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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BBC 예산삭감 논란

    영국 정부가 공영방송인 BBC에 대해 주요 재원인 TV수신료 전용을 통한 예산 삭감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드 카터 기술장관은 ‘디지털 영국’ 보고서를 통해 현재 36억파운드(약 7조 4000억원)에 달하는 BBC의 예산을 대폭 깎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수신료 중 1억파운드를 ITV에 지역 뉴스 제작용으로, 3000만파운드는 TV와 인터넷용 다큐멘터리 제작에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채널4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정부 내에서도 논쟁거리다. 영국 방송계 재편성, 브로드밴드 서비스와 인터넷 저작권 문제의 미래 등을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16일 내각에 보고된 이후 주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BBC 관리감독 기구인 BBC트러스트의 마이클 라이온 회장은 “사람들은 BBC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쓰일 것이라고 믿고 수신료를 내는 것”이라면서 “BBC와 상관 없는 곳에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BBC는 예산 삭감으로 인한 재정난뿐만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수신료 계약을 현행 6년에서 1년 단위로 할 경우 정치적 간섭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BBC 종말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정부측은 예산 삭감을 통해 남은 수신료는 디지털 TV 전환 사업 등에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당은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다. 존 휘팅데일 영국 의회 문화미디어체육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돈을 BBC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가 점차 어려울 것”이라며 BBC의 고액 연봉 등을 꼬집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국 두바이’ 꿈꾸던 해남 블랑코비치 가보니

    ‘한국 두바이’ 꿈꾸던 해남 블랑코비치 가보니

    지난 12일 따가운 초여름 햇살이 내리쬔 전남 해남군 ‘블랑코비치’ 해수욕장. 화원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 해수욕장은 스페인어 블랑코의 ‘하얗다’는 뜻과 거리가 멀었다. 바닥은 거무튀튀한 뻘만 드러낸 채 모래의 흔적만 남았고, 길이 800m, 높이 1.8m의 수중보에는 푸르스름한 빛을 띤 바닷물만 가득했다. 곳곳에 나뭇가지와 돌멩이가 나뒹굴고 진입로 야자수마저 잎이 빨갛게 말랐다. 주민 김모(60)씨는 “수십억원이 투입된 인공해수욕장이 개장 1년 만에 폐허나 다름없이 변해버렸다.”고 걱정했다. 14일 전남 해남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 개장한 전남 해남군의 인공해수욕장 ‘블랑코비치’가 폐허로 전락해 당초 ‘한국의 두바이’로 선보이겠다던 야심찬 계획이 빛을 바래고 있다. ●수중보가 해류 막아 녹조현상 키워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는 수중보를 쌓아 조석 간만의 차를 극복한 국내 최초의 인공해수욕장인 블랑코비치 해수욕장에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나 정식 개장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됐던 정식개장은 최소 2~3년 미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조기 폐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블랑코비치 해수욕장은 관광공사가 화원관광단지 착공 14년 만에 내놓은 첫 성과물이다. 관광공사가 해남군 화원면 하봉리 일대 해안가에 인공해수욕장을 착공한 것은 지난 2007년 초. 24시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중보를 설치하고,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1㎞ 길이 해안가에는 13만㎥의 가는 모래를 깔았다. 모두 83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에만 무려 40여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지난해 ‘한국의 두바이’라 부르던 때와는 대조적이다. 가는 모래를 부어 조성한 인공 모래사장은 바람과 파도에 유실됐고, 해수 유통이 원활치 않아 수중보 안의 바닷물은 녹조현상을 빚고 있다. 이곳을 다녀온 이모(29·광주 서구 치평동)씨는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불편했다.”며 “왜 서둘러 개장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해남군 관계자도 “관광공사가 당시 서남해안 개발계획인 J프로젝트 등과 연계해 민자유치를 앞당기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수욕장 시범 개장이 투자유치를 위한 미끼였다는 지적이다. ●최대 인공해수욕장 올 개장 포기 해수욕장이 자리잡은 화원관광단지는 관광공사가 2011년까지 1조 8000억원의 민자 유치를 통해 508만 4000㎡ 부지에 골프 리조텔, 마리나, 해수욕장, 호텔, 펜션 등 각종 레저 시설을 짓기로 한 곳이다. 골프장 등 일부 시설은 최근 개장했다. 관광공사측은 해수욕장 시범개장 결과, 하수처리 용량과 편의시설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관광공사와 해남군은 “샤워장과 하수종말처리장 등을 완벽하게 갖춘 뒤 정식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루 이용객이 1만명에 이를 때도 샤워실과 화장실은 불과 수백명이 이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해남군은 해수욕장 개장이 미뤄짐에 따라 이곳을 자연발생 유원지로 운영할 것을 관광공사측과 합의한 상태다. 일각에선 이곳이 애초부터 해수욕장 부지로 적합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진호 목포대 해양자원학과 교수는 “이곳은 ‘파랑작용’보다 ‘조석작용’이 우세해 해수욕장으로 개발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꼬집었다. 조석작용이 우세하면 해안 수중보 인근에서 밀물과 썰물의 유속 차이가 커져 해안쪽 모래가 먼바다로 휩쓸려 나간다는 것이다. 사라진 만큼의 모래가 다른 곳에서 유입돼야 하지만 뻘밭이라서 그런 작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모래선택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근 하봉리 이장 이병길(52)씨는 “해수욕장 인근을 지날 때 가벼운 모래가 바람에 날려 육지로 흩어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해안쪽 모래는 이미 뻘과 뒤섞여 사람이 지나가면 발목이 빠질 정도다. ●민자유치 당기려 시설 못 갖춘채 문열어 전문가들은 모래를 깔려면 바다 먼 곳으로부터 자갈·굵은모래·가는모래 순으로 배치해야 물빠짐도 좋고 조석 차이로 휩쓸려 나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서남지사 김광식 과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며 “개장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완벽한 준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해남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안첼로티-카카 시대’ 종말, AC밀란 미래는?

    ‘안첼로티-카카 시대’ 종말, AC밀란 미래는?

    ‘수퍼스타’ 영입에 바쁜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왕자’ 카카를 잃은 AC밀란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AC밀란의 영광을 이끌어 온 카를로 안첼로티가 잉글랜드 첼시로 떠난데 이어 최근에는 파올리 말디니 처럼 영원한 ‘밀란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히카르두 카카가 6,500만 유로(약 1,100억원)에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저지를 선택했다. 2007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인 두 명을 동시에 잃은 밀란의 타격은 생각 이상으로 큰 상태다. 안첼로티가 떠난 지 하루 만에 팀의 레전드인 레오나르두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으나, 말디니의 은퇴와 맞물린 밀란의 2009년은 그저 암울하기만 할 뿐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겠지만, 안첼로티의 첼시행은 카카가 밀란을 떠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안첼로티의 애제자인 안드레아 피를로와 알렉산더 파투 그리고 클라렌세 세도르프에게도 비슷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첼시에 뿌리를 내린 안첼로티의 여름 영입리스트에는 밀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강력히 연결되고 있는 선수는 ‘사령관’ 피를로다. 밀란 전술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그는 안첼로티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해 첼시의 영입대상 1순위로 떠오른 상태다. 피를로의 이적료는 2,500만 유로(440억원)로 추정되고 있으며, 밀란은 그의 이적료를 통해 피오렌티나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인 펠리페 멜루를 영입할 계획이다. 밀란의 터줏대감인 세도르프와 ‘소년가장’ 파투 역시 안첼로티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선수는 첼시 이적설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도르프는 “안첼로티가 나를 원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내년에도 밀란을 위해서 뛸 것”이라며 팀에 충성심을 나타냈다. 반면 20살 ‘축구신동’ 파투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 인생을 결정짓기 전에 안첼로티 감독과 만나 의논할 생각이다. 그는 나를 이탈리아 축구계로 이끈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 끝난 뒤 내 거취를 결정 하겠다.”며 안첼로티의 의사에 따라 이적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 밖에 피를로, 세도르프와 함께 밀란의 중원 3총사로 활약해 온 젠나로 가투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사실상 안첼로티, 카카와 함께 밀란의 전성기를 이끌어 온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안첼로티와 카카 시대의 종말은 밀란의 새 시대를 열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밀란은 너무도 오랜 시간 노장 선수 위주로 팀을 운영해 왔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30대로 구성돼 한 시즌을 운영하는데 늘 애를 먹어왔다.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전반적인 팀 리빌딩 작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일단, 밀란은 카카의 이적으로 인해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적이 예상되는 피를로, 파투 등의 이적료까지 보탠다면, 신임 레오나르두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새로운 밀란을 탄생시킬 수 있다. 현재 레오나르두가 영입을 원하고 있는 선수는, 아스날의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와 첼시의 마이클 에시엔 그리고 볼프스부르크의 장신 공격수 에딘 제코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에시엔의 경우, 첼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적이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피를로와 파투 카드가 제시될 경우 양 구단 간의 트레이드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과연 늘 변화를 두려워했던 밀란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2009년 여름 로쏘네리(밀란의 애칭)의 달라질 모습을 기대해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www.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6월 대구는 뮤지컬에 빠진다

    6월 대구는 뮤지컬에 빠진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로고)이 1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오페라하우스 등 대구지역 10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2일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 따르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24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별도로 50여팀이 참가하는 ‘딤프(DIMF) 프린지페스티벌’과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등 행사도 함께 펼쳐진다. 개막작으로는 호주 멜버른을 배경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메트로 스트리트’가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폐막작으로는 러시아 뮤지컬 ‘가련한 리자’가 올려진다. 농부의 딸과 귀족 청년간 사랑과 배신, 비극적 종말을 다룬 작품으로 러시아 연방 민중예술가로 불리는 마르크 로조프스키가 연출했다. 국내 공식 초청작으로는 온라인 게임을 뮤지컬화한 첫 게임뮤지컬 ‘그랜드 체이스-카니발의 전설’과 대구 고모역을 배경으로 한 악극 형식의 뮤지컬, 정준하·김원준 등이 출연하는 ‘라디오 스타’가 확정됐다. 또 재즈뮤지컬인 2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소울메이트’, 영화와 뮤지컬을 혼용한 ‘미스터 조’ 등 6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창작지원 뮤지컬로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탱고’를 비롯해 ‘스페셜 레터’, ‘사랑을 훔치세요’ 등 5개 작품이 공연되며 자유참가작으로 신성우·유준상 등이 나오는 ‘삼총사’와 어린이 뮤지컬 ‘무지개 물고기’가 관객들을 찾는다. 대학생들의 뮤지컬 경연장인 ‘제3회 딤프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도 함께 열린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그리스도는 결코 웃지 않으셨네.” 움베르토 에코를 스타로 만든 ‘장미의 이름’의 한 구절. 결국 모든 살인사건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이른바 ‘희극론’. 호르헤 노수사(修士)는 이 책의 열람·유출을 막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마침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된 순간, 이를 먹어치우기까지 한다. 섬뜩한 광기. 명탐정 윌리엄 수도사도 이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묻는다. “왜 하필 이 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오?” 호르헤의 답변은 묵시적이다. “철학자의 말은 세상을 전복시켰지만, 신의 형상까지를 뒤바꾸지는 못했네. 그러나 이 책이 공개된다면, 우리는 마지막 선을 넘게 되네.” 대체 무슨 말인가. ‘희극론’과 독신(瀆神)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리무중의 윌리엄은 되묻는다. “웃음에 대해 말하는 게 뭐 그리 겁나오? 이 책을 없앤다고 웃음이 없어지겠소?” 호르헤의 대답은 무겁고 냉혹하다. “웃음은 잠시 미천한 자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지. 그러나 율법은 공포, 정확히 말해 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이 책은 악마적인 불똥을 튀겨 세상을 태울 것이고, 웃음은 공포를 없애는, 프로메테우스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로 간주되겠지.” “하지만 진중하신 교부들의 생각은 달랐네. 웃음이 천박한 자들의 낙()이라면, 이 방자함은 엄격한 규율에 의해 질책당하고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미천한 평민들은 웃음을 제어할 수 없네. 오히려 웃음을 목자(牧者)의 진지함에 대항하는 도구로 만들 뿐이지. 배와 엉덩이와 먹을 것과 더러운 욕망으로부터 그들을 이끌어내어 영생으로 인도하는 영적 목자들을 말일세.” 이글거리는 호르헤. 그가 볼 때, 세상은 엄숙해야 했다. 고행과 참회와 눈물로 가득해야 하기에. 하지만 웃음은 이를 전복시킨다. 인간을 타락한 쾌락과 천박한 유혹에 물들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을 이 찰나적인 육체적 현세에 못박기 때문이다. 그가 신의 도구를 자처하며, 그토록 ‘희극론’의 유포를 막으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녕 에코의 창작력은 출중하다. ‘희극론’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를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코가 돋보이는 것은 단연 ‘웃음’ 때문이다. 그는 소설 전체를 짓누르는 종말론과 엄숙주의를 통해, 거꾸로 웃음의 가치를 각인시킨다. “웃음이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지적 전통은 어떠했는가. 호르헤가 토해내듯,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죄인인 우리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독단이 아니었던가. 곧 웃음을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의 방종”이며 “허약함, 타락, 육신의 어리석음”의 증표로 못박음으로써 ‘웃음=무식=쾌락=육체=죄’의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 서양의 식자층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민중문화의 소멸되지 않는 웃음을 입증한 미하일 바흐친에 따르면 “오직 도그마적이며 권위적인 문화만이 일방적인 진지함을 갖는다. 강압은 웃음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진지함은 탈출구 없는 상황을 쌓아가지만, 웃음은 그러한 상황 위로 올라서서 그 상황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웃음은 인간을 구속하지 않는다. 웃음은 인간을 해방시킨다.” 참으로 바흐친이 강조하듯, 분노는 일방적이고 보복적이며 분열을 초래한다. 반면에 웃음은 차단기를 들어올리고 길을 트며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음의 광장을 확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독단적인 진지함을 통해 국민을 분노의 외길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갖가지 엄숙한 명분과 법률을 통해 비판하는 자들을 재갈물리려는 사회. 급기야 전직 대통령마저 스스로 소멸케 만드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호르헤의 저 새까만 광기 앞에서, 대체 누가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서울광장] 2009년 5월, 되새겨보는 ‘배려’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2009년 5월, 되새겨보는 ‘배려’ /함혜리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자각하게 하기 때문에 모든 죽음은 슬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극이라는 거창한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2009년 5월, 우리가 처한 역사적 불행을 되짚어 보는 가운데 떠오른 단어는 ‘배려’였다. 불가에서는 불이(不二)의 개념을 중시한다. 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니며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이상 나와 남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나와 남을 구분한다. 네편, 내편을 가르면서 재물과 권력을 탐하고 자기 이익을 꾀한다. 역사적인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수도 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고 당쟁과 사화,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는 자기 방어 본능이 너무 강해졌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라는 역지사지의 금언도 잊은 지 오래다. 잠재의식 속에는 상대방을 짓밟고 무너뜨려야 내가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함께 설 때에 더 힘이 생기고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배신도 너무 쉽게 하고, 독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 사소한 행동과 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작가 한상복씨가 쓴 기업소설 ‘배려’에 ‘사스퍼거’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남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장애를 일컫는 아스퍼거 신드롬과 소시얼을 접목시킨 것이다. 사스퍼거, 즉 사회적 아스퍼거는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무자비하며 이기적인 범주를 넘어 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다. 남의 약점을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남이 어떤 어려움과 고통을 겪든 알 바 아니다. 배려할 줄을 모르는 사스퍼거들이 많은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바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의 막바지에서 일어난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한다. 수사의 본질과 상관없는 곁가지 혐의로 전직 대통령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서 압박하는 수사방식이 정도를 지나치게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누구는 검찰의 수사내용 흘리기를 그대로 옮겨적으며 망신주기에 앞장선 언론도 공범이라고 한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이 틀렸다고 결코 말하지 않겠다. 검찰이 수사를 할 때나, 기사를 쓸 때 노 전대통령이 받았을 모욕감과 상처를 그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배려의 부족이 낳은 비극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 한 줄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낳는 이유다. 고인은 갈등과 분열 대신에 화해하고 용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죽음은 한 삶의 종말이지만 남은 자에게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도 갖는다. 갈등은 봉합해야 한다. 그 출발이 배려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빈 자리/김성호 논설위원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언제부턴가 흔하게 마주치는 문구. 청결·양심을 부추기는 단문의 설득이 통쾌하다. 도덕과 절제가 숨은 목적일 터. 뒤 이을 사람, 즉 남은 자들에 대한 배려가 압권이 아닐까. 아름다움의 강요를 심어놓은 채…. ‘빈 자리’. 누군가가 머물다 남겨 놓은 자리는 살아남은 자가 챙겨야 할 몫이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부재의 공간을 채워 다른 공간으로 바꿔야 할, 살아남은 자들은 더욱 슬퍼야만 한다. 상실의 허무보다 현실의 무게이다. 내가 떠난 뒤 빈 공간을 채울 이들도 생각해야 하고. ‘서거(逝去)’. 생의 종말을 겨눈 말 중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빈 자리의 주인공을 향한 최상의 높임. 30년 만에 맞닥뜨린 최상칭의 죽음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리의 서거는 왜 이렇게 번번이 급작스러운 충격을 동반해야 하나. 남겨진 빈 자리를 놓고 얼마나 많은 말들과 몸짓들이 또 세상을 뒤덮을까. 아름다운 빈 자리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더 기다려야만 하나. 지금 살아남은 자들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건천 광주천 연중 맑은 물 졸졸

    갈수기엔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인 광주천이 연중 깨끗한 물이 넘쳐나는 하천으로 탈바꿈한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추진한 ‘광주천 유수화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달부터 하류의 물을 끌어와 상류에 방류하기로 했다. 광주천이 2급수 정도의 깨끗한 물 하루 10만t을 추가로 공급받으면서 생태하천으로 거듭난다. 시는 앞서 1997년부터 하루 4만t의 물을 하류에서 끌어와 흘려보내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이 끝나면 모두 14만t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10㎝에 불과한 광주천 상류의 수심은 최대 30㎝까지 깊어지고 수질도 기존 3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될 전망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동구 원지교~서구 영산강 합류지점 16㎞ 구간에 500~1000㎜ 송수관로를 묻었다. 이어 광주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수 처리된 물을 이 관로를 통해 상류로 끌어올린다. 시는 종말처리장에서 고도 정수처리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9 정도의 물을 섬유 여과방식을 통해 2급수 수준인 3 정도로 낮춰 재방류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같은 방식으로 10만t의 물을 추가로 공급할 경우 매년 1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광주천의 수심이 깊어지고, 수질이 개선되면서 하천 생태계가 급속히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책꽂이]

    ●러셀, 북경에 가다(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천지인 펴냄) 20세기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이 1920년부터 1년 동안 베이징대학 철학과 초빙교수를 맡으며 얻은 중국에서의 경험과 철학적인 고민을 담았다.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하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라는 내용. 1만 5000원. ●세계인문지리사전(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지음· 펴냄)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2만여곳의 지명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최근 외래어 표기법 반영. 로마자·한자·원어가 병기돼 있고, 인구·면적·산업·기후 등 지리와 지역의 역사 등 인문적 내용이 담겨있다. 19만 7000원.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이승한 지음, 푸른역사 펴냄) ‘고려무인 이야기’ 등을 통해 고려사를 꾸준히 탐색해온 저자가 1,2차 여·몽연합군의 실패한 일본원정을 통해 몽골과 고려의 관계를 분석했다. 1만 7500원. ●굴러가는 통나무의 아픔과 행복(안호범 글·그림, 이종문화사 펴냄) 서양화가 안호범 미술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원로화가의 글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지면 갤러리. 1만 8000원. ●실러 스트리트의 하숙인 셰익스피어(찰스 니콜 지음, 안기순 옮김, 고즈윈 펴냄) 런던의 뒷골목 모퉁이 집에서 하숙생활을 한 40대의 셰익스피어. 고문서를 통해 작가이자 배우, 극장 운영자로서 평범한 생활인의 모습을 재현. 1만 5800원.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의 재발견(김도균 지음, 추수밭 펴냄)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어느 분야도 전쟁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입증. 순대는 몽골 군대의 전투식량이었고, 인터넷도 군사용이었다. 1만 3000원. ●미네르바의 촛불 (조정환 지음, 갈무리 펴냄) 진보적 관점에서 촛불집회 1주년을 조명했다. ‘촛불은 광기다.’라는 말에는 현존 권력질서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적 힘에 대한 강렬한 인정이 들어 있고, 촛불이야말로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반박한다. 1만 5000원.
  • 우주 미래예측 망원경 쏘아올린다

    우주 미래예측 망원경 쏘아올린다

    우주가 어디까지 팽창해 어떻게 종말을 맞을지 예측할 우주망원경(Space Telescope)이 발사된다. 4일 유럽우주국(ESA) 발표(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14일 프랑스령 기아나(Guiana) 쿠루(Kourou) 우주기지에서 우주의 가장 먼 영역을 탐사해 137억년 전 우주의 탄생과 은하, 행성들의 탄생 과정을 추적할 망원경 두 개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19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딴 ‘플랑크(Planck)’ 우주망원경은 빅뱅으로 발생한 태곳적 광선의 흔적을 추적·분석해 우주가 빅뱅 직후 어떻게 순식간에 급속한 팽창을 하게 됐는지를 밝힌다. 1781년 천왕성을 발견한 독일태생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의 이름을 딴 ‘허셜(Herschel)’ 우주망원경은 별과 은하들이 탄생하는 공간에서 방출되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내뿜는 적외선 광선을 집중 분석해 태양이나 지구와 같은 별들이 어떻게 형성돼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규명한다. 과학자들은 두 망원경이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는 ‘우주의 종말과정’과 ‘인류가 지구에서 살게 된 이유’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최불암 시리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최불암 시리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최불암과 유인촌이 63빌딩 위에서 탁구를 했다.1시간동안 단 1점도 내지 못한 채 ‘살벌한’ 랠리가 계속되던 중,돌풍이 불어 유인촌의 공이 빌딩 밖으로 날아갔다.최불암은 부리나케 공중으로 뛰어 공을 낚아채곤 빌딩 밖으로 떨어졌다.약 30분 후 피투성이가 된 최불암이 힘겹게 올라와서 헐떡이며 하는 말 ‘1대0’  <최불암 시리즈>    ▲’전문가’를 넣은 짧은 글 짓기  덩달이 할머니가 덩달이 아버지 회사로 찾아와 말했다. “저 사람이 전문가?”  ▲’vocabulary’를 이용한 글 짓기  할머니가 밥을 지으려 하는 며느리에게 하는 말 “붜케불노리?”(부엌에 불 놓으리?)  <덩달이 시리즈>     아직도 이 ‘쌍팔년도 휴모아(humor·유머)’를 기억할 사람이 있을까.1990년대 초반 사회를 풍미했던 최불암 시리즈.’아버지’의 대명사였던을 개그 소재로 끌어들여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엄숙주의에 종말을 고한다는 분석도 흥미로웠다.  1994년 한해를 지배했던 ‘덩달이 시리즈’는 말장난 개그의 진수로 다음과 같은 글에서 시작됐다. ‘’덩달아’를 넣어 짧은 글 짓기를 하시오.→어머니가 덩달이를 불렀다. “덩달아~”’  덩달이 시리즈는 1994년 데뷔한 그룹 DJ DOC가 1집 앨범에 같은 이름의 노래를 만들어 넣을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 유머는 시대를 담고  이같은 ‘시리즈 유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진다.최불암 이전에는 ‘식인종 시리즈’가 인격 상실과 현대 문물에 대한 아노미(정신적 혼란)를 담고 있었다.’참새 시리즈’에서는 군부 독재 시절 ‘미약하게나마’ 저항하던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냈다.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가 1985년부터 대학가의 유행어 등을 모아 ‘별곡 시리즈’를 펴내면서 시리즈 유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이 책으로 엮이면서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서 교수는 예전 인터뷰에서 “얘기들을 정리하면서 해마다 관심사가 무엇인가,대표적인 사건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시리즈 유머는 그 시대가 떠안았던 고민을 패러디와 익살로 풀어냈다.대통령들도 조롱 거리가 됐으며 ‘생활고’도 개그의 소재로 쓰였다.    ●덩달이는 “덩달아” 만득이는 “만드가르르”  시리즈 유머는 매년 새로 탄생하고 갱신됐다.1996년에는 만득이가 등장했다.만득이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귀신을 어떻게 하면 따돌릴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다.그 첫 만남은 이렇다.  ▲평소 어둠을 무서워하던 만득이.오밤중에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아니나다를까 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만득아 만득아 만드가르르르르르(가글 소리)…” 만득이 시리즈부터는 텍스트로만 즐기던 것에서 동작과 소리를 함께 취해야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진화했다.앞서 예로 들은 ‘만드가르르르르’는 실제 가글 소리처럼 내야 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덩달이 시리즈는 텍스트를 파괴했고,만득이 시리즈는 영상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직접 실연을 해야 재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후 인터넷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개그에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해져 각종 패러디 사진,UCC 영상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사오정이 나온 고등학교는 ‘뭐라고’  ‘IMF 파도’가 덮친 이듬해인 1998년에는 ‘사오정 시리즈’가 전 국민을 웃게 만들었다.허영만 원작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캐릭터 사오정은 이 시리즈로 주인공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게 된다.사오정은 시종일관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딴소리만 계속하는 캐릭터다.  사오정 시리즈를 두고 사회학적 해석도 다양했다.군중 속의 고독을 표현하며 소통이 단절된 현대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IMF 등 국난을 타개할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 탈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많았다.아울러 경제가 어려운데도 당파 싸움만 계속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사오정 시리즈가 큰 유행을 탔다는 분석도 있었다.물론 이같은 분석을 ‘쓸데없는 말 만들기’라고 점잖게 꾸짖은 뒤 그냥 즐기면 된다는 반론도 꽤 있었다.  다음 몇 편의 시리즈를 읽고 각자 맞는 해석을 하기 바란다.  ▲사오정 1,2,3이 중국집에서 주문을 한다.  사오정1 : 난 짜장(자장), 사오정2 : 그럼 난 짜장, 사오정3 : 나도 짬뽕….  사오정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사오정 종업원 : 알겠습니다.볶음밥 셋요.  ▲사오정이 ‘우정의 무대’에 출연했다.  보여줄 장기가 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사오정 일병 “네,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MC왈,“아니 장기가 뭐냐고요?” (사오정) “네,어젯밤 꿈에 보았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사회자,“이것봐요,지금은 장기자랑 시간이라구.” 그러자 사오정,두팔 벌리고 무대 뒤로 뛰어가며 “어무이∼!”   ●웃으면 신세대, 안 웃으면 구세대   2000년 한반도를 휩쓴 것은 ‘삼행시’였다.  ‘원두막으로 삼행시를 지으면→원: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두:두 쪽 다 빨개,막:막 빨개.’ 이런 식이다.당시 한국인들은 낙타(낙:낙타다,타:타자) 등 거의 모든 단어를 쪼개고 의미를 부여해 삼행시로 만들기 바빴다.  하지만 이때부터 유머를 즐기는 계층이 갈라진다는 얘기가 들린다.같은 얘기를 듣고도 젊은 층과 나이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젊은 층은 신나서 웃고 더 많은 얘기를 생산했으나,기성세대는 웃음 코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유머들이 또다른 대중매체의 소재와 연관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광고 카피,드라마 명대사와 이어지는 얘기들이 등장했다.같은 유머시리즈의 앞선 얘기나 원전이 된 작품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원두막 삼행시는 사오정을 불러들이며 또다른 시리즈로 연결된다.  ▲”사오정이 원두막 삼행시를 듣고는 재밌다며 다른 사람에게 해 준다.원: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숭:숭하게 빨개?,이:이게 아닌디??”   ●그 많던 시리즈 유머 다 어디 갔을까  하지만 2000년도 이후에는 뚜렷한 시리즈가 등장하지 않게 됐다.  삼행시 시리즈를 끝으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시리즈 유머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일부 개그맨들의 유행어 등이 순간순간 인기를 끄는 경우는 있지만,시리즈로서의 ‘연속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됨에 따라 ‘짧은 호흡’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또 예전보다 정보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한 ‘시리즈’를 확산시키기보단 새로운 것들이 발굴되는 경향이 많다는 평도 있다.  이에 대해 개그작가였던 신상훈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시리즈 유머는 사람들끼리 이어지면서 살이 붙는 ‘더하기 식’의 개그였다.”며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서정범(83)씨가 ‘별곡’ 이란 제목으로 유머를 집대성해서 출판한 것이 시리즈 유머를 탄생시킨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인터넷 보편화 이후 개인주의에 기초한 냉소적인 경향을 띄는 댓글들이 많아져 시리즈 유머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삶에 여유가 없어져 전체적으로 유머가 줄어들었다.”며 “친구에게 유머를 전해 듣는 정감있는 문화가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물은 미래다] (5) 블루오션 물 산업

    [물은 미래다] (5) 블루오션 물 산업

    물 산업은 블루오션 가운데서도 ‘골든 블루’라고 불릴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인구는 늘어나는데 마실 물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엔(UN)은 2025년 전 세계 국가의 5분의1이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인 비올리아, 수에즈 등 전문 물기업은 이미 세계를 무대로 물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상수도 사업 등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中정부, 물산업에 1470억달러 투자 물 산업은 크게 ▲수 처리장 등 인프라 구축사업 ▲수 처리 프로세스 설계 및 제조 ▲시설 운영 사업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물 산업이 국가 독과점 체제였고 투자도 많지 않아 처리방식이나 기술 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물 산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라 급속한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물 시장이 형성된 것은 1987년 영국이 물산업을 민영화하고, 프랑스 물기업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나서부터다. 물산업의 시작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이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물산업 투자의 78%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20대 물기업 가운데 중국계 기업이 5개나 들어 있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물산업에 147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등에 따라 물시장은 연간 100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한다. 전문 물기업이 제공하는 상·하수도 서비스 인구는 지난해 현재 7억 4200만명으로 지난 10년간 212% 성장했다. 이 수치는 2015년에 세계 인구의 16%인 11억 6969만명, 2025년에는 19%인 15억 376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물산업은 상수도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운영, 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민간 건설사를 중심으로 정수처리와 해수 담수화사업 등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물산업 규모는 투자비용이 93억 7400만달러(약 15조 8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8위 규모다. ●국내 물기업, 해외경쟁력 갖춰야 코오롱 건설은 2007년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한 뒤 전국 436개 하수·폐수처리장을 관리하고 있고, 분리막 기술과 해수담수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담수화설비로는 세계 1위 기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1년 세계 1위 물기업인 프랑스 비올리아와 삼성비올리아인천환경을 설립해 송도 하수종말처리시설에 뛰어들었다. 비올리아, 수에즈 등 외국 기업들도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물기업이 국내보다 해외 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물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우리나라 물기업의 해외 사업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에너지와 전력 사업처럼 정부가 앞장서고 관련 기업과 협회, 공기업 등이 해외진출을 위한 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수자원공사 경제정책연구소 김상열 차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수처리 기술은 아직 선진국의 80~90% 수준”이라면서 “세계 물시장에서 국내 물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대형 물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파주 수처리 공장 르포 반도체·LCD용 초순수 하루 9만t 생산… 세계최대 시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전자산업단지에는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술 외에도 또 다른 세계 최고급 기술이 있다. 바로 제품 공정에 사용되는 순수한 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첨단 전자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초순수 고도 정수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초순수(DI:De-Ionized Water)란 탁질·유기물은 물론 각종 함유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물을 말한다. 반도체·LCD·PDP 같은 초정밀 제품이나 의료기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기를 씻어낼 때 쓰이는 물이다. 회로에 방해되는 물 속의 산소·질소·메탄 등 기체까지도 제거돼야 한다. 정수된 초순수는 용존산소량(DO)이 0.46ppb(10억분의1), 유기탄소량(TOC)이 2.18ppb를 가리키고 있다. 일반 물이 DO 8(100만분의1), TOC 3~5인 것과 비교하면 초순수가 얼마나 순수한 물인지 가늠할 수 있다. 초순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비싸다. 따라서 반도체산업 등 특정 산업군에서만 사용된다. 반면 막여과 정수는 한 단계 낮은 기술이 적용되고 공정도 간단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초순수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공정에 활용된다. GS건설이 지어 2005년 가동을 시작한 파주 수처리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막여과시설과 세계 최대 규모의 초순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루 생산량이 9만t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GS건설은 설명했다. 막여과시설은 하루 6만 5000t의 물을 생산하고, 초순수는 시간당 3800t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장은 지상 6층, 지하 4층 규모로 24시간 운영된다. 전자동 설비여서 시설 운영에 투입되는 인원은 10명 안팎이다. 일반적인 정수처리장은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정수를 하지만, 이곳은 정수과정에서 눈으로 직접 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24시간 수질이 관리되고 있다. GS건설 환경설비공사현장 이원균 과장은 “막여과기술로 연간 12억원의 경비절감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정수처리 기법이 막여과 기술로 세대교체가 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수처리 기법은 모래 여과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넓은 부지면적이 필요하지만 막여과 기술은 비용과 장치설비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정수의 품질도 들쭉날쭉하지 않고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다. GS건설 파주산업단지 환경설비공사 최창용 소장은 “향후에 22만t 생산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라면서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도 관심을 갖고 찾아올 만큼 세계적인 규모”라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세계로 뻗는 한국 기술력 적도기니 첫 상수도 건설 등 12개국서 댐 건설·水電사업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수도 말라보에서 약 350㎞ 떨어진 몽고모시 주민들에게 한국은 고마운 존재다. 적도기니 최초의 상수도 시설의 시공과 운영관리를 한국기업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06년 12월부터 약 3년에 걸쳐 정수장(3400t/일), 취수펌프장, 배수지, 송수관로(25㎞)를 건설해 주고 운영관리와 현지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을 하고 있다.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적도기니는 인구 약 62만명의 초미니 국가이지만 10년전 유전 개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600달러(2007년 기준)인 부자국가다. 경제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상·하수도 사업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수공 해외사업처 이복영 차장은 “몽고모시 상수도 사업의 성공으로 한국의 운영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인근 에베비엔시와 에비나용시의 상하수도 시공감리를 추가로 수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공은 1994년 중국 산시성 분하강 유역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13개 나라에서 해외사업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었다. 현재 인도, 이라크, 방글라데시, 몽골 등 12개 국가에서 14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 KP강 개발 사업은 3252만달러짜리 공사로 댐, 수로 등 시설 개량과 신규건설의 설계와 감리 사업이다. 수공은 여기서 200kw짜리 소수력 발전소 2개를 건설하고 관개수로 7㎞ 정비사업도 벌이고 있다. 인도 북동부 나갈랜드 지역에서는 24㎿짜리 수력 발전소 운영·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조만간 의미 있는 사업이 진행된다. 수공이 3억 3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 수공이 직접 투자를 하는 첫 사업이다. 시공은 국내 건설사가 맡고, 수공은 감리와 완공 후 30년간 운영 관리권을 갖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씨줄날줄] 슈퍼지구/진경호 논설위원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항성 ‘글리제581’이 한바탕 지구촌을 흥분시킨 적이 있다. 2년 전이다. 스위스 연구팀이 이 별 주변에서 지구를 빼닮은 행성 ‘글리제581c’를 발견한 것이다. 암석으로 이뤄졌고, 평균온도가 0~40도이고, 물도 존재할 것으로 관측됐다. 학자들은 ‘슈퍼지구’라는 이름을 붙였고, USA투데이는 그해 ‘7대 과학 톱 뉴스’의 하나로 선정했다. 영국판 싸이월드 ‘베보’의 성질 급한 네티즌들은 그 별을 향해 전파망원경으로 메시지를 날려 보내기도 했다. 고등생명체가 산다면 2049년에는 답신을 받아 볼 수 있다며. 흥분하기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개미’와 ‘뇌’ 같은 작품을 통해 풍부한 과학지식과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던 그는 인류가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를 향해, 30여세대에 걸쳐, 1000년 동안 여행하는, 말 그대로 공상적인 SF소설 ‘빠삐용’을 글리제581c 발견 석달 뒤 내놓았다. 성경의 종말론을 끌어댄 듯 인간 14만 4000명(요한계시록 7장 4절)과 갖은 동식물을 빠삐용이라는 초대형 우주선, 즉 노아의 방주에 실어담았다. 이에 질세라 할리우드는 최근 니컬러스 케이지를 앞세운 종말영화 ‘노잉’을 찍어냈다. 태양의 흑점 폭발로 온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외계인이 우주선에 태워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외계인에 천사의 날개가 어른대는 등 역시 성경의 휴거 개념을 따왔다. 지구종말을 다뤘다지만 두 작품은 앞서의 것들과 한가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아마겟돈이나 딥임팩트, 인디펜던스데이 등은 영웅을 내세우고, 그의 희생 덕분에 인류가 계속 이 땅에 발 붙이고 산다는 설정이다. 한데 빠삐용과 노잉은 지구의 멸망과 인류의 탈출을 그렸다. 영웅은 없다. 엊그제 슈퍼지구로부터 새로 날아든 소식에 지구촌이 다시 한번 와글거렸다. 또 다른 행성 ‘글리제581d’와 ‘글리제581e’에서 암석과 물의 징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소식이 늘수록 슈퍼지구를 찾는 전세계 어스헌터(지구사냥꾼)들의 눈길, 손길이 바빠질 듯하다. 베르베르는 빠삐용에서 “고통을 모르면 사람은 죽는다.”고 했다. 인류에게 지구온난화는 재앙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하원의원 스티븐 콜린스의 보좌관이 지하철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언론은 즉각 정치인과 여자 보좌관의 은밀한 관계를 자극적인 문구로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콜린스의 오랜 친구이자 워싱턴 글로브의 기자인 칼 매카프리는 사건의 배후에 거대 방위산업체의 음모가 자리하고 있음을 눈치 챈다. 인터넷 담당 초보기자 델라 프라이와 짝을 이뤄 사건을 파헤치던 매카프리가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가운데, 복잡하게 얽힌 사건은 여러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죄를 드러낸다. 영국 BBC에서 방영된 동명의 미니시리즈를 영화화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주 제작사는 영국에 기반을 둔 ‘워킹 타이틀’이고, 연출을 맡은 케빈 맥도널드 또한 영국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미국식 정치스릴러로 읽히는 것은, 이 영화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밝힌 두 언론인의 이야기인 ‘대통령의 음모’(1976년)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데스크에서의 급박한 진행상황은 따로 말할 것도 없고, ‘워싱턴 글로브’와 ‘칼 매카프리’는 ‘워싱턴 포스트’와 ‘칼 번스타인’에서 따온 게 분명하며, ‘워터게이트’가 영화 내내 언급된다. 매끈한 얼굴과 언변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정치인이 숨겨둔 더러운 비밀은 정치 스릴러의 익숙한 소재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거기에다 다국적기업의 공포를 더한다. 비대해진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주요 수입원으로 육성했던 ‘방위산업’이 ‘국가보안 민영화’라는 미명 하에 역으로 자국을 수익의 대상으로 삼는다. 근래 개봉한 ‘인터내셔널’, ‘더블 스파이’에서 보듯, 대다수 기업은 더 이상 정직과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영위되지 않는다. 사기와 음모와 로비의 향방에 따라 좌우되는 기업의 운명은 자본주의의 한 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한 편의 스릴러로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차지하는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던지는 메시지다. ‘대통령의 음모’가 신문이란 미디어가 역사를 바꾸면서 정점에 올랐던 시기를 다루고, ‘조디악’이 인쇄매체와 아날로그시대가 종말에 이르는 과정을 해부했다면, ‘스테이드 오브 플레이’는 인쇄매체와 인터넷 미디어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꾼다. 삼류 인터넷 미디어가 쓰레기 기사를 양산하고 대중은 그 스캔들에 환장하고 있으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미디어의 미래가 결국 그 곳에서 부활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 인쇄매체의 터줏대감인 칼 매카프리가 인터넷 미디어를 상징하는 후배기자에게 펜으로 엮은 목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이 감동적인 건 그래서다. 그것은, 펜의 힘이 키보드의 진실로 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선배가 자기의 지위와 권력을 넘겨주려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진실과 인간을 추구하는 간절한 노력으로 마침내 언론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은 영화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깃들어 있다. 그룹 CCR는 ‘불빛이 보이는 한, 나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우리의 삶에 불빛을 비추는 것 중 하나가 ‘언론’이다. 정치적인 협잡까지 가세한 작금의 미디어 상황에서 ‘언론’의 건투를 빈다. 원제 ‘State of Play’, 감독 케빈 맥도널드, 30일 개봉. 영화평론가
  • 건조주의보 속 주말 전국 ‘불·불·불’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 속에 주말과 휴일 동안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로 소중한 산림 수십 ㏊가 잿더미로 변했다. 또 강원도 비무장지대에는 4일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시50분쯤 강원 인제군 서화면 가전리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난 산불이 나흘째인 12일 오후까지 꺼지지 않은 채 관측됐다. 이 산불이 수일째 이어진 탓에 비무장지대 산림이 초토화되고 있다. 또 이날 오후 3시쯤 경남 함양군 백암산 8부 능선에서 불이 나 번지고 있다. 이에 앞서 울산시 동구 봉대산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12번째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낮 12시8분쯤 울산시 동구 방어진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봉대산 자락에서 시작해 밤새 소나무와 잡목 등 임야 수천㎡를 태우고 4시간 만에 꺼졌다. 11일 전남 순천시 가곡동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2㏊를 태우고 12일 오전에 진화됐다. 특히 같은 날 전북 남원시 이백면 서곡리 서동마을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35㏊를 태우고 15시간 만인 12일 오전에 진화됐다. 이 불로 2개 마을의 주민 110여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강원지역에는 10일 하루 동안 7건의 산불로 6.83㏊의 산림이 훼손됐다.전국종합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영화리뷰] ‘노잉’

    [영화리뷰] ‘노잉’

    알렉스 프로야스가 2004년 ‘아이, 로봇’의 성공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노잉(Knowing)’은 재난 또는 재앙을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분명하지만 이전까지와는 다른, 기존 공식을 깨는 전복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주인공인 존 코스틀러(니컬러스 케이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을 알고 막아 보려 한다. 하지만 부질 없는 일이다.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초개 같이 목숨을 버리는 영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완벽한 영웅주의에서 살짝 비껴갔다. 보통 인류는 간발의 차이로 멸망의 위기를 피한 뒤 가슴을 쓸어내리며 교훈을 되새기지만 ‘노잉’은 이러한 공식에서도 벗어난다. 왜 인류가 위기에 몰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딱히 설명도 없다. 지난 50년 동안 대형 참사들로 징조(sign)는 계속됐고, 멸망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뿐이다. 종말을 3~4일 앞뒀을 때까지 정작 인류만 그 사실을 몰랐다. 인류의 명맥을 잇게 하는 것도 인류가 아닌 다른 존재의 임무다. 1998년 미미 레더가 연출한 ‘딥 임팩트’처럼 불화가 있던 가족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화해하고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맞는 장면을 곁들이는 등 가족애에 무게를 둔 것은 비슷한 점이다. 기존 공식을 비트는 것은 일단 신선함을 준다. 영화는 대형 항공기가 추락하고, 선로를 이탈한 지하철이 참사를 불러오는 장면을 ‘블록버스터답게’ 그려내며 이야기를 바느질하지만 스크래치가 난 레코드 판에서 바늘이 연속적으로 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언뜻 보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련의 숫자가 담긴 예언서를 얻게 되며 이어지는 초반부는 영화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냄새가 나는 미스터리물로 간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는 ‘데스티네이션’(2000) 느낌으로 징검다리를 삼은 뒤 막바지로 치달으며 휴거, 천사, 아담과 이브, 에덴의 동산, 생명의 나무 등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이미지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나 호주에서 자란 프로야스는 CF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경력을 쌓다가 ‘크로우’(1994)로 할리우드 데뷔를 했던 연출자다.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가 촬영 중 숨지며 더 유명세를 탔던 ‘크로우’에서 그는 디스토피아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비주얼로 주목받았다. 이후 영화 관객들에게 ‘다크시티’(1998)라는 또 하나의 SF 컬트를 선사하며 아우라를 뿜어 냈다. 첫 번째 블록버스터였던 ‘아이, 로봇’까지도 독특한 색깔을 유지했으나 이번 ‘노잉’에서는 그 색깔이 상당히 바랬다. 16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책꽂이]

    ●늑대의 문장(김유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0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표제작 ‘늑대의 문장’은 등단작이기도 하다. 9편의 작품들은 통제 불가능한 재앙을 맞닥뜨린, 혹은 예고된 재앙에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종말론적 분위기를 선명한 이미지와 짧은 호흡의 문장들로 그려냈다. 1만원. ●일본작가들이 본 근대조선(이한정·미즈노 다쓰로 옮김, 소명출판 펴냄) 1891년부터 1941년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작가 13명의 소설과 수필을 모은 번역 작품집이다. 부산, 석굴암, 평양, 금강산, 서울, 개성 등을 무대로 일본인, 한국인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진다. 1만 9000원.
  • 보은군 공공시설 2곳에 태양광발전소

    충북 보은군이 오는 8월까지 4억 7000만원을 들여 속리산하수종말처리장(속리산면 중판리)과 청소년 문화의 집(보은읍 이평리)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다. 이 곳에서 생산할 전력량은 한 달에 각각 3200㎾와 2200㎾다. 두 공공시설 사용 전력량의 30%에 해당한다.
  •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 오는 10월 한국어 버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가 중국 진출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지난 20일부터 3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찾았다. 배우 박은태의 맑고 청량한 음색이 돋보였던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시작부터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중 그랭루아르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박은태가 부른 ‘대성당들의 시대’는 1482년 파리,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대성당 시대의 도래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인한 종말을 노래한 곡이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라는 노랫말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든 콰지모드 프롤로 풰비스 세 남자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 배신을 담아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담아낸 안무와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 듣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 노래가 접목돼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2007년 10월 김해에서 한국어버전으로 초연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회 공연을 진행하며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인기에 힘입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중국으로 날아가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 = NDPK)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시음도 않고 와인 품질 어떻게 알았을까? “데이터 분석해봐 답 나오잖아”

    시음도 않고 와인 품질 어떻게 알았을까? “데이터 분석해봐 답 나오잖아”

    #1. 겨울 강수량이 10㎜ 늘어날수록 와인의 기대가격은 0.00117달러 올라간다. 반면 수확기 강수량과 가격은 반비례한다. 수치분석가(넘버 크런처) 올리 이셴펠터의 와인 품질 계산법은 처음 몇년간 와인비평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시음하지 않고 와인 품질을 말하는 것은 영화감독과 주연의 이름만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다. 그러나 모두가 ‘훌륭한 빈티지’라고 주장한 1986년산 포도주를 ‘끔찍한 것’으로 평결하고, 1989년과 1990년산 보르도와인은 비평가들이 맛도 보기 전에 ‘세기의 와인’으로 꼽은 그의 공식은 결국 맞아떨어졌다. #2. 야구전문작가 빌 제임스는 선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선수의 재능을 판단할 수 있다는 야구전문가들의 견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율이 3할인 타자와 2할 7푼 5리의 타자의 안타수 차이는 2주당 1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루율에 중점을 두고 특히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득점에 대한 타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런 분석 방식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괄목할 성장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8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영향을 미쳤다. 와인평론가의 혀와 코, 스카우트 담당자의 명확한 눈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공식, 이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슈퍼 크런처(Super Cruncher)’다. ●영화흥행·다이어트 성패도 예측 뉴욕타임스 ‘괴짜경제학’의 공동칼럼니스트인 이언 에어즈 예일대 교수는 ‘슈퍼 크런처’(안진환 옮김, 북하우스 펴냄)에서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약하며 미래 예측의 파워 그룹으로 부상한 슈퍼 크런처를 낱낱이 파헤친다. 슈퍼 크런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일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새로운 부류의 수치분석가를 말한다. 아마존닷컴이 ‘다빈치코드’를 구입한 고객에게 ‘성혈과 성배’를 추천하고, 판도라닷컴은 브루스 스프링스턴을 입력하면 이 가수의 노래뿐만 아니라 유사한 음악을 제안한다. 인터넷에서 열어본 기사의 특정한 코드를 읽어 관심기사 목록을 보여 주고, 영화의 감독이나 주연배우의 인지도에 관계없이 시나리오만으로 영화제작자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흥행작을 예측하기도 한다. 국내외 기업에서 각종 마케팅 전략을 주도하고, 공공정책을 실험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나 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에 이르는 슈퍼 크런처의 데이터는 전문가의 경험이나 직관과 맞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진실’이 된다. 저자는 슈퍼 크런처는 일상생활에도 적용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이어트의 경우 각각 성공과 실패 확률이 높은 방법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적정 수준의 감독과 참견을 덧붙여 성공률을 높인다. 임부의 나이와 키, 임신 전 체중이나 대학교육 등의 요소로 정확한 출산일을 예측하는 식이다. ●전문가 경험·직관 넘어서는 분석가들 에어즈 교수는 “슈퍼 크런칭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해서 직관이 종말을 고한다거나 실무경험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조악한 슈퍼 크런칭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슈퍼 크런칭은 직관과 경험이 데이터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한다.”면서 “통계적 능력과 감각적 자질을 동시에 갖추는 사람들이 최고로 대접받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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