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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톱’ 숨긴 美 통상전략

    100년도 지난 얘기다.1889년 미 워싱턴에서 범아메리카 회의가 열렸다. 당시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블레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브라질이 남반구에서 가진 영향력은 미국이 북반구에 미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이후 50년간 브라질을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르며 협력관계(?)를 유지했다.2차대전 이후 브라질 수출입의 절반은 미국이 차지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소련의 브라질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나는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1963년 후아오 굴라토 좌파정권이 미군 지원의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자 백악관은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어 자본과 공산품을 브라질에 쏟아붓고 브라질로부터는 1차산품을 얻었다. 이른바 ‘종속경제’다. 노동당 출신인 현 룰라 좌파정권이 개혁을 추진하지만 한번 덫에 걸린 브라질 경제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6월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재검토위원회’는 색다른 보고서를 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무역투자를 늘리고 정치적 영향력을 증강시킨다며 미국은 대중(對中)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통화체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모건 스탠리가 명명한 ‘브릭스(Brics)’의 멤버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인도, 러시아와 함께 세계가 주목할 국가군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을 통제권에 둬야 한다는 모종의 ‘암수(暗數)’가 내포됐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식민지 국가의 독립심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이 선점한 ‘시장’을 유럽 등 경쟁국에 내놓지 않겠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과거 브라질에 그랬듯이 미국은 중국 등의 브릭스에 ‘윌슨식’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사실상 미 국익을 대변하는 월가의 첨병이다. 의회는 말할 것도 없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친기업 성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됐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늘 19세기의 ‘시장 약탈전’이 꿈틀댄다. 중국에는 환율 문제로, 브라질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우회한 차관 문제로 이미 개입 중이다. 중국은 연말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브라질도 IMF의 정책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중국과 브라질이 호락호락 당할 성싶지는 않지만 ‘미소’로 시작해 ‘발톱’으로 끝나는 게 미국이다. 그만큼 집요하고 끈덕지다. 우리도 친미, 반미를 뛰어넘는 이성적 변별력이 필요할 때다. mip@seoul.co.kr
  •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전 16대 국회의장은 17대 여야 의원들에게 “국회가 13일째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하라.”고 9일 촉구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내가 의장을 할 때는 국회파행의 조짐이 보이면, 당일날이나 늦어도 그 다음날에는 여야 원내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서 “국회의장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파행 12일째에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주선한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1993년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대정부질의에서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에게 ‘12·12사태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답변을 요구해 정회가 되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총리의 답변을 받아낸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황 총리는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답변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이 전 의장이 “총리는 답변하시오.”라고 다그쳐 답변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는 총리뿐 아니라 국가원수라도 의장의 말을 듣는 것이 순리”라며, 국회의장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해찬 총리의 사과문제에 대해 이 전 의장은 “총리는 국민과 야당에 유감을 표시하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조건이나 토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 총리의 ‘차떼기 당’을 촉발시킨 한나라당의 색깔론 제기에 대해,“색깔론이 불어도 국민들이 과거처럼 좌파·용공으로 믿지 않는 만큼 여당이 신경과민이 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정부·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일부 국민들이 좌파정부라고 ‘오해’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등원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생경제가 어려우니, 대여투쟁을 국회에 들어와서 하라.”고 조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李총리 ‘유감 표명’수위 어디까지

    이해찬 국무총리는 자신의 야당 폄하발언으로 촉발된 국회파행과 관련,“입장 표명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여야간 논의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총리는 8일 오후 김원기 국회의장의 전화를 받은 직후 “국회에서의 논의를 지켜보며 조만간 (유감표명을 포함한) 입장을 표명키로 했다.”고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김 의장이 오후 2시 넘어 총리에게 전화를 통해 양당이 국회에서 더 이상 색깔론이나 비방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의장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고, 의장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어 “이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나 시기나 장소 등 입장 표명의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간 국회에서의 논의가 좀 더 진척된 이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야간 첨예한 대립을 불러일으켰던 총리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이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키로 함에 따라 향후 여야간 물밑논의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지켜보자.”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총리의 입장이 크게 변했다는 게 이 수석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 총리가 그동안 “한나라당이 먼저 자신들의 좌파공세에 대해 사과하면 유감을 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의 합의 수준에 따라 유감 표명의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黨 “3개법안 먼저” 靑 “국보법 우선”

    올 정기국회에서 ‘4대 개혁입법’의 우선 처리 순서를 두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동상이몽의 분위기를 내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고위 관계자는 8일 “4대 개혁입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전부 통과시키기 어렵다.”면서 “여야 타협이 가능한 3개 법안을 통과시키고, 나머지 1개는 남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말해, 사학법·언론법·과거사법과 국가보안법을 분리해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봉주 의원 등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이와 달리 “이해찬 총리가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한나라당을 ‘차떼기 당’이라고 발언한 것은 ‘4대 개혁입법’을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강행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도부는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만들어준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며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리실, 열린우리당이 모두 입장이 다른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이 언급한 법안은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활동이 국회의 몫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여당이 사학법과 언론법을 붙여서 ‘4대 개혁법’이라고 이름붙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보법 폐지와 과거사법 제정 문제가 ‘4대 개혁입법’으로 한 묶음이 돼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청와대측은 또한 파행 정국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부담을 적잖게 느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여당의 4대 개혁법안을 ‘4대 쟁점 법안’이라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처럼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의 우선 순위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간에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전략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즉 청와대는 ‘중요한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쉬운 법안부터’ 해결하겠다는 자세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4대 개혁법안’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면서 “이들 법안은 순차적으로 발제돼 10월20일 제출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측은 그동안 이들 법안을 ‘빅4’ 또는 ‘4대 개혁입법’이라고 규정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름에 따르는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좌파’라는 색깔논쟁을 차단함으로써 과도하게 형성된 여야의 대립을 완화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천 원내대표는 “과거사법은 국민들이 99.9% 찬성하는 법이고, 언론법은 언론관련 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합리적 법안”이라면서,“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첨언했다. 이들 두 법안은 여야간 협상이 가능하다난 판단 아래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내부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온건파’의 목소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도 곁들이고 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총재가 존재하던 과거 당에서는 현안에 대한 일괄 협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협상 가능한 것들을 찾아서 개별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내부에 강온파들이 맞서고 있는데,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야만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소영 박록삼기자 symun@seoul.co.kr
  • ‘한나라 입’ 전여옥 - 親盧 네티즌 입심대결

    ‘한나라 입’ 전여옥 - 親盧 네티즌 입심대결

    네티즌 사이에서 유난히 악명높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6일 저녁 그들과 직접 만나 ‘입심 대결’을 펼쳤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정치·사회갤러리’가 주최한 정치인 초청 간담회에서였다. 서울 삼성동 C클럽에서 열린 간담회는 당초 예상보다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전 대변인이 중간중간 “제가 나오면 굴착기로 밀어버린다는 분이 많아서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라는 충고도 많았지만, 막상 와 보니 미남미녀가 많아 다행이네요.”라고 너스레를 떤 것처럼 거친 질문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담회를 찾은 네티즌 50∼60명의 시선은 녹록치 않았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지지자와 민주노동당 당원, 안티 카페 회원 등으로 ‘출신 성분’이 다양했지만 ‘반(反)한나라’ 정서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었다. 전 대변인이 특히 “한나라당에 차떼기라고 하면 우리가 쇼크를 받듯 열린우리당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좌파”라면서 “열린우리당은 ‘레드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하자 조롱 섞인 웃음과 어색한 헛기침이 많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또 박근혜 대표와 김문수 의원을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자 네티즌들은 “아, 허허…”,“거참…”이라고 불쾌한 추임새를 보탰다. 간간이 웃음도 흘러나왔다. 주최측이 “국보법 개폐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과 끝장토론을 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묻자 전 대변인은 “물론이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장·단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노력을 많이 하는 분이고, 그 분이 쓰신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감명깊게 읽었다.”면서도 “여러분도 잘 아시는 ‘인큐베이터’ 토론을 했을 때 유 의원이 참 무서웠다. 신변의 위험도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네티즌들은 날카로운 질문도 속속 던졌다.“차떼기당 발언이 왜 모욕적인가. 강도는 강도로, 살인범은 살인범으로 불러야 하지 않는가.”,“참여정부의 분배정책을 예로 들어서 좌파라고 했는데 진짜 좌파가 들었다면 기분 나빴을 것이다. 현 정부는 중도우파 정도이고, 한나라당은 극우다.”라는 등 날선 질문과 주장으로 전 대변인을 압박했다. 전 대변인은 이에 “한나라당이 차떼기를 한 것은 맞지만, 그 돈은 다 갚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장수천의 빚을 갚지 않았느냐. 누가 더 잘못이냐.”라고 맞받아쳤다. 행사 뒤 네티즌들은 “답변이 원론 수준에 그쳤다.”면서도 “질문도 더 날카로워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전 대변인측은 “생각보다 거칠지 않았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한국형 뉴딜’ 워크숍] 한나라 “재정만 악화시킬 올드딜”

    한나라당은 7일 여권의 ‘한국판 뉴딜정책’을 ‘언발에 오줌누기식 올드딜 정책’,‘재정 적자만 악화시킬 마약같은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적극적인 감세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한 소비 심리 회복 및 기업 환경 개선을 우선 추진하고 미래지향적 성장 잠재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법인·소득세 감면과 규제 개혁에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국책사업을 하고 나면 경기 회복에 일시적으로 나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부채와 세금만 늘어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7년간 정부가 계속 추경을 편성해 예산을 늘리는 사업을 해 왔기 때문에 가계 부담만 늘어나고 국가 경제가 이 모양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의 경제 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정책의 실패 때문인데 이제 와서 재정 적자와 민간 자본을 동원해서 메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국가 재정을 펑펑 쓰는 것이 좌파정책의 대표적인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사업들이 대부분 수익성이 없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예산이고, 연·기금이고 다 끌어다 쓰면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한국판 뉴딜은 뉴딜이 아니라 올드딜’이라는 자료집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놓고 느닷없이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종합투자대책을 들고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정부의 경제 인식과 정책에 일관성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질타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서울대 강연

    “‘기업을 아주 원수로 아는’ 국민들의 바르지 못한 기업관과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큰 원인입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서울대 ‘관악초청강좌’ ‘우리기업의 미래와 현재’라는 강연에서 쏟아낸 쓴소리다. 박 회장은 50여명의 서울대생, 교수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여러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펼치며 예정된 1시간을 두배나 넘기는 열강을 펼쳤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등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의 맹활약에 가려 국민들은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면서 “출자총액규제처럼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막는 지나친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진 자’를 백안시하는 국민 마인드, 소비를 죄악시하는 풍토, 반기업 정서를 키우는 전반적인 경제 관련 교육도 바꿔야 한다.”면서 “그 바람에 가진 자들이 아무도 안 보는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쓴다. 그 결과는 내수경제 부진이라는 모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아무리 서울대 졸업생이라도 기업들은 바닥부터 다시 교육시키고 있다.4년을 허송세월로, 사회가 쓸데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대학이 전인교육의 장, 학문의 전당이라는 헛소리는 옛 이야기다. 지금은 ‘직업교육소’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학교육도 국가생산성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서도 ‘하수구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어느 사회도 ‘하수구’는 있어서 찌꺼기가 빠져 나가야 되는데 그걸 막아 버렸다.”는 것. 그는 “정치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직업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음성적으로 더 크게 번질 것일 뿐”이라면서 “정부는 경제정책의 좌파 논란 등 쓸데없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인 기업들을 키우는데 좀더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파원 리포트] 미국 선거에서 부러운 것들/곽태헌 경제부 차장

    지난 7월 미국 듀크대학 초빙 연구원 자격으로 와서 미 대선을 지켜본 것은 행운이었다. 미국 대선에서도 지지층이 확실히 나눠졌다. 한 사람은 조지 W 부시를, 다른 사람은 존 케리를 지지하는 부부가 신문에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심심치 않게 소개될 정도였다. 부모와 자식간의 지지가 뚜렷하게 갈렸던 2002년의 한국 대선과 다르지 않았다. 두 후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도 한국의 선거 행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색깔 논쟁도 한국의 복사판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를 ‘좌파’로 몰아세워 중도층의 표심(票心)을 자극해 재미를 봤다.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층들은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더 열광적이었다. 지난 대선 때 ‘노사모’를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무현 후보에 열광적이었던 것과 비슷했다. 동·서양을 떠나 진보세력들은 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일까. 집권당 후보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야당 후보도 편한 면은 있다. 케리 후보는 득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고유가, 독감 백신 부족, 이라크의 고성능 폭발물 도난 사건까지 부시 대통령의 무능과 지도력 결핍으로 연결시켰다.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었다는 미국의 선거는 이처럼 한국과 공통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미국은 미국이었다. 지역간 계층간 지지층이 갈라지기는 했어도 한국처럼 무비판적·맹목적으로 80∼90%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싹쓸이는 없었다. 케리 후보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출신이지만 그 지역 지지율은 62%였다. 부시 대통령이 텃밭인 텍사스주에서 얻은 지지율도 61%였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국회의원·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선거, 광역의원까지 특정지역에서는 특정당 후보가 거의 독식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만 해도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56%로 앞섰지만,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는 55%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젊은층의 민주당 지지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젊은층도 자기 차에 ‘부시와 체니’ 스티커를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녔다. 한국 사람들은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잘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부모님은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설문 조사까지 했을 정도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공약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입장은 이라크전은 말할 것도 없고, 낙태나 동성간 결혼, 줄기세포 연구, 최저임금을 놓고 확실히 달랐다. 정책을 놓고 투표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2년전 대선 때 표출됐던 국론 분열이 선거 이후 치유되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게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도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국론은 분열됐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집권 공화당이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한국은 동지가 아니면 적(敵)이고, 내 의견과 다르면 잘못된 것이라는 편가르기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인들은 다양성과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당선 연설을 통해 “(케리를 지지한)여러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닐까. 곽태헌 경제부 차장 미국 듀크대 연수중 tiger@seoul.co.kr
  •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사쿠라’로 불리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싫어한다. 요즘은 잘 들리지 않지만 박정희 유신 이후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는 정치권에서 사쿠라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여당에 협조적으로 보이는 야당 인사에게는 어김없이 붙는 꼬리표였다. 벚꽃의 일본말인 사쿠라는 변절한 정치인, 지조없는 정치인 등을 지칭한다. 유진산 이철승씨 등 1960∼70년대 야당의 거물들은 물론 80∼90년대 정치인들도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사쿠라에 대한 향수가 솔솔 피어 오르는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염려하며 차라리 사쿠라들이 정치판에 여유를 가져다 주었다고 회고하는 이들을 가끔 보게 된다. 한 저명한 정치평론가는 사쿠라의 원조로 불리는 유진산씨를 ‘한국 현대사에서 재평가가 가장 필요한 정치인 중 한명’으로 꼽기도 한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시작된 국회파행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차떼기당’‘좌파정부’‘깽판총리’‘수구꼴통’로 이어지는 막말을 주고 받은 여야는 극한대립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나친 강경론에 제동을 걸었던 양쪽 온건파의 목소리는 ‘적전 분열’‘등 뒤에 총질하는 것’‘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삿대질에 움츠러들고 말았다.“싸우다 죽더라도 끝까지 가야 한다.”“정기 국회가 아니라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파의 채근에 밀린 한나라당은 급기야 의원들의 지역구별 투쟁과 규탄집회 등 볼썽사나운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총리의 유럽 순방 중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술자리 발언에서 비롯된 여야 대립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 제공자인 총리가 먼저 유감표명이나 사과로 풀어야 할 것을 강공으로 맞선 것이 잘못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이 끝나도록 진흙탕에서 뒹굴며 산적한 민생문제와 경제난을 외면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국민은 짜증스러움을 느낀다. 사쿠라가 그립다는 것은 이처럼 경직된 한국 정치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이다. 정치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만 접근할 뿐, 설득과 절차를 통한 타협과 공존의 정치를 모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절의 밀실정치·부패정치 소산으로 여겨졌던 부정적인 의미의 사쿠라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소생시키는 완충지대·중간자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완충지대·중간자의 역할은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 개혁과 반개혁의 극단적 편가르기와 적대적 대립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 모든 곳에 필요하다. 경제정책,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서도 명분에 얽매이는 이분법적 대립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과 사실에 주목하는 실사구시의 유연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내편도 네편도 아닌 중간자가 더 많다. 이쪽이 잘못했지만 저쪽도 책임이 있다는 사람들, 이쪽에 공감하지만 저쪽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결국 여론의 향배를 결정한다. 이들을 무시한 정치는 민심을 잃는다. 우리네 삶 자체가 단순하게 흑백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선거때만 기억하는 듯하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마침 한국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음미할 만하다.“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는 서로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만 합니다. 또 모든 나라들과 모든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용서의 정신과 상호의존의 원리를 깨닫기 바랍니다.” 주필 ysi@seoul.co.kr
  • 요동치는 세계 신문시장

    세계 신문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신문의 크기가 바뀌고 주간지가 월간지로도 바뀌고 있다. 독자나 판매부수는 인터넷과 무료신문의 호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경영진들에게 구조조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46년 창간된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오는 17일부터 월간지로 전환한다.FEER 발행사인 다우존스는 최근 6년간 FEER의 적자가 심각해 직원 80명을 감원하며 아시아 정계와 재계, 학계 여론 주도층들의 기고문을 게재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홍콩의 기업전문 잡지 ‘미디어’의 샤런 데스커 쇼우 편집장은 “24시간 뉴스 채널과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잡지가 지배하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19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1일부터 타블로이드 판형만 만든다. 지난해 11월부터 대형 판형과 타블로이드 판형을 동시 발행한 지 일년만이다. 더 타임스는 병행 판매로 판매부수가 4.5% 늘었는데 특히 대형 판형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타블로이드 판형만 판매한 지역의 판매부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고급지 시장에서 더 타임스의 경쟁지인 인디펜던트도 지난해 10월부터 타블로이드 판형을 병행 판매, 가판대 판매부수 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구독자가 줄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인터넷 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의 신문 구독률은 20%다.1960년대와 80년대는 각각 40%와 30%였다. 신문을 아예 안 보거나 대신 인터넷 매체를 보는 인구의 증가 등으로 석간 르몽드는 지난 8월까지 가판 매출이 10.5% 줄었다. 이에 따라 르몽드는 90명을 해고하고 조간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은 지난해 발행부수가 6.6% 줄어들었다. 미국신문협회(NAA)가 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초 4820만부에 달하던 평일판 발행부수는 올해 4770만부로 0.9% 줄어들었다. 전국 50대 시장에서 신문 구독률은 6개월 전의 53.4%에서 52.8%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요판의 구독률도 61.2%로 6개월 전의 62%에서 여전히 줄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국회 5일째 공전…“즉각 등원” “파면” 대치

    국회 5일째 공전…“즉각 등원” “파면” 대치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파문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치 양보 없는 공방을 계속하면서 국회 파행사태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일 상임중앙위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연 뒤 본회의장에 입장해 한나라당의 등원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 국정농단 대국민 보고회’를 갖고 이 총리의 발언과 행적을 집중 성토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총리 혼자서 이 상황을 짊어지고 갈 수는 없다. 총리가 사과와 관련해 곧 ‘당에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전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만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데 이어 이날은 아예 접촉마저 성사되지 못했다. 또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총무는 해외 출장 후 이날 오후 귀국하는 등 원내수석부총무간의 대화 채널도 여의치 않는 등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총회에서 “국회 파행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한나라당이 이념 공세와 색깔론을 자제하고 합리적으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부영 의장은 앞서 열린 상임중앙위에서 “좌파타령·색깔 공세를 그만두고 경제를 살리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고 등원을 촉구했다. 김부겸 의원은 “총리가 사과를 하더라도 야당의 색깔론 공격과 관련해서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매듭지어야 한다.”고 이 총리의 사과를 통한 정국 정상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근혜 대표는 앞서 열린 상임중앙위에서 “경제가 어려워 이렇게 가고 싶지 않지만 대의민주정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총리가 무슨 의도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지 알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 총리의 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헌법 7조를 위반한 것이고 발언 시기가 재보선 기간 중이어서 선거법 9조와 60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총리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여권이 파행국회 먼저 풀어야

    정기국회 파행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감정만 누그러뜨리면 이 정도 대치의 합리적 해법은 멀지 않다. 지금 상황이 꼬인 것은 몇가지 현안이 함께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야당 폄하발언, 야당측의 색깔론제기 논란에 4대 입법문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들을 떼어내 순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번 파행은 이 총리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비난한 데서 촉발됐다. 그런데도 여권은 야당이 정부·여당을 ‘좌파’라고 공격한 것과 총리 발언을 ‘주고받기식’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이 총리가 먼저 사과함으로써 정상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어제 출범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의 온건론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별도로 색깔론 시비는 모두가 지양한다는 정치선언을 모색하라. 한나라당이 현 정권을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찬가지로 여권이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로 매도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차제에 소모적 이념논란을 자제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총리는 강경자세를 접고, 열린우리당에 협상전권을 주도록 하라. 여당은 단독국회 운운하지 말고, 총리의 사과로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야당과 절충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총리파면 요구, 장외집회 엄포는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국회 조기정상화는 4대 법안의 차질없는 입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파행이 오래가면 여당의 단독처리 외에는 연내 입법의 방법이 없어진다. 국가보안법 등은 여당 혼자 통과시킬 안건이 아니다. 여당은 4대 법안을 단독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야당은 대안을 내놓고 협상에 착수하기로 타협을 이루라.
  • [자문위원 칼럼] 미디어와 지식인의 올바른 역할/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기호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사회가 적대적 집단과 우호적 집단이라는 이항대립(二項對立.binary opposition) 속에 있음을 주목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이항대립이라는 고질적 구조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좌파정권’과 ‘차떼기당’에 이르는 팽팽한 대립전선이 국민을 짜증과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분열과 불신 속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곧잘 구성원의 가치관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가 된다. 이로 인해 여론은 굴절되고 역사의 진전은 더뎌진다. 승리 이데올로기뿐이니 공동체는 무너지고 휴머니즘이 사라지게 된다. 영국 소설가 월폴의 표현처럼 대중은 질병과 치료라는 양쪽 집단 모두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사회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얽혀서 작동하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탓에 애당초 설정된 의제 밖의 다양한 사건과 담론에 의해 재구성된다. 그래서 미국의 문화연구가 로런스 그로스버그는 권력과 일상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역사의 키워드라고 말한다. 이런 차이를 발견해 연결시키고 접목하는 것이 역사다. 인간의 본성은 유동적이다. 늘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 거듭된 토의가 토론의 마당으로 이어지면서 역사의 능선을 넘어선다. 그런데 역사가나 지도자는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와 지식인의 중계를 필요로 한다. 이 중계자는 뒤틀린 것을 펴는 단초를 제공하고 매듭을 푸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미디어와 지식인은 그 역할이 부족한 듯하다. 이와 관련, 언론 현장에서도 자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언제부터인지 기자의 말이 무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무기는 혼돈을 정리하는 지성의 날카로움이 아니다.‘너의 진영’을 겨냥한 ‘나의 진영’의 화살과 창으로 번득인다.”(기자협회보 10월6일자 ‘우리의 주장’) 미디어는 이제 진정한 쌍방향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열린 담론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 속으로 들어가 대안을 발굴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신문의 11월1일자 기사 “‘막말정국’ 위험수위 넘었다”(5면)는 사안을 비판과 토론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여과장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와 반대로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는 ‘고교 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10월18일자 4,5,6면)라는 기획기사 및 외부 필자의 기고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 줘야’(16일자)와 그에 대한 반론(20일자), 재반론(21일자)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또 이 사안과 관련된 ‘독자의 소리’와 ‘발언대’(10월26일자)를 통해 독자담론의 멍석을 깔아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도 이런 토론마당이 상시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차제에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미디어면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이기주의 경향이 강한 타 신문의 편집구도를 탈피, 독자대중이 서울신문은 물론 모든 미디어를 뒤집어 읽고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단, 미디어면을 활성화하고 여론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부 지식인의 주문생산자방식(OEM) 지식 팔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160년 전 에머슨이 한 말처럼 사회 거울로서 지성,‘생각하는 사람’일 때 미디어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 [열린세상] 근현대사교육과 과거사 청산/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지난 10월4일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 근현대사’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가운데 한 교과서의 좌파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색깔논쟁’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회오리에 휩싸였다. 이에 역사교육 및 연구분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역사교육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3개 단체는 10월14일 연합심포지엄을 갖고 편향성 시비를 학술적 관점에서 검토했다. 그 결과, 검정체제는 종래의 국정체제가 지녔던 문제점을 극복해가는 긍정적 의미가 있고, 진보와 보수로 대비된 검정교과서들 사이에 나타난 사소한 서술의 차이는 이념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역사교육은 당리당략이나 이념공세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교육적이고 학문적인 차원에서 교육계와 학계가 자율적으로 풀어가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서가 10월20일 공표됐다.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 놓인 주제에 대해 학계가 학문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모아 의견서를 냄으로써 그 파장을 수습하고 교육현장의 동요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교과서의 내용 못지않게 문제로 삼아야 할 대상은 근현대사가 처한 교육과정상의 위치다. 고교 1학년 ‘국사’에서는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고교 2학년과 3학년의 ‘한국 근현대사’ 과목은 9개 선택과목 중 하나로 설정돼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무방하게 되어 있다. 필수과정에서 전근대사만 가르치고 근현대사를 제외한 것은 역사교육의 상식을 뒤집는 기형적인 것이다. 흔히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하는데 그 현재적 관점을 배제함으로써 역사를 지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내용이나 교육체계가 문제되는 이유는 근현대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그것이 교육과정에 수용되지 못한 때문이다. 친일반민족행위가 반공논리에 가려졌고,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은 경제성장논리로 분식(粉飾)되었다. 그동안 ‘국사’에 포함된 근현대사 부분은 분단 고착화 및 정권홍보물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막고 있는 것은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과거사 청산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에는 식민지시대의 반민족 행위에 대해 청산하지 못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독재시대의 반인권적 행위를 청산하지 못했다. 과거사 청산의 실패는 남북 분단과 독재 권력에 의해 양성된 냉전·수구세력의 권력독점 때문이었다. 남북 교류 및 화해가 진전되고 고난을 딛고 민주화를 진행시켜가는 이 시점에서 과거사 청산은 역사적 당위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수구세력의 청산과 맞물려 대결의 양상을 빚고 있는데, 진정한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견제 및 경쟁이 공정한 규칙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 공정한 규칙을 인정하지 않는 냉전·수구세력은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나야 한다. 냉전·수구세력과 혼재된 보수세력은 그와 결별하여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결집될 보수세력이 냉전·수구세력의 역사적 과오의 책임을 뒤집어쓸 필요는 없다. 결별의 방법은 과거사 청산이다. 다만 그것이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대결을 불러일으켜 역사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열린 마음에서의 배려가 ‘진실규명과 화해’일 것이다. 진실규명과 그 기록을 내용으로 하는 과거사 청산을 통해 한국 근현대의 역사가 바로 서고 그 교육적 제공에 의해 우리 사회가 한단계 진전될 것을 기원하면서 정치권의 대타협을 촉구한다. 샛노란 은행잎이나 빠알간 단풍잎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여러 색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벚나무의 물든 잎 모습이 이번 가을에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 [사설] 누구를 위한 진흙탕 싸움인가

    ‘막말 논쟁’에서 비롯된 국회파행과 여야의 강경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비난한 이해찬 국무총리는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에 대해 사과하라고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파면할 때까지 국회 활동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재에 나서야 할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고 나섰다. 정치권이 뒤엉켜 진흙탕에서 뒹구는 형국이다. 나라꼴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국민된 처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나라밖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고, 중국의 금리인상은 우리의 수출전선에 비상을 걸었다. 나라안 서민들은 경기회복과 민생안정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고작 정부와 정당의 지도자들이 국가전략과 민생안정을 팽개치고 당파적 힘겨루기만 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국민들은 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되는 ‘색깔 논쟁’이나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총리쯤 되는 최고지도자가 야당을 극도로 자극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제1야당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외 정세는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국가지도자들이 싸움할 때가 아니고 머리를 맞댈 때다. 상생정치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나라가 거꾸로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이 총리나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은 국가지도층으로서 직무유기임은 물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이 총리와 한나라당은 무조건 국회파행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국정에 임해야 한다.
  • “정부재정 늘려 경기부양부터”

    “정부재정 늘려 경기부양부터”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초부터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는데, 내로라하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경제전망을 못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이렇듯 혼돈스러운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극한 대치만 일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인상, 미국 달러화 약세 등 대외 불안요인이 첩첩산중인데 이렇게 분열된 모습만 보여서는 내년 경제가 심각하게 고꾸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해법을 들어보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빚을 크게 내 경기를 살리라.”고 주장했다. 재정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정부가 짜놓은 내년도 재정적자폭은 GDP의 1%인 6조 8000억원. 이를 두배 수준인 15조원 안팎으로 늘려 정부 지출을 대폭 확대하라는 얘기다. 얼마전 여당이 내놓은 해법과 맥을 같이한다. 정 전무는 “민간소비가 내년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 공백을 정부 지출이 메워야 한다.”면서 “외환위기때는 GDP의 3%까지도 적자재정을 편성한 적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중인 ‘뉴딜적 종합투자’를 정보기술(IT)쪽에 중점배치하라고 제안했다. 정 전무는 “중국정부가 내년에 위안화 절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외불안변수에 맞서려면 국내체력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IMF가 권고한 추가 금리인하와 관련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도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청와대와 집권당, 경제팀이 리더십을 다시 정비해 정책 리스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없애라.”고 주문했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참여정부의 정책성향이 왼쪽으로 치우쳐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정작 그들이 경계하는 것은 일관성”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때는 기업 친화적인 우파적 정책을 썼다가 어느 때는 좌파적 정책을 내놓는 등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수도권 규제만 하더라도 이헌재 부총리는 행정수도 이전 위헌과 관계없이 완화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이해찬 총리는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는 등 오락가락”이라고 꼬집었다. 배 연구위원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정쟁을 중단하고 그야말로 경기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9월 산업활동 동향을 통해 경기가 하강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정부재정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는 처방이 바람직하다.”면서 “대신 부동산가격을 계속 잡아나가는 정책을 병행해, 돈이 풀리는 데 따른 물가불안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딜사업도 성장을 떠받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막말정국’ 위험수위 넘었다

    여야의 ‘막말 대치’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꼬인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이어 31일에는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고문을 못해 안달”이라는 ‘박근혜 때리기’가 보태어졌다.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생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대치 정국은 당분간 해법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쉽사리 국회 의사일정 거부방침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장외투쟁’쪽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는 모습이고, 국정을 책임진 열린우리당 역시 한나라당을 돌려세우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막말정국’이 ‘막가는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 이부영의장 “박대표 고문못해 안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작심한 듯 맹비난하고 나섰다. 기자간담회에서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문을 못해 안달났다.”는 극언을 퍼부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와 집권여당을 반미·친북·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이 그 얘기를 시정하지 않고는 대화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왜 근거없이 색깔론을 벌여서 국민 속에 불화를 일으키고 외국자본이 투자를 못하게 방해를 하느냐.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외국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못하게 하고 경제를 계속 악화시켜 이 정권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성공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 의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우 커머셜리즘(안보상업주의)’이 나타나는 나라”라며 “이번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조심스레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명을 촉구하던 것과 정면 배치된다. 주말을 거치면서 여권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대해 ‘색깔론 중단’을 앞세워 사실상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은 지난 30일 이 총리와 이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가 회동해 대치정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당분간 국회가 파행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이념공세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언론관계법 제·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기본법 제정 등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어차피 한나라당과의 이념공방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정략에 따른,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이 의장의 발언은 내부에서 수위를 조율한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나라당의 반발과 이에 따른 국회 파행을 불 보듯 뻔히 알면서도 야당과의 가파른 대치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국면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10·30 재보선 패배 등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4대 입법’마저 무산된다면 더이상 정국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절박감이 야당에 대한 강공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한나라 “더이상 못참는다” 강경일색 한나라당이 요즘 전례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미묘한 입장차를 견지해온 주류·비주류가 한 목소리로 ‘총리 파면’을 외치고 있고, 틈만 나면 튀는 목소리를 내던 일부 소장파도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당이 일시적으로나마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은 ‘공동의 적’인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등 극단적인 발언 파문이 나온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1일에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박근혜 대표를 향해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거칠게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준 이하의 막말 정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격앙된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일 대정부질문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대신 같은 시각에 ‘이해찬 총리 국정농단 보고회’라는 이름으로 의원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박형준·박재완·최경환 의원 등이 5분 발언 형식으로 ▲수도위헌 결정 불복종 ▲총리 취임 후 국정 파탄 등을 집중 성토할 계획이다. 또 총리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정치는 대화 채널이 있기만 하면 제자리에서라도 굴러가게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채널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국회 정상화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에서도 총리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거기에 대고 야당이 먼저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를 사과하라.”고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런 강경 일색의 당론 가운데 고민 섞인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계속 국회를 공전시킨 채 여권만 성토하다간 국민이 또 등을 돌리게 될 부담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병국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총리 해임결의안을 빨리 상정해 자연스럽게 국회가 열리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그래야 명분도 없는 4대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총리의 망언을 그대로 용인하고 국회를 운영하자니 야당을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결례이고, 그렇다고 맞붙어 같이 싸우자니 수준이 맞지 않아 당 지도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李총리 “먼저 사과 못한다”

    李총리 “먼저 사과 못한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자신의 ‘야당 폄하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31일 “그동안 상황이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이 총리가 ‘한나라당이 먼저 자신들의 좌파공세에 대해 사과하면 유감을 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 선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도 어려운 표현을 내뱉었던 야당의원들이 총리가 야당을 비판했다고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은 잘한 일이냐.”고 비난하면서 “이 총리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국회 정상화 등)모든 것은 한나라당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총리실 관계자들은 특히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없는 성격 탓에 ‘면도날’이나 ‘송곳’으로 통하는 이 총리가 먼저 야당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총리가 ‘상생의 정치’를 위해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장·차관 정부혁신 추진 토론회 참석에 앞서 국회파행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교육을 받으러 왔다.”며 즉답을 피한 것도 더 이상 사태확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총리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리의 복심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국회 파행의 부담은 야당보다는 이 총리에게 있는 만큼 이 총리가 먼저 야당에 상생의 제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막말정국’ 가열…與 단독 대정부질문 시사

    ‘막말정국’ 가열…與 단독 대정부질문 시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맹비난,‘막말정국’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왜 정부·여당을 좌파, 반미라고 얘기하느냐.”면서 “그것은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것이고,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나를 포함해 정부와 여당 안에 좌파나 주사파가 포진하고 있다면 당장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라. 얼마든지 고문당해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표에게는 분단·냉전·독재의 박정희 시대가 최고의 시대로 기억돼 있고, 머릿속에 70년대 이후밖에는 없다.”면서 “그런 역사인식으로는 우리 역사인식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장은 간담회 뒤 파문을 우려한 듯 ‘박 대표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있다.’는 표현만은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기자들에게 요청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 기류를 감안할 때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간 대치는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일 속개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진행되거나 아예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주말 한나라당측과 접촉을 가졌으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접촉을 갖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협상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여당에 대한 색깔공세부터 중단하라.”는 입장을 고수해 여전히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협조를 받아 3당만으로 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거나, 하루 이틀 더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 기류가 거세 국회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경 원내대표 공보실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중요하므로 한나라당이 끝내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하겠다.”고 말해 단독 진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국회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 총리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1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 등에 대한 추가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 강경대응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이해찬 국무총리까지 가세한 여야 정치권의 ‘막말 정쟁’으로 정국 대치가 심화되면서 ‘정치권 전체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지만, 정작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지루한 정쟁의 연속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예정된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 총리 발언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가시적 조치가 없는 한 대정부질문뿐 아니라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될 상임위 활동까지도 전면 거부하기로 해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데다 열린우리당의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모두 무작정 국회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야간 직·간접 절충이 이뤄질 이번 주말과 휴일이 파행 정국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틀째 공전한 가운데 여야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소집,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이념 공세를 맞비난하는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확대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가 야당을 모독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했다.”며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 파면을 요구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언론관을 보였으며,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공격해 정국 파탄을 초래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이 총리 문제가 결론날 때까지 일체의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대해 선거법 9조(공무원 중립의무)와 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국 불안의 근본 원인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에 있다.”고 맞비난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정부에 대한 근거없는 좌파공세를 사과해야 한다.”고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반미·친북정권이라는 음해를 중단하고, 총리도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하는 선에서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여야 대화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촉구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발언들을 하고 있지만 국회를 버릴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같은 정국 대치에 대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논평에서 “민생·개혁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거대정당들의 이같은 추태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이 총리의 사과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네티즌 ‘존경’도 서울신문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 “여야 의원들은 말로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 부르지 말고, 진정 국민들을 받드는 자세로 존경받을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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