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좋은 번역
    2026-01-21
    검색기록 지우기
  • 이석훈
    2026-01-21
    검색기록 지우기
  • 술자리
    2026-01-21
    검색기록 지우기
  • 전장연
    2026-01-21
    검색기록 지우기
  • JW홀딩스
    2026-01-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96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1)장회익 교수 온생명 사상

    인간의 기술은 생명을 복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그러면서도 어찌된일인지 현대를 인류 역사상 생명이 가장 위협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인류의 신앙이었던 기술개발이 인류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대신 더 많은 불안과 위험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을 초토화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생명까지도 위기로 몰아 넣었다.세기가 바뀌면서 ‘생명’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대한매일은 오늘부터 월 2회 생명 위기시대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생명중심 세계관’을 들어본다. [김재성논설위원] 인류가 암세포라는 말이 충격적입니다.심층 생태학에서 인간이 생태계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는 그물코의 하나라는 주장도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고 봅니다.하물며…. [장회익교수] 현재의 인간은 분명 암세포입니다.암세포가 생명체 내에서 유기적 관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계속 자기복제를 해 암세포 무리를 양산하듯이 지구촌에서 인간이 하는 짓이 딱 그렇습니다.인간의 산업문명이생태계의 건강한 순환을 막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수많은 생물종(種)이 사라지고 있습니다.지구촌의 생명질서를 인간만을 위한 기형적 구조로 대치시킴으로써 ‘온생명’의 건강을 위협하고있습니다. [김위원] ‘가이아’ 이론에서는 ‘가이아’가 인간을 지구촌에서 도려 내버릴수도 있다고 했습니다.사람들이 상처 속의 고름을 짜내듯이말입니다.만일 인간이 암세포라면 그런식의 대란이 올수도 있겠군요. [장교수] 나의 ‘온생명'은 인간도 ‘온생명' 속에 포함되며 그 기능은 두뇌 혹은 정신에 해당한다고 봅니다.따라서 치유하든지 그대로 파멸을 맞든지 그 역할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다행히 인류의 소수는 ‘온생명’이 중환자 상태라는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위원]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이 생명계가 공유해야 할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것인데 생명을 복제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인간의 기술이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장교수] 원시 상태에서 지구상의 적정 인구는 약 400만입니다.지금부터 약 1만년에서 5만년전에 지구의 인구가 그랬습니다.그런데 지금 세계인구가 얼마입니까 60억입니다.적정인구보다 약 1,500배가 더 많습니다.이를 기술개발로 해결했지만 오래전에 한계에 도달했습니다.더 짜낼 것이 없는 거지요.지금부터는 지구의 생명력을 복원시켜야 합니다. [김위원] 인류는 숱한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진화해 왔습니다.이 진화능력이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장교수] 지금의 인류는 35억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입니다.따라서 인류가 또 다른 조건에 적응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생명의진화적 적응에는 적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여유가 없습니다.‘온생명’의 생리시간표와 과학기술에 의한 환경변화의 타이밍에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이지요. [김위원] 이를테면 오염된 환경에 우리 인간이 생리적으로 적응하는시간보다 공기와 물등 환경여건이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는말씀이지요?[장교수] 좋은 예가 있습니다.요즈음 지구촌의 공포인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고기 가루를 먹인 것이 유력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소의 초식성은 수만년의 진화의 결과인데 갑자기 육식을 주니까 미처 적응을 못하고 부작용을 일으킨 겁니다. [김위원] 박테리아가 당분을 향해 달음질하고 산(酸)을 피해 도망가듯이 모든 개체가 이기적 활동이 전체와 조화를 겸하는 데 인간의 이기심은 왜 생태계에 피해를 주게 됐을까요?[장교수] 욕구의 무제약성 때문입니다.욕구 자체는 생존을 위한 장치지요.밥을 먹어야 사니까 밥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처럼.그런데 인간 이외의 생명체들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있습니다.그 한계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접점이기도 합니다.그런데 인간은 기술개발로 전체와 개체의 조화를 이루는 접점이 무너져버렸습니다.기술개발이 욕구의 과잉충족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입니다.그러니까 오늘의 기술문명이 힘만 있고 이를 제어할 눈은 없는 거인인셈이지요. [김위원] 경제성장이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해결될 문제군요.그러나 인간의 편리나 욕구를 억제하는 해결책이 이상적인 해결책일까요?[장교수] 어쨌든 지구상에서 생산해낼 수 있는 총량을 계산하고 그것을 60억 인구로 나누면 일인당 얼마의 소비가 적정소비인지 계산이나옵니다.그 이상 갖거나 소비하면 죄악이지요. [김위원] 그런 취지에서 몇가지라도 계량화 된 것이 있습니까?[장교수] 유감스럽게도 없어요.경제학자들이 그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단독으로는 어렵고 생태학계와 공동으로 해야지요. [김위원] 물리학자인 카프라 교수는 “인류가 분리된 개별적 자아에집착하는 문제가 있다.그런데 그 개별적 자아란 환상에 불과하다”며 불교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물리학자에게 적합한 질문은 아닙니다만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언제 어떻게 생명의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왔을까요?[장교수] 모든 낱생명에게는 개체 보존과 생태보존이라는 두가지 본능이 있습니다.지금까지 생존한 모든 생명체들은 이들 사이에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어 왔다고 봐야지요.그런데 인간의 경우에는 기술개발로 이 균형이 무너졌습니다.아까 말한 것처럼 기술력이 증가함에 따라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따라서 생태보존본능이 강화돼야 되는데오히려 이것이 개체보존본능을 충족시키는 데만 활용된 것이지요.물론 절제의 윤리는 있지만 그건 모자람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가능한데도 갖지 말라는 윤리는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가능하더라도 절제하는 윤리,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를 함께 생각하는 새 윤리가나와야 합니다. [김위원] 人변에 쓴 윤리(倫理)의 윤(倫)자도 바뀌어야 겠군요.1854년 미 서부지역 인디언 추장이 백인에 의해 추방되면서 한 유명한 마지막 연설이 있습니다.[그대들의 제안을 고려하겠다.그러나 조건이있다.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 달라.짐승들이 없는 세상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나면 인간의 영혼은 외로워서 죽게될 것이다]이 연설문 속에는 20세기 소수의 과학자들이 어렴풋이 찾아낸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궁금한 것은 훨씬 더 진보된 현대인들이 왜 150년 전 인디언들보다 영성(靈性)이 퇴화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장교수] 당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2만∼3만년간 계속된 수렵생활을 했습니다.너무 많이 잡거나 천재지변으로 수가 격감하면 바로 자신들의 위기로연결됐습니다.모자람에서 오는 소중함,나아가 생명의 일부처럼 되는 일체감이지요.그런데 농경생활과 기술문명으로 자연을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제해왔던 구대륙에서는 이러한 위협을 상대적으로 더 적게 경험했다고 할 수 있지요. [김위원]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됐다는 사실을 다수가 깨닫기는 요원한 일입니다.그 깨달음의 제도화는 가능할까요.?[장교수] 동강 문제해결은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새만금 사업도 예전 같으면 아무도 말리지 못합니다.그런데 몇사람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니까 대중이 공감했습니다.이제는 지리산반달곰을 못잡게 하는 법에 이의를 달 사람이 없습니다.누군가 먼저문제를 인식하면 언젠가 공유화됩니다.그래서 ‘인류가 생태계의 암적존재’라는 비관론은 자각증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 장회익 교수 “온생명이란”. 1988년 4월,유고슬라비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세계 과학철학학술회의에서 ‘생명의 단위’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장회익(張會翼·서울대 물리학부)교수가 지구상의 생명현상 전체를 하나의 생명단위로 보는 ‘글로벌 라이프’(global lif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그후 1992년 장 교수는 이를 ‘온생명’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했다. ‘온생명’이 기존의 생명개념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는 지구상에존재하는 하나 하나의 생명을 분리된 개체로 보지 않고 전일적 생명체로 본다는 점이다.생물학계에서는 생명의 단위를 세포,더 나아가세포핵 속에 있는 DNA로 본다.DNA만 있으면 온전한 생명의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유전자라는 것이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기호의 배열이므로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유전정보를 읽고 실행하는 세포가 없으면 폐지더미 속의 인쇄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세포 역시 더 큰 단위의 조직 속에서만 살아있을 수 있으며 이런식으로 세포,개체,종(種),생태계,태양계를 포함한 지구가 하나의 큰생명으로 연결된 유기체적 단위라는 것이다. ‘온생명’이론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이론과 다른 점은 ‘가이아’이론이 지구를 인간과 별개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반면,장교수의 ‘온생명’이론은 ‘온생명’안에 인간도 포함되며 인간은 ‘온생명’의 정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두 이론이 지구를 하나의유기적 실체로 보는 것은 같지만 다른 점은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기조가 다른 것과 유사하다. ‘온생명’사상이 인류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구생태계가 하나의 생명체임을 전제로할 때 현대 산업사회의 인류는 일종의 암세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 인간이 지구촌생태계의 유기적 기능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암세포가 자기 증식을 계속하면서 주변세포를 죽이듯이 인류의 끝없는 욕망이 생명세계를 사막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1961)▲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물리학 박사(1969)▲현재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겸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 겸임교수▲저서:‘과학과 메타과학’(1990)‘삶과 온생명’(1998)
  • 새로나온 외국소설들

    국내소설들의 동한기라고 부를 만한 이때 볼 만한 외국소설들이 여럿번역소개되고 있다.본격소설과 역사소설로 나눠 이들을 좀 더 자세히살펴본다. [본격소설] 우리와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은 소설 읽기의 거대한 원천 중의 하나이다.좋은 외국소설은 더 나아가 삶의 울긋불긋한 다양함에다 튼튼한 줄을 매단 뒤 보편성의 드높은 허공으로 독자들을 활짝 솟구쳐 올려주는 일급 그네와 같다. ‘축복받은 집’(동아일보사)은 줌파 라히리라는 인도계 미국 여성작가의 소설집으로 2000년도 퓰리처상 수상작.1967년생 작가의 처녀작인 이 소설집의 아홉 단편들은 상당수가 1·2세대 인도계 미국이민자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이야기의 폭은 좁지만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스서평처럼 절제된 언어,정교한 플롯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국내작가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 틀림없다. 이 소설집과는 달리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마법의 숙제’(문학동네)는 말많은 화자가 앞에 나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나 매력적인상상과 재치를 펼치는 적절한 장치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대중적인기가 높은 작가의 이 베스트셀러 소설은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가 되는 동화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 시절에 아이답게 사는 것의 중요함과 함께 아이와 어른이 서로에게 품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차없이 적시해 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미지의 섬’(큰나무)은 수상직전에 쓴 짤막한 작품으로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꿈을 너무 쉽게 단념해 버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우화로읽힌다. [역사소설] 진행과 결말의 해답이 이미 알려진 과거에 무단편승하는역사소설,그것도 외국의 역사소설에서 문학성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 상식을 비틀어 다소 허황하더라도 새로운 상상력의 틈새를 벌리려는 역사소설의 최근 추세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의미 이전에 괜찮은 역사소설 읽기의 ‘문학성’도 적지 않다. 프랑스 작가 제랄드 메사디에의 ‘신이 된 남자’(책세상·7권)는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1988년 작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예수의동정녀 탄생과 십자가형 죽음에 대한이견을 내세우고 있는데 예수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신성 대신 인간으로서 사실적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같은 프랑스의 쥘리에트 벤조니가 쓴 ‘왕비의 침실’(영림카디널·3권)은 프랑스 루이13세의 아들로 알려진 태양왕 루이14세의 탄생의비밀을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미국 작가 잭 단의 ‘대성당의 기억’(영림카디널·2권)은 이탈리아르네상스의 정화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가붙어 있다.그러나 이설(異說)보다는 이 거인의 사랑과 도전을 보다상세하게 그린다. ‘이단자 아케나톤’(홍익출판사)은 프랑스 작가 알랭 다른의 99년작으로 기원전 14세기의 이집트 파라오에 관한 소설이다. 소년왕 투탕카멘의 아버지라는 이 왕은 노예해방 등 개혁을 시도하다실패, 비극적 종말을 맞은 뒤 이집트 역사에서도 이단자로 찍힌 인물이다. 한편 ‘티베트의 고독’(아라크네·2권)은 티베트족 출신의 작가 알라이가 썼는데 지난 세기 티베트의 중국 복속 시기를 다소 환상적인인물과 사건 설정으로 이야기해준다.‘멀리 가는 길’(이끌리오)은중국 명나라 시절 과거길에 나선 형제의 이야기인데 미국 작가 말콤보세가 썼다.청소년 성장소설로 94년도 미도서관협회의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뽑힌 수작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노자를 웃긴‘ 베일속 저자 이경숙씨

    도올 김용옥의 ‘노자강의’를 거세게 비판한 ‘노자를 웃긴 남자’(자인)가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있다. 나름대로의 명쾌한 논리 덕이겠지만,베일 뒤에 숨은 저자 이경숙씨(41) 개인에 대한 궁금증도 한 몫 할 것이다.마산에 살며 두 딸을 둔 주부인 그에게 만나기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결국 이메일과 전화를 통한 간접 인터뷰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책이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 이유가있다고 본다.첫째는 ‘도덕경’이 그 동안 너무나 잘못 이해돼 왔고,두번째는 도올이 미움을 많이 받은 탓이 아닌가 한다.도올은 좋아하는 사람만큼 미워하는 사람도 많다.그런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대리복수극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부가 노자사상에 박식한 데 대해 많은 독자가 궁금해 한다.어떻게 공부했나. 명문대도 안 나오고 하바드 유학도 안간 노자는 어떻게도덕경을 쓸 수 있었을까? 쓴 사람도 있는 데 써진 글을 똑바로 읽는 게 뭐가 대단한일이란 말인가.동양의 고전을 읽는 데 특별한 공부나 학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약간의 주변지식과 한자실력이면 그 뜻을 정확하게 아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도올식의 악역이 나오는 이유는 공부를 덜했거나 학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선입관과 편견을 가진 상태로 고전을 읽기 때문이다.나는 다행히 번역된해설을 보기 전에 먼저 원문만을 보았던 것이 기존 해석의 편견에 물들지 않고 ‘도덕경’을 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도올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나와의 논쟁이 그에게 득될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도올에게는 지면 낭패고 이겨도 건질 게 없는 싸움이다.그리고 ‘노자를 웃긴 남자’는 글투가험하지만 내용은 반박하기가 쉽지 않고 결코 허술하지 않은 책이다. ■익명성을 이용하는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은 하버드대 박사의 글은 덮어놓고 믿지만,학력이 그보다 못하면 그글마저 무시하는게 현실이다.학력을 따지지 말고 주장을 봐달라. ■앞으로 계획은. 도덕경 11장부터 24장까지를 다룬 후속편이 다음달에 나올 거다.문체는 좀 점잖게 할 생각이다. 이씨는 요즘 홈페이지(http:///y.netian.com/~blueclouds)에 육아일기와 벽운공(璧雲功)등 여러 글을 띄우고 매일 수십건씩 게시판에 오르는 글에 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주혁기자 jhkm@
  • [대한광장] 파리에서 본 한국 30년

    해마다 맞는 신년이건만 올해는 감회가 남다르다.파리에서 한국학을가르친 지 30년째라는 개인적 이유에다 프랑스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지난달 29일 프랑스·독일 합작방송 ‘아르테’는 불국사와 석굴암 불상,종묘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 세계문화유산을 심층 보도했다.임진왜란 때의 훼손 실태와 두 차례 복구 등 역사적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문화적 가치 평가를 덧붙였다. 이 프로를 보노라니 프랑스에서의 한국 이미지 변화와 그와 관련된개인적인 삶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1972년 파리국립동양어대학에서시작,지금 파리7대학교 한국학과에 몸담기까지 한국 역사,고전·현대문학,한문 등을 가르치고 논문을 지도하는 동안 30년이 지나갔다.프랑스 문물을 최대한 배워서 한국에서 후진양성에 힘쓰겠다는 계획으로 접어든 유학길이 뜻하지 않게 한국학 교수로 변신한 여정은 아이러니라기보다는 ‘운명’ 같다.힘든 때도 많았지만 한국을 프랑스의가슴에 심는 데 한몫했다는 점에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몇가지 기억을 통해한국 이미지가 프랑스에서 어떻게 부각되어 왔는지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197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불관계는많이 변화해 왔다. 독재에서 민주화로 가는,프랑스에 비친 한국의 위상 변화에 수많은 우여곡절이 따른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내가 유학온 70년대 초만 해도 체류자는 대부분 유학생 및 외교관이었다.당시 프랑스에서 한국 이미지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개발도상국 혹은 중국과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정도였다.1974년에대한항공이 항로를 열고 외환은행을 비롯한 여러 회사의 지점이 들어오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토대가 만들어졌다.그러나 ‘독재국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좋은 일로 입에 오르내리지는 못했다.이런 시각은 80년 광주민주화 항쟁때 정점에 달했고 때론 낯부끄러운 질문도많이 받았다. 정치적 오명을 만회하는 유일한 수단이 문화였다.이 역시 간헐적이고 개별적인 공연에 그쳐 큰 반응을 얻기엔 미약했다.그러다 86년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 문화행사와 88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이 반전되었고 90년대 들어서눈에 띄게 나아졌다. 해마다 해외문학을 알리는 행사인 ‘벨 에트랑제’가 25주년을 맞은지난 1995년 프랑스는 한국문학에 애정을 쏟았다.시인 고은 황동규를 비롯,소설가 박완서 최인훈 이문열 조세희 윤흥길 등 한국 문인 13명을 초대했다.이 중에는 내가 번역하여 프랑스에서 절판이 될 정도로 호평받은 ‘바람의 넋’의 저자 오정희가 포함되어 개인적으로도뜻깊은 행사이기도 했다. 영화 쪽으로 기억을 돌리면 더 풍요롭다.1993년 퐁피두센터에서 ‘한국영화 70년제’가 열렸다.개관 프로그램의 하나인 ‘서편제’가반응이 좋아 파리시내 개봉관에서 재상영되었다.특히 판소리는 관심의 핵이었다.잔잔하게 퍼지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1999년 ‘파리가을축제’때 ‘한국영화 파노라마’로 이어졌다.‘문화국가’의 수도에서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널리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지난해 주불한국문화원 개원 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파리 시네마테크’에서열린 ‘춘향뎐’시사회는 장사진을 이뤘고,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이함께 입장하고 김대중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한국 관련 방송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토론프로도 자주 열리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3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1997년 경제위기때 유네스코 대표부를 축소해 한국 문화를 알릴 길이 좁아진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발전이다.이는 정치적 민주화에 힘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문화외교의 구실도 무시못할 것이다. 그 속엔 한국의 외교관 및 문화단체 그리고 숨어서 일한 개인들의 노고가 깔려 있다. 문제는 앞으로이다.이곳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이 ‘문화외교관’자세로 ‘한국 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세계화 혹은 미국화라는 경제 중심의 근시안적 정책개발에서 벗어나 문화를 통한 국력신장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자문해 본다. ■이병주 파리7대학 교수·한국학
  • “인터넷 영어 편리해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살다 남편의 근무처 변경으로 강원도 속초로이사간 김경미씨(34)는 인터넷 덕분에 고민 하나를 덜었다. 김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과 만 3살인 아들의 영어교육 환경이 아무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막연한 초조함과 걱정은 인터넷을 통한 영어교육덕분에 쉽게해결됐다.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울 강남 ‘극성’ 엄마들의 ‘따끈따끈’한 영어교육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됐다. 새로나온 영어동화책·CD롬은 물론,게시판에 올라온 엄마들의 수다를 통해 고민거리를 공유하기도 했다. 또 원어민 발음의 ‘오디오 동화책’이나 그림책,교육용 CD롬 등을공짜나 저렴한 연회비를 내고 다운받을 수 있었다.프리잉글리쉬(www. freeenglish.co.kr),와삭(www.wasac.com),갤럭시키즈(www.galaxykids.co.kr),포닉스랜드(www.phonicsland.com) 등에서다. 그러나 김씨가 즐겨찾는 사이트는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자녀를 둔엄마들이 직접 노하우를 전수하는 곳이다. 아들을 위한 유아영어교육은 ‘쑥쑥’이나 ‘세린이 세상’을,초등학교 딸을 위한 영어교육은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을,가족이 함께하는 영어 온라인 게임은 ‘민키드’를 찾는다. ‘쑥쑥’사이트에서 히플러의 유아영어(www.hippler.pe.kr)를 운영하고 있는 서현주씨는 “최근 전국 각지에서 하루 100통이 넘는 편지들이 날라온다”고 밝혔다.방학을 맞아 엄마들의 영어교육 관심이 커진 것을 실감한다는 것이다. 서씨는 ‘편하고 공짜’인 영어 인터넷만 잘 활용해도 자녀들의 영어실력을 부쩍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영국 국영방송사인 BBC나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 등 어린이 프로 제작사 등에서 무료로개방한 사이트 등에 값진 영어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1년째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이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신애씨는 “국내사이트의 경우 한글을 영어로 번역할 때 오역이 많다.가능하면 외국사이트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CD롬 교육도 추천할만하다.반복학습을 통해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 유아용 CD롬인 ‘리더 래빗(Reader Rabbit)’은 교보문고 집계 어린이 영어CD롬 판매 1위이다. 정부통신부가 선정한 ‘참 좋은 소프트웨어’에는 교육용 영어 CD롬도 있다.‘리빙북 초등영어교실(아리수미디어)’‘똘똘이 버지의 신나는 비행교실(마이크로소프트)’ ‘풋풋 시간여행(휴멍거스 엔터테인먼트)’ ‘엄마와 둘이서(경수미디어)’‘써니팡(온빛)’ 등이다. 문소영기자 symun@
  • 올해 출판계, 인터넷 할인판매 시비 ‘시끌’

    출판계의 2000년은 대중서적 출판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한해였다.사람들이 양서를 읽을만한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탓일까.그만큼 출판시장의 왜곡은 가속화했다.그러나 어린이 책은 활황을 맞는 동시에건전하게 발전했다.20∼30대 부모의 높은 교육수준에 걸맞게 좋은 책이 쏟아진 반면 질 낮은 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신간 발행 종수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가운데 3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나왔다.그것도 4종씩이나.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시리즈(조앤 K.롤링,문학수첩)와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정찬용,사회평론),아버지의 희생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조창인,밝은세상),부자가 되는 방법을 일러주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기요사키 외,황금가지)등.초대형 베스트셀러들이 독서시장의 편식을부추겼다는 비판과,종이출판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희소식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아류도 무더기로 나왔다. ‘한국의 정체성’(탁석산)으로 시작해 국내 젊은 지식인들이 우리의 관심사를 다룬 ‘책세상문고,우리시대’시리즈가 좋은반응을 얻는등 문고본이 자리잡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동양철학과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열풍도 거셌다.달라이 라마 및 티벳과 북한에 관한 책들도다수 출간됐다.올해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수학의 해’라서 수학 관련서도 인기를 끌었다.컴퓨터 경제·경영 외국어 등 실용서도 꾸준히팔렸다.경제경영과 아동서에 특히 두드러진 번역서 출간 의존도 심화는 문제다. 한편 올해 출판계는 e북으로 시작해 도서정가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격론에 휩싸였다.e북은 잠재력이 아직도 주목할 만하지만 당장 위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지식산업의 보루로서,물질적 양식인 농산물과똑같이 부가가치세 면세품목으로 인정받는다.출판사와 서점들은 문화재앙을 막기 위해 책 할인판매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인터넷서점들은 책에 대해서도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할인 경쟁을 계속했고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늘려갔다.오프라인에서 대형서점의 매출은 늘어났지만소형서점들은경영난으로 올들어 30%이상이 문을 닫았다. 저작권법 개정으로 전송권을 둘러싼 2차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가 발족,저작물을 복사하거나 전송할 때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저작권자에게 돌려주게 된 것도 큰 변화다. 김주혁기자 jhkm@
  • 패밀리 레스토랑 서비스 “글쎄요”

    TGIF 등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경제불황 속에서 1인당 평균 2∼3만원의 비싼 음식값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3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특히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는 TGIF는 최근 음식값을 슬그머니 올려 다른 레스토랑마저 눈살을 찌푸리고있다. 소비자들은 과연 이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과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을까.식도락동호회원 5명으로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품평’을 들어봤다. 이들은 학생 회사원 등 별도의 일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외식문화에 관심이 많아 하이텔 게시판인 ‘도마위에 생선’에 각종 식당에 관한 비평 등을 자발적으로 올리고 있는 ‘음식애호가’들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관한 평가는. ■김현숙(27·요리공부) 음식값이 비싸면 서비스가 좋아야 하는데,인기가 높아지면서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요.초기에는 왕비였지만 요즘은 ‘무수리’로 대접받는 느낌입니다. ■김종훈(24·회사원)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가 똑같습니다.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항상 똑같은 음식만 먹게되요.심지어 식당 위치마저 비슷하다니까요. ■추희경(26·번역가) 음식값에 붙는 10%부가세를 소비자가 부담하는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죠. ■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공 이유는. ■하미란(25·학생) 갈비집 외에는 가족끼리 외식할 곳이 없었는데식구들과 함께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소비대상을 분명히 한 점이 성공요인으로 보입니다. ■손권석(26·학생) 보통 음식점과 호텔 사이의 가격대와 좀 더 나은서비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했죠.예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를 얻으려면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잖아요. ■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식문화에 끼친 영향이라면. ■김종훈 새로운 서비스의 장을 열어 전반적으로 식당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종업원이 몸을 낮춰 고객의 눈과 같은 위치에서 주문을 받는 ‘눈높이 서비스’ 등 소비자를 위한 발상은 참신하죠.생일파티를 열어 주는 것도 예전에 없던 새로움이죠. ■ 음식값이 비싼데도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까닭은. ■추희경 친구들을 만나 대접하거나기분을 내고 싶을 때 패밀리 레스토랑 외에 갈 데가 별로 없어요.하지만 사치라고 충분히 느낄 만큼20대가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죠. ■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손권석 일반적인 한국음식점을 더 좋아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20대가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고,과소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요.외국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좀 더 한국문화와 접목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숙 음식점에서 10분 넘게 기다리면 짜증이 나요.성숙한 예약문화를 정착시켜 추운 식당입구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는 일이 없으면합니다. ■추희경 주고객이 젊은층인 만큼 우리나라 식문화를 바꿀 수 있는좋은 조건이라고 봐요.식당과 손님 모두 예의를 지켜 서버에게 막 대하는 것은 고쳐야죠.음식과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싸우려 들지말고당당하게 항의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윤창수기자 geo@. **레스토랑 200% 이용하기 “카드 쿠폰 활용하면 각종혜택”. 값이 다소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카드와 쿠폰을 잘 활용해야 한다.미리 적립카드를 만들어 점수를 쌓아,VIP고객이 되면 각종 혜택을 얻을 수 있다.또한 둘보다 셋이 가는 식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갈수록 경제적이다.비용이 비싼 만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각종 할인쿠폰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베니건스(bennigans.co.kr)와 시즐러(sizzler.co.kr)에서는 음료와 생맥주 쿠폰을,시티넷(citynet.co.kr)과 스케이프(cityscape.co.kr)에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등 여러식당의 할인 및 음료쿠폰을 얻을 수 있다. 아웃백(outback.co.kr)에 사이버회원으로 가입하면 생일과 기념일에음식쿠폰을 보내준다. 마르쉐(marche.co.kr)도 사이버회원에게 음료쿠폰과 생일에는 조각케익 쿠폰을 제공한다. 베니건스는 점심과 디저트를 다섯번 먹으면 여섯번째는 무료로 음식을 준다. 윤창수기자
  • [굄돌] 창조적 반역, 번역의 세계

    ‘2000 한국출판연감’을 들춰보다가 작년에 낸 책의 총종수(24,529종) 가운데 번역서(6,860종)가 대략 35% 정도 차지한다는 통계를 보았다.번역서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면서 그 1차 생산자인 번역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출판사에서 번역자를 만나면 자주 듣게되는 말이 있다.“직역으로 할까요,의역으로 할까요?“ 학자형 번역자들의 어리석은 물음이다.독자 입장에서는 토씨 정도만 붙이는 ‘직역’이나 왕창 옮기는 ‘의역’의 구분은 아무 의미도 없다.결국 번역의생명은 우리 독자들이 얼마나 올바르고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느냐에달려 있다.이런 질문을 던진 번역자일수록 정작 우리말을 요리할 줄몰라 편집자를 괴롭히기 마련이다. “저는 아무 거나 번역할 수 있어요” 막가파형 번역자들의 무모한주장이다.번역을 외국말만 잘하면 되는 일쯤으로 여기고,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는 번역 소프트웨어 정도로 낮추는 번역자다.요리를 할 때도 재료의 성질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 수있다.단어를 단어로 바꾸는 게 번역이 아니듯,재료가 다 들어갔다고요리일 수는 없는 법이다. “저는 번역 같은 거 안 합니다.젊은 사람들한테나 시키세요” 명망가형 필자들의 얼토당토 않은 말이다.번역이 무슨 배고픈 대학원생들의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다.이런 말을 들으면 언젠가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께서 남은 삶을 꼭 필요한 고전 번역에 바치겠다는 말을 들었던 생각이 난다.그러나 한국의 학자들에게 번역은천덕꾸러기일 뿐이다.교수가 되기 전에는 유용한 밥벌이 수단이다가도,교수가 되면 ‘그까짓 번역’하며 냉대하기 일쑤다.업적 평가에도 별로 반영되지 않고,누가 알아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하지만 아직 우리는 외국에서 받아들이고 배울 것이 더 많은 ‘학생 국가’다.무진장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좋은 저작을 골라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옮긴이’들은 그래서 중요하다.번역자야 말로 한 문화의 ‘게이트 키퍼’이기 때문이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 캠퍼스의 눈/ 온·오프라인 서점 화해하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독서량이 약간씩 증가하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 한달에 단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올 상반기베스트셀러 집계도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전체 판매량은 12∼13%증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용서에 치중해 있다.출판계 현실도 최악이다.대형서점을 제외하면 지방서점,소규모 서점은 해마다 숫자가줄고 폐점하는 경우가 눈에 부쩍 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밥그릇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온라인 서점의 도서가격 인하를 두고 오프라인 서점이 걸고넘어진 것이다.사실 도서가격인하는 온라인서점이 생긴 이후의 문제만은 아니지만,대결 양상은 온라인서점 대 오프라인서점의 구도를 띤다.이것이 도서정가제 입법화논쟁으로 달아오른 상태다. 도서정가제에 관한 논쟁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앞으로도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간에,나아가서 도서관련 가상공간과 실제공간 사이에 마찰은 충분히 예상된다.전자북만 해도 종이책 출판과의 조정이전제돼야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에서의 도서 출판·판매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무엇보다 협소한 시장에서 할인 경쟁은 제살 깎아먹기이다.도서정가제 붕괴는 가격경쟁을 유발해책의 질을 떨어뜨리고,독자마저 달아나게 한다.작은 빵을 쪼개느니빵 자체를 키우는 것이 공동 이익을 창출한다. 독서생활 보편화운동을 통한 국내시장 확보와 더불어,수준 있는 번역을 통한 세계시장 확보 노력 등도 공통으로 진행해야 한다.그것만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양면에서 질 좋은 책으로 독자들에게 독서습관을 붙여주는 최상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손지영 연대학보사 학술부장
  • [김삼웅 칼럼] 늦가을, 존재의 근원을 찾는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새천년의장엄한 일출을 축복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캘린더는 두장만 남기고 오늘 상달의 마지막날이다. “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양정자 시인의 ‘가장 쓸쓸한 일’의 전문이다. 일순의 쉼표도 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유난히 아름답다는 올 단풍도 하나둘 본자리로 돌아가고나무들은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흔히 추수가 끝난 가을은 초목의 잎이 시드는 조락의 계절로 불리지만 생명의 원리에서 볼 때 조락은 복귀의 과정이다.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에서도 ‘생명복귀’의 원리를 읽는다.가을이 없다면 생물은 한없이 자랄 것이고 이것은 조화를 위한 절도를 넘어선다.천지는이렇게 조화와 절도를 부여받았다. 요즘 TV드라마로 부활한 조선시대의 저항적 학자 허균에게도 가을의교외는 풍성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즐거운 들판/ 기쁨의 소리가 원근에서 들리네/ 집집마다 흰 막걸리를 기울이고/ 곳곳에서 누른 벼를베고 있구나.” 신라의 승려 혜심(慧諶)은 ‘회향일(回向日)’에서가을의 번뇌와 망상의 식멸(息滅)을 말했다.“나부끼며 지는 잎은 숲에 떨어지고/ 쓸쓸히 날아가는 기러기는 새벽소리 보낸다/ 여기서 보고 듣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부처님 마음 저버림이 얼마이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는 사람은 일하지 않은 결과이다.가을에 너울거리는 은빛 억새꽃을 보고도 사념(思念)이 없다면 심신이 산성화된 사람이다. 가람 이병기는 빼어난 가을시조를 남겼다.“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세월 앞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이란 무엇일까.인간의 타고난 사악함과 바닥과 천장을 모르는 탐욕은 순환하는 계절의 질서를 지켜보면서도 진실을 익히지 못한다. 조용우는 ‘양파’란 시에서탐욕을 뒤짚어 쓴 인간의 속살을 벗긴다.“껍질을 벗긴다// 탐욕의 껍질/ 위선의 껍질/ 독선의 껍질// 한꺼풀 한 꺼풀을 벗기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고 하얀 속살/ 껍질까지도 용납하고 품어 준 진실의 속살/ 여태껏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이 작은 진실이었구나/ 한 꺼풀씩 껍질을 다 벗긴 뒤에/ 그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나는 그만 흙속에서 썩고 말았을 게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만나고,가난한 이웃들에게 땅을 내주도록 설득하여,스코틀랜드만한 거대한토지를 헌납받은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사회개혁가인 비노바 바베의평전이 이제야 번역되어 가을을 앓는 영혼들에게 위안을 준다.브라만계급 출신이면서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분뇨 치우는 일을 맡았던그는 말한다.“어린아이의 배를 고프게 하시는 분은 그 어미의 가슴에 젖을 채워주시기도 한다.그분은 자신의 일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그냥 두시지 않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전설’의 시절에 쓴 안재홍의 ‘독서개진론’은 지금도 유효성을 갖는다.“황국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밝고 서리 찬 밤 울어 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 볼 것이다.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가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조선후기 철학자 이덕무의 글은 늦가을 국향(菊香)의 맛이다.“티끌 세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책 읽을 여유를 가진 사람은 군자이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채운다.탐욕과 증오와 당파심을 털고 거리의 나무들처럼 겨울채비를 서두르자.새봄의 신록을 기약하면서,그리고뿌리로 돌아가는 잎새에서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우수수 가을 바람 갈대잎 쓸쓸타 마라/ 이 한밤 잠못든다 흰머리외롭다 마라/ 천지에 한가닥 맑은 뜻을 우리만이 안다네.”(이은상,벽노기)김삼웅 주필.
  • 문화스냅 2000/ 보통사람들 ‘마라톤 열풍’

    ‘참 별스런 취미군.그 많은 운동중에 왜 하필 그 지루하고 힘든 뜀박질이야’마라톤을 운동삼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 솔직한 첫느낌은 그랬습니다.건강을 위해 또는 뱃살 빼려고 100리길을 죽자사자 뛴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가더군요.좀더 번듯하고 재미있는 운동도 많잖아요.배드민턴,농구,등산,테니스,수영,헬스,에어로빅 등등. 무슨일인지 요즘 전국이 마라톤 붐이랍니다.직장 또는 지역동호회 등에서 무려 10만명이 달리고 있고 자고나면 마라톤대회가 생긴다나요. 한강 둔치나 일산호수공원,그밖에 뛰기 좋은 장소는 어김없이 꼭두새벽 단잠을 물리치고,이슥한 밤이슬을 맞으며 운동화끈 질끈 매고 달리는 ‘중독자’들로 북적댑니다. “왜 뛰십니까” 물으면 “그냥 좋아서 달립니다.인생이 달라진다니까요”하고 스님네 선문답 같은 소리만 합니다. 마라톤,물론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죠.일제시대 때 손기정옹이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해 민족의 정기를 일깨웠고,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쓴 황영조,98년 방콕아시안게임서 우승한 이봉주 등등자랑할만한 건각(健脚)들도 많습니다.그렇지만 그건 소수 엘리트선수들의 ‘신화’였지 보통사람의 해당사항은 아니었잖습니까. 최근에 요쉬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달리기 체험기 ‘나는 달리고싶다’를 번역한 마라톤광 선주성씨는 마라톤인구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를 전후해 부쩍 늘기 시작했다는군요.평생직장이란 개념이깨지면서 한층 치열해진 경쟁세계에서,살아남기 위한 무기는 건강이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또 달리는 맛이 여간이 아니랍니다.유식한 말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게 있대요.달리기를 시작해 30∼40분쯤 가슴이 터져버리고 호흡이 딱 멈춰 버릴 것 같은 극한의 고통이 지나간 후에무아지경이 찾아온답니다.누구는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 하고 누구는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래요.어찌나 짜릿한지 완전히 중독이 된다는군요. ‘나는 달린다’의 주인공 피셔도 중독자중 한 사람이죠.3년전 거대한 뚱보에다 이혼까지 당한 막다른 처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달리기시작한 그는 1년만에 40㎏을빼고 나서도 달리는 게 좋아 오늘도 달린답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도 얼마전 달리기가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약이라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습니다.운동 중 체내에 ‘베타 엔돌핀’(일종의 마약 성분)이란 물질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데 정확한 메카니즘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는군요. 알코올이나,히로뽕처럼 끊으면 금단 증세가 오긴 하지만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사는 활력까지 넘치게 하니 ‘좋게 중독된’ 거지요. 마라톤만큼 원시적인 운동이 또 있을까요.첨단문명의 이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그저 맨몸과 두 다리로 달리니 말입니다.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좀 좋은 전용 운동화를 장만하는 것 빼고는 돈도 안듭니다.하긴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는 그도 저도 없이 맨발로달렸지만요. 달리는 ‘사연’을 엿보려고 서울마라톤클럽이라는 마라톤동호회의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100㎏ 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시작해 1년만에 30㎏을 뺐다는 고형식(47·개인사업)씨,지난해 사랑하는 아내가 갓난아이를 두고 뇌출혈로 숨지자 고통을잊기 위해 뛴 구자춘(33·체육교사)씨,마흔살이 되던 생일날 아침 야릇한 기분에 달리기시작해 풀코스를 무려 17번 완주한 오혜영(53·영동세브란스 건강관리센터)씨,그밖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사연이 있더군요. 달리기는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 같습니다.무리지어 뛰는듯하지만 결국은 혼자이고,‘힘든데 이제 그만 달릴까’ 하고 유혹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죠.빨리 간다고 좋은 것도,늦게 간다고 나쁜 것도 아니랍니다.42.195㎞란 긴 여정의 초반에 얼마나 빨리 잘 뛰었냐는 중요하지 않대요.괜히 분수 안지키고 옆사람과 경쟁이 붙어오버페이스하면 중도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인생도 그렇잖아요.‘첫끝발이 ×끝발’이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잖아요.살다보면 견뎌야 할 고비가 어디 한둘인가요.인생이라는 잔은 다 비워야 하듯 42.195㎞는 끝까지 달려야 한다는 얘기죠,뭐. 그래서인지 마라톤은 젊다고 잘 달리란 보장이 없습니다.인생의 여러구비를넘은 중장년층에 매니아가 급증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피셔는 책의 끝머리쯤에 조심스럽게 고백합니다.“아마도 나는 부처를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요. 내속의 ‘나’를 찾기 위해,마음속 부처를 만나기 위해 ‘달리는 참선’.그 소박한 몸놀림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이제 길거리에서 스쳐지나는 ‘고독한 주자(走者)’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따스한 박수라도 쳐주어야 겠어요.하긴 인생은 모를 일이죠.어쩌면 내일 아침 문득,거리로 뛰쳐나가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허윤주기자 rara@. *‘나는 달린다’번역 출간 선주성씨. “운동화만 신고 밖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서든 뛸수 있으니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이만한 운동이 어디 있습니까”최근 ‘나는 달린다’는 책을 번역 출간한 선주성씨(35)는 취미로 즐기던 마라톤에 푹 빠져 올초 직장(조선일보 편집부 기자)까지 때려치고 전업한 ‘골수 중독자’. 현재 그는 마라톤기록 자동계측장치 ‘스피드칩’을 개발한 벤처업체의 마케팅본부장으로,또 인터넷 동호회 서울마라톤클럽 홍보이사로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대독문과 85학번인 그는 지난 95년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출전하면서 달리기의 쾌감을 처음 맛보았다.그 뒤 99년 뉴욕마라톤대회에서 피셔 독일외무장관과 함께 뛰는 등 13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처음엔 무조건 뛰면 되는 줄 알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시작해 옷에 쓸린 젖꼭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고생도 했다고 웃지못할 실수담도들려줬다.지금은 꼭 반창고를 붙인단다. 헬스클럽에서 지루하게 트레드밀을 밟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그는 “5㎞정도 뛰면 아무 생각도 없어지면서 머리가 맑은 명상상태가되고 일이 안풀릴 때 뛰다보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고 자랑했다. 따로 종교가 없다는 그에게 혹시 ‘마라톤교도’가 아닌가 물었더니“만나는 사람마다 전도하고 싶은 걸 보니 그런 것도 같다”며 그런데 정작 집사람은 아직도 설득을 못했다고 사람좋게 웃었다. 마라톤을 하며 그동안 살아온 삶이 ‘욕망을 키워온 세월’이었음을깨닫는다는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클럽회원 100여명과 함께 한강둔치에 모여 ‘비가 오든 눈이 오든’달리기를 멈추지않는다. 허윤주기자
  • 벤처업계 제휴는 ‘빛좋은 개살구’

    벤처업계에 유행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가 별다른 실효성없이 유 명무실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특히 닷컴기업과 e-비즈니스 관련 업체들의 제휴가 한달에 평균 5∼10회씩 이뤄지고 있지만 업체들만의 ‘잔치’로 끝나거나 무리한 추진으로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 하고 있다. ■‘홍보성’ 행사로 전락 지난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업간(B2B) 전 자상거래 업체와 콘텐츠 업체들간의 전략적 제휴 조인식은 100여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날 조인식 내용은 콘텐츠 교환 및 공동마케팅이었지만 정작 업체 관계자들은 벤처 캐피탈리스트들과 ‘눈도장 찍기’에 분주했다. 이날 참석했던 대기업 증권사 L모 대리는 “알맹이 없는 온라인 업 체들끼리 홍보효과를 노린 전략적 제휴의 전형적 형태”라면서 “1개 월이 지났지만 이들의 제휴사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더존디지털웨어가 마이크로소프 트와 한국통신하이텔·콤팩코리아 등 유수 IT업체와 중소기업의 디지 털 경영환경 구축을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된 어떤 사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이텔 관계자는 “더존측의 솔루션이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해 제 휴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제휴 지난 3월 한글과컴퓨터는 인터넷 콘텐츠업체 연합 인 ‘예카’ 프로젝트를 발족시키고,117개사가 회원사로 제휴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몇몇 업체는 구체적인 제휴내용도 모르고 양해각서도 받지 못한채 제휴업체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게다가 업체간 이해 관계가 불거져 10여개사만 남고 모두 탈퇴했다.현재 남아있는 업체들 은 대부분 한컴 관계사다. 한컴측은 “다른 법인끼리는 회원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현행법을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제휴를 추진, 제휴관계가 사실상 무산됐다” 고 밝혔다. 지난해말 ‘CP랜드닷컴’을 출범시킨 노머니커뮤니케이션도 제휴를 맺지 않은 몇몇 업체들을 명단에 넣어 물의를 빚었다.지금까지 참여 예상업체의 20%(200개)만 남아있는 상태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옴니텔과 번역 소프트웨어업체인 유니소프트 는 지난해말 기술제휴를 맺었으나,지난 5월 제휴 결과에 불만을 품은 옴니텔이 제휴를 깨고 다른 업체에 개발을 의뢰함으로써 법정소송으 로 번지기도 했다. ■제휴는 필요악? 벤처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전략적 제휴 는 생존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입을 모은다.인수·합병(M&A)보다 부담이 적을 뿐더러 활용여부에 따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이다. 그러나 단순한 홍보나 주가관리를 위한 제휴는 결국 벤처업계의 이 미지만 훼손시킨다는 지적이다.안철수연구소의 박태웅(朴泰雄) 고문 은 “대부분의 전략적 제휴가 자금유치나 기업가치를 띄우기 위해 이 뤄지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벤처업체간 제휴는 많아야 5%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 장광호(張光昊) 팀장은 “닷컴위기에 따른 자구책으 로 단순한 제휴를 택한다면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이 시너지효과를 위해 제휴할 때 비로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신간 맛보기

    ■청사(淸史)(임계순 지음,신서원 펴냄)는 만주족이 통치한 중국이란부제와 함께 1616년부터 약 300년간 만주족의 흥기부터 멸망까지를저술한 단대사.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750여쪽에 걸쳐 청왕조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대외관계 변천을 세밀히 정리·분석하고 있다. 중국 25왕조중 마지막 왕조로서 동북지방에 거주하던 소수민족에 의해 건립된 청조가 다수 한족을 268년간이나 통치할 수 있었던 시스템설명이 관심을 끈다. 50여개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19세기 중반이후의 몰락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으며 청대에 관한 중국과 일본의 자료와 함께 서양에서출판된 많은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3만2,000원■국제금융·외환정책론(이재웅 지음,다사랑 펴냄)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이 일차적 독자인 전문서적이지만 학생이 아닌 경영·무역 실무종사자와 일반인들도 관련 부문의 최근 흐름을 익히기위해 읽을만 할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환율 및 외환정책을 귀납적인 방법으로 일본, IMF위기의 동남아 및한국을 예를 삼아 분석한다.은감원 부원장보와 고려증권 부사장,고려종합경제연구소장을 거쳐 서강대 초빙교수로 있는 저자의 14편 논문을 싣고 있는데 국내외 금융정책,외환정책, 국제 재무전략과 기업 지배구조 분야순으로 정리했다.2만2,000원■논어의 문법적 이해(류종목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논어’에는노(魯)논어와 제(齊)논어,고(古)논어의 세 가지가 있다. 노논어는 지금의 ‘논어’와 마찬가지로 20편이고,제논어는 22편,고논어는 21편이었다고 전한다. 이 책은 ‘학이(學而)’에서 ‘요왈(堯曰)’에 이르는 20편의 내용을 문법적으로 분석,설명한 교양서다.사서오경을 읽을 때 번역문에만의존하거나 원문의 몇몇 중요한 어휘들을 통해 문장의 대의를 파악하는 데 그치는 한글세대들도 이해하기 쉽게 문장의 얼개를 밝혔다. 아울러 ‘논어’가 철저한 인간중심의 성경임을 일러주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2만5,000원■투덜이의 영화세상(이대현 지음,다할미디어 펴냄) 열에 아홉은 ‘영화마니아’를 자처하는 세상에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으로 재직중인 이대현씨는 평면적 평론 대신영화담당기자로서 현장감 넘치는 영화가의 크고작은 이슈들을 글로정리했다. ‘우리 영화,우리 감독’ ‘시네마 천국을 꿈꾸는 사람들’‘시네마천국은 없다’ ‘이대현의 스크린파일’ 등 책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작품성과 제작경향, 주요 영화인들의 현주소 등을두루 짚어보기에 좋은 책이다.9,800원
  • [여성 선언] 아이들의 책읽기

    TV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어 대개의 정보를 전자파가 실어다주는 요즘에도,책읽기가 인간의 지성을 근본적으로 추동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문자매체는 음성이나 영상과는 달리 시간에 구애받는 매체가 아니다.책은,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이미지들을충분히 반성하고 심사숙고할 여유를 주는 매체이다. 따라서 아이를현명하게 키우고 싶은 엄마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하고,자기 아이가 책읽기를 싫어한다는 것이 고민의 목록이 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독서지도 현장에서 바라보면,우리나라 아이들은 책읽기의 사각지대에서 자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니게 될 때가 있다.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학부모 몇 사람과 더불어 교실에 서가를마련해준 일이 몇 차례 있다.그때 내가 받은 도서목록을 보고,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초등학교 6학년 권장도서목록에 ‘돈키호테’와 ‘모히칸족의 최후’,‘삼국지’,‘수호지’가 들어 있다면? 초등학교3학년 권장도서에 ‘걸리버여행기’와 ‘파브르곤충기’가 있다면?출판사와번역자가 명기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책의 수준이 아이들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해 전혀 검증한 것 같지 않은 목록이었다. ‘돈키호테’는,문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책이라는 것은 제쳐 놓고라도 깨알같은 글씨에 두께가 600여 쪽을 육박하는 책이고 ‘모히칸족의 최후’는 한국에 아직 완역본이 없는 책이다.또 ‘걸리버여행기’는 고도의 풍자로 되어 있어 3학년 아이가 읽기에는 불감당이며,‘파브르곤충기’는 7권이나 되는 시리즈물이다.아이들이 이 책들을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이를 충분히 소화할수 있다고 생각하고 목록을만든 선생님들은 과연 진심일까? 심지어 중학생용 도서목록에 ‘소녀경’이 들어가 있어 물의를 빚은 일조차 있다.‘소녀’란 말이 있어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했다는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서점에 가보았을 때,문제는 더욱 심각했다.아동용이라 표시돼 있는서가에 ‘전쟁과 평화’,‘파우스트’같은 책들이 버젓이 요약본으로꽂혀 있었다. ‘돈키호테’가 6학년용 도서가 될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러한 발상은 특정 초등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초등교육 전반에만연된 것이다. 교육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독서토론회 주제도서로 그런 책들이 올라가기도 한다.아이들을 어른들의 축약본이라고 생각한것이 아니라면,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할까? 요약본이 아니면 아이들이 어려워 해 못 읽힌다고? 그렇다면 왜 6학년에게 ‘돈키호테’를읽혀야 하는가. 방정환과 강소천의 동화를 읽히면 된다.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현진이의 ‘네멋대로 해라’를 읽히는 것이 낫다. 디테일이 몽땅 생략되고 줄거리만 남은 세계명작도 명작이라고 한 번읽은 아이들은 자라서 다시 그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미묘한 말의 세계와는 등을 돌리고,다양하고 섬세한인간적 차이는 몽땅 무시하고, 결론만 남기는 앙상한 감수성의 소유자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독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영역이 바로 ‘타자의 체험’일진대 말이다. 독서는 다른 취미나 작업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많은 권수를 읽었다고해서 더 지성적이 되는 것도아니고,아무 책이나 읽어도좋은 것은 아니다.독서란 부모와 아이가,아이와 다른 독자들이,한 세대와 다른 세대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특수한 기억의 공간을 형성해주는 대단히 소중한 행위이다.중학생때 똑같이 읽은 ‘데미안’이나와 내 딸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라고 하는데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일은 몰라도, 아이들을 위한 도서 선정은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투자해야 한다. 절판된 도서를 복원하고,번역에 공을 들이고,각급학교 도서관에 정본을 집어넣고,책이라는 매개물을 가지고 어른과 아이들이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지금 아이들의 공통된 세대적 기억이 서태지와 H·O·T 뿐이라면 너무 비극적이지 않은가. 노혜경 시인·부산대 강사
  • 임세바스찬 신부 “좋은영화는 영혼을 보듬습니다”

    하룻밤에도 비디오 서너편씩 예사로 ‘눈요기’하는 이들에게 임세바스찬(64·한국이름 임인덕)신부는 얼른 이해못할 사람이다.두어달에 한번꼴로 언론사며 비디오 가게로 일일이 다리품 팔며 새 비디오를 돌리는 벽안의 노(老)신부. 영화를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쉬워지기만 한 세상에 그가 선보여온 비디오목록을 보자.잉마르 베르그만의 ‘침묵’,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켄 로치의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영화사를 장식한 수작(秀作)이지만 결코 ‘돈 안되는’ 아트필름들만 골라 소개하길 어느새 10년 세월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잉마르 베르그만,알렉산드르 소쿠로프,마리아 루시아벰베르그, 크리지스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같은 거장의 작품이 그의 비디오 작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새 영화 홍보차 경북 왜관에서 올라온 신부를 황급히 붙들었다.“인터뷰는무슨…”하며 멋쩍게 빼다가 입을 연다.“이번에도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베를린 장벽으로 헤어져야했던 남녀의 사랑을 그린 독일영화 ‘약속’(감독 마가레테 본 트로타)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다. 성 베네딕도수도원(경북 칠곡군 왜관읍) 시청각종교교육연구회를 이끌며 임신부가 예술영화를 본격적으로 들여온 건 90년쯤부터다.그후 지금까지 소개해온 작품이 줄잡아 30여편.흥행은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함께 고생한직원 두어명에게 따박따박 월급만 나갈 수 있으면 족했다. 독일 뉘른베르크가 고향인 그가 한국땅을 밟은 건 1966년.“(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신학과 영화를 공부했어요.유학온 한국학생을 우연히 만났는데,돌이켜보면 그게 운명이었네요.막연히 제3세계 어디쯤에서 선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에 부산에서 왔다는 그 친구를 만난 겁니다.뜻이 있으면길이 열린다고,그즈음 한국인 선교사가 들려준 ‘아리랑’에 마음을 뺏기고말았어요”신부 서품을 받고 처음 바다를 건넌 이국에서 평생을 보낼 줄은 몰랐다.그는그의 방식대로 이국을 알아갔다.영화를 통해서였다.‘공처가 3대’나 ‘남자식모’ 같은 영화를 뜻도 모른 채 몇번씩 보고 또 봤다. “우리 영화 수준이 지금 엄청나게 향상됐다고들 하지요.하지만 그 당시에도유현목 감독 등의 영화는 놀랄만치 훌륭했더랬습니다” 부지불식간에도 그는‘한국 영화’가 아니라 ‘우리 영화’라고 말한다. 아트필름 보급에 손을 댄 건 “할리우드 영화가 전부인 것처럼 길들여지는관객들이 안쓰러워서”였다. 맵고짠 양념을 치지 않고도,그윽한 시선으로 영혼을 보듬어줄 영화가 얼마든지 있다고 믿었다.“신앙이 고단한 삶을 위무해주는 거라면,곱씹어볼수록 큰울림을 던지는 예술영화도 믿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작품 선정은 물론 한국어 번역에서 자막,더빙까지 손수 챙겨야 성에 차는 건 그래서다. 내내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는 그가 군사정권시절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77년 그가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해방신학’을 찍어낸 덕에 쫓겨날 뻔했었다.“문화부에 새 비디오를 들고 등록하러갈 때마다 사람들이 물어요.아직도 안 망했냐고요.아마 쉽게 망하진 않을 것같습니다(웃음)” 왜 아니겠나.시골 비디오 가게까지 발로 뛰는사람이다. 황수정기자 sjh@
  • 흥미진진한 유럽소설 한권 어때요?

    흥미있는 유럽소설들이 눈길을 끈다.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미켈란젤로의 복수’(한길사·안인희 옮김)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화에 나타난 문자 수수께끼를 추리적으로 풀고있다.이 비밀을 풀기 위해 동원되는 기호학과 밀교 지식,그리고 숫자 상징들에 관한 박학함이 돋보이며 괴물같은 천재 미켈란젤로의 행적을 바티칸 문서고 자료를 통해 추적하는 과정이 박진감있다.독일어로 글을 쓰는 작가는 ‘파라오의 저주‘ ‘녹색 풍뎅이’ 등 20여 년간 상당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냈다. 카렌 두베의 ‘비의 소설’(책세상·박민수 옮김)은 부패한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실존의 깊이를 다루고 있는 본격 소설.컬트 영화와 같은 엽기적인 장면구성과 간결한 문체로 세기말의 음울한 풍경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61년생 여류 작가의 99년 작. ‘다섯번째 여자’(좋은책만들기·권혁준 옮김·2권)는 수사관 발란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의 헤닝 만켈 작품.96년 출간 2년후 독일에서 번역되어 서적상에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알제리의 내전을 소재로 인간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 스페인의 페르난도 산체스 드라고의 소설 ‘아리아드네의 실’(자작·권미선 옮김)은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 플라네타 상을 탄 베스트셀러.포스트모더니즘의 여러 기법을 적용한 이 소설은 ‘예수는부활하지 않았다’ 는 의혹으로 출발하면서 종교의 모순과 위기를 흥미로운구성과 함께 이야기한다. 김재영기자
  • 헬가 피히트박사 “남북회담, 北 점진개방 계기될것”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옛 동독의 평양 주재 문화담당관이었던 헬가 피히트 박사(66)는 한반도 통일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밤 국제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유창한한국말을 구사하면서 간간이 ‘호상(상호)교류’ 등 북한식 어휘와 액센트를썼다. 구 동독 외교관이었던 그녀는 유럽에선 손꼽히는 북한문제 전문가.동독의호네커 총리나 크렌츠 당총비서가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주석과 회담할 때단골 통역관이었다.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도 여러 차례 만났다. 그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호상 교류를 통해 양측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북한 독제체제를 점차적으로 개방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독일식 흡수통일을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특히“북한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면 한반도의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독일식 흡수통일이 한반도에서 재연되기 어려운 점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설명했다.즉 “옛 서독은 현재의 한국에 비해 훨씬 부자였던 반면 북한은 과거의 동독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까닭에 남북 양측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상호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점진적으로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였다.그러기 위해선“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기대감과 함께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지난 70년대초 남북조절위원회 구성과 7·4공동성명 발표 등 요란했던 합의가 이내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의 준비접촉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녀는 요즘 베를린 근교에서 오랜 소망이었던 한국문학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구본영기자 kby7@.
  • 한국문학 佛번역판 현지 호평

    한국 문학작품의 영·불역본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에 따르면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 몽드는줄마(ZULMA)출판사가 지난달 발간한 이승우의 장편소설 ‘생의 이면(L'Envers de la vie)’을 지난 19일자 문학면 톱기사로 자세히 소개하면서 높이 평가했다.르 몽드는 ‘한국의 잔인한 이야기’라 제목의 기사에서 “때로는 너무 격렬하고 때로는 너무 능숙하나,조용하고 신실한 마음이 치솟는 이 소설은 다감하고도 엄숙하여 문학 애호가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평했다. ‘생의 이면’은 1993년도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우리 문단에서는드물게 종교적 사유,인간 존재의 실체 등을 다뤄온 작가가 심리적 상처의 극복을 위한 내면과의 만남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이다.이 프랑스어본은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았으며 고광단 홍익대교수와 장 노엘 주테 주일프랑스대사관 어학문화담당관이 공역했다.작가 이승우는 지난 4월 직접 프랑스를 방문하여 작품낭독회 등을 가졌었다. 이에 앞서 한대균(청주대 교수)·질 시르(캐나다 퀘벡 시인) 공역으로 프랑스 시르세 출판사가 발간한 조정권의 ‘산정묘지(Une tombe au sommet)’도르 몽드,리베라시옹,프랑스 엥테르 방송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황동규의 대표 작품 50편을 묶은 ‘사랑의 뿌리(Les racines d'amour)’ 역시 이달 시르세에서 나왔다.이에 앞서 극작가 오영진의 희곡과 사이코 드라마를 불어로 번역한 ‘맹진사댁 경사(Monsieur Maeng marie sa fille)’가지난달 프랑스 라신 출판사에서 나온 데 이어 박완서의 중단편 모음집인 ‘저문 날의 삽화(A Sketchof the Fading Sun)’가 미국 화이트파인 출판사에서 각각 간행되었다.모두 95년부터 한국작품의 해외 번역출간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대산문화재단의 노력에 힘입었다. 김재영기자
  • [시베리아 대탐방](20.끝)재벌 꿈꾸는 개인기업들

    [이르쿠츠크·앙가르스크 특별취재반] 시베리아의 동토(凍土)에서도 미래의‘재벌’을 꿈꾸는 개인기업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해 11월 30일 이르쿠츠크 주(州) 3,000여개 개인기업 가운데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에네르쁘레트’를 찾았다.이 회사는 지난91년 이르쿠츠크 인근 도시 우스트일림스크에서 일하던 젊은이 5명이 1만달러를 들여 창업한 기계 생산업체다.그들은 “전 러시아에 팔 수 있는 기계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국영기업에 근무할 때보다 몇배는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창업 9년째인 99년,에네르쁘레트는 이제 300만달러의 자산과 4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또 이 회사는 러시아 군수산업부품의 70%를 조달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그리고 경상이익이 매출액의 30∼40%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도 견실하다. 에네르쁘레트는 이르쿠츠크 지역 대학졸업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중 하나다. 높은 임금과 성장성,개방성이 이 회사의 매력이다.이 회사는 2년전 입사한이르쿠츠크 공대 졸업생의 능력을 높이 평가,지난해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해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벤처기업 열풍이 러시아에도상륙했다는 느낌을 줬다. 에네르쁘레트는 그동안 시베리아 탐방 중 돌아본 다른 기업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통역을 맡은 고려인 정추광씨는 “이렇게 컴퓨터가 많은 사무실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사무실 풍경은 거의 선진국의 기업과 닮았다.또공장의 분위기도 활기와 함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러시아의 다른 기업에서 목격했던 느슨한 기업 분위기와는 달랐다.또 사장과 전 임원이 취재에 응할 정도로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트보로고프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성공은 개인기업이었기에 가능했다”며“무사안일의 타성에 젖은 국영기업이 이런 약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은 취재팀이 12월 3일 방문한 앙가르스크 의류(주)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갖고 있었지만,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르쿠츠크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앙가르스크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 56년 국영기업으로 출발,최근 민영화됐다.이르쿠츠크 주정부는 안내하기 앞서 취재팀에게 “미국회사의 외자유치를 받아 미국,독일에서 올해 1월 최신설비를 들여왔다”며 “러시아 최고수준의 공장”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앙가르스크 의류 공장은 역시 동부 시베리아 최대의 의복공장답게 대규모였고 시설도 훌륭했다.한국의 의류공장 못지 않게 깨끗했고 첨단 자동화 설비도 갖췄다.여성인 코롤료바 스베틀라나 사장은 “우리의 여성 및 아동외투가올해 러시아 최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며 “설비교체후 생산능력이 4배나늘어났다”고 말했다.그러나 막상 회사측의 안내에 따라 공장안으로 들어가자 이완된 분위기가 느껴졌다.절반 이상의 설비가 놀고 있었고 종업원들은‘잡담중’이었다.코롤료바 사장은 “주문이 없어 이렇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최근 한국업체와 운동복 외주계약 협상을 벌였는데 그쪽에서 너무싼 가격을 요구해 결렬됐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수출 건을 따내러 직원들이 외국으로 직접 돌아다니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그런 적 없다”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또 첨단설비인만큼 옷의 바느질 상태는 빈틈 없었지만 디자인은 영 엉성해서 우리시장에서는 한 벌도 안팔릴 것 같은 수준이었다.또 민영화과정에서 종업원들이 모두 주식을 받았지만 사장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도 회사 주가에 관심이없었다.회사 주가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는 종업원 지주제의 취지를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하드웨어만 민영기업이지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국영기업의때를 벗지 못한 셈이다. oosing@. * 러시아 최대 의약콤비나트. [우솔레시비르스코예 특별취재반]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중소도시 우솔레시비르스코예에는 러시아 최대의 의약콤비나트가 있다.창립 30주년을 맞는 이 의약콤비나트의 16개 공장에서는 50여종의 각종 화학제품과 의약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 의약콤비나트의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투자회사 ‘메지우스’의 고려인사장 김신범씨는 “옛 소련 때는 유럽 각국에 수출할 정도로 훌륭한 콤비나트였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그와 함께 이 콤비나트에 들어선 취재팀은 그만실망하고 말았다.공장 부지와 건물은 대규모인데 설비는 마치 우리의 60년대를 연상케 했다.가동이 중단된 몇군데 공장은 아예 폐허와 같았다. 미로치니코프 페도로비치 의약콤비나트 사장은 “설비가 이미 낙후된데다재료를 구입할 만한 운영자금도 모자라 생산량이 급감했다”며 “자금부족으로 최근 5년간 유럽에 비해 뒤떨어졌지만 외자만 유치되면 몇년내 따라 잡을수 있을 정도로 기초기술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그는 “투자자에게는 콤비나트의 주식도 주겠다”고 덧붙였다. 우솔레 의약단지가 세계 수준을 자랑하는 생산품으로는 ‘페놀 페르비탈’을 우선 꼽을 수 있다.이는 두통 또는 수면제로 쓰이는 의약재료다.메지우스김사장은 “한국도 수교관계가 없을 때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입해썼으나 지금은 생산량이 줄어들어 질 낮은 중국산을 사다 쓸 것”이라고 말했다.생선이나 고기를 통조림으로 만들 때 쓰이는 ‘벤조아트’도 질이 높은것으로 전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미로치니코프 사장은 “외자유치 금액의 상당부분은 주로 의약 완성품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 이유는 의약재료보다는 완성품이 자본회임기간이 짧고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현재 10%에 불과한 의약 완성품 비중을 절반까지 올릴 방침이다. 그는 “북한측과 인삼약 제조에 관해 협상을 했으나 이미 결렬된 상태”라며 “콤비나트 산하 4개 공장이 현재 한국과도 모종의 협상을 진행중이지만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브이 로시스키'…자본주의 바람 타고 급부상. [이르쿠츠크·크라스노야르스크 특별취재반] 러시아에서는 요즘 ‘노브이로시스키(새로운 러시아인)’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자본주의에 발빠르게 적응해 돈을 번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브이 로시스키 가운데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경우도 많다.그래서인지 노브이 로시스키란 말속에는 비아냥의 뉘앙스도 섞여 있다.우리의졸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노브이 로시스키는 남들보다 앞서 용감하게 자본주의에 적응해 새 사업을 벌였고 이를 통해서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졸부와는 다르다.러시아의 ‘신흥세력’내지는 ‘신흥상류층’으로 번역하는것이 적당할 것이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즉 고려인 사회에서도 노브이 로시스키를 응용한 ‘노브이 카레이스키(새 고려인)’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취재팀은 극동과 동부 시베리아를 취재하면서 두명의 노브이 카레이스키를 만났다.이 두사람은 학문의 길을 걷다가 생존을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모두 많은 재산을 모았다.역경을 기회로 바꾼 것이다. 김 보리스 예브게니예비치,한국 이름으로는 김신범이다.그의 신분은 투자회사 ‘메지우스’의 사장.러시아에서는 매우 생소한 종류의 회사이다.취재팀은 그를 지난해 11월 30일 이르쿠츠크 주정부청사에서 만났다.김사장은 우리의 우솔레시비르스코예 의약단지 취재를 안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이 의약단지에 대한 투자사업은 모두 그가 총괄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이르쿠츠크 의대 출신의 의사다.러시아 용어로는 의학중박사(의학석사).병원 외과의사와 의학연구소 연구원 등 정상적인 길을 가던 그는 91년구소련 붕괴로 연구소가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김사장은 이 때 일회용 주사기,수술장갑 등 수술에 필요한 의약품을 수입,판매하는개인회사를 차려 큰 돈을 벌었다.그리고 96년 투자회사를 차렸다.김사장은겉보기에도 재력이 있어 보였다.그는 질 좋은 무스탕에 진갈색 렌즈 안경을쓰고 있었다.그리고 5,6년 이상된 일본 중고차를 쓰는 러시아 사람들과는 달리,그는 국산 쏘나타를 탔다. 김 사장은 “생활수준이 이 지역에서 최상위급”이라면서도 의학도로서의생활에 미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사업이 마음에 든다고는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학,약품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그는 사업차 서울에도 자주 들른다고 했다. 이에 앞서 26일 만났던 고가이 보리스는 벤처회사를 창업했다.아직 큰 돈은못벌었지만 석유시추공을 효과적으로 청소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전도가유망하다.고가이에 붙은 ‘가이’자(字)는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들이 흔히자신의 성 뒤에 붙여 러시아식으로 작명하는 접미사다. 카자흐스탄에서 출생한 고가이 사장도 66년 톰스크 공대를 졸업한 뒤 크라스노야르스크 석탄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으나 구소련 붕괴의 격동속에서 연구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연구소를 나왔다.그는 처음에는 이 연구소 출신 몇몇과 동업,목재 등을 수출하고 한국산 직물을 수입하는 무역업을 했으나 자금사정으로 그만뒀다.지금은 ‘시브레’란 엔지니어링 회사를 차려 자체 기술을 판매하는 한편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여러 연구소들이 창출해낸 성과들을실제 산업에 적용하도록 중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일종의 벤처캐피탈이다. 고가이 사장은 공익사업도 시작,‘국경없는 어린이(Boundless Children)’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했다.“크라스노야르스크주의 잠재력을 세계 어린이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고가이 사장은 인터넷 마인드와 영어실력으로 무장한 지식형 노브이 카레이스키인 셈이다.고가이 사장은 “할아버지가 연해주에 살면서 사업차 한국에 자주 왕래하다 6·25전쟁이 나면서소식이 끊겼다”며 “얼마전 할아버지의 성함을 잡지에서 봤는데 장남 이름을 아버지 이름과 똑같이 지어놨다”고 말했다.
  • ‘61년만의 귀향’ 趙南起 중국政協 부주석에 듣는다

    조선족 출신인 조남기(趙南起)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부주석이 26일 국내 언론과는 최초로 대한매일김삼웅(金三雄)주필과 단독 대담을 가졌다.지난 24일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 초청으로 61년만에 고국을 찾은 조 부주석을 김 주필이 이날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22층 로열 스위트룸 접견실에서 만났다.조 부주석은 지난 99년 2월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김 주필을 만나 한반도문제 등 국제정세와 한·중관계 등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나눈 바 있다.조 부주석은 다음 달 3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에 머문다. ■베이징에서 뵙고 서울서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서울에 오신 감회가 남다르실 줄 압니다.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나 13살이 되던 39년에 가족 전체가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옮겨 왔습니다.식민지 치하에서 성까지 바꿔야 하는 치욕을 안고 수탈속에 끼니를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살았어요.할아버지가 3·1운동을주도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일제의 감시와 탄압의대상이 된 것도 이주의 계기였습니다.지린(吉林)성에 정착해 살다가 1945년일제 패망 후 식구들이 “조국으로 가자”고 했지만 추수를 한 뒤 귀향하려다 38선이 막히면서 중국에 남게 됐어요.먼저 떠난 할아버지와 동생만 한국에 살게 됐지요.지게와 초가집 등 당시 고향 모습이 아련하네요.할아버지의등에 업혀 고향을 떠나던 기억도 어제인 듯 눈에 선합니다. ■지난 25일 청와대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예방하셨지요. 김 대통령을 꼭 한번 뵙고 싶었어요.‘김대중 선생’의 자서전 ‘나의 인생,나의 길’의 중국어 번역본인 베이징 외문(外文)출판사가 펴낸 ‘我的人生我的路’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사형 선고와 수십년 동안의 핍박속에도 신념을 버리지 않은 지조와 의지,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시킨 경륜과 비전,경제적으로 사상 최고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고 외교적으로도 국가 위상은 부쩍 높아진 느낌입니다.암초와 폭풍 속에서 풍파를 이기고 배를 항구에 무사히 닿게할 수 있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근황을말씀해 주시지요. 지난 98년 3월부터 정협(政協) 부주석으로 활동하고 있어요.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정부의 자문 역할을 준비하느라 여전히 쉴 틈이 없군요.98년 6월정협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남북의 통일 열망은 같다는 인상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습니다. ■98년 평양 방문 당시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고 광범위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박성철(朴成哲)북한 부주석 등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통일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어요.방문 직후 중국 정부에 ‘대북 지원의확대 필요성’을 보고했고,중국의 휘발유 지원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평양방문 당시 긴장 완화와 통일을 위해선 ‘삼불(三不)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무력을 사용하지 않고,상대방을 흡수하지 않고,지키지 않고 있는약속들을 이행하는 ‘불이행 불용납’의 실천이 그것입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로 관계 변화가 기대됩니다.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 포용정책의 일관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밥도 한 숟갈 한 숟갈씩 먹을 수 있지요.한 공기의 밥을 한꺼번에 입에 넣고 먹을 수 있나요.시작이 반이란 말도 있지요.남북이 오고가다 보면 믿음이생기고 전쟁 위험도 사라지고 협력도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김 대통령께서도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를 기대하기보다는 조금씩 진전되는 과정에 의미를 더두시는 모습이었는데 그게 옳다고 봅니다.중국 속담에 “뚱보는 한 입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남북관계 발전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 조 부주석의 개인적인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중국 정부의 노력도 동북아 평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습니까.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이 당사자이며 주역입니다.자주적인 만남과 협의 속에서만 남북관계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저 개인이나 중국은 이웃이자 조연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한반도에 뿌리를 둔 사람으로서 남북 화해와 관계 발전을 남은 삶의 사명으로 알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주체사상의 북조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셔야합니다. ■중국은 사유재산을 헌법에 보장하는 등 사회주의형 자본주의를 추구하고있습니다.북한도 중국처럼 ‘변화된 사회주의’를 선택할까요. 북한은 최근 미국,일본 등과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근본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이냐에 대해선 판단하기이릅니다. 그러나 북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있다는 점은 확실한 듯합니다. 북한도 평화를 ‘수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도 같은 맥락에서 관찰한다면 시사하는점이 적잖을 것입니다. ■21세기 첫 해의 8월15일에 남북한과 중국,일본 4개국 최고지도자가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영상(映像)회담을 갖는다면 어떻겠습니까.조 부주석께서이같은 계획을 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전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역사적인 의미가 깊군요.실현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무엇보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4개국 정상들이 어떤식으로든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한·중 교류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교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관계를 전망해 주시지요. 98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두 나라간 본격적인 교류시대를열었습니다.김 대통령은 장쩌민(江澤民)주석과 함께 한·중관계를 21세기를준비하는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습니다.경제 교류에 치중되던 교류를 국방·문화·환경 등 전면적인 협력으로 끌어올린 계기였습니다. ■군사 교류도 주목을 받고 있지요. 지난해 두 나라 국방장관의 상호 방문 실현은 그만큼 신뢰가 쌓였다는 방증입니다.불편했던 남북관계는 한 차원 높은 한·중관계의 발전에 짐이 돼 왔던 게 사실이에요.남북관계 발전도 한·중관계 발전을 가속화할 것입니다.한국의 대통령이 언제 중국의 군사기지를 방문하고 중국 군함을 시찰할 수 있을 것이냐를 묻는 이도 있어요.대세가 어디로 가느냐를 살펴보십시오. ■지난 3월 베이징 등 중국 일부 지역에서 조선족들이 한국인들의 금품을 노린 강력사건이 있었지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일탈 행동과 범죄는 있게 마련입니다.자칫 한·중관계는 물론 한국인과 조선족간의 신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그러나 한국인들의 조선족에 대한 ‘취업 사기’가 역시 개인적 차원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이듯 이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언론 보도에 잘못된 점이 많습니다.감정만 부채질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사안을 과장되게보도하는 점은 반성해야 합니다. ■중국 내 주요 문물의 한국 전시 행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북한도 중국 문물에 대해 전시를 원해요.가끔 남북한의 요구가 상충될 때도있지요. 헤이룽지앙(黑龍江)·랴오닝(遼寧)·지린성 등 동북지역에서 발견된문물에 대해서는 북한에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반면 상하이(上海) 및 충칭(重慶)임시정부와 관련된 문물에 대해선 한국 전시를 우선한다는 것이 중국입장입니다. ■안중근(安重根)의사가 중국 땅에서 순국하신 지도 90주년을 넘겼습니다.아직 유해도 찾지 못해 애석한 바 큽니다.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요. 북한측에서도 도와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이 문제는 우선 남북한이먼저 논의해 합의한뒤에나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99년 10월1일 국가 수립 5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면서 세계 속에우뚝선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발전 계획을 소개해 주시지요. 지난 97년 말 열린 15차 공산당전당대회에서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국민총생산량을 두 배 가량 늘릴 것을 결의했습니다.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발전의 길을 따라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중국인들은 지금 세계 속의 초강대국으로서 성장을 낙관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습니다. ■중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히고 있지요.성공 비결은 무엇인지요. 무엇보다 자신을 잊고 일에 전력투구해 왔습니다.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학력뿐이었지만 모두 5년 과정인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정대학과 후근학원을 최우등의 성적으로 2년 만에 졸업한 것도 이같은 집념과 열성 덕택이었습니다.두번째는 ‘태산도 한 걸음씩 올라야 한다’는 정신을 잃지 않고유지했다고 자부합니다.지난 88년 중국군의 최고지위인 상장 지위에 올랐을때 300만 군인 가운데 45년 이후 출발한 사람은 나 혼자 였어요.중국군의 재정과 병차,공정을 총괄하는 후근부 부장,중앙군사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지요.또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도 성공을 도운 중요한 요인이지요. (주위에선 그가 자오즈양(趙紫陽)전 총리 때에는 농업담당 부총리직을 제의받았지만 평생 군인을 하고자 고사한 적도 있었다고 귀띔한다.지금도 중국군의 대부로서 널리 추앙받고 있는 양상쿤(楊尙昆)전 국가주석으로부터 각별한사랑을 받는 등 역대 지도자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아왔다는 평이다.)■회고록 등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출판 의사는 없는지요. 군에서 퇴임한 뒤 원래 지난해나 올해쯤 내려고 마음 먹고 준비 중이었지요.그러다 정협 부주석이 되면서 재직 중엔 그와 같은 출판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의해 발표와 출판을 미루고 있습니다.한국어 번역판을 낸다면 대한매일에 맡기고 싶군요. ■가족관계를 말씀해 주시지요.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두었어요.큰아들인 건(健)은 한국의 청와대나 총리실격인 국무원 국장으로 근무 중이고,큰딸영(英)은 미국 워싱턴에서 컴퓨터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둘째딸 연(燕)도 미국에 남편 따라 가 삽니다.막내딸여(麗)는 중국에 있고 남편인 막내사위 리우쥔(劉軍)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받고 중국의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98∼99년 한양대 교환교수로와서 한국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정리 이석우기자 swlee@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