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좌파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 저당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 성우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 분화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 평창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72
  • 노벨문학상 수상 바르가스 요사 작품세계·삶

    남미 문학 하면 주로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지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사실성과 유머, 에로틱함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쳤다. 사실적인 표현 방식, 빠른 사건 전개, 치밀한 구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요사의 문학 세계는 날카로운 위트와 재치, 풍부한 상상력, 짙은 휴머니즘 정신에 의한 공감과 감동으로 세계성을 인정받았다. 요사는 1936년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외교관인 할아버지를 따라 볼리비아로 갔다. 아홉 살에 귀국해 수도원 부설 학교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고, 1950년 리마의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에 진학했다. 군사학교에서의 경험은 1963년 27살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에 녹아 있다. 외부와 단절된 군사학교를 배경으로 시험지 유출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위선과 도덕적 부패, 폭력으로 얼룩진 페루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이 작품으로 요사는 어린 나이에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1953년 리마의 산마르코스 대학교에 입학해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5년 결혼했다가 1964년에 이혼했으며, 이듬해 지금의 부인인 사촌 패트리샤와 재혼해 2남1녀를 두었다. 요사의 젊은 시절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자전적 장편소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에 잘 녹아 있다. 이 소설은 ‘열여덟 살이나 먹은 남자 마리오와 서른두 살밖에 안 된 여자 훌리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마리오가 일하는 라디오 방송국 인기 연속극과의 교차 편집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벽을 허물고 동시다발적인 인간 삶의 다양한 형태를 유머로 풀어 냈다. 대선에 출마할 정도로 요사는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사회비판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독재 정권을 비판했다. 하지만 1971년 쿠바의 한 젊은 시인이 시집에서 쿠바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우파로 돌아선다. 이 사건은 많은 지식인이 쿠바 정부의 이념적 경직성에 회의를 품게 했고 요사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설명하는 글에서 밝혔다. 우석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는 7일 “요사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199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를 요사가 변절자 취급한 적 있는데 그 역시 현재 좌파로부터 변절자, 백인 중심주의자로 비난받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990년 대선에서 낙마한 것도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공약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사의 작품을 예정작까지 포함해 5종 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 해외문학팀의 오영나 부장은 “적당히 야하고 풍자적이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등장하는 요사의 작품은 이미 한국에서도 충실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 환상적인 데다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이 녹아 있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사는 1982년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남미에서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요사는 ▲1936년 페루 아레키파 출생 ▲1952년 16살에 희곡 ‘잉카의 도주’로 문단 데뷔 ▲1953년 리마 산마르코스대학에서 문학과 법학 전공 ▲스페인 마드리드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 ▲1963년 ‘도시와 개들’ 발표 ▲1966년 ‘녹색의 집’ 발표. 페루국가상, 스페인 비평상 수상 ▲1994년 세르반테스 문학상 수상
  • 이동관·전여옥 ‘MB치적’ 설전

    이동관·전여옥 ‘MB치적’ 설전

    한나라당 전여옥(오른쪽) 의원과 이동관(왼쪽)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4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치적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전 의원과 이 전 수석은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제18차 한·일 포럼 제1세션의 ‘한·일 양국의 국내정세 변동의 상호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의 영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한·일 양국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한 이 포럼에 전 의원은 발제자, 이 전 수석은 토론자로 나섰다. 두 사람은 각각 KBS와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은 경제분야는 성공했지만 외교분야는 절반의 성공, 정치는 아예 실패했다.”며 “그 이유로 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에 대한 경멸과 환멸이 컸고 철학과 이념을 스스로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 의원은 이어 “이 대통령은 이념이 없는 독특한 정치인”이라며 “보수와 좌파에 관여하지 않는데,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7월 퇴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수석은 “전 의원의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너무 박하다. 전 의원의 지적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이 정치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극복해 가고 있는 중이며,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도 회복됐다.”며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 지지율이 20~30%대를 기록하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50%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이어 “손학규 민주당 신임 대표도 중도로 가겠다고 했다. 오는 2012년 대선도 중도세력을 잡는 ‘중원전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중도로 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 대통령도 이런 점을 궤뚫어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나는 2008년 대선 당시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 의원은 이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복원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2008년 금강산 여행객인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 이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대응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실용적이지만 중국과의 문제를 간과했다.”며 외교 실패를 주장하기도 했다. 전 의원과 이 전 수석의 가파른 설전이 이어지자 다른 한·일 참석자들 간에도 이명박 정부의 정치·외교 분야 평가를 놓고 치열한 찬반 토론이 펼쳐졌다. 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한·일포럼에는 회장인 공노명 전 외무장관을 비롯해,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위원장, 호소노 고시 민주당 의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교수 등 한·일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독일 통일 20주년 표정] 축제…무관심…시위… ‘미완의 통합’

    [독일 통일 20주년 표정] 축제…무관심…시위… ‘미완의 통합’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이 3일(현지시간) 북부도시 브레멘 중심가 성 페트리 성당에서 열렸다.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부 요인들은 오전 10시에 열린 기념식에서 냉전을 넘어 국민의 힘으로 베를린 장벽을 허문 역사를 자축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사절 수백명도 기념식에 참석해 한뜻으로 축하했다. 기념식은 통일 첫해인 1990년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뒤 연방제를 공고히 하는 의미에서 매년 각주를 순회하면서 열리고 있다. 1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에서 불프 대통령은 통일이 “속박받지 않는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공개적인 헌신”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통일 이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슬람계 사회 통합 문제를 거론하며 “기독교가 독일의 일부이고, 유대교가 독일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우리가 독일을 신속히 재건하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동독인들이 자유를 향해 싸우고 서독인들이 지원과 동조를 했던 단합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열린 브레멘을 비롯, 베를린 등지에서는 전날부터 축제의 장이 벌어졌다.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브레멘은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쌀쌀한 가을날씨에도 독일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20년전 그날의 감동을 되살리며 축배를 들었다. 시청앞 무대와 베저강변 유로파하펜 무대에서 3일에 걸친 초대형 음악축제가 계속됐다. 1980년대의 팝스타 니나, 데이비드 가렛 등 브레멘 출신 스타들의 공연이 50회 이상 마련됐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행사가 열린 성 페트리 성당 앞부터 시청을 거쳐 베저강변을 따라 긴 가장행렬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거리로 나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는 전세계에서 초청된 음악가들이 전날부터 공연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다만 올해 행사의 메인 스폰서가 미국기업 코카콜라라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지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일 도시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날을 보냈다.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리면서 일반인들은 올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베를린 유학생 박은영씨는 “독일인들 상당수가 브레멘에서 공식 행사가 열린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지난해가 20주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통일 이후 독일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내부통합 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브레멘 중앙역앞 광장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민족주의를 외치며 경찰과 대립했다. 연단에 올라선 한 좌파운동가는 “독일은 점차 국수주의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를 무조건 우선시하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일삼는다면 독일은 또다시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앞에서도 시위대의 행렬이 이어졌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올라온 수백명의 시위대는 “주정부가 지역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경기장을 짓고 있다.”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들을 고발하려고 통독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베를린·브레멘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에콰도르 軍·警 유혈폭동… 비상사태 선포

    에콰도르 軍·警 유혈폭동… 비상사태 선포

    남미 적도에 위치한 에콰도르의 국민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루 비상사태 속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경찰의 폭력 시위가 대통령 억류로 이어지면서 정변 양상을 보였다. 이어 ‘반란 경찰’들과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 속에 군대가 저녁무렵 대통령을 구출해 내면서 사태가 진압국면에 들었지만 유혈 ‘반란’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폭력시위로 치안이 불안해진 틈을 타 수도 키도 및 일부 도시에서는 약탈이 자행됐다. 에콰도르 적십자는 충돌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AP는 보너스 등 경찰의 복지혜택을 줄이는 법의 통과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불만을 품은 경찰과 일부 군 병력은 한때 키토 국제공항과 의사당, 정부 청사 및 주요 도로들을 점거했다. 라파엘 코레아(47) 대통령은 이들을 제지하러 현장에 나섰다가 흥분한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물병과 최루가스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키토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경찰관들에게 억류됐다. 이어 정부군이 경찰병원에 진입해 총격전을 벌인 끝에 대통령을 구출해냈다. 사태는 하비에 폰스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수습 국면으로 바뀌었다. 구출된 뒤 대통령궁에 도착한 코레아 대통령은 발코니에 나와 소요 와중에서 지지해준 국내 지지자들과 남미 정상들을 향해 감사를 표시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시위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살해하려 했으며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아무도 용서하지 않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루시오 구티에레스가 이끄는 애국사회당(PSP)을 배후세력으로 지명, 비난했다. 중남미 자원부국인 에콰도르는 지난 10년 동안 10명의 대통령이 바뀌고 그 가운데 3명은 대규모 시위로 물러나는 등 정치혼란을 겪어왔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좌파성향의 경제학자 코레아 대통령은 2006년 친미후보를 누르고 집권하면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해 왔다. 한편 경찰이 중심이 된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음모가 배후에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들이 코레아 대통령을 몰아내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마리아 이사벨 살바도르 미주기구(OAS) 주재 에콰도르 대사도 군계통의 반대파 및 그들의 연계세력이 이번 사태에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기고]독일 통일과정에 ‘퍼주기’는 없었다/박광작 성균관대 경제학 명예교수

    [기고]독일 통일과정에 ‘퍼주기’는 없었다/박광작 성균관대 경제학 명예교수

    독일은 10월3일 통일 20주년을 맞이한다. 독일 하원은 통일 후 ‘동독 공산당 독재의 역사와 결과 청산 조사위원회’를 창설해 동서독 관계의 빛과 그림자를 공개 토론을 통해 조명하고, 동독정권이 조직적으로 왜곡·은폐했던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청산 작업을 수행한 후, 그 결과물을 보고서로 출간했다. 이 보고서 중 서독의 대(對)동독 이전지출 내역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우리의 대북지원 방식, 규모와 대비해 볼 때 교훈으로 삼을 만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독정부 및 공공단체가 동독에 제공했던 현물 및 화폐 지불금은 ‘원조’도 ‘지원금’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독정부의 지불금은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1972년) 후 동독의 급부(예컨대 동독철도시설 이용, 우편시설 이용, 쓰레기 매립장 이용 등) 제공에 대한 서독정부 및 공공단체의 금전적 대가이며, 쌍무적 ‘주고받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동독정부는 추가적인 정치적 완화조치도 실시해야 했다. 독일 하원 보고서에 수록돼 있는 동서독의 정부, 민간, 교회 간 현금 및 물자 이전 규모는 베를린장벽 붕괴 이전 동서독 교류 협력기간(1971~1989년) 총계 910억마르크(약 380억달러)다. 연평균 약 20억달러 상당액이다. 이 금액은 순수민간 차원을 제외하면 많은 부분 동독의 급부 용역 사용에 대한 대가 지불금이다. 이 기간 서독의 민간 및 정부의 동독 주민과 교회에 대한 지원 규모는 모두 292억달러로 연평균 15억달러 규모다. 정부 부문만 살펴보면, 서독의 동독정권에 대한 (원조나 지원금이 아닌) 대가 지불금 규모는 총 60억달러, 연평균 약 3억 200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서독은 동독정권의 안정화보다는 동독 주민의 생활 개선에 더 중점을 두었다. 우리 좌파정권들이 ‘북한정권’에 현금과 물자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좌파정권들은 동서독의 교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한 남북한 주민 교류 실적에도 불구하고 서독의 동독 ‘지원금’ 규모가 매년 32억달러라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대북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서독의 대 동독 대가 지불금은 연 인원 200만~550만명(서베를린 주민의 동독 방문 연 인원 수를 제외함)의 동독 방문 체류와 연 인원 2000만명(1983년 기준)의 동독 교통로 이용, 그리고 3600만건의 상호 소포교환(1980년 기준)과 연계돼 있다. 서독주민들이 연 2300만건 이상 동독 가족, 친지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던 사실과도 분리할 수 없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기 이전까지 서독은 최소의 대가 지불로 여행과 방문을 통해 이산가족을 만나게 하고, 동독주민들의 민생을 개선시켰다. 이것은 간접적으로 서독체제의 우월성과 도덕적 정통성을 동독주민의 의식, 무의식 속에 주입시켜 주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동독 총리 드 메지에르는 동독주민들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주도하는 주체였다고 규정한 바 있다. 순수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인적·물적 교류는 동·서독 주민 간 민족적·민주적 연대감을 강화함으로써 동독의 무혈 민주혁명과 독일 통일의 기반을 조성했던 것이다.
  • 英 노동당수 ‘형제의 결투’… 동생이 웃었다

    英 노동당수 ‘형제의 결투’… 동생이 웃었다

    세계 정가의 관심사였던 ‘형제 목장’의 결투는 결국 동생의 승리로 끝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경선에서 에드 밀리밴드(40)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이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45) 전 외교장관을 1.3%포인트 차로 누르고 새 당수에 선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집권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수를 비롯해 부총리인 닉 클레그(44) 자유민주당 당수 등과 함께 영국 정치무대의 주역은 40대가 장악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정치명가의 40대 친형제가 당수 자리를 놓고 경합해 일찍부터 국제적 이목을 끌었다. 당초 당수로는 데이비드 전 장관이 유력했다. 외교장관을 오래 지낸 데이비드는 똑똑하면서도 차분한 이미지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오른팔이자 차기 당수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총선 패배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표심이 공격적 정치성향을 지닌 에드 쪽으로 기울면서 명암이 갈렸다는 분석이다. 1차 경선 투표에서 형에게 밀렸던 에드가 노동당의 가산득표제를 통해 순위를 뒤집으며 2차 투표에서 한 편의 역전극을 연출했다. 중도 성향인 형 데이비드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정치경력을 쌓은 것과 달리 급진 성향의 에드는 2005년 정계에 첫 발을 들여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경제관련 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정치현장 경험은 일천하지만 1940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에 정착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자 저명한 마르크스 이론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17세에 일찌감치 노동당원이 됐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노동조합 핵심 인사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것도 이번 선거의 주요 승인으로 꼽힌다. 이름(Ed)을 본떠 ‘레드(Red·노동당의 상징색)’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일선 노동조합과 당내 좌파 성향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는 노동당 선거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당수 자리를 놓고 불꽃 접전을 벌였으나 형제간 결속은 돈독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뜨겁게 포옹하며 우애를 과시했던 형제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선을 거치면서도 형과 동생으로서의 가족애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드 신임 노동당수는 형 데이비드에게 당내 주요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판결·발언으로 본 金총리후보

    판결·발언으로 본 金총리후보

    김황식 총리 후보자는 본인의 이념 성향에 대해 ‘중도저파(低派)’라고 강조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등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뜻에서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2005년과 2008년 대법관·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러 현안에 대해 소신껏 대답하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청문회 발언과 김 후보자가 선고한 판결 등을 통해 김 후보자의 가치관을 살펴봤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이념 성향에 대해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느 부분은 보수적이고, 어느 부분은 진보적”이라면서 “극우는 기존의 이득에 연연하는 추한 자세이고, 극좌는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모르는 아주 답답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평생을 법원에 몸담아 온 법관답게 엄격한 사법관을 보였다. 사면권에 대해 “사면권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지만, 사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내용으로 행사해선 안 된다. 법보다 권력의 위력이 크다고 하는 국민들의 지적에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답이 돋보였다. 김 후보자는 “남용 또는 오용의 여지가 있는 조항은 과감히 삭제하거나 적용요건을 명백하게 규정해야 하지만, 헌법질서 수호에 필요한 내용은 존치시켜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입법형식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적단체 처벌규정에 대해서도 “사회가 변했고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찬양 고무 등에 대해서는 처벌 폐지를 신중히 검토해도 괜찮을 단계”라고 답했다. 청문회 당시 1994년 남매간첩단 사건에서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도 국가기밀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고, 1993년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서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했다가 상급심에서 파기되는 등 김 후보자가 공안사건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판결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90년대 초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강자와 약자를 떠나 피고인에게 따뜻함을 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판례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법원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조금은 뒤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씨줄날줄] 중도저파(中道低派)/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술자리의 화두는 단연코 ‘중도저파(中道低派)’였다. 새로 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2004년 썼다는 말이다. 그는 당시 광주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법원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한다. 스스로 중도이기를 바란다.”는 글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어 “중도좌파냐 중도우파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중도저파라고 서답(西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입을 뗀 이는 한학자 A였다. 그는 사람들이 유학의 최고 경지인 ‘중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쓴다고 비판했다. 중도의 ‘중(中)’은 가운데라는 뜻이 아니라 적중(的中), 곧 ‘딱 들어맞는다’라는 의미라는 것. 따라서 중도는 ‘도(道)에 딱 들어맞게 행동하는 상태’이므로 그로써 완성된 거지 좌우·고저에 쏠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도에 저파를 붙이다니 해괴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한학자의 사설이 길어지자 정치학 교수인 B가 말을 끊었다. 유학에서 중도의 원뜻이 무엇이든, 지금 중도좌파니 중도우파니 하는 말은 정치학에서 개념이 정립된 용어이다. 중도좌파면 좌우의 대립에서 균형을 지키면서도 좌익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정파, 중도우파는 그 반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한학자의 낯빛이 점차 붉어지는 걸 보고 언론인 C가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그래, 중도라는 훌륭한 정신을 이 시대에 되살리지 못 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중도 좌파·우파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중도저파’를 잠시 용인하고 그 말이 내포한 의미부터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문인 D가 입을 열었다. “이념적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도요, 그 시선은 이 사회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두겠다고 저파라 했으니 자세는 좋구만.”이라고 했다. 몇 차례 설왕설래가 있은 뒤 좌중은 결론을 내렸다. 6년 전에 이미 중도저파를 논했으니 세태에 영합해서 나온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잖아도 좌·우파 갈등이 심각한 판에 새 기치를 들었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하자. 그래서 그가 말한 대로 행동하면 그때 가서 중도저파를 ‘제3의 길’쯤으로 인정하자고 했다. 말미에 누군가가 덧붙였다. “참신한 40대라더니 까보니까 구악(舊惡) 찜 쪄먹은 신악(新惡)도 있었잖아. 어쨌거나 그만도 못 하겠어?” 사람들은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얼른 술잔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새총리 후보 김황식 내정] 34년 법조인… “난 조용한 中道低派”

    “청문회를 통과하면 38년 공직경험으로 대통령을 잘 보좌해 부강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에 힘써 나라발전에 헌신할 것입니다.” 1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했다가 오후 3시를 훌쩍 넘겨 감사원에 도착한 후 기자들을 만난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소감은 간단했다. 짧은 말이지만 자신이 총리로 지명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지 충분히 전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국민과의 소통을 바라는 청와대와 뜻을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 총리가 되길 원했기에 고사 해왔다.”면서 그동안의 고사 이유도 함께 밝혔다. ●“공정사회·소통 힘쓰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9월 감사원장에 임명된 이후 공직기강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등 굵직굵직한 업무를 진행시켜왔지만 크게 드러내는 법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성품으로 해석된다. 그는 2004년 12월22일 광주지법원장 시절 법원 내부통신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는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합니다. 스스로 중도이기를 원합니다. 중도 좌파냐 중도 우파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도저파(中道低派)라고 서답(西答)할 것입니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72년 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하고 1974년 9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이래 정통 엘리트 법관 코스를 밟아 왔다.서울고법판사와 전주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2005년 11월 대법관에 취임했다. ●MB정부 ‘친서민 정책’ 보필 법관 생활 동안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등 사회 정의 실현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7월에는 감사원장에 내정됐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같은 해 9월에 공식 취임했다.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감사’를 천명하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뒷받침하는 데도 주력해 왔다. 또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감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 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며 자신의 공정사회론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연관해 취약계층과 서민생활을 챙기는 ‘서민 밀착형 감사’를 제시하는 등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을 감사에 접목시키는 시도도 해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예술품 감상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차성은(60)씨와 1남 1녀.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김무성 “北 전쟁비축미 100만t”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16일 “북한이 전쟁 비축미로 100만t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지원이 시작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퍼주기’에는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힌 뒤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이 필요하지만, 좌파정권 10년간 남북관계가 다수 국민정서에 반하는 분위기로 형성됐고 무분별한 대북지원이 있었다.”면서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는 바람직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잘못 형성됐던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북한은 쌀을 지원받으면 군량미로 비축하고, 기존의 비축 쌀을 푸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북 쌀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앞서 여권 내부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쌀 5000t을 전달하기로 하면서 대북 쌀 지원 규모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쌀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문제는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면서 “천안함 사건에 상응한 북한의 조처나 사과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주장하는 10만t은 무리가 있으나 최소한 5만t 이내의 수준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브루니는 카멜레온에 여우 같은 여자”

    “브루니는 카멜레온에 여우 같은 여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를 “카멜레온에다 여우처럼 교활한 여자”로 비판한 책이 출판돼 파문이 일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기자 출신으로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베스마 라우리가 펴낸 ‘카를라-은밀한 생활’이 문제의 책.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겨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판의 수위가 높다. 라우리는 먼저 프랑스 국민들이 브루니의 면모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루니는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어 프랑스와 미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며 날을 세운 뒤 “프랑스 국민들은 초연하고 완벽할 정도로 부유하게 차려입은 모습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정년 연장, 집시 단속 등의 정책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비난을 받는 요즘 상황에서 브루니가 영부인으로서 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면 대통령의 이미지도 한결 부드럽게 비쳐졌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우리는 책이 출간되기 하루 전인 1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독설을 쏟아냈다.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퍼스트 레이디를 잘 모른다.”면서 “프랑스인들이 보고 있는 브루니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스커트 정장을 갖춰 입고 영국 여왕이나 다른 명사들과 함께 어울린 모습이 전부다.”라고 쏘아붙였다. 한때 돈많은 좌파 진보주의자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캐비아 좌파”로 소문난 브루니가 2008년 입이 험한 보수주의자인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라우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브루니의 오랜 친구들, 패션 디자이너들, 심지어 어린시절 유모들까지 약 100명을 만났다. 1990년대 브루니의 코를 성형했다는 익명의 성형외과 전문의도 인터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종교·神… 좌파의 새로운 지적 자원”

    “종교·神… 좌파의 새로운 지적 자원”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67)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의 방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글턴은 고려대, 교보문고, 전남대, 영남대 등에서 강연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 이글턴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마이클 무어를 떠올리면 된다. 무어가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미국의 치부를 통쾌하게 꼬집어 줬다면,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인 이글턴은 위트 넘치는 글솜씨로 ‘우익들의 멍청함’을 마음껏 조롱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정치적 패배주의로 규정하는 마르크스주의자다운 행보다. 덕분에 주류층에서 받는 대접도 비슷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무어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찾으라.”고 비아냥댔고,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이글턴 이름 앞에다 ‘끔찍한’(dreadful)이라는 형용사를 붙였다. 좌파학자임에도 이글턴은 신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 얼마 전 ‘신을 옹호하다’라는 책이 번역됐다. 사실 신을 옹호하되 다른 방식으로 옹호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통해 집요하게 문제제기했던 ‘창조론’과 ‘구약성경’ 문제에 대해 그는 “연대기는 중요하지 않다.”거나 “마조히즘이라는 인간 본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쿨하게 넘겨 버린다. 그에게 종교란 혁명가적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도킨스류의 무신론을 비판하는 지점은 지금 사회는 살 만한 곳이고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사회공학적 자유주의 사상’이다. 가난한 아일랜드 노동자 집안에 태어났다는 이력을 생각해 보면 천주교, 아일랜드, IRA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식 복음주의에 기반한 반공주의로 무장한 우리 기독교와 달리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은 유럽의 종교지형도 감안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글턴의 화법은 여전했다. 인사말을 부탁하자 그는 “난 급진적인 사람이다. 여기 이 자리에 보수적인 신문사도 있다고 들었다.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다만, 물어볼 게 있으면 손가락질까지 해가면서 질문해 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신을 옹호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지 않는다. 왜 그런가. -그 책의 한국어판 번역이 잘못된 듯하다(원제는 ‘Reason, Faith, and Revolution’, 한국어판은 ‘신을 옹호하다 - 마르크스주의자의 무신론 비판’). ‘옹호’라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제목이다. 무신론은 좀 더 정교해지고, 신학적 논의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호킹은 우주가 스스로 창조됐으니 신을 버리라고 하는데, 이미 오래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론을 틀렸다고 했다. 과학이 뭐라 하건 말건 신학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 따윈 없다는 것이다. →현실 기독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기독교의 문제는 너무 일찍 국가 이념화됐다는 데 있다.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던 종교가 너무 일찍 국가의 가진 자들 편에 선 이념으로 바뀌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물질적으로 번영한 미국에 기독교 원리주의가 왜 있겠나. 미국인들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두고 놀란 척하지만, 미국에는 그보다 더한 원리주의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정의와 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종교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나. -진보의 쇠락과 관련 있다. 정치경제적 힘이 없어지니 근원적 가치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권력 싸움 하느라 정신없었고. 좌파의 쇠락이 철학적 질문을 불러오는 것이다. 종교, 신념, 윤리 같은 것이 새로운 정치적 자원이다. 좌파의 사고를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이다. →신에 대한 좌파의 관심은 보편적인가. -당연하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예전에 발터 베냐민, 마르크 블로흐는 물론 남미의 해방신학이 그랬다. 마르크스의 사상 역시 유대교적인 배경 아래 이해돼야 한다. 최근에는 알랭 바디우, 자크 데리다, 조지오 아감벤, 슬라보예 지제크 같은 이들도 신에 대해 논의한다. 종교나 신의 문제는 좌파의 새로운 지적 자원이다. →좌파가 종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정치영역에서 사랑이란 인기 없는 단어다. 더구나 서구에서 사랑이라면 개인적이고 낭만적이고 성적인 것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정치적 사랑을, 종교를 되살리자는 게 나의 주장이다. 마르크스 역시 광의의 사랑이 이상적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0년 정치담당 기자 촌철살인 글쓰기

    1999년 1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1년 가까운 시간이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모두 아울렀겠다. 1490편의 칼럼을 모았으니 분량도 방대하다. 500쪽 분량의 두툼한 책이 모두 세 권이나 된다. ‘정치? 통탄한다’(윤창중 지음, 해맞이 펴냄)는 언론사 정치부 기자, 정치담당 논설위원 등으로 꼬박 30년 세월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안팎을 넘나들었던 저자가 기록한 한국 현대정치의 생생한 역사다.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이 지나간 자리는 어제의 자리에 의해 가능한 것임을 목도한다. 1권은 2010년 7월12일 자 ‘어느 정치인의 병역 스캔들’ 제목의 시론으로 시작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병역기피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이명박 정권에 만연한 부도덕함에 대한 질타를 쏟아낸다. 이렇게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가며 정운찬, 한명숙, 이명박, 박근혜, 이재오 등 유력 정치인을 하나씩 호출해간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노무현 정권을 거쳐 3권에 실린 마지막 글 ‘차기 그룹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 주변의 보신주의를 비판하며 마무리짓는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정치의 흐름은 물론, 그의 문장과 문체, 정치적 입장이 점점 더 거침없어져 가는 흐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MB정권의 실질적 주주’를 자처하며 보수 우파의 육성을 대변하는 그의 필치는 때로는 중도실용론을 표방하며 갈팡질팡하는 이명박 정권을 오른쪽으로 거세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대구·경북 인사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중용하라든가, ‘박근혜와 대타협하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던지기도 한다. ‘좌파’에게 결코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1~3 각권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과 나는 어려운 시절 보내 친구가 될 수 있어” 李대통령 ‘서민외교’ 통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의 마음을 잡은 것일까. 우리나라가 쟁쟁한 강대국들을 따돌리고 볼리비아의 리튬개발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1일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일본, 중국, 프랑스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 사업권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참모들에게 먼저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해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모랄레스 인생 스토리 연구 인디오 원주민 출신에 좌파이며, 빈민층에서 정치 지도자로 성장한 모랄레스의 인생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이 대통령의 마음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망설임없이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해관계를 넘어 ‘인간적으로’ 접근했다. “당신은 서민출신이고 나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당신은 풍찬노숙했다고 들었고, 나도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우리는 모두 서민 대통령이다. 그 때문에 서민정책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볼리비아는 앞으로 개발이 필요한 나라이고, 한국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출발해 산업을 일으켰다. 당신과 나, 볼리비아와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를 맞춰 이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특사로 볼리비아에 보냈다. 고도 4000미터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 의원의 수행원들은 고지대 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 의원은 뒷목을 부여잡고 다니면서도 끝까지 버텼다. ●특사 이상득의원도 ‘투혼발휘’ 마침 당시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재선운동을 벌일 때였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의원과 함께 다니며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 친서민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 대통령의 친형”이라며 그를 소개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 함께 볼리비아의 산업을 일으킬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5일 방한한 모랄레스 대통령이 당초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리튬개발권 경쟁국인 일본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일본은 들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도착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5성(星)급 호텔에 묵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나는 지금까지 천성(千星)급 호텔(하늘에서 수천개의 별을 보며 잤다는 뜻)에 주로 묵었는데 5성급 호텔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환대에 감사했다. ●李대통령 환대에 일본행 포기 이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시차와 기압차 때문에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데 아무 맛도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하자 즉시 옆에 있던 의전실 직원에게 청와대 의무실로 가서 약을 조제해오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순방을 다니면서 이런 일을 많이 겪어 봐서 그때마다 먹는 약”이라고 소개한 뒤 “만찬 뒤 공연은 가급적 일찍 끝내도록 할테니 호텔에서 푹 쉬시라.”고 모랄레스 대통령을 위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 대통령의 배려에 감사를 표시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세계를 지탱하는 정반대의 생각

    왜 새들은 좌우 날개로 함께 날아야 하는지, 좌파와 진보, 우파와 보수는 어떻게 다른지 쉽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책이 나왔다. ‘좌우파사전’(구갑우 등 14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를 남북 관계, 한·미동맹, 노동시장 유연화, 영어 공용화론 등 22개 주제별로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다. 인간 승리의 위대한 모범으로 위인전에서 빠지지 않는 헬렌 켈러(1880~1968)가 설리번 선생을 만나 말을 할 수 있게 된 뒤의 이야기는 그가 어렸을 때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헬렌 켈러는 머리맡에 늘 붉은 기를 올려놓는 사회당의 좌파당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는 1913년 출간한 ‘암흑의 바깥으로’에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공장, 빈민굴을 방문한 경험을 “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빈민가 등의 비참함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맡을 수는 있었다.”고 적었다. 빈민과 노동자, 장애인의 비참함이 그들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운명 따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계급구조가 세상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헬렌 켈러는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앞장섰다. 미국이 자랑하던 위대한 ‘아메리카 드림’의 모델이 급진 좌파로 커밍아웃하자 당황한 대중매체는 그를 단지 장애인의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류애의 상징으로만 묘사했다. 연방수사국(FBI)의 후버 국장은 그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헬렌 켈러의 높은 명성 때문에 공개적으로 공격하지는 못했다. 헬렌 켈러는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란 글에서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차별의 철폐가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영화의 단골 주연에서 존경받는 위대한 영화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보수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약자인 여성을 아낌없이 감싸 안고(‘밀리언달러 베이비’), 친아들을 찾기 위해 어머니가 타락한 공권력과 싸우는(‘체인질링’) 등 그의 영화세계는 불평등을 인간의 존재조건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 불평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진보, 제도적 개혁의 약속 따위를 신뢰하지 않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홀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지키고자 투쟁한다. 총기와 재산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이것들이 개인의 생명,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필수적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약자를 연민하고 감싸 안는 것이 강한 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는다. 헬렌 켈러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좌파와 우파가 세상을 해석하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에 근거해 현실을 헤쳐가는 정반대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대립하는 두 세계관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두 동력이다. 좌파와 우파는 상대를 비판하고 서로에게 자극받으면서 지난 200여년간 세계를 지탱해 왔다. 우리가 좌파와 우파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좌우파사전’은 세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두 정치적 프로그램의 경연을 살피면서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과 예리한 잣대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사회 문제를 생각하는 데에는 좌든 우든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진전이 있는 것이지, 중도 운운하며 중간에 덮으면 발전도 없고 많은 불합리를 덮어버리게 된다.”며 이 책이 치열한 논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원순 변호사는 “인터넷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전문서적의 난해함을 벗겨낸 깔끔함이 있어 일반 생활인에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아주 친절한 안내자’ 노릇을 할 것 같다.”고 추천사를 썼다. 시사평론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좌우로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와 사상적 배경을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토론만큼 생생할 수는 없지만 대신 독자가 고민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여지를 넓혀 놓았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좌·우파가 필참해야 할 지도와 나침반”이라고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한국사회 전체를 되돌아보면서 고민하게 하는 야심만만하고 논쟁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3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재오 “남북관계 특별임무 필요땐 수행”

    이재오 “남북관계 특별임무 필요땐 수행”

    23일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대권 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오전 질의에서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김문수 경기지사를 대권 후보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오랫동안 생각을 같이해 왔는데, 상당히 훌륭한 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동지적 관점에서 대권 후보로 나서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질의에서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이 이에 대해 재차 묻자 “김 지사뿐 아니라, 제가 후보가 되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대권 도전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건 생각 안해봤다.”고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을 하면서 3만명을 대상으로 81건의 특강을 했는데 저변을 확보하고 인맥을 형성하기 위한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반부패·청렴 국가경쟁력이라는 소신이 있어 공직자가 앞장서자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특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해를 시도하고, 당내 계파갈등 해소에도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박계인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예전에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지만, 이제 서운한 관계를 해소해야 겠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해소해야죠.”라고 답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이 당내 소통을 강조하자 “그 점도 명심해서 특임장관으로서가 아니라 당의 4선 국회의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난데없는 ‘사상 검증’도 이뤄졌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이 후보자의 민주화운동 및 민중당 사무총장 경력 등을 거론하며 “이 후보자에 대해 아직 친북좌파적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민주화운동을 한 것은 군사독재가 장기화되면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훼손된다는 소신 때문이었지, 이념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북관계와 관련된 질문도 쏟아냈다. 김용태 의원이 “현재 한·미동맹 관계 때문에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는 풀 수 없고 특임장관의 비공식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이런 역할을 수행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는 어떤 경우라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별한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그건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옥임 의원이 대북 관련 특별임무 가운데 어떤 부분이 가장 자신 있느냐고 묻자 “남북관계는 어렵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인도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을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신의주에 물난리가 나서 침수되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도와주고 있는데 남북 사정을 떠나서 인도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세에 대해서는 “미래에 통일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이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남북협력기금을 통일세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전·현 정권의 실세 간 대결도 펼쳐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나 시급한 민생현안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정권재창출하자고 했다는데, 설사 이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참모들이 어떻게 이걸 다 발표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 후보자가 측근인 김해진 언론특보를 특임차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 “저도 김대중 정부 때 실세였지만, 저 좋은 사람을 차관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이건 대통령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착하거나 나쁜 자본주의는 없다

    착하거나 나쁜 자본주의는 없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광고하는 대기업 창업주 손자의 비참한 죽음 앞에서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생각의나무 펴냄)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앙드레 콩트 스퐁빌은 프랑스 파리1대학 부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부터 대학을 떠나 집필과 대중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도 그간 대중강연 내용을 집약한 것으로 책 뒷부분에는 관련 질문과 답변이 정리되어 있다. 콩트 스퐁빌은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는 완전하게, 근본적으로, 결정적으로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과학도 기술도 윤리를 갖고 있지 않은데 왜 자본주의의 이론이자 학문인 경제학이 윤리가 있기를 바라느냐고 반문한다. 대중강연에 나선 콩트 스퐁빌은 청중들로부터 “당신은 정말로 파렴치하게 말하는군요! 계산은 수와 관련 있고, 물리학은 입자와 관련 있으며, 기상학은 공기의 질량과 관련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은 인간과 관련 있습니다! 경제학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란 거센 항의를 받는다. 저자의 답은 경제학이 인간과 관계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해서 경기 침체를 막을 수는 없고, 세상 사람이 모두 번영을 바란다고 해서 가난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인격체가 아니므로 의지도, 양심도 없으며 윤리도 가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본주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마르크스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경쟁하는 동안 윤리와의 비관련성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장점이 되었다.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합리적 측면과 윤리와의 비관련성이 사회주의의 이성적이고 초월적인 윤리성에 승리를 거두었다. 마르크스는 경제를 윤리화하려고 했지만 인간들은 개인의 목적보다 공동의 이익을 더 중요시할 수 없었다. 콩트 스퐁빌은 “공산주의가 실패한 지금에 와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쉬운 일이지만 어떻게든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는 게 낫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처럼 “착해져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기주의자가 되어라! 그대의 이익에 몰두하라! 일하고 저축하여 부자가 되라!”고 개인에게 현재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라고 한다. 돈은 돈에게 가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이 굶어 죽거나 자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가능한 한 인간이 윤리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기적인 인간에게 이타성을 기대하기보다는 연대, 사회보장제도, 보험, 세금, 조합 등이 훨씬 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일을 한다. 윤리적으로는 이타성이 바람직하겠지만 이기적인 인간은 연대를 통해 이익을 결합할 수 있다. 보험금과 세금을 내고 조합활동을 하는 것은 자비심과 이타성 때문이 아니라 연대활동에 속한다고 콩트 스퐁빌은 분류했다. 프랑스 철학자의 설명은 세계화 문제에 있어서도 시원시원하다. 콩트 스퐁빌은 “세계화에 찬성한다. 단순히 프랑스에서 일본·인도·멕시코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유럽에서도 선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한 국가는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계화는 이미 시대에 깊이 뿌리내렸고 어떤 세계화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좌파적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저자는 좌파가 야당일 때는 편하지만, 막상 집권하면 불편한 이유가 현실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은 빈약하면서 선전선동과 비판만을 일삼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그가 우파의 탐욕스러움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프랑스 철학자는 날카로운 분석과 풍성하고 재미있는 예, 그리고 적절한 유머로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개인의 머릿속을 밝혀 준다. 자본주의에 속한 개인은 그 체제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헛된 기대나 환상 없이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할 수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 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콩트 스퐁빌의 예리한 논리는 따끔하면서도 기발하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1) 25개월만에 정치 복귀 손학규 상임고문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1) 25개월만에 정치 복귀 손학규 상임고문

    오는 10월3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없지만, 벌써 후보자들 간 연대설이 나돌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신문은 2년1개월간의 칩거를 끝내고 최근 정치권으로 복귀한 손학규 상임고문을 시작으로, 민주당 당대표 경선 후보자 인터뷰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2년1개월동안 춘천 칩거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오는 10월 전당대회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됐음에도,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우리끼리 야당하자는 게 아니라 집권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치로의 복귀에는, “사회가, 대한민국이 손학규를 필요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칩거기간 뭘 했나. -흔히들 외국에도 나가고 하는데, 아무 것도 안 해보기로 한 것이다. 뭘 배우는 일조차 안 하기로. 알몸으로 나를 한 번 보자고 했다. 그런데 나 자신한테 알몸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더라. 국민들이, 정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 폄하가 유행이 됐을 정도다. 선거 유세하면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하면 한 명 꼴로는 ‘해주긴 뭘 해줘요, 할 능력도 없으면서’라고 면전에서 면박을 준다. 안 될 줄 뻔히 아는 것이다. 불신이다. 그럼 ‘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9명은 정말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가? 그렇지 않다. 그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 노골적인 불신 뒤에 더 큰 불신이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알몸은 봤나. 한계를 느끼고 나온 건가. -(…)제대로 못 봤다. 자꾸 덧씌울려고 하고 치장하게 되더라. 지난 7·28 재·보궐선거 지원 나왔다가 춘천에 되돌아 갈 때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반성이 끝나서 나온 거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끊임 없이 반성하고 자기 성찰하면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를 생각하고 있나. -나오면서 쓴 글이 ‘함께 잘 사는 나라’였다. 공동체를 복원해야겠다는 게 절실했다. 사회가 점점 갈라지고 양극화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주눅이 들어 있고 이게 제일 심각한 문제다. 정치가 뭘 했나. 스스로는 젊어서 민주화 운동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자책감마저 들었다. →어떤 공동체인가. -멀리 생각할 거 없다. ‘가족공동체’로부터 시작해 그것을 확대해서 보면 된다. 지금 가족공동체마저 흔들린다. 어려운 사람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 그러나 함께 못사는 사회가 아닌 함께 잘살 사회를 말한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혼재됐다고들 한다. -소속 정당의 문제라기 보다 정신의 문제, 가치의 문제다. 지금 진보 논쟁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사회 현상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진보란 뭐냐. 복잡할 것 없다. 못사는 사람 잘살게 하고 힘없는 사람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좌냐 우냐 나누는 것은 잘못됐다. 좌파는 실천없이 구호만 난무하는 이데올로기다. 실천 없는 진보는 도그마다. 실천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경기도 지사할 때 파주 LCD 디스플레이 단지를 조성하고 기업과 외자를 유치했는데 이를 두고 ‘진보가 아니지 않느냐.’고 한 사람도 있었다. 진보도, 민주화 운동 세력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길이다. 이념과 구호만 난무하고 국민을 잘 먹여살리지 못할 때 진보는 폐기되는 것이다. 사회주의가 패망한 것처럼 말이다. →대북 및 좌파 문제와는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나. -북한의 잘못은 지적하고 문제점은 그대로 인식하되 북한 주민은 우리와 같은 동포고, 북한 땅은 한반도의 일부이고 한민족의 땅이라는 애정을 가져야 한다. 북한에 대해 화해하고 협력하자고 하는 것을 좌파라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철학의 빈곤이다. →당의 뿌리가 없어 정통성 논란이 여전하다. ‘굴러온 돌’이라고도 한다. -야당만 하자는 얘기인가. 편하게 우리끼리 야당하는 게 아니라 집권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야당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시대정신’과 ‘통합’이다. 한편으로는 시대정신이 곧 통합이기도 하다. 다시 얘기하지만 당면한 과제는 양극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심지어 여당에서조차도 ‘성장’이란 단어가 쑥 들어갔다. 성장 안 해서는 안 되는 건데 그만큼 사회 분열, 공동체 붕괴,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진단은 비슷하다. 그러나 왜 안 될까. -야당의 발언이 진정성 있게 들리게 해야 한다.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하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정성이란 게 선명성인가. -선명성일 수 있지만, 역효과를 불러와서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 싸울 때는 싸우는 게 정답이다. →청문회 정국이다. 어떻게 보나. -경찰청장 후보자의 망언은 이 정권의 사고방식, ‘천박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나. 그건 권력층의 핵심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집권층의 심장부에서 공유했던 얘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폄하발언으로 나온 것 아닌가. 국민들만 불쌍하고, 준비하는 야당 의원들이 안타깝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경연, 이번엔 재분배정책 비판

    한경연, 이번엔 재분배정책 비판

    최근 정부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 압박을 받고 있는 재계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기반한 재분배 정책은 우리 경제를 퇴보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금융재정연구실장은 17일 내놓은 ‘대중영합주의의 경제정책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대중영합적 재분배정책 채택은 좌파 이념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지난 5일에도 칼럼을 통해 정부의 최근 ‘친서민 정책’ 기조가 포퓰리즘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송 실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재분배정책 확대는 대중영합적 이념의 확산을 반영했다.”면서 “남유럽 재정위기도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대중영합적 정책에서 기인하고, 사회주의 정당의 주요 정당화와 교원노조에 의한 교육기관에서의 이념 전파가 좌파적 재분배정책 확대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에 적용된 사례로 국민의 정부 때 노사정위원회와 중소기업 지원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들면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통해 사회주의 이념 전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수도 이전과 지역균형발전정책, 복지지출 확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도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재분배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경제 성장 및 고용 창출을 내걸었지만 촛불시위 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 대응으로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강조하는 정책 전환이 나타났다.”면서 “재분배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면 성장잠재력의 추세적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연 관계자는 “과거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부터 연구계획을 세워 보고서가 작성됐다.”면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친서민 정책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3龍의 미묘한 3각관계

    3龍의 미묘한 3각관계

    김태호, 김문수, 이재오… 동지냐, 적이냐. 지난 8·8개각에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발탁되면서 여권 내 잠룡들의 대결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설 친이계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태호 vs 김문수 김문수 지사는 지난 10일 저녁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지사가 경기도청 월례조회에서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김씨는 통화에서 서로 덕담을 나눴지만, 두 캠프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돌고 있다. 김 지사 측에서는 6·2 지방선거를 거치며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에 맞설 친이계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8·8 개각에서 김 후보자가 등장하자 “이건 뭔가.”라는 의혹을 갖게 된 것이다. 김 지사 캠프 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보수세력 내에서는 김 지사의 민중당 경력을 들어 “좌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일부지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측에서도 김 지사 캠프의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 때문에 김 지사의 월례조회 발언이 나왔을 때 맞바로 받아친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두 사람은 친이계 대표 자리를 놓고 숙명적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는 관계다. 한 친이계 의원은 “둘 다 대권에 욕심이 있겠지만, 아직 잠재적 후보군인 만큼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vs 이재오 민중당 시절부터 ‘20년지기 동지’였던 김 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 형과 아우로 통한다. 아직까지 겉으로 갈등양상을 드러낼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밀어주는’ 관계라고 하기에도 애매해 보이는 면이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지사를 차기 권력으로 밀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문수? 문수와 친하지. (그런데) 내가 민다고? 허허허.”라고만 답했다. 반대로 김 지사도 최근 사석에서 “‘이 후보자가 직접 대권에 나설 테니 도와달라.’고 하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받자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뜻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중진 의원은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이 후보자가 킹이 되려느냐, 킹메이커가 되려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재오 vs 김태호 지난 8일 개각 발표가 나자 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두고 ‘인턴총리 위에 특임장관’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에게는 이 후보자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보검이 되고, 잘못 쓰면 스스로를 벨 수 있다. 이 후보자에게도 김 후보자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키우지 못하면 쓸모가 없고, 너무 키우면 다루기가 버겁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도 큰 꿈을 꾸고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누구의 꼭두각시 노릇하고 그러면 (정치적으로)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에서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을 끌고 갈 주축이기 때문에 당분간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권내 권력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는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