샌더스로 뭉쳐야 대선 승리 급진·중도 분열은 트럼프 돕는 일”

    바이든·부티지지 ‘샌더스 현실론’ 견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에 민주당 주류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소위 ‘샌더스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진·중도를 둘러싼 분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는 대표적 진보 논객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도 후보들이 힘을 합칠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샌더스는 확실한 지지를 얻고 있다”며 “샌더스는 좌파 트럼프가 아니다. 그는 권위적인 통치자도 아니고 민주당은 권력남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주류를 향해 샌더스가 대세임을 인정하고 트럼프와 맞설 상대로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크루그먼은 또한 “샌더스 행정부는 적어도 처음에는 나 같은 중도좌파론자들을 배제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샌더스가 후보가 된다면 (대통령으로) 선출되도록 돕는 게 민주당의 일”이라고 촉구했다. 전국민의료보험, 대학 학비 면제 등 샌더스의 급진 복지 정책에 따른 적자예산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이미 그렇게 했지만 경제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튿날인 24일 NYT 칼럼에서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정부 부채가 많다는 공화당 측의 공격으로 긴축 정책을 펼쳤고 이는 경제회복을 늦췄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빚이 1조 달러인데 공화당은 비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샌더스의 공약에 대해 막대한 예산 편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지만 결정적 약점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샌더스에 대한 견제는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가장 손쉬운 상대인 샌더스를 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샌더스의 의료보험 공약이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하는 광고를 내놨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측은 6곳의 선거사무소가 잇단 반달리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샌더스의 극성 지지자를 비난했다. 이날 새벽에도 누군가 시카고 사무소의 유리창 4개에 ‘인종주의자’·‘성차별주의자’·‘공화당원’·‘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을 썼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측 관계자는 “샌더스 의원이 특히 블룸버그 캠페인을 언급하면서 올리가르히라는 말을 자주 써 왔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중도’가 정치를 구할까/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론] ‘중도’가 정치를 구할까/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1대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시점에 중도층(혹은 부동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중도층 비율이 30% 정도로 꽤 늘어나서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정권안정론보다 정권견제론에 점점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즉 중도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함으로써 정치지형에 변화가 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에 앞서 작금의 한국 정치에서 중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살펴야 할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학계나 언론계 일각에서 중도층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내리고 있는 가정, 즉 ‘중도가 바람직하다’는 가정이 바로 그것이다. 왜 그리 가정하는가. 어떤 편에도 매여 있지 않아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일 수 있으며, 지연이나 학연 등 친소관계가 아닌 합리적 판단에 기초해 그나마 좀더 나은 혹은 덜 나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는 정치양극화의 해소를 요구하는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그것을 실현할 주체이자 방도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도가 진보와 보수 이념과 당파를 앞세워 망가진 정치를 고쳐 낼 구세주 혹은 기대주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중도층이 진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합의된 이론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그런 이론의 생성을 가능케 하는 실증적 연구가 풍성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한적이나마 몇몇 학술 논문과 조사전문가의 조언 등에 기초해 필자 나름대로 특징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도층은 진보와 보수의 중간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그들이 위치하는 곳은 이념적 중앙이 아니라, 몰이념의 자리이다. 즉, 정치사회적 삶에 있어 가치와 신념을 중시하지 않는다. 둘째, 공동체나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공평성이나 배려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뛰어든 게임의 규칙과 절차에는 관심이 높다. 셋째, 툭하면 과거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진보와 보수와 달리 미래지향적일 것 같지만,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물질적 손익에 관련된 이슈이다. 넷째, 정치에 대해 일상적인 관심이나 참여를 선호하지 않는다. 즉, 공적 문제의 해결에 대한 의사나 주도성이 높지 않다. 이를 종합하자면 중도층은 대체로 ‘실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규범적인 긍정과 부정을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 1990년대 말 이후 몰아닥쳐 작금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무한경쟁ㆍ각자도생ㆍ승자독식의 원리에 조응하는 삶의 지혜와 태도이기도 하니까. 또 향후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을 필요로 하는 잠정적 정리일 따름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를 구할 것이라고 선뜻 기대하기가 어려운 특징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데도 왜 중도가 작금의 한국 정치를 구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일까. 중도를 중용으로 착각하고, 중도층이 그런 미덕을 지녔을 것이라는 허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현실 정치를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로 나누어 그 가운데를 중도라고 지칭하는 ‘언어의 공간적 표현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리 호명하는 틀 속에 정치를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이미 현실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력자들의 게임으로 정치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틀 안에서는 오직 중도층만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게 만드는 민주주의 정치의 보루일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시각이 보지 못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현실이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그들 모두가 영원한 승자로 존재한다는 현실, 그리고 그 틀 밖에 영원한 패자로 방치된 이들이 있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20대 국회가 입법 활동 등에 있어 누구의 선호에 주로 반응했는지 등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투표불참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반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투표참여도에 소득의 높고 낮음이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음을 감안하면, 20대 국회를 주로 차지했던 진보와 보수로 불리는 양대 정당 사이만 왔다 갔다 하는 중도에 기대할 게 있을지 회의적이다. 하여 작금의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기존 틀 내의 중도가 아니라 틀을 바꿔낼 ‘새로운 대안’이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발’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 행태를 이어 가고 있는 한국당 역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건 ‘코미디’로 희화화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바른미래당 당권파 측에 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핵심 인물이다.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이 먼저 한국당에 투항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조국 사태’에 대해 질의를 하던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 의총에서 입당 인사말을 하며 “(교육위 소속) 전희경, 김현아, 곽상도 의원님, 제가 언짢게 한 게 있다면 크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또 “(총선) 턱밑에서 입당하게 됐다. 공천을 주신다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이에 심재철 원내대표는 “격하게 환영한다. 좌파독재를 막으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화답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을 보내기 위한 한국당의 꼼수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을 지난 13일 갑자기 제명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망언을 했을 당시 “제명시키라”는 국민적 분노에 눈감았던 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한국당을 위해 하루아침에 꼼수 제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보수당 정운천 의원도 지난 14일 느닷없이 탈당계를 내고 미래한국당으로 갔다. 미래한국당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멘 셈이다. 정 의원의 입당으로 현역 5명이 된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1분기 경상보조금 5억 5000만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가 극단으로 흐르면서 상식까지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이찬열까지 받은 한국당…보수통합 명분은 어디

    이찬열까지 받은 한국당…보수통합 명분은 어디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발’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끄러움 모르는 정치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건 ‘코미디’로 희화화하기 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핵심 인물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는데 이 의원 등 당권파가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1표 차(찬성 12명·반대 11명)로 추인하며 관련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이 의원 선택의 무게감이 남다른 이유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동물국회’까지 재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고소·고발을 당했다. 4·15 총선을 앞둔 현재는 ‘공수처 폐지’를 사실상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의총에서 투표로 결정된 패스트트랙을 막겠다는 행태가 한국당 의원인지 바른미래당 의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유승민 의원은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은 보수통합을 진행 중인 유승민계 의원들보다 먼저 한국당과 손을 잡았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교육위 회의를 진행하며 ‘조국 사태’에 대한 질의를 하던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 의총에서 “(교육위 소속) 전희경, 김현아, 곽상도 의원님. 혹시 제가 그동안 언짢게 한 것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크게 용서를 구한다”며 “수원에서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 저 혼자라도 당선이 되겠다. 공천을 주신다면 감사하다”고 밝혔다.‘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이 의원 입당에 대해 심재철 원내대표는 “격하게 환영한다. 좌파독재를 막기 위해 대통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화답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을 보내기 위한 한국당의 꼼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망언을 한 비례대표 이종명 의원은 지난 13일 의총에서 제명됐다. 강한 징계를 해야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에 1년 가까이 침묵하던 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한국당을 위해 하루 아침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이었던 정운천 의원은 지난 14일 느닷없이 탈당계를 내고 미래한국당으로 갔다. 정 의원은 “보수 승리와 전북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상 미래한국당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의 입당으로 현역 5명이 된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1분기 경상보조금 5억5000만원 이상을 확보했다. 비판에 대한 과잉 대응도 문제다. 한국당은 최근 황교안 대표의 ‘1980년 사태’ 발언이 5·18 민주화 운동을 지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자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는 각종 이합집산이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명분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치가 극단으로 흐르면서 정당들이 국민 상식과는 어긋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무한총탄’ ‘흑인공략’... 블룸버그의 경선작전

    ‘무한총탄’ ‘흑인공략’... 블룸버그의 경선작전

    민주당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 참여 안해대신 흑인 다수주, 흑인사회 돌며 열심 유세3월 3일 ‘슈퍼화요일’ 뛰어들어 바람 전략600억불 순자산 중 3억, 흑인 대상 광고에과거 불심검문, 인종차별 발언 아킬레스 건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목사 80여명과 만남, 몽고메리 민주당 흑인 당원들에게 연설, 역사적인 흑인 대학에서 유세, 마틴 루서 킹 목사 교회 견학…. 미국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올 대선 경선의 분수령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피나는 경쟁을 벌이던 지난 2주 동안,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한 일들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억만장자 대선후보인 블룸버그는 민주당 경쟁자들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백인이 다수인 주에서 경쟁하는 동안 반대로 흑인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수백만 달러 광고를 집행하며 앨라배마, 몽고메리,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차타누가 등 남부 주를 횡단했다. 통신은 블룸버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내고 싶어 하는 흑인 민주당원들의 열망을 이용해 당선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출마선언을 했지만 2월 경선은 관망하고 대의원의 약 40% 투표가 이뤄지는 오는 3월 3일 ‘슈퍼화요일’부터 뛰어들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거의 무한한 ‘총알’을 흑인 사회에 퍼부을 작정이다. 순자산만 약 600억 달러(약 70조 8000억원)인 블룸버그는 3억 달러 이상을 광고에 쏟아부었다. 흑인 라디오 방송국에 광고 물량을 투입하고, 총기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가 등장하는 슈퍼볼 광고를 내보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총기규제, 청년 구직 활동을 벌였다는 것을 광고로 제작해 적극 알려왔다.블룸버그의 지지층은 조 바이든 부통령과 겹친다. 둘다 흑인 유권자의 표심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최근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장들과 당내 흑인 하원의원 3명의 지지를 얻었다. 두번의 경선에서 내리막을 걷는 바이든과 대조적이어서 블룸버그 캠프는 나름 고무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은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당내 급진좌파 후보인 버니 샌더스에게 대적할 결정적인 중도 후보가 없어 중도층 표가 분산됐다는 분석을 얻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분산된 중도표를 모을 대안으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NYT는 대안 부재 상황이 계속되면 당 지도부가 블룸버그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11일 몬머스대학이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4%)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날 과거 그가 한 인종차별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그는 뉴욕시장 시절인 2015년 2월 5일 애스펀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살인범의 95%가 비슷한 유형이다. 대체로 15~25세 남성 소수민족이다”며 범죄예방을 위해 “이들의 인상착의를 표준으로 삼아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일자 12일 기자회견에서 “불심검문 강화 정책으로 고통을 초래했다면 사과한다”면서도 “(과거 발언이) 내 삶을 반영하거나, 미국에서 가장 다양성 있는 도시와 기업을 운영한 경험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최영미 “‘백기완 성추행범 지목’ 오보… 진영 논리로 접근 말라”

    최영미 “‘백기완 성추행범 지목’ 오보… 진영 논리로 접근 말라”

    최영미 시인이 일부 언론이 ‘백기완 선생을 성추행자로 지목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해당 기사를 내릴 것을 촉구했다. 13일 최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월 11일 시집 ‘돼지들에게’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일부 매체의 기사에서 ‘최영미가 백기완 선생을 성추행자로 지목’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니 즉시 해당기사를 내리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저는 백본(백기완민중후보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백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며, 성추행을 당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1일 열린 시집 ‘돼지들에게’ 개정증보판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최 시인이 1987년 대통령선거 기간 이른바 진보 단일후보였던 백기완 후보 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도 폭로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최 시인은 성추행 사례를 열거하면서 “선거철에 합숙하면서 24시간 일한다. 한 방에 스무명씩 겹쳐서 자는데, 굉장히 불쾌하게 옷 속에 손이 들어왔었다”고 전했다. 이를 몇몇 언론이 “최 시인이 백 선생을 성추행자로 지목했다”는 내용의 기사로 게재했다. 또한 최 시인은 시 ‘돼지들에게’에 나오는 ‘돼지’가 노무현 정부의 문화계 인사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돼지들에게’에 나오는 ‘돼지’의 “시집 전체에 풍자시가 여럿 잇고, 여럿의 돼지가 나오는데 노무현 정부의 문화계 인사 한 사람이 돼지의 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 시인은 “시를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라”며 “저의 발언이 좌파에 불리하게 이용당하고 언론이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고 저를 비난하거나 저의 발언을 막을 권리는 당신들에게 없다”고 맺었다. 이어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언론의 생리에 둔감한)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백 선생님의 이름이 ‘성추행’ 과 함께 언급되어 선생님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깊이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뭐라도 기생충과 엮자”… 여야 ‘낯뜨거운 기생’

    “뭐라도 기생충과 엮자”… 여야 ‘낯뜨거운 기생’

    강효상 “대구에 봉준호박물관” 공약에 “문화 블랙리스트 올릴 땐 언제고…” 눈살 민주, 문화 공약에 “뒷북… 숟가락 얻기냐”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봉준호 신드롬’이 번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앞다퉈 ‘숟가락 얹기’에 나섰다. 특히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들은 ‘동상 건립’ 같은 구시대적 공약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인 강효상 의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가 봉 감독의 고향인 만큼 영화를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며 “봉준호영화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배영식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는 봉 감독을 주제로 한 영화·카페 거리 조성, 생가터 복원, 동상 건립, 기생충 조형물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같은 지역구 장원용 예비후보는 봉준호기념관 건립과 공원 조성을 약속했다. 봉 감독은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봉준호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12일 “봉 감독을 좌파인사로 분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핍박했던 게 한국당 집권기 때 일인데 이제와 생가 터 복원이니, 동상 건립이니 떠드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다른 당은 몰라도 한국당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당들은 영화계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의식해 문화·예술 분야 총선 공약을 이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예술인 생산활동 지원 ▲국민 문화여가 지원 ▲콘텐츠·영화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패키지 공약을 내놨다. 대안신당은 ‘김대중 마케팅’까지 더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김대중 정부 당시 문화·예술 분야에 국가예산 1%를 배정했던 것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며 “이번 총선 공약에 문화·예술예산 1% 시대 부활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주요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고민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동상 건립과 같은 공약은 국민 눈높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천박한 선거운동”이라며 “정치인들은 이런 공약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데, 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국민들이 총선에서 허황되고 염치 없는 공약을 잘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최순실에 찍혔던 이미경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에 “한국 관객 덕분”

    최순실에 찍혔던 이미경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에 “한국 관객 덕분”

    “봉준호 미소·머리스타일·유머감각 좋아해”남동생 이재현 CJ회장에게도 감사 인사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찍혀 미국행최순실, 이미경 겨냥 “만든 영화가 좌파, 00년”이미경(영어이름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대해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걸 좋아한다”면서 “작품상은 영화에 대해 주저 않고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기생충’에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자 봉 감독, 제작사 바른손 E&A의 곽신애 대표, 출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봉 감독의 미소, 머리 스타일,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의 유머 감각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놀리지만, 결코 심각해지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줄곧 영어로 “봉 감독에게 감사하다. 당신 자신이 되어줘서 감사해요”라고 인사를 전했다.또 “‘기생충’을 지원해준 분들, ‘기생충’과 함께 일한 분들,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남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에게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의 자녀들이다. 이 부회장은 “우리의 모든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바로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면서 “그런 의견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국 관객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4년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났지만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계속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 됐다. 앞서 2017년 4월 ‘국정농단 게이트’ 특검팀은 법정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 추진현황’을 공개했다. 특검은 특히 당시 정권에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 개명)씨가 이미경 부회장을 향해 ‘만든 영화가 좌파라서 OO년’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하룻만에 獨 튀링겐주 총리 말 바꿔 “물러나지 않겠다”

    하룻만에 獨 튀링겐주 총리 말 바꿔 “물러나지 않겠다”

     독일 튀링겐주(州) 총리로 선출돼 단 하루 만에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던 자유민주당 소속 토마스 켐메리히가 말을 뒤집고 잠시 총리 직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극우 성향으로 친나치 정당으로 독일 연방정부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협력을 기피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뜻밖에 몰표를 던져 그가 주 총리로 뽑히면서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튀링겐주는 1930년 나치가 처음으로 지방정부 구성에 참여한 곳이어서 90년 만에 나치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정치적 후폭풍을 낳았다.  켐메리히는 변호사들의 자문을 들은 결과 주정부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잠시 총리 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밝혀 또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아울러 영국 BBC가 보도한 하루만 총리 직을 수행해도 챙길 수 있는 9만 3000 유로(약 1억 2100만원)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민주당은 일단 받고 기부하겠다고 설명했다. 애초 이번 총리 선출 투표는 독일 연방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좌파당과 사회민주당, 녹색당이 내세운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AfD가 친(親)기업 성향으로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인 켐메리히에게 몰표를 던지는 바람에 한 표 차로 총리에 선출됐다. 자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5%를 득표해 간신히 주의회 진출 기준을 통과했다. AfD가 총리 선출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 과정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 역시 켐메리히를 지원해 책임론이 대두됐다.  선거 직후 자유민주당은 AfD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기독민주당 등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사회민주당 등 연방정부에서 대연정을 구성 중인 세 당은 모두 주의회 해산 및 조기 선거를 요구했다.  사회민주당은 켐메리히를 지지한 기독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연정이 유지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과가 바뀌어야 한다”고 사실상 조기 선거를 요구했다. 독일의 기성 정당들은 2017년 9월 총선 결과 연방의회에 진입한 AfD를 신나치 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협력을 거부해왔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기성 정당들을 비판하며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80년 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소속의 빌헬름 프리크가 튀링겐주 내무교육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경찰관들을 나치로 교체해 나가고 자유로운 사상 교육을 막는 등 전형적인 나치즘의 모습을 보였다. 2년 뒤 총선에서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은 제1당으로 부상했고, 이듬해에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 직에 올라서며 나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역사학자 미카엘 빌트 훔볼트대 교수는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인터뷰를 통해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고 2020년의 독일은 1932년의 독일이 아니다”면서도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편집네트워크(RND) 뉴스집단은 튀링겐주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그가 단 하루 임기를 채우고도 막대한 돈을 챙길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주 총리의 한달 급여는 1만 6617 유로로 책정돼 있고 주 법에 따르면 하루만 일해도 한달 치를 지급하게 돼 있다. 수당은 766 유로로 책정돼 있는데 기혼이라 가족수당 153 유로까지 더해 1만 7537 유로가 된다.  더불어 총리 직을 물러나면 6개월 동안 직종전환 수당을 챙긴다. 첫 3개월은 전액을, 나중 3개월은 반액이다. 직종 전환 수당만 7만 5468 유로가 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패스추리tv] ‘빠시즘’과의 전쟁이라면 ‘진중권’ 뒤에 기꺼이 서겠다

    [패스추리tv] ‘빠시즘’과의 전쟁이라면 ‘진중권’ 뒤에 기꺼이 서겠다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동생에게 보냈다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측이 공판에서 이 문자를 공개한 검찰을 “논두렁 시계 방식의 망신주기”란 취지로 비판했다. 돈과 스펙, 정치적 올바름(PC)까지 모든 것을 독식하려던 강남좌파의 또다른 위선이다. 마지막에 최종 놓지 않을 것은 ‘강남 빌딩을 향한 꿈’이면서 마치 이상이 훼손당해 못마땅한 듯 반응한다. 까짓 고백하자면 내 꿈도 강남 건물주다. 다만, 기소된 혐의처럼 건물주 되자고 서류 위조는 못하겠다. 착해서 라기보다 걸릴까봐 공포스러워 못하겠는데, 정년 보장되는 직업을 가진 엘리트들은 아마 위조해도 걸리지 않을 것을 알고 걸려도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거라 과신한 듯하다.걸려도 피할 수 있다는 과신이 공적 제도권 안에서 실행되는 과정을 2020년에 볼 줄 몰랐다. 법무부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피고인들의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4일 밝혔는데, 이는 국회법에 배치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제출을 피의사실공표로 판단하며 공소장 국회 제출 거부를 “가까운 곳의 개혁”이라 하지만,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은 수사가 마무리된 결과물인 공소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소장 비공개는 심리와 판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재판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공개 재판주의’란 천부인권적 가치를 배반한다. 공소장을 비공개 한 채 진행하는 재판을 왜 국민 세금 들여 하나. 피고인들이 갹출하든지 할 것이지. ‘우리 편을 지켜야 하기에, 우리 편은 옳다’ 식의 전체주의적 사고가 작동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잘 기획된 각종 애국심 마케팅부터 저마다의 은밀한 질병력이 내밀하게 투사됐던 황우석 지키기 신드롬까지. 그 때마다 전직 동양대 교수·정의당 당원, 현재 무직인 진중권이 열정적인 비판을 가했다. 진중권은 주로 이겼다. 빠 현상 이란 게 논리적 뼈대는 튼튼하지 않은 채 감성이란 살만 오른 경우가 많아서 오래 지속될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지정학적 요인도 진중권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이하게 정치권으로 간 빠시즘에는 여러 방식으로 지속적인 양분이 공급됐고, 살이 마치 뼈처럼 보이게 단단해졌다. 그래서 ‘우리 편을 지키지 못했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사고로 한 단계 진화가 이뤄졌다. 과거엔 틀렸던 것이 지금은 옳고, 저 편엔 나쁜 것이 우리 편엔 괜찮은 게 되고 있다. 과거든 지금이든, 이 편이든 저 편이든 표변하면 안된다는 원칙인 ‘법치주의’가 그래서 가장 먼저 핍박받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높은 승률의 진중권이 등판 했음에도 도무지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진중권이 GG를 선언한 적이 있었다. 참여정부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두고 2012년 변희재와 벌인 사망유희 토론이다. 공희준 뉴스케이프 메시지크리에이터는 이 상황을 이렇게 평가한다. “사망유희 토론에서 진중권은 최선을 다했지만, 변희재는 죽을 힘을 다해 토론에 임했다. 그래서 진중권이 졌다.” 진중권은 교류하던 이들과 싸우고 있다. 리무진좌파가 주류였던 강남좌파 세상에서의 분화를 이끌고 있다. 진보 내에서의 분화. 드디어 빠를 갈아 타려는 논쟁이 끝나고 법치, 공정, 정의, 참여를 위한 담론이 시작될 수 있을까. 지금 죽을 힘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패스추리tv’ 강남의소리(https://youtu.be/Ph8J-4ZC5gQ)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판깨스트]대법원 ‘김기춘 직권남용죄’ 판단…조국·사법농단 ‘직격탄’ 맞나

    [판깨스트]대법원 ‘김기춘 직권남용죄’ 판단…조국·사법농단 ‘직격탄’ 맞나

    명단 송부 등은 종전에도 하던 일‘의무 없는 일’ 꼼꼼이 따져야박근혜 재판···3월로 연기 조국·양승태 사건도 ‘영향권’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김기춘(81) 전 비서실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직권남용죄’에 있어 ‘의무 없는 일’이 무엇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이 저지른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를 인정했지만, 일부 행위에 대해 상급자가 하급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러한 판단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공직자들의 사건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의무 없는 일’ 김 전 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각종 사업에서 좌파 등에 대한 지원을 배재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에 개입을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원심은 이러한 행위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권남용죄가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직권을 남용해서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법 123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을 통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두 가지 결과 중 하나는 충족돼야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했습니다.직권남용의 대상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행위를 해야할 ‘의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공적 임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할 지위에 있기 때문에 행위별로 각각 의무가 있는 행위였는지 여부를 따져봐야합니다. 이런 기준을 놓고 김 전 실장의 혐의를 다시 들여다 본 대법원은 대부분의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예술위원장와 예술위원에게 배제시지를 전달한 행위,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한 행위,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을 종용한 행위 등은 해당 기관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것이 맞다고 봤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와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 두 가지입니다.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명단을 송부하고 심의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문체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지원사업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일 등을 통해 문체부에 협조할 의무는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해당 기관 직원들이 과거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 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진행상황을 보고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그 때와 지금의 행위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등을 살피라고 주문했습니다. ■‘직권남용죄’ 사건들…직격탄 맞나 지난달 31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전날 대법원 판결로 인해 재판이 오는 3월 25일로 미뤄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국정농단에는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도 포함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문체부 실장 3명 사직 강요’ ‘문체부 국장 사직 강요’ 혐의인데 항소심에서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부분에서 ‘문체부 각종 명단을 송부한 것’과 ‘공무 사업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게 한 것’ 등은 무죄 취지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사건에서 ‘과거에는 안한 건데 이번에 특별히 직권남용을 한 것인지’ 등을 더 주장하거나 필요 증거를 내야할 것 같다”면서 검찰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습니다.대법원의 판단은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과 양승태(72) 전 대법원장 등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고위공직자의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56·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반원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도 정상적인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고, 특별감찰반원의 감찰 활동을 방해했다며 직권남용죄를 적용했는데, 조 전 장관은 감찰을 진행하다 비위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감찰을 중단한 것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이 특별감찰반원의 감찰을 중단하도록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특감반원의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검찰의 공소논리가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 중 대부분은 직권남용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대부분의 혐의가 직권남용죄라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의 고유의 권한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했다고 봤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개입이 대법원장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직권남용이 성립되더라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것인지를 놓고 다툴 여지가 생겼습니다. 검찰은 종전에는 작성하지 않았던 보고서를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만 작성한 정황을 내세워 각종 재판에 개입하려는 ‘특정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어떤 경우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어떤 경우에는 작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美유대계. ‘안티 샌더스’ 광고, 민주 중도진영 뭉치나

    美유대계. ‘안티 샌더스’ 광고, 민주 중도진영 뭉치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첫 일정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 1위이자 좌파진영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가의 정치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민주당 진영 슈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이 29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에 대한 비판광고를 내보낼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인 미국 내 유대인 로비단체가 기획한 이번 광고는 샌더스의 급진 성향을 우려하는 중도파 민주당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NYT는 “이 단체가 샌더스의 지지율 반등에 따라 몇주전부터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고 보도했다. 중도·온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동안 급진좌파인 샌더스의 행보에 부정적이었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선에서는 경쟁력이 있을 수 있지만, 본선에서 중도층 유권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성은 약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보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선명한 노선의 후보들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유력 유대인 단체가 샌더스의 경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아이오와 코커스를 며칠 남기지 않고 ‘안티 샌더스’ 광고를 내걸었다. 샌더스는 유대인이기는 하지만, 친(親)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여온 인사다. 이때문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었던 지난 대선 경선에서 자신을 유대인이 아닌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유대인 세력과 선을 긋기도 했다. 이번 광고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샌더스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NYT는 “샌더스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당 중도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탄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중도 성향 후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경선 빅4’를 형성하고 있는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전 시장은 최근 지지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샌더스와 같은 유대인이자 억만장자인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샌더스의 반이스라엘 행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이 첫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NYT는 “샌더스의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문수, 전광훈과 신당 창당…홍준표 “오죽 답답했으면…”

    김문수, 전광훈과 신당 창당…홍준표 “오죽 답답했으면…”

    김문수 “한국당, 태극기 버리고 좌클릭 반대”홍준표 “대통합 필요한데 좌파들만 살판났다”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7일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보수통합에 반대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당에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후원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과의 투쟁을 가장 열심히 한 ‘광장세력’을 극우로 몰고 있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태극기를 뺀 보수통합에 반대한다.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승민당’과 통합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해체하고 태극기를 버리고 좌클릭 신당을 창당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총선과 관련해서는 ”선거의 전략·전술과 정당의 강령은 다른 차원“이라며 한국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전 지사에 따르면 신당명은 ‘국민혁명당’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통합과 관련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총선은 각개전투로 치르고, 총선 후 ‘헤쳐모여’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폭망, 외교 왕따, 북핵 노예, 실업 폭증으로 3년 만에 판을 뒤집을 호기를 맞이했는데도 갈가리 찢어져 각자 자기 팔만 흔들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아울러 “보수 우파가 대통합하는 것이 시대 정신인데 한국당과 유승민당(새로운보수당)은 서로 자기들만 살기 위해 ‘잔 계산’을 하기 바쁘고, 태극기 세력은 조원진당·홍문종당·김문수당으로 핵분열하고, 보수 우파 시민단체는 20여개 이상 난립하고 있으니 좌파들만 살판이 났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지사가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착잡한 심경을 가눌 길이 없었다”며 “25년 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영혼이 맑은 남자 김문수’라고 별칭을 내가 붙여 줄 만큼 순수하고 바른 그가 오죽 답답했으면 신당 창당을 결심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라고 적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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