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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시라이, 49억원 수뢰 전면 부인… 예상 밖 ‘정치 도박’ 배수진

    보시라이, 49억원 수뢰 전면 부인… 예상 밖 ‘정치 도박’ 배수진

    “재판장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중국의 법에 따라 저의 죄를 심리해 주기 바랍니다.”22일 오전 9시 47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제5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나와 “일가족이 사악한 무리에 의해 무고당하고 있다”며 언론인들을 상대로 기세등등하게 무죄를 주장한 지 17개월 만이다. 훤칠하던 외모는 간 데 없고 성긴 머리와 주름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초췌해진 외모와 달리 이날 공판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보시라이는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증인들에 대해 ‘미친개’ ‘사기꾼’ 등 폭언을 써가며 무죄를 주장했다. 가족이 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선을 그었다. 순순히 공소 사실을 인정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목청을 높여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공판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보시라이가 다롄국제발전공사 탕샤오린(唐肖林)과 다롄스더그룹 이사장 쉬밍(徐明)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1999∼2012년 사이 이들로부터 2179만 위안 규모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했다. 보시라이는 이날 법정에서 대면한 쉬밍의 증언을 전면 부인했다. 쉬밍이 구카이라이(谷開來)에게 프랑스 별장을 사주고 보과과(薄瓜瓜)에게 학비, 여행경비, 자동차 구입비 등 자금을 대준 사실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쉬밍은 자신의 친구가 아니라 구카이라이의 친구이며 자신은 구카이라이와 거의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증인 탕샤오린이 보시라이에게 돈을 준 날짜와 장소를 열거하며 뇌물을 주고 사업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자신은 속은 것이며 탕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무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시라이는 탕으로부터 세 차례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증거로 부인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부부만 아는 집 금고에서 아들 보과과의 학비를 꺼내 썼다는 주장은 “웃기고 가소로운 소리”라고 일갈했다. 그가 이같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억울함을 호소함으로써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으로서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마당에 마지막 정치도박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공판에서 논의될 부인의 살인사건 무마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좌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그의 ‘반전’을 반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법정 진술 태도와 상관없이 당초 예상대로 15~20년가량이 구형될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당국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자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재판 내용을 문자로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했다. 임시 프레스센터 격인 법원 인근 지화(吉華)빌딩 6층에서는 형식적인 차원이었으나 브리핑도 2회 실시했다. 재판도 결과가 정해진 만큼 반나절이면 끝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이틀간 진행된다. 류옌제 지난시 중국인민법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시라이는 본인이 위탁한 변호사 2인으로부터 기소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뒤 재판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심리는 공개 원칙과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시라이의 신변에 대해서는 “정서가 안정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소개했다. 변호인 2인이 소속된 더헝(德恒)법률사무소는 당 중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보시라이를 지원하기 위한 좌파의 난동을 경계한 듯 이날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인근 1㎞ 이내로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했으며, 길목마다 정·사복을 입은 경찰들을 대거 배치했다. 지난에는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취재 경쟁을 벌였다. 지난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시진핑 깔보던 보시라이 이젠 그의 입만 보고있다

    시진핑 깔보던 보시라이 이젠 그의 입만 보고있다

    1980년 문화대혁명 4인방 재판 이후 중국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일컬어지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에 대한 공판을 앞두고 보 전 서기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개인적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의 의중이 보 전 서기의 재판 결과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타이완 타블로이드지 왕보(旺報)는 21일 보 전 서기가 유년 시절 시 주석을 깔봤고 시 주석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아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이들을 두루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보 전 서기는 최고 권력자가 된 시 주석에 의해 운명이 갈리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잘나가는 아버지를 둔 태자당(혁명 원로 및 당·정·군 고위 인사의 자제) 출신이지만 각기 다른 초등학교를 다니는 등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유년 시절 아버지들의 계급에서 보 전 서기가 한 수 위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유년 시절 갈등설은 설득력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민대 정치학과 장밍(張鳴) 교수는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1962년 ‘류즈단(劉志丹) 사건’으로 실각해 집안이 풍비박산 났을 당시 보 전 서기 집안은 승승장구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면서 “신중하고 겸손한 시 주석이 ‘튀는 개성’을 가진 보 전 서기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시 주석이 집권 초기 상태로 권력 기반이 공고하지 않아 보 전 서기를 중형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좌파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난 1년간 보 전 서기에 대한 최후 처리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여 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한편 22일 열리는 공판을 앞두고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좌파 세력의 난동을 우려해 온·오프라인상에서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보 전 서기의 억울함을 호소했던 교사 왕정(王錚)을 비롯한 지지자 다수가 체포되거나 가택 연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 전 서기 지지자들의 현장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재판이 열리는 지난(濟南)시 중급 인민법원 앞은 이미 공안과 무장병력이 대거 배치된 상태다.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외신 기자들도 통제를 받고 있다. 보 전 서기에 대한 재판을 취재하려면 법원 근처의 지화(吉華)호텔에 마련된 임시 창구에서 ‘취재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국무원 신문판공실 관계자들까지 대거 파견됐다. 온라인의 경우 대표 극좌 사이트 오유지향(烏有之鄕)에 대한 접속이 차단됐는가 하면 1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운영자들에 대해서도 보 전 서기 관련 언급이 일절 금지됐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시진핑의 ‘9호 비밀 문건’ “민주주의·인권 등 제거하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서구식 헌정(憲政·헌법에 의한 정치) 도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비밀문건을 공산당 지도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중문망은 20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서구식 헌정과 인권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9호 문건’을 열람한 뒤 학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보도했다. ‘9호’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한 문건의 숫자를 뜻한다. 문건은 시 주석의 명의로 하달됐으며 지난 4월 비공개로 발행됐다고 덧붙였다. 문건은 현 중국의 지도체제를 위협하는 7가지 요소를 지적하며 이를 제거해야 공산당 정권이 유지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7가지 요소로는 서구식 헌정 민주주의 체제,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에 대한 주장, 서구식 언론과 시민 자유, 시장 유일주의, 신자유주의, 허무주의, 당의 과거에 대한 비판 등이 꼽혔다. 문건은 “중국에 적대적인 서구세력과 국내 반(反)정부 세력이 시민들의 사상 속에 이를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9호 문건이 하달되면서 중국 좌파는 크게 반긴 반면 당 주도의 개혁을 주장해 온 중도파와 우파는 실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발전 중인 중국은 반드시 민주화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을 거론한 뒤 서방식 민주주의 체제를 섣부르게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5월 중앙당교의 왕창장(王長江) 교수가 “공산당도 헌법과 법률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헌정과 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관영 언론을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헌정 및 민주화 반대 칼럼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국정원 국조 청문회] “권영세와 통화… 회의록만 언급” “국정원, 盧정부 때도 댓글 업무”

    [국정원 국조 청문회] “권영세와 통화… 회의록만 언급” “국정원, 盧정부 때도 댓글 업무”

    ■ 대선개입 의혹 부인한 원세훈 16일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댓글 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대선 개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원 전 원장은 이전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정권 홍보성 댓글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권영세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상의했다”고 밝혔다. ( )안은 의원 이름, 소속 정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남북정상회담을 찬성하는 내용의 정권홍보 댓글을 다는 것을 국정원이 했는가.(김재원·새) -그렇게 보고받았다. →북한이 인터넷을 ‘해방구’로 규정하고 사이버 선전활동에 주력했기 때문에 2005년 3월 당시 고영구 국정원장 시절에 국정원의 사이버심리전 전담팀을 출범했고, 증인이 사이버전이 커지니까 심리전 전담팀을 확대했는가.(김재원) -그렇다. →통상적인 국정원 업무로 계속해 왔던 업무라는 것인가. 과거정권에서도 했다는 것이냐.(김재원) -그렇게 보고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정홍보처도 있었는데 국정원이 정부정책까지 홍보할 필요가 있나.(김재원)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판단할 수 없고, 의원님 말씀대로 북한에서 사이버 공격이 강화되고 있어서 우리 원 조직도 강화된 것이다. →원장 지시 사항에 보면 세종시와 관련,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좌파단체가 많은데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세종시를 반대했는데 박 대통령도 좌파냐.(박영선·민주당)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의원이 40명 입성했다고. 40명이 누구냐.(박영선) -그 당시 언론을 보고 소회를 얘기한 것이지 업무 지시가 아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유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정청래·민) -거기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대해 누가 먼저 얘기했느냐.(신경민·민) -회의록을 가지고 이 전 대통령과 얘기한 적이 없다.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의원도,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봤다고 하는데, 원 전 원장이 관리하는 문건이 시중에 신문지처럼 왔다 갔다 하느냐.(신경민) -보여준 것 같지 않다. 청와대에서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 →원본은 국정원서 나갔을 것 아니냐. 회의록 전달을 국정원은 모르나.(신경민) -알지 못한다. 2009년인가 그때쯤 아마 남북대화 이런 부분 때문에 (청와대에) 보고를 했던 것 같다. 저는 그 내용 자체를 다 읽어본 것은 아니고 보고를 들었다. →어떤 보고를 들었나.(신경민) 그쪽(청와대)에 지원을 하겠다는 보고를 들었다. →권영세 상황실장하고는 통화했나.(박영선·민) -권 실장과 통화를 했는데, 그것은 ‘우리는 계속 압박을 받는데 너희 생각도 같은 생각인 거냐’ 하는 차원에서… →권영세 상황실장하고 언제 통화한거냐.(권성동·새) -지난해 12월 13일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로 국회 정보위를 열었는데 의원들이 그 문제보다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하니까, 국회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안 돼 답답해서 정보위가 정회한 틈을 이용해 당시 권 실장에게 전화했다. →당시 권 실장에게 전화해서 ‘왜 그리 압박하느냐’고 타박하듯이 얘기한 것이냐.(권성동) -그렇다. 권 실장도 ’알아서 해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권 실장과 국정원 직원의 댓글이나 이런 것에 대해선 전혀 얘기가 없었다. 당시 댓글 문제는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얘기했다. →‘우리’는 국정원, ‘너희’는 권 실장이란 말이 무슨 말이냐(박범계·민) -개인적으로 제가 전화한 것이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정상회담 회담록을 내놔라, 공개하라’고 해서…. 여기 계신 정보위원들도 그때 분위기 알 것이다. ‘진짜 엄청 힘들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 허위수사 의혹 반박한 김용판 “권영세·박원동과 수사발표 공모 안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국정원 댓글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12월 16일 수사결과는 허위나 축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과 국정원과의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16일 오후 박원동 국정원 전 국장과 통화했고 또 그 전날 점심에는 공식 일정과 다른 기록을 남긴 채 청와대 근처 한식당에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하지 않았다.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검찰의 기소사실을 인정하나.(정청래·민) -그것뿐 아니라 검찰의 공소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면 부인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보나.(정청래) -허위 발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 분석실 CCTV 동영상에는 댓글 찾은 것이 나온다. 부인하냐.(정청래) -동영상은 제가 투명하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진술녹화실에서 하도록 지시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동영상에는 닉네임을 찾았다고 나오는데 부정하는 것이냐.(정청래) -동영상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영상 내용은 짜깁기된 것이며, 이것이 제가 모든 걸 했다고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12월 16일 밤 11시에 왜 수사결과를 발표했나.(김도읍·새) -두 가지 이유다. 분석이 나오는 대로 바로 발표한다고 누차 말해 왔고, 저나 수서경찰서장이나 분석이 나오는 대로 즉시 발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또 하나는 언론경쟁이 치열했다. 엠바고 요청을 했지만 16일에 발표하지 않았다면 몇몇 언론이 특종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 무엇이 원칙이냐. 합리적으로 선택했다. 경찰청장과 숙의 과정을 거쳤다.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한 건 사실인가.(김도읍) -사실이다. 직원들이 권 과장에게 격려전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당시 저는 좋게 보고 있었다. 격려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당당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압력이라는 권은희 과장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는 거냐.(김도읍) -16일에 통화했다고 했는데 잘못 안 것이다. 12일 당일 잠깐 팩트 확인통화했다. 그 외에 일절 없었다. →지난해 12월 16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었나.(김재원·새) -그렇다. →증거 분석 범위를 어느 범위로 하라는 판단을 증인이 했나.(윤재옥·새) -제가 정해주지 않았다. 평소 업무 자체를 제가 잘 모르면서 관여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12월 16일에 박원동 국정원 국장과 통화했나.(박영선·민) -통화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오후에 전화가 왔다.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도 통화했나.(박영선) -그런 적이 없다. 한 차례밖에 한 게 없다. →16일 발표와 관련해서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 상의했나.(박범계·민) -얼토당토않은 사실무근이다. →박 국장과의 통화내용은 뭐냐.(박범계) -박 국장이 통화에서 ‘참 조심스럽지만 주변 이야기를 전한다. 경찰이 (댓글사건) 분석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얘기가 있다. 전문가들 말로는 2~3일이면 충분한데, 경찰이 (수사를) 다 끝내 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권영세 상황실장을 아느냐.(박범계) -전혀 모른다. 통화한 적 없다. →16일 오전 국정원 직원이 김 전 청장의 사무실을 방문했었다.(박범계) -사실무근에 뜬소문이다. 병원에 가서 손톱을 치료하고 오후 2시에 출근했다. →12월 15일 증인은 점심을 누구와 먹었느냐. 식사 결재가 오후 5시에 됐는데 오랜 시간 중요한 회의를 한 것 아니냐. (김민기·민) -기억하지 못한다. →처음에 과장, 직원과 먹었다고 답했는데 공식적으로 이들에게 물어보니 청장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왜 청와대 근처에서 오후 늦게까지 먹었는데 기억을 못하나.(김민기) -제가 업무추진비를 쓸 때 그것을 수행하는 비서가…. →축소 기획 회의를 한 것 아니냐.(김민기) -그런 모의를 안 했다는 것이 명확하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獨 야당 원내대표가 ‘프리즘 스캔들’ 주인공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독일 내 디지털 데이터 수집 활동에 협력한 것을 두고 현 정부를 집중 공격해 온 독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궁지에 몰렸다. BND가 NSA와 정보 공유 등에 관한 업무협정을 체결했던 2002년 당시 독일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총리실 비서실장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사민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쾰르너 슈타트 안차이거에 따르면 다음 달 22일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의 헤르만 그뢰에 사무총장은 “슈타인마이어의 반응은 그가 잘못을 들켰다고 느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역공을 폈다. 기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의 당수 필리프 뢰슬러 경제부장관도 “사민당은 가면이 벗겨졌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야권인,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좌파당까지 사민당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좌파당이 미래의 동맹이 될 사민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사민당 지지층의 표를 끌어와 사민당과의 협상에서 칼자루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슈타인마이어 대표는2001년 9·11 테러 사태를 거론했다. 그는 “그러한 가공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독일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문혁은 역사의 비극” 中 홍위병 공개 반성

    신중국을 건립한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마오의 최대 과오로 꼽히는 문혁(문화대혁명)에 참여한 홍위병 출신들이 잇따라 공개 반성 운동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변호사 장훙빙(張紅兵)이 과거 홍위병으로 활동하며 어머니를 총살당하게 만든 과오를 회고하고 문혁의 잘못된 역사를 후대에 알릴 것을 제안했다고 7일 신경보가 보도했다. 문혁의 광풍이 불던 1970년 8월 안후(安徽)성 벙부(蚌阜)의 한 시골 마을. 당시 16세의 홍위병이었던 장은 어머니 방중머우(方忠謀)가 가족 모임에서 마오를 비판하고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세력)의 수괴로 몰린 류사오치(劉少奇)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당국에 고발했다. 어머니는 그후 2개월 만에 반혁명 분자로 몰려 총살당해 생을 마감했다. 장이 공개 참회에 나선 것은 문혁 시대로 회귀할 것을 주장하는 좌파들의 최근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 이 땅에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문혁으로의 회귀는 역사의 후퇴로 문혁 박물관을 건립해 잘못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문화국 출신의 류보친(劉伯勤)이 한 잡지에 자신이 홍위병 당시 박해했던 교장·교사·급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사과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던 문혁 관련 증언이 속속 나오는 것은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 반좌파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마오를 추종하는 좌파들은 오는 12월 마오 탄생 120주년을 맞아 문혁 당시 필독서였던 ‘마오쩌둥 어록’ 신판을 출시할 계획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탈세’ 베를루스코니 4년刑 伊연립정부 조기 붕괴 조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6) 전 이탈리아 총리가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집권 엔리코 레타 연립정부의 조기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이날 방송사 ‘미디어셋’의 세금 횡령 공모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한 원심 형량을 확정했다. 20년이 넘는 정치생활 가운데 30건이 넘는 재판을 받았던 베를루스코니가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레타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PD)은 올해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상원(315석)에서 111석을 차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98석),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시민선택당(19석) 등과 극적인 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날 유죄 판결로 PDL의 연정 탈퇴가 가시화되면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커졌다. 베를루스코니는 형이 확정된 직후 자기 소유의 방송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나는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으며, 가짜 세금 계산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신은 사실과 다른 다양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치안판사들에게 시달렸다”고 설명한 뒤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할 것이며 한 술 더 떠 사법 개혁까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BBC는 베를루스코니가 노령임을 고려해 교도소 대신 가택연금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6년 도입된 사면법에 따라 형량도 1년으로 자동으로 줄어든 만큼 향후 이탈리아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대법원도 베를루스코니에게 5년간 공직 활동을 금지한 하급심 판결을 재검토하라고 지시, 당분간 상원의원과 PDL 지도자직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를 둘러싼 불안감은 남아있다. 그는 지난 6월 밀라노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징역 7년형과 평생 공직 진출 금지 판결을 받았다. 또 좌파 정치인의 전화 통화 불법 도청 혐의와 전직 상원의원 매수 혐의로 각각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상고심 결과에 따라 그의 정계 퇴진이 앞당겨질 수 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죽음을 다시 쓴다(샘 파르니아, 조쉬 영 지음, 박수철 옮김, 페퍼민트 펴냄) 우리가 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종교나 철학이 아닌 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책. 현대 소생의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심장이 멈추고 뇌가 정지하는 등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가 되살아난 사람들을 연구해 뇌가 정지하고, 육체가 사망한 이후에도 의식이 존재하는 현상을 입증한다. 340쪽. 1만 6000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피터 싱어 지음, 김상우 옮김, 오월의 봄 펴냄) ‘동물해방’ ‘죽음의 밥상’ 등을 저술한 철학자이자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가 쓴 동물운동의 선구자 헨리 스피라의 평전. 좌파 운동, 흑인 시민권 운동에 이어 동물해방에 전념한 스피라의 생애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427쪽. 1만 6000원. 자연과 인간(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펴냄) 일본 문학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 2010년 출간한 ‘세계사의 구조’를 보완하는 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이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일본에서는 출간되지 않았으며, 한국에서 처음 나왔다. 222쪽. 2만원. 시각예술의 의미(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한길사 펴냄) 20세기 최고 미술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독일 출신의 에르빈 파노프스키(1892~1968)의 논문 10편을 묶었다. 고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1950년대 미국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미술과 미술사학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을 제시한다. 100여개의 도판을 곁들여 도상해석학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528쪽. 2만 8000원. 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위의 문장들(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윤희기 옮김, 예문 펴냄) ‘월든’의 작가 소로를 비롯해 짧은 생애 곳곳을 바람처럼 떠돌았던 프랑스의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 ‘보물섬’을 쓴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미국의 낭만주의 시인 월트 휘트먼 등 영미와 유럽권 문호 10인의 걷기 예찬론. 352쪽. 1만 5000원. 나의 핀란드 여행(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한다면 반가워할 책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인 저자가 촬영기간 핀란드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문체로 풀어냈다. 1만 2500원. 동아시아와의 인터뷰(평화네트워크 정리, 서해문집 펴냄)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평화운동 NGO인 ‘평화네트워크’가 강상중, 와다 하루키, 스콧 스나이더, 진징이 등 한·미·일·중 4개국 동아시아 학자 및 관료, 시민단체 인사 15명에게 동아시아 공존의 길을 물었다. 냉전과 평화 사이에서 요동치는 동아시아의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바람, 한반도 핵문제, 미·중 패권 경쟁과 새로운 세계 질서, 남북관계의 평화 모색 등 현안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전망이 담겼다. 368쪽. 1만 8000원. H팩터의 심리학(이기범· 마이클 애슈턴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왜 어떤 사람은 법과 규칙을 어기고,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사로잡힐까. 이 책은 정직(Honesty), 겸손(Humility)을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격 요인, 즉 H팩터로 규정하고 이 요인이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272쪽. 1만 6000원.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이돈태 지음, 세미콜론 펴냄)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조너선 아이브가 창업한 영국의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탠저린의 공동 대표인 저자가 들려주는 디자인 이야기. 저자는 수많은 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실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60쪽. 1만 6500원.
  • 튀니지 야권 지도자 또 피살… 정국 대혼돈

    튀니지 야권 지도자 또 피살… 정국 대혼돈

    ‘아랍의 봄’ 혁명의 진원지인 튀니지에서 지난 2월 이후 또다시 유력 야권 인사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튀니지 곳곳에서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집권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세속주의 성향의 국민운동당 사무총장인 무함마드 브라흐미(58)는 이날 오전 튀니스 인근 아리아나의 자택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쏜 11차례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범인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브라흐미의 가족들은 공격의 배후가 온건 이슬람 성향의 집권 엔나흐다당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인 시디 부지드와 튀니스 등에서는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에 몰려나와 이슬람주의자들로 구성된 현 정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변호사, 판사 등 법조계 인사와 일부 교사들이 전면 파업에 나선 가운데 튀니지 최대 노조단체인 튀니지노동연맹(UGTT)은 벨라이드의 장례식을 맞아 25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튀니지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 정권이 붕괴한 이후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엔나흐다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이슬람주의자들로 이뤄진 과도 정부가 출범했다. 집권 엔나흐다당이 세속주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튀니지가 민주화 이행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돼 왔지만 두 세력 간의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세속주의 세력 내부에서 과도 정부가 자국을 더욱 이슬람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다가 엔나흐다당이 실업률과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특히 지난 2월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의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 역시 무장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지면서 튀니지 전역에서 최대 규모의 시위가 잇따라 발생해 두 세력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시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정정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제2의 아랍의 봄’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국중동학회장인 김중관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튀니지는 지난 수천년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 속국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타협적이며 국가에 대한 저항 의지가 약한 편”이라면서 “벤 알리 전 대통령과 같이 튀니지 국민들에게 뚜렷한 공동의 적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번 소요 사태가 재스민 혁명처럼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씨줄날줄] ‘진보’를 반납한 진보/진경호 논설위원

    북한 공산체제와 맞선 한국 사회는 진보세력에게 ‘재앙의 땅’이었다. 조선공산당, 인민당 같은 진보결사체가 일제강점기 때부터 없지 않았으나 미 군정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궤멸됐고, 명맥을 유지한 조봉암의 진보당도 이승만 정부에 의해 해체됐다. 이후 사회대중당, 혁신당 등이 잠깐 등장했으나 5·16 쿠데타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러곤 30년 가까운 암흑기를 맞았다. 많은 진보인사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철저히 짓밟혔다. 1987년 6월 진보세력에게 봄이 왔다. 제정구·예춘호의 한겨레민주당과 이우재·장기표·이재오 등의 민중당이 13, 14대 총선을 통해 제도정치권을 두드렸다. 그러나 잔설이 두터웠다. 반공 교육으로 무장한 대중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세상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1, 2세대의 시련과 좌절을 딛고 진보진영이 국회에 둥지를 트는 데는 그로부터 12년이 더 걸렸다. 서울신문 기자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등이 주도한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10개 의석을 차지하며 제3당의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이도 잠시, 4년 뒤 18대 총선에서 민노당은 5개 의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진 뒤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라는 선거공학의 힘을 빌려 13개 의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곧바로 선거 부정과 종북 논란을 고리로 한 당 주도권 다툼 속에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세상은 문을 열었지만 그들은 수구화된 진보의 울타리 안에서 나올 줄 몰랐다. 스스로 무너졌다. 통합진보당과 갈라선 진보정의당이 그제 정의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대 총선 참패 후 당명이 말소됐던 진보신당도 같은 날 노동당으로 개명했다. 앞다퉈 ‘진보’를 떼어냈다. ‘사회’ ‘평등’ ‘해방’처럼 좌파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들어간 당명 후보들도 모두 배척했다. 진보 스스로 ‘진보’를 반납했다. 정치학자 모리스 듀베르제는 저서 ‘정치의 관념’에서 “소련이든 미국이든 20년 뒤의 국가 발전 청사진은 다를 게 없다”는 말로 정치에 있어서 이념의 무의미성을 지적한 바 있다. 먼 사례를 따질 것도 없다. 진보의 가치를 선점한 보수의 재집권, 박근혜 정부를 낳은 한국 정치가 듀베르제의 모델이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진보정치는 더 넓은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다. 수없이 외쳤건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실천해 본 적 없는 구호다. 수구적 진보가 아닌, 진취적 진보의 새 길을 찾기 바란다. 진보정당의 무덤에 함께 묻어 버리기엔 진보의 가치가 소중하지 않은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진보정의당 새 당명 ‘정의당’

    진보정의당 새 당명 ‘정의당’

    진보정의당이 ‘정의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 대표로 천호선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사실상 ‘제2 창당’인 셈이다. 진보정의당은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 격인 ‘혁신당원대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단독 출마한 천 최고위원은 참석 당원 6635명 가운데 96.0%의 찬성표를 얻어 대표로 확정됐다. 이정미 최고위원, 김명미 부산시당 부위원장, 문정은 청년위원장 등이 부대표로 선출됐다. 천 신임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 대변인 등을 지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통합진보당 대변인·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천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작은 정당이지만 자기혁신을 바탕으로 양당 기득권 구도를 타파할 것”이라면서 “진보의 나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 당명 투표에서는 과반인 51.8%의 지지를 받은 ‘정의당’으로 결정됐다. 당명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사회민주당’과 관련해 당 관계자는 “사민당이 대중적이긴 하지만 이른바 ‘좌파 콤플렉스’가 있는 보수층은 물론 노동운동계를 비롯한 기존 진보층 등 좌우 모두를 설득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신당도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임시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꿨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그들의 속셈

    뉴딜 정책이 한창이던 1933년만 해도 똑똑한 젊은이들은 공익 또는 평등을 위해 워싱턴으로 몰려들었다. 이런 기조는 1968년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레이건이 집권하던 1980년을 기점으로 워싱턴은 부자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우파의 도시’로 변신한다. 저자는 “우파는 좌파의 무능에서 미국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국가를 수익모델로 활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장사꾼”이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난파선원’을 뜻하는 ‘더 레킹 크루’(The Wrecking Crew)로, 자신이 만든 정부를 스스로 파괴하는 보수주의자를 상징한다. 저자는 이전에 내놓은 책 ‘왜 가난한 자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에서 보듯 보수주의에 비판의 칼날을 높인 진보 논객이다. 보수 행정부는 감세, 규제철폐, 민영화를 통해 정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금삭감 또는 동결을 통해 우수 공무원을 내쫓고 업무를 민간에 아웃소싱한다. 정부 업무를 맡게 된 업체들은 보수주의 정치를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이 과정에 부패한 보수 정치인들은 로비스트로 나선다. 1975년까지만 해도 연방 공무원들은 민간 부문보다 10%가량 임금이 적었지만 1987년에 와서는 격차가 30% 가까이 벌어진다. 정부 각료들이 민간으로 이직하고 반대로 민간부문에서 정부로 이동하는 ‘회전문현상’에 가속도가 붙은 것도 ‘레이건 혁명’이 워싱턴을 휩쓴 1981년부터였다. 한발 더 나아가 보수 정부는 아웃소싱 업체를 감독하는 기관을 없애고, 연방기관의 업무에 적대적인 인물을 해당 기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교묘한 수법까지 개발해 낸다. 저자는 이러한 부패구조와 생산성, 효율 우선주의 등의 문제가 축적돼 터져 나온 것이 2000년대 발생한 엔론 사태, 리먼브러더스 사태라고 주장한다. 보수의 부패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담합 등의 의혹이 제기돼 4대강 공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고위 공무원을 그만둔 뒤 로펌에서 한 달에 수억원을 받은 인물이 장관으로 임명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에 대한 비판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흘러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도 발견된다. 저자는 연방 공무원들이 1968년 이후 의약품 분야에서 노벨상을 일곱 번이나 수상했는데 보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던 기간에는 한 번에 그쳤고, 이는 보수정권이 우수 공무원을 내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당신의 책]

    옛 그림으로 떠나는 낚시 여행(안국진 지음, 책읽는오두막 펴냄) 옛 조상들은 능수버들 휘날리는 따뜻한 봄날 쏘가리 낚시를 즐겼다. “복사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 살찐다”는 당나라 시가 일러 주듯 봄은 낚시의 계절이었다. 여울과 소가 만나는 지점에 돌무더기가 솟은 곳이 최고의 낚시 명당이다. 이 같은 봄의 정경을 담아낸 그림으로는 이경윤의 ‘유하조어도’를 꼽을 수 있다. 능수버들 아래 삿갓을 쓴 고운 인상의 선비가 온 정신을 모아 낚시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는 이의 미소를 절로 자아낸다. 부산 토박이로 월간 ‘일요낚시’에서 기자로 일한 저자는 김홍도의 ‘조어산수’부터 최북의 ‘한강조어’까지 옛 그림 속에서 발견한 낚시꾼들의 흥미로운 자취를 따라간다. 지친 삶 속에서 낚시로 활력을 찾는 강태공들에게 낚시의 운치를 더해 주는 책이다. 232쪽. 1만 3000원. 자본과 언어: 신경제에서 전쟁경제로(크리스티안 마라치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펴냄) 이탈리아의 저명한 좌파 경제학자가 ‘언어’라는 잣대로 금융위기의 본질을 파헤친 책. 저자는 세계 경제의 현 단계를 ‘신경제’로 진단하면서 “신경제에서는 ‘언어와 소통’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또 언어는 금융시장에서 자료와 정보의 전송 수단이자 하나의 창조적 힘이 된다고 설명한다. 중상주의, 산업주의, 신경제의 포스트포드주의적인 흐름에 이어 자본주의의 네 번째 단계인 ‘전쟁경제’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와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252쪽. 1만 7000원. 다시, 관계의 집으로(최우용 지음, 궁리 펴냄)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집에서부터 아파트, 기만적인 랜드마크 빌딩의 허구까지 젊은 건축가가 신선하고 매서운 시각으로 의미를 포착했다. 이탈리아 북부의 외딴 수도원, 전북 완주군 불명산 자락의 화암사 극락전, 서울 남영동 옛 대공분실 등 다양한 건축물이 등장한다. 저자는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경기 일산의 밤가시초가, 제주의 테쉬폰 주택, 경산 상엿집, 기찻길 옆 공부방 등을 둘러보며 사색에 잠겼다. 이를 다섯 가지 테마에 나눠 세상과 소통하는 글로 풀어냈다. 몽상가의 눈, 관찰자의 눈, 소설가의 눈, 여행객의 눈, 건축가의 눈이 그 테마들. 저자는 사라져 가거나 변방에 놓인 건축물들에 주목했다. 이제 진정한 관계를 맺는 건축물로 이 땅을 채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했다. 288쪽. 1만 5000원. 사고 문화재 만년제(주찬범 지음, 신성북스 펴냄) 만년 재앙이 된 연못 ‘만년제’(萬年堤). 이곳에 얽힌 역사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화성태안 3택지 개발사업’과 ‘1번 국도 대체 우회도로 사업’은 2004년 돌연 중단된다. 경기도 기념물 161호인 만년제를 침범해 공사를 벌인 탓이다. 공사는 만년제의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경기 문화유적지도를 참고해 이뤄졌다. 국가사업 중단으로 수천억원의 혈세가 낭비됐고,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청와대가 관리하고 있다. 만년제는 ‘정조의 수수께끼’로 불리는 조선 특유의 연못 양식. 중앙에 둥근 섬이 있는 네모난 인공 연못으로 규모가 대단하다. 저자는 문화재 당국이 만년제를 농업용 수리시설로 착각한 것이 비극의 단초였다고 말한다. 만년제에는 가난과 낙후함에 저항했던 정조의 도전과 좌절이 함께 투영돼 있다는 주장이다. 228쪽. 2만 3000원.
  • 남미 좌파 수장 노리는 에콰도르, 스노든 망명 놓고 美와 정면충돌

    에드워드 스노든(29)의 거취를 둘러싼 미국과 에콰도르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망명 허용 땐 무역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미국 의회의 경고에 에콰도르 정부는 특혜를 포기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르난도 알바레스 에콰도르 통신차관은 성명을 통해 “마치 우리가 강탈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미국과의) 교역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알바레스 차관은 “스노든의 망명 신청 수용 여부는 물물교환 대상도, 상업적인 이익에 관계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에콰도르는 자국의 영토 주권에 관해 누구의 압력이나 위협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전날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에콰도르가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인다면 오는 7월 돌아오는 무역 특혜 조치 갱신을 막겠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 앞서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에콰도르가 경제적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또다시 강수를 두는 것은 남미 좌파 수장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미 전략을 토대로 수십년째 남미 국가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아왔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올 초 사망하면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그 자리를 잇기 위해 스노든의 망명을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콰도르에 경제적 제재를 하자는 미 의회의 주장과 달리 원칙과 법대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 한명을 송환하기 위해 거래를 하거나 다른 중요한 이슈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스노든의 부친인 로니 스노든은 28일 NBC방송 투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불구속 재판과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하면 아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와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특파원 칼럼] 김정은 방중은 언제 이뤄질까/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김정은 방중은 언제 이뤄질까/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30일까지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 첫 방중에 대한 중국 측의 극진한 의전이 화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빈만찬에 이어 추가로 오찬 식사까지 대접하는 등 두 사람은 이틀간 7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돈독한 우의를 다졌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다음 달 11일 피로 맺은 동맹 관계를 문서화한 북·중 우호조약 체결 5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도자 간 회동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를 펴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는 만나지 않고 있어 중국의 대북전략 수정설에 힘이 실린다. 중국 전문가들이 당분간 시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는 이렇다. 첫째 중국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 요구를 북이 외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중국에 오려면 비핵화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하는 등 두 지도자 간 비핵화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시 주석이 김정은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은 올해 환갑을 맞은 시진핑보다 약 서른 살이 어린 데다 경험, 영향력, 카리스마 등 모든 면에서 내세울 게 없으면서도 잇단 도발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우호조약을 강조하거나 북·중은 피로 맺은 동맹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중국 학자가 최근 사라진 것도 김정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비호감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셋째 김정은도 중국을 싫어하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중국 측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점을 특히 신경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비상사태 발생 시 북한 지도자를 김정남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김정은이 중국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추론이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의 한 학자는 “중국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갔을 때 김정은이 평양 대신 원산에 있었던 것을 보고 역시 중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김정은을 ‘진싼팡’(金三?·김가네 셋째 뚱보)이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내 좌파를 빼고 북한을 좋아하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중국 내 부정적 여론에도 김정은 방중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나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과 같은 가시적 접촉은 물론 확인되지 않는 북·중 간 작은 움직임까지도 김정은 방중 신호로 해석되곤 한다. 박 대통령 방중 이후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더라도 결코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대세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태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 주도적으로 남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더 중시돼야 한다.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의 운명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방중보다 남북 정상회담을 점치는 기사가 넘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jhj@seoul.co.kr
  • [盧·金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北 입장 표명 없어 일단 관망하는 듯

    북한은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25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남측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공개된 회의록에 딱히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없다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지켜보며 이번 건을 적절히 활용할 시점을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금 강하게 입장을 표명하면 오히려 한참 불붙은 ‘남남 갈등’을 진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나름의 손익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한은 일본 NHK방송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2009년 11월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이를 보도했을 때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남북 사이는 파장의 차원이 다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은 ‘최고존엄’의 발언 공개를 용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흠집 난 신뢰성을 문제 삼아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이번 일을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남북 간 ‘신사협정’을 깨뜨렸기 때문에 향후 남북 관계에 있어 북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공세의 고삐를 더욱 틀어쥐어도 우리 정부는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남북 관계 전문가그룹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정국 주도권을 새누리당이 쥐게 됐지만 남북 관계 주도권은 북한이 쥐게 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북한이 맞대응 카드로 2002년 ‘박근혜-김정일’ 대화록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보수 진영이 통합진보당에 ‘종북 좌파’ 공세를 펼치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공개질문장을 통해 “(박 대통령이) 장군님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면서 “필요하다면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이 평양에서 한 행적과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었다. 남북이 서로 회의록을 공개하며 ‘막장’으로 치달을 경우 남북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盧·金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친노 “명예훼손… 법적 대응” 격분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국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주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자 명예훼손”이라며 “노무현재단에서 유족들과 함께 논의해 대응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었던 김 국장은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 전 대통령을 좌파 종북으로 몰려는 색깔론 공세를 폈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 공세였음이 드러났다”면서 “전문을 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NLL이나 영토 주권을 포기했다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거짓 주장으로 대선판을 흔들고 정치 공작을 일삼은 새누리당과 정문헌 의원, 서상기 정보위원장 및 당 관계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오히려 회의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서해평화협력지대와 관련해 합의를 이끌어냈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회의록을 전체적으로 읽어 보면 김 위원장이 오전에는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회담을 끝내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오후 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합의를 만들어냈다”면서 “새누리당이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노 전 대통령의 일부 말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더 이상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평화 수호 신념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고 악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中·러, 스노든 카드로 美 옥죈다

    中·러, 스노든 카드로 美 옥죈다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의 사찰 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홍콩에 은둔하던 에드워드 스노든(29)이 러시아를 거쳐 에콰도르에 망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에콰도르 등 이해당사국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각국은 스노든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향후 정치적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홍콩이 자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노든의 출국을 허용한 것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현한 데 이어 경유지인 러시아 역시 그의 송환 요구에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초조함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남미 국가들과 외교적·정치적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러시아가 스노든을 송환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중남미로 가는 과정에서 그를 가로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다. 중국은 미국 정보당국이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왔다는 스노든의 폭로를 계기로 미국에 대해 ‘반격 카드’를 쥐게 된 셈이어서 내심 고무된 모습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우리는 미국 정부 기구가 중국 인터넷을 공격한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이는 중국이 인터넷 해킹의 피해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혀 공세를 이어갔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 군축안을 거부한 러시아는 스노든 인도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미국과 더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스노든을 체포할 계획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혔고, 그가 망명을 원한다면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노든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을 정치적으로 곤궁에 빠뜨리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콰도르는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에 이어 스노든까지 망명을 요청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서방국가들과 다소 마찰을 빚더라도 ‘미국과 대적하는 좌파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국내 정치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에콰도르 정부의 판단이다. 리카르노 파티노 외무장관은 “미국의 입장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인권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밝혀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스노든은 이날 오후 쿠바 아바나로 가는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스노든이 기자들을 피해 다른 항공편으로 러시아를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만일 스노든이 모스크바를 거쳐 쿠바로 가는 계획을 러시아와 중국이 알고 있었다면 아주 흥분할 것”이라며 양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국정원 사건’ 진보 촛불 vs 보수 맞불 집회

    주말 이틀 동안 서울 곳곳에서 진보와 보수 단체가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집회를 열고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규탄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도 잇따라 열렸다. 경찰은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 사건’이 제2의 촛불 사태로 확산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400여명은 23일 중구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틀째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집회 직후 해산을 거부하고 시청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다 경찰과 대치 끝에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학생들에게 최루액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대련 측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등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똑같은 독재가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이틀째 이어졌다. 보수 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도 이날 같은 시간 청계광장 건너 맞은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대련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진실로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자유청년연합은 지난 22일 여의도 새누리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북좌파 세력과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국정원의 공작으로 몰아 박근혜 정부를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학가 잇단 시국선언…오늘 저녁 광화문에선…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와 100여개 단과대 학생회 등이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국정원법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에 색깔을 덧칠해 대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검찰에 국정원을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대련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 행위”라면서 “학생들의 절박한 반값등록금 요구를 종북 좌파의 파상 공세로 치부하고 이를 차단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국정원이 작성, 실행해 대학생들이 보수 세력과 일부 언론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명예훼손 당했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반값등록금 촉구 활동을 하다 수사기관에 연행·기소된 학생이 150여명이고 확인된 벌금을 합하면 1억50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5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로 이뤄진 ‘서울지역대학생연합’과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총학생회도 이날 정오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치적 중립을 약속하고 뒤에서는 국민을 기만하는 국정원의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경찰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새누리당은 지난 3월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이제 와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침묵으로 방관하지 말고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마친 뒤 국정원 직원에게 ‘정치개입 그만’ 등의 댓글을 전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제1캠퍼스 순헌관 사거리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대련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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