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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허블 망원경이 ‘뱀파이어 별’의 비밀을 잡았다!

    [아하! 우주]허블 망원경이 ‘뱀파이어 별’의 비밀을 잡았다!

    짝별을 잡아먹고 크는 청색낙오성​ 허블 우주망원경이 주변 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뱀파이어 별인 청색낙오성을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우주관련 웹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뱀파이어 별인 청색낙오성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하는 대신 젊은 별처럼 보이는 수수께끼의 천체다. 늙은 별이 연료를 다 소진하면 몸피가 엄청나게 부풀어올라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진화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형성된 별들의 무리인 성단 안에는 이상하게도 젊게 보이는 별들이 더러 있는데, 같은 또래의 별들이 큰 덩치와 낮은 온도인 것에 비해 이들은 마치 새로운 연료를 주입받은 듯이 뜨겁고 푸른빛을 낸다. 청색낙오성이란 이름도 이들이 별의 생애 사이클에서 낙오되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천문학자들로 꾸려진 연구팀은 청색낙오성의 젊은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5,000광년 거리의 한 성단 안에서 21개의 청색낙오성에 대해 조사했다. 허블 망원경은 많은 청색낙오성에 물질을 제공해주는 백색왜성 증거를 발견해냈다. 과학자들이 청색낙오성의 존재를 안 것은 1953년부터이지만, 그들의 여분 연료가 어디서 온 것인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쌍성계-두 개의 별이 서로의 둘레를 공전하는 항성계-일 거라고 추정하고, 한 별이 다른 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별들이 합병하거나 다른 별과 충돌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NGC 188이라는 이름의 한 성단 안에 있는 청색낙오성의 개수를 조사한 데 이어, 이번 허블 망원경의 관측으로 7개의 청색낙오성과 함께 궤도를 도는 백색왜성이 내는 자외선 신호를 포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까지는 추론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관측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히는 논문 대표저자 나탈리에 고스넬 텍사스 대학 천문학자는 "청색낙오성이 물질 이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사례"라고 이번 관측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청색낙오성 중 3분의 2를 조사한 결과, 별들 간의 물질 이동과정을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다. 쌍성계에서는 보다 덩치 큰 별이 짝별을 압도하여 적색거성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그때 짝별은 적색거성의 물질을 빨아들인다. 새 연료를 공급받은 짝별이 더 뜨겁고 밝게 빛나게 되면 두 별 사이의 균형은 무너지고, 처음 형성되었던 별의 과밀한 핵이 자체 중력붕괴를 일으켜 백색왜성으로 가게 된다. 지구에서 보는 관측자는 단지 비정상적으로 뜨겁고 푸르게 빛나는 청색낙오성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연구자들은 직접 백색왜성을 관측할 수는 없으며, 다만 중력의 상호작용에 의한 청색낙오성의 움직임으로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비록 우리가 홑별의 진화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쌍성계의 전모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밝히는 공동저자 로버트 매튜 위스콘신 대학 교수는 "우리 태양과 같은 홑별의 진화과정에 대해서는 탄생에서 종말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소상히 알고 있지만, 4분의 1의 별들이 이루고 있는 쌍성계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알아가기 시작하는 단계로, 이 연구는 청색낙오성뿐만 아니라 우리은하를 포함한 은하들의 진화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밝혀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12월 1일자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되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커버스토리] 자동차 소유서 공유로… 1년 300만원 아낀다

    [커버스토리] 자동차 소유서 공유로… 1년 300만원 아낀다

    ●카카오택시 등록 기사 18만명 넘어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 4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1월 12일 기준으로 카카오택시에 등록된 택시 기사는 18만명이 넘는다. 하루에 50만건의 콜(호출)이 이뤄진다. 50만명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운전자와 승객이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공유하는 데서 가능한 사업 구조다. 서울시의 ‘나눔카’는 지난 9월 하루 평균 3950명이 사용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3년 2월 349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20대(57.5%)와 30대(32.3%)가 이용자의 90%를 차지한다. 차가 필요하지만 사기에는 부담이 큰 청년층에게 나눔카가 대안이 된 것이다. 소유하지 말고 나눠 쓰자는 공유경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연구기관인 매솔루션에 따르면 공유경제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8억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4년 사이 1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유하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들고 기존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세빗(CeBIT)은 2013년 주제를 ‘공유경제’로 정하기도 했다. 경기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차를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경우 소유할 때와 비교해 해마다 309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자동차 구입에 따른 감가상각비, 보험료, 관련 세금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자들이 “영역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을 나눠 쓰는 숙박공유 업체에는 호텔 등이, 차를 나눠 쓰는 차량공유 업체에는 렌터카 회사 등이 눈을 흘긴다. 제조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유가 확산되면 사유 전제 아래 생산되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 반발… 세제·규제 정비 과제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사업자들도 공유를 대세로 인정하고 싸우기보다는 ‘공생’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BMW가 쓴 만큼만 돈을 내는 ‘드라이브 나우’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롯데렌터카가 차량 공유 자회사인 ‘그린카’를 만들었다. 외국의 경우 공유경제와 관련된 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관심을 갖는 단계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세금과 규제 등 맞춤형 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T의 발달로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발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자본주의와 공유경제가 공생하는 상황에 맞춘 새로운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커버스토리] 집·車·밥 어디까지 나눠봤니

    [커버스토리] 집·車·밥 어디까지 나눠봤니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용어는 2008년 로런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리믹스’에 처음 등장했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 빌려주고, 거꾸로 내게 필요한 것은 남에게 빌려 쓰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대상은 방, 자동차, 자전거 등 물건에서부터 지식, 경험 등 보이지 않는 것까지 무궁무진하다. 즉, 사용하지 않는 빈 방과 차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형태다. 미국 타임지는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를 꼽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유경제 기업들이 뿌리내렸다. 2008년 세 명의 청년이 창업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190개 국가에서 성업 중이다. 이달 초 세계 최대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아가 에어비앤비의 경쟁업체인 홈어웨이를 39억 달러(약 4조 4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공유경제 확산이 잠깐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대학가에서 출발한 집카(Zip car)는 세계 최초 자동차 공유 업체다.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앞세워 북미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 미국에서는 스쿠터를 공유하는‘스쿠트’(Scoot)가, 캐나다에서는 자전거를 공유하는 ‘빅시’(Vixi)가 큰 인기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영국의 ‘저스트 파크’(Just Park)는 개인 소유의 유휴공간을 유료 주자창으로 활용한 사례다. 지난달 방한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 40년은 자본주의와 공유경제라는 두개의 상이한 경제가 함께 존재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10여년 전 자신의 베스트셀러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예언했던 세상이 어느덧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190개國 6000만명 공유하는 집- 에어비앤비(airbnb) 현지 가정집 빈방 외국인에 유료 대여 기업가치만 22조원… 글로벌 호텔 위협 이창현(29)씨는 자신의 집 한 채를 활용해 1년 넘게 에어비앤비(Airbnb) 집주인(호스트)으로 활동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다른 호스트의 강연을 듣고 돈도 벌고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것 같아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들었다. 쓰레기 분리 배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 때문에 처음에는 고생도 했지만 숙소 소개 인터넷사이트에 분리 배출 방법을 상세히 적어 놓는 등 한국 문화를 알려줬다. 얼마 전에는 관련 책을 쓸 정도로 에어비앤비의 매력에 빠졌다. 이씨는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은퇴한 분들이 적적하지 않게 소일거리로 하기에도 좋은 일”이라며 추천했다. ●은퇴세대엔 부수입… 여행객은 문화체험 에어비앤비는 성공한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 주자다. 전문숙박업자가 아닌 ‘호스트’가 빈방 또는 안 쓰는 동안의 빈집을 ‘게스트’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구조다. 호스트는 부수입을 얻을 수 있고, 게스트는 비교적 저렴하게 머물며 현지의 가정집에서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2008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190개 국가 3만 4000여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200만개 넘는 방이 등록돼 있으며 지금까지 이용자 수는 6000만명에 이른다. 힐튼,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고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약 22조 5000억원)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도 2013년 들어왔다. 2년여 만에 이용 가능한 숙소가 1만 2000개까지 늘 만큼 급성장했다. 에어비앤비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보다 세 배 이상(247%) 증가했다. 이를 통해 외국을 방문한 한국인도 265% 늘었다. 외국인 이용객 평균 연령은 30세다. 단체 관광으로 뻔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현지인처럼 골목골목을 여행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의 여행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은퇴세대의 ‘먹거리’로도 인기지만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부산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은 올 들어 관할 구에 신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잇따라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관할 구에 도시민박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에 비해 간단한 신고요건이 적용되지만 주거 용도의 건물이어야 하고 외국인 대상이어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면서 주요 도심지를 중심으로 오피스텔을 이용한 불법 숙소도 성행하고 있다. ●신고 안 하면 벌금형… 오피스텔 불법 성행도 안전 문제도 약점이다. 호스트가 숙소 소개를 올릴 때 안전시설을 갖췄는지 표시해야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가 신청하면 구급상자와 소화기를 보내주고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각종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국내 150만명이 같이 타는 車- 쏘카(SOCAR) 최소 30분 10분 단위로 빌려타는 렌터카 3년새 등록차 33배↑… 사고 내고 쉬쉬 하기도 쏘카(Socar)는 대표적인 자동차 공유 업체다.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소풍(Sopoong) 대표가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회원 수는 2012년 말 30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7만여명, 지난해 51만여명까지 늘었다. 올해 말에는 1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쏘카에 등록된 차량도 100대에서 3300대로 크게 늘었다. 쏘카 측은 올해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한 뒤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업체 그린카의 성장세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자동차 공유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차량 이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공유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공유경제는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개인 소유의 집을 안 쓰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인데 반해 쏘카나 그린카 등의 자동차 공유는 등록차량이 모두 회사 소유다. 개인 소유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유료로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대여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보다 업체 중심의 서비스라는 한계가 있다. ●車 한대 공유하면 승용차 5대 줄이는 효과 하지만 자동차 공유는 일반 대여와 많은 부분에서 차별화된다. 하루 단위로 빌리는 렌터카와 달리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빌릴 수 있다. 요금도 기본 대여료에 사용한 시간만큼의 운행료만 더해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차량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차 리모컨처럼 사용한다. 반납 전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고 차 안에 비치된 주유 카드로 기름을 넣거나 세차를 하면 포인트가 적립돼 자발적 주유·세차를 유도한다. 편도 운행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빌린 장소에 반납할 필요 없이 가까운 장소에 두고 갈 수도 있다. ●지자체와 연결 사업… 서비스 개선은 숙제 이런 장점에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자동차 공유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2012년 공유도시를 선포하고 이듬해부터 ‘나눔카’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5개 업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나눔카 차량에는 시와 자치구가 운영하는 공용주차장 이용료를 50% 할인해 주고 세차와 수리 기준 등을 정해 관리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나눔카 1대는 승용차 3.5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나눔카 이용자들이 승용차 구입을 포기하거나 구매계획을 장기간 미룸으로써 나눔카 1대당 승용차 5대 보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고준호 서울연구원 박사는 “친환경 자동차 비율을 확대하고 대중교통과의 공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젊은 층 위주의 이용자층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서비스 개선은 과제다. 직장인 김성신(31)씨는 얼마 전 공유 차량을 빌렸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주차돼 있던 차를 살짝 들이받은 것이다. 김씨가 빌린 차는 손상이 크지 않아 수리를 받지 않아도 됐지만 업체 측은 20만원을 요구했다. “브레이크패드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주장은 소용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차를 쓰다 보니 실내를 더럽힌 채 그대로 두거나 사고를 내고도 쉬쉬한 채 반납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업체 측은 차량을 빌릴 때 꼼꼼히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전송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때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전 이용자의 잘못을 덮어쓰는 일도 생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우주를 보다] 충돌한 두 은하 ‘최후의 왈츠’를 추다

    [우주를 보다] 충돌한 두 은하 ‘최후의 왈츠’를 추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댄스'는 이같은 모습일까? 최근 유럽우주국(ESA)이 머나먼 심우주 속에서 최후의 춤을 추고있는 은하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공개했다. ESA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운영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 속 희뿌연 은하는 문자와 숫자로 조합된 이름도 생소한 '2MASX J16270254+4328340'. 이 은하는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 2개의 은하가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담고있다. 영겁의 세월동안 두 은하는 서로에게 다가가며 격렬한 충돌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탄생했다. 서로의 중력에 의해 밀고당기는 모습 때문에 '은하의 탱고' 혹은 조금 더 우아하게 '왈츠'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 은하들은 종말을 향해 가고있다. 두 은하가 충돌한 혼돈의 시간 동안 '스타탄생'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탓에 이제는 늙은 은하가 되어 말년에 접어든 것. ESA는 "이제 이 은하에서 더이상 새로운 별들은 탄생하지 않는다" 면서 "은하의 일생에 마지막 장에 접어들어 이제 최후를 향해 가고있다"고 전했다.    사진=ESA/Hubble & NAS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초호화 ‘지하 아파트’ 팝니다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초호화 ‘지하 아파트’ 팝니다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억만장자들을 위한 초호화 지하 아파트가 공개됐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업체 베스천 홀딩스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건설된 초호화 지하 벙커를 언론에 공개하고 판매에 나섰다. 우리 돈으로 무려 200억원의 가격표가 붙은 이 벙커는 핵공격과 테러, 각종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게 14m 지하에 설계됐다. 물론 이 벙커는 잠시동안만 사람이 몸을 피해 머무르는 공간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시설 외에도 영화관, 오락실, 의료센터, 교실까지 완비돼 있어 장기체류가 가능하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또한 벙커는 총 4개의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돈 많은 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생활이 가능하다. 당초 이 벙커는 냉전시기 미군이 훈련 목적으로 사용해왔으나 3년 전 회사 측이 인수해 민간인을 위한 초호화 벙커로 탈바꿈시켰다. 베스천 홀딩스 대표 크리스 살라모네는 "핵무기와 테러리스트, 자연재해 등 점점 증가하고 있는 위험으로부터 우리 가족, 조직 등을 지키기 위해 건설했다" 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궁극의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어 "지하에 있을 뿐 5성급 호텔 시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면서 "정확한 위치는 안전상의 이유로 주인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위 '지구종말' 을 대비한 벙커는 미국 외에도 있다. 지난 6월 캐나다 기업 비보스는 독일 로덴스타인 지역에 위치한 전체 면적 9만 3000천 평의 거대 복합시설이자 핵폭발, 생화학무기, 지진, 쓰나미 등 모든 자연재해와 공격에 버틸 수 있는 강력한 벙커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초호화 벙커 역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설비는 물론 레스토랑, 수영장, 극장 등 각종 고급 편의시설도 완벽히 구비되어 있으며 아파트 가구당 면적은 약 70평이다.       실제 재난상황이 닥쳐오면 비보스사는 세계 각지로 헬리콥터를 파견해 입주민들을 수송해 오게 된다. 시설은 즉각 운영에 돌입할 수 있는 ‘턴키’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이용 가능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여성근로자 농성 감시 경찰 따귀 때려… 2층 서재로 부르더니 “겨레 위해 기도”

    여성근로자 농성 감시 경찰 따귀 때려… 2층 서재로 부르더니 “겨레 위해 기도”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참으로 기(氣)가 센 야당 투사였다. 유신 말기인 1979년 8월 가발 업체인 YH무역의 여성 근로자들이 서울 마포 신민당사를 찾아와 농성을 벌였다. 경찰들이 밀착 감시하며 당사 주변을 에워싸다시피 하자 당시 YS는 경찰의 따귀를 올려붙이기도 했다. YS는 YH 사건 이후 공안통치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었지만 “박정희 정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최후 발악이다”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9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고, 한국 정부에 민주화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라”고 주장했다. 공화당과 유정회의 여당은 벌떼같이 일어났다. ‘국헌을 위배하고 반국가적 언동을 했다’며 국회의원 제명 동의안을 제출했고 무술경관들로 방호벽을 쌓아 야당 의원들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본회의장이 아닌 여당 의원총회장인 146호실에서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YS는 제명된 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밤이 깊으면 동이 튼다” 등의 유명한 말을 남겼다. 10·4 YS 제명 후 한 달 보름도 안 돼 그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 마산을 중심으로 10월 16~19일 이른바 ‘부마사태’가 일어났고 10·20 위수령 발동 6일 뒤 10·26사건으로 유신정권은 종말을 맞았다. YS는 유신 말기, 신민당 출입기자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수시로 “지방 가 봐라, 다 끝났다. 서울에서는 잘 모른데이”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기독교도인 YS는 믿음이 깊었다. 1970년대 중반, 신민당 내 당권 경쟁이 심화되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상도동 자택에 갔다. 몇몇 기자들이 비서진과 전당대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비서가 “총재께서 부르신다”며 2층 서재로 올라가 보라고 했다. 혹시 ‘특종’이라도 주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올라갔다. 평소와 달리 미소 띤 얼굴로 손을 잡으며 앉자마자 “이 동지, 기도합시다”라고 말했다. 엉겁결에 눈을 감았다. “이 나라 이 겨레를 위해 기도합니다.…이 땅에 민주주의가 넘치고….” 왜 그렇게 손을 꽉 잡는지, 왜 그렇게 기도가 긴지 지금도 생생하다. 기도가 끝나자 “이 동지, 민주화를 위해 우리 함께 나갑시다”라며 다시 악수를 청했다. 취재기자가 갑자기 당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1970년 ‘40대 기수론’ 이후 YS는 야권의 영원한 맞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는 참모들을 다루는 방식이 참 달랐다. DJ는 오랜 정치적 핍박을 받아서인지 비서들에게 수직적으로 1대1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YS는 비서들에게 수평적으로 1대 다수로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격은 개방적이면서도 직설적이고 웬만한 의사 결정은 타고난 직관적 판단력으로 해결했다. 그는 총론에 강하고 각론은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하는 리더였다. khlee@seoul.co.kr
  • 우리, 집 지을래요?

    우리, 집 지을래요?

    협동조합으로 집짓기/홍새라 지음/휴 펴냄/316쪽/1만 8000원망원동 에코 하우스/고금숙 지음/이후 펴냄/332쪽/1만 6500원 한국사회 주택보급률은 2008년 이미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가보유율, 즉 내 소유의 집이 있는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두 채, 세 채를 보유하고 있음을 뜻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솟는 전세난, 월세에 시달리며 반지하로 밀려나고, 출퇴근 생활권 외곽으로 쫓겨남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값 하락을 염려한다. 사실은 건설업자가 아파트를 지어도 더이상 팔리지 않는 세상을 두려워한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라며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을 취하는 이유다.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다른 집, 대안적 주거에 대한 꿈은 더더욱 절실해진다. 단순한 내 집 마련이 아닌,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이웃과 또 다른 마을을 꾸릴 수 있고, 도시 안에서도 그리 남부끄럽지 않은 생태적 삶을 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두 권의 책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나의 집을 갖는 것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그중에서도 나만의 집을 직접 짓는 것은 그 꿈의 정점이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부지 선정, 비용 문제, 설계과정, 공사과정에서 건축업자와 갈등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산더미다. 이런 고통을 먼저 겪은 이들이 ‘또다시 집을 짓느니 차라리 흙 동굴에서 살고 말겠다’는 말까지 내뱉을 정도다. ‘협동조합…’ 속 이들은 달랐다. 우리 가족만 사는 집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 집을 지었다. 그것도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지를 매입하고, 협동조합 이름을 짓고, 설계하며 공동의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수차례에 걸쳐 토론하며 의견을 나눴다. 같은 가족끼리도 원하는 집의 모양과 쓰임이 다르기 일쑤인데, 직업도 다르고 살아왔던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 의견의 충돌과 이해관계의 다름으로 갈등은 불가피했다. 북한산 자락에 짓기로 결정했지만 과정은 지난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산이 보이는 집을 원했고, 또 누군가는 복층의 집을 원했다. 8세대 중 몇몇은 계약과 설계 과정을 전후해서 떠나고, 빈자리를 메울 새 조합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터를 닦고 집이 올라가면서 이들은 그제서야 협동조합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주택협동조합 정관, 주택관리 규약을 만들었고, 더불어 살기 위해 비폭력 대화법에 대해 강의를 듣기도 했고, 각자의 성격유형검사까지 받았다. ‘협동조합…’은 어울려서 산다는 것,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간다는 것, 공동체를 함께 꾸려가는 것에 대한 얘기다. 물론 협동조합을 통해 집을 짓는 과정 또는 실무적인 방법 또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와 달리 ‘망원동…’은 월급 130만원의 생활인이 서울에서 공동체의 방식이 아닌, 그러나 생태적으로 사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열쇳말은 ‘공유’와 ‘생태’ 두 개다. 빠듯한 비용으로 둘이서 구입한 낡은 15평 연립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집을 친환경 에코하우스로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절수 샤워기 같은 것은 기본이다. 12ℓ가 아닌, 4.8ℓ짜리 절수형 양변기 찾아 발품을 팔고, 그마저도 싱크대 헹굼 물을 받아 재활용하고, 왕겨숯인 훈탄 단열재를 써서 친환경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 ‘버릴 물건은 저에게 버려주세요’라고 올려 어지간한 부엌 세간살이며, 소파까지 얻었다. 거창하게 제러미 러프킨이 소유의 종말을 얘기하며 공유경제를 주장하는 식이 아니어도, 또 토마스 피케티가 사회적 공유를 통한 자본주의에 맞서는 식이 아니지만 공유경제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셰어하우스’의 개념조차 없을 때부터 불가피하게, 하지만 즐겁게 진행한 생태와 공유의 생생한 사례들이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집,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칸트·아인슈타인… 독일을 만든 천재들

    칸트·아인슈타인… 독일을 만든 천재들

    저먼 지니어스/피터 왓슨 지음/박병화 옮김/글항아리/1416쪽/5만 4000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바깥의 대상이 독립해 존재한다는 인식에 기반했던 경험론과 인식론의 학설을 뒤집어 인간 스스로가 선험적 형식을 가동시켜 그러한 대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칸트는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스스로 치켜세웠고 후대의 평가 역시 다르지 않았다. 헤겔(1770~1831)은 칸트의 뒤를 이어 근대철학의 완성자 역할을 했고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그의 이론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이 밖에 쇼펜하우어, 니체,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등은 서양철학 거대 산맥의 주봉을 이뤘다. 그뿐 아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의 음악은 후대 음악가들을 질투심과 좌절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릴케, 하이네, 괴테, 헤세, 브레히트, 실러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문학소녀·소년의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 또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변환할 수 있다는 ‘E=mc ’으로 잘 알려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을 비롯해 멘델, 가우스,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과학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지적 성실함과 철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세상을 바꿔 냈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베개보다 더 두꺼운 부피감의 이 책은 영국 출신 작가가 숱한 독일 천재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아돌프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등 ‘제2차세계대전 전범 국가’라는 어두운 그늘에 가려진 독일 정신에 대한 재정립의 의지다. 실제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홀로코스트’는 공포 그 자체였고, 어떤 비판과 이견도 허용하지 않는 표현이었다. 역사가 기억하는 초(超)대가들 외에도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바로크시대의 종말 이후 히틀러가 출현한 1933년 이전까지 독일 출신으로 창조적 업적을 이뤄낸 부문별 대가들은 차고 넘친다. 저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무시되었거나 언급이 회피된 (독일 출신) 인물들의 이름과 업적을 되살려주는 것’이라고 책의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대학제도와 학문 연구 형태를 현대화한 빌헬름 폰 훔볼트(1767~1835), 천재적이지만 보헤미안이었던 작곡자 후고 볼프(1860~1903) 등 상대적으로 묻혔던 인물을 포함해 그들의 발견, 업적, 작품, 결정적 전환점을 시대별로 정리했다.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편히 쓰면서도 주석, 참고문헌만 152쪽에 이를 정도의 지적 성실함까지 함께 갖췄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형광펜·포스트잇 탄생은… ‘문구 덕후’의 문구 이야기

    형광펜·포스트잇 탄생은… ‘문구 덕후’의 문구 이야기

    문구의 모험/제임스 워드 지음/김병화 옮김/어크로스/374쪽/1만 6000원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이 세계의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라고 답했다. 지우개는 단순히 흑연 가루를 털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이기 때문이다. ‘문구의 모험’은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 ‘조용한 공로자’인 문구류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이다. 영국의 문구 애호가 제임스 워드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구의 탄생 비화는 물론 제조 기법과 과학적 작동 원리 등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뒤에야 일을 시작했고,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은 작가 생활 내내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블랙 윙 602에 정착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색인 카드에 짧은 글을 써두고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포스트잇에 소설을 구상하고 완성한 이후에도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윌 셀프 등 자기만의 도구를 사랑한 작가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재작업에 화가 난 디자이너가 주먹으로 모형을 뭉개는 바람에 납작한 모양으로 탄생한 형광펜,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던 쓸모없는 풀이 우연히 메모지를 만나 탄생한 발명품인 포스트잇, 깃털 펜이 만년필로 진화하기까지의 소소한 혁신 등 문구의 모험을 함께 하다 보면 책상 한쪽을 차지한 문구들이 새롭게 보인다. 저자는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실재’에 대한 경험이 우리를 문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끈다. 문구는 종말을 맞기보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는 창조와 영감의 도구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무기가 된 문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식견이 돋보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새책] 2000년간 최고 발명품이 지우개?-문구의 모험

    [새책] 2000년간 최고 발명품이 지우개?-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김병화 옮김/어크로스/위즈덤 하우스/374쪽/1만 6000원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이 세계의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라고 답했다. 지우개는 단순히 흑연 가루를 털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이기 때문이다.  ‘문구의 모험’은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 ‘조용한 공로자’인 문구류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이다. 영국의 문구 애호가 제임스 워드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구의 탄생 비화는 물론 제조 기법과 과학적 작동 원리 등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뒤에야 일을 시작했고,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은 작가 생활 내내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블랙 윙 602에 정착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색인 카드에 짧은 글을 써두고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포스트잇에 소설을 구상하고 완성한 이후에도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윌 셀프 등 자기만의 도구를 사랑한 작가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재작업에 화가 난 디자이너가 주먹으로 모형을 뭉개는 바람에 납작한 모양으로 탄생한 형광펜,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던 쓸모없는 풀이 우연히 메모지를 만나 탄생한 발명품인 포스트잇, 깃털 펜이 만년필로 진화하기까지의 소소한 혁신 등 문구의 모험을 함께 하다 보면 책상 한쪽을 차지한 문구들이 새롭게 보인다.  저자는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실재’에 대한 경험이 우리를 문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끈다. 문구는 종말을 맞기보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는 창조와 영감의 도구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무기가 된 문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식견이 돋보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지구 최후의 날’ 산산조각나는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 산산조각나는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날아든 혜성에 받혀 45억년 전 태양계의 일원으로 탄생한 지구가 종말을 고할 것이란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펼쳐 왔다. 지난 8월에는 ‘9월 혜성 충돌설’이 불거지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지구의 마지막 순간을 유추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 나사가 운용하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에 의해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단서를 제공한 별은 지구로부터 570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좌에서 발견됐다. ‘백색왜성’(흰빛을 내는 밀도가 높은 작은 별) 형태의 이 별 주위에선 거대한 원반 형태의 먼지 부스러기들이 자리했다. 이 부스러기들은 궤도를 이루며 넓게 퍼져 있었고, 주변 행성들과 부딪혀 5시간마다 4.5개의 조각들을 새롭게 쏟아냈다.  이렇게 백색왜성 주변의 행성들은 먼지 부스러기들과 충돌했고, 점차 원반 형태의 띠도 늘어갔다.  연구진은 이 별이 애초 태양과 비슷한 모습으로, 점차 죽어가면서 지구 정도 크기로 찌그러진 뒤 식어가는 단계라고 봤다. 이 별이 핵반응을 거쳐 대폭발을 일으키기 전까지 수성, 금성, 지구와 같은 주변 행성들을 잇따라 먼지 부스러기처럼 깨뜨려 나간다는 설명이다. 지구도 결국 거대한 암석들에 휘말려 증발된다는 뜻이다.  백색왜성 발견에 사용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2009년 처음 우주에 발사돼 ‘외계 행성 사냥꾼’으로 불릴 만큼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연구에 참여한 하바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앤드류 밴더버그 연구원은 “지금까지 어떤 인간도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며 “50억년 뒤 태양계가 절멸할 때 지구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전문잡지인 ‘네이처’게 게재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5km 소행성, 지구 지나갔다 - NASA

    2.5km 소행성, 지구 지나갔다 - NASA

    지름 2.5km짜리 소행성이 지구를 지나쳐 갔다고 미국 CBS 뉴스 등 외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소행성 86666(2000 FL 10)라는 명칭을 가진 이번 소행성은 9일 기준 지구로부터 1500만 마일(약 2500만 km) 정도 거리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구로부터 이웃 행성인 화성까지 거리의 절반 정도다. 종말론자들에게는 아쉽겠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산하 지구근접물체연구소(NEOO)는 고성능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소행성이 지구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예측해냈다. 음모론자들은 지난달 블러드문에 이어 이번 예언도 적중시키지 못했다. NASA는 지난 8월에도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결코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당시 종말론자들은 9월 푸에르토리코 일대에 소행성이 충돌해 미국과 멕시코 등 남미 해안 일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NASA는 지상과 우주에 배치돼 있는 수많은 망원경을 사용해 지구로부터 3000만 마일(약 5000만 km) 이내로 접근하는 소행성 및 혜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에 따르면 적어도 오는 100년 안에 지구를 위협할 만한 소행성 충돌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으로도 불리는 이런 소행성이 우리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0.01% 미만이라고 과학자들은 자부하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에로스의 종말은 타자(他者)를 상실한 탓입니다. 타자가 사라지면 자아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공허감을 극복하고 자아를 더 강렬히 느끼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 셀카처럼 자기 속으로 침몰하는 나르시시즘적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최근 펴낸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에 대해 설명하며 셀카 열풍과 함께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독일 청년들의 20% 이상이 자기 손목을 긋는 자해 경험을 갖고 있고 4~5%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자해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 것과 자해하는 행위는 결국 모두 공허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타자의 상실’은 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부재를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타자’는 자기를 비춰 주는 거울인데, 거울이 없어지면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를 포함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한 교수는 “만족하는 나는 타자를 통한 선물인데, 타자가 없어지면 자아도 없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타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포르노 현상과 함께 ‘자기애’로 착각하는 ‘나르시시즘’이 주요한 이유죠.” ‘자기애’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한 상태에서 갖는 자존감이지만 ‘나르시시즘’은 자기와 상대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기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공허한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배경을 짚었다. 하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다. 그는 “상처를 받아야 자아가 성장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다. 그는 책에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구경거리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 경향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성애의 다른 용법을 알지 못한다’(70쪽)고 기술하고 ‘돈은 본질적 차이를 지우며 평준화한다.… 돈은 타자에 대한 환상을 없앤다’고 썼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자아 및 타자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다. 한 교수는 “개인의 고립된 처지를 극복하고 우정 및 사랑을 향한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로사회’부터 시작해 ‘투명사회’, ‘심리정치’, ‘권력이란 무엇인가’ 등에 이어 내놓은 ‘에로스의 종말’은 노동, 정치, 사랑 등을 창으로 삼아 현대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내는 지적 여정으로 독일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7만 3000년전 약 250m 높이 ‘메가 쓰나미’ 있었다

    7만 3000년전 약 250m 높이 ‘메가 쓰나미’ 있었다

    재난 영화 속에서 등장할 법한 고층빌딩 높이 만한 쓰나미가 오래전 일어났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은 약 7만 3000년 전 아프리카 대륙 서쪽에 위치한 포고섬의 화산폭발로 약 250m 높이의 '메가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시작은 포고섬에서 약 34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티아고섬에서 발견된 거대 바위가 그 배경이 됐다. 지난 2007년 과학자들은 산티아고섬 고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려 770t의 거대한 바위를 발견했다.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된 것은 이 바위가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나 이 바위는 섬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600m나 높은 곳에 놓여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연구팀은 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그 범인으로 '쓰나미'를 지목해왔다. 이번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은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 바위가 7만 3000년 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노출됐다는 사실과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쓰나미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리카르도 라말호 박사는 "당시 인근 화산섬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거대한 규모의 쓰나미가 일었다" 면서 "바위를 섬 고원지대에 올릴 만한 수준을 계산한 결과 쓰나미의 높이가 무려 243m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충격적인 것은 7만년 전의 대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점.  라말호 박사는 "오늘날 이같은 메가 쓰나미가 일어난다면 정말 종말론적인 사건이 될 것" 이라면서 "아프리카 화산제도인 카나리아섬과 하와이 등도 다시 이같은 대사건을 벌일 수 있는 잠재적인 후보군" 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배출가스 1100만대 조작” 폭스바겐 최고경영자 결국 사퇴

    “배출가스 1100만대 조작” 폭스바겐 최고경영자 결국 사퇴

    ‘검찰 조사, 의회 청문회, 집단소송, 천문학적인 벌금과 배상액.’ 올 상반기 기준 세계 최대 판매량으로 무섭게 질주하던 독일 국민차 기업 폭스바겐그룹 앞에는 이제 험난한 가시밭길뿐이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튼튼하고 믿음직한 독일차의 대명사에서 하루아침에 속임수 집단으로 전락한 폭스바겐은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제’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던 세계 소비자들을 배신한 처사로 ‘메이드 인 저머니’의 신화까지 무너뜨릴 지경이다. 폭스바겐이 22일(현지시간) 배출가스 ‘눈속임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자사 디젤차량이 애초보다 훨씬 큰 규모인 전 세계 약 1100만대에 달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8일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며 리콜 명령을 내린 차량은 48만 2000대였다. 폭스바겐은 혐의를 인정하며 미국에서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4기통 디젤차 판매를 중단했다. 리콜과 판매 중단 대상 차량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팔린 폭스바겐그룹 차량의 23%에 해당한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EPA 조사가 완료되면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이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상 최대였던 일본 도요타의 벌금(12억 달러)에 비할 게 못 된다. 그 정도로 이번 스캔들의 파문은 상당하다.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바겐의) 브랜드와 기술, 차량을 신뢰하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신뢰를 저버린 데 대해 끝없이 죄송하다. 앞으로 우리 행보에 신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사과 메시지를 띄웠다. 하지만 이런 사기 행각이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해명없이 결국 물러났다. A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폭스바겐이 미국의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하드웨어를 개선하기보다 비용이 훨씬 싼 소프트웨어 장착을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폭스바겐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유보해 둔 자금은 65억 유로(약 8조 6000억원)다. 문제는 폭스바겐이 치러야 할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조작 사실을 범죄 혐의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으며 미 의회에서는 수주 내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당국 등도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이날 유럽연합(EU) 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포착돼 리콜 비용과 배상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시애틀의 로펌인 하겐스버먼은 20개 주의 소비자들을 대신해 폭스바겐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연방자동차청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폭스바겐에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열쇠”라고 촉구했다. 이번 스캔들은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환상을 깨는 계기로 작용해 디젤 차량에서 우위를 점해 온 독일을 포함한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폭스바겐의 눈속임은 이상적인 환경 기준에 부합하고 연비도 좋은 디젤 차량을 현실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증명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디젤 차량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23일 독일 증시에서 폭스바겐 주가는 19.82% 급락한 106유로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18.60% 폭락해 이틀간 시가 총액은 250억 유로(약 33조 1200억원)가 날아갔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국가정원 1호 만든 에코시장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

    [자치단체장 25시] 국가정원 1호 만든 에코시장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

    #하나 조충훈(62) 전남 순천시장은 지난 7월 청와대 행사를 잊지 못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국정설명회에서 순천시의 ‘9988쉼터’를 창조복지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았다. 경로당을 리모델링한 ‘9988쉼터’는 마을 노인들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동주거공간이다. 한겨울 냉골에서 혼자 찬밥을 먹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조 시장이 아이디어를 내 추진한 사업이다. #둘 9월 5일은 순천시가 결코 잊지 못할 날로 기록될 것이다. ‘순천만 정원’이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간 동안 440여만명의 관광객이 이 정원을 찾았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도 국제행사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동행 취재를 위해 지난 9일 만난 조 시장은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국가정원 선포식이 있었던 5~6일 연휴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만큼 국가정원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국민과 함께한다는 의무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를 ‘에코 시장’이라 부르는 이유다. 지난 9일 오전 시청사에서 만난 조 시장은 “아침 5시에 일어나 조간 신문을 살펴봤는데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어 다행”이라는 말로 ‘기자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간부회의에서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9시가 조금 넘어 시청사 현관으로 나온 조 시장은 ‘물사랑 학습체험관’ 준공식이 열리는 교량동 상하수도사업소로 향했다. 이날 첫 공식 일정인 셈이다. 조 시장은 “물사랑 학습체험관은 전남 동부권에서 유일한 체험관”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옛 하수종말처리장을 시비 2억 5000만원을 들여 물 절약에 대한 시민의식 확산과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체험 장소로 활용하도록 만든, 전시·체험관실, 영상실 등의 시설을 갖춘 체험관이다. “의식 전환을 통해 혐오시설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만든 사례”라고 조 시장은 강조했다. 조 시장은 한 달에 한 번 불쑥 시청 구내식당을 찾아 직원들의 배식을 돕는다. 번개팅식으로 월 2~3회 주정차 단속원들과 미화원 등을 찾아 같이 식사도 한다. 마침 이날 점심은 조 시장이 국가정원 선포식을 이끌기까지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배식을 하는 자리였다. 조 시장은 12시부터 직원 200여명에게 30여분 동안 돼지갈비 떡찜을 국자로 떠 줬다. 조 시장은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고기 좋아하면 더 줄게요”하며 덕담과 웃음을 전했다. “손목 괜찮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너무나 좋아하는데 멈출 수가 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조 시장은 아랫시장 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백반집인 ‘삼순이네’ 식당을 가장 좋아한다. 일정상 한 달에 두세 번밖에 찾지 못하지만 애호박찌개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여섯 살 때 처음 먹은 고기가 애호박이 들어간 돼지고기 찌개였고, 이 식당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주던 맛이 그대로 나기 때문이란다. 그는 점심 후 차량 이동 때 10여분 달게 쪽잠을 잤다.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조 시장은 오후 일정으로 여수MBC 토론 ‘시사뉴스크’에 패널로 참석했다. 조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정원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계획, 순천시 발전 방향 등을 제시하는 등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2006년 우리나라 연안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순천만의 절대 보전 공간을 지키기 위해 5.2㎞ 떨어진 순천만 정원을 활용했던 구상이 실현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효과는 벌써 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안동시 등 10여개 지자체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고 싶다며 지방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 방침은 국가정원에 대해 갯수가 아닌 내용과 수준 등 내실이 먼저인 만큼 순천시가 앞으로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가정원 1호라는 상징성에 맞게 정원의 가치를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임을 인식하는 조 시장은 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살려 ‘순천형 숙박호텔’을 구상 중이다. 게스트하우스와 농촌체험이 가능한 민박, 펜션 등 가족 단위의 숙박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조 시장은 “순천만 국가정원을 교육부의 ‘체험 인증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체험학습 이수 기관으로 인정되면 제2의 경주가 될 만큼 체류형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국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여수에서 집무실로 직행한 조 시장은 직원들의 결재를 명령식이 아닌 토론회식으로 보고를 받았다. 조 시장이 가장 강조하는 점은 두 가지였다. 공무원 주도가 아닌 시민 눈높이에 맞추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정을 펼 것과 공무원들의 협업을 주문했다. 실과별로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벽도 허물 것을 지시했다. 조 시장은 시민들 사이에 회자되는 내년 국회의원 출마설과 새누리당 비례대표의원 내정설 등의 각종 소문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조 시장은 “시중의 추측일 뿐”이라며 “지금의 순천은 행정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내 출세를 위해 다른 길로 가지는 않겠다. 어떤 제안이 와도 시민들에게 말한 시장직 수행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오셔야 할 필수 코스다”면서 “국내 정원산업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등 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열린세상] 범선 전함 ‘테메레르’의 운명과 복지논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범선 전함 ‘테메레르’의 운명과 복지논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의 거장인 윌리엄 터너의 그림 ‘전함 테메레르’는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크게 활약했던 범선이 소재다. 나폴레옹 주축의 프랑스·에스파냐 연합 함대의 영국 침공 시도를 좌절시킨 넬슨 제독의 영국 함대 주력 범선 전투함이 ‘테메레르’다. 산업혁명으로 증기선 시대가 도래하면서 범선 시대의 종말을 알려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규모가 훨씬 작은 증기선에 예인돼 ‘해체를 위해 최후의 정박지로 끌려가는 전함 테메레르’가 그림의 주제라서 그렇다.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테메레르’의 장례 행렬과도 같다(그림 속의 경제학, 141쪽). 산업화로 인구가 대거 도시로 유입되며 전통적인 부양 체계가 붕괴함에 따라 등장한 것이 서구 사회보장제도의 출발점이다. 도입 이후 200년 이상 경과한 지금 제도 도입 당시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평균수명 등 급변한 사회·경제여건 변화 속에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조 사회보장 국가들은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산업혁명 와중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처음 도입한 국가가 독일이다 보니 독일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남성 근로자 한 사람만 일해도 퇴직 후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해 왔다. 비스마르크 모형으로 불리는 독일 제도는 오랫동안 중요한 복지 모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관대한 독일 모형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토대를 형성하다 보니 독일의 제도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독일은 2004년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장기보험인지라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야 문제점이 드러나는 속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쉽게 악용되는 공적연금제도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평균수명 증가로 연금받는 기간이 늘어나 부양 부담은 늘어나나, 경제성장률과 출산율이 떨어져 부양 능력이 하락하게 되면 줄어든 국가의 부양 능력만큼 자동으로 연금액을 줄이는 자동 안전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 대신 매년 국가 ‘독일호’의 실적을 바탕으로 연금액을 자동 조절하는 것이다. 이미 연금을 받는 수급자까지 포함해 운영하는 순도 100%짜리 자동 안전장치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과거 높았던 소득대체율(근로기간 월급 대비 연금액의 비율)이 어느새 40% 초반으로 떨어졌다. 부담하는 보험료가 19%를 넘나드는데도 말이다. 과거 관대했던 시절의 독일과 유사한 수준으로 도입된 우리 국민연금은 두 차례 개혁으로 2015년 소득대체율이 46.5%로 낮아졌다. 매년 0.5% 포인트씩 하락해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 국민연금을 받아도 노후빈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이미 남성 근로자의 평균 가입 기간이 35∼40년이지만, 우리는 향후 30∼40년 뒤에도 25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다 보니 실제 가입 기간이 독일의 절반에 불과해 노후빈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미 독일과 우리의 평균수명에는 큰 차이가 없다. 평균수명은 비슷한데 30∼40년 뒤에도 일한 기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연금가입 기간이 절반에 불과하다면 인생 백세시대에 ‘대한민국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낯익은 과거의 독일 연금제도를 증기선에 밀려 해체되는 운명의 범선 전투함 ‘테메레르’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오래 일해 실제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을 잡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 아닐까. 소득대체율은 독일보다 더 높으면서도 정작 부담하는 보험료는 독일의 절반에 불과한 우리 현실을 더 우려스럽게 봐야 할 것 같다. 부담 수준은 거론하지 않으며 어렵게 낮춘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올리자는 주장이 우려되는 이유다. 9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는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서 이러한 우려를 고려한 미래 지향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 [문화 유랑기] 인류 7만년의 여정...‘생명은 우주가 스스로에 던진 물음’

    [문화 유랑기] 인류 7만년의 여정...‘생명은 우주가 스스로에 던진 물음’

    -인류의 출발은 초신성 폭발에서 남태평양 타이티 섬에서 생을 마감한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자살을 결심한 후 자신의 유언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것이 유명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그의 대표작이다. ​100여 년 전인 1897년 연말께 한 달을 밤낮으로 그려 완성한 이 대작이 던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할 사람은 당시 지구상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과학에 힘입어 우리는 그 정답을 지금은 알고 있다. 46억 년 전 아직도 형성되지 않은 태양계 근처에서 생을 다한 늙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고, 그 충격으로 거대한 분자구름이 중력 붕괴를 일으켜 태양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신성이 우주공간으로 품어낸 물질들이 지구가 형성될 때 합류했으며, 그 물질들을 재료삼아 이윽고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나타났다. 사실 이러한 우리의 근본을 알게 된 지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한스 베테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1938년 별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는 핵융합 과정에서 별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그는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수천 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던 인류는 한스 베테의 덕으로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이유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별이 핵융합으로 빛을 내지 않았다면, 그리고 초신성이 폭발하여 우주공간으로 제 몸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온 곳은 바로 저 밤하늘의 별들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지구상에는 약 100만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 100만 종 중의 하나인 당신은 분류학적으로 본다면,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고릴라속, 침팬지속, 사람속 중 사람속의 1종으로서, 두 발로 걸어다니는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영장류이다. 이것이 당신이라는 생물체에 대한 가감 없는 정의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를 포함하는 종의 학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정의에서 말한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깊은 말이다. 뒷발만으로 이동이 가능한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자유로워진 앞발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두 손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불을 사용하면서 고기를 익혀 먹는 바람에 충분한 단백질 공급으로 뇌의 용량이 커졌고,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동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까닭이다. 그러나 직립보행 탓에 인간만이 치질을 앓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에 대한 정의를 내리더라도 사실 썩 개운치는 않다. 사람처럼 복잡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우주보다도 더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바로 사람이 아닌가. 자신을 낳아준 우주에 대해 연구하고 사색하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우주 속에서 가장 큰 기적은 사람이다’는 말까지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이 그처럼 소중하고 기적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주에서 기적처럼 희귀한 존재인 사람의 기원은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인류의 한 어머니 '아프리카 이브' 약 200만 년 전부터 시작하는 현생 인류 이전의 호모 하빌리스니, 호모 에렉투스니 하는 화석인류와 유인원 등의 이야기는 훌쩍 뛰어넘고, 현생인류의 기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인류학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을 간략히 간추린다면, 약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20만 년이라면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0.005%에 지나지 않는 기간이다. 우리 인류가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극히 최근에 무대 위에 오른 '신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짧은 기간에 인류는 70억 인구로 팽창을 거듭하여 지구 행성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군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지구 종말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어쨌든 인류 기원설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확산하여 지역에 따라 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 있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했으며, 그때부터 5만 년 전까지 그 전에 이미 정착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 등 모든 다른 원시 인류들을 몰아내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이론이다. 한동안 서로 맞서왔던 다지역 기원설과 단일 기원설은 20세기 들어 발달한 유전 공학에 힘입어 승부가 판가름났다. 미국의 유전학자들은 DNA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 인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인류 '7만년의 여정' 우리 몸의 유전자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다양한 인종의 유전자 조사를 하면, 그들이 가진 DNA의 이력서도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몸 속에 수백, 수천 년을 넘어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자기의 유전자를 조사해 면 선조들의 과거까지 알 수 있다. 면봉으로 입천장을 문지르면 상피세포가 묻어나온다. 거기서 DNA를 뽑아내 조사하면 유전자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를 통해서만 전해진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현 인류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현대인의 근원지는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며, 어느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여성에게 '아프리카 이브'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첫번째 그림 참조) 사람의 외모가 얼마나 다르든지 간에, 유전자 조사를 통해 인류 가계도를 추적한 결과, 지구상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작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대륙 곳곳에서 살았던 인류 조상이 혹독한 기후 변화 때문에 약 7만 년 전, 살 길을 찾아 지구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갔고, 저 북극 아래 동토대와 남북 아메리카에 이르는 7만년의 여정 끝에 결국은 오늘의 전 인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머릿수까지 알아냈다. '약 700명 정도의 집단'이라고 한다. 이들은 소빙하기를 맞아 좁아진 홍해를 건너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아시아 대륙 남부와 북부로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들이 아라비아 반도에 한동안 정착했던 곳 중에는 '에덴'이라는 지명도 발견되었다. 유럽으로 향했던 한 무리의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지능과 자연 적응력을 무기로, 먼저 와서 살고 있던 원시 인류 네안데르탈 인을 서서히 몰아내고 몇천 년 만에 유럽의 주인이 되었다. 아시아 남쪽으로 향했던 무리들은 인도 대륙을 지나고 말레이를 거쳐, 결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건너갔다. 뗏목으로 가더라도 며칠은 가야 하는 망망대해를 우리 조상들은 용감히 건너갔던 것이다. 한편, 아시아 북부로 향했던 무리들은 중국과 한반도로 가기도 했지만, 그 중 일부는 시베리아 동토 지대를 지나고, 빙하의 베링 육교(그때는 두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를 건넌 다음, 태평양 서해안을 따라 남아메리카의 꼬리에까지 이르렀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 그 길은 실로 몇만km에 달하는,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더욱이 그 기간은 지구의 3분의 1일 얼어붙은 소빙하기였다니, 여로에 오른 그들의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린애와 여자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다. 불굴의 의지로 그 험난한 대장정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인류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가족과 형제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당신의 조상이 걸어왔을 그 멀고도 험한 행로를. 많은 원시 인류의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지만, 7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났던 이 호모 사피엔스는 혹독한 자연과 맹수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결국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이 작은 무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다섯 대륙에 성공적으로 이주하여, 지금 21세기의 문명과 70억 인구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 70억 지구인들은 모두 이들의 후손이며 친척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자랑스런 선조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과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 70억 인류 모두는 한 어머니로부터 이어져내려온 후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옛날에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 친척이요 한 가족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이 바로 현재의 지구촌 공동체인 셈이다. 이것이 이 지구 행성 위에서 인류가 엮어낸 대서사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 작은 무리가 7만년 만에 어떻게 70억의 인류로 증가할 수 있는가,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는데,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간단히 해결된다. 한 세대가 30년이라 보고, 한 세대 만에 2배수로 인구가 증가한다고 볼 때, 2의 33제곱이면 100억이 된다. 곧 1000년 동안 한 세대 만에 2제곱씩 인구 증가가 있다고 보면 바로 100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7만년이라면 100억이 되고도 남을 오랜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하여 인류는 우주의 오랜 사랑이 키워온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역사 138억 년, 지구의 역사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없었더라면, 우리 인류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속의 수소원자 한 개, 산소원자 한 개도 우주와 인연이 닿아 있으며 오랜 시간의 저편과 엮여 있는 것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전 부인이기도 했던 진화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는 우주적인 시각에서 인간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자신에게 던져보는 한 물음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이그노벨상 국내 수상자 3명은

    ‘흉내 낼 수도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시상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하는 유머 과학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이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상이다. 이그노벨상이란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란 뜻의 단어인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주최 측에서는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먼 친척으로 소다수를 발명한 이그나시우스 노벨(가상의 인물)의 유산으로 상을 만들어 그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실재하지 않는 인물의 유산이기 때문에 이그노벨상에는 상금이 없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인 9월 2~3주 목요일에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갖는데,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수상작 심사와 시상을 맡고 있다. 시상 부문은 유동적이나 노벨상의 여섯 분야인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분야에 생물학, 심리학, 우주 등 필요에 따라 4개 부문을 추가해 10개 분야에 대해 시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는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지만, 이그노벨상 수상자는 세 명이나 있다. 가장 먼저 1999년 FnC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향기 나는 정장은 향이 들어 있는 미립자 형태의 캡슐을 옷감 사이사이에 넣어 움직일 때마다 캡슐이 터지면서 향기가 나도록 한 것이다. 주최 측은 “향기 치료 기법인 ‘아로마 테라피’를 신사복에 응용해 땀 냄새나 불쾌한 체취를 막아 환경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0년에는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주최 측은 문 교주가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68년 430쌍, 1975년 1800쌍, 1982년 6000쌍, 1992년 3만쌍, 1995년 36만쌍, 1997년 3600만쌍을 결혼시킴으로써 결혼식의 효율성을 높이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산업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수상자로 선정했다. 1992년 휴거론을 주장하며 지구 종말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5명의 종말론자들과 함께 1954년부터 50년 동안 인류 마지막 날을 매번 틀리게 예측했다는 이유로 2011년 이그노벨 수학상을 받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그노벨상 국내 수상자 3명은

    ‘흉내 낼 수도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시상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하는 유머 과학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이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상이다. 이그노벨상이란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란 뜻의 단어인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주최 측에서는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먼 친척으로 소다수를 발명한 이그나시우스 노벨(가상의 인물)의 유산으로 상을 만들어 그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실재하지 않는 인물의 유산이기 때문에 이그노벨상에는 상금이 없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인 9월 2~3주 목요일에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갖는데,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수상작 심사와 시상을 맡고 있다. 시상 부문은 유동적이나 노벨상의 여섯 분야인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분야에 생물학, 심리학, 우주 등 필요에 따라 4개 부문을 추가해 10개 분야에 대해 시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는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지만, 이그노벨상 수상자는 세 명이나 있다. 가장 먼저 1999년 FnC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향기 나는 정장은 향이 들어 있는 미립자 형태의 캡슐을 옷감 사이사이에 넣어 움직일 때마다 캡슐이 터지면서 향기가 나도록 한 것이다. 주최 측은 “향기 치료 기법인 ‘아로마 테라피’를 신사복에 응용해 땀 냄새나 불쾌한 체취를 막아 환경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0년에는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주최 측은 문 교주가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68년 430쌍, 1975년 1800쌍, 1982년 6000쌍, 1992년 3만쌍, 1995년 36만쌍, 1997년 3600만쌍을 결혼시킴으로써 결혼식의 효율성을 높이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산업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수상자로 선정했다. 1992년 휴거론을 주장하며 지구 종말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도러시 마틴, 팻 로버트슨, 엘리자베스 클레어 프로핏, 해럴드 캠핑(이상 미국), 클레도니아 므웨린데(우간다) 등 5명의 종말론자들과 함께 1954년부터 50년 동안 인류 마지막 날을 매번 틀리게 예측했다는 이유로 2011년 이그노벨 수학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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