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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40년 과거시험 답안지가 ‘일월오봉도’ 뒷면에서 나왔다

    1840년 과거시험 답안지가 ‘일월오봉도’ 뒷면에서 나왔다

    조선시대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회화인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병풍 보존처리 과정에서 뒷면에 붙어 있던 184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한 일월오봉도 병풍의 틀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 27장이 여러겹 포개어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개 봉우리, 소나무, 파도 치는 물결을 화폭에 담은 궁중장식화다. 인정전은 창덕궁 중심 건물인 정전으로, 경복궁 정전인 근정전,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에도 일월오봉도가 있었다. 인정전 어좌(임금이 앉는 자리) 뒤에 설치된 일월오봉도는 4폭 병풍으로 크기는 가로 436㎝·세로 241㎝다. 1964년 이후 다섯 차례 보수했으나, 화면이 일부 파손되거나 안료가 들뜨고 병풍 틀이 틀어졌다는 진단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 전면 해체하고 지난해까지 보존처리를 했다.일월오봉도에서 나온 과거 시험 답안지는 탈락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했을 경우 응시자에게 시권을 돌려주고, 불합격한 사람들의 시권은 재활용했다. 윤선영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는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에 수록된 논고에서 시험 과목과 문제가 확인되는 시권 2장을 분석해 1840년 시행된 식년감시초시(式年監試初試) 답안지라고 설명했다. 식년시는 3년마다 치른 정기 시험이고, 감시초시는 생원시와 진사시를 뜻한다. 윤 교수는 “시권의 글을 번역해 살펴본 결과 다섯 가지 유교 경전인 오경 가운데 한 구절을 골라 대략적인 뜻을 물은 과목과 사서(四書) 중 의심이 가는 구절에 대해 질문한 과목의 답안지였다”며 “시권 27장 중 25장이 동일한 시험의 답안이었다”고 강조했다.이어 “식년시 응시자는 자비로 과거시험 종이를 마련해야 했고, 권력 가문 자제들이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좋은 종이를 가져오자 이를 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 왕실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특별전에서 선보인 전통 예복 ‘활옷’ 속에서도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발견된 바 있다. 윤 교수는 “왕실에서조차 시권을 재활용했을 정도로 조선 후기 종이 물자가 매우 부족했던 듯하다”며 “시권을 수집해 재활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고려하면 인정전 일월오봉도 병풍은 1840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는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과정을 소개한 글과 사진 외에도 ‘인정전 일월오봉도 변형과 전통 장황에 대한 고증’,‘인정전 일월오봉도의 과학적 분석’에 관한 논고가 실렸다.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세 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세 번째 주말 전시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1월 세 번째 주말을 맞아 주변의 가볼 만한 미술 전시를 추천한다. 작가 노보의 개인전 ‘No reason not to be excited’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노블레스컬렉션에서 열린다. 설치,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장르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있는 작가는 일상 속 친숙한 사물을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주변 환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3차원적 세계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로 번역해 2차원의 캔버스에 채워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좋은 기억’에서 출발한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이지혜, 최미향, 오혜련 작가가 함께한 사진전 ‘사이’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사진대안공간 Space2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모든 이질적인 존재와 상이한 시공간의 관계에 뚜렷한 경계를 구분 지으려는 인간의 습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사진 작업에서는 생소한 공동작업 형태를 시도했다. 각자의 색이 다른 세 사진가가 모여 생각을 나누고 이견을 조율해 사유와 작업과정을 관객들과 함께 나눈다.정미정 작가의 개인전 ‘The time in between : 그 사이의 시간’이 오는 21일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 ‘그 사이의 시간’은 짧은 시간의 회상, 즉 시간과 시간 사이에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기억에 대해 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철저히 작가의 관점에서 기억을 시각화한 것이다. 자신만이 갖는, 그리고 가질 수 있는 개인적인 의미와 여러 복합적인 시선, 관심 등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 사이의 시간’ 시리즈는 ‘선(구성적 요소)’과 ‘빛(비구성적 요소)’을 강조함으로써 강렬하게 느꼈었던 순간의 장면을 조명한다.2021 예술공간 이아 기획전 ‘삶으로서의 사유’가 오는 3월 13일까지 제주도 제주시 제주예술공간이아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삶에 대해 다각적으로 표현한 예술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을 통찰하고 내면의 치유를 도모하고자 기획됐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포착하는 생의 의지를 회화, 사진, 설치미술, 영상 그리고 소설이라는 예술의 형태로 선보이며, 미술작가 백수연, 안세현, 오영종, 이가희, 조기섭, 소설가 차영민 6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트리니다드 작가 체 러브레이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 ‘자연을 소개한다’가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VSF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6년간 제작된 작가의 작품 중에서 선별된 작품들을 모았다. 생동감 있는 회화는 그의 고향 트리니다드의 동식물과 문화를 전달한다. 전시는 작가 작업실의 평온함부터 트리니다드의 수도인 포트오브스페인의 북적이는 도시 경관, 매년 개최되는 카니발을 둘러싼 공동생활에 이르기까지 섬에서의 다양한 삶의 초상을 보여준다. 더 많은 전시 소식과 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전시장 운영 상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방문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 [신간]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메타버스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갑자기 찾아온 언택트 시대, 메타버스는 소통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신문을 펼쳐도, TV 뉴스를 봐도 메타버스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메타버스 세계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초월한’, ‘넘어선’이란 뜻의 그리스어 ‘meta’와 ‘세상’을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청소년이라면 이미 메타버스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을 위한 메타버스 세상 안내서가 나왔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놀이를 즐기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초래할 변화를 전망하고 우리 청소년들이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지 알려준다.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 ‘현실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을까’에서는 메타버스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구현되는지, 얼마나 우리 주위에 성큼 다가와 있는지를 알려 준다. 2장 ‘메타버스가 열어 가는 또 다른 세상’에서는 거울 세계,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확장 현실(XR)로 나눠 메타버스 세상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3장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 경제와 새로운 기회’는 4차 혁명 시대 메타버스와 함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비롯, 가상 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암호 화폐, 중앙디지털화폐(CBDC), 대체 불가능 토큰(NFT)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알아 두면 좋은 메타버스 세상의 용어들’을 덧붙였다. 책에서 저자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들도 언급하고 있다. 바로 ‘콘텐츠’, ‘커뮤니티’, ‘수익 창출’이다. 최초의 메타버스라 할 수 있는 ‘세컨드 라이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쇠락한 것은 자체 콘텐츠가 흥미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같은 사물이라 해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보이듯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만든 전망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든 전망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며, 그곳에서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그러했듯 기존의 관념을 깰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적, 나이, 성별 등을 뛰어넘어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도약할 다음 세대에게 메타버스 세상은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날개가 돼 줄 것이다. 저자 이상근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다. 2009년 학술진흥재단(현 연구재단) 최초로 메타버스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2019년부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적응형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에 참여했다. 지난해년부터는 서울시기술원의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 공유자 토큰 보상형 여행 컨설팅 서비스’ 사업에 참여 중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일본의 와세다 대학을 거쳐, 미국의 네브라스카 링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주대 교수, 중국 칭화대와 일본의 히토츠바시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공저로 ‘경영정보시스템’, ‘누구나 활용 가능한 데이터 분석론’이 있고, ‘빅아이디어’, ‘전자상거래’, ‘경영정보시스템’을 공동 번역했다. 해외 저명 학술지에 4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후 인더월드’에 이름을 올렸다. 160쪽.
  • 채움과 비움… 백지에서 나오는 하염없는 말들을 새기다

    채움과 비움… 백지에서 나오는 하염없는 말들을 새기다

    최근 김언 시인은 일곱 번째 시집 ‘백지에게’(2021)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만의 스타일과 목소리가 어김없이 느껴지는 영락없는 ‘김언 브랜드’ 시집이다. 이번에도 그는 스스로의 스타일과 동일성을 견고하게 다지면서 자신의 사유와 언어의 연쇄적 파동이 여전히 매혹적임을 증명했다. 더불어 담백해지기까지 한 서정성이 얹혀 있어서 이 시집은 그의 스타일과 메시지가 온전하게 장착되고 심화돼 간 기념비가 되기에 족한 것 같다. 2018년 김언은 시집 두 권을 냈다. 문장 실험 성격이 강한 ‘한 문장’과 이야기성이 강한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다. ‘백지에게’는 이 시집들의 종합편처럼 느껴진다고 그는 말한다. “한 시기가 끝났다는 느낌을 주는 시집입니다. 그만큼 시의 다른 방향을 절실하게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남긴 시집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제 김언은 그 세대를 대표하는 한국 시단의 극점으로 우뚝하다.●유년과 부산, 시인 김언의 시공간 김언은 1973년 부산 출생이다. 그는 초등학교를 재수했다고 했는데, 아이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생계로 바쁘셨고, 여동생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혼자 놀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장기도 혼자 두고, 야구도 벽과 함께 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자문자답의 시가 많은 것도 유년 시절에 비밀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작은 아이는 어떻게 시단의 ‘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중학교 시절 교내 도서관 벽에 액자로 걸려 있던 윤동주의 ‘서시’를 우연히 보고서 잠시 다른 세계로 건너간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가 처음으로 시적 체험을 했던 순간인 것 같아요.” 그에게 부산은 어떤 곳이었을까. “고향이고 그래서 저의 뿌리를 이루는 곳입니다. 다만 뿌리이기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줄기와 가지처럼 더 멀리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돌아보면서 떠나오게 만드는 곳입니다.” 공사장 옆에서 인부들에게 밥과 술을 파는 곳이 부모님의 직장이자 그의 집이었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 이름이 사상(砂上)이었어요. 모래 위에 세워졌다는 이름 탓인지 아주 오래전 기억인데도 모래와 먼지부터 떠올라요.”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거기서 모래바람을 따라 흘러 다니던 유년의 기억은 지금도 시인에게 어떤 아스라한 고독과 허무를 연기처럼 선사한다. 그는 어느 글에서 ‘체인스모커’임을 고백한 적이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담배 연기는 그에게 수많은 서정적 비유와 서사적 계기를 주었던 것 같다. “담배 연기는 제 글의 토대와 꼭대기를 동시에 점령하고 있어요. 결코 쓰지 못했을 글, 피어오르지도 못했을 생각이 연기에 실려 있던 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고독과 운무 속에서 막막한 글쓰기의 공중을 건너올 수 있었을 것이다.●유동과 안착, 고독과 하소연과 그리움 그는 부산대 공대를 다녔지만 스스로 맞지 않는 곳이라고 느끼고 국문과에 학사 편입해 졸업했다. 그러던 중 1998년 겨울 ‘시와 사상’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 ‘숨쉬는 무덤’은 2003년 1월에 나왔는데 그의 삶이 꼭 30년을 채우던 어느 날이었다. 그해 여름부터 7개월간은 김해의 김참 시인 아파트에서 머물렀는데, 동갑내기 ‘참과 언’은 그렇게 서른 살 무렵 ‘진짜 말’을 함께 가다듬었을 것이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비평 전문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장을 지낸 김언은 거기서 한국문학보다는 외국문학에 더 끌리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2005년 두 번째 시집 ‘거인’을 냈고, 2008년 서울에 정착한 후에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세 번째 시집 ‘소설을 쓰자’를 냈다. 소설을 쓰자고? 시는 안 쓰고? 그는 어느 자리에서 “시는 ‘시가 아니었던 것이 시가 돼 가는 역사’이고 ‘시였던 것이 시가 아니 돼 가는 역사’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1인칭 양식이라고 규정되던 시를 넘어서는 ‘바깥의 언어’를 꿈꾸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첫 시집의 “내가 기억하는 것만 기억하는 말들이 있고/기억보다 앞질러서 가는 말들이 있고”(‘말들’), 두 번째 시집의 “다른 문장일 것”(‘시집’)이라는 표현으로 보아도 그는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는 중요한 문장을 쓸 것”(‘소설을 쓰자’)을 상상하고 실현해간 시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른 문장’의 욕망이 ‘소설을 쓰자’는 비유적 청유형을 만들어 낸 것이다.2009년 그의 생애를 강타한 것은 미당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관행으로 보아 ‘젊은 시인’이 파격적 수상을 한 것이다. 같은 해에 그는 시와사상사 주관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좋은 일은 좋게만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는 “시쓰기만 놓고 보면 가장 지독한 암흑기이자 공백의 시절이 시작”됐다고 그 시절을 회상한다. 그러던 중 2010년 9월부터 3개월간 한국문학번역원 주관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체류했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지친 시인을 위한 최적의 안식처이자 충전소였다. “외출하면 사람 하나 보기 힘든 곳을 대여섯 시간씩 걸어 다녔습니다. 풍경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검은 내면의 시기를 견뎠습니다.” 몇백만 원에 이르는 국제전화비는 그때 그의 고독과 하소연과 그리움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오은, 이영주, 강성은이 특별히 고생 많았어요. 미안하고 고맙지요.”●김언의 시, 일관성과 변화 가능성 김언의 시는 미세한 변주가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일관성이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변화를 줄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변하고 싶다. 내 시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제가 염증을 느끼고 있다. 관성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변하지 않으면 계속 쓸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이 중견시인은 아래 세대들의 시를 어떤 느낌으로 읽고 있을까. “미학적 감수성이든 윤리적 감수성이든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새로운 감수성에는 일단 눈과 귀를 최대한 열어 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는 좋은 시를 만들어 내는 솜씨에 탄복하면서도 염려하는 시선도 함께 가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너무 빨리 좋은 시에 도달한 시보다는 서투르더라도 숙성의 단계를 충분히 거치고 있는 듯한 시를 더 반가워한다고 선배 세대로서의 조언을 잊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서정 장르라고 굳세게 믿었던 ‘시’도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시를 쓰고 읽고 유통하는 방식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흔하디흔한 공산품, 가령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시의 길과 상품적 가치와 무관한 무형문화재의 길, 이 둘 중 하나가 되거나 아니면 둘 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합니다.” 그의 말에는 꼼꼼함과 재미남이 넘쳐 흐른다. 시집만 읽은 사람은 잘 모를 것 같다. 하기는 “남자들끼리도 긴 전화 통화가 가능한 것은 형이 말을 참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정재학 시인의 증언이 있기도 하다.“모든 순간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어요. 모든 만남과 이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면 좋겠다고 써도 나쁘지 않았겠다고 다시 씁니다.”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는데 머무르는 것처럼 붙들고 있는 것이 어느 순간의 만남이고 이별이고 또 어떤 순간이 있어 우리는 언어를 통해 기억하는 것이라고 그는 자신의 시쓰기 과정을 은유해 준다. “놓아 주어도 되는 순간을 계속 불러내 곱씹습니다. 좋은 순간이든 나쁜 순간이든 떠오르는 순간은 다시 떠올라서 기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시를 충실하게 읽어 온 독자라면 최근 김언이 꽤 다작의 양상을 보여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김언의 시는 여전히 의미론적 환원을 한사코 거절하는 난해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단단하게 짜인 구문과 스타일을 통해 독자의 사유를 다성적으로 번져 가게 하는 특유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한국의 대표 시인이다. 단호한 변화를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그를 마주하면서, 나는 소소한 일상과 내면 고백이 점증한 이번 시집이 그 변화의 시점이 될 것이라고 천천히 생각해 본다. 서정적 순간성을 여러 곳에서 비쳐 준 이번 시집을 넘어 그가 “백지에서 나오는 말들. 백지에서 나와 백지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말들. 도무지 백지가 될 수 없는 말들”을 하염없이 새겨 가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첫눈 예보가 서울 창공을 올려다보게 한 어느 초겨울 날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김의겸, ‘가짜 스펙’ 김건희에 “삶 자체가 성형”

    김의겸, ‘가짜 스펙’ 김건희에 “삶 자체가 성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제출한 겸임 교수 지원서에 허위 경력이 있었던 것과 관련, 김씨는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고, 그것도 죄라면 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14일 “삶 자체가 완벽한 ‘성형 인생’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건희, 국민을 개돼지로 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들이 줄줄이 사탕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기획이사로 일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걸 번역해보면 이렇다. ‘너희들이 믿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믿지 못하겠다면 어쩌려고. 남편 후배들이 다 알아서 처리해줄 거야’”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김건희씨가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발언한 것과 관련 “조국 딸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려는 속셈인데 너무 얄팍하다. 김건희의 논리대로라면, 대학에 교수로 들어가는 건 괜찮고 학생으로 들어가는 건 문제다? 꾀를 내도 죽을 꾀만 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는 발언에 대해서는 “이렇게 돌려주고 싶다. 조국 딸도 공무원, 공인도 아니었다. 진학 당시엔 아버지가 민정수석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했느냐”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어쩌면 이렇게 남편하고 찰떡궁합인가? 부창부수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사자성어일 것”이라며 “윤석열은 페이스북을 시작하며 스스로를 ‘애처가’로 밝힌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밑줄에 ‘국민 마당쇠’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건희의 인터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 마당쇠가 아니라 ‘건희 마당쇠’였구나”라고 씁쓸해했다.허위 경력 기재·논문 표절 논란 김건희씨는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낸 교수 초빙 지원서에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기재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됐다. 또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적었지만,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으로 응모된 출품작은 없었다. 김건희씨는 출품 업체에 수여하는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에서 2004년과 2006년에 특별상을 받았다고 기재했지만, 해당 업체는 2004년에는 출품작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고, 2006년 수상 역시 김씨가 혼자 수상한 것처럼 기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14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김건희씨 국민대 박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만약 표절으로 판정되고 학문적으로 학위 인정이 곤란하다고 하면 취소되는 게 맞고 취소 전에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논문이 디지털 3D에 관한 부분이고 사실상 실험 논문이기 때문에 다른 누구의 논문을 베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문적으로 높이 평가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베낀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문적으로 가치가 약하다는 평가는 모르겠지만 학위를 취소할 정도로 표절이 과연 심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표절율이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20% 이상으로 나와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 처의 성격상 스스로 반납할거라 본다”고 설명했다.이준석 “결혼 전 있었던 일” 두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부인의 처신을 놓고 결혼 이후에 제지하지 못했다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혼)전 일을 갖고 윤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김건희씨의 허위 지원서 의혹에 대해 두둔했다. 이준석 대표는 “대부분의 의혹은 윤 후보와 결혼하기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기에 이를 감안해서 보면 될 것”이라며 “윤 후보 배우자가 사안마다 명쾌히 해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자와 비교하면 곤란하지만, 이 후보는 본인 과오로 전과가 4개 정도 있다. 그렇다고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 매일 사과하라고 종용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는 “모든 것은 상대 평가”라며 “지난 1년 가까이 윤 후보 배우자에 대해 여권과 주변에서 많은 공격이 있었다. 윤 후보 배우자를 실제로 만난 결과, 대중에게 노출돼도 지금의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좋은 모습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한류의 지속가능한 조건/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한류의 지속가능한 조건/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2021년이 이제 한 달여 남은 시점이다. 코로나19가 덮친 우리 삶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고 이 지독한 바이러스의 종식을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다시 겨울이 되자 대확산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코로나 블루는 이제 삶의 동반자가 된 듯하다. 지난 2년여 동안 사회·경제·정치 영역에서 모든 인간 활동이 제약됐지만 그중 가장 금지된 부분은 바로 ‘문화’와 ‘놀이’일 것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유희적 인간)로서 우리는 ‘하고 싶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놀고 싶은’ 많은 친구, 공간, 경험들과 이별해야 했다. 대신 새롭게 ‘나 홀로’, 혹은 ‘방구석’ 문화와 놀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생각해 보자. 게임·웹툰·드라마·음악 콘텐츠가 없고, 유튜브·넷플릭스·웨이브 등과 같은 기술과 플랫폼이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씩씩하고 질서 있게 팬데믹을 견딜 수 있을까. 혼자 집에서라도 무엇인가를 즐기지 못했다면, 우리는 훨씬 혹독하게 단절돼 이 시대를 건너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한 해 들려온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한류의 진화는 더욱 반갑고 놀라운 일이다. 우리 콘텐츠로 세계인이 위로받고 공감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는 의미에서 한류 콘텐츠는 치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30여년 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등의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케이팝으로 부흥하고 견고하게 성장하며,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을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고 게임과 웹툰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특히 한국의 웹툰은 다양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과 세계관이 출발하는 원형으로 부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일본 ‘망가’의 인기는 오래됐는데 최근 한국의 ‘만화’(웹툰)를 별도 장르로 소개하고 ‘지옥’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는 ‘엄마들’이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류는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며, 독특한 한국만의 콘텐츠와 문화 스타일로 세계인에게 수용되고 있다. 우리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이 팬데믹 시기에 확인했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다듬고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한류 현상을 만든 수많은 콘텐츠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한국 특유의 정치·사회·문화적 경험과 창의성, 표현방식, 제작환경 등 ‘피, 땀, 눈물’이 섞인 결과물이고, 그 중심에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있는 ‘창작자’와 ‘제작자’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케이팝에는 작사·작곡·음반공연 제작자가, 웹툰에는 작가와 지망생이, 게임에는 개발자가, 드라마 현장에는 수많은 작가와 스태프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으로 넷플릭스와의 계약과 수익배분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우리 콘텐츠산업이 ‘재주 부리는 곰’으로 전락할까 우려를 하기도 한다. 창작·제작자와 플랫폼 간 투명한 계약의 필요성, 저작권 등 수익의 재분배 공정성은 비단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종 플랫폼이나 레거시 미디어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좋은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고 한류가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창작·제작자의 생존이라 할 수 있다. 즐거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업(業)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제작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 IP 관리와 저작권 분배 제도 등을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최선의 투자라 할 수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중요시될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와 문화의 힘은 경제적인 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더욱 의미를 발한다. BTS의 유엔 총회 연설이나 블랙핑크의 ‘COP 26’ 회의기간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주는 영향력에 세계인이 주목한다는 점이 그래서 중요하다. 내년에도 위드코로나 시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한류가 지치고 단절된 세계인을 연결하고 위로한다면, 한류는 이미 세계인의 것이다.
  • [여기는 중국] 구글에 ‘에이즈’ 입력하자 ‘우한사람’…엉뚱한 번역에 中 분노

    [여기는 중국] 구글에 ‘에이즈’ 입력하자 ‘우한사람’…엉뚱한 번역에 中 분노

    구글 번역기가 중국인들을 분노케 하는 엉뚱한 번역을 내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웨이보에 게재된 한 누리꾼의 구글 번역 오류 사례를 인용해 ‘구글 시스템의 번역 오류로 중국인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기사를 보도해 논란이 됐다. 한 중국인 누리꾼이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구글 영어 번역 시스템에 중국어로 ‘에이즈 바이러스’라는 특정 단어를 입력하자 ‘우한 사람’으로 번역된 것이 확인됐다. 우한은 중국 화동지역인 후베이성의 성도다. 중국 내 첫 코로나19 발병자가 발견되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코로나19 발병지라는 오명을 얻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번역 오류는 러시아어 번역 시스템에 ‘에이즈 감염자’라는 중국어 단어를 입력한 경우에도 ‘우한 사람’으로 결과가 도출돼 중국인들을 분노케 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처음 제보한 익명의 누리꾼은 “구글 번역에 그 외의 ‘신문’, ‘전파’ 등 다수의 단어를 입력할 시에는 동일한 단어로 번역 결과가 도출된다”면서 “때문에 특정 단어에 대해서만 오답을 내놓는 악의적인 번역 오류 사례”라고 주장했다. 번역 오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공분이 일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구글의 이상한 번역 결과를 공유하는 글과 사진 등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내 눈을 믿을 수 없다”면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특정 단어에만 유독 불쾌한 번역 오류를 도출하는 것은 악의적인 번역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도가 지나친 번역 오류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최근 불거진 중국과 미국의 외교 갈등과 연계해 “미국이 이런 유치한 방식으로 모든 면에서 중국을 비방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중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세뇌하기 위해 비열하고 유치한 행각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은 구글 측에 강력한 항의를 하는 등 집단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다수의 관영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겨냥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우리는 경제적인 교류를 정치화하려는 태도를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중국을 겨냥한)구글의 부당한 비난과 이러한 관행들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다’고 공식 입장을 게재했다. 또, 지난 2010년 중국 대륙에서 서비스 일체를 철수한 구글 사업 방침에 대해 당시 산업정부기술부의 입장을 인용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 3월 구글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전면 철수한 것을 겨냥해 리이중 당시 산업정보기술부 장관은 “중국 인터넷 시장은 개방돼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구글은 지난 2016년부터 웹과 모바일 ‘구글 번역’ 서비스에서 영어-중국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 구글 측은 영어-중국어 번역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 기타 언어 번역 서비스 대비 중국어 번역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중국어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구글 번역은 이른바 ‘딥러닝’으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해 오고 있다. 인간의 두뇌 신경망처럼 스스로 학습해 지식을 확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 신경망 기술을 적용해오고 있는 것. 기계가 방대한 단어와 구절, 문장을 기억하고 연관성이 없는 것은 하나씩 없애는 방식으로 정확한 해석을 해나갈 수 있는 학습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입력된 특정 단어에 대해 인공지능은 훈련에 사용된 방대한 자체적인 사전을 활용해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 맹자가 바란 지도자, 포용·공존이 첫 덕목

    맹자가 바란 지도자, 포용·공존이 첫 덕목

    새로운 지도자를 내다보는 지금, 다시 맹자다. 동양철학의 대가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가 2011년부터 펴낸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에 이은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시리즈 완결판으로 맹자에게 배우는 리더십 수업을 들고 왔다. 왕도정치를 주창한 맹자 사상의 핵심은 ‘도대체 왜들 싸우는가’라는 일침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총칼의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단의 고통을 안고 있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곳곳에 피로와 짜증, 분노와 혐오에 짓눌려 있다. 전국시대를 경험하며 얻어낸 맹자의 말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게 들린다. 책은 단순히 원문을 풀이하거나 강독하지 않고 독자가 보다 쉽고 빠르게, 그러면서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는다. 7편(상·하 14편)으로 된 ‘맹자’에서 편마다 11개씩 모두 77개 표제어를 뽑아 각각의 뜻을 단계별로 짚는다. 우선 원문 구절의 현대적 맥락을 소개하고(입문·入門) 독음과 번역을 제시한다(승당·升堂). 이어 원문 속 한자의 뜻과 맥락을 풀이하며(입실·入室) ‘맹자’ 속 논점을 정확히 짚고 현대 맥락에서 되새겨 볼 수 있는 방안을 그린다(여언·與言). 이렇게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면 결국 ‘빼어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현명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가?’ 하는 어떤 역사에서도 쉽게 풀리지 않은 과제를 두고 맹자가 건네는 해답들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더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답을 내놔야 하고 변수를 최대한 통제할 것, 인간 본성을 좇으며 역사를 만들 것을 맹자는 주문한다. 또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늘 탐구하고 죽음보다 생명을, 독선보다 포용을, 진영보다 보편을, 경쟁보다 공존을 끌어내는 인물이 좋은 지도자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얼핏 당연해 보이면서도 사실은 이런 주문을 모두 지키는 좋은 지도자를 찾기도 상당히 어려워 늘 다시 묻고 갈구하는 답을 제왕학 교과서 ‘맹자’에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 이번 역은 가을도 봄이 되는 ‘청춘역’입니다…내리실 문은 낭만 오른쪽, 힐링 왼쪽입니다

    이번 역은 가을도 봄이 되는 ‘청춘역’입니다…내리실 문은 낭만 오른쪽, 힐링 왼쪽입니다

    강원도 춘천은 낭만의 도시다. 서정적 호수(의암호), 고불거리는 강(소양강), 강 따라 흐르는 철도(경춘선), 심지어 ‘봄내’라는 이름까지. 온갖 낭만적인 요소는 모두 가졌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은 노래 ‘춘천 가는 기차’(1989)에서 지친 일상을 떠나 춘천으로 향하는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무작정, 정말 그리하기 좋은 곳이다. 춘천은. 시간은 30여년도 더 지나 기차는 전철로 바뀌었고 근사한 ITX고속열차도 생겼다. 하지만 구불거리는 북한강도 강촌역도 여전히 꿰고 다니니 추억을 곱씹거나 없었다면 새로 새길 수 있다.책 한 권이 있다면 더욱 근사하다. 이왕이면 춘천에 관한 책이면 좋겠다.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도 좋고 이외수의 책도 어울린다. 김유정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인 소설가 전상국이 쓴 ‘춘천 사는 이야기’나 봄봄의 후편 격인 ‘다시 봄봄’ 등이 좋을 듯하다. 차로 가도 나쁘지 않다. 막혀도 고작 두어 시간이다. 과정도 목적지도 좋으니 만추와 조동이 스치는 계절에 뭔가 로맨틱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춘천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곳은 늘 봄처럼 낭만적이니 말이다. 춘천의 춘(春)은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는 게 맞다. 청춘이라지 않았던가. 차창 밖으로 스미는 나른한 오후 볕에 깜박 잠이 든대도 좋다. 춘천이 종착지다. 철 바퀴가 레일을 지치는 리듬이란 꼭 엄마 뱃속에서 듣던 심장박동이나 이발소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 같아 퍽 잠이 온다. 풍물시장을 들를라 치면 남춘천역이 좋고 바로 소양강을 보고 싶다면 춘천역이 낫다. 춘천낭만시장(중앙시장)에도 가 봐야 한다. 총떡과 막국수 한 그릇에 비로소 여행 온 기분을 낸다. 총떡은 춘천에서 메밀을 얇게 부쳐 고기와 채소를 볶아 넣고 총구처럼 돌돌 말아 낸 전병이다. 매콤새콤하고 구수하니 이곳까지 와서 아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육림고개 역시 요즘 핫플레이스로 뜨는 지역이다. 이름의 유래가 된 육림극장이 있었고 값싸고 독특한 물건을 파는 오래된 점포와 식당들이 많았다. 막걸리를 파는 전집부터 신기술로 빛바랜 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관, 주인이 경상도 울진 출신임을 강조하는 미용실 등이 남아 있다. 서양식 레스토랑, 일식 주점, 근사한 카페들도 터주가 떠나버린 빈자리를 메우며 공존의 고갯길을 열어 놓았다. 낭만은 시장 안에도 깃들었다. 중앙시장에는 예의 전통시장 분위기에 매료된 젊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점포들이 들어왔다. 장바구니 대신 빵을 사도 좋고 차를 마셔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부친 전이나 조잔부리를 챙기는 재미가 있다. 시장 옆은 명동이다. 춘천에도 명동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기가 일찍 들어와 번쩍번쩍한 번화가를 거개 명동(明洞)이라 불렀다. 춘천에서도 유일한 시내가 ‘명동’이다. 이리저리 이어진 명동의 좁은 골목에 닭갈비거리가 버티고 섰다. 오늘날 ‘춘천닭갈비’의 명성을 있게 한 곳이다. 여기서 갈비란 늑골 부위를 이르는 게 아니다. 고기 하면 으레 갈비를 최고로 꼽던 시절에 닭을 썼대서 닭갈비다. 돼지갈비만 못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역 대표 메뉴로서 위상을 단단히 수성하고 있다. 요즘이야 철판에 닭고기와 양배추, 고구마, 당면 등을 넣고 볶아 먹는 형식이 대표적이지만 사실은 연탄불에 닭갈비와 살코기 부위를 구워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소양강댐이 건설되며 많은 외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여기저기 소문을 낸 것이 전국적 명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종류도 다양해져 요즘 춘천에는 숯불닭갈비와 철판닭갈비, 뼈 있는 것, 없는 것 등 다채로운 식문화가 생겨났다.시민들에게나 관광객에게나 춘천의 대표적 낭만 스폿 중 하나는 공지천이다. 이른 아침 운동 코스로도 좋고 야경을 감상하는 저녁 산책 코스로도 딱이다. 공지천을 지나치자면 살짝 커피향이 느껴진다. 6·25전쟁 당시 참전한 에티오피아군 기념탑과 기념관이 이곳에 있어, 예가체프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산 커피 원두 또한 어느 곳보다 춘천에 가장 먼저 상륙했다.이곳엔 1968년 개업, 국내 최초로 로스팅한 원두커피를 팔아 온 집이 있다. ‘이디오피아 벳(집)’이다. 6·25전쟁 참전을 기념해 세운 커피집으로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팔고 있다. 공지천 강물에 반쯤 걸터앉은 이 클래식한 분위기의 커피숍은 커피 마니아들의 순례 코스일 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황제와도 연관 있는 곳이다. 1968년 에티오피아 황제가 춘천 공지천 참전기념탑을 방문한 후 양국 간 문화교류를 위한 ‘이디오피아 벳’이 생겼다. 커피 원두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는 황실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이곳에 보내왔고, 덕분에 무려 53년 전에 로스팅 원두커피를 서울도 아닌 춘천에서 마실 수 있게 됐다. 과연 오리지널이다. 맛있고 향기롭다. 창밖으로 보이는 춘천 풍경은 뜨거운 커피를 더욱 맛나게 한다. 6·25전쟁에 에티오피아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놀랍다. 그저 터키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16개국 중 하나려니 했다.(물론 그중 룩셈부르크와 그리스, 콜롬비아, 태국은 생경하다.)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칵뉴 부대가 주인공이다. 현지어로 ‘적을 섬멸한다’는 뜻의 칵뉴부대는 1951년 5월 7일 한국에 도착해 총 253번의 전투를 치렀다. 와중에 전사자 121명에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진 바 없고 단 1명의 포로조차 허용하지 않은 ‘무적의 전승 부대’였다. 중동부전선(철원~양구) 등에서 무패 신화를 세우고 1956년까지 춘천에 주둔했다. 참전 군인 중에는 196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비킬라 아베베도 있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스러져 간 고마운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이름이 전사(戰史)와 업적, 유품과 함께 이곳에 남아 있다. 에티오피아 전통 가옥 형태로 지은 한국전참전기념관에 가면 자세한 사연을 확인할 수 있다. 공지천에는 커피 외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3대가 가업을 이어받은 노포 햄버거집이다. 햄버거가 3대라니. 라모스 버거는 MZ세대 관광객들로부터 춘천의 명물로 손꼽히는 수제버거집이다. 뉴욕치즈의 여신, 소양강버거 등 각각 특색 있는 버거의 맛이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치즈와 블루베리 소스의 조화가 인상적인 줄리엣버거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대면 로봇 서비스 역시 볼거리로 인기만점이다.춘천 중심부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의암호가 있다. 강물 위에 우뚝 서 있는 ‘소양강 처녀상’이 랜드마크다. 의암호에는 스카이워크가 두 곳이다. 하나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또 하나는 의암호 스카이워크다. 시내와 가깝고 소양강 처녀상 옆에 자리해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길이 174m의 현수교 모양이다. 투명 바닥 구간만 무려 156m에 이른다. 아찔하니 발바닥이 근질근질 오그라들고 머리는 ‘손오공 머리띠’ 같은 것이라도 씌운 것처럼 저릿저릿하다. 공포의 10m 높이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이란 게 꼭 그렇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좀더 길다. 길이 190m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맑은 물을 바라보며 호숫가 바람을 실컷 쐴 수 있다. 의암호를 바라보며 예술과 더불어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KT&G 상상마당도 들러볼 만하다. 유럽의 여느 공원처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도심을 둘러봤으니 드라이브 삼아 외곽까지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더할 나위 없다. 춘천댐은 생각보다 넓지만 ‘춘천댐 매운탕골’은 의외로 가깝다. 행정구역은 ‘오월 1리’다. 또다시 봄의 기운을 발견했다. 춘천의 겨울은 습하고 싸늘하다. 뜨거운 쏘가리 매운탕이 절실할 때가 있다. 예닐곱 곳의 매운탕집이 몰려 있다. 송어회나 향어회도 판다. 집집마다 단골을 두고 오랜 시절을 영업해 온 집들이다. 이 중 동춘횟집은 쏘가리나 빠가사리(동자개)와 메기, 잡어 등을 매콤하게 끓여내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매끌한 수제비와 함께 국물을 떠넘기다 밥을 말면 그 맛에 허기와 한기가 사라진다.배가 불룩 나오면 피부를 당기니 눈이 커져 전보다 훨씬 잘 보이는 모양이다. 중도에는 카누 카야킹과 웨이크보드 등 수상 레포츠 시설도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 강원도립화목원 등 관광지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니 함께 다녀보기에 딱이다. 이젠 내려가자. 여기도 낭만이 있고 봄이 있다. 남춘천역 인근에 ‘김유정역’이 있다. 원래 ‘신남’역이었는데 ‘봄봄’의 김유정이 살았던 실레 마을이 있던 곳이라 국내 최초로 인명을 딴 역명으로 고쳤다. 역은 2개다. 괄괄한 ITX청춘이 쏜살같이 내달리는 경춘선 역도 있고 지금은 폐역이 된 구 역사가 있다. 김유정역에서 내려 폐철로를 걷다 보면 인형의 집처럼 앙증맞은 김유정역이 나온다. 이 역사(驛舍)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역사(歷史)가 깃들었다. 신문 한 장을 모두 펴기에도 좁은 작은 역사 안에는 옛 열차시간표, 역무원 소품을 비롯해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인근에는 김유정의 삶과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폐병에 걸린 춘천 태생 스물아홉 살 소설가는 운명하기 열흘 전 친구에게 편지를 남겼다. 가난과 병마와 싸우던 그는 소설 번역이라도 하겠다고, 그래서 돈이 생기면 닭도 사고 구렁이도 사서 삶아먹고 어서 나아야겠다고 썼다. 그러나 답장이 닿기 전에 김유정은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의 작품엔 ‘나’와 ‘점순이’가 자주 등장한다. ‘봄봄’에도 나오고 ‘동백꽃’에도 있다. 주요 명장면을 조각으로 만들어놓았다. 점순이가 아직 키가 작아 시집을 못 보내니 클 때까지 일을 더 시키던 ‘열정 페이’ 봉필 영감(‘봄봄’)도, 괜스레 ‘썸타기 위해’ 애꿎은 닭싸움을 붙이던 또 다른 점순이(‘동백꽃’)도 정원을 지키고 있다. 신남마을 레일파크에 따뜻한 늦가을 볕이 한 가득이다. 책 모양 건물 옆을 지날 제 낙엽이 날고 있다. 분명히 가을인데 봄기운이 돈다. 기이하다. 봄내(춘천)골은. 시인 유안진은 말했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고.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이니까.”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옛날식 석쇠 닭불고기·뉴욕치즈 여신버거·감자빵… 강추! 춘천 8味■샘밭막국수=숯불닭갈비와 막국수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풍경맛집. 주차장도 널찍하고 실내공간도 넓어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적합. ■이디오피아 벳=정통 에티오피아 원두 로스팅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 직접 내리는 드립커피① 한잔에 공지천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곳. 무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원조숯불닭불고기=옛날식 석쇠 닭불고기(②닭갈비)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노포. 뼈의 유무와 내장과 살코기, 오돌뼈 등 다양한 부위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예전부터 춘천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한잔 코스로 인기를 이어 오고 있다. 숯불에 올린 신선한 닭고기가 전국 어디서도 쉽게 보기 힘든 맛의 세계를 선사한다. 춘천 아니랄까 봐 곁들이는 된장과 막국수도 전문점 정도는 한다. ■라모스버거=3대가 하는 햄버거 노포. 번부터 패티, 소스까지 수제로 만들어 다양한 테마로 즐길 수 있다. 치즈를 듬뿍 끼얹은 뉴욕치즈의 여신버거③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팔도실비집=애막골에서 전국 맛을 즐길 수 있는 실내포차. 대구 북성로 불고기부터 서울식 소불고기, 오징어숙회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동춘횟집=춘천댐 매운탕골에 위치한 민물고기 매운탕 맛집. 룸과 평상으로 구성돼 여유 있게 한끼 즐길 수 있는 곳. 송어회 등 회와 쏘가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잡어 매운탕이 있다. ■감자밭=감자와 똑같이 생기고 속은 더욱 맛있는 감자빵④을 파는 집. 쫄깃한 겉에 부드럽고 진한 감자맛을 내는 소가 들었다. 실내외 카페 공간이 있어 한숨 쉬어 가기에도 좋다. ■동해막국수=남춘역 앞에서 오래 운영해 온 막국숫집. 메밀 함량 높은 막국수에 감자전, 묵 종류가 있고 춘천식 메밀총떡도 판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어느 날 번역가가 모두 사라진다면/번역가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어느 날 번역가가 모두 사라진다면/번역가

    2014년 더이상 번역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적이 있다. 거래하던 출판사에서 형편이 어렵다며 번역료를 깎겠다고 나선 것이다. 출판사 사정이야 모르는 바 아니라 “어쩔 수 없죠, 뭐.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라고 대답은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자 울컥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번역을 시작한 지 15년. 그간 출간한 번역소설도 60여권이니, 이 바닥에선 어지간히 뼈가 굵었건만 번역료가 오르기는커녕 이런 식의 후려치기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다니. 더욱이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점점 어려운 원서만 맡기는 바람에 번역료 수입도 줄어들던 터였다. 결혼한 지 20년. 이놈의 번역에 목을 매다가는 평생 남편 노릇도, 아버지 노릇도 변변히 못하겠다 싶었다. 나는 다음날 거래하는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책을 돌려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 후 세월은 흐르고 난 여전히 책을 번역하면서 지낸다.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나이 들어 어디 취직하기도 어렵고 목구멍은 포도청이라 은근슬쩍 은퇴를 번복하고 만 것이다. 난 그나마 형편이 나은 경우다. 지금껏 일거리가 끊긴 적은 없고 그 이후 번역료가 오르지는 않아도 더이상 깎이지도 않았다. “죽어라 일하면 자기 몸 하나 버틸 수 있어도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건 포기해야 하는 직업, 번역가”가 정설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전문, 전업으로서의 직업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 과외로 다른 일을 하든가, 아니면 나처럼 가족의 수입에 기대어 살고 있다. 최고 수준의 외국어와 우리말 능력, 풍부한 전문 지식과 상식을 갖추어야 가능하다는 직업치고는 참으로 초라하기가 짝이 없는 성적이다. 2018년 잡코리아의 설문조사는 10년 내에 사라질 직업 1위로 ‘자랑스럽게’ 번역가를 선정했다. 인공 번역기의 눈부신 발전이 그 이유란다. 내가 보기에 인공 번역기로 출판 번역을 대체하려면 100년은 기다려야겠지만 그것도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선행될 때 얘기다. 구글의 번역 최고 담당자 마이크 슈스터도 “보통 기계한테 한 쌍의 언어 번역을 훈련시키는 데 1억개의 학습 사례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실 번역기가 제구실하기 전에 번역가들이 굶어서 멸종할 가능성이 더 크다. 번역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다. 중세는 번역을 통해 휴머니즘에 눈을 뜨고 일본은 메이지유신의 꽃을 피웠다. ‘채식주의자’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좋은 번역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은 번역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고민을 하지 않는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우리나라에선 닌텐도를 만들지 못하느냐?”며 관료들을 야단치고, 국감장에서는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힐난하듯 “왜 번역이 개판이냐?”고 번역가를 욕하고 따질 뿐 그간의 사정과 이유에는 다들 고개를 돌리고 만다.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우석대 박상익 교수의 애원도, “번역가를 전문가로 여기고 정신적ㆍ물질적 대우를 해 주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라”는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호소도 그저 업계의 한탄에 그치고 만다. 출판 번역이 왜 자꾸 뒷걸음질치는지는 나를 보면 안다. 20년 동안 90권 넘게 번역을 했지만 지금도 한 달 수익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제법 잘나간다는 내가 그럴진대 누가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 하겠는가. 날림 번역으로도 먹고살기 어려운 판에 어느 누가 소명의식을 갖고 작업에 임하겠는가. 번역도 출판의 일부이니 출판사가 어려우면 어쩔 도리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으면 나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따금 잡코리아의 예언대로, 10년 후 번역가가 모두 사라지고 난 후의 세상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 세상이 오면 난감해지는 건 그저 출판사뿐일까.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무고할까. 그런 세상을 상상할 때마다 슬며시 미소 짓는 것은 순전히 내 심술 탓만일까.
  • 한국외대, 개교 67주년 기념식 개최… 외대상 수여식도

    한국외대, 개교 67주년 기념식 개최… 외대상 수여식도

    한국외국어대학교(HUFS·총장 김인철)는 오는 10일 글로벌캠퍼스 백년관 국제세미나실에서 개교 67주년 및 글로벌캠퍼스 41주년 기념식을 열고, 한국외대의 명예를 높인 공로자에게 ‘외대상(HUFS Awards)’을 수여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외대상 수상자는 ‘개교 67주년 HUFS Awards’ 수상자 송용덕(영어 73)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글로벌캠퍼스 41주년 HUFS Awards’ 수상자 김상국(말레이·인도네시아어통번역 84) 비타민하우스㈜ 대표이사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호텔롯데 원년멤버로 시작, 2011년 러시아 롯데루스(RUS) 대표, 2012년 호텔롯데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국내 최고층 시그니엘서울도 송 부회장의 작품으로 경영활동을 통한 기업과 국가 브랜드 세계화 등의 공로가 인정됐다고 한국외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상국 비타민하우스 대표이사는 국내 처음의 숍인숍 시스템, 상담영양사 제도, 맞춤형 비타민 개발 등 좋은 제품과 창의적 마케팅으로 비타민하우스를 성장시키고 설립 20년 만에 (국내 기술력으로) 제조부터 유통까지 책임지는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도약시켜 한국외대의 명예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날 개교기념식 행사는 외대상 시상식 외에 ▲한국외대의 발전상과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 상영 ▲글로벌캠퍼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획전시전 개최 ▲각국의 특색을 담은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전통 민속 춤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글로벌캠퍼스 41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우표도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해온 글로벌캠퍼스 개교 41주년을 기념하며 용인동부경찰서 모현파출소, 용인소방서 모현119 안전센터, 한국외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 감사패와 공로패를 수여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글로벌캠퍼스는 향후 대학이 위치한 모현읍을 캠퍼스 타운으로 조성해 세계인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21세기는 모든 문화·예술이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따라 제3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예문화 역시 쇠퇴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서예문화 개혁의 선구자 송하경(82.강암서예문화재단이사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서예는 결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며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해야 한다”고 밝혔다.송 교수는 ‘신서예문화정신’을 가치의 경계, 과거의 권위, 장르간 구분을 무너뜨리고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 창작하는 서예로 정의한다. 전통서예가 떠받들어온 서체와 법첩에 얽매여 답습하는 학습방법도 타파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일정한 정형이 주어진 속에서 서예가 보다 발전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현과 소통을 중시하는 20세기 중반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이 서예 역시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깨어있는 일반대중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 내려와 집필활동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 중인 송 교수는 “서예는 오랫동안 안일 속에서 서예문화를 주도하여 오다가 스스로의 정체된 권위에 의해 자기소외를 자초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통과 첨단의 융합, 열린 사고, 대중 친화적 변화를 서예발전의 새로운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서예도 문자발명기의 ‘제1서예발상시대’, 종이와 활자 발명기 ‘제2서예전성시대’를 거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한 ‘제3의신서예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와 융합도 허용되는 열린 마음의 신속미(新俗美)적 서예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의 신속미적 서예는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로 대중 친화적 서예의 미적 가치나 형식을 말한다. 진심·진정성으로 이루어지되 맵시 있고 단아하며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형식이다. 다음은 송 교수와 일문일답.-초대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어느덧 13회를 맞았다. 예향 전북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서예협회 창립으로 한국서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일대 개혁이고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예인구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절실했다. 199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국내외 서예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대회 문화행사의 하나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첫발을 내딛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 단일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 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을 문화 중심지로 내세울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행사다. 서예가 없으면 동아시아 기록문화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독보적인 행사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행사 초창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훌륭한 작가들이 앞다투어 참여하기를 원할 정도였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계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서예문화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참가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 지면서 아시아권 문화로 인식되어 온 서예의 전통과 문화적 배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성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시대정신을 반영함과 동시에 앞서가며 서예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성장하고 있어 서예의 창신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행사를 지자체가 주도해 이끌어왔다. 국가적인 행사로 승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기획이 필요하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개혁의지가 강하고 영향력 있는 조직위원장을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기반으로 문화의 격을 높이고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유명한 학자·예술가는 돈을 들인다고 나오지 않는다. 타고난 천재성, 살아움직이는 천기를 가지고 나와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유하는 예술가를 내치거나 깎아내리지 말고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내야 한다. 또 추사, 김생, 창암 등 큰 인물의 서예정신을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서예는 학술을 수반해야 하는만큼 이또한 중심 역할을 해야한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가들만의 축제로 인식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21세기는 ‘대중’에 의한 ‘대중지배’의 ‘대중문화시대’이다. 서예가 소수의 인문학적 지식집단의 여기예술(餘技藝術)에 머물고 일반대중 감상자의 심미의식이나 심미기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서예도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순응하며 대중과 함께 역동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이 시대의 서예 감상자,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쌍방소통의 시대다. 서예 창작활동은 물론 서예 감상활동 역시 미의 능동적인 생산활동이다. 감상자도 서예창작주제의 생산활동을 함께하는 창조적 참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예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신서예문화정신’이 요구된다.” -‘신서예문화정신’이란 무엇인가. “열린 마음의 서예정신이요, 열린 조형의 서예정신이다. 신서예정신은 애초부터 서예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고전서예가 문장의 의미 전달과 서예가의 인격 표현으로서 기의활동(記意活動)에 중심이 놓여졌다면 신서예에서는 고전적 기의활동과 함께 문자의 조형적 기표활동 및 역동적 유희활동에도 주목한다. 신서예정신은 가독성과 일회성이 부정되지 않는 모든 양식의 서예활동을 포용하고 아우르고 긍정하는 입장에 선다.”-전통과 고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인가. “아니다. 신서예정신에서의 ‘신’은 반전통·반고전적 의미로서의 ‘신’이 아니라 전통과 고전을 새롭게 음미하고, 반성하고, 재해석하고, 창신하여 과거보다 더 참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의미의 ‘신’이다. 항상 전통과 고전을 전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서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적 신서예정신은 과거의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전통적 고전서예에서 표현하려 하지도 않았고 표현하지도 못했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하고자 하는 ‘열린마음’의 서예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변화와 융합의 정신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요 동시에 21세기 신서예정신이기도 하다.” -21세기를 맞아 전통적인 고전서예가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는. “문자 자수의 유한성, 서체변화의 무표정성, 필획운율의 고착성이 가장 큰 문제다. 문장내용의 난해성, 창작방법의 고루성, 심미표현의 단순성으로 전문예술인들이 매우 식상해하고 일반대중들로부터는 소외당하는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전통서예가 세계적인 예술로 재도약 하는게 과제다 “오늘날 정보화·세계화 시대는 ‘열린마음’의 시대다. 이 시대에서는 기존 문화의 이성적 형식화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21세기는 동서양의 경계, 예술 각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탈 권위·탈 중심 현상이 일어나며 과거의 중심 문화가 밀려나고 오히려 주변부 문화가 각광을 받게 된다. 순종 보다는 잡종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서예문화 또한 이러한 사조의 영향과 경향으로부터 결코 독립될 수 없다.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거나 철저히 독립되고자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화경쟁의 시대 속에서 스스로 쇠멸과 소외를 선택하는 것이다.” -열린마음의 시대에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온고(溫故)와 지신(知新), 법고(法古)와 창신(創新), 거고(據苦)와 용신(用新), 전통과 첨단의 조화·공존이라는 틈새 속에서 고뇌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선과 악, 미와 추 등과 같은 가치문제에서 그 경계를 타파해야 한다. 가치문제에서 경계 구분은 한낱 작가나 개인이 가지는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서예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술가에 비해 서예가는 더 선비적이고 인격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든지, 어떤 서체와 누구의 서예가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답다든지 하는 시비와 논란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예문화와 서예가는 과거의 전통이나 서법으로부터 한결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일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서예문화 전 분야에 걸쳐 그 내용과 형식, 그 양과 질의 차원에서 변화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대이다.” -자칫 서예의 장르 자체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장르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문화 이분법이다. 열린마음의 세계에서는 오로지 서예만 있을뿐 전통서예니 현대서예니 하는 구분은 없게 된다. 반드시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사보에 의해서 창작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펜이든 칼이든 문자를 써서 확실한 문자예술을 창출하면 곧 서예일 수도 있다. 서예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존의 서체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형식과 서체를 중시하는 서예의 학습과정도 변화의 대상인가.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예·해·행·초 등 5체와 왕희지체 등 대표적인 법첩속에 서예가가 되는 모든 길이 간직되어 있는 것처럼 떠받들어 오고 있다. 한점, 한획이라도 벗어나고 어긋날세라 마음을 조린다. 그러나 그것들은 초기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하나의 참고서일 뿐이다. 오히려 기존의 법첩, 법서들이 진정한 의미의 서예창작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예는 점과 획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우연의 예술이다. 예술의 창작은 이미 이루어진 기존의 것을 재현하고 반복하고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해체하여 타파하는 활동이다. 스승이 써준 체본을 닮아보려고 베껴쓰는 일은 부질없다. 그 이미지를 작가의 개성과 상상력으로 재해석하고 자기화 시켜 창작해야 한다. 서예가들의 열린사고로의 전환과 부단한 시도 여하에 따라 서예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맞이할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서예와 다른 문화와 융합이 가능한가. “서예가 과거의 전통적인 영역만 지키면서 순수성이라 내세울 이유도 없다. 과거의 영역과 틀을 뛰어넘어 음악과 만나고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복식, 연극, 문학 등과 만나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아 서예의 영역, 내용, 형식상에서 확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서예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환상의 서예세계를 이루어낼 수도 있고 구체적인 현실생활의 실용예술로 승화발전시켜낼 수도 있다. 이제 서예문화는 그 모든 면에서 영역의 외연을 확대하고 내포를 심화시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서예의 개념이 형성될 시대에 와 있다. 서예영화, 서예 소품·복식·음악 상품화, 위대한 서예가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 공모전도 가능하다.”-신속미적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신속미적 서예란 열린마음으로 이루어내는 열린 조형의 서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전통형식의 전아미(典雅美)와 속미(俗美)가 조화를 이루고,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금을 초월하는 서예를 말한다. 만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서예,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참된 서예다. 일심(一心)의 진정성으로 이루어지는 서예, 문장 해독이 어렵지 않고 감상하기 쉬운 서예, 자연스럽고 청순하여 부담감을 주지 않는 서예라고 말할 수 있다.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서예,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서예다. 가장 특징있는 서예로 영상서예를 꼽고자 한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고 그 위력은 엄청 크게 발휘될 것이다.” -서예를 감상하는 법은. “문장의 뜻을 모르고 감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가만히 바라보면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 심상, 즉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형태나 조형성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마음으로 감상하면 된다. 착시현상이 올 때까지 명상을 하면서 바라보면 작가의 마음과 모습, 정신활동이 암암리에 느껴진다.”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서예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문자 속에 사상이 들어가 있다. 문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신문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보의 엑기스가 담겨 있고 시대의 흐름을 알수 있다. 서예는 고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글귀를 자주 접해야 한다. 요즘은 번역본도 많다. 곁에 놓고 시간 날 때 마다 펴보면 된다. 쓸모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 자신을 상실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모른다. 서예의 생명은 결국 내 생명이다. 건강을 위해 자연과 많이 접하면 서예도 자연과 경계가 없어지면서 화해(和諧)를 이루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미국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열풍이다. 핼러윈을 맞은 거리의 노점상들은 드라마 속 초록·분홍색 유니폼을 팔았고, 한국관광공사가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연 오징어 게임 체험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3115명이 몰렸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도 예약이 폭주하면서 전시 기간을 올해 말까지 2개월 이상 연장했다. 필수 코스는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인 이정재나 이병헌의 사진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꼽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은 한국 콘텐츠의 독특함이었다.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자신들의 가치를 전파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달리 극심한 빈부격차와 약육강식 등 사회의 단면을 날것으로 보여 주면서도 가족애를 놓지 않는 ‘모순의 조화’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한마디로 신선하죠. 코미디와 비극의 조화, 가벼움과 어두움의 조합이 너무 독특합니다.” 배리 사바스(전 21세기 폭스 수석부사장) 미국 영화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열풍에 대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을 돌파하는 법을 알아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 감탄한 한국 영화가 ‘올드 보이’(박찬욱 감독)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좋아한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쌓여 온 성과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TV 드라마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미국 현지에서 연령 불문이다. 달고나를 사기 위해 제과점에 줄을 서고, 달고나 조리법을 알려 주는 동영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진행한 ‘오징어 데이트 게임’에는 2000여명의 청춘남녀가 몰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3분씩 대화만 하는 만남을 반복해 가장 많은 호감을 얻은 이들이 총 5000달러(약 585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인 ‘오징어 게임 코인’까지 등장했다. 뉴욕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류가 기원전(BC)과 기원후(AD)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고, 한국이 얻을 미래의 관광수입 등을 감안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다만 미 언론들은 콘텐츠 속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주로 조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큰 승리지만 전 세계에 한국의 어두운 면을 노출시켰다”며 “도박 중독인 주인공 성기훈이 어머니에게 2만원을 건네는 장면은 일본, 호주, 스페인보다 불평등이 더 심한 나라에서 가난한 이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와 마찬가지로 성기훈이 서울 쌍문동의 반지하에 사는 것에 대해 한국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만들어 낸 독특한 주거 문화라고 했다. 반면 한국 콘텐츠 속 소득불평등을 전 세계 시청자를 불러모은 비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바스 교수는 “한국 콘텐츠에는 소득불평등이라는 무거운 문제의식 속에 ‘가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어두움과 밝음의 조합은 한국 콘텐츠만의 독특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소수의 스타 감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다르게 봤다.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앤드 새클러 갤러리의 톰 빅 큐레이터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그간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 등 스타 감독들의 장편 영화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낙수효과를 만들었으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사바스 교수는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은 재능 있는 한국 감독이 너무 많아 한국 콘텐츠의 유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자막 문제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보는 경우가 있었다. ‘형·오빠’ 같은 호칭을 사람 이름으로 대체한 것,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을 옮긴 9화의 제목 ‘원 러키 데이’(One Lucky Day)의 의미 전달, ‘깐부’를 ‘gganbu’로 번역한 것 등을 감안할 때 한국적 특수성을 담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한류문화 전문가인 시더바우 새지 부산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막 제작비를 더 투입해야 한다. 또 한국 드라마의 세계 진출로 관련 산업의 고용 창출이 늘고 있는데, 주연 외에 뒤에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바스 교수는 “번역상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전달되기 때문에 번역을 큰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미국은 그간 미국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소프트파워라는 이름으로 수출했지만 “부의 불평등을 다루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한국 문화와 상품을 알리고 있지만) 고전적 의미에서 소프트파워와 거리가 멀다”며 독특한 위상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초기에 대형 투자를 하는 대신 추가 수익을 독점하는 식이다. 또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모두 소유하기 때문에 한국 제작사가 콘텐츠 개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가디언은 최근 “나는 부자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내게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원래 계약에 따라 지불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말을 전하고, ‘그건 불공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00억원 선이지만, 넷플리스는 1000배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반면 넷플릭스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투자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직접 개입하거나 제작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제작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흥행작 따라 하기’는 삼가라고 조언했다. 새지 교수는 “한국 제작사들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는 상상 속의 해외 관객들을 만족시키려고 지나치게 암담한 이야기에 치중할까 우려된다”며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호러’가 아니라 완성도 높은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연기력으로 성공했다”고 했다. 또 한국의 기업들이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맞서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시장 및 자본 규모, 언어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창의적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만들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외 미술, 무용, 클래식 음악 등 순수예술 분야를 신한류로 육성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빅 큐레이터는 “중국과 일본 정부가 콘텐츠의 내수시장에 집중했다면 한국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수출 노력에 집중해 왔다”며 “이렇게 형성된 대중문화의 인기가 향후 해외에서 한국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울이란 이름의 고통… 여성 내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울이란 이름의 고통… 여성 내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출판계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여성의 우울과 광기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와 화제다. 지난 4월 ‘여자라서 우울하다고?’(개마고원)가 출간된 데 이어 지난달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이 나왔다. 20년 전 번역됐다가 절판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도 지난달 독자 북펀딩으로 재출간됐을 정도로 ‘미친 여자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재부상) 이후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지던 여성의 우울을 사회적 맥락에서 다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는 진단한다. 두 저자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미괴오똑’의 저자 하미나 작가는 여성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활동가로 지내다 스스로와 20~30대 여성들의 우울증에 관한 연구로 과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자라서…’를 쓴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에서 성불평등하게 찾아오는 우울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미친 여자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각각 “2015년 ‘메갈리아 세대’가 나오며 등장한 여성 운동 덕으로 자기가 가진 고통과 광기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하 작가), “여성의 우울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던 뇌과학, 심리학 담론들에서 ‘정말 그런가’라는 다른 각도의 질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 교수)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정말 여자가 남자보다 더 우울한가요.이민아 실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1.5~2배 많아요. 우울증으로 병원에 가는 사람만 따지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남성은 ‘강한 남성상’에 대한 규범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안 간다는 거죠. 그러나 병원 가는 사람들 외에 일반인들의 정신 건강을 연구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여성의 우울, 슬픔의 수준이 높아요. 그렇다면 우울증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왜 여성이 남성보다 좀더 슬픈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아봐야 하는 거죠.하미나 선생님과 우울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데요. 여성 우울증에 관한 해석은 사회학, 인류학, 과학기술학, 의학 등 엄청나게 많고 분과마다 접근법이 달라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울증 통계를 처음 냈을 때 전 세계 어디서도 연령과 상관없이 항상 여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후 많은 연구들이 이를 설명하려고 했고, 사회적 측면에 주목하거나 여성 호르몬의 문제로 보는 경우도 있었죠. 저는 석사 논문을 쓸 때 우울증을 체크하는 자가검진 리스트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이 만들어진 과정에 집중했었는데요. 이들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항우울제가 만들어지던 역사와 같이 가더라고요.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체크 리스트가 필요한데 당시 피험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거예요. 저는 같은 우울이라고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게서 발현되는 양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우울증과 관련된 지식이 여성을 포섭하기 좋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고 있어요. 여자들 얘기를 듣다 보면 “우울인 줄 알았는데 분노였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장형윤(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선생님이 “분노가 내면을 향하는 것이 우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분노는 남성과 여성이 다 가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가의 문제인 거죠. 한쪽은 자기를 파괴하는 방식, 우울하고 슬픈 방식으로 발현이 되고 한쪽은 폭력을 행사하잖아요. 여자들에게 “나랑 왜 안 자” 하면서. 이 동의해요. 우울증이라는 게 여성의 감정을 질병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우울도 많다는 거예요. 극복 가능한 것을 질병화하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약이나 기타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만약에 남성은 공격성이 많고, 여성은 자기 탓을 하면서 우울로 간다고 해버리면 남성과 여성이 가진 고통의 무게가 무화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남성과 여성이 사는 게 다 힘들다’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가’라는 측면에서 실재하는 고통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 맞아요. 실제로 책의 그 부분을 쓰면서 엄청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게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고통의 무게가 무화된다고 하셨는데, 되게 동의하고 사실은 더 힘들다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끊임없이 누가 더 힘든지를 말하며 피해의 나열을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건 페미니즘의 역사 안에서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힘들었던 수렁 같은 부분이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들이 가진 주체적인 모습을 발견해 부각하고 싶었어요. 이 작가님과 제가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고민의 지점은 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 여자가 더 힘들어”에서 끝나면 안 되고 그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하는 거죠. -우울의 양상에 있어서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을까요. 하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을 믿어 주지 않는 사회 환경이 고통을 심화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20~30대 여성 우울증에 대해 썼잖아요. 이걸 얘기하려고 하면 꼭 “그럼 40대 여성은? 애 여러 명 낳고 전쟁 겪은 70대 여성 노인이 훨씬 고통스러운 거 아니야?”라는 문제가 걸려요. 왜 근데 ‘2030’ 여성이 더 죽을까, 더 힘들어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인터뷰했던 우용, 다빈이라는 분이 하는 얘기가 생존이 너무 급박할 때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고 산다는 거예요. 근데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나니 어렸을 때부터 쌓였던 고통이 갑자기 폭발하듯 나타났대요. 되게 아이러니하잖아요. 비슷하게 젊은 여성들의 우울을 보면서 세대가 누적된 문제라고 느끼거든요. 자기 딸에게 화를 풀어내는 ‘미친 엄마’와 그걸 온몸으로 받은 여자들, 이렇게 너무나 억울한 여자들의 연대가 쭉 이어지는 거예요. 젊은 여성들이 좀더 많은 자원을 가졌고, 여성의 고통을 사회화해서 볼 줄 알게 되면서 고통이 더 강하게 오는 거 아닐까요. 너무나 빨리 성장해 오는 바람에 애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던 여자들, 스스로를 돌볼 줄 몰랐던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는 여자들을 봤을 때 “네가 뭐가 아파?” 하게 됐던 거죠. 이 저는 약간 결이 다른데, 중장년층과 노인 여성들도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말할 기회가 없었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나라 역사는 빨리 근대화되면서 여성의 희생으로 성장한 사회나 마찬가지예요. 모성의 희생이 있어야 했고, 산업화 시절에는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공장 다니던 여성들이 있었죠. 근데 나이 들어서 발견한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이에요.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통제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남녀가 반반인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통제력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돈이든 스스로에 대한 권리든 말이죠. 청년 여성들도 굉장히 힘든 것이 이들에게는 경제활동을 하는 게 당연해서 애 낳아 기르는 어머니와는 다른 미래를 그리는 세대잖아요. 이러한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욕망이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한편 사회는 그것보다 느리게 변해요. 현실과 생각 간의 간극이 커져서 일종의 아노미 또는 정신적 긴장 상태가 될 수 있어요. 분노이거나 우울, 번아웃일 수도 있는 다양한 감정이 생기는 거죠. -여성들의 우울에 대처하는 사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이 첫째,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해서 경제력을 갖는 거예요. 그래야 개인 스스로나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많이 갖는 여성들이 증가할 거고요. 두 번째로는 여성에게만 부과됐던 돌봄을 나눠야 해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마지막으로는 성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여성들이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항상 약간의 긴장 상태에 있다고 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사회화가 있잖아요. “몸 조심해라” 같은 것들이요. 스스로 인식은 못 하고 있을지라도 이런 것들이 기저에서부터 긴장을 발생시키거든요. 이걸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다면 나라별로 성범죄율이 똑같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이걸 문제제기하는 정치인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 복잡하고 입체적인 문제에 대해 한두 문장으로 말하기가 난처한데요.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간단한 답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르몬 때문이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굉장히 끈질기게 묻고 답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직접 참여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권위 있는 연구자가 아닌 당사자들을 불러서 정치를 하게 하고, 돈을 줘서 고용하고 말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눈으로 그들이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건 사실 다 바꾸는 것이니까요. -우울을 겪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고통이 나 자신으로부터 연유한 게 아니고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닫고 거리두기를 하는 거예요. 사회가 느리게 변한다는 얘기를 아까 했는데, 어떻게 보면 빠르게 변화하기도 하거든요.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30년, 50년 후에도 상황이 똑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평등의 입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많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다 보면 내가 중장년층, 노인이 됐을 때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거라는 거죠. 하 저도 낙관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오랫동안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 줄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내가 쓴 이야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해 줄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계속 실패했었어요.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는데 어느 순간에 ‘내가 찾는 게 없으면 그냥 내가 만들면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이후에는 제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아니라 저랑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요. 찾는 게 곁에 없으면 그냥 만들면 돼요.
  •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하는 강서 행복한 인문학당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하는 강서 행복한 인문학당

    서울 강서구는 주민 인문학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행복한 인문학당’을 개설해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 강서 행복한 인문학당은 강서구 대표 강좌로 주민들이 행복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5년부터 연 2회씩 정기강좌를 마련해 고정 수강층을 확보해 왔다. 지난 상반기엔 영화를 주제로 온라인 강좌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강좌도 상반기에 이어 영화를 주제로 연출, 장치, 번역, 평론 등 영화 전반에 관해 다룬다. 강의 주제는 ▲시대를 보여주는 결정적 한 장면(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영화 속 음식 이야기(푸드 스타일리스트 정영선) ▲영화에서 훔치고 싶은 것들(번역가 이미도) ▲좋은 영화를 향한 지도(영화평론가 이동진) 등이다. 교육은 오는 26일부터 4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네이버 밴드를 통해 진행된다. 강서구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30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신청은 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강서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수강료는 1만원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호응에 힘입어 더 깊이있는 테마로 영화 인문학 강좌를 준비했다”며 “삶의 지혜를 넓히고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니 주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 50대 아줌마는 소개팅·열애 하면 안 되나요

    50대 아줌마는 소개팅·열애 하면 안 되나요

    스무 살 때 등 떠밀려 나간 선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한 50대 아줌마 이소연은 노름에 빠진 남편에게 질려 이혼했다. 건물 화장실 청소일을 하는 소연은 바람기 있는 관광나이트 웨이터 종석씨와 10년 가까이 사귀고 있지만, 정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한다. 음악을 한다는 막내아들은 독립할 생각을 안 하고, 용역업체 소장은 툭하면 해고 협박을 일삼는 추잡한 인간이다. ●김금숙 작가 ‘풀’ 이어 2년 연속 수상 “미디어에 등장하는 엄마는 대부분 희생이나 모성애가 앞서지만, 중년 아줌마도 소개팅하거나 파이팅(열정) 넘치는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마영신(39) 작가는 ‘엄마들’(휴머니스트)에 바로 그 모습을 담았다. 2015년에 국내 출간된 뒤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번역돼 나온 ‘엄마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비상 ‘2021년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에 선정됐다.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하비상은 지난해 김금숙 작가 ‘풀’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만화가의 품에 안겼다.●“한국 노동자 아줌마 해외 신선한 반응”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마 작가는 “한국 노동자 아줌마의 현실과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 ‘캥거루족’ 등의 소재가 해외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통해 저 자신도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들’에는 주인공 소연과 친구 3명이 펼치는 사랑과 불륜, 배신과 노동 이야기가 생생하다. 소연은 현재 60대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작가의 어머니 모습을 80%가량 투영한 캐릭터다. 엄마가 주인공인 만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아들이 요청하자 어머니는 자신과 친구들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 주었다고 했다. 작가는 2007년 데뷔한 이후 ‘남동공단’, ‘아티스트’처럼 현실적이고 사회성 짙은 만화를 발표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만난 온갖 인간 군상을 만화에 담았다고 한다. ●“아무리 의미 있어도 만화는 재미” 하지만 마 작가의 우선순위는 ‘재미’다. 그는 “제 정치적 성향은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의미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만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유의 소재 발굴 능력과 현실적 심리 묘사의 비결에 대해 그는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남혐·여혐 논란 등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요즘처럼 작품 활동하기 어려운 때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요인은 국내 지상파 방송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여과 없는 표현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 하비상 받은 ‘엄마들’ 마영신 작가 “중년 아줌마 열정 넘치는 연애 보여주고파”

    하비상 받은 ‘엄마들’ 마영신 작가 “중년 아줌마 열정 넘치는 연애 보여주고파”

    스무 살 때 등 떠밀려 나간 선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한 50대 아줌마 이소연은 노름에 빠진 남편에게 질려 이혼했다. 건물 화장실 청소일을 하는 소연은 바람기 있는 관광나이트 웨이터 종석씨와 10년 가까이 사귀고 있지만, 정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한다. 음악을 한다는 막내아들은 독립할 생각을 안 하고, 용역업체 소장은 툭하면 해고 협박을 일삼는 추잡한 인간이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엄마는 대부분 희생이나 모성애가 앞서지만, 중년 아줌마도 소개팅하거나 파이팅(열정) 넘치는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마영신(39) 작가는 ‘엄마들’(휴머니스트)에 바로 그 모습을 담았다. 2015년에 국내 출간된 뒤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번역돼 나온 ‘엄마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비상 ‘2021년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에 선정됐다.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하비상은 지난해 김금숙 작가 ‘풀’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만화가의 품에 안겼다.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마 작가는 “한국 노동자 아줌마의 현실과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 ‘캥거루족’ 등의 소재가 해외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통해 저 자신도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들’에는 주인공 소연과 친구 3명이 펼치는 사랑과 불륜, 배신과 노동 이야기가 생생하다. 소연은 현재 60대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작가의 어머니 모습을 80%가량 투영한 캐릭터다. 엄마가 주인공인 만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아들이 요청하자 어머니는 자신과 친구들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 주었다고 했다.작가는 2007년 데뷔한 이후 ‘남동공단’, ‘아티스트’처럼 현실적이고 사회성 짙은 만화를 발표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만난 온갖 인간 군상을 만화에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 작가의 우선순위는 ‘재미’다. 그는 “제 정치적 성향은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의미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만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유의 소재 발굴 능력과 현실적 심리 묘사의 비결에 대해 그는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남혐·여혐 논란 등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요즘처럼 작품 활동하기 어려운 때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요인은 국내 지상파 방송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여과 없는 표현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사이비가 사이비에게 호통치는 사회/번역가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사이비가 사이비에게 호통치는 사회/번역가

    옛날 얘기다. 어느 날 선배가 “너 종교 없지? 나랑 대순진리회 다니자”란다. 그때는 종교재단의 교육기관에 취업하려면 꼭 신자여야 하고 전도 능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배는 교수직을 위해 실적이 필요했고 평소 존경하는 선배인지라 나도 그러마고 대답했다. 나야 그때나 지금이나 무신론자이지만 그래도 선배를 따라 2주에 한 번쯤 기도관을 오가며 종교 활동도 했다. 2년쯤 후 담당자가 나를 부르더니 교적을 지울 테니 이제부터 나오지 않아도 좋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당신은 종교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우라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설교에도 감화하는 기미가 없자 결국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비사회적, 반윤리적인 교리는 듣지 못했고 내가 쓴 돈도 2주에 한 번 1만~2만원의 헌금이 전부였다. 소문과 달리 그들도 악마는 아니었다. 조교 시절 젊은 흑인이 과사무실로 찾아와 편지를 해석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통일교에서 보낸 우리말 편지였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내용도 모른 채 편지 한 장만 믿고 무조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나는 부족한 영어로 내용을 설명한 다음 “왜 통일교를 믿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당시만 해도 통일교를 이단, 사이비종교쯤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남자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내 얘기를 들어준 유일한 종교였어요.” 그러고 보니 나도 대학 시절 천주교에서 영세도 받고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세례명은 안셸모였다. 역시 2년쯤 후 포기했는데 이유는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였다. 그 기간 동안 내게 다가와 말을 건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4월 초파일 가평의 한 사찰에 갔더니 종무소 앞에 이런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기와 한 장을 시주하신 공덕은 여러 생 동안 집 없는 업보를 면하게 하고 … 태어나는 세상마다 좋은 집안에 태어나는 복을 누리게 합니다.” 인간의 욕심과 두려움을 이용해 돈을 벌려면 교육과 종교가 최고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부추길 줄은 몰랐다. 그날 아내는 기와 한 장에 불전함 3000원을 더해 1만 3000원의 욕망을 구입했지만 우린 여전히 무주택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소설 ‘더 라인 비트윈’(The Line Between)의 저자 토스카 리는 사이비종교의 특징을 이렇게 나열했다. “억압, 비판적 사고 및 질문 금지, 비밀주의, 친구와 가족들과의 단절, 특권을 내세워 지속적인 숭배를 요구하거나 굴종을 강요하는 절대적 지도자, (금전적, 신체적, 성적) 착취, 배교자 응징….” 그런데 이런 특징들이 속칭 사이비종교에만 해당할까? 2011년 ‘A선교회’의 B목사와 갈등하며 LA교회 지부에서 활동하던 후배가 느닷없이 국내 강남본부 지하 식당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미국에서 가족과 행복하던 친구가 국내에 왜 돌아왔으며, 왜 교회 지하 식당에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경찰은 부검도 없이 자살로 처리했다. 기독교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을 이단이나 사이비 종파로 규정해 끊어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순진리회나 통일교 역시 같은 잣대를 대야 하지 않는가. 문제가 발생하면 힘없는 종교는 교계 전체의 잘못이 되고, 기성 종교는 일부의 이탈이라고 한다. 조계종은 툭하면 폭력을 동원해 권력 투쟁을 하고, 명성교회는 아들한테 목사직을 세습하고, 순복음교회는 목사 가족의 비리를 덮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전광훈 목사를 끊어내지 못하고, 대형교회의 유명 목사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안수 기도를 한다. 정작 윤 후보의 손에는 무속에서 권유하는 손바닥 ‘왕’(王) 자 부적을 썼는데 말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사이비라 한단 말인가. 10월은 후배가 세상을 떠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형, 명선이와 결혼하는 거 좀 미안하지 않아요?” 후배는 아내와도 절친이었다. 결혼을 앞둔 우리 부부를 보며 활짝 웃던 모습이 더욱 그리운 오늘이다.
  • [열린세상]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박산호 번역가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 사실 이건 단순한 증세가 아니라 고질병에 가까워서 어릴 적에 찍은 사진들, 특히 학교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 나만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거나, 다들 활짝 웃고 있는데 나만 얼음땡이 돼 있었다. 그런 어색하고 촌스러운 표정, 북한 인민군 같은 자세, 나름 노력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포즈를 보다 보면 ‘역시 나는 사진과 상극이야’라는 생각이 더욱더 굳어졌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반사적으로 피하는 바람에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래서 코로나가 전 지구를 휩쓸면서 우리가 기존에 해 왔던 수많은 일의 수행 방식을 전폭적으로 바꿔 놨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비대면 강의 방식이었다. 나는 번역하고 글 쓰는 일 덕분에 정기적으로 강의나 특강을 나간다.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는 번역이나 글쓰기와 달리 간만에 외출해서 콧바람도 쐬고, 평소에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방식이 좋아서 강의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수락했는데. 그토록 좋아하고 반겼던 강의 요청을 요즘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게 다 이놈의 카메라 울렁증 때문이다. 요즘처럼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인원수를 세야 하는 시대에 대면 강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다 강의 요청 횟수도 대폭 줄어들었을뿐더러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강의는 100퍼센트 비대면 강의, 즉 줌으로 진행해야 한다. 카메라 울렁증에다 기계치이기까지 한 나에게 줌 강의를 하란 말은 강의를 하지 말란 말과 동의어였다. 나처럼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사람은 카메라에 계속 비치는 내 얼굴을 보는 것도 곤욕이거니와 그런 이상하고 어색한 내 얼굴을 애써 무시하면서 작게 사각으로 뜬 수강생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반응을 일일이 체크하고, 그 와중에 그들이 올리는 질문이나 코멘트까지 읽으며 강의를 진행하는 건 극한 노동에 가깝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화면을 끈 채 그냥 듣기만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대체 내 말을 이해는 하는 건지, 공감은 고사하고 과연 나와 같이 이 시간을 호흡하고 있는 건지 당최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런 강의는 끝나고 나면 정말이지 영혼까지 탈탈 털리면서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두어 달 전 경기도의 한 책방에서 글쓰기 강의 요청을 받았다. 평소 습관대로 강의 요청서를 얼렁뚱땅 읽은 나는 그걸 대면 강의라고 착각해 버렸다. 그렇게 모처럼 기쁜 마음으로 오전 강의 시간에 맞춰 도착한 서점에서 날 기다린 건 날 반겨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트북에 꽂힌 싸늘하고 까만 카메라였다. 그걸 보는 순간 도망치고 싶었지만 약속이 약속이니만치 꾹 참고 한 시간 반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그 시간은 무척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왜 그 강의는 달랐을까? 배려와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강의 진행자는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화면에 나오게 해서 내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나와 강의를 듣는 사람들 모두 아이들을 키우며 글을 쓰고 있거나 쓰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 시간 반 강의를 순식간에 끝내고 노트북을 끄는 순간 실로 오랜만에 뿌듯하고 보람찬 기분을 느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걸. 서로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고 원활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와 신뢰가 있는 한 대면이건 비대면이건 중요하지 않다. 김지수 기자가 쓴 인터뷰집인 ‘일터의 문장들’에 이런 대담이 나온다. 김지수 기자가 빅데이터 분석가인 송길영에게 왜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종은 집단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요. 섞여서 잘 살려면 상대의 기색을 잘 살펴야죠. 그걸 못하면 서로가 불행해져요.” 코로나 때문에 집밖으로 나오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느라 상대의 기색을 살필 수 없는 시대. 그런데 이번에는 실로 오랜만에 모두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며 그들과 소통하고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배려와 공감 그리고 줌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고마운 일이었다.
  • [특파원 칼럼] 중국에서 실종된 ‘김치’를 찾습니다/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에서 실종된 ‘김치’를 찾습니다/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살다 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많다. 단연 으뜸은 김치다. 베이징에는 한국 식당이 많지만 좋은 김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아내가 김치를 배달시켰다.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최고급 제품이었다. 한 입 베어 물더니 “한국에서 먹던 맛”이라며 즐거워했다. 포장을 찬찬히 살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부터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정했다는 ‘신치’(辛奇·맵고 신기한 음식)는 없었다. 전부터 쓰던 ‘파오차이’(泡菜)로 적혀 있었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중국 홈페이지에서 표기를 바꿨다고 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김치를 신치로 부르거나 쓰는 걸 본 적은 없다. 과거 중국에서 ‘조선족이나 먹는 반찬’이었던 김치는 한중 간 교류가 늘어나면서 위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훠궈나 마라탕이 대중화된 것처럼 이제 중국인들도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최근 중국 일각에서 “김치 역시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김치공정’ 논란이 불거져 한국인들이 예민해져 있다. 김치가 중국식 절임채소인 파오차이로 번역돼 쓰이는 게 빌미가 됐다. 김치가 언제부터 파오차이로 불렸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한중 수교 이후 한국 기업들이 김치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식 파오차이’(韓國泡菜)로 쓴 것이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에서 외래어는 발음과 뜻을 감안해 한자로 바꿔 표기된다. 미 프로농구(NBA) 선수 스테판 커리가 ‘스디펀 쿠리’(斯蒂芬 庫里), 마이클 조던이 ‘마이커얼 차오단’(邁克爾 喬丹)이 되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어에는 ‘김’ 발음이 없어 김치를 음차하기가 불가능하다. 마땅한 표기법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파오차이가 대세가 됐다. 올해 초 배우 함소원씨가 라이브 방송에서 김치를 물어보는 중국 시모에게 파오차이라고 답했다가 연예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6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김치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중국어 자막이 파오차이로 표기돼 난리가 났다. 그런데 함씨나 BTS 영상 제작자 모두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른다. 교민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 김치라고 칭하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해서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방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김치의 중국식 이름 후보군을 추렸다. 4000개의 중국어 발음과 8가지 방언을 분석·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모두 수렴해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신치였다. 그런데 중국인 누구도 그 단어를 쓰지 않았다. 도무지 김치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서다. 중국어에서 ‘김’(金)이 ‘진’으로 발음된다는 점에 근거해 ‘진치’(Jinqi)로 정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 요사이 김치공정이 논란이 되자 올해 초 농식품부는 다시 한번 김치의 중국어 번역 후보 16개를 두고 재검토에 나섰다. 장고 끝에 내놓은 것이 또 신치였다. 이만큼 ‘적절한’ 번역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치의 신치 표기는 중국으로 파견 나온 우리나라 공무원들조차 ‘배가 산으로 간 사례’라며 자조하던 것이다. 신치가 중국의 민족주의 때문에 되살아났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조어법에도 맞지 않는 이 단어가 생명력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일부 교민들은 “그냥 파오차이로 두라”고 한다. 신치가 파오차이보다 더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기자라고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한국식 파오차이’ 표기 뒤에 ‘kimchi’를 병기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이해 못할 괴랄(괴이하고 발랄한)한 단어 신치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잘 보여 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덕분에 중국에서 김치라는 단어가 영원히 사라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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