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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자연도 사람도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자연도 사람도

    라오스는 보석의 ‘원석’ 같았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매력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특히 남부 지방은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인지 때묻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자태를 뽐냈다. ‘무(無)오염 지대’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한-아세안센터가 주최한 라오스 문화관광 프로모션 워크숍 참석을 겸해 4박5일간 동남아시아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라오스를 체험했다. ●왓푸, 앙코르와트를 탄생시키다 라오스 남부 참파사크주의 팍세까지 한국에서부터 11시간 25분 걸렸다. 직항이 없어 태국 방콕을 경유했고, 폭우로 사바나켓에서 30분을 연착했다. 일행들 사이에서 “와~ 빡세다(힘들다)”, “팍세에 오기 참 빡세다”는 농담 아닌 농담들이 자연스럽게 쏟아졌다.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라오스의 첫인상은 이랬다. 공기는 투명했고, 풍경은 선명했다. 파란 하늘과 이 하늘을 품은 호수, 초록색 수풀이 우거진 산은 ‘지상 낙원’다웠다. 카메라의 LCD 화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다. 유네스코 지정(2001년) 세계문화유산이자 라오스 최대 성지인 왓푸. 팍세에서 자동차로 45분 걸린다. ‘미니 앙코르와트’로도 불리는 왓푸는 12세기경 들어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보다 300년 앞선 9세기경 지어졌다.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힌두교 사원으로 지어졌지만 15세기경에는 불교 사원으로 바뀌어 현재는 두 종교의 문화가 뒤섞여 있다. 석조 건축물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과 시바신 등의 형상은 왕코르와트와 똑같다. 왓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앙코르와트에서 찍었다고 속여도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다. 매년 2월 왓푸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왓푸 사원에서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까지는 직선거리로 2㎞다. 건축물 사이로 대로가 뚫려 있다. 이 고대의 길을 따라 가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닿는다고 한다. 길 양편에는 사람 키 높이의 링가(흰두교에서 다산을 상징하는 남근상)가 잔뜩 늘어 서 있다. 해발 1416m의 푸카오산이 배경으로 더해져 왓푸의 수려한 자태가 완성된다. 푸카오산 기슭에 있는 신전에 올라 메콩강을 바라보면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물론 세계 최대 규모 사원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에 비하면 솔직히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앙코르와트의 모태가 됐다는 점에서 묵직한 의미가 더해진다. 왓푸가 없었으면 앙코르와트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0세기 전후에 오늘날 비행기로 1시간 거리를 두고 똑같은 양식의 건물이 들어섰다는 점도 불가사의한 대목이다. ●가슴 뻥 뚫리는 폭포, ‘풍미작렬’ 라오스 커피 라오스 남부 볼라벤 고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폭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탓판, 탓유앙, 탓참피, 이투 폭포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낙폭이 큰 탓판 폭포가 으뜸으로 꼽힌다. 브이(V)자 모양으로 떨어지는 양 갈래 폭포수는 마치 설탕 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낙수 지점에선 일곱 빛깔 선명한 무지개가 부끄럽게 얼굴을 내민다. 탓유앙 폭포는 중간에 굽이가 있는 ‘2단 폭포’다. 워터파크에 있는 ‘워터 슬라이드’가 연상된다.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비 온 뒤 폭포수가 거셀 때 폭포 가까이 다가갔다간 단 3초 만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수 있다. 볼라벤 고원 곳곳에 커피 농장이 있다. ‘라오스 커피’가 아직 귀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라오스 커피는 커피 맛 좀 봤다는 이들의 엄지손가락도 치켜세우게 하는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깊은 풍미와 함께 살짝 감도는 과일향이 매력적이다. ‘다오 커피’와 ‘시숙 커피’가 유명하다. ●순수와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 라오스 사람들의 성격은 평화로운 라오스 풍광을 쏙 빼닮았다. 얼굴에 ‘착하다’라고 써 있다. 보통 세계 어디에서나 외국인은 바가지 대상자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가격 흥정도 스트레스다. 하지만 라오스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는 일이 즐겁다. 툭툭(오토바이 삼륜차)을 탈 때, 야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생각보다 쉽게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난감해하는 표정에서는 수줍음마저 느껴진다. 물론 바가지 안전지대는 아니다. 시장에는 호객 행위가 없다. 다가가서 보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라오스어나 태국어가 아니면 통하지 않아서였을까. 거리를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활보하는 개, 소, 돼지, 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차가 지나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지개를 폈다가 또 잠이 든다. 동물도 사람만큼 순수하다. 라오스의 순수함은 느림과 한 ‘패키지’다. ‘느림’이라 쓰고 ‘여유’라고 읽는다.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선 라오스식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맛볼 수 있다. 식사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프랑스식 식습관에 라오스인의 느긋함이 더해지니 기다림 자체가 무의미하다. 10명의 손님 앞에 한 종류의 음식이 차례로 놓이는 데만 8분이 걸린다. 맥주를 시키면 일일이 컵에 따라 주는 것도 라오스만의 독특한 문화다. 자동차들도 거북이 운전을 한다. 라오스 외곽 도로에서 추월해 달리는 차는 100% 외국인이 탄 차량이다. 메콩강의 석양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메콩강을 바라보며 라오비어를 마시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현지인의 말이 절로 와 닿는다. 체코 맥주 기술로 만들어진 라오비어는 동남아시아 10개국 맥주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다시 말해 라오스는 ‘힐링’의 공간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하고 스트레스에 찌든 한국인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치유제다. 눈에 보이는 장엄한 풍경들이 질병 자체를 치유하는 양방(洋方) 힐링이라면,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자연과 여유로운 분위기는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한방(韓方) 힐링이다. ●에코 투어리즘으로 즐기는 힐링 이런 라오스를 피부로 느끼면 느낄수록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문명의 손길이 조금만 닿으면 동남아시아 최고의 힐링 여행지로 부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라오스만큼은 친환경적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쉴 새 없이 충돌한다. 관광객을 배려해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숙박 시설을 지으면 환경이 훼손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 없다. 왓푸만 해도 그렇다. 역사적 의미는 엄청나지만, 어찌 보면 널브러져 있는 폐허 같기도 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표지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관광 개발과 환경 보호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는 건 정설로 여겨진다. ‘제로섬 게임’이자 딜레마다. 라오스 정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가 라오스와 친환경 ‘에코 투어리즘’ 실현을 목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코 투어리즘은 한마디로 관광객 유치와 생태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묘책이다. 2000년 이후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확산됐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함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라오스엔 제격이다. 라오스가 생태계와 고대 유적지의 훼손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동남아 여행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을까. 에코 투어리즘의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 글 사진 참파사크(라오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③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③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풀리아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알베로벨로Alberobello다. 알베로벨로는 1996년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독특한 마을이다. 알레로벨로가 유명한 이유는 트룰로Trullo라는 재미난 집 모양 때문이다. 팽이를 뒤집어 놓은 것도 같고 고깔을 덮어 놓은 듯한 생김을 보면 왜 스머프 마을이라는 애칭이 생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트룰로 하나만도 특이한데 1,400개가 넘는 트룰리Trulli, 복수의 트룰로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동화 마을 같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다. 알베로벨로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식당 등이 몰려 있는 몬티Monti와 주택가 느낌인 아이아 피콜라Aia Piccola로 구분이 된다. 몬티에 대략 1,000개의 트룰리가 있고 아이아 피콜라에 400개 정도가 모여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다고는 하지만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고 워낙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한나절이면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아이아 피콜라에서 사진을 찍으면 규모가 큰 몬티의 트룰리를 전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트룰리를 자세히 보면 석회를 칠한 하얀 벽을 세우고 손바닥보다 큰 납작한 석회 슬라브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원추 모형으로 마무리를 했다. 집 모양도 일정하지가 않은데 지붕 하나에 방이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내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돌로 둘러져 있다. 천장이 원추형이니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까마득하다. 트룰리의 독특한 지붕에 대해서는 설이 많은데 집을 쉽게 부숴서 세금을 피하고 다시 쉽게 짓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지붕의 수많은 조각 중 하나만 빼면 지붕 전체가 무너지는 일종의 마스터 피스 스톤이 있었다고 하는데 물론 확인해 볼 수는 없다. 지붕에 쟁반이나 공 모양의 장식, 독특한 문양의 그림이 그려진 트룰리가 많은데 주인의 직업이나 별자리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알베로벨로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도 사람들이 실제로 이곳에서 먹고 자며 일상의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거리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상점과 식당은 물론이고 여행객의 숙소도 트룰리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트룰리도 계속 발전을 해서 최근에 지어진 트룰리는 방과 방을 연결하는 작은 복도도 있고 화장실 이용도 불편이 없다. 관광객이 빠지고 거리에 저녁이 내리면 주민들은 골목 어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travel info Puglia풀리아주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다른 곳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한결 조용하고 저렴하다는 점이다. 나폴리처럼 관광객이 넘쳐나지 않아 저렴하게 양질의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난전에서는 막 잡은 싱싱한 갑오징어 2kg을 20유로 정도에 살 수 있다. AIRLINE로마에서 국내선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한다. 풀리아주에는 바리와 그보다 아래 항구 도시인 브린디시Brindisi 등에 공항이 있다. 일정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바리가 일반적이다. 로마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바리 공항은 작고 아담하지만 비즈니스 라운지 등 기본적인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Pasta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빼놓을 수가 없다. 파스타는 면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스파게티 면을 비롯해 납작한 면, 긴 것, 짧은 것, 튜브 모양 등 생김도 이름도 여러 가지다. 풀리아에서 자주 먹게 되는 파스타 면은 오레키에테Orecciette라고 부른다. 풀리아주에서 시작된 파스타로 바리에서는 여인들이 집 앞에 나와 만들기도 할 만큼 일반적이다. 미니어처 찻잔처럼 생긴 오레키에테는 작은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도 작은 귀little ear라는 뜻이다. 오목한 볼 안으로 소스가 담기기 때문에 파스타 맛이 풍부하다. Hotel트룰리 홀리데이 리조트Trulli Holiday Resort알베로벨로에서 묵는다면 당연 트룰리다. 현지에는 여행객에게 대여해 주는 트룰리가 제법 많다. 트룰리 홀리데이 리조트는 여러 트룰리를 확보하고 있어 독채 펜션을 빌리 듯 이용할 수 있다. 호텔과 다른 점은 같은 더블룸을 예약했다고 해도 모두 모양이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정원이 딸린 트룰리도 있고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트룰리도 있다. 가격은 대략 100유로 선. 방에서는 와이파이도 빵빵 터진다. 조식은 리조트 사무실 옆의 지정된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다. 선택이 가능하다면 개인적으로 아이아 피콜라 중앙에 있는 A19 트룰리를 강추. 1~2인용으로 위치도 편리하고 침실과 화장실도 깨끗하다. www.trullidea.it 호텔 팰리스Hotel Palace바리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구시가지와도 가까워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주변 치안도 나쁘지 않다. 레스토랑과 늦게까지 문을 여는 바 등 도심의 4성급 호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www.palacehotelbari.com Restaurant일 피노 그란데Il Pino Grande카스텔 델 몬테 인근의 아늑한 식당이다. 직접 키운 올리브와 치즈 등을 내놓는데 맛이 훌륭하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과 유기농 와인도 만족스럽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기대해도 좋다.www.ilpinogrande.it 리퓨지오 스필찌Rifugio Sfilzi몬테 산탄젤로와 인접한 가르가노국립공원에 있는 움브라 숲Foresta Umbra에서 7km 정도 떨어진 숙소 겸 식당이다. 움브라 숲은 울울창창한 고목과 작은 호수 사이로 피크닉 나온 가족 등이 있는 여유롭고 청정한 원시림이다. 스필찌 산장에서는 버섯 종류를 올리브 오일로 요리하거나 튀긴 이 지역 전통요리가 특히 입에 붙는다. 직접 만든 각종 소스와 잼 등도 판매한다. 마세리아 토레 마이자Masseria Torre Maizza폴리냐노와 가까운 5성급 리조트다. 9홀 골프장과 비치, 수영장, 스파 등의 시설을 갖췄다. 수백년 된 올리브 나무가 멋있게 세워져 있는 골프연습장이 근사하다. 9홀에 불과한 골프장보다는 식당과 스파 등 부대시설이 고급스럽다. 꽃장식과 식기 등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어머’라는 일행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www.apuliacollection.com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ENIT) www.enit.it / www.italia.it풀리아주관광청(PUGLIA PROMOZIONE) www.viaggiareinpuglia.it
  • 해외여행 | 홍콩-“그땐 왜 몰랐을까?”

    해외여행 | 홍콩-“그땐 왜 몰랐을까?”

    홍콩은 짚ZIP파일 같은 도시다.집약된 외형의 압축을 풀고 자세히 탐색하면 매력적인 볼거리가 넘쳐난다.그러니 부지런히 다닐 것!이 도시에서는 발품 파는 만큼 행복해진다. 상반되는 자극을 즐기는 ‘센트럴’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최고급 호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는 홍콩의 심장부는 단연 센트럴이다. 거주 외국인, 여행객, 홍콩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메트로 폴리스의 이미지 그대로다. 고개를 한참 뒤로 꺾어야 그 끝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의 고층 빌딩들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폭풍과 폭우가 잦은 홍콩의 날씨에 대비하고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란다. 사람들은 그 위를 동동 떠다니고 아래로는 자동차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구름다리를 걷는 중간에 폭우가 내렸다.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을 유영하노라니 진짜 미래인이 된 기분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홍콩은 미래도시의 클리셰들을 모두 모아놓은 비현실적 공간이다. 하지만 거대한 마천루 숲 사이 곳곳에 과거의 향수를 오롯이 간직한 아름다운 골목들이 숨어 있다. 때문에 여정 내내 축지법과 타임슬립의 초능력을 번갈아 쓰며 복잡한 도심과 고즈넉한 골목을, 과거와 미래를, 현실과 초현실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찾아간 곳은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20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지상에서 해발고도 135m까지, 800m 거리의 언덕길을 잇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홍콩의 명물이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여주인공 왕페이가 짝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양조위를 훔쳐보면서 설레던 곳이 여기다. 재래시장을 비롯해 홍콩 전통 음식을 파는 노포들과 레스토랑, 캐주얼한 펍과 카페, 수제 맥주 브루어리, 아기자기한 소품 숍, 옷 가게 등이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 늘어섰다. 그 뒤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골목들이 수십 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 위에 선 채 어디에 내려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것은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도심의 슈퍼 루키, 포호로 가는 길목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포호Poho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길고 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중간지점에 내리면 포호까지의 거리는 1.5km, 20분 거리지만 길목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스폿들이 많아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PMQPolice Married Quarter. 이곳은 1889년 지어진 홍콩 최초의 서구식 학교 건물로 1951년부터 2000년까지는 기혼 경찰들의 숙소로 사용되다 10년여 방치됐던 것을 홍콩 정부가 2009년 개방해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했다. ‘ㄷ’자 구조의 4층 건물에 레스토랑, 카페, 디자인 스튜디오, 편집숍, 작업실 등 110여 개의 업체들이 몰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PMQ는 홍콩 디자인과 예술의 인큐베이터로 불린다. 여기서 이름이 나, 소호나 센트럴 중심으로 진출하는 아티스트들과 디자인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생활용품과 디자인 제품, 홍콩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류 브랜드들이 몰려 있는 만큼 봉인된 물욕이 한꺼번에 분출된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지갑은 얇아질 수 있다. 외형은 우리나라의 쌈지길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창의적이고, 약간 덜 상업적이다. PMQ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한 만모 사원Manmo Temple도 들러 보자. 1847년에 건립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사원으로 향 냄새가 가득한 사원 안은 소원을 이루고 싶은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왼쪽 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으로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들어간 문으로 되돌아 나오면 현재의 고민을 평생 가져 가게 된다고 하니, 출구는 세심하게 찾아 나오는 게 좋겠다. 서울의 인사동 골동품 골목과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오래된 담벼락에 그려진 화려한 그래피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포호다. 타이핑산 스트리트Tai Ping Shan Street 인근의 골목을 일컫는 홍콩식 이름으로 과거 인쇄소 골목이었던 곳인데 최근 젊은 아티스트들과 작은 갤러리들이 소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핫 플레이스로 태동하기 시작하는 곳들이 으레 그렇듯, 거리 곳곳에는 창의적인 기운이 조심스럽게 꿈틀댄다.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아기자기한 숍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이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하는 곳이다. 아직까지 현지인들에게 이곳은 ‘나만 알고 싶은 동네’다. 바글바글 붐비기 전에 서둘러 간 것이 행운이다. 세계 예술품의 블랙홀 각인된 만화의 한 장면이 있다. 세계의 진귀한 물건들이 바람을 타고 마녀의 집으로 날아드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 본 만화 속 이야기 그대로 전 세계의 예술품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이 오르고,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되고,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사람들은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으로 인한 예술의 자본화와 투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외형으로 자라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의 경매 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홍콩에 지점을 냈고 아트 바젤은 홍콩 아트 페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아시아 미술시장에 손을 뻗었다. 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갤러리들도 앞 다퉈 홍콩에 전시장을 열었다. 그중 대표적인 갤러리를 꼽자면 화이트 큐브White Cube, 페로탱Perrotin, 가고시안Gagosian, 리먼 머핀Lehmann Maupin, 펄램Pearl Lam, 벤 브라운 파인아트Ben Brown Fine Art 등이 있다. 이 갤러리들이 한 도시에 몰려 있다는 건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축복이고, 쇼핑과 맛집 탐방이 식상해진 여행자에겐 최고의 대안이다. 게다가 갤러리들은 센트럴 중심 두 개의 건물에 나뉘어 모여 있어 덥고 습한 날씨에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 준다. 먼저 찾은 곳은 센트럴 코노트 로드Connaught Road의 농예은행Agricultural Bank of China 건물. 조금 더 쉽게 찾고 싶다면 홍콩 포시즌 호텔 맞은편으로 가면 된다. 이 건물 1층과 2층에는 데미안 허스트를 발굴한 영국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17층에는 프랑스의 페로탱 갤러리가 있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 2층에는 지금까지 전시장을 거쳐 간 아티스트들의 작품집과 전시도록이 있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신진 작가를 양성해 스타 작가로 키워 내는 데 탁월한 페로탱 갤러리는 넓고 쾌적하다. 전망도 훌륭하다. 도심의 마천루들이 빼곡한 하버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4~6주 기간의 기획전이 연중 열리고 상설전시장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 소피 칼, 라이언 맥긴리, 박서보 등 세계적인 전속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농예은행 건물에서 나와 느긋한 걸음으로 10분만 걸으면 페더 빌딩에 도착한다. 1층에 아베크롬비 매장이 있어 찾기 쉽다. 비교적 작은 건물이지만 홍콩 도심의 어느 곳보다도 알차다. 3층에는 벤 브라운 파인아트와 사이먼 리 갤러리, 4층에는 국내 작가 서도호와 이불을 전 세계에 알린 리먼 머핀 갤러리, 6층에는 펄램, 7층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전 세계 미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고시안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였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갤러리 안내가 없으니 건물 입구에서 확인하고 올라가는 게 좋겠다. 제일 위층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차례로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갤러리를 모두 둘러본 후에야 홍콩이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대 미술시장이 됐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곧 거대한 공룡이 될 태세다. 홍콩 정부는 서구룡 반도를 세계 최대의 예술섬으로 변모시킬 계획에 착수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견줄 만한 M+미술관을 비롯해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 오페라 극장 등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선단다. 이미 누릴 것이 많은 홍콩, 점점 더 다양한 얼굴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볼수록 예뻐지는 한창때의 소녀처럼 말이다. ▶travel info Airline코드셰어를 포함해 전 세계 51개국에 188개 이상의 다양한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캐세이패시픽이 인천-홍콩 노선을 매일 6회 운항한다. 차별화된 고품격 프리미엄 서비스로 업계 최초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 최고 항공사World’s Best Airline’ 상을 2003년, 2005년, 2009년, 2014년 총 4회 수상하였으며 ‘세계 최고 승무원World’s Best Cabin Staff’ 상과 ‘태평양 횡단 최우수 항공사Best Airline Transpacific’ 상도 수상한 바 있다. 홍콩으로 향하는 최적의 프리미엄 항공사로 평가받고 있다. FOOD홍콩에 가서 딤섬만 먹고 돌아오는 당신에게 신세계를 안겨 줄 면 요리 두 가지를 추천한다. 하나는 완탕면, 다른 하나는 탄탄면이다. 말갛고 뜨거운 육수에 꼬들꼬들한 에그 누들이 새우 딤섬과 사이좋게 담겨 나온다. 영혼을 위로하는 맛이라 할 만하다. 코즈웨이 베이의 호흥키 완탕면이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 쓰촨 요리 탄탄면은 고추, 마늘, 생강을 우려낸 기름지고 걸쭉한 국물에 직접 뽑은 쫄깃한 면발을 말아낸다. 크리스탈제이드 홍콩 공항지점의 탄탄면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멀리 돌아가는 비행 일정이라도 홍콩이 경유지면 탄탄면 맛볼 생각에 설렐 정도다. ACTIVITY세계적인 건축가가 완성한 마천루들을 시원하게 내려다보자. 홍콩대관람차Hong Kong Observation Wheel가 지난해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대관람차는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관람차가 도달하는 최고 높이는 해발고도 60m, 세 바퀴 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한다. 입장료는 HKD100. SHOPPING홍콩은 무수한 아이템과 퀄리티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쇼핑의 메카. 그중 단 한 곳을 추천하라면 ‘HOMELESS’. 인테리어와 디자인 전문 편집매장이다.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북유럽 스타일의 소품들과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한번 입장하면 시간이 쏜살같이 흐를 정도로 탐나는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센트럴과 침사추이, 코즈웨이 베이, 스탠리 등 홍콩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www.discoverhongkong.com/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반세기 넘게 밤바다 길잡이 역할을 해오는 강원 동해시 ‘묵호 등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푸른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벽화마을과 펜션, 카페촌까지 어우러져 연인과 가족동반 맞춤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묵호 등대가 관광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당시는 전망 좋은 곳에 있는 등대들이 앞다투어 해양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였다. 묵호 등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변신했다. 묵호 등대는 지금도 밤이면 불빛을 밝히며 등대 본연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 낮에는 관광객들에게 고스란히 속살을 공개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묵호항에서 울릉도를 최단거리로 정기 운항하는 배편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더 몰리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등대 입구에는 쉼터 광장을 만들어 관광객과 시민들 누구나 찾아가 바다를 보고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등대 외벽과 광장 곳곳에는 각종 조각상을 전시하고 시를 새겨놔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첫 신체시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전문이 초입에 새겨져 관광객들에게 역동적인 동해의 의미도 알려 주고 있다. 등대 내부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 벽면에는 우리나라 유명 유인 등대를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고 동서남북 구분 없이 둥글게 터 놓은 유리 전망대에 오르면 묵호항과 동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석처럼 눈부시고, 흐린 날에는 감청색으로 변한 바다가 깊은 맛을 낸다. 등대 내부는 저녁 시간에는 고유의 등대 역할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등대 앞 쉼터광장에서는 밤바다와 불켜진 어항, 가로등 켜진 마을의 밤거리 모습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10여년 전부터 등대마을 주변에 조성한 벽화가 또 다른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묵호항에서 등대로 오르는 골목길 4갈래 길옆 담에 그려 놓은 벽화들이 추억의 걷기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옛 묵호항의 모습부터 오줌 누는 강아지 모습, 주요 생활도구였던 리어카, 봇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 할머니, 구멍가게 모습 등 40~50년 전 어항주변 달동네 마을의 옛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주고 있다. 마을의 옛이야기와 모습을 벽화로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이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연인과 가족동반 관광객들은 이런 그림을 보기 위해 골목마다 10여분씩, 40~50분에 걸쳐 걸어서 오르내린다. 벽화만 감상하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곳곳에 기념사진 찍는 곳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은 입간판도 세워 놓았다. 마을이름도 등대마을에서 아예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불려지고 있다. 골목을 오르다 등대와 인접한 언덕 마을 정상쯤에 있는 집들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정집을 커피숍과 펜션으로 꾸며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골목 정상에 옹기종기 작은 간판을 내걸고 개업한 서너 평씩의 아담한 커피숍들은 바닷가로 통유리를 내고 손님을 맞는다. 아예 작은 옥상에도 테이블을 놓고 야외 커피숍을 차린 곳도 있다. 이웃집 지붕과 지붕이 손만 뻗으면 잡히고 골목길 모퉁이 모퉁이마다 앙증맞은 입간판이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매달려 분위기를 더한다. 작은 꽃 화분과 소품들까지 작은 카페에 어울리는 물건 하나하나가 정겹다. 마을 정상에 개업한 커피숍만 6곳, 펜션은 10곳이 넘는다. 김태욱 동해시 관광과 주무관은 “항구 주변이 아늑한 만(灣)으로 둘러싸여 잔잔한 바다 모습이 좋고 부서지는 파도와 먼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곳”이라면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등대와 마을의 풍광이 뛰어나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1968년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고, 최근에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찍은 장소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며 인접한 골짜기에는 길이 30m 남짓 되는 출렁다리도 설치했다. 구불구불 난 벽화 골목길을 오르고, 등대에서 바다를 조망한 뒤 작은 밭둑 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닷가 옛 시골마을을 산책 나 온 듯하다. 이렇게 등대가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지난해에만 21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았다. 2~3년 전부터 해마다 20% 이상씩 관광객들이 늘고 있어 주변 마을 사람들도 반기고 있다. 벽화마을 아래 항구 쪽에는 어항을 끼고 있어 횟집들이 많다.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횟집들이 어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회로 떠 손님상에 내고 있다. 사계절 달리 잡히는 고기들이 동해안의 다양한 바닷고기를 맛볼 수 있게 한다. 횟집 등은 바다를 끼고 난 해안선 도로를 따라 동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등대, 벽화마을을 찾아 걷기에 나섰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또 다른 먹거리 명소가 되고 있다. 추억의 장소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더 올 수 있도록 지난 8월에는 등대 앞에 ‘행복 플러스 우체통’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우편엽서를 써 넣으면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다. 설치 한 달 만인 지난달에만 400여통이 쌓여 벌써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동해시는 아예 올해 말까지 묵호등대마을 정비를 더 진척시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낙후된 등대마을에 벽화를 더 늘려 그려 넣고 마을 곳곳의 공터에는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더불어 쉴 수 있는 ‘쌈지 쉼터’를 만들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갤러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오징어가 한창 많이 잡힐 때 어부들이 머물던 임시 판잣집들을 살려 볼거리로 만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주민 소득으로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마을 공터 곳곳에는 작은 카페와 지역특산품,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지역소득지원시설도 짓기로 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1962년 주민들이 지게와 대야로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직접 나르며 고생해 세운 묵호 등대가 5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이제는 지역을 살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묵호항이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여객 관광항으로 자리잡고 등대와 주변 마을도 스토리텔링, 지역상품 브랜드, 향토 음식과 지역축제, 마을기업 설립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해 묵호지역의 소프트 파워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지난 22일 오전 6시 10분.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 정문에 어둠을 뚫고 말끔한 정장을 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권력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특종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서울 광화문에서 10년 전 자취를 감췄던 양기대 광명시장이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10분 뒤 도착한 곳은 동네 대중목욕탕. 2004년 정치를 하기 위해 광명에 몸을 의탁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건강 습관’이다. ‘양 시장이 매일 목욕탕을 다닌다’는 소문이 나자 민원 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목욕탕에 머무른 시간은 꼭 한 시간.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관용차가 기다린다. 승차하자마자 품속에서 한 뭉치의 서류를 꺼내 살펴본다. 얼핏 보니 하루 시간계획이 빼곡하다. 오늘은 매주 1회 열리는 ´주간정책평가 현장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전 7시 28분, 7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소하동 52사단 정문 앞. 실·국장 등 관련 부서 간부급 직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사단 진입도로 중앙녹지대 철제 펜스 철거를 논의했고, 철거에 의견이 모였다. 정문 좌우 개발제한구역에 20~30년 전부터 들어선 불법 시설물들도 법치질서 확립과 형평성 차원에서 철거하기로 했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양 시장은 “모두 철거하고 정비하면 또 하나의 상전벽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으로 가는 길에 기아자동차 앞 주공1단지 노인들이 야유회를 떠난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무엇을 싸간 것도 아닌데 모두 반갑게 맞아 준다. 이제 오전 8시 45분이 넘었다. 일찍 시작하니까 시간이 넉넉하다. 서류 결재를 30여분간 했을까. 일자리창조허브센터에서 열리는 사회적경제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수료식으로 줄달음친다. 이동 중에 그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 관련 행사에는 될 수 있으면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36명의 코디네이터에게 일일이 수료장을 전달했다. 이들이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지원한다. 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광명동굴 판타지관에 설치된 용 조형물 제막식장으로 직행했다. 길이 41m, 무게 800㎏의 이 용은 ‘호빗’,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3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테일러 경과 존 라일리 주한 뉴질랜드 부대사, 이장호 영화감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아직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 용이 광명동굴을 더욱 환상적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만들 것이다. 광명동굴은 인구 35만명의 광명시가 확보한 유일한 관광시설이다. 앞으로 광명KTX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이 완공되고 국제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등 각종 역세권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져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X광명역세권에는 이케아 등 대형 업체가 입점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우려가 컸으나 1년쯤 지나자 없어졌다. 광명사거리에서 개봉교까지 이어지는 가구문화 거리는 시가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상인들이 노력하면서 이제 31개 점포 중 약 80%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제막식 후 양 시장은 동굴 내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국제 판타지 콘셉트 디자인 공모전의 성공적 개최와 두 도시 간 행정·문화·예술·관광 분야 교류에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어렵게 발걸음 한 테일러 경 일행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동굴을 나서자 한 무리의 등산객이 양 시장을 연호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길가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사업지구였다. 정책 변경으로 이 사업이 무산됐지만 중장기적으론 광명시에 잘된 일이다. 그는 이곳에 첨단산업 및 물류단지를 유치할 생각이다. 벌써 경기도가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있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양 시장은 광명역 KTX회의실로 달려갔다. 오후 2시 40분에 열리는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 구축을 위한 3개 기관 양해각서 체결’이 있기 때문이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이종철 ㈜한국도심공항 사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악수하며 환담을 했다. 광명역에 공항 외에서 출국 수속과 수하물 처리를 할 수 있는 도심공항터미널이 서울 삼성동과 서울역에 이어 세 번째로 생길 경우 광명역 이용객 수 증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한결 수월해져 역세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효과를 잘 알기에 양 시장은 도심공항터미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동안 3개 기관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공교롭게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들은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된다. 오후 결재를 위해 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회복지협의회가 농협 광명시지부 앞에서 여는 행복나눔바자회에 들렀다. 양 시장이 내놓은 로봇인형은 오전에 절판됐다며 내년에 더 기부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생업으로 바쁠 텐데 이웃을 돕겠다고 종일 길거리에서 서성거린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양 시장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며 ‘사람중심 행복도시 광명’을 민선 6기 시정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맘 편한 안전사회, 참 좋은 일·배움·쉼터·누리는 문화·복지, 상생의 창조경제 등 네 가지 역점 시책을 발표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주민복합시설을 늘리고 동별로 복지·보건·고용 등을 통합 지원하는 ‘복지동(洞)’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제 교육 문제로 목동·평촌으로 떠나던 시민들이 광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우주를 보다] 허블망원경이 포착한 태양 4개 뜨는 ‘사성계’

    [우주를 보다] 허블망원경이 포착한 태양 4개 뜨는 ‘사성계’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살던 외계행성 '타투인'은 태양이 2개 뜬다. 우리 지구는 태양이 하나지만 이처럼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이 안가는 우주에는 태양이 2개인 곳을 넘어 '삼성계', '사성계' 심지어 태양이 5개인 '오성계'도 존재한다.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태양이 4개 존재하는 사성계 'DI Cha'(혹은 Hen 3-593, HIP 54365)의 모습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구에서 약 520광년 떨어진 카멜레온좌에 위치한 DI Cha는 쌍성이 두 세트로 묶여있는 사성계다. 특히 사성계 DI Cha는 걸음마도 못뗀 아기별인 ‘T 타우리 별’에 속한다. T 타우리 별(T Tauri stars)은 1000만년 미만의 나이를 가진 비교적 온도가 낮고 질량이 작은 어린 별. 사진을 보면 중앙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과 그 뒤 작은 별만 보이며 그 주위를 구름이 감싸고 있다. 이 속에서 또다른 별과 행성이 생성돼 먼 미래에는 여러 행성을 거느린 또하나의 '작은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 ESA 측은 “일반적으로 어린 별은 주위의 먼지와 가스 때문에 그 모습이 잘 관측되지 않는다” 면서 “이 사진은 별과 성운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주에는 우리처럼 태양이 하나인 곳 뿐 아니라 사성계인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서던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 연구팀은 기묘한 모습의 타투인 행성이 전체 외계행성의 50%에 달할만큼 우주에 흔하디 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 영국 오픈대학 연구팀은 태양이 무려 5개인 ‘오성계’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지구에서 약 250광년 떨어진 큰곰자리 ’1SWASP J093010.78+533859.5‘에 위치한 이 5개의 별들은 놀랍게도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궤도를 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각 2개의 별이 서로 짝(쌍성)을 짓고 있는 반면 나머지 1개의 별은 그 주위에 홀로 떨어져 있다. 사진=ESA/Hubble & NAS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18일 충북 청주 우암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암골.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허름한 주택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이로 그림 같은 커피숍들이 있다. 비행접시를 닮은 레스토랑도 눈에 들어온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달동네와 카페촌의 ‘어색한 동거’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수암골로 올라가니 그윽한 커피 향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은 충동에 저절로 발걸음이 커피숍으로 향한다.  사람들을 따라 주택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회색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래터 풍경과 아이스케이크(얼음과자) 가게, 숨바꼭질, 연탄 리어카 등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묘사한 벽화들이 방문객들에게 ‘추억’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과 함께 전국 3대 벽화마을로 불릴 만하다. 친구들과 수암골을 찾은 김은지(15)양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암골에 오면 꼭 들러야 한다는 우동집 앞은 소문대로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우동집은 프로야구 2군 선수 김영광과 여주인공 윤재인의 성공이야기를 다룬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다. 우동집 내부로 들어가니 드라마 극본과 포스터, 출연배우들의 사인 등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영광의 재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면 강력 추천이다. 이 우동집은 60년 전통의 청주 서문우동이 운영한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수암골이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옛 모습 그대로인 1970년대의 풍경, 골목길 벽화, 드라마 촬영지, 카페촌이 어우러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만들어졌다. 한 해 방문객이 10만여명에 달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수암골은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며 조성된 마을이다.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상당구 수동 23육군병원(현재 청주노인복지종합관 일원) 주변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다 지금의 수암골에 판잣집을 짓고 본격적인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한 울타리에서 가족처럼 서로 보듬었다. 당시 3000여명이 넘게 살았다. 수암골에 변화가 처음 찾아온 것은 1970년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주택개량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담을 새로 올리고 도로가 생겼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시멘트 담을 두르고 슬레이트 지붕을 한 집들이 좁은 골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는 시가 수동 일대의 땅을 사들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아 마을을 떠났다. 주민 수가 100여명으로 줄었다. 수암골이 삭막한 달동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민족 미술인협회 회원과 청주대학교, 서원대학교 학생 10여명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하나로 회색 담벼락에 익살스러운 아이들의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문화·경제적으로 소외되면서 침체된 수암골을 벽화를 통해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입소문이 나자 카메라를 둘러맨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풍경과 추억 속에 빠져들게 하는 벽화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수암골이 벽화로 뜨기 시작할 무렵 드라마 촬영이 잇따르자 방문객들이 급증했다. 가장 먼저 촬영된 드라마는 2009년 2월 소지섭과 한지민이 출연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이다. 제작팀은 2개월간 수암골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소지섭이 한류 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던 때라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도 수암골을 찾았다. 2010년에는 최고 시청률 49%라는 대히트를 기록한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수암골에서 찍었다.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자 수암골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2011년에는 천정명, 박민영 등이 출연한 ‘영광의 재인’ 배경이 됐다. 조용했던 동네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뜨자 부작용이 없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 주말에는 수천명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발생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새벽과 밤늦게 찾아오는 이들도 있어 주민들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저녁 9시 이후에는 관람을 자제해달라’는 벽화까지 등장했다. 부녀회는 수암골의 인기로 얻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득이 없자 ‘제빵왕 김탁구’가 촬영됐던 포장마차를 활용해 장사를 시작했다. 이 포장마차가 계기가 돼 수암골을 테마로 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해 2011년 생활공동체 ‘마실’이 탄생했다. 마실의 첫 상품은 수암골 밥상이다. 우암산 도토리로 만든 묵과 칼국수, 비탈밭에서 가꾼 채소로 꾸며진 소박한 밥상이다. 하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지금은 식당을 카페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를 찾으면 작가들과 함께 나무열쇠 고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만든 짚 공예품, 동전 지갑, 수첩 등도 구매할 수 있다. 마실은 관광안내원 사업도 한다. 노인 4명이 교대로 방문객들을 안내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벽화를 보수하고 청년작가들과 새로운 벽화 그리기도 한다. 이광진(57) 마실 사무국장은 “수익금 일부는 마을발전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마켓 시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 수암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마다 벽화 관리비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다양한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박윤식 시 도시관광 담당은 “현재 포토존을 설치하고 있고 내년에 수암골에서 드라마·벽화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페스티벌 기간에 수암골을 방문하면 직접 벽화를 그려보고 드라마 주인공 동상과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골이 유명해지자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40년째 수암골에서 거주하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박만영(81) 할아버지는 “이웃들이 이사를 많이 가면서 장사가 안됐는데 요즘 주말이면 장사가 제법 되고 있다”며 “노인들만 사는 동네라 그런지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깉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동네의 서러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할아버지는 “수암골이 이렇게 변했어도 연탄을 배달시키면 아랫동네보다 장당 100원을 더 줘야 하는 등 달동네 주민의 고통이 아직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며 “차가 집 앞에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시가 땅을 사들여 골목길을 넓혀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인사]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정책관 강성조 ■통계청 ◇고위공무원 승진△통계서비스정책관 은순현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이사△기획이사(겸 부사장) 김성수 ■한국관광공사 ◇1급 승진·전보△제주지사장 박영규△기획조정실장 전효식◇1급 승진△관광인프라실장 용선중△베이징지사장 박정하◇2급 승진·전보△관광3.0추진팀장 박재석△브랜드마케팅팀장 정성애△관광컨설팅팀장 이태호△관광정보전략팀장 김경태△관광ICT융합사업팀장 강남규△관광콘텐츠개발팀장 이영근◇2급 승진△성과관리팀장 권종술△전략상품팀장 유진호△MICE진흥팀장 조희진△관광숙박개선팀장 박석주△동남권협력지사장 정용문◇전보 &lt;실장&gt;△해외마케팅 김진활△마케팅지원 강성길△국내관광 유세준△감사 신희섭△홍보 옥종기△성과관리 함경준△관광콘텐츠 양문수△스마트관광정보 신평섭△관광인프라 안덕수&lt;원·단장&gt;△관광인력개발원 성경자△창조관광사업단 민민홍&lt;본부장&gt;△경상권 정연수△일본지역(겸 도쿄지사장) 이종훈&lt;지사장&gt;△세종충북 김응상△전북 최성우△강원 안지환△대전충남 김세만△대구경북 권창근△경남 정병희△오사카 이병찬△하노이 정창욱&lt;센터장&gt;△전략투자사업 정재선△평창올림픽지원 김홍기△중국마케팅 서영충△의료관광 권병전△국민해외여행 우병희&lt;팀장&gt;△감사 조준길△마케팅전략 김갑수△구미 김정아△관광시장조사 이진국△국내관광협력 정병옥△복지관광 이창용△국내스마트관광 송현철△관광인증기획 윤재진△해양관광 박이락△관광안내 홍명진△중문골프장 김교만△예산 고봉길△노무복지 김용재△국내관광전략 조홍준△관광레저 박형관△정보보호 이재형△K-스타일허브운영 김석△인력양성 이상기&lt;파트장&gt;△기획조정팀 김종훈△재경팀 성필상△전략투자사업센터 김영미△중국마케팅센터 전동현△전략상품팀 김관미△MICE진흥팀 김종숙△국내관광전략팀 김성은△숙박개선팀 이영호△관광안내팀 윤승환 ■KBS아트비전 △아트비전 경영기획부장 박성철 ■데일리스포츠한국 ◇편집국△선임기자(국장급) 나영조△체육부장 최만수◇경영지원실△실장 우승필 ■IBK투자증권 ◇신규 선임△WM영업추진담당 강효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업고객사업부 부사장 손일권
  • 필리핀 오지서 비행기 잔해와 시신…말레이 실종기 발견되나

    필리핀 오지서 비행기 잔해와 시신…말레이 실종기 발견되나

    지난해 3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운 채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진 실종기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MH370). 사상 가장 큰 항공 미스터리로 전 세계가 주목했던 이 실종 사고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실종된 기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다시 나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Free Malaysia Today) 등 현지언론을 비롯해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사바주(州) 경찰이 필리핀 남부 수그바이(Sugbay) 섬에 있는 한 숲에서 항공기 잔해와 많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오디오 기술자인 자밀 오마르(46)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필리핀 타위타위주(州) 수그바이 섬 숲에 추락한 항공기 기체로 보이는 잔해가 있다고 밝혔다. 자밀 오마르에 따르면 기체 발견 소식을 전해온 이는 자신의 이모인 시티 카얌으로, 그녀의 조카들이 지난달 초 새 사냥을 위해 숲으로 들어갔을 때 항공기 잔해와 이미 백골화된 시신 여러 구를 발견했다. 또 그는 “이모로부터 기체 잔해 가운데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실종기일 것으로 생각하고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시신 중에는 조종사로 보이는 인물의 것이 발견됐는데 안전띠를 한 채 좌석에 앉아 있는 상태였으며 머리에는 통신기기가 장착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제보로 현재 말레이시아는 필리핀 당국의 협력으로 공동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기로 추정되는 잔해를 발견한 이후 제보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는 현지 섬에는 통신 수단이 없고 주민들은 평소 뉴스를 보고들을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Aero Icarus/플리커(위), 구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프레지던트컵,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요”

    “프레지던트컵,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요”

     “조던 스피스처럼 퍼팅이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어요.”  7일 낮 12시 40분 2015 프레지던츠 컵이 열리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18번 홀 그린 옆 잔디밭.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엘리트 아카데미’ 소속의 골프 꿈나무 18명이 짙은 회색 골프 모자에 골프 복장을 갖춰 입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필 미켈슨은 리듬이 좋더라” “애덤 스캇 요즘 드라이버가 좋다더니 정말 그렇다” 등 흥분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홍정민(13)양은 한쪽에서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영상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의 연습라운딩을 따라다녔다는 홍양은 자신이 찍은 영상을 수줍게 내보였다. 조던 스피스의 절도 있는 드라이브 샷 장면이 담겨있었다. 홍양은 “새벽에 일어나 대전에서 송도까지 오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아이돌 콘서트를 직접 보는 것 보다 훨씬 좋았다”며 “앞으로는 스피스처럼 거리 측정도 꼼꼼히 하고 그린 위에서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연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5살때 골프 채를 처음 잡은 홍양의 꿈은 박인비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무대를 제패하는 것이다. ● 지구촌 최대 골프축제 즐기려 ‘인산인해’  출전 선수들의 공식 연습 라운딩 마지막 날이자 대회 개막식이 열린 이날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는 홍양같은 골프 꿈나무부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서 활약하는 프로 2년차 선수, 전국에서 모인 주말 골퍼까지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3년 KPGA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엄성용(21) 프로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샷을 직접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며 “필 미켈슨은 오전 연습라운딩때 잭 존슨 퍼트하는걸 계속 봐주고, 최경주 부단장도 같은 팀 선수들의 연습라운딩을 따라다니며 도와주더라. 골프는 혼자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스포츠여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은데,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쯤 1번 홀 그린에서는 카투사 소속 군인을 포함한 주한 미군 20여명이 출전국 국기를 들고 개막식 리허설을 하고 있어 골프 스타들의 연습라운딩만을 지켜보던 갤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뒤 카투사 1명과 주한 미군 1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12kg에 달하는 금빛 우승컵을 함께 들고 홀 쪽으로 전진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김모(56·자영업·충남 당진)씨는 “언제 이런 구경을 하겠냐”며 “골프팬으로서는 (이런 세계적인 대회를 직접 지켜보는게) 최고의 영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에 (제이슨)데이의 드라이버샷을 직접 봤는데 샷 맞는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쌓은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모자에 데이의 싸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하도 사람이 많아서 접근을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미국팀 퍼딩 에이스 워커 등장하자 갤러리 150명 둘러싸  바로 그 때, 1번 홀 그린 바로 오른쪽에 있는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마친 미국팀 ‘퍼팅 에이스’ 지미 워커가 흰색 모자와 피케 셔츠를 입고 카트를 타기 위해 그린 밖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갤러리 150여명이 워커를 에워쌌다. 당황한 스태프가 갤러리와 선수 사이를 가로막자 워커는 스태프를 저지하더니 갤러리가 내민 모자와 수첩에 프레츠던츠컵 마커(스티커)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지미, 지미, 히얼(Here)” 1번 홀 주변이 마커를 받기 위한 갤러리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한 50대 남성이 갤러리를 향해 큰 소리로 “우리의 모습이 마치 예전의 ‘기브미 초콜릿(Give me chocolet)’을 연상시키지 않냐”며 농담을 건넸다.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함께 경쾌한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축제가 시작됐다.  송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프레지던츠컵 개막] 골프 꿈나무들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요”

    [프레지던츠컵 개막] 골프 꿈나무들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요”

    “조던 스피스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어요.” 7일 낮 12시 40분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18번 홀 그린 옆 잔디밭.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엘리트 아카데미’ 소속의 골프 꿈나무 18명이 짙은 회색 골프 모자에 골프 복장을 갖춰 입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필 미켈슨은 리듬이 좋더라” “애덤 스콧은 요즘 드라이버가 좋다더니 정말 그렇다” 등 흥분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홍정민(13)양은 오전 8시부터 ‘세계 랭킹 1위’ 스피스의 연습 라운딩을 따라다녔다며 자신이 찍은 영상을 수줍게 내보였다. 스피스의 절도 있는 드라이버샷 장면이 담겨 있었다. 홍양은 “새벽에 일어나 대전에서 송도까지 오느라 피곤하지만 아이돌 콘서트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5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홍양의 꿈은 박인비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제패하는 것이다. 출전 선수들의 공식 연습 라운딩 마지막 날이자 대회 개막식이 열린 이날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는 홍양 같은 골프 꿈나무부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서 활약하는 프로 2년차 선수, 전국에서 모인 주말 골퍼까지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3년 KPGA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엄성용(21) 프로는 “필 미켈슨이 오전 연습 라운딩 때 잭 존슨 퍼트하는 걸 계속 봐주고, 최경주 부단장도 같은 팀 선수들의 연습 라운딩을 따라다니며 도와주더라. 골프는 혼자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스포츠여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은데,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쯤 1번 홀 그린에서는 주한 미군 20여명이 출전국 국기를 들고 개막식 리허설을 하고 있어 골프 스타들의 연습 라운딩만을 지켜보던 갤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충남 당진에서 온 김모(56·자영업)씨는 “언제 이런 구경을 하겠냐”며 “오전에 제이슨 데이의 드라이버샷을 직접 봤는데 샷 맞는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하도 사람이 많아서 접근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1번 홀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마친 미국팀 지미 워커가 카트를 타기 위해 그린 밖으로 나오자 순식간에 갤러리 150여명이 워커를 에워쌌다. 당황한 스태프가 이를 저지했지만 워커는 갤러리가 내민 모자와 수첩에 프레츠던츠컵 스티커를 붙여 주기 시작했다. “지미, 지미, 히어(Here).” 주변은 어느덧 갤러리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한 50대 남성이 큰 소리로 “우리의 모습이 마치 예전의 ‘기브미 초콜릿’을 연상시킨다”며 농담을 건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경쾌한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축제가 시작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프레지던츠컵 개막] 골프 꿈나무들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

    [프레지던츠컵 개막] 골프 꿈나무들 “아이돌 콘서트보다 좋아”

    “조던 스피스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어요.” 7일 낮 12시 40분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18번 홀 그린 옆 잔디밭.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엘리트 아카데미’ 소속의 골프 꿈나무 18명이 짙은 회색 골프 모자에 골프 복장을 갖춰 입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필 미켈슨은 리듬이 좋더라” “애덤 스콧은 요즘 드라이버가 좋다더니 정말 그렇다” 등 흥분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홍정민(13)양은 오전 8시부터 ‘세계 랭킹 1위’ 스피스의 연습 라운딩을 따라다녔다며 자신이 찍은 영상을 수줍게 내보였다. 스피스의 절도 있는 드라이버샷 장면이 담겨 있었다. 홍양은 “새벽에 일어나 대전에서 송도까지 오느라 피곤하지만 아이돌 콘서트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출전 선수들의 공식 연습 라운딩 마지막 날이자 대회 개막식이 열린 이날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는 홍양 같은 골프 꿈나무부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서 활약하는 프로 2년차 선수, 전국에서 모인 주말 골퍼까지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3년 KPGA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엄성용(21) 프로는 “필 미켈슨이 오전 연습 라운딩 때 잭 존슨 퍼트하는 걸 계속 봐주고, 최경주 부단장도 같은 팀 선수들의 연습 라운딩을 따라다니며 도와주더라. 골프는 혼자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스포츠여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은데,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쯤 1번 홀 그린에서는 주한 미군 20여명이 출전국 국기를 들고 개막식 리허설을 하고 있어 골프 스타들의 연습 라운딩만을 지켜보던 갤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충남 당진에서 온 김모(56·자영업)씨는 “언제 이런 구경을 하겠냐”며 “오전에 제이슨 데이의 드라이버샷을 직접 봤는데 샷 맞는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하도 사람이 많아서 접근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1번 홀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마친 미국팀 지미 워커가 카트를 타기 위해 그린 밖으로 나오자 순식간에 갤러리 150여명이 워커를 에워쌌다.당황한 스태프가 이를 저지했지만 워커는 갤러리가 내민 모자와 수첩에 프레츠던츠컵 스티커를 붙여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경쾌한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축제가 시작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8]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을 아세요?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8]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을 아세요?

     우리 민족의 의약관은 ‘병을 치료하는 모든 처방은 자연 속에 있다’고 믿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의약관을 우리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아마존의 인디오, 예전의 사라센인들과 그들이 프랑크족이라 불렀던 독일 등 유럽의 백인 사회에서도 통용되었던 믿음이었습니다.  물론, 현대 의학을 일군 서양의 주류 사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역사를 바꾼 업적’으로 평가하는 아스피린도 실은 버드나무 추출물인 살리실산을 가공한 것이고, 인류를 구원한 항생제 페니실린도 플래밍이 우연히 곰팡이를 살피다가 찾아낸 것이지요. 동서양의 의약이 발원과 발상은 흡사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그 발상을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경로는 전혀 달랐고, 서로가 다른 길을 걸었던 탓에 결과도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고 말았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유기체는 그 안에 병과 약을 함께 갖고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만은 다르지 않았던 셈이지요.    베일 속 ‘비전(秘傳)’의 한의학 이후  그렇다고 제가 한의학 예찬론자는 아닙니다. 저는 의학을 볼 때 먼저 과학적 효과와 공공성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는 한의학은 확실히 우리의 문명 체계가 작동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목숨을 살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약전이 한의사마다 제각각이고, 모든 약제와 성분 배합이 아직도 ‘비전(秘傳)’이라는 모호함 속에 감춰져 있어 애매하기 짝이 없으며, 그 모호성을 얄팍한 상술로 이용해 왔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한의학의 표준화를 외치기도 하지만 많은 한의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유야 많겠지요.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회의론도 있을 것이고, 총대는 누가 멜 것이냐는 현실론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의학도 ‘모호’와 ‘애매’의 베일을 벗고 상찬과 비판이 모두 가능한 공론의 장으로 나설 때라는 게 저의 믿음입니다.  예전, 시골 텃밭에 흔했던 당귀를 예로 들어보지요. 전래되는 한의서에 당귀는 ‘심한 기침으로 기(氣)가 위로 솟구치는 증상, 학질, 피부가 오싹오싹한 증상, 유산, 모든 종기나 부스럼, 금창 등에 끓여서 즙을 마신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하며, 어혈을 제거한다. 또한 풍사가 침범해 땀이 나지 않거나 습사로 저린 증상, 독한 사기가 침범한 증상, 몸이 차고 허한 증상을 치료하며 오장을 보하고 살집을 좋게 한다’, ‘구토를 멎게 하고 피로로 인한 쇠약, 한열왕래, 설사, 복통, 치통, 부인의 요통과 자궁출혈을 치료하며, 모든 허약한 증상을 치료한다’, ‘모든 풍병과 혈병을 치료하고, 모든 허약을 보충하며, 어혈을 제거하고, 새로운 피가 생성되게 하며, 위와 장이 차가운 것을 치료한다’ 등등 효험을 한, 두 가지로 정리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이런 식으로는 아무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당귀의 어떤 성분이, 어디에, 어떻게 작용하고, 독성이나 부작용은 무엇이며, 그랬더니 치료율은 얼마나 되더라는, 이른바 서양 의학이 말하는 엄정한 임상시험의 결과가 함께 제시되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도대체 한방에서 말하는 기(氣)란 무엇인가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의사나 한의학자 등이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지만 이런 경로를 밟아 약리성을 규명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의약 혁명’으로 각인된 ‘산토닌’  물론, 현대 의약도 이런 냉철한 비판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직도 효능은 과대포장하고, 부작용이나 독성은 한사코 축소하거나 감추려는 약제도 적지 않고, 의사들 중에는 자기가 아는 치료법만을 고집해 다른 영역의 치료법을 백안시하는 못된 버릇을 고질병처럼 가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튼, 자연에서 모든 치료법을 구하려 했던 이런 노력은 서아시아 일대에서 자생하는 시나쑥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만든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으로 이어집니다.  아침을 거른 채 학교에 가 선생님으로부터 이 산토닌을 받아먹은 아이들이 “어지럽다”며 마치 외꽃처럼 노랗게 시들거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전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낼은 회충약 먹는 날이니 밥 먹지 말고 와라. 대신 오전수업만 할테니, 절대 뭐 먹으면 안 돼”  속내 모르는 아이들은 그 ‘오전수업’에 현혹돼 일제히 ‘와’하고는 책보를 싸서 교실을 나섰는데, 지금처럼 배에 기름이 잔뜩 낀 것도 아니고, 먹는 게 너무 많아 항상 배가 더부룩한 터라 한 끼 정도 굶어도 티도 안 나는 때와 달랐습니다. 요즘 애들은 “그게 뭐지.”라고 할 그 밥냄새만 맡아도 회가 동하던 배고픈 시절, 막상 자고 나 아침을 거르자니 헛헛한 공복감을 이기기 어려워 몰래 감자나 고구마로 얼요기를 하고 학교에 간 놈들이 태반이었지요. 선생님이 정말 아무 것도 안 먹었냐고 물으면 “밥은 안 먹었다”며 얼버무리던 아이들의 겸연쩍어 하던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한 끼 밥을 거른 건 일도 아닙니다. 사단은 산토닌을 받아먹은 뒤에 벌어졌으니까요. 마치 분필 가루에 설탕을 넣고 버무린 듯 퍽퍽한 산토닌을 씹어 삼킨 뒤 한식경쯤 지나면 아이들이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축축 늘어지기 시작하지요. 끼니조차 거른 뱃속에서 지렁이 같은 회충 무리가 약에 취해 마치 오뉴월 무논에서 악머구리 들끓듯 준동을 해대니 가뜩이나 곯아빠진 아이들이 견뎌내지를 못한 것입니다. 어떤 놈은 그냥 책상에 머리를 누인 채 어지럽다며 가라앉고, 어떤 놈은 맨침을 질질 흘리며 배를 감싸쥐고 나뒹굴기도 했습니다.  참,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책상에 머릴 얹고 끙끙대던 한 여자애의 목구멍을 타고 ‘약 먹은’ 회충이 밀고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화들짝 놀란 선생님이 들쳐업고 교무실로 달려갔는데, 교무실에 간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그냥 나무로 짜맞춘 간이 침대에 잠깐 누웠다가 오가는 선생님들 죄 한마디씩 해대는 게 면구스러워 “이제 괜찮다”며 털고 나와 다시 교실에서 한나절을 엎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수업이 되지 않는 건 당연하지요. 모두들 시들시들하니 선생님도 “그래. 부대낄테니 가만히 엎드려 있거라”시며 수업을 면해 주었지요. 그렇다고 숙제까지 면한 건 아닙니다. 선생님은 “낼 아침에 똥 눌 때 회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세어서 와라”는 엄명을 전합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타는 노을이 붉어서 더 먼 귀갓길이었습니다.    똥 속에서 회충 찾던 시절  다음날, 측간에 걸터앉아 볼 일을 봅니다. 어떨까 싶어 유심히 살피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동 면발 같은 허여멀건 회충이 연방 밀려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랍기도 하고, 또 남우세스러워 뭐라고 말도 못한 채 볼일을 본 뒤 선생님에게 대충 마릿수를 보고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길에 동무들끼지 정보를 교환한 터라 아이들 마릿수가 얼추 비슷합니다. 어떤 놈은 ‘여덟 마리’, 어떤 놈은 ‘아홉 마리’ 이런 식이지요. 어디 선생님인들 그게 ‘구라’라는 걸 모르시진 않았을 겁니다. 아니, 똥통 속으로 떨어진 똥을 누가 뒤지며, 안 그렇단들 구린 똥을 헤집으며 누가 징그런 ‘벌거지’ 수를 세겠습니까. 그러니 보고용으로 대충 마릿수를 집계한 것일텐데, 산토닌을 먹여놓고 회충의 마릿수를 세어 보고하라고 한 그 행정적 발상이 더 웃기는 일이지요.  그 시절엔 기생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눈에 안 보이면 괜찮다고 믿는 미개함이 지배했던 때이니까요. 그러니 민물고기를 잡아 대충 씻은 뒤 회로 먹었고, 측간에서 퍼낸 곰삭은 시동(똥의 방언)을 척척 뿌린 밭에 무·배추·상추를 키워 먹었으니 그런 세상을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생충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지요.  그 때는 시동 뿌린 밭에 맨발, 맨손으로 들어가 흙을 일군 뒤 채독(菜毒)이 올라 손발은 물론 얼굴까지 퉁퉁 부어 오른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절박하기도 했지만,나라 꼴이 우스워 누구도 기생충이 무섭다느니,어찌어찌 하면 감염 된다느니 하는 정보를 전해 주지 않았습니다.그러니 동네방네 ‘반공 방첩’을 새기고, 벽이란 벽마다 ‘때려잡자’느니 ‘무찌르자’느니 하는 살벌한 슬로건을 붉게 새겼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현실적 위협인 기생충은 그냥 외면한 것이지요.    구충의 개가는 문명을 바꿨지만  산토닌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그게 구충할 수 있는 기생충은 회충, 촌충, 편충 정도가 고작이어서 정작 무서운 디스토마류나 다른 흡충류에는 듣지도 않았고, 그나마 학생들에게만 줬지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어서 더 오래, 더 치명적으로 기생충에 노출됐을 많은 사람들은 정책 부재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종(種)의 기생충에 뜯어먹히다가 생을 마치기도 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활문화 자체가 기생충에 취약한 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도 생활권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수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전문적인 구충제를 먹거나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회 등 생식을 즐기고, 무·배추·상추를 날로 먹으면서도 스스로 충분히 위생적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퇴치’ 선언을 했던 결핵이 다시 창궐하고 있듯 기생충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이 병원, 저 약국을 전전하며 엉뚱하게 돈을 뿌리고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근거 없이 자신하지 마시고 가족들 기생충 검사부터 해 볼 것을 권합니다. 마치 거대한 댐이 개미 구멍으로 무너지듯 건강도 아주 작고, 소소한 것에서 허물어지니까요.  마침, 어제 발표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공교롭게도 기생충 감염 치료법을 찾아낸 미국 드류대 캠벨 명예교수와 일본 기타사토대 오무라 사토시 명예교수 등 3명이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가 앞으로만 내달리는 생리의학 분야의 수많은 공적을 뒤로 하고 어떻게 기생충 연구자에게 상을 줄 생각을 했는지, 참 재밌는 일이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생충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서 옛적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기억이 새삼스러운 것은 기생충 속에서 살아낸 우리의 삶이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했게 때문일 것입니다.  jeshim@seoul.co.kr
  • [월드피플+] 수술중 보채는 신생아에 ‘모유수유’한 간호사

    [월드피플+] 수술중 보채는 신생아에 ‘모유수유’한 간호사

    부분마취를 한 채 수술실에 들어온 신생아를 달래기 위해 모유수유를 시도한 간호사가 네티즌들로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중국청년망 등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했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병원에서는 선천적인 항문 종기를 가진 생후 1개월 남짓한 이 신생아의 수술이 진행됐다. 의료진은 아기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를 한 채 수술을 시도했다. 문제는 낯선 수술실의 환경과 분위기에 놀란 아기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울고 보채기 시작한 것. 아기와 마찬가지로 당황한 의료진이 수술을 더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 한 여성 간호사가 용감하게 옷을 걷어 올렸다. 얼마 전 출산한 뒤 모유수유 기간이었던 리바오샤(李宝霞) 간호사는 수술대에 오른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물렸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이자 동시에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신생아의 상태를 재빨리 파악한 덕분에, 아기는 곧 안정을 되찾았고 수술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 간호사들 역시 아기의 수술과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힘썼다. 아기가 편한 자세로 리 간호사의 모유를 먹은 뒤 안정을 되찾았을 때, 의사와 간호사는 힘을 합쳐 재빨리 수술을 끝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간호사와 의사는 아기 환자를 생각하는 리 간호사의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수술실 밖에서 마음을 졸이던 아기의 부모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기의 아버지는 수술실 밖으로 나온 리 간호사의 손을 잡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감격을 감추지 못했고, 그녀를 ‘천사 간호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현재 수술을 받은 아기는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술중 보채는 신생아에 ‘모유수유’한 간호사 감동

    수술중 보채는 신생아에 ‘모유수유’한 간호사 감동

    부분마취를 한 채 수술실에 들어온 신생아를 달래기 위해 모유수유를 시도한 간호사가 네티즌들로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중국청년망 등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했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병원에서는 선천적인 항문 종기를 가진 생후 1개월 남짓한 이 신생아의 수술이 진행됐다. 의료진은 아기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를 한 채 수술을 시도했다. 문제는 낯선 수술실의 환경과 분위기에 놀란 아기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울고 보채기 시작한 것. 아기와 마찬가지로 당황한 의료진이 수술을 더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 한 여성 간호사가 용감하게 옷을 걷어 올렸다. 얼마 전 출산한 뒤 모유수유 기간이었던 리바오샤(李宝霞) 간호사는 수술대에 오른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물렸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이자 동시에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신생아의 상태를 재빨리 파악한 덕분에, 아기는 곧 안정을 되찾았고 수술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 간호사들 역시 아기의 수술과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힘썼다. 아기가 편한 자세로 리 간호사의 모유를 먹은 뒤 안정을 되찾았을 때, 의사와 간호사는 힘을 합쳐 재빨리 수술을 끝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간호사와 의사는 아기 환자를 생각하는 리 간호사의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수술실 밖에서 마음을 졸이던 아기의 부모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기의 아버지는 수술실 밖으로 나온 리 간호사의 손을 잡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감격을 감추지 못했고, 그녀를 ‘천사 간호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현재 수술을 받은 아기는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남극세종기지 안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자부심”

    “남극세종기지 안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자부심”

    극한의 대지인 남극에도 우리 군인이 파견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은 남극 대륙에서 유일한 한국군 장병인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이기영(39) 상사. 해군은 2009년부터 매년 고무보트 운용 능력과 잠수 능력을 갖춘 대원 1명을 선발해 남극 킹 조지섬 세종과학기지의 월동대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해군의 여섯 번째 파견 요원인 이 상사는 지난해 11월 28차 월동대원 17명 가운데 해상안전담당으로 선발돼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상사의 주요 임무는 고무보트와 바지선을 운용하며 연구원들의 연구 활동을 안전하게 지원하고 보급품을 수송하는 것이다.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 조지섬은 평균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콘크리트 부두 시설을 짓기 어렵다. 부두가 없기 때문에 일반 선박이 접안할 수 없고 기지에서 쓰는 보급품은 고무보트와 헬기로 수송해야 한다. 보급품 수송 작업은 주로 바다가 얼지 않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이뤄진다. 하지만 이 시기도 바닷물 온도가 영하 2도로 매우 낮고 유빙이 많은 데다 파고가 3~4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상사는 기상 상황이 좋은 3~4일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보급품 수송 작업을 실시한다. 그는 정기적인 보급 이외에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세종과학기지에서 10여㎞ 떨어진 칠레 기지까지 가서 고무보트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실어 나른다. 오는 12월 1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이 상사는 30일 “가족과 만날 수도 없고 수송 작업을 할 때는 하루에 2~3시간만 눈을 붙일 정도로 바쁘지만 극한의 바다에서 기지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해군이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림인 듯 설치인 듯… 문학인 듯 건축인 듯

    그림인 듯 설치인 듯… 문학인 듯 건축인 듯

    조각가는 나무, 돌 같은 재료를 깎고 파거나 점토, 납 등의 재료로 틀을 만들어 브론즈 작품을 만든다. 이런 정형성을 탈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두 조각가가 있다. 이들의 색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한계 없는 공간, 이승택 개인전 ‘드로잉’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현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승택(83)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드로잉’. 드로잉이라고 하면 통상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그려진 단순하고 예비적인 그림을 가리키지만 이승택의 드로잉은 공간에 노끈으로 선과 매듭을 이뤄 가며 형태를 창출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본인의 표현대로 하면 ‘손재주가 좋아서’ 안중근, 맥아더 장군 등 유명인의 동상 작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그는 1950년 중반 이후 줄곧 전통적이고 관념적인 조각 방법에서 탈피해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왔다. 돗자리 짜는 데 사용하는 고드랫돌에서 노끈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1957년 돌멩이를 묶어서 각목에 매달거나 노끈으로 다양한 종류의 일상적 오브제를 묶는 작업을 선보였다. 벽에 늘어뜨린 노끈과 벽에 비친 그림자에서 평면 공간에 표현된 3차원 드로잉의 영감을 받고는 노끈을 화판 혹은 캔버스에 붙여 가는 입체적인 선 드로잉을 시도하고, 좀더 스케일을 넓혀 2m가 넘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풀어헤친 노끈을 붙여 가며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한 손에 노끈, 다른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공간에 직접 드로잉을 하는 작업 등 그의 작업은 거침이 없이 이어진다. 1969년에는 한계없는 공간개념과 자연현상을 작품에 동참시킨 ‘바람’ 시리즈를 통해 형체없는 조각을 시도했다. ‘설치’나 ‘퍼포먼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술계의 이단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뿐이었다.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이 주류를 이뤘던 한국화단에서 외면받았던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유럽의 평단이었다. 79세였던 2009년 세계 유명 큐레이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뒤늦게 조명받기 시작해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작가는 “미술이란 새로움을 만들어 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평생 기존 미술과 다른 것을 어떻게 표형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정상보다는 비정상, 미술보다는 비미술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양식의 드로잉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드랫돌 설치를 위한 연필 드로잉부터 노끈 드로잉작품, 확장된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벽 설치 드로잉, 붉은 천을 이용한 바람 시리즈를 위한 드로잉, 자신의 음모를 이용한 드로잉도 소개된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경계 없는 미술, 안규철 ‘안보이는… ‘ 展 조각가 안규철(60)은 미술전문지 기자를 거쳐 1980년대 중반 부조리한 사회와 미술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형조각으로 비교적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개념적인 오브제와 텍스트작업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건축적 규모의 설치작업과 공공미술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미술의 대안적 기능을 일관되게 모색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회에서 그는 8점의 장르 융합적인 신작을 통해 이 시대와 미술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은 마종기 시인의 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인용한 것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시장의 상품이 되고 물신적 사물이 되는 미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른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면서 “고립과 격리는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고, 극복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미술의 경계를 넘어 문학, 건축, 음악, 영상, 퍼포먼스, 출판을 포괄한다. ‘아홉 마리 금붕어’는 아홉 마리의 금붕어가 9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품이다. 금붕어들은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구획된 각자의 공간 속에 고립되어 있다. 무심한 아름다움과 절대적 고독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모빌 작품처럼 공중에 매달아 놓은 ‘식물의 시간’, 영상작업 ‘사물의 뒷모습’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사유를 이끌어 낸다. ‘64개의 방’과 ‘침묵의 방’은 관람객의 신체적, 감각적 영역을 확장해 고립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1000명의 책’은 5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국내외 문학작품을 연이어 필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필경(筆耕) 프로젝트다.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참가자들은 필경사의 방에 마련된 책상에서 각자 한 시간 동안 주어진 책을 필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채워넣어야 할 빈칸들로 가득하다”며 “‘1000명의 책’과 ‘기억의 벽’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개인들이 공동의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향해 가는 상징적인 여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정형성 탈피... 눈길 끄는 두 조각가의 색다른 행보

    정형성 탈피... 눈길 끄는 두 조각가의 색다른 행보

     조각가는 나무, 돌 같은 재료를 깎고 파거나 점토, 납 등의 재료로 틀을 만들어 브론즈 작품을 만든다. 이런 정형성을 탈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두 조각가가 있다. 이들의 색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현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승택(83)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드로잉’. 드로잉이라고 하면 통상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그려진 단순하고 예비적인 그림을 가리키지만 이승택의 드로잉은 공간에 노끈으로 선과 매듭을 이뤄 가며 형태를 창출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본인의 표현대로 하면 ‘손재주가 좋아서’ 안중근, 맥아더 장군 등 유명인의 동상 작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그는 1950년 중반 이후 줄곧 전통적이고 관념적인 조각 방법에서 탈피해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왔다.  돗자리 짜는 데 사용하는 고드랫돌에서 노끈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1957년 돌멩이를 묶어서 각목에 매달거나 노끈으로 다양한 종류의 일상적 오브제를 묶는 작업을 선보였다. 벽에 늘어뜨린 노끈과 벽에 비친 그림자에서 평면 공간에 표현된 3차원 드로잉의 영감을 받고는 노끈을 화판 혹은 캔버스에 붙여 가는 입체적인 선 드로잉을 시도하고, 좀더 스케일을 넓혀 2m가 넘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풀어헤친 노끈을 붙여 가며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한 손에 노끈, 다른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공간에 직접 드로잉을 하는 작업 등 그의 작업은 거침이 없이 이어진다. 1969년에는 한계없는 공간개념과 자연현상을 작품에 동참시킨 ‘바람’ 시리즈를 통해 형체없는 조각을 시도했다.  ‘설치’나 ‘퍼포먼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술계의 이단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뿐이었다.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이 주류를 이뤘던 한국화단에서 외면받았던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유럽의 평단이었다. 79세였던 2009년 세계 유명 큐레이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뒤늦게 조명받기 시작해 국제적인 작가로 뒤늦게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작가는 “미술이란 새로움을 만들어 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평생 기존 미술과 다른 것을 어떻게 표형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정상보다는 비정상, 미술보다는 비미술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양식의 드로잉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드랫돌 설치를 위한 연필 드로잉부터 노끈 드로잉작품, 확장된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벽 설치 드로잉, 붉은 천을 이용한 바람시리즈를 위한 드로잉, 자신의 음모를 이용한 드로잉도 소개된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조각가 안규철(60)은 미술전문지 기자를 거쳐 1980년대 중반 부조리한 사회와 미술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형조각으로 비교적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개념적인 오브제와 텍스트작업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건축적 규모의 설치작업과 공공미술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미술의 대안적 기능을 일관되게 모색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회에서 그는 8점의 장르 융합적인 신작을 통해 이 시대와 미술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은 마종기 시인의 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인용한 것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시장의 상품이 되고 물신적 사물이 되는 미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른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면서 “고립과 격리는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고, 극복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미술의 경계를 넘어 문학, 건축, 음악, 영상, 퍼포먼스, 출판을 포괄한다.  ‘아홉 마리 금붕어’는 아홉 마리의 금붕어가 9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품이다. 금붕어들은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구획된 각자의 공간 속에 고립되어 있다. 무심한 아름다움과 절대적 고독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모빌 작품처럼 공중에 매달아 놓은 ‘식물의 시간’, 영상작업 ‘사물의 뒷모습’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사유를 이끌어 낸다. ‘64개의 방’과 ‘침묵의 방’은 관람객의 신체적, 감각적 영역을 확장해 고립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1000명의 책’은 5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국내외 문학작품을 연이어 필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필경(筆耕) 프로젝트다.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참가자들은 필경사의 방에 마련된 책상에서 각자 한 시간 동안 주어진 책을 필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채워넣어야 할 빈칸들로 가득하다”며 “‘1000명의 책’과 ‘기억의 벽’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개인들이 공동의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향해 가는 상징적인 여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뒤흔든 세계 춤꾼들 “판타스틱 한국 알릴래요”

    서울광장 뒤흔든 세계 춤꾼들 “판타스틱 한국 알릴래요”

    “드라마에서 보던 서울에 우리가 와 있다니 와우! 너무 기뻐요. 서울이 어떠냐고요? 도시도 골목도 너무 아름답고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는 잘생긴 남자를 찾고 싶은데, 헤헤, 어디로 가야 하나요?”(홍콩 커버댄스팀 ‘하이힐’ 멤버 펑온이) 16일 오전 11시. 서울장터 행사가 진행되던 서울광장이 춤판으로 변신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2015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세계 10개국에서 몰려온 16개팀 80여명의 케이팝 커버댄스 춤꾼들이 쇼케이스 공연을 벌였다.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은 한국 아이돌 가수를 동경하는 전 세계 팬들의 댄스대회로 2011년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커버댄스는 팬 코스프레의 일종으로 특정 가수들의 공연을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첫 무대에 오른 일본 커버댄스 그룹 ‘퀴인’(QieeN)이 마마무의 ‘음오아예’와 미스A의 ‘다른 남자 말고 너’에 맞춰 멋진 무대를 선보이자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옹기종기 무대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어 필리핀 커버댄스팀 ‘샤이너즈’가 샤이니의 히트곡 메들리에 맞춰 춤을 추자 모여든 시민들도 스텝을 밟는다. 샤이니를 ‘존경’해 팀의 이름도 샤이너즈라고 지은 이들은 패션은 물론 머리 스타일, 무대 매너까지 샤이니를 그대로 베낀 듯한 느낌을 줬다. 이어 홍콩에서 온 ‘하이힐’이 레드 벨벳의 ‘해피니스’에 맞춰 몸을 흔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세계 70개국 1600여팀 중 선발된 만큼 실력은 아마추어를 뛰어넘는다. 무대를 감상하던 한 시민은 “멀리서 볼 때는 아이돌이 공연을 하는 줄 알았다”면서 “케이팝이 인기라고 하는 이야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대회를 할 정도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단순히 춤대회에 출연만 하고 가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온 셰비척 죠이는 “케이팝을 좋아해 한국의 서울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번 커버댄스 대회를 통해 꿈을 이뤘다”면서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국을 방문해 골목골목을 다니며 진짜 한국 문화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서 온 펑온이는 “아마 여기 온 커버댄서들이 그 나라와 동네에선 좀 먹어주는 애들”이라면서 “김수현처럼 잘생긴 남자가 어디에 많은지를 파악해 홍콩에 가서 친구들에게 알려줄 것”이라며 웃었다. 케이팝으로 한국과 서울을 알게 된 이들이 이제 서울관광의 전도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행사를 마친 이들은 한류 스타들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고, 댄스 강습도 받았다. 또 한양도성과 서울신청사, 남산 한옥마을 등을 돌며 자신들이 즐긴 서울의 관광명소를 소셜미디어와 팬카페 등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17일에는 광화문 일대와 청계광장에서 플래시몹도 진행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위장 헤엄치며 암 사진 찍는 ‘올챙이 로봇’

    위장 헤엄치며 암 사진 찍는 ‘올챙이 로봇’

    소화기관을 ‘헤엄치며’ 내부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첨단 장치가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홍콩중문대학교 정밀공학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첨단 내시경 장비인 ‘올챙이 내시경’(Tadpole Endoscope, 이하 TE)을 소개했다. TE의 몸체는 3D프린터로 출력한 것이며 후미에는 작고 부드러운 ‘지느러미’가 달려있어 액체 속에서 몸체를 추진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초속 12.5㎜이며 최소 선회 반경은 25㎜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게임패드처럼 생긴 무선 조종기를 이용해 이 지느러미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필요 부위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 획득이 보다 용이하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암 검사 등을 위해 소화기관 내부를 촬영하는 방식으로는 그동안 위장내시경, 대장내시경, 내시경 캡슐 등이 활용돼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러나 이 기술들은 가격이 비싸거나 신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들은 이번 장치의 경우 간단하고 신뢰할만하며, 기존의 내시경 기술에 비해 신체에 가하는 부담 또한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TE를 이용한 소화기 촬영은 환자가 TE를 알약처럼 삼키면서 즉시 시작된다. TE가 식도를 지나 위장 내부에 도착하면 환자는 천장을 보고 눕거나 측면을 보고 눕는 등 자세를 조금씩 바꿔 TE가 다양한 각도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해준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위장 전체의 모습을 빠짐없이 촬영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장의 연동운동(소화관이 내용물을 이동시킬 때 취하는 움직임)에 의해 TE가 자연스럽게 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부터 TE는 장을 따라 이동하며 촬영 영상을 계속 전송하고, 이 데이터는 별도의 휴대형 장치로 전송, 저장된다. 이 때 환자는 해당 수신장치를 휴대한 채 집에 돌아가도 무방하며 TE가 장 촬영을 모두 마칠 때까지 병원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의사들은 추후에 해당 장치에 저장된 영상을 통해 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돼지의 장기를 이용, 로봇의 수영 능력을 우선 확인하는데 성공했으며, 이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의 실험들도 진행, 조속히 실제 의료적 활용이 가능해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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