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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진 칼럼] 이념의 시대에서 정의의 시대로

    [손성진 칼럼] 이념의 시대에서 정의의 시대로

    침묵하는 다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선거 때의 부동층처럼 그때그때 정착할 곳을 찾는 이념의 노마드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 민심은 이념에 무지한 그들이다. 그들이 정착하고 싶은 곳은 이념이 아니라 정의다. 저항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이념이 아니라 부정이다. 촛불집회의 주축은 평범한 시민이다. 불의를 바로잡고 싶은 장삼이사(張三李四), 우리의 이웃이다. 선량한 서민들이다. 그런데 6월 항쟁을 능가하는 피플 파워가 이념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촛불에 편승하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그 순수성을 퇴색시켰다. 주최 측부터 순수성을 잃었다. 이적 단체까지 포함된 주최 측의 구성원 체계는 촛불을 이념에 물들게 한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10일 주최자들은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외침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일부 시민은 따라 했지만 다른 일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러 갔지 한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러 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촛불이 국회를 넘고 권력에 순종하는 법관의 권위를 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다.” 한 위원장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자 민주노총은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이 구속되자 법원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한 민주노총이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사법부의 권위까지 촛불로 무너뜨리자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청소론’, ‘몰수론’을 제기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촛불에 무임 편승했다. 야당 대표로서 그동안 적폐 청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해 왔는가. 다른 대선 주자들도 국민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격은 매한가지다. 여론을 선도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여론에 끌려가고 이제는 여론을 이용하는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된 이유도 그 탓이다. 명백한 진실마저 부정하는 친박은 어떤가. 이념과 권력의 노예로서 정의 앞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청맹과니다. 막말 잔치를 벌이듯 극언을 쏟아내는 그들이 극우 집단 ‘일베’와 다를 것은 없다. 정의보다 주군에 대한 충성심에 목숨을 거는 그들의 모습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숨죽인 듯 있던 극우는 이들을 추종하며 본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 결집을 하고 기다리면 어차피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독려한다. 민심이 원하는 궁극적인 종착지는 따로 있다. 다만 부정한 대통령의 탄핵만이 아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양극화 등 오랜 적폐가 청산된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정의 사회다. 적폐 청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 가려면 먼저 이념 투쟁을 거둬야 한다.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신세계를 향한 항행에 배를 나눠 탈 일은 없다. 좌파, 우파를 따질 일이 아니다. 이념은 둘이지만 정의는 하나다. 국민이 어떤 세력에 의해 선동을 당하는 시대가 아니다. 여론을 주도하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의 타파에 나설 만큼 깨어 있다. 여론에 편승해 말로 대중에 영합하기보다는 묵묵히 행동하는 리더를 국민은 찾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데 여야 지도자들은 손을 맞잡으라. 적폐 해소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그런 것을 내가 집권하면 도끼로 장작 패듯 단칼에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다면 오판이요 기만이다. 집권욕에 사로잡힌 그들의 과속에 김종인씨는 “환상을 버려라”며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파리 시민에 의해 물러난 드골의 후임에 드골의 지지자인 퐁피두가 당선된 사례다. 비슷한 일을 우리도 겪었다. 6월 항쟁으로 군부독재가 끝난 직후 대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생 노태우 여당 후보가 당선된 일이다. 양보하지 않고 맞선 야당 후보들의 오만함이 그런 결과를 빚었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당선을 바란다면 환상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수 있는 일부터 챙기라.
  • [탄핵 정국] 친박 정우택 “개헌” vs 비박 나경원 “변화” 원내대표 진검승부

    [탄핵 정국] 친박 정우택 “개헌” vs 비박 나경원 “변화” 원내대표 진검승부

    친박 62·비박 40·중립 20 ‘백중세’ 정책위의장 후보 이현재 vs 김세연 분당의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비박계가 14일 각각 차기 원내대표 선거 후보를 선발했다. 두 세력의 정면승부 결과에 따라 당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류 측에서는 4선의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재선의 이현재(경기 하남) 의원이 새 정책위의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보다 당의 화합이 우선이다. 화합과 상생으로 반드시 통합을 이뤄 나가겠다”면서 “국정 수습과 함께 개헌정국을 이끌어 나가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집권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비주류 측에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4선의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과 3선의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을 출격시켰다. 나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끓는 물 속 개구리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죽는다. 들끓는 민심 속에 새누리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궤멸을 피할 수 없다”면서 “화합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모습으로 비상식적이고 사당화된 지금 당 화합을 외친다면 우리는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는 주류와 비주류 간 일대일 진검승부 양상으로 펼쳐지게 됐다. 판세도 ‘백중세’로 분석된다. 현재 새누리당 의원 수는 128명이다. 친박 주류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과반에 근소하게 미달된 62명으로 출범했다.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석한 의원은 40여명 정도 된다. 이주영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중립지대에는 20여명이 포진해 있다. 의원들의 계파 색채만 보면 주류가 비주류보다 20여명 정도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찬성표 234표 가운데 새누리당 표가 62표로 분석됐기 때문에 ‘정우택·이현재’ 조의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하긴 이른 상황이다.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탄핵안 표결의 연장선으로 인식한다면 ‘나경원·김세연’ 조가 유리할 수도 있다. 주류 후보가 승리하면 비주류에 작용할 원심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수의 의원들이 미련 없이 탈당 대열에 합류하면서 새누리당은 분당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비주류 후보가 원내를 장악하게 되면 비주류가 탈당할 명분은 상당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도 원내대표 선거의 유력한 변수로 꼽힌다.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한 세력이 독점하면 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주류가 비대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원내대표를 비주류에 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류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친박 색이 짙은 분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면 주류 친박들은 2선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무성 신당 창당…정청래 “집에서 빨래나 하심이”

    김무성 신당 창당…정청래 “집에서 빨래나 하심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에서 빨래나 하심이!”라면서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13일 자신의 SNS에 “엄동설한에 가출한다니 많이 추우시겠어요”라는 제목으로 “좌파세력집권을 막기 위해 탈당해서 동지들을 규합해 신당을 창당하신다고요. 제 생각엔 함께할 동지들도 다 박근혜 부역자와 끈 떨어진 노정객들일텐데...집에서 빨래나 하심이!” 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표가 과거 ‘민생투어’ 당시 손빨래 하는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무성 “신당 창당 고민”… 새누리 분당 문턱에

    친박 60여명 ‘혁신과 통합’ 창립 탄핵 정국 이후 격화된 새누리당의 내분이 분당 수순에까지 이르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인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동지들과 고민을 같이하고 있고 좀 더 신중하게 상의하고 여론 수렴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친박들이 장악한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새로운 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이날 당 의원 62명이 참여하는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창립했다.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에 친박 인사를 대거 보강해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출당 조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 윤리위의 3분의2를 장악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두 의원에게 고강도 징계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이진곤 윤리위원장 등 윤리위원 6명은 이에 반발하며 이날 사퇴했다. 전날 비주류 측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으로부터 ‘최순실의 남자’로 지목된 주류 측 의원 8명은 이날 황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무성 “신당 창당 고민중”…친박 “배신의 정치, 분열의 행태 타파”

    김무성 “신당 창당 고민중”…친박 “배신의 정치, 분열의 행태 타파”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지금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책임한 좌파에 이 나라를 맡길 수 없지만, 친박들이 장악한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어떤 변신을 해도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친박계가 주축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창립총회를 열었다.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위기 앞에 국민과 당을 분열시키는 배신의 정치, 분열의 행태를 타파하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과 당원이 주인 되는 ’재창당 수준‘의 완전히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드는 것에 매진하며,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언문에 언급된 ‘배신의 정치’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분열의 행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5년 단임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고,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국가 개조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또 “사회 전반에 만연한 좌파 세력의 허구성에 대항해 올바른 소통과 투명한 정치 문화를 통해 보수 세력 간의 대연합을 실현하고 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인기 영합주의 노선 지양 △국가와 사회 발전의 장기적 비전·목표 설정 △경제 재도약 △기득권 부도덕성 배격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자아실현 등을 추구하는 가치로 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무성, 사실상 신당 창당 선언? “새누리당으론 좌파 집권 막을 수 없어”

    김무성, 사실상 신당 창당 선언? “새누리당으론 좌파 집권 막을 수 없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지금 절실한 시점”이라며 신당 창당의 의지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정권 창출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무책임한 좌파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지만, 친박들이 장악한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어떤 변신을 해도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탈당과 중도보수 신당 창당을 숙고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비박계 의원 가운데 김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몇 명이나 탈당 할지, 김 전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지속성을 가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무성, 사실상 신당 창당 선언…“친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들”

    김무성, 사실상 신당 창당 선언…“친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13일 오전 비상시국회의 전체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 탈당·신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여론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박계는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닌 정치적 노예들”이라고 규정하고 현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이라고 봤다. 이어 “신 보수와 중도가 손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럽 전통 좌파 자존심 지킨 루마니아… 사회민주당 총선 승리

    루마니아에서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PSD)이 승리를 거뒀다. 올해 유럽의 주류 좌파 정당 대부분이 극우 민족주의자와 반(反)주류 포퓰리스트의 거센 도전에 몰락했지만, 루마니아 사회민주당이 유럽 전통 좌파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루마니아 중앙선거국(BEC)은 이날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99% 개표 결과 사회민주당이 득표율 46%를 기록해 20%를 얻은 중도우파 국민자유당(PNL)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고 밝힌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사회민주당이 46%, PNL이 21%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민주당은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선거 전 연정을 약속한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연합(ALDE)이 상·하원 선거에서 5~6%를 얻어 두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민주당은 직전 2012년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했지만 빅토르 폰타 당시 총리가 조세포탈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수도 부큐레슈티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64명이 숨지자 폰타 총리는 사퇴하고 관료 주도의 과도 내각이 들어섰다. 루마니아 국민은 부패에 분개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인프라 및 보건 투자 확대, 세금 인하 등을 내세우며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성취하겠다고 약속한 사회민주당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줬다. 아울러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루마니아에서는 유럽연합(EU)과 이민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 극우파가 득세하지 못한 점도 주류 정당 사회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사회민주당은 EU 국경 경비를 강화해 난민이 불법으로 월경하는 것을 막겠다고 공약하면서도 반유대주의, 외국인 혐오, 기타 극단주의 정치를 배격하고 외국인을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마니아 정치분석가 라두 델리코테는 “루마니아 국민들은 EU를 좋아한다”며 “향후 몇 년간 루마니아의 주요 이슈는 민족주의가 아닌 경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민주당이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선거 승리를 이끈 리비우 드라그네아 대표가 총리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드라그네아 대표는 지난 4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루마니아 법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총리 등 각료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드라그네아 대표는 측근을 총리로 세우거나 관련 법을 개정해 자신이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김기춘·조윤선 등 9명…문화예술인들, 특검에 고발

    문화예술인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문화연대와 서울연극협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12일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죄로 김 전 비서실장 등 9명에 대한 고발장을 특검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피고발인은 김 전 비서실장 이외에 조 장관, 송광용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 서병수 부산시장, 모철민(전 교육문화수석) 주프랑스대사 등도 포함됐다. 이 단체들은 김 전 비서실장 등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광주비엔날레 등 문화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2014년 1만명에 가까운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해 온 홍성담 작가에 대한 사찰도 주장했다. 2014년 홍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은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고발 대리인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종휘 변호사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청와대 업무수첩에 게재된 내용을 증거로 들었다. 업무수첩 2014년 9월 6일자 메모에는 “다이빙 벨-다큐 제작·방영-餘他罪責(여타죄책)?”이라고 적혀 있다. 10월 2일 메모에는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돼 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루마니아 총선 실시… 최저임금 인상 내건 좌파정당 선두

    루마니아 총선 실시… 최저임금 인상 내건 좌파정당 선두

     루마니아가 11일(현지시간) 전국에서 총선 투표를 치렀다.  이번 총선에서 루마니아는 상·하원 총 466명을 뽑는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PSD)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전 조사에서 PSD는 40%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중도우파 자유당(PNL)-루마니아구국연합(USR)이 3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루마니아는 1991년 12월 신헌법을 채택하며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대통령은 국가 수반으로 국방·외교를 맡는다. 임기는 5년이고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총리는 최고 행정기관인 각료회의를 이끌며 경제와 내치를 담당한다. 의회는 상·하 양원으로 이뤄지면 임기는 4년이다.  이번 총선에서 PSD는 최저임금 및 연금 인상, 세금 감면 공약 등을 내세워 유권자를 공략했다.  빅토르 폰타(44) 전 총리가 이끈 PSD 내각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 책임을 지고 다음달 물러났다.  현재 루마니아 정부는 PNL 출신 클라우스 요하니스(57) 대통령이 지목한 무소속 다치안 치올로슈(47) 과도총리가 이끌고 있다.  치올로슈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인 PNL편에서 뛰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英 지식인이 제시한 합리적 보수의 길과 그들이 설 자리는…

    英 지식인이 제시한 합리적 보수의 길과 그들이 설 자리는…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로저 스크러튼 지음/박수철 옮김/더퀘스트/320쪽/1만 6000원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지식인으로 꼽히는 저자가 보수주의 원리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원제는 ‘보수주의자 되는 법’이다. 경제, 외교, 환경, 교육, 문화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보수주의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보수주의에 대해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려는 신념을 갖는다. 또한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밥그릇, 수구, 꼴통 등으로 이미지가 박혀버린 우리의 보수와는 확연히 다르다. 사실 한국에서 보수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선 더더욱 그렇다. 보수가 사라졌다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상대가 있어야 발전한다. 권투선수가 섀도 복싱(혼자 하는 연습)만 백날 해본들 실력이 늘지 않는 것과 같다. 저자는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동당 당원이었지만 자신은 보수적 가치에 더 끌렸다. 저자는 “사회에 대한 아버지의 불만은 근거가 탄탄했다”고 봤지만 불만 해소를 위해 취했던 “아버지의 방식은 꿈”이었다고 평가한다. 사실 변화와 발전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견해차란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은 대부분 진보의 해석과 다른 논리들로 점철돼 있다. 계급을 설명하는 대목이 그 예다. A는 B보다 돈이 많다. 이 단순한 사실, 그러니까 누가 누구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불의가 시작됐다고 보는 이는 없다. 한데 A가 유산계급에 속하고 B가 무산계급에 속할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 A가 B와 그가 속한 계급을 희생시켜 부자가 됐다는 선동이 시작된다. 다른 요인들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다. 예컨대 A와 B 간 노력의 차이, 능력의 차이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리와 응분의 몫은 쏙 빠지고 계급과 평등만 중요하게 다뤄진다. 보수의 적은 보수라고 한다. TV에서 이미지화된 우익 시위대들이 보수의 전부는 아니다. 진보, 과격, 좌파, 용공이 이음동의어가 아니듯, 보수, 수구, 꼴통 역시 같은 맥락의 단어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문제는 사회주의의 확립보다 합리적 보수를 사회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무늬만 보수’가 설 자리를 잃게 될 테니 말이다. 책이 내세우는 ‘보수 똑바로 보기’는 그런 점에서 가치가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일본, 과거사 문제 · 군사 정보 교류 등 외교적 성과 무산될까 고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하자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나 군사 정보 교류 등에서 그간 거둔 외교적 성과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탄핵안 체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한국 정세를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양국간 외교 현안으로는 ▲ 작년 12월 도출된 한일(위안부) 합의의 후속 조치 ▲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 지난달 23일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의 가동 ▲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등이 꼽힌다. 일본측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한일 합의의 후속조치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이 다른 곳으로 이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작년 2월 종결된 한국과 일본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한국 국내 상황이 영향을 미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GSOMIA의 경우 이미 발효를 했지만 본격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한국측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19~20일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탄핵안 국회 의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자 사실상 한동안은 개최가 힘든 상황이 됐다. 탄핵안 통과에 대한 일본의 우려에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일본이 한국과의 외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의 향방과 관계없이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되는 경우 이 같은 성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지난해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백지화·재협상 등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GSOMIA에 대해서도 “국정운영 자격도 없는 대통령에 의한 졸속·매국 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대일 외교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한 지도자’라고 칭하며 “박 대통령이 한일(위안부) 합의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개선을 추진했고 양국이 방위기밀을 공유하기 위한 GSOMIA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의 한일 간 안보협력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합의 이행 여부가 (향후 정치 상황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소녀상의 이전 문제를 포함한 한일합의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차기 정권에서 철회될 우려가 있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중 관계 개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등으로 인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를 놓고 은근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한국의 차기 정권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한국 차기 정권은 좌파가 잡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적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이 그동안 중국측의 무성의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한일중 정상회의는 박 대통령 탄핵안 통과로 연내 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연합뉴스  
  • 탄핵으로 대통령된 테메르, 4개월 만에 탄핵 위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8월 탄핵된 이후 자리를 이어받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취임 4개월 만에 국정 혼란과 경기 침체, 부패 스캔들로 인해 탄핵 위기에 내몰렸다고 현지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2주간 반(反)부패법을 두고 입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달 30일 새벽 판사와 검사를 권한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반부패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자 법원과 검찰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며 반발했다. 개정안은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고, 선거 비자금 조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입법부의 반부패법 ‘개악’ 시도와 더불어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국민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브라질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다. 아울러 테메르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향후 20년간 재정지출을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긴축안을 추진하면서 복지·교육·치안 예산의 삭감을 우려한 국민들이 대거 시위에 동참했다. 지난 4일 브라질 전역에서는 40만명이 거리에 나오면서 8월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테메르 자신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테메르는 자신의 측근인 정무장관이 건물을 지을 수 있게 고도제한을 풀어주도록 문화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브라질 좌파 사회단체들은 테메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좌파 정당들은 서명이 모이면 탄핵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크리스토방 부아르케 상원의원은 “우리는 현재 호세프 대통령 탄핵 직전 때와 마찬가지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 나라가 혼란에서 빠져나올 기약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탄핵 D-1’ 보수단체 “탄핵 반대… 새누리당 100만명 당원 가입운동”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8일 보수단체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 6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백만인 새누리당 당원 가입운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탄핵 사유가 없는데 촛불 광풍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까지도 탄핵에 가세하고 있다”면서 “100만명 새누리당 당원 가입으로 당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져 전면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좌파의 겁박이 두려워 탄핵에 합류하는 국회의원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탄핵에 가담한 새누리당 의원을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새누리당사 앞으로 이동해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같은 시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은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집회 참석자들은 ‘진상규명 없는 탄핵 반대’, ‘좌파 눈치 보는 의원은 탈당하라’, ‘친박·비박 단결하라’ 등의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쳤다.  박종화 대한민국애국연합 회장은 “태블릿PC는 최순실 것이 아닌 김한수 행정관 것”이라며 “잘못된 검찰의 기소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 시도를 중단하고 태블릿PC 주인이 밝혀질 때까지 탄핵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7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컨트롤타워 없는 정치·경제… ‘한국식 성장모델’ 절실하다

    [제7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컨트롤타워 없는 정치·경제… ‘한국식 성장모델’ 절실하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파도다. 보호무역주의 대두, 4차 산업혁명 도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데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정 농단으로 성난 촛불 민심은 낡고 부패한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제경제 전환기, 우리 경제가 나아가 길’을 주제로 제7회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철 KBS PD 등 4명의 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맡았다. 1. 우리 경제는 어디에 와 있나 정경유착·부패에 발목… 외환위기 때보다 최악의 상황 사회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1997년 이른바 ‘IMF 사태’ 등 앞선 위기들과 비교할 때 지금은 어느 정도인가. 권태신 원장 외환위기를 전후로 재정경제원 국제금융심의관과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외환위기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환란이었다.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것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이회창·이인제 등 유력 대선 후보, 국회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를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 350만 가구가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해 30억 달러를 모았다.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단합이 잘됐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고 한국 국채를 앞다퉈 사들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상황이 훨씬 나쁘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없고 여야뿐 아니라 여당도 쪼개져 있다. 2008년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일본식 장기 침체 우려마저 나온다. 신관호 교수 한국 경제는 1980년대 말부터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연간 10%씩 성장하던 때라 정부와 기업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정부는 성장 둔화를 만회하려고 무리한 정책을 많이 폈다. 소위 관치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을 부실화시키면서 재벌 기업에 자금을 몰아줬다. 더 나아가 국외 자본까지 자유화하면서 외자가 밀려 들어왔다. 그 결과가 외환위기로 나타났다. 상당한 경제적 위기였지만 많은 제도적 개선을 이뤘다. 그렇지만 그 이후 구조 개혁이 미뤄지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최병일 교수 저는 좀 생각이 다르다. 우리 경제는 경제 규모나 국제화 수준이 총량적으로는 이미 선진국 초입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삶도 상당히 풍요해졌다. 문제는 이게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연 2~3%의 성장으로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진보정권 10년, 보수정권 9년 동안 이 문제를 풀지 못해 미래가 암울해졌다. 김영철 PD 2004~2005년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도달한 뒤 3만 달러의 벽을 왜 뚫지 못했을까. 그 의문이 최근 풀린 것 같다. 현재 드러난 국가 리더십 실종, 정경유착과 부패 등 후진적인 행태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인 우리 경제 체급에 맞지 않는 불합리하고 진작 떨쳐 버렸어야 했던 구태가 우리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1997년과 2008년 위기보다 지금의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보호무역을 내세운 미국 리더십이 등장하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 다툼이 시작되는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사령탑이 없고 국제적인 국가 이미지, 기업 신인도가 한순간에 20~30년 전으로 후퇴해 버렸다. 총체적인 위기가 아닌가 싶다. 2.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국민공감 있어야 개혁 가능… 기득권 나서 고통 분담을 사회 정부는 수십년째 서비스 산업 활성화 대책, 내수 활성화 대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 패키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는데도 우리 경제는 늘 어렵고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권 원장 개혁의 필요성은 다 안다.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고 집행하느냐의 문제다. 사회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자기 기득권만 주장한다. 적절한 타협과 조정의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조정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다. 그래서 매번 똑같은 서비스 산업 활성화, 신성장 동력 대책이 나오고 진전이 없다. 결국 개혁 추진 의지와 동력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사회 저항을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이끌어 냈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사회민주당 소속 좌파 총리였음에도 ‘하르츠 개혁’, ‘어젠다 2010’을 수립해 독일 경제를 일으켰다. 우리도 기득권이 각자 양보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힘들더라도 고통을 나눠야 한다. 노동시장이 개혁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늘고 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 만든 일자리가 100만개 이상이다. 신 교수 정부 관료들 똑똑하고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지만 실현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지지를 받으며 개혁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체제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규제 철폐를 예로 들어 보자. 규제가 없어지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지만 규제 보호를 받던 이익집단은 피해를 본다. 이들이 반대하고 나서면 규제를 없애기가 어려워진다. 국민 공감이 있어야 개혁할 수 있다. 최 교수 서비스, 문화, 신성장 동력 등이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다. 이 분야의 정책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기존 정책을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국가 미래 비전이 없다. 그렇다 보니 각자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쁘다. 특히 노동 분야의 갈등이 심하다. 노사가 서로 비난만 해선 안 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덕을 발휘하고 노조 역시 공생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드는 데 협조해야 한다. 김 PD 저는 좀 다른 관점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같은 당이 집권해도 5년마다 경제의 기치가 바뀐다. 이를테면 ‘녹색성장’에서 ‘창조경제’로 말이다. 정치가 인기 영합주의로 흐르면서 우리 경제를 체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북유럽은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단기적으로 무슨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민 피부에 안 와 닿는다. 차라리 10개년 경제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정권을 떠나 꾸준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3.국민소득 3만弗 시대, 적합한 모델은 우리 체질·문화에 맞는 지속가능한 모델부터 찾아야 최 교수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산업화와 선진화를 이룬 나라에서는 갈등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 타협이 안 되는 갈등을 상수로 생각하고 이대로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우리 기질에 적합한 한국식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기질적으로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화가 나도 감정을 삭이고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일단 화가 나면 풀어야 하지 않나. 경제 주체가 노력을 기울였을 때 합당한 보상이 돌아오는 시스템이 돌아갈 때 구조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다소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민들이 정부 개혁을 지지할 수 있다. 사회 한국식 성장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김 PD 싱가포르 모델을 생각해 볼 만하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가 부정부패 척결, 토지 국유화, 분배 정의를 실현하면서 국민소득 5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지금 우리도 한국 경제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할 시점이다. 최근 국정 농단과 관련해 개헌 논의가 있지만 정치상황이 아니더라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시점에 적합한 정치제도는 무엇인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경제·복지 국가 모델이 무엇인지 논의해 봐야 한다. 우리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으면서 분배가 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정치가 혼란할 때 잃는 것도 있지만 사회를 확 바꿀 수 있는 새 의견이 모이는 장이 마련될 수도 있다. 최 교수 우리는 1997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기업 부채가 줄었고 그 덕에 2008년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 반면 이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약화됐다는 반론도 있다. 일자리와 복지에서 지속 가능한 국민소득 3만 달러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지구상 어느 성장 모델도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북유럽 복지 모델의 근본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이다. 좀비기업을 시장에서 쫓아낸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게 가능할까? 싱가포르는 분배가 가장 악화된 나라다. 싱가포르처럼 하려면 관료 월급을 5배 늘리고 공무원 숫자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 정서에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체질과 문화에 맞는 성장 모델이 무엇인지 진작부터 고민했어야 한다. 이는 지식인의 책임, 담론의 실패다. 정치 경제의 지속 가능한 모델, 선진국으로 뿌리내릴 수 있고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향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4.우리 경제에 희망이 있다면… 우수 인적자본·4차산업 혁명·정치 리더십 ‘3박자’ 갖춰라 사회 우리가 가진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 아닌가. 신 교수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연간 성장률이 항상 상위권에 들었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나라다. 한국의 인적 자본은 상당히 우수하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해 왔다. 최근 경향을 보면 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경제적 가치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도 인터넷이 보급됐는데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를 이용할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새 기술이 들어왔을 때 감당할 인적 자본이 갖춰져 있다. 권 원장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후진국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자본을 투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4차산업이다. 애플, 페이스북을 보면 특별한 기술보다는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을 펼쳤다.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인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업인이 나오려면 하향 평준화된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김 PD 해외 언론 동향을 보면 한국과 그리스의 정권 규탄 시위를 많이 비교한다. 우리는 100만명이 넘게 거리에 나와도 평화롭지만 그리스는 폭력적이기가 전쟁에 버금간다고 한다. ‘시민은 깨어 있다’는 게 하나의 위안거리다. 우리는 정보기술(IT)에 강점이 있다. 기술 습득력이 빠르다. 개인의 인터넷 정보 활용 능력은 세계 최고다. 앞으로 전자기기와 통신이 기존 농업, 제조업과 만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IT 융합 산업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런 4차산업 분야에 정치 리더십만 잘 갖춰지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 교수 IT 기반에 도취돼선 안 된다. 정보화를 이뤘지만 IT를 기반으로 10년간 이룬 성과가 없다. 일례로 4차산업을 이끄는 기업 중 한국 기업이 없지 않은가. 한국어에 기반을 둔 IT 서비스는 성장하기 어렵다. 네이버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기반으로 시작한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이 분야는 정부가 손댈수록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업이 잘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10대 유망 산업을 발굴하는 식의 정부 정책은 한물갔다. 적절한 맨파워를 기르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佛 여당 올랑드 대신 발스 총리 대선 출마 선언

    佛 여당 올랑드 대신 발스 총리 대선 출마 선언

    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마뉘엘 발스(54) 총리가 5일(현지시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대신해 차기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스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파리 근교 에브리시 시청에서 내년 1월 실시될 사회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발스는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내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 후보를 제치고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분열된 좌파가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발스는 6일 선거 운동을 위해 총리직에서 물러났으며 올랑드는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을 후임 총리로 임명했다. 발스는 사회당 경선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사회당 후보로 유력시되지만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제1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르펜에 이어 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발스는 범죄와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하고 경제적으로는 시장친화적 태도를 보여 좌파 사회당 내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발스는 2014년 총리 취임 후 기업 감세와 상점 일요일 영업 허용, 35시간 근무제 완화 등 친시장적 정책을 추진했다. 또 그는 무슬림 여성복장인 부르카와 전신수영복 부르키니의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데 찬성해 보수 우파와 같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文보다 중도층 포션 더 많아… 국민들 ‘변화’ 부합하는 사람 지지”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文보다 중도층 포션 더 많아… 국민들 ‘변화’ 부합하는 사람 지지”

    이쯤되면 ‘이재명 현상’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기 전인 10월 초순, 이재명(54) 성남시장은 지지율 5% 안팎의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선수)이었다. 하지만 여의도의 구태에 실망한 대중들은 이 시장의 거침없는 화법·행동에 열광했고, 어느새 15~17%의 지지율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빅3’의 반열에 올라섰다. 6일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에 따르면 지난 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한 결과 이 시장은 17.2%로 문 전 대표(18.6%)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 총장은 15.2%,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5.1%에 불과했다. 전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시장은 14.7%로 문 전 대표(20.8%)와 반 총장(18.9%)의 바로 뒤였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방송인터뷰에서 “이 시장이 민의를 재빠르게 읽었다. 앞으로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시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정치에 동원되는 종적(從的) 존재였다면 이젠 주체가 됐다”면서 “필리핀의 극단적 사례부터 영국, 미국을 보고 우리 국민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고, 국민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는데 경륜도 부족하고, 변방에 있지만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승세의 원인으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해석이 필요 없는 서민의 언어 ▲성남시정 공약 이행률이 96%에 이르는 언행의 일관성 ▲불평등·불공정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꼽았다. 이 시장과의 인터뷰는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과격한 좌파’ 이미지에 대해 이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문 전 대표보다 중도 성향 지지층의 포션이 많다”며 ‘확장성’을 자신했다. “중도층 내지 부동층은 정치적 지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무조건 (기호)1번, 2번이 아니다. 이익에 들어맞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개혁 진영이 개혁 정책 들고 나와야지, 중간쯤에서 애매하게 포지션 이동하면 믿겠는가. 아양 떠는 방식으로 나오면 똑똑한 중도는 의심한다. 국민을 바보로 알지 마라.” 이 시장은 법인세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도층을 설득하려면 ‘우클릭’이 아니라 ‘개혁정책을 통해 당신들이 득을 본다’고 설득해야 한다”면서 “법인세를 영업이익 500조원 이상 440개 기업을 대상으로 30%까지 올린다면 15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 소득세도 과세표준 10억원 이상은 3700명 정도뿐인데 세율을 50%로 올리면 2조 5000억원의 세수가 더 생긴다. 이 재원으로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면 왜 안 찍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재벌을 기득권으로 규정해 온 이 시장은 ‘재벌 해체’가 아닌 ‘재벌 체제의 해체’를 주장했다. 이 시장은 “5%의 지분도 갖지 못한 소수 재벌 가문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도록 부당한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을 ‘전국구’로 만든 건 청년배당 정책을 둘러싼 중앙정부 및 보수진영과의 갈등이다. 청년배당이란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당 12만 5000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을 대선 공약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만 24세에게만 지급하지만 만 22~23세를 포함해 지급 대상을 넓혀야 한다. 전국적으로 65만명에 1조 8000억원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혁파 대상인 기득권자들이 회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핵이 일단락되기까지는 반대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개헌 자체에는 찬성했다. “개헌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70년간 누적된 불평등을 뜯어고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건국을 완성하고, 헌법에 나온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는 계기인데 의회 중심 구조(내각책임제)로는 기득권 구조를 바꿀 수 없다. 수평·수직적으로 분권을 강화하는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걸고 국민 선택을 받아야 한다.” 최근 ‘사이다(이재명)-고구마(문재인)’ 비유로 화제가 된 문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이 시장은 “경쟁하되, 적이 아닌 동지”라고 규정했다. “‘고구마·사이다’ 얘기는 원래 음식 종류를 말한 게 아니라 기능에 대한 비유였다. 인터넷 등에서 ‘이재명은 핵 사이다(시원시원하다는 뜻)’라는 얘기가 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사이다는 마셔도 배부르지 않다’며 음식의 종류인 것처럼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 재미있으려고 한 이야기인데 오히려 고구마가 돼 버렸다. 조지 레이코프(미국 인지언어학자)가 했던 ‘코끼리’(‘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최악의 대응은 공격을 반복하면서 방어하려고 하는 것이란 뜻) 비유처럼 상대 프레임에 빠져선 안 된다. 아무리 변명이 좋아도 딱 걸린다. 아무 (나쁜)뜻은 없었다.” 반면 반 총장에 대해 “후보 명함도 못 낼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흙’이 너무 많이 묻었고 공직을 하는 동안에 남긴 실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시장은 야권의 불모지인 경북 안동 출신이란 점을 ‘기회요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수도권은 물론, 호남과 영남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영남 출신의 가능성과 호남의 민주주의 정신을 살리면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다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영남에도 합리적 보수, 개혁 세력이 상당하다”면서 “호남도 국민의당으로 지지가 갈렸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가진 몫(지지율) 이상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외교 안보 분야는 아직 공약을 가다듬는 단계는 아니지만, 원칙은 단단해 보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등거리 균형외교’를 강조했다. “한·미 동맹은 확대 발전시켜야 하지만 미국에 경도돼선 곤란하다. 미·중 사이에서 ‘고래 등에 낀 새우’처럼 이쪽저쪽 붙으면 망한다. 중심을 분명하게 잡고 등거리로 풀어야 한다. 중국에 필요한 부분은 미국 핑계를 대고 얻어야 한다. 반대로 중국이 부당한 요구를 하면 미국을 받침대로 거절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한다면 주한미군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합리적 배분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전시작전권 환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완성시켜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회 비준을 받지 않으며 안 된다. 헌법 위반”이라며 “1년 단위로 갱신을 해야 하니까 내년에 안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되돌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만약 설치 전 단계면 한·미 연합훈련이나 유사시에만 이동식으로 설치하는 정도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상황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북한이) 이런 좋은 자원과 인력과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없다”면서 “국가의 최우선 가치는 평화다.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 더럽고 자존심이 상하고 돈이 많이 들더라도 평화가 낫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인 ‘모병제’ 논란에 대해선 “직업군인, 즉 전투전문요원 10만명을 운용하면 의무복무병을 현재 43만명에서 23만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렌치 伊총리 불명예 퇴진...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왜?

    렌치 伊총리 불명예 퇴진...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왜?

    마테오 렌치(41) 이탈리아 총리가 지구촌을 휩쓰는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된 또 한 명의 정치 지도자가 됐다. 상원의원 수와 권한 축소,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놓고 4일 치러진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렌치 총리는 취임 2년 9개월 만에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공언해온 것이 부메랑이 됐다. 2009년 피렌체 시장에 당선되며 이탈리아 정계에 이름을 알린 렌치는 훤칠한 외모에 청바지와 가죽점퍼, 복고풍 선글라스 차림을 즐기고 소셜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히는 참신함으로 취임 초기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2014년 2월 중도좌파 집권 민주당의 내부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며 서른 아홉살의 나이로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인 개혁 조치를 강조하며 기존 관행을 깨뜨리는 개혁 작업에 나섰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노조의 반발에도 쉬운 고용·해고를 보장하는 시장 친화적 노동개혁을 이끌어냈고 교육 개혁과 사법 개혁도 추진했다. 일련의 개혁 작업으로 ‘로타마토레’(파괴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이탈리아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2차 대전 종전 뒤 70년 동안 63차례나 정부가 바뀔 만큼 불안한 정치 체계를 안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상원 축소와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마련했다. 올해 초만 해도 개헌안에 대한 찬성률이 60%를 넘어 국민투표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자신감에 넘친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총리직을 거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 스스로를 옥죄고 반대파에 빌미를 주는 자충수가 됐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수도 로마와 이탈리아 제4도시 토리노 시장을 차지하며 기세가 오른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M5S)을 비롯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전진이탈리아(FI), 극우성향 북부리그 등 야당들은 이 발언을 놓치지 않고 국민투표를 렌치에 대한 신임 투표로 몰고 갔다. 가끔 건방지고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렌치 총리에 대한 반감을 불만을 품고 있던 민주당 내 소수파도 개헌안에 반기를 들면서 렌치 총리는 어려운 투표 운동을 벌였다. 여기에 지난 6월 말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지난 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지구촌에 분 포퓰리즘 바람은 기득권 엘리트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렌치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 선동에 능한 오성운동의 창시자 베페 그릴로, 트럼프 당선인처럼 반이민,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는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지지세력 결집에 이용하며 렌치를 상대로 총공세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찬성이 반대를 10%포인트 가까이 상회했던 여론조사 결과는 시간이 갈수록 반대 진영 우세 쪽에 힘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조사에서는 찬반이 팽팽해지더니 10월부터는 급기야 반대가 소폭 앞서기 시작했고 여론조사 최종 공표일인 보름 전 발표된 조사에서는 반대가 찬성을 5∼11%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로마 루이스 귀도 카를리 대학의 지오바니 오르시나 정치학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렌치가 젊은 개혁론자에서 기득권층으로 인식된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스트리아 대선 중도좌파 판 데어 벨렌 승리···극우 물결 차단

    오스트리아 대선 중도좌파 판 데어 벨렌 승리···극우 물결 차단

    오스트리아 대통령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녹색당 전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이 극우 성향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를 누르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개표에 근거한 오스트리아 ORF방송의 1차 추정에 따르면 판 데어 벨렌은 53.6%의 지지를 얻어 46.4%에 그친 극우 호퍼를 큰 격차로 앞섰다. 호퍼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우 슬프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판 데어 벨렌에게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판 데에 벨렌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와 평등, 연대에 바탕을 둔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대선 개표 결과는 이르면 5일 저녁 늦게, 늦으면 6일 오전에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월 치른 대선에서 1차 투표 때 2위를 차지한 판 데어 벨렌은 지난 5월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0.6% 차이로 호퍼 후보에 승리했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 부정 의혹으로 재선거를 치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이날 다시 선거가 실시됐다. 국민당과 사민당, 노동계도 판 데어 벨렌의 당선을 환영했다.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판 데어 벨렌은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고향은 오스트리아 빈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네덜란드계 러시아인과 에스토니아인이다. 그의 부모는 스탈린 체제 아래에 있던 소련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넘어온 난민이었다. 판 데어 벨렌은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녹색당 대변인과 당수를 지냈다. 이번 대선에는 자유당에 맞선 중도좌파 진영과 무소속 연대 세력의 후보로 나왔다. 그는 대선 결선투표에서도 여론 조사에서 호퍼에 밀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데 이어 이날 재선거에서는 초반 개표 결과이기는 하지만 큰 격차로 앞서면서 승리를 사실상 눈앞에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당과 사민당 등 양대 정당 후보가 1차 투표 때 호퍼에게 큰 차이로 밀리면서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자칫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정당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5월 결선 투표 때도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반발해 판 데어 벨렌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호퍼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호퍼가 속한 자유당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정당이다. 영국 BBC는 “내년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에서 반이민, 반주류 기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오스트리아의 선거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판 데어 벨렌이 오스트리아 극우 바람을 잠재우면서 유럽연합(EU)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호퍼가 당선돼 오스트리아까지 EU 탈퇴를 거론하는 국면을 맞게 되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이은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사탄의 자녀들아. 너희는 극도로 불쾌하고 더러운 민족이다. 악한 너희에게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정화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와 새너제이 등지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3곳에 이런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가 배달되자 300여만명에 달하는 미국 이슬람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앞서 19일에는 워싱턴 DC의 한 강연회에서 리처드 스펜서(38) 미국 국가정책연구소(NPI) 대표가 “미국은 과거 세대까지 백인의 나라였다”는 내용으로 연설해 논란이 일었다. 참석자 200여명은 오른손을 앞으로 치켜세우며 “트럼프 만세”(Hail Trump), 우리 국민 만세”(Hail our people)를 외치며 열광했다. ‘트럼프 만세’는 히틀러 만세(하일 히틀러·Hail Hitler)와 같은 나치 구호에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을 대입한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불거지자 “나는 이 같은 단체를 거부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8챈(8chan)에 올라온 유대인 비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데 활용한 전력도 있다. 문제의 사진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육각형 별 안에 ‘역대 가장 부패한 후보’라는 글과 클린턴의 얼굴을 게재했고 뒤에는 달러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는 유대인이 돈, 부패와 연관돼 있다는 나치식 편견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지속되자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트럼프 만세”나치 구호에 미국판 ‘일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구 사회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반(反)이슬람, 반(反)이민,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우익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브 배넌(62)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내정되자 반(反)이민 국수주의를 내세운 ‘대안 우파’(알트 라이트·alternative right)가 주목받고 있다. 대안 우파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직후 보수 우파 철학자 폴 고트프리드가 미국에서 대안적인 우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이는 워싱턴의 공화당 주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와 반(反)이슬람·반(反)유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와 구별된다. 대표적인 대안 우파 활동가인 리처드 스펜서는 “흑인은 문명에 거의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않았다. 흑인 인종 학살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조지 홀리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안 우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 뚜렷한 형태가 없는 사상 집단이나 기본적 핵심 가치는 백인 민족주의”라며 “백인 중심의 정치로 이민자를 내쫓고 백인만의 미국만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안 우파는 나치, KKK, 국가동맹과 같은 기존 백인 우월주의 집단과 달리 인터넷, SNS와 같은 디지털 통신 수단을 적극 활용해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있다면 미국의 극단적 청년은 8챈이나 4챈(4chan) 등의 사이트를 통해 유머나 카툰, 이미지를 유포하며 적개심을 표출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 열풍에 발맞춰 유럽에서도 유사한 우익 포퓰리즘과 ‘이슬람 혐오’ 정서가 정치권에서 점차 힘을 얻어 가는 형국이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기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41) AfD 대표는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연 10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 착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스트리아, 유럽 첫 극우 대통령 예고 AfD는 지난 9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내년 9월 총선까지 지지세를 이어 가면 중앙 정계의 기민당, 사민당, 기사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정당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일 오스트리아 대선을 앞두고 극우성향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면서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이 예상된다. 호퍼 후보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EU가 더욱 중앙집권화된 모습으로 내정에 간섭하면 오스트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이자 세 번째로 큰 정당 자유당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르스(53)도 2014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네덜란드에 모로코인 숫자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인종 차별과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기소 이후 빌더르스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유당은 1당이나 2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48) 대표는 트럼프 당선과 같은 열풍이 프랑스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져 집권 좌파 사회당의 몰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르펜이 내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2) 후보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민족국가 향수 부르는 세계 불황 서구 사회를 휩쓰는 백인 민족주의 열풍은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한 경제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영국 저소득층이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같이 세계화에 대한 비관론이 과거 민족국가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존 F 케네디 연구소의 마누엘 펀케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CNBC에 “1870년부터 2014년까지 역사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약 30%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유권자들이 소수자나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백인 민족주의는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던 기독교 기반의 백인이 비주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백인(히스패닉계 제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2065년이면 과반 이하인 4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히스패닉은 14%에서 24%로, 흑인은 12%에서 14%, 아시아계는 6%에서 13%로 늘어나 ‘백인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교적으로는 미국의 무슬림 인구가 현재는 1% 미만이지만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1%로 늘어나 기독교(66%)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종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는 1990년 유럽에서 인구의 4%를 차지하던 무슬림 인구가 2010년 6%로 늘었고 2050년에는 1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471만여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7.5%를 넘어섰고, 독일은 476만여명으로 5.8%에 달한다. 칼레드 압부 엘 타플 UCLA 로스쿨 교수는 ABC 방송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식 구호는 기독교도 백인이 국가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소유권을 재확인하고 (다른 인종은 후진적이므로 백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백인의 ‘명백한 운명’ 논리와 같은 인식”이라면서 “이는 이슬람뿐 아니라 중국계,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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