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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분야 통해 또다른 세상에 도전”/스포츠 기고가 변신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

    |도쿄 황성기특파원|통유리의 탁 트인 창밖으로 차가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뿌리는 24일 오후 도쿄 시부야의 호텔 5층 카페는 빈자리 하나없이 사람들로 붐볐다.하필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했을까.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주차장이 카페와 이어지는 같은 층에 있었다.차에서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도 곧바로 올 수 있는 편리함이 시끄러운 이 곳을 그가 인터뷰 장소로 지정한 이유일 터이다.이런 곳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약속보다 5분쯤 늦게 나타났다.예의 전동휠체어를 타고.대단히 죄송하다는 표정이다.인사를 나누자 “30분 정도 다른 일을 먼저 봐도 괜찮느냐.”고 이쪽이 황송할 정도로 미안한 얼굴로 동의를 구한다. 새롭게 원고를 쓰게 될 회사 관계자와의 협의가 있다고 했다.얼핏 보니 몇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서류를 놓고 (그의 표현에 의하면)10㎝ 밖에 되지 않는 양 손을 흔들어가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얼굴을 알아본 중년부인들이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기 바쁘다. 1시45분부터 45분간으로 예정된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해서 30분 가량 늦어진 2시15분쯤 시작됐다. “하루를 보내는 패턴은 세가지 있는데,첫째가 오늘같은 일 협의나,인터뷰 같은 것이고 둘째가 취재하러 가는 날,셋째가 전혀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원고를 쓰는 날입니다.” 기자를 기다리게 한 원고협의,기자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아침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5건의 일이 있다고 했다.행동이 불편한 그로서는 가급적 이동을 줄이고 한 곳에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지 모른다. ●작년 운전면허 따 한달에 두번쯤 운전 그는 작년 여름 운전면허를 땄다.그 면허로 차를 몰고 왔을까. “한달에 2번쯤 운전하는 정도입니다.휴일이 그렇게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매니저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다닙니다.오늘도 매니저 신세를 졌구요.”그는 손수 운전하면서 과거에는 몰랐던 운전의 위험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했다. 와세다 대학 정경학부를 졸업한 2000년 오토다케는 스포츠 전문잡지 ‘넘버’에 선수 인터뷰 연재를 시작하면서 스포츠 라이터의 길을 걷는다.작년 한·일 월드컵 때에는 두 나라를 오가며 TV 리포터로도 꽤 얼굴을 비쳤으나 올들어 TV 활동은 뜸하다. “쓰는 일을 제대로 몸에 익히려고 TV쪽은 삼가고 있습니다.잡지 기고에 힘을 쏟고 있어 상대적으로 TV 출연은 많이 줄었습니다.” 500만부를 넘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주인공의 자유 기고가로의 변신,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3학년(1998년) 가을 ‘오체불만족’을 낸 뒤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어요.책의 저자라는 이유로 여러 매스컴에서 저를 다루어 주었구요.의외였습니다.나쁘게 말하면 주위에서 추어올려 준거죠.굉장히 무서웠습니다.그때도 이미 언론이라는 것이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식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요.영화화하자,입사해라,CD를 만들자는 얘기들이 많았어요.그 물결을 탔으면 재미는 있었겠지만,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리면 언제가는 질리는 날이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했어요.그런 날이 됐을 때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두지 않으면 나만 혼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몇가지 책을 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라이터였습니다.” ●한·일 월드컵때 TV리포터로도 활동 스포츠를 택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는 뜻밖의 대답. “장애자 운동의 기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실은 그런 운동에는 별 흥미가 없었습니다.그냥 전동의자를 타고 22년을 살아왔을 뿐이었거든요.그러면 장애자 운동의 정반대에는 무엇이 있는지,했더니 스포츠였습니다.어릴 때 부터 좋아해서 관심도 지식도 있어서 스포츠 분야에서 승부를 내볼까 생각했습니다.” 축구와 야구가 메인이지만 특정종목을 전문으로 취재한다기보다 특정 선수에 흥미가 생기면 그 선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해당종목을 공부하는 그런 패턴으로 지금은 유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준다. 화제를 돌려본다.2001년 3월 대학후배인 히토미(당시 22세)와 결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짤막한 보도였다. “집 사람은 기본적으로 집안 일을 합니다.경리라든가 그런 부분에서는 제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바깥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전업주부인 셈이다. “와세다 대학의 어떤 서클이 개최한 세미나에 제가 강사로 불려갔는데 그때 만났습니다.21살 때였으니까,1997년 알게 돼 4년 만에 결혼한거죠.” 결혼한 지 2년 반.아직도 신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결혼을 정했을 때 결혼한 선배들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결혼 그거 그렇게 좋은 게 아닌데’라고 충고는 해줬어요.그렇지만 나는 결혼생활을 꽤 좋아합니다.야구선수들이 결혼 문제로 상담을 해 올 때마다 꽤 권유합니다.”(그는 이 대목에서 ‘꽤’라는 말을 두 번이나 사용했다) 결혼이 글쓰기에 변화를 주었냐고 묻자 그는 “그런 건 없지만 인생의 시점이 하나 늘어난 것은 분명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 전 TV에 출연했을 때의 에피소드.그에게 사회자가 ‘거리에서 느끼는 불편'을 물었다.그는 “러브호텔의 엘리베이터는 (좁아서)전동 휠체어로는 타기 힘들다.”고 대답했다.짓궂은 사회자가 “러브호텔에도 가느냐.”고 재차 질문하자,그는 “가지요,23살의 남자인데요.”라고 응수해 좌중을 웃기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얘기를 꺼내자 오토다케는 깔깔거린다.당시 그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러브호텔에 같이 간 상대가 부인이라는 심증이 짙었으나 그는 교묘하게 피해나간다. “장애자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 때문에 (실제로 장애인들도 많이 찾는)게임센터,노래방 같은 곳에 의외로 장애자를 위한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는 말로 대신한다. ●결혼한지 2년반 “꽤 즐거워요” 한국 선수로는 축구의 홍명보,이동국,박지성,안정환을 취재했다는 오토다케.“홍명보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는 그는 “무거움이라고 할까,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느껴졌다.”고 덧붙인다. ‘넘버’(576호)에 실린 안정환 인터뷰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상대와의 거리감을 잘 재면서 깊이 들어오는 것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피해간다.그것이 후천적으로 익힌 재능이라면 분명 슬프다.”인터뷰 내내 마음을 열지 않는 축구스타 안정환의 심리분석이 독특하다. “스타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음에 벽을 쌓는다면,원래 천진하고 순수한 청년이던 안정환은 좀 아깝고,불쌍한 것 아닌가요.자기만의 자유대로 살아가면 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생각했어요.”분야는 다르지만 ‘오체불만족’으로 유명인이 됐던 자신은 벽을 쌓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27살의 청년,오토다케는 만 3년이 된 스포츠 라이터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채점하고 있을까. “글쎄요.처음 30점이던 것이 70점이 됐다고 할까요.지금부터 (점수를 올리는데 시간이)오래 걸리겠지요.” 모자라는 30점이라면.“기자로서의 착안력,취재력,문장력 3가지 능력이 있다고 할 때 취재력은 다른 사람보다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첫째와 셋째,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셋째(문장력)”라고 말한다. ●“글쓰기가 재미있어 정치 관심 없어요” 2년간의 산고 끝에 따낸 운전면허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한다.“기본적으로 기자로서 미숙하니까,더 힘을 쏟고 싶습니다.혹시 여유가 생기면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기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싹튼 것은 사실입니다.”예를 든다면 기타노 다케시(한국에 ‘하나비’로 알려진 영화감독)에 수개월간 밀착해 어떤 발상으로 영화를 만드는지 그 과정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어떤 주간지가 11월로 예상되는 일본 총선거에 오토다케가 공명당(연립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을 보도했었다.‘정치가 오토다케’ 과연 사실인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글쎄요,그런 기사가 왜 나왔을까요.”거세게 부인한다.“어쨌건 지금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오토다케.어엿한 가장으로 성장한 그에게서 글쓰기에 온몸을 던져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열정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marry01@ ●오토다케는 1976년생.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일반 초·중·고교를 거쳐 와세대 대학을 졸업했다.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감동적인 삶을 다룬 ‘오체불만족’이 한국,중국,미국 등에도 번역돼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오토다케 리포트’,‘월드컵 전사×오토다케 히로타다’ 외에 그림책 ‘선물’ 등의 저서가 있다.
  • 절판서적 구해주고 독서지도등 맞춤형 서비스 / 인터넷 서점

    인터넷 서점이 달라졌다.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내세워 책을 ‘팔아치우던’ 인터넷 서점들이 저마다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고서점에서도 못 구하는 책도 인터넷 서점에서는 ‘OK’ 대학생 김현수(24)씨는 요즘 잔뜩 희망에 부풀어있다.마침내 프랑스의 학자 롤랑 바르트가 쓴 ‘카메라 루시다’의 한국어 번역본을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980년 국내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김씨는 고서점과 벼룩시장을 뒤지면서 책을 찾아 헤맸지만 쉽게 구하지 못했다.그러나 인터넷 서점 ‘YES24’(www.yes24.com)가 최근 시작한 ‘주문형 출판’(POD)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책도 예전 디자인 그대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YES24’는 이달초부터 인쇄·출판업체인 ‘킨코스 코리아’와 협력,고객이 원하면 절판된 책 단 한권이라도 제작,판매하기로 했다.출판사는 보관비용을 대폭 줄이는 한편 비대중적인 전문·학술 서적을 출판하는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독자는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책도 본래 디자인 그대로받아보는 짜릿함을 맛보게 됐다.‘YES24’측은 “이미 많은 출판사가 POD 서비스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교보문고’(www.kyobobook.co.kr)도 내년 1월부터 학술ㆍ인문서적 중심으로 POD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유명작가 서재·서평도 보여줘 ‘알라딘’(www.aladdin.co.kr)은 ‘나의 서재’를 이용해 고객몰이에 나섰다.‘나의 서재’는 오프라인의 서재를 고스란히 온라인에 옮겨놓은 효과를 준다.마음 내킬 때마다 한권 두권 인터넷에서 구입한 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전에 책을 읽고 써두었던 서평도 마우스만 한 번 클릭하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책 내용을 되새김질하는데 유용하다.멋진 현판을 내걸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려 나만의 서재를 꾸미는 일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의 속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내 서재를 공개할 수도 있고,다른 사람이 정성껏 꾸민 서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틈이 나면 소설가 김영하씨의 서재(my.aladdin.co.kr/timemuseum)를 둘러보자.유명작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공감대도 형성된다.마땅하게 살 책이 없을 때는 평소 나와 독서습관이 비슷한 사람의 서재에서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벌써 수만명이 서재를 개설했다. ●분야별 전문가가 좋은 책 추천도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찾도록 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닝365’(www.morning365.com)는 ‘독서클리닉’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장삿속에 아무 책이나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 맞는 내용을 딱 집어내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모닝365’는 컴퓨터·인터넷,어린이·유아,인문·사회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각각의 담당 전문가를 뒀다. 분야별 전문가는 기본이고 비슷한 책을 먼저 읽은 회원이 질문을 올린 네티즌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있다.이 때문에 독서교사에게 자문을 구하듯 ‘초등학교 1학년에게 성교육을 시킬 때 좋은 책’,‘동서양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책’을 알려달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오르고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8) 신경림-새로운 국가 독점과 민중의 위상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세상에는 높아서 높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낮아서 높은 사람도 있다.아니 이렇게 낮아서 높은 사람이 정말로 높은 사람이다.키도 작고 얼굴에는 굵은 주름,잔주름 골이 패어 뙤약볕 쐬며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는 나이든 장꾼처럼 보이는 신경림 시인.그러나 그는 스스로 높이지 않는데도 가장 높은 시인의 한 사람이다.이런 일도 세상의 묘한 이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신경림 선생은 정릉의 한 아파트에 홀로 산다.혼자 지내시기 적적하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워낙 습관이 되어 괜찮다고 하신다. 손자가 가끔 놀러 온다는데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여간 귀여워하지 않으시는가 보다. 한 마디를 해도 속에 있는 마음이 다 보이는 것처럼 투명하게 하시기 때문에 사실은 그 안에 더 많은 것이 있는 줄 잠시 잊을때가 많다. “선생님 여름이 다 지나갔네요.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금년이 덜 더웠던 것 같아요.비가 많이 오고.그래도 여름이라고 섬에도 한번 갔다 오고 시골도 며칠 걸려서 갔다 왔어요.” “어디로……?” “전라도로 해서 경상도,강원도,충청도로 돌아왔지.버스 타고 다니는 재미로 한바퀴 빙 돌았어요.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다녔어요.” ●겉으론 소탈…속으론 깔끔 나는 선생의 서재를 다시 한번 둘러본다.책이 많은데 참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선생은 이사온 지 1년 반쯤 되었다며 다른 사람 많이 주고 꼭 필요한 것만 들고 왔는데 그래도 찾기 힘들다고 하신다.역시 겉으로 소탈하고 속으로 깔끔한 분이다. “얼마 전에 내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MBC의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면서 사람들이 무척 관심을 가졌던 모양인데요.시는 많이 쓰시는지요?” “가능하면 시 이외의 글은 안 쓰고 시만 쓰고 싶어요.시를 쓸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시집은 언제쯤?” “당장은 못 내지만 내년에 전집을 낼 계획을 세우고있어요.”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선생께서 펴내신 책도 많더라고 했는데,선생께서는 인터넷 정보가 엉터리가 많더라고 하신다.당신이 직접 내신 책은 스무 권 정도라나.그러나 나는 선생의 취향이 겉보기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지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터다.예를 들어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작가 황석영씨의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자 선생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삼국지 판본들을 비교하면서 내심 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표현은 안 하시려는 태도다. 나는 선생께 드릴 짓궂은 질문을 준비해온 참이다.나는 웃으면서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 선거가 되면 후보들에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런 거 물어보잖아요? 시내버스 요금은 얼마고,전철은 얼마고,물어보지 않습니까? 저도 선생님께…” “시내버스는 700원이고 전철도 700원이지? 나이 먹으면 공짜로 타는데 나는 돈 내고 타요.카드 사가지고서.나까지 그럴 거 없지 않으냐는 생각 때문에.이번에 돌아다녀보니까 참 문제가 많아요.지방(시골)에 가보니까 한 70%가 결손가정이에요.부모 중에 하나가 없거나 부모가 둘 다 없어서 할머니 밑에서 크거나.굉장한 사회문제였어요.돈벌이가 없으니까 서울에 나가는데 서울에서 돈벌이 하다 보면 안 돌아와요.그러다 보면 아녀자들도 남편 따라서 도시로 나가는 거죠.아이들만 남아서 할머니 밑에서 크고.가난이 아직도 문제라는 거지.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해서,과장된 표현을 하면 이러다가 우리도 남미나 필리핀처럼 사회의 깊은 갈등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IMF사태 이후로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게 문학 “선생님 책이 많이 팔리는데요.그런 선생님께 서민들이나 민중의 삶에 관해서 여쭤보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지 모르겠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 문학이 아닌가 생각해요.잘 살고 돈 많은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게 문학이 아니라.문학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피해자일 수도 있고,소외 계층일 수도 있고,그런 사람들과 생각을 함께 할 때 문학이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생각해요.또 어떤 면에서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그런 게 위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상벽이 있는 나는 이 대목에서 잠깐 숙연해졌다.짓궂은 질문으로 대화를 주제와 다르게 즐겁게 끌어나가려고 생각했건만 선생의 한 마디,문학은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그만 다 잊어버린 듯했던,지나간 시대가 생각났던 것이다.요즘은 문학하는 마당에서 이런 말씀 듣기가 얼마나 어렵던가.‘삼국지’도 좋지만 문학이 문학하는 사람들만의 놀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할 만한 때인 것이다. “지금도 서민이라든지 민중이라는 개념이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글쎄,옛날 같은 개념으로 똑같이 취급해서 서민이나 민중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그러나 오늘날에도 틀림없이 소외된 사람들이 많고 어떻게 보면 점점 더 이 빈부격차가 굳어지면서 옛날 같은 신분 상승은 더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이 체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민중이라고 봅니다.” ●전지구화는 ‘빈익빈 부익부’ 조장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이 세계가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 구획이 되어서 계층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히려 그런 기제가 더 정교하게 발달해 가고 있다는.” “지금 전지구화라고 하지만 전지구화라는 것이 정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고 돈 많은 사람은 더 돈 많게 만들고 힘 있는 사람은 더 힘 있게 만드는 거죠.미국이라는 나라는 더 거대해지고 약한 나라들은 더 조그맣게 되고.신자유주의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얼마 전만 해도 자살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간접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만.그래도 뭔가 삶의 태도 같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우리나라의 경우 사람들이 뭘 너무 급하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빨리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요.천천히 하려는 생각을 잘 안 해요.전지구화가 되어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죠.그런 엄청난 경쟁사회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천천히 사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될 것 같아요.그런 것이 적어도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는 인식 같은 걸 환기할 필요가 있어요.천천히 살고,낮게 보면서 살고,마주보면서 살고,그래야 되죠.요즘 다들 목소리 높여 사는 것도 너무 급하게 살기 때문에 그래요.이거 아니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죠.” “신문이나 방송에서 워낙 큰 돈이 문제가 되다 보니 가치관의 혼란도 심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라,이렇게 말하면 너 바보 돼라 하는 소리로 알아듣는다고 해요.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언젠가는 가장 잘 사는 것으로 통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된 거지요.그러나 세상이 불합리한 것은 그것대로 고쳐나가면서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잘 될 거라는 인식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합니다.부패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는 돈 많이 못 벌어도 늙어서까지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어요? 모든 전직 대통령이 다 발을 못 뻗고 자지 않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을 과도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야지요.” “뭔가 다르게 사는 사람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은 많이 있습니다.남들이 생각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 농사에 매달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내 주변에도 상당히 높은 공직에 있다가 나와서 사업을 했는데 그 재산을 다 나눠주는 사람이 있어요.그런 사람들 보면 또 우리 사회가 그렇게 잘못됐다 하는 생각은 안 하게 되죠.아직 사람들이 이웃을 생각하고 하는 걸 많이 봐요.” ●시민운동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 주장해야 선생은 날카롭게 보시면서도 중용적인 데가 있다.말씀을 이어 요즘의 상황에 대해서도 옛날처럼 노동자는 선,기업가는 악이라는 식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기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밝히신다. 또한 시민운동도 큰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주장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러나 선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젊은 날에 못 가본해외여행을 요즘에 다녀보면 우리나라만큼 사는 나라도 드물고 이렇게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단다.그런 선생께 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시(詩)가 살아갈 수 있다고 보시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진다. “시를 읽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시는 우리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지요.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등이 심하니까 시의 역할이 아직도 있다고 봐야겠어요.” 말씀을 마치시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여쭈어 보니,나이가 들어가면서 옛날에 읽어봤던 감동적인 책들,읽고 싶었는데 다 못 읽은 책들을 읽으려고 하신단다.나는 잔주름 맺힌 선생의 두 눈이 오래 저렇게 맑게 빛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시인 신경림 ●가장 낮춰서 가장 높은… 내가 재직하는 곳이 정릉동에 있는데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신경림 선생이 바로 정릉동에 사신다는 것이었다.친근하고도 단단한 말씀으로 집으로 오라신다.선생은 그렇게 소박하실 수가 없는데 정작 집을 찾아 들어가니 웬걸,선생 서재에 책이 너무나 정갈하게 꽂혀 있어 놀랐다.그런데도 선생의 연륜을 보여줄 만한 오래된 책은 정작 많지 않아서 궁금해 했더니,옛날에 군사정권 때 세 번씩이나 가택 수색을 당하고 좋은 책을 다 뺏기고 나서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새로 모으질 않으셨단다.그러고도 생겨나는 좋은 책들이나 서화들은 취미가 없어서 남들 다 주어버렸다고 하시는데,선생께서 무욕(無慾)하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또 새삼스럽다. 작년인가 선생께서 내게 당신이 쓰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보내주시면서 “방 선생,꼭 읽어 보시오.”라고 쓴 것이 우스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져 안 읽을 수 없었는데,늘 선생은 가장 낮아서 가장 높은 어른이다.인터뷰 마치고 선생께서 젊은 사람들 왔으니 고기라도 사주겠다고,어디 맛있는 고깃집 보아둔 데가 있으시다고,어딘가로 끌고 가서는 우리를 자꾸 먹이신다.덕분에 취재에 동행했던 시골 태생의 자취생인 작가 김신우씨가 배가 불렀다. ●사색으로 다스린 곡절 많은 삶 신경림은 길의 시인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몇 사람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1936년 충청북도 중원 출생,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초등학교 교사,출판사 직원 등 젊은 시절은 세상을 널리 익히기 위한 나날이었다.그가 나루터에서,장터에서,산 위에서 한 말들은 다 시가 되었다.시집 ‘농무’(1973)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세상을 낮게 살아오면서 많은 주옥 같은 시집과 산문집을 냈고 ‘민요기행’(1985),‘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998) 등 사람들에게 공감과 배울 것을 주는 책들을 엮어냈다.시집으로 ‘새재’(1979),‘달넘세’(1985),‘길’(1990) 등이 있고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시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그를 가난과 농민의 애환을 그린 시인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바탕에는 꾸준한 독서와 곡절 많은 삶을 다스리는 사색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 불임치료 너무 서두르지 마라/ 일본의사가 쓴 ‘임신레슨’

    왠지 불임치료가 꺼려지는 부부,불임치료는 받고 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는 부부,더이상 불임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부부….이런 부부라면 한번쯤 접해봐야 할 책이 나왔다. 일본의 도쿄 고마에클리닉 원장인 내과의사 호조 아사오가 자신이 경험한 4년간의 불임치료와 많은 사례를 토대로 쓴 ‘임신레슨’.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기를 갖고 싶지만 임신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불임치료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며,무분별한 체외수정보다는 자연스럽게 불임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정기간 동안 부부관계를 가졌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불임으로 단정짓는 것은 피하라고 저자는 말한다.임신이라는 것은 부부 주변의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잘 되기도,안 되기도 하기 때문에 무조건 병원에 가서 불임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권하는 불임치료는 ‘3단계법’이다.부부는 가장 먼저 배란일에 맞춰 부부관계를 갖는 ‘타이밍법’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기초체온표를 작성하고 ▲배란일 검사약으로 배란일을 예측하며 ▲배란일 전후로 부부관계를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관계와 임신을 ‘의무’,‘목표’로만 이해하면 오히려 부부 사이가 어색해질 수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자연스럽게 시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한약을 곁들인다면 더욱 효과가 있다.여성에게 한약은 기초체온을 안정시키고 임신하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준다.남성에겐 정자무력증과 희소정자증에 좋다고 전한다. 최소 6개월 이상 타이밍법을 실천했지만 임신이 안 된 경우에 비로소 병원을 찾아 2단계 ‘인공수정’,3단계 ‘체외수정’을 선택하도록 권유한다.최종단계인 체외수정의 경우도 임신율은 1회당 20∼25% 정도로 가능성이 낮으므로 마지막단계에서도 임신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 것.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스텝업’으로도 임신이 가능하지만 다시 타이밍법부터 시작하는 ‘스텝다운’을 통해서도 임신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덧붙이는 ‘유쾌한 임신 힌트’ 몇개.▲‘불임=불행’이라고 괴로워하지 말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 ▲임신을 위해 부부가 좀 더 가까워질것 ▲애정이 듬뿍 담긴 부부관계 ▲서로의 파트너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 번역 오근영,감수 윤태기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이경섭 경희대 강남한방병원장.마고북스,9000원. 최여경기자 kid@
  • 停戰 50년 동맹 50년 / (하)정전협정과 방위조약

    북한 핵위기 속에 27일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맞는다.극대화된 위기는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고 있는 것일까.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핵 문제 해결 분위기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정착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통념을 뒤엎는 논리와 실증 자료로 ‘한국전쟁’에 대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소장학자 박명림 교수는 사실상 사문화된 정전협정을 새로운 평화협정·체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작전지휘권 회복 등 한·미 방위조약의 손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북한의 고립없는 봉쇄정책’을 제안했다.정전협상 당시 유엔군 통역장교였던 원일한 박사도 평화체제의 조속한 정착을 기원했다. ■박명림교수가 제시한 방향 ●평화협정 초안 마련할 때 ‘한국전쟁’전문가로서 50년 전 체결된 정전협정의 의미는. -한반도가 분단관리체제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평화와 전쟁의 중간상태이다.승자 없이 맺어진 협정은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균형을 잡아준 냉전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승리를 유보한 가운데,정전의 조건을 교환했지만 향후 평화를 위한 조건을 담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엄청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정전체제가 규정해놓은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가장 오랫동안 대치해온 사실상의 MMZ(Most Militarized Zone)이다.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전쟁의 수백배에 달하는 폭력의 교환이 일어날 수 있다. 평화협정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나. -정전협정 50년을 대체할,향후 미래 100년,200년의 민족 평화를 담보할 구상을 협정에 담아야 한다. 전쟁의 완전한 종식선언을 담아야 한다.병력과 무기증강을 포함한 일체의 군비확장을 금지,남북 대치의 논리에서 민족 전체의 공동안보와 협력안보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다음은 전후 청산이다.미귀환 국군포로,이산가족 등 인적 청산 문제를 짚어야 한다.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되겠지만,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보장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평화공존을 공식화하면서 막연한 상태로 놓아둔 통일 담론도 구체화해 한반도 미래의 그림을 민족앞에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와 전략은. -한반도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제안을 통해 시민사회로부터 의회로,의회로부터 정부로,그리고 북한과 유엔 및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 연결되는 다층 다면의 해법을 시도해야 한다.평화 연결고리의 형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자로 한국을 배제하고 있는데. -북한 김일성 주석도 74년 3월까진 한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자고 했다.한국은 분명한 당사자다.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실패한 이유는 남한이 배제된 채 핵위기를 봉합하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동시에 한반도 분단과 평화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보장이 없어선 안된다.남북한 당사자간 평화협정 체결에 국제사회가 이를 보장하는 이중적 어프로치가 필요하다.위기가 클수록 이후 구축해낼 평화체제는 안정적이다. ●한·미 동맹관계와 방위조약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전협정과,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한 한·미동맹은 한국전쟁의 쌍생아이다.남북 적대 상태의 완화와 한·미동맹 구조의 완화는 맞물려 있다.이것의 전략적 지점을 잡아야 한다. 먼저,작전지휘권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북한이 우리를 당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논리는 작전지휘권 없는 군대와 평화협정을 체결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주한미군 주둔과 다른 문제다.미국과 우리의 국익을 적절히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지휘권 환수는 당사자 역할뿐 아니라 대미 외교적 자주권,주권 국가의 위상과도 관련된다.안보와 평화에 독자적 비전과 전망,구상을 갖지 못하면 미래는 어둡다.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과의 군사대결이 첨예하기 때문에 안보 불안에서 초래되는 경제악화 등이 문제가 된다.따라서 작전지휘권 문제는 남북한 갈등의 완화 정도와 맞물려 들어가야 한다.자주성을 확보하면서 남북한이 평화체제를 위한 합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안보 자주 없이 평화체제의 구축이 없고,평화체제 구축 없이 안보자주는 없다. 북한 정권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시각도강하다. -한반도 분단 50년 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난 김대중 정권 때 남한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강성대국론이 만난 사실이다.햇볕정책 추진을 밝힌 같은 해 북한은 강성대국 군사제일주의로 나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다.이제는 대북 대화에서 북한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핵 등 대량살상무기,인권문제 등을 지적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핵심을 빼고 이야기하면 남북한 갈등 해소의 핵심에 도달할 수 없다.반전 평화운동과 반핵 및 북한 개혁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양분화돼 있는 시민사회의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인권과 반핵은 원래 진보파의 논리다.움직이는 중용을 잡아야 한다.친미·반미 논쟁보다 우리 공동체의 이익,발전에 어떤 것이 이익이냐로 봐야 한다.이념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념과 실용주의를 분리하는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박명림교수는 누구 박명림 교수는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와 일본의 와다 하루키 등 외국학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한국전쟁 연구를 우리 식의 문제의식과탈이념적으로 분석,평화대안을 제시한 학자다. 북한 인민군 내부문서와 미 육군 극비문서 등 철저한 사료 고증을 통해 분석한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1996),‘한국 1950-전쟁과 평화’(2002)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그는 한국전쟁을 남북 갈등과 세계 냉전구조가 겹쳐진 ‘내전적 국제전’으로 규정,계급갈등으로 보는 커밍스의 수정주의론을 뒤집었다는 국내외 평가를 얻었다. ‘한국전쟁 발발과 기원’으로 월봉저작상을 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일어·중국어·독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40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및 북한실장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협동연구학자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2002년∼) ■커밍스교수 제안 한국전쟁의 수정주의적 연구로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5일 “지난 71∼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서 채택한 정책인 ‘고립 없는 봉쇄정책’과 같은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제안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학술단체협의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주제의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강연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대화와 출구 없는 무조건적인 대북 봉쇄정책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위험하고 실패한 북한 고립을 고착시켜 왔다.”면서 “한반도의 전철을 밟는다면 이라크 역시 세동강 나고 5년 뒤 내전이 발발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커밍스 교수는 지난 2001년 출범 당시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기술을 수입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으나,우라늄 농축시설건설 증거를 확보한 지난해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커밍스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의 방북 때 북한과 대결하기 위해 비로소 이 사실을 거론,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심각한 위기로 만들어 (북·미)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지켜본 원일한박사 “6·25전쟁이 끝난 뒤에도 정전상태가 50년이나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1951년 7월10일 개성에서 열린 첫 정전협상부터 53년 7월 협정서명 직전까지 유엔군 협상단의 수석통역장교로 활동한 원일한(86·미국명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현 연세대 이사) 박사는 “당시에는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3개월 뒤면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런 결실도 맺을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정전체제의 극복과 관련,원 박사는 “원칙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대립하기보다는 자꾸 북한에 외부 사람들을 들여보내야 북한 사회가 변한다는 것이다. 원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한 분단의 극복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원 박사는 “내 기억으로 북한이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입으로 말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딱 한번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특히 젊은이들의 반미 감정에 대해 원 박사는 “주체성 또는 강한 독립정신의 발현”이라고 해석했다.원 박사는 그러나 “독립감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판단력을 결여하면 감성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경계했다.원 박사는 또 “나의 처가인 호주는 현재 미국과 가장 절친한 나라이지만,호주 사람들조차 미·호주 관계는 불공평하다고 말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워낙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미국과의 관계는 불평등하다고 느끼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 아삭아삭 오이 바삭바삭 튀김으로 / 박은혜씨 추천 ‘오이튀김’ ‘가지냉국 국수’

    수분과 체력 손실이 큰 무더운 여름.몸의 열을 식히면서 소모된 수분을 보충하는데는 여름 채소가 제격이다.여름 채소 가운데 가지와 오이는 재배,보관기술의 발달로 사철 먹을 순 있지만 요즘이 제철이어서 맛이 깊고 영양이 풍부하다. 너무나 평범한 채소,가지와 오이로 좀 색다르게 요리할 순 없을까? 건강요리 전문가 박은혜(41)씨가 ‘가지냉국 국수’와 ‘오이 튀김’을 제안했다.일본 문학을 전공한 그는 ‘아빠는 요리사’ 등을 번역하면서 건강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가지는 꼭지 부분에 잔 가시가 있는 것이 좋다.색상과 광택이 빛나는 것이 선도가 좋은 것이다.가지냉국을 충분히 만들어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오이는 색과 향,아삭아삭 씹히는 질감으로 사랑받는 채소.오이를 쥐었을 때 손가락이 따끔따금 아플 정도로 가시가 돋은 것이 좋은 물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기름에 튀긴 오이는 맛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진귀한 음식이다. ■ 가지냉국 국수 ●이런 재료를 준비하세요. 소면 2인분,가지 4개,마른표고버섯 3장,당근 30g,유부(긴 것) 1장,깍지 콩 30g,깨소금 4큰술 농축 국수장:고춧가루·소금·간장·참기름 약간씩(기호에 맞게) ●이렇게 하세요. (1) 마른 표고버섯은 깨끗이 먼지를 털고 물에 불려 표고를 채 썬다(불린 물은 다시 국물로 사용). (2) 가지를 손질한 다음 끝 부분에서 꼭지 방향으로 군데군데 껍질을 까고 반으로 잘라 길고 얇게 썬다. (3) 유부는 짧게 채 썰어 소쿠리에 담아 뜨거운 물을 끼얹어 기름기를 빼둔다.깍지 콩은 소금물에 데쳐 4㎝ 길이로 어슷썰기를 해둔다.당근도 4㎝ 길이로 채 썰어 둔다. (4) 냄비에 열을 가한 뒤 참기름을 두르고 당근→표고버섯→가지→유부 순으로 넣어 볶다가 버섯 불린 물과 물 6컵을 넣는다.끓으면 거품을 걷어내고 깍지 콩을 넣는다.취향에 따라 마늘과 파를 송송 썰어 넣어도 된다. (5) 간은 농축 국수장을 넣고 모자라는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맞춰 한소끔 끓으면 바로 식혀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한다. (6) 소면을 삶아 사리를 쥐어 물기를 빼고 그릇에 담아 (5)를 끼얹어 깨소금과 고춧가루를 솔솔뿌려 먹는다. ■ 오이 튀김 ●이렇게 준비하세요. 오이 2개,매실 장아찌(우메보시) 4∼5개,옥수수 (@)컵,튀김가루·식용유 약간씩 ●이렇게 하세요. (1) 오이를 손질한 뒤 3∼5㎜의 두께로 도톰하고 어슷하게 썰어 마른 튀김가루를 뿌려둔다. (2) 매실 장아찌는 물기를 빼서 잘게 썰어둔다. (3) 튀김가루로 반죽을 약간 물게 한 뒤 옥수수를 넣어 섞고 그 위에 매실장아찌를 넣고 한번 휘젓는다. (4) 튀김옷을 입힌 오이를 170∼180℃의 식용유에 넣어 튀겨낸다. 튀김할 때 재료가 80%정도 익었을 때 들어내는 것이 요령.남은 열로 재료가 익어 야채의 경우 물컹해지지 않는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호정기자 hoheong@
  • [나의 건강보감]시 쓰는 수녀 이해인

    ●민들레의 영토 “세상에 사랑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딨겠어요? 사랑이라는 게 퍼내도 퍼내도 더 쓰일 곳이 있고,또 그것에 목마른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처럼 종신서원을 거쳐 몸과 마음을 하느님의 도구로 바친 사람도 새삼 건강하게 제 몸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하느님의 종으로서 할 일이 많잖아요?” 비 갠 그의 ‘민들레의 영토’엔 마알간 풀냄새가 가득했다.장마속 먹구름을 비집고 모처럼 햇살이 드러난 부산 광안리의 베네딕도 수녀회.그곳에서 클라우디아 수녀로 불리는,사람들이 ‘시쓰는 수녀 이해인’으로 기억하는 그를 만났다. 수녀회의 ‘해인글방’,유치원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서재의 탁자 위에는 반듯하게 귀를 맞춰 자른 수수떡과 정원의 장미잎을 말려 띄운 녹차가 편안하게 길손을 맞았다.그는 무척 바지런했다.차를 끓이고,오래된 사진첩을 펼치고,전화를 당겨 받는 일을 모두 손수했다.모르는 이들은 “수녀님은 맨날 곱게 차려입고 시만 쓰나봐.”라고 여기기 쉽지만 공동체생활을 하는 수녀에게 노동은 어길 수 없는 계율.베네딕도 수녀회의 태두인 베네딕도 성인의 ‘기도하고 일하라.’는 가르침을 철저하게 지킨다.이해인 수녀도 설거지는 물론 채마밭을 일구는 거친 흙일까지 하며 묵묵히 구도(求道)의 길을 간다.지난 76년 종신서원식을 거쳤으니 올해로 27년,소녀 같은 그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해 올해 벌써 쉰 여덟,문학 친구인 소설가 최인호씨와 동갑내기다. ●내 몸이 결코 나의 몸이 아니니 그는 “따로 챙기지는 않지만 아직 건강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규칙과 금욕의 수도원 생활에서 얻어지는 은총 같은 보상일지도 모른다.지금도 밤 11시면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15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한다.“수도생활도 건강이 중요해요.그래서 수녀가 되려는 이들의 정신과 몸의 건강을 따지는 거죠.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 건강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수녀나 수사들 가운데는 일부러 고통과 맞서거나,몸이 아파도 치료를 기피해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더러 있다.참고 견디는 금욕생활을 미덕으로 여기는 까닭이다.지고지선한 구도자의 이상을 세속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하느님의 종이므로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는 가치는 중요한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라고 했다.수녀가 된 이래 딱 세번 병원 신세를 졌는데,그것도 화상 같은 돌발성 부상이나 의사장티푸스가 고작이었다.“올해 아흔 한살 나신 어머니와 80대의 고모,작은아버지도 아직 정정하세요.그러나 내림이라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받는 게 아니라 후대가 가꾸고 일궈서 가능한 것이라고 봐요.수녀인 저는 절제나 규칙이 몸에 배어 건강의 내림을 잘 가꾸는 셈이지요.” 사람의 몸을 우주에 견주는 그는 “사람이 자연과 다를 게 없다.”면서 소설가 김형경의 이런 글귀를 소개했다.‘자연의 이치에 맞춰 살라.계절도,밤낮도 없이 몸을 함부로 움직여 병을 얻은 사람이 많다.여름 게으름뱅이,겨울 부지런쟁이도 병을 얻는다.사람이 나무처럼,물처럼 순응하면서 살면 무슨 병고를 겪겠는가.’ ●먼저 영혼의 건강을 살펴라그러나 몸건강의 내력보다 그를 더욱 그답게 하는 것은 민들레처럼 영혼의 소리를 퍼뜨리는 그의 시심(詩心)이다.박두진씨는 생전에 “그에게 있어 시는 찬양이며 영혼의 법열 혹은 그 아픔의 고백이며 그 모두를 바로 신에게,그리스도에게,영원한 구원의 주에게,하느님에게 바치는 눈물이요 무릎꿇음”이라고 했다.이런 시를 쓰는 그의 영혼은 얼마나 맑고 또 푸를 것인가.“왜요.저도 가끔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고 미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긴 해요.그러나 이내 그런 마음을 털어내지요.주변의 허물이나 죄를 보듬지 못하면서 어떻게 내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할 수 있겠어요?” 그도 원래는 꽁하고 새침한 성격이었다.‘활달하고 밝다.’는 주변의 평가는 수도생활 이후에 얻어진 것.그의 옛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를 만나면 열에 예닐곱은 “너 개그맨 다 됐다.”고 농을 건넨다.“그땐 그렇게 대답해요.도를 닦다 보니 이렇게 되더라.” “한걸음 비켜서 세상을 보면 겉은 번지르르한데 주리고 고달픈 사람들이 참 많아요.옛날보다 물질은 풍요로운데영혼은 자꾸 메말라드는 것이죠.옛 선인들은 마음공부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요즘 사람들 그런 거 관심없잖아요? 말초적인 것만 찾고,향락적이고,즉흥적이고… 심지어는 수도자인 제 컴퓨터에도 음란 스팸메일이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인데….” 세상 일에 걱정이 많은 그는 지금을 ‘정신적 황폐기’라고 진단했다.“그런 속에서도 더러는 선하고 순결한 삶을 갈망하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그게 현대인의 이중성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사람들이 아주 잠시,잠깐씩이라도 기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방탕과 탐닉의 귀결은 결국 ‘미운 자신’일 거예요.이미 누구에게도 나는 중요한 존재가 아닌 세상,그런 세상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고독하겠어요? 그게 세상의 탓이기도 하지만,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봐요.지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덜어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삶’을 권합니다.사랑도 감상이나 낭만이 아니라 의지거든요.사랑,정말 건강한 정신이에요.”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겉으론 황량한데도 마더 데레사나 틱낫한 스님 등 구도자들의 책을 많이들 찾잖아요.그게 사람들이 선한 일,옳은 길을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봐요.제가 시를 쓰는 것도 그런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고요.” ●나의 시는 곧 기도이니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려 청소년들까지 애송하는 그의 시편들이지만 그 시를 보는 생각은 뜻밖에 간결했다.“이를테면 시는 제 기도입니다.모든 앓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치유와 위로,희망이기를 바라면서 적는 내 시가 정말 그들에게 ‘나의 노래’로 다가갔으면 해요.” 지난 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후 지금까지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순결의 상징으로 각인돼 왔다.스스로 “기쁨은 물론 슬픔까지도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구도자의 아주 작은 목소리”라는 그는 “사람들이 제 글에서 신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기를 바랄 뿐”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기도의 건강론 최근에 그가 조카이자 프리랜서 번역가인 이진씨와 공동번역한 아일랜드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수녀의 잠언집 ‘영혼의 정원’이 화제가 됐다.그는 마더 데레사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소개하며 기도의 건강론을 말했다.“특정 종교에 관계없이 행하는 기도의 명상효과,긴장 완화와 심리적 안정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본태적으로 인간의 몸이 기도를 좋아한다고들 해요.단,기도에는 꼭 사랑을 담아 주셔야 해요.” 수도원 분위기는 규율 속에서도 의외로 즐겁고 명랑하다.얼마 전 성베네딕도축일에는 200여명의 수녀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불렀다.오랜 구도의 삶에서 오는 타성과 나태를 채찍질하는 나름의 처방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명상음악을 들으며 체조를 하거나 발마사지를 하곤 한다.딱히 몸이 이상한 건 없지만 곧 병원을 찾아 검진도 한번 받아볼 요량이다. 수녀가 된 뒤 섭생도 많이 바뀌었다.어려서는 음식을 두고 깨작거리기 일쑤였으나 필리핀 유학시절 음식 때문에 적잖은 고생을 한 뒤 편식 버릇을 고쳤다.“그 후론 김치 한가지에도 황홀해 할 만큼 뭐든 잘 먹어요.마치 사람 골라 사귀는 것 같은 편식버릇을 고치고 나니 덩달아 성격도 둥글어지더라고요.” 식성은 토속적이다.고추장을 무척 즐긴다.상추쌈과 두부부침,김,멸치볶음,냄비우동 등 우리식이면 뭐든 잘 먹는다.한때는 커피도 무척 좋아했으나 “커피 마시면 좋은 시가 안 나올 것”이라는 법정스님의 충고를 들은 뒤부터 녹차를 주로 마신다. 그의 책상 위에는 주황과 초록,파랑의 색연필 세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가 기도로,시로,묵상으로 더디더디 무채색의 세상 한편을 색칠해 가는,닳아빠진 몽당색연필. 부산 글 심재억기자 jeshim@ 부산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
  • [2003 여성문화](3) 직장 떠나 집으로....그러나 아이 키우며 ‘일’로도 성공 꿈꾼다

    흔히 여성의 직장생활을 ‘자아실현’이라 말한다.‘자아실현’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해야할 일이지만 여성에게 사용될 때에는 때때로 몰이해와 비아냥이 묻어난다.“저 자아실현하자고,아이는 내 팽개쳐 두고…”.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기저귀만 떼면…’‘어린이 집만 가면…’육아로부터 한 숨 돌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꿋꿋이 어려움을 이겨냈던 여성들은 오히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직장가진 엄마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직장을 떠나도 일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 수가 없다.그래서 비정규직이거나,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일’이 뭐길래.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다가 결국 1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강은영(39·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이젠,아줌마로서의 생활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1년간,“선·후배들은 어려워도 견디고,이겨나가는 직장을 나만 떠나야 했던 것에 대해 패배감을 느꼈다.아이들을 핑계삼아도 나는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생각에 몸은 편해졌어도 마음이 한동안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이젠 그 스트레스에 짓눌리던 직장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부터 그는 일을 찾고 있다.“꼭 돈을 벌어야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은 하고 싶다.정규직으로 하루종일 직장에 묶여 있는 것은 싫지만 평생 이렇게 ‘빈둥빈둥’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의 추은희(32·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아직도 병원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살난 아이가 며칠간의 밤샘 간호 끝에 정신이 돌아오던 순간을 생각하면….”임신중에도 3교대 밤근무를 했고,한달에 9번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주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추씨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떠났다.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지만 41개월된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언제든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다.더욱이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과는 ‘병원용어’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있다가는 5년후쯤엔 남편과 대화도 나눌 수 없을만큼 ‘병원용어’를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고민된다.” ●일은 좋지만 묶이는 것은 싫다 직장여성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편안하게 사는 또다른 삶’을 꿈꾼다.절대빈곤층이 아닌 여성들의 경우 그 꿈은 더욱 많은 갈등으로 연결된다.오죽하면 한 직장여성은 “차라리,차라리 내가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할 상황이라면 잡념없이 일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을까. 구하기 어렵다는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물론 그들도 쉽게 직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남성들이 일의 가치를 삶의 첫번째 자리에 올려놓고 승부하듯 여성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기때문이다.더욱이 30∼40대 직장여성에게 직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일하는 것은 당연하고,대학교육으로 키운 능력을 사장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까지 이미 학습됐다.더욱이 이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터,지난 날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사처럼’살아온 이들도 결정적으로 약해지는 때가 있다.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순간,일과 자아실현,사회적 책무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소홀했다는 자책,그것은 일순간 모든 것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마련이다. 대우공채 2기로 입사, 수출파트에서 일했던 김은희(39·서울 동작구 사당5동)씨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산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직장을 떠났다.경력 8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유난히 일을 좋아했고,강박적으로 일에 매진했다.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결혼했고,임신·유산의 위험 등 걷잡을 수 없도록 내몰리면서 사표를 냈다.인정받았던 직장인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고,갈 곳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버려진듯 한동안 우울했다.” 현재 9살·7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집안일에도 전문가가 됐다는 그는 3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지만,그후 6년은 아르바이트와 재택근무 등 꾸준히 일을 해왔다.현재는 사당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아이들의 ‘발표력 교실’을 기획,운영해 오고 있다.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저녁 때 아이들만 놔두고 나가는 것이 싫어서 일을 늘리지 않는다.내 모든 스케줄은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김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어머니로 인해 남의 손에서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고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도 ‘일’의 중요성만은 잊지 않았다.“수입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한 일할 것이다.아마 이렇게 일하지 않았더라면 즐겁게 집안일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는 박경아(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4년전,전업주부가 됐다.“바빴기때문에 아이의 알림장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수행평가제 도입 등 달라진 교육현실은 취업모의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직장을 그만두면서 둘째를 낳았다는 박 씨는 “큰애의 학습습관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고,큰애 때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행복감에도 흠뻑 젖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행복에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풀 타임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동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다.“새로운 경제상황에서 돈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바쁘지않으니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고 세상돌아가는 것을 읽고 변화에 부응하는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솔직히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전업주부가 돼야만 했다는 유준희(35·경기 구리시 토평동)씨는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관심분야를 키워 영어교육전문가가 됐다.오후에 한 두시간 영어를 가르치고,주말에는 유명영어학원의 교재를 집필했다.유씨는 “아이들에게 이유식도 열심히 해먹였고,놀이터에서 노는 게 아직도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또 집안도 반들반들 윤기 내며 살아왔다.그러나 평생 자상한 엄마가 되느냐,성공한 여성이 되느냐는 문제는 아직도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9시부터 시작되는 정규직은 싫다는 그는 ‘가정을포기하고’ 직장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일에는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7살·3살난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지금도 남편을 설득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아이 돌보며 일하기엔 좋다?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는 전형적인 ‘M자 곡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흔한 일이다.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고용은 사회·국가적인 지원으로 달라져야 할 ‘과제’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살림에 파묻혔다가 일하고 싶어 둘러보니 ‘허드렛일’밖에 할 게 없더라고 여성들은 푸념한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40대 전업주부들에겐 또다른 회의를 가져다 준다. 이 직접 키우면서 일하느라 정규직을 갖지 못했다는 서미경(39)씨는 “안정된 일에 진입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아이 내 손으로 키우면서 행복했지만,내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다.비애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몰입해서 경력을 쌓지않아 일을 늘 해왔음에도 ‘언제나 제 자리’라는 그는 영어와 일어 번역을 할정도이고,남편직장관계로 3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호텔전문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을 가질 수는 없었다.“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처음부터 가정에 안주한다면 언제나 주변부로 밀리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박의경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처럼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곳도 없다.그러나 여기에 또한 남성중심적 사회의 비수가 숨어 있다.모성에 대한 강조에는 여성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어머니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숭고한 희생’이란,‘어머니는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자,‘어머니가 자기 것을 챙기면 어머니가 아니기에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라 지적했다. ●직장여성,독한 여자라고? 교보증권 홍보팀장 추은영(36)씨는 쌍둥이 아들들을 대전의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일도 가슴아프고,친정 어머니를 힘들 게 하는 것도 죄송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아이를 떼놓고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말이다.“그런 말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악의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정말 내가 독한가 잘못하는 것일까’하는 회의에 빠져든다.추 팀장은 “왜 똑같이 하는 직장생활도 남성이 하면 가족부양,여성이 하면 자아실현이 되느냐.”고 물었다. 법과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부장적인 직장문화,육아와 가사책임은 여성의 몫이란 인식은 일하는 여성들을 지치게 한다.‘의무’만 있을 뿐,‘권리’는 없는 존재인 자신에 대해 측은함이 느껴지고 우울해진다는 여성도 있다. 한 여성공무원은 “내 몸도 돌보지 못하고,내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 간다.그러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만성피로에 지친 몸은 골병이 들었다.”고 말했다.더욱이 경제적인 측면은 쏙 빠지고 비하되는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맞벌이 안하면 집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 아니냐.” 여성들은 ‘일’을원한다.때로 육아를 위해 ‘일’을 떠나도,어떤 형태로든 일로 돌아온다.더이상 모성애냐,자아실현이냐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허남주 기자 hhj@
  • 한국인 아내·프랑스인 남편 함께 노래한 ‘아리랑’

    최근 대하소설 ‘아리랑’이 프랑스어로 완역된 것은 두가지 면에서 뜻깊다.유럽에서 한국 대하소설이 완역된 것이 처음이란 것과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한·일 관계의 진실을 알릴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7년 동안 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번역에 매달린 전 파리7대학 교수 조르주 지겔메이어(65)와 한국인 부인 변정원(53)씨.작가 조정래도 “방대한 분량에다 사투리도 많아 아주 힘든 작업을 꼼꼼히 마쳐 원작을 쓰는 것 못지않은 중요한 일을 했다.”며 사의를 표했다.그들이 묵고 있는 서울 플라자 호텔을 찾아 ‘아리랑’ 번역에 얽힌 얘기와 그들의 삶을 들어보았다. “24년 전 외국인과의 결혼을 고심 끝에 허락하신 어머니가 ‘한국과 프랑스를 위해 좋은 다리가 되라.’고 당부하셨는데 ‘아리랑’ 완역으로 보답한 심정입니다.” 외국인과의 결혼을 마뜩찮게 바라보던 시절,오빠들을 비롯한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할 때 지겔메이어를 만나보고 ‘사람이 진국’이라며 결혼을 허락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恨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말이 유창한 지겔메이어는 “이 번역으로 36년 동안 나치 탄압 못지않은 수탈을 당했던 한국인의 생활상과 ‘한(恨)’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선물로 받은 ‘아리랑’을 보고 감동한 변씨가 번역에 착수한 것은 96년.그해에 조정래씨,해냄출판사와 논의한 뒤 프랑스의 아르마탕 출판사와 계약까지 마쳤다.부인이 1차로 번역하고,남편이 재번역하는 등 부창부수(夫唱婦隨)하면서 7년을 내리 ‘아리랑 곡조’에 젖어 살았다. 이들의 결혼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7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길에 오른 변씨는 생면부지의 땅에 도착한 뒤 지겔메이어에게 편지를 보냈다.고교 시절 그에게 불어 그룹과외를 받은 기억을 더듬어 이름만으로 수소문해 주소를 알아낸 것.그러나 지겔메이어는 2년 뒤에야 그 편지를 받았다.편지를 받은 부모가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는 아들에게 깜빡 잊고 전해주지 못한 것이다. ●과외교사와 학생… 결혼도 극적으로 2년 뒤 서랍에서 편지를 발견한 지겔메이어는 ‘한번 만나자.’고 아주 늦은 답장을 보냈다.이후 1년 정도 연정을 키워오다 지겔메이어의 청혼으로 79년 10월 결혼했다. “66년부터 73년까지 경북 문경에서 사제로 활동하며 받은 한국 이미지가 너무 좋아 프랑스 여성과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정원은 호기심 많고 매사에 열심이어서 한 여성이 아니라 ‘한국 이미지’와 겹쳐 보였습니다.”(지겔메이어) “서양이 오히려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었어요.특히 ‘한국은 가톨릭의 가르침 없어도 인간답게 잘 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겸손하고 순박한 모습에 감동받았죠.”(변정원) 지겔메이어의 한국 생활 7년은 삶의 전환기였다.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모습은 신에 귀의한 자신의 선택을 흔들었다.그는 귀국한 뒤 사제생활을 접고 속세로 돌아왔다.한국을 더 배우고자 파리7대학에서 ‘일본 강점기 시대의 한국 경제사’를 주제로 박사과정(DEA) 학위를 받고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그는 당시 경험한 인상적인 일화를 들려주었다. “수업시간에 백제시대 과학자·기술자가 일본에 건너가 문물을 전했다고 강의하자 일본인 학생 몇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요.일본이 침략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그들이 받은 교육과 정반대여서 그랬나봐요.” 이런 기억이 있는 그에게 ‘아리랑’은 한·일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깨달음을 주었다.“신라시대 불교부터 6·25까지 공부한 그였지만 일제 강점기는 빠져 있었다.”는 그는 “작품을 읽은 뒤 일본의 만행이 나치보다 더 심했다는 걸 알았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먼저 사과하고 한국이 받아들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아리랑’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잊어서는 안될 민족의 상처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는 ‘아리랑’의 또 하나의 미덕은 한민족의 특성과 개성을 잘 그려냈다는 것이다.“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동화되어 사는 모습,비록 못살더라도 이웃과 궂은 일을 함께하는 정겨움 등은 서양인이 배울 점”이라고 평가했다.소나무를 이용하는 세시풍속에 대한 것만 2쪽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농경문화를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인들 소중한 전통 쉽게 잊는 듯 이래저래 이들 부부의 ‘한국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지난 2000년 2월 영화감독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가 파리의 ‘시테 유니베르시테르(국제대학생기숙사촌)’ 등에서 상영될 때는 프랑스어 자막을 무료로 번역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30여년 전 한국의 모습을 잘 아는 벽안의 이방인이 현대의 한국에 던진 메시지는 얼굴을 확 달아오르게 했다.“한국 문화가 너무 빨리 바뀐다.바뀌는 건 좋은데 머리에 물들이기 등 서양문화의 겉모습만 흉내내는 것 같다.그러면서 소중한 전통문화를 너무 쉽게 망각하는 건 아닌지….또 하나의 의문은 친일파 문제다.한국은,프랑스에서 나치 협력자에게 ‘반인류범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한 것처럼 왜 친일파를 응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글·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林語堂 초기 문학작품엔 진보 정치성향 녹아있죠”/ ‘유머와 인생’ ‘여인의 향기’ 번역 김 영 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문필가 륀위탕(林語堂).그러나 그의 작품 가운데 제대로 알려진 것은 ‘생활의 발견’정도.그의 문학입문 초기 상하이(上海)문단에,그것도 중국어로 발표한 글들은 그의 문학과 삶을 알수 있는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이필드에서 내놓은 ‘유머와 인생’‘여인의 향기’는 시쳇말로 “니들이 륀위탕 글맛을 알어?”라고 꼬집으며 륀위탕의 초기 문학세계를 복원시키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편역한 김영수(44)씨는 소감을 묻자 “주인 잘못 만나 빛 못본 원고들에 8년만에 햇볕을 쬐어줘 기쁩니다.”라고 말한다.사연은 이렇다.지난 95년 김씨가 1년 꼬박 매달렸던 편역작업이 끝났을 때 번역을 의뢰한 출판사가 부도로 사라진 것.김씨는 의리(?)를 지키느라 원고를 다른 출판사에 넘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이번에 냈다. 김씨는 “먹고 살기 어려울 때 다른 출판사에 넘겼어도 도덕적 비난은 받지 않았겠지만 계약기간 5년이란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라며 “덕분에 번역에만 급급하던 당시보다 더 나은 작품이 탄생했다.”라고말한다.김씨는 일일이 항저우(杭州),쑤저우(蘇州)를 다니며 륀위탕 관련 책을 구해 사진을 찍었고 역주도 보완했다.부록에는 중국 문학평론가 완핑진(萬平近)의 글 ‘임어당의 문학 생애’를 실어 정보량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했다.그래서인지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친다. “번역하면서 륀위탕의 작품수준이 들쭉날쭉하는걸 발견했다.‘유머와 인생’의 앞부분처럼 대단한 작품도 있지만 태작(作)도 많은데 국내엔 ‘생활의 발견’ 하나로만 평가되어 있음을 느꼈다.이 사실 하나로도 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유머와 인생’은 공자·노자·장자 등 성인들이 어떻게 유머를 바라보았는가 등을 보여주면서 륀위탕의 유머론을 소개한다.륀위탕은 ‘유머 대사’를 자처할만큼 유머에 무게를 두었다.또 ‘여인의 향기’에는 그의 진보적 여성관이 그대로 드러난다.예컨대 30년 강의한 원고 ‘결혼과 여성의 직업’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들어갈 수 있는 직업은 남자보다 적다.”라는 대목은 요즘에도 뜻깊게 들린다.“륀위탕은 국내에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다.그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정도로.하지만 그가 겪은 정치·사업 등에서의 겪은 역정을 알고나면 배울점이 많다.더구나 이번 산문들처럼 초기작품은 그 자신이 신경을 많이 쓴 데다 진보적 정치 성향이 녹아 있어 새로운 요소가 많다.” “륀위탕 문학세계의 진수를 알려면 숱한 산문과 대표적 소설, 특히 노벨상에 추천된 ‘경화연운’(京華煙雲)이 번역돼야 한다.”면서 계속 그의 작품을 번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김씨는 고대 한·중관계사 연구로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지방대학의 교양학부 교수로 5년 강의하다 “교양과정 수업이 재미없다.”며 그만두고 중국을 제집처럼 드나든 경험을 살려 ‘중국 문화역사 기행’을 기획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날씬한 몸매 원한다면 다이어트보다 생활습관 신경써라

    여성들이 원하는 다이어트 1순위는 뱃살,다음은 허벅지와 처진 엉덩이다.이는 체형 관리업체인 ‘마리프랑스 바디라인 코리아’가 최근 서울,경기지역의 만15∼60세 여성 4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이어트 의식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가장 살을 빼고 싶은 부위로 ‘배’를 들었다.이어 허벅지(27.7%),종아리(15%),팔뚝(14.4%)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살을 빼야 하는 부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한들 뭐하랴.방법이 문제지 누가 제 살찐 부위를 모를까.솔직히 말하면,살 빼는데 왕도는 없다.지속적인 운동과,식생활 개선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그렇다.옛날부터 해 온,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뚱보로 살기 싫으면 당장 운동과 바른 먹거리 혁명을 시도해야 한다.실제로 살빼기를 시도해 본 여성의 37.2%는 운동,17.4%는 단식,15.5%는 원-푸드 다이어트,13.6%는 생식을 이용한 다이어트를 해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성들이 가장 살찌는 부위만을 겨냥해 ‘다이어트 4주 프로그램’을 제시한 책 ‘엉덩이·허벅지 뱃살빼기 30분’(사진·넥서스북스 출간,1만 2500원)이 출간됐다.기존 다이어트 가이드북과 다른 점은 몸 전체를 다이어트 대상으로 하지 않고 특정 부위의 살빼기를 안내한다는 점,그리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체조 등 운동 중심으로 꾸며진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책은 미국의 권위있는 여성건강잡지 ‘프리벤션 헬스’의 기사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자전거 타기에서부터 수영까지 여성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20가지의 운동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의 유효성은 ‘탄력있는 엉덩이,날씬한 허벅지,군살없는 배’라는 표지 슬로건이 말해주듯 체중감량·건강·영양·심리·패션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진과 함께 제시해 전문가의 지도없이도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책은 ‘문제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생활습관’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인들이 연간 400억 달러씩 몸무게 줄이는 데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투실투실 살오른 아이들,뒤뚱거리는 어른들의 나라로 바뀌어간다.이유는 간단하다.음식물을 너무 많이 먹어대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는 답 하나.적게 먹는 것이 살 안찌는 첫 비결이다.사실,쏟아지는 먹거리 홍수 속에서 먹는 것을 통제한다는 것은 일종의 수양이다.수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독해야 한다.문제는 그렇게 먹어댄 음식이 열량으로 체내에 축적된다는 점이다.체중을 줄이려는 미국인의 90∼95%가 다이어트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다.이들에게 정말 해답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있다.우선 자신의 체형을 파악하라.똑같이 비만한 사람도 비만의 유형이 다르다.사과나 서양배 모양의 체형이 있는가 하면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만 유형도 있다.그런 다음 배면 배,엉덩이면 엉덩이 등 문제 부위에 맞는 운동을 골라 하면 된다. 중요한 사실 하나.아무리 좋은 운동도 생활화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심재억기자 jeshim@
  • “발랄한 마누라돼 돌아왔어요”/ 7년만에 연극무대 신 애 라

    한동안 연기활동이 뜸했던 탤런트 신애라(34)가 연극무대에 선다.2000년 MBC드라마 ‘남의 속도 모르고’ 이후 간간이 CF에만 모습을 드러내다 모처럼 브라운관 밖 나들이를 한 것.서울시극단의 번역극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맹연습 중이다. “쉬면서도 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스케줄이 불규칙한 드라마는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적절한 시기에 좋은 연극 제의가 들어와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그 힘든 걸 왜 하느냐.’며 반대하던 남편 차인표도 얼마 전 극단 식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등 외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극은 이번이 네번째.92년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했고,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94년)와 ‘넌센스’(96년)에서는 연기력과 함께 탁월한 노래 솜씨를 발휘했다.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극이다.18세기 스페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나이 많은 남편과 젊은 아내 사이의갈등과 화해를 코믹하게 그렸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성격이 맘에 들었어요.제가 맡은 구둣방집 마누라는 18살의 발랄하고 통통 튀는 아가씨예요.다혈질에 분명한 성격이지요.” 6살 아들을 둔 아이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되어 보이는 그녀는 이제 멜로보다는 밝고 재미있는 성격의 배역에 더 끌린다며 웃었다. 상대역인 배우 김일우를 비롯해 서울시극단원들과는 이번 공연이 처음인데도 호흡이 잘 맞는다.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금세 친해져 가족 같은 분위기다. “드라마는 내가 나오는 장면만 찍으면 되지만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해야 하니까 훨씬 인간적이지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연극만이 갖는 매력.“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관객 반응이 매번 달라요.소극장에서는 관객 얼굴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 객석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참 좋아요.‘오늘은 무슨 선물일까.’ 설레는 맘으로 포장지를 풀어보는 기분이랄까요.” 그녀는 이를 ‘무대의 마술’이라고표현했다. 결혼 전에는 소극장 연극도 많이 보러 다녔지만 지금은 가족 때문에 뮤지컬 정도만 챙겨 본단다.그래도 외국여행 때에는 빼놓지 않고 공연을 보러다니는 편이다.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봤던 뮤지컬 ‘미스 사이공’. ‘연극이 영화에 비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녀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17일∼5월4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399-1648. 글 이순녀기자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 Book소리/럭셔리 출판붐 비싼책이 좋다?

    ‘럭셔리 출판’ 붐이랄까.최근 3만원대의 고가 책들이 독서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엔 1000부 미만의 한정본으로 판로가 보장됐을 때만 출판됐으나 이제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가 출판의 기폭제가 된 책은 2000년에 나온 ‘시간박물관’(푸른숲)이다.책값이 4만 9000원이지만 5000부 이상 팔렸다.최근 출간된 ‘SXE:잃어버린 자유,춘화로 보는 성의 역사’(해바라기) 또한 3000부 한정본이 다 나아가 올 여름 보급판을 낼 계획이다. 고가 출판이 이처럼 힘을 얻는 데는 무엇보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 큰 몫을 한다.구매력을 갖춘 20대 후반∼40대 중반이 인터넷의 주고객이자 ‘표준독자’로 등장한데다,20%가 넘는 온라인 서점의 도서할인도 고가책 판매를 부추기는 요소다.하나의 주제를 깊이 읽는 북마니아층이 일정 부분 형성돼 있는 점도 고가 출판을 이끈다.학술적 성격이 강한 ‘노마디즘’(휴머니스트) 같은 책이 3쇄까지 찍으며 1만 1000권이 팔려나간 것이 그 증좌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서점의서가는 신국판형에 맞춰 설계됐을 정도로 책은 옹색한 판형에 빼곡히 글자를 채우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오늘날 독자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책의 소장가치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것은 한편으론 대중출판의 취향이 바뀌었으며,한국출판이 미학적 가치에 눈을 떴음을 의미한다.미려한 스타일에 시각적인 편집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책은 콘텐츠다.’라는 ‘삼중당문고’ 시절의 명제는 이제 빛바랜 신화가 됐다. 선진 외국의 경우 도서시장은 고급소장본 시장과 문고본 시장으로 완전 이원화돼 있다.하드 커버의 경우 소설도 3만원대에 이른다.최근의 고가 출판 경향은 도서선진국으로 가는 징후인지도 모른다.이같은 흐름 속에 출판사들은 고가의 책들을 연이어 기획하고 있다. 고가 출판물은 한정본으로 판매하거나 일련번호를 매기는 등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상례.푸른숲에선 5만원대의 호화 양장본으로 영국작가 앤서니 홀든의 ‘셰익스피어’를 출간할 예정이며,푸른역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신화학자 아리엘 골란의 ‘신화와상징’을 올 안에 번역해 낸다.‘신화와 상징’은 8만원대로 1000쪽이 넘는 중후한 책이다.고가 출판은 이제 한국 출판의 새로운 키워드다. ‘럭셔리 출판’이 ‘상술’로 활용될 여지는 없을까.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영도의 판타지소설 ‘폴라리스 랩소디’(황금가지)다.이 책은 7만원이나 됐지만 불티나게 팔렸고,나중엔 수십만원에 경매까지 됐다.물론 일부 판타지 마니아들이 선주문으로 공동구매한 것이었지만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고가 출판이 단순히 팬 서비스 차원이나 ‘명품마케팅’ 혹은 ‘틈새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이란 지식상품의 총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선용돼야 한다.그래야 우리 출판의 미래가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Look!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2)무너져간 10년, 일본

    “낡은 가치관·문화 “부실채권·디플레 근본적 개선 시급” 악순환 해결못해” |도쿄 황성기특파원|상실,좌절,불황,구조조정.‘잃어버린 10년’을 거친 일본은 지금 나락에서 새로운 길을 암중모색하고 있다.그러나 “바닥이라 생각했더니 다시 바닥이 보인다.”는 말처럼 일본발 공황의 우려 속에 새해를 맞은 일본,일본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그러나 거듭 태어나기 위한 붕괴는 필요하고,참아야 한다는 일본인이 의외로 많다.사사키 다케시 도쿄대 총장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돌아간다고 해도 사회가 상당히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붕괴를 딛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무엇이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것인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종래의 생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가 됐다.” 오는 14일 관직을 떠나는 무토 도시로 재무성 차관의 퇴임변이다. “잃어버린 10년이 끝나고 붕괴의 10년이 시작됐다.길면 20년도 지속될 수 있다.”(나카모리 다카즈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과장) “부실채권과 디플레이션의 두 가지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바야시 세이치로 경제산업연구소 연구원)일본병으로 집약되는 부실채권(42조엔·정부 추산)에 세계적인 디플레가 겹친 일본 경제는 최악의 위기다. “지역 디플레이션이 심각하다.지방에서부터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모래성 가장자리를 파내면 전체가 무너지듯 지금 일본 경제가 그런 과정이다.”(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교수) 지방이 위기다.우쓰노미야,도치기 같은 수도권의 상점가는 밤만 되면 칠흑처럼 변한다.수도권뿐 아니다.말라들어가는 지방경제는 일본 산업시스템이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지방 붕괴의 물결이 곧 도쿄를 덮칠 것이라는 데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기업 윤리도 바닥이다.유키지루시의 쇠고기 위장사건(2002년 1월),미쓰이물산의 입찰 방해사건(2002년 7월),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 장해은폐사건(2002년 9월).과거 기업 비리가 금권형 정계 유착이었다면 최근의 비리는 이익만 올리면 된다는 모럴헤저드의 ‘한탕주의형’으로 둔갑한 점이 특징이다. 명문 기업들의 이런 추악한 비리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없애야 했을 사키오쿠리(유보),가쿠시(은폐) 같은 일본적 문화가 한꺼번에 터진 것”(나카모리 과장)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10년’이 일본인들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그들 사회를 지탱해 온 시스템 자체를 뿌리부터 바꾸는 계기를 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종신고용,연공서열의 일본적 경영 시스템과 성과주의,연봉제의 미국식 시스템 중 “어느 쪽이 좋으냐.”는 비교우위 논쟁도 종결되어 가고 있다.“일본형 시스템이라도 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는다.”(요네쿠라 세이치로 히토쓰바시대학 이노베이션연구센터 교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신 일본형 시스템’을 내건 캐논의 성공은 일본이 재생할 길로 받아들여진다.올해로 10년을 맞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1위든 꼴찌든 구단에 돌아가는 방영권,스폰서료는 똑같다.비자본주의적인 ‘호송선단식’ 경영 덕분에 그동안 어느 구단이건 생존은 가능했다.그러나 구단간 실력차는 벌어졌다.실력이 강한 구단일수록 ‘파이의 동일배분’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J리그의 확대판인 일본은 적자생존 시스템을 요구받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일본을 이끌어갈 새 시스템,‘미래 일본국(日本國)’의 비전이 뚜렷한 모습으로 떠오른 단계는 아니다.인구 1억 2600만명,세계경제 2위의 ‘공룡’ 일본이 어떻게 새 가치관,문화,사고방식을 만들어갈 것인가.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모두 불투명하다.“윤리보다는 조직의 관례나 관행을 우선하는 일본 사회에서 인정의 굴레를 끊고 문화 전체를 바꾸는 데 10년으로는 무리다.”(니와 우이치로 이토추상사 사장) 붕괴는 곧 재생의 출발점이다.“2류 국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는 30대 정치가의 목표는 아직도 불투명한 일본의 미래상을 방증한다. “상황은 낙관할 수 없고”(요네쿠라 교수) 분명 일본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관론이 지나치다.세계 유수의 우수한 노동력,사회자본을 활용하면 계속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닛산(日産)을 3년 만에 재기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카를로스 곤 사장의 격려이다.비록 좌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붕괴의 출발점에서 정확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곤 사장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격려는 단순한 격려만은 아닌 듯하다. marry01@kdaily.com ◆요네쿠라 교수가 말하는 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은 ‘유데가에루’(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와 같다.가마에서 놀라 뛰쳐나오도록 뜨거운 물을 부을 시점이다.” 요네쿠라 세이치로(사진)교수의 ‘진단’이다.처방은 “강력한 충격”이다.19세 중반의 개항,1929년의 대공황,1945년의 2차대전 패전,1973년의 오일쇼크 같은 외부 충격을 딛고 일본은 비상했다.“지금 외부 충격을 기대할 수 없다.내부 충격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어떤 충격인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정치가가 나서지 않는다면,내부로부터의 충격 네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닛케이 평균주가 6000엔 붕괴,둘째 대량도산에 의한 실업률10%대 진입,셋째 땅값 20% 이상 하락이다.넷째가 국채 폭락이다.한국이 V자형 회복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충격에 하드랜딩(경착륙)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은행의 예를 들어보자.아직도 많은 은행은 은행업이 접객업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까,손님과 술 한 잔,가라오케에 가서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게 업무이다.그런 것으로는 이제 이익을 낼 수 없다. 1980엔짜리 점퍼를 내놓아 대히트시킨 유니크로는 지난해 고전했다.스타벅스도 적자에 빠졌다.시장도 기술도 급변한다.바이오 시장 주기는 불과 3개월이다.느긋하게 생각하는 일본형 경영이 맞지 않다. ●일본형 경영이 나름대로 유용성은 있을 텐데.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을 지향한다든가,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팀 워크가 강한 점은 살릴 만하다.실리콘 밸리가 그렇지만 어떤 하이테크 기업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일본형 시스템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다.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을 것이고바꿔야 할 곳은 변해 갈 것이다.히타치(日立) 같은 곳에서 왜 냉장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에게 냉장고,에어컨은 코딱지 같은 것이었다. 냉장고를 중국에 팔아치워 중국도 강해지고 미국도 강해지는 그런 국경을 초월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그렇게 해서 미국은 소생했다. ●일본의 가능성은. 시장을 만들고 창조성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게임 소프트라든가 일본 만화는 재미있다. 미국에서도 ‘소년 점프’는 품절이다.인터넷 시장 ‘라쿠텐(樂天)’은 좋은 예이다.인터넷상에서 시골의 계란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료부터 잘 관리된 계란이 필요하다.보통 것보다 5배,10배 비싸도 예약이 쇄도한다.좋은 상품을 만들어 인터넷을 이용하면 단 하루 만에 국제적인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다.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모두 창조적이다.할 수 있다. ●일본의 재기는 가능한가. 새 기업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앞으로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다.지방 분산이 필요하다.아시아적 현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서울,도쿄,방콕 모두 수도에 집중돼 있다.미국은 핵공격에 대비해 분산하고 있다. 금융은 뉴욕,정치는 워싱턴,학문은 보스턴·하버드,정보기술(IT)은 샌프란시스코,영화는 로스앤젤레스,자동차는 디트로이트 이런 식이다.분산하면 호텔이 생기고 서비스업이 생겨난다. 택배회사 ‘검은고양이 야마토’는 1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도요타는 6만 3000명이다.서비스산업과 제조업 어느 쪽이 고용을 흡수하고 있는가.그렇게 고용을 만들어 가면 좋다.오사카,후쿠오카 같은 지방을 소중히 해야 한다.그러나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요네쿠라 교수는 1953년 도쿄 출생.히토쓰바시(一橋)대를 거쳐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1995년부터 히토쓰바시대 교수를 하고 있다. ‘경영혁명의 구조’,‘네오 IT혁명’ 등 왕성한 저술활동도 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그의 저서가 여러 권 번역돼 나왔다. marry01@
  • 오피니언 중계석/학맥 탈피해야 할 국어연구원

    -김영환교수 ‘교수신문' 기고 우리의 말과 글이 심각한 훼손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어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연구원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김영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교수신문 최근호에 실린 ‘말글 정책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기고에서 “국어연구원은 민간의 자율적 운동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연구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기고를 요약한다.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어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국어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공개된 8대 중점 추진 과제를 보면 대부분 오래 전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것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없어보인다.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없지는 않다.‘한글날' 국경일 제정과 넘쳐나는 외국어 문제를 고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늘날 국어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빠져 있다.국어 발전에 많은 걸림돌을 만들었던 국립국어연구원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것도 문제다.그 조직이 만들어지고운영되는 방식이 철저하게 권력을 등에 업은 국어학계의 일부 학맥이 좌우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말글의 위협 요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무엇보다도 미국말을 배울 필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데서 온다.지난 날 한문이 신분 상승의 매개물이었던 것처럼 오늘날 미국말이 직장에서 능력의 기준이 된다. 각종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서 미국말이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해도 좋은가.사법 시험 같은 곳에는 미국말은 거의 필요가 없는 것 같다.이런 각종 국가 시험부터 막연한 통념으로 미국말을 배울 필요성을 부풀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나온 미국말 공용화 논의는 무엇을 말하는가.이른바 ‘세계화’로 나타나는 미국의 패권에 순응하자는 이데올로기가 언어 방면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초등학교에서 미국말 교육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었고,이제는 유치원 꼬마들까지도 미국말을 배우고 있다.지난날의 한문 숭배는 이제는 어김없이 미국말 숭배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이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필요할 때다. 외국어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는 데에는 학문에서 번역의 중요성이 인정돼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번역 작업을 총괄하고 지원할 국립 번역원을 세우는 것이 좋다.국립 번역원이란 기구를 세우는 것이 짐이 된다면 국립국어연구원을 번역원으로 개편하는 것이 좋다. 이제까지 국어연구원의 운영을 두고 말이 많았다.통일을 대비하는 사전을 만들겠다며 출발했으나,정치적 동기로 계획을 여러 번 변경하여 내놓은 ‘표준 국어 대사전’은 이제 폐기 여론이 거세다.정치권을 등에 업은 한자 혼용 정책,동양 삼국의 한자체 통일 작업 등도 적잖은 말썽을 부렸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시안을 보면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그냥 국어연구원의 조직을 확대하고 그 권한을 강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구체적인 조직 확대 및 권한의 내용이 나오고 있다. 이런 국가기구는 학문 연구에서 국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많은 연구자들이 정부의 눈치나 보게 할 가능성이 크다.또 그것은 그냥 국어 연구가아니라 말글살이를 직접 규제한다는 점에서 국가 개입의 확대를 의미한다. 좀 더디더라도 민간의 자율적 운동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국어 정책이 바람직하다.국어가 발전하려면 이런 불신받는 국가 기관부터 정리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다. 우리 말글살이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부터 말글 정책이 나와야 한다.국민의 동의 없는 법규에 따른 말글살이 규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한 논의가 잇따라야 한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종교단신

    ● 대한성서공회는 내년 2월17∼22일 성서교육문화센터에서 ‘2003년 성서 번역자 양성을 위한 세미나’를 연다.세계성서공회연합회의 각 지역 성서 번역 책임자들과 국내 성서학자,성서 번역실무자를 초빙,성경 번역의 이론과 실제에 관해 강의하는 자리다.수강자격은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를 원전과정까지 이수한 석사과정 재학생 이상.(02)2103-8801. ● 천도교는 24일 오전 11시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비롯한 전국 교구에서 제3대 교조인 손병희 선생이 제2대 교조 최시형 선생에게서 도통을 전수받은 것을 기념하는 제105주년 인일(人日)기념식을 봉행한다. ● 세계선린회(회장 이수민)는 최근 베트남 정부로부터 ‘국제평화와 친선’훈장을 받았다.선린회는 지난 10년간 베트남의 살기 좋은 ‘선린마을’운동을벌인 공로로 훈장을 탔다. ● 불교 진각종이 창종주인 회당 대종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해온 소의경론(所依經論)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하고 최근 봉정식을 가졌다.한장 분량의 CD-롬에는 대일경·금강정경·대성장엄보왕경 등 3개 경과 실행론·보리심론 등 진각종의 5개 소의경론이 수록됐다.특히 대일경 등 3가지 경은 한역(漢驛),한글역,그리고 티베트어 이미지본 등 세 언어본으로 실었다.
  • 책꽂이/아들과 나 外

    ●아들과 나(고원정 지음) 축구를 소재로 가족의 화해과정을 그린 신작 장편소설.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맹달은 고향 선배의 제안으로 작은 행사를준비한다.아버지팀과 아들팀으로 나누어 축구시합을 벌이기로 한 것.가족의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발상이 새롭다.동방미디어 8000원. ●꼬마 푸세의 가출(미셸 투르니에 지음,이규현 옮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프랑스 원로작가의 단편소설 14편을 수록했다.표제작은 숲을 갈망하는어린 소년과 자연을 거세하려는 아버지의 폭력성을 대비시킨 작품.파괴적인현대문명의 탈출구는 자연임을 상기시킨다.현대문학 9000원. ●성별(왕저우셩 지음,박명애 옮김) 50대 중반의 중국 여류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문화혁명 등 중국현대사를 거쳐온 여섯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그렸다.금토 9800원. ●어시스시리즈1·2(어슐러 K 르 귄 지음,이지연·최준영 옮김) ‘어시스 시리즈’는 현대 판타지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고 한다.1권 ‘어시스의 마법사’,2권 ‘아투안의 무덤’과 과학소설 ‘빼앗긴 자들’ 등 저자의 소설세 권이 동시에 번역,출간됐다.황금가지.시리즈는 각 8000원,‘빼앗긴 자들’은 1만 2000원. ●플랫폼(미셸 우엘벡 지음,김윤진 옮김)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작가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태국의 휴양지를 무대로 매춘과 섹스관광에 대한 비판,성을 매개로 한 인간의 실존문제,현대문명에 대한 냉소적통찰 등을 담고 있으며 작가의 반이슬람적 입장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킨작품.문학동네 8500원. ●늑대와 춤을(마이클 블레이크 지음,정성호 옮김)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주연한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인디언사회에 동화돼 가는 백인 장교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인디언들의 사고방식 등 영화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과 분위기를 글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다.아름드리미디어 9500원. ●크리스마스의 악몽(알퐁스 도데 외 지음,고봉만 편역)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삼은 유럽 유명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았다.알퐁스 도데의 ‘음식을 탐하다’,모파상의 ‘악령에 들리다’,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트리’등 7편을 실었다.문학과 지성사 8500원. ●돼지에게 설교하다(아르망 파라시 지음,강주헌 옮김) 프랑스의 저술가가인간세계의 부도덕성과 환경파괴,잔인한 권력자 등을 동물에 빗대 경멸과 비난을 쏟아낸 풍자집.‘네안데르탈인 사건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 등 10편의 글이 실렸다.좋은글 7200원. ●크립토노미콘(닐 스티븐슨 지음,이수현 옮김) 책세상이 기획한 ‘메피스토 시리즈’의 여섯번째 소설(전4권).‘아바타’라는 인터넷 용어를 만든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과 현대 기술세계를 오가며 암호풀기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제목은 ‘암호의 서(書)’라는 뜻이며 1∼2권이 먼저출간됐다.각 9000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저 젤라즈니 지음,김상훈 옮김) 1960년대 이후 판타지문학계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미국 작가의 초기 중·단편 소설집.화성의 무희와 지구에서 온 서정시인의 사랑을 그린 표제작을 비롯,‘그 얼굴의 문,그 입의 등잔’ 등 17편을 실었다.열린책들 9500원. ●천 개의 절망을 이기는 한 개의 희망(김미림 지음) KBS1 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산문집.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짧은 산문 89편이 실렸다.휴먼&북스 8500원. ●장희빈(윤승한 지음)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장희빈을소재로 한 역사소설.1940년대 역사소설가로 이름을 떨쳤던 저자(1909∼1950)가 신문에 연재했던 것을 새롭게 엮었다.열매출판사 9000원. ●대산문화 9호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발행하는 문학교양지. 반년간으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내년부터 계간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 W세대/ ‘외국인 노동자의 집’ 자원봉사 나선 고교생들 “자랑스런 한국인 아무나 되나요”

    “자랑스러운 한국과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희생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부자라고 다 존경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국민총생산(GDP)만 높다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무임승차’를 하고 싶진 않아요.” 일요일인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외국인 노동자의 집’.5명의 고교생이 한창 컴퓨터를 손질하는 중이었다.서울 한영외국어고 1학년에 재학중인 장세림(16)·권만재(16)·나중석(16)·이현경(16)·김민주(16)는 지난 9월 말부터 자원봉사차 이곳에서 매주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고교생들이 ‘공부’를 해야지 웬 자원봉사냐고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지자 명쾌하게 설명을 들려준다. 이들이 이렇게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외국대학으로 유학을 염두에 두면서 였다고 한다.3년을 공부기계처럼 보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는 한국의 명문대.그러나 이 대학들이 국제적으론 이름조차 내밀기 어렵다는 현실이 답답했다.그런 점에서 외국의 대학들은 오히려 학생들의 사회활동을 장려한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처음엔 단순히 외국 대학 진학을 생각했을 뿐인데,막상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니 답답하던 학교 생활이 순식간에 풍요로워지는 듯했다.결국 김민주양의 친척인 ‘외국인 노동자의 집’김해성 목사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외국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아 유학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를,도피성 유학을 꿈꾸는 부잣집 아이들의 놀이쯤으로 생각하는 편협한 시각을 거둬 달라.”고 인터뷰에 앞서 요구했다. “처음 언론을 통해 외국인노동자 학대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것이 우리사회의 극히 단편적인 치부라고 여겼어요.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장세림군은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일하면서 인권문제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됐다.장군은 “중국 동포가 ‘니 츠판러마(식사하셨습니까?)’라고 말을 건네자 욕하는 것으로 오해해 때리는 경우도 봤다.”면서“그 동포는 정말 한국인에게 인사도 하기 싫어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 5명이 하는 일은 대부분 잡지번역,컴퓨터·의약품 정리·청소 등의 잡무.일요일 오후 2시쯤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도착해 서너 시간 일을 거든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글을 가르치거나 상담도 해 주고 싶지만 아직 초보인 그들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그러나 단순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들도 절감했다. 김민주양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부받은 옷을 나눠 준 적이 있었습니다.다 헤지고 찢어진 옷이었어요.기부라면 쓰는 물건 중에서 남에게 줄 만한 것을 내놓는 것이지,버릴 물건을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이 아니잖아요.옷을나눠주는 손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라면서 우리 기부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세림군은 “외국인 차별인식은 둘째 치더라도 임금이나 제대로 줬으면 좋겠어요.노예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왜 임금을 떼먹는지 모르겠어요.불과 10년전만 해도 한국인들도 외국에서일을 해 돈을 벌었잖아요.”라면서 우리사회의 몰인정을 탓했다. 이현경양은 “처음엔 흑인이나 사고로 심하게 다친 사람들이 무섭기도 하고,거리감도 느껴졌는데 이제는 모두 이웃집 사람같아요.한달 여만 함께 지내도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데 한국인들은 너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 삐뚤어진 민족의식을 성토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한국인도 차별받는 아시아인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는다.호주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나중석군은 아무 때나 경찰에게 불시검문을 당하던 불쾌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나군은 “여권과 비자를 챙겨서 다니지 않으면 곧바로 경찰서 행이었다.”면서 “서양에서 멸시를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아시아인끼리 왜 서로를 다시 차별하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장세림군은 “윤리 과목 시간에 한국은 경제발전 속도와 문화적 번영의 속도가 맞지 않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없는 나라라고 들었어요.한마디로 졸부들의 나라죠.이곳에서 일하면서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아요.” 학생들의이런 진취적인 생각에는 부모의 영향도 컸다.자원봉사 경력이 가장 많은 이현경양은 “부모님이 학창시절 추억을 쌓으려면 자원봉사를 해 보라고 권했다.”면서 “중학생 때부터 정신지체아 시설에서 청소를 했는데 그때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시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어머니와 생각이 달라 아직도 애를 먹고 있다는 권만재군은 “‘외국대학에 진학하려면 폭넓은 사회경험이 필요하다.’고 간신히 어머니를 설득했지만 여전히 ‘그만 두라’고 말씀하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급우들의 편견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같은 반 친구들은 우리가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자원봉사하는 사실을 전혀 몰라요.다들 주말에는 학원 다니느라고 바쁜데,자원봉사한다면 잘난 척한다고 할까 봐 밝히지 못했어요.” 일요일에 밀린 공부를 하거나 놀고 싶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주중에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생들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성적이 상위권이란다. “우리는 오전 7시30분까지 등교해서 오후 9시에 하교해요.왠만한 직장인보다 더 바쁘지만 일요일에 시간내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흔한 말대로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이 되려면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식이 아니라 먼저 모범국민이 돼야죠.” 이송하기자 songha@
  • 김동리문학상 김주영씨

    김동리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이문구)는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회 김동리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수상작인 소설 ‘멸치’의 작자 김주영(62)씨에게 상패와 1500만원의 상금을 시상했다.이 상은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유족들이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8년 사업회를 발족,제정했다. 상을 받은 김씨는 “제 작품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는데 이런큰 상까지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더 좋은 작품을 내놓으라는 격려로 받아 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수상작인 ‘멸치’는 지난 3월 출간후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는가 하면 최근 중국 출판사와 번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
  • 中 16全大 개막/ 자본가 입당 허용… 대변신 예고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 공산당이 마침내 자본가 계급의 입당이라는 역사적 변신의 서막을 열었다.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는 16전대 개막 연설에서 자본가 입당을 허용하면서 “이들의 입당이 혁명의 열정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자신의 3대 대표론의 당장(黨章) 명문화를 사실상 확정했다.1921년 창당,81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공산당이 과거 인민의 적(자본가)을 ‘동지’로 끌어안는,근본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창조하자.’는 장 주석의 개막 보고는 10개항 2만여 자로 구성,8개 국어로 번역,언론에 배포됐다.2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보고에서 장주석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관하면서 “달려 온 길들이 평탄치 않았고 좋은 결실을 맺기가 쉽지 않았지만 중국의 전체 국력이 크게 향상됐고 대외적 영향력도 현저히 증대됐다.”며 자신의 집권 13년을 회고하기도 했다. ◆‘붉은 자본가’ 정당으로 장 주석은 이날 변화와 창조성을 앞세워 사상해방(思想解放)과 실사구시(實事求是),여시구진(與時俱進·시대에 맞춰 번창하고 전진하자)을 반복했다.장 주석 자신이 주창한 3개 대표론을 강조하기 위함이다.‘공산당이 선진문화,선진 생산력,전체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은 지난해 공산당 창당 80주년을 맞아 ’7·1 담화’로 공론화됐다.반대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전대 예비회의와 주석단 회의 등 사전정지 작업을 통해 당장 삽입이 확정된 상황이다. 장 주석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3개 대표론을 ‘중요사상’이라고 지칭하며 “3개 대표 이론은 중국 공산당의 근본이며,행정의 기초이고 역량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소식통들은 당헌을 개정해 장쩌민 총서기가 제창한,‘3개 대표’ 이론과 사영 기업주의 당원 가입 등을 헌장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장쩌민 이론의 당헌 삽입은 장 총서기의 권력 기반 강화를 의미하며,당원 가입범위 확대는 당이 권력 기반을 자본가 계급으로까지 넓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산당 정체성 유지 몸부림도 하지만 3대 대표론의 제기 배경엔중국의 ‘딜레마’가 숨어 있다.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20여년 만에 사영기업이 국내 총생산의 3분1 이상을 차지,사실상 중국 경제의 ‘엔진’이 됐다.이들 자본가 계급이 공산당의 적대세력으로 변하기 전에 체제 안으로 포용,공산당의 ‘대중 정당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3개 대표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80년간 지속돼 온 농민 노동자 등 무산계급을 대변한다는 당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하는 만큼 당의 정체성 혼란도 예상된다.중국 공산당이 기존의 노선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연설에서 장 주석은 4개항의 기본원칙(공산당 영도,사회주의,프로레타리아 독재,마르크스·레닌·마오쩌둥 사상) 견지와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를 유독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중국 소식통들은 “중국의 최대 목표는 경제개발을 통한 중국 현대화·선진화이며 이를 위해 정치체제에서 공산당일당독재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GDP 4배로 이날 장 주석의 경제 분야 연설의 핵심은 개혁·개방 정책의 가속화를 통한 ‘선진 중국’ 달성으로 요약된다.장 주석은 “21세기 20년 동안 역량을 집중해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여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을 4배로 늘리자.”고 역설했다. 특히 ‘경제체제 개혁’을 강조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국영기업의 비효율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고민이 읽혀지는 대목이다.이 때문에 장주석은 “국유재산 관리체제 개혁을 심화하겠다.”고 선언한 뒤 “현대적인 시장체계를 완전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언 중국의 고민은 뿌리가 뽑히지 않는 고급 관리들의 부정부패다.이 때문에 장 주석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깨끗한 중국’을 약속했다.부정부패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원성과 불만이 공산당으로 향하고 있다는 ‘민심’을 읽은 셈이다.장 주석은 “정책 결정 체제와 행정관리 체제를 개혁하겠다.”며 “권력에 대한 제약과 감독을 강화하고,사회안정 유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oilman@ ■‘칭화방' 뜨고…청와대 출신 상무위 대거 진입 중국 대륙에 칭화(淸華)대 출신의 인맥인‘칭화방(淸華幇)시대’가 열리고 있다.8일 개막된 제16차 전대에서 그동안 중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상하이방(幇)’이 위축되는 대신 칭화대 출신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권력을 승계받고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도 칭화대 출신이 대거 진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계내 칭화방의 대표주자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후 부주석.이들은 1992년 열린 14기 전대에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나란히 승진함으로써,칭화방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지난해 4월29일 개교 90주년을 맞은 칭화대는 베이징(北京)대와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명문대학.베이징대가 문과계 중심대학인데 비해 칭화대는 이공계가 중점 대학이다.하지만 기술관료가 ‘우대받는’ 중국의 중앙 정계 및 행정부에서는 칭화대 인맥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덕분에 칭화대는 1949년 중국 공산정권 수립 이후 부부장(차관급) 이상의 고위관리 300명 이상을 배출했다.지금까지 정치국 상무위원 4명,정치국정위원 및 후보위원11명,공산당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53명,국무원 총리 1명,부총리 6명을 배출했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는 주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후 부주석이 유임되고 우방궈(吳邦國) 부총리,황쥐(黃菊) 전 상하이 당서기,우관정(吳官正) 산둥(山東)성 당서기 등이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칭화방의 위치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규환기자 khkim@ ■‘상하이방' 지고…상하이 고직자 출신 잇단 퇴진 중국 정치의 실세인 ‘상하이방(上海幇)’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가.상하이방을 이끌고 있는 장쩌민 국가주석과 주룽지 총리가 이번 전대를 끝으로 정치일선에 물러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상하이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상하이에서 공직생활을 한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는 상하이방은 장 주석이 정권을 잡은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정계 요직에 진출,중국 정치를 주물러왔다.특히 상하이방은 장 주석의 권력기반이 미약하던 90년대 장 주석의 오른팔인 쩡칭훙(曾慶紅) 당시 중앙판공청 주임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군부 내 보수파인 양상쿤(楊尙昆)과 장 주석의 최대 정적이던 천시퉁(陳希同) 베이징시 서기의 ‘베이징방(北京幇)’을 무력화시켜 장 주석의 체제를 공고히함으로써 최대의 파벌로 등장했다. 상하이방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장 주석과 주총리 외에 리란칭(李嵐淸)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공산당 핵심부서인 정치국원 24명 가운데 3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해 우방궈 부총리,황쥐 전 상하이당서기,쩡 전 당조직부장 등 7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따라서 상하이방의 위세가 다소 약해지겠지만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다.장 주석과 주 총리,리 부총리 등 상하이방의 대표주자들이 물러나는 바람에 중량감은 떨어지지만,쩡 전 부장 등의 젊은 신진 세력들이 이들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쩡 전 부장과 우 부총리,황 전 당서기의 정치국상무위원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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