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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2년연속 ‘세수펑크’ 사태 오나

    사상 첫 2년연속 ‘세수펑크’ 사태 오나

    정부가 27일 ‘2013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 내외에서 3.0%로 낮췄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내년 나라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구나 내년에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공약 추진 등을 이유로 6조원 정도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사실상의 균형재정’ 목표 달성 무산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세수 부족 사태까지 우려된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 포인트 내리면 국세 수입이 2조원 정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세입이 지난 9월 전망치인 216조 4000억원에서 214조 4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으로 세수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은 실질 GDP에 물가상승분(GDP 디플레이터)이 포함된 경상 GDP를 기준으로 걷기 때문이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정부 예상치대로 올해보다 0.5% 포인트 높은 2.7%가 되면 경상 GDP 역시 0.5% 포인트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전체 세입·세출 규모를 놓고 볼 때 (2조원가량은) 큰 규모는 아니다.”라면서 “GDP 디플레이터를 감안하면 실제 세수감소분은 1조원 정도로 떨어질 것인 만큼, 세출을 줄이든가 채권을 발행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내년에 GDP 대비 마이너스 0.3%(4조 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사회에서 ±0.3%는 균형 예산으로 평가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중앙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합친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기금 운용수익을 뺀 것이다. 하지만 1조원의 세수가 줄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5조 8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GDP 대비 마이너스 0.41%가 된다. ‘2014년 이후 흑자규모 확대’라는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세수 감소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재정 조기집행 등 경기활성화 정책의 효과를 감안한 수치다. 대외 불안요인이 심화되면 내년 성장률이 올해와 유사한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고, 세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년 1·2분기에는 각각 0%대 성장률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조세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과세 기준은 올해 실적이다. 경기 불황으로 정부 ‘기대’대로 소득세 등이 5조 4000억원이나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올해 세수가 3조 2000억원 정도 덜 걷힌 데 이어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강력한 세출구조개혁으로 임기 5년간 매년 27조원의 추가 세수를 만들어 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공약’ 추진을 위해 국채발행으로 6조원 정도를 마련하자는 새누리당 측 요구가 현실화되면 재정건전성의 추가 악화는 불가피하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라 국채 발행보다는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필요 재원을 확보하고, 그 재원을 경제위기 극복의 종잣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유엔 제재, 北 추가도발 저지에 초점 맞춰야

    엊그제 ‘은하 3호 위성’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내친김에 더 큰 도박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한다. 북한에 남은 도박은 핵실험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직후엔 어김없이 핵실험을 강행해 왔던 전력이 있다.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 석 달 뒤 첫번째 핵실험과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한 달 뒤 2차 핵실험이 그들의 역사다. 사거리 1만㎞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확보한 데 이은 3차 핵실험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결정적으로 위협할 요인이다. 북의 추가 도발 저지에 전세계가 나서야 할 이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어제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의 유엔 결의안 1718·1874호 위반을 강하게 규탄한 데 이어 추가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태세다. 두 차례의 결의안이 북한의 로켓(미사일) 발사·핵실험을 막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북한에 보내는 채찍의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유엔의 대북 제재는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다. 다만 우리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추가 결의안은 소형 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 관련 물자의 대외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결의안 1874호보다 금수 대상품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방식보다 더 촘촘한 금융제재로 북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종잣돈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북 결의안 채택 추진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북한을 감쌀 명분은 없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추가 핵실험마저 강행한다면 북한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갓 출범한 시진핑 체제의 중국에는 G2(주요 2개국)로서 국제사회의 위상에 맞는 역할이 요구된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도 유엔 제재 결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가운데 한명은 당선자 신분으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북핵 문제다. 북한 핵실험을 저지하고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후보 선정 기준이 될 것이다.
  • [금융특집] 국민은행

    [금융특집] 국민은행

    안정성을 좇아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 처지에서는 0.1% 포인트의 금리나 각종 수수료 혜택도 아쉽다. KB국민은행의 ‘직장인 우대 종합통장’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KB 스타트 통장’과 더불어 국민은행의 대표적인 급여통장인 이 상품은 2006년 1월 12일 출시하여 지난달 20일 기준 267만좌(2조 7459억원)를 유치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급여 이체를 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수료 면제 및 예·적금 상품 금리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한마디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장인 맞춤 상품이다. 우선 급여 이체 고객과 3개월 통장 평균 잔액이 100만원 이상인 고객, 3개월간 KB국민카드 이용 실적이 100만원 이상인 고객은 자동화기기 시간외 이용 수수료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폰뱅킹 이용 수수료를 횟수 제한 없이 면제받는다. KB국민카드의 결제 실적이 있거나 공과금 자동이체가 있는 고객에게도 월 10회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예·적금에 신규 가입하면 0.3% 포인트 이자를 더 얹어준다. 은행 지점에서 주택청약예금과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해도 0.2% 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기존 어린이 상품을 청약예금으로 전환할 때는 0.35% 포인트의 금리 혜택을 준다. 지난 4월 이후 이 상품에 가입한 급여 이체 고객은 타행 자동화기기 이용 출금수수료를 월 5회까지 추가로 면제받는다. 국민은행 자동화기기로 타행 이체하면 월 10회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환전 수수료 및 송금 수수료 50%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돈을 불려 종잣돈 마련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복리 상품에 눈돌려 보자. 복리는 일정 기간마다 원금에 이자를 더하고, 그 합계액을 다음 기간의 원금으로 해 이자를 붙여준다. KB국민은행 측은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자유적립식 월 복리적금이 큰 인기”라고 전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에코 세대 72% “재무설계 해본적 없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1979~1985년생) 10명 가운데 7명은 삶의 목표에 맞는 자금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가 29일 내놓은 ‘에코 세대의 라이프 금융플랜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에코 세대 가구주 1008명을 조사한 결과, 69.4%가 생애 주기별 재무설계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람은 드물었다. 응답자의 71.8%가 자금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4.1%는 앞으로도 계획을 세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붐의 메아리라는 뜻에서 에코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10.6%를 차지한다. 약 510만명이다. 에코 세대는 자금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로 ‘보유자금이 너무 적어서’(55.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정보를 찾기 힘들다’(22.0%)거나 ‘전문가 조언을 받기 어렵다’(20.20%)는 이유도 많았다. 이들은 금융자산의 대부분(81.4%)을 예·적금과 보험 등의 안전형 금융자산에 넣어 위험 회피 성향을 드러냈다. 본격 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종잣돈은 5000만원 이상이지만 이 액수를 이미 마련했거나 가까운 장래에 마련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3%에 불과했다. 종잣돈을 마련하는 방법(복수 응답 가능)은 ‘급여를 모은다’(80.5%)가 가장 많았다. ‘부모에게 지원받거나 상속받겠다’는 응답도 23.2%였다. 에코 세대의 평균 부채는 1인당 3521만원이었다. 주로 주택담보대출(24.0%)을 받고 있었다. 연구센터는 본격적인 100세 시대를 맞아 에코 세대가 체계적 재무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첫 세대임에도 지나친 안정형 투자로 자금계획의 실효성이 낮고 부채관리도 주먹구구라고 지적했다. 황원경 선임연구위원은 “예·적금 위주에서 수익을 낼 만한 자산 포트폴리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증권특집] 삼성증권

    [증권특집] 삼성증권

    유럽의 재정 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막 은퇴를 했다면 자금 관리에 대한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해 8월부터 은퇴시장을 겨냥해 ‘삼성POP골든에그’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은퇴자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안정성과 장기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은퇴자 및 은퇴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기본적 마음가짐부터 종잣돈 관리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은퇴학교’도 운영한다. 덕분에 두 달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들었다. 일반적인 은퇴상품이 단일 전용상품으로 출시되는 것과 달리,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투자성향에 맞게 편입해 주는 것이 장점이다. 계좌관리 서비스와 유사하다. 쉽게 말해 은퇴자의 상황과 여건에 맞춰 기대 수익률과 수익 분배방식(거치식, 월지급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POP골든에그’에 편입되는 은퇴자산관리 전용상품은 크게 ‘코어’(핵심) 상품과 ‘새틀라이트’(부가) 상품으로 구성된다. 핵심 상품은 앞자리 숫자별로 기대 수익률을 뜻하는 5시리즈, 7시리즈, 9시리즈로 나뉜다. 상품별로 거치형과 분배형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거치식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를 운용해 만기까지 보유하고, 시장 등락을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통해 ‘시중금리+α’의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연 5%의 수익을 추구하는 5시리즈 거치식 상품은 안정성을 추구하는만큼 국공채를 90% 편입하고 나머지 10%는 ETF를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지수 상승 시에는 ETF 매수를 확대해 상승 추세를 따라가고, 하락 시에는 향후 주가 상승에 대비해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더 많이 매수해 시장의 등락을 적극 활용한다. 매월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ELS와 국공채, 브라질 국채 등을 편입한 분배형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분배형을 선택하면 매달 최초 가입금액의 0.4~0.75% 수준의 현금을 받게 된다. 이 상품은 저금리 시대에 채권과 ETF를 통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 자체의 장점도 있지만, 삼성증권의 다양한 은퇴 관련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삼성증권은 올 초 업계 최초로 은퇴설계 전용 프로그램을 전 지점에 보급했다. 총 270명의 은퇴설계 전문 프라이빗 뱅커(PB)가 지점에서 상담을 도와준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선택 2012 D-28] 정해진 ‘종잣돈’에 ‘쓰는 돈’ 끼워 맞추고… ‘선심성 개발’ 재원만 30조

    [선택 2012 D-28] 정해진 ‘종잣돈’에 ‘쓰는 돈’ 끼워 맞추고… ‘선심성 개발’ 재원만 30조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 주는 후보들의 ‘공약 대차대조표’에서도 모순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 놓은 ‘종잣돈’(재원조달 총액)에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나가는 돈’(재원 투입금액)을 끼워 맞추는 식이어서 작위적인 냄새마저 풍긴다. 또 정부의 빚보증이 예견되는 일부 공약들은 단지 국고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원 대책에서 빠졌다. 특히 각 후보가 공항과 도로, 철도 건설 등 지역 선심성 공약으로 내놓은 지역개발 사업비는 이미 30조원을 넘겼지만, 어느 후보도 뚜렷한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에 들어가는 오는 27일부터 후보들의 지역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어 지역개발 사업비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각 후보가 제출한 ‘매니페스토 비교분석 질의 답변서’는 재원 마련의 원칙을 밝힌 것이지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아니다.”라면서 “이대로 진행한다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재원 조달 내역서를 보면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71조원을 마련하고 세제개편으로 48조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는 다른 예산을 줄여서 종잣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인데, 정작 답변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세부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또 전체 재원 조달액(134조 5000억원)의 53%를 차지하는 예산절감·세출 구조조정에 대해 “낭비가 많고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역으로 현 이명박 정부의 예산 운용에 낭비가 많고 구조조정할 곳이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올 초에 이미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발굴될 만큼의 세정 발굴이 이뤄졌으며 절감되는 부문도 크지 않다.”면서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를 하든지 복지 정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또 세제개편을 통한 48조원 확보는 사실상 비과세 혜택 감면만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2013년 11조 8000억원, 2014년 29조 4000억원 등 임기 후반에 예산 재원조달 계획이 집중된 것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제는 대규모 사업비가 들어가는 박 후보의 8대 지역사업 공약은 아직 발표조차 안 됐다는 점이다. 이 중 하나인 ‘동서화합 프로젝트’에는 부산~광주 구간 영호남 고속철도(KTX) 신설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재원 조달의 실현 가능성에서는 박 후보와 ‘오십보 백보’ 수준이다. 다만 항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열했다는 것과 그나마 증세를 밝혔다는 점이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문 후보는 세출예산 절감과 추가세입 증가로 각각 연평균 11조 2000억원, 6조 4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복지체계 구조조정과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개편해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문 후보는 또 경제민생 분야 공약 29개 중 4개에만 예산을 투입하고 나머지 25개 공약은 비예산으로 처리했다. 재원 투입이 필요없다는 뜻인데 ‘고령자, 중장년과 청년의 세대융합형 창업지원’을 비롯한 상당수 공약들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문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민자사업으로 처리하거나 공공기관이 부담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정부의 빚보증과 공공기관의 재원 투입도 큰 의미에서는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부실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공약 대차대조표’의 미제출을 빼고도 재원 마련 대책의 내용에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과 우선순위 조정, 정부 예산의 자연스러운 증가분을 우선적으로 사용”이라는 상투적인 답변이 많았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해소와 복지사업 등에는 구체적인 정부의 지원 금액을 제시했다. 종잣돈은 고려치 않고 쓸 돈만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로또 10년, 명과 암] “1인당 판매액 60% 증액 검토를 기금 확대·복지활용 세계적 추세”

    불황에는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권, 특히 로또는 불황일수록 잘 팔린다. 그래도 외국에 비해 시장이 작은 편이다. 복권 판매 총량을 늘리고, 복권기금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로또는 등장 직후인 2003년 3조 8031억원에서 2007년 2조 2646억원으로 매년 판매액이 전년보다 10%씩 줄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2조 2680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2조 812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2조 3325억원어치가 팔려 2004년 이후 8년 만에 3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나온다. ●1인당 연평균 5만원… OECD 3분의1안돼 정부는 매년 복권과 카지노 등 6대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을 정한다. 사행산업의 과도한 성장을 규제하기 위해서다. 올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정한 복권 판매 총량은 지난해보다 700억원 늘어난 2조 8753억원이다. 최근 충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작성한 ‘국내 복권시장 적정 규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복권 판매액은 48달러(약 5만 3000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24%다. 1인당 판매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인당 165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8개국 평균(152달러)보다도 적다. GDP 대비 복권판매액 비중 역시 OECD와 아시아 평균이 각각 0.43%, 0.62%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경제규모와 소득수준, 인구구조,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1인당 적정 복권판매액은 76~78달러로 지금보다 60% 정도 늘어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GDP 대비 복권판매액 비율도 0.38~0.39%로 지금보다 0.15% 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이월 횟수 제한·1장당 가격 규제 완화해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연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행성 논란이 많지만 우리나라 소득과 사회문화 수준에 비해 복권에 대해 지나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2회로 제한된 이월 횟수와 복권 1장당 값 등에 대한 규제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복권 매출 중 복권기금은 40% 정도다. 1000원짜리 복권을 사면 400원의 복권기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복권기금의 35%는 법정 배분사업에, 65%는 소외계층 공익사업에 쓰인다. 지난해 조성된 복권기금은 1조 8807억원이다. 국민주택기금 4813억원, 여성발전기금 1350억원, 서민금융활성화에 1200억원 등이 쓰였다. 복권의 공익성 강조는 외국도 똑같다. 중국은 1987년 복권제도를 도입할 때 노인·장애인·고아를 돕고 빈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박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복권 당첨금과 발행비를 빼고는 모두 공익기금으로 쓰인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에 복권 발행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총 1662억 위안(약 29조원)이며, 이 가운데 공익기금으로 490억 위안(29%)이 쓰였다. 공익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대5로 나눠 갖는다. 중앙정부는 매해 8월 말 전에, 지방정부는 매해 6월 말 전에 한 해 공익기금의 모집 및 사용 상황을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시가 2011년 거둬들인 복권 수입 50억 3600만 위안 가운데 공익기금으로 쓴 돈은 31% 수준인 16억 위안이다. 노인보조기금, 자선의료보험 등에 대한 지원에 쓰였다. ●美·中·日 등 투명한 관리로 공익성 강조 미국의 복권기금은 공교육 지원, 일반·지방재정, 교통 인프라 확충, 환경지원, 청소년 보호 지원, 노인복지 등에 쓰인다. 세계적 명문대인 하버드대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의 기초 설립 자금이 복권기금이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복권기금이 기부금처럼 인식되고 있다. 일확천금의 요행을 본질로 한 복권이 미래의 동냥을 키워 내는 종잣돈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찌 보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셈이다. 현재도 미국은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50개 주가 저마다 다양한 형태의 복권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로또복권은 ‘로또6’와 ‘미니 로또’가 있다. 한국과 달리 당첨금은 비과세다. 수익금의 50%가 도·부·현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지정도시의 공공사업 재원으로 충당된다. 나머지 50%는 분담금의 계상 기금으로 쓰인다. 복권위원회는 용도를 엄격히 규제해 사행성 조장 풍토를 막고 비효율적인 사업에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복지논쟁이 한창인 지금 국민연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때 보험료 내봤자 연금 못 받는다며 기피대상 1호였던 국민연금이 이처럼 주목의 대상이 된 배경은 두둑한 자금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8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어느새 세계 3대 연금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빠른 속도로 기금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일하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으로 양질의 보육시설을 짓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 아이를 많이 낳아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자도 덩달아 늘어날 터이니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에 긍정적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배경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나 국민연금이 낸 것보다 많이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된 터라,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조치가 없는 한 납부자가 많아질수록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리에 맹점이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노인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과 높은 노인빈곤율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질 낮은 일자리 양산으로 인한 소득 양극화가 대표적인 예다. 날로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가 근로기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모든 연령층에서의 소득 양극화 심화는 정부 개입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통합 및 국민들의 높아지는 복지 욕구에 일정부분 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증가 압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래 연금급여로 지출될 돈을 앞당겨 쓰자는 주장은 미래세대에 대해 할 도리가 아닌 것 같다. 현재도 재원 조달이 어려워 미래 연금급여로 지출될 돈을 앞당겨 쓰자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노인인구가 급증할 미래에는 써야 할 돈이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국민의 노후를 차입금에 의존하던 국가들의 불행한 사례를 목도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남유럽 국가들이 방만한 연금재정 운영으로 인해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여러 유혹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빚 없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특히 앞날이 우울한 저성장, 저출산, 고령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민연금을 앞당겨 쓰자는 논의보다 ‘저부담 고급여’ 및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초래될 연금 재정 불안정 해소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배경이다. 우리 세대 노인 빈곤 문제는 우리 세대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세대를 위한 돈이 아니다. 지금 많은 돈이 쌓여 있다 하여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아닌 것이다. 우리보다도 훨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에게 남겨 주어야 할 최소한의 종잣돈일 뿐이다. 후세대를 위해 기금에 손 대지 않는 대신, 적지 않은 분들이 빈곤에 노출된 현재의 노인세대에게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우리 앞에 닥쳐올 인구고령화라는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가용한 범위 내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다고. 지금보다 더 튼튼하게 기금을 쌓아 우리보다 훨씬 암울할 세상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안타깝지만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더 많이 보살펴 드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씀드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금 나오라고 두드리면 금이 나오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지금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오히려 채무 청구서만 날려 보낼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이 국민을 어렵게 만드는 궁민연금(窮民年金)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정신을 바싹 차리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집단(그룹)이 경영 세습과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시가총액 29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우량 기업의 후계자로 올라서는 데 들인 돈은 고작 16억원대였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서 받은 60억원에 대한 증여세 명목이다. ●적은 돈으로 경영권 세습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사장의 ‘후계대로’는 탄탄대로였다. 이 사장은 이 종잣돈으로 매입한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주식은 그가 사자마자 상장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550억원)을 안겨주었다. 여기서 나온 돈으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인수한 뒤 주식으로 전환, 에버랜드 지분 25.1%를 획득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달랑 에버랜드 지분만으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른바 재벌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그 비결이다. 순환출자는 A, B, C 등 세 기업이 있을 때 A가 B에, B는 C에, C는 다시 A에 출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A는 적은 지분으로 B와 C를 장악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기업. 이 때문에 에버랜드 대주주인 이 사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를 휘하에 두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재벌그룹이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를 해온 배경에는 부와 경영권을 보다 쉽게 대물림하겠다는 편의주의가 작용했다. 삼성은 현재 1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가 가장 많은 19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차 2개, 한진그룹 6개 등이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 비난 이렇게 자리를 잡은 후계자들에게는 또 다른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감 몰아주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벌어들인 수익은 ‘기네스감’이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1년 1985억원에서 2011년 5조 8340억원으로 10년 새 29배나 뛰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1년과 2002년 총 30억원을 출자한 게 전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2004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서 850억원을 벌었고, 10년 동안 38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이른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촉발시킨 ‘사건’으로 이 두 가지를 꼽는다. 1~2세 경영인들은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해 왔다는 측면에서 어지간한 편법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암묵적 용인을 받았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삼성 사장단 강연에서 “역사적으로 재벌이 이만큼 커 온 데는 국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재벌가의 자녀들 중 일부는 가족의 돈과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사업체를 하나씩 꿰차면서 최근 몇 년 새 대기업 계열사가 급격히 늘었고, 손대는 업종 또한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5년 4월 347개에서 올해 4월 583개로 늘었다. 7년 새 236개, 한 해 평균 33.7개씩 급증했다. 진출한 업종 또한 2001년 39개에서 2011년 말 56개로 10년 만에 43.5%가 늘었다. ●“미국이라면 기업분할 명령 내려져” 박승록 착한자본주의연구원 대표는 “2~3세 세습이 계속되는 동안 범삼성·현대·롯데·LG 등 4대 재벌 가문이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됐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오래전에 기업분할명령제(계열분리청구제)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업적 연관성이 없는 무차별 ‘문어발’ 확장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삼성, 롯데, 현대, LG, SK 등 웬만한 대기업은 커피·빵집,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외식업에 진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다. 또 명품과 자동차 등 소비재 수입에만 열을 올려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워런 버핏이 가문의 부를 이어받은 이들을 ‘운 좋은 정자클럽의 멤버들’(lucky sperm club)이라고 폄하하면서 미국은 능력 위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더 들어맞는 얘기다. 재벌의 시장 지배력이 커 가는 사이 기회를 박탈당한 서민들의 삶은 쪼그라들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의 절반은 창업한 지 3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소득은 창업 전보다 평균 16.2% 줄어들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 경쟁이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로 일자리 창출 등의 낙수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3~4세들이 한참 앞선 출발선에 있다는 사실은 반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박 대표는 “3~4세 경영세습 이후 재벌그룹의 성과들이 계열사 내에서만 돌고 다른 하청기업으로 이전되거나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벌개혁을 통해 낙수 효과를 회복하고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은행, 1%대 총액대출 5%대로 빌려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 값싼 이자로 빌려주는 총액한도대출이 엉뚱하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들이 지나친 가산금리를 붙여 이자 차익을 올리거나 대기업에 편법으로 대출해 준다는 주장이다. 9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은행 창구의 총액한도대출 중 ‘기업구매자금대출’ 금리는 연 5.92%다. 중소기업 대출의 총 평균 금리인 5.81%보다 0.11% 포인트 더 높다. 총액한도대출은 시중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취급 실적을 기준으로 한은이 저리(연 1.5%) 자금 9조원(9월까지는 7조 5000억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은행들은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중소기업에 다시 대출해 준다. 그런데 일부 은행들이 최대 4.42% 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였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편법으로 빌려주다가 적발된 사례도 늘고 있다. 2009년 57억원, 2010년 40억원이던 적발금액이 지난해 9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52건, 398억원에 이른다. 정 의원은 “중소기업에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면 한은이 관리감독을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재정·기금 융자 사업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현장 행정] 1230여명의 마포 ‘재민’아 사랑해

    [현장 행정] 1230여명의 마포 ‘재민’아 사랑해

    “재민이가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20일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앞 광장에는 마포구에 사는 어린이 ‘재민이’를 위한 기부 행사 ‘2012 재민아 사랑해, 희망나눔 페스티벌’이 열렸다. 삼삼오오 친구·가족들과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주민들은 행사장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작은 정성을 모아 기부했고, 일부 주민들은 아예 재능 기부자로 나서 행사장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모두 이웃에 사는 재민이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재민이는 마포구에 사는 저소득가정 아이들에 대한 애칭이다. ‘재민이’라는 친숙한 이름처럼 저소득층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라는 뜻에서 상징적으로 지은 이름이다. 마포구의 재민이는 지역 내 총 1236가구에서 살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저소득층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재민이의 자립을 돕기 위한 행사다. 행사를 통해 모금된 기부금은 전액 ‘희망플러스·꿈나래통장’ 사업 재원으로 사용돼, 재민이네 가족이 차곡차곡 저축한 종잣돈의 이자로 쓰인다. 곽영순 복지행정과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규모인 1억 2000만원을 목표액으로 설정했는데 무리 없이 이를 달성했다.”고 귀띔했다. 행사 준비·진행도 모두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마포구사회복지협의회 직원들과 주민들은 함께 야외카페와 각종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 성악 공연, 악기 연주 등 평소 갈고닦은 솜씨를 무대에서 뽐내기도 했다. 소주 ‘참이슬’ 등 글씨로 유명한 캘리그라퍼 강병인씨는 자신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았고, 가수 이승철, 강산에 밴드, 크라잉넛 등은 홍대 카페와의 인연으로 행사 무대에 올랐다. 곽 과장은 “밋밋하게 모금만 하는 것보다 기부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 이를 처음 시작했다.”며 “문화예술과 기부문화를 접목한 이 행사를 통해 나눔 문화를 계속 확산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대부업계 1위인 일본 회사 러시앤캐시가 지난 13일 6개월의 영업정지를 면했다. 그동안 턱밑까지 추격해오던 또 다른 일본업체 산와머니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법정 최고이자율(39%)을 위반, 기존 최고금리인 44%를 받아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러시앤캐시는 신규대출이 아니라는 점이 받아들여져 영업정지를 피했다. 두 업체를 떨게 했던 법정 최고 이자율은 그러나 한때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대부업계는 정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았다. 이자율 최고 상한선인 연 40%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효율적 재원 배분’이라는 명분 아래 폐지됐다. 하지만 IMF가 고금리 정책을 요구했지, 이자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당시 일본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29.5%였다. 일본 정부의 감독도 엄격했다. 일본 대부업체로서는 ‘탐스러운 새 시장’이 바로 옆 나라에 생긴 셈이다. 러시앤캐시(회사명 A&P파이낸셜)는 최고 이자율 폐지 이듬해인 1999년 10월 한국에 상륙했다. 일본 법인인 J&K캐피털이 99.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즈사랑, 원캐싱 등이 자회사다.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491억원, 이자수익 142억원, 순이익 23억원이었다.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인 2011년 9월 말 기준으로는 자산이 2조 955억원으로 43배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66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7배,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41배 늘어났다. 12년 사이에 4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순익만 놓고 따져도 러시앤캐시는 12년 동안 총 6231억원을 벌어들였다. 산와머니는 9년여 동안 6524억원을 벌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 등을 통해 일본으로 흘러들어갔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이자제한법 폐지가 1등 공신 역할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이자제한법은 1962년 처음 제정됐다. 당시에는 최고 한도가 연 20%였다. 이후 최고 한도가 오르내렸지만 외환위기 직후에도 연 40%로 유지됐다. 이자제한법 폐지는 사채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사채시장이 일본 대부업체의 상륙으로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는 법인 시장으로 바뀌었다. 대출과 추심(빚 회수) 기법이 선진화돼 있는 일본 대부업계는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갔다. 내수 확대를 위해 장려된 신용카드 사용도 빼놓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신용카드를 사실상 무제한 발급했다. 신용카드사는 1999년 영업정보 유출을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정보공유를 거부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이 터지고서야 4장 이상 카드 소지자의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지금은 2장 이상 보유자의 정보가 공유된다. 카드 거품이 터지면서 ‘돌려막기’가 시작됐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은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자제한법 폐지와 신용카드 정보 미공유라는 두 개의 정책 공백은 국내 금융시장에는 독이 됐지만 일본 대부업체에는 비약적인 발전의 토양이 됐다. 러시앤캐시에 이어 2002년 8월 또 다른 일본계인 산와머니(산와대부)가 한국에 진출했다. 그해 10월 최고 이자율을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시행됐다. 국내 토종업체로 업계 3위인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도 이때 세워졌다. 2003년 2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산와머니는 지난해 4509억원을 벌며 17배 성장했다. 최대주주는 일본 산와그룹이 출자한 페이퍼컴퍼니 유나이티드(지분 95%)다. 러시앤캐시가 언론 인터뷰나 대부업협회 업무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산와머니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일본 대부업체들은 정보기술(IT)에 적극 투자, 1시간 안에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누가 더 빨리 대출해주느냐의 경쟁이었다. 서울 강남·잠실 등에 세련된 사무실도 갖췄다. 돈을 빌릴 때마다 시중은행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굴욕감을 느껴야 했던,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높은 이자였다. 이들은 마케팅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유명 연예인에게 억 단위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케이블방송에 엄청난 광고를 했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1년간(2010년 10월∼2011년 9월) 595억원, 산와머니는 지난 한해 534억원을 광고선전비에 썼다. 지나친 물량 공세라는 지적에 러시앤캐시 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얼른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케이블방송의 광고 가운데 대부업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이들의 성장에는 제1금융권의 도움도 작용했다.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 금리 연 7.5%로 50억원, 우리은행은 8.43%로 10억원, 신한은행은 6.41%로 4억 9475만원을 이 회사에 대출해줬다. 하나은행은 2001년 러시앤캐시에 10.5% 금리로 10억원을 빌려주는 등 초기 진출을 도왔다. 국내 은행에서 저금리로 종잣돈을 빌려 급전이 필요한 개인 고객에게 20~30%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은행만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산와머니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메릴린치에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금리)에 4.5% 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540억원을 대출받았다. 시중은행의 해외 차입 금리는 리보+1% 포인트 안팎이다. 저축은행들도 10%대 금리로 대출해줬다. 전주(錢主)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최윤(재일교포) 러시앤캐시 회장도 8.5∼10.0%에 160억원을 자사에 대출해줬다. 일본 업체들의 성공으로 토종 대부업체도 늘어났다. 법인 대부업자는 2008년 말 1199개에서 지난해 말 1625개로 3년 사이 35.5% 늘었다. 물론 1, 2위 일본 업체의 아성은 굳건하다. 토종인 웰컴론은 격차 큰 3위다. 실적이 두 업체의 절반 수준이다. 고리대금업의 피해와 극복 사례 등을 담은 책 ‘머니 힐링’(가제)을 준비 중인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1국장은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일본계 대부업체의 독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하·이성원기자 lark3@seoul.co.kr
  • 정부, 재정융자 방식 바꿔 추가 경기부양

    앞으로 정책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은 정부에서 낮은 금리로 직접 돈을 빌리지 않고 은행에서 빌리게 된다. 이에 따른 금리 차이는 정부가 보전해 준다. 사업주체는 어디서 돈을 빌리든 실질적으로 저금리로 조달하는 만큼 변화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자 차이만 보전해 주면 되기 때문에 직접 대출 방식보다 지출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수조원의 여유 자금을 경기 부양에 쓸 방침이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추가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 융자사업을 이차(利差)보전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정융자사업은 국가가 정책 목표를 수행하고자 조성한 공적 재원을 민간에 대출하는 사업이다. 이차보전 방식은 공적 재원 대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을 종잣돈으로 삼고, 정책 수혜자가 지불할 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학생 장학금 제도를 재정융자 방식으로 운용한다면 정부가 직접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준다. 반면 이차보전은 대학생이 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학비를 빌리고, 대신 일반 대출금리와의 차이만큼 정부가 은행에 지불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융자 방식에서는 대출금만큼을 예산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이차보전 방식에서는 이자의 차액만큼만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 1000억원 규모의 재정융자 사업을 진행할 때 이차보전 방식으로는 그 이자인 20억~30억원 정도만 예산으로 쓰고, 나머지 970억~980억원은 다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가용 재원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이차보전으로 지원, 민간에서 융자를 창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박 장관은 “외형상 총지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총지출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군살을 빼고 근육질로 바꾸는 격인 만큼 균형재정 기조 유지와 재정의 적극적 경기대응 역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박 장관은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50% 감면 등 보강대책의 시한을 올해 말로 짧게 잡은 것에 대해서는 “1~2년 정도로 해도 실제 수요자들의 구매가 집중되는 것은 마지막 한두 달”이라면서 “시한이 길어질수록 지방세인 취득세 감소분이 커질 수 있고, 내년 이후엔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지금&여기] 가드너와 재벌가 사모님/정서린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가드너와 재벌가 사모님/정서린 국제부 기자

    ‘하버드대와 MIT를 품은 대학도시, 미국 독립운동의 발상지.’ 보스턴 하면 으레 떠올리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 한 여인이 평생을 일군 유산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5월 보스턴을 찾기 직전, 이곳 출신 어학원 선생님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 꼭 들르라고 당부했다. 악명 높은 미술품 도난 사건의 현장이라는 말도 솔깃했지만 선생님과 미술관의 인연이 흐뭇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그곳 기념품 가게에서 일했던 터라 미술관을 놀이터 삼아 뒹굴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보스턴 토박이가 첫손에 꼽은 명소의 외관은 무게감 있는 대저택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라는 직원의 당부를 뒤로하고 들어서자마자 저택 한가운데 꽃과 분수, 조각상이 어우러진 ‘비밀의 정원’이 숨막힐 듯 펼쳐졌다. 시대와 대륙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명화와 조각상, 태피스트리(그림을 짜 넣은 직물), 가구, 도자기 등이 포진한 갤러리 곳곳은 누군가 벽지, 타일 조각 하나까지 철저하게 맞춰 배치하고 돌본 것처럼 ‘스토리텔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미술관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평생을 바친 산물이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1840~1924). 아버지와 두살배기 아들, 남편을 차례로 잃은 그녀에겐 그런 상실이 꿈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 1903년 직접 구상한 미술관을 세우고 그 안에 2500점의 컬렉션을 조화롭게 채우는 데 전 재산과 열정을 쏟았다. 84세로 숨지면서 그녀는 미술관과 미술관 운영에 사용할 종잣돈 100만 달러를 ‘시민들을 위한 유산’으로 남겼다. “영원히 대중들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한 미술관으로 남기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조건은 단 하나였다. “내가 꾸몄던 그대로 미술관을 보존해 달라.” 예술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시민들에게 물려준 가드너의 유산을 보면서 재테크, 상속, 비자금 등 국내 재벌가 사모님들의 돈놀음 수단으로 전락한 명화들의 비운을 애도했다. rin@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가족의 학대로 공동생활 가정에서 자란 연우(가명·10)는 외톨이였다.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연우가 달라졌다. 고사리손에 바이올린을 쥐게 되면서부터다. 함께 사는 형의 생일날 “축하곡을 연주해주겠다.”고 먼저 나섰다. 음악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연우에게 이런 꿈을 지펴준 곳은 지난 1월 출범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이다. 국내 첫 지역재단인 충남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이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세 번째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빈곤, 폭력,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 어린이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끌어들인 무상 음악 프로그램이다. 전쟁터 같던 빈민촌의 범죄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상임지휘자)도 여기서 배출됐다. 이를 본뜬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40명으로 꾸려졌다. 오케스트라 출범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풀뿌리희망재단의 창립 멤버인 박성호(53) 상임이사. ●복지·환경등 지역문제 품는 ‘인큐베이터’ 8일 천안시 성정1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는 “영화 ‘엘 시스테마’를 보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사업지원 배경을 밝혔다. “엄마, 아빠에게서까지 학대당한 아이들이 있어요. 자칫하면 소외감, 폭력에 빠질 위험이 있는 이 친구들이 화음을 이뤄가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어른이 되어서도 누리길 바랍니다.” 재단의 뜻을 전해들은 천안시립교향악단 연주자 등 지역 음악가 30여명도 흔쾌히 재능기부에 나섰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요즘 아이들은 내년 1월 첫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품고 해결하는 인큐베이터가 되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설립 목표를 그대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공익 인프라를 발굴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거기서 일할 수 있는 사람도 키우자. 이렇게 새로운 분야의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지면 처음엔 우리가 품고 돌보지만 자립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됐을 때 독립시키자는 아이디어였죠.” 각 분야의 전문 비영리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할 지역재단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은 1990년대 초부터 천안 지역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05년이었다. 윤혜란 고문이 천안 YMCA와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등에서 키워낸 인큐베이팅 사업의 성과로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것. 상금 5만 달러(약 5600만원)가 재단을 세울 종잣돈이 됐다. 여기에 시민 143명이 힘을 보태 만든 3억 4500만원을 토대로 2006년 풀뿌리희망재단이 뿌리를 내렸다. ●나눔문화 활성화… 지역재단 확산 기여 박 이사는 “지역재단이라는 도전에 나서기 전에는 돈이란 건 우리와 거리가 먼 것, 우리는 늘 힘들게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시민, 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져 국내 첫 지역재단의 무모한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설립 이듬해 1억원이었던 기부금은 지난해 4억 8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기부방식도 다양하다. 천안의 산부인과 의사 3명은 새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5000원씩 모아 5년째 한달에 50만원씩을 꾸준히 재단에 보내오고 있다. 이 같은 ‘연쇄 나눔’은 마침내 ‘지역재단이 대체 뭐냐’며 갸우뚱하던 시민들의 기부의식을 깨웠다. 박 이사는 그 비결로 첫 손에 “지역사회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진 인큐베이팅 사업 덕분”이라고 꼽았다.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의 방과 후 쉼터인 ‘해누림청소년센터’, 학대·빈곤·유기된 아이들을 키워내는 공동생활가정 ‘꿈찬그룹홈’ 등 절실하면서도 밥벌이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사업들을 2년간 지원해 안착시켰다. 박 이사는 기부·활동 내역을 낱낱이 알리는 투명성과 이사들의 활발한 기부 네트워킹 능력, 경상비 최소화 등을 또 다른 성공 비결로 꼽았다. 재단의 나눔은 지구촌으로도 뻗기 시작했다. 천안에서 10년째 일해온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무하마드 자키룰 이슬람의 고향 마을 바길핫에 2010년 이후 우물 30여개를 파주고, 화장실도 만들어 줬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대신, 시민들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도전이 빛을 발하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재단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천희망재단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성남이로운재단이 설립됐고 안산에서도 최근 재단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풀뿌리희망재단이 첫 지역재단으로 터를 닦은 지난 6년에 대해 박 이사는 “청소년, 환경, 복지 등 지역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게 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천안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8) 인클로버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8) 인클로버재단

    해방 정국의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1947년 늦봄, 그는 촌마을인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살림살이가 가난했던 탓에 밥도 참 많이 굶었단다. 그래도 고비 때마다 은인이 나타나 학비를 대줬고 덕분에 공부를 이어갔다. 부단한 노력 끝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고 핵심계열사 사장까지 지냈다. 그리고 은퇴한 뒤 인생2막을 올렸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한용외(65)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의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학업한 자산가들은 보통 자선 주제로 ‘장학사업’을 택한다.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재단 10곳 중 7곳 가까이가 장학·학술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한 이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무턱대고 장학금 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대신 우리 사회의 진짜 난제에 대해 생각했다. 고민 끝에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을 인생 이모작의 테마로 삼고 사재 10억원을 출연, 2009년에 공익재단을 세웠다. 전 삼성문화재단 사장,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이사장 등의 명함을 가진 ‘재단 전문가’인 그가 생각하는 재단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거침없이 답했다.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 문제를 재단의 주제로 정하셨는데요. -5~10년 뒤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해질 문제가 뭔가 생각해 봤더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노인 문제도 심각하겠지만 서서히 부각되고 있잖아요. 근데 다문화 자녀 문제는 2020년쯤 되면 정신없이 터질 겁니다. →다문화가정에서 특히 아이들이 왜 문제인가요. -올해 통계를 보면 다문화가정 조이혼율(한해 이혼건수를 해당 연도 총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한 수치)이 30%를 넘었거든요. 이주결혼 여성 중에 1~3년 걸려 우리 국적을 딴 뒤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애는 방치되기 십상이죠. 학교도 안 가고…. 인천지역에서 2009년에 조사했는데 취학연령의 다문화 아동·청소년 중 63%가 학교를 안 다녔어요. 우리 사회의 중요 인적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고학한 자산가는 장학재단을 세우는 사례가 잦습니다. -옛세대 중 공부에 한 맺힌 분이 많은 데다 ‘인재 제일’ 철학이 퍼진 이유가 크겠죠. 또 자선은 하고 싶은데 어떤 주제로 해야 할지 모르니까 비교적 쉬운 장학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분명한 목적 없이 그냥 장학금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대신,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는 더 많이 필요해요. 전국에 20개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고작 3개뿐입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들도 받아야 해서 정부가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민간 공익재단의 목적 사업 주제를 정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정부가 놓치고 있는 주제를 잡아야 해요. 1990년에 삼성 재단에 있을 때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보육사업을 시작했었어요. 여성인력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어린이집 짓고, 교사 교육시키고, 교재 제작하는 등 삼성 스타일로 표준을 만들었는데 2005년쯤 되니까 정부가 보육에 주목하더라고요. 인클로버재단은 종잣돈 10억원의 이자수익으로 운영된다. 예산이 적어 다문화가정 도서전달, 학술 지원 등 소규모 사업에 주력한다. 한 이사장은 산업계와 체육·예술계 등에서 발이 넓은 터라 인맥을 동원하면 큰 자선 사업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 은퇴했는데 또 경영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웃는다. 대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직접 참여하는 사업을 벌인다. 다문화 가족사진 촬영행사나 청소년 사진교육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는 유명 사진가인 조세현씨에게 사진을 배워 수차례 전시회를 연 수준급의 사진사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다문화 청소년들과 만나는 게 즐거우신 듯합니다. -네. 사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의사표현이 활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근데 사진 찍고 어울리면서 조금씩 변하더라고. 또 애들이 즐겁게 사진수업에 참여해 빠져들면 탈선 가능성이 줄어들고요. 우리 가족들도 다문화가정 사진찍는 데 함께 가요. 아내는 여성들 화장을 해 주고, 우리 애들은 사진 보정 같은 걸 돕고요. →주변에서 재단 활동을 돕겠다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있죠. 지금껏 모금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이제 재단 규모를 좀 키워 보려고요. 대신 기부자를 사업에 참여시키고 역할을 정해 줄 참입니다. 참여해야 자기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보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대기업의 경영인에서 작은 비영리단체(NGO) 리더로 변신한 한 이사장에게 “기업경영과 NGO 운영 중 어느 것이 어려우냐.”고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각자 달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에게는 사람 다루는 게 중요해요. 또 추진력이 강하죠. 하지만 스태프 구성 등 여건이 안 갖춰지면 능력 발휘를 못합니다. 반면, NGO 운영자는 사회성이 필요하고 직접 행동하는 데 강해야 해요. 대기업 CEO였더라도 권위의식을 버려야 재단을 잘 이끌 수 있겠죠.”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혼수상태 아내 보상금서 10억 뗀 남편 결국엔…

    혼수상태 아내 보상금서 10억 뗀 남편 결국엔…

    사내는 절박했다. 마흔이던 2002년, 일간지 기자 생활을 접고 공익재단과 병원 설립에 도전한 건 온전히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태 전 그는 영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는 100일 만에 깨어났지만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귀국. 아내가 입원한 재활병원의 풍경은 아비규환이었다. 비좁은 병상에는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이 몸을 맞댄 채 24시간 생활했다. 불러도 대답 없는 불친절한 의료진이 대다수였다. 그는 ‘선진국 의료시설 같은 재활병원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계획을 세운 지 꼭 10년째 되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푸르메재활센터’를 개관했다. 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과 치과, 복지관 등이 들어섰다. 땅도, 돈도, 의료 인력도 없던 그는 어떻게 10년 만에 병원을 지었을까. ‘사내’ 백경학(49)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를 3일 푸르메재활센터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다. ●목표사업 뚜렷해 기부자 설득 수월 백 이사와 재단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건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은 덕이 크다. ‘장애인을 돕겠다.’는 막연한 목표 대신 ‘재활 병원 설립’이라는 뚜렷한 계획을 세웠다. 목표 사업이 뚜렷하니 추진력이 붙었고 훗날 기금 모금 때도 기부자들을 설득하기 편했다. 첫 번째 성공 키워드다. 의사가 아닌데다 자금마저 충분치 않던 백 이사가 병원을 지으려면 우선 비영리재단이 필요했다. 재단이 있어야 기금을 모아 장기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단 설립을 허가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종잣돈이었다. 고민 끝에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하우스 맥주가게였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2002년 영세업자의 맥주 제조가 허용된 터라 양조전문가인 후배 방호권씨 등과 함께 가내제조 맥주 전문점 ‘옥토버페스트’를 강남에 오픈했다. 재산을 쌓은 뒤 자선을 결심하는 보통 자산가들과는 반대로 자선을 위해 돈벌이에 뛰어든 것이다. 도박 같았던 맥주 사업은 성공했다. 맥주집 한쪽에서 재단설립 구상을 마친 백 이사는 2004년 자신의 맥주사업 지분 10%(약 2억 8000만원 상당)와 사재를 내놓아 푸르메재단을 세웠다. 이후 아내가 보험사와 8년 소송 끝에 받은 교통사고 보상금 중 절반인 10억 6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백 이사는 “주변 사람들도 ‘전재산의 절반 이상을 재단에 바친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듯 싶다.”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된다 백 이사가 전한 재단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여럿이, 함께’다. 그는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았다. 대신 집요한 설득으로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늘렸고, 힘을 합쳤다.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와 강지원 변호사가 각각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맡아 줬고 전신화상의 아픔을 이겨낸 작가 이지선씨와 가수 션 등이 홍보대사 제안에 응했다. 병원 건립 때 보태라며 돈을 내놓은 기부자도 7000명이나 됐다. 백 이사에게 사람과 돈을 끌어모은 비법을 물었다. “결국 감동의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일하라.”는 강요 대신 장애인 재활 사업에 힘을 더해야 하는 이유를 체감하도록 해야 마음도, 주머니도 열린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외국계 항공사 직원에게 장애 아동과 함께 민속박물관 등을 견학하게 유도했다. 아이들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기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박완서 작가가 생전 인세와 글 등을 기부한 것도 백 이사의 진정성 담긴 편지 때문이었다. 백 이사는 푸르메 재활센터 건립 때도 ‘제3섹터 방식’(시민과 기업이 기금을 모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지와 행정 지원을 제공해 시설을 짓는 방식)을 통해 여럿이 힘을 합쳤다. “의료서비스가 공공사업인 만큼 재활병원 설립은 국가의 몫”이라는 것이 백 이사의 철학이다. 다만, 정부가 직접 운영할 경우 관료주의의 덫 등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운영은 노하우가 있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푸르메 센터의 재활시설에서는 운영을 위해 환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은 받지만,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환자가 있다면 기업 등으로부터 지원을 부탁할 예정이다. 재활병원인 푸르메 센터를 세웠지만, 백 이사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 센터는 외래병원인 탓에 입원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포구로부터 병원 부지를 빌려 침대가 100개 있는 3215㎡ 규모의 어린이재활병원을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2015년 개관이 목표인데 380억원가량이 드는 건축비 등을 계속 모금 중이다. 병상을 갖춘 재활병원이 세워져도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입원을 원하는 어린이 환자는 1만 5000명이나 되는데 병상은 150분의1수준인 탓이다. 백 이사는 “푸르메 병원이 모델이 돼 전국 8개권역에 선진 재활병원이 최소 하나씩 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02)720-7002.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⑦푸르메재단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⑦푸르메재단

    사내는 절박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던 2002년, 일간지 기자 생활을 접고 공익재단과 병원 설립에 도전한 건 온전히 절박함 때문이었다. 4년 전 그는 영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는 100일 만에 깨어났지만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귀국. 아내가 입원한 재활병원의 풍경은 아비규환이었다. 비좁은 병상에는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이 몸을 맞댄 채 24시간 생활했다. 불러도 대답 없는 불친절한 의료진이 대다수였다. 그는 ‘선진국 의료시설 같은 재활병원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계획을 세운 지 꼭 10년째 되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푸르메재활센터’를 개관했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활시설과 치과, 복지관 등이 들어섰다. 땅도, 돈도, 의료 인력도 없던 그는 어떻게 10년 만에 병원을 지었을까. ‘사내’ 백경학(49)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를 3일 푸르메재활센터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다. ●목표사업 뚜렷해 기부자 설득 수월 백 이사와 재단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건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은 덕이 크다. ‘장애인을 돕겠다.’는 막연한 목표 대신 ‘재활 병원 설립’이라는 뚜렷한 계획을 세웠다. 목표 사업이 뚜렷하니 추진력이 붙었고 훗날 기금 모금 때도 기부자들을 설득하기 편했다. 첫 번째 성공 키워드다. 의사가 아닌데다 자금마저 충분치 않던 백 이사가 병원을 지으려면 우선 비영리재단이 필요했다. 재단이 있어야 기금을 모아 장기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단 설립을 허가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종잣돈이었다. 고민 끝에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하우스 맥주가게였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2002년 영세업자의 맥주 제조가 허용된 터라 양조전문가인 후배 방호권씨 등과 함께 가내제조 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강남에 오픈했다. 재산을 쌓은 뒤 자선을 결심하는 보통 자산가들과는 반대로 자선을 위해 돈벌이에 뛰어든 것이다. 도박 같았던 맥주 사업은 성공했다. 맥주집 한쪽에서 재단설립 구상을 마친 백 이사는 2004년 자신의 맥주사업 지분 10%(약 2억 8000만원 상당)와 사재를 내놓아 푸르메재단을 세웠다. 이후 아내가 보험사와 8년 소송 끝에 받은 교통사고 보상금 중 절반인 10억 6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백 이사는 “주변 사람들도 ‘전재산의 절반 이상을 재단에 바친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듯 싶다.”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된다 백 이사가 전한 재단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여럿이, 함께’다. 그는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았다. 대신 집요한 설득으로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늘렸고, 힘을 합쳤다.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와 강지원 변호사가 각각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맡아 줬고 전신화상의 아픔을 이겨낸 작가 이지선씨와 가수 션 등이 홍보대사 제안에 응했다. 병원 건립 때 보태라며 돈을 내놓은 기부자도 7000명이나 됐다. 백 이사에게 사람과 돈을 끌어모은 비법을 물었다. “결국 감동의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일하라.”는 강요 대신 장애인 재활 사업에 힘을 더해야 하는 이유를 체감하도록 해야 마음도, 주머니도 열린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외국계 항공사 직원에게 장애 아동과 함께 민속박물관 등을 견학하게 유도했다. 아이들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기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박완서 작가가 생전 인세와 글 등을 기부한 것도 백 이사의 진정성 담긴 편지 때문이었다. 백 이사는 푸르메 재활센터 건립 때도 ‘제3섹터 방식’(시민과 기업이 기금을 모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지와 행정 지원을 제공해 시설을 짓는 방식)을 통해 여럿이 힘을 합쳤다. “의료서비스가 공공사업인 만큼 재활병원 설립은 국가의 몫”이라는 것이 백 이사의 철학이다. 다만, 정부가 직접 운영할 경우 관료주의의 덫 등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운영은 노하우가 있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푸르메 센터의 재활시설에서는 운영을 위해 환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은 받지만,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환자가 있다면 기업 등에게 지원을 부탁할 예정이다. 재활병원인 푸르메 센터를 세웠지만, 백 이사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 센터는 외래병원인 탓에 입원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포구로부터 병원 부지를 빌려 병상 100개를 갖춘 연면적 1만 6860㎡ 규모의 어린이재활병원을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2015년 개관이 목표인데 380억원가량이 드는 건축비 등을 계속 모금 중이다. 병상을 갖춘 재활병원이 세워져도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입원을 원하는 어린이 환자는 1만 5000명이나 되는데 병상은 150분의1수준인 탓이다. 백 이사는 “푸르메 병원이 모델이 돼 전국 8개권역에 선진 재활병원이 최소 하나씩 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02)720-7002.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종자·토질 개량 통해 농업을 경제 수단으로”

    “종자·토질 개량 통해 농업을 경제 수단으로”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은 2006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의기투합해 만든 국제농업지원단체다.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와 식량 안보를 위한 녹색혁명 성취를 주 임무로 삼고 있으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AGRA본부에서 만난 실비아 므위츨리대외협력국장은 “아프리카 농가의 70%가 소규모 영세 농민이며,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라며 “아프리카 식량 자급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과 조직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설립 당시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종잣돈으로 4억 달러(약 4500억원)를 냈고, 매년 사업비로 1억 달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영국과 네덜란드 등 100여개 정부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난 의장과 게이츠 재단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있고, 직원은 행정 인원과 연구 인원 등 100여명이다. →주요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크게 4가지 핵심 사업이 있다. 첫째는 우수 종자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곡물과학자들을 훈련시켜 신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농가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는 토질을 개량하는 프로그램이다. 아프리카 경작지의 70%가 황폐화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셋째는 시장과 유통의 문제로, 농업이 생계유지 수단이 아니라 경제활동 수단이라는 인식을 농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농을 위한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성과와 향후 목표는. -일례로 지난해 케냐 중부 지역에 질병에 강한 종자를 보급해 수확량이 3배로 늘었다. 또 협동조합 결성을 유도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AGRA의 목표는 2020년까지 아프리카 20개국의 식량 위기를 50%로 줄이고, 2000만 소규모 농가의 수입을 2배로 늘리는 것이다. 올해로 설립 6년째인데 목표의 중간 단계쯤에 와 있다. 한국 정부와 민간에서도 더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글 사진 나이로비(케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현실과 한계 ② 재단 설립·운영의 어려움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현실과 한계 ② 재단 설립·운영의 어려움

    ‘천사의 비즈니스’도 규제의 칼날은 피할 수 없다. 적절한 법·제도적 감시 시스템이 없다면 공익재단 설립자의 이타심이 언제든 이기심으로 변할 수 있는 탓이다. 문제는 창의적 재단 설립과 운영마저 가로막는 낡은 규제다. 사회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의심 탓에 사전·사후적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힌다면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어렵게 할 수있다. 서울신문은 재단 관계자 및 전문가 13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혁신적인 재단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공무원 입김 들어가는 허가제 바꿔야” 재단 전문가 사이에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가 재단 설립 때 허가주의를 적용할지, 아니면 인가주의를 적용할지이다. 재단을 만들려면 현행법상 중앙부처나 지방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재단 설립 때 정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많아 재단 설립을 원하는 누구나 세울 수 있도록(인가주의) 하거나 일정 자격 요건만 갖추면 설립을 허락(준칙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인가주의나 준칙주의로 법개정을 선호했다. 유승권 SPC 행복한재단 사무국장은 “비영리법인은 원칙적으로 중립적 철학을 가진다.”고 전제한 뒤 “설립 주도권을 정부에 주면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에 설립·운영상의 자율권을 주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상신 서울시립대 교수)라거나 “개인이나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익명을 요구한 응답자)는 의견도 있었다. 설립을 자유롭게 하는 대신 공익재단에 무조건 세제혜택을 주지 말고,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제대로 공익 활동을 한 재단만 세금을 감면해 주자는 의견도 많았다. 박두준 가이드스타 코리아 사무총장은 “미국처럼 재단 설립은 제한없이 하되, 혜택을 받으려면 국세청의 까다로운 공익성 테스트를 받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인가제로 법을 개정한다면 군소재단이 난립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기본재산 전용 가능성” 우려도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처분·사용이 불가능한 기본재산(재단의 재정 기반이 되는 종잣돈)을 유연히 활용할 수 있게 현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 제한은 원금의 손실 및 전용 가능성 때문에 만들어졌다. 재단들은 예금, 부동산 등으로 이뤄진 기본재산에서 파생된 돈으로 목적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응답자 다수는 금리가 10%가 넘던 시절 만들어진 낡은 규제를 초저금리 시대인 지금까지 고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태규 연세대 교수는 “국내 민간재단이 2000여개라는데 이 중 자산 10억원 미만의 소형 재단이 많다. 이들은 (이자 수입 등으로는) 별다른 사업을 할 수 없고 결국 재단의 실체가 불분명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장학재단 등 소형 재단들이 기본재산을 목적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반값 등록금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본재산 운용 제한을 풀면 당초 약속했던 목적사업 이외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재단 관련 업무를 맡는 주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와 전문성 결여를 꼬집는 목소리도 많았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재단 설립에 너무 비협조적이다. 허가제인 탓에 나중에 재단에 (비리 등) 문제라도 터지면 ‘왜 허가해 줬느냐’는 비판을 받을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재단 업무를 후임자에게 넘길 때까지 시간을 끌려고 일정을 계속 늦추거나 문구상 표현을 문제삼아 수개월씩 허가를 지연한 경우가 있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장은 “개별 부처 담당자 한두 명에게 (재단설립 여부와 활동을) 평가하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국세청, 총리실 등 범부처 차원에서 재단 문제를 담당할 통합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조희선기자 dynamic@seoul.co.kr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분들(13명, 가나다 순) 곽대석 CJ 나눔재단 사무국장, 김기룡 플랜엠 대표,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코리아 사무총장, 박성호 풀뿌리희망재단 상임이사,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스티브김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아름다운연구소 기부문화연구소장), 유승권 SPC 행복한재단 사무국장,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 교수, 이원규 도움과나눔 부대표,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상임이사, 차선주 삼성증권 과장(기부 컨설팅 담당),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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