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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독립 천명… 분단의 소지 제공 논란도

    “세 강대국은 한국 인민의 노예상태에 유의해 적절한 과정을 거쳐 한국이 자유롭게 독립될 것임을 결의한다.” 일본 패망을 2년 앞둔 1943년 식민지 상태에 있었던 한국의 독립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천명한 ‘카이로 선언’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1943년 11월 2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장제스(蔣介石) 중국 총통 등 3개국 정상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방안을 협의하고 일본 패전 처리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회담을 가졌다. 5일간의 회담을 마친 이들 정상은 27일 연합국 간의 상호 협력 문제와 일본의 영토 문제에 관한 기본 방침에 대한 카이로 선언을 발표했다. 전체 11개 문장으로 구성된 카이로 선언문에는 특히 한국에 관한 특별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한국의 독립을 국제적으로 보장받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독립과 관련한 핵심 문구는 두 차례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루스벨트의 특별 보좌관인 해리 홉킨스가 작성한 첫 초안에는 한국의 독립 시기를 ‘일본 몰락 후 가능한 한 빠른 시기’로 기록했으나 루스벨트는 이 초안에서 이를 ‘적절한 시기’로 고쳤다. 회담 끝에 처칠은 해당 문구를 ‘적절한 절차’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고 루스벨트와 장제스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 선언이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연구와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히 선언에 담긴 ‘적절한 절차’라는 문구는 남북 분단과 갈등의 배경이 됐다. 한편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은 1943년 당시 실무진 회담 본부로 이용된 카이로 외곽의 메나하우스 호텔에서 오는 27일 ‘제70주년 카이로 선언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연합뉴스
  •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갯벌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늦가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만은 22.6㎢의 갯벌, 5.4㎢의 갈대 군락지, 75㎢의 해수역, 220여종의 철새, 12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보고다. 또 세계 제일의 여행 잡지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은 데다 갯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4계절 모두 제 나름대로 멋을 풍기고 있지만 11월과 12월 초순까지가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밭, 농게와 짱뚱어의 몸짓,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날갯짓하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도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이 표현한 순천만이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에 들어서면 아!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갈대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만난다. 5.4㎢의 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순천만 갈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누렇게 빛나는 황금색을 띤다. 갈대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가 많은 서해안 갯벌과는 달리 밀가루를 반죽한 듯 순전히 펄로 이뤄진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대를 뜯어먹기도 하고 연신 집게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를 보면서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짱뚱어의 몸짓도 예사롭지 않다. 낮은 곳에 깃드는 생물이란 의미의 저생생물 짱뚱어는 남해한 서부와 서해안 남부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 서식한다. 또 하나, 용산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순천만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용이 승천하다 순천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머문 곳이라 전해지는 용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의주로 불리는 자그마한 언덕도 있다. 2.6㎞ 거리의 용산은 산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땀도 나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드디어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사진으로 무수히 봐왔던 순천만을 상징하는 S자 수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대는 전국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사진 찍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갈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굽이도는 물줄기와 사이사이에 둥근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갈대 군락, 빨간색의 칠면초 군락,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모든 힘겨움과 근심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순천만 갯벌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깔이 고운 칠면초 군락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 칠면초는 염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칠면초가 몸이 붉어지는 때는 가을로, 지금 순천만에 가면 붉디붉은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추우면 추울수록 수많은 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곳이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은 최근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증가했다. 22일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663마리, 재두루미 2마리, 큰고니 22마리를 포함한 1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순천만의 풍부한 생태자원 때문이다. 사방의 공간이 탁 트인 갯벌은 잠을 자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고 제방 너머 들판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순천만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3m 높이의 흑두루미가 관람객을 맞는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순천만에 사는 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영상관,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 등이 갖춰져 있다. 겨울 철새들과 순천만 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8~35인승의 생태체험선을 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10~17차례 운항하는 생태체험선은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주말에는 오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 왕복 30분, 3㎞ 정도를 운항하는 이 배를 타고 순천만 갯벌을 따라가면 바로 눈앞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태해설사 한영미씨는 “철새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겨울 철새가 매년 더 많아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1000대1 이상 될 정도로 배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코스다”라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를 뽐내는 순천만에는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700m 정도 방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치 있는 순천문학관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하얀 솜을 자랑하는 목화밭, 흥부집에 온 것 같은 초가집 위의 박들은 편한함과 함께 도시 탈출을 느끼게 해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이 두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순천에서 보내면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해왔다. 두 작가의 육필 원고와 작품·편지 등 손때 묻은 물건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을 둘러보면 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이 유명한 생태 관광지로 보전된 데에는 순천만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 해당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순천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안들판에서 거둔 벼의 10% 정도를 두루미 먹이로 다시 부려준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순천만 갯벌지기단’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조류와 식물, 갯벌과 주민들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공무원들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의 질서 유지와 안내까지 맡으니 눈코 뜰 새 없다. 2003년 이들 세 주체는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했고, 2004년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개장했으며, 2006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됐다. 순천만에서 경관농업으로 생산되는 쌀은 2009년 9월 친환경인증을 획득해 ‘흑두루미 쌀’로 탐방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된다. 순천시는 갯벌 인근의 생태 환경을 훼손하는 음식점 등을 이전시키고 동천과 그 인근의 농경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등 그간 흐트러진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도 주력했다. 순천만 사람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순천만과 연결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과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등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칠면초의 붉음, 황금빛 갈대, 높다란 하늘,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 이렇게 순천만의 늦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프로축구] “내 힘으로 ★…기세등등 울산”

    [프로축구] “내 힘으로 ★…기세등등 울산”

    프로축구 울산, 두 번만 더 이기면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른다. 정규리그 세 경기를 남겨둔 선두 울산(승점 70)은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5위 수원(승점 50)과 맞붙는다. 울산이 이기면 두 경기를 남겨둔 2위 포항(승점 68)과의 간격을 5로 벌릴 수 있다. 울산이 오는 27일 부산마저 꺾으면 다음 달 1일 포항과의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앞서 아시아 챔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 진입에 목마른 수원에 자칫 덜미라도 잡히면 포항과의 승점 차가 2로 유지돼 선두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울산의 기세는 무섭다. 올 시즌 수원과의 전적도 2승1무로 크게 앞서 있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을 노리는 김승규가 돌아와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골맛을 보며 대표팀 원톱 자리를 굳힌 김신욱은 왼쪽 발목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라 김호곤 감독은 무리해서 이날 수원전에 내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 경기만 남은 수원으로선 물러설 곳이 없다. 라이벌이자 현재 4위인 FC서울(승점 58)은 지난 20일 전북을 4-1로 제압하고 또 달아났다. 울산을 반드시 잡아야 남은 두 경기에서 4위 탈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만 더하면 서울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한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최근 리그와 A매치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골키퍼 정성룡이 평정심을 되찾기만을 바라고 있다. 강등권 다툼도 한층 가열되게 생겼다.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기 위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2위 강원FC(승점 32)는 꼴찌 대전(승점 28)에 불과 4점 앞서 있다. 10위 전남(승점 37)과 대전의 승점 차도 9점밖에 안 돼 10위부터는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남과 강원은 2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8위 제주(승점 58)와 11위 경남FC(승점 32)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강원이 이기고 경남이 제주에 비기거나 지면 강원은 11위로 올라서 강등권에서 거의 벗어난다. 반대로 전남이 지고 제주에 경남이 무릎 꿇으면 10위 자리마저 위협받는다. 강원과 경남이 나란히 승점 3을 얹으면 대전은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강등이 확정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특별기고] 한 어린이가 그날 목격한 깜깜한 방공호, 죽음의 공포 이 땅에 다시 없기를/최완근 국가보훈처 차장

    [특별기고] 한 어린이가 그날 목격한 깜깜한 방공호, 죽음의 공포 이 땅에 다시 없기를/최완근 국가보훈처 차장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이 정전협정이후 최초로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하여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희생시킨 군사공격이었다. 북한은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해상사격 훈련 도중 방사포 170여발을 민간 시설을 포함한 군부대 시설에 무차별적으로 포격해 연평도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는 반인륜적 도발을 감행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북한의 전격적이고 기습적인 방사포 공격으로 연평도의 우리 국민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극한의 공포와 긴장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일 실전과 같은 훈련을 거듭한 우리 해병대 장병들은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K9 자주포로 즉각 응전했다. 적의 포격으로 방탄모 외피와 턱 끈이 불에 타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대응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67분간의 치열한 사투가 끝난 뒤 우리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또한 연평도의 가옥 20여채가 파손되고 산불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던 우리 국민에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생생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대한민국이 군사적으로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에 있으며 우리가 얼마나 무모하고 위협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국민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안보의식이 높아지고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가치와 귀중함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국민의 안보 태세는 3년 전 그때만큼 굳건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또다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한 안보불감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안보 태세의 현주소를 수시로 점검하고, 다지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23일은 연평도 포격도발 3주년이 되는 날이다. 3년 전 그날의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오늘도 연평도 내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전승기념관과 전사자를 기리는 위령탑이 건립되어 있는 피폭 현장은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쟁기념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 행사를 거행한다. 이러한 상징과 기념물, 행사들은 우리 국민이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국가를 수호하는 일은 국가의 부름을 받은 군인만의 몫은 아니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안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내재화하지 않으면 국가 위기 시에 우리의 생존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연평도의 어린이가 깜깜한 방공호에서 마주했던 죽음의 공포가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지금의 안보실상을 정확히 알고 올바로 판단해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9) 강남(상)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9) 강남(상)

    “서울은 넓다. 아홉 개의 구(區)에 가(街), 동(洞)이 대충 잡아서 380개나 된다. 동쪽으로는 청량리 너머로 망우리, 우이동 동북쪽으로는 의정부를 지척에 둔 수유리, 서쪽으로는 인천가도 중간의 영등포 끝, 동남쪽으로는 한강 너머의 천호동 너머, 서남쪽으로도 시흥까지 이렇게 굉장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넓은 서울도 370만명이 정작 살아 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이 자꾸 모자란다….” 소설가 이호철이 1966년 2월부터 신문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의 한 대목이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1967년은 우리나라에서 보릿고개가 사라진 역사적 전환기였다. 해방 전후 100만명 선을 유지하던 서울 인구는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팽창하기 시작해 1959년 200만명, 1963년 300만명, 1970년 550만명을 넘어섰다. 매년 큰 도시 한 개(30만명)씩 인구가 불었다. 서울 곳곳은 공식통계상 13만채, 비공식적으로는 20만채 이상의 볼썽사나운 판잣집으로 뒤덮였고 시민들은 교통지옥에 시달렸다. 택지난과 교통난 해결이 급선무였다. 서울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고 비상구가 필요했다. 한강 너머 ‘신대륙’ 진출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강남은 논밭과 과수원, 초가집이 어우러진 한갓진 농촌이었다. 서울 사람들이 먹을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는 초식(草食) 농사가 주를 이뤘다. 손수레에 채소와 과일을 싣고 강을 건넌 뒤 돌아올 때는 배설물을 실어다가 거름으로 썼다. 뽕밭이었던 잠원동은 무가 자라기 좋은 모래 토질이어서 단무지 농사가 성황이었고, 서초동은 미군과 서울 사람이 사갈 화초가 만개한 꽃동네였다. 압구정은 배나무 과수원골, 도곡동은 도라지 특산지, 청담동은 물 맑은 청숫골이었다. 이때 강남 사람들은 강 건너 강북 사람을 ‘서울사람’이라고 부르며 마치 상전 모시듯 했다. 1963년 행정구역 개편이 ‘강남신화’의 틀을 제공했다. 서울은 종전보다 2배 이상 확장돼 오늘의 모양새를 갖췄다. 지금의 강남 지역과 중랑, 강북, 노원, 은평, 강서, 구로, 금천, 관악구가 서울시에 편입된 것이다. 양주, 의정부, 고양, 광주, 과천, 시흥 등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의 알토란 같은 땅이 서울 품에 안겼다. 5·16 쿠데타 주도 세력으로 현역 육군 소장이던 윤태일 서울시장의 공이 컸다. 군복을 입고 다녀서 ‘군복시장’이라고 불린 그는 박경원 내무부 장관, 박창원 경기도지사와의 기 싸움에서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교수는 “이 구역 확장이 없었더라면, (만약) 구역 확장이 늦게 이뤄졌더라면 강남 개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치 지지부진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늘날 ‘강남’은 불과 50년 전 공중전화나 전신전화취급소조차 없는 ‘깡촌’이었다. 서울로 편입되고 나서는 남서울, 제2 서울, 새 서울 등으로 띄워졌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한때 강남 지역의 통칭은 영동이었다. 문희옥의 유행가 가사처럼 ‘여기는 남서울 영동’이었다. 강남이라는 지명은 1975년 성동구 언주출장소와 영등포구 신동출장소가 합쳐져 강남구가 생기면서 대세로 굳었다. 초창기 강남은 자체 지명을 갖기보다는 이웃과의 지리적 관계 속에서 존재했다. 영동은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행정편의적 작명이었고, 남서울은 단순히 ‘서울의 남쪽’이었다. 지금의 강남 지역을 이루는 광주군 언주면과 대왕면, 시흥군 신동면 등 옛 지명은 도로(언주로, 대왕 판교로)와 학교(대왕초·중교, 언주초·중교, 신동초교) 이름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서울의 초식 재배지였던 과거사를 가능하면 지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늘날 부와 권력의 정점을 이루는 강남이라는 지명에는 또 다른 차별적 통념이 존재한다. 강남은 최초 ‘한강의 남쪽’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4개 구로 범위가 좁혀졌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1990년대 이후에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 3개 구를 강남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강남구·서초구 2개 구나 강남구 1개 구를 ‘진정한 강남’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강남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는 곡절이 많다. 화신백화점 재벌 박흥식의 1962년 남서울 신도시계획구상이 강남 개발의 첫발이었다. 1966년 1월 서울시가 내놓은 남서울계획이나 같은 해 8월의 새서울백지계획도 ‘박흥식 프로젝트’의 복사판에 그쳤다. 본격적인 강남 개발은 2년 뒤 영동지구 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되면서 닻을 올렸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서울=사대문’이라는 600년 묵은 등식이 그리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불과 20년 만에 ‘뜨는 강남, 지는 강북’의 시대가 ‘훅’하고 왔다. 강남은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다. 1969년 12월 한남동과 신사동을 잇는 한남대교(제3한강교)의 개통과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이 결정타였다. 1964년 서독 방문길에 아우토반을 달려 본 박정희가 1967년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자 고도 경제성장의 혈류인 고속도로 건설을 지시한 것이다. 고속도로 편입 용지 매수비용이 문제였다. 정부가 용지 매입비를 줄이려고 고속도로의 기점인 제3한강교에서 양재동에 이르는 7.6㎞를 구획정리사업을 통해 무상확보토록 조치하면서 강남 개발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영동1지구는 도로·학교·공원 등 공공용지 확보를 위해 세 차례나 구역 확장을 되풀이한 끝에 1971년 2월 최종적으로 1695만㎡(513만평)까지 늘어났다. 강남이라는 빈 땅을 부산~대구~대전~강남~한강~사대문에 연결함으로써 허허벌판의 개발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영동2지구 개발계획은 1970년 11월 5일 발표됐는데 1206만㎡(365만평)의 엄청난 부지와 너비 70m에 길이 3.6㎞, 너비 50m에 길이 6.9㎞의 광폭 간선도로가 놓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 격자형 가로계획이 선보였다. 대표적인 계획도시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도 볼 수 없는 넓은 길이었다. 광화문길(세종대로)보다 70배나 긴 길이 강남 땅에 ‘쭉’ 그어진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1, 2지구를 합쳐 2901만㎡(878만평)의 광활한 신천지가 개벽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강남은 4개의 산(내사산)에 둘러싸여 더 뻗어 나갈 곳이 없는 사대문 구시가지의 더할 나위 없는 대안이었다. 구시가지를 대궐과 성곽이 살아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남겨 두고 현대적 신시가지로 개발할 만한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2000년 전 한성백제의 옛 도읍지이자 다가올 황해시대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현대화와 도시화가 판친 1970~80년대의 시대정신에 딱 맞았다. 한 건을 노리는 조급주의와 독재정권을 향한 충성 일변도 정책 그리고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부동산 투기의 흑막이 없었더라면 환상적인 도시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강남의 성공 배경에는 ‘말 못할 안보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한강을 건너 피란길에 올랐던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인도교 폭파와 강을 건널 수 없어 발을 구르던 기억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다리 건너편 강남은 다시 재현될지도 모르는 피란길의 두려움을 잠재우는 안도감을 제공했다. 남북 긴장 조성을 통해 권력 연장을 획책했던 박정희 정권이 강북 억제와 강남 이전을 부추긴 점이 작용한 것이다. 강남은 폭발했다. ‘말죽거리 신화’가 시작된 지 20여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파트공화국으로 우뚝 섰다. 서울 거주자의 절반, 우리나라 전체 주거자의 절반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시대가 이때 촉발된 것이다. 강남발 부동산 광풍으로 남한의 땅값 총액은 올 현재 5000조원이 넘는다. 남한 땅을 팔면 우리보다 42배 큰 미국의 절반을 살 수 있고, 100배 큰 캐나다를 여섯 개나 살 수 있다고 한다. 말죽거리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하철 3호선 양재역 동남쪽 말죽거리가 강남 부동산 투기의 원조이자 온상이었다. 말죽거리는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도망가던 인조가 말에서 내릴 새도 없이 안장에 앉아 죽을 먹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960년대 초 3.3㎡당 300~400원 하던 땅값이 10년이 지난 1970년 초 최고 50배 올라 2만원을 호가하더니 1970년대 말에는 1000배 이상 뛰어 5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시기 강북의 신당동과 후암동은 10배, 25배 올랐을 뿐이다. 강남 땅값은 2003년 1000만원을 넘어선 이후 현재 3000만원을 호가한다. 달랑 300원 하던 땅값이 무려 10만배 오른 셈이다. 강남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군사작전식 초고속 압축성장의 유일무이한 모델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축복과 국내 최대 규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 재개발 논란에서 보듯이 부동산 투기의 그늘에서 비롯된 천민자본주의의 저주가 공존하는 곳이다. joo@seoul.co.kr
  • 리디아 고, 프로 데뷔 절친 미셸 위와 티샷

    어엿한 프로 골퍼가 된 리디아 고(고보경·16)가 ‘절친’ 미셸 위(24·나이키골프)와 데뷔전 첫 라운드에 나선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3시즌 최종전인 CMB그룹 타이틀홀더스 조직위가 20일 발표한 조 편성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1라운드인 22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미셸 위, 제시카 코르다(20·이상 미국)와 함께 대회장인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장(파72) 1번홀에서 프로 데뷔 첫 티샷을 날린다. 각각 뉴질랜드와 재미교포인 둘은 8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셸 위 역시 2006년 프로로 전향할 당시 ‘천재급’으로 평가받았던 터라 둘의 동반 라운드는 시간을 뛰어넘은 천재소녀끼리의 샷 대결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올해의 선수 확정 이후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다관왕에 도전하는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각 부문 경쟁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함께 리디아 고의 다음 조인 같은 날 0시 41분 1번홀을 출발한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내년 1만여 가구에 공유형 모기지 대출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 대출이 확대된다. 국토교통부는 공유형 모기지 시범 사업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내년 말까지 1만~1만 5000가구 규모의 본사업을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달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3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해 최종 2975명에 대해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공유형 모기지 대출 시범 사업은 인터넷 접수 54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시범 사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내년에 본사업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추가 시범 사업 없이 곧바로 본사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와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공유형 모기지 대상을 종전과 같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한정하고 대출 한도나 조건, 대출 대상 선정 방법 등도 시범 사업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시범 사업의 가구당 평균 대출 신청액이 1억 3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 가구 기준으로 약 1조 3000억원의 기금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본사업은 시범 사업 때처럼 일정 시한이나 인터넷 접수 없이 공급 가구 수 한도에서 수시로 대출 취급 은행에 신청하면 된다. 정부는 대출 물량이 많지 않고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시범 사업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행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일단 국민주택기금 여건 등을 고려해 공유형 모기지의 본사업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추진하되 2015년 이후 추가 시행 여부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주택 경기가 좋아지면 공유형 모기지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신청자가 많아 조기 마감될 경우 내년 중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전입신고때 본인 확인… 위장전입 못하게 강화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실제로 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주민에 대해서는 ‘거주불명자’로 등록하는 행정절차를 밟기 전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등록예정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또 위장전입 방지를 위해 담당 공무원이 전입신고자 본인 여부를 신분증을 통해 확인하는 동시에 신규 주소지에 이미 전입한 가구 수를 미리 확인한 뒤 신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관련 법의 시행령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1인 가구가 늘고 귀가가 늦어지면서 실제 거주 여부를 해당 지자체가 확인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심지어 최고장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거주는 하고 있지만 거주불명으로 등록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고장 발송 사실을 주민등록 신고의무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자 발송은 전입신고 시 휴대전화 번호를 신청서에 적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현행 법령상 지방자치단체가 사실 조사를 실시해 주민등록지 주소에 실제로 살고 있지 않으면 신고를 재촉하는 최고장을 우편으로 발송하고, 이후 2주일 동안 신고가 없으면 해당자는 거주불명으로 등록된다. 거주불명으로 등록되면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등 일부 권한이 제한된다. 정부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1인 가구의 민원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후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대여, 판매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증 재발급자가 종전 주민등록증을 발견하는 경우 담당공무원이 이를 회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주민등록증의 부정사용 및 불법 판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오늘의 눈] FA 몸값 과열 지나치지 않은가/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오늘의 눈] FA 몸값 과열 지나치지 않은가/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지난 18일 마감된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시장에서 15명이 행선지를 정하는 과정에 구단들은 523억 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올해 9개 구단 연봉 총액(외국인과 신인 제외) 444억원을 한참 웃돈다. 지난해 삼성 구단의 매출 534억원에 버금간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프로야구 입장료 수입(633억 5612만원)과도 11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FA를 도입한 2000년 5명의 총액이 24억 2500만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액면가로만 21배가 넘게 늘었다. 종전 최다였던 2011년 15명의 총액 261억 5000만원과 비교하면 곱절이 넘는다. 이런 스타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열심히 땀 흘린 데 대해 그 정도 보상은 당연하다는 시각부터, 구단들도 다 계산이 있을 텐데 어련히 알아서 돈보따리를 풀었겠느냐고 동정론을 펼 수도 있다.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을 향해 괜한 시샘을 부리는 건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했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싶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미프로야구(MLB)와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소박하다는 안위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국내 시장과 구단들의 열악한 상황에 비춰볼 때 올해는 심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우선 구단들은 선수의 기여도와 앞으로의 활용 방안 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붙잡고 데려오고 보자’는 식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밖으로 내비치게 했다. 지난해 김주찬과 홍성흔을 각각 KIA와 두산에 내주며 팬들의 이반을 경험한 롯데가 구단주의 엄명에 따라 강민호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데려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팅으로 280억원을 챙긴 한화나 심지어 신생구단 NC까지 과감하게 나설 것이란 두려움이 롯데나 모든 구단들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화가 원 소속 구단과의 협상 기한이 만료된 지 8시간도 안 돼 정근우, 이용규와 도장을 찍은 것도 탬퍼링(사전 접촉 금지)에 저촉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SK의 4년간 70억원 제시에 80억원을 요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화와 70억원에 도장을 찍은 정근우도 강민호와 함께 축소 발표 의혹을 사고 있다. 셋의 몸값 210억원은 지난해 넥센 구단의 매출 222억원과 맞먹는다. 최근 3년 동안 타율 .250을 넘긴 적이 없는 이대형이 4년 동안 24억원을 받기로 하고 KIA로 옮긴 것도 지나치게 끓어오른 FA 시장 덕을 본 것이다. ‘몸값 폭등만 걱정하지 말고 더 나은 경기력으로 더 많은 관중을 불러모으고 구단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당장 월급 200만원도 채 안 되는 신고선수 앞에서 같은 논리로 얘기해 보라고 대꾸하고 싶어진다. bsnim@seoul.co.kr
  • 정기 세무조사 대상 기업 689 →1114곳

    정기 세무조사 대상 기업 689 →1114곳

    5년 단위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대상 기업이 현행 689개에서 1114개로 62% 늘어난다. 연간 매출 기준이 기존 ‘5000억원 이상’에서 ‘3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세수 증대를 위해 탈세를 막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1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청에서 열린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기 세무조사 대상 법인을 종전 연 매출 5000억원 이상에서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이상 법인은 689개였고, 연 매출 3000억~5000억원은 425개였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정기 세무조사 대상 법인은 1114개로 늘어난다. 그동안 연 매출 5000억원 미만 법인은 전산 신고의 성실도가 낮은 것으로 보일 경우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주기가 보통 6~10년에 해당해 세무조사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김국현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방식이 바뀌어도 실제 연간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의 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긴 503m 과일파이…기네스 기록 경신

    세계에서 가장 긴 503m 과일파이…기네스 기록 경신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파이 기네스기록이 세워졌다. 니카라과에서 길이 503m 세계 최장 과일파이가 만들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네스는 과일파이의 길이를 측정하고 기록등재를 확인했다. 종전 최고기록은 멕시코의 한 베이커리가 세운 423m였다. 니카라과가 기네스기록을 세운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과일파이를 만들기 위해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선 5개 블록에 걸쳐 테이블을 설치했다. 재료로는 계란 6만 개, 밀가루와 설탕 65자루. 마가린 320상자, 설탕에 절인 과일 양동이 75개 분량, 딸기 100상자 등이 사용됐다. 만들어진 과일파이는 관람객들에게 1인분에 미화 0.8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약 850원에 판매됐다. 길이 500m짜리 과일파이는 약 6만 명분이었다.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한 대학생은 “과일파이를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 6만 명 분 이상이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니카라과의 한 베이커리가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했다. 목표는 5만 달러(약 5300만원)였다. 주최 측은 화상을 당한 어린이와 암환자 어린이의 치료비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사진=뉴헤럴드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다승 이어 상금왕·최저타상도 눈앞… LPGA ‘인비 천하’

    다승 이어 상금왕·최저타상도 눈앞… LPGA ‘인비 천하’

    올해 세계 여자골프계를 평정한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우수선수를 상징하는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이 상을 탄 것은 1966년 제정된 지 무려 47년 만에 처음이다. 박인비는 1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골프장(파72·6626야드)에서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4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이전까지 올해의 선수 포인트 290점으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추격을 받던 박인비는 이 대회 최종 순위에 따른 포인트 7점을 보태 297점이 돼 공동 5위(10언더파 278타)로 6점을 추가하는 데 그친 페테르센(258점)을 39점 차로 따돌리고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매 대회 ‘톱10’ 이내에 든 선수만을 대상으로 차등 부여된다. 1위는 30점, 2위는 12점… 순이다. 시즌 최종전인 CME 타이틀홀더스가 남아 있지만 점수 차가 워낙 커 페테르센이 우승해도 박인비의 수상에는 지장이 없다. 올해의 선수에 이어 ‘다관왕’ 가능성도 높다. 4위 상금 5만 8000달러(약 61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랭킹 1위(239만 3000달러)를 지킨 박인비는 21일 개막하는 타이틀홀더스(우승 상금 7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한다. 페테르센이 228만 4000달러로 2위에 올라 여전히 박인비를 추격하고 있다. 박인비는 최저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도 2년 연속 석권할 수 있다. 현재 69.9타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69.48타), 페테르센(69.59타)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이미 확정한 다승왕(6승)까지 합치면 최대 4관왕에 오르며 ‘인비 천하’를 알리게 된다. 물론 다승은 LPGA 시상 부문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베어트로피 등 3관왕을 더 화려하게 빛낼 전리품이 될 수 있다. 3관왕 탄생 자체만으로도 2011년 청야니(타이완)에 이어 2년 만의 경사다. 박인비는 “LPGA 투어에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았고 그만큼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올해의 선수가 없다는 점은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올해의 선수상에 더욱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이 13언더파 275타로 이 대회 3위에 오른 가운데 우승은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친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에게 돌아갔다. 루이스가 마지막홀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1타 뒤진 15언더파 273타로 준우승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3·1운동, 日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단 최초 발견·공개

    3·1운동, 日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단 최초 발견·공개

    한국 정부가 1953년에 전국적으로 조사한 3·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간토)대지진 피살자 명부가 사상 처음으로 발견, 공개됐다. 이번에 우리나라 최초의 일제 강제징병자 세부 명부도 나와 일제강점기 피해보상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국가기록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953년 이승만 정부가 작성한 ‘3·1운동시 피살자 명부(1권·630명)’,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1권·290명)’, ‘일정(日政)시 피징용(징병)자 명부(65권·22만 9781명)’ 등 3가지 명부 67권에 대한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명부는 지난 6월 주일대사관 청사 신축에 따른 이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이관받아 명부별 분석작업을 거쳐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명부는 1952년 12월 15일 제109회 국무회의에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내무부에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한 명부로 1953년 4월 제2차 한일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원은 밝혔다. ’3·1운동시 피살자명부’에는 1권 217매에 지역별로 모두 630명의 희생자가 실려 있으며 읍·면 단위로 이름, 나이, 주소, 순국일시, 순국장소, 순국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동안 3·1운동을 하다 순국한 이들 중 공식적으로 인정된 독립유공자 수는 391명에 불과한데, 이번 피살자 명부 발견으로 그 숫자는 3배 가까이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독립운동가 박은식의 독립운동지혈사에 기록된 3·1운동 피살자 수는 7509명이다.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는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된 한국인 명부로, 1권 109매에 모두 290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수는 6661명∼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희생자 명단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명부에는 관동대지진 희생자 이름 외에 본적, 나이, 피살일시, 피살장소, 피살상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일정(日政)시 피징용(징병)자 명부’는 지금까지 작성된 피징용자 명부 중 가장 오래된 원본기록으로, 65권에 22만 9781명의 명단을 담고 있다. 이는 역시 1957년 한국 정부가 작성한 28만 5771명의 왜정시 피징용자명부에 비해 5만 5990명이 적지만 기존 명부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생년월일이나 주소 등이 포함돼 있어 피해보상을 위한 사실 관계 확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록원은 내다봤다. 실제로 경북 경산지역의 경우 피징용자 4285명 중 1000여명이 종전 명부에는 없는 새로운 명단으로 밝혀졌다고 기록원은 설명했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3·1운동과 관동대지진 당시 피살자 명부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최초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과거사 증빙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 명부가 정부수립 직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기록원은 이번에 수집한 자료를 국가보훈처 등 관련부서에 넘겨 독립유공자 선정과 과거사 증빙자료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명부별 세부사항을 정리해 내년 초부터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빙속 여제’ 이상화 또 신기록 썼다…500m 36초 57 달성

    ‘빙속 여제’ 이상화 또 신기록 썼다…500m 36초 57 달성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또 한번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2주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이상화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1차 레이스에서 36초 5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기록은 이달 10일 캐나다 캘거리 1차 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36초74)을 다시 0.17초 단축한 것이다. 이상화는 지난 1월 36초 80의 기록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최근 세 번의 세계 신기록을 거듭 갈아치우는 등 최상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화가 신기록 행진을 벌이기 전까지 여자 500m 최고 기록은 36초 94로 지난해 1월에야 갓 36초대에 진입했지만,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이상화가 36초 50대까지 기록을 단축했다. 이상화는 또 올 시즌 들어 치른 세 차례의 500m 레이스에서 모조리 1위를 달리며 압도적인 강자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컵 포인트 300점으로 공동 2위인 왕베이싱(중국), 예니 볼프(독일·이상 220점)와의 격차를 벌렸다. 20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마지막 조에서 볼프와 함께 달린 이상화는 인코스에서 출발, 10초16만에 첫 100m를 통과했다. 이상화의 역대 레이스 가운데 가장 빠른 초반 기록을 작성해 세계신기록의 기대를 부풀렸다. 기세 좋게 초반 주도권을 잡은 이상화는 결승선까지 남은 400m를 26초 4만에 주파했다. 이 역시 역대 여자부 레이스를 통틀어 가장 빠른 구간 기록이다. 초반과 후반에 모두 완벽한 스피드를 보이자 결과는 당연히 자신의 종전 기록을 넘어선 세계기록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화는 다시 한 번 역사적인 질주를 펼친 뒤 주먹을 쥐어 보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중국의 왕베이싱이 36초85로 이상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36초80대 기록을 내며 은메달을 획득했고, 헤서 리처드슨(미국·36초97)도 36초대에 진입하며 3위에 올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한국 사회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치맥’의 모든 것

    [주말 인사이드] 한국 사회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치맥’의 모든 것

    대한민국이 바야흐로 ‘치맥’(치킨과 맥주) 전성시대다. 소주에 삼겹살, 막걸리에 파전, 탁주에 홍어 등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궁합 맞는 술과 안주는 많지만 치맥처럼 남녀노소 모두 즐기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조합은 드물다. 젊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금요일 밤 치킨가게나 강변 등 야외에 삼삼오오 모여 한 손에는 치킨, 다른 손에는 맥주를 들고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외국인들도 우리 치맥에 엄지손가락을 든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출신으로 현재 하우스 맥주 집을 운영 중인 영국인 다니엘 튜더는 15일 “한국식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세계에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데 아주 좋은 상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은 왜 치맥에 열광하는 것일까. 치맥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바탕에는 맛 궁합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흐름, 수요·공급의 조화 등이 깔려 있다. 한국 사회를 사로잡은 치맥의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치맥의 한 축인 치킨이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가 움트면서 농촌을 떠난 젊은 인구가 도시로 밀려올 때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 속에서 공장과 사무실 등으로 배달시켜 먹는 간식 문화가 발달했고 통닭도 이 무렵에 주목받았다. 특히 야식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맥주를 가볍게 곁들이기 시작했다. 대구 치맥 페스티벌을 기획한 윤병대 한국식품발전협회 사무처장은 “프라이드치킨은 탕과 찌개 등 먹기가 번거로운 술안주와 달리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어 젊은 층이 야유회와 체육대회 등에서 곧잘 즐겼다”고 회상했다. 국내 치킨의 ‘본산’ 격인 대구에도 이 무렵 치킨 문화가 싹텄다. 6·25전쟁 종전 이후 대구에 자리 잡은 미군 부대(캠프 워커, 캠프 헨리) 내에서 팔던 프라이드치킨이 군무원 등을 통해 대구 시내로 흘러들었다. 전통적인 닭백숙이나 기름을 쫙 뺀 전기구이 통닭을 팔던 닭집 주인들은 치킨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름에 튀겨 맛이 고소한 데다 튀김옷을 입힌 덕에 살코기만 팔 때보다 양이 훨씬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구는 특히 닭 공급이 수월한 지리적 이점도 있었다. 경북권역의 영천과 의성, 청도 등에는 1970년대까지 국내 양계장의 80% 이상이 몰려 있었는데 이곳에서 길러진 닭이 지역 내 소비 기반인 대구의 치킨집에 공급됐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으로 국내 닭고기 생산량이 13배 정도 늘어난 직후였다. 내륙 도시인 까닭에 해산물 등의 신선한 식자재 공급이 어려웠던 터라 닭이 ‘효자 식품’이었던 셈이다. 전국 치킨 브랜드 업체 320여곳 중 절반 정도가 대구, 경북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 양념통닭 등 ‘1세대 치킨 체인점’은 물론 교촌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 간식으로 입지를 넓혀 가던 치킨이 맥주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1980~1990년대였다. 이전까지 고급 술로 생각됐던 맥주의 가격이 1980년대 업체들의 대중화 전략으로 싸졌고 치킨과 함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술로 자리매김했다. 또 1990년대 이후 프로야구 등 스포츠의 호황도 치맥 주가를 올렸다. 윤 사무처장은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자 맥주와 치킨이 야구장 등으로 많이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치킨업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치맥 시장 활황의 기폭제가 됐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2002년 업계에서 맥주 안주로 치킨의 입지를 굳히려 만든 것이 ‘치맥’이라는 용어였다”고 전했다. 주말 밤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TV로 보며 치맥을 즐기는 신형근(32)씨는 “수저나 젓가락을 이용해 먹어야 하는 다른 안주와 달리 치킨은 손에 들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젊은 층은 인터넷에서 축약형 신조어인 ‘치맥’이라는 표현을 쓰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만취할 수 없다면 술이 아니다’라던 주당들은 ‘맥주는 음료수 아니냐’고 비아냥댔지만 술 한잔 손에 쥔 채 몇 시간이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치맥은 딱 맞았다. 김소혜 음식문화 평론가는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은 건강이나 음식 궁합이 아니라 치맥을 먹을 때의 분위기 등을 즐기는 것”이라면서 “대중적인 음식에 ‘신 날 때 먹는 것’ ‘응원할 때 먹는 음식’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거리로 내몰린 퇴직자들이 치킨집 창업에 대규모로 나선 것도 1990~2000년대 치맥 열풍의 한 배경이 됐다. 국내 치킨집은 지난 10년간 10배 늘어 현재 전국적으로 3만 6000개나 된다. 치맥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건 무엇보다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맥주 전문가들은 차가운 맥주가 기름진 치킨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까닭에 사람들이 치맥 조합을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브루마스터’(맥주 양조 전문가)인 정영식 오비맥주 이사는 “맥주의 산성도는 pH4 정도로 높아 기름기 많은 치킨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치킨이나 소시지 등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은 뒤 맥주를 마시면 입이 깔끔하게 씻기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맥주 종류 가운데 치킨과 궁합이 유독 잘 맞는 것이 있을까. 정 이사는 “맛 궁합상 맥주 종류인 라거와 에일 모두 치킨과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다만 치킨집의 술자리 분위기에 따라 맥주 종류를 달리할 필요는 있다. 라거는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지만 탄산이 적어 금세 밍밍해지는 만큼 짧은 시간 치킨에 맥주를 즐길 때 어울리는 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에일은 맛이 거칠고 진해 오래도록 김이 빠지지 않는 만큼 긴 술자리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치킨과 맥주가 서로 부족한 영양 균형을 보충해 주는 까닭에 두 음식을 함께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이사는 “맥주는 열량이 높고 영양 성분이 부족하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라면이나 밥, 국수 등과 함께 먹으면 쉽게 살만 찐다”면서 “치킨도 열량이 높기는 하지만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성분이 가득하기 때문에 맥주 안주로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치킨 외에 대표적 맥주 안주인 소시지, 마른 멸치, 계란 등도 고단백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인들이 맥주 안주로 즐기는 ‘아이스바인’(돼지 정강이 부위를 삶아 요리하는 독일 전통 음식)도 고단백 음식이며 과거 호프집에서 안주로 유행했던 족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양학자들은 “사실 영양 궁합으로는 치킨과 맥주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치킨은 지방이 많고 맥주는 소화기관과 온도 차이가 커 두 음식 모두 소화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치킨과 맥주에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 성분이 많아 함께 먹으면 통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국내 성공을 발판 삼아 국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식 치킨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튜더는 “외국에는 프라이드치킨 정도만 있는데 양념치킨이나 마늘치킨 등은 흔한 맛이 아니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혜 평론가는 “다양한 요리법의 치킨들은 처음 먹어 본 사람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였기 때문에 대중화될 수 있었다”면서 “현지화에 더 신경 쓴다면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장하나 vs 김세영 ‘상금퀸 가리자’

    장하나 vs 김세영 ‘상금퀸 가리자’

    프로골프대회에서의 조 편성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전 대회 우승자와 해당 대회 디펜딩 챔피언, 상금 1위 등 세 명을 한 조에 묶어 마지막으로 1번홀 티박스를 출발하게 한다. 이번엔 사뭇 다르다. 15일 전남 순천의 승주골프장(파72·6642야드)에서 사흘 동안 펼쳐질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64명. 시즌 상금 랭킹 순으로 추리다 보니 규모는 다른 대회의 절반이다. KLPGA는 이참에 경쟁 구도가 확연한 선수들을 한 조에 묶었다. 그러다 보니 스트로크 방식 대회이면서도 조 편성은 마치 매치플레이의 ‘매치업’처럼 바뀌었다. 최고의 매치업은 장하나(왼쪽·21·KT)-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이다. 둘은 15일 오전 11시 28분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장하나에겐 설욕의 라운드다. 지난 10일 ADT대회 마지막 라운드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최유림의 7m짜리 버디 퍼트에 우승컵을 내줬다. 바로 앞 조에서는 김세영(오른쪽·20·미래에셋)-김효주(18·롯데)가 이들보다 8분 먼저 경기를 시작한다. 이들에겐 장하나가 ‘공공의 적’이다. 뜯어 보면 ‘동상이몽’의 모양새다. 김세영은 2700만원 뒤진 상금 1위와 다승왕 탈환에, 김효주는 시즌 최우수선수에게 돌아가는 KLPGA 대상 포인트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이 벌이는 끝장 승부의 막이 올랐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美타임 ‘영향력 10대 16명’ 골퍼 리디아 고 이름 올려

    美타임 ‘영향력 10대 16명’ 골퍼 리디아 고 이름 올려

    뉴질랜드 교포 골퍼 리디아 고(16·고보경)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10대 16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13일 인터넷판에 보도한 이 기사에서 리디아 고를 두 번째로 거론하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으며 최근 프로로 전향했다”면서 “18세 이상 선수에게만 회원 자격을 주는 LPGA 투어가 리디아 고에게는 예외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 대회 최연소 우승,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아마추어 최초의 LPGA 투어 2승 등의 기록도 남겼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주한 리디아 고는 11세 때 처음으로 프로 대회에 나선 이후 LPGA 투어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2위)까지 모두 25차례 각국 투어에 출전, 캐나다오픈 2연패를 비롯해 4승을 거뒀다. 리디아 고는 이달 열리는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랭킹은 4위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경북 중소건설사 지원 추진

    경북도가 건설경기 침체로 수주난을 겪는 지역 중소건설업체 지원에 나섰다. 도는 공사 하도급 시 지역건설업체의 참여율을 대폭 확대한 ‘경북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개정 조례’를 최근 도의회 심의를 거쳐 공포했다고 13일 밝혔다. 건설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하도급을 줄 때 지역건설업체 참여율을 종전 5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한 게 골자다. 2억~100억원의 공사를 발주할 때는 종합 및 전문 건설업체가 공동 수급체를 구성해 계약에 참여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발주기관에서 예산편성과 기본설계 등 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공구별 분할 발주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공사비 10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지역 제한 입찰공사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슈&이슈] “2015년까지 20억원 투입… 시장 활성화 대책 총동원”

    [이슈&이슈] “2015년까지 20억원 투입… 시장 활성화 대책 총동원”

    “하양공설시장 현대화와 함께 시장 기능을 종전 5일장(4, 9로 끝나는 날짜)에서 상설화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반드시 활성화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상달(58) 경북 경산시 경제통상국장은 10일 “좀 더 시간을 갖고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양공설시장 활성화와 관련, “2015년까지 3년간 중소기업청 주도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을 위해 총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인 역량교육 강화, 파워블로거 기자단 운영, 자체상표(PB) 상품 개발, 문화축제, 홍보광고 등 각종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시장경영진흥원의 재래시장 활성화 노하우와 전국 재래시장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해 접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의 재래시장 장보기를 확대하고, 기관·단체 등의 각종 회의 및 모임을 재래시장에서 개최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입점 품목을 지나치게 제한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상인들의 지적에 대해 그는 “상인들과 협의하겠다”면서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 미입점 상가 27곳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시장 인근 조산천 제방 도로의 노점을 철거해 달라는 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계획 중인 하천 정비 사업이 진행되면 전면 철거가 불가피하다”며 “일부는 5일 장날 재래시장 이벤트 광장 등지로 유치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입점 허가를 취소당한 일부 상인들의 보상 요구에 대해 그는 “공공시설물인 공설시장 상가를 상인들이 불법적으로 양도·양수한 것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일부 상인이 불가피하게 입게 될 피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프로축구] “지면 끝장”… 몸부림치는 그라운드

    [프로축구] “지면 끝장”… 몸부림치는 그라운드

    프로축구 포항(2위·승점 62)은 선두 울산(승점 67)이 얄밉다. 울산과의 승점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난달 30일 포항종합경기장에서 인천에 2-1로, 3일 부산아시아드에서 부산을 3-1로 이겨 승점 6을 챙기며 K리그 정상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그러나 울산은 더 달아났다. 울산은 지난 3일 인천 축구경기장에서 끝난 원정 경기에서 인천을 1-0으로 꺾고 4연승을 거두며 승점 12점을 주워담았다. 이번 주말 상위 랭커 팀들이 격돌한다. 3~4경기씩을 남겨둔 팀들로선 막판 순위 다툼의 최대 고비를 맞았다. 선두 추격의 꿈을 가진 포항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5위·50점)과 격돌한다. 포항은 이 경기를 이겨야 울산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울산은 9일 홈에서 전북(3위·승점 59)을 상대한다. 울산은 선두 독주체제를 굳히고 싶지만 전북이 만만찮은 상대인 게 꺼림칙하다. 전북은 최근 2연승을 거두며 승기를 이어갔다. 이날 복귀가 예상되는 ‘라이언 킹’ 이동국으로 인해 한층 강해질 화력이 찜찜하다. 포항은 내심 전북이 울산을 꺾거나 최소한 비겨 주기를 바란다. 전북과 울산이 비겨도 포항이 수원에 이기면 승점차를 줄일 수 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최근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린 이명주와 고무열(이상 1골·1도움)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올 시즌 수원과의 경기에서 2승 1무로 앞서 있는 것도 자신감을 더한다. 그러나 포항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수원전을 비롯해 전북(16일), 서울(27일·4위·54점), 울산(12월 1일) 등 강호들과의 일전을 남겨 두고 있다. 서울전까지 모두 이겨야 울산과의 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을 꿈꿀 수 있다. 수원도 배수진을 쳐야 한다. 수원은 지난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라이벌 서울에 1-2 역전패를 당하며 4위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리그 5위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 아시아 챔스리그 진출을 위해서라도 수원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최근 정대세의 골 감각 회복과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풀백 홍철의 수비 복귀가 반갑다. 포항이 수원을 꺾고 선두 다툼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 수원이 포항에 일격을 가하며 아시아 챔스리그 진출권을 향해 달려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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