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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적절한 정보안내 역할 필요/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적절한 정보안내 역할 필요/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다시 광야로 내몰렸다. 1997년 당시엔 우리 잘못이라고 배웠다. 동료들을 눈물로 이별했고,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그간 외환보유고는 거의 7배나 늘었다. 그래도 위기는 왔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리 봐도 우리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교통사고가 한두 번 나면 운전자 잘못이지만, 이렇게 빈번히 비슷한 유형으로 난다면 도로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 9·11 테러, 이라크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정보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고, 장차 어떻게 전개돼 갈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정보는 넘쳐난다. 그래도 공짜로 주어지는 정보는 믿음이 안 간다. 누가 이 정보를 왜 무슨 목적으로 제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믿을 만하고, 이해하기 쉽고, 책임소재를 물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는다. 다시 광야에 선 우리가 길을 찾기 위해 언론을 쳐다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언론이 못하겠다고 하거나, 언론이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지체 없이 다른 누군가를 찾는다. 따라서 언론은 우선 제대로 된 안내자를 찾아야 한다. 그 다음, 꼭 필요한 질문을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 나아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앞 뒤에 맞게 배치하고, 분석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2009년 새해 서울신문이 소개한 안내자는 조지프 나이 교수와 자크 들로어 의장이었다. 이어 조순 전 총리와 한완상 전 적십자총재, 주대환 공동대표가 소개됐다. 또 크레디트스위스의 박현정 이사, 할시엔 서치의 켄더스 김 대표, 한국고용정보원의 황기돈 선임연구원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석학·국내원로·진보인사·기업 전문가·국책연구소 권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구성으로 보인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안내해 줄 사람이 과연 조지프 나이뿐일까?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브루킹스나 헤리티지 재단에 더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과연 자크 들로어를 만나야 했나? 현재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이면서 부총재인 중국의 저스틴 린이나 ‘미스터 엔(Mr. Yen)’으로 알려진 일본의 에이스케 사카키바라는 어떨까? 금융위기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 원로를 만나야 한다면 박영철 교수나 사공일 경제특보를 만나는 편이 나았다. 정부정책담당자·KD I·삼성경제연구소 같은 권위 있는 기관들은 다 제쳐두고 뜬금없이 진보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낯설다. 광야에서 처음 만난 전문가들도 목마름을 해소해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 많은데 아마도 누가 안내자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한 질문이 정확하게 제기됐는지도 의문스럽다. 미국이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은 미국 국민이 더 궁금해할 내용이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럽통합이 아닌 아시아통합에 대한 전망이다.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국제면을 통해 수집된 대부분의 정보는 미국과 영국에서 왔다. 정보의 편식만이 아니라 정보의 가공방식도 문제가 많다. 가령, “금융강국 인도와 독일은 잘나가고, 수출강국 한국과 일본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국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도 찾아야 했다. 물론 있는 정보를 번역하기도 바쁜 현실에서 이런 기대는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인기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결국 발로 뛰고, 피부에 와 닿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해 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한물 간 기업인의 넋두리가 아니다. 정초부터 덕담보다는 쓴소리가 많았다. 그래도 좋은 약은 입에 쓰기 마련이고, 귀한 자식일수록 매로 키운다고 했다.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 [대입 정시모집 지원 전략] 우리대학 이렇게 뽑아요

    ■ 경희대학교 수능 비중을 확대했다.서울캠퍼스는 ‘가’군 모집인원의 50%를 수능만으로 우선선발하고,나머지 50%는 수능(70%)과 학생부(30%)로 선발한다. ‘나’군은 모집인원 전체를 수능만으로 선발한다. 국제캠퍼스도 서울캠퍼스처럼 ‘나’군에서 수능만으로 50%를 우선선발하고,나머지는 수능과 학생부로 선발하며,‘다’군은 수능만으로 선발한다. 수능 우선선발 외에 일반선발에서는 학생부와 수능으로 선발하고,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또 계열별 수능영역점수를 차등 반영한다. 인문계는 언어와 외국어를 각각 30%씩 반영하고,자연계는 수리와 탐구를 각각 30%씩 반영하며 나머지 두개 영역은 25%내지 15% 비율로 차등한다.수능반영 방법은 본교 변환표준점수로 반영한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자율전공학과(인문,자연)를 모집하며, 글로벌리더전공,글로벌비즈니스전공,컨버전스 사이언스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국제캠퍼스의 경우 자율전공학부를 모집한다.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간의 전과가 허용되고,캠퍼스 내에서 학과간 전과도 재학 중 3차례의 기회가 주어진다. ■ 고려대학교 ‘가’군 일반전형에서는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눠 진행한다. 우선선발에서는 수능을 100% 반영하여 논술에 응시하기 전 미리 일반전형 모집인원의 50%를 선발한다. 일반선발에서는 수능을 50% 반영하며 학생부는 계열에 따라 40~50%를 반영하고 인문계는 논술이 10% 반영된다.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은 표준점수를,탐구영역은 변환점수를 반영하여 합산한다.자연계는 논술을 보지않으나 의과대학은 논술 대신 면접을 본다.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필수선택은 아니나 응시했을 경우 탐구영역 한 과목을 대체할 수 있다. 일반선발에서 학생부의 교과성적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교과에서 학년별로 학기·이수단위 구분 없이 석차등급 상위 1개 과목씩을 반영한다. 비교과성적은 봉사활동과 출결상황,수상경력,특별활동의 내용을 반영한다. 세종캠퍼스에서 4학기를 이수하고,안암캠퍼스의 다른 학과로 전공(제1전공)을 변경하여 학위를 이수하는 제도인 ‘캠퍼스 간 소속변경 제도’도 있다. ■ 국민대학교 ‘가’군 일반학생의 경우 수능(60%)+학생부(40%)로 일괄합산하여 선발하며,수능과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은 수능이 66.67%,학생부는 33.33%이다. ‘가·나·다’군 예체능계는 수능,학생부,실기고사 성적을 통하여 선발(일부 다단계)하고 ‘다’군 조형대학은 수능(100%)으로만 합격자를 선발한다. 수능성적 반영방법은 백분위 성적을 점수화하여 반영하고,모집단위별 반영영역은 인문계(경상·경영대학 제외)의 경우 언어(24%)+수리나형(21%)+사회탐구(22%)+외국어(33%)이며,자연계는 언어(21%)+수리가형(33%)+과탐(22%)+외국어(24%)를 각각 반영한다. 특이할 만한 사항으로 경상·경영대학의 수능반영 영역을 인문계 학생과 자연계 학생이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변경하여,수리영역은 ‘가형(21%) 또는 나형(21%)’을,탐구영역은 ‘사회탐구(22%) 또는 과학탐구(22%)’를 본인이 선택(응시)한 과목에 따라 반영되도록 하였다. 학생부성적은 교과성적(90%)과 출결성적(10%)만을 반영한다. ■ 서강대학교 수능 응시영역을 기준으로 인문사회계열은 언어,수리(나형),외국어,사탐(3과목) 영역에 응시해야 지원가능하며 자연계열은 언어,수리(가형),외국어,과탐(3과목) 영역에 응시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전형방법은 다단계 전형으로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1유형에서 수능 4개 지정영역 합산성적 순으로 모집단위별 모집인원의 50% 내외를 우선 선발한다. 1유형에 선발되지 않은 모든 지원자에게 2유형을 적용하여 나머지 약 50%의 모집인원을 뽑는데,수능 4개 지정영역 성적(70%)+학생부(30%)를 합산한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탐구영역은 성적이 좋은 3과목만 반영하며,인문사회계열 지원자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도 사탐영역의 한 과목으로 인정하여 선택 반영한다. 수능반영방법은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은 표준점수를 기준으로,탐구영역은 백분위 자체변환점수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한다. 모집단위별로 수능반영 영역별 가중치를 달리 적용하므로 해당 모집단위의 영역별 가중치를 꼼꼼하게 살펴 자신에게 유리한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게 좋다. ■ 단국대학교 인문·자연계열은 모집단위별 모집인원의 20%를 수능 100%로 선발하는 수능 우선선발을 실시하며,나머지는 수능 50%,학생부 50%로 일괄합산하여 선발한다.수능성적은 백분위를 활용하며,수리 가형 선택 시 공연영화학부,인문계열,체육교육과는 3%,건축학과는 5%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학생부는 인문·예체능 계열은 국어,수학,영어,사회교과를,자연계열은 국어,수학,영어,과학교과 중 이수한 전과목을 반영하며 석차등급을 활용한다. 천안캠퍼스는 ‘나·다’군 분할모집을 실시하며 ‘나’군에서 인문·자연계열은 학생부 20%,수능 80%를,치의예과는 학생부 10%,수능 90%를 반영한다. ‘다’군에서 인문·자연계열 및 지역할당제 전형은 학생부 30%,수능 70%를,의예과는 학생부 10%,수능 90%를 반영한다. 수능성적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의·치의예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백분위를 활용한다. 인문·예체능계열 지원자가 수리 가형 선택 시 5%의 가산점을,의·치의예과 지원자가 과학Ⅱ 선택 시 5%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 삼육대학교 신설된 ‘기초의약과학과’에서 기존 약학과의 모집정원인 30명을 모집하여 의·치학전문대학원 및 약학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교육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모집인원 30명 중 12명을 교과우수자(학생부 70%+수능 20%+면접 10%)로 우선 선발하며,18명은 수능우수자(수능 90%+면접 10%)로 선발한다. 최초합격 등록마감 후 우선선발 인원 중 미등록 인원은 수능우수자 기준으로 충원한다. 수학능력시험은 언어 20%,수리 30%,외국어(영어) 30%,탐구(사회·과학) 20%를 반영하며,학교생활기록부도 수학능력시험 반영영역과 동일한 교과를 반영한다. 기초의약과학과,신학과,예체능계 학과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수학능력시험 50%,학교생활기록부 40%,면접시험 10%를 반영하여 최종 선발한다. 수학능력시험은 백분위점수를 사용하여 인문·사회 계열의 모집단위는 주로 ‘언어,사회탐구,외국어’의 영역을 반영하며,자연계열의 모집단위는 ‘수리,사회·과학탐구,외국어’의 영역을 반영한다. ■ 동덕여자대학교 ‘나’,‘다’군 분할 모집한다.전형요소 및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나,다군 동일하다.인문·자연계열은 수능성적과 학생부 성적을,예체능계열은 실기고사 성적이 포함된다. 인문·자연계열 큐레이터과는 학생부 30%,수능 70%를 반영한다. 예체능계열 회화과,디지털공예과,디자인학부는 학생부 20%,수능 40%,실기 40%를,피아노,성악과,관현악과,무용과,방송연예과,실용음악과,모델과는 학생부 20%,수능 20%,실기 60%를 반영한다. 체육학과는 학생부 20%,수능 50%,실기 30%로 학생을 선발한다.농어촌,전문계 특별전형은 인문·자연계열만 모집한다.학생부 30%,수능 70%를 반영한다. 수능은 본교 반영영역의 백분위 성적을 활용해 반영한다.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은 교과 성적 90%(석차등급 활용),출석성적 10%를 반영한다. 학생부 반영은 인문,자연,예체능계열 모두 국어교과,영어교과를 필수 반영하며 사회,수학,과학교과 중에서 성적이 좋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 명지대학교 전형방법은 일반전형 ‘가’군에서 음악학부만 75명을 학생부 및 수능 각 20%와 실기 60%로 선발한다. ‘나’군의 경우 일반전형에서 808명을 학생부 25%에 수능 75%로 뽑는다.‘다’군 280명은 수능으로만 선발한다. ‘나’군의 농어촌학생(39명) 및 전문계고교(47명) 특별전형은 학생부 12.5%+수능 75%+면접 12.5%로 반영한다. 수능은 가·나·다군에서 동일하게 준점수를 기준으로 언어·수리(가)·수리(나) 영역 중 표준점수가 높은 1개 영역을 자동 반영하고 외국어(영어)영역은 필수 반영하며 사회탐구·과학탐구·직업탐구 영역 중 수능 표준점수가 높은 2개 과목을 자동 반영한다. 학생부는 학년별로 1학년 25%,2학년 30%,3학년 45%를 반영한다.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과목별 석차등급을 기준으로 가·나군에 최고 200점,최저 160점을 반영한다. 수시2-1,수시2-2 모집전형 미등록으로 발생한 결원 또는 동점자 합격으로 인한 초과 모집인원은 해당 인원만큼 다군에서 가감하여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광운대학교 ‘가’군(일반학생 전형)은 수능 100%로 선발한다. ‘다’군(일반학생,농어촌학생,전문계고교출신자 전형)은 수능 70%와 학생부 3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수능은 언어,수리,외국어,탐구(상위2과목) 영역의 4개 영역을 반영한다. 영역별 반영비율은 모집단위별로 차이가 있다.수능 반영지표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은 표준점수,탐구영역은 표준점수(90%)와 백분위(10%)를 함께 사용한다. 가산점은 자연계열 모집단위 중 전자정보통신공학군,컴퓨터공학군,전기전자재료제어공학군,화학공학과,환경공학과는 수리 ‘가’형 응시자와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산출점수의 10%를 각각 부여하며,자연과학군은 수리 ‘가’형 응시자에게만 산출점수의 10%를 부여한다. 건축학과(5년제)와 건축공학과는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일반학생 전형은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응시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농어촌학생,전문계고교출신자 전형은 모든 모집단위에서 직업탐구 응시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 상명대학교 서울에서는 정원내(일반전형,예체능전형)와 정원외(농어촌학생,전문계고교졸업자)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원내의 일반전형에서 50%의 학생은 수능점수만으로 선발하며,나머지 50%는 수능과 학생부교과를 반영하여 선발한다.인문계의 경우 수리영역 반영비율이 30%,자연계의 경우 언어영역 반영비율이 30%인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입시의 특징이라면 과거 대부분 학부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을 학과제(학과단위) 선발로 변경한 점이다. 특히,서울캠퍼스는 인문사회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기존 학부를 폐지하고 대부분을 학과선발로 전형방식을 바꾸었다. 또 저작권이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법적·기술적 전문가 양성을 위해 저작권보호학과를 개설하였다.정원은 25명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국제전문가 육성을 위해 경영 및 경제통상학부를 경영대학으로 승격했다. 정원은 215명이다.천안캠퍼스에서는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영어·한국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영어 통·번역학 전공을 개설하였다. ■ 동국대학교 ‘가’군은 수능만 100% 반영하여 선발한다. 단,연극학부(실기)는 수능 30%,학생부 30%,실기를 40% 반영한다.‘나’군의 경우는 사범대학 및 예체능계열 학과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서 수능 60%,학생부 40%를 반영하여 선발한다. 수능은 인문·자연계 모두 언어,수리,외국어,탐구 등 4개 영역을 반영한다. 탐구영역은 3개 과목을 반영하며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는 탐구영역 1과목과 대체가 가능하다. 학생부는 인문계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사회,자연계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개 교과를 각각 반영한다.과목은 학년별로 교과당 1과목씩만 반영해 총 12과목의 성적을 반영하게 된다. 체육교육과,문예창작학과에서는 일반면접을 실시하고,체육교육과를 제외한 사범대학은 교직적성 면접을 반영한다.교직적성을 테스트하는 교직적성면접은 면접카드를 토대로 인성,사회성을 평가하는 부분이 30%,교직적성을 평가하는 부분이 70% 반영된다.면접방식은 다수의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답변하는 구술고사 형식으로 진행된다. ■ 덕성여자대학교 일반학생전형,수능 100% 전형과 농어촌학생 및 전문계(실업계)고교 출신자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일반학생 및 수능 100% 전형의 경우 가군에서 사회과학대학,자연과학대학,생활체육학과,정보공학대학을 모집하고,‘나’군에서 생활체육학과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를 모집한다. 농어촌학생 및 전문계 고교출신자 특별전형은 ‘나’군에서 선발한다. ‘나’군 일반학생의 Pre-Pharm-Med 전공은 2009학년도 신설 전공이며,약학·의치학 계열이 아닌 이학계열로서 약학대학 및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2학년 수료 후부터 우리 대학 또는 타대학 약학대학에 지원하거나 4학년 졸업 후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이 가능하다. 수능 성적은 백분위 성적을 반영하며,수능 성적 가산점은 자연공학계열의 경우 수리 가형에 대하여 지원자가 취득한 백분위 점수의 10%를 부여한다. 또한 학생부는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고,교과 성적으로만 100%를 반영한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겨울 생각나는 ‘연탄시인’ 안도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겨울 생각나는 ‘연탄시인’ 안도현

    삼라만상이 침묵하고 쉬는 요즘이다. 잠시 추억의 창고 속으로 유영을 해본다. 어릴 적, 철부지 꼬마였다. 추운 겨울날, 내리는 눈이 마냥 좋아 동네 아이들과 연탄재를 발로 차며 놀았다. 그렇게 떠들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 어둠이 등을 떠밀었을 때야 겨우 집에 들어갔다. 몸은 어느새 꽁꽁 얼어버렸다. 기다리던 어머니는 야단 대신 얼음장처럼 찬 손을 어루만지며 “얘야, 연탄불에 고구마 올려놨다.”고 하셨다. 연탄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연탄 한 장은 어떤 보석보다 값지다. 그들에게 추위란 뼛속까지 에기에 연탄 한 장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불쑥 화두 하나 던져보자. 인생은 연탄이라고. 왜? 답을 구하려고 한 시인을 만난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눈을 비비게 한다.‘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것이라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또 있다.‘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 느낌이 묵직하다! ‘연탄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48)씨.‘연탄 한장’과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시구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구석진 진실을 조근조근 얘기해주기에 가슴 ‘찐하게’ 다가온다. 그는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낙동강’과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당선됐으니 올해로 문단 데뷔 27년을 맞는 셈. 문학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그가 요즘 동시세계에 푹 빠져 있다.1996년 ‘연어’ 이후 ‘어린 왕자’같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꾸준히 써왔고 얼마 전부터는 동시의 ‘맑음터치’로 독자들과 새롭게 만나고 있다.‘맨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순서), 쾅쾅쾅쾅 뛰어가면, 그렇지, 일곱살짜리일 거야, 콩콩콩콩 뛰어가면, 그렇지, 네살짜리일 거야(위층아기) 등의 동시가 담긴 ‘나무잎사귀 뒤쪽마을’을 펴낸 데 이어 최근 ‘문학동네’에서 동시시리즈 발간 편집위원이 돼 동시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것. 전주에 살면서 행사 참석차 잠시 서울 온 그와 지난 주 만났다.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쁘신지요. “강연이 많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은 좋은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용어 반복의 괴로움도 있고 한 달에 절반정도는 그렇게 살고 있지요.” ▶동시쪽으로 방향을 바꾸셨나요. “대학(우석대)에서 시와 동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몇년 전부터 동시를 공부했고요. 같은 문학판 속에서도 아동문학이 약간 소외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아동문학가들이)열심히 글을 쓰는데 선뜻 책을 내려는 출판사는 별로 없고,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동시를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동시시리즈 편집위원인데 앞으로 어떤 결과가 이어지나요. “이번 주에 세 사람의 동시집이 출간되고,. 또 내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동시집이 나오게 됩니다. 기성 문학가들에게도 동시 쓰는 기회를 부여하고, 아동문학의 영역을 넓히는 역할이지요.” ▶시와 동시, 문학계에서는 구분을 짓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습니다. “장르란 세월이 지나오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식사할 때 깍두기나 겉절이도 먹고 싶은 것처럼 다 같은 김치가 아니겠습니까. 굳이 시다 동시다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시가 ‘연탄한장’과 ‘너에게 묻는다’인데 이 시를 쓸 당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요.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다가 해직됐던 1990년대 초반에 쓴 시입니다. 그때도 겨울이었습니다. 제가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가을과 관련된 시를 써보라고 했지요. 다들 단풍, 귀뚜라미, 낙엽을 소재로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쓸쓸한 가을이면 연탄을 소재로 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했어요. 그 생각이 나서 ‘연탄한장’을 썼습니다. 또 궁핍한 내 자신에게 질문과 채찍을 던지기 위해 ‘너에게 묻는다’를 쓰게 됐지요. 성찰의 기회를 갖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두 시는 ‘안도현’ 하면 떠오르는 대표성이 됐습니다. “본의 아니게 (출판계에서)선점하게 돼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사람들이 조금 더 연탄과 친해졌다면 고마운 일이고요. 겨울날 한번쯤 사람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연탄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까. “많지요. 제가 13살 때 경북 안동에서 대구로 4촌형을 따라 이사해 자취방 생활을 했습니다. 연탄불에 고구마 구워먹고 라면 끓여 먹고 했지요. 물 데워 세수하고…, 결혼 이후까지 연탄생활을 했습니다.4촌형과 자취할 땐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을 뻔했던 적도 있지요. 또 빙판에 연탄재 뿌려 어린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이웃집 아저씨를 보면서 참 고마운 분이라는 추억도 있습니다.” ▶경북에서 태어나 호남으로 갔습니다. 까닭이 있었나요. “당시 원광대에서는 신춘문예에 등단했을 경우 4년 장학생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윤흥길, 박범신, 양귀자 선생 등도 원광대 출신이지요. 이런 이유들이 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1996년인가요, 교사직을 버리고 전업작가로 돌아섰습니다. 그때 밥 걱정이 안 되던가요. “당시 쓴 동화집 ‘연어’가 저를 부추겼습니다. 글만 써서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요. 또 해직됐다가 복직했더니 (학교에)변한 것이 별로 없어 곤혹스럽게 한 부분도 있습니다. 뭔가 하나를 포기하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교직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또 마흔 넘으면 안정기조를 택하기 때문에 결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원래는 화가가 꿈이었지요. “중학교까지는 그랬습니다. 수채화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탐독한 책이라곤 만화가게에서 본 무협지와 몇 권의 소설뿐이었습니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가지런히 꽂힌 삼중당 문고를 접하면서 독서에 빠졌지요. 고등학교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시인이 되려고 생각했습니다.” ▶첫시집이 ‘서울로 간 전봉준’입니다. 왜 하필이면 전봉준인가요. “대학 1학년 때 캠퍼스에서 새우깡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계엄군에게 거의 죽도록 맞았습니다. 아무 이유가 없었지요. 그때만 해도 골방에서 낭만문학이나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나 할까요. 시와 역사의 관계를 생각했고 마침 사귀던 지금의 아내가 국사학과를 다녔습니다. 한국근현대사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 책 뒤편에 서울로 압송되는 전봉준 사진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지요. 실패한 전봉준과 광주의 좌절이 오버랩됐습니다.” ▶동화집 ‘연어’는 100쇄가 넘었습니다. “13년째 매년 5만부 이상 팔리는 효자입니다. 국내를 떠나 타이완과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도 번역출간됐지요.” ▶시 쓰는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에겐 삶의 자극입니다. 독자들한테는 따뜻한 라면국물이라고나 할까요. 쇠고기 국물이 아닌…, 또 문학하는 일은 연애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삶을 집중시킬 수 있는 최대의 배려이기 때문이지요.”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우선 술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소주 100잔 마신 다음에 한 편의 시를 쓰고, 두번째는 연애를 많이 해야 돼요. 그래야 사물에 대한 감정이 생기거든요. 세번째는 시집 열권 정도 읽고 나서 시 한편을 써야 합니다. 시 쓰는 일은 단순한 기교가 아닌 세상 보는 눈입니다. 언어가 아니라 언어를 감싸는 정신의 힘이지요.” ▶앞으로 희망이 있다면. “빈둥거리며 사는 것입니다. 느림과 게으름의 시간을 갖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나겠지요.” 그러면서 강연 등 외부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내년 초 발간될 ‘연어’ 속편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나서 동시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인다. 다음 주에는 북한에 가서 장수군에서 제공한 사과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평양에 다섯번 정도 다녀왔다는 그는 내년까지 10㏊ 면적에 1만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람으로는 ‘적막강산’의 백석(1912~1995) 시인을 꼽았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안도현은 누구 1961년 경북 예천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경북대 사범대 부속중학교와 대구 대건고를 졸업했다.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 원광대 국문학과를 나온 그는 1985년 2월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하면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989년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1994년 3월 전라북도 장수 산서고등학교로 복직됐으나 2년 뒤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현재는 우석대 문창과 교수로 있다.1996년 제1회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2000년 원광문학상,2002년 제1회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모닥불’(1989),‘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그리운 여우’(1997),‘바닷가 우체국’(1999),‘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등의 시집과 ‘연어’(1996),‘짜장면’ 등 어른을 위한 동화집,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1998), 동시집 ‘나무잎사귀 뒤쪽마을’(2007년) 등이 있다.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올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송기정 교수 대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올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송기정 교수 대담

    ‘욘사마’,‘대장금’으로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한류. 한류는 배용준이나 이영애 등 특정 배우와 잘 짜여진 한두 편의 드라마로 이뤄진 ‘찻잔 속의 태풍’에 만족해야 하는가. 수많은 문화학자들의 우려처럼 고작 200년에 불과한 역사를 가진 미국 문화의 침투에 반만년 동안 쌓아온 우리 문화가 속절없이 종속되어야 했던 그 불행을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가. 서울신문은 이화여대 인문학부 송기정(51) 교수의 주선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지성’으로 꼽히는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갖고 한국 문화의 현주소와 장단점, 그리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문화가 종속을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봤다. 송기정 교수가 사회자 겸 대담자로 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르 클레지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이후 최초다. 르 클레지오는 “어느 특정 문화의 우수성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문화가 다른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게 될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는 어떤 종류의 문화에도 굴종되지 않을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은 어떤가 송기정 교수(이하 송기정) 세계 10위권의 경제력만큼이나 한국의 위상은 급변해 왔다.1980년대 초반 프랑스에 처음 유학갔을 때만 해도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남미의 오지를 가도 모두가 한국을 알고 있다. 특히 삼성,LG, 현대로 대표되는 하드파워 이외에 소프트파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신장된 느낌이다. 대표적으로 한류(韓流)를 꼽을 수 있다. 한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르 클레지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가끔 활동하는 미국에서도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문화는 여러 경로로 접할 수 있으며, 일부 계층에서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가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각국 문화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전 세계를 군사는 물론 경제·문화적으로 획일화하려고 했던 제국주의적인 움직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류는 두 가지 이상의 이문화간 상호관계성(interculturality)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송기정 역사적으로 보면 아시아 문화는 유럽에서 시대별로 큰 조류를 형성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18세기에는 중국의 사상들이 유럽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19세기에 유럽은 일본에 사실상 미쳤다고 할 정도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고흐나 모네 같은 화가들은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스타일을 확립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럽인들은 지금도 일본을 굉장히 문화적 수준이 높고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가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르 클레지오 한국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할 수 있다. 미술을 비롯한 예술과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음식문화에 있어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전통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반면 영화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와 건축물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 못지않은 현대적 개념이 퍼져 있다.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문학이다. 실제로 한국의 문학작품 중에는 일본의 한국점령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 유난히 많은데 이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가르는 기준에서 이 두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가능한가 송기정 문화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문학에 대해 얘기해 보자. 문학의 세계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어다. 영어권이나 프랑스어권의 경우에는 이같은 문제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작가가 쓰는 대로 읽히는 것과 번역을 통해 다시 가공돼야 하는 경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같은 문제는 요즘의 젊은 번역가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해 한국 문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한국의 번역가가 아무리 잘 하더라도 프랑스나 영어권에서 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해 ‘번역의 묘’를 조절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만큼 철저한 공동작업이 돼야 한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르 클레지오 한국문학을 많이 접해 본 사람으로서 한국문학이 세계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작가들이 번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외국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한 접근 방법도 찾아야 한다. 내가 구상했던 방향은 한국 문학의 확산과 번역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정립하도록 도운 다음 정기적이고 친밀한 한·프랑스 문학교류를 이루는 것이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한국시인과 소설가를 지속적으로 초빙해 대학에서 여러 강의를 맡겨야 한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에 분명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송기정 평소 한국 문학을 많이 읽고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읽어본 작품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가. 르 클레지오 세대 차이의 영향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이승우 같은 작가의 작품에 친숙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 문학계의 젊은 조류, 예컨대 현실주의나 유머감, 과거 전쟁세대들과의 일정한 거리감 유지 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송기정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해 보자. 프랑스 등 문화가 발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은 예외없이 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분야의 책을 읽도록 유도하다 보니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사고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 같다. 대중문화의 확산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망라해 가장 많은 신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유럽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대해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르 클레지오 한글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쓰기도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본 사람으로서 한글은 정말 대단히 과학적인 언어이자 한국만의 문화를 담고 있다. 한국어의 ‘정’ 같은 표현은 어떤 프랑스어로도 100%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영어 공용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언어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가치다. 또 그 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나 영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가 지켜야 할 가치는 어떤 것인가 송기정 프랑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프랑스 문화에서 배울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르 클레지오 프랑스와 한국은 국제관계나 경제적 힘, 그 규모에 있어 동등한 수준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크기에 비해 강력한 문화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문화의 침투는 두 나라 모두 겪고 있는 현상인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이웃의 거대 문화권인 중국, 일본의 영향력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송기정 전 세계적인 문화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자국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타문화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문화를 수출하는 것 또한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이 세 가지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르 클레지오 세 가지는 결코 각기 다른 부분이 아니다. 이종간 문화의 융합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다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거나 외국의 문화를 순화시켜 받아들이기 위한 장벽을 설치하는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짓이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늘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를 자유롭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새로 들어온 문화에 정복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한국은 당연히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가 외국 문화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펼칠지 기대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르 클레지오는 누구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8)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다.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나 니스 대학을 졸업했다. 유년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고 멕시코, 미국 등지를 끊임없이 돌며 경험을 쌓아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해 폭넓은 조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 대해 “인간성 탐구, 관능적 환희,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라는 평가를 내렸다. 대표작으로 ‘사랑하는 대지´,‘도피의 서´,‘전쟁´,‘거인들´,‘사막´,‘조서´ 등이 유명하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초빙교수를 맡아 강의를 진행했다. ●주요연보 ▲1940년 4월13일 프랑스 니스 출생 ▲1960년 니스 대학 졸업 ▲1963년 첫 소설 ‘조서(調書·Le Proces-verbal)´로 르노도 상 수상 ▲1964년 앙리 미쇼 연구로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 석사 학위 취득 ▲1980년 ‘사막´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상 수상 ▲1994년 ‘리르’誌 선정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 선정 ▲2001년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한국 방문 ▲2002년 미국 뉴멕시코대 불문학과 미술사 교수 ▲2007~2008년 한국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초빙교수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뉴욕 문화 키워드 따라잡기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뉴욕 문화 키워드 따라잡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실시한 ‘2008년 문화향수 실태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의 대표적 여가 활용 수단은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과 ‘집에서 쉬는 것’이다. 여가 시간에 예술 감상을 하는 비율은 평일 1.6%, 휴일 4.5%에 불과하다. 평균적인 한국인은 미술 전시회를 5년에 한 번, 클래식 공연과 오페라는 10년에 한 번 꼴로 찾는다. 무용 공연은 30년에 한 번 갈까말까할 정도다.‘한류’로 우리 문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문화적 토양은 아직도 척박하기만 하다. |뉴욕 박건형특파원|밤에도 낮처럼 거리를 밝히는 네온사인과 대형 광고판의 향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전세계 연예지망생이 몰려드는 곳.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첫 인상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타임스퀘어를 따라 이어지는 브로드웨이 곳곳에는 ‘오페라의 유령’,‘시카고’,‘그리스’ 등 전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초대형 뮤지컬들이 여전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브로드웨이는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브로드웨이를 구한 녹색마녀 브로드웨이의 불황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이 아니다.1900년 42번가에 빅토리아 극장이 문을 연 이후 시작된 브로드웨이의 역사는 실물경기보다는 히트작의 유무에 의해 움직였다. 관객 대부분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관광객들이기 때문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캣츠’,‘오페라의 유령’,‘에비타’ 등 신작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전세계에서 구름같은 관객이 몰려들었고 그 인기는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을 넘도록 이어졌다. 그러나 2001년 ‘맘마미아’ 이후 브로드웨이는 히트작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영프랑켄슈타인’,‘인어공주’ 등 기대작들은 혹평에 시달렸고, 관객점유율 급감이라는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헤어스프레이’,‘에비뉴Q’ 등 코미디물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수준이다. 할인 티켓을 판매하는 TKTS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티나씨는 “좋은 좌석의 할인 티켓이 쏟아지다 보니 정가를 주고 사전예매하는 사람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뿐”이라면서 “초여름의 토니상을 겨냥해 봄시즌에 새로 오픈한 공연들 중 일부는 적자만 보고 1년 안에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불황에도 승승장구하는 작품은 있다.2003년 10월 초연된 이후 최고의 블록버스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키드(Wicked)’가 공연되는 조지 거슈윈 극장 앞은 매일 오후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회 계속되는 매진 행렬 때문에 극장측이 실시하고 있는 ‘위키드 로터리’ 행사 때문이다. 공연 2시간 30분전이면 사람들이 각자 이름을 적어넣은 통을 돌려 20명에게 티켓 2장씩을 25달러에 판매하는 이벤트다. ●끊임없는 콘텐츠 재생산 위키드는 ‘서쪽의 사악한 녹색마녀(Wicked Witch of the West)’에 대한 얘기다. 마녀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온 몸이 녹색이었고, 강력한 마법력을 가졌다. 가족들의 사람을 못 받은 엘파바는 친구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마법을 사악하게 이용하려는 마법사의 음해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서쪽의 나쁜 마녀로 각인된다. 엘파바가 극 중에서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곳은 ‘에메랄드 시티’, 나라의 이름은 ‘오즈’다. 다시 말해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새로운 변주곡인 셈이다. 공연의 타깃은 어린이부터 나이 든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전연령을 망라한다. 연기를 내뿜는 거대한 용이나 녹색으로 가득 찬 무대조명도 경이롭지만 관객들은 도로시, 허수아비, 사자 등 무대에는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는 추억의 파편들에 탄성을 지른다.‘파퓰러(popular)’,‘원더풀(wonderful)’ 등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들도 이같은 인기에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미국 ABC의 인기드라마 ‘어글리 베티’에 등장하는 베티의 가족들은 끊임없이 파퓰러를 흥얼거린다. 드라마의 인기가 또다시 위키드에 영향을 미쳐 관객이 급증했음은 물론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은 위키드만의 얘기는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은 대부분 소설에서 시작돼 연극, 영화, 뮤지컬, 아동극까지 확대돼 왔다. 소설이 번역돼 읽히면서 줄거리 전체를 알고 있는 관객들은 언어의 문제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라이언킹 속 동물이 무대 위에 구현되거나 오페라의 유령 속 샹들리에가 관객석을 따라 오르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점프’ 장기공연을 이끌고 있는 예감의 김민섭 실장은 “소설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를 무대에 접목하는 시스템은 영국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 두 곳에서만 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이들이 수백년 동안 축적해 온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한국산 콘텐츠의 브로드웨이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보다 실험적인 공연이 올려지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지금까지 장기공연에 성공했던 국산 공연은 ‘난타’와 ‘점프’ 등 두 개에 머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의 장기공연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고, 현지 공연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난타의 경우 1년 6개월 만에 공연을 접었고, 점프 역시 지난 7월까지 10개월여만 공연한 후 휴식기에 접어든 상태다. 김 실장은 “점프는 태권도라는 무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기심과 논버벌이라는 장르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없앴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면서 “다만 스토리라인이나 음악 등 공연의 핵심적인 요소에서는 아직까지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 미드 ‘프렌즈’ 로고만 찍혀도 가격두배 껑충 |LA·오사카 박건형특파원|“이 컵 하나를 밖에서 사려면 5달러에서 10달러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인기 TV드라마 ‘프렌즈’ 로고가 찍혀 있으면 20달러를 훌쩍 뛰어넘죠. 단순히 프린트에 불과한 이 로고 하나가 최소한 10달러의 가치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LA 할리우드에 자리잡은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아치형의 지붕을 가진 거대한 스튜디오가 줄지어 있는 사이로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안내를 맡은 홍보팀의 다니엘 마이어 팀장은 ‘문화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워너브러더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스튜디오 자체가 아닌 작품들이다. 카사블랑카, 더티해리, 폴리스아카데미부터 근래의 해리포터, 배트맨, 매트릭스 등으로 구성된 영화와 ER, 프렌즈로 이어지는 드라마 라인업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문화의 힘’을 과시하기에 충분하다. 스튜디오내 투어는 45달러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할 만큼 인기가 높다.ER가 촬영되는 응급실 세트와 카사블랑카에서 등장했던 카페, 프렌즈에서 친구들이 모였던 ‘센트럴 퍽’ 등 실내 세트는 물론 ‘길모어 걸스’의 배경이 된 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매트릭스와 배트맨 등에 사용됐던 차량과 해리포터 의상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실제 촬영이 진행되는 곳인 만큼 유명 스타를 만나는 행운도 잡을 수 있다. 시트콤 ‘투앤드어하프맨’을 촬영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영화배우 찰리 신은 “촬영에 직접적인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를 비롯해 파라마운트, 소니콜롬비아 등 할리우드 근처에 자리잡은 스튜디오들이 콘텐츠의 풍부함을 과시하는데 힘쓰고 있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는 보다 공격적이다. 거대한 테마파크인 스튜디오내에는 백투더퓨처, 터미네이터, 슈렉, 조스 등 실제 영화 속에 등장했던 장면들이 놀이기구로 재현돼 있다. 관광객들은 아낌없이 돈을 내고 최대한 많은 놀이기구를 즐기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스튜디오 안내소의 엘레나 영씨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가장 직관적으로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관람객들 대다수가 할리우드 문화에 대해 더 높은 선호도를 갖게 됐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식 문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할리우드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도쿄 디즈니랜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일본의 교토와 나라, 오사카로 이어지는 관광코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 역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관계자는 “대다수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미국식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성공비결”이라면서 “일부 콘텐츠를 일본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홍콩과 파리의 경우는 좀 다르다.2005년 9월 문을 연 홍콩 디즈니랜드의 경우에는 토종 해양공원인 ‘오션파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고,1992년 문을 연 파리 디즈니랜드는 폐쇄 직전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파리 디즈니랜드의 실패는 철학이 부족한 자국의 문화에 대한 강력한 자존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내에서는 디즈니랜드 개장을 둘러싸고 미국 문화 침투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화여대 불문과 송기정 교수는 “프랑스인들은 직접적이고 침투에만 치중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문화를 찾는 프랑스식 문화와 미국 문화는 사실상 상극”이라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 (21) 영화로 영어공부하기

    한창 영어공부를 할 때 AFKN 뉴스를 알아듣는 것에 자신이 생겼다. 그러나 우연히 AFKN TV를 봤을 때 배우들의 대사가 절반도 들리지 않았다.AFKN 뉴스만 통달하면 영어회화가 될 줄 알았는데 구어체 듣기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이 실책이었다. 이번에는 드라마와 영화 듣기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녹음을 해 놓고 받아 써가며 연습을 시작했지만 그리 만만치 않았다. 여러 번 반복 청취해도 무슨 소리인지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안 가는 것 때문에 꽤나 고생했다.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위해 미국영화를 상영하는 삼류극장을 찾았다. 많게는 열 다섯 번까지 영화를 봤지만 문제는 잘 안 들리는 대목은 몇 번을 봐도 여전히 안 들린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당시 엉터리 자막으로 인해 영어와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옛날 영화이지만 ‘Waterloo Bridge’, 우리나라에는 ‘애수’로 소개된 영화의 대본과 극장에서 녹음해온 테이프를 수없이 반복 청취하며 큰 소리로 읽고 또 읽었다. 같은 방법으로 몇 년 동안 100편 가까운 영화를 공부했고 10편가량의 좋은 영화는 대본을 보지 않고 영화와 똑같이 말할 수 있게 됐다. 영화를 통해 공부했을 때 장점은 다양한 표현과 보통 방법으로 접하기 힘든 고급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요즘은 영화를 통해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영화로 공부할 계획이라면 여섯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당부하고 싶다. 첫째, 영화를 잘 선택해야 한다. 아무 영화나 공부하면 안 된다. 전쟁영화, 경찰수사극 등은 피한다. 말 없는 장면이 많고 욕이 많아 배울 것이 별로 없다. 대신 사랑, 질투, 갈등, 배신, 복수 등이 얽혀 있는 사랑 영화는 대사도 많고, 영어 공부에 좋다. 또 가볍고 재미있는 희극영화도 재치있는 표현이 많아서 좋다. 둘째, 대본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청취력 향상을 위해 받아쓰기 하는 것은 좋지만 대본 없이 공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 번 틀리게 알아들은 것이 평생 갈 수도 있다. 셋째, 영어에 능통한 선생에게 배워야 한다. 구어체 영어는 짐작한 것과 달리 다른 뜻으로 쓰인 말이 많다. 영화 대본과 번역이 실린 책을 공부할 때는 영어와 한국어 양쪽에 능통한 사람에게 감정을 받는 것이 좋다. 넷째, 실력이 부족하면 기초를 닦은 뒤에 공부해야 한다. 사전을 찾아 단어를 알아도 해석이 안 되는 게 많다면, 기본 실력을 닦은 뒤 공부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대본의 내용을 이해한 뒤에는 될 수 있는 한 많이 들어야 한다. 발음, 억양, 느낌, 내용, 감정 등이 우리말처럼 편하게 느껴질 때까지 듣는 것이 좋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많이 들어서 머릿속에 흡수해 보자. 여섯째, 한 편 정도는 통째로 외워 보자. 좋은 영화를 통째로 암기하는 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을 외운 것이 아니다. 영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어휘, 문법, 발음, 감정 등을 몽땅 머릿속에 흡수한다는 뜻으로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몇 년 동안 한 편을 외우기보다 두세 달 정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 [Best CEO 열전](5)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Best CEO 열전](5)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롯데그룹의 보수적이지 않은 롯데맨 출신 최고경영자(CEO)” 국내 최대 백화점이자 롯데그룹의 대표기업인 롯데쇼핑의 이철우 사장에 대한 그룹 안팎의 평가다. 이 사장은 그룹 경영 이념인 거화취실(去華取實·겉치레를 피하고 내실을 지향한다.)을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집중하던 보수적인 색채를 탈피하고 품격과 문화가 있는 백화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세계 수준의 품격을 만들자” 이 사장은 일본 백화점 시찰 출장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본사 사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세계적인 수준의 품격과 문화가 있는 백화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쇼핑은 매출·이익면에선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이를 토대로 고객과 협력사로부터는 ‘신뢰와 존경받는 백화점’, 직원들로부터는 ‘일하고 싶은 회사’로 인정받아야 할 때”라면서 “노력할 게 아직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2월 롯데쇼핑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직원을 상대로 한 일성(一聲)도 ‘반성하라.’였다. 그는 “롯데백화점의 격(格)에 맞고 롯데에만 있는 상품을 발굴하는 등 백화점의 특징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라면서 “단지 업계 1위라는 이유로 앉아서 찾아오는 협력업체만 상대한다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놓은 게 이른바 ‘섬김경영’과 ‘현장경영’이다.‘고객을 섬기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사를 섬기고 현장을 발로 뛰어야 좋은 상품을 개발해 최고의 백화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물론 실천하기 위한 조치도 뒤따랐다. 취임 이후 상품기획팀 과장급 직원 70여명에게 법인카드와 노트북을 지급하고 협력사를 섬기고 현장을 뛰도록 했다. 고객의 불만을 제대로 전달받기 위해 본사 관리 직원을 매장에 배치시키기도 했다. ●유통관련 회사 대표직 모두 맡아 이 사장은 직원들이 화합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회도 자주 만든다. 전 직원과 가족을 초청해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경기를 관람하는가 하면 월례조회 때 본인이 추천한 영화를 함께 감상하기도 한다. 수시로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기본이다. 그가 정통 ‘롯데맨’이란 점도 변화를 과감히 주도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사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오픈(1979년)을 위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사람을 모으던 1976년 롯데쇼핑 창립 멤버로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백화점에서 영업, 총무, 기획 등 다양한 부서를 섭렵하며 백화점에서만 20년을 넘게 일했다. 이후 1998년 롯데리아 대표이사 사장,2003년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2월 롯데쇼핑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유통 관련 회사의 대표를 모두 맡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이 사장은 입사 이후 일본어를 가까이했다. 일본어 번역서까지 발간할 정도로 일본어는 수준급이다. 일본 이세탄 백화점의 성공 비결을 담은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세상에 없는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 등 두 권의 책 모두 그가 번역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월 5∼10권의 책을 읽는 그의 독서열은 백화점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과거 천편일률적인 세일 대신 문화 이벤트를 늘린 것이다. 빨간머리앤, 삼국지 등을 이용한 인문학 마케팅이 좋은 예다. ●“확실한 매출 1위 지켜낸다” 그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많다. 롯데리아 대표 시절 롯데리아가 유일한 토종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태극기 마케팅을 폈다. 라이스버거, 김치버거 등 메뉴까지 만들어 히트시켰다. 롯데백화점이 주도해 업계가 공동으로 실시 중인 그린프라이스제도 이 사장의 작품이다. 그린프라이스제는 남성 양복의 할인 판매 관행을 없애는 대신 처음부터 정상가를 20∼30% 낮춰 판매하는 것이다. 신뢰받는 백화점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이다. 그는 “남성 양복은 비(非)세일 시즌에도 할인해주다 보니 제대로 산 사람은 밑지는 기분이 드는 등 백화점 가격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처음부터 적절한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아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데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정상가를 처음부터 턱없이 높여 거품을 만들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업계 1위를 놓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 3396억원, 영업이익 4074억원으로 신세계(매출 5조 2739억원, 영업이익 3986억원)를 근소한 차이지만 앞섰다. 롯데쇼핑 매출에는 영등포·노원·대구점 등 역사(驛舍) 점포는 포함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들을 포함하지 않고도 신세계를 여유롭게 앞섰으나 지난해의 경우 매출 177억원, 영업이익 91억원 차이로 신세계에 밀렸다. 올해는 역사 백화점을 뺀 롯데쇼핑 매출만으로 업계 1위의 영화를 되찾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We랑 외국어랑 놀자-일어] 乾杯(건배)

    A:韓國語で乾杯はなんといいますか.(한국어로 건배는 뭐라고 합니까?) B:おなじく乾杯と言いますが,もっと良い言葉があるのですが,ご存じですか.(마찬가지로 건배라고 합니다만, 더 좋은 말이 있는데 알고 있으십니까?) A:もし,ウィハヨじゃないですか.(혹시, 위하여가 아닙니까?) B:ピンポン.その通りです.もともとの意味は何何のためにです.(딩동댕. 그렇습니다. 원래 의미는 무엇 무엇을 위해서입니다.) A:韓國らしい溫かい感じがしますよね.(한국다운 따뜻한 느낌이 드는군요.) B:何かの幸せや發展を願う氣持が められています.(무엇인가의 행복이나 발전을 바라는 기분이 담겨져 있습니다.) ▶한자읽기 韓國語(かんこくご) 乾杯(かんぱい) 良(い)い 言葉(ことば) ご存(ぞん)じ その通(とお)り 意味(いみ) 何何(なになに) 幸(しあわ)せ 發展(はってん) 願(ねが)う 氣持(きもち) 溫(あたた)かい 感(かん)じ 세종외국어학원 일본어회화 번역·통역담당:윤병일 02)720-8587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통섭(統攝)’은 왜 필요한가. 통섭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에 문제점은 없을까. 통섭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서울신문은 6회에 걸친 ‘21세기 신(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를 마감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을 마련했다.‘인간을 공부하는 동물’로 스스로를 칭하는 경희대 영어학부 도정일 명예교수(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꼽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거침없는 생각을 쏟아냈다.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두 교수는 ‘통섭’이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학과간의 벽을 허무는 단계에서부터 천천히 접근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통섭은 왜 화두로 떠올랐나 엄정식 교수 대학 사회와 언론 등 곳곳에서 통섭이 화제다. 일각에서는 유행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학문적 필요성이나 학문 구분의 발전 방향을 놓고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통섭에 대해 고민해 오신 도 교수께서 왜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 화두가 됐는지를 진단해 달라. 도정일 교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영역의 독자성뿐 아니라 유사하거나 연관이 있는 분야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분과(分科) 현상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단절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학문발전은 물론이고 사회발전이나 정책개발 및 시행 과정에서 단절현상은 매우 좋지 않다. 이런 반성에서 통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덕환 교수 통섭을 처음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본거지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학문간의 분과는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장벽의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일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인문사회학 무용론이 나오고, 인문사회학에서는 거꾸로 자연과학 무용론이 나온다. 급속히 발전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과학기술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행히 과학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융합연구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인문사회까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 교수 통섭에 관한 논의와 시도는 20세기 초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있어 왔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학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철학계에서도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보편언어를 찾고자 했다. 윌슨은 이 시도를 생물학으로 옮겨 좀 더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섭이 수입학문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그냥 수입하면 되지만 학문은 배경과 사연이 더 중요하다. 지적·문화적 풍토를 수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가 통섭에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 담이 낮으면 도둑이 생기고, 담이 높으면 이웃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교수 통섭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통섭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다. 어느 한 가지 학문이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서 비롯된 자연과학의 객관적인 방법론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방법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어려움도 있고, 기존 영역에서의 부정적인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객관화된 시각을 인문학에서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기초적인 통섭의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 거꾸로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주관성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 교수 문제는 통섭이 ‘이렇게 하자.’고 정해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통섭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전학, 진화론, 진화심리학 등의 학문도 언어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통섭을 궁극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것이다. 즉 연구대상을 새로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대상에 대한 통찰을 더욱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깊이있게 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같은 실제적이고 학문적인 이득의 유무가 통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당성을 결정해 줄 것이다. 이 교수 100% 동감한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통섭은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가를 짚어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더욱 낮은 수준의 통섭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모두 분화된 학문에 익숙해져 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인문사회 관련 교양을 들을 때는 자연과학의 부정적인 인식을 듣고, 자연과학을 들을 때는 인문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듣는다. 학문이 아닌 단지 골고루 아는 낮은 차원에서의 통섭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2 통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엄 교수 두 가지를 합치다 보면 아무래도 어느 한쪽이 더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특히 강자는 식민지적으로 취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문학의 경우 과학과 통합되면서 과연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제우스의 불칼’이나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은 신화는 이미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인문학의 근거인 상상을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의 방식대로만 별을 보면 알퐁스 도데, 생텍쥐베리, 윤동주의 별은 볼 수 없다. 통섭의 시도에서 염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문의 영역이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가 떼를 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학의 경우 현재는 수세기 전의 철학과 달리 ‘철학사’적인 측면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을 논하기 위해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공간, 시간, 죽음 등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자연과학이 철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을 흔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 교수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통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문학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이 인문학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하자고 해서 함부로 합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과 과학은 엄연히 시각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학은 일단 자연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도정일은 세포로 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세계는 입자로 구성돼 있고,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네 가지 밖에 없다.’는 말도 분명히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 이 교수 통섭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개념인 융합의 경우 공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오랜기간 모색돼 왔다.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은 심리학, 미학,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모두 시도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공학은 수많은 학문들과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 왔고,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발전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의 결과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융합 과정에서 사멸하는 분야도 있다. 도 교수 학문융합, 통섭은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간에 전혀 몰랐던 탐구의 영역을 생산해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인문학 분야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발견을 참조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을 두고 생물학이 모든 학문을 점령하는 제국주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지나친 분화의 결과가 교육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통합적 감성이나 세계관을 가질 기회도 없이 기능적인 전문인이 되고 다문화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 없는 파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문학이 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통섭적 사고를 가져야 교육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수 있다. 3 통섭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엄 교수 통섭이 본격화되면서 용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통섭이나 ‘컨실리언스(Consilience)’라는 말을 쓴 윌슨의 성향 때문인지 환원주의나 제국주의적인 느낌을 갖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진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통섭을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방법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싶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루터 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나루터까지 함께 쉽게 간다면 자신들의 목표들도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양하지 않을까. 요즘 대학가에서는 통섭학과,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교수 통섭에서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에서 탐구의 문제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19세기 말 한국에 처음으로 서양의 자연과학이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연과학에서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통섭을 얘기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을 공유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통섭이나 융합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획일화’다. 여러 단계의 통섭이 있을 수 있는데 단 하나의 기준만 세우고 ‘여기서부터 통섭’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통섭의 첫 단계를 시각과 인식의 공유라고 본다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여러 개가 다시 나와야 한다. 도 교수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은 희극적이다. 통섭학과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문과 학문사이의 결합이나 통합은 필요하고, 가능하겠지만 통섭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통섭의 기본 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가장 자율과 객관적이 강조되는 문학에도 통합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문학비평에 정신분석과 언어학이 들어오는 데만 40∼50년이 걸렸다.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다만, 활발한 논의를 통해 진행한다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엄 교수 통섭을 논의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말할수록 얻는 것도 많겠지만, 비난이나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자기 반성은 중요하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도록 해준다. 가능하다면 모두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격려한다면 분명히 통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엄정식 교수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한국 철학회장을 지냈다. 서강대 재직 시절 ‘행복한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전철학부터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과학철학 강의를 통해 과학기술과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 철학 입문서로 유명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지혜의 윤리학’‘확실성의 추구’‘분석과 신비’‘자아와 자유’ 등이 있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교수. 비선형 분광학, 양자화학,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와 대외활동 모두에서 주목받는 흔치 않은 과학자로 2006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과학지식으로 사회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확실성의 종말’‘먹거리의 역사’‘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베스트셀러 과학서적을 번역했다. ■도정일 교수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영어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 전역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하고 감독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다. 잡지 편집장, 동양통신 외신부장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1983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비평이론 강의를 시작했고 이론교육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와 4년 동안 만나 나눈 논쟁을 담은 책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대담’은 한국 사회 최초의 본격적인 통섭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도를 기다리며’ 40년째 연출 임영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도를 기다리며’ 40년째 연출 임영웅

    여기 지독히 몰개성한 방랑자들의 무궁한 지껄임이 있다. 에스트라공:그만 가자. 블라디미르:가면 안 되지. 에스트라공:왜? 블라디미르: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참 그렇지. 그 유명한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한다. 얼핏 쓸모없는 대사 같지만 연극 전편에 소나타 2중주처럼 깔린다. 그저 그렇게 살아온 이른바 유쾌한 허무주의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수시로 내뱉는다. 시간과 약속 장소도 종종 헷갈릴 정도로 판단력이 흐리다. 하지만 이들은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는 서로의 생각이 일치한다.‘고도∼’(이하 고도)의 마지막 장면을 잠시 들여다보자. 에스트라공: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몰라. 블라디미르: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오면 말야. 에스트라공: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그럼 살게 되는 거지,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가자(그러나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로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성에 대해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베케트의 ‘고도’를 셰익스피어의 그 무엇보다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베케트의 모교인 트리니티대학에서는 ‘베케트센터’를 설립, 이를 기념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베케트극장’까지 새로 오픈했다. ‘젊은 원로’ 연출가 임영웅(74)씨. 그는 1969년 서울에서 ‘고도’를 처음 무대에 올리면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이후 거의 매년 공연을 해왔다. 올해로 40년째. 그러는 사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연극계에서도 ‘임영웅=고도’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기야 우리나라 대학 연극영화과에 다닌 학생들이라면 ‘임영웅의 고도’를 최소 한번쯤 이상 관람했으니 말이다. 이런 ‘임영웅의 고도’가 오는 10월21일부터 5일간 트리니티대학 베케트극장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갖는다.1990년 10월 아일랜드의 더블린 연극제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베케트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모교에서 정식 초청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올해로 한국·아일랜드 수교 25주년을 위한 문화행사에 초청됐으니 그 의미가 사뭇 크다.‘고도’가 더블린 연극제에 참가할 당시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등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트리니티대학 교수가 방한했을 때 ‘임영웅의 고도’를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초청제의가 있었다. 그동안 ‘임영웅의 고도’는 아일랜드 외에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에서도 여러 차례 초청될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한국 연극계의 거목으로 통하는 임씨는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연출 인생 53년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은퇴를 모르는 현역이다. 최근 막을 내린 ‘달이 물로 걸어오듯’ 외에도 뮤지컬 ‘갬블러’의 연출을 맡았으며, 올가을에는 연극 ‘산불’과 ‘고도’를 연달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서울 홍익대 인근의 산울림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어떻게 해서 ‘고도’를 처음 만나게 됐습니까. “1969년 한국일보 사옥이 신축됐지요. 당시 김성우 주간한국 국장이 점심을 함께 하면서 사옥 12층에 극장이 하나 생겼는데 개관공연으로 연극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요. 선뜻 대답했지요. 우선 등장인물도 적고 무대도 복잡하지 않은 ‘고도’를 떠올렸습니다.3일 동안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아차 이거 정말 난공사구나.’라고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계속 밀어붙였지요. 그런데 공연 올리기 일주일 전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거 아닙니까. 개막 일주일 전에 입장권이 동나고 말았습니다. 나의 연극 인생에서 막이 오르기도 전에 표를 다 팔고 초연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그동안 ‘고도’만 20여차례 연출한 것으로 압니다. “베케트는 여러 연극적 기법을 동원해 현대인의 모습, 도덕과 인생의 의미 등을 그려냈습니다. 매번 작품을 대할 때마다 저번 공연에서 찾지 못한 것을 발견할 정도로 깊이 있고 폭넓은 작품이라고 실감합니다. 일단 ‘고도’를 올리면 객석이 꽉 찹니다. 현대연극을 이해하려면 ‘고도’를 거쳐야 하니까요.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겐 필수코스나 다름없어요.‘고도’를 연출할 때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깊이를 느낍니다. 또 그걸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40년 전 나의 인생관과 지금의 인생관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베케트의 본고장에서, 그것도 한·아일랜드 수교 25주년 초청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겠습니다. “1989년 아비뇽 연극제에 ‘고도’를 갖고 참가했지요. 동양에서 ‘고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아일랜드 관계자가 다음해 더블린 연극제에 정식 초청을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현지에서 공연을 했는데 리셉션때 ‘당신네 고도를 보니까 새로운 것을 많이 발견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튿날 아일랜드 최대 일간지 ‘더 아이리시 타임’ 등 대부분의 신문 1면에서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활발하고 감동적인 연기’ 등의 찬사를 쏟아내더군요. 이번에는 베케트가 다니던 모교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부조리 연극의 권위자 마틴 에슬린과도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에슬린은 1988년 서울연극제 세미나에 초청을 받고 방한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떠나던 날 우리의 ‘고도’를 공연하기 시작하게 됐지요. 에슬린도 ‘한국의 고도’를 궁금하게 여겼고 결국 일정을 이틀 미루고 ‘고도’를 관람하게 됐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그는 배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베케트의 작품세계를 정확히 해석했다.’고 칭찬했지요. 베케트 전문가인 그의 말은 곧 ‘보증수표’가 됐고 아비뇽축제에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고도’를 해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누구인가요. “다들 특징이 있지만 초연 때 에스트라공을 맡은 함현진씨가 생각납니다. 추송웅씨와 중앙대 동기인데 1970년대 후반 애석하게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연출기법이 사실주의와 심리주의라고들 합니다. “그건 평론가들이 하는 몫입니다. 물론 연극의 기본은 리얼리즘에 있지만 모든 것이 리얼리즘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요.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기 때문에 무대위에서 사람이 사는 얘기가 펼쳐집니다. 관객이 보고 나오면서 저 연극과 내 삶의 차이가 무엇이냐, 관객의 삶에 보탬을 주는 게 바로 연극이지요. 일본 시즈오카대학의 센다 아키히코 교수는 우리 ‘고도’를 보고 나더러 ‘수비범위가 넓은 연출자’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해서 그 범위가 넓어졌을까. 그는 태어날 무렵 재즈 연주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과 중국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세살 때 모친과 사별하자 기독교 권사인 조모의 밑에서 자랐다. 조모는 연극과 영화에 관심이 컸다. 그래서 어린 임영웅은 교회와 극장엘 자주 다녔다. 또 숙부가 명지휘자로 이름을 날렸던 터라 자연스럽게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을 접했다. 열두살 되던 해 아버지와 사별한 그는 휘문중학에 진학하면서 예술적 끼를 인정받는다.1946년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명동의 시공관극장에 올린 ‘마의태자’에 출연했으며 휘문고에 진학하면서 교내 예술제 행사를 주도했다. 당시 백두진 재무장관, 박종화 서울신문 사장 등을 찾아가 다짜고짜 돈을 받아낼 정도로 뱃심 또한 두둑했다. 서라벌예술대학에 진학하던 해에 ‘사육신’(유치진 작) 연출을 맡아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세계일보-조선일보-대한일보 등에서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연출안목과 인맥을 넓히기도 했다. 그의 동반자 오증자(72)씨는 불문학을 전공하고 서울여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고도’를 번역했다. 뒤를 이어 서울여대 교수로 있는 아들 임수현씨도 베케트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변에서는 내공이 간단치 않은 ‘베케트 집안’이라고 얘기한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4년 서울 출생 ▲55년 ‘사육신´으로 연출 데뷔 ▲58~62년 세계일보·조선일보·대한일보 문화부 기자 ▲63년 동아방송 드라마 PD ▲69년 한국연극협회 이사 ▲73년 KBS TV연예부 차장·라디오국 차장·제작위원 ▲85년 소극장 ‘산울림´ 창단·대표(현) ▲91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초대회장 ▲92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9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연극·현) ▲99∼2005년 한·일문화교류회의 한국측 위원 ▲2001년 문화관광부 21세기문화정책위원 ▲2006년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 국립극단자문위원회 위원장, 단국대 초빙교수 # 수상 한국백상예술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동랑연극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 주요 작품 사육신, 살짜기옵서예, 환절기, 고도를 기다리며, 산불, 위기의 여자 등
  • 장성원 언론중재위 조사관 ‘미드로 끝내는 영어공부’

    장성원 언론중재위 조사관 ‘미드로 끝내는 영어공부’

    “저 친구가 지금 뭐라고 했는지 들리셨어요?‘∼have a crush on me∼’.‘나한테 반했다.’뭐 이런 소리죠.”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팀의 장성원(35) 조사관은 ‘미드’(미국드라마) ‘프렌즈’를 틀어놓고 연방 신이 나서 기자에게 설명을 해줬다. 그는 일주일 전쯤 기자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서울신문에 실린 ‘영어고수’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읽는 애독자라며 ‘미드로 끝내는 영어공부법’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보며 살아있는 표현 익혀 “재미가 먼저고, 영어는 나중이죠. 대학 때 이후 영어와 담을 쌓고 있는 3040세대 직장인들에게는 더 그렇죠. 재미가 없는데, 억지로 영어책만 붙잡고 있는 건 곤욕이잖아요.” 그는 법학도(서울대 법대졸)였지만, 영어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전공에 관심이 없었고, 한자를 싫어해 사시는 아예 볼 생각이 없었어요.”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그다지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대학 때 타임지를 가끔씩 본 게 전부다. 이후 공군장교로 입대, 오산기지에서 근무하며 미드를 쭉 끼고 살았다. “장교숙소에 혼자 있으려니 심심하더군요. 케이블 TV에서 하는 프렌즈를 우연히 봤는데 그때부터 완전히 빠졌죠. 주말에 몰아서 하는 재방송도 보고, 녹화해서도 또 보고. 한 1년쯤 이렇게 하니까 제법 자신감이 붙더군요.” 토익책 한번 본 적이 없지만 두 번이나 토익 만점(990점)을 받은 것도 다 미드 덕분이다.“프렌즈를 1년쯤 보고 난 뒤 영어실력이 궁금해 다짜고짜 근처 미군부대에 있는 한 여군병사를 쫓아가 말을 붙여봤죠. 그런데 신기하게 말이 술술 나오는 거예요. 외국사람과 처음 얘기해보는 건데…. 그 친구가 ‘야. 너 영어 너무 잘한다. 미국 어디에서 배웠니?’라고 감탄할 정도였어요.” 장 조사관은 영어공부는 미드만 꾸준히 봐도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듣기는 물론 읽기, 말하기 공부도 한꺼번에 해결된다고 했다.CNN 같은 뉴스는 문어체라 말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가령 영어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reconnaissance vehicle(정찰차량)’이라는 단어가 있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일상 대화를 할 때 이 단어를 과연 몇번이나 쓸까요?그러니 드라마를 보면서 살아있는 표현을 익히는 게 훨씬 효과적이죠.” 장 조사관은 미드도 요령껏 단계별로 공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1년 정도 한글자막→한·영 동시자막→영어자막→다시 한글자막 순으로 공부하는 게 좋아요. 처음 한글 자막은 전혀 안 들리니까 무슨 얘기인지 알려면 봐야 하죠. 마지막 단계에서 또 한글 자막을 보는 건 이번엔 한글 자막을 보면서 영어대사를 듣고 ‘아 영어를 저렇게 해석하는구나.’하고 독해 공부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금방 싫증난다.“느긋하게 즐기면서 해야지 금방 늘어요. 처음에는 하루에 25분짜리 1개 에피소드 정도씩, 스토리만 따라갈 정도면 충분합니다.” ●20대 ‘프렌즈´. 30·40대 ‘위기의 주부들´ 좋아 그는 같은 미드라도 연령대별로 20대 대학생이나 미혼 직장인이라면 ‘프렌즈’,30대 미혼여성이라면 ‘섹스 앤드 더 시티’, 결혼한 30·40대라면 ‘위기의 주부들’ 등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골라 들으라고 추천한다. 장 조사관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 2월에는 사내 영어강사로도 활약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영어실력은 대나무 마디 맺히듯 단계적으로 느는 게 정말 맞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미국에서 발간된 설득·협상과 관련한 서적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김성수 사진 김명국기자 sskim@seoul.co.kr
  • CUV 출시 잇따라

    CUV 출시 잇따라

    기아자동차가 오는 9월 내놓는 신차 ‘쏘울’은 CUV다.‘신개념·정통 CUV’라는 표현을 앞세워 적극적인 사전홍보를 펴고 있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12월 ‘QM5’를 출시하면서 CUV를 강조했다.‘세단’과 ‘SUV’의 장점을 겸비했다는 게 광고 컨셉트였다. 자동차 업계가 CU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CUV는 영어로 Crossover Utility Vehicle.‘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으로 번역되지만 이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CUV는 큰 범주에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속한다.SUV는 싼타페,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윈스톰, 액티언 등 통상 4륜구동을 바탕으로 야외 레저활동에 적합하게 개발된 힘좋은 차를 말한다.CUV는 SUV에 다른 차종의 장점을 접목한 차를 뜻한다. 영어 ‘크로스오버’란 말 자체가 ‘두 가지 이상의 융합’을 뜻한다.‘퓨전(Fusion)’과 비슷한 말이다. 특정유형을 지칭하기보다는 몇몇 차종의 장점을 따온 것을 뜻하다 보니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다.SUV(스타일, 기능성, 전방 시계성)와 세단(승차감)의 장점을 접목한 것도 CUV로 부르고 SUV와 미니밴(실내공간, 시트배열) 또는 미니밴과 세단을 결합한 것도 CUV라고 한다. 최근에는 ‘SUV+세단+미니밴’을 표방한 C UV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초의 CUV는 2000년 나온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다. 이후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CUV가 선보이고 있다. 국산 CUV의 효시(嚆矢)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기아차는 2006년 4월 출시된 자사 ‘뉴 카렌스’가 SUV와 미니밴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국내 최초라고 주장한다. 르노삼성은 SUV와 세단을 혼합했다는 점에서 ‘QM5’가 국내 최초 CUV라고 말한다. 오는 9월 출시될 쏘울은 개성있는 외관 라인을 살리기 위해 직선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국내 최초로 ‘블랙 A필라(보닛과 차 지붕을 연결해 주는 앞유리 좌우의 기둥)’를 적용했다. 차량의 전면과 측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으로 전고후저 형태의 측면 디자인과 어우러져 넓은 시야를 확보한 비행기 조종석과 같은 외관을 완성했다. 수입차에서도 닛산 ‘뉴 인피니티 EX35’, 볼보 ‘올뉴 XC70 D5’, 푸조 ‘207SW’, 폴크스바겐 ‘티구안’ 등 어느 해보다 많은 CUV들이 올해 출시됐다. 연말까지 포드 ‘S-MAX’, 닛산 ‘로그’ 등이 차례로 등장할 예정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원효의 화엄사상 해설이나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氣) 철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정치적으로는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개념이다. 요즘 한국 지식사회의 최고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대학들은 앞다퉈 통섭을 표방한 학과를 설립하고, 석학들은 지식의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섭이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4년 전 일개 학설로 한국에 소개된 통섭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통섭이 왜 국내 지식사회의 주제어로 떠올랐고, 그것은 왜 필요한 것일까. 통섭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통섭이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한다. 서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편의상의 학과 구분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고, 결국 그것은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인간과 기계,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동시에 고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1933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도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슈퍼대학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특수한 학과가 오히려 인기를 끌 정도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령화, 산업 변화의 가속화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 한 예로 평생 직업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폭넓은 사고를 갖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을 키운다면 그만큼 새 길을 모색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이 ‘통섭형 사고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통섭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구분은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장애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인간사회를 기본으로 연구하거나, 기계공학자 대신 음악 전공자가 음향기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미분방정식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대신 자기공명영상을 도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MIT에서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가 오페라의 막을 올리고 공연을 한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아리스토텔레스 통섭의 원조 통섭은 인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했던 모든 노력을 통섭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종 학문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식의 경계가 없던 시절인 만큼 그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조’로 떠받들어진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도 인문사회과학을 배워 자연과학에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섭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200여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서양의 다빈치와 조선의 정약용이 약속이나 한 듯 기중기(거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통섭적 사고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환경과는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통섭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현실에 존재하는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은 1985년 ‘함께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됐지만, 매년 수백건 이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으로 발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국내 연구 현주소 2005년 최재천 교수 등 윌슨의 ‘컨실리언스’를 번역 학문적 기반 아직 취약… 대학들 전면도입 움직 통섭의 개념이 국내 학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2005년의 일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섬 생물지리학과 사회생물학이라는 두 개의 학문을 개척했다. 윌슨이 주창한 컨실리언스는 르네상스 회귀로 집약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이 언젠가는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실리언스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처음 만들어냈다. 라틴어의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컨(con)’은 영어로 ‘함께’라는 뜻을,‘살리에르(salire)’는 ‘뛰어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휴얼과 윌슨의 ‘컨실리언스’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교수와 장 박사는 컨실리언스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원효대사의 화엄 사상에서 통섭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통섭은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윌슨 것과 다르다. 윌슨이 자연과학으로의 통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통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무조건적인 생물학 중심의 학문적 통합보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통섭이 ‘학문간의 벽을 허물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지향점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은 취약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기계적으로 학과가 통합되는 것을 물리학적 통합, 두 학문이 새 학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화학적 통합으로 정의한다면 통섭은 생물학적 결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가설과 학문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외국과 달리,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다소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가 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통섭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다빈치식 사고 통섭을 언급하는 학자들은 통섭형 인간의 표본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식 사고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경험을 통한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에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으로 집약된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과연 다빈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고방식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을까. 다빈치식 사고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키워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이탈리아 각지에 숨어 있는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왜 그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빈치·피렌체·밀라노(이탈리아) 박건형특파원|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앞 광장. 거대한 성당 두오모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꼭 지나야 하는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동상 아래에 적혀 있는 ‘과학과 예술의 혁명가(AL Rinnovatore Delle Arti E Delle Scienze)’라는 문구는 다빈치를 설명해주는 가장 짧은 수식어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추앙받는 다빈치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헌사다. ●거대한 박물관이 된 다빈치 고향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 곳곳에는 다빈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다. 수도 로마 공항의 공식 명칭은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기차의 이름 역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다. 공항 곳곳에 다빈치의 작품을 형성화한 조형물들과 그의 동상을 목격할 수 있다. 암흑의 중세를 벗어나 인문학의 부흥을 이끌어낸 르네상스의 핵심도시 피렌체를 지나 피사 방향으로 65㎞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 어느 곳에나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만이 가득한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이 바로 다빈치의 고향이다. 마을 중심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3m가 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다빈치의 고향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빈치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원 안에 사람의 몸을 그렸다. 이 비례도의 원본은 베니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빈치가 빈치에 살았던 기간은 태어난 이후 피렌체에서 베르키오의 도제로 들어가기 전까지 16∼17년간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그의 생가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집 내부에는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빈치의 흔적은 벽난로와 책상뿐이었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빈치 시청의 알베르토 로카티는 “다빈치는 세르 피에로와 카테리나라는 하층계급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면서 “다빈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왕성한 학구열이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사작용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의 중심지 폭이 채 500m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빈치지만, 마을 전체가 거대한 다빈치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자리잡은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가 설계한 물레와 기중기 등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다빈치 아이디어 박물관은 다빈치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후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체험관이다. 박물관 학예사인 세르지오 페오네는 “다빈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고가 다방면으로 발달해 있었다.”면서 “이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물도 플라톤의 흉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상점에서는 티셔츠나 엽서 등 흔한 기념품 대신 다빈치가 고안한 시계와 헬리콥터 모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학문과 예술 꽃피운 피렌체, 밀라노 다빈치 연구자들은 그의 생애를 크게 제1차 피렌체 시대(1466∼1482), 제1차 밀라노 시대(1482∼1499), 제2차 피렌체 시대(1499∼1506), 제2차 밀라노 시대(1506∼1513), 그리고 로마ㆍ앙부아즈 시대(1513∼1519)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말년을 제외하면 그의 성과가 대부분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는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473년의 데생이 걸려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빈치는 보티첼리, 크레디, 페루지노 등 베로키오 산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로키오의 도제로 있는 동안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건축, 도형 연구, 광학론, 원근법, 기하학, 자연과학, 음악 등을 폭넓게 익혔다. 이때 배운 원근법의 결실이 바로 1495∼1497년에 다빈치가 완성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이다.15분에 단 25명의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는 이 불후의 거작은 성당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장엄했다.‘최후의 만찬’ 전문 가이드인 실비아 솜바루는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미술사학자, 구조학자, 역사학자, 광학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면서 “지금도 이 그림 연구로 연간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성당 길 건너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이 있다. 온통 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물 중 다빈치가 고안한 각종 기계들이 단연 인기다. 피렌체 시내에도 다빈치의 기계를 실물 크기로 재구성해 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두 곳의 박물관이 있다. 두 도시의 대형 서점에는 다빈치 관련 서적들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탄생 55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도시 전역이 다빈치 기념물로 꾸며지기도 했다. 빈치시의 다빈치 박물관장 알레산드로 베조시는 “다빈치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빈치가 ‘단순한 천재’였다면 그저 동경의 대상이자 신화적인 존재에 머물렀겠지만, 다빈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닮고 싶은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다빈치는 어떻게 만능학자가 되었을까 호기심·증명정신 겸비 ‘노력하는 천재’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해학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이야기꾼…. 다빈치는 인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도 다빈치 박물관이 있고 대부분 진품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소장하고 있다. 평생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탄생한지 5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빈치는 지식인들이 꿈꾸는 ‘만능인’(Universal Man)의 표상으로 꼽힌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지능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에 따르면 천재는 논리·수학(스티븐 호킹, 아이작 뉴턴), 언어(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공간·기술(미켈란젤로), 음악(모차르트), 신체·운동감각(무하마드 알리), 사회적 대인관계(엘리자베스1세, 마하트마 간디), 자기 인식적 대인관계(틱낫한, 테레사 수녀) 등 일곱가지 척도 중 하나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는 일곱가지 분야에서 모두 천재성을 나타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그가 거의 모든 학문에서 특이성을 보인 이유가 단순한 천재여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물의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좋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는 비행기 설계로 이어졌고, 노년에는 이 모든 기계의 원리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법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겔브가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육서적 목록에 올라 있다. 겔브는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인간, 예술과 과학 양쪽을 모두 편안하게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이상형으로 삼았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빈치식 사고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변혁의 중동을 가다] (하) 아부다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변혁의 중동을 가다] (하) 아부다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아부다비 최종찬특파원|아랍에미리트(UAE)의 제1도시이며 수도인 아부다비는 두바이에서 서쪽으로 160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1시간30분밖에 안 되는 거리다. 두바이에서 시작하는 8차선 고속도로인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타고 가면 아부다비가 나온다. 국경표지판은 없지만 나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부다비 땅에 들어온 것이다. 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는 2m 간격으로 나무들이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야자나무와 어린 묘목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무를 관리하는 인부들이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다. 풀 한포기 나지 않는다는 사막 한가운데서 보는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검정호스가 깔려 있었다. 그 호스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구멍을 통해 아침과 저녁에 물을 공급한다.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물을 인위적으로 주지않으면 나무들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 정영미(35)씨는 “이 물은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UAE 초대국왕인 세이크 자이드의 국토 녹지화 프로젝트에 따른 결과다. 그는 오일머니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1억 5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현재 국토 전체의 80%에 관목, 나무,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나무 많고 차량소통 원활한 ‘인간적인 도시´ 아부다비 도심에 들어서자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20년 이상된 건물들도 많고 고층빌딩들도 두바이에 비하면 절반 크기였다. 대신 나무들은 몇배나 많고 차량소통도 원활했다. 번잡하고 어수선한 두바이에 비하면 조용하고 정돈돼 있었다. 또한 도심 가까이에 에메랄드빛 아라비아걸프해가 있어 녹색의 가로수들과 조화를 이뤄 이국적인 멋을 내고 있었다. 8성급 호텔인 에미리트호텔에서 18개월째 객실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송이(25)씨는 “한국 사람들은 두바이를 보지 않으면 중동구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아부다비가 휠씬 정이 간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유일의 한국음식점인 한국관 주인 황긍순(73)씨는 “아부다비는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도 한국 돈으로 2만원정도면 충분하다.”며 “교통체증도 범죄도 없어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고 거들었다. 물론 아부다비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곳곳에서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높이 경쟁하듯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전망 좋은 집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연섬을 개발하고 고속도로와 항구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바이처럼 개발만을 우선시하지 않았다.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아부다비 공기업인 TDIC는 이런 개발전략을 수행한다. 자연자원을 보존하면서 아부다비의 유산과 문화를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식 ‘개발 지상주의´ 지양 바셈 데르카위(35) TDIC 홍보담당 부이사는 “두바이의 발전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부다비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 안전, 에너지 등을 고려한 발전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TDIC는 2개의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섬을 통째로 개발하는 사디야트 아일랜드 프로젝트다. 아부다비 본토에서 500m 떨어진 사디야트는 버뮤다의 절반크기로 27㎢의 자연섬이다. 총 공사비 27억달러를 들여 2018년까지 레저, 문화, 주거 삼박자를 갖춘 복합문화주거단지를 건립한다. 특히 7개구역 가운데 하나인 문화구역에는 세계최대 규모의 루브르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이상 2012∼2013년 오픈), 파리 소르본 대학 분교를 유치한다. ●“속도 꽉찬 알토란 도시 될 것” 또 하나는 8개의 섬을 복합휴양단지로 개발하는 데저트 아일랜즈 프로젝트다. 30억달러를 투입해 환경생태학적 개념으로 개발된다. 예컨대 도심으로부터 250㎞ 떨어져 있는 시르 바스 야니 섬은 여러 야생동물과 350만그루가 넘는 나무들로 우거져 있는 점을 고려해 카약과 등반, 하이킹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같은 회사 직원인 마라 칼리드 알 카시미(30)도 “두바이는 최고점에 달했지만 아부다비는 이제 기지개를 켠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도심에서 만난 사미라 요니스 알-가페리(28)는 “두바이가 콘텐츠를 바탕으로 외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아부다비는 풍부한 재산을 지렛대로 한 고품질 전략을 쓰고 있다.”며 “겉만 화려한 두바이보다 속도 알토란 같이 만드는 아부다비의 앞날이 더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UAE 원유생산의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인당 GDP가 4만 5000달러로 세계 최고 갑부도시인 아부다비가 형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동생인 두바이의 그늘을 벗어나 세계문화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꿈을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siinjc@seoul.co.kr ■스카이라인 화려한 두바이의 두 얼굴 “부자들 쇼핑의 천국” vs “허상 덩어리… 비싼물가 문제” |두바이 최종찬특파원|두바이 하늘은 모래바람으로 뒤덮여 있었다.5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모래바람은 2월에 잦은데 최근 기상이변으로 6월에도 나타난 것이었다. 두바이도 기상이변을 못 비켜가는 모양이었다. 모래바람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은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7성급인 버드 알 아랍 호텔의 위용은 간 곳이 없었다. 인간의 기술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서울의 6배 크기인 두바이 거리는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주요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고급 빌라들은 거의 같은 모양 같은 크기였다. 누가 바벨탑이 될 것인가를 놓고 내기하는 듯한 고층 건물들의 색다른 디자인에서 그런 냄새는 더욱 풍겼다. 두바이는 한낮에 40도를 넘는 폭염 때문에 거리는 한산했다. 폭염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건축노동자들이었다. 인도나 파키스탄, 서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를 다지고 있었다. 반면 아라비아걸프해에 있는 해변에 가면 수영복을 입은 서양사람들이 파도와 씨름을 하며 다른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두바이 최대 쇼핑물인 에미리트몰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달동안 계속되는 쇼핑 페스티벌이라는 바겐세일 때문이다. 상점마다 60∼70%를 할인한다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바이 현지인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고가의 물건도 주저없이 산다. 실제로 전통옷을 차려입은 여성이 4000디르함(약 113만원)이 넘는 의류를 수십 벌을 사는 것을 목격했다. 이곳에서 만난 스코틀랜드인 알렉스 데이비드선(60)은 “두바이는 세상 만물의 전시장이며 쇼핑 천국”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에서 온 압둘라 알 몬디(40)는 “두바이 쇼핑몰은 중동 부자들의 친목잔치 장소”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두바이가 명성에 걸맞은 곳인가에 대한 견해는 갈렸다. 사막 사파리투어 전문가이드인 아크바드 칸(32)은 “두바이에는 범죄도 없고 사업하기도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면 부동산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는 호주 출신의 라네사(22)는 “두바이는 문화가 없으며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카르푸에서 만난 상사원부인인 정춘희(42)씨는 “두바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와 터무니없이 높은 주택 임대료 등 문제점이 많은데 세계 언론들이 장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전략문제연구소 미디어국장 “TV·신문 24시간 모니터링 대통령 등 최상부에 보고” |아부다비 최종찬특파원|“매일 아침 세계 주요 뉴스를 스크린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 대통령 등 최상층부 4명에게 보고합니다.” 아부다비 전략문제연구소 모하메드 압둘라 알-알리 미디어국장은 연구소의 중요 역할 하나를 이렇게 밝혔다.1994년 3월14일 설립된 이 연구소는 UAE와 걸프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사회, 경제 이슈와 주제,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한다. 그동안 40차례의 국제회의, 강연,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성과를 담은 570권의 책도 출간했다. 전체직원은 300명이며 그중 70명이 미디어국에서 일한다. 그는 “세계 주요 방송과 라디오를 모니터링한다.”며 “350개 TV채널과 179개 라디오채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해서 중요뉴스를 취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아침 350개 신문도 모니터링해 중요 내용을 간추린다.”고 덧붙였다. 지역정보 수집을 위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그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취합된 뉴스는 보고서로 만들어져 UAE 중요 인사 800명에게 페이퍼형태로 보내고 동시에 SMS메시지로도 보낸다.”고 강조했다. 상층부의 지시에 따라 여론조사도 가끔 한다는 그는 “한국관련 기사는 영어와 아랍어로 번역된 내용을 취합하며 동시에 한국에 있는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siinjc@seoul.co.kr
  • 北 선전포스터 뉴욕 전시…반응 어떨까?

    北 선전포스터 뉴욕 전시…반응 어떨까?

    최근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담긴 북한의 선전포스터가 뉴욕에서 전시된다. 경제지 포브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 여름 중에 북한 정치 포스터 전시회가 영국인 대북 사업가 데이비드 헤더(45) 주도로 열릴 예정이다. 북한 미술품 전시회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출품 포스터들은 대부분 헤더의 개인 수집품들로 그가 지난 3월 엮어낸 ‘북한의 포스터’(North Korean Posters)라는 책에 수록된 것들이다. 이 포스터들에는 미국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현지 관람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브스는 전시될 포스터들 중 일부를 소개하며 “미제의 파렴치한 흉계를 짓부시자” “잊지말라 승냥이 미제를” 등의 문구를 번역해 전했다. 이어 “오래된 많은 북한 포스터들은 과격한 반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최근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을 비롯해 미국 문화 단체들의 방문으로 이같은 선전 내용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서구 사람들에게는 다소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이미지들은 북한의 국제적인 폐쇄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를 추진한 헤더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북한예술품 전시회’가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미국 전시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포브스 인터넷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밀턴은 ‘청교도적 혁명가’였다

    밀턴은 ‘청교도적 혁명가’였다

    올해로 탄생 400주년을 맞은 영국의 시인 존 밀턴(1608∼1674). 사람들은 흔히 그를 서사시 ‘실낙원’의 저자쯤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우석대 박상익(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밀턴은 서사시인이기 이전에 정치가, 사상가, 법률가 등 다양한 면모를 갖춘 ‘혁명가적’ 작가라고 힘주어 말한다. 박 교수는 최근 펴낸 ‘밀턴 평전-불굴의 이상주의자’(푸른역사)을 통해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밀턴의 삶과 사상의 정수를 재조명한다.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이란 단순한 수식만으로는 밀턴의 세계를 압축할 수가 없다.1608년 영국 런던 칩사이드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밀턴의 별명은 ‘크라이스트 칼리지의 숙녀’였다. 곱상한 외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보통의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사교활동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턴은 그런 암띤 모습과는 달리 예기치 않은 순간에 혁명가적인 기질을 드러내기도 했다. 잉글랜드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진영이 극심하게 대립하던 대학시절의 면모가 그랬다. 그는 가톨릭 옹호파인 스튜어트 왕조의 종교 탄압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 급진적 프로테스탄티즘을 지지하기도 했다. 미래 청교도 혁명가로서의 기질이 일찌감치 싹트고 있었던 셈이다. ●실명의 비운에 굴하지 않은 비범함 책은 밀턴의 청년기, 주변인물들과의 관계, 시대적 정황 등을 폭넓게 살핀다. 밀턴에게 생애 최대의 시련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시력상실이었다. 문필가로서 한창 왕성한 의욕을 보이던 36세 즈음부터 8년 동안 서서히 시력을 잃어 44세에 완전히 실명하고 마는 운명의 혹독함을 견뎌야 했다. 그는 자신의 병력(病歷)에 대한 자전적 기록을 유독 많이 남겼다.“(내 눈은) 가장 좋은 시력을 가진 사람의 눈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혼탁도 없이 맑고 명료하다.”는 기록에서는 실명의 비운에 굴하지 않은 비범함을 읽을 수 있다. 성경과 그리스·로마의 고전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란한 수사법을 구사했던 글꾼이었으나, 사실 밀턴에겐 혁명적 법률가의 기질이 뚜렷했다.1642년 17세나 아래인 어린 신부가 결혼한 지 두달 만에 친정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자 ‘이혼론’을 펼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부른 주인공이었다. 이혼을 금지한 성경 사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파격이었다. 간통, 불감증 등 특이사안이 아니면 이혼이 엄격히 금지됐던 당시 잉글랜드 법률에 반기를 든 ‘이혼론’은 훗날 그가 견지한 정치사상의 일면을 투영한 것이기도 했다.“(결혼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부가 ‘무가치한 속박’을 초래한다면, 인간복리의 정당한 목적에 위배되므로 그 정치적 계약은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밀턴의 주장이었다. ●잉글랜드 법률에 반기 든 ‘이혼론´ ‘이혼론’으로 정치·사회적 반발에 맞닥뜨린 이후 밀턴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공언하기도 했다. 언론자유의 경전으로 꼽히는 저작 ‘아레오파기티카’에 그의 사상의 일면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국가에 대해 건전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고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칭송받을 때,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사람이 침묵을 지킬 수 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자유다. 한 나라에 이보다 더 큰 정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밀턴을 향한 저자의 개인적 편향이 드러나는 대목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그의 생애와 사상을 꿰뚫는 저자의 해박함 덕분에 미덕이 많은 책이다. 단순한 연대기적 나열이 아니라 시점을 이리저리 섞어 놓았는데도 책의 짜임새가 튼실하다. 번역 어투가 아닌, 쉽고 명쾌한 글 전개 또한 편안하다.1만 59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베스트셀러는 무엇이 다를까?… ‘1% 행운’

    베스트셀러는 무엇이 다를까?… ‘1% 행운’

    ‘내 인생에 놓쳐선 안될 1%행운’은 출판 2주 만에 ‘Yes24’·‘인터파크’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침체됐던 출판가에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고도원씨는 “실직이나 구직으로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며 창업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운명의 하루를 만나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책의 내용만큼 감각적인 홍보들도 적절히 더해져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1% 행운을 읽고 감동을 받은 영화배우 황정민이 직접 라디오 광고 성우로 나서 청취자는 물론 독자와 출판계에 큰 감동과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상반기 최고의 블루칩인 이 책의 성공에 대해 출판사는 무엇을 첫 번째로 꼽을까? 책을 만든 흐름출판의 김미란 부장은 “베스트 셀러가 되기 위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인생을 바꾼 잭 캔필드 사단의 탄탄한 원작의 힘이 있기에 여러 마케팅 시도가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전했다. ‘내 인생에 놓쳐선 안될 1%행운’이란 탄탄한 원작의 힘과 화제를 모으는 연속적인 광고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이 과연 2008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최종적으로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문화마당] 외국어 번역은 문화 번역이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문화마당] 외국어 번역은 문화 번역이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언어에는 한 나라의 문화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해당국가의 문화를 모르면 그 나라의 언어도 잘 구사할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한 것처럼 보여도 그 나라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게 된다. 그 같은 한계는 외국어를 번역할 때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예컨대 영어권 번역가들이 한국어를 번역하면서 ‘이동갈비’를 ‘이동하는 갈비’로,‘전하께서 기침(起寢)하셨다.’를 ‘왕이 쿨럭쿨럭 기침했다.’로, 또 결혼한 아들을 부르는 호칭인 ‘애비’를 ‘파더’로 번역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literary world’라고 해야 할 ‘작품세계’를 ‘work world’로 번역한 경우도 보았다. 사실 한국문화를 잘 모르고 한영사전에 의존해야만 하는 외국인들이 위 표현들의 의미를 어찌 알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한국인 번역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신문이나 영화나 텔레비전의 한글 자막에도 문화를 잘 몰라서 생기는 오역이 난무한다. 예컨대 ‘Say the magic word.’는 ‘Say please(부탁합니다, 라고 말해)’라는 뜻인데, 자막에는 ‘마법의 주문을 말해라.’로 나온다. 예전에 대통령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연한 한국광고의 영문카피가 ‘Welcome to the land of mystery!’이었는데, 이는 ‘신비의 나라로 오세요!’가 아니라,‘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없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로 오세요!’라는 뜻이다.‘유행을 타는 미쓰비시(Mitsubishi in the swim)’라는 외국신문 헤드라인이 국내해설지에는 ‘물속을 달리는 미쓰비시’로 잘못 번역되어 있고,‘왼손잡이’인 ‘southpaw’가 ‘남쪽발톱’으로,‘검사’인 ‘assistant DA’가 ‘검사보’로 오역되어 있다. 영화의 경우,‘앵무새 죽이기’에서 ‘bending the law’는 ‘법을 굽히다’인데,‘법을 지키다’로 되어 있고, 최근 영화 ‘레드 드라곤’에서는 ‘걱정마라’의 뜻인 ‘rest assured’가 ‘푹 쉬어 두게’로 오역되어 있다. 영화 ‘스피시즈4’에서는 ‘우리 사이의 비밀이다.’라는 뜻인 between you and me and the post’가 ‘기둥도 있지만’으로 되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신문만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인기 드라마 ‘프렌즈’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의 뜻인 ‘Let’s not get carried away’가 ‘날 흥분시키지 마’로 되어 있고,‘넘버스’에서는 ‘무전기’인 ‘radio’가 ‘라디오’로,‘정신병자’인 ‘cuckoo’가 ‘쿠크’로,‘속죄양’의 의미인 ‘fall guy’가 ‘범인’으로 잘못 번역되어 있다. 또 만화 ‘블론디’에서는 토요일 아침에 “아래층에 가서 만화영화를 봐야지”가 “만화책을 봐야지”로 잘못 되어 있다. 이는 우선 ‘만화책(comics)’과 ‘만화영화(cartoons)’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지만, 역자가 미국의 어린이들은 토요일 오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만화영화를 본다는 문화적 관습을 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아예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영어단어들도 많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흔히 ‘독선적이고 남성다운 강렬함’으로 잘못 알고 있는 ‘카리스마’는 사실 ‘매력이 넘쳐서 흡인력이 있다.’라는 좋은 뜻이다. 또 한국 남성들이 ‘육체가 풍만한’으로 잘못 알고 있는 ‘글래머’ 역시 육체의 볼륨과는 전혀 상관없는 ‘눈부시게 아름다운’의 뜻이다. 영화자막에 늘 ‘희생자’로 오역되는 ‘victim’도 ‘피해자’라고 번역해야만 하며,‘contribute to’도 ‘공헌하다.’라기보다는 ‘조그만 일익을 담당하다.’로 옮겨야 맞다. 요즘 새로 등장한 ‘문화번역(cultural translation)’이론에 의하면, 모든 번역자들은 문화의 번역자이고 문화의 중재자다. 외국어 공부에 문화적 이해가 병행되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6) 원불교 연지교당 원성제 부교무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6) 원불교 연지교당 원성제 부교무

    전북 정읍의 원불교 연지교당(정읍시 수성동 1020-4). 법회 출석 교인이 고작 70명 남짓한 작은 교당이지만 원불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달려 있어 여느 원불교 교당과는 사뭇 다르게 활기차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영어를 가르치고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이끄는 네팔 포카라 출신의 원성제(29·본명 케삽 사르마 파우렐) 부교무.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엄격한 네팔의 최고 계급인 브라만 집안 출신으로 원불교에 귀의해 성직자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원불교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불교와 한국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왔다가 출가, 고국 네팔 사회의 차별없는 삶과 발전을 늘상 가슴에 새기며 사는 독특한 신앙인이다. 대각개 교절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가 구도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불교 최대의 축일. 이 대각개교절 사흘 뒤인 지난 1일 오후 연지교당에서 원성제 교무를 만났다. 연이은 기념행사 끝이어서일까 조금은 피곤한 기색. 하지만 환하게 기자를 맞는 원 교무의 눈빛은 녹록지 않았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4년과 대학원 2년을 마치고 원불교 귀의겸 출가식을 가진게 지난해 12월. 한달 뒤인 올해 1월 교무 발령을 받아 첫 부임지인 이곳에서 주임교무를 돕고 있다. 원불교 성직자 생활이 채 5개월도 안된 신참인 셈이다. 한국에 사는 원불교 유일의 남성 외국인 교무 원성제. 그에게 한국은 무엇일까. 원불교 교단에서조차 눈여겨볼 만큼 독특한 외국인 교무이니, 응당 원불교에 닿은 인연과 출가 서원이 예사롭지 않았을 터. 지레짐작으로 섣부른 물음표를 찍었다. 한데 돌아온 것은 “속아서 원불교를 알게 됐다.”는 생뚱맞은 대답. 원불교가 무엇인지,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 네팔 최고계급인 브라만 출신 장·차관급 고위관리들이 수두룩한 브라만 계급의 독실한 힌두교 집안에서 둘째아들로 태어난 원성제 교무, 아니 케삽. 그는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다. 국비 장학생으로 해외유학을 한 뒤 고위관리로 최고급 대우를 받으며 사는 작은아버지가 대학진학 때까지 ‘인생의 모델´쯤으로 서있었던 것 같다. “공부 잘해서 유학 다녀와 고위관리로 살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실제로 공부도 꽤 잘했습니다. 그런데 일종의 계획된 작전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돌이켜 보면 거스를수 없는 인연이지만…” ‘일종의 계획된 작전´이라. 알듯 모를듯한 말에 고개를 흔들자 웃으며 자초지종을 들려 준다. 원광대 교수인 김범수 화백이 작전의 장본인이자 인연의 씨. 불교미술에 관심많은 김 화백이 네팔을 자주 드나들던 중 케삽의 외삼촌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원불교 교도였던 김 화백에 감화된 외삼촌은 한국에 들어와 광주보건대를 졸업하고 귀국, 지금은 네팔에서 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9살 때 외삼촌 집에서 김 화백을 처음 만났는데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이었어요.1년에 두 번씩 외삼촌 집에서 만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원불교와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요.” 카트만두 트리부번 대학에서 수학·물리를 전공하던 2학년때 결국 김 화백과 외삼촌의 “한국에서 불교와 한국문화를 공부해 보라.”는 권유에 넘어가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힌두교 신자였지만 부처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불교가 강한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진로를 바꿨는데, 원불교 성직자가 되어 있네요.” 한국에 들어와 원광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도 원불교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5개월쯤 지나 당시 원불교 광주전남 교구장인 박성석 교무와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원불교 공부를 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법당에서 원불교 상징인 일원상을 처음 보고 많이 놀랐어요. 불교는 뭐고 원불교는 무엇인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네팔 외삼촌에게 전화를 해 심하게 항의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원불교가 좋아졌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끌린 것은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세상 곳곳에 부처님이 계시니, 하는 일마다 불공을 드리는 정신으로 정성들여 살자는 ‘사실불공´의 정신이 가슴에 콕 박혔다. “힌두교에는 33억의 신이 있다고 해요. 이 33억의 신 대신 부처님을 놓으면 바로 처처불상이지요. 힌두교 신자이면서 거부감 없이 원불교에 빠져들 수 있었던 핵심인 셈이지요.” 말을 이어가는 원 교무의 입을 쫓다 보니 개혁 성향이 짙다. 실제로 그는 힌두교 신자이면서도 지나치게 소를 숭배해 받드는 네팔의 힌두교 신앙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네팔에 있을 때부터 ‘무조건 높여서 숭배하는 게 아니라 대상에 맞춰 공을 들이는 평등한 신앙´을 생각했다고 한다. 원불교의 인과(因果)며 평등 같은 교리에 빠져들다 보니 카스트의 신분 구분과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네팔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브라만 집안의 ‘귀한 아들´이 사람들의 차별과 종교의 평등을 놓고 고민이 컸다니 신앙의 근기가 예사롭지 않다. “전체 인구의 80%를 힌두교인이 차지하는 네팔은 여전히 카스트의 나라입니다. 법적으로 계층과 계급을 규제하진 않지만 결혼은 물론 교육, 취업 같은 일상생활에서 카스트의 계급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 원광대 입학… 정전·대종경을 네팔어로 번역 원불교 공부를 제대로 하자는 생각끝에 원광대 원불교학과와 대학원을 차례로 마쳤고 원불교 성직자가 됐다. 대학시절 주말과 방학때면 전국을 돌며 이주노동자들의 취업과 원만한 한국정착 돕기에 매달렸다. 연지 교당에 ‘외국인센터´를 마련한 것도 그 연장이다. 어느 순간 고국 네팔을 향한 원불교 신앙인이 되었고 지금도 그 목표는 한결 같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논문 제목이 ‘힌두교와 원불교의 비교고찰´이고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제목이 ‘원불교 정전의 네팔어 번역´이다. 말할 것 없이 모두 원불교 선교, 특히 네팔 선교를 염두에 둔 고심의 흔적들. 원불교 전서 가운데 교전, 즉 기본교리인 정전과 대종경을 네팔어로 번역해 놓기도 했다. 한국에 머문 지 8년새에 제법 많은 것을 일궜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친 형님과 사촌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불쑥 꺼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네팔에서 3년째 대우좋은 경찰생활을 하던 형과, 대학 3학년이던 사촌동생을 자신이 걸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원불교에 귀의케 한 것이다. 형은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마친 뒤 대학원 재학 중이고 사촌동생은 원광대 원불교학과 3학년. 자신 때문에 원불교에 귀의, 한국에 사는 둘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도 똑바로 살아야 한단다. “처음 원불교를 알게 됐을 때 몹시 당혹스러웠지만 이젠 네팔을 떠난 때부터 출가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 교무. 그는 한국말 가운데 ‘지금´, ‘여기´라는 두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 바로 ‘처처불상 무시선(處處佛像 無時禪)´이다. “내가 먼저 사람답게 살아야 고국 네팔의 평화와 발전도 있지요.” 끊임없는 마음공부야말로 나와 남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대종사 법문으로 기자를 배웅한다.“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 kimus@seoul.co.kr
  • [女談餘談] 광우병과 ‘돌봄의 정치경제학’ /홍희경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광우병과 ‘돌봄의 정치경제학’ /홍희경 정치부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경제학과의 낸시 폴브레 교수는 ‘여성주의 경제학’을 설파한다. 우리나라에는 그의 책 ‘보이지 않는 가슴-돌봄 경제학’이 번역돼 소개됐다. 폴브레 교수는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면 모든 사람이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이타주의가 산업국가를 이루는 기초가 된다고 역설한다.‘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바탕에 ‘보이지 않는 가슴’이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다. 돌봄은 전통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했던 여성들이 산업 현장으로 진출하고, 돌보는 데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 현대에 비로소 절실하게 다가온다. 뒤집으면 비경제적 영역에 있었던 돌봄은 사회 전체의 효율을 보느라 애덤 스미스가 놓친 부분이라는 얘기가 가능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에 청와대부터 청계천 광장까지, 전국이 들썩인 2일 이 책이 떠올랐다. 쇠고기 논란의 원인을 ‘홍보 부족’에서 찾는 당국과 촛불을 든 시민의 생각 차이가 애덤 스미스와 낸시 폴브레 교수만큼이나 커 보인다. 당국은 “광우병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했다. 전문 지식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광우병에 걸리면 죽는다는 게 기자가 아는 실상이다. 백 만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든, 천 만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든 걸리면 죽는다. 당국은 안전성을 ‘숫자’로 설득하려 한다. 효율을 고려한 애덤 스미스적 접근이다. 시민들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로 정부가 제시한 안전한 숫자의 바깥 부분을 본다. 쇠고기를 먹는 일은 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셈법이다. 마치 한 집안의 가장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통계청은 노동인구 한 명을 빼고 말지만, 가족들과 주변 친지들은 병 구완을 할 방법을 생계 수단보다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처럼 셈법이 다르다. 경제를 최우선으로 치는 정부다. 그렇더라도 “질 좋은 고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경제 논리를 펴기 전에 돌봄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가슴이 아니라면 머리로라도 말이다. 홍희경 정치부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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