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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가미카제의 편지/최광숙 논설위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아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 그의 명작은 국내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하지만 그의 은퇴작 ‘바람이 분다’는 많은 실망을 안겼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의 전투기인 ‘제로센’을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호리코시가 만든 자살 폭탄 비행기 제로센에는 적지에 갔다가 귀환할 연료를 아예 싣지 않았다. 조종사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살아서 돌아오면 안 되는 운명이었다. 죽음의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들의 나이는 불과 17~24세. 한국인 11명을 포함해 3000여명의 젊은이들이 특공대원으로 공중에서 산화했다. 가미카제는 2차대전 막바지인 1944년 10월 필리핀 전투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필리핀 주둔 일본 공군 사령관 오니시 다카지로는 미군의 공세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를 거듭해도 미군을 이길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입을 열었다. “폭탄 250㎏을 탑재한 전투기를 미군 함대에 충돌시켜 동반자살을 감행하자”는 제안이었다. 자살 특공대의 이름은 13세기 천하무적 칭기즈칸의 일본 침략을 물리쳐 줬다는 태풍, 신의 바람 ‘가미카제’(神風)로 붙여졌다. 가미카제의 마음은 어땠을까. 1945년 4월 12일 전사한 하야시 이치조는 “한발 먼저 천국으로 갑니다.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기도해주세요. 어머니가 가시는 곳으로 제가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으니까요”라고 부모님께 편지를 보냈다. 1945년 3월 29일 17세 한국인 박동훈은 “몸을 던져 황국을 지키겠다”는 유서를 썼지만 떠나기 전 “군이 가족을 책임져 준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 동생은 절대 군대에 보내지 말라”며 아버지를 안고 울었다고 한다. 특공대원들은 출격하기 전날 일왕이 하사한 술을 먹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꽃다운 청춘들을 죽음으로 내 몬 일본이 참회는커녕 이들의 가슴 아픈 죽음을 미화하고 나섰다. 규슈의 가고시마 현 미니미큐슈시가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이 하다 하다 이제는 세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자살 특공작전까지 왜곡하는 것을 보며 과연 그들의 역사 역주행이 어디까지 이어지려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미카제를 창설한 오니시는 종전 다음 날인 1945년 8월 16일 자결했다. 그 의미를 일본은 아직도 모르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숨 고른 아베… “집단 자위권 해석 변경 천천히”

    숨 고른 아베… “집단 자위권 해석 변경 천천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19일 오전 NHK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 기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이소자키 요스케 총리 보좌관은 “헌법 해석 변경을 정기국회 회기(6월 22일까지) 중에 마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총리의 자문 기관인 ‘안전 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 간담회’(의장 야나이 슌지 전 주미 대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4월에 제출하면 그것을 토대로 6월 국회 회기 말까지는 결론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간담회에서 논의를 심화시킨 뒤 내각 법제국을 중심으로 정부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고 싶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한 의욕은 거듭 표시했다. 그는 “일본도 40~50년 전의 낡은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 해석 변경을) 누군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일본은 그동안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해 왔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참배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관계가 안 좋을 때야말로 정상들끼리 만나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국민 위한 것” “누가 죽나 보자”… 탁자 치고 고함 치고 ‘험악’

    “국민 위한 것” “누가 죽나 보자”… 탁자 치고 고함 치고 ‘험악’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 그나마 성과” 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의 4자회담이 결국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여야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 방안과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민주당의 특별검사제 도입 요구 등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 전부터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특검은 정쟁에 불과하다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텨 왔던 새누리당의 기존 입장 차가 워낙 커 4자회담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여야 지도부는 배석자 없는 비공개 토론을 하기 위해 다시 별실로 자리를 옮겼다. 회담 뒤 양당 대변인들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지만 1시간 15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담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회담에서 새누리당은 “민생과 정치를 분리해 처리하자”면서 예산안 처리를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특검과 특위를 다루자”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할 거냐. 계속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대표가 탁자를 치면서 “누구는 국민 생각 안 하나. 답답해. 답답해. 나 김한길이 관둬도 좋다는 거냐.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가 회담장 밖으로 들릴 정도로 여야는 치열하게 대립했다. 회담 뒤 황 대표도 “회담 때 탁자를 치고 고성도 오갔다”고 말하는 등 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도 회담을 마친 뒤 “갈 길이 멀다.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산안과 특검을 놓고서 의견 차를 보이던 회담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김진태 검찰총장,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담장 분위기는 더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당사자들은 “임명 강행 소식을 회담 후 들었다”고 말했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담장을 빠져나오며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대해 “예의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여야 지도부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도 3일 재차 회동을 갖기로 한 것을 두고 절충안을 교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과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불교계 최대 치욕 ‘10·27 법난’ 명예회복·피해보상 요구 잰걸음

    불교계 최대 치욕 ‘10·27 법난’ 명예회복·피해보상 요구 잰걸음

    ‘10·27법난 피해보상 이번엔 제대로 될까.’ 불교계가 10·27법난과 관련한 독립부서를 신설하는 등 피해보상에 초점을 맞춘 총력을 쏟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청년 불자들을 대상으로 순례법회를 이어갈 태세여서 주목된다. 10·27법난은 1980년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목으로 전국 사찰·암자를 수색해 2000여명에 달하는 스님들을 연행, 고문한 사건. 불교계는 10·27법난을 ‘불교계 최대의 치욕’으로 여겨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가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수정 의결해 법난 특별법과 법난명예회복심의위원회(법난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지난 6월 30일에서 2016년 6월 30일로 3년 연장되고 주무부서가 국방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됐지만 불교계는 정작 피해 보상에선 미흡하다고 여겨왔다. 불교계가 범종단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이 같은 피해 보상 측면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전 국무총리실 산하 법난위의 심위위원장을 조계종 총무부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것을 별도의 주요 인사를 임명토록 했다. 전 기획실장 정만 스님이 새 심의위원장이다. 정만 스님은 11월 중 사무처를 신설해 인력을 대폭 보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의 강경한 대응 선회는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10·27법난 33주년 기념법회 때 자승 총무원장이 천명한 기념사에서 그대로 읽힌다. 자승 스님은 “2007년 국무총리가 10·27법난을 국가권력 남용으로 규정하고도 아직 그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지난 2011년 법난이 발생한 1980년 12월 31일 이전 조계종 소속 스님 9796명에 대해 일괄적으로 피해자 신고 및 명예회복 신청을 한 바 있다. 소관부처가 문화부로 변경된 이후에도 피해자 범위 확대에 대한 진전이 없어 불교계의 불만이 쌓여왔다. 최근 조계종의 이 같은 움직임은 10·27법난 역사기념관 건립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관측이다. 조계종은 지난달 22일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을 위한 실무 TFT를 구성해 성역화 불사를 서울시와 논의해갈 예정으로 10·27법난위원회 실무진이 이 TFT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조계종은 10·27법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제주와 광주·공주·강원 지역을 돌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10·27법난의 배경과 진상을 알리는 전국 순례법회를 이달 중순부터 이어갈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기관 경영지배구조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기관 경영지배구조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97년 외환 위기는 사회, 문화, 경제 등 우리나라의 거의 전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금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기관의 경영지배구조 변화를 들 수 있다. 종전의 사내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로 개편되었다.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경우 적어도 3인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면서 총 이사의 2분의1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준법감시인 제도도 새롭게 시행되었다. 새로운 경영지배구조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은 사외이사 제도에 관한 것이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의 핵심은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는 데 있어서, 사외이사 후보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당해 금융기관의 경영진이나 지원 부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당해 금융기관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공적 기관을 설치하여 이 기관으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각 금융권 협회가 이 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공개하여 객관성과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재 사외이사 모범규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내역의 공시 제도도 법제화하고, 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여야 한다. 모범규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 면에서 떨어진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도 마찬가지다.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이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2분의1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면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서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하여야 한다. 후보추천위원회에 금융기관의 이해관계자인 금융소비자와 종업원 대표도 참여하도록 하여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외이사 모범규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와 공시제도도 법제화해야 한다.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하고, 연임 여부 결정에 있어서 그 결과를 활용해야 하며, 평가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여 시장 규율이 작동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사외이사의 평가 결과를 반영한 보수 체계를 갖추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하여야 한다. 즉 사외이사의 활동에 상응한 보수 체계를 만들고, 사외이사 개인별로 보수 지급 현황과 내역을 공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 못지않게 은행장이나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도 중요하다.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행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선임 절차가 당해 금융기관의 내부 규칙이나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 투명성 확보 면에서 약하다. 그러다 보니 ‘낙하산 인사’의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서도 몇몇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정부 관료 출신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법제화하고,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외부의 입김이 개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주유소 부설주차장 용도변경 금지는 “무효”…법률 위임없이 제정 지자체 조례 효력없어

    오늘은 조례의 범위와 건축법상 건축허가의 성격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대판 2010두19270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지방자치법 제22조 등에서 조례가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지방자치 사무는 그 고유 사무인 자치사무와 개별법령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단체위임 사무에 관해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또한 기관위임 사무의 경우에 관해 위임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데, 위임 조례는 개별법령에서 일정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제정할 수 있다. 자치조례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적용되므로 권리 제한, 의무 부과 또는 벌칙을 정하는 내용의 조례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위임조례의 경우에는 개별 법령의 제한을 받게 되고, 따라서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경우에는 그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아니하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대판 2006추52). (구)주차장법에서는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을 건축하고자 하는 자는 부설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원고(주식회사 신세계)는 순천시장으로부터 주유소 건축허가 신청을 하면서 부설 주차장 허가를 받아 이를 설치했는데, 나중에 주차 시설이 허가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를 들어 부설 주차장에 대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그러자 순천시장은 순천시의 주차장 조례에서는 당해 시설물이 소멸될 때까지 부설 주차장의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주차장 용도변경 신청을 거부했다. 원고에 대한 건축허가를 불허하는 처분을 한 것이다. 주차장법에서는 ‘부설 주차장은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령에서는 부설 주차장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중 ‘부설 주차장의 설치 기준을 초과하는 주차장으로서 그 초과 부분에 대하여 시장 등의 확인을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다. 관련 법령들을 보면 조례 규정은 주차장법 및 시행령에서 용도변경이 허용되는 경우를 봤을 때 본 시설물이 소멸될 때까지 용도변경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부설 주차장 소유자 등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조례 규정은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돼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어떠한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건축허가를 해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는 없다(대판 2009두8946 등). 종전에는 건축허가를 단순한 기속행위로 보았으나 최근 판례의 경향은 그것을 기속 재량행위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도 건축허가를 기속 재량행위로 파악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고가 허가를 신청한 주유소에 대해서는 교통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됐지만 주유소 건축으로 인해 주변 교통정체가 심화되는 등 교통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변 교통정체 심화는 위 주유소 건축 제한에 관한 제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법원은 이를 이로 인해 건축허가를 불허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기속 재량행위에 관한 중대한 공익 판단).
  • “한국~유럽 최단 新항로 탄생… 수송 경제성·안전성 보장돼야”

    “한국~유럽 최단 新항로 탄생… 수송 경제성·안전성 보장돼야”

    우리나라는 지난 5월 15일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가 되면서 북극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8개 정회원국과 함께 북극 자원 개발은 물론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북극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극으로 진출하는 국제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달 16일 스테나 폴라리스 유조선이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첫 출항을 하면서 본격적인 북극항로의 활용을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14일(현지시간) 유조선에 승선한 북극항로 전문가와 함께 시범 운항의 의미와 전망,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남청도 한국해양대학 교수,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이동섭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조찬주 현대글로비스 이사, 이승헌 수석 항해사가 참석했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터넷으로 연결됐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의미와 전망은.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이번 시범 운항은 우리나라 선사가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최초의 사례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북극항로는 기존의 수에즈운하와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새로운 해상 운송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북극항로 운항 가능 기간이 현재보다 5개월 더 늘어나고 2020년 북극 지역의 자원 개발 사업(Yamal Project)이 본격화되면 거대한 해상 운송 시장으로 발전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선사도 시범 운항을 계기로 북극항로 운항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북극항로는 지난 7세기 바이킹족이 개척하기 시작했지만 빙하와 빙산으로 인해 인간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 후 1900년대에는 러시아가 군사 목적 수송과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해 북극항로를 독점적으로 사용했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1987년 무르만스크선언으로 국제 항로가 됐다. 2009년 외국 선박으로는 처음 독일 벨루가시핑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나라 선사가 북극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1869년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해상 항로가 개통되고 1914년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된 것과 같이 올해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대한민국 간 최단 거리의 해상 항로가 개척되고 있다. -이동섭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최근 많은 학자들이 20세기에는 정보기술(IT)이 주요 산업이었다면 21세기는 물류산업의 시대라고 말한다. 지난해 북극항로를 통과한 선박이 46척이었는데 이 가운데 3척은 한국에서 출항했고 8척은 한국으로 화물을 싣고 들어왔다. 주로 러시아에서 가스 콘덴세이트(원유의 한 종류)를 싣고 왔다. 예상대로 2020년 북극해 항로가 연중 활용 가능해지면 우리나라와 유럽 간 화물 운송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교역 비중이 높아 북극항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지만 어려움도 많다. -남청도 한국해양대학 교수 그렇다. 당장 유럽으로 가는 길인 북동항로는 겨울 동안 북극해가 얼어붙어 6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만 통행할 수 있다. 뱃길 수심도 얕고 쇄빙선과 아이스 파일럿을 반드시 동행시켜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쇄빙선 이용료와 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이 수에즈운하 등보다 2~3배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러시아 정부에서 점차 제도를 정비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어려움은 해소될 전망이지만 현재는 수익을 내는 루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2007년 북동항로와 북서항로가 동시에 열린 이후 북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 항로인 해상 실크로드가 현실화되고 있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북동항로를 이용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거리는 종전 수에즈운하 경유 때보다 8000여㎞ 단축된다. 항행 기간도 열흘 정도 줄면서 물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들도 이런 가능성을 두고 경쟁적으로 북극항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시범 운항을 계기로 발 빠르게 노하우를 축적해 선점 경쟁에 나서야 한다.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전 국장 북극항로는 아직 개발 초기로, 운항 기간이 연간 5개월 이내이고 내빙 선박과 적정한 화물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발전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운항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에서도 선·화주 기업 간 협력을 통해(특히 에너지, 석유화학) 북극항로 이용 화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선사 스스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내빙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조찬주 현대글로비스 이사 북극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사에 따르면 원유가 약 13%, 천연가스가 약 30% 등 전 세계 부존자원의 상당 부분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다. 하지만 북극항로는 물류 자체만으로 보면 아직 상업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 우선 물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적시성, 정기성, 화물과 운항의 안정성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또 물류 간 상업 거래의 부수적 서비스로 해당 구간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상업 루트로 고려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북극항로는 화주사들에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북극의 자원 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강대국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극 관련 사업은 해당 국가의 북극 사업 영향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북극 관련 사업은 그 자체로 향후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선점 효과가 있다. -황 센터장 우선 북극항로에 많은 화물이 수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화물 수송의 경제성과 선박 운항의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화물 수송의 경제성과 관련해서는 많은 화물이 있어야 하고 선박 운항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북극해의 많은 에너지 자원을 수송하는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즉, 북극항로 운항 시 연료비, 선원비, 보험료 등 선박 운행 경비가 다른 항로에 비해 낮아야 한다. 특히 북극항로에만 있는 쇄빙선 이용료가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소화돼야 한다. -이승헌 수석 항해사 선박 운항의 안정성은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선사들은 운항 리스크를 안고 있다. 떠다니는 얼음 등은 북극 항해의 가장 위험한 요소이고 북극점 부근의 자기장 교란으로 인한 선박 통신 장애도 문제다. 해도 정보, 기상정보도 다른 해양과 같이 풍부한 정보가 저렴한 이용료로 제공돼야 한다. 북극항로 운항 지원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시스템 구축 등도 시급하다.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전문 인력 양성은.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인천을 통한 서부축과 부산, 울산, 전남 여수 등으로 이어지는 종축으로 물류 흐름이 이어져 왔다. 북극 등 북방 물류길이 막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깊은 바다,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권으로 물류의 물꼬를 터 북극항로 시대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북극항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물류 루트와 산업 거점 기지를 확보했다. 동해항, 삼척항, 속초항 등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최적의 개발이 가능한 항구들도 있다. 이제는 북극항로 시대에 맞는 국내 육상 물류 흐름의 혁명도 절실한 때다. -이 교수 선박이 북극해 항로를 통과할 경우 무엇보다 해기사(항해 및 기관사)가 내빙 선박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연수원에서는 내년 초에 자격증 훈련 코스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이 되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이 최대 420여척에 이른다. 향후 북극해 북동, 북서항로가 완전히 개방됐을 때 필요한 최대 700~800명의 인력에 대한 교육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진행 사진 베링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美 “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 땐 새 제재 중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이른바 ‘P5+1’과 이란이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미국 상원 일부 의원들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새 제재를 보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1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공화 의원 10명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과 안보리 결의 등을 지킬 경우 새로운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제재의 취지는 이란에 대해 핵 프로그램을 중단·폐기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목표가 실질적이고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단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제재를 해제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P5+1 중재그룹과의 핵 협상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깜짝’ 제안을 제시했다고 이란 대표단 관계자가 15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을 통해 밝혔다. 관계자는 “이란이 이번에 내놓은 제안은 종전 협상에서 제시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안이자 계획”이라면서 “6개월, 최대 1년 이내에 핵문제의 모든 첨예한 측면들을 제거하고 이 문제를 IAEA의 논의 대상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이란 측 제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역시 핵 협상을 앞두고 “이번 회담에서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 지난 6년간의 접근 방식을 바꿔 협상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의회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제재가 성과를 거두기에 앞서 압박을 완화하는 것은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행정기관 위임·위탁 따른 행정처분의 피고 법에 의해 권한 변경 땐 ‘변경된 행정청’으로

    오늘은 행정소송에서 소송의 대상, 피고를 무엇(또는 누구)으로 삼을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대판 2012두22904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사안을 보면,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춘천시에 고용보험료를 부과, 고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 후 법률 개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용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고용보험료 부과·고지 및 수납, 보험료 등을 체납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다만 개정된 법령(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의 부칙에 ‘종전 규정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위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춘천시는 피고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지정해 고용보험료 부과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원심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처분의 주체가 돼 한 것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방으로 한 소는 피고 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인 춘천시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본다(당사자 능력에 관한 논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를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있다. 부정하는 견해는 기본권 보장의 주체인 행정 주체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되는 것은 맞지 않고 기관 소송으로 다투면 된다고 본다. 이에 비해 긍정하는 견해는 독일, 프랑스가 행정 주체에 대해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기관 소송은 추상적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분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항고소송의 원고 적격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법률상 해석에도 걸림돌이 없다고 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번 판결에서 춘천시의 원고 적격(정확하게는 당사자 능력)이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법원은 소송 요건으로 직권 조사 사항인 원고 적격(또는 당사자 능력)에 대해 이를 부인하지 않았으므로 긍정하는 견해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법령에 의해 처분 권한을 가진 행정청이 다른 행정청에 위임 또는 위탁을 해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행정청이 그의 명의로 처분을 한 경우 피고 적격에 관해 살펴본다. 항고소송의 피고는 원칙적으로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 등을 외부적으로 그의 명의로 행한 행정청으로 해야 한다. 그 행정처분을 하게 된 이유가 상급 행정청이나 타 행정청의 지시나 통보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고, 권한의 위임이나 위탁을 받아 수임 행정청이 자신의 명의로 한 처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부 장관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아 그의 명의로 고용보험료 부과 처분을 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이 피고가 되는 것이 맞다. 다만 법령에 의해 처분 권한이 변경되고 처분 권한 변경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변경된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위로 본다는 의제 규정이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고가 돼야 한다. 가령 근로복지공단이 보험료 부과 내역을 정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해 피고가 이를 고지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이는 행정기관 내부의 문제일 뿐이다. 행정기관 내부의 지시나 통보, 권한의 위임이나 위탁은 기관 내부의 문제일 뿐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대판 94누1197 등). 실제로 실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송의 대상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못지않게 피고를 누구로 정해야 하는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정소송법에서는 피고의 경정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기도 하고 법원에서 상당히 관대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행정소송이 뿌리를 내려 가기 위해서 피고가 더 정확히 적시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 [글로벌 경제] “세계 경제 회복세”… 문제는 美양적완화·디폴트

    [글로벌 경제] “세계 경제 회복세”… 문제는 美양적완화·디폴트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셧다운)와 국가 부도(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호조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세계 경제전망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타이거지수’를 인용해 세계 경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타이거지수는 주요 20개국(G20)의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실물 경제 활동과 금융 변동성, 신뢰도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타이거지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 최저 수준인 -14.97을 기록했다가 2010년 3월 15.17까지 올랐다. 유럽발(發) 재정 위기로 인해 2012년 6월 다시 -0.98까지 곤두박질친 타이거지수는 지난 8월 2.11을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 연구원은 “선진국의 소비자 신뢰도 회복과 신흥국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 둔화 가능성이 줄어들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올해 초에 상실했던 경기 추동력을 회복한 것이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최대 원동력으로 지목됐다. 프라사드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면서 “경제 회복 속도가 여전히 미약하고 한두 가지 충격이 더해지면 또다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난 이후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성장세가 꺾이는 등 여전히 경제가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13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과 디폴트를 비롯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 대처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앞서 지난 3일 워싱턴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한다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8일 발표될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될지 여부와 선진국 및 신흥국 경제에 대한 전망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IMF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주요 신흥국의 성장부진 ▲유로존의 침체 지속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 전망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종전 3.3%, 4.0%에서 3.1%, 3.8%로 하향 조정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용어 클릭] ■타이거지수 (Tracking Index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 Index·TIGER Index)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 개발해 2003년 1월부터 산출하고 있는 주요국 경제종합지수로 주요 20개국(G20)의 경기 회복세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입 증가율, 주식 시장 등의 금융 지표와 기업 및 소비자 신뢰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한다.
  • [이슈&논쟁] 이석기 의원 제명

    [이슈&논쟁] 이석기 의원 제명

    여야가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제명안 처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의원의 제명을 확정판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면서 제명안을 즉각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나아가 진보당에 대해서도 스스로 해산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해산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 의원의 발언과 인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법원의 판결이나 적어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뒤에 검토하고 논의하자고 반박하고 있다. 정당 해산도 검찰의 기소 등 최소한의 사실이 있어야지 지금 드러난 것만으로 정당 해산을 말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당의 자유, 사상·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贊]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대한민국의 적 감쌀 이유 없어…문제 근원인 진보당도 해산을”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 특히 정치권에서 너무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판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1년이 더 걸린다. 그러는 동안 이석기(필자는 전부터 그를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존칭을 생략한다)는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세비를 받는 것은 물론 보좌진을 통해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석기는 그러지 않아도 미사일 배치 현황,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현황 등 중요한 군사현황 자료를 요청해 왔다. 그래서 국회에 제명 요구안을 제출했다. 종전에 제출했던 것은 자격심사안으로서 국회의원이 될 때 부정 경선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은 것이 문제였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 문제다. 이석기의 종북 행태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일찌감치 분노했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했다. 기자들과 만나면 ‘보도일꾼’(기자의 북한식 표현), 인터뷰를 하면서도 ‘입말’(구어체의 북한식 표현), 그 밖에도 위원장 동지, 사업작풍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본 의원은 이런 사태를 진즉에 예견하고 국회에서 그를 대한민국의 적으로 규정해 즉시 제명 처리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그를 포함한 종북 성향의 의원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적대행위를 하지 말고 그들의 조국 북한으로 떠나라고 일갈했던 것이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북한은 애국, 대한민국은 반역 집단이라고 하더니 북한의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한순간에 폭동할 것을 지시했다. 사제폭탄 제조법을 연구하고 유류저장소, 전화국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민 앞에 선서를 하는데 그 선서문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석기는 대한민국 헌법을 공격하여 조국의 ‘적화 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혹자는 이석기가 제명되더라도 더 심한 원조 종북 인물이 의원직을 이어받게 되니 굳이 힘들게 이석기를 제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범죄자가 자꾸 생겨난다고 앞서 잡은 범죄자를 처벌하지 말고 그냥 풀어 줘야 하나? 드러나면 드러나는 대로 처벌하고 제명하고, 법대로 원칙대로 하면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문제의 근원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통진당에 대한 해산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통진당은 수많은 간첩사건에 연루돼 있고 간첩죄로 형을 살고 나온 사람을 등용하는 정당이다.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20명 중 11명이 국가보안법 혹은 시국사건 전과자다. 통진당은 강령에서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민중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이 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될 수 없는 정당이다. 민주당은 이런 정당과 지난 총선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묻지마 야권 연대’를 했다. 종북세력이 국회를 ‘혁명 교두보화’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제 결자해지할 때다. 만약 이번 제명안에 반대한다거나 시간끌기 전략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종북과 결별할 것을 선언하고 제명안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절대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적이 국회의원이고 정당이란 이유로 제명, 해산시킬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자유의 적에게 반역의 자유를 주는 셈이다. 반역 세력을 처단하지 못하는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 [反] 문병호 민주당 의원 “내란음모·여적죄 입증 아직 안돼…1심 판결 본 뒤 결정해도 안 늦어” 지난 6일 새누리당이 통합민주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제출했다. 제명안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이 의원이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다”라고 말하는 등 일반 상식으로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논리인데, 이 의원이 과거에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송두율 선생의 내재적 접근론에 공감하는 편이다”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서술돼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논란의 여지는 되겠지만 현역 국회의원을 제명해야 하는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녹취록이 핵심인데, 이 녹취록만으로는 국가정보원이 제기한 내란 음모죄와 여적죄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수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기소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뒤에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토대로 국회가 제명안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만큼 입법부도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강용석 사건’을 들며 1심 판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다. 강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은 2011년 5월 25일 이루어졌고, 국회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것을 확인한 뒤인 5월 30일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듯이 강용석 사건처럼 처리하자면 최소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내란 음모의 혐의를 받은 것 자체가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엔 그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에 의해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 음모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지만 독재정권 몰락 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새누리당은 신군부가 창당한 민주정의당을 한 뿌리로 하는 만큼 이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법은 실체적 진실뿐만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시한다.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에는 증거 능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가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많은 간첩단 사건 대부분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국정원도 대대적인 수사와 광범위한 압수수색 그리고 떠들썩한 언론 보도로 종북 몰이를 확대해 왔지만, 대부분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축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됐다.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시기에 국정원이 대대적으로 들고나왔던 부녀간첩단 사건도 녹취록을 수사기관이 조작했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밝혀내면서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최근에는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에게 씌워졌던 간첩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의원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회도 신속하게 제명안을 처리하고, 법적인 처벌도 엄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명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다. 국회의원 제명 동의안의 가결 기준을 헌법 개정과 동일하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한 이유는 그만큼 제명안 처리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위상에 맞게 이번 제명안 처리도 사법 처리 과정과 행보를 맞추면서 진행돼야 한다.
  • 남북 상봉 규모 200명서 더 늘듯

    남북 상봉 규모 200명서 더 늘듯

    북한이 ‘선(先)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 후(後)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요구를 접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부터 갖자는 우리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 가기 위한 ‘일보후퇴’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연계하겠다며 ‘22일 금강산 실무회담, 23일 이산가족 실무접촉’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분리대응 방침을 명확히 밝히며 금강산 실무회담 날짜를 다음 달 25일로 수정 제의했었다. 이 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22일 금강산 실무회담 개최가 어렵게 되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마저 거부할 경우 남북 대화의 불씨가 꺼져 금강산 관광 재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5·24 제재조치 해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개성공단만큼이나 시급한 문제다. 우리 정부가 아예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거부했다면 ‘대화 의지’를 문제 삼아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고 책임을 남측에 돌릴 수도 있었지만 날짜만 한 달 미뤘을 뿐이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경직된 태도가 좀 누그러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두 사안의 연계 방침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22일 우리측에 조속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며 8월 말~9월 초 실무회담을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기 전에 금강산 실무회담을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산가족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산가족면회소가 금강산에 있기 때문에 상봉 장소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언급될 수 있다. 북측은 이미 상봉 장소로 금강산을 제시해 둔 상태다. 정부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강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소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상봉 행사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이뤄질 경우 북한이 상봉 행사를 위해 모인 이산가족들에게 금강산 관광을 시도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상봉 규모는 지금까지 남북 100명씩 실시해 왔던 것에서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순위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행사 때 전체 상봉 인원의 10% 정도를 납북자·국군포로 가족에 할당하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에게 별도로 상봉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상봉 정례화도 핵심 의제이긴 하지만, 실무접촉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기는 무리라는 점에서 행사 날짜와 장소를 잡고 상봉 인원을 확대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오바마 정부, 시리아 난민 2000여명 수용할 듯

    시리아 내전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시리아 난민 2000여명의 입국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에 따르면 2011년 3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 이후 올해 말까지 시리아를 떠날 것으로 추산되는 난민은 350만명에 이른다. 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의 안보 전문 블로그 ‘더 케이블’은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정부가 처음으로 시리아 난민을 대거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난민 2000여명은 지난 2년 6개월간 시리아를 탈출한 시리아 난민 200만명의 1000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난 2년간 미국 내 영구 정착을 허락한 시리아 난민 90명에 비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종전에 미 국토안보부가 미국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 대부분에 임시 보호 자격을 부여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국무부가 난민의 미국 내 영구 정착을 위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 켈리 클레멘츠 부차관보는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의 난민 위탁은 향후 4개월 내로 이뤄질 예정이며, 난민들은 사전 인터뷰, 건강검진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더 케이블’에 밝혔다. UNHCR은 올해 여름 시리아 난민의 위탁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27개국의 관계 당국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내전으로 인한 폭력과 고문으로 고통받는 여성, 어린이 등으로 구성된 시리아 난민들은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미 정보·사법·국방 당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와의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클레멘츠는 “난민 등록 과정을 고려할 때 2014년까지 2000여명을 모두 수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의회가 테러 위험성 때문에 난민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추가로 수용하겠다고 나선 미국 정부에 국제구호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이제 노사정위에 민노총도 참여하라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청년·여성·중소기업 대표도 참여하고 의제도 노동정책 중심에서 산업·경제·사회 부문으로 확대된다. 어제 노사정위가 본회의를 열어 확정한 노사정위 개편의 골자다. 우리는 노사정위가 명실상부한 의사소통 공동체로서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복지와 성장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사회적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도 이 회의에 참여하기를 당부한다. 노사정위에 따르면 노사정위의 최종 심의·의결 기구인 본위원회 위원 수가 11명(민노총 포함)에서 20명으로 9명이 늘어난다. 청년·여성 대표 2명, 중소·중견기업 대표 2명, 보건복지부 장관 및 공익위원이 추가된다. 현 구성으로는 복잡한 사회갈등과 다양한 이해집단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 자영업자, 시민사회 단체 등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할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제도 개선위원회 등 3개의 신규 의제별 위원회도 발족된다. 고용·노동정책 중심에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노동정책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경제·사회정책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개편을 두고 참여와 논의 주제가 다양해지게 되면서 노동계 비중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본위원회의 노동계 구성이 종전 전체위원 대비 18%에서 20%로 늘어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의제·업종별 위원회 논의 시한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것도 노동 및 노사 현안을 놓고 의견이 충돌할 경우, 정부 방침대로 밀어붙이려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운용상의 문제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문가 검토 의견이나 해외사례 등은 기존에 나와 있는 자료를 활용하면 회의시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2차례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노사정 개편이 제대로 착근하려면 민노총의 참여가 필수라고 본다. 노동계의 한 축을 차지하는 민노총이 빠진 노사정은 불완전한 소통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1999년 탈퇴한 이후 노사정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민노총 측에 면담을 제안했고 민노총은 당시 비대위체제여서 신임위원장 선출 뒤 보자고 했다고 한다. 최근 민노총은 신승철 위원장을 선출한 만큼 노사정 테이블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현대차, 쌍용차, 재능교육, 골든브릿지 등 장기 농성 사업장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위에 참여해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민노총 참여를 위해 대화하려는 의지를 더 보여야 한다. 통상임금, 최저임금, 정년 연장 문제, 비정규직, 고용률 70% 달성 등 노동 현안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는 난제들이다.
  • [정전협정 60년] “남북 신뢰회복 속 평화체제 장기전략 필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평화협정 체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했고, 노동신문도 최근까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반도 정세의 핵심 구조에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박정희 정부 때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이 제안됐고, 북한은 반복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해 왔다. 1996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남·북·미·중)을 제안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예비회담과 본회담이 반복됐지만 성과 없이 결렬됐다. 2005년 6자회담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포함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의제화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 논의가 포함되기도 했다. 닭(북한 비핵화)이 먼저냐, 달걀(평화협정)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 구조도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평화협정 전환을 비핵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한·미는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평화 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 남북관계 진전이 향후 평화 논의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종전선언 등 과도적 조치→교차 불가침 조약 체결→평화협정 체결이라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남북 모두 상호 불신이 깊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등 평화 논의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당사자인 남북 간 신뢰 형성이 일차적 과제이지만 적대적인 분단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평화체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간 단계로, 전쟁의 완전 중단인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 관리체제를 종전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과제 (하)평화협정 쟁점

    [정전협정 60년]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과제 (하)평화협정 쟁점

    전쟁을 일시 중단한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평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평화체제 구축의 법적 문제라 할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 문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위상 변경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복잡하고 휘발성 강한 문제들이 맞물려 있다. 남북만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득실을 조정,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동의도 이끌어 내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법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의 이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종전선언까지 가는 길만 해도 넘어야 할 장애물과 다뤄야 할 쟁점이 곳곳에 산적한 ‘지뢰밭’이다. 평화협정 체결의 첫 번째 걸림돌은 당사국 문제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다. 우리 측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남북한 당사자 원칙’을 토대로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2+2’ 방식 등을 고민해 왔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에도 남북·미·중 네 나라가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정전협정의 당사국을 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한정하며 한국을 배제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한 대신 유엔이 나서 정전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남한은 법적으로 당사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60여년간 이 문제를 놓고 남북한은 지루한 공방을 이어 왔다. 종전 선언을 위해 4자가 모이는 것은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향후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에 한국전이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이란 점에서다. 다만 여기에도 남북 간 신뢰구축 조치가 취해지고 군비 통제와 감축이 이뤄지는 등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남북 군사회담이 열린 적은 아직 없다. 이전 정부에서 남북 장성급 회담 등이 열렸을 때도 NLL 문제에 막혀 신뢰 구축이나 군비 통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가뜩이나 민감했던 NLL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을 계기로 일파만파 커지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남북한의 ‘화약고’가 됐다. NLL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이유는 현실적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 자체에 해상 경계선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NLL 재획정 문제를 거론할 것은 분명하다. 남한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또다시 등장하면서 새로운 남남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잘 풀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부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적어도 평화유지군으로의 위상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는 1953년 8월에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미군의 대한민국 영토 주둔을 허락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북한의 요구가 없더라도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주한미군 문제는 평화체제 전환 과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대신 평화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유엔 평화감시단을 불러들일지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이와 함께 유엔사 해체와 한·미동맹 전면 재조정, 미귀환 포로의 송환 문제가 뜨거운 논란 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신종 흡연방 가보니,PC켜놓고 단체로·

    신종 흡연방 가보니,PC켜놓고 단체로·

    지난달 8일부터 PC방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한 달 남짓만에 유료 흡연 공간에서 무료로 PC를 이용할 수 있는 신종 업종인 ‘흡연방’이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흡연방은 현재 산업 분류에 없는 자유업종이어서 담당 부처도 단속과 방치 사이에 혼란을 겪고 있다.  2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는 ‘신장개업 흡연방. 1시간 1000원 PC 사용 무료’라고 적힌 간이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이 흡연방은 최근까지 PC방 영업을 하던 곳으로 금연법 시행 이후 줄어든 손님을 끌기 위한 업주의 고육지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주 김원일(35·가명)씨는 23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간판만 흡연방으로 달았을 뿐 아직 정식 업종은 PC방”이라면서 “실내에 설치한 흡연실을 홍보하기 위해 흡연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흡연방에는 간판을 내건 지 불과 반나절 만에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관할 부평구청과 보건소 측은 “PC방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는데 흡연을 홍보하면 안된다”며 간판을 내리라고 통보했다. 구청 관계자는 “금연·흡연구역 지정을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평구에 등장한 흡연방은 당국의 단속을 받았지만 실제 소규모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사이에서는 흡연방 전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작은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금연법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주변 PC방 사장끼리 허가나 신고가 필요없는 자유업종으로 흡연방을 운영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등장한 업종인 만큼 흡연방에 대한 허가 및 등록 기준은 모호하다. 현재 흡연방을 관할하는 법령이 없어 허가나 신고, 등록이 필요없는 자유업종으로 개설할 경우 영업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연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흡연방을 정식 업태로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연가들은 흡연방의 등장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회사원 염기원(32)씨는 “기호식품인 술도 호프집과 주점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활성화되고 있으니, 담배에 대해서도 흡연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여러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난해 도쿄 시내 한복판에 유료 흡연방이 등장했다. 무인 점포로 운영되는 이 흡연방의 이용 요금은 1회에 50엔(약 560원)이다. 길거리 흡연을 조례로 금지하고 있는 도쿄에서 갈 곳 없는 애연가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담배를 필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연구역이 대폭 늘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국내에서도 흡연방의 잇따른 출현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대학원생 이호연(28)씨는 “성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안마방과 키스방도 버젓이 영업을 하는 마당에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흡연방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종전 직후부터 협상…양측 입장따라 합의·결렬 되풀이

    [정전협정 60년] 종전 직후부터 협상…양측 입장따라 합의·결렬 되풀이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 쌍방 군 사령관은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대표를 파견해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정전협정 제60항)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60년전 총성이 멈춘 직후 시작됐다. 1954년 4월 26일부터 6월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치회담에서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논의했지만,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의 첨예한 입장 차로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후 1950~1980년대 남북 대치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는 문구 정도만 포함됐다. 남북은 1989년 2월부터 남북 고위급회담을 준비하는 예비회담을 진행했다. 예비회담은 8차에 걸친 협상 끝에 1990년 7월 고위급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1992년 2월 18~21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 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합의했다. 남북이 처음 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1991~1996년 북한은 공산군 측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 대표들을 철수시키면서 정전체제를 와해시키는 조치들을 취했다. 1996년 4월 제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4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7년 12월부터 1999년 8월까지 6차례 남·북·미·중 4자회담이 열려 한반도 평화 체제와 긴장 완화를 협의했지만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북한 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설정할 것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한 탓이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남·북·미·중·일·러 6자회담이 시작됐다. 2005년 9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기로 합의한 9·19공동성명과 성명의 1단계 조치에 합의한 2·13합의를 통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을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은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다. 10·4선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뜻을 모았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 위웡장에게 “남북 주도하에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북·미 관계 정상화와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냉전체제 종식과 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큰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0년간의 남북 회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평화체제를 언급한 입장표명이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휴면법인 이용해 부동산 취득 등록세 중과하면 위법에 해당

    오늘은 조세의 기본원칙을 살펴보고, 그에 관련된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는 ①과세요건 법률주의 ②과세요건 명확주의 ③소급과세 금지의 원칙 ④합법성의 원칙 등이 있다.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는 ①평등부담의 원칙 ②신의성실 및 신뢰보호의 원칙 ③효율과 조세중립성 등이 있다. 평등부담의 원칙은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과세가 되어야 한다는 수평적 평등,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이 과세되어야 한다는 수직적 평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효율과 조세 중립성은 세수를 걷기 위한 비용이나 희생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중 신뢰보호의 원칙은 과세관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경우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에는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 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2007두 26629판결은 신뢰보호의 원칙과 합법성 원칙의 적용 및 판단에 관한 것이다. 지방세법에서는 수도권 과밀지역 안에서 신규로 법인을 설립하여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등록세를 3배 중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폐업 상태에 있는 휴면법인을 인수하여, 휴면법인으로 하여금 수도권 내에 부동산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에도 등록세의 중과 규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으로, 법인의 설립에 관한 민법과 상법의 각 규정에 의하면 법인의 설립에는 설립행위와 설립등기가 필요한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지방세법에서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그와 달리 보아, 휴면법인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하면, 과세관청에 자의적인 해석권한을 주는 문제가 생긴다.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 과밀지역에 부동산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세의 중과를 규정한 법의 취지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주체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면, 등록세 중과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과세 관청에서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질의 회신 등을 통해 휴면법인을 이용해 수도권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등록세 중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와 같은 입장 표명을 신뢰하고, 상당한 수의 기업들이 휴면법인을 인수하고 수도권 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등록세 중과를 피하였다. 과세관청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자 종전의 입장을 바꿔 등록세 중과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1, 2심 법원에서는 과세관청의 입장을 우선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민법 및 상법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납세의무자의 경제활동에 있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 과세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의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과세관청의 해석과 과세 관행 등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고,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대남 비방 줄인 北… 개성공단 조속한 재가동 포석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이어지면서 북한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남 비방은 크게 줄었고, 회담에 실무적으로 접근하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전날 있었던 제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 소식을 전하며 “쌍방이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초안을 내놓고 의견을 교환한 뒤 17일 4차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객관적 사실만 짤막하게 보도했다. 지난 10일 2차 실무회담이 끝난 뒤 3시간여 만에 결과를 보도하며 “남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의 달라진 태도는 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적인 요인을 최소화하고,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2차 실무회담 때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 데 이어 3차 실무회담에서 합의문 수정안을 제안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로 읽힌다. 북한 스스로 절충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막상 회담에서 드러나는 남북 간 입장의 차이가 너무 커 쉽사리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리 측은 3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재발방지대책 수립, 공단 국제화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개성공단의 조속한 가동이 급선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분위기도 종전과 달리 냉랭했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전승 기념일’로 여기는 7·27정전협정 60주년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회담 자체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의 회담이 개성공단에 대한 양측의 총론적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면, 17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4차 실무회담은 보다 구체적인 각론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실무회담에서 우리측은 입주기업인들의 신변안전과 기업들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보완을 요구했다. 2차 실무회담 때보다는 구체화된 제안이다. 북측의 안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아직 우리 정부가 수용할 만큼 무르익은 해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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