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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관점서 꿰뚫어 본 한·중·일

    동아시아 관점서 꿰뚫어 본 한·중·일

    역사에 국가적 자존심 문제를 대입하면 답이 없다. 지난해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사죄 담화가 나왔지만, 역사교과서 문제는 여전히 화약고다.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은 한국전을 두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마냥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 파병 문제가 걸려 있다. 베트남도 캄보디아를 침공한 전력이 있다. 이런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공통의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다. 독일이 프랑스, 폴란드와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낸 것이 일종의 모범 사례다. 물론 처지가 다르다는 회의론도 있다. 비슷한 국력의 작은 나라들로 분할되어 있어 협상을 통한 공존에 익숙한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는 중국와 일본이라는 두개의 거대 패자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자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유용태(54)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박진우(55)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박태균(4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기에 화해를 주도할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세 사람이 최근 펴낸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창비 펴냄)는 이런 믿음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전 논의들과 달리 한·중·일 기계적인 균형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5년간 집필 작업을 진두지휘한 유 교수의 얘기를 대표로 들어봤다. →그간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의는 많았다. 2005년 출간된 ‘미래를 여는 역사’처럼 대개 3국 역사학자들이 토론과 합의를 거쳐 책을 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 학자들만 집필에 참여했다. -토론과 합의를 거치다 보니 서술이 지나치게 기계적 균형에 치우치는 대목이 있어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있었다. 물론 여건이 성숙되면 그런 작업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누가 쓰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국주의 의식을 상대화하고 자국 중심주의를 성찰하는 것이다. 목적에 충실하다면 집필자 국적은 문제가 안 된다. →통상 동아시아 근대는 개항을 기점으로 삼는다. 중국은 아편 전쟁, 한국은 강화도조약을 거론하는 식이다. 이번 책은 17세기부터 서술을 시작하는데. -통상적인 분류는 그게 맞다. 그런데 우리는 17세기 초, 그러니까 조·일, 조·청 전쟁(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이란 명칭은 한국 관점에서 나온 표현) 이후 동아시아 정세가 안정된 때부터 서술했다. 이때부터 19세기까지 200년 동안 동아시아에 큰 전쟁이 없다. 이 무렵 안정된 동아시아 질서가 19세기 유럽 문명과 맞닥뜨려 어떻게 변화하고 왜곡되는지를 살펴봐야 그 다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개항 이전의 시기, 즉 ‘해금’(海禁) 시기를 넣었다. →가장 신경 쓴 대목은. -연관과 비교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특정 사건을 한 나라의 관점에서만 설명한다. 지역과 국가, 국가와 국가, 나아가 동아시아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관시켜 서술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책은 최대한 동아시아 관점에서 다루려 했고,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나라들은 그 사안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교사적 관점을 넣으려 했다. 한마디로 자국 중심주의 색깔을 최대한 빼려 노력했다. →결론은 반전 평화로 귀결되던데. -근대 이후 중국은 늘 서구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척한다. 하지만 소수민족 문제에 관한 한 중국도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소수민족 문제나 중국 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화주의에 제동을 거는 이들도 따지고 보면 소(小)중화주의를 추구한다. 근현대사를 살펴 보면 한·중·일 누구도 딱 잘라 피해자, 혹은 가해자라고 할 수 없다. 일본도 원자폭탄 투하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피해자인 면이 있다. 우리가 먼저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남들에게도 성찰과 반성을 요구할 수 있다. 그게 분쟁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사죄를 주장하는 일본인들은 대개 좌파 성향이다. 우리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베트남전 사과 문제가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시끄러웠다. -그런 주장들은 사회의 주류보다는 자본과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웃 나라와의 화해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책에서) 지역, 국가, 민중이라는 3가지 차원을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베트남전 문제는 우리 사회에 분명 이견이 존재한다. 국가 내부의 성찰이 있어야 국가 대 국가의 평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책이 그런 문제 제기의 한 방식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일본이나 중국 반응은. -‘동아시아사’(史)라는 개념 자체는 일본이 가장 빨랐다. 그걸 고등학교 선택과목(2012년부터)으로 정한 것은 한국이 맨 먼저였다. 일본 학자들의 관심이 무척 크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정치 현안·2012년 대선을 말하다] 김문수 경기지사 “대세론? 뚜껑 열면 다들 땅 치더라”

    [정치 현안·2012년 대선을 말하다] 김문수 경기지사 “대세론? 뚜껑 열면 다들 땅 치더라”

    19일 오전 10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의도에 도착했다. 영하 10도에 강바람까지 불어대 무척 추웠다. 한나라당 당사 맞은편 신동해빌딩의 701호에 경기도 서울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관공서이기 때문에 정부 지침에 따라 실내온도를 18도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체감온도는 10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인터뷰하는 동안 손발이 시릴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날씨 얘기부터 시작됐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다수가 겨울에 태어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8월이 생일인 김 지사는 “정말이냐.”고 관심을 보였다. 겨울철에 태어난 대통령은 박정희(11월 14일), 전두환(1월 18일), 노태우(12월 4일), 김영삼(12월 20일), 김대중(1월 6일), 이명박(12월 19일) 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9월 1일생으로 어디나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12년 대선에 도전하는 잠재후보 가운데도 박근혜(2월 2일), 오세훈(1월 4일), 이재오(1월 11일), 손학규(11월 22일) 등 ‘겨울 아이’가 많았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박근혜 TK서 인기 현직 대통령 능가”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고들 한다. 김 지사는 천시 대신 지리는 얻은 것 같다.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대구·경북(TK) 출신 아닌가. TK에 정치적 기반이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영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작은아버지와 누님 등 친척들이 거기 살고 있다. 우리 부모님 조상 대대로 거기서 계셨고. 지금도 성묘나 친인척 대소사에 가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열린 대구·경북 재경인사 신년교례회에서는 모든 관심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만 쏠린 것 같다. 김 지사는 인사말할 기회도 없었다는데. -축사야 흔하니까…. 그런데 박 전 대표에게는 꽃까지 드리더라. 아주 대단하더라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 전 대표에게 특별히 애정을 많이 쏟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향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 본인도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말하자면 대세가 그쪽이다. 나하고 비교할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고향이 포항이니 그쪽 아니냐. 박 전 대표는 현직 대통령 이상으로 인기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섭섭하지 않았나. -나야 젊어서 객지에 나와서 객지에만 사니까. 국회의원도 부천에서 했고, 고향 덕 많이 보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니까. 거기에 대해 섭섭하지도 않고, 다르게 이야기할 생각도 없다. →대구·경북 지역 출신 대통령이 많다. 지리적, 역사적, 사회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그 지역 사람들이 좀 세다. 산도 많고, 지형상으로도. 과거부터 어려운 일에 비교적 잘 나섰다. 그러니까 개인의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공, 희생, 애국, 이런 것에 대해 집단주의적 가치를 어려서부터 교육받는다. 약삭빠르게 자기 이익을 챙기는 건 남자 취급을 안 한다. 다만 그런 독특한 문화가 현대적으로 보면 부적응을 가져올 수가 있다. 재미도 없고. 특정 지역의 대통령이 많다는 건 나도 처음 들었는데, 따져 보니 좀 그렇다. TK 지역의 응집력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경기도 같으면 그런 응집력이 약하다. 도지사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정치는 역시 응집력 가지고 하는 게 아니냐. ●“당은 민심 잘 반영해야… 룰 따르고 지켜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당에서 낙마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적절했다고 보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당은 민심을 잘 반영해야 한다. 감사원장은 객관성을 가진 사람,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개인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감사원장이라는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상득·임태희, 이재오·안상수 세력이 부딪쳤다는 시각도 있다. 동의하나. -난 모르겠다. 경기도는 여의도에서 거리가 멀어 잘 안 보이더라. →굳이 따지면 김 지사는 두 세력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깝나. -나는 다 가깝고, 다 좋다. →4·27 재·보선 전후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필요할까. -당 대표 임기 2년도 못 참아서야 되겠나. 안정성과 신뢰성을 줄 만한 행보를 해야지 걸핏하면 뒤집고 선거 때마다 간판 바꿔 달면 정치 불신의 가장 큰 이유 아니겠나. 어떤 지도부가 돼야 한다기보다는 룰을 따르고 지켜야 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뒤 당내 소장파가 김 지사 쪽으로 많이 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야 내년에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나는 공천권자가 아니다. 다만 나라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국회의원으로서 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것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나와 얘기한다. 가끔 답답할 때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있다. →한편으로는 김 지사 쪽에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있다.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수원이 좀 머니깐.(웃음) 특별히 장벽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멀리 있기 때문에 불편하고 불리한 것은 있지 않겠나. ●“민심 원하는 후보 있다면 계파 떠나 도울 의향” →거두절미하고 묻겠다.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인가. -도지사 다시 된 지 6개월밖에 안 됐다. 도지사를 더 해야되지 않겠나.(웃음) →언제쯤 결정할 것인가. -그건 좀 있다 얘기하자. →도지사 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방안을 언급한 적 있는데.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선례가 있었다는 것이지,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도 하나의 가능성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이 될까. -경제와 일자리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가 바로 복지이자 안보다.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대세론이 거세다. 과거의 이회창 대세론과 박근혜 대세론은 같은가, 다른가. -대세론이라는 게 뚜껑을 열어 보면 허망하다고 다들 땅을 친다. 하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 대세론에 올라타 ‘이지고잉’(Easy Going)하는 사람이 많은 게 허점이다.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만으로 야당과 승부가 가능하다고 보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각 보수세력이 총단결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경험에 비춰 봐도 그렇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눠지면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 뭉쳐서 잘해야 기회가 있다. →김 지사가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 당내 친이계 의원들이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나. 반대로 다른 분이 명분을 내세워 대권에 도전하면 도와줄 가능성도 있나. -친이·친박을 떠나 이 나라를 삶으로, 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민심은 과거 경험과 미래 비전 등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다른 분이 나서게 된다면 도울 것이다. 지금까지 늘 도왔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바로 전 경기도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마주 서기 뭐한 관계이다. 손 대표가 잤던 방(관사)에서 어제도 자고 나왔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다. 어떻게 거기(민주당) 가서 대표를 하고 계신지, 한국 정치가 거품 같다고 생각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야당 단일화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이겼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유 전 장관은 아주 재능 있고 말이나 글도 매력이 있다. 그를 지지하는 특정층이 있다. 소위 ‘광팬’들이 있는 것이다. →야당 후보로 김두관 경남지사를 강적으로 지목하는 분들이 많다. -글쎄, 뭐 국민들이 현명하지 않겠나. 그렇게 막 찍기야 하겠나. ●“무상복지, 무조건 반대 안해… 질의 문제다” →개헌은 추동력을 잃은 것인가. -1972년 유신헌법 이후 15년 동안 반 유신, 반 독재 운동의 성과로 87년 개헌이 이뤄졌다. 저도 그 과정에서 투쟁했기 때문에 2년 6개월간 투옥됐다. 현행 헌법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소중한 결실이자 역사적 산물이다. 3선 개헌을 막는 방지장치로 단임제를 택했다. 중임제를 하게 되면 중임을 막기 위해 여야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발목잡기를 할 것이다. 현행 단임제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좋은 장치라고 본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역시 문제가 많다. 민의가 100% 반영되는 것이 아니고 왜곡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고치지 않는다. 헌법은 그 나라의 상징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헌법을 고치자고 한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상징, 정통성,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왕도, 중국처럼 공산당도, 북한처럼 3대 세습도 없다. 민주화된 나라의 상징적인 뼈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의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에 찬성하나. -이미 무상급식은 많이 하고 있다. 무상의료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 얼마나 질을 높일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무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얼마나 빨리 확대하느냐가 문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지역을 놓고 논란이 확대된다. 경기도도 유치에 관심 있지 않나. -경기도는 표의 응집력이 없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별로 쳐주지 않는다(웃음). 다만 과학기술인의 의견이나 판단도 들어보고 존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정치적으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안팎이다. 김 지사는 몇 점을 주겠나. -저도 그 정도 드리고 싶다. 경제나 국방, 외교, 안보 등은 잘한다. 소통은 부족하다. 과거 다른 대통령에 비해 소홀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통일 된다면 글로벌 성장 기회될 것”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언급했다. 방향만 제시한 것인가,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인가. -통일된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할 일이 많겠나. 북한에 나무만 심어도. 유럽과 아프리카 등 대륙으로 뻗어가는 위대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준비는 안 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죽을지만 쳐다봐서야…. 공부 좀 해야 한다. 탈북자만 2만명이다. 우리는 탈북자 중에서 공무원으로 13명을 뽑았다. 남한에 기회가 있다는 인식이 북한에 퍼져야 한다. 통일 운동이라는 힘의 원천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풍요로움에서 나온다. 우리가 노력해서 더 잘 성공하는 자체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통일은 경기지사로서 어젠다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어젠다가 아니겠나. 통일이라는 어젠다를 들고 대선에 나갈 생각인가. -대통령의 어젠다만은 아니다. 김문수의 소원은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었고, 나는 다 이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데, 아직 못 이뤘다. →선거에서 져본 적이 없더라.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선거는. -첫 선거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서 박지원·박규식 후보와 붙었을 때 가는 곳마다 3등이라고 했다. 집사람조차 안 된다고 했다. 저만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지역구에서 ‘박지원 대세론’이 있었는데 어떻게 역전했나. -당시 현역의원은 토박이였던 박규식 전 의원이었다. 여기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들어온 것이다. 그만큼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이었다. 3등이라고 하든 말든 열심히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물난리 나면 쫓아가고 불나면 불자동차 다음으로 갔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밤이나 낮이나 곤란할 때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선거 3일 전에 뒤집혔다. 쓸 만하다 생각해서 뽑아준 거 아니겠나.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가 작아서 몸으로 할 수 있지만 경선이나 대선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유권자가 거의 900만명이다. 나는 말부터 경상도 말투이다. 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이겼다. 민심이라는 것은 같다. 크나 작으나 지성이면 감천이다. →재산으로 4억 2614만원을 신고했다. 3년 전에 비해 조금 늘었다. -16~17년 산 아파트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이 올랐다. 재테크에 관심이 별로 없고, 집사람도 마찬가지다. 요즘 동네 다녀 보면 100세 넘은 분들도 많은데, 너무 오래 살면 어쩌나 걱정이 좀 된다(웃음). →중이염 때문에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요즘 병역 문제에 관심이 큰데,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이 아쉽나. -면제됐다고 알고 계신 분 많은데, 강제 징집됐었다. (민주화 운동으로) 학교에서 제적당하자마자 영장이 나왔다. 당시 장티푸스에 걸렸었고 중이염 때문에 귀를 수술했다. (군대에서) 집에 가라고 하더라. 그때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뭐 할 때마다 계속 얘기하니깐 좀 불편하긴 하다. →자녀에 대한 교육 철학은. -딸아이가 한명 있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가르쳤고, 일부러 사회복지를 전공시켰다. 사회에 봉사하는 일만큼 보람있는 삶이 없다고 했는데, 막상 직업으로 택하려다 보니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대학원까지 다니다가 실습을 다녀오더니 요즘 상당히 회의하고 방황한다. 현재는 백수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했다.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체성 비판도 있다. -과거에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했는데, 나이 들면서 공부해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 1987년 소련·동구권 붕괴를 지켜보면서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게 하나의 이론·이상이지 현실은 정반대더라. 좌파적 사고를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경우 좌파로서 우파를 포용해 크게 성공했다. 이 때문에 전향보다 포용이 더 나은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브라질과 다른 점은 북한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좌파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성공하기 쉽지 않다. 북한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좌파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지사 주변에는 아직도 민중당 출신이 많다. 그분들도 모두 전향했나. -(인터뷰에 배석했던 민중당 출신 최우영 대변인) 우리가 김 지사와 함께 민자당으로 갈 때 동료들은 ‘의(義)를 버리고 이(利)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 전에 우리가 민중당에 들어간 것 자체가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이었다. 투쟁노선, 전선운동을 버리고 합법 대중운동으로 간 것이니까. 인간관계도 많이 정리됐다. 김 지사와 함께한 지가 10여년이다. 우리도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10여년 동안 계속 ‘너 바뀌었느냐’고 계속 물으면 좀 그렇다. 정리 홍성규·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19일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2년 전 덩샤오핑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너무 지나치게 우려하고 우리 스스로의 역량이나 주도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거나 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주요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실인데 아직 정치적·도덕적 영역에서 그런 역량이 구비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과거에는 반미 정서가 컸지만 이제는 어느덧 반미보다는 반중 정서가 더 크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우리의 예상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커져 버린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외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였고, 외교정책에 있어서 군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사안별로 정책결정 과정이 다르며, 후진타오 주석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학자들의 증언도 있다. 국내정치에 있어서도 신좌파·신자유주의파·민주사회주의파 등으로 시각이 분화되고 있고,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전통파와 국제전략파로 분화되고 있다. 차기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권력분화 추세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유동적인 중국 내부의 분화과정에 우리의 조야 정책전문가와 학자들이 중국 측과 대화를 심화하여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중국에 대하여 가장 우려하는 점은 우리의 통일과정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동·서독이 통일된 것은 소련의 경제력이 쇠퇴하여 독일통일을 막지 못하였지만, 중국은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을 어떤 식으로든 방해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 다수의 인식이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시 소련은 동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지만 중국은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 동·서독 통일 당시 독일과 국경을 접한 프랑스가 동·서독 통일을 집요하게 반대하였지만 결국 개입하여 저지하지 못하였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국제법적 규제 때문이다. 남북한이 합의에 의하여 통일을 선포할 경우, 중국도 마찬가지로 남북통일을 반대하더라도 개입하여 저지할 명분은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인 셈이다. 중국의 현재 대북 정책도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통일에 유리할 수 있다. 가령, 현재 중국은 대북 정책의 목표로 비핵과 안정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나 비핵보다는 북한체제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의 대북 정책과 충돌하고 갈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은 이 두 가지 정책목표의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이다. 중국이 북한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한답시고 핵실험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방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북한의 정책변화를 지연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더욱 연장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중국이 북한체제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악화시키고,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정은 물론이고 비핵화도 실패하고 있으며,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연장될 수밖에 없다. 북한체제가 결국 안으로부터 폭발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취하는 조치들이 과연 중국을 위한 것인가, 북한을 위한 것인가, 우리 한국을 위한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답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사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정신나간 주장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엔 일본 좌파성향의 월간지 세카이(世界) 2월호에 기고한 글이 문제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조성된 한반도 긴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탓이라는 논조를 폈다고 한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를 국민의 30%만 믿는다는 출처 불명의 무책임한 말도 남겼다. 연평도 포격을 ‘연평패전’이라 부르고 그 포격이 북한 경고를 무시한 우리 군의 사격훈련 때문이란 주장도 했단다. 전직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의 주장으론 믿기 어려운 말들에 낯이 뜨거워진다. 김 전 원장은 공채 출신으론 처음으로 국정원장 자리에 올랐던 지난 정부의 인사다. 그런 만큼 지난 정권과는 다른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과 견제도 국가안보를 염두에 둔 건전한 조언쯤에 그쳐야 할 것이다. 최근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북한의 대화공세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한 발언 수준이라면 곤란하지 않은가. 더구나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을 지낸 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 가뜩이나 김 원장이 재직 중 국정원과 나라에 끼친 해악이 한둘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때 자신과 현장요원의 모습을 노출시켜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2007년 대선 전날 자신의 방북 사건을 놓고도 발뺌하더니 결국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을 유출시켜 물러난 부끄러운 과오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공인이라면 공직에서 물러난 뒤의 처신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보는 국력’이라는 모토를 생명처럼 여기는 곳이 국정원이다. 최고정보기관이란 우리 국정원에 또 한번 오점을 남긴 언사에 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정원직원법 제17조 ‘비밀의 엄수’는 전·현직을 가리지 않는 철칙이라고 본다. 이참에 국정원의 위상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응분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 학생체벌 “훈육이다” vs “폭력이다”

    학생체벌 “훈육이다” vs “폭력이다”

    14일 오전 11시 방영되는 리얼TV의 ‘리얼리티 時事 인터뷰쇼’에서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학생체벌 문제를 다룬다. 학생 체벌 문제는 예전에도 늘 있었던 논쟁이다.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학생들은 훈육의 대상이고, 훈육 방식에는 체벌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해서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강제수용소도 아닌 학교에서 어떻게 때리면서 가르친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체벌을 당연시 여기게 되면 궁극적으로 군이나 경찰 내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 각종 사회적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낳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마침 ‘좌파’ 교육감들이 학생체벌 전면금지 방안을 내세웠으니, 보수언론들은 이제껏 통제 잘되던 아이들이 체벌금지 조치 때문에 그동안 꼭꼭 억눌러 왔던 폭력성을 꽃피우고 있다는 투의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체벌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실제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일차적인 쟁점은 체벌 전면 금지가 교권추락의 원인인가 하는 문제다. 이미 많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는 공교육체계가 정말 체벌금지 때문에 이렇게 급속도로, 일거에 망가졌느냐다. 일부의 사례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인지를 확인해 본다. 다음 문제는 교권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벌이 필요한가다. 학부모는 책임이 없는지, 체벌 외에 다르게 교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논의한다. 전문가로는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등이 등장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내놓은 ‘통일’ 어젠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내놓은 ‘통일’ 어젠다

    대한민국의 ‘큰 정치’는 여의도가 아닌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7일 오전 충무로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실에서 박세일 이사장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에서는 ‘복지’ 논쟁이 뜨겁지만, 박 이사장은 ‘통일’이라는 담대한 어젠다를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6일 한반도의 선진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한선국가전략포럼’을 창립한 데 이어 11월 23일에는 국민운동 단체인 ‘선진통일연합’을 발족하며 본격적인 통일 운동에 돌입했다. 대담:이도운 정치부장 →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8년 미국 스탠퍼드 대에 머무를 때 한 연구소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 북한을 중국에 넘기자는 내용이었다. 이걸 보고 깜짝 놀라 비공개 세미나에서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용납할 수 없고 실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더 놀라운 것은 내 이야기를 들은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와 국민이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은 것이었다. 1997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7%가 통일이 중요하고 지지한다고 답변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50%대까지 떨어졌고 26%는 통일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통계를 그들이 다 알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분단관리에만 급급했지 북한과 파트너가 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다 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중요한 정책 책임자들을 만나면서 북한체제의 실패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 책임자들은 당위적으로만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 좌파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우파는 통일비용을 이야기하면서 둘 다 현상타파가 아니라 현상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가면 북한이 체제실패로 갈 때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의 역사를 재단할 것이다. ●“비용 과다 獨실패 교훈 삼아야” →통일의 당위성만 갖고는 부족하다. 통일을 하면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통일을 안 할 때 어떤 손해가 있고, 얼마나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역으로 생각해보면 통일의 이득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통일이고, 하나는 재분단의 길이다. 북한은 스스로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빠른 속도로 체제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재분단의 길이란, 북한체제 실패 후 북한에 친중국·반통일 세력이 나타나 북에 중국의 변방종속정권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김정일 체제 실패 이후 북한에 재분단이 등장하면 이는 반영구적 분단이 된다. 또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분단 한반도 위에 동북아 신냉전체제가 등장, 한반도를 둘러싼 새 긴장과 갈등의 격화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선진화에 실패하고 제3류 국가가 된다. 북한은 중국의 직접적인 종속국이 되고, 남한은 중국 눈치만 보며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반대로 통일의 길을 택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3성이라고 하는 만주, 시베리아, 극동지역 전체를 포함한 전 지역에 번영과 평화의 새로운 신동북아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된다. 여기에 통일된 한반도가 그 중심국가가 된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대로 2050년에 세계 제2위의 선진경제국이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요약하면 통일이 되면 21세기 대한민국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고, 못하면 민족사적 재앙이 된다. →청와대에서 언급한 인수·합병(M&A) 방식의 통일은 어떻게 생각하나.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은데, 이에 대한 걱정은 독일의 천문학적 통일비용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은 외교전에서는 승리일지 몰라도 경제전에서는 실패라고 봐야 한다. 서독의 정치가들이 동독의 표를 얻기 위해 통일 포퓰리즘을 선택, 과도하게 동독에 사회보장 비용을 줄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 가운데 생산적 투자 지출은 20%뿐이고, 80%가 소비적 사회보장 지출이었다. 크게 잘못된 결정이었다. 우리는 독일의 경우를 따라가면 안 된다. 우리는 통일비용지출의 80%는 투자로 연결시켜 놓아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부동산과 광산 등 자원은 누가 소유하게 되나. -사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토지나 공장 등의 사유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반드시 우선적 권리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남한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유인책도 제공하여야 한다. 동유럽이 이미 겪은 과정이 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실질적으로 통일 노력을 한 분은 누가 있을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국력이 북한보다 약했기 때문에 통일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고 통일보다는 국내 국가건설이 더 큰 문제였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가 북한 국력을 넘어선 80년대 이후에는 모든 대통령이 통일에 보다 적극적이었어야 했는데 현상유지 정책만 많고 현상타파 정책이 없었다. 잘못이었다. 방법은 온건과 강경을 복합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는 확실히 개혁과 개방을 통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한나라·‘선통련’ 통합 불가능” →여당 내에서 개헌을 이야기한다. 통일이 되면 통일헌법도 필요할 텐데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개헌은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이 대외적으로는 통일이고, 국내적으로는 선진화다. 선진화로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 정치의 낙후이다. 가치와 이념, 국가비전과 국가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없이 밤낮으로 권력투쟁만 한다. 국가의 목표와 가치실현을 위해 선의의 정책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권력을 위해 무한투쟁을 벌이는 것이 한국 정치판이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국가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능력을 잃었다. 대표적인 것이 세종시 이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다. 국가과제를 합리적으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 때가 다가오니 등장하고 있는 것이 복지 포퓰리즘이다.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통해 국민전체의 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영합적인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하여 우선 선거에 이기고 재미 보려고 하는 국민을 속이는 복지정책을 만들고 있다. 정치개혁 측면에서 헌법뿐 아니라 기타 정치관련법 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헌의 방향은 어떤 것이 좋을까. -정치권이 왜 이렇게 싸우는지 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보니 한국 대통령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 중요한 결정이 너무 집중되니 본인도 힘들고 국가경영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고위관계자가 야권의 통합 움직임에 맞서 선진통일연합과의 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가능한 얘긴가. -통합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선통련의 꿈이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꿈이 없는 정당이다. 철학과 소신이 확실하지 않은 정당이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통합이란 이야기는 나올 수 없다. →세종시 이전 문제와 복지 포퓰리즘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해 이런 부분에서 우려할 부분이 있는 것인가. -나는 박 전 대표가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박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한반도 통일정책, 정치개혁비전, 그리고 경제사회 선진화전략 등에 대한 자기 소신과 입장을 확실하게 표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일외교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이나 다음 대선과정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나는 청와대에서 반 총장과 함께 일을 해본 사람인데, 그때 내가 본 것은 행정가로서 대단히 유능하고 인품이 참 좋은 분이란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모르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보수주의자로 봐야 할까. -김 지사는 이전에는 대단한 좌파였다. 좌파적 철학과 신념을 갖고 행동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김 지사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노동자와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확실히 입장을 정리했다. 그것은 훌륭하다. 인간은 불완전하니까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고치는 용기다. →큰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데 자금은 충분한가. -국민운동의 기본은 자력갱생이다.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소액다수로 돈을 모으기 시작할 것이다. 그 가운데 3분의1은 통일기금, 3분의1은 이웃돕기, 3분의1은 조직운영에 쓸 생각이다. 역사를 작게 바꿀 때는 정치운동이 필요하고, 역사를 크게 바꿀 때는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이제는 역사를 크게 바꿔야 할 때이다. 옛날 독립협회에서 한 운동이든, 국채보상운동이든 국민자력갱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정리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박세일 이사장 그는 누구 ▲1948년 서울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 일본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서울대 법학과 교수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 ▲한국개발연구원 정책경영대학원 초빙석좌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정책위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선진통일연합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
  • “불의에 저항해야 인간이다”

    2011년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전기통신법 47조 1항이 위헌 판결을 받고 폐기 처분된 뒤 처음 맞는 해다. 이참에 한 책은 아예 저항을 선동한다. 인간 안에 자리잡고 있는 권리 의식, 폭력과 억압을 거부하는 용기와 정의감,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할 자존심 등을 책은 정색하며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저항’의 덕목을 부각시킨다. 도시빈민, 노동자, 농민, 여성, 학생 등 사회적 소수자인 이들이 저항을 통해 경제, 사회, 환경, 역사, 문화,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현실을 바꿔낸 이야기를 담은 책 ‘호모 레지스탕스’(박경신 등 7명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다. 호모 레지스탕스라니! 20세기와 함께 종언을 고한 것으로 여겨지던 혁명과 저항을 21세기에 운운하다니…. 불온하다 못해 시대착오적인 느낌까지 드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펼쳤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속 변호사들이 꼼꼼하게 열 세 편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책을 덮을 때의 느낌은 ‘우리는 여전히 저항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담론에 갇힌 학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역사를 끄집어내 에둘러가는 간접화법도 아니다. 2011년 현재, 이곳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히, 그러나 냉철하게 직시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저항해야 비로소 인간이라고. 첫 권은 구체적인 사람들 얘기다. 타워팰리스에서 5㎞ 남짓 떨어져 있는 서울 양재2동 잔디마을. 구룡마을과 함께 부유층 동네 가운데에 섬처럼 있는 판자촌이다. 선거철이면 꼬박꼬박 정치인들이 한 표를 부탁하러 오지만 실제로는 이곳에 주소지가 없는 유령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악에 받친 서씨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2년의 싸움 끝에 승리하기까지는 말이다. 1994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서모씨는 옆 동네에 주소지를 둔 위장전입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서씨의 딸은 다니던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에 의해 등교 거부를 당하기도 했고, 치매에 걸린 노모는 길을 잃고 경찰에 인계돼도 제대로 집을 찾아오지 못하기 일쑤였으며, 서씨 본인 역시 과태료 통지서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았다. 참다못해 양재2동에 전입 신고를 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 시유지에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무단점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은 모두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요지였다. 이제 서씨를 비롯해 잔디마을, 구룡마을 판자촌 주민들은 더 이상 위장전입하지 않아도 되고,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도 있게 됐다. 정리해고 무효 확인 판결을 받은 콜트악기 노동자들, ‘삼성 떡값 검사’를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노회찬 민주노동당 전 의원, 특정 종교 강요에 맞서 싸운 대광고 학생 강의석, 어린 딸의 재롱을 동영상에 담아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휘말린 아버지 우씨 등의 얘기도 나온다. 모두 얼핏 무모해 보이는 싸움을 벌였지만 끝내 승리한 사람들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행정제도나 법의 이름으로 내 삶에 미치는 공권력의 억압과 폭력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어설프게 항의하거나 대들었다가는 자칫 나만 손해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고 침묵하며 그냥 그러려니 한다. 책은 이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생활 따로 생각 따로 식으로 ‘강남 좌파적 관성’에 젖어 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자유를 찾아 분투하는 현실은 저항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출되고, 법은 자유를 향해 분투하는 정신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면서 “법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판사 해피스토리가 기획한 ‘레지스탕스 총서’의 첫 권이다. 향후 권력 비리, 공직 윤리, 소비자 권리, 여성, 교육 시스템의 범주 속에서 저항하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낼 예정이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호세프의 브라질 ‘룰라 도약’ 이을까

    지우마 호세프 신임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한다. 군사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총을 들고 빨치산이 됐던 여고생이 60세가 넘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서 좌파정부 재집권과 남미통합이라는 과제를 이어받게 됐다. ●브라질 국민 70% “호세프에 기대” 브라질 국민들은 70%가 넘는 긍정적 전망으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가진 데다 풍부한 천연자원까지 갖춘 브라질이 중국이나 인도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넘어서는 여성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브라질 경제와 국제적 위상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인도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동 등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여왔다. 남미국가연합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을 통한 지역협력도 궤도에 올려놨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정부도 ‘남미 우선, 중국 심화,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외무차관을 장관으로 승진 기용하는 등 대미관계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도 힐러리 장관이 취임식에 참석하며 국제 사회에서 만만치 않은 브라질의 위상에 맞게 ‘예우’하기로 했다. ●각료 37명 구성 완료… 13명 경험 풍부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연평균 4%가 넘었던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취임할 때만 해도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에 비하면 호세프 대통령은 좋은 여건에서 출발한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경제지표 호전을 비롯해 오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헤알화 절상 등 처리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빈부격차, 교육, 치안문제도 시급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호세프 대통령은 최근 37명에 이르는 각료 구성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13명은 룰라 전 대통령 당시 각료 경험이 있다. 각료들은 연립정부 전통을 반영하듯 집권당인 노동자당(PT) 소속이 17명, 미셸 테메르 부통령이 속한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6명, 브라질 사회당(PSB) 2명, 공화당·민주노동당·진보당·공산당 각 1명씩, 무소속 8명 등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박수칠때 떠난다…룰라 브라질 대통령 오늘 ‘아름다운 퇴장’

    박수칠때 떠난다…룰라 브라질 대통령 오늘 ‘아름다운 퇴장’

    ‘민주주의의 롤모델’ ‘엘리트를 넘어선 노동자 대통령’ 남미독립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도, 아르헨티나 빈민의 어머니로 불렸던 ‘에비타’ 에바 페론도 그만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진심을 보여준 정치인과, 정치인의 진심을 믿고 따른 국민. 8년간 그가 이끈 브라질에는 우파와 좌파의 경계도, 노동자와 부유층의 대립도 없었다. 모두를 위한 정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비웃음을 샀지만 그가 만들어낸 브라질의 오늘은 민주주의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레임덕’이라는 용어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31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전세계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센수스가 룰라 대통령의 퇴임을 사흘 앞둔 29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룰라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87%를 기록했다.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83.4%로, 2003년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룰라 대통령은 국영 라디오의 주례 담화 ‘대통령과의 커피 한잔’의 고별방송에서 “지난 8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지해 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밝히고 눈물을 흘렸다. 2003년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브라질은 300억 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빚더미를 안고 있었다. “엘리트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선반공 출신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외침은 공허했고, 오히려 그의 노동자 성향이 브라질 사회의 대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구두닦이, 금속공장 노동자를 전전하던 강성 노동운동가의 대통령 당선은 노동자 계급이 일으킨 ‘깜짝 반란’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꿨다. 룰라 정부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물류시설 확충, 에너지 개발 확대 등을 담은 경제성장촉진(PAC) 프로그램을 실시해 8년간 연평균 7.5%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은 2900만명을 ‘먹을 고민’에서 구출했고, 중산층은 3000만명 이상 늘었다. 국제사회에서는 경제와 정치 모두에서 미국 중심의 구도에 맞서 ‘할 말은 하는’ 지도자로 평가되며 G7 시대를 다자외교 시대로 바꾼 주역으로 평가된다. 룰라 대통령의 성공에는 ‘실용’ ‘포용’ ‘상생’ ‘스킨십’ ‘협상’ 등 다섯 가지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정책엔 좌도, 우도 없었다. ‘강한 추진력’을 제외한 모든 신념을, 실질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과감히 버렸다.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노동운동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대립하던 대기업과 기존 정치 세력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10여개의 정당을 규합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기업인들도 적극 영입했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 브라질 경제를 지배하는 농축산 기업들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펼쳐 상생을 모색했다. 8년간 이어진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심장에서 우러나는 정치’를 내세운 스킨십의 결과다. 8년간 670일가량을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보내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현장에서는 경호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노동운동가 출신 특유의 협상력이 중요한 무기로 쓰였다고 평가한다. 모든 정치 활동을 협상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정당 간 대립, 기업인과 노동자의 대립, 국제사회의 역학 구도에서 룰라는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온건하게 목소리를 내며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90%에 가까운 국민의 성원 속에 시민으로 돌아가는 룰라 대통령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그는 대선 재출마(3선) 가능성에 대해 “신은 한 사람에게 두 번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직 복귀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들은 그가 브라질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의 요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룰라가 일궈낸 브라질은 이제 그의 정치적 양녀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로 이어진다. 호세프 신임 대통령은 ‘PAC의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룰라 대통령의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취임 이전이지만 그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70%에 육박하는 이유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룰라 약력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주에서 빈농의 아들로 출생 ▲1952년 상파울루주 산토스에서 초등학교 입학 ▲1958년 초등학교 중퇴/구두닦이 시작 ▲1960년 금속공장 취업 ▲1966년 노동조합 가입 ▲1975년 철강노조 위원장 당선 ▲1980년 노동자당 결성 ▲1986년 연방 하원의원 진출 ▲1989~1998년 세차례 대선 출마, 낙선 ▲2002년 대선 승리, 34대 대통령 취임 ▲2006년 재선 성공 ▲2009년 2016년 올림픽 유치
  • [송년기획] 이재오는 오늘도 지하철 출근중

    4년 전쯤 한나라당의 한 지역위원장을 만났다. 정치자금법상 규제가 과도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그는 “이런 식으로 하면 이재오처럼 ‘지역구 관리의 신’이란 소리를 듣는 정치인은 앞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마크맨으로서, 또 지역구 주민으로서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켜본 결과 그는 틀렸다. 어딜 가도 이 장관이 “매일같이 찾아와 줬다.”는 이야기는 해도 “돈 많이 쓰고 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한 주민은 “이 동네에서는 시장통 개도 이재오를 안다.”는 농담으로 이 장관이 어떻게 지역구를 관리하는지 말해 줬다. 가끔 출근길을 ‘감시’하러 가 봐도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는 이 장관을 보면, 참 피곤하게 정치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행보는 어김없는 서민인데, 그래도 그는 실세다. 거친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럴 때마다 그는 트위터 등에 “부덕의 소치”라며 반성문을 올리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여권 잠룡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 장관에게 2011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정치인의 ‘진심’을 쉽게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보여줄 진심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박희태 미뤄진 太和爲政의 꿈 ‘국회 스피커’(Speaker). 국회의장의 영문 직함이다. 4년 반짜리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현직 박희태 의장과 잘 어울린다. ‘완급’ ‘타협’ ‘노련’이라는 이미지로, 그를 필적할 만한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원내총무 3회 역임 경력이 대변하는 정치 스타일은 지난 6월 취임 이후에도 잘 구현됐다. 그러나 그런 그도 직권상정과 뒤이은 국회 유혈 충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비난이 쏟아졌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행보로 심경을 대신하는 듯하다. 최근 황희 정승의 생가와 묘소를 잇따라 다녀왔다.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정치의 달인’을 찾은 뜻은 무얼까. 박 의장의 신년사가 ‘태화위정’(太和爲政)이 될 것이라고 하니, 황희가 실천한 화(和)를 좇겠다는 뜻일까. ‘크게 화합하는 정치’, 그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이 문구를 사무실에 걸어 두었다. 전에도 그의 태화위정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지난해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다 실패했을 때다. 그때 “태화(큰 화합)의 미수(未遂), 진행(進行)”이라고 표현했다. 2010년 그의 태화는 미수에 가까울 듯싶다. 2011년, 태화의 걸음걸이에 국회의 운명이 달렸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김무성 예산안 통과 ‘뚝심·눈총’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뚝심 있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신중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상황’과 ‘타이밍’을 포착하는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중평이다. 친이·친박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 원내대표로 추대된 것이나, 취임 이후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 것은 이런 그의 장점에 힘입은 바 크다. 당내에 계파색을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무성은 꼼꼼한 사람이다. 실무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사업체를 운영한 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에서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는 김무성스러우면서도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8년 만에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안 통과’에서는 뚝심이 엿보인다. 그의 원칙이었고 소신이었다. 야당과의 협상에 더 이상 진전이 없자 빠른 판단을 내렸다. ‘충돌’을 피해 왔지만, 발생한 충돌에는 앞장서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예산 누락’ 대목에서 스타일이 구겨졌다. 스스로도 이 대목에서 가장 괴로워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다득점 끝에 연말 막바지 ‘실점’, 만회의 기회는 2011년으로 넘겨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지지율 최고 박근혜 인내의 ‘무게’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사는 것만큼 답답한 일이 있을까. 더구나 ‘말을 먹고 산다.’는 정치인이. 그것도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거물 정치인이 할 말을 참는다는 것,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지 쉽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입은 올해도 신중했다. 세종시 문제가 정국을 달구던 올해 초가 박 전 대표의 속내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던 때였다. 이후 소득세 감세 문제,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측근들의 말이고 보면, 그 인내의 크기는 더 커 보인다. 말의 양도 길지 않다. 일상적 대화가 아니고는 즉석 발언이라는 게 없다. 설화(舌禍)를 겪지 않는 비결인 것도 같다. 한번 꺼낸 말은 꼭 지킨다는 원칙 덕분에 과거의 말로 지금의 생각을 유추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새해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고 하니 직접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실수 잔혹사… 제 색깔 못낸 안상수 독자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진지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정치인이다. 자기 자랑에 약하고, 거짓말을 못한다. 편한 술자리에서조차 농담보다 진담을 많이 한다. 이런 안 대표에게 2010년은 가혹했다. 발버둥 치면 더 깊이 빠져 드는 늪과 같았다. ‘좌파 주지’ 발언으로 소원해진 불심(佛心)을 잡으려고 템플스테이 예산을 공언했지만, 단독처리한 예산에서 하필 그 부분이 빠져버린 것처럼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옆집 개 짖는 소리를 둘러싼 소송, 군 기피 의혹 때문에 붙은 ‘행불상수’라는 별명, 연평도에서 생긴 ‘보온병 포탄’ 발언, 치명타가 된 ‘룸(살롱) 자연산’ 발언은 집권당 대표를 개그 소재로 전락시켰다. 원내대표 시절 강한 추진력을 보인 ‘매파’ 안상수는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지만 지명직 최고위원을 5개월 동안 임명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만의 정치를 드러내지 못했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 문제, 감세 논쟁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주로 ‘사견’(私見)을 전제로 입장을 밝혔다. 지켜보기 안타까웠던 그의 시련은 한 정치인이 강단 있는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송년기획] 천막 장외투쟁… 손학규의 ‘소신’

    정치권의 ‘저평가 우량주’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정치인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로만 보자면, 손 대표는 강한 집념과 소신이 두드러졌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맞서 천막 장외투쟁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지지율이 떨어진다며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그러나 손 대표는 “순간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길게 보겠다.”고 했다. 결국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균형발전 정책, 햇볕정책에 동의했다. 이쯤 되면 손학규 식(式) 정치적 결단의 원천은 뚝심이 전부라 해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역 광장에서 본 손 대표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유시민·강금실 전 장관이 상주였다. 유 전 장관이 손 대표의 오른쪽 팔뚝에 상주 완장을 채워 주려 했지만 손 대표는 끝내 거절했다. “완장 찰 자격이 없다.”는 거였다. 고인을 향해 ‘경포대’ ‘산송장’이라고 공격한 데 대한 참회였던 셈이다. ‘저평가 우량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집념과 소신, 뚝심도 꽤 괜찮은 기반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對與조율 박지원 ‘제2 전성시대’ 정치인 박지원은 올해도 손발이 부지런했다. 예순여덟살의 노장이지만 “기자는 맨 먼저 접하는 국민”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콜백’(답신전화)에도 적극적이었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은 그에게 ‘제2의 전성시대’라 할 만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로 취임해 7·28 재·보궐 선거 직후 공석이 된 대표직을 겸한 비상대책위 대표 자리에 올랐다. 별 잡음 없이 마무리된 비대위는 당내 그의 리더십이 인정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보력을 바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및 2명의 장관 후보자를 줄줄이 낙마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 원만한 여야 관계를 이끌어온 것도 그의 ‘능력’인 동시에 ‘복’이었다. 전성시대가 내년에도 이어질까. 정통성과 통솔력, 조정능력 등으로 당 안팎에서 유력한 차기 당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은 강력하고 새로운 세력의 출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손학규 체제’와의 잦았던 충돌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이회창 속 시원한 ‘대쪽’ 언행 두각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비교섭단체라는 한계가, 2010년 그와 자유선진당의 입지를 좁혔다. 지역기반마저 출렁였다. 총선·대선의 전초전격인 6·2 지방선거에서 쓴맛을 봤다. 텃밭 충남에서조차 대전시장 한 자리만 건졌을 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틈바구니에서 펼친 소신행보가 일부에선 양비(兩非)론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대쪽 이회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요 이슈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정진석 추기경과 설전을 벌인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질타는 그 정점이었다. 교권추락 실태에 대해서도 체벌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의 ‘대쪽’ 언행에 “속 시원하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는 강력한 무력 응징론을 내세워 ‘보수’의 신뢰를 샀다. 친북좌파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막자며 보수대연합론이라는 소신을 펼쳤다. 혼돈의 외교·안보, 무기력한 정치력의 혼재 속에서 펼친 개인기여서 더욱 돋보였다. 당장은 원내 교섭단체 복귀가 최대 숙제다. 결전의 2012년을 한해 앞둔 2011년, 제3당의 공간이 최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안상수 舌禍’ 삼진아웃?

    ‘안상수 舌禍’ 삼진아웃?

    ‘안상수 설화’(舌禍), 삼진아웃?’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다. 당 간판인 안상수 대표가 잇단 설화를 일으키며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 큰 고민거리는 안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2일 여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좌파 스님’, ‘보온병’ 설화에 이어 세 번째다. 23일 당내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가뜩이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중점 예산 누락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터져 나온 설화에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때가 어느 땐데…황당하다.’ ‘이제 안 대표 체제로는 19대 총선을 치를 수 없게 됐다.’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장 책임론으로까지 번지진 않는 분위기다.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부에선 대안으로 ‘이재오’ 카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친이계에선 ‘유력한 대권 주자를 잃는다’는 우려가, 친박계에선 ‘제2 공천 학살’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했다. 두 계파의 걱정은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서 비롯된다. 당헌 92조는 대권후보가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당헌 27조는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일 때는 60일 이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재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특임장관의 당권 도전은 대권 출마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를 친박계 입장에선 이 장관의 공천권 행사 욕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어느 쪽도 쉽게 손익을 따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 대표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완전히 사그라질 기세는 아니다. 일부에선 안 대표의 사퇴 시기 조율설까지 흘러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실익 없는 조기 전대를 따지기보다는 당분간 안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안 대표의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으로 남았을 때까지 당권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차순위 최고위원에게 대표직을 승계시키는 방안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래저래 안 대표는 설화가 빚은 고난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與대표의 ‘경솔한 입’ 어디가 끝인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그제 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것도 장애아동 요양시설을 방문한 뒤 동행한 여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그랬다는 것이다. 평소 얼마나 여성을 우습게 알았으면 그런 자리에서 대놓고 여성 비하 발언을 할 수 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그의 비뚤어진 성 의식은 가히 ‘중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같이 있던 원희목 비서실장도 여기자들에게 일일이 “성형했냐.”고 물었다니 야당이 한나라당을 ‘성희롱당’이라 비아냥거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적인 얘기라는 한나라당 해명이 통하기 어려운 것은 그의 경솔한 언행이 반복되고, 갈수록 가관이라는 점이다. 집권 여당 대표가 ‘보온병 포탄’ ‘봉은사 좌파스님’ 등의 발언으로 국민을 화나게 만들고, 자성은커녕 부적절한 발언을 멈추지 않으니 집권 여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나 싶다. 오죽하면 TV 개그프로그램의 소재가 되었겠는가.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더 이상은 안 된다.” “총선 치르기 어렵다.”며 대표 교체론이 나온다고 한다. 그의 실책이 반갑기만 한 민주당에서는 아예 “대표직을 물러나지 말라.”며 계속 사고를 쳐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집권당 개혁을 이끌고 국회선진화의 한 축을 맡아야 할 인물이 술자리에서조차 함부로 뱉기 민망한 발언과 실언을 줄기차게 쏟아낸다면, 과연 정치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보았듯 사회지도층에 거는 국민의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덕성·청렴도 등에서 과거와 다른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집권당 대표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아득한 봉건시대를 넘나들고 있는 듯하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국정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집권당 대표를 만나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낙담한 국민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 안상수 “룸 가면 ‘자연산’ 찾는다더라”

    안상수 “룸 가면 ‘자연산’ 찾는다더라”

    ‘보온병 포탄’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2일 또다시 설화(舌禍)를 겪게 됐다. 안 대표는 오전 용산구 영락보린원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동행한 여기자 3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더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인터넷 매체인 ‘뷰스앤뉴스’가 보도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1일 보좌관 체험을 하고 있는 걸그룹이 거론되자 “그룹 이름이 ○○○? ○○○가 유명한가?”라고 물은 뒤, “난 얼굴 구분을 못 하겠어. 다들 요즘은 전신 성형을 하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연예인 한명이 성형 비용으로만 일년에 2억~3억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여기자들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고 묻자 안 대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연예인이야. 그래서 들었다.”면서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아.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라며 거듭 ‘자연산’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원희목 비서실장은 기자들의 얼굴을 보며 “기자들은 성형을 안 해도 되는 분들이네.”라며 기자들을 향해 일일이 “(성형)했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점심을 먹으면서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불필요한 성형이 만연하고 성형의 부작용이 심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떠도는 풍문을 인용한 것”이라면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차영 대변인은 “안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여성 모독, 비하 발언의 결정판”이라면서 “발언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가 명진 스님에 이어 보온병까지 얼마나 힘들었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들 이해해 주더라.”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좌파 스님 발언’에 대해서 “내가 명진 스님 때도 참 억울했다.”면서 “3년 전 식사한 것인 데다, 이름도 명진·도법 등 다 비슷하지 않은가. 어떻게 다 기억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에 수능 끝난 고 3을 대상으로 강연하러 가서 ‘안녕하세요, 보온병 안상수입니다’라고 말했더니 옆사람을 치고 웃으면서 죽더라, 죽어.”라면서 “그렇게 (보온병 포탄 발언이) 나쁜 영향만은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보온병’ 안상수, 이번엔 “룸가면 ‘자연산’ 찾아”

    ‘보온병’ 안상수, 이번엔 “룸가면 ‘자연산’ 찾아”

     ‘보온병 포탄’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2일 또다시 설화(舌禍)를 겪게 됐다.  안 대표는 오전 용산구 영락보린원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동행한 여기자 3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더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인터넷 매체인 ‘뷰스앤뉴스’가 보도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1일 보좌관 체험을 하고 있는 걸그룹이 거론되자 “그룹 이름이 ○○○? ○○○가 유명한가?”라고 물은 뒤, “난 얼굴 구분을 못 하겠어. 다들 요즘은 전신 성형을 하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연예인 한명이 성형 비용으로만 일년에 2~3억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여기자들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고 묻자 안 대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연예인이야. 그래서 들었다.”면서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아.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라며 거듭 ‘자연산’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원희목 비서실장은 기자들의 얼굴을 보며 “기자들은 성형을 안 해도 되는 분들이네.”라며 기자들을 향해 일일이 “(성형)했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점심을 먹으면서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불필요한 성형이 만연하고 성형의 부작용이 심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떠도는 풍문을 인용한 것”이라면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차영 대변인은 “안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여성 모독, 비하 발언의 결정판”이라면서 “발언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가 명진 스님에 이어 보온병까지 얼마나 힘들었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들 이해해주더라.”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좌파 스님 발언’에 대해서 “내가 명진 스님 때도 참 억울했다.”면서 “3년 전 식사한 것인 데다, 이름도 명진·도법 등 다 비슷하지 않은가. 어떻게 다 기억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에 수능 끝난 고 3을 대상으로 강연하러 가서 ‘안녕하세요, 보온병 안상수입니다’라고 말했더니 옆사람을 치고 웃으면서 죽더라, 죽어.”라면서 “그렇게 (보온병 포탄 발언이) 나쁜 영향만은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 원로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

    [강지원 좋은세상] 원로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

    아니나 다를까, 또 적전(敵前)분열이다. 아무리 싸우다가도 더 큰일 앞에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지혜다. 그런데 이건, 예나 지금이나 또 똑같은 행태다. 천안함사건, 연평도 도발 등에 어찌 대처할 것인지, 사격연습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 이후는 또 어찌할 것인지, 이 모두가 실로 이념과 정파를 벗어난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도 옛날 국사책에서나 보던 주전파, 주화파 싸움질을 지금도 똑같이 해대고 있으니 이 어찌 개탄스럽지 아니하겠는가. 이 나라 지식인들이나 정치꾼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이 나라 지식인들 중 ‘좌파꼴통’의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누구 누구다. 그러면 이 나라 ‘우파꼴통’의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누구 누구다. 이 나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분들의 연세는 대체로 70세 이상이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그 아래로 60대, 50대, 40대들이 줄줄이 잇고 있다. 가히 중간 보스급이나 행동대장급이다. 그런데 이들 좌파·우파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적대적이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이 없다. 간혹 부딪쳤다 하면 일이 커진다. 핏대를 올리며 싸운다. 이념이 정파로 확대되면 더욱 치열해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정파적 이익은 눈을 뒤집히게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둔갑하는 압권은 국회다. 1985년 12월에는 철봉이, 1998년에는 해머가, 2007년 12월에는 전기톱이, 2008년 12월에는 물대포와 소화기가 등장했다. 격투기, 육탄전에 부상자가 늘 속출했다. 이념과 정파는 왜 필요한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소통이 안 되나. 스스로 이념과 정파의 저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념과 정파를 통해 제 잇속을 챙겨야겠다는 동물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통합이다. 제 이념과 정파가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국민통합이 무너진 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초가삼간 타는 줄 모르고 싸움질에 혈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 이념과 정파로 싹쓸이가 가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일시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영구불변한 것은 없다. 그러니 제 것으로 싹쓸이하려 하면 어김없이 싸움질이 뒤따르고, 국민통합은 깨진다. 이처럼 갈가리 찢어져 난장판이 된 대한민국, 여기서 가장 먼저 국민통합에 나서 주어야 할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원로들 아닐까. 예로부터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싸우지 마라.”고 가르쳤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이래저래 다투기 마련이다. 열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가세해서 편싸움에 끼어들던가? 아니다. 싸움질하는 젊은이들의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아서라. 너무 심하게 싸우지 마라.”고 타일렀던 것이다. 사람의 생애주기를 소청장로(少靑長老)로 나눌 때 이를 계절로 보면 춘하추동이 된다. 또 그 시기에 맞는 덕목으로 보면 인의예지가 된다. 그래서 원로는 겨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시기의 덕목은 지혜가 된다. 이처럼 원로의 덕목은 지혜다. 그래서 지혜로운 원로는 늘 싸움을 말리고 화해를 주선하는 현명함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나라의 소위 원로라는 분들은 어떠한가. 혹시 끝끝내 소속 이념과 정파의 ‘오야붕’ 노릇에 끗발을 날리고 있는 이들은 없는가. 오히려 젊은이들을 충동질하고 자신의 못다한 한을 풀어달라고 악을 쓰는 이들은 없는가. 이는 지혜로운 모습이 아니다. 원로다운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호소한다. “우리 원로들, 젊은이들 싸움질 말리고 죽읍시다. 서로 화해시키고 죽읍시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라고 말씀해 달라고. 찬반 선호가 뚜렷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사람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 그는 퇴임후 첫 연설에서 “나는 정치보다 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했다. 최근 자서전을 출간한 후에도 “내가 오바마를 비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차츰 나이가 들어간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다. 변호사
  • 룰라 지지율 UP…퇴임 앞두고도 87% 역대최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6~17일(현지시간) 개최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끝으로 대통령으로서 모든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내년 1월 1일 지우마 호세프 당선자에게 정권을 넘겨줄 예정이지만 각국 정상들이 입을 모아 현실 정치의 참여를 권하고 있다. 또 여론조사에선 90%를 바라보는 지지율을 보이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 칭찬 행렬에는 좌파와 우파 구별이 없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남미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퇴임 뒤에도 정치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인은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인보다는 능력을 갖춘 관리형 인사가 맡아야 한다.”며 유엔 사무총장 출마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이보페(Ibope)는 지난 16일 룰라의 개인 지지율이 8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브라질 대통령뿐 아니라 본인의 8년 임기 중에서도 최고치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과 조세제도에 대해서는 각각 54%와 51%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경제체제보다 정치 방임이 문제”

    “경제체제보다 정치 방임이 문제”

    “우리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자(자본주의 체제)라기보다 그 뒤의 대중들입니다. 우리가 치료약을 찾아낸다면 반드시 처방해야 합니다. 우리가 환자의 죽음을 기원하고 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1931년 독일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노동운동 이론가인 프리츠 타르노프의 연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유시장주의자들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비슷한 점도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처방을 내린다는 점이다. 물론 성격은 다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어차피 ‘보이지 않은 손’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며 손을 놓는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문제가 더 곪아 터지면 그만큼) 사회주의가 가까워온다.”며 손뼉 칠 따름이다. 어쨌든 방임주의라는 점에선 똑같다. 셰리 버먼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가 쓴 ‘정치가 우선한다’(원제 ‘The Primacy of Politics’, 후마니타스 펴냄)는 이런 방임주의를 비판하면서 제목 그대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치 행위의 중요성을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혁명가란, 가만히 기다리다 마침내 혁명이 터져나올 때 사회주의라는 아기를 받아내면 그뿐인 ‘산파’에 그치거나, 혁명의 임계점을 확인하는 ‘온도계’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를 ‘복권’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논쟁’으로 알려진 유럽의 사민주의는 대개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의 실용적 타협으로 여겨져 왔다. 유약한 타협책, 혹은 혁명을 포기한 서구 좌파의 위선적 탈출구라는 냉소적 평가도 있다. 저자는 그러나 사민주의는 곁다리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성을 깨부순 새로운 사상이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의 사민주의를 추적한다. 저자가 보기에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시장주의는 ‘경제의 우선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래서 파시즘과 나치즘을 우파들이 선택했다는 통념을 거부한다. 거꾸로 경제 위기가 오히려 사회주의로 가는 대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라 믿었던 좌파들이 구체적인 현실 개입을 꺼리다 정치의 주도권을 우파에게 빼앗겼다고 본다. 즉, 파시즘과 나치즘의 탄생 책임은 ‘사악한 우파의 음모나 죄악’이라기보다 ‘교조적 좌파의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이마르공화국의 무기력은 독일 사민당이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게 버먼 교수의 진단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독일 경제가 조금 더 망하기를 기다려보자는 사민당보다, 옳든 그르든 제3제국이라는 비전을 통해 국가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히틀러를 선택하는 게 당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는 다른 누구의 책임이 아닌, 바로 독일 사민당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한 타르노프의 연설도, 경제위기 탈출 처방이 나왔음에도 혹여 그것이 자본주의 개량화에 도움이 될까 봐 끝내 공식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은 사민당에 대한 비판이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북유럽의 사민주의 노선, 그러니까 스웨덴 모델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독일 사민당과 달리 마르크스에 얽매이지 않았다. 사회적 대타협, 적극적 복지정책 등이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더 강화시킬 소지가 충분함에도 “자본주의 안에서 최고의 개혁을 얻어내는 것이 곧 사회주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라는 선언 아래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개량화에 나섰다. 이것이 오늘날의 스웨덴 모델로 이어졌다. 버먼 교수가 2006년에 쓴 책이 뒤늦게 번역돼 나온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북한인권법’ 처리 다시 수면위로

    한나라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북한인권법의 필요성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북한 동포에게 행해지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북한인권 문제 전담기구를 두고 개선 방안을 찾아보고자 발의한 북한인권법이, 민주당 등 일부 친북 좌파 야당의 반대로 아직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면서 “민주당은 북한군의 군량미 창고로 들어갈 쌀 지원에만 인도적 명분을 내세우지 말고,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실질적 인도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며 초당적 협조를 촉구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월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북한 인권에 실익이 없다.”며 반대해 법안 처리는 계속 미뤄져 왔다. 북한 인권문제 전담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이 미뤄지면서 예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외통위가 의결한 내년도 통일부 예산 가운데 ‘북한인권재단 설립’ 명목으로 책정된 100억원은 반영되지 못했다. 법안이 통과돼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의결한 국가인권회 예산안에서도 ‘탈북자 및 북한인권 연구’ 예산은 올해에 비해 약 30% 삭감됐다. 인권위에서 당초 3억 1300만원으로 요구했던 것을 운영위 예결소위에서 1억 1300만원을 감액했다. 올해는 3억 31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운영위 예결소위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민주당에서 북한 인권실태조사 연구 예산과 동시에 서울인권대회 개최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해 타협을 위해 북한인권연구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사태를 문제 삼으면서 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운영위 관계자는 “실태조사라는 게 대부분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발칵 뒤집힌 지구촌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전문을 대거 공개하면서 각국의 외교갈등이 표면화되고, 당사자들이 해명에 진땀을 빼는 등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와 아랍권 등 일부 국가들은 30일 자국 정상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와 폄하에 대해 공개 비난을 자제하면서도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에는 러시아를 ‘마피아 국가’로 평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범죄 집단의) 두목’,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우유부단한 정치인’으로 묘사하는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 공보실장은 “우선 문서 원본을 보고 단어나 표현의 번역이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어느 위치에 있는 외교관이 그런 평가를 했는지 또 어떤 문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伊총리 “광란의 파티 뭔지도 모른다” 외교 전문에 ‘광란의 파티’에 여러 번 참석했다고 거론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나는 소위 말하는 ‘광란의 파티’에 가지 않으며, 그게 뭔지조차도 모른다.”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을 “3류, 4류 수준의 저질 폭로”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나는 한달에 한번 정도 내 집에서 만찬을 열고, 만찬에서는 모든 게 합당하고 엄숙하며 고상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폭로 문건에서 자신이 육체적으로 허약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유별나게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된 데 대해 “이탈리아의 국가적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중도우파 정당을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위키리크스의 문건이 가디언, 엘 파이스, 르 몽드, 슈피겔, 뉴욕타임스 등 ‘좌파 매체들’에 게재됐다며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파라과이 美대사 전격 소환 엑토르 라코냐타 파라과이 외무장관은 미 외교관들이 2008년 파라과이 대선 후보들의 생체정보 등 개인 신상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전문 내용에 대해 “만일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파라과이 외무부는 수도인 아순시온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 닐다 코파 볼리비아 법무장관도 “외교전문 가운데 미 마약단속국(DEA)과 국제개발처(USAID), 일부 민간단체가 간첩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미국 첩보활동 관련) 정보가 더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미 정부를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潘총장 ‘침묵’… 내부선 불만 표출 미국 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고위직들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폭로에 대해 유엔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등을 통해 외교 전문이 공개된 28일 오후 이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그러나 유엔 내부에서는 반 총장과 주변 인사들의 통신정보는 물론, 생체정보까지 수집하도록 지시한 미국 정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앤드루 왕자도 곤경에 빠졌다. 앤드루 왕자는 2008년 영국 통상대표 자격으로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국 부패방지국(SFO)의 활동을 ‘백치’로 평가하고 뇌물수수 보도를 하는 기자들을 ‘어떤 일에나 간섭하는 이들’로 헐뜯어 구설수에 올랐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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