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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최고경영자=①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씨

    [기획] 최고경영자=①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씨

      “기업(企業)이야 말로 종합예술(綜合藝術)입니다 ” 영감(靈感)으로 시(詩)를 쓰듯 일한다는 만년(萬年) 문학(文學)소년  KAL 하나만으로도 지난 해 2백50억원의 현찰을 벌어들인「매머드」기업 한진(韓進). 그 한진(韓進)의 창업주이자 총수(總帥)인 조중훈(趙重勳·53·서울 서대문구 부암동 164)씨는 자신을 장사꾼이라기보다는 차라리「만년 문학소년」으로 보고 있다.『인생이 곧 예술』이며『기업이야말로 종합예술』이라는 조(趙)씨는 그래서『시인이 영감으로 시를 쓰듯』자신은 기업인으로 기업을 이끌어 나간다고 했다.  한진(韓進)「그룹」의 모체인 한진(韓進)상사는 1945년에 세워졌지만 한진이 우리나라 재계에 제1인자에 떠오른 것은 월남전이 한창이던 69년부터 였다. 69년 3월 적자에 허덕이던 KAL을 한진(韓進)이 인수하면서부터『현찰 동원능력 국내 1위』의 한진은 명실공히 한국 제1위의 재벌이 된 것. 45년 창업에서 69년「랭킹」제 1위에 오르기까지 24년이 걸렸다. 짧다면 너무 짧고 길다면 인생의 절반이다.  조(趙)씨 자신은『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란 서정주(徐廷柱)씨의 시를 인용, 이 24년을 표현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밤새 서리가 내리고 모진 비바람이 불었듯, 오늘의 한진(韓進)을 있게 하기 위한 24년이었죠. 예를 하나 들까요? 』  조(趙)씨는 6·25동란 후 군납업을 하던 시절을 이야기 했다.  지금 살고있는 서울 세검정(종로구 부암·홍지·신영·평창동을 일컬음)의 집은 당시 조(趙)씨의 별장. 조(趙)씨는 한국에 와 있던 미군 수송관들이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꼭 세검정 별장에 초대, 송별「파티」를 열어 주곤 했다. 조(趙)씨의 부인은 손수 마련한 선물을 선사했다.  몇년 뒤 월남전(越南戰)이 터졌다. 군납과 용역을 위해 한진(韓進)이 월남(越南)에 달려갔을때 상대해야 했던 미군 수송관들은 거의가 몇년 전 한국에 있었던, 그래서 조(趙)씨의 세검정 별장에 초대되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흔히들 한진(韓進)을「월남전(越南戰) 재벌」이 되기까지엔 이런 정성들이 밑거름이 되어 준 것.  『월남전을 내다본 것은 아니었으니까 단순한 우정과 고마움의 표시였죠. 그리고 또 한사람에 대한 일종의 투자였고. 미 국방성이 아무리 방대하다지만 수송장교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언제 어디서건 다시 만나게 마련이죠』  이「언제 어디서」가 조(趙)씨에겐 월남전(越南戰)으로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것이다.  현재 한진(韓進)「그룹」에 들어있는 산하 업체는 모두 7개. 이 중 인하(仁荷)대학을 제외한 6개 업체가 모두 육(陸)·해(海)·공(空)의 운수사업체 뿐이다. 조(趙)씨가 즐겨부르듯 한진(韓進)은「수송백화점」인 셈.  고속「버스」관광·육상수송을 도맡고 있는 한진(韓進)상사를 비롯, 내년 5월부턴「점보」화 할 KAL, 한국(韓國)공항, 한일(韓逸)개발과, 바다를 누비는 대진(大進)해운과 동양(東洋)화재해상보험 등이 수송백화점 한진(韓進)을 떠받치고 있는 6개의 큰 기둥이다.  『남이 창안한 기업은 절대 좇아가지 않는다는 게 제「모토」입니다. 결국 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내가 아는 사업만 한다는 게 나의 사업철학입니다. 이 때문에 내가 잘 아는 수송사업에 전심전력 달라붙는 거죠』  한국 제일의 재벌이 된 조중훈(趙重勳)씨지만 젋은 시절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바이론」에 미치고 「괴테」와 함께 고뇌하고 사색했단다.「아꾸다가와」의 소설도 젊은 날의 조(趙)씨에게 깊은 감명을 준 것 중의 하나.  『20대엔 여인에, 30대엔 일에 미쳐야 하고,40대엔 보람을 찾아 국가·민족 등을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하는 조(趙)씨의 말 속엔 아직도 문학청년의 체취가 남아 있다. 이 때문인지 조(趙)씨의 경영철학도『사업이야 말로 종합예술』이란 것.  『기업도 훌륭한 예술작품과 같이 균형과 조화, 개성과 창의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이 창의력을 밀고 나가는 끈기죠.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시인이 영감으로 시를 쓰듯 기업인에게도 기업인의 육감이 있습니다. 이 육감을 놓치지 안기 위해선 모든 일을 바로 보고 맑은 정신을 지키고 있어야죠』  시인과 같은 영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일단 시작하면 끈기있게 달라 붙는다는 경영철학을 조(趙)씨는 기회있을 때마다 남들에게 들려준다. 여기에「플러스·알파」는「타이밍」. 말하자면 시운(時運)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긴데 조(趙)씨는『시운(時運)이 뒤따를 것을 기대하지 말고 시운을 내다볼 수 있는 예지가 필요하다』는 것.  조(趙)씨는 자신을 가리켜『인생에 3번 있다는 기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잡았기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진(韓進) 산하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수는 모두 6천여명.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조(趙)씨 자신이 반드시 이력서를 들추어 보고 면접을 한다.  이따금 새벽이면 인천(仁川)부두나 김포(金浦)공항 등 일선 사업장을 느닷없이 기습, 종업원들을 독려하는 등 조(趙)사장의 인사관리는 사뭇 철저하다.『사람이 곧 재산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자기 식구들의 인화(人和)를 도모할 능력이 있어야죠.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쓰느냐가 그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죠. 자기 기업에 맞는 사람을 골라 내고 조직체에 맞추는 작업이 바로 최고경영자의 할 일이죠 』  『사장학의 첫발은 자기 종업원들에게 약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일단 약점이 보이면 그 경영자는 파멸입니다. 약점 있는 사람이 약점 없는 부하를 요구할 수 없지 않습니까?』  조(趙)씨는『경영의 밑바탕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며 지식 』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강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지난 71년을 『한진(韓進) 지식투자의 해』로 삼아 여러가지 사원 자질 향상을 위한「세미나」, 일선 실무자의 해외파견 교육 등을 실시했다.  「인화(人和)」를 앞세우는 조(趙)씨의 인사관리 원칙은 우선 한진(韓進) 경영의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조(趙)씨 4형제의 인화(人和)로부터 시작된다.「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재산이 조금만 모이면 재산싸움을 벌이는 것이 상례. 하지만 조(趙)씨 4형제는 아직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자랑이다.  맏형이자 한일(韓逸)개발의 사장인 조중렬(趙重烈)씨는 KAL「빌딩」안에서 젊은 사원들에게 흔히 『인자한 아버지』로 존경받는다. 업무를 캐고 따지기 보다는『수고하는군』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던지기 일쑤다.  둘째이자 한진(韓進)「그룹」의 회장인 중훈(重勳)씨는 KAL 사장을 겸임, 대한항공의 육성에 거의 전력을 쏟고 있다. 대외적인 업무는 중훈(重勳)씨가 전담.  세째(셋째)인 중건(重建)씨는 한국공항의 사장이자 KAL의 부사장. 실질적으로 한진(韓進)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둘째 형과는 달리 미국(美國) 유학까지 마친「인텔리」라 「컴퓨터」가 무색할 정도로 냉철하고 판단력이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막내인 중식(重植)씨 역시 미국(美國)서 건축학을 전공한「엔지니어」. KAL「빌딩」건설의 공사 총감독이었으며 현재 한일개발의 상무로 아직은「견습 경영자」의 위치에 있다.  『무뚝뚝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다』는 평을 듣는 중훈(重勳)씨는 자수성가한 사람답게『무지하게 부지런한』사람.  『나이가 들어 그런지 새벽녘까지 철학서적이나 문학서적을 읽죠. 이상하게도 이런 책을 읽으면 사업「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8시면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이죠. 대신 밤 10시면 꼭 자리에 듭니다』  13년 전부터 술은 아예 끊어버렸단다. 그 대신 단 5초도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쉬질 못하는 성미다. 1주일에 한번쯤「골프」를 치는 게 유일한「레크리에이션」.  요즘은 몸이 77kg으로 불어나 목하「다이어트」중. 기름진 음식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식후에는 과일을 꼭 먹는다. 시인과 같은 영감으로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철저하도록 치밀하다는 것이 조(趙)씨를 아는 주위사람들의 말이다. 조(趙)씨의 이「친밀함」은 평소에도 자주 드러나는데 가령 비서실이나 응접실 문지방이나 유리창에 먼지가 조금만 끼어 있어도 당장 발견해 낸다.  또 지저분한 것을 싫어해 책상 위의 서루도 언제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어야만 적성이 풀리는 철저하게 결백한 성품.  또 맏형 중열(重烈)씨가 모시고 있는 노모(老母)님에겐 여행 떠나기 전이나 여행에서 돌아오면 꼭 문안드리기를 잊지 않는 효자이기도.  부인 김정일(金貞一·50) 여사와의 사이에 4남1녀를 두고 있다.  오늘의 한진(韓進)이 있기까지 내조를 아끼지 않은 김(金)여사는 한마디로 현모양처(賢母良妻)형. 지금은 가정부를 한 사람 두고 있지만 70년까지는 단 한 사람의 고용원도 두지 않고 손수 식사를 마련하고 집안청소를 도맡아 해왔다.  지금도 반찬만은 손수 마련한다는 게 김(金)여사의 신조.  이따금(가능한 한 손님을 집으로 오게 하지 않지만) 손님이 찾아오면 지금도 차를 내오고 과일을 깎아 내는 일만은 가정부를 시키지 않고 직접 한다.  『창의력이 없는 젋음은 무능입니다. 내일이 있기에 오늘이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잠들기 전에 그날 하루를 반성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 제1의 재벌 조중훈(趙重勳)씨가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소박한 격려이다. <昌>    @조중훈(趙重勳)씨 약력  ▲1920년 2월11일=경기도 인천(仁川)시 항(港)동 4가 3에서 탄생  ▲67년 9월=고대(高大) 경영대학원 졸업  ▲45년 11월=한진상사 설립  ▲61년 1월=한국(韓國)공항 창립  ▲61년 6월=한진(韓進)관광 설립  ▲62년 1월=경기도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조합 이사장  ▲65년 1월=한국용역군납조합 이사장  ▲65년 10월=서울와사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  ▲67년 2월=한국LPG공업협회 이사장  ▲67년 6월=대진해운 대표이사  ▲67년 9월=동양화재해상보험 이사회장  ▲68년 2월=한국공항주식회사 대표이사  ▲68년 5월=한(韓)-월(越) 재단이사  ▲68년 8월=인하(仁荷)학원 이사장  ▲68년 9월=한일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  ▲68년 12월=한국원면창고 대표이사  ▲69년 3월=대한항공 인수, 대표이사  ▲70년 7월=「말라가시」공화국 명예총영사  -----------------------------------------  ▲67년 11월=은탑산업훈장(73호)  ▲68년 11월=금탑산업훈장(33호), 대통령 표창창  ▲69년 11월=댜통령표창 우승기(외화획득 최고)  ▲70년 11월=대통령표창 우승기(군납부문 최고) [선데이서울 73년 1월1일 제6권 1호 통권 제221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한방차로 연10억 최승윤 대표 “커피는 진부하죠”

    한방차로 연10억 최승윤 대표 “커피는 진부하죠”

    “스타벅스의 성공, 부럽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미국 시애틀의 6m²(2평) 남짓 커피 소매점에서 시작됐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4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스타벅스’의 커피신화는 국내의 점심시간 문화도 바꿨다.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의 점심시간에는 한손에 커피를 들지 않은 직장인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피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수많은 커피 전문점이 생긴 이 때. 정반대의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청년이 있다. ‘촌스럽다’, ‘쓰다’ 등 고정관념을 깨고 한방차 테이크아웃점 ‘오가다’를 설립한 최승윤(28)대표가 그 주인공. 사장의 중후함 보다는 신입사원의 풋풋함을 가진 최대표는 2010년 10월 법인설립 1년만에 가맹점 100호를 기대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오가다’는 직영점 4호를 포함해 벌써 40호까지 계약을 마쳤다. 법인설립 원년인 지난해에는 가맹점매출을 제하고 1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이런 성공에는 대기업 입사 합격통지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최승윤 대표의 두둑한 배짱이 있었다. “‘우리 것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면, 실패를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강한 신념이었다. ◆ 대기업 입사도 포기한 ‘사업괴짜’ 육군중위 제대를 1년 앞둔 최 대표는 종로를 찾았다가 한낮 풍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에 길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인파에 놀랐고 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커피에 한번 더 놀랐다. 직장인들이 매달 통신비를 내듯 커피에 고정비용을 쓰는 걸 본 최 대표는 ‘전통차와 테이크아웃의 접목’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업 아이템만 있을 뿐 26세 청년은 맨주먹이나 다를 바 없었다. 최 대표는 일단 부모 설득하기 위해서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넣고, 2~3곳에 합격했다. “부모님께 취업도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기업의 작은 수레바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사업을 할 거라면 지금 도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말을 들으신 부모님도 허락하셨고 1호점의 보증금을 빌려주셨어요.” 사실 대학시절 최 대표는 사업에 ‘미친’ 괴짜였다. 친구들이 자격증 시험, 대기업 입사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을 때 최 대표는 디자인과 친구들을 모아 브랜드디자인(CI) 회사를 세웠다. 타깃은 종로 일대의 중소형 여행사들. 최 대표는 대학생답지 않은 배짱으로 사업설명서를 들고 영업을 다녔다. 입대 전까지 이 사업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 광화문 ‘훈남CEO’가 어엿한 대표로 부모의 허락이 떨어지자 최 대표는 디자이너, 마케팅, 한의사 등으로 이뤄진 ‘드림팀’을 꾸렸다. 대부분 최 대표가 대학시절부터 맺은 인연들이었다. 시장조사를 걸쳐 탄생한 곳이 광화문 1호점이었다. ‘스타벅스’처럼 3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6m²(2평)이 공간이었지만, 한 달도 안 돼 이곳은 손님들이 줄을 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고 곧 3호점까지 늘어났다. 한방차의 대중화로 거듭난 ‘오가다’가 인기를 끌게 된 건 훈남 찻집’으로 알려진 것도 한몫했다. 최 대표를 비롯해 그의 소대원이나 후임들로 구성된 종업원들은 외모와 성실성을 고루 갖춰 종로일대에서 인기가 높았다. 여기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인형을 쓰고 춤을 추고, 고객 노트를 만들어 이름을 모두 외운 최 대표의 ‘감동 서비스’는 적중했다. 고객을 기쁘게 하는 걸 모토로 삼은 ‘고객 중심’업체였지만 ‘오가다’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9년 폭설이 내렸을 때 존립의 위기가 있었다. 최 대표는 “위기였지만 좌절하진 않았다.”면서 “직원들이 사무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단 한잔이라도 배달한다.’고 광고했고 오히려 매출이 더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오가다’는 현재 스무 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프랜차이즈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일본과 미국 등지에 진출이 논의되고 있다. 재즈가수 등의 문화기획도 후원할 정도로 자리도 잡았다. 하지만 최 대표는 늘 ‘초심’을 강조한다. 우리의 전통, 한방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모든 걸 내던졌던 무모함이 바로 ‘초심’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오가다’의 경쟁상대로 ‘스타벅스’만을 꼽진 않았다. 코카콜라, 맥도날드처럼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외국인들에게 ‘오가다’가 한국에서 꼭 맛봐야 할 음료 브랜드로 거듭날 때까지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최 대표는 힘줘 말했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키스방·대화방, 경찰·구청에 신고해 보니

    “성매매 현장을 본 것도 아니고 심증만으로는 단속할 수 없습니다.”(경찰) “퇴폐 의심 업소를 신고하는 것은 맞지만 구청 업무가 끝났기 때문에 평일에 전화하세요.”(다산콜센터)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서울 화곡동 강서경찰서 부근에 있는 A전립선 마사지방으로 손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들어갔다. 기자는 퇴폐 영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직접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심증만으로 단속할 없다며 미적거리다 신고 접수 6분 만에 지구대 경찰 2명이 출동했다. 이들은 건물에 들어갔다가 7분 뒤에 나왔다. 그 업소는 영업을 그대로 계속했다. 잠시 뒤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인근 B키스방을 단속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다산콜센터 측은 “구청 업무가 끝났기 때문에 평일에 신고하세요.”라고 답했다. 강서경찰서와 강서구청 인근 이른바 ‘먹자골목’ 반경 100m 안에는 키스방 2곳, 대화방·유리방 6곳, 성인PC방 4곳 등이 밀집해 있다. 주위엔 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이 들어서 있다. 낮에는 등하교하는 학생들로, 저녁엔 외식하러 나온 가족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들 업태는 종종 퇴폐영업으로 단속된다. 때문에 이곳의 업소에도 불법영업에 대한 관리와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키스방 등 다양한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성업하고 있지만, 경찰과 구청의 단속은 겉돌고 있다.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키스방이나 대화방의 종업원 등이 유사 성행위를 제공하다 종종 경찰에 단속된다. 업소를 차리는 데 제한이 없다. 자유업으로 분류돼 누구나 업소를 할 수 있다. 음란물을 틀어주는 ‘성인PC방’의 경우도 등록할 때 청소년PC방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성인PC방은 청소년 유해업소로도 지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경찰과 구청이 단속에 나섰더라도 성매매 행위 등 직접 증거를 잡지 못해 헛걸음하기가 일쑤다. 업소 대부분은 건물 안팎에 여러 개의 폐쇄회로(CC) TV를 달아 놓고 단속의 손길을 피한다. 다만 키스방 등이 광고전단지를 뿌리거나 간판에 전화번호나 주소를 표시할 경우 청소년보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에 따라 단속할 수 있다. 이 같은 단속의 어려움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키스방, 대화방 등의 업소를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도 지정하고, 유사 성행위 업소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상업지역이라 해도 근처에 아파트 등 거주지가 있다면 ‘반경 몇m 내에는 퇴폐업소를 차리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킨십과 유사성행위까지 이뤄지는 키스방, 대화방, 허그방 등 업소를 유사성행위업소로 지정해 성매매특별법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국회 인근 불법안마시술소 카드전표 3600여장 압수

    여의도 국회 인근의 불법 안마시술소를 경찰이 단속해 3000건이 훨씬 넘는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확보하면서 정치·금융계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7일 안마시술소 업주 최모(39·여)씨와 성매매 여성 홍모(27·여)씨 등 종업원 9명, 그리고 현장에서 적발된 성매수 남성 김모(37·회사원)씨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동의 ‘C안마’를 인수해 지난달 경찰에 단속될 때까지 250여명에게 성매매를 알선, 1억 1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 업소에서 2009년 5월 이후 최근까지 발급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현대車 ‘세습고용’ 부적절”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현대車 ‘세습고용’ 부적절”

    “현대차 장기근속 근로자의 자녀 채용 특혜는 적절치 않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오전 기업 임원 80여명이 참석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협안 요구에 대해 “국민 정서상 용납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 달 1일 예정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등의 힘든 근로여건이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춘투(春鬪)는 지난해와 달리 고용 및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 장관의 강연 내용을 현안에 따라 문답으로 정리했다. →현대차 노조의 장기근속자 가산점 요구를 두고 음서제라는 비판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균형감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른바 종업원 채용에 특혜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이런 내용을 명문화한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현명하게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개별기업의 단체협약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면 관여할 방법은 없다. →양대 노총이 시국선언에 이어 다음 달 1일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인데. -양대 노총이 명분 없이 ‘노조법 재개정’을 꾀하는 집회를 연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대기업과 정규직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의 노동권력으로 봐도 된다. 근로자 중 90%는 노조 미가입자고, 노조 가입자도 대부분은 온건하거나 성실한 사람들이다.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 등 성실하고 선량한 근로자들이 목말라 하는 근로조건 처우 개선이 아닌 기득권 지키기는 안 된다. 최근 좋아지는 고용상황이나 노사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하겠다. →양대 노총이 요구하는 핵심은. 올해 춘투가 거셀 것이라고 전망되는데. -현안은 역시 노조법 재개정이다. 이 중 올해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제도에서 창구 단일화 절차를 노사 자율에 맡기라는 것과 이미 도입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에서 노조전임자에게 별도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한도를 노사 자율로 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는 완성차 4사가 모두 파업 없이 임단협을 체결한 첫해였지만 올해 춘투는 예년보다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근로자 전반의 의식 수준이 성숙했고 강성노조들이 포진한 자동차 산업 등이 전반적으로 호황 국면이다. 근로자들이 현명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실업률이 특히 높은데 올해 정부의 일자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올해 정부 일자리 목표는 28만명을 취업시키는 것이다. 1분기 42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목표 달성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용직이 늘어나고 임시직이 줄고 있다. 청년 실업은 지난 3월 9.5%로 지난해 3월보다 0.5%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는 공공인턴을 뽑아 실업률이 낮았고 올해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 때문에 쉬던 청년들이 고용시장에 나오면서 통계착시현상이 있었다. 같은 기간 15~29세 고용률은 0.1%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늘었지만 고용시장으로 나오는 청년들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이 점에서는 긍정적 시그널이기도 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호나우지뉴 닮아 경찰에 체포된 재수없는 강도

    호나우지뉴 닮아 경찰에 체포된 재수없는 강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던 남자가 최근 경찰에 체포됐다. 강도가 잡힌 건 쌍둥이처럼 유명인을 빼어닮은 타고난 외모 때문이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 지난 2월 초. 큰 칼을 들고 들어가 업주와 종업원을 위협하며 돈을 강탈하는 강도가 있다는 신고를 연쇄 접수하면서다. 피해자 진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범인이 쌍둥이처럼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지뉴와 매우 비슷했다는 것. 순찰을 도는 경찰에게 ”호나우지뉴와 비슷한 남자를 찾아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호나우지뉴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빵집 앞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순찰을 돌던 경찰의 눈에 들어온 것. 손에 커다란 물건을 들고 있는 것도 “큰 칼을 사용한다.”는 피해자 진술과 맞는 듯했다. 직감적으로 ‘호나우지뉴 강도’를 알아본 경찰이 접근하자 남자는 호신용 가스를 뿌리며 도주하려다 결국 수갑을 찼다. 경찰은 “호나우지뉴 강도가 최소한 20개 상점을 턴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경찰청 前 용역 직원 부당 각서·처우 논란

    경찰청 前 용역 직원 부당 각서·처우 논란

    경찰청 한남동 분실의 전 용역 직원들이 “규정에도 없는 각서를 쓰고 노예와 같은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당시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각서를 수거한 뒤 이를 “없던 일로 하자.”며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서를 쓰게 한 경찰청 소속 A 주무관(기능직 8급)에게는 구두 경고 조치가 됐다. 경찰의 가혹 행위 등으로 곤욕을 치른 조현오 청장이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경찰이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 단순 경고로 마무리 지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 산하 한남동 분실에 근무하는 A 주무관은 2009년 가을, 분실 소속 용역 직원 7명에게 ‘각서’를 쓰도록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한 ‘보안 서약서’와 별도로 또 다른 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 2월 해고된 용역 직원들은 A씨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과 관련해 지난달 경찰청장과의 대화방 등에 비인간적 처사를 고발하며 “저희가 무슨 노예도 아니고, 무슨 말이든 따라야 한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각서에는 ‘을 또는 종업원은 업무 수행 관련 여부를 막론하고 청사 내에서 다음의 행위를 금한다.’고 금지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각서에 명시된 금지 행위는 ▲갑이 금지하는 행위 ▲담당 아닌 업무 분야 간섭 행위 ▲사전 허가 없이 출입 금지 또는 통제 구역에 출입하는 행위 ▲청사 내 근무자의 업무 진행에 지장이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 등이다. 직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따르면 A 주무관은 용역 직원이 몸살로 결근을 하면 여름 휴가(3일)에서 이를 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교통사고로 용역 직원이 입원하자 용역 회사에 인원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용역 직원은 “해고가 겁나 다쳐 붕대를 감은 팔을 치켜들고 종일 청소를 했다.”면서 “조기 퇴원과 무리한 노동 탓에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첫방송 개콘 ‘생활의 발견’ 화제 폭발…이별 상황에서도 “쌈 더주세요~”

    첫방송 개콘 ‘생활의 발견’ 화제 폭발…이별 상황에서도 “쌈 더주세요~”

     KBS 2TV 개그콘서트가 첫선을 보인 ‘생활의 발견’이 출연자들의 능청스런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17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생활의 발견’에서 개그맨 송준근과 신보라가 이별하는 연인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이별 장소는 삼겹살집. 송준근에게 여자가 생겨 헤어지는 설정으로, 둘은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마다 “냉동 말고 생고기로 주세요.” “(고기) 아직 뒤집지 마세요.” “(이별이) 갑작스럽겠지만…쌈 좀 많이 주세요.” “냉면 서비스 안줘요?” “물냉 주세요. 아니다, 비냉으로 해주세요.” 등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또 화가 난 송준근이 테이블을 칠 때마다 벨소리가 울리고 종업원(김기리)이 “부르셨어요?”라며 뛰어나온다. 이 장면도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공기밥은 있다가 볶아 먹을게요.” “고기는 작게 잘라 달라.”며 고기집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재치있게 연기했다.  신보라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별하는 상황인데도 고기냄새가 옷에 벨까봐 냄새 제거 스프레이를 뿌리는 재치있는 장면도 연출했다. 시청자들은 “능청스러운 연기 최고” “코너 잘 짠 것 같다.” “완전 웃겼다.” “웃다가 뒤집어졌다.” “신선한 소재였다.” “상황 설정이 너무 웃겼다.” “다음 주가 더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한국서 한복 푸대접… 국격 논할 자격 없다”

    “한국서 한복 푸대접… 국격 논할 자격 없다”

    “자국 문화를 멸시하는 나라에서 국격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한복의 중요성과 전통복식 예절을 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국내 전통의상 신지식인 1호이자 전통한복기능장 1호인 한복 디자이너 백애현(52)씨는 “신라호텔의 한복 출입금지는 땅에 떨어져 있는 한복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식주 중에서 한옥과 한식은 세계화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마당에 왜 한복만 천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백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땅에 떨어진 한복의 위상을 말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38년간 한복문화 선구자로 앞장서온 백씨를 14일 오후 서울 역삼동 백애현 한복연구소에서 만났다. 천시받는 한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는지 백씨는 2층 양옥건물인 연구소 대문 밖까지 나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라호텔 사건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뉴스를 보고 한동안 넋이 나갔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쫓겨나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한복 디자이너들은 좋은 자리에 갈 때는 일부러 한복을 입고 나간다. 우리 전통의상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칭찬하고 감탄했는데 이런 일은 정말 예상 밖이다. 만일 같은 일이 외국 호텔 체인에서 벌어졌다면 당장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호텔 입장처럼 실제로 한복이 부피가 커서 옆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인가. -전혀 아니다. 옛날처럼 많이 퍼지는 항아리 치마도 아니고. 내가 매일 입고 생활해 봐서 안다. 비단으로 만든 소재고 해서 조심히 다뤄야 하는 등 불편함은 있을지 몰라도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이 대목에서 백씨는 일어나 입고 있던 검정색 모시 한복 치마를 펄럭이며 보여줬다). →국내에서 한복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 같은데, 직접 체감하는 한복의 위상은. -기본적으로 한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우리 전통의상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도 만연해 있다. 격식을 갖추는 호텔에서 트레이닝복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복은 우리나라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최고의 격식을 갖춘 옷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국민들은 ‘한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옷’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우리 것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기는 의식이 부족하다.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 쓰는 마당에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문화재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 베트남 아오자이 등은 아직도 많이들 입는다. 외국에 나가 보면 일식당이나 중식당 등에서는 자국 전통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의상 역시 문화의 일종이고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결혼식 때나 형식적으로 입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한복의 의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복을 입는다. 태어나자마자 입는 배냇저고리, 돌 때 입는 한복, 또 중요한 행사인 결혼식과 회갑잔치 때도 한복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관에 들어갈 때 역시 한복(수의)을 입는다. 한복은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하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단체로 기모노를 입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일본 젊은이들은 성년식 때 단체로 기모노를 입고 이 옷에 맞는 예의범절을 배운다. 우리나라는 성년식날 한복 입으면 뉴스로 나온다. 너무 잘못된 문화다. 한복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입는 법, 입고 절하는 법 등 그에 맞는 예의범절이 있다. 이런 것을 어렸을 적부터 교육해야 하는데 등한시해 왔다. →거리감을 없애는데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자리잡게 하는 기본이 교육이다. 몇년 전 교육과학기술부에 찾아가 항의한 적이 있다. ‘어떻게 교육과정 안에 우리 전통의상에 대한 내용이 없을 수 있느냐. 한복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예절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깃, 고름, 마고자 이런 단어도 생소해한다. 학교 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 →38년간 한복 대중화에 힘쓰셨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복 대중화와 보급을 위해 해 왔던 노력, 정부의 정책 등이 매번 연속성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식당의 종업원들이 입을 수 있는 개량화된 한복을 개발해 손수 100벌을 만들어 전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끝이다. 정부 관계자나 사람들 모두 아름답다, 훌륭하다 말뿐이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에 문화체육부에서 주관해 매월 첫째주 토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지정했던 적도 있다. 이마저도 지금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도 한복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결혼식 예단을 준비하면서 가장 아깝고 후회되는 것이 한복을 맞추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국내 전통의상 연구기관의 현실은 어떤가.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재정지원도 열악하다. 특히 복식학과가 있는 대학이 별로 없다. 의상학과에서는 4년간 공부하고 졸업해도 한복을 한벌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도 별 관심이 없다. 스스로 6년 동안 전국을 돌면서 한복과 수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책을 썼다. 책을 내고 나서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가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한다고 하더라. →한복은 오히려 외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가. -2003년 뉴욕에서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전을 했다. 당시에 김기창 화백의 ‘봉래산 장생도’, 김홍도·신윤복 화백의 풍속화 등을 그려 넣은 한복을 선보였는데 외국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외국 사람들은 한복을 보면 감탄을 한다. 선이 곱고 저고리와 치마의 색 화합도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오히려 국내에서 푸대접 받는 한복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한복과 한복예절이 교과서에 들어가 어릴 적부터 한복에 대해 배워야 한다. 또 성년식 같은 때에 우리 전통의상을 입고 예절을 배우는 등의 행사가 정착돼야 한다. 이런 교육이나 행사를 어느 특정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글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일본 MK택시 수석졸업...현지인들 감탄시킨 ‘쏘나타 택시’ 정태성씨

    일본 MK택시 수석졸업...현지인들 감탄시킨 ‘쏘나타 택시’ 정태성씨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겠다는 포부에 비해 택시 모양새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지난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정태성(47·서울 월계동) 씨의 쏘나타 개인택시에 올랐다.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벚꽃축제 개막 사흘을 앞둔 윤중로를 달렸는데 그랬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첫 손님으로 택시에 오른 김진수(34·회사원)씨는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말을 걸어줘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손님에게 던진 질문은 “지금 온도 괜찮습니까?” “급한 일 있으시면 좀 빨리 갈까요?” 등이었다. 예약 손님에게 다가갈 때 그의 본색(?)이 드러난다. 차에서 내려 왼손으로 뒷문을 열고, 오른손을 뒷문 윗부분에 갖다대 손님의 머리를 보호한다. ‘뭐 이렇게 황송하게까지?’하며 당황하던 손님들도 마음을 다한 친절에 고개를 끄덕인다. 유하나(28·회사원)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정말 친절해서 또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는 정씨가 직접 만든 33개의 ‘친절 매뉴얼’이 있다. 여러 상황에 맞춘 고객 응대법이 망라돼 있다. 비상약품 키트도 준비돼 있다. 셔츠도 매일 갈아 입고 넥타이와 어울리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올해로 15년째 택시 핸들을 잡는 정씨는 여러 모로 남다르다. 1997년부터 법인택시, 2000년부터 개인택시를 했다. 부친은 육사 14기 출신으로 준장까지 지낸 정헌택(2002년 작고) 씨이고 형은 미국 벨연구소를 거쳐 조지아주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태철(49)씨다. 이른바 ´좋은 집안´ 출신. 하지만 군부독재 시절, 장군의 아들이란 점을 고민하던 그는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명지고 2학년을 중퇴했다. “작가가 되려면 광부, 농부, 원양어선 선원, 택시기사 등 어렵고 힘든 일을 해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이삿짐센터, 공장, 홀서빙등 50개가 넘는 일들을 경험한 뒤 1993년부터 2년여 운영하던 광고 사업이 부도를 맞고 친인척들을 빚쟁이로 만들었다. 딸까지 참담하게 잃은 그는 잠실대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하지만 난간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딸의 환청이 들렸다. 죽을 용기로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장사를 해볼까 했지만 자금이 없었다. 그 즈음 어릴 적 꿈이었던 택시기사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택시일을 하겠다고 하자 부인의 만류가 심했다. 주위 시선도 그렇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보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경치도 즐기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2002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며 “난 세계 최고의 장군이 될 수 없었지만 넌 세계 최고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긴 것이 큰 힘이 됐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스승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택시 1700여대를 보유한 일본 최대 업체 MK에 들어가 일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답답해진 정씨는 청와대, 주한 일본대사관, 서울시, 대기업들에 추천서를 써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대기업 두 군데에서 추천해줘 MK의 문을 다시 두드렸으나 여전히 답이 오지 않았다. “자기네 직원이 아니면 연수를 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고 하더군요.” 포기할 즈음,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봉식(73) MK그룹 회장의 동생인 유태식(72) 부회장이 우리 국회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그는 무작정 국회 본관으로 달려갔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유 부회장은 그의 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며칠 뒤 MK에서 기숙사 비용을 받지 않을 테니 연수에 참가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 언어가 걸림돌이었다. 2년여 ‘주운야독’(晝運夜讀)을 이어갔다. 일본인 기사보다 늘 앞장섰다. 이방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일본인들도 그의 열심에 마음을 열었다. 2009년 5월부터 두달의 연수를 끝낸 정씨는 3.0 만점으로 수석 졸업했다. 함께 연수한 일본인 기사 중에 최고 점수가 2.0이었다. MK 최초이자 마지막 외국인 수료생에 축하를 보내던 유 부회장에게 “택시 기사의 친절은 단지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라고 밝히자 유 부회장의 눈가가 붉어졌다. 유 부회장은 김포공항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종업원이 컵을 탁~ 하고 성의 없이 내려놓더란 것. 유 부회장의 당부가 이어졌다. “한국의 서비스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고국에 돌아가 열심히 일해 달라.” 정씨의 노력은 예서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수동 기어를 고집하는 그는 절약되는 한달 연료비 20만원을 자기계발에 쓰고 있다. 1983년 고졸 검정고시를 거친 그는 일하는 틈틈이 사이버 대학을 다녔고 지난 2월 서울 광운대학 서비스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미지 컨설팅 교육까지 받았는데 그의 멘토 격인 컨설팅 업체 ‘예라고’의 허은아 대표는 “택시 하는 분들이 바쁘기 때문에 결석이 잦을까 걱정했는데 한번도 결석을 안하고 함께 수업을 듣는 이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웃음 치료사, 서비스경영 최고관리자 등의 자격증을 땄고 논술 지도사, 독서 지도사 자격증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2009년 8월부터 서비스 관련 강의를 시작했고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솜씨가 소문 나 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집에 가져가는 돈은 한달에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강연료를 챙기지만 지방을 오가며 교통비로 거의 다 쓴다. 봉사활동 삼아 많이 하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지 않는 일. 동료들은 업계의 열악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헛고생을 한다고 비웃는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대목이 많지만 내가 조금 변하면서 택시 서비스가 조금 올라갔으면 좋겠다.” 정씨는 “항공대학, 철도대학은 있지만 택시대학은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10년 뒤에 택시대학이 만들어지면 총장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예술계 고교를 다니는 외아들에게 자기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그는 결혼 19주년 기념일이라며 작은 케이크를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남들이 우습게 여기는 택시 일을 위해 9년을 준비하고 3년을 갈고 닦은 그는 이미 ‘세계 최고’다. 글 사진 영상콘텐츠부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15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 방영
  • 택시대학 총장을 꿈꾸는 기사 정태성 씨

    택시대학 총장을 꿈꾸는 기사 정태성 씨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겠다는 포부에 택시 모양새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지난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정태성(47·서울 월계동) 씨의 쏘나타 개인택시에 올랐다.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벚꽃축제 개막 사흘을 앞둔 윤중로를 달렸는데 그랬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첫 손님으로 택시에 오른 김진수(34·회사원)씨는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말을 걸어줘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손님에게 던진 질문은 “지금 온도 괜찮습니까?” “급한 일 있으시면 좀 빨리 갈까요?” 등이었다.  예약 손님에게 다가갈 때 그의 본색(?)이 드러난다. 차에서 내려 왼손으로 뒷문을 열고, 오른손을 뒷문 윗부분에 갖다대 손님의 머리를 보호한다. ‘뭐 이렇게 황송하게까지?’ 하며 당황하던 손님들도 진지한 그의 마음을 다한 친절에 고개를 끄덕인다.  유하나(28·회사원)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정말 친절해서 또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는 정씨가 직접 만든 33개의 ‘친절 매뉴얼’이 있다. 여러 상황에 맞춘 고객 응대법이 망라돼 있다. 비상약품 키트도 준비돼 있다. 셔츠도 매일 갈아 입고 넥타이와 어울리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어렵고 힘든 일 해보는 게 꿈이었다  올해로 15년째 택시 핸들을 잡는 정씨는 여러 모로 남다르다. 1997년부터 법인택시, 2000년부터 개인택시를 했다. 부친은 육사 14기 출신으로 준장까지 지낸 정헌택(2002년 작고) 씨이고 형은 미국 벨연구소를 거쳐 조지아주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태철(49)씨다. 이른바 ‘좋은 집안’ 출신. 하지만 군부독재 시절, 장군의 아들이란 점을 고민하던 그는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명지고 2학년을 중퇴했다.  “작가가 되려면 광부, 농부, 원양어선 선원, 택시기사 등 어렵고 힘든 일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이삿짐센터, 공장, 홀서빙등 50개가 넘는 일들을 경험한 뒤 1993년부터 2년여 운영하던 광고 사업이 부도를 맞고 친인척들을 빚쟁이로 만들었다. 딸까지 참담하게 잃은 그는 잠실대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하지만 난간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딸의 환청이 들렸다. 죽을 용기로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장사를 해볼까 했지만 자금이 없었다. 그 즈음 어릴 적 꿈이었던 택시기사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세계 최고의 택시기사가 되거라  택시일을 하겠다고 하자 부인의 만류가 심했다. 주위 시선도 그렇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보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경치도 즐기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2002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며 “난 세계 최고의 장군이 될 수 없었지만 넌 세계 최고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긴 것이 큰 힘이 됐다.    ●일본의 그 유명한 MK를 가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스승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택시 1700여대를 보유한 일본 최대 업체 MK에 들어가 일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답답해진 정씨는 청와대, 주한 일본대사관, 서울시, 대기업들에 추천서를 써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대기업 두 군데에서 추천해줘 MK의 문을 다시 두드렸으나 여전히 답이 오지 않았다. “자기네 직원이 아니면 연수를 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고 하더군요.”  포기할 즈음,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봉식(73) MK그룹 회장의 동생인 유태식(72) 부회장이 우리 국회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그는 무작정 국회 본관으로 달려갔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유 부회장은 그의 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며칠 뒤 MK에서 기숙사 비용을 받지 않을테니 연수에 참가하라는 연락이 왔다.    ●서비스의 대부를 울리다  이제 언어가 걸림돌이었다. 2년여 ‘주운야독(晝運夜讀)’을 이어갔다. 일본인 기사보다 늘 앞장 섰다. 이방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일본인들도 그의 열심에 마음을 열었다. 2009년 5월부터 두달의 연수를 끝낸 정씨는 3.0 만점으로 수석 졸업했다. 함께 연수한 일본인 기사 중에 최고 점수가 2.0이었다. MK 최초이자 마지막 외국인 수료생에 축하를 보내던 유 부회장에게 “택시 기사의 친절은 단지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라고 밝히자 유 부회장의 눈가가 붉어졌다. 유 부회장은 김포공항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종업원이 컵을 탁~ 하고 성의 없이 내려놓더란 것. 유 부회장의 당부가 이어졌다. “한국의 서비스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고국에 돌아가 열심히 일해 주세요.”    ●정말 화려한 스펙 쌓기  정씨의 노력은 예서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수동 기어를 고집하는 그는 절약되는 한달 연료비 20만원을 자기계발에 쓰고 있다. 1983년 고졸 검정고시를 거친 그는 일하는 틈틈이 사이버 대학을 다녔고 지난 2월 서울 광운대학 서비스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미지 컨설팅 교육까지 받았는데 그의 멘토 격인 컨설팅 업체 ‘예라고’의 허은아 대표는 “택시 하는 분들이 바쁘기 때문에 결석이 잦을까 걱정했는데 한 번도 결석을 안하고 함께 수업을 듣는 이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웃음 치료사, 서비스경영 최고관리자 등의 자격증을 땄고 논술 지도사, 독서 지도사 자격증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2009년 8월부터 서비스 관련 강의를 시작했고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솜씨가 소문 나 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택시대학 총장을 꿈꾸다  집에 가져가는 돈은 한달에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강연료를 챙기지만 지방을 오가며 교통비로 거의 쓴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가계에 보탬이 되지 않는 일.  동료들은 업계의 열악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헛고생을 한다고 비웃는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부족한 대목이 많지만 내가 조금 변하면서 택시 서비스가 조금 올라갔으면 좋겠다.”  정씨는 “항공대학, 철도대학은 있지만 택시대학은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10년 뒤에 택시대학이 만들어지면 총장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예술계 고교를 다니는 외아들에게 자기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그는 결혼 19주년 기념일이라며 작은 케이크를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남들이 우습게 여기는 택시 일을 위해 9년을 준비하고 3년을 갈고 닦은 그는 이미 ‘세계 최고’다.  글·사진 영상콘텐츠부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15일 오후 7시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 방영  
  • 자영점 안내려… 소비자들 “속았다”

    자영점 안내려… 소비자들 “속았다”

    서울 종암동 K주유소, 휘발유 1ℓ당 가격 6일 2019원→7일 2019원. 상도동 M주유소, 6일 1939원→7일 1939원. 이촌동 B주유소, 6일 2034원→7일 2034원. 정유사들이 일제히 휘발유와 정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결정한 7일, 전국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인하했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 정유사 가맹점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직영점들만 일제히 100원씩 인하했을 뿐, 90% 이상을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 대부분은 하루 전과 같은 ℓ당 1900원~2000원대의 휘발유값을 유지했다. 직영점이 주유소 10곳 중 1곳뿐인 데다 어느 곳이 직영점인지도 모른 채 할인된 가격을 기대하며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은 꿈쩍도 않고 있는 휘발유 가격을 보고는 “또 속은 느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답동 O주유소를 찾은 주부 김모(47·여)씨는 종업원으로부터 “우리 주유소는 자영점인데 정유사가 가격을 내렸다고해서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다. 지금은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라는 말을 듣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차를 돌렸다. 이렇듯 대부분의 주유소가 기름값 인하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각 정유사 주유소의 87~93%를 차지하는 자영점이 가격 인하에 냉담하기 때문이다. 시중 주유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점들은 정유사 공급가에 마진을 더해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미 오른 값에 들여 놓은 기름을 깎아서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00원씩 내린 기름값이 반영되려면 이달 말이나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주유소협회는 7일 “기름값 인하 발표는 주유소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정유사들이 재고를 가득 채우라고 종용해 4월 3주 판매분까지 확보해 둔 상태여서 즉각적인 가격 할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ℓ당 휘발유값 100원 인하가 사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유사들도 “자영점은 개인 사업자여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리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는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도 인하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도 “우선 직영점 기름값을 일제히 할인하고, 자영점의 경우 업주들에게 가격 인하에 협조해 줄 것을 최대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원을 인하한 직영 주유소는 종일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직영점인 서울 와룡동 D주유소에는 출퇴근 시간 이외에도 많은 운전자들이 몰렸다. 점심시간에 주유소를 찾은 최인혁(32)씨는 “직장 동료가 이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내렸다고 알려줘 식사도 미루고 왔는데 벌써 차가 많다.”면서 “집 근처 주유소는 값이 그대로여서 당분간은 여기서 주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김소라기자 sam@seoul.co.kr
  • 美 비자 중단?… 연방정부 폐쇄 초읽기

    美 비자 중단?… 연방정부 폐쇄 초읽기

    다음 주부터 미국에 비자를 신청하려거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는 사람은 미국 대사관 등으로부터 “무기한 기다려라.”는 대답을 들을지 모른다. 미 연방정부 폐쇄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2011회계연도 예산안 합의를 압박했으나 무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에도 여야 지도부를 설득할 계획이지만, 8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방정부 폐쇄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이상 임시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며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도 각 부처에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에 대비하도록 지시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다. 연방정부 폐쇄 사태가 일어나면 백악관은 예비 예산으로만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처럼 필수불가결하지 않은 부문, 즉 가장 ‘만만한’ 분야부터 예산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26일간 연방정부가 폐쇄됐을 때 200만여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10%가 무급 강제휴가를 갔다. 이로 인해 전국 268곳의 국립공원이 문을 닫았고, 국세청은 세금 환급을 중단했다. 여권과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돼 항공사 등 여행업계가 큰 손실을 봤다. 국립 건강연구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바람에 실험실 동물의 먹이를 챙겨 줄 사람이 없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에이즈와 전염병 등의 추적을 중단했다. 비행청소년 조사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워싱턴 시내 내셔널몰의 크리스마스트리도 꺼졌다. 생계가 끊긴 하급 공무원 상당수가 워싱턴 시내 식당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분야는 계속 가동됐다. 경찰, 군인, 해안경비대, 국경통제요원, 댐 관리 요원, 공항 컨트롤타워 근무자 등에겐 월급이 제대로 지급됐다. “월급이 나오지 않아 집에 가야겠네요.”라고 말한 연방 교도소 간수도 물론 없었다. 증권거래소도 정상 운영됐고, 우편물도 제때 도착했다. 정부 폐쇄를 초래한 장본인인 백악관과 의회 직원에게도 차질 없이 월급이 지급됐다. 정부 폐쇄는 1980년에도 여섯 차례나 있었고 1981년부터 1994년까지도 모두 아홉 차례 있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지자체, 기업 유치에 억대 포상금

    지자체, 기업 유치에 억대 포상금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공이 큰 주민에게 최고 2억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경기 안양시는 6일 기업 유치를 위한 주민 포상금을 최고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공무원에게는 최고 2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인사발령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포상금 지급 대상 기업은 연매출액 20억원 이상, 종업원 20명 이상의 기업이다. 또 이전한 기업에 30억원까지 특별 시설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안양시는 이런 내용의 ‘안양시 기업활동 촉진 및 유치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유용철 안양시 기업유치팀장은 “안양에서 굵직한 기업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과거 공업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일자리가 줄고 세수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 유치를 위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포상금을 대폭 올렸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절대적이고,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원시는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유치하는 데 공을 세운 단체와 개인, 공무원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포상금 액수는 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조례가 의회를 통과하면 공무원과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투자유치심의위원회를 통해 액수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천군도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이 인정되는 개인 또는 기업·단체에 포상금을 확대, 지급하기로 했다. 포상금은 투자액과 고용인력에 따라 500만원까지 지급되며 이전 기업에 대해서도 시설과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기업 유치에 공이 있는 도민에 대해 성과급 지급액을 최고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기업을 유치한 민간인과 공무원은 물론 기업의 투자정보를 제공해 투자가 실현된 사항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준다. 경북도는 최고 1억원, 충북도는 투자액 100억원 이상 기업을 유치한 민간인과 공무원에게 1000만~2억원의 포상금을 준다. 경기도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한 공무원과 민간인에게 투자액의 최고 0.1%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전국종합·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LG전자는 이제 1회초 공격 시작 3DTV 기술 자신있게 홍보할 것”

    “LG전자는 이제 1회초 공격 시작 3DTV 기술 자신있게 홍보할 것”

    “LG전자는 이제 1회 초 공격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자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5일 “현재 LG전자를 야구에 빗대어 표현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짧게 답한 표현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대응 부재로 시작된 LG전자의 침몰 위기에 대해 ‘경쟁업체들과의 본격적인 ‘스마트 전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 구 부회장 특유의 독한 근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프로야구 LG트윈스 구단주로서 SK 와이번스와의 홈 개막전 경기를 보러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구 부회장은 LG전자 취임 6개월을 맞는 소회를 묻자 “오늘은 야구 얘기만 하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LG전자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특히 그는 현재 삼성전자와 사활을 걸고 펼치는 입체영상(3D) TV 기술 논쟁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잘되지 않겠느냐.”며 승리를 낙관했다. 다음은 구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부터 LG트윈스 헬멧과 수비 모자 왼편에 ‘3D로 한판 붙자.’는 슬로건을 새겨 넣었다. 정말 요즘 LG가 독해진 것 같다. ‘한판 붙자.’는 게 바로 구 부회장식 경영인가. -‘한판 붙자.’는 말은 경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게임을 말하는 것뿐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두판도 있고 세판도 있다. (초반에 밀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의미) 하지만 야구는 한판뿐이지 않나. →요즘 삼성과 3D TV의 주도권을 쥔 전쟁을 치르고 있다. ‘3D로 한판 붙자.’고 하는 것을 보니 FPR(LG가 삼성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입체영상 구현 방식) 3D TV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인가. -모든 것은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FPR 방식을 홍보해 나가면 잘되지 않을까 싶다. →구 부회장 취임 뒤 LG전자의 실적 개선이 괄목할 만하다. 당초 예상을 깨고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오너 효과’로 보던데…. -결코 오너 효과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종업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한 것뿐이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 →종업원들이 스스로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오너 효과 아닌가. -(말없이 웃기만 하며) 이제 야구 얘기만 하자. →LG전자 실적 악화의 주범인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의 ‘터닝 포인트’(실적 전환 시기)를 언제로 보고 있나. -사실 나도 그걸 잘 모르겠다.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휴대전화 사업이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게 아니라 이동통신사와 상대하는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 분야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점유율이 단시일에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지금의 LG전자를 야구에 빗대 표현하자면. 5-2 정도로 뒤지던 5회 말 역전을 노리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나. -아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 1회 초 공격을 앞두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여탕인지 몰랐다”···만취 난동 50대男 철창행

     술에 잔뜩 취해 목욕탕 여탕에서 난동을 부린 50대男이 철창신세를 졌다.  충북 영동경찰서는 6일 여탕에서 행패를 부린 뒤 식당,다방,편의점에서 무전 취식한 김모(52)씨를 업무방해·공갈·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2일 영동군 영동읍의 한 목욕탕에서 종업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여탕에 들어가 “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며 10분가량 소란을 피웠다. 이 소란으로 알몸의 여성들이 화장실 안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여탕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⑤서울 상계동 ‘희망촌’의 희망가

    [독거노인 사랑잇기]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⑤서울 상계동 ‘희망촌’의 희망가

    “그나마 움직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지난 1일 서울 상계동 산 161 덕흥로 ‘희망촌’의 비탈길에서 만난 남춘단(72)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맞았다.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근처 불암산 자락의 꼬부랑길. 99개 계단을 오르고 연탄재 무더기를 지나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10여분 걸어 동네에 이르렀다. 다시 한 사람 비켜설까 말까 한 골목을 50여m 지나자 작은 철제 대문을 열며 남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언제 내걸었는지도 아득한 나무 문패에 희미하게 적힌 ‘반상회 장소, 4통장’이라는 글이 버거운 세월을 말했다.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자리를 내주며 할머니는 “추위가 물러났으니 우리처럼 사는 사람들에겐 다행”이라고 했다. 갖가지 가재도구가 널려 있어서 방은 더 비좁았다. 이웃들은 남 할머니를 ‘수진 할머니’라고 부른다. 몇 해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가출한 손녀의 이름이 수진이다. 한 동네 아주머니는 “파지나 빈병 모으기도 건강할 때 하지, 수진 할머니는 그런 일도 못 한다.”며 혀를 찼다. 옆집 할머니는 “집안에 좀 산다는 친척도 있다고 들었는데, 스스로 연락을 끊고 지낸다.”면서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친척들 눈치를 보느니 혼자서 사는 게 낫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남 할머니는 1998년부터 정부에서 주는 한달 생계주거비 33만 2100원과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합쳐 월 42만 2100원으로 생활한다. 동대문 쪽 청계천에서 살다가 1968년 판자촌 철거와 함께 희망촌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으로 집을 옮겼다고 한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함께 과일장사를 하며 그럭저럭 살았는데, 1995년 사별한 뒤부터는 날품팔이를 하고 있다. 가족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당뇨와 천식, 폐결핵을 앓는데, 병원에 갈 땐 담벼락을 손으로 짚어가며 간다고 했다. 희망촌에서는 남 할머니처럼 혼자 힘겹게 사는 노인들이 서로의 이웃이다. 사회복지사 황철순(45)씨는 “복지 서비스를 홀몸노인들에게 권해도 무작정 거절하는 바람에 난감한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얼마 전 68세의 나이에 별세한 함모 할머니는 20대에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줄곧 혼자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등졌다고 했다. 젊어서는 공장에서, 이후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위궤양과 관절염, 지방간 등으로 숱하게 고생만 하다가 갔다고 했다. 함 할머니가 2006년 11월 결장암 선고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안 황씨가 지난해 초부터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라고 설득했지만, 함 할머니는 “아직 짱짱한데 병원에서 밥만 축내며 지낼 순 없다.”며 고집을 부렸단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언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른다.”며 황씨가 그해 9월 겨우 설득한 끝에 함 할머니는 입원했지만 넉달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황씨는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던 모습을 지금껏 잊지 못한다.”면서 “몸이 불편한데도 아들 대하듯 반갑게 맞아 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이경미 주민지원팀장은 “처음 발령을 받아 이곳을 방문했는데, 이렇게 지내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회복지사 황씨는 “16년째 홀몸노인들을 돌보고 있는데 쓸쓸히 돌아가신 분들만 유독 기억에 남는다.”면서 “평소에 더 마음을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본청 공무원 자리 37개를 줄여 19개 주민자치센터에 사회복지 인력을 1~2명씩 늘렸다. 또 자치센터 업무도 조정해 19명을 복지 담당으로 돌렸다. 희망촌 할머니들처럼 가장 취약한 계층을 만나는 ‘체감 복지’를 위해서다. 사회복지사는 동마다 2~7명 배치돼 있지만 현장 업무가 아니라 각종 행정 서류를 처리하느라 더 바쁜 실정이다. 황씨는 “소외 계층, 특히 홀몸노인들에게는 금전적인 지원 못지않게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골목골목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단위별 복지협의체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술값 시비 난동부린 20대 ‘홍대앞 묻지마 칼부림’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대 근처 술집에서 흉기를 들이대고 난동을 부린 이모(28)씨를 특수강도미수 등 혐의로 4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7일 0시 20분쯤 서울 서교동 한 술집에서 일행 2명과 술을 마시고 술값 130만원을 냈다. 그러나 2시간 30분 후에 다시 술집을 찾아와 흉기를 테이블에 꽂고 종업원을 협박하면서 술값을 내 놓으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오전 3시10분쯤 도망치면서 우연히 마주친 미국인 L(28·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손을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근처 가게 주인이 트위터에 “추가 목격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SNS를 통해 ‘홍대 앞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당시 미국인 여성은 술에 취해 피해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트위터 덕에 경찰이 추가 목격자와 관련 자료를 확보, 범행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트위터가 범인 잡았다’

     ‘오늘 새벽 3시 홍대 유니클로 부근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 사건이 있었습니다. 용의자 인상착의는 185㎝ 정도의 건장한 체격에 헌팅캡류의 모자를 쓰고 점퍼를 입었습니다. 목격자분 찾습니다. RT 부탁해요.’ 지난달 27일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이 트위터를 통한 제보의 도움으로 ‘홍대 칼부림 괴한’을 붙잡았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익대학교 앞 주점에서 “비싸게 낸 술값을 돌려 달라.”며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한 이모(28)씨를 특수강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0시 20분쯤 서울 서교동 한 주점에서 일행 2명과 술을 마시고 술값 130만원을 낸 뒤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해 오전 2시 50분 다시 주점을 찾아 길이 26㎝의 흉기를 테이블에 꽂고 종업원 시모(31)씨에게 술값을 돌려 달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종업원이 신고하려 하자 오전 3시 10분쯤 도망치면서 우연히 마주친 미국인 L(28·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손가락을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행인은 근처 가게 주인에게 사건을 알렸고, 가게 주인이 트위터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SNS를 통해 ‘홍대 앞 묻지 마 칼부림 사건’으로 불리며 ‘리트위트’됐다. 이씨는 트위터와 인터넷에서 자신의 인상착의가 알려지자 경기 고양시로 도주했으나 나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최종상 마포서 형사과장은 “트위터 덕분에 추가 목격자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범행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SNS를 통한 사건 제보도 수사 시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강남 ‘콜뛰기’ 100억대 폭리, 연예인·유흥업소 여성 주고객

    연예인과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을 상대로 불법 자가용 택시영업(일명 콜뛰기)을 하며 1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기사 중에는 강간·마약 등 강력범죄자들도 끼어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서 불법 자가용 택시영업을 한 10개 조직 255명을 붙잡아 박모(38)씨 등 20명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235명은 훈방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을 상대로 지난 2월부터 한달간 가짜 휘발유 1500ℓ를 판매한 정모(29)씨 등 2명을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2008년 3월부터 최근까지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서 고급 승용차, 렌터카, 대포차 등을 이용해 불법 자가용 택시영업을 하면서 11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배 광역수사대 지능1팀장은 “처음에는 90% 이상이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영업을 했는데 최근에는 가수 K씨 등 유명 연예인이나 사업가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서울 강남) 차병원사거리 쪽에 가면 밤 10시부터 새벽 4~5시까지는 무법천지라고 할 정도로 극성”이라며 “골목길로만 다녀 빠른 데다 개인의 비밀이 보장돼 이용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콜뛰기 기사 가운데는 강도상해, 강간, 성매매 알선, 마약 등 강력범죄 전과자도 5명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나면 승객에 대한 보험처리가 안 된다.”면서 콜뛰기 차량을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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