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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권형 정부로 개헌 필요… 과도한 적폐청산 악순환 반드시 끊자

    분권형 정부로 개헌 필요… 과도한 적폐청산 악순환 반드시 끊자

    20대 대선 결과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패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56%와 47.83%, 차이는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대선을 거칠수록 첨예해진 진영 간 대립이 마침내 갈 데까지 가면서 대한민국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치유가 절실한 까닭이다. 서울신문은 14일 합리적 진보·보수·중도 성향 전문가들과 대면 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발선에 선 윤 당선인이 전임자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조언을 들어 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는 물론 정책과 의제의 탕평을 조언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법 위반은 수사하되 직권남용죄 적용은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답변 순서는 이름 가나다순).이번 대선에서 국민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 같은데. 김호기 교수(이하 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가 강화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치가 가진 대립적 속성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마치 보수적 국민의 대한민국과 진보적 국민의 대한민국으로 나뉜 것처럼 됐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승자독식 시스템인 대통령제에선 대립과 갈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산업화·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1960~70년대 산업화 세대 집권기엔 민주화 세력이 탄압받았고, 민주화 이후 진보세력이 ‘시민권’을 얻고 공존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보수·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견고하다. 상대 존재를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선 악마화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상대를 ‘종북좌파’, ‘수구꼴통’으로 부르는 한 화해와 통합은 어렵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 “앞서 국민통합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이 그 약속을 버리고 코드 인사 등 편들기 정치를 했던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분열로 치달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정책이 철저하게 편파적이고 파당적이었다.”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 “국민 분열은 문재인 권력의 ‘편 가르기’가 낳은 산물이고, 어느 대선보다 세대 대결이 표면화됐다. 4050과 6070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4050은 아직도 경제적 ‘평등’에 목말라했다. 정확히는 35~55세까지다. 반면 그들이 기득권층으로 보는 6070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대중 굴종외교와 한미동맹 균열로 빚은 안보 불안, 이재명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2030세대는 ‘조국 사태’ 때부터 문재인 권력의 ‘불공정 부정의’에 가장 분노했던 세대다. 국민의힘이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선거판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2030은 온전히 반민주당 세대가 됐을 것이다.” 적대와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 “중도·진보 인사를 널리 쓰는 탕평인사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서 상대 정책 중 의미 있는 것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 진보 의제인 불평등 해소나 대북 포용정책을 실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제하에서 가능한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증오의 정치문화를 넘어서려면 지지자들만의 정부가 아닌, 반대한 사람들까지의 정부라는 점을 유념하고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중립적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 여러 정당, 여러 캠프를 옮겨 다닌 ‘정치 퇴물’을 기용하는 게 탕평인사가 아니다. 과거 그런 인사가 위원장을 한 국민통합위원회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제 정부에서 장관은 철저하게 능력 있는 최고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직 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고, 몇몇 정치인 장관들은 문재인 정권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다.” 전 “문재인 정권에 대중이 가장 분노한 건 ‘일자리’와 ‘집값’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중산층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국민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급해하면 안 된다. 일자리를 위해서 대통령 당선인은 다수당인 민주당, 노조와 ‘노동개혁’을 담판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노동친화적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이 일을 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마크롱이 ‘연금개혁’에 나선 건 그다음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타운홀 미팅’ 같은 국민 설득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은 구체제의 극복을 위해 중요한 과제였다. 다만 기간이 길었고,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 와중에 조국 사태와 같은 ‘내로남불’이 발생하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하게 됐다. 적폐청산에는 법과 원칙에 의한 것과 정치적인 해법, 두 가지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가다. 행정가 측면에선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정치가 측면에선 여론을 고려해 원칙에 상반되는 정치적 결정을 할수도 있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한 균형감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신(新)적폐청산을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통합을 하겠다고 바꿨는데,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엔 심판을, 국민의힘엔 경고를 안겨 준 승자 없는 선거였다. 이에 주목해 국민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이 “획일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실정법 위반이 밝혀지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던 박근혜 정부 고위직과 고위 법관들이 상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경우가 많았다. 직권남용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직권남용죄는 기소권이 남용될 우려가 많은 법 조항이라서 웬만하면 적용해선 안 된다.” 전 “대중은 정치보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신(新)적폐를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대장동 게이트’와 ‘대법원 재판거래’ 등 이 전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도 재수사를 해 구악을 청소해야 한다. 이런 일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유의할 점은 검찰 수사에 대통령은 물론 집권세력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전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인데. 김 “모든 것은 정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선 타협하고 통합을 이뤄 낸다. 정부가 제대로 된 통합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새 정부를 마음속으로 거부하던 사람들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인사와 정책을 통해 최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정치적 불복 문화는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양대 정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상대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전 “패한 쪽의 불복은 불가피하지만 그 치유를 얼마나 단기간에 하느냐에 그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는 이념이나 정책보다 지역감정이 아직도 선거에 크게 작용하는 걸 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불복의 정치 문화는 언제나 정치인이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감성투표인 것도 심정적 불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새 정부는 야당과 어떻게 협치해야 할까. 김 “새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할 만한 범위를 고려해 새 정부 인사들을 제안해야 한다. 야당 역시 대립과 투쟁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협치의 진정성이 보인다면 정부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입법과 예산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는 파당적 성격이 적은 인물, 즉 민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청문회가 필요한 장관급도 민주당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전 “총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당연히 윤 당선인으로서는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통치자에게 가장 힘 있는 처음 2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의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 지형을 바꾸는 정계개편을 도모하기보다는 지난한 길이지만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쌓인 난제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이제라도 양당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일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은 그 내재적 특성으로 잘 나눠지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려면 권력을 가진 리더의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헌법 개정 사안이다. 우리 사회가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할 것인가, 내각제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통령제를 고수한다면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소수당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제3당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여망을 받을 만한 정치세력도 없고, 리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인위적으로 제3당을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 자체도 쉽지 않다.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를 토대로 한 분권형 정부를 채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양당제가 오히려 다당제보다 우월하다. 보수·진보 두 정당 안에서 색깔이 다른 정파는 있을 수 있지만, 중간지대는 사실 불필요하다. 말하자면 보수당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자가 있을 수 있고, 빈부격차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진보정당에서도 국가 개입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다당제는 여당이 소수당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 정국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일이다.” 그동안 제3지대나 다당제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이 “20대 국회가 다당제를 구현했던 드문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히 실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20대 국회에서 제3당이 처참하게 종말을 고해서 당분간 제3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전 “지금까지 사회의 여러 욕구를 충족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다당제 주장은 대부분 자신들의 정치적 욕구 실현을 위한 주장에 불과했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으로 뭉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집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안 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다. 말하자면 이념이나 정책으로 대중에 어필하지 않고 보수·진보 양 진영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대중정당으로서 성장할 수 없었다. 또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미미하다. 우리 진보 대중은 대부분 온건 진보주의로서 민주당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도 야당 인사 입각을 제의한 바 있었다. 협치를 시도해도 성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제외하곤 야당 인사가 입각한 사례가 없다. 집권 세력이 야권 인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제안을 받았다 하더라도 구색 맞춤용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김대중 정부 전반기의 DJP연합 같은 연립정부는 21대 국회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혹시 민주당에서 일부 세력이 갈라져 나와서 제3당을 만들면 장관을 몇 자리 나눌 수는 있겠으나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 “대통령이 야당 인사에 입각을 제의한다는 것은 이른바 ‘거국내각’을 만드는 경우로서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초당적 통치를 하겠다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그런 일은 있기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 극복을 위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한가. 김 “내각제 개헌을 시도해 볼 시점이다. 1987년 헌법은 산업화를 끝내고 민주화 시대를 새로 출범시키기 위한 기본 얼개였다. 지난 30여년 나름 역할을 수행했으나 변화된 환경에 따라 바꿀 때가 됐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대통령제의 역할이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고, 프랑스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다. 아직 내각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지 않지만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사회·시민사회의 조건이라면 내각제 개헌으로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극복하고 이른바 소수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이 보여 준 전략적 투표가 시민사회가 성숙됐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정치권이 차별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응했다.”  이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에 토대를 둔 분권형 정부, 즉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같은 정부와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의원내각제 정부의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궁에 은둔하면서 언론을 회피하고 그림자 통치를 하는 비민주적 행태는 가능하지 않다. 전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대통령제에서 훨씬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책임제를 하는 한 국무총리제는 없애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정치 발전을 위해 임기 내 꼭 매듭지어야 할 과제는. 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끝냈으면 한다. 진보정부가 5년 만에 교체된 배경에는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고 본다. 과도한 적폐청산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를 강화시켰다. 이번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통합을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이 “문재인 정부가 편향된 인사와 정책으로 한국 정치를 퇴보시켰다. 과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전 “정치발전을 위해 할 일은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장관이 장관다워야 하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비서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는 장관이지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국민에게 국정을 브리핑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권력자가 국민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적어도 중요 인사를 해임하거나 임명할 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가급적 조각 때부터 전통을 세웠으면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서 집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해외 사례를 조언한다면. 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바마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과의 소통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윤 당선인이 통합을 위해선 오바마처럼 17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요청할 수도 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내각제에 직선 대통령을 가미한 분권형 정부로 개헌을 해야 한다.”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반대 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그는 진영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중시했고, 냉전을 종식시킨 대통령이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준 대표적인 인물이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늘 국민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모두 눈앞의 인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 국민통합은 저절로 이뤄졌다. 세상에 나쁜 제도는 없다. 통치자가 제도를 악용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일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 아래에서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아첨을 일삼으면서 생긴 말이다.”
  • 탕평 인사가 국민통합의 시작… 양질의 일자리로 중산층 살려야[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탕평 인사가 국민통합의 시작… 양질의 일자리로 중산층 살려야[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20대 대선 결과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패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56%와 47.83%, 차이는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대선을 거칠수록 첨예해진 진영 간 대립이 마침내 갈 데까지 가면서 대한민국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치유가 절실한 까닭이다. 서울신문은 14일 합리적 진보·보수·중도 성향 전문가들과 대면 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발선에 선 윤 당선인이 전임자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조언을 들어 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는 물론 정책과 의제의 탕평을 조언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법 위반은 수사하되 직권남용죄 적용은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답변 순서는 이름 가나다순).이번 대선에서 국민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 같은데. 김호기 교수(이하 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가 강화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치가 가진 대립적 속성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마치 보수적 국민의 대한민국과 진보적 국민의 대한민국으로 나뉜 것처럼 됐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승자독식 시스템인 대통령제에선 대립과 갈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산업화·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1960~70년대 산업화 세대 집권기엔 민주화 세력이 탄압받았고, 민주화 이후 진보세력이 ‘시민권’을 얻고 공존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보수·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견고하다. 상대 존재를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선 악마화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상대를 ‘종북좌파’, ‘수구꼴통’으로 부르는 한 화해와 통합은 어렵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 “앞서 국민통합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이 그 약속을 버리고 코드 인사 등 편들기 정치를 했던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분열로 치달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정책이 철저하게 편파적이고 파당적이었다.”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 “국민 분열은 문재인 권력의 ‘편 가르기’가 낳은 산물이고, 어느 대선보다 세대 대결이 표면화됐다. 4050과 6070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4050은 아직도 경제적 ‘평등’에 목말라했다. 정확히는 35~55세까지다. 반면 그들이 기득권층으로 보는 6070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대중 굴종외교와 한미동맹 균열로 빚은 안보 불안, 이재명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2030세대는 ‘조국 사태’ 때부터 문재인 권력의 ‘불공정 부정의’에 가장 분노했던 세대다. 국민의힘이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선거판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2030은 온전히 반민주당 세대가 됐을 것이다.” 적대와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 “중도·진보 인사를 널리 쓰는 탕평인사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서 상대 정책 중 의미 있는 것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 진보 의제인 불평등 해소나 대북 포용정책을 실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제하에서 가능한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증오의 정치문화를 넘어서려면 지지자들만의 정부가 아닌, 반대한 사람들까지의 정부라는 점을 유념하고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중립적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 여러 정당, 여러 캠프를 옮겨 다닌 ‘정치 퇴물’을 기용하는 게 탕평인사가 아니다. 과거 그런 인사가 위원장을 한 국민통합위원회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제 정부에서 장관은 철저하게 능력 있는 최고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직 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고, 몇몇 정치인 장관들은 문재인 정권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다.” 전 “문재인 정권에 대중이 가장 분노한 건 ‘일자리’와 ‘집값’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중산층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국민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급해하면 안 된다. 일자리를 위해서 대통령 당선인은 다수당인 민주당, 노조와 ‘노동개혁’을 담판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노동친화적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이 일을 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마크롱이 ‘연금개혁’에 나선 건 그다음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타운홀 미팅’ 같은 국민 설득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은 구체제의 극복을 위해 중요한 과제였다. 다만 기간이 길었고,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 와중에 조국 사태와 같은 ‘내로남불’이 발생하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하게 됐다. 적폐청산에는 법과 원칙에 의한 것과 정치적인 해법, 두 가지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가다. 행정가 측면에선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정치가 측면에선 여론을 고려해 원칙에 상반되는 정치적 결정을 할수도 있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한 균형감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신(新)적폐청산을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통합을 하겠다고 바꿨는데,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엔 심판을, 국민의힘엔 경고를 안겨 준 승자 없는 선거였다. 이에 주목해 국민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이 “획일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실정법 위반이 밝혀지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던 박근혜 정부 고위직과 고위 법관들이 상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경우가 많았다. 직권남용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직권남용죄는 기소권이 남용될 우려가 많은 법 조항이라서 웬만하면 적용해선 안 된다.” 전 “대중은 정치보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신(新)적폐를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대장동 게이트’와 ‘대법원 재판거래’ 등 이 전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도 재수사를 해 구악을 청소해야 한다. 이런 일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유의할 점은 검찰 수사에 대통령은 물론 집권세력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전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인데. 김 “모든 것은 정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선 타협하고 통합을 이뤄 낸다. 정부가 제대로 된 통합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새 정부를 마음속으로 거부하던 사람들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인사와 정책을 통해 최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정치적 불복 문화는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양대 정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상대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전 “패한 쪽의 불복은 불가피하지만 그 치유를 얼마나 단기간에 하느냐에 그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는 이념이나 정책보다 지역감정이 아직도 선거에 크게 작용하는 걸 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불복의 정치 문화는 언제나 정치인이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감성투표인 것도 심정적 불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새 정부는 야당과 어떻게 협치해야 할까. 김 “새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할 만한 범위를 고려해 새 정부 인사들을 제안해야 한다. 야당 역시 대립과 투쟁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협치의 진정성이 보인다면 정부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입법과 예산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는 파당적 성격이 적은 인물, 즉 민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청문회가 필요한 장관급도 민주당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전 “총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당연히 윤 당선인으로서는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통치자에게 가장 힘 있는 처음 2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의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 지형을 바꾸는 정계개편을 도모하기보다는 지난한 길이지만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쌓인 난제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제라도 양당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일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은 그 내재적 특성으로 잘 나눠지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려면 권력을 가진 리더의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헌법 개정 사안이다. 우리 사회가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할 것인가, 내각제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통령제를 고수한다면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소수당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제3당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여망을 받을 만한 정치세력도 없고, 리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인위적으로 제3당을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 자체도 쉽지 않다.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를 토대로 한 분권형 정부를 채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양당제가 오히려 다당제보다 우월하다. 보수·진보 두 정당 안에서 색깔이 다른 정파는 있을 수 있지만, 중간지대는 사실 불필요하다. 말하자면 보수당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자가 있을 수 있고, 빈부격차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진보정당에서도 국가 개입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다당제는 여당이 소수당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 정국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일이다.” 그동안 제3지대나 다당제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이 “20대 국회가 다당제를 구현했던 드문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히 실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20대 국회에서 제3당이 처참하게 종말을 고해서 당분간 제3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전 “지금까지 사회의 여러 욕구를 충족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다당제 주장은 대부분 자신들의 정치적 욕구 실현을 위한 주장에 불과했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으로 뭉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집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안 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다. 말하자면 이념이나 정책으로 대중에 어필하지 않고 보수·진보 양 진영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대중정당으로서 성장할 수 없었다. 또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미미하다. 우리 진보 대중은 대부분 온건 진보주의로서 민주당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도 야당 인사 입각을 제의한 바 있었다. 협치를 시도해도 성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제외하곤 야당 인사가 입각한 사례가 없다. 집권 세력이 야권 인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제안을 받았다 하더라도 구색 맞춤용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김대중 정부 전반기의 DJP연합 같은 연립정부는 21대 국회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혹시 민주당에서 일부 세력이 갈라져 나와서 제3당을 만들면 장관을 몇 자리 나눌 수는 있겠으나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 “대통령이 야당 인사에 입각을 제의한다는 것은 이른바 ‘거국내각’을 만드는 경우로서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초당적 통치를 하겠다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그런 일은 있기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 극복을 위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한가. 김 “내각제 개헌을 시도해 볼 시점이다. 1987년 헌법은 산업화를 끝내고 민주화 시대를 새로 출범시키기 위한 기본 얼개였다. 지난 30여년 나름 역할을 수행했으나 변화된 환경에 따라 바꿀 때가 됐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대통령제의 역할이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고, 프랑스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다. 아직 내각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지 않지만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사회·시민사회의 조건이라면 내각제 개헌으로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극복하고 이른바 소수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이 보여 준 전략적 투표가 시민사회가 성숙됐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정치권이 차별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응했다.”  이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에 토대를 둔 분권형 정부, 즉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같은 정부와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의원내각제 정부의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궁에 은둔하면서 언론을 회피하고 그림자 통치를 하는 비민주적 행태는 가능하지 않다. 전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대통령제에서 훨씬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책임제를 하는 한 국무총리제는 없애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정치 발전을 위해 임기 내 꼭 매듭지어야 할 과제는. 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끝냈으면 한다. 진보정부가 5년 만에 교체된 배경에는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고 본다. 과도한 적폐청산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를 강화시켰다. 이번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통합을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이 “문재인 정부가 편향된 인사와 정책으로 한국 정치를 퇴보시켰다. 과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전 “정치발전을 위해 할 일은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장관이 장관다워야 하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비서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는 장관이지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국민에게 국정을 브리핑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권력자가 국민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적어도 중요 인사를 해임하거나 임명할 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가급적 조각 때부터 전통을 세웠으면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서 집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해외 사례를 조언한다면. 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바마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과의 소통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윤 당선인이 통합을 위해선 오바마처럼 17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요청할 수도 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내각제에 직선 대통령을 가미한 분권형 정부로 개헌을 해야 한다.”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반대 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그는 진영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중시했고, 냉전을 종식시킨 대통령이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준 대표적인 인물이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늘 국민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모두 눈앞의 인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 국민통합은 저절로 이뤄졌다. 세상에 나쁜 제도는 없다. 통치자가 제도를 악용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일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 아래에서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아첨을 일삼으면서 생긴 말이다.”
  • “체르노빌 10배 큰 원전 폭격” 우크라 모델의 분노

    “체르노빌 10배 큰 원전 폭격” 우크라 모델의 분노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올레나가 러시아의 전쟁 도발에 격분했다. 올레나는 4일 개인 SNS에 “체르노빌보다 10배 큰 원전이 폭격당해 화재가 났어요. 이게 터지면 유럽과 아시아 전체가 위험해져요. 제발 이 전쟁을 멈춰야 해요. 어제 민간인 대피 휴전협정을 해놓고 바로 폭격을 시작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수도 키예프를 떠나지 않으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의 포격에 맞아 자포리자 원전 단지 내 원자로 6기 가운데 하나가 불타고 말았다.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이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탱크가 핵 테러를 자행하며 원자로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체르노빌 핵 발전소 폭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나. 러시아가 끔찍한 비극을 반복하려 한다. 공격이 계속 되면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른다. 유럽의 종말, 우리 모두의 종말이 될 수 있다”며 주변 국가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과 앞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휴전에 합의했지만 거듭된 공격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 부산 물금 매리 취수장서 발암물질 미량 검출…기준치 이하

    부산시 상수원인 물금·매리취수장 원수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이 미량 검출돼 부산시가 수질 검사를 강화한다. 부산시는 최근 상수도사업본부가 시료를 채취한 물금·매리취수장 원수에서 PFOA가 먹는물 감시기준 0.070㎍/L의 최대 20%까지 검출됐다고 21일 밝혔다. 물금취수장과 연결된 화명정수장의 원수에서 0.014㎍/L 검출됐고,정수 후에는 0.009㎍/L로 떨어졌다. 또 매리취수장과 연결된 덕산정수장의 원수에서 0.013㎍/L 검출됐고,정수 후에는 0.010㎍/L로 나타나 수돗물은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PFOA는 프라이팬과 자동차 코팅제나 아웃도어 발수제 등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부산시는 낙동강 중상류의 하수처리시설, 하수 및 폐수종말처리시설, 폐수종말처리시설 등의 수질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부산시는 하수처리장에서도 미량이지만 지속해서 낙동강으로 방류되고 있고, 갈수기인 1월부터 현재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상류 댐의 방류량이 평상시보다 적은 점 등이 이번 과불화옥탄산 검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폐수처리장인 성서산업단지와 고령다산 지역에서 PFOA가 먹는물 기준보다 최대 4배 검출됐었다. 부산시는 먹는물 안전을 확보하고자 정수장의 입상활성탄 교체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분말활성탄 투입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물금·매리취수장 원수와 정수 후 수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매리취수장에 국가 연구기관인 ‘낙동강 하류 국가 수질측정센터’를 유치해 2023년 운영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 한류·생태·레저 다 품은 오산… 수도권 남부 대표 관광지 꿈꾼다

    한류·생태·레저 다 품은 오산… 수도권 남부 대표 관광지 꿈꾼다

    경기 오산시가 ‘교육의 도시’에 이어 수도권 최고의 ‘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오산시’ 하면 ‘교육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혁신교육을 지원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교육을 추진해 유네스코 학습도시상,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2회) 등을 받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오산시는 3선 곽상욱 시장의 추진력에 힘입어 교육도시가 됐다. 곽 시장은 오산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교육과 함께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관광산업 육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오산에는 그동안 특출한 관광자원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오산병원을 유치하려던 내삼미동에 국내 유일의 미니어처빌리지를 비롯한 관광형 테마파크를 유치하고 하수종말처리장 상부에 수도권 최대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드는 등 ‘다른 도시에는 없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수도권 남부 관광 거점이 된 것이다. ●국내 유일의 실내형 미니어처빌리지 내삼미동 테마파크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오산미니어처빌리지’다. 독일 함부르크의 ‘미니어처 원더랜드’와 미국 뉴욕의 ‘걸리버스 게이트’ 등 세계 주요 미니어처 테마파크를 벤치마킹한 국내 유일의 실내형 미니어처 전시관이다. 부지면적 1만 1783㎡(약 3564평), 건물 전체면적 3521㎡ 규모로 실제 크기를 87분의1로 축소, 연출한 미니어처 세상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누구나 함께 보고 즐기고 상상할 수 있는 체험 기반의 콘텐츠로 꾸몄다. 기존 미니어처 시설들과는 차별화된 각각의 스토리와 연결되는 미니어처의 움직임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건물 1400여개, 자동차 1450여대를 이용해 공간마다 상징이 되는 랜드마크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상설전시장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미니어처로 표현한 시간여행(한국관)과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평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표현한 세계여행(세계관)을 테마로 이뤄져 있다. 전시 관람 이후에는 오산시 캐릭터와 미니어처 세계관을 결합한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즈’를 체험할 수 있다.●한류관광자원이 된 드라마 세트장 한류 관광자원을 겨냥한 드라마세트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간 이후 대표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에 조성된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은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내 유일의 창작 세트장이다. 거대한 성문을 통과하면 아스달 사람들에게 공지 사항을 전달하는 ‘제화단’을 지나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 랜드마크인 ‘연맹궁’까지 당도할 수 있는데, 아파트 7층 높이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불의 성채’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관람객들의 필수 촬영 장소다. 2020년 만들어진 ‘더 킹’ 세트장은 대한제국의 황궁 정원을 배경으로 했다. 노란 은행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화면 속 정원을 가득 채웠던 연못은 물을 비워 휴게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문객 시설 ‘어서오산 휴(休)센터’는 지난해 3월 정식 개관한 후 내삼미동 방문객을 위한 관광 편의시설과 관광 안내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수도권 최대 반려동물 테마파크 청와대에서 분양받은 남북 협력의 상징 풍산개 ‘강산’이와 ‘겨울’이가 사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도 오산시의 자랑이다. 120억원을 들여 하수종말처리장 상부 1만 973㎡를 개조한 테마파크는 동물 놀이터를 비롯해 애견 미용실, 펫호텔, 애견 수영장, 애견동반 카페 등 반려견과 반려인들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꾸몄다. 시는 펫미용 창업 프로그램 등도 운영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노리고 있다. 동물 놀이터의 경우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연간 4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오산시청사에 개장한 자연생태체험관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호흡하는 공간이다. 민간 투자 방식으로 추진한 새로운 공공청사 개방 정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청사 공간을 활용해 자연관·생명관·과학관·오산관 4개의 테마관과 20개의 세부 콘텐츠 공간으로 꾸몄다. 자연생태체험관과 함께 시청광장 물놀이장, 아이 놀이터인 자이언트트리를 시민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인근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광장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 죽미령 평화공원 내 유엔군 초전기념관은 2013년 4월 개관한 공립박물관이자 국가 지정 현충시설이다. 상설전시실에선 6·25전쟁 자료와 죽미령전투에 참전했던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은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006년 개원했다. 물방울 온실, 산림전시관, 난대·양치식물원, 방문자센터 등이 있다. 가시연꽃·미선나무 등 모두 1930여종의 식물이 있다.●오산시 전체가 생활정원 오산시는 도심 전체를 생활정원화하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한다. 오산천에는 시민참여형 작은정원을, 도심주택 밀집 지역에는 생활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오산천 제1호 정원을 시작으로 2020년 ‘킁킁정원’까지 총 94개의 작은정원을 만들었다. 유아에서 성인까지 생활안전을 체험할 수 있는 경기도 국민안전체험관도 307억원을 투입해 내삼미동 1만 6500㎡에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7000㎡ 규모로 건립 중이다. 교통안전, 소방관 직업 체험, 가정 내 안전사고 교육 등을 담당하는 ‘어린이 안전 동화마을’, 자연 재난이나 산업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복합안전체험관’, 응급 처치 교육과 4D 영상을 활용한 가상 안전 체험 등 11개 체험존을 만들어 안전교육과 재미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저무는 전세…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7만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상승 여파로 전세금이 올라 월세로 돌린 이들이 늘며 ‘전세시대 종말’과 ‘월세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 오전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총 7만 10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지난해 전체 월세(월세·준월세·준전세) 거래량은 종전 최다였던 전년도의 월세 거래량(6만 783건)을 넘어서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월세 거래량은 2011년 2만 7700건, 2015년 5만 4717건, 2020년 6만 783건에 이어 지난해 또 최다치를 경신했다. 전월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치솟았다. 지난해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중 역시 37.4%로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금천은 지난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월세 비중(56.1%)이 전세 비중(43.9%)보다 높았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임대차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며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고 금리가 오른 것도 한 원인이다.
  • “펑솨이는 힘세고 키 커서 성폭행 위험 없다“ 中교수 망언

    “펑솨이는 힘세고 키 커서 성폭행 위험 없다“ 中교수 망언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산하의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 고위 관계자가 호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테니스 선수 펑솨이와 관련한 미투 의혹에 대해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펑솨이는 지난해 말,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인) 장가오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관계를 이어갔다”면서 장 부총리가 2018년 정계를 은퇴한 후에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펑솨이의 SNS 계정은 완전히 사라졌고, 중국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사도 검색되지 않았다. 급기야 펑솨이의 실종설까지 돌았지만, 중국 당국은 펑솨이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실종설이 거세지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펑솨이는 “성폭행 의혹은 거짓이며 나는 안전하다”라고 주장했다. 펑솨이와 중국 당국은 신변 이상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현재까지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이와 관련해 인재, 유학, 이민과 국제화와 관련된 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CCG의 부센터장이자 쑤저우대학 교수인 빅터 가오는 호주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과 한 인터뷰에서 “펑솨이는 매우 성공한 운동선수이며, 다른 여성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펑솨이는 심신이 성숙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며, 중국의 어떤 남성이나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면서 “그녀는 키가 매우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성폭행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대중들은 몇 년 동안 펑솨이에게서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성폭행으로 인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이 펑솨이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녀는 매우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괴롭힘을 당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 주석의 통역사로도 활동한 가오 교수가 중국 당국을 대변하며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대만을 통일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 미국과 함께 싸운다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이 가속화 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치달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올 것은 세계 종말뿐”이라고 덧붙였다.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는 호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호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호주가 대만과 중국의 통일 문제에 대해 미국을 도우려 한다면, 아마겟돈(대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펑솨이는 지난 8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를 관람했다. IOC 측은 펑솨이가 지난 5일에서 바흐 위원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현역 선수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 ‘100초’ 남은 지구 종말, 얼마나 당겨졌나…종말 시계 카운트다운

    ‘100초’ 남은 지구 종말, 얼마나 당겨졌나…종말 시계 카운트다운

    지구의 운명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이 공개된다. ‘운명의 날 시계’로도 불리는 지구 종말 시계는 1947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발행한 핵과학회지 ‘불리틴’ 표지에 실린 뒤 최근까지 20여 차례 수정됐다. 시계의 오전 0시를 인류 파멸의 날로 보고, 인류 스스로 만들어 낸 위험한 기술이 얼마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한 지구 종말 시계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뒤 11시 54분으로, 2007년에는 2분 앞당겨진 11시 55분으로 조정됐다. 2010년 1월에는 핵위협으로부터 전 세계 지도자들의 적절한 대체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1분 늦춰지기도 했다. 2017년에는 종말 2분 30초 전, 2018년에 2분 전으로 조정됐다. 2020년에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 기후변화에 대한 미흡한 대처 및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가짜뉴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추가되면서 20초 당겨졌다. 지구 종말 시계 역사상 가장 자정에 근접한 100초 전으로 당겨진 것이다. 남은 시간이 적어지면서 분 단위로 세 던 종말 시간도 초 단위를 바뀌었다.  지난해에도 지구 종말 시계의 시계바늘은 자정에서 100초 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무력충돌이 임박해 있는데다, 기후 변화에 의한 재해와 우주 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종말 시계를 앞당기는 불가피하는 관측이다. 전 세계는 이 순간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의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994년 이후 가장 많은 지역별 역대 최고·최저 기온 기록이 쏟아졌다. 지난봄 유럽은 2000년 만에 살인적인 가뭄이 직면하기도 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공룡시대 이후 가장 큰 대멸종으로 향하고 있으며, 10년 이내에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포함한 동식물 약 100만 종이 멸종할 수 있다는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는 지구 종말 시계가 등장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다. 불리틴은 “종말 시계는 전 세계의 문화와 정치 및 글로벌 정책이 인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하고, 핵 위험과 기후변화, 파괴적인 기술에 대한 토론과 전략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 및 전염병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든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될 지구 종말 시계의 새로운 시간은 미국 동부 표준시(EST) 기준 20일 오전 10시, 한국 시간으로 21일 0시에 공개된다.
  • 北탄도탄, 계룡대 등 ‘영점 타격’ 가능… 南에 현실적 위협 키운다

    北탄도탄, 계룡대 등 ‘영점 타격’ 가능… 南에 현실적 위협 키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네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제원을 보면 남한에 분명한 위협이 되는 타격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총 네 번에 걸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000㎞ 이내로, 한반도 전역에 타격 가능하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10(시속 1만 2240㎞)을 넘나드는 강력한 공격 무기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7일과 지난 14일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사거리 500㎞ 이내, 비행속도 마하5(시속 6120㎞)다. 특히 지난 14일 2발을 발사했을 때는 발사 간격이 11분이었는데 이날은 4분 내외로 단축됐으며, 연속 발사와 정확도 향상이 목적인 것으로 합참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일종의 ‘영점 사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기지 ‘험프리스’나 우리 군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등 국내 주요 군사시설까지와의 거리가 비슷한 곳을 발사 장소로 상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장소였던 평안북도 의주 일대로부터 남쪽으로 430㎞ 거리 이내엔 ‘캠프 험프리스’(약 410㎞)가 있고, 이날 탄도미사일을 쏜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남쪽 380㎞ 내엔 계룡대(약 350㎞)가 있다. 마하5의 비행속도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제 발사할 경우 2~3분 이내 주요 군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11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마하6~10)은 더 가공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상을 담고 있어, 마하10의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목표 고도에서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좌우로 변칙 기동이 가능하다. 특히 활공체 분리 후 활강 시 종말 단계에서 최소 마하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까지 최종 완성할 경우 현재의 한미 연합 미사일방어체계(MD)로는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분석된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2020년부터 KN23 미사일 개량을 통해 확보한, 상하 변칙기동하는 풀업(pull-up) 기술과 최근 KN23 개량형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통해 확보한 좌우 회피 기동 기술을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실제 남한을 향해 극초음속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탐지는 이지스함 레이더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가, 요격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과 패트리엇(PAC-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등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혼란을 주기 위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쏠 경우 아예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이 개량을 거듭할수록 ‘한국형 3축 체계’도 역시 업데이트돼야 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현재의 연합 자산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①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②핵·미사일이 발사된 뒤 공중에서 요격미사일로 방어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③핵·미사일로 공격받은 뒤 가차 없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 北탄도탄, 계룡대 등 ‘영점 타격’ 가능… 南에 현실적 위협 키운다

    北탄도탄, 계룡대 등 ‘영점 타격’ 가능… 南에 현실적 위협 키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네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제원을 보면 남한에 분명한 위협이 되는 타격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총 네 번에 걸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000㎞ 이내로, 한반도 전역에 타격 가능하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10(시속 1만 2240㎞)을 넘나드는 강력한 공격 무기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7일과 지난 14일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사거리 500㎞ 이내, 비행속도 마하5(시속 6120㎞)다. 특히 지난 14일 2발을 발사했을 때는 발사 간격이 11분이었는데 이날은 4분 내외로 단축됐으며, 연속 발사와 정확도 향상이 목적인 것으로 합참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일종의 ‘영점 사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기지 ‘험프리스’나 우리 군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등 국내 주요 군사시설까지와의 거리가 비슷한 곳을 발사 장소로 상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장소였던 평안북도 의주 일대로부터 남쪽으로 430㎞ 거리 이내엔 ‘캠프 험프리스’(약 410㎞)가 있고, 이날 탄도미사일을 쏜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남쪽 380㎞ 내엔 계룡대(약 350㎞)가 있다. 마하5의 비행속도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제 발사할 경우 2~3분 이내 주요 군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11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마하6~10)은 더 가공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상을 담고 있어, 마하10의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목표 고도에서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좌우로 변칙 기동이 가능하다. 특히 활공체 분리 후 활강 시 종말 단계에서 최소 마하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까지 최종 완성할 경우 현재의 한미 연합 미사일방어체계(MD)로는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분석된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2020년부터 KN23 미사일 개량을 통해 확보한, 상하 변칙기동하는 풀업(pull-up) 기술과 최근 KN23 개량형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통해 확보한 좌우 회피 기동 기술을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실제 남한을 향해 극초음속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탐지는 이지스함 레이더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가, 요격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과 패트리엇(PAC-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등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혼란을 주기 위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쏠 경우 아예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이 개량을 거듭할수록 ‘한국형 3축 체계’도 역시 업데이트돼야 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현재의 연합 자산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①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②핵·미사일이 발사된 뒤 공중에서 요격미사일로 방어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③핵·미사일로 공격받은 뒤 가차 없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 [데스크 시각] 비혼시대, 한중일 결혼 삼국지/주현진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비혼시대, 한중일 결혼 삼국지/주현진 국제부장

    “신랑 측은 지참금을 안 내고, 신부 측은 혼수를 생략한다. 아이 둘을 낳되 한 명은 아빠 성을, 한 명은 엄마 성을 따른다. 친가와 외가에서는 각각 자신의 성을 따른 손주를 키운다.” 중국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대표 관영매체들이 지난 연말 새 결혼 트렌드라고 일제히 소개한 뒤 중화권 전체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일명 량터우훈(兩頭婚)의 조건이다. 량터우(兩頭)는 쌍방, 양쪽이란 뜻인데 말 그대로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이 종속되는 게 아니라 남녀 양쪽이 각각 100% 평등한 결혼을 말한다. 1990년대 후반 경제 수준이 비교적 높은 장쑤(江蘇)·저장(浙江) 지역에서 생겨났다는데 양쪽 부모의 재정적·물리적 지원이 필수다. 시어른 봉양 의무가 없고, 본인의 성을 따른 아이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결혼이 손해라는 여성에게는 물론 결혼할 때 처가에 내야 하는 거액의 지참금이나 집 장만 의무를 면제받는다는 점에서 남녀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설명이다. 기사는 신문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경제적이다”, “딸자식 키워도 노후 보장이 된다”는 긍정 평가부터 “평생 부모한테 빌붙어 사느냐”, “손자와 손녀 중 손자를 갖겠다고 양쪽 집안이 싸우면 어떡하느냐”는 비난과 걱정까지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교세콘(共生婚)을 소개하는 보도가 나왔다. 연애·결혼 전문 작가(가메야마 사나에)가 언급한 이 결혼은 양측의 독립된 생활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방이나 식사는 따로, 재산 역시 각자 관리하며, 가사노동은 50대50으로 칼같이 나눈다.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포기했던 과거와 달리 각자 자신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한쪽이 입원할 때 혼인신고가 돼 있다면 수속이 편리해 동거보다 이득이라고 한다. 이같이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난 결혼 방식이 추천되는 것은 비혼·저출산 트렌드가 이들 국가에도 만연했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40년 넘게 고수한 산아제한 정책을 지난해 사실상 폐지한 것은 물론 일부 공기업이 결혼장려금 지급까지 내세울 만큼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교세콘은 입원이나 주택 구입 때처럼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할 수 있으니 결혼하라고 독려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전통적 형태의 결혼은 종말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30대 1인가구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등 전통 개념의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3월 대선을 앞두고 비혼·저출산 해법이 공약으로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여가부)를 폐지하고 아동과 인구 문제를 다루는 부처를 신설하는 한편 아이를 낳으면 한 달에 100만원씩, 1년간 1200만원을 ‘부모급여’로 지급하겠다고 내세웠다. 앞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결혼수당 1억원을 주고 주택자금 2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이 저출산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도 합계출산율(0.84명)이 세계 최하위인 실정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돈풀기’ 정책이 비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남존여비에서 남녀평등의 시대로 세상은 변했지만 한중일의 결혼 지원 정책은 유교 문화의 영향 탓인지 남녀가 쌍을 이루는 결혼제도를 지키는 데에만 급급할 뿐 새로운 제도 설계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녀를 막론하고 함께 사는 동거인을 배우자로 인정하는 유럽형 시민결합제와 같이 우리도 획기적으로 전통 결혼제도를 개혁해야 할 때임을 인정해야 한다.
  • [문화마당] 나의 마이크로 정원/김동명 영화감독

    [문화마당] 나의 마이크로 정원/김동명 영화감독

    아침에 일찍 일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여유도 잠시.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항아리 뚜껑 위에서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수생식물이다. 1년 전인가 생명이 다해 가는 식물의 줄기 한 가닥을 베어 이것이라도 살려 보겠다며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항아리 뚜껑을 호명했더랬다. 뒤집어 그냥 세우니 손잡이 때문에 균형이 위태로워 보였다. 금방 찬장에서 꺼낸 이 나간 작은 그릇을 받침대 삼아 그 위에 뚜껑을 세웠다. 뒤집힌 뚜껑 움푹 파인 곳에 식물을 담을 요량이었다. 그렇게 뒤집어진 뚜껑은 작고 평평한 것이 식물 줄기를 담기 힘든 모양새인데도 줄기 끝을 작은 자갈로 누르고 물을 자작하게 담아 뿌리내리게 했다. 이렇게 거실 낮은 책장 위에 자리잡은 것이 아직까지 무사태평 잘 자라고 있는 것. ‘웬만하면 똥손’ 이력을 가진 나이지만 집 안에 마이크로 정원을 가져다 놓은 듯 정갈한 것이 마음에 쏙 든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가 창궐한 재작년 초 한 연예인이 시루에 콩나물을 실하게 키우는 것을 보며 나도 뒤질세라 뚜껑 달린 콩나물시루 항아리를 주문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듯하다. 항아리가 가진 불확실성의 세계가 뚜껑의 마이크로 정원까지 연결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이야 ‘코시국’이 일상이 되었지만 난데없었던 그 시기에는 자급자족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아로새기며 남몰래 두려움에 떨던 나는 ‘진정 종말이 코앞에 도래한 것인가-’라며 드라마퀸이 되어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그냥 충동구매의 과오다. 이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보기 좋게 콩나물 키우기는 실패했다. 항아리는 숨을 쉰다던데, 그래서 된장도 고추장도 품어 낸다는데 내 두려움의 기운을 항아리가 들숨으로 삼킨 탓이었을까? 나는 다시 커피 한 잔의 여유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모리의 정원’을 떠올린다. 백발의 노인 모리카즈는 응시와 사뿐거림으로 정원 안 모든 것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의 기다림과 관찰의 시선은 정원의 우주를, 삶의 우주를 관객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놓으며 토닥토닥 포옹해 준다. 사심 없이 자연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며 다시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 끝날 것 같지 않은 팬데믹의 엄혹한 시기 한가운데 ‘모리의 정원’에서 뿜어 나오는 기적의 향기를 맡는다. 그 기적의 향기가 나의 마이크로 정원에도 담겨 있는 것 같아 내심 마음이 뿌듯해진다. 사실 비할 바 되겠냐마는 말이다. 어느 날 딸아이가 우리의 작은 정원에 아주 작은 장난감 벌레들을 올려놓았다. 진짜 자연은 아니지만 이 또한 정원의 구성원이 된다. 모리가 30년간 시나브로 파내려간 그만의 공간, 동굴 연못을 메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은 30년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물고기들에 대한 사죄의 뜻일 테다. 모든 존재에겐 자신의 자리가 있고 그만큼 있어야 할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한다. 나도 콩나물 항아리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뚜껑이 담아낸 마이크로 정원의 에너지를 항아리에게도 전파하기로 한다. 그래! 아직까지도 베란다에 유배돼 있는 콩나물 항아리를 이제는 꺼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것에 흙을 담고 씨앗을 심어 또 다른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 그리고 마이크로 정원과 마주보는 햇볕 잘 드는 창가 자리에 놓아 둘 테다. 삶의 우주는 계속되고 우리의 존재는 밤새 꺼질 줄 모르고 빛날 테니까.
  • [우주를 보다] 아름다운 나선팔…초신성 품은 은하 NGC 976 포착

    [우주를 보다] 아름다운 나선팔…초신성 품은 은하 NGC 976 포착

    최근 작동을 시작한 지 '10억 초'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달성한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 아름다운 은하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은 허블우주망원경의 가시광 및 적외선(열) 파장의 빛을 모두 관찰하는 WFC3(광시야 카메라 3)을 사용해 촬영한 나선은하 NGC 976의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은하로부터 약 1억5000만 년 떨어진 양자리에 놓여있는 NGC 976에는 고온의 푸른(젊은) 별들이 특유의 나선팔에 수없이 가득 자리잡고 있다. 특히 NGC 976은 'SN 1999dq'라는 이름의 초신성을 품고있는데 전문가들은 그 밝기를 통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은 이름만 놓고보면 새로 태어난 별 같지만, 사실 종말하는 마지막 순간의 별이다. 과거 망원경이 없던 시대 갑자기 밝은 별이 나타났기에 붙은 이름으로 신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반적으로 별은 생의 마지막 순간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며 순간적으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르며 이때 자신의 물질을 폭풍처럼 우주공간으로 방출한다.  앞서 새해 1일 허블우주망원경은 작동을 시작한 지 10억 초를 돌파했다. 1년을 초로 환산하면 31,536,000초로 따라서 10억 초는 무려 31년의 긴 시간이다.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 보낸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1990년 4월 25일 NASA의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힘차게 발사됐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개발한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의 간섭없이 멀고 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은 2.4m, 무게 12.2t, 길이 13m로, 지금도 지상 500㎞ 안팎에서 97분 마다 지구를 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퇴역을 앞둔 허블우주망원경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게 그 바통을 넘겨줄 예정이다. 관측 능력이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큰 JWST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사돼 현재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근무지 ‘라그랑주 L2’로 날아가고 있다.
  • 카자흐 야권 지도자 “정권, 길어야 1년 정도…러 개입 사실상 ‘점령’”

    카자흐 야권 지도자 “정권, 길어야 1년 정도…러 개입 사실상 ‘점령’”

    옛 소련 6개국 군사 협력체 6일 도착서방국가 “인권 침해 여부 주시할 것”유혈시위 장기화 조짐에 국제유가↑카자흐 대통령 “헌법적 질서 거의 회복”반정부 시위에 대한 격렬한 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주도하는 군대가 6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이에 해외에 체류 중인 반정부 인사는 러시아 주도 군의 개입은 사실상 ‘점령’이라고 주장하며 ‘민중혁명’으로 카자흐스탄 정권이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자흐스탄 야권 지도자 무흐타르 아블랴조프 전 에너지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은 이제 막바지에 와 있다”며 “이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블랴조프는 “수년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억눌려 있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지금 정권은 길어야 최대 1년 혹은 조금 더 오래 정도 살아남을지도 모르지만 2주 안에 모든 게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블랴조프는 2005~2009년 카자흐스탄 최대 은행인 투란알렘은행(BTA) 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야권 정당인 ‘카자흐스탄 민주 선택당(QDT)’를 공동 창당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다 프랑스로 망명했다. 현재 난민 지위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액화석유가스(LPG) 가격 폭등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카자흐스탄 민중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면서 5일 정부는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연료 가격 상한선을 6개월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시위를 끝내지 못했다. 국민들의 불만은 고질적인 부패와 빈부격차 등의 다른 정치적 문제로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RIA 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반정부 시위로 도시 알마티에서 보안군 18명이 숨졌고 경찰이 ‘무장 범죄자’로 묘사한 시위대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7일 오전 기준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번 폭력 사태로 3000명 이상이 당국에 의해 구금됐고 74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시위대 진압 요청으로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CSTO는 “군대가 평화유지군이며 주 및 군사 시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RIA 통신은 그들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그 나라에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CSTO에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가입해 있다.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해외 병력은 약 2500명이다. 이에 아블랴조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을 되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카자흐스탄을 기꺼이 돕겠지만, 사실상 이들의 주둔을 ‘점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의 장악 후 반러시아 정서가 고조된 우크라이나 사례를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이 더 많이 개입할수록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이 적국인 우크라이나처럼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항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 미국, 영국, 프랑스는 모든 쪽에 폭력 자제를 요청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군의 배치를 자세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인권침해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모양새를 보이자 국제유가도 요동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1달러(2.07%) 상승한 배럴당 79.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7일 토카예프 대통령은 아코르다 관저에서 대통령 행정부, 안보리, 법집행기관 지도부와의 오전 회의에서 “테러 대응 작전을 시작했다”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헌법적 질서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격 단체들을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치안 작전을 계속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CSTO이 파견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윤연정 기자
  • [안녕? 자연] 녹으면 지구 재앙…남극 ‘종말의 날 빙하’ 조사 시작

    [안녕? 자연] 녹으면 지구 재앙…남극 ‘종말의 날 빙하’ 조사 시작

    녹으면 지구에 재앙적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남극의 초대형 빙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32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이날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 조사를 위해 연구선을 타고 2개월 이상의 임무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조금 작은 19만1659㎢ 크기로 현재도 매년 약 500억t의 얼음을 바다로 유입시키며 해수면 상승의 4%를 유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빙하가 붕괴해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을 60㎝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이츠 빙하는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구 종말의 날 빙하’로 불리기도 한다.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의 녹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웨이츠 빙하를 추적, 감시하는 단체인 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ITGC)은 지난달 스웨이츠 빙하의 동쪽 빙붕이 금 간 자동차 앞 유리와 같은 상태로 5년 내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산산조각 나면서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ITGC 미국 측 간사인 데드 스캄보스 박사는 "스웨이츠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을 약 6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지만 주변 빙하까지 더해지면 그 높이가 3m까지 올라간다"면서 "이 경우 바다와 접한 세계 주요 대도시의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섬나라 등 해수면이 낮은 국가들은 나라 전체가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보도에 따르면 국제공동연구팀은 미국의 연구선을 타고 6일 현지로 향해 직접 스웨이츠 빙하를 조사할 예정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해양학자 안나 윌린은 "스웨이츠 빙하는 매우 외딴 지역에 있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예측이 더욱 어렵다"면서 "2개월 간의 조사 동안 수온, 해수면, 얼음 두께 등을 직접 측정하고 빙하의 구조와 균열 상태 등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자체 “반려동물과 오세요”… 테마파크 짓고 간식 개발

    지자체 “반려동물과 오세요”… 테마파크 짓고 간식 개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아담한 반려동물 놀이터나 만들던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간식을 개발하고 반려인 유치에 나서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반려동물 가공식품 생산기업과 손을 잡고 ‘충주사과 넣어 만든 고구마 트릿’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충주 대표 특산물인 사과와 고구마를 이용해 맛과 향을 살린 반려동물 영양간식이다. 최근 열린 ‘부산 반려동물 박람회’에 참가해 펫푸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격은 150g에 1만 8000원이다. 시 관계자는 “수입농산물을 사용한 간식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사과와 고구마, 브로콜리가 함께 들어가 영양이 풍부한 프리미엄 간식”이라며 “지역홍보와 충주 농산물 소비 촉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오산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16일 수도권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120억원을 들여 하수종말처리장 상부 1만 973㎡를 개조한 테마파크는 동물놀이터를 비롯해 애견미용실, 펫호텔, 애견수영장, 애견동반카페 등 반려견과 반려인들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꾸며졌다. 오산시는 지역민은 물론 용인, 평택 등 오산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지역 반려인들을 유치해 파크 내에 위치한 펫호텔 등 각종 상업시설들을 이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펫미용 창업프로그램 등도 운영해 일자리창출 효과도 노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성남, 파주의 반려인들도 찾고 있다”며 “동물놀이터만 연간 4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에 지역의 명운을 건 지자체도 있다. 전북 임실군은 세계명견 테마랜드, 국민여가 캠핑장, 반려동물 지원센터, 반려동물 산업농공단지, 공공 장묘시설 등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클러스터를 만들어 관광과 산업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춘천시는 반려동물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의료체계 구축 등 2024년까지 6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반려동물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달 반려동물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7년에는 6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등은 반려동물 전담부서까지 두고 있다.
  • [시론] 파편사회/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파편사회/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21세기 사회는 여러 갈래로 조각조각 나뉘고 있다.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는 징후는 사회체계 자체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사회체계 내부의 불일치나 부조화의 증가가 바로 그 징후들이다. 기술 변동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 즉 ‘초연결사회’가 등장했다. 2010년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신체 장기처럼 그 기능을 활용하게 됐고, 그 결과 실시간으로 지구상의 모든 정보와 연결하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정보가 폭증했고, 상충되는 정보가 늘어나면서 대중이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을 수용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됐으며, 이는 정보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 나타났다. 민주주의가 ‘포스트 트루스’에 의해 도전받기 시작했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합리성보다 개인의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한편 미국 패권의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중국의 도전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 세계화의 종말’ 시기가 도래했다는 성급한 분석도 있지만, 2020년 마스크 대란, 2021년 요소수 품귀에서 보듯이 ‘경제적 세계화’에 균열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사회체계의 파편화는 사회를 구획하고 위계화해 결국에는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균열선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하위집단들이 존재하게 됐다. 이 균열은 복합적 양상을 띠게 되면서 ‘MZ세대 남성’, ‘이민족 외국인 여성’ 등으로 더욱 세분되고, 다중적인 정체성을 가진 하위집단들이 출현했다.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쇠퇴했고, 유튜브 등 각종 SNS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 SNS에서 제1차적으로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소규모 네트워크에서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집단지성’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허위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확신하게 만들어 ‘집단 극단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후자의 효과가 강한 경우 하위집단 간 갈등과 대립은 과거보다 거칠고 과격한 양상을 보인다. 개인이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간접 접촉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뭉치는 성향 자체가 그 전보다 크게 약해졌으므로 사회집단 구성원들 간의 대면 접촉은 오히려 그 전에 비해 줄었다. 이러한 경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강화됐다.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집단을 묶어 왔던 연대의 끈이 느슨해지거나 아예 끊어졌다. 사회집단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해 왔던 가족 형태는 이제 1인가구의 급증으로 나아가고 있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동료들을 못 만나고, 대학생은 집에서 원격 강의를 들으며 과제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초연결사회에서는 비대면으로 상대의 안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면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었다. 정서적 교류라는 측면에서 ‘온라인 접촉’은 ‘대면 접촉’이 주는 효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사회변동은 사회집단의 속박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을 낳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사회변동이 낳은 경제 불안과 사회적 위기 속에서 오로지 자기 혼자 힘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개인을 단위로 하는 정치·경제·고용·교육 등 주요 사회제도의 발달은 중심축을 집단에서 개인으로 바꿔 놓았다. ‘사회의 파편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체계의 급진적 전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수다. 한국 사회의 지속 발전을 위한다면 차기 정부 사회통합 정책의 기조는 ‘파편사회의 극복’이어야 한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김치 불법 유통’ 종말이푸드 “심려 끼쳐 죄송…곽진영 대표와는 무관”

    ‘김치 불법 유통’ 종말이푸드 “심려 끼쳐 죄송…곽진영 대표와는 무관”

    배우 곽진영이 운영하는 식품업체 ‘종말이푸드’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데에 대해 사과했다. ‘종말이푸드’ 측 관계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재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들에게 배추김치를 유통했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그는 “공장운영 책임자의 실수 탓에 벌어진 일이었고 해당 담당자가 처벌을 받았다”면서 “곽진영 대표와는 상관없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회사측은 현재 재인증 심사를 다시 받고 있다. 앞서 전남 여수시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탤런트 출신 배우 곽진영이 운영하는 ‘종말이푸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2년 해썹 인증을 받았지만, 법령상 기준 미달로 2019년 인증이 취소된 이후에도 올해 수개월 간 배추김치를 불법 유통한 혐의다. 김치류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 의무화 품목으로, 인증 기간은 3년이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2년 HACCP 인증을 받았지만, 법령상 기준 미달로 인증이 취소된 이후에도 김치류를 수개월간 불법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썹은 식품이 원재료의 생산 단계에서 제조, 가공, 보존, 유통 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기준이다. 여수시는 지난 10월 광주식품의약품안전청의 통보를 받고 이 업체에 과태료 240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는 과태료를 모두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곽진영은 1991년 MBC 공채 20기 탤런트로 데뷔한 뒤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종말이 역을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부터 고향인 여수에서 김치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지구를 보다] 하늘서 본 말레이 대홍수, 기후변화 탓만이 아니었다…4000억원대 토목공사

    [지구를 보다] 하늘서 본 말레이 대홍수, 기후변화 탓만이 아니었다…4000억원대 토목공사

    사망자 46명으로 증가, 5명 실종말레이시아 홍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CNA는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46명으로 늘었다고 말레이시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5일 현재까지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46명, 실종자는 5명으로 집계됐다. 22일 27명이었던 사망자가 3일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아크릴 사니 압둘라 사니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신 수십 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빨리 발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7일부터 사흘 넘게 계속된 폭우로 8개주가 쑥대밭이 됐다.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고 차량과 가옥이 파손돼 엄청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68개 도로가 폐쇄됐으며, 이재민 5만4532명이 7개주 300여개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현지 고위 관계자는 “쿠알라룸푸르의 1년 평균 강우량이 2400㎜인데 지난 18일 한 달 평균치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폭우로 기상 예측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BBC뉴스는 쿠알라룸푸르 도심 수위가 1971년 대홍수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도 물이 건물 3층 높이까지 차올랐다고 덧붙였다. 피해는 특히 쿠알라룸푸르 인근 슬랑오르주와 중부 파항주에 집중됐다. 사망자도 대부분 슬랑오르주에서 나왔다. 사망자 중 25명은 슬랑오르, 19명은 파항주에서 발생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매년 5∼9월 남서부 몬순(계절풍)과 10∼3월 북동부 몬순 시기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다. 올해처럼 서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례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그러나 피해를 키운 건 이례적 폭우뿐만이 아니었다. 바리타 하리안에 따르면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홍수 피해의 배경에 ‘이스트 클랑 밸리 고속도로’(EKVE) 사업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EKVE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해소를 목표로 건설이 추진됐다. 2025년 개통을 목표로 2015년 24.1㎞에 이르는 첫 구간 공사가 시작됐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하루 14만 명의 운전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15억 5000만 링깃, 한화 약 4400억 원을 퍼부은 공사는 그러나 주요 식수원 파괴 논란과 함께 삐걱거렸다. 심지어 쿠알라룸푸르에서 카락을 잇는 2구간은 산림보호구역을 가로지르는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야콥 총리는 고속도로 공사로 배수로가 막히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슬랑오르주를 흐르는 랑갓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훌루 랑갓 지역이 진흙탕이 됐는데, 공사로 배수로가 막힌 것이 그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정부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개탄스러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며칠 전에도 정부 측 늑장 대응과 허술한 대피 경고로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야콥 총리는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사과를 전한 바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는 오는 30일부터 또다시 폭우가 내릴 전망이다. 현지 기상 당국은 31일 오전 홍수가 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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