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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중산층 등장… 2012년 체제 고비”

    “현대화의 물결이 조금씩 일고 있지만 아직은 1950년대 공산주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대 현안은 김씨家 3대 세습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20일(현지시간) ‘시간을 초월한 북한에서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르포를 실었다. 신문은 이 ‘마지막 붉은 제국’을 때론 거시적으로 때론 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르포를 작성한 르 피가로의 베이징 특파원은 북한의 이미지를 을씨년스럽게 그렸다. 검붉은 옥수수 밭에서 삼각 모양의 나무로 된 지게를 진 아낙네들의 모습 등에서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의 우울한 그림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어 시선을 정치, 사회 문제로 돌려 북한의 최대 현안으로 “김씨 가문의 3대 세습 문제”를 꼽았다. 김정일의 막내아들인 김정은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찬양가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그가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후계 문제를 포함해 북한 체제의 안정은 김일성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때까지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세계 첫 ‘공산 왕조’의 계승 문제는 다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체제를 공고히 하고 유엔 제재로 인해 심해진 경제적 좌초를 막아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휴대전화 올 출시… 5만대 이용 르포는 주목할 만한 사회 현상으로 북한의 중산층 등장을 꼽았다. 그 사례로 북한 가이드들이 자랑했다는 휴대전화가 올해 처음 출시됐음을 들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사가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현재 5만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은 평양에 한정돼 있지만 6~7개 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밖에 평양과 남포를 잇는 8차선 고속도로 ‘젊은 영웅’에서 트럭 한 대도 볼 수 없었고 1960~70년대 설비가 정비도 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동안 강요된 규칙 때문에 “보여주는 것만 보거나 흘깃흘깃 훔쳐서 볼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세종시 원안 수호에 단체장 나서라”

    세종시(행정도시) 건설이 좌초 위기에 처하자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충남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 무산 음모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충남도청 정문과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각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건설계획의 원안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단체장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충청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장이 세종시 무산 움직임에 총력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충남도의회도 이날 임시회에서 ‘세종시 원안추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이를 청와대·국회·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 등에 보낼 예정이다. 의회는 건의문에서 “세종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이라며 “전·현직 대통령이 약속하고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한 세종시 건설을 수정·축소하려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특별법에 명시된 9부2처2청을 이전하지 않으면 124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무산될 것”이라며 세종시를 수정·축소할 경우 500만 충청인이 힘을 합쳐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는 14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행정도시 무산음모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이 촛불집회를 무기한 계속하기로 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산으로 가는 한강 공연유람선?

    산으로 가는 한강 공연유람선?

    ●유람선 도입 3차례 연기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에서 예술공연을 관람하는 서울시의 ‘공연유람선’ 사업이 결국 좌초 위기를 맞았다. 민간 사업자가 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유람선 건조조차 하지 못하고, 개장일이 3년째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불확실한 민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사업이 무산될 지경에 이르자 이번에는 예산 150억원이 소요되는 비슷한 내용의 ‘한강투어선’ 사업 계획안을 슬그머니 내놓았다. 서울시는 ‘공연유람선 사업’(가칭)의 운영개시 계약이 ‘배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오는 15일 종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 1일 사업자인 ‘C&한강랜드’ 측에 사업해지를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아울러 이달 안에 새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무기한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람선 도입 시기는 2007년 10월, 2008년 6월에 이어 올해 10월까지 세 차례나 연기됐다. 3년 전 150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며 운행권을 확보했던 사업자는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C&한강랜드는 계획대로 자금확보가 어렵자 3분의1에 가까운 내부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서울시에 개장일 연기를 계속 요청하더니 끝내 지난 6월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에 회사 자체를 매각하는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교원공제회 측은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며 고개를 돌렸다. ●예산 150억원 새 한강투어선 사업 서울시는 지난 3년여동안 사업자인 C&한강랜드로부터 유람선 운영계획안조차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도 사업자 측에 계약불이행에 관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사업해지에 대한 법률적 대비를 했다. 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 미리 감지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시 공무원들에게 공연유람선 담당은 기피 업무였다.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의 직원 36명 중 2명에 불과했던 계약직과 별정직 직원은 각각 15명과 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느닷없이 ‘한강을 오가며 연극 등 공연을 즐긴다’는 한강투어선 계획안을 발표했다. 다만 사업비 전액을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존 공연유람선과 이름과 운영범위 등만 살짝 다르고 내용과 계획은 판박이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 부풀리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처사”라면서 “공공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간 과정을 투명하게 점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좌초했던 美순양함, 다시 바다로…

    좌초했던 美순양함, 다시 바다로…

    미해군은 6일, 순양함 ‘포트로열’(CG-73 USS Port Royal)이 7개월 간의 수리를 마치고 지난달 24일 복귀했다고 밝혔다. 포트로열함은 지난 2월 5일, 모항인 진주만에 입항하던 중 좌초하면서 큰 피해를 입어 수리를 받아왔다. 포트로열함은 이번 수리기간 중 미해군 순양함으로는 처음으로 연비를 향상시키는 신형 방오페인트를 칠하는 등 일부 성능개선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전투에 대비해 많은 인원이 승조하는 군함이 좌초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따금 항로를 잘못 잡거나 좁은 수로를 벗어났을 때 포트로열함처럼 좌초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미해군 전함 ‘미주리’(BB-63 USS Missouri)함. 1950년 1월, 쿠바연안에서의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던 미주리함은 수로를 이탈하면서 수심이 4m에 불과한 뻘에 좌초해버렸다. 만재배수량이 5만 8000톤에 달하는 거함이 좌초한 탓에 연일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미해군은 구조작업을 서둘러 결국 20여일 만에 미주리함을 끌어냈다. 이번 포트로열함의 좌초 역시 정해진 수로를 벗어나면서 생긴 사고로, 사고 직후 미해군은 구조함을 파견해 나흘만에 배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포트로열함의 함장 존 코럴 대령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트로얄함은 최초의 이지스함인 ‘타이컨데로가’(CG-47 USS Ticonderoga)급 이지스 순양함의 27번째 함이다. 만재배수량은 약 9600톤이며, 길이는 173m에 이른다. 사진 = 미해군   서울신문 나우뉴스 군사전문기자 최영진 zerojin2@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판치는 건보증 대여… 재정 줄줄 샌다

    건강보험 재정이 새고 있다. 1989년 전국민 대상의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잊혀지다시피 한 ‘건강보험증 대여’ 문제 때문이다. 27일 보건복지가족부와 해외교포들에 따르면 국내에 단기체류하는 교포나 건보 체납자, 외국인, 심지어 불법체류자나 노숙자까지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타인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명의를 도용해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의료기관의 본인 확인절차는 말 그대로 ‘형식’에 그치기 때문에 이들을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 3개월 미만으로 단기체류하는 해외교포의 상당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지인이나 가족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등록해야 하는 조선족도 국내인과 외모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불법체류자의 경우 사업주나 함께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한다. 건보료를 장기 체납하고 있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돼 건강보험증을 빌리는 사례도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보공단이 2005~07년 2월 중순까지 적발한 건강보험증 대여 실태 219건을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증 대여는 지인을 통하는 경우가 71.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머지는 친인척(26.5%), 사업주(2.3%) 등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증을 대여하다 적발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일부는 ‘자발적 신고’에 의한 것이어서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파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본인 확인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의료기관에 부과시키는 부분이 책임 소지 논란으로 비화돼 결국 입법이 좌초됐다. 이후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혜택을 보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일반 가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장가입자 이모(34)씨는 “누구는 돈을 내고 누구는 돈도 내지 않고 건강보험증 명의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기막힌 현실”이라면서 “정부는 도대체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정현용 이민영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북핵 그랜드바겐 다자간 정교한 접근을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오찬 연설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대타협,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통합된 접근법이 나와야 한다.”면서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 지원을 제공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식이 아니라 주고받기 식의 상호 대등한 개념임을 강조하기 위해 쓴 표현으로, 내용에 있어서는 종래의 ‘포괄적 패키지’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관건은 포괄적 패키지이든, 그랜드 바겐이든 표현 방식이 아니라 내용의 실효성일 것이다.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북한과 국제사회는 북·미 제네바 합의와 6자회담 9·19 공동선언 등 숱한 합의와 파기, 북의 핵실험과 대북 제재를 되풀이하며 뫼비우스의 띠 속을 맴돌았다. 9·19 공동선언을 통해 북핵 시설 폐기-핵 프로그램 폐기-완전 비핵화의 3단계 해법을 마련했으나 2단계 핵 프로그램 폐기 국면에서 좌초했다. 일괄타결이 어려워 택한 단계적 해결이 난관에 봉착한 지금 다시 일괄타결을 추진하겠다면 그에 상응한 목표와 전략, 그리고 관련국 간 두텁고도 치밀한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이는 북한과의 대화를 앞둔 미국뿐 아니라 우리의 과제다. 대규모 지원의 전제인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는 무엇이고, 어떤 지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가 할 것인지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북·미 대화는 이에 대한 관련국 간 공감대 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그래야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의 치밀한 논의를 당부한다.
  • [오늘의 눈]씁쓸한 미소 짓게하는 미소금융/조태성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씁쓸한 미소 짓게하는 미소금융/조태성 경제부 기자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은 2006년쯤이었다. 가난한 주부들에게 소액을 빌려 줬더니 상환율 99%에 빈곤 탈출률 58%를 기록하더라는,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실험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고서다. 이듬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정부는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은행 휴면예금을 재단기금으로 만들어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각 은행들은 20억원을 갹출해 관련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당시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가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손잡고 추진한 사업이었다. 기본자금 300억원, 운영자금 20억원을 하나은행이 출연하고 희망제작소가 운영을 맡기로 했다. 다른 사업이 300만~500만원의 생활자금을 내놓는 데 그쳤다면, 이 사업은 5000만~5억원을 빌려줘서 창업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외국에 비해 기형적으로 비대한 자영업자들, ‘통닭집 사장님’으로 상징되는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미소(美少)금융사업의 아이디어도 큰 차이가 없다. 생활자금이 아니라 창업·운영 자금으로 500만~1억원이라는, 상대적으로 큰 돈을 빌려주겠다는 게 골자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금융 소외자 800만명’이라는 현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20만~25만가구에 불과하다고 사업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미소금융사업 추진 계획이 발표된 그날, 2007년 하나은행·희망제작소 연계사업의 한 파트너였던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미소금융 재단 이사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고, 다른 한 파트너였던 희망제작소 박원순 대표는 국가정보원 사찰 의혹 제기로 고소당한 데 대해 기자회견을 열며 눈물지었다. 사찰 의혹 중에는 하나은행·희망제작소 연계사업이 국정원 압력 때문에 좌초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소금융사업이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유다. 조태성 경제부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글로벌 녹색성장의 위기/오일만 논설위원

    지난주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신성장 동력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해외 진출과 협력을 타진하는 국제 포럼이다. 한국 측에서는 계명대 이명균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환경부 산하 기후생태연구소를 비롯해 ‘카즈트란스아이막’ ‘아케엠 아그로’ 등 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참석자 명단에 없던 엘다나 사드바 카소바 환경부 차관은 1000여㎞나 떨어진 수도 아스타나에서 날아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카소바 차관은 한국의 녹색성장과 친환경 기술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하며 양국의 지속적 협력을 당부했다. 세계 9위의 석유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이 녹색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진지했다. 한국 측 참석자인 이양구 총영사는 “카자흐스탄은 환경분야를 3대 국가 핵심사업으로 지정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한국과 지속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기후변화 개도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중앙아시아를 포함해 동남아, 아프리카 등 20여개 개도국들이 지원 대상이다. 국제자원 협력기반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을 이 사업에 참여시켜 온실가스 감축기술 및 설비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3년 사업으로 1차 연도는 교육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사업의 토대를 만들고 2, 3차 연도에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부 개도국에서는 가시적 성과도 나오는 중이다. 그러나 뜻깊은 이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주무기관이 지경부에서 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뀌며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진 까닭이다. 녹색성장위가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30여개의 기후변화 전문 기관들이 그동안 어렵사리 추진한 토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예산 낭비의 전형이다. 카자흐스탄과 몽골 등 20여개 개도국 정부에 약속한 지원 계획이 백지화되면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기관들은 힘을 모아 국가 백년대계를 염두에 둔 ‘녹색성장’이 되게끔 해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MB부활’ 3대동력 있었다

    ‘MB부활’ 3대동력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달라졌다.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수심이 가득하던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지지도가 40%대를 넘기면서 자신감이 가득찬 모습으로 변모했다. 무엇이 이 대통령을 달라지게 했을까. 세가지 관점에서 되짚어 본다. 이 대통령의 민생현장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2000여명의 인파에 휩싸여 추석물가를 챙긴 이 대통령은 11일에는 강원 홍천군으로 달려갔다. 내촌면을 방문해 뙤약볕에서 고추를 따는 등 서민의 삶을 체험한 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로 이동해 농산물 거래 과정을 시찰했다. 이 대통령은 농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농사 짓는 사람과 도시 사람 사이의 중간 과정에서 이익이 많이 나는 것 같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권 2기의 틀을 갖추자마자 국정운영의 초점이 ‘친(親) 서민’으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 재래시장 방문과 현장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친서민 대통령으로 각인되는 듯하다.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서민에게 심어주려는 의도가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3 개각’에서 자신을 비판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 내정자로 껴안았다. 정적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과감하게 변신했다. 정국의 난맥상을 치유할 ‘근원적 처방’의 근간인 ‘통합과 중도실용’ 정신을 실현함으로써 엄청난 국정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 전 총장을 총리 내정자로 기용한 것은 이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 중 제일 잘 한 인사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라면서 “이 대통령이 통합, 중도, 서민정책을 완성하기 위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비생산적인 조직’이라며 거리를 두던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개각에서 한나라당 최경환·임태희·주호영 의원을 각각 지식경제부·노동부·특임 장관에 임명했다. 또한 최근 들어 한나라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여성 의원 등을 잇따라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갖는 등 여의도와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의도의 도움 없이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좌초될 수밖에 없고,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결과로 이해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MB, 여의도와 적극적 스킨십

    MB, 여의도와 적극적 스킨십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스킨십 강화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3개각’에서 한나라당 최경환·임태희·주호영 의원을 각각 지식경제부·노동부·특임 장관에 발탁한 데 이어 최근 정치인과 접촉 횟수를 늘리는 등 여의도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9일에도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조찬 회동을 가진 데 이어 한나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교감을 나눴다. 이 대통령의 이날 회동은 지난달 25일 당 정책위의장단 오찬, 지난달 27일 당 원내대표단 만찬, 지난 1일 당 소속 여성의원 오찬에 이어 연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여의도를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며 거리를 두던 이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앞으로 정례적으로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 대표뿐만 아니라 당의 다른 지도부, 중진 및 일반 의원들도 더 많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청간 소통확대를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적에 매이지 않는 초당적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인과 접촉면을 넓힐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여의도와 밀접하게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여야에 관계 없이 얘기할 만한 대상, 들을 만한 대상을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의 계절’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인 연쇄 면담은 다음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으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정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등장으로 여권의 차기 권력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합·화합’을 국정운영의 새로운 한 축으로 내세운 데 이어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내정한 상황이어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이 여권내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은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세번째다. 박 대변인은 “인사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큰 비중이 있는 만남이 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여의도의 도움 없이는 녹색성장, 행정체제 개편, 개헌, 정치개혁, 4대강 사업 등 주요 정책이 좌초될 수밖에 없고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만큼 앞으로도 정치인과의 거리를 한층 더 좁힐 전망이다. 이종락 김지훈기자 jrlee@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야구광 鄭총리님, 실투 마세요”

    “야구는 인생과 비슷하다. 9회말 2사 볼카운트 투-스리에서도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불확실성이 스릴을 높여 야구에 빠져든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말이다. 오래 전부터 그는 소문난 야구광이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1958년 동대문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초청 경기를 가졌는데 그 현장에서 ‘신내림’을 겪은 이후로 이 천재 소년은 1972년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까지 동대문구장의 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직접 관전했다. 이 열렬한 사랑은 태평양 너머까지 이어졌다. 야구 때문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 취득이 1년 늦어진 것도 유명하고 1975년 명문 컬럼비아대 교수 임용 면접에서는 야구에 관한 가벼운 질문에 대해 무려 2시간 이상 ‘열강’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욕 연고의 양키스와 메츠 경기를 200경기 이상 관전했다. 최근 이태 동안 프로야구 개막전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이 정도면 야구에 대하여 ‘9회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불확실성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경기’라는 인상 깊은 명제를 던질 만한 이력이다. 현역 지도자들 역시 ‘야구를 잘 알고 좋아하는 분’이라는 소감을 피력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대전·대구·광주 등 노후한 야구 인프라 개선에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기장 시설 개선이 국무총리가 직접 관할할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남다른 사랑과 관심이 야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의 저변을 발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 선수’라는 바람직한 방향이 체육계 일각의 구습에 밀려 좌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인 만큼 미래의 스포츠 선수들이 지금 당장 누려야 할 학습권이나 문화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기는 해도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야구계를 대변하기 위해’ 공직에 나선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국무 행정에 임함에 있어 나름의 초지를 일관되게 펼쳐나가는 모습이다. 그는 “야구란 팀 플레이이면서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이 나오는 야릇한 묘미와 매력의 스포츠”라고 말한 적 있다. 국정 역시 그와 같다. 총리직이란 ‘중도 실용’이라는 변화된 국정의 중심에 서서 그동안의 학문적 소신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시속 160㎞의 정통파 투수에 비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양한 변화구로 나라살림의 온갖 이해와 의견을 끈기와 지혜로 조정해야 하는 마운드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개혁적인 중도 실용 학자로 평가받아 왔다. 중도(혹은 중용)가 적당히 중간에 선 기회주의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가 공 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듯이 평소 자신의 경세관과 정치 철학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하여 ‘역시 야구를 사랑한 사람이라서 확실히 다르구먼.’ 하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야구를 열렬히 사랑했던 소신 있는 학자가 노회한 정객이나 관료들에게 휘말려 제 페이스를 잃고 강판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한국인 4명 탄 화물선 좌초

    한국인 4명, 필리핀인 15명 등 모두 19명의 선원이 탄 파나마 등록 화물선 ‘MV 헤라호’가 필리핀 중부 해역에서 좌초됐으나 전원 구조됐다고 AFP통신이 7일 보도했다. 4189t 규모의 이 선박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중국으로 목재를 운반하던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켜 필리핀 사마르주 동부 해안에서 좌초됐다. 긴급 조난 신호를 받고 출동한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인근 해역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 중이던 선원들을 발견, 구조했다. 윌프레도 타마요 해안경비대장은 “필리핀의 다도해 연안은 열대성 폭우로 인해 해상사고가 빈발하는 편이라 모든 선박이 유지보수와 운항수칙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新일본시대] 50년추진 초대형 댐·우정 민영화 재검토

    │도쿄 박홍기특파원│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벌써부터 자민당 정권의 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50년 이상 추진돼온 대규모 댐 건설 사업이 일단 중지된 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최대 개혁으로 꼽히는 우정(郵政) 민영화 작업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내년도 예산안도 원점에서 다시 짜기로 했다. 국토교통성은 1일 홍수대책으로 1952년 계획을 세워 진행해온 ‘얀바댐’ 건설사업을 일단 보류했다. 오는 11~18일 예정된 시공업자의 입찰도 백지화했다. 얀바댐은 도쿄·사이타마·지바·이바라키·도치기·군마 등 6개 지역의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 군마현 아가쓰마군에 세우는 초대형 다목적댐이다. 그러나 댐 건설에 따른 수몰민의 반대와 저수량 1억t 규모의 신규 댐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거공약에서 이 댐 건설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4600억엔(약 6조원) 가운데 수몰민의 토지 구입이나 도로, 철도 정비 등으로 이미 3217억엔이 투입됐다. 공사비 일부를 포함, 194억엔은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이미 책정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도 사업 강행을 접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니구치 히로아키 국토교통성 사무차관은 “새 대신(장관)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인 우정민영화도 전기를 맞았다. 우정민영화는 거대 공룡 일본우정공사를 2007년 10월부터 지주회사인 일본우정과 산하의 우편사업회사, 우편국회사, 유초(郵貯·우편저축은행), 감포(簡保·보험회사) 등 4개사로 분리했다. 정부가 전량 보유한 일본우정의 주식을 2017년 9월까지 3분의1만을 남기고 매각하고, 자회사 가운데 감포와 유초은행은 완전 민영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식 매각을 동결하는 법안을 사민당, 국민신당과 협의해 다음달 열릴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법안이 상정되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여권의 찬성으로 통과가 확실하다. 니시카와 요시후미 일본우정 사장은 민영화 작업을 서둘러 왔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민영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개혁의 좌초다. 내년도 예산도 전면적인 재수술이 임박했다. 각 부처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총액은 올해 본예산보다 3조 5800억엔 증액된 92조 1300억엔에 달했다. 민주당은 우선 예산편성을 총괄할 국가전략국이 창설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전략실을 설치, 예산을 짤 방침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대표는 “정권교체기임에도 민주당의 눈에 거슬리는 요구를 한 것은 환영할 수 없다.”면서 “근본적으로 재편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hkpark@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미국인 한 무리가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쿠바로 향하고 있다. 미국에서 치료 받을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이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부자 나라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병든 몸을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에 의탁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9·11테러 당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다 다친 ‘영웅’ 소방관들이었다. 이들은 미국보다 시설이 열악하지만 쿠바 병원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치료를 마쳤다. 그것도 무료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코’(sicko·환자의 속어)의 한 장면이다. ‘화씨 911’ 등으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 민영보험제와 병원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걱정스럽다. 개혁의 좌초라는 측면에서의 염려도 있지만 혹시나 이 문제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인종문제’로 흐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물론 미국은 오바마라는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인종문제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하버드대 교수와 백인 경찰 간의 싸움에 흑인 교수를 두둔했다가 사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을까.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가 뜬금없는 일 같지만 미국의 역사를 보면 무관하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시도한 의료보험 개혁이 실패한 것은 명백히 흑백 인종문제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트루먼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좌절된 것은 당시 미국의학협회가 500만달러(현 2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전방위 로비를 펼친 탓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부 민주당원들이 국민의료보험 도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남부 정치인들은 국민의료보험이 체계화되면 각 지역 병원에 인종차별 폐지를 강요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백인들에 대한 의료혜택 제공보다 백인들의 병원으로 흑인들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우리의 지역감정 문제와 닮은꼴이다. 둘 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졌다. 인종·지역간 차별은 사사건건 국민 갈등과 분열을 초래, 국민통합의 가장 큰 장벽이 됐다. 우리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듯 미국 정치인들이 인종문제를 교묘히 선거 등에서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최근 의료보험 개혁에 인종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의료보험 개혁 추진으로 인한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분노한 백인 남성’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백인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탈했던 50세 이상의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이 오바마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의료보험 개혁을 놓고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계층·세대별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인종문제까지 가세한다면 의료보험은 또다시 별 성과 없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인들이 의료보험 개혁 문제에 인종문제를 개입시켜 정치적 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 일이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개혁 프로젝트가 비본질적인 이슈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최광숙 국제부 차장 bori@seoul.co.kr
  • [1000만 영화②] ‘해운대’ 축포의 숨은 주역들

    [1000만 영화②] ‘해운대’ 축포의 숨은 주역들

    영화 ‘해운대’가 이번 주말 1000만 축포를 쏘아 올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한국 영화계의 경사다.윤제균 감독과 설경구, 하지원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참 고집스럽게도 똑같이 들어가는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이름없는 영웅들 ‘스태프’1000만 영화든 10만 영화든 영화가 끝난 후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봐야 보이는, 혹은 아예 그 이름조차 못 올리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고마워 하는 이들이 바로 이 이름없는 영웅들이다.스태프들은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보내야 했다. 부산에서 약 8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60회 차의 분량을 소화해 낸 것이다.특히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의 특성상 배우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들은 ‘물’과의 사투를 피해갈 수 없었다.해운대 시장에 설치한 간이 수로 세트와 폐수영장을 이용한 유수풀 세트를 만들고, 또 물이 넘치는 위기 상황 때는 샌드백, 벽돌, 심지어 해운대 모래까지 공수해 세트 중간중간에 벽을 쌓기도 했다.CG팀의 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물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얻어내기 위해 올려진 레이어 개수만 60여 개가 넘었다. 보통 최대 레이어가 15개 정도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관련 업계에서는 속칭 ‘노가다’ 작업을 넘어선 ‘노숙’의 경지에 이르러야 했다는 후문이다.▶ 좌초위기의 ‘해운대’호를 구한 이지승 PD영화계에서는 ‘1000만 해운대’의 또 다른 일등 공신으로 이지승 프로듀서(이하 PD)를 꼽는다.크랭크인을 불과 2개월 앞두고 합류한 이지승 PD는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으로 윤제균 감독과 함께 성공과 실패를 함께 겪은 사이다.윤제균 감독의 SOS에 이지승 PD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렇게 제작팀에 합류했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에, 자칫하면 프로젝트가 좌초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이지승 PD는 결국, 재난 영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투자사를 설득해 냈다.그는 해운대의 성공에 대해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모두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예상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관객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공을 돌린다.영화계에서는 이지승 PD를 두고 흔히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지승 PD는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셋째 아들이기 때문이다.‘아버지 덕택에 쉽게 영화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깨버린 그는 “여지껏 한번도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을 원망해 본적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집안의 저력으로 봐주신다면 영광”이라고 전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데스크 시각] 북핵 다자회담 틀 살려야 한다/김규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북핵 다자회담 틀 살려야 한다/김규환 국제부장

    1999년 8월19일, 북한 함경남도 금호(신포)지구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원대한 꿈을 안은 한반도 경수로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핵동결 조치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해마다 100만㎾ 전기를 생산하는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미국과 북한이 1994년 10월21일 제네바에서 합의한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진행됐다. 경수로사업의 건설비용은 46억달러 규모. 이 가운데 한국 70%, 일본 20%, 유럽연합(EU)이 10%를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은 완공 때까지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했다. 2000년 10월 속초항과 함남 양화항을 잇는 정기선이 오가고 2002년 금호항과 여객터미널, 금호병원이 준공되는 등 기반시설도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2002년 10월4일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 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계획을 시인, 제2차 북핵 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해 11월14일 미국은 중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경수로사업을 재검토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 12월12일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2003년 1월10일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했다. 결국 경수로사업은 2006년 6월1일 좌초하고 말았다. 경수로사업을 새삼 떠올리는 이유는 북·미 협상결과로 이뤄진 이 사업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손해로 끝나 버린 탓이다. 경수로사업은 제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하는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시작됐다. 문제는 ‘기본합의’에 우리 정부의 의견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데 있다. 북핵 해결이라는 명분에 밀려 경수로 건설비용을 도맡다시피 하면서도 대북 ‘지렛대’는 전혀 갖지 못했다. 그나마 사업이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손실이 크게 줄어든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그래도 우리 정부는 11억 3700만달러라는 큰 돈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지난 3월17일 미국 여기자가 억류된 데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 제2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면서 제3차 북핵 위기가 터졌다.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통과시켜 제재에 들어갔다. 다급해진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여기자들을 석방하겠다고 미 정부에 타진했고 클린턴이 4~5일 평양을 방문, 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 직접 대화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클린턴은 22시간의 방북일정 중 와병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장장 3시간15분간 ‘밀담’을 나눴다. 미국은 클린턴 개인 자격의 방북이라고 직접 협상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북한은 북·미관계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 북·미 직접 협상의 시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협상이 북·미간에 이뤄지면 우리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사실상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3월30일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가 풀려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남북 간에는 이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해결의 급물살을 탔다는 점은 우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 정부가 아직 클린턴의 방북이 결코 북·미 직접대화로 가는 수순이 아니라고 거듭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클린턴의 방북이 ‘정부 특사’가 아닌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민간 전세기를 이용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따라서 정부는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북핵 다자회담의 틀을 이끌어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김규환 국제부장 khkim@seoul.co.kr
  • 대구 신서혁신도시 건설 속도낸다

    대구 신서혁신도시 건설 속도낸다

    대구 신서혁신도시 건설이 탄력을 받는다.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해 혁신도시 조성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하지만 대구 혁신도시는 지난 10일 충북 오송과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성공, 인근에 조성하는 수성의료특구, 경제자유구역과 맞물려 조기 정착과 활성화에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서혁신도시는 동구 신서·각산·대림 등 9개 동 421만 6000㎡에 건설되는 신도시이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신용보증기금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1조 6168억원이 투입되며 2012년 말 완공 예정이다. ●좌초 우려 첨복단지 유치로 뒤집어 혁신도시는 11일 현재 1, 2, 3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면적이 58만 5000㎡인 1공구는 이날 현재 공정률은 38%이다. 이곳에는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이 중 8개 기관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이전 승인을 받았다. 중앙신체검사소(인원 47명)는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가스공사(인원 832명)는 다음달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 등도 부지와 청사신축 준비를 마쳤다. 한국감정원은 설계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연수원은 설계와 부지마련 비용 24억 6000만원을 올 예산에 반영했다. 이전 승인을 받지 않은 3개 기관 중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2개는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196만 2000㎡ 규모의 2공구는 대구 제2과학고와 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제2과학고는 대구의 6개 기초단체가 치열한 유치전 끝에 환경, 도시공간정책, 학교설립 시설여건 등에 좋은 평가를 받아 이곳으로 결정됐다. 주거단지에는 단독주택 866호, 아파트 8335호가 건설돼 2만 6600여명이 거주하게 된다. ●3공구로 나눠 진행… 1공구 공정률 38% 3공구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건설된다. 이곳 166만 9000㎡ 중 100만㎡에 연구지원시설, 연구기관,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미 보상이 끝난데다 공항과 고속도로 같은 교통 여건도 좋아 이번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주변에 신약과 의료기기 등의 생산기지 역할을 할 ‘메디트로닉스’ 지구 110만㎡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2012년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완성되고 혁신도시 중심에 광역경제권 중심업무지구까지 들어서면 신서혁신도시는 지역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서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 도약 신서혁신도시는 시각·청각·후각 등을 만족하게 하는 테마형으로 꾸며진다. 조각공원과 솔라시티 상징물 등을 설치하고 건물마다 경관 조명을 설치해 시각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도심 네 곳에는 나무터널 오솔길을 만든다. 율하천과 송호지를 이용해 생태체험 하천도 선보인다. 향기가 나는 아카시·향나무·라일락 등 나무를 많이 심고, 수(水) 공간을 크게 늘려 후각과 청각을 만족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식당마다 테라스를 만들고 맛집 골목도 조성할 예정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쌍용차 20만 가족 누가 책임질 건가

    회사의 존망을 걸고 쌍용차 노사가 벌인 벼랑끝 협상이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어제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이에 맞서 노조 측은 70여일째 이어온 점거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밤을 새워가며 벌여온 7차례의 노사간 대화가 그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초한 현실이 안타깝다.협상 결렬의 쟁점은 정리 해고 규모였다. 사측은 지난 6월 정리해고 조치를 내린 976명 가운데 40%를 구제하겠다는 최종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전원 무급휴직이나 영업직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단 한 명도 해고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사측의 양보안에 따르면 해고 근로자는 580여명으로, 지난 4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당초의 계획과 비교할 때 5분의1로 줄어든 규모다. 사측이 복직시키기로 한 390명을 포함해 쌍용차 직원 4900명의 10%를 조금 웃도는 수치다. 이 10%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나머지 90%마저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쌍용차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까지 따지면 무려 20만명의 생계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인 것이다.쌍용차 해고근로자보다 많은 수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노조의 외면 속에 오늘도 줄줄이 거리로 나앉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 GM을 파산시킨 것은 경쟁업체가 아니라 위기에 눈 감은 채 제 배만 불린 GM의 노사였으며, 어느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냉엄한 경제 현실이다. 남은 시한은 이제 하루다. 쌍용차 협력업체들로 이뤄진 채권단은 내일까지 지켜보고, 진전이 없으면 5일 법원에 쌍용차 파산 신청을 내겠다고 한다. 파산 신청 이후엔 농성 중인 평택공장에 경찰력이 투입되고, 이 과정에서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 공산이 크다.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한 노조의 결단을 당부한다.
  • 학원주변 먹을거리 점검

    서대문구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먹을거리 안전 지킴이로 나섰다. 보건소는 사설학원 주변 식품판매업소를 대상으로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일제점검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식품 위생감시원을 포함한 2인 1조의 단속반 4개팀을 편성해 북가좌초등학교 등 총 88곳을 점검한다. 창천동 등 학원 밀집지역 주변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문구점, 슈퍼마켓, 분식점 등을 대상으로 무허가 제품과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행위, 식품 등의 위생적 취급기준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지도단속을 한다. 보건소는 점검 결과 위반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들 업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수거해 위해기준 적합 여부에 대해서도 검사할 예정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 민주당과 정권교체/박홍기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 민주당과 정권교체/박홍기 도쿄특파원

    일본의 중의원 선거일이 예고됐다. 오는 21일 해산, 다음달 30일 선거다. 정권유지냐, 정권교체냐를 가를 정권선택의 선거다.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당인 자민당은 정권을 놓을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해 민주당이 참의원에 이어 중의원에서도 국회를 장악, 명실공히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상황대로 진행된다면 사실상 ‘완벽한’ 첫 정권교체의 실현이다. 1993년 비자민·비공산 8개당파가 연립, 8개월간 정권을 가졌던 호소가와 내각과 전혀 다르다. 55년 체제의 자민당은 좌초 직전의 선박 같다. 예상치 못한 선거일이 잡힌 것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내분마저 심각하다.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우정 해산’으로 안겨준 ‘296석’의 약발이 바닥난 탓이다. 의원들이 연서명을 해 아소 다로 총리를 끌어내리려 했던 자체도 볼썽사납다. 중의원 선거는 이미 2년전부터 돌입했다. 2007년 7월29일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은 제1당이 되자 줄곧 조기 중의원 해산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자민당은 해산 대신 아베 신조에서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까지 총리의 얼굴 바꾸기에 급급했다. 정략적으로 총리로 옹립된 아소 총리마저 10개월이 지나 궁지에 몰리자 해산권을 꺼냈다. 자민당은 결단의 시기를 놓쳤다. 당의 위기만 키웠다. 중의원선거의 전초전이었던 지난 12일 도쿄 도의회선거에서는 과반수조차 지키지 못했다. 44년만에 제1당을 또 내줬다. 여론의 수치가 아닌 표심의 현실을 확인했다. 절박할 수밖에 없다. 총리를 갈아치워서라도 전열을 가다듬으려고 나설 만도 하다. 냉혹한 정치판인 까닭에서다. 일본의 국민, 유권자는 변하고 있다. 국민의 의식 변화는 정치의 변혁 속도를 이미 앞섰다. 54년간 집권한 자민당에 대한 반발 정서는 만만찮다. 특파원으로서 일본의 정치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1억 2700만 인구 가운데 75%가 전후 세대다. 변혁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경제 환경도 달라졌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높아진 데다 심화된 격차는 빈곤층을 확대시켰다. 연금과 의료 등 사회보장도 흔들리고 있다. 장래의 불안감도 커졌다. 16일 문부성이 발표한 국민성 의식조사에서도 55%가 사회 불만을 선거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도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앞선 선거에 비해 10.5%나 상승했다. 민주당의 현 위상은 그 방증이다. 민주당은 1998년 4월 정당의 이념마저 판이한 정당들과의 합당을 통해 출범했다.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인 계파가 있는가 하면 공산당과 같은 좌파적 성향의 계파도 존재할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솔직히 ‘잡당’이다. 합일점을 찾는다면 자민당의 대항마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2003년 10월 중의원선거 때 ‘일본의 선택’, 정권교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당신이 움직이면 일본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참신했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40석을 추가해 177석을 차지했다. 양당 체제의 자리매김이다. 민주당의 중의원 선거를 겨냥한 표어는 ‘정권교체’다. ‘일본의 선택’에서 한걸음 더 나갔다. 정권선택의 방향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국제 관계에서는 미국에 치중한 자민당과는 달리 미국과의 대등한 파트너십, 아시아 중시 쪽에 무게중심을 옮겼다. 사회·경제 분야에서는 ‘국민생활이 제일’을 강조했지만 자민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일본은 변한다.”라는 외침이 자민당과 분명 다르다. 변혁의 파고를 등에 업은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의 의외성 때문이다.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일본 현대정치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지 결판이 날 날도 멀지 않았다. 박홍기 도쿄특파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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