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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장군의 딸들’ 결투, 바첼레트가 웃는다

    칠레 ‘장군의 딸들’ 결투, 바첼레트가 웃는다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62)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06년에 이어 재집권 가능성이 점쳐진다. 무상교육과 의료서비스 혁신 등을 강조해 온 그가 집권하면 칠레 사회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칠레 대선에는 모두 9명이 출마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두 여성 후보인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와 보수우파 에벨린 마테이(60)에게 쏠려 있다. 칠레 공공연구센터(CEP)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는 선거전 내내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예상 득표율은 바첼레트가 47%의 지지율을 얻어 2위인 마테이(14%)를 크게 앞선다. 바첼레트가 17일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해 당선되느냐, 다음 달 15일 2차 투표에서 승리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견해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브라질·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까지 남미 인접 3국이 모두 여성 대통령으로 채워진다. 어릴 적 친구 사이였던 두 여성 후보의 이력도 화제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아버지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이 들어설 당시 공군 장성이었다. 바첼레트의 아버지(알베르토 바첼레트)는 피노체트에 반대하다 모진 고문을 받고 옥사했다. 반면 마테이의 아버지(페르난도 마테이)는 쿠데타를 지지해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번 선거를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로 바라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첼레트의 우세는 현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됐다. 보수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63) 대통령은 2009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20년간의 중도좌파 정권을 종식시켰다. 집권 기간 동안 경제 분야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다 정치와 사회 개혁 요구를 외면해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 후보인 바첼레트는 분배를 위한 근본적 사회 변화를 통해 극빈층의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앞서 대통령(2006년 3월~2010년 3월)으로 재직했을 때도 교육·의료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4년이 지나 또 같은 소리를 한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바첼레트 집권 2기 성공의 열쇠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체 상원의원 38명 가운데 20명과 하원의원 120명 전원이 선출된다. CNN은 “바첼레트가 정치와 교육문제 등에서 개혁 조치를 취하려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바첼레트의 개혁 정책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중국 보시라이당 창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 보시라이당 창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은 헌법상으론 다당제 국가이다. 1949년 집권한 공산당은 그러나 다른 정당의 창당을 국가전복 시도로 간주해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집권 이전에 설립된 8개 정당만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民革), ‘중국민주동맹’(民盟), ‘중국민주건국회’(民建), ‘중국민주촉진회’(民進), ‘중국농공민주당’(農工黨), ‘중국치공당’(致公黨), ‘중국구삼학사’(九三學士), ‘타이완민주자치동맹’(臺盟)이 그들이다. 당원은 4000명(臺盟)에서 15만명(民盟) 정도이다. 이들은 독립 정당이라기보다 공산당에 협조하는 외곽단체 성격이 강해 중국 다당제를 합리화하는 구실을 제공한다. 당 주석(대표)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완어샹(萬鄂湘) 민혁 주석은 최고인민법원 부원장, 장바오원(張寶文) 민맹 주석은 농업부 부부장, 천창즈(陳昌智) 민건 주석은 감찰부 부부장, 옌쥐안치(嚴?琪) 민진 주석은 상하이 부시장, 천주(陳竺) 농공당 주석은 위생부장 등을 각각 거친 전인대 부위원장들이다. 완강(萬鋼) 치공당 주석은 과학기술부장, 한치더(韓啓德) 구삼학사 주석은 베이징대 상무부총장, 린원이 대맹 주석은 전인대 부비서장 등을 각각 지낸 정협 부주석들이다. 장차관을 역임한 이들이 당대표를 맡고 있으니 야당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애시당초 물 건너간 셈이다.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薄熙來)를 지지하는 정당이 결성됐다는 소식이다. 외신에 따르면 그를 종신 주석으로 추대한 ‘즈셴당’(至憲黨)이 6일 창립됐다. 보시라이는 충칭(重慶)시 당서기를 지내는 동안 ‘창훙다헤이’(唱紅打黑·사회주의노선 견지 및 범죄·부패 척결)와 공평한 분배정책을 실시해 신좌파 ‘영웅’으로 떠오르며 최고 지도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총영사관 도주 사건으로 실각했다. ‘헌법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는 뜻의 즈셴당은 경제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창당 주역 왕정(王錚) 베이징경제관리직업학원 교수는 11일 “보시라이 사건은 형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인 만큼 이를 정치적으로 풀기 위해 정당을 만들었다”면서 교사와 은행원을 중심으로 입당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시라이당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중국 정부가 활동을 허용해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반체제 인사 쉬원리(徐文立)가 1998년 중국 민주당을 설립하려다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더 중요한 점은 빈부격차와 부패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개혁 청사진을 제시해 중국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느냐다. 소수 좌파의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도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해산 심판이 청구된 진보당의 행보가 그간 일반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해 온 진보당이 실제론 ‘북한 노동당의 하부조직 역할을 해왔다’는 국민 인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해산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의 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이들 정당의 운명이 주목된다. khkim@seoul.co.kr
  • [전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윤석열 지청장 징계 철회하라”

    대검찰청의 윤석열(53·사법연수원 23기) 여주지청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과 관련,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김선규(44·〃 32기) 검사는 대검이 윤 지청장의 중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하기로 하자, ‘징계를 철회하라’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여론 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 특별수사팀에 대해서도 대검이 징계에 나서자 검찰 안에서도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검사는 10일 오전 ‘국정원 수사팀에 대한 정직, 감봉 등 징계건의를 철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띄웠다. 김 검사는 글에서 “국정원 수사팀이 했던 행위가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입니다. 징계 건의는 철회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법과 원칙’에 위반된 결정과 지시를 한 사람들이 징계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검사의 주장 전문. 국정원 수사팀에 대한 정직, 감봉 등 징계건의를 철회하십시오 한창 수사 때문에 어제야 조간신문을 통해 윤석열 지청장님에 대한 대검의 징계 건의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윤석열 지청장님 정직 3개월’, ‘박형철 부장님 감봉 1개월. 짧은 검찰 생활 동안 이번과 같은 ‘검찰 조직에 불명예를 스스로 덮어쓰는 결정’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국정원 수사팀이 여든, 야든, 정권이든지 눈치를 보지 않고, 좌고우면 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진행했고,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수사팀이 정말 밖에서 보는 일부 잘못된 시각과 같이 ‘좌편향적’이거나 ‘종북좌파’들일까요? 아니면 ‘내부절차도 무시하는 안하무인’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수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거듭하여 보고드리고, 설득했습니다. 공소장변경에 관하여는 구두 결재까지도 받았습니다. 만약 우리 주변에 단순한 ‘견해차이’가 아닌 ‘명백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과 다른 일을 지시하거나, 하지 말도록 하는 상사 앞에서 자신이 양심을 저버린 채 따르는 검사’가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잘 했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놈은 검사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법조인이 될 때 그리고 검사가 될 때도 ‘검사 됐으면 출세한거다. 소신껏 하자’고 수도 없이 외쳤던 말의 상황도 똑같습니다. 검사가 되었으면 국민들로부터 월급을 받고 사는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실체적으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을, 다른 사람의 눈치나 보면서 하지 않거나, 못하게 하는 것을 왜 검사들이 따라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의 ‘사심, 욕심’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수사팀이 했던 압수수색, 체포영장 청구 시 보고는 했으되, 결재는 받지 않고 한 행위가 과연 다른 사람들의 눈치나 보면서 그러한 일을 하지 못하게 한 것보다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사로서 의문입니다. 따라서 국정원 수사팀에 대한 대검 감찰본부의 징계건의는 철회되어야 하고, 오히려 검사로서 소신 및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저버린 채 ‘법과 원칙’에 위반된 결정과 지시를 한 사람들이 징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결재 과정의 과오를 윤석열 지청장님께서 인정하는 마당에 굳이 이와 같은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또한 그 반대에 선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믿는 검사들은 국가와 공익을 위하여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 스스로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각오를 다진 사람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런 검사들의 충정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의 ‘법대로’ 정치/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의 ‘법대로’ 정치/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정치적인 수로 치면 묘수일 수 있겠다 싶다.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에 정부는 준비해 온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석기 의원 등을 내란 음모 및 선동 혐의로 구속 수사하는 김에 종북 좌파 반국가 정당 노릇을 한 혐의가 짙은 통합진보당을 근본적으로 척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독일과 터키의 판례도 있고 법적 검토 결과 진보당의 설립 목적과 활동 일부가 정당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 만큼 헌법 질서를 위배하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잘만 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진보당과 같은 종북세력을 법의 이름으로 이 땅에서 뿌리 뽑을 수 있고, 최소한 진보당의 반국가 종북 요소를 부각시켜 이미 위기에 빠진 이 소수 정당을 지리멸렬하다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 청구를 대놓고 비판하거나 반대하기가 쉽지가 않다. 자칫 통합진보당을 지지 또는 동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거나 종북 좌파 또는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으로 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험악한 편이다.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을 운운하는 북한을 따르는 진보당과 같은 세력은 진작 없어졌어야 했고 이참에 정당한 법의 심판으로 확실히 없앨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핵심 보수집단 사이에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 상당수에게 요즘의 통합진보당은 빨치산이고 간첩일 뿐이다. 여기다 대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총선에서 6%, 최근 화성갑 보궐선거에서는 8%까지 득표한 정당을 이런 식으로 해산을 시도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통합진보당이 제도권 정당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억울한 노동자, 억눌린 사람들을 대변하는 민주적 정당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도 종북 정당 혐의 앞에서 맥을 못 춘다. 통합진보당의 일부 또는 상당수 인사가 종북 발언을 한 것이 시대착오적이고 한심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을 진지한 체제전복 세력 또는 테러리스트로까지 봐야 하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이들도 진보당은 빨갱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부딪치면 때로는 언쟁을 하고, 잘못하다 종북 좌파와 동류의 패거리로 묶일 수 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는 식의 자유주의자도 지금과 같은 편 가르기 정치판에서 종북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좌파로 몰릴 수 있는 형국이다. 두렵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도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 뿐이라고 했고, 많은 언론도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까지 했으니 법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는 ‘법대로 정치’라는 사실이다. 유난히 법조계 인사를 신뢰하고 중용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법대로 수사 중이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장의 외압 사퇴설에 대해 청와대는 법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전교조는 법에 따라 법외노조로 내몰렸다. 대통령 부재중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혐의와 관련하여 문재인 의원도 법대로 검찰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수사를 받았다. 동시에 진보당도 법대로 할 수만 있으면 해산시키고 싶어 한다. 세상 일이 법대로만 된다면 좋을 것이다. 정치도 법대로 풀릴 수만 있으면 좋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세상 일이고 정치이다. 순서가 바뀐 것이 문제이다. 정치가 법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풀리지 않을 때 법으로 간다. 대화와 협상, 소통의 정치를 아무리 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마지막 궁여지책으로 법의 판단에 기대는 것이다. 결국 ‘법대로’ 정치는 불통 정치의 소산인 셈이다. 유신, 5공, 6공 독재 시절 ‘법대로’ 정치의 횡행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좌든 우든 대한민국 사람, ‘우리’가 절실히 갈구하는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는 ‘법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 ‘일베’는 촛불시위의 쌍둥이다

    ‘일베’는 촛불시위의 쌍둥이다

    일베의 사상/박가분 지음/오월의봄/272쪽/1만 3000원 일본의 극우성향 반한(反韓)단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실체를 파헤친 탐사 르포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는 지난 6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특회를 ‘걸어다니는 인터넷 게시판’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재특회는 1만명이 넘는 단체로 성장하면서 거리로 나와 과격 시위를 일삼는 골칫덩이가 됐다. 야스다 고이치는 “일본의 지식인과 언론이 재특회의 인터넷 활동을 무시로 일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넷우익’으로 불리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도 외면과 무시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정 지역과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차별을 조장하며 패륜과 엽기를 유머의 소재로 일삼는 이들을 ‘일베충’이라는 경멸 섞인 말로 조롱할 뿐 진지하게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거나 분석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블로그 ‘붉은서재’로 유명한 청년 논객 박가분이 쓴 ‘일베의 사상’은 새롭게 등장한 젊은 우파인 일베의 내재적 논리와 성향 등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베는 ‘촛불시위의 쌍생아’다. 인터넷을 그들만의 자율적인 공론의 장으로 전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진보좌파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촛불의 사상이 일베의 사상으로 굴절된 이면에는 촛불시위에서 표출된 대중의 열망이 현실 정치에서 좌절된 사정이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런 연유로 일베는 국가와 사회를 향해 무언가를 위선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혐오문화를 기반으로 ‘너와 나 모두가 병맛’이라는 기묘한 상호인정 속에서 독창적인 정체성과 질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베의 위악적이고 공격적인 행태는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몰이상의 이상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면서 진보좌파가 일상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어야만 일베의 사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부자증세’ 약속한 뉴욕시장 당선에 美 술렁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20년 만에 뉴욕시장에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52)가 과연 얼마나 급진적인 정책을 펼칠지를 놓고 미국이 술렁이고 있다. 그의 공약대로라면 미국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도시인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반(反)자본주의적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선거 기간 중 더블라지오는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의 12년 재임 기간 뉴욕은 맨해튼 엘리트 집단과 기타 지역으로 나뉜 사실상 2개의 도시였다”면서 “그 결과 46%의 시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유층 증세를 통해 빈부 격차 해소, 서민 주택난 완화, 저소득층 교육 보조 확대 등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파격 공약에 따른 서민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그는 민주당 경선 초반 4위에서 선두로 급부상했다. 선거 기간 공화당 후보는 더블라지오를 “좌파”라고 몰아붙였지만 선거 결과 3배의 표 차로 패했을 만큼 그의 돌풍은 무서웠다. 실제 더블라지오는 20대 때 니카라과 무장혁명단체인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을 돕는 등 사회주의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라지오는 이날 당선 수락 연설에서 “불평등 개선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뉴욕시민이 진보의 길을 택한 이상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더블라지오의 지지자들은 “많은 사람이 증세는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말하지만 더블라지오는 민심을 알기에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표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반(反)기득권층 운동가인 더블라지오의 시정(市政)은 빈부 간 불평등 해소를 지향하는 ‘현대적 진보주의’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더블라지오의 공약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뉴욕시의 증세 승인권을 쥐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증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더블라지오가 월스트리트를 적(敵)으로 돌림으로써 맞게 될 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더블라지오의 일부 지인은 “더블라지오는 실용적 인물”이라며 “그는 선거와 통치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더블라지오의 앞날을 1940년대 빈민층 출신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부인으로서 서민을 위한 파격적 복지정책을 실시했던 에바 페론이나 좌파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쳤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에 빗댄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탈리아서 세금 내야 온라인 광고 대행 가능”

    이탈리아 연립정부 최대 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PD)이 이탈리아에 세금을 내는 업체들만 온라인 광고를 대행할 수 있게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구글과 야후, 아마존 등 다국적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에 있는 업체들을 통해 광고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구글세’라고 이름 붙은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시행되면 10억 유로(약 1조 47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법안 발의자인 하원 예산위원장 프란체스코 보치아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에 제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해외에 세금을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법안 추진에 대해 “인터넷 상거래와 광고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무리한 방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법안 통과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과거에도 이런 제안이 나온 적이 있으나 통과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이탈리아의 제2당인 자유국민당(PDL)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은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평양에 섹시 속옷 투하 현실화 된다

    평양에 섹시 속옷 투하 현실화 된다

    스웨덴 속옷회사 ‘비외른 보리’의 속옷 450벌을 투하할 도시로 평양이 1위로 선정됐다. 비외른 보리는 자사의 섹시한 속옷을 하늘에서 투하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를 인터넷 투표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인터넷 투표는 전 세계의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10월 31일 오전 12시(현지시간)까지 이 회사 홈페이지(thedrop.bjornborg.com)에서 진행됐다. 인터넷 투표가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한국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평양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려왔으며 2만7천162표를 얻어 최종 선정됐다. 2위는 스웨덴 남쪽에 있는 도시 예테보리에 있는 샬머쉬 공대가 1천41표, 3위는 스웨덴 좌파당 당사가 319표를 얻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비외른 보리 속옷의 평양투하가 유력하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비외른 보리의 리나 쇠데르퀴스트 마케팅국장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누구도 위험에 처하지 않게 우리 속옷을 평양으로 보낼 가능성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인 비외른 보리의 이름을 딴 이 회사의 제품은 3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野 “1400회 우편향 안보교육”… 박승춘 처장 자료거부로 파행

    [국감 하이라이트] 野 “1400회 우편향 안보교육”… 박승춘 처장 자료거부로 파행

    28일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는 보훈처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여야가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 오후 약 5시간 동안 파행되기도 했다. 박 처장은 시종 불성실하게 답변해 여야 의원 모두에게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보훈처가 지난해 국민 20만명을 대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고 야당을 종북·좌파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보수 편향적인 ‘나라사랑교육’을 1400여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 처장은 “1993년 유공자 민족정신 선양교육으로 시작된 오래된 안보교육”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같은 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보훈처의 안보교육용 DVD 교재에 민주화 운동을 종북 세력의 활동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해당 DVD 교재의 제작 비용 출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처장은 “협찬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출처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DVD 제작을 지원한 곳이 정수장학회냐, 국가정보원이냐”고 추궁하자 박 처장은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90% 이상 회수했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박 처장은 “정수장학회는 아니다”라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말씀드리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증언감정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면서 “박 처장에 대한 고발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중재에 실패하자 정회를 선언했다. 오후 내내 민주당은 ‘고발 먼저’, 새누리당은 ‘국감 우선’을 놓고 맞섰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은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국정원이 DVD 예산을 지원했다면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보훈처 등의 3각 커넥션이 밝혀지는 셈”이라며 국정원 협찬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반박 회견에서 “민주당이 회의실을 무단점거해 파행 원인을 제공하고 대선불복을 겨냥한 간담회를 강행했다”며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박 처장은 시종 “검토하겠다”, “어떤 정보도 밝히기 어렵다”며 무성의하고 뻣뻣하게 답변해 비난을 자초했다. 의원들은 “입만 열면 거짓, 입만 열면 확인, 입만 열면 검토라고 한다”며 격앙했다. “대선 이후 국정원 관계자를 만난 적 있느냐”는 강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박 처장은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공식업무 때문에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박 처장이 여러 차례 미소를 보이자 김 위원장도 “웃음을 실실 띠고 말이지, 국감장을 비웃는 거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한길 “아버지 대통령 각하 칭송은 ‘어버이 수령’ 닮아 ”

    김한길 “아버지 대통령 각하 칭송은 ‘어버이 수령’ 닮아 ”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7일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10·26 34주기 추도식 행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칭송한 것과 관련, “부자세습 정권의 ‘어버이 수령’이란 신격화 호칭과 매우 닮았다”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0·26 34주년을 맞아 ‘유신시대가 더 좋겠다’,‘한국에는 독재가 필요하다’ 등 온갖 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는 극존 찬양 존칭은 우리를 섬뜩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땅에서 다시 영구집권을 꿈꾸는 유신의 잔존세력들이 독초처럼 자라고 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날 열린 10·26 추도식에서 심 의원은 “아버지 대통령 각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4년이 됐습니다. 아버지의 딸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셨다”고 말했고, 전경련 부회장과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면서 “최근 국가반란 음모를 꾸민 종북좌파 세력을 척결하려는 공권력의 집행을 두고 유신회귀니 하는 시대착오적 망발이 나온다.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나 마음에 두지 말라”고 추도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손병두 “차라리 유신시대가 좋았다”…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발언 논란

    손병두 “차라리 유신시대가 좋았다”…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발언 논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26일 현 정부에 대한 야권 일부의 ‘유신회귀’ 주장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 말에 대해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말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낭독한 추도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최근 국가반란 음모를 꾸민 종북좌파 세력이 적발됐는데 이들을 척결하려는 공권력의 집행을 두고 유신회귀니 하는 시대착오적 망발이 나온다”면서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나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을 사랑한 각하의 진심을 서민들이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무지한 인간들의 생떼와는 상관없이 대한민국은 조국 근대화 완성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면서 “그 길로 질주하는 따님(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또 “오늘은 당신의 따님 박근혜 대통령 정부 아래서 마음껏 당신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니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고 사무친다”면서 “당신께서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후설(한국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후설은 목구멍(喉)과 혀(舌)라는 뜻으로 왕명 출납을 맡은 승정원의 별칭이다. 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이 ‘후설’(喉舌)이란 이름으로 일기의 정수만을 골라 책을 펴냈다. 승정원일기는 정7품 관원인 주서들이 임금을 수행하면서 보고 들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국정의 이모저모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보 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런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을 겪으면서, 또 영조대와 고종대에 화마를 치르며 많은 분량이 소실됐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인조 이후의 조선왕조 288년치 기록이다. 그런데 이 분량만도 무려 3245책, 2억 4300만자로 왕조실록의 5배가량이나 된다.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이다. 292쪽. 1만 2000원. 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펴냄) 국제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에 얽힌 희망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박사는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소통할 언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창안한 언어가 바로 에스페란토다. 에스페란토는 ‘만국공통어’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었지만, 가시밭길을 걸었다. 좌우파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숱한 탄압을 받았는데 이유는 다양했다.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의 좌파적 성향이 문제가 됐고, 유대주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정치 상황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초기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했다가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낙인찍혔다. 독일 정치학자인 저자는 의사소통의 권리가 인권의 하나로 여겨지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에스페란토의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628쪽. 3만원.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김삼웅 지음, 현암사 펴냄) 여천(汝天) 홍범도(1868~1943)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평전이 출간됐다. 독립전쟁의 전설로 불리는 홍범도는 평양에서 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포수 출신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데다 신출귀몰해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독립투쟁 사상 가장 빛나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도 실은 그가 주도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에서 모두 철저히 배제된다. 남쪽에선 그의 볼셰비키 입당 경력이 문제가 됐다. 북쪽에선 김일성 우상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또 공산 정부 수립이 아닌 민족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논리에 휘말렸다. 책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나 1943년 10월 75세를 일기로 생을 달리한 홍범도에 대해 유해 귀환 논의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한다. 312쪽. 1만 8000원. 광신(알베르토 토스카노 지음, 문강형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시대의 광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이에 저항하는 몸짓인가.’ 책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책의 주인공은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광신자들이다. 역사에서 그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등장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 농민 혁명가, 아나키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까지 인류는 수많은 광기의 역사를 경험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광기를 부채질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순히 비이성적인 병리 현상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책은 모든 급진적인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고, 정면으로 맞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454쪽. 2만 2000원.
  • 무기징역으로 끝난 ‘보시라이 스캔들’

    무기징역으로 끝난 ‘보시라이 스캔들’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에 대해 내려진 무기징역 원심이 확정되면서 장장 1년 10개월에 걸쳐 중국을 뒤흔든 ‘보시라이 스캔들’이 막을 내렸다. 산둥(山東)성 고급인민법원은 25일 보시라이에 대한 2심 공판을 열어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고 선고했다. 중국은 2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보시라이는 더 이상 항소할 수 없다. 앞서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22일 보시라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며 무기징역, 정치권리 종신 박탈, 개인재산 몰수 등을 선고했다. 보시라이가 이날 선고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짙은 남색 잠바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 시종 미소를 띠며 선고 내용을 듣는 모습이 관영인 중국중앙(CC)TV를 통해 전역에 방송됐을 뿐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중국 형법은 수뢰액이 10만 위안(약 1800만원) 이상이면 1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고 사형도 가능하다”면서 “국가 공무원인 보시라이의 수뢰액은 2044만 위안에 달한다”며 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보시라이가 제기한 항소장을 기초로 보시라이 본인과 변호인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판결한 것이라고 강조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 재판’ 의혹도 일축했다. 원심 판결 유지는 보시라이가 항소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특별한 파장을 일으키진 않고 있다. 다만 보시라이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정치적 희생양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중국 내 좌파(이념 중시 보수세력)의 상징이 됐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그의 옥중 편지에는 중국 8대 혁명원로인 아버지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가 여러 차례 수감됐지만 결국 재기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나도 감옥에서 천천히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정치범 수용소인 베이징시 인근 친청(秦城) 교도소로 옮겨져 기약 없는 종신형을 살게 되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자당(당·정·군 혁명 원로의 자손)의 대표 주자였던 보시라이는 2011년 11월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아내의 범죄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중국 정가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 정치국 상무위원도 사법처리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정치세력)의 ‘거두’인 저우융캉을 처벌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손병두 “차라리 유신시대가 좋았다”…김관용 “5·16, 구국의 결단”(종합)

    손병두 “차라리 유신시대가 좋았다”…김관용 “5·16, 구국의 결단”(종합)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34주기 추도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시대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유신회귀’ 주장이 나오는데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말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날 추도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최근 국가반란 음모를 꾸민 종북좌파 세력이 적발됐는데 이들을 척결하려는 공권력의 집행을 두고 유신회귀니 하는 시대착오적 망발이 나온다”면서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나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주관으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과 경북도지사 등도 앞다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 발언을 쏟아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추도사에서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운을 뗀 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4년이 됐다”, “아버지의 딸이 이 나라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인사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국의 결단’을 나설 때 나는 구미초등학교 교사여서 그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 대단한 어른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관용 도지사가 언급한 ‘구국의 결단’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2군 부사령관 소장일 당시 일으킨 5·16 쿠데타를 가리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96학번인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때만 해도 전공과목 이외에 철학과 사상, 역사 등을 연구하는 공부모임(학회)들이 꽤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최소 1년 정도는 과(科) 혹은 단과대 공부모임에 가입해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수요일 저녁마다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 모여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공부보단 저녁 식사를 겸한 뒤풀이 술자리가 더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단과대 단위 공부모임 가운데 ‘학회평론’이란 곳이 있었다. 학회원 한 명이 동아리방에서 자작곡을 만든다고 통기타를 주물럭거리다 선배들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곤 했다. 당시 그 학생은 지금 유명인이 된 가수 이적(39)이고, 그가 만들던 노래는 ‘왼손잡이’(1995)라고 한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출연한 영화 ‘크로우’(1994)에 미쳐 있던 과 후배는 이 영화를 계기로 졸업할 때까지 대중문화 연구 동아리에 전념했고 결국 유명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리드보컬(김남훈·35)이 됐다. 그의 예명인 ‘깜악귀’는 그가 열광하던 영화 제목에서 땄다. 학회 모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썰렁한 농담으로 원성을 사던 과 선배(김낙호·38)는 유명 미디어·문화 평론가가 된 지금도 당시 별명인 ‘capcold’(정말 썰렁하다는 뜻)를 필명으로 쓴다. 과가 다른데도 자기네 학회에 와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자고 그렇게 조르던 룸메이트는 졸업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차린 논술학원 사업이 크게 커져 프랜차이즈 학원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면 그때 못 이기는 척 학회에 따라가 같이 공부할 걸 그랬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바쁘기도 했고, 학회에서 다루는 책들이 너무 어려워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 같은 책들을 읽다가 그 논리에 빠져 ‘운동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불혹에 가까운 요즘에 와서야 그때 읽고 토론하며 밤새 이야기하던 인문학 고전들이 개인과 사회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당내 역사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는 명분하에 극우 역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일본 자민당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극우 역사 교과서를 뿌리내리게 하려고 당내에 만들었던 ‘역사검토위원회’(1993)의 판박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질 법도 한데 김 의원이 워낙 실세여서인지 가타부타 말 조차도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는 고사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공부 모임이 특정 정파의 이념 도구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uperryu@seoul.co.kr
  •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한국인의 탄생/최정운 지음/미지북스/580쪽/2만원 두 가지 반전이 있는 책이다. 하나는, 묵직한 제목만 봐선 딱딱한 역사서 또는 사상철학서일 거라 짐작되지만 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근대 문학을 주 재료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저자는 문학 전공자가 아닌 정치학자란 사실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담론을 집대성한 ‘오월의 사회과학’(1999)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최정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왜 한국인의 정체성의 근원과 진화 과정을 근대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탐색하려는 시도를 했을까. 저자는 우리의 근현대 사상사가 정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책 도입부에서 “우리의 근현대 역사에는 서구의 경우와 같이 사상사로 읽고 분석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저서들, 텍스트가 거의 없다”면서 “사상사적 자료가 그나마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면 문학, 특히 소설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내용은 사실과 이상과 고민을 포함한 역사적인 현실이며 그러한 역사적 현실의 재구성이 이 책의 목표”라고 썼다. 책은 구한말 망국과 국권 상실의 지옥 같은 불구덩이에서 태어난 근대 한국인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는 혼돈의 시기를 헤쳐나오면서 어떻게 새로운 한국인상을 모색하며 정체성을 확립해왔는지를 근대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20세기 초반 신소설이라 불리는 최초의 근대 소설문학 작품 중 이인직의 ‘혈의 누’, 이해조의 ‘구마검’ 등을 분석하면서 구한말의 ‘홉스적 자연상태’, 즉 보호 기제가 모두 허물어져 생존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 주목한다. 그러나 한일병합 직전에 이르면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종류의 한국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혐오의 대상이자 무의미한 존재인 대한제국의 ‘국민’ 대신 국가를 매개로 하지 않은 ‘민족’의 개념이 비로소 실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즈음, 민족주의자들은 개화 민족주의와 저항 민족주의로 갈라진다. 춘원 이광수가 1917년 발표한 ‘무정’의 ‘이형식’이 초기 개화 민족주의자라면 단재 신채호의 1916년작 ‘꿈하늘’의 주인공 ‘한놈’은 저항 민족주의자였다. 저자는, 개화 민족주의자들은 서구의 사상으로 새로운 지도자가 되길 열망했지만 정체성의 기반이 부족했으며, 저항 민족주의자들은 내면의 각성 없이 투쟁 본능만을 갖추고 있어 역사를 추동할 동력이 없었다고 분석한다. 상실감의 시대였던 1920년대, 지식인들은 강한 한국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명제에 대체로 합의했다. 김동인은 초기작 ‘약한 자의 슬픔’‘목숨’ 등을 통해 강한 한국인의 모델을 찾아 헤맸지만 이런 노력이 작품 속에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 서울을 배경으로 기이한 생태의 대도시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이상의 ‘날개’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파리한 지식인들의 초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편에선 강한 한국인을 창조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춘원의 ‘유정’속 주인공 최석이 집요함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근대 한국인의 최신 모델이며, 이러한 춘원의 작업은 심훈의 ‘상록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같은 시대에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이라는 새로운 민중영웅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춘원은 우파의 입장에서, 벽초는 좌파의 입장에서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두 인물을 창시했고, 이 두 영웅의 모델은 현대 한국인에게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책은 벽초가 임꺽정을 통해 이성의 자리에 저항 정신을 심었으며, 원한과 증오에 기반한 순수한 저항 정신이 반지성주의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한다. 기실 반지성주의는 일제 시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토였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고, 서구의 지식을 무작정 들여와 계몽하려는 근대 지식인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생긴 반감이 1930년대 반지성주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렇게 형성된 반지성주의가 또 하나의 역사적 저주인 ‘교육만능주의’와 짝을 이뤄 오늘날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해방된 한국인들이 강한 유전자를 확립하기 위해 과도하게 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근현대 역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나게 먼 길을 왔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극과 극](11)종로의 노인들 vs 서울광장의 촛불…그들이 사는 법

    [극과 극](11)종로의 노인들 vs 서울광장의 촛불…그들이 사는 법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올해 여름부터 또 다시 촛불이 모였다. 촛불의 반대편에는 맞불을 놓기 위한 할아버지 부대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과거 ‘가스통 할배’로 불렸던 보수단체 회원들이다. 특히 국정원 사건과 맞물려 지난 8월 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내란 음모 혐의를 받으며 구속되면서 9월부터 이념 갈등은 최고조로 이르렀다. 벌써 몇 해째,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너무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이들은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렇게 모이고, 또 이들을 진짜 움직이게 하는 건 무엇인지, 집회 현장을 함께하며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6일 오후 2시.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의 주최로 시국강연회가 열렸다. 이곳은 1년 내내 어버이연합이 ‘시국강연회’ 명목으로 경찰에 집회 신고가 돼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이지만 참가 인원은 30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준비된 플라스틱 의자가 부족해 일부 노인들은 주변 보도 블럭에 걸터앉았다. 모두 70~80대로 보이는 남성 노인들이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대한민국을 위하여 뭉치고 싸우자! 이기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이날 강연자는 김진철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 대표였다. 그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취지였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향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겉으로는 이회창을 밀었지만 속으로는 DJ를 밀어준 것”이라고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던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주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버이연합을 국가유공자로 대우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강연의 핵심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 사건이 불거진 직후여서 김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격앙됐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안철수는 정치하지 말고 컴퓨터 백신이나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인들은 강연 도중 “종북좌파 척결하자”는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날 강연회 참가자들을 위해 어버이연합에서는 백설기 300개를 나눠주었다. 떡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매일 열리는 강연회에는 101세의 노인이 출근도장을 찍기도 한다고 한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노인들이 왜 나오는 것인지 물었다. “우리가 과거에 배운 안보관과 현재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 너무 달라 위기감을 느꼈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일으켜 세운 나라를 종북 세력에 다시 넘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국가관을 젊은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버이연합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어버이연합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11개 지부를 두고 있다. 등록한 회원수가 1700여명이고 집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회원이 아닌 노인들도 참석한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0대 후반~80대 초반. 2006년 처음 결성될 당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4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17평으로 규모를 넓혔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아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으고 각종 폐지, 고물을 주워 이를 팔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 한 켠에는 폐지와 플라스틱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주로 목소리를 내는 현장은 북한의 김일성 3부자에 대한 비판, 일본의 역사왜곡 항의,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종북 세력’을 규탄하는 곳들이다. 이러한 집회 현장에서는 어버이연합 외에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고엽제 전우회, 대한민국 지킴이 민초들의 모임 등 보수단체들이 연합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 사태가 일어난 뒤 9월 초 매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첩소굴 통합진보당 해체 요구 1인 시위’,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촉구 집회’ 등을 열기도 했다. 북한과 일본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가스통을 비롯해 화형식까지 재연됐다. 어버이연합회는 집회 외에도 탈북자 지원 행사 및 초등학생들의 역사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탈북자들을 찾아 선물세트를 나눠주고 보육원과 양로원에 송편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경북 지역 초등학생 70명을 초청해 국회와 국립현충원, 전쟁기념관을 견학하며 역사교육을 했다. 추 사무총장은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가스통 할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우리는 젊은이들이 국가관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애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반대에 있는 진보단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절충점‘이라는 게 없어 보일 만큼 팽팽한 평행선을 이어오고 있다. 진보단체는 종류나 규모가 매우 다양하지만 보수단체에서 주로 공격하는 단체들은 강령에 ’자주적 평화통일‘ 등을 명시한 단체들이다. 지난 여름부터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전국에서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7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함께했다. 이들의 집회는 보수단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집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광장은 붐비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광야에서’, ‘아리랑’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특히 진보단체의 현장은 회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이 열렸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30~40대 연령층이 주를 이루었다. 누가 어떤 단체의 회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깃발을 보고 참가한 단체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준 피켓을 들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보성향 단체들이 모인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를 비롯해 통합진보당 각 지역위원회, 대학교별 모임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아고라’ 등 의 커뮤니티 회원들도 대거 모였다. “부정선거 당선무효”, “박근혜는 책임져라”는 등의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한참 노래가 신나게 울려퍼지다가 집회가 시작되자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미리 주최 측에 신청해 발언권을 주는 방식이다. 광주에서 왔다는 70대 노인이 무대에 섰다. 그는 “이 할아버지가 오죽 답답했으면 여기까지 왔겠느냐”면서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도 비슷했다. 촛불집회는 지난 6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해 진보단체들이 모여 전국 지역별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회의를 구성하는 등 규모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한 40대 참가자는 “촛불집회가 매주 주말 열리는데 언론에서는 보도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이렇게 나와서 촛불을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매주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잘못된 게 있고 바로 잡아야 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면서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여기 나와서 힘을 보태는 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할배’들 만큼이나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해부터 각종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가 대표적이다. 어버이연합 측에서는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젊은 친구들이 북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서로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는 대학생들이 “친북·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통합진보당·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9년 창립한 한국대학생포럼 회원들이다. 이들은 “종북 세력의 실체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종북 세력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특히 통합진보당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국민을 선동도구로 삼아 국가안보를 뒤흔들려하고 있다”며 이들의 해체를 주장했다. 한국대학생포럼 심응진 회장(고려대)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진보단체의 목소리만 부각되는 점이 아쉬워 보수 성향 대학생들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면서 “대학생들이 제대로 된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대학생포럼에서 겨냥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002년부터 결성된 대학 총학생회 연합 모임이다. 과거의 한총련과 비슷한 맥락이다. 매년 반값 등록금 공약이 이행되도록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진보단체의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히 낸다. 지난달 28일 한대련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규탄집회와 함께 시국법정을 열었다. 사건의 피의자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주중대사(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으로 내세우고 학생들이 검사와 판사를 맡아 이들의 혐의 내용을 읊었다. 참가한 나머지 학생들은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를 판단해 주는 역할을 맡는 방식의 퍼포먼스였다. 결과는 네 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판사를 맡은 학생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19년, 김용판 전 청장에게 징역 518년, 김무성 의원에게 징역 615년, 권영세 대사에게 징역 1004년을 선고한다”고 판결하자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대학생들이 꾸준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모여 목소리를 내다보면 누군가 귀를 기울여줄까 하는 기대감에 이렇게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촛불은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은 국정원 사건을 주제로 한 촛불집회가 시작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100일을 맞이한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 맞은편 서울게이트웨이타워 앞에서는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등 보수단체들이 어김없이 ‘반(反)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10차 국민대회’라는 명칭의 맞불집회를 열었다. 국정원 사건 뿐 아니라 최근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임명 등으로 촉발된 역사 논쟁 등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곳곳의 이슈들로 사그라들 기미도 안 보인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서로의 존재가 각자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하는 것 같이 보인다. 글·사진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더 내고 더 일해야’… 佛 연금개혁안 의회 통과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 고갈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프랑스 의회가 ‘더 많이 더 오래’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늘어나는 재정 적자와 연금 고갈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좌파 정부의 지지기반인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연금개혁법안을 찬성 270표, 반대 249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연금개혁법안의 핵심은 2020년부터 연금 전액을 받기 위한 납부 기간을 현행 41.5년에서 단계적으로 늘려 2035년에는 43년 동안 내도록 하는 것이다. 연금 가입자와 기업이 내는 부담금도 2017년까지 총 0.3%씩 인상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매월 4.50유로(약 6700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예를 들면 21세부터 연금을 내면 최소 63세까지 일해야 보장된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대부분 근로자가 법정 정년인 62세보다 더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린 바 있다. 아직 상원 통과와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아 있지만, 좌파가 다수당인 의회 구성을 고려하면 법안 발효가 확실하다. 연금 개혁 없이 현행 제도대로 운용할 경우 2020년에는 연금 적자가 200억 유로(약 28조 84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대 노조단체인 노동총연맹(CGT) 등 4개 노조는 이날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연금 법안 반대 파업을 벌였다. 티에리 르파옹 CGT 위원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혁안은 젊은 세대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매우 퇴행적”이라며 “실망한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으로 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BMW 유착설’ 암초 만난 메르켈 총리

    ‘BMW 유착설’ 암초 만난 메르켈 총리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최근 자국 자동차업체 BMW 주주 일가로부터 69만 유로(약 9억 9400만원)를 받았다는 내역이 15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문제는 기부금 전달이 있은 뒤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럽연합(EU) 규제안이 백지화됐다는 점이다. 독일 의회는 이 같은 기부금 내역을 EU 결정 이후 공개해 정경 유착 의혹이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은 지난 9일 BMW의 최대주주였던 고(故) 헤르베르트 콴트의 부인과 두 자녀로부터 23만 유로씩을 받았다. 현재 BMW 지분의 46.7%를 보유, 최대주주인 이들 세 명의 기부금 액수는 올해 독일에서 정당 한 곳이 받은 단일 기부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환경장관 회의에서는 유럽 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2020년부터 ㎞당 130g에서 95g으로 낮추기로 한 규제안 시행이 보류됐다. 지난 6월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가결된 규제안이었지만 독일이 이 안의 시행 시기를 2024년으로 연기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야당인 독일 좌파당은 이날 “(이번에 공개된) 기부금이 메르켈과 BMW가 불편하게 가까운 관계임을 증명한다”며 “이 업체가 (로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유도해 왔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기민당은 성명을 통해 “콴트 일가는 우리 당이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관계없이 여러 해 동안 우리를 지원해 왔다”며 반박했다. 현재 BMW가 생산하는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은 ㎞당 140g 이상이다. 한편 독일 여당인 기민당·기독교사회당 연합과 녹색당의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결렬됐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16일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양측은 세금 인상, 난민 수용, 무기 수출 등에서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협상 개시 5일 만에 결렬을 선언했다. 앞서 기민·기사당은 지난달 22일 총선에서 41.5%의 득표율을 얻었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 대연정을 추진해 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강연에서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는 인물” “후진국에서 독재는 불가피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앞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15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지난해 한 포럼에서 강연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포럼은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 부설 이승만연구소 주최로 지난해 2월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제12회 이승만 포럼’으로 당시 한동대 석좌교수였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유영익 위원장은 강연 도중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기초 작업이 없었다면 과연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나 생각합니다”라면서 “정치학자들이 정직하게 후진국에서 독재라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를 좀 해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영익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과 실정을 총체적으로 평한다면 적어도 ‘공7 과3’이고, 이승만의 독재는 불가피했다 혹은 필요악이었다라고 할 때는 그게 ‘공9, 공10’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이승만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서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3·15 부정선거로 하야에 이르게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되레 업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유영익 위원장은 “한국 역사에 이승만만 한 인재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중략) 이승만은 그 세종대왕하고 거의 맞먹는 그런 유전자를 가졌던 인물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사편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익 위원장은 과거에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은 좌파 정권’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하며 “햇볕정책이 친북 정책 아닙니까?”라는 등의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4명은 이날 유영익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유영익 위원장이 이 정권에서 할 일은 친일을 미화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역사를 집필하는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망언을 하면서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욕되게 한 데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며 역사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후진국에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라면 결국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독재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평소 비판해 마지않는 북한 정권을 스스로 옹호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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