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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니 입은 미녀 좀비 등장시킨 달력 화제

    비키니 입은 미녀 좀비 등장시킨 달력 화제

    세계적인 남성잡지 FHM(For Him Magazine)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판이 좀비와 비키니 미녀를 접목시킨 2013년 달력을 출시해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낳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비키니 좀비 달력은 남아공의 한 광고대행사가 유명 좀비물인 FX 110 드라마 ‘워킹 데드’의 현지 홍보를 위해 좀비로 분장시킨 비키니 미녀 모델들을 촬영한 화보를 실은 것이다. 이 달력은 FHM 남아공판의 편집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해당 달력을 홍보하고 있는 한 블로거는 “FHM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인 비키니 미녀들과 좀비들을 결합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그녀들이 맥주만 들고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시체애호증에 걸린 사람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달력을 접한 실제 좀비 애호가들은 등장하는 좀비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였다. 콘솔게임 전문 레이지게이머닷컴의 욜란다 그린은 촬영장이 햇볕이 잘 드는 해변이 아닌 종말로 향하는 도시였다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은 “그 미녀들은 섹시했지만 분장은 별로였다.”면서 “그녀들은 좀비의 희생자들처럼 보이는 대신 교통사고의 피해자들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는 비키니 좀비 달력은 남아공 광고사 아일랜드 대번포트(Ireland Davenport)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기 할 수 있다. 사진=아일랜드 대번포트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어민들 “증언 직접 들어주니 신뢰 간당께”

    어민들 “증언 직접 들어주니 신뢰 간당께”

    서울고등법원 판사들이 26일 전남 고흥군에서 사상 첫 ‘찾아가는 법정’을 열었다. 고흥 방조제 담수 유출 피해 사건을 직접 검증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다. 환경전담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홍기태)는 이날 순천지원의 협조로 고흥군 법원 제1호 법정에서 공판을 진행했다. 고흥군 법원은 상주 판사가 없는 소규모 법원으로, 순천지원 판사가 한달에 한번 내려와 소액 사건을 처리한다. 정식 재판은 관할 법원에서 하는 게 원칙이나 소송을 내놓고는 정작 거리가 멀어 찾아오지 못하는 당사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재판부가 현장에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공판에는 어민 100여명이 모였다. 법정이 협소해 어촌 계장만 들어올 수 있었지만 어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법정 앞을 지켰다. 항소를 제기한 고흥군과 농림수산식품부 측은 “배수갑문이 적절히 설치됐고 수인 한도를 넘는 손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환경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인공 습지 조성, 하수종말처리장 신설 등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민 측 변호사는 “농약이 섞인 담수 유출로 바다가 서서히 오염되기 시작해 이제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어민들에게는 어업이 생명인데 자연산 어패류는 물론 인위적으로 뿌리는 종패도 다 죽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60년간 해녀 생활을 해 온 양선희(68)씨는 “2000년 전까진 해삼, 전복 등을 다양하게 채취하며 하루에 십만원씩 벌었지만 2005년도 이후 해초까지 없어져 해녀가 나밖에 없는 상태”라고 증언했다. 공판에 앞서 홍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오전 10시부터 현장 검증을 위해 고흥군 앞바다로 행정선을 타고 나갔다. 검증에는 어촌계장들과 농식품부, 고흥군 관계자 20여명이 동행했다. 평상복 차림을 한 재판부는 1시간 30분가량 바다를 돌며 피해 어장과 방조제 간의 인접성, 담수의 유입 경로, 양식장 운영 상황 등을 확인했다. 현장에 동행한 용동 어촌계의 정원용(70)씨는 재판부 방문에 대해 “시골 사람이다 보니 법정에 서면 주눅이 들어 말도 못 하는데 판사님들이 함께 다니며 우리 얘기를 들어주니 마음이 진정되고 신뢰가 간다.”며 기뻐했다. 고흥군은 1995년 도덕면 용덕리 앞바다의 공유수면 3100ha를 매립해 2.8㎞ 길이의 고흥만 방조제를 완공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방조제 설치 뒤 오염된 담수의 방류로 2005년부터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2007년 고흥군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어민들의 피해를 인정해 72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고흥군과 정부는 “피해치에 대한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24일 오전 11시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 사진 고흥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중국통신] ‘종말’ 대비해 ‘현대판 노아의 방주’ 만든 男

    고대 마야인이 예언한 ‘지구 종말’일인 12월 21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종말을 대비해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든 남성이 있다. 야신왕 2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신장(新彊)에 사는 루(陸)씨는 종말을 대비한 ‘방주’ 건조에 착수, 장장 2년여의 세월을 거쳐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총 3층으로 만들어진 ‘루씨의 방주’는 총 길이 21.2m, 넓이 15.5m, 높이 5.6m에 달하며 배수량도 140t이 넘는다. 설계부터 건조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루씨 혼자서 완성했으며 여기에 들어간 돈만 150만 위안(한화 약 2억 6000만원). 20여 일이면 완벽한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44세의 루씨는 일찍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마야문명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왔다. 루씨는 “마야인의 예언은 정확하다. 고대 마야인은 2012년 12월 21일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온 뒤 12월 22일의 여명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다.”며 “나는 예언이 진짜라고 굳게 믿는다.”고 설명했다. 루씨는 또 “지난해 허톈허(河田河)가 범람하면서 10개 부대, 1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당했고 토지 피해 규모도 200㎢에 달했다. 이 모든 것이 지구 종말의 징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노아의 방주를 만들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한편 루씨의 믿음에 가족들과 주변인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루씨의 한 지인은 “처음 루씨의 계획을 듣고 우리 모두 반대했다. 누가 그런 예언을 믿느냐.”며 “진짜로 종말이 온다고 해도 그냥 죽고 말지 절대로 루씨가 만든 배는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또한 “지구 종말에 배가 무슨 소용이냐.”, “쓸데 없는데 힘쓰지 말고 지금 현재 열심히 사는 게 낫다.”며 쓴소리를 뱉었다. 루씨는 그러나 “모두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며 욕했지만 나는 내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홍진형 중국통신원 agatha_hong@aol.com
  • ‘마야 종말설’ 12월 21일 …행성 충돌로 지구 멸망?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했다는 지구 최후의 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측이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웹사이트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마야 종말설’은 고대 마야인이 쓰던 달력에 기초한 것으로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시작해 13번째 박툰(394년의 주기)인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달력이 끝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012년 12월 21일을 지구 종말의 날로 예측하고 있는 것. 그러나 ‘마야 종말설’에 대해 나사 측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종말설을 믿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상의 외계 행성인 니비루 충돌설,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십자로 배열돼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나 그 폭풍이 지구를 집어 삼키는 것을 대표적인 지구 종말 시나리오로 들고 있다. 나사 측은 “만약 지구를 멸망시킬 만한 행성이 날아온다면 지금쯤 육안으로도 보일 것”이라며 “각 나라의 전문가 뿐 아니라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실시간 지켜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태양 폭풍 멸망설에 대해서도 “수많은 태양폭발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그 폭풍이 지구의 대기권 자체를 바꿀 수준은 안돼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과학적인 설명에도 전세계적으로 ‘마야 종말설’이라는 바람은 거세게 불고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피난 성소로 전해지는 부가라크 마을의 피크 드 부가라크 산에 대한 봉쇄 조치까지 내렸다.  이같은 소동은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이 2012년 12월 21일은 지구 종말의 날이 아닌 또다른 주기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 미국 툴래인 대학교 마르첼로 카누토 교수는 “2012년 12월 21일은 고대 마야인들의 중요한 캘린더 상의 이벤트 날일 뿐”이라며 “유물 어디에도 지구 종말을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불완전한, 인간과 닮은 神

    일반에 널리 알려진 유럽의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다. 아서왕 이야기 등을 담은 켈트 신화 또한 그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외로 꼬을 게다. ‘북유럽 신화 여행’(최순욱 지음, 서해문집 펴냄)은 여전히 우리에게 생경한 북유럽의 신화를 전하고 있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 켈트 신화와 더불어 유럽 3대 신화로 꼽힌다. 게르만족 사이에 회자되던 옛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게르만족은 원래 북유럽에 살던 민족이었다. 켈트족을 밀어내고 로마를 무너뜨린 뒤 중부 유럽까지 영역을 넓혔던 게르만족은 그러나 남하하던 와중에 로마문명과 접하면서 자신들의 신화를 잃어버리고 만다. 게르만족의 정신세계를 지탱했던 신화 또한 그들의 본래 터전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아이슬란드 등에만 남게 됐다. J R 톨킨의 원작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면들이 가끔 나온다. 예컨대 풍요의 신 프레이르는 늘 두 개의 보물을 거느리고 다니는데, 그중 하나가 황금 수퇘지 굴린부르스티다.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 돼지, 어딘가 물질적 행운을 부르는 우리의 ‘돼지꿈’과 닮았다. 미의 여신 프레이야 이야기는 동화 백설공주의 모티브가 된 듯하다. 프레이야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목걸이 브리징아멘을 늘 매고 다닌다. 목걸이를 만들어 준 이는 세공 기술이 빼어난 네 난쟁이. 신화는 프레이야가 브리징아멘을 얻기 위해 난쟁이들의 요구대로 각자 하룻밤씩 모두 나흘 동안 난쟁이들과 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적고 있다. 이런 ‘19금’의 내용이 백설공주 형태로 각색돼 후대에 전해진 것. 북유럽 신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비극적 정서가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북유럽 신화는 세계 창조에서부터 신과 거인 간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뢰크’로 세계가 몰락할 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들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의 시대가 시작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제우스 등 12신이 불멸의 존재로 그려지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북유럽 신화에서 불멸의 신은 없다. 주신(主神) 오딘은 라그나뢰크에서 늑대 펜리르에게 잡아먹힌다.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토르 또한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의 독에 죽는다. 저자는 “이처럼 북유럽 신화의 신은 모순이나 결함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며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이런 특징들이 종말이 주는 비극성과 결합해 신화에 비장미를 불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생계형 좀도둑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장 발장’이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소설 속 인물인데도, 혹독한 겨울에 누이와 누이의 일곱 어린 자녀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실존인물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불사조처럼 활활 타오른다. 달나라로 인간을 쏘아 보내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 법의 냉혹함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 세계적으로 혹독한 경제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암울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때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 미제라블’을 천천히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레 미제라블 5권을 내놓았다. 한 권당 500쪽이 넘으니 전 권을 다 읽으려면 2500쪽이 넘어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어린이용 축약본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레 미제라블을 다양한 버전으로 읽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책을 추진력 있게 읽어내려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내 맛보기를 시작하면, 프랑스의 정치인이자 대문호인 위고의 입담과 생생하게 그려놓은 인물의 성격 묘사, 인간의 구질구질하고 추악한 내면과 그런 악마적 본질 속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성스러움을 찾아가려는 인간적 몸부림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위고는 프랑스 혁명기에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회기의 국민의회 의원이었으나, 그 뒤로 은둔한 늙은 혁명가 G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웅변한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나는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일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킨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요…(중략).”(1권 77쪽) 이 발언은 위고가 책이 나오기 직전인 1862년 1월 1일 오트빌 하우스에서 쓴 메모와 거의 같다.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메모의 끝에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고 했다. 생계형 매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혁명가 G의 성찰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스스로 혁명가적인 뜨거운 삶을 살았던 위고는 계몽가로서 빈곤 해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를 바랐을 것이다. 소설가는 순수하게 소설만 쓰고, 시인은 순수하게 시만 써야지 정치에 참여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한국적 편견은 차라리 벗어던지는 것이 레 미제라블 앞에선 더 환영받을 일이다. 빵 하나를 훔치고 5년 형을 받은 장 발장은 복역 3년 만에 자신의 누이와 일곱 조카의 생사가 궁금해 탈옥을 거듭 감행하게 되고, 탈옥 시도로 14년을 더 감옥살이해야 했다. 그는 19년을 감옥에 있으며 “자신의 증오심으로 사회를 처벌했다. 그는 자기가 겪는 운명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마 언젠가는 서슴지 않고 그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중략) 그는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했다.(1권 164쪽)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날카롭게 벼려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묻지 마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개인의 불만과 고통이 레 미제라블에는 이처럼 숱하게 들어 있다. 이런 항변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들이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능력있는 자요. 당신의 그 ‘서로 사랑하라.’와 같은 말은 바보 같은 소리요.”(1권 111쪽)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존하기보다 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류의 사람들이 내는 강퍅한 내면의 목소리들이다. 그러나 위고는 “진실한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이”고 “오늘날 거의 공인된 철학이 하인의 신분으로 성공의 집에 들어와 성공의 사환복을 입고 그 응접실에서 시중을 든다. (중략) ‘영달’은 곧 ‘능력’이라고 추측된다.”(1권 100쪽)라고 분석했다. 코제트의 불쌍한 어머니이자 창녀인 아름다운 팡틴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가 ‘시커먼 행복’을 추구하며 천박하게 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지기도 한다. 위고는 1831년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소설가의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정치 시를 발표해 참여시인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845년 상원의원에 선출됐고, 1848년 2월 혁명으로 왕당파에서 공화주의자로 변신해 나중에 황제에 오르는 나폴레옹 3세와 대립했다. 그래서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하자 1851년부터 20년 동안 프랑스를 떠나 망명을 해야 했는데, 이때 아내와 자식을 잃었다. 레 미제라블은 망명 중이던 1862년 3월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위고는 1870년 파리로 귀환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레 미제라블에서 위고는 정치철학의 변화를 미리엘 주교를 통해, 정치인은 어떻게 살아야 훌륭한 삶인가에 대한 내면적 갈등을 마들렌 시장으로 변신한 장 발장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은 늘 온다. 진실을 택할 것인지, 위선을 택할 것인지 마들렌 시장의 고민을 역지사지해 볼 수 있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벙커서 지구종말 준비하는 사람들은 지금…

    벙커서 지구종말 준비하는 사람들은 지금…

    고대 마야인들은 왜 인류 멸망의 날을 2012년 12월 21일로 예언했을까. 그리고 예언에 따라 차근차근 ‘그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케이블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류멸망을 준비하는 사람들, 둠스데이 프레퍼스’를 5~6일 밤 11시에 방영한다. 팩추얼 엔터테인먼트 형식을 빌려온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역대 내셔널지오그래픽 시리즈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방송이 나간 후 미국의 다양한 언론 매체들은 인류 멸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논리적인 근거와 실질적인 대비책들을 앞다퉈 보도했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첫 방송이다. 프로그램에선 올해 지구 종말을 믿는 사람들과 이에 대비한 치밀한 생존 전략이 여과 없이 공개된다. ‘둠스데이 프레퍼스’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구 멸망 시나리오를 12개로 나누어 대지진, 태양 폭발, 전자기파(EMP) 공격, 방사능 누출, 슈퍼 바이러스, 인구 포화, 자연 재해, 핵 전쟁, 조류 독감, 방사능 폭탄, 경제 붕괴 등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20년치 식량을 비축하거나 핵전쟁에 대비해 지하 14층 규모의 벙커를 개축한다. 무기와 특수 컨테이너, 태양열을 이용한 기기, 1만 1000여종의 씨앗, 모든 종류의 항생제, 필터링 마스크, 임시 병원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데이비드 사르티는 태양 폭발로 인해 미국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운송 체계, 전기공급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전화선도 인터넷도 필요 없이 태양열만 있으면 작동하는 햄 라디오를 이용해 생존을 모색한다. 미국 아이다호에 거주하는 존 메이저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폭탄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골로 이주했다. 콜로라도주의 라일리 쿡은 가족들이 고도가 높은 벙커에서 살 수 있도록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은퇴한 사진기자 잭 조베는 태양 폭발로 인해 미국이 완전히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부동산 개발업자인 래리 홀은 옛 미사일 격납고에 호화로운 서바이벌 콘도를 건축 중이다. 가구수리공 제이슨 데이는 2012년 경제 붕괴가 인류 멸망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가구점을 은밀한 피난처로 만들어, 5000달러 상당의 대비용품을 쌓아놓았다. 준비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인류멸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지구종말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실제로 생존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모두 12부작으로 오는 12월 11일까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매주 두 편씩 방송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모방의 법칙(가브리엘 타르드 지음, 이상률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노동의 종말’ 같은 저서로 널리 알려진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의 시대를 두고 ‘공감의 시대’라 불렀다.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의 뜻에 공감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모방에서 나오는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남이 슬픈 표정을 짓거나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 표정을 따라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은 ‘거울 뉴런’의 작동에 관심을 가진다. 남의 감정과 표정을 흉내내는 것이 공감이요, 그 공감 아래 협동적인 행동이 나올 경우 사회적 진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살아서는 에밀 뒤르켐과 호적수였던 사회학자였으나 죽은 뒤 곧 잊혔다가 이런 맥락에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학자다. 저자는 모방을 두고 ‘반복과 변이’라 표현하는데 언뜻 ‘차이와 반복’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 시대에 대한 통찰에도 적용할 수 있다. 2만 8000원. ●사통(史通)(유지기 지음, 오항녕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물을 훼손했느냐, 다른 하나는 논란이 있다고 해서 바로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해야 하느냐다. 저자는 당나라 시대 학자로 사관으로 일하다 이처럼 엉터리 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분개해 이 책을 지었다. 사기, 한서 같은 기존 역사서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물론이고 올바른 역사 서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다뤘다. 이번에 처음 이 책을 번역한 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조선문명의 폐단 대신 장기 지속의 힘에 천착하는 학자다. 따라서 그가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조선의 지식인들이 유지기의 문제의식과 맞대결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 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읽힌다. 5만원. ●당신, 이제 행복해도 됩니다(오미정 지음, 시드페이퍼 펴냄) 싸이, 김제동, 윤도현 등 19인의 스타들이 ‘행복’이라는 화두를 놓고 이야기한다. ‘강남스타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싸이는 대마초 사건과 군대 재입대 등으로 누구보다 힘겨운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비결은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그는 “가장 힘든 순간에도 즐거운 것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 밖에 자신감 하나로 역경을 이겨낸 바비킴의 이야기, 긍정 마인드로 똘똘 뭉친 허각 등의 진솔한 이야기가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1만 2800원. ●기다리다 죽겠어요(이애경 지음, 터치북스 펴냄) 인생의 반쪽을 찾아 헤매다가 지친 싱글 여성들을 위한 연애 및 결혼 지침서. 가수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윤하의 ‘오디션’ 작사가이자 음악잡지 편집장 등을 거친 저자는 결혼 문제로 힘겨워하는 여성들에게 때론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1만 2800원.
  • [허리케인 美 동부 강타] 美심장 워싱턴 ‘CLOSED’…‘유령도시’ 된 美 수도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의 심장’인 수도 워싱턴에 상륙한 29일(현지시간) 아침부터 기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했지만, 각종 행사와 브리핑 등 ‘취재 일정’이 모조리 취소됐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며 태풍 피해 상황을 점검하던 저녁 7시쯤 갑자기 불이 나갔다. 어둑어둑한 집에 TV와 인터넷까지 끊겼다. 냉장고 안의 음식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둘째치고 세상과 유일하게 이어진 마지막 ‘끈’인 휴대전화의 배터리 충전이 걱정됐다. 워싱턴 일대 대부분의 지역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겪는 듯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문의하니 “언제 전기가 복구될지 알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자체 발전기를 갖춘 호텔을 찾아야 했다. 창밖엔 비바람이 거의 수평 90도로 불어닥치고 있었다. 태풍의 진로와 반대인 남쪽 리치먼드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왔다. 벌써 대부분의 신호등이 고장 나 눈을 신호등 삼아야 했다. 어두운 도로에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간혹 구급차나 경찰차가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했다. 마치 ‘지구 종말의 시대’를 배회하는 기분이었다. 바람의 위력에 차가 휘청댔다. 핸들을 꼭 쥐고 있었는데도 바람에 밀려 차가 저절로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이동할 정도였다. 식은땀이 났다. 라디오에서는 ‘태풍의 눈’이 이미 워싱턴을 지나 뉴저지주까지 북상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지만, 집에서 100여㎞ 떨어진 리치먼드에 가까이 가도 비바람의 세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대선을 1주일 앞둔 월요일인 이날 워싱턴은 1년 중 가장 분주한 시기가 돼야 했지만 허리케인은 이 ‘세계의 수도’를 유령도시로 바꿔 놓았다. 각급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워싱턴과 메릴랜드주의 대선 조기 투표소는 일단 이날과 다음 날은 쉬면서 상황을 봐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가 상점이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서 미처 기본 생활필수품을 준비하지 못한 주민들이 주유소 매점으로 몰렸다. 이튿날인 30일 비바람은 잦아들었지만 대부분 지역의 정전 사태는 복구되지 않았다. 미국의 느려터진 복구 시스템을 감안하면 정전 사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버지니아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상품과 금융의 세계화가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라는 지난 30년간의 통념은 신화에 불과하다. ”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학자 자크 사피르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가 2011년에 ‘탈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펴낸 책이 ‘세계화의 종말’(유승경 옮김, 올벼 펴냄)로 번역돼 나왔다. ‘자유화’와 동의어로 쓰이는 ‘세계화’에 오늘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신흥 경제국의 금융버블,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적·환경적 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에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가 있다면서 ‘탈세계화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냉정하게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1850~1929년 함선을 내세워 개방을 강요하던 제국주의 시절의 자유무역은 그나마 선진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현재의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임금을 떨어뜨려 가계부채를 늘리며, 일자리의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 부도의 재앙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의 신화’는 언제쯤 생겼을까? 1994~1997년 국제무역이 수치상 크게 증가한 뒤다. 국제무역이 각국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통념이 강화되면서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는데, 사피르 교수는 이것은 통계의 착각이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첫 번째 원인은 1991년 소련이 붕괴돼 과거에는 한 국가 내부의 거래로 잡혔던 수치들이 대외무역으로 분리된 것이고,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가격으로 환산되며 늘어난 것으로 잡혔다는 것이다. ‘자유무역 신화’의 강화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절정에 이른다. 세계무역의 자유화에 따른 이득이 8320억 달러이며, 이 중 개도국의 몫이 5390억 달러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것이다. 자유무역이 개도국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이념이 확산됐다. 문제는 이 자료가 2년 뒤인 2005년 홍콩 WTO각료회의 예비토론에서 뒤집힌 것. 자유무역에 따른 이득은 2900억 달러로 줄고, 이 중 개도국의 이익은 9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도국 몫은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제로’(0)로 나왔다. 사피르 교수는 전체이득의 3분의2가 사라지고, 개도국의 이익이 5분의4 이상 줄어든다면 자유무역의 이득이 과연 존재하느냐고 반문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허구도 지적한다.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FTA는 무역이 활성화되면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세수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한 세수증가가 즉각 관세수입의 감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소득의 증가가 현실화될 때까지 국가는 공공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교육, 연구, 보건, 인프라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재정압박에 따라 증세를 결정하게 되는데, 개도국의 빈곤층이야말로 신규 세금에 죽어난다는 논리다. 자유무역은 부도덕한 무역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산업폐기물이 개도국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이 되면 폐전자제품이 2007년보다 7배를 웃돌고, 인도는 같은 기간에 20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에 의한 두 나라 간 무역이 서로 득이 된다는 설득 역시 허구라고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제목에서 이미 결론을 밝혔다. ‘탈세계화’해야 하고, 질서 있는 탈세계화를 위해 각 국가는 연대하라고 주장한다. 또 세계화가 가져온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내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처럼 수출에 목숨을 걸고 자신의 상품을 더 싼 가격에 많이 팔아 경제회복을 이루겠다는 욕심에 돈을 무한정 찍어내게 되고, 결국 ‘화폐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일본·유럽에서 양적 완화를 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 것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사피르 교수는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유로화 체제에서 탈피해 자국 화폐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통화주권, 재정주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유로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軍 “미사일 조기경보 美와 공유… MD 참여 아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24일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우리 군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방부는 미사일 방어 조기경보 체계를 미국과 공유하는 것은 사실이나 한국형 MD(KAMD)는 미국의 MD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미래 MD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의 탐지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에 우리의 자산을 공유하겠다는 것으로 MD 참여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조기경보 체계와 지휘통제 체계는 미측과 정보를 공유하게 돼 있는데 이를 미국 MD 참여로 보면 무리”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전 세계적 미사일 탐지 및 요격을 통괄하는 미국 MD와 달리 한국형 MD는 북한 미사일이 도달하기 직전 고도 40㎞ 이하에서 요격하는 데 주력한 ‘종말단계 하층방어체계’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위성 등을 통해 5000㎞ 정도의 탐지범위를 갖춘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했으나 우리 군 조기경보 체계는 500~1000㎞ 정도의 탐지범위를 갖췄기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MD 참여 기준으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등을 꼽았다. 하지만 군 당국이 MD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MD가 낮은 고도의 하층방어만 담당한다고 해서 미국 MD와 관계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우리 주장과 상관없이 미국은 기본적으로 미 본토와 동맹국을 보호하는 범지구적 네트워크를 MD로 여긴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조기경보 정보 지원 없이 미사일 자체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체제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미국 MD 체제 편입을 요격미사일 위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은 동유럽 MD 구축 과정에서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폴란드에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탐지와 요격체계를 분리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25일(현지시간) 태평양 해상에서 실시한 사상 최대 규모의 MD 시스템 시험에서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 등 5개 표적 가운데 4개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UPI가 보도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시대 앞서간 ‘박제가 된 천재’들… 제대로 평가 받을 길 열리나

    시대 앞서간 ‘박제가 된 천재’들… 제대로 평가 받을 길 열리나

    오늘날 우리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흔치 않고, 이 때문에 천재는 쉽게 사라진다. 실패한 천재라면 더욱 그렇다. 학자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노벨상 수상자들도 먼저 연구를 시작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거나 검증한 덕분에 영광을 얻게 된다. 지난 17일 미국에서 잊혀진 천재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그의 이름은 어느 곳에도 없다. 반면 영국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잊혀진 천재들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 잇따른 두 개의 사건은 우리에게 역사가 승자의 시각에서 쓰여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한번 내려진 평가가 언젠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고졸 ‘발명영웅’ 美 재조명 한창 토머스 에디슨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발명과 사업에서 모두 성공한 그가 혁신과 실용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신에 걸맞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7일 미시간에서 전립선암 때문에 89세를 일기로 숨진 스탠퍼드 오브신스키도 그 길을 걸었다. 고졸인 그는 독학으로 1947년 고속 자동선반을 개발했고, 1952년에는 방위산업체인 허프의 연구디렉터가 됐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1950년대 후반 오브신스키는 ‘비정질 불균질’ 물질인 실리콘이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51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지만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오브신스키의 발견 이후였다. 하지만 고졸인 그의 공헌은 철저히 무시됐다. 1960년 두 번째 아내인 이리스를 만나면서 오브신스키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에너지 컨버전 랩’이라는 회사를 세워 발명품을 상품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초로 태양전지를 만들었고, 지금도 사용되는 ‘태양열 계산기’도 출시했다. 4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졌던 오브신스키의 가장 큰 업적은 ‘니켈-메탈 배터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모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LA타임스는 “그는 50년 전에 석유산업의 종말을 예견했다.”면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었고, 자동차 내연기관까지 완성하면서 하이브리드의 역사를 혼자서 썼다.”고 추앙했다. 세상도 그를 인정하는 듯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지구의 영웅’으로 칭했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시대의 에디슨’이라고 지칭했다. 7개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줬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에서 오브신스키에 존경을 표했다. 오브신스키는 “진정한 발명가는 돈이 아닌 아이디어와 창조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오브신스키의 몰락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그의 니켈-메탈 배터리는 1996년 GM이 출시한 전기차 EV1에 탑재됐다. 오브신스키의 배터리는 4시간 충전에 최대 시속 130㎞의 속도로 100㎞ 이상을 달릴 수 있었고, 곧 300㎞까지 거리가 늘어났다. 톰 행크스, 멜 깁슨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EV1의 첫 구매자였다. 하지만 GM은 돌연 EV1을 모두 수거해 애리조나의 사막에 폐기처분했다. GM은 오브신스키의 회사들을 적대적으로 합병했고, 이 회사들은 화학회사와 석유회사로 팔려나갔다. 2006년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 페인은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라는 영화에서 오브신스키의 몰락 뒤에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음모론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헬무트 프리츠슈 시카고대 교수는 “그는 교수 생활 40년간 만나본 수많은 이들 중 유일한 천재였다.”고 그를 회고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男에 가린 女과학자들 발굴 열기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1815년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비상한 재능을 보였지만, 19세에 러브레이스 백작과 결혼하면서 평범한 귀족부인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 됐다. 우울증까지 생긴 에이다는 어느 날 찰스 베비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발명품 소개회에 참석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당시 베비지는 로그와 삼각함수를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인 ‘차분기관’을 완성한 상태였고, 모든 종류의 계산을 할 수 있는 기계식 자동계산기 ‘해석기관’을 설계 중이었다. 에이다는 베비지의 해석기관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같은 공식을 반복하는 ‘루프’, 사용한 공식을 다시 사용하는 ‘서브루틴’, 구문을 뛰어넘어 실행하는 ‘점프’, 조건식이 달린 구문인 ‘IF’ 등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에이다는 36세인 1852년 세상을 떴고, 그후 100년간 까맣게 잊혀졌다. 1975년 미 국방부는 서로 난립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완료한 뒤 이 언어를 ‘에이다’라고 명명했다. 에이다를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19일은 에이다를 기념하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날’이었다. 엘리노어 맥과이어 런던대 교수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편집 마라톤’을 계획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보태는 위키피디아의 특성을 살려 ‘역사의 그림자 속에 숨은 여성과학자에 대해 각자의 지식을 모으는’ 마라톤이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은 여성을 냉대했다.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여성과학자들이 동원돼 ‘인간계산기’로 사용됐지만 역사는 그들의 존재를 기록하지 않았다. 또 1892년 레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한 천재소녀 헨리에타 스윈 리비트는 빛이 변하는 변광성의 주기를 발견, 빅뱅이론의 토대를 제공했지만 공적은 하버드천문대장이었던 에드워드 피커링에게 돌아갔다. 위키피디아의 과학자 서술에서도 남녀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왕립학회’의 문턱을 넘은 여성과학자들조차 위키피디아에서 외면받고 있다. 최초의 흑인 신경외과의인 알렉사 캐나다는 고작 5줄로 위키피디아에 기록돼 있고, 단백질결정학의 선구자 루이스 나피에르 존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사망소식이 보태져 고작 8줄 뿐이다. 존슨 교수의 남편인 노벨상 수상자 아브두스 살람 교수는 200줄이 넘는다. 왕립학회 종신회원인 우타 프리스 박사는 “에이다조차도 베비지와의 공동연구가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편집 마라톤’은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19일 이후 수백명 여성 과학자들의 위키피디아 서술이 크게 늘거나 새로운 여성과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영국 책임자인 샘 하르켈은 “일반인이 아닌 여성과학자들조차 마리 퀴리 이외의 여성과학자의 이름을 잘 대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들의 업적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지구 멸망 D-60”…2012 마야 종말설 실체 있나?

    최근까지도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마야 종말설’은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일까? 지난 21일로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했다는 지구 최후의 날이 단 60일 남은 가운데 이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증폭되고 있다. ’마야 종말설’은 고대 마야인이 쓰던 달력에 기초한다. 고대 마야인들은 394년의 주기를 1박툰이라 불렀으며,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시작해 13번째 박툰인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달력이 끝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012년 12월 21일을 지구 종말의 날로 예측하고 있는 것.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세계적으로 ‘마야 종말설’ 바람이 불었으며 전문가들의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진원지인 멕시코는 정부차원에서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 마야 종말설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남부 치아파스주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동은 역시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이 2012년 12월 21일은 지구 종말의 날이 아닌 또다른 주기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 미국 툴래인 대학교 마르첼로 카누토 교수는 “2012년 12월 21일은 고대 마야인들의 중요한 캘린더 상의 이벤트 날일 뿐”이라며 “유물 어디에도 지구 종말을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독일출신의 마야 전문가인 스벤 그로네메이어도 지난해 말 학술회의에서 “2012년 12월 21일은 5125년을 한 주기로 하는 마야의 마지막 날이자 또 다른 주기의 시작일 뿐”이라며 종말설을 일축한 바 있다. 특히 올해 5월 과테말라에서 마야 문명 당시 만들어진 달력이 담긴 고대벽화가 발견돼 ‘마야의 달력’에 대한 새로운 비밀이 밝혀진 바 있다. 새로 발견된 달력에는 6개월 단위의 시간이 최고 250만일, 약 7000년 가까이 순환하고 있었으며 365일 주기의 태양력, 583일 주기의 금성력, 780일 주기의 화성력 등 천문학적 사이클이 상세히 기록돼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국 보스톤대학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은 2012년을 종말의 시점으로 추측했지만, 마야인들은 이미 달력이 13번째 박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불벼락 떨어진다던 예언가, 주민들에 돌벼락 맞아

    ”대종말이 온다. 마지막 때에 대비하라.” 자신있게 지구의 종말을 예언했던 사이비 종교인이 주민들의 집단 공격을 받았다. 문제의 종교인은 경찰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대종말 해프닝은 브라질의 테레시나라는 도시에서 발생했다. 루이스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43)라는 이름의 자칭 예언가가 교회를 세우고 제자까지 키웠지만 그는 자신의 미래조차 알아맞추지 못했다. 그는 대종말을 맞은 지구에 불벼락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돌벼락(?)을 맞은 건 그의 교회였다. 산토스는 10월 12일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며 교인들을 끌어모았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에서는 불덩어리들이 떨어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에 말세에 구원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속속 그의 교회로 몰려들었다. 열성 교인 중 일부는 산토스의 제자가 되어 예언가의 가르침을 받았다. 12일을 앞두고 산토스는 자신이 세운 교회에서 대종말을 기다렸다. ‘방주’라고 이름지은 자신의 교회만 유일하게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산토스의 말을 믿었던 제자들과 교인들도 교회에서 밤을 지새우며 종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한부였던 사기극은 비극의 종말(?)을 맞았다. ‘방주’에 탄(?) 사람만 구원을 받는다는 12일이 됐지만 하늘과 땅은 말짱했다. 불벼락을 맞을 것이라는 지구 대신 벼락(?)을 맞은 건 그의 ‘방주’였다. 평소 그의 예언을 믿지 않던 이웃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떼지어 몰려가 돌팔매질을 하며 교회를 공격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산토스는 다급하게 경찰에 전화를 걸어 보호를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은 최루탄까지 쏘며 격분한 주민들을 해산시키고 산토스를 구출했다. 현지 언론은 “산토스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아직 특정 혐의로 고소를 당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문화마당] 소유의 종말/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소유의 종말/주원규 소설가

    최근 훈민정음 해례본과 관련해 뒤늦은 소유권 분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 사건의 사실 결과는 대법원 판결이 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권에 대한 시시비비를 판단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가 소유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과연 우리는 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한 궁리엔 다분히 입체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법적이고 공리적 판단의 잣대를 넘어선 판단이 그것이다. 너머의 판단은 소유한다는 개념에 대한 질문의 재고를 전제하고 있다. 본래 소유란 그 본류를 거슬러 추적하면 공유의 지점으로까지 올라간다. 공적, 사적 소유란 식의 구분을 넘어서서 한 사회,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갖고 있는 이른바 소유는 그 개념이 나 아닌 다른 이, 이웃으로부터 빌려 온다는 개념과 긴밀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훈민정음, 더 쉽게 말해 한글의 예를 살펴보면 소유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 국가의 ‘문자’가 갖는 중요성은 훈민정음의 창제자인 세종의 거국적인 판단과 결단에 의해서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만의 문자를 갖자는, 소박하지만 도저하게 타오르던 열망은 결국 공동체 모두의 고민이 내재적으로 퇴적된 가시적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세종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자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길의 열림을 염원했다. 그에 따른 집요한 노력의 집대성이 훈민정음이요, 그 과정에 대한 특별한 전리품이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기록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글은 상식의 눈으로 봐서도 한글을 쓰고, 읽고, 사용하는 모든 이들의 공유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공유의 출발점은 구성원 모두에게 내재된 염원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염원의 기반은 상호간 소통, 보다 원활한 언어의 교감에 있다. 교감이란 결코 단독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나’와 ‘너’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일 수밖에 없으며, 공유되는 모든 것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는 이른바 선의의 부채의식 위에 존재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상식의 관점에서만 소유를 논한다면, 사실상 소유를 독점으로 간주하는 태도, 그 태도에 입각한 일련의 접근은 설령 통념의 관점에선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분명 비상식적 원리에 경도된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가 소유한 것들은 독점에 뿌리를 둔 이기주의의 그릇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공유의 뿌리 위에서 독점 너머에 존재하는 함께 나눔, 선의의 부채의식으로 수용되는 사용자로서의 그릇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에선 누구도 소유와 공유를 등가의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독점의 정서로 점거된 소유에 대한 광적 집착이 우리 사회의 상식, 통념, 문화적 합의를 우습게 깔아뭉개고 편법 내지 불법에 준하는 도덕적 해이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문화계 전반에 번진 표절 시비에서부터 특허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적 공방의 이면에 공존의 통로로 협의되는 선의의 사용자 의식이 아니라 독점의 광기를 통해 일그러진 병리적 소유욕이 만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화의 경우만 봐도 소유와 독점 개념의 혼란 양상이 이러할진대,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재화의 영역에서 위세를 부리는 독점 소유욕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사용하는 아름다운 한글조차 소유가 되어버린 사회, 공유의 미덕을 더 이상 상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를 지배하는 건 우울하게도 획일화된 가치와 기준뿐이다. 독점욕의 비극적 말로는 상대적 비교우의에서의 자기 소유 과시와 인정욕구밖에 남지 않은 형해뿐인 사회다. 독점과 욕망으로 무장된, 앞뒤 꽉 막힌 소통불능의 벽은 반드시 허물어져야 한다. 건강한 붕괴가 없는 사회를 건강하다고, 상식적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태도는 없다. 비정상으로 점철된 소유개념의 종말을 고하는 것, 그것이 상식과 문화적 다양성을 말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우리땅 우리생물’ 국립생물자원관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우리땅 우리생물’ 국립생물자원관을 가다

    어릴 적 여름방학의 단골 숙제였던 ‘곤충채집’이 사라져 가고 있다. 수수깡 받침에 핀으로 고정시킨 잠자리며 매미 등을 개학날 자랑스레 제출했던 일이 이젠 까마득한 옛 추억으로 남았다. 자연훼손으로 곤충이 귀해지면서 과제물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우수한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물주권 및 세계 생물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을 설립했다. 자원관의 업무는 크게 수장과 연구로 나뉜다. 안내를 맡은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대외협력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고유 자생생물 1376종, 6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며 “자생생물의 생체, 종자, DNA 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사한 동물을 생전의 멋진 모습으로 살려 내는 동물표본실을 들렀다. 죽은 꺅도요와 날개 부러진 까치를 다시 되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내장과 근육, 뼈를 빼내고 철사와 솜으로 새로운 근육과 뼈를 만든 후 꼼꼼하게 봉합한 뒤 자세를 잡는다. 유영남 박제사는 “로드킬이나 밀렵에 의한 폐사체들이 전국에서 수거가 돼서 지난 6년 동안 만들어진 박제만 모두 1000 점”이라며 “일부는 전시를 하지만 대부분은 연구용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모든 생물을 복원할 만큼의 표본들이 있다는 수장고에 들렀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17개의 대형 수장고에는 1100만 점 이상의 생물표본 보관이 가능해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곤충과 안능호 연구사는 “항온·항습 패널과 탈색을 방지하기 위한 밀폐형 캐비닛을 사용해 생물표본의 영구 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장수하늘소’를 자연에서 만나 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멸종 위기 1급 천연 기념물인 ‘장수하늘소’는 2006년 광릉에서 발견된 뒤,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연구팀은 성충에서 직접 받은 알에서부터 시작해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암수 한 쌍의 장수하늘소 성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변혜우 연구사는 “앞으로 국내 서식지에 단계적으로 정착시킬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종여우에 관한 복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유정남 연구원은 “이화여대 경희대 등 대학 자연사박물관에서 1960,70년대에 잡힌 토종여우의 박제 3개체를 찾아내 DNA를 추출했다.”며 “토종여우의 정의가 지역적 차이로 규정된 만큼 동아시아 여우를 토종여우로 규정해 복원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인기가 높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생물이 지키는 우리 땅, 독도’ 특별전을 관람하는 어린이들이들로 전시관은 시끌벅적하다. 최근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으로 한·일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독도에서 식물 종자를 채취하고 있다. 주권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세계는 지금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생물자원 획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전자원인 생물자원은 에너지자원, 광물자원과 더불어 세계 3대자원의 하나다. 생물자원의 경쟁시대에 우리나라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2012년 12월 21일 종말? 마야달력 직접 확인해볼까

    2012년 12월 21일 종말? 마야달력 직접 확인해볼까

    ‘2012년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하는 마야력은 2012년에 지구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를 모티브로 영화 제작과 서적 출판도 활발했다. 올 초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은 전 세계 인구 10%가 마야력에 근거한 지구 종말을 믿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불안한 관심을 해결할 수 있는 마야문명전이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된다. 한·멕시코,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마야문명은 기원전 1500년에서 기원후 1500년 무렵까지의 약 3000년 동안 메소 아메리카의 열대 밀림에서 꽃피웠던 문명이다. 마야인은 금속기와 바퀴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념비적인 거대 건축물을 만들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문자 체계를 지녔다. 또한, 육안만으로 정밀한 천체관측 기록을 남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대 이전 가장 정확한 달력을 제작했다. 마야 달력도 그 중 하나다.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던 마야인은 그러나 갑자기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전시는 2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마야 인 멕시코’(MAYA IN MEXICO)에서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출토된 마야 유물을 중심으로 마야인의 세계관과 신화, 마야력 등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태양신 킨(Kin)’을 표현한 향로가 있다. 마야어에서 킨이란 단어는 일(日), 시간, 태양을 의미하며, 삶의 창조자로서 마야시대부터 현재까지 마야인의 주요 의식을 주관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될 때는 신성한 방향(동-서-남-북-중앙)을 표현한 목걸이를 걸고 있다. ‘마야 인 과테말라’(MAYA IN GUATEMALA)에서는 과테말라의 마야 유물을 중심으로 마야문명의 태동부터 쇠퇴기까지 마야인의 삶과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 ‘죽음의 신’으로, 자개를 오려 붙여 수척한 모습의 죽음의 신을 표현하고 있다. 마야인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주며, 자개·옥 등의 교역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서울에서 남미특별전이 열리듯이,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에서는 오는 11월 25일까지 특별전 ‘한국도자 600년전’이 열린다. 1962년 12월 103명이 한국을 출발해 이듬해 2월 12일 브라질 산토스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브라질 이민 50년사를 기념한다. 현재 교민은 5만명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통일부, 대북 수해지원 고심

    대북 수해지원에 대한 통일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수해지원 제의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온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던 정부이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행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6월 이후 계속된 수해와 최근 태풍 ‘볼라벤’ 등으로 북한에서는 560여명의 사망·실종자와 2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9만 7000여 정보(약 961㎢)의 농경지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측의) 요청이 따로 없더라도 지원을 제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전향적 변화를 예고했지만 남북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남북관계 차원에서 ‘전략적 카드’로서의 수해지원 활용 방안도 모색하는 분위기이지만, 현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북측은 대남 비난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가위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정부 제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특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서 남측 당국에 대해 “현 집권세력은 비참한 종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수해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고 서해 최남단 무도와 장재도를 비롯한 군부대를 잇따라 시찰하며 대남 위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측이 남측 민간에 대해서는 문호를 열어두면서도 당국에 대해서는 비난과 압박을 계속하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그러나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수해지원을 놓고 정부의 유보적 태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우리 시대의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소유를 포기하고 있다. 남의집살이 설움에 내집 마련을 위해 안 먹고 안 쓰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그들은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 다니며 쓸 것은 과감하게 쓰고 살겠다.’고 생각한다. 발빠른 기업들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31)씨는 경기 안산의 1억 5000만원짜리 전셋집(102㎡)에서 살고 있다. 그는 내년에 새로 분양하는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물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다. 최씨는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갓 분양된 새 아파트의 좋은 시설을 누리면서 전세살이를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살림도 일부러 단출하게 꾸려서 이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굳이 남의 집살이를 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2억 7000만원이 든다.”면서 “어차피 똑같은 집에 사는데 굳이 사서 갚기도 벅찬 빚을 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택산업, 매매 아닌 임대 중심으로 재편될 것”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집을 사는 대신 빌려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620건으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8330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분양을 받는 데 적극적이던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실수요자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량은 10만 2400건으로 전년보다 10.3%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6만 8900건으로 10.7% 늘었다. 특히 젊은층의 주택수요가 줄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이 152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인식조사를 한 결과 앞으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0대는 21.8%에 불과했다. 또 1년 이내에 분양받을 계획이라고 응답한 30대 역시 2.6%에 지나지 않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주택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거주가 가능한 장기전세아파트(시프트)를 2007년부터 공급하고 있는 서울시는 당시 많은 문제를 낳던 부동산 거품을 줄이기 위해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 주목받았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침체가 20~30대의 주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현재는 이런 트렌드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확실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 이상 집을 빌려서 사는 트렌드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의 종말’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정자산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번듯한 건물로 폼을 잡기보다 임대를 통해 실속을 차리고, 대신 곳간을 든든하게 채워 위기가 닥쳤을 때 살아남을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벼운 기업이 위기에 강하고 또 경제상황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제품은 물론 소비경향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 기업이 소유를 포기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종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워킹센터’ 회원사 등록해 첨단 사무실 이용 KT는 기업들의 사무실 공간 임대 수요가 많아지면서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경기 고양시 일산센터를 비롯해 평촌, 부천, 목동, 분당, 부산 등 전국 16개에 센터를 운영 중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7개 센터에 불과했지만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20곳 정도이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콘도 회원이 되면 전국의 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강남에 본사를 둔 기업이 스마트워킹 센터 회원사로 등록하면 경기 부천에 사는 직원은 굳이 강남 사무실까지 출근할 필요가 없다. 부천에 있는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출퇴근에 소요되는 3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능률적이다. 사무실 공간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해결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이 보유한 대량의 데이터를 회사가 보유한 서버가 아닌 가상공간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서버, 대용량 저장장치, 전원 및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지 않고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임대해서 운영하면 인프라를 따로 구비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851년부터 1980년까지의 1500만건에 달하는 신문 내용을 이미지로 저장하는 작업을 클라우드를 통해 하루 만에 끝냈다. 비용도 24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자체 서버를 이용했다면 14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만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올해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2009년 대비 221% 성장한 4조 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는 ‘파는 것에만 안주하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렌털 바람에는 온·오프라인이 없다. 이마트의 1~7월 렌털 건수는 1만 1000여건. 이마트 관계자는 “가전 렌털의 비중은 전체 가전 매출의 10% 남짓이지만 신혼부부,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경우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선택권이 넓은 렌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가전제품 렌털, 전체 매출의 10% 넘어 GS홈쇼핑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처음 렌털 전문숍을 열었고, 오픈마켓(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간 자유롭게 거래하는 온라인몰) 11번가도 BS렌털 등 두세 군데 렌털전문업체와 함께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독일산 유명 전기렌지도 렌털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렌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렌털 시장 규모는 2006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업체 수만 2만 5000여개에 이른다. 김재문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은 줄고 ‘소유’에서 얻는 만족보다 ‘사용’에서 얻는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기업은 고객를 찾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약정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신제품을 통해 고객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렌털 사업은 성장성이 높고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홍혜정·김동현·강주리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렌트 노마드(Rent Nomad)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다니는 ‘2030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집에 거액을 투자하기보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책·자동차·빈방 ‘내것 아닌 우리것’… ‘공유의 경제’가 뜬다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책·자동차·빈방 ‘내것 아닌 우리것’… ‘공유의 경제’가 뜬다

    직장인 강모(29)씨는 지난달 회사 워크숍을 위해 숙소를 빌렸다. 평소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협력적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에 관심이 많았던 강씨는 빈방을 연결해 주는 ‘코자자’를 통해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한옥 1채를 구했다. 8명이 1박을 하는 데 쓴 비용은 30만원. 강씨는 “남는 방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는데 비용이 싸고 분위기도 색달라 재밌는 경험이었다.”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유의 종말’에 관한 기업 버전이 ‘렌털’이라면 시민 참여 버전은 ‘공유’다. 렌털이 독점적 이용을 기반으로 한다면 공유는 함께 쓰는 것을 바닥에 깔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3월 공유경제를 통한 소비문화를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로 꼽았다. ●타임지 ‘세상 바꿀 아이디어’에 공유경제 최근 우리나라에도 공유경제를 모델로 한 사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자동차 나눠 타기’는 이미 구식이다. 빈방이 있는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시켜 주는가 하면 책을 보관(Keeping)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도서관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경험을 나누고 사무실을 공유하는 곳도 등장했다. 인터넷 민박 정보업체 ‘코자자’는 빈방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생겨났다. 코자자 관계자는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존에 있는 빈방을 공유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무조건 호텔을 짓는 것보다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출범할 때 130개뿐이던 빈방은 불과 석 달 만에 381개로 늘어났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읽고 난 뒤 버리기는 아깝고 놔둘 곳은 마땅찮은 책을 한곳에 보관하면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 클라우드를 통해 보관하고 공유하는 것을 책에 적용시킨 것이다. 한 달에 3000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택배비(7000원)만으로 한 번에 최대 9만원어치의 책을 두 달간 빌려볼 수 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운영하는 장웅 대표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숨어 있는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국민도서관 책꽂이 회원은 2400여명이고 1만 6000여권의 책이 공유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나눠 쓰기’가 활성화됐다. 소비의 왕국 미국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소유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등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무절제한 소비 대신 남들에게 빌려 쓰고 자신의 것을 나눠 쓰자고 외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손에 쥔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시공간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과 물건을 공유하고 있다. 빈방을 공유하는 것은 해외가 더 빨랐다. 지금 세계인들은 소셜 숙박업 사이트인 ‘에어비엔비’(Airbnb)에 자신들의 빈방을 올려놓고 여행객에게 싼 가격에 빌려 주고 있다. 저렴한 민박이나 홈스테이를 원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에만 192개국의 2만 7000여개 도시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2008년 경제위기 겪으며 활성화 ‘집카’(Zipcar)는 일종의 회원제 렌터카 공유 서비스 회사다. 한 달에 3만원의 회비만 내면 1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에 있는 차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고, 차를 쓰고 난 뒤에는 되돌려 줄 필요 없이 지정된 영역에 세워 놓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서류 없이 차를 빌릴 수 있는 데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별도로 유류비와 보험료가 들지 않아 편리하다. 최근에는 크라이슬러와 BMW 같은 자동차회사가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경제를 모델로 한 사업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현재의 소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장 대표는 “현재 공유경제가 나타나고 활성화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소득이 줄면서 소유 대신 이용을 택했기 때문”이라면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에서 공유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시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2008년이었다. 하지만 아직 주류 경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망”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소유보다 이용을 택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굳이 이용만 할 수 있는 것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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