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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폭넓은 논의 필요하다

    청와대가 어제 헌법 총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을 공개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한정된 자산인 토지가 소수에 집중되면서 경제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토지의 공적 개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극소수 개인들이 택지를 무한정 사들이고, 기업들이 유휴지로 투기에 나서는 등 토지를 이용한 부 축적 실상은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다만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의 본질인 사유재산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헌법 명시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 122조에도 그 취지가 녹아 있다.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택지소유상한제와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 결정을 받고 사실상 폐기됐다. 토지공개념 요소를 담은 종합부동산세도 세대별 합산 과세가 위헌 결정을 받아 현재는 인별 과세만 시행되고 있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그 취지에 따라 제정된 법률들이 잇따라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침해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번 개헌안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을 더 명확히 했다. 토지 소유권은 개인이 갖되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이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관련 법률 제정에 의해 투기 지역에서 택지 소유가 일정 수준 제한되거나 과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 기업들이 유휴지를 구입해 차익을 남기고 파는 행위도 어려워질 것이다.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개발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도 예상된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논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공익과 사익의 명확한 구분, 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분명치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번 개헌안대로라면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행정 당국의 판단에 의해 과도한 제한이 가해질 개연성이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대폭 강화하거나,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지 말란 법도 없다. 토지공개념은 도입하되 그 수준이 과도해선 안 된다고 본다.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를 충족시킬 안을 짜내야 한다.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만 이어질 것이다.
  • 토지공개념, 대통령 개헌안 뜨거운 감자로

    토지공개념, 대통령 개헌안 뜨거운 감자로

    토지공개념을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에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청와대는 21일 개헌안의 경제조항을 공개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풀기 위해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겠다는 얘기다. 이미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모호하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헌법 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개헌안은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한다”고 명시해 토지공개념을 보다 분명히 하고 국가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려 한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 소유권은 개인이 가질 수 있지만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은 공공에 귀속된다는 논리다. 이 개헌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 과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종합부동산세도 강화될 수 있다. 종부세를 도입한 참여정부는 애초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을 도입하려 했지만 위헌 결정이 나면서 개인별 합산으로 완화됐다. 보유세 등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개념이 제도권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78년 8·8조치를 내걸면서부터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권인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더해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했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등기 의무제와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토지공개념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언급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학계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경관이나 토지이용, 환경 차원에서 개인 재산권 제한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역사가 짧아서 갈등이 따르겠지만 도시계획 측면에서 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법률이 아닌 헌법에 굳이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토지의 소유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공이 걷어간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소유권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종철 부친 찾은 첫 검찰총장 “사과 늦어 송구”

    박종철 부친 찾은 첫 검찰총장 “사과 늦어 송구”

    입원한 박정기씨 “와 줘 고맙다” 형 종부씨 “아버님 생전 사과 다행” 문무일 “과거 잘못 되풀이 않겠다”우리 사회 민주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1987년 6·10 항쟁의 이념을 헌법 전문에 명시한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이 공개된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6·10 항쟁의 상징적 존재인 박종철 열사의 부친을 만나 검찰의 과오를 사과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너무 늦은 발걸음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 총장은 이날 부산 수영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 열사의 부친 박정기(90)씨를 찾아가 “사과 방문이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활동을 시작한 지난달 초 문 총장이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요청해 이뤄졌다. 문 총장은 지난 2월 3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박씨를 찾기도 했다. 문 총장은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고 그 후 부친께서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의 노력을 다해 오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1987년에는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숙된 시민민주주의로 완성해 국민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끝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겠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와 줘서 고맙다”고 답했지만 노환으로 기력이 약해진 탓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박 열사의 형 종부(59)씨는 “(검찰총장 방문은)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사과하라고 권고한 지 10년 만”이라며 “아버님 생전에 사과를 받게 돼 다행이다. 고맙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에서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을 규명해야 할 과거사로 분류돼 사전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문무일 총장, 박종철 열사 부친에게 과거사 사과

    문무일 총장, 박종철 열사 부친에게 과거사 사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20일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90) 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관련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문 총장은 이날 오후 공식 일정으로 부산 수영구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을 방문해 박 씨를 만났다. 문 총장은 상체를 숙여 병상에 누운 박 씨와 눈을 맞추며 “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켜드려서 죄송하다”며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을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긴 세월 고생 많았다.(검사) 후배들이 잘 가꾸어서 제대로 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장의 사과에 박 씨는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괜찮다)”고 답했다.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지난해 2월 요양차 입원한 박 씨는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누워 지내는 상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박 열사의 대학 1년 후배이자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인 이현주(52·여) 씨는 눈물을 쏟았다. 문 총장은 20여 분 간의 병문안 뒤에 병원 1층으로 내려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문 총장은 “저희는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당시는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 에너지가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박 열사의) 부친께서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 노력을 다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 저희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 왔다”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사명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이날 현장에는 대검찰청 관계자를 비롯해 박 열사의 형인 종부(59) 씨와 누나인 은숙(55·여) 씨를 비롯해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김세균 회장과 변종준·이강원 이사, 김치하 박종철 3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기획팀장 등이 함께했다.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한 박 열사는 사회사상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1987년 1월13일 자정 무렵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용산구 남영동) 수사관 6명에 의해 연행됐다. 당시 경찰수사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운동권 선배인 박종운씨의 행방을 추궁하며 전기고문과 물고문으로 숨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주택자 다수는 ‘종부세 폭탄’ 맞는다고?

    1주택자 다수는 ‘종부세 폭탄’ 맞는다고?

    1주택 소유자 중 0.6%만 납부 서울아파트 1주택자 중 3.7%뿐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방침에 대해 ‘세금 폭탄’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과세 대상은 전국 주택 소유자 100명 중 2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4일 단독 입수한 참여연대의 ‘종합부동산세 정상화를 가로막는 잘못된 편견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 소유자 중 종부세 납부 비율은 2015년 기준 2.1%에 그치고 있다. 대상을 1가구 1주택자로 좁히면 0.6%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 이상일 때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1가구 1주택자는 13억 4000만원, 다주택자는 8억 9000만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야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의 상당수가 종부세 대상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참여연대가 ‘2017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정보’를 활용해 환산한 결과 다주택자 기준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 주택은 서울 공동주택의 10%가량이고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는 3.7%인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중 극히 일부만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다”면서 “‘종부세=세금 폭탄’이라는 프레임은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세 비율은 우리나라가 3.043%로 미국 2.662%, 일본 2.531% 등보다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 착시 효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산세 통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증권거래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세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2.670%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의 GDP 대비 비중 역시 0.800%로 미국(2.479%)이나 일본(1.87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종부세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이 많이 내고 있다는 것도 ‘편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21%로 토지에 대한 종부세(79%)의 4분의1 수준이다. 토지에 대한 종부세의 84%를 법인들이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보다 법인 부담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세제가 처음 도입된 시점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과세 표준이 상승했지만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종부세의 세율이 인하된 것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면서 “과세표준은 현행을 유지하고 세율을 제도가 도입된 시점의 수준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 종부세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보유세 높여야 집값 잡는다, 부동산 돈벌이는 꿈도 못 꾸도록”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보유세 높여야 집값 잡는다, 부동산 돈벌이는 꿈도 못 꾸도록”

    박건승 위원이 만났습니다 -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한국 경제 상황이 몹시 어수선하다. 말 그대로 ‘어지럽게 얽힌 삼 가닥’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후유증 최소화, 서울 강남 집값 잡기 등 난제만 두께를 더하고 있다. 대외 경제 여건은 최악이다. 지난 14일 경제계 원로인 박승(82) 전 한국은행 총재를 찾았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박 전 총재 자택 인근의 한 호텔에서 두 시간가량 직설적 토크 방식으로 이뤄졌다.▶소득주도 성장론은 방향이 맞는 건가. -당위적이고 불가피하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은 경제성장률 5% 안팎의 활력이 넘치는 고성장 국가였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이 박정희 정권 시절의 수출 주도형 대기업 ‘낙수 효과 정책’을 이어 온 것이 패착이다. 경제성장은 수출이 주도하고, 수출은 대기업이 하고, 정부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성장 방식이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런 성장 방식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더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경제에 등장하면서 한국 수출이 경제성장을 끌어갈 주도력을 상실했다. 수출 증가율은 2014년에 -8%, 2015년 -6%, 2017년엔 13%였다. 3년치만 보면 증가율 제로다. 수출주도 성장이 불가능한 다른 이유는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10대 기업들은 500조원 넘게 사내 유보금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집약 산업 위주여서 투자하면 바로 고용이 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 돈을 벌어도 가계로 전달되지 않는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기업이 번 돈을 가계로 순환시켜 줘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 정부가 돈을 더 걷어서 건물을 짓고 도로나 복지시설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기업들을 대신해서 투자를 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가계에 소득을 이전해 주면 가계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기업소득도 늘어날 것이다. 2016년에 기업소득이 전년보다 21% 늘어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가계 실질소득은 0.4% 감소했다. 수출에서 내수 주도로, 낙수에서 분수효과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왜 적잖은 국민들이 소득주도 성장론에 공감하지 못할까. -공감을 못 얻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보일 뿐이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 측면의 성장정책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급 측면의 성장정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강화,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말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그것을 정부만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같이 해야 한다.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에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그간 수요적인 측면만 부각하고 공급 쪽의 정책에 소홀한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친노(親勞) 정부’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듯 노동개혁도 필요하다. 똑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현재 노동운동은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임금 비노조의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은 뒷전이다. 노동계가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투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다면 진보 정권에서는 협력을 통해 목적을 이뤄야 한다. 국내 노동자 3분의1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기득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임금인상도 자제하고 해고도 어느 정도 용인해야 고용이 늘어난다.(박 전 총재는 노동개혁을 언급할 진중한 표현을 쓰려 노력했지만 내용은 단호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후유증에 대한 생각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정책 과제 중 핵심 정책이다. 가계 성장을 늘려서,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촉진하는 것엔 이견이 없다. 과거와 달리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필연적으로 불만과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과정은 ‘가야 하는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불편’이라고 본다. 올해 16.4% 올린 것은 다소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업에 보조금으로 주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고 받을 사람에게 꼭 가는지도 의문이다. ▶요즘 강남 집값은 경제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데. -부동산 파장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부동산이란 개인에게는 편익수단이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재(理財) 수단이 돼 버렸다. 국가는 경기 안정 수단이 돼야 할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50년 새 물가가 30배 올랐는데 땅값은 3600배 올랐다. 여기에 한국인의 비리와 좌절, 금수저·흙수저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은 ‘빈곤화 성장’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가난해지는’ 주범이 부동산이다. 지난 4년간 가계소득은 9%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집값은 22%, 전셋값은 52% 뛰었다. 부동산 보유과세(재산세+종부세)가 미국은 1.5%, 일본이 1.2%인데 한국은 0.15%다. 미국의 10분의 1이다. 하지만 거래세는 높다. 사고파는 것은 못하게 하고, 갖고 있는 것에는 지나치게 보호를 한다. 보유세를 3~4배 올리고 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게 맞다. 아예 부동산 자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꿈도 못 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 증세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한다. 담세율을 높여야 한다. 2007년에는 21%였는데 지난해는 20%로 오히려 줄었다. 선진국은 통상 25% 선이다. 지난해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인 데 반해 한국은 26%다. 우리가 앞으로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현 정부에 바라는 것은 임기 중 ‘복지·세금 5년 로드맵’을 만들라는 점이다. 정부가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현재 세수가 어떻고, 얼마가 모자란지, 얼마를 증세할 건지 로드맵을 마련해 국가를 경영했으면 좋겠다. 담세율은 20%에서 23%까지는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그리고 필요하다면 부가가치세까지 올려야 한다. 서민도 동참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인세를 올려 기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고 한국은 22%에서 25%로 올렸다. 한국은 실효세율이 18%이지만 미국은 21%다. 아직도 우리는 미국보다 실효세율이 낮다.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은 법인세를 내리면 국내 투자가 늘어나서 고용이 증가한다. 반면에 한국은 국내 투자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유보금을 쌓고도 국내 투자를 안 한다. 그래서 법인세를 낮춰줘도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풍토의 문제다. 미국은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하기 때문에 해외투자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미국에 투자해서 돈을 번다. 한국은 한국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정부에 꼭 주문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교육이 과거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계층 상속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 통계를 보니까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저소득층의 8배나 된다. 고소득층이 출세 여건의 기회를 독과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저소득 자녀, 예컨대 소득순위 3분의1 이하 자녀가 수능 전국 순위 상위 30% 안에 들면 대학 4년간 학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ksp@seoul.co.kr ■ 박승 前 총재는 한국경제 중도 실용주의자…‘J노믹스’ 비판적 지지자 박승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 중도 실용주의자다. 1961년 서울대 상대를 나와 1974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노동력 잉여 후진국에서 외자의 경제개발 효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 대한주택공사 이사장을 맡았다. 부동산 문제 등 실물경제를 꿰뚫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김대중 정부에선 한국경제학회 회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DJ·참여정부에 걸쳐 4년 동안 한국은행 총재로 일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제이(J) 노믹스’에 관한 한 ‘비판적 지지자’로 분류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소신이다. 1970년대 후반엔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월간지 ‘세대’에 서울신문 편집국장 출신인 남재희씨, 김학준(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씨와 함께 고정칼럼을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훗날 서울신문과 결연(結緣)한 계기가 됐다. 정치 부문은 남재희 전 편집국장이, 경제는 박승(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중앙대 경제학부의 명예교수로 남아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 정부, ‘부동산 보유세 개편’ 논의 본격화

    세제 전문가ㆍ학계 등 30명 구성 종부세ㆍ공시지가 조정 등 거론 고가 1주택자도 세제 변동 주목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된다.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자 등을 둘러싼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음주 재정개혁특위 출범을 목표로 특위 위원 인선 작업이 마무리된다. 정부는 2018년도 일반회계 예비비에서 재정개혁특위 운영경비 30억 6000여만원을 책정하고, 1국·2과 규모로 지원 조직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재부 세제실의 국·과장급 간부들도 파견될 예정이다. 재정개혁특위 위원 인선은 검증 작업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해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에는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론된다. 재정개혁특위가 출범하면 우선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로는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 조정, 세율 조정, 공시지가·가격 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현재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과세 대상이지만, 2주택 이상은 합산공시가격 6억원 이상이 대상이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과세표준에 세율(0.5∼2%)을 곱해 구한다. 과세표준은 납세의무자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6억원(1가구 1주택은 9억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한 금액이 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주택과 토지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격은 큰 폭으로 올라 보유세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거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참여정부의 종부세 도입 당시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는 동시에 주택분 종부세의 세율을 1∼3%로 인상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고가 1주택자를 겨냥한 세제에도 변동이 생길지 주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유세 개편 방안과 관련해 조세 형평성의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방안도 공시지가·가격의 상승 등을 고려해 재정개혁특위에서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개혁특위 논의를 거쳐 8월쯤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고가 1주택 종부세 납부자 2년새 40% 급증

    고가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종합부동산세 납부자가 2년 동안 4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6만 8621명으로 전년보다 20.8%(1만 1815명) 늘었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40.7% 급증한 것이다. 2010년 56만 9000원에서 2014년 47만 4000원까지 떨어졌던 1인당 종부세 납부액도 2016년에는 49만 3000원으로 상승 반전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종부세 납부 기준은 다주택자의 경우 총보유액 6억원 초과지만 1주택자는 9억원 초과다. 1주택 납부자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고가 주택 소유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5년부터 종부세 과세 대상인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납부 대상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3년에 전년 대비 4.06% 하락했다가 2014년 0.36%로 반등한 뒤 2015년 3.12%, 2016년 5.97% 등으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고가 주택,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 대상에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자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커버스토리] 검은 세단 대신 카니발, 근접 경호 대신 시민 밀착…의전 파괴 바람

    [커버스토리] 검은 세단 대신 카니발, 근접 경호 대신 시민 밀착…의전 파괴 바람

    요즘은 ‘의전 파괴’가 유행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신을 태운 차량을 위해 도로 통제를 하지 않으려고 1시간 전에 나설 길을 1시간 30분 전에 나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초기에 차량을 카니발로 바꾼 뒤 호텔 행사에 갔다가 차를 빼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 행사에 참여하는 일반 국민에게 비표를 지참시키며 엄격히 관리하던 관례가 줄고, 현장 수요에 따라 행사 참석 인원을 조정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총리실 정영주 의전비서관은 이 국무총리 취임 이후 의전 변화에 대해 묻자 “많은 부분에서 의전 문턱을 낮췄다. 대표적으로 수행 범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축사일정엔 의정관이 배석하지 않는다. 비서실장, 공보실장, 의정관 등 3인방이 ‘그림자 수행’을 하던 관계를 없앴다는 의미다. 근접 경호는 되도록 축소하고 인력도 줄였다. 정 의전비서관은 “교통통제를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출발을 예전보다 50% 정도 빨리 한다”며 “30~40분 전에 출발할 거리라면 1시간 전에 출발한다”고 말했다. 4선 국회의원에 전남도지사 등 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한 이 총리는 동선을 세밀하게 챙기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의전보다 효율성을 중시해 1시간에 주파하는 세종~서울 구간 KTX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행사에 일반 국민에 대한 엄격한 참석 제한을 푼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의정담당관실 김영권 팀장은 “예전에는 비표가 있어야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이젠 비표가 없어도 현장에서 수요를 파악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옆자리에 4부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이나 정당 대표 대신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씨와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씨가 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경찰 고위직 승진자에게 임명장을 주고자 직접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기도 했다. 승진자가 장관실을 찾던 관행을 뒤집은 것이다. 이어 전국 경찰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김 장관이 연신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역 지자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8월 교사 퇴임식에서 작은 변화를 줬다. 퇴임자들이 뒤를 보고 교육감이 내빈을 바라보던 위치를 반대로 바꿨다. 교육감이 일렬로 선 퇴임자에게 훈·포장을 전달하던 방식도 교육감과 한 사람씩 눈을 맞추며 수상토록 했다. 배경음악으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가 울렸다. 의전 파괴로 나름의 작은 사건(해프닝)도 생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의전용 차량을 카니발로 바꿨는데 호텔 등 행사장에서 차를 빨리 빼라고 해서 한동안 고생한 적도 있다”며 “직원들이 동선마다 일일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지시도 초기에는 진심인지 어떤지 몰라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기관장 의전과 달리 국제 행사가 많아지면서 외빈 의전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교부가 외빈 의전의 대부분을 맡았지만,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지면서 부처마다 국제적 행사를 열 일이 많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선 한·중·일 장관회의가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제주도, 지난해에는 일본 교토에서 열렸고 올해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다. 내년에는 다시 인천시에서 개최한다. 회의 일정은 1박2일이지만 회의 의제를 설정하고 3국 문화 행사를 열어야 하며 3국 장관의 도시 탐방도 포함된다. 행사 2년 전에 개최지를 선정해 꾸준히 준비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의전 담당 부서는 따로 없다. 업무 담당 부서인 문화예술정책실 국제문화과가 의전까지 맡기 때문에 말 그대로 ‘비상’이다. 담당자인 홍지원 서기관은 “준비할 것들이 많아 행사지를 좀더 앞당겨 선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단순히 포럼만 여는 게 아니라 문체부와 해당 도시가 예산 신청을 포함해 각종 부대 행사 등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3국의 역사를 고려해야 해 크게 신경 쓰고 있다. 도시와 관련한 문화 행사지만, 3국은 역사왜곡과 영토분쟁 문제로 ‘가깝고도 먼 나라’다. 내년 개최지인 인천은 개항지로 3국의 문물 교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홍 서기관은 “인천은 중국과 명·청 시절부터 활발한 교류지라는 강점이 있지만, 일본과는 미국의 맥아더 장군과 관련한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장소”라며 “개최지의 명소 탐방 등을 정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의전 파괴에는 ‘시민을 위한 낮은 자세’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아낀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관장이 대중교통 이용 등으로 교통비를 아끼는 측면도 있지만, 공직자를 위한 도로 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부분이 더 클 것”이라며 “공직자는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자연스레 의전 파괴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삭발한 총감독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일 낼 겁니다”

    삭발한 총감독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일 낼 겁니다”

    윤성빈 등에만 쏠린 관심 지적 “4인승 경기 의외의 결과 확신” “왜 아무도 4인승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이 끝난 뒤 작심한 듯 취재진에게 따져 물었다.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24·강원도청)이 한국 설상 최초이자 썰매 종목 첫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연맹)에 거는 기대도 크지만 남자 봅슬레이 4인승 성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이용 총감독은 “내 느낌엔 2인승보다 4인승의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며 “4인승 경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2015∼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원윤종-서영우는 올 시즌 46위까지 밀렸다. ‘홈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올 시즌 도중 귀국해 맹훈련을 소화한 만큼 메달권에는 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원윤종-서영우-김동현(31)-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으로 이뤄진 남자 4인승 팀은 사실상 언론의 관심 밖이었다. 월드컵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출전한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각각 11위, 10위에 머물렀다. IBSF 세계랭킹은 25위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평창 슬라이딩센터 트랙에서 반복 훈련에 매달린 결과 4인승 팀의 기량이 부쩍 성장했다. 이 총감독은 “4인승도 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남은 기간 스타트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봅슬레이는 스타트와 주행 실력이 두루 좋아야 상위권에 들 수 있다. 2인승 ‘파일럿’(썰매 조종수)이기도 한 원윤종은 4인승 파일럿으로도 주행을 확실하게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네 선수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스타트만 잘해내면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총감독의 판단이다. 봅슬레이 4인승의 메달 색깔은 대회 폐막일인 다음달 25일 낮 12시 30분쯤 가려진다. 국민들에게 평창 마지막 메달을 선물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 총감독은 이날 스포츠형 머리를 한 채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맏형인 원윤종부터 막내 윤성빈까지 모든 선수가 돌아가며 ‘바리캉’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깎게 시켰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돌이킬 수 없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며 악수를 청하자 선수들이 전율했다는 얘기도 함께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재건축 연한·안전진단 강화 ‘무게’

    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 검토 재산세·종부세 시기만 저울질 재건축조합들 위헌 소송 준비 국토부는 “위헌성 없다” 맞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윤곽이 나온 다음날인 22일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위헌 소송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겹겹 규제로 당분간 재건축 투기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이 기회에 재건축 아파트 투기 ‘대못’ 박기를 끝낼 모양새다.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 투기의 첫 단계인 사업 허용부터 거래, 개발 이후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빈틈이 보이는 곳에 투기 억제 수단을 들이댈 방침이다. 먼저 재건축 아파트 거래 단계 규제는 지난해 ‘8·2 대책’으로 도입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치다. 재건축 아파트 거래 자체를 까다롭게 해서 투기꾼들이 재건축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막는 조치였다. 하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아 재건축이 임박한 서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나 양천구 목동 아파트 등이 투기 대상으로 떠오르는 부작용이 따랐다. 또 이미 거래된 아파트에도 들이댈 규제가 없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를 막기 위해 나온 조치가 초과이익환수제다. 이 조치는 재건축 사업이 끝난 뒤 투기 수익에 대한 환수라고 보면 된다.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회수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과다한 개발이익 실현 기대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 도입되면 투자 수익의 절반 이상을 뱉어내야 해 기대 수익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송파구 잠실, 서초구 반포, 강남구 대치동 등 재건축 조합 4~5곳은 “미실현 이득을 환수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이미 위헌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맞섰다. 정부는 완벽한 대못을 박기 위해 재건축 허용 연한과 안전진단 강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거래 이전의 초기 단계부터 재건축 사업 자체를 억제해 투기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노림수다. 재건축 허용 시기를 강화하면 자칫 연한이 지난 아파트는 모두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연한 강화와 함께 재건축 사업의 필수 전제 조건인 안전구조진단 강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허용 기준을 ‘구조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의 안전 문제가 우려될 때’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렇듯 안전진단 요건을 까다롭게 하면 본래 의미의 재건축 사업 유도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다른 카드는 아파트 보유 단계 규제와 조합원 이익 편중을 막는 제도다. 보유 단계 규제로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들 수 있다. 이미 정치권과 세제 당국이 전반적인 아파트 보유세 강화 방침을 정하고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당겨 분양가 인하와 함께 개발 이익금의 조합원 편중을 막는 제도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양도 단계 규제는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면제 조치 강화를 들 수 있다. 양도세 과세의 빈틈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스포트라이트] 되살아난 종부세… ‘세금폭탄 ’ 논란 벗고 ‘공평과세’ 한 수 될까

    [스포트라이트] 되살아난 종부세… ‘세금폭탄 ’ 논란 벗고 ‘공평과세’ 한 수 될까

    종합부동산세가 돌아온다. 한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을 궁지로 몰아넣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세금 폭탄’ 논란에 휘말리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폐지됐던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평 과세’의 상징으로 새롭게 부활할 조짐이다. 14년에 걸친 종부세의 흥망성쇠를 추적해봤다.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투자 열기와 투기 억제 사이에서 정부 정책 역시 춤을 췄다. 때로는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때로는 조세 형평성 강화를 위해 역대 정부는 부동산 문제와 씨름을 벌였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치른 정부는 모두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세제 자체가 특정 집단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정부 스스로 집값 상승으로 상징되는 경기 부양책으로 중산층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실제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2월 종합토지세를 도입하고 15% 수준이던 과표 현실화율을 1994년까지 6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과표 현실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가 1991년에 중도 포기했다. 김영삼 정부는 공시지가의 21% 수준이던 종합토지세 과표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1996년부터는 아예 공시지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유야무야됐다. 김대중 정부 역시 토지보유세 강화를 내세웠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이전 정부에서 통용되던 공급 확대 대신 보유세 강화와 세제 개편이라는 수요 관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접근법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토지와 건물을 합산해 시장 가격의 80% 수준에서 책정한 주택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해 과세 기준을 시장의 자산 평가에 연동시켰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하던 과표 적용율 책정권을 폐지해 지역토호들이 행사하던 기득권을 박탈했다. 부부 합산 과세 방식을 통해 누진과세를 강화했다.  2005년에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여기에는 세대별 합산, 기준금액을 주택 6억원 및 토지 3억원으로 조정, 과표 현실화율을 2006년 70%로 한 뒤 매년 10% 포인트씩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8월 25일 KBS 특별방송 ‘참여정부 2년6개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부동산 정책은 어렵습니다. 역대 정부가 계속해서 실패했습니다. 저항 때문입니다. 부동산 부자들 쪽의 여론이 총론에서는 찬성하다가 각론 만들 때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 세금 폭탄이다, 또 시장원리에 위배된다,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대를 들고 나와 주저앉혀 버립니다.” 이 말은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종부세는 부동산 부자는 물론이고 중산층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국세 납세 인원 대비 종부세 납세 인원 비중은 0.7%(2005년 기준)에 불과한 마당에 종부세와 아무 상관도 없는 대다수 국민들한테 욕을 먹는 상황이 노무현 정부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거품 경제’ 국면이었다. 모두가 ‘부자되세요’를 외치던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는 부자될 기회를 빼앗는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등이 주도한 종부세 반대 운동은 노무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국정 동력을 떨어뜨렸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가 재산세나 양도소득세와 중복 과세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핵심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사실 세대별 합산과세는 2005년 7월20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장한 내용이기도 했다.  국세 수입 실적을 보면 종부세 세수는 2007년 2조 4000억원에서 2009년 1조 200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6년에도 1조 3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국세에서 종부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5%에서 2009년 0.7%로 하락한 뒤 2016년에는 0.53% 수준에 그쳤다. 종부세로 거둬들인 세입은 부동산교부세를 통해 지자체에 배분하기 때문에 종부세 세수 감소는 지방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당에선 종부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땅보다는 땀이 보상받는 사회로 가야한다”며 지대 개혁을 강조했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보유세 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눈에 띈다. 다주택자 과세 강화와 1세대 1주택자 부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 개정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사용하는 공시지가의 비율·80%)을 폐지하고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며, 주택분 세율을 노무현 정부 당시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종철출판사’ 들어보셨나요

    ‘박종철출판사’ 들어보셨나요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이 한창 상영 중이었다. 영화를 보러 온 이들 가운데 이 건물 7층에 박종철 열사 이름을 딴 ‘박종철출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출판사는 그 관심을 비켜나 29년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박종철출판사는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이었던 고인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동아리 선후배들이 주축이 돼 1989년 설립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무실을 얻었다가 여러 곳을 거쳐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대표는 박종철 열사 1년 선배였던 김태호씨다. 애초 출판사를 세운 뒤 출판사 이름을 정하지 못했는데, 1987년 사건 이후 출판사 상호 이름도 정해졌다. 김 대표는 “‘종철이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더 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출판사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 대표 서적으로 1997년 출간한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전 6권)을 들 수 있다. 김 대표는 “출판사를 연 뒤 동독 공산당이 6권짜리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한 연구가 부실해, 우리가 이를 체계적으로 번역해 보급하고자 만들었다”고 했다. 출판사를 대표하는 다른 책으로 1998년 김 대표와 고인의 동기인 최인호씨가 함께 낸 ‘박종철 평전’을 들 수 있다. 고인에 대한 최초 평전은 출판사 소나무가 고인의 2주기를 맞아 낸 ‘그대 온몸 깃발 되어’다. 당시 책은 ‘박종철 기념사업회’ 이름으로 나왔지만, 실제 저자는 김 대표와 최씨다. 1987년 박종철 기념사업회가 세워진 뒤 정치색을 띤 이들이 참여하면서 1990년대 중반 무렵 기념사업회도 유명무실해졌다. 절판 이후 책도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념사업회 활동이 미미해 연락할 곳이 사라지자 한동안 매년 1월 기일 때면 각종 추모 행사 문의를 비롯해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출판사로 왔다. 그런 추모 열기에 맞게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펴낸 게 ‘박종철 평전’”이라고 말했다. “이전 책보다 격정적인 감정을 빼고 차분하게 썼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출판사는 2013년 5월부터 월간 ‘좌파’를 내는데, 지난해 6월 제호를 ‘시대’로 바꿨다. 김 대표는 “‘좌파’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추종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어 버렸다”면서 “우리 사회의 진보 정치와 노동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던 우리 의도와 달라 제호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이후 사회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출판사는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인 휘둘림을 경계한다. 김 대표가 영화 ‘1987’에서 시작한 최근의 갑작스러운 고인 추모 열기를 크게 반기지 않는 이유다. 김 대표는 “2008년 박종철의 형인 박종부씨가 세운 사단법인 박종철 기념사업회 이전의 기념사업회가 일부 정치꾼들에 의해 빛이 바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면서 “출판사는 앞으로 박종철과 관련한 정치적인 흔들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조급증이 강남 집값 광풍 키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급증이 강남 집값 광풍 키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서울 집값이 미쳤다.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억(億) 소리가 들린다. 참여정부 시절 주택 광풍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의 집값 광풍은 참여정부 때와 흡사한 점이 많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집값이 급등, 정권에 부담을 주는 게 우선 비슷하다. 통상 정권 출범 초기에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데 경제적 부담까지 안겨 주니 새 정권으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집값 폭등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사회문제로 번지는 것도 참여정부 때와 같다. 주택 투기 억제 수단으로 무거운 세금 부과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비슷하다. 참여정부 때 제시된 것이 주택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집값을 잡으려면 무거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다주택자를 바로 보는 시각도 엇비슷하고, 주택 거래 활성화에 대한 시각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고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짙은 것도 마찬가지다. 조급증은 한쪽 면만 바라보는 대책으로 흐를 수 있고, 집값 광풍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정권의 주택 투기억제 정책을 보면 참여정부 때도 그랬듯이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집값 안정은 단순히 법률이나 세제를 뜯어고친다고 모두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흥분한다. 자유경제시장 원리를 뛰어넘어 경제 문제를 이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비싼 집을 사들이거나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언론도 덩달아 춤을 춘다. 더 강한 ‘슈퍼 대책’을 내놓으라고 연일 꾸짖는다. 투기를 막는 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운 세금 문제만 해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자세’로 불리는 종부세와 보유세를 대폭 올리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증세 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관련 부처에서도 오락가락한다.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진정시키는 상황이다. 주택 정책은 전국적인 시장 흐름에 맞춰야 한다. 서울 강남은 인정하기 싫지만 ‘특별 지역’으로 굳어졌다. 주택 시장은 더더욱 그렇다. 공급이 따르지 않거나 어느 정도라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는 강남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조급증에 빠져 특별 지역을 겨냥한 대책만으로는 전국 주택 시장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세금은 주택정책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세정책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이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거래량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거래 활성화는 최선의 공급 대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집값 폭등의 본질을 파악하고 시장 경제 원리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최선책이다. chani@seoul.co.kr
  • [서울광장] 강남 집값 대책, 똘똘한 한 채는 그대로지만…/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강남 집값 대책, 똘똘한 한 채는 그대로지만…/김성곤 논설위원

    최근에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 강남의 집값이 궁금해졌다. 하루가 멀다 않고 오른다는데 배경이 뭘까. 참여정부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대책이 나오고, 수시로 합동단속을 나가고, 완결판처럼 2005년 ‘8·31 대책’이 나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집값 대책은 건설교통부가 주도하다가 나중에 금융 카드를 쥔 재정경제부가 간여했다. 대책 발표를 놓고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다투는 촌극도 있었다. 그때 써먹은 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시장도 돌아봤다. 강남은 물론 강북 마포나 성동, 광진 등지도 크게 올랐다. 내친김에 참여정부 때 주택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에게 물었다. “도대체 강남이 왜 이럽니까.”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신도시 외에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택지 공급이 있었나요.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인프라가 떨어지는 보금자리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뉴스테이로 흉내만 냈잖아요.” 전문가들에게도 물었다. 자산가들의 ‘신(新)갭투자’(전세를 끼고 차액만 투자해 집을 사두는 것), 학습효과, 다시 부상한 강남 8학군, 똘똘한 한 채 등이 튀어나온다. 분석은 명쾌했지만 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 난타당하고 있다. 억울하고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집값, 특히 강남 집값은 이 정부만 탓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이전 지난 10년간 집값은 제법 안정됐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 강남의 상승 에너지는 높아지는데 제대로 된 공급 대책이 없었다. 부동산114 통계를 빌리면 참여정부 때 서울에서 18만 2000여 가구가 공급된 반면 이명박 정부 땐 14만 2000가구, 박근혜 정부 땐 16만 가구에 그쳤다. 강남권도 그렇다. 집값이 안정됐을 때 재건축을 조금씩 풀어 공급에 숨통을 터줬어야 하는데 능동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집값이 불안할 때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이 일대 집값이 폭등한 것은 반면교사다. 인정할 것도 많다.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세상이 지난 1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참여정부 때 썼던 투기방지책을 묶음으로 내놓았던 대책이 이런 변화를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강남 집값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셋값이 올랐다. 2005년 전후해 강남의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40~45%였다. 지금의 갭투자는 어림없었다. 현재는 강남 전세가율은 70% 안팎이다. 갭투자가 성행하고, DTI 규제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또한 지방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강남에 집을 사 물려주는 수요도 적지 않다. 서울에 취직한 자식을 위해 집을 사주는 것이다. 좁은 강남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강남권이나 강북으로 방향을 튼다. 수도권 집중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매년 70만명이 30세에 도달하고, 이들이 결혼 등을 이유로 매매나 전세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공급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렇다고 공급을 떼어놓고 대책을 논하는 것도 우습다. 인정할 것은 하자. 서민주택과 함께 고급주택도 건립 여지를 둬야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정부는 보유세로 상승세를 꺾으려 할 것이다. 재산세의 누진율을 가파르게 하면 침체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까지 잡을 수 있는 만큼 일단 보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종부세는 고가주택 수요자에 대한 선택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행은 사실상 기준시가가 12억원 이하인 경우 0.5%의 종부세율을 적용하지만, 이를 9억으로 낮추고,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0.75%를 적용하는 등 한 단계씩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양도소득세 부과방식을 확 바꿔 소득금액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좀더 지켜봤으면 한다. 카드는 써 버리면 카드가 아니다. 그래도 강남 대책을 낸다면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sunggone@seoul.co.kr
  • “민주당 개헌안 이달 확정…새달 여야 합의안 도출”

    “민주당 개헌안 이달 확정…새달 여야 합의안 도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안에 민주당 개헌안을 확정해 야당과의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듯 여야 합의안을 2월 안에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추 대표는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도 강조했다.추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당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추 대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해 왔고,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겠다는 이원집정부제는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현실에서 책임총리 내실화가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통령 개헌 발의’에 대해 추 대표는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협의가 안 된다면 헌법적 권한으로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며 “일단 발의가 되면 논의 속도가 탄력이 붙어 지방선거에 같이 회부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또 추 대표는 불평등 구조 개선을 위해 ‘지대 추구’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대 개혁은 보유세와 거래세에 대한 세제 개혁과 주택·상가 임대차 제도의 개혁 등 두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행 종부세를 강화하는 한편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관심 지역으로 ‘수도권’과 ‘영남’을 꼽았고, “지방선거 인재 풀은 상당히 풍부하다”고 자신했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게는 ‘안전행정평가’를 반영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추 대표는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사표로 원내 1당의 지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내 의석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는 건 (선거를) 뛰는 분들도 잘 아실 것”이라며 “적절한 절충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민주당 개헌안 이달 확정… 새달 여야 합의안 도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안에 민주당 개헌안을 확정해 야당과의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듯 여야 합의안을 2월 안에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추 대표는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도 강조했다. 추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당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했던 것을 상기시켰다.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추 대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해 왔고,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겠다는 이원집정부제는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현실에서 책임총리 내실화가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통령 개헌 발의’에 대해 추 대표는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협의가 안 된다면 헌법적 권한으로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며 “일단 발의가 되면 논의 속도가 탄력이 붙어 지방선거에 같이 회부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또 추 대표는 불평등 구조 개선을 위해 ‘지대 추구’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대 개혁은 보유세와 거래세에 대한 세제 개혁과 주택·상가 임대차 제도의 개혁 등 두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행 종부세를 강화하는 한편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관심 지역으로 ‘수도권’과 ‘영남’을 꼽았고, “지방선거 인재 풀은 상당히 풍부하다”고 자신했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게는 ‘안전행정평가’를 반영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추 대표는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사표로 원내 1당의 지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내 의석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는 건 (선거를) 뛰는 분들도 잘 아실 것”이라며 “적절한 절충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동생 종철이 스러져 간 대공분실, 시민 품으로”

    “동생 종철이 스러져 간 대공분실, 시민 품으로”

    “매년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영화 ‘1987’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 갖고 추모제에 참석해 주시고 동생을 기억해 주시는 분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박종철 열사 31주기인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시민들과 함께 509호 조사실에 놓인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 열사를 추모하러 옛 대공분실에 모인 유가족과 민주인사, 시민 200여명은 당시 경찰이 박 열사를 끌고 올라갔던 나선형 계단을 걸어 올라 박 열사가 숨진 5층 조사실에 차례로 헌화했다. 오전에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 내 박 열사 묘소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박종부씨는 “부모님께서는 거동이 힘드셔서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하셨다”면서 “그래도 종철이를 추모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해드리면 빙그레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박 열사의 하숙집 골목이었던 관악구 대학5길 9 도로를 ‘박종철 거리’로 명명하는 선포식이 열렸다. 선포식에 참석한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씨는 “종철이가 살던 길이나 한번 보려고 왔는데 그때와 다르게 너무 많이 변해 화려해졌다”며 “1987년에 이 길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종철이가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이곳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추모제가 열린 이날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현재 경찰이 운영하는 옛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에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학규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독재 정권 시기에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인 공간이 중앙정보부의 남산 건물, 기무사령부의 서빙고 분실, 치안본부(옛 경찰)의 남영동 분실이었는데 현재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남영동 분실뿐”이라면서 “이마저도 경찰이 2000년대 옛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하고 인권센터를 세우면서 당시 원형이 변형됐고,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났다고 과시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며 시민사회가 옛 대공분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경찰 지휘부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부씨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종철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주인사, 학생, 조작 간첩이 고통받고 스러져 간 곳”이라며 “이들을 기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교육할 수 있는 인권기념관으로 돌려놓아야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나눌 수 있고 민주인사의 영령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청장이 경찰청장으로서 동생을 추모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한 사죄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20~30대와 밀접한 최저임금과 가상화폐(비트코인) 논란 등 경제 이슈가 6월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 종부세 논란,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논쟁과 같은 복지 확대 논란 등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자영업자 한국당 지지율은 1.3%P↓ 지난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그 논란은 청와대 등 정치권으로 번졌다. 특히 여당은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의 반발을 의식한 듯 별다른 공식 논평조차 내지 못했다. 지지층의 동요는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8~10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3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4.1%로 71.7%였던 1주차(2~3일 조사) 대비 7.6% 포인트 하락했다. 30대는 비트코인 관련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가상화폐 투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연령대이다. 최저임금 논란은 6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동요시키고 있다. 리얼미터 1주차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5.0%였지만, 2주차 때는 40.5%로 14.5%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 지지율 변화는 1.3% 포인트(22.7%→21.4%)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자영업자 가운데 ‘지지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답한 무당층은 1주차 7.9%에서 2주차 13.8%로 급증했다. ●부동산·근로시간 단축도 쟁점 가능성 특히 부동산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슈들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강화하며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렀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논란 속에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5곳에서 패배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정책 이슈 선점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14일 “가상화폐 등 현안별로 태스크포스(TF) 팀을 100여개 만들 것”이라며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회를 하고 정부에 대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낮은 지지율과 인물난을 겪는 야당은 정책 이슈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 심판론과 같은 ‘네거티브 이슈’보다는 ‘포지티브’한 이슈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는 외롭지 않았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의 파장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참혹한 고문 현장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헌화하는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14일 영화를 관람했다고 페이스북에 알렸다. 31주기에 맞춰 청와대에서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박 열사의 31주기 추모식이 14일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 씨와 고문치사 사건 축소 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 열사의 모교인 서울대와 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도 추모식 자리를 지켰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인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의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빠른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추모식은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을 계기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며 일부 언론은 이런 추모식 분위기를 전하고자 드론까지 띄워 취재 경쟁에 나섰다. 추모식은 민중의례, 분향 제례, 약력 소개,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대 언어학과 후배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대학 동기 등이 추모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추모사에서 “1987년 6월 항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권이 협상하면서 그 성과는 왜곡 변질됐다”라며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의 혼백이 엄호하는 가운데 그동안 유예된 6월 항쟁의 개혁이 다시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2시 50분쯤 박 열사가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옛 대공분실을 찾아 “저도 1981년 이곳에 왔었고 고문을 심하게 당했다”며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공분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오늘 헌화에만 2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며 “올해는 영화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많은 시민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방명록이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박 열사가 고문을 받았던 509호 앞에는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굳은 표정으로 509호에서 헌화했다. 시민들 역시 차례대로 박 열사의 사진 앞에 흰 국화를 놓았다. 몇몇 시민들은 헌화하면서 눈시울이 붉히기도 했다.시민 김모(47)씨는 “영화 1987을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음산한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같은 날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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