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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이 달라지니 아이들도 달라졌다… 서울교육청 ‘꿈담교실’로 변신한 봉천초 가 보니

    교실이 달라지니 아이들도 달라졌다… 서울교육청 ‘꿈담교실’로 변신한 봉천초 가 보니

    “1학기에 혼자 놀겠다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던 아이가 지금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아요. 학교 교실이 놀이와 학습이 결합된 교실로 바뀌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변하고 있다는 거예요.” 학습 공간의 변화만으로 교육의 질도 달라질 수 있을까. 현장의 교사와 아이들은 입을 모아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은 2017년부터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는 ‘꿈을 담은 교실’(꿈담교실)을 통해 교실을 학습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 학교 안에 놀이터를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 등으로 공간을 통한 교육의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닌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상상력을 키우고 사회성을 기르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봉천초등학교를 찾았다. 봉천초는 지난 여름방학 기간(7월 25일~9월 26일·약 두 달)에 1학년 7개 반을 리모델링해 2학기부터 1학년 학생들이 새롭게 바뀐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장식품 꾸미기 수업을 하고 있던 1학년 5반 교실의 문을 열자 일반 가정집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온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교실 바닥 전체를 온돌로 바꾼 덕분이다. 아이들은 실내화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집 안에서 생활하듯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지현 교사는 “아이들이 책상에서 수업을 하다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할 때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아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면서 “예전에는 평가를 받기 위해 교실 앞 교사 책상으로 학생들이 줄을 섰지만 지금은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작품을 비교하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후자 봉천초 교감은 “학생들이 하교하고 선생님이 교실에 혼자 남아 업무를 볼 때는 해당 부분만 온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난방 효율성도 높였다”고 귀띔했다.●놀이공간서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소통 봉천초 꿈담교실의 특징은 복도 쪽 약 80㎝ 공간을 교실로 확장해 해당 공간을 앉을 자리와 미끄럼틀 등으로 이뤄진 ‘놀이 공간’으로 꾸몄다는 점이다. 교실 한쪽에 실내 놀이터를 만든 셈이다. 때마침 쉬는 시간에 1학년 3반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놀이 공간을 활용해 서로 장난을 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교실 안에 놀이 공간이 생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극적이 됐다는 점이다. 권세라 교사는 “1학기에 유치원에서 알았던 아이 외에는 대화를 하지 않던 아이가 있었는데, 교실에 놀이 공간이 생기면서 지금은 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면서 “놀이 공간에서 함께 몸을 맞대며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책을 보던 아이들은 놀이 공간 사이를 구분하는 가림막 사이에 난 작은 구멍으로 “책 반납요”라고 말하며 서로 책을 주고받고는 즐거워했다. 공간을 활용해 스스로 놀이를 만든 것이다. 권 교사는 “1학기 초에는 교실이 무서워 들어가기 싫다며 복도에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면서 “단순히 교실이라는 공간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에 맞춰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이들 아이디어 적극 반영… 만족도 98% 봉천초의 꿈담교실 사업은 서울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에 따라 올해 초 꿈담교실 사업을 신청해 이뤄졌다. 최종 지원 대상자는 서울시 교육지원심의위가 예산의 효율성, 규모의 적정성, 학교 구성원의 참여 의지, 학교의 투자 의지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올 초 최종 꿈담교실 지원 학교로 선정된 후 4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교장 등 학교 관리자와 디자인 및 시공업체 관계자가 6차례에 걸쳐 교실 리모델링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꿈꾸는 교실 그리기’를 실시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했고, 교장과 1학년 부장교사 등 꿈담교실 사업에 참여하는 학교 관계자들은 독일 현지 학교를 찾아가 꿈담교실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기도 했다. 봉천초의 꿈담교실 사업 예산은 총 4억 2000만원(교실당 6000만원)가량 들었다. 박성주 봉천초 교장은 “최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 억압적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면서 “교실 공간 변화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고 평온함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학교폭력 문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봉천초를 포함해 올해 101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23개교 154개 교실을 꿈담교실로 리모델링했다. 각 학교 특성에 맞도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도서관 개방·연합형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홈베이스 교실’을 꾸미는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꿈담교실 도입 이후 학생들의 98.4%가 “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고, 향후 사업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9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사업 대상 학교를 50개 초·중·고교로 확대하고 예산도 136억원가량으로 늘린다는 목표다.●학교 운동장·놀이터로 ‘꿈담’ 사업 확장 학교 교실뿐 아니라 운동장과 놀이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중랑구 신현초교에 문을 연 ‘꿈을 담은 놀이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놀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2m 높이의 모래언덕 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미끄러져 내려오거나 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트리하우스’라고 불리는 나무 구조물에서는 아이들이 술래잡기 등을 하며 놀 수 있다. 흔히 놀이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네나 시소, 미끄럼틀이 없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며 뛰놀 수 있게 한 것이다. 2016년 전남 순천에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었던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가 신현초의 ‘꿈을 담은 놀이터’ 제작을 총괄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신현초 외에 안평초, 삼광초, 방이초, 세명초 등 4곳의 놀이터를 내년 새 학기 전까지 새롭게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초교 6곳의 꿈담교실 사업에 참여한 어린이공간디자인 업체 PPY의 홍경숙 소장은 “꿈담교실 작업 중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바꾸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민주적 절차 등을 직접 체험하는 효과도 있었다”면서 “꿈담교실 등 학교 공간 변화는 기존의 강의형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교육 콘텐츠로서 학교라는 공간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임종기 전남도의원, ‘전라남도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운영 조례’ 제정

    임종기 전남도의원, ‘전라남도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운영 조례’ 제정

    전남도와 소속기관에 제기된 고충민원을 분석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처리하게 될 ‘전라남도 도민고충처리위원회’가 설치된다.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임종기 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2)이 대표 발의한 ‘전라남도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운영 조례안’이 7일 기획행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번 조례안은 도민고충처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했다.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하고 주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는 등 열린 행정을 통해 도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제정됐다.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주민이 신청한 고충민원, 도지사 및 도의회에서 위원회에 의뢰한 사안, 위원회 스스로 발의한 고충 사안 등을 다룬다. 고충민원에 대한 조사 처리 업무를 수행하며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맡아서 한다. 필요시 관할권 기관을 대상으로 직권 조사도 가능하다. 이 경우 도지사와 도의회에 특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임 의원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불합리한 제도에 따라 행정 처리과정에 갈등 요인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설치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열린 행정을 통해 주민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안은 오는 18일 제327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달빛에 비친 겨울철새 실루엣…금강하구에 내 마음을 포개다

    달빛에 비친 겨울철새 실루엣…금강하구에 내 마음을 포개다

    여행을 즐기기에 최고의 계절은 아니다. 팔도강산을 수놓았던 단풍은 끝물마저 지났고 설경을 찾아나서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어느 계절에 찾아도 만족할 만한 숨은 여행지들을 골라갈 좋을 시기다. 겨울 철새가 모여들기 시작한 금강 하구의 충남 서천은 이제부터 방문하면 좋을 여행지다. 논산에는 지난달 정식 오픈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세트장이 드라마의 감동과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서천의 서쪽 끝자락 마량리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춘장대IC로 나와 서쪽으로 25여분 더 달리면 황해를 향해 갈고리처럼 튀어나온 마량리에 닿는다. 이곳에는 서천 제일의 바다 풍광을 볼 수 있는 동백나무숲이 있다. 최고 수령 500년 등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야트막한 언덕 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서천 제일의 바다 풍광을 볼 수 있는 동백나무숲 언덕 위로 난 돌계단을 밟는다. 양쪽으로 심긴 동백나무의 반질반질한 잎 사이로 손톱만 한 꽃망울이 돋아 있다.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때나 돼야 빨간 꽃을 피우겠지만 한겨울 추위를 버텨낼 봉오리가 옹골차다. 언덕 위 동백정에 오르니 발아래로 바다가 펼쳐진다. 정면에 보이는 외딴섬은 오력도다. 이곳 안내원에 따르면 섬의 까마귀들이 왜구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력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동백나무숲을 빠져나와 인근 마량포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쌀쌀해진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낚시꾼들, 사방으로 낚싯대가 삐져나온 앞바다의 작은 배들이 한가로운 어촌 풍경을 그린다. 포구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는 서양의 돛단배와 한국의 판옥선 모형이 나란히 조성돼 있다. 진짜 배는 아니지만 성경이 국내로 최초 전해진 곳이 마량포구라는 의미를 담은 조형물이다. 마량포구와 공원에서 각각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성경전래지기념관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잠시 둘러볼 만하다. 1816년 조선 해역을 측량하던 영국 군함 알세스트호의 함장 머리 맥스웰이 마량진에서 수군첨절제사였던 첨사 조대복을 만난다. 말과 글이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은 할 수 없었지만 맥스웰이 조대복에게 건넨 것이 조선 최초의 성경이었다는 설명이다. 옛 서적과 사진자료, 인물 모형 등 전시물이 제법 알차다. 2016년 9월 문을 연 기념관은 현재 서천군기독교연합회에서 서천군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600원. ●금강하구 일대 40여종 철새… 수백·수천 마리 ‘장관’ 마량포구에서 차로 45분쯤 달려 금강하굿둑 부근으로 간다. 이맘때 서천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겨울 철새를 보기 위해서다. 겨울이면 금강 하구 일대에는 검은머리물떼새, 큰고니, 청둥오리 등 40여종의 철새가 날아든다. 금강하굿둑에서 상류로 10여㎞ 떨어진 신성리갈대밭 부근까지 물새떼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수백, 수천 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붉게 물들었던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 새들도 조용히 강 위로 내려앉아 분주했던 하루를 정리한다. 하굿둑을 따라 노란 조명이 들어올 때면 하얗게 빛나는 달이 오락가락하는 새들의 까만 실루엣을 비춘다. 논산에서 이튿날 여정을 이어 간다. 논산의 이름난 절 관촉사는 논산역이 있는 구시가지, 논산시청이 있는 신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아 돌아보기 수월하다. 논산은 지명에 산이 들어가지만 금산, 완주와의 경계에 있는 대둔산을 제외하면 넓은 평지가 주를 이루는 고장이다. 관촉사 역시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해 있다. 그 유명한 은진미륵, 즉 석조미륵보살입상을 보기 위해 가는 길이 힘들지 않다. 언덕 위에서 논산을 인자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은진미륵은 거대한 얼굴, 파격적인 비율이 특징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개성 있는 외관에 눈길이 가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실로 감탄이 나온다. 고려 광종 때인 970년 승려 조각장 혜명의 주도 아래 제작됐다고 전해진다. 불상의 얼굴과 몸매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어딘가 푸근한 느낌이 전해온다. 김경란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전체 높이 18m의 거대한 불상은 왕권 강화 목적으로 건립됐다고 한다. 높은 건물이 없던 과거에는 평지인 주변 어디에서나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불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진미륵은 불교 미술사에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 4월 국보 제323호로 지정됐다.●논산 관촉사 은진미륵… ‘미스터 션샤인’ 세트장 있는 선샤인랜드 관촉사가 논산이 내세우는 전통의 명소라면 연무대에 새로 지어진 선샤인랜드는 새로운 핵심 관광지다. 밀리터리 체험관, 1900~1950년대 드라마·영화 세트장, 그리고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세트장이 한데 모여 있다. 그중 ‘미스터 션샤인’ 세트장은 숱한 화제를 낳은 드라마의 인기 덕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붐빈다. 외국인 개별 관광객들도 먼저 알고 찾아온다. 고애신(김태리)과 유진 초이(이병헌)가 자주 마주치던 다리 아랫길로 드라마에서처럼 전찻길이 나 있다. 고애신이 살던 저택, 쿠도 히나(김민정)가 운영하던 호텔 ‘글로리’, 추노꾼들이 세운 만물상점 ‘해드리오’ 등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실제 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불란셔 제빵소’에서 빵과 빙수를 팔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만 아쉬울 뿐 드라마의 여운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입장료 어른 7000원, 어린이 3000원. 밀리터리 체험관 등은 무료 입장. 글 사진 서천·논산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목멱산 꼭대기 팔각정을 오르내리던 ‘남산삭도(케이블카)’를 머리에 얹고 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3호 터널이 뚫린 그 자리, 무성한 아카시아 숲을 헤치고 남산 허리까지 한달음에 올랐다. 쏟아지는 땀, 타들어 가던 목을 시원한 약수로 식히고 빨간 샐비어를 따 꿀물을 빨던 ‘국민학생’ 때다.저녁 8시, 산그늘이 6층짜리 시민아파트를 집어삼킬 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아파트 복도를 몰려다녔다. 목적지는 1층에서 유일하게 ‘텔레비전’을 갖고 있던 104호 김 아무개집. 현관 앞 복도에 옹기종기 앉아 시선을 멀찌감치 안방 구석에 맞춘다. 독수리인지 뭔지 모를 양각이 새겨진 커다란 틀 속에서 천규덕과 김일이 한 조가 돼 ‘괘씸하고도 나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태그매치를 벌인다. TV 수상기는 당시 시민아파트 꼬맹이들의 로망이었다. 어머니, 할머니가 즐겨 보시던 ‘전설의 고향’만큼이나 인기있던 프로는 단연 레슬링이었다. 천규덕의 득달같은 가라테촙이 일본 선수의 목에 꽂히면 꼬맹이들은 따라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일본 선수의 깨물기 반칙에 머리가 터져 붕대를 칭칭 동여맨 김일의 박치기가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터지면 채널 쟁탈전 끝에 뒤로 물러나 앉은 할머니까지 거들며 복도가 떠나갈 듯 만세를 불러댔다. 넉넉하지 않고 고단했지만 흥겨운 남산 자락 서울의 한 동네 서민들의 여름 저녁 풍경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었던 영화감독 유하의 시에 등장하는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김일, 천규덕 등 프로레슬러의 이름은 적어도 60년생들에게는 ‘추억’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2004년 개봉한 또 다른 영화 ‘역도산’은 한국 레슬링의 스승으로 알려진 한국명 김신락을 다뤘는데, 여기에서 ‘박치기왕’ 김일은 후반부에 잠깐 나왔을 뿐이었다. 그랬던 김일이 2018년 12월이 돼서야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대한체육회가 5일 제7차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에서 6명의 후보 가운데 김일과 김진호(56·한체대 교수·양궁)를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선정위원회와 심사기자단의 업적평가(70%)와 국민지지도 조사(30%)를 통해 2차에 걸친 심사 끝에 후보에 올랐고, 선정위원 3분의2의 찬성으로 스포츠 영웅이 됐다. 김일이 선정된 것은 파격적이다. 그는 손기정을 비롯해 양정모, 차범근, 김연아 등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이들과 달리 엘리트의 범주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폭로 이후 꾸준히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심사에서 매번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지지도 조사에서 최고 지지를 받았고, 선정위원회 및 심사기자단의 정량·정성 평가에서도 고득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는 아니었지만 넉넉지 못하고 늘 어스름 저녁 같았던 1960~70년대를 살았던 서민들에게 삶의 비상구를 열어 주고 애환을 달래 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일은 지난 2006년 10월, 13년 동안 누워 있던 서울 중계동 을지병원 한 병실에서 77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태그매치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남산 꼬맹이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cbk91065@seoul.co.kr
  • [길섶에서] 책난로와 핫팩/김성곤 논설위원

    어릴 적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다녔다. 아침에는 동네 어귀에 다 같이 모였다가 학교로 향했다. 학교 가는 길이 멀었지만, 이렇게 가면 지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각은 읍내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했다. 겨울방학을 전후해 추운 날이면 먼저 나온 형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거기서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다가 우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출발하기 전 책난로는 필수다. 헌책 모서리에 불을 붙인 뒤 돌돌 말아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거나 이를 바통처럼 움켜쥐고 큰 원을 그리며 몇 바퀴 돌리면 불이 살아난다. 겉은 멀쩡한데 안에서는 불이 타들어가는 이른바 손난로다. 가다가 추우면 돌돌 만 책을 좀 풀어서 불을 살려 온기를 쏘이거나 아니면 이를 불쏘시개 삼아 길섶 마른 잡초에 불을 붙여서 언 손과 발을 녹였다. 학교에 가까워지면 소명을 다한 손난로는 활활 태워서 없애거나 아니면 불을 꺼서 어느 집 담 모퉁이에 처박아 뒀다가 하교 때 재활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온기가 24시간 이상 가는 핫팩에서부터 건전지를 이용한 손난로와 열선이 깔린 장갑까지 나와서 어지간해선 손 시린 것을 모르고 산다. 갑자기 몰려온 추위에 그때의 책난로와 그 불냄새가 문득 그립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 로켓포 날고 몸수색당하는 삶… 이·팔 국민들 “평화 오길”

    로켓포 날고 몸수색당하는 삶… 이·팔 국민들 “평화 오길”

    8m 높이의 잿빛 장벽이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 ‘가자’를 둘러쌌다. 인간의 힘으로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장벽은 지평선을 따라 끝도 없이 뻗어 나갔다. 그것은 가자를 이스라엘로부터 격리하는 벽이자, 세계로부터 격리하는 벽이었다. 분리장벽 꼭대기 초소 기관총 총구는 가자지구 쪽을 향했다. 장벽과 지면이 맞닿은 곳에 노란 꽃이 피었다. 가자지구를 실질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수백발을 발사해 양측의 긴장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지난 17일 가자지구 분리장벽과 맞닿은 이스라엘 중서부 마을, 유대인 25가구 약 1000여명이 사는 네티브하사라에 갔다. 거대한 차량 출입 통제기가 마을 입구를 막았다. 검문소에 마을을 둘러보려고 한국에서 왔다고 설명하자 통제기가 열렸다.놀이터에서 유대인 남성 오베르 마르코비치(47)를 만났다. 그는 6세 아들과 놀고 있었다. 마르코비치는 “이 마을에 산 지 16년이 됐다”면서 “가자에서 수시로 로켓포가 날아온다. 나도 나지만, 내 아이들이 더 걱정된다. 아들 말고도 딸 둘이 더 있다”고 했다.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사느냐고, 왜 떠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마르코비치는 “여기에 내가 지은 집이 있고 내 부모님이 있고 내 친구가 있다. 다른 곳에 가서 살 수는 없다”고 답했다. 마르코비치는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마르코비치의 아내 탈리(44)가 기자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탈리는 정착촌 1세대인 부모를 따라 네티브하사라에 왔다고 했다. 탈리는 “20년 전에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너무 두렵다”면서 “지난주 하마스 공격 때에는 집안 방공호에서 24시간 동안 떨었다”고 했다. 차로 30여분을 달려 가자지구 북쪽 장벽에서 불과 2㎞ 떨어진 인구 2만 5000의 소도시 스데롯으로 이동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위협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을까. 스데롯 경찰서 앞에는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포탄 잔해 수백발이 쌓여 있었다.한 여성에게 가자지구에서 쏜 미사일이 실제로 위협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여성은 기자를 동네 놀이터로 안내했다. 그는 종잇조각처럼 찢어지고 절단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 놀이터의 철제 구조물을 보여 줬다. 여성은 “넉 달 전 가자에서 쏜 포탄이 이곳을 강타했다”고 했다. 포탄 파편이 튀어 시커먼 구멍이 뚫린 시소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가 다친 적은 없다”고 그가 덧붙였다. 딸 둘과 놀이터에 나온 주민 니심 몬틴(28)은 “하마스의 공격은 일상”이라면서 “아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오토바이, 비행기 소리에 경기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에게 바람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는 “오직 평화, 평화만 바란다”고 말했다. 이튿날 기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서안지구’의 도시 헤브론 내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정착촌 중에서도 긴장 수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스라엘에서 20년 넘게 생활한 가이드가 동행했다. 가이드는 “헤브론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 정착민은 8가구다. 이스라엘은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헤브론에 군대를 보냈다”면서 “그러나 그 이면에는 종교적 이유가 있다. 헤브론에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양측이 선조로 모시는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의 묘 ‘막벨라 사원’이 있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마을 입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정착촌 주위를 오가는 팔레스타인 청년의 몸을 수색했다. 청년은 주머니를 까뒤집어 검문소 군인에게 보여 줬고 벨트를 풀어 검색대에 올려놓았다. 인근에서 만난 한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 정착촌 주변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이 떠났다. 원래 여기는 우리 상인들이 장사하던 시장 골목이었다. 활기차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멘트로 봉쇄한 한쪽 골목을 가리키면서 “이 벽 너머는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통행을 못 하게 막은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라진 상점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적막한 거리에 이스라엘 국기만 나부꼈다. 정착촌을 가로질러 강철로 만든 출입구를 빠져나갔다. 출입구 너머는 별세계였다. 그곳은 왁자지껄한 팔레스타인 도시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웃고 떠들고 터키시 커피를 마시고 케밥을 먹었다.헤브론 시민인 팔레스타인인 압둘 하미드(50)는 “유대인들이 와서 도시가 쪼개졌다. 재산과 집을 저쪽에 두고 밀려난 사람들이 많다. 우리와 이스라엘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아예 저쪽 통행로를 막아버린다”면서 “헤브론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다시 예전처럼 마음대로 이쪽저쪽으로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가 영어로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하자. 그는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게)이라고 인사했다. 양측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평화는 그러나 요원해 보였다. 20일 오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정부 측 입장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만났다. 그는 “평화 협상을 하려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마스는 헌장에 이스라엘을 파괴하라는 내용을 명시한 집단이다. 하마스와 항구적인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마스를 실질적 위협으로 규정한 이스라엘은 가자를 분리장벽으로 가뒀을 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사용해 감시한다. 같은 날 오후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영 군수업체 IAI를 방문했다. 인근 활주로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오토바이가 아니었다. IAI의 무인 정찰기 ‘헤론’이었다. 헤론은 약 10초 만에 활주로에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IAI 관계자는 “헤론은 한 번 뜨면 45시간 공중에 머무른다. 헤론 여러 대가 1년 365일 가자를 감시한다”면서 “보통 상공 1만 피트(약 3㎞)에서 기동한다. 헤론의 존재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헤론 작전통제실은 컨테이너 박스 1개 크기였다. 거기에는 모니터 10여개가 설치돼 있었다. 조종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원격 카메라 조종기로 헤론이 보내는 영상을 확인했다. 헤론은 상공 1만 피트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의 영상을 찍었다. 또 다른 IAI 관계자에게 이스라엘이 자살 드론(폭탄을 장착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인기)을 보유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밀이다. 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IAI 측은 또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 군용 자동차, 은폐·엄폐물을 뚫고 생물체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는 레이더 등 각종 군수 장비를 소개했다. 기자는 이스라엘에 오기 전 사진으로 본, 가자 분리장벽을 향해 돌팔매를 던지던 팔레스타인 청년을 떠올렸다. 글 사진 네티브하사라·스데롯·헤브론·예루살렘·텔아비브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법원 위상 이 정도일 줄이야… 판사도 피습 대상 되는 것 아니냐”

    “법원 위상 이 정도일 줄이야… 판사도 피습 대상 되는 것 아니냐”

    사법농단과 무관한 70대 민사소송 불만 법관 탄핵·수평 리더십 비판 속 초유 사태 판사들 “고통스러운 심정”개탄 속 우려 경호 허점 드러나…경찰 인력 증원·강화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 차량을 습격한 1인 시위자는 사법농단과 무관한 개인 소송과 관련해 시위를 벌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초유의 대법원장 차량 습격이 감행된 배경을 최근 실추된 사법 신뢰와 연결 짓는 해석이 많다. 법관 탄핵 논쟁 국면에서 김 대법원장의 수평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차량 습격이 벌어지자 사법부 권위 실추를 개탄하는 반응도 나왔다. 27일 대법원 정문에서 김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남모(74)씨는 지난 석 달 동안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해 왔다. 돼지 농장 운영자인 남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2013년 위법하게 친환경 인증 갱신 불가 판정을 내려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2년에 걸친 1·2·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지난 8월 시작된 3심(상고심)은 지난 16일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법률심인 상고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 심리 없이 사건을 기각하는 판결을 이른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공격한 예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1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재임용 불복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당시 고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부상을 입힌 이른바 ‘석궁 테러’가 대표적이다. 2010년엔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이 후보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김형두 당시 지법 부장판사(현 고법 부장판사) 아파트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곽 전 교육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김 부장판사 아파트에 계란을 던졌다. 2010년 1월 보수 시민단체는 대법원장 공관 근처에서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계란을 던졌다. 이들은 당시 무죄 선고된 ‘PD수첩 광우병 보도 명예훼손 사건’ 판결을 비난했다. 앞서 2008년 2월 채종기씨는 재판에서 패소한 뒤 분풀이를 국보 1호인 ‘숭례문’에 했다. 토지 보상액을 놓고 건설사와 갈등을 겪던 채씨는 건설사를 상대로 낸 재판에서 패소했다. 숭례문을 태운 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채씨는 지난 2월 만기 출소했다. 이 같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45명의 보안관리대 경찰력이 배치된 국가주요시설인 대법원에서,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던 대법원장 차량이 습격 대상이 된 것은 초유의 사태로 꼽힌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에 연루 법관 탄핵 논쟁이 제기된 와중에 대법원장 차량 습격이 발발하면서 법원 구성원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판사들 사이에선 “법원의 위상이 이 정도로 떨어졌는지 고통스러운 심정”이라거나 “판사들 역시 피습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대법원장 경호의 허점도 지적됐다. 대법원장은 차량 이동을 할 때 1대의 경호차량과 함께 이동하지만, 신호통제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법원장 차량이 청사 정문을 지날 때 남씨는 너무나 쉽게 차량에 접근했다. 경찰은 앞으로 대법원과 대법원장 공관 주변 경력을 증원하고, 대법원장 등 경호대상 요인에 대한 경호·순찰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길섶에서] 골목/이두걸 논설위원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지하철 5호선 강동역 서쪽의 단독주택 단지. ‘강풀만화거리’가 자리한 곳이다. 차가 겨우 마주 지나갈 좁은 골목 양편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층 단독주택들. 담벼락에는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그의 작품 캐릭터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1세대 웹툰 작가인 강풀은 자신의 실질적인 고향인 골목의 풍경을 그의 만화 안에 담았다. 정확하게는 골목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한다. 가진 게 많지 않지만 그럼으로써 풍성한, 느리게 흘러가지만 그 덕분에 한 발 물러서서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골목의 여유가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떠다닌다. 운 좋게도 삶의 팔할을 지금 거주지에서 보냈다.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 양편의 단독주택과 저층 아파트는 고층 아파트와 빌라 숲으로 변한 지 오래다. 그러나 골목 풍경은 여전하다. 고교 시절 친구와 고민을 나누던 천변도, 두려움에 발걸음을 옮기던 치과도 다행히 그대로다. 낙엽이 이불처럼 쌓인 인도 귀퉁이에는 청춘의 눈물자국도 남아 있을까. 이젠 다가올 것보다 지나간 것들을 곱씹는 게 익숙할 나이지만, 골목과 함께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라 여긴다. douzirl@seoul.co.kr
  • 고령 연명치료 중단, 까다로운 가족 동의 줄인다

    내년 3월부터 고령의 노인이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 어린 증손자의 동의까지 받도록 한 불합리한 존엄사 결정 구조가 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3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할 때 4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환자 본인이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료연명의향서’를 작성하거나 말기·임종기일 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두 서류가 없을 땐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치 않았다’고 진술하거나 가족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족 전원 동의’ 규정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80·90대 고령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배우자, 자녀, 손주, 증손주 등 모든 직계혈족의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로 부모와 배우자, 자녀의 동의만 받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임종기 전남도의원, 119 종합상황실 인력보강 시급 지적

    임종기 전남도의원, 119 종합상황실 인력보강 시급 지적

    전남도 119종합상황실이 소방력 기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 근무 인원 보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19종합상황실은 1일 평균 1500여건의 전화 접수처리와 600여대의 소방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임종기(순천2, 더불어민주당)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은 지난 19일 전남도 소방본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119종합상황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지적하며 최우선적으로 상황실 근무인력을 보충할 것을 요청했다. 임 의원은 “소방력 기준 대비 75%의 부족한 인력으로 주 56시간 근무에 월 7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119요원이 육체적·심리적 피로가 가중돼 위급시 완벽한 초기 작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들어 현장 인력이 연차적으로 충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족 인원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각종 재난사고에 완벽하게 대처하고 소방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생활을 만들어 나가는데 119상황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인력 보강과 4조 2교대 실시 등 근무여건이 개선돼야한다”고 주문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비가일 남자친구 최초 공개, 훈훈 비주얼에 ‘시선 집중’

    아비가일 남자친구 최초 공개, 훈훈 비주얼에 ‘시선 집중’

    아비가일이 남자친구를 최초 공개해 화제다. KBS 2TV ‘볼빨간 당신’은 부모님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자식들의 열혈 뒷바라지 관찰기이다. 지난 방송에서 파라과이 출신 방송인 아비가일은 남다른 한국 사랑으로 귀화까지 한 어머니와 함께 출연 중이다. 아비가일은 ‘한국 이름을 갖고 싶다’는 어머니의 꿈을 위해 개명신청을 도왔다. 특별한 아비가일 모녀의 이야기는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오늘(13일) 방송되는 ‘볼빨간 당신’에서는 아비가일 가족의 경주여행기가 공개된다. 특히 여행지에서 솔직해진 어머니 덕분에 아비가일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까지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킨다. 꿈에 그리던 경주 여행 첫날 밤. 아비가일은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한옥 숙소를 마련했다. 그 곳에서 가족은 일바지 패밀리룩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비가일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딸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아비가일은 갑작스러운 남자친구 이야기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에 대해 “모든 게 마음에 든다”고 칭찬을 늘어놓았으나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고백해 순간 아비가일을 당황케 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지, MC 이영자, 홍진경, 오상진 마저 뒤집어지게 한 그 이유가 공개된다. 이와 함께 이날 방송에서는 아비가일의 남자친구가 최초로 공개될 전망이다. 매력적이고 훈훈한 아비가일 남자친구의 모습에 모두들 깜짝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KBS2 ‘볼빨간 당신’은 1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정숙 여사가 ‘헌화’한 인도 허왕후는…김해엔 허왕후 인도설 전설 다수

    김정숙 여사가 ‘헌화’한 인도 허왕후는…김해엔 허왕후 인도설 전설 다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현지시각) 인도 아요디아에서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허왕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영부인이 단독으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은 2002년 이희호 여사의 미국 뉴욕 방문 이후 16년 만이다. 허왕후의 행보와 관련해 삼국사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고려시대 스님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다. 삼국유사 ‘가락국기’ 편에는 허왕후는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으며, 건무(建武) 24년(서기 48년) 7월27일에 배를 타고 가락국으로 왔고, 시조인 김수로왕(王)과 결혼했다. ‘수로왕비’ 허왕후의 본명은 허왕옥(許黃玉)이며, 김해 허씨의 시조이기도 하다. 아유타국에 대해서는 인도를 비롯해 태국·중국·일본 등에 있었다는 설이 있지만 인도 아요디아가 유력하게 꼽힌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 수로왕릉 정문 대들보에 새겨진 물고기 두 마리가 인도 아요디아 지방의 건축 양식에 따랐기 때문이다.1970년대까지 신화로만 전해진 허왕후에 대해 김병모 교수가 역사적 사실로 재구성해 1987년과 1988년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후 가락중앙종친회가 김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2002년에 아요디야의 사리유 강가에 허왕후 탄생비를 건립했다. 허왕후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저서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에서 “아유타는 힌두의 라마야나 신화에 나오는 코살라국의 수도”라며 “아유타라는 단어는 한역불경을 통해 8세기 이후 ‘인도’를 의미하는 뜻으로 처음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허왕후로 대표되는 고대 인도와 가야 교류설이 1970년대 이후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아동문학가 이종기 씨가 1977년에 상상력을 더해 쓴 ‘가락국탐사’를 김병모 교수가 역사적 사실로 재구성해 1987년과 1988년에 논문으로 발표했다는 것.그는 “인도와 가야사 전문가들이 비판 논문으로 반박했으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허왕후의 인도 출신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학계가 더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경남 김해 지역을 중심으로 수로왕비인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전설과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아득히 먼 옛날 서로 잘 몰랐을 한국과 인도가 결혼으로 맺어졌다는 스토리는 분명 흥미롭다. 없는 인연도 만들어내는 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친교이자 외교인 점을 감안하면 800여년 전에 우리 조상이 분명히 기록으로 남긴 스토리를 정색하고 부정할 것만은 아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SKT도 연말 종료… 사라지는 서비스 ‘와이브로’ 는

    2006년 토종기술로 LTE·5G 기초 단말 제조업 성장 이끈 ‘효자’ 기술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와이브로 서비스를 12월 말 종료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기술로 이동통신업계를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했던 와이브로가 기술의 진보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서비스를 연내 종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KT도 앞서 서비스 종료를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과기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텔레콤은 “LTE·5G 등 대체 기술 진화, 와이브로 단말·장비 공급 부족, 국내 가입자 지속 감소 등으로 정상적인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2006년 시작된 와이브로 서비스는 우리나라 토종 인터넷 기술로, 전용 단말을 노트북, 넷북 등 휴대기기에 연결해 와이파이 형태로 사용하는 서비스다. 일부 기기엔 단말이 내장되기도 했다. 인터넷 속도는 6Mbps 정도로, 3G보다 빠르고, LTE보다 느리다. LTE 및 5G 기술의 근간인 직교주파수 분할다중접속(OFDMA) 기술과 시분할 송수신(TDD) 기술을 선제로 사용해 국내 제조사의 기술 개발에 기여했다. 하지만 각국 이해관계로 글로벌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고, LTE-A와 5G 등 기술이 진화했다. 와이브로 기능은 스마트폰 테더링만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는 등 서비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설 자리를 잃어 왔다. SK텔레콤은 와이브로 기존 가입자의 LTE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존 가입자가 LTE 전환시 ‘T포켓파이 단말’을 무료 증정하고 추가 요금 부담 없이 T포켓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 요금제를 신설, 가입 시점부터 2년간 제공한다. 또 기존 가입자가 LTE 전환 또는 서비스 해지 시 위약금과 단말 잔여 할부금을 전부 면제할 방침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길섶에서] 무교동의 밤/손성진 논설고문

    네온사인이 찬란했던 무교동의 밤은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가 넘쳐 났었다. 땅거미가 내리면서 모여든 주당(酒黨)들의 소곤소곤한 정담이 흘러나오던 골목골목…. 40여 년 전 이야기다. 재개발 바람은 대폿잔을 놓고 인생을 논했던 허름한 술집들과 함께 그 시절의 애틋했던 낭만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멀리 날려 보내 버렸다. 제집처럼 드나들던 다방, 포장마차, 낙지골목과 그 속에서 옹기종기 기대며 살던 군밤장수, 구두수선공, 연통수리공…. 잘 있으란 말도 없이 그들은 떠나고 번듯하지만,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그 자리를 점령했다. 기억마저 희미해져 궁금했던 그때의 무교동 밤거리를 촬영한 진귀한 동영상을 접한 것은 행운이었다.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시계를 잡히고 술을 먹을 만큼 가난했던 때였지만 표정에선 살가움이 넘친다. 대화가 끊겨 가는 사람과 사람, 정은 타 놓은 지 오래된 찻잔처럼 식어 가고, 서푼어치 낭만조차 찾을 길 없이 삭막한 지금. 과연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통속’할 뿐인데 주변과 단절된 채 이익만을 따지며 웃음마저 잃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sonsj@seoul.co.kr
  • 교황, 유대교회 총격사건에 “비인간적 폭력 행위” 개탄

    교황, 유대교회 총격사건에 “비인간적 폭력 행위” 개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규탄하고 희생자를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 모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우리 모두가 그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에 의해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인류애와 삶에 대한 존중, 도덕적 가치와 신에 대한 경외감이 강화되면서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증오의 불길이 꺼질 수 있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울러 피츠버그 주민 모두와 특히 끔찍한 공격에 충격을 받은 유대인 공동체에 애도와 연대를 표명했다. 모국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와 함께 책을 공동으로 저술하기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빈번하게 내왔다. 앞서 27일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40대 백인 남성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다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25) 위기때마다 빛나는 승부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25) 위기때마다 빛나는 승부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해운업의 장기침체로 2016년 현대상선 매각 아픔남북경협사업 고전하다 올해 ‘훈풍’타고 재기 기지개현대엘리베이터 해외시장 개척 등 신성장 동력 마련 현정은(63) 현대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승부사’로 불리운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서 이를 헤쳐 나간다. 지난 2003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아들이자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현 회장은 하루 아침에 그룹을 떠안게 됐다. 현 회장의 경영자로서 인생은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시댁인 범현대가의 경영권 공격을 버텨내야만 했다. 2004년까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인 데 이어 2006년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현대상선 지분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른바 ‘숙부의 난’과 ‘시동생의 난’이었다. 2013년 말 현대그룹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주력 업종인 해운업의 장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현대증권 등 금융3사, 현대로지스틱스 등을 매각해다. 300억원의 사재 출연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버텼지만 결국 2016년 현대상선마저 처분했다.대북사업에서 현 회장이 보여줬던 불굴의 의지와 도전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개척해왔던 남북경협사업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관광 등 20여 년 동안 남북 경협사업을 이끌어왔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관광객 206만 명(금강산 195만 명, 개성 11만 명)을 유치했다. 2006년 10월에 터진 북핵 사태로 인해 남북 경협사업이 중단됐다. 올 들어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면서 현정은 회장은 2018년 5월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그룹차원의 테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현대아산은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북측으로부터 포괄적인 SOC관련 사업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구체화되면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7대 SOC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 신공장에는 연 2만 5000대 생산규모의 공장을 신규로 착공했다. 2019년 12월 완공예정인 신공장은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수도 리야드에 건설 중인 대규모 의료 복합단지(SFMC)에 설치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수주했다. 총 수주규모는 3000만달러(약 340억원)다. 그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 108억원, 영업이익 1467억, 당기순이익 7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 유일한 토종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7년 연속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2017년말 44.1%)를 발판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Top)7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8년 현 회장의 취임 5주년을 맞아 연지동 사옥을 198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뿔뿔이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한곳에 집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현대상선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연지동 사옥을 매각했다가 4년만인 지난해 재매입 했다. 현 회장은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에서 인성개발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2014년 9월 현 회장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 ‘포춘(Fortune)’이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기업인 25인’에 선정됐다. 현 회장은 25명 중 14위로 국내 여성 기업인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현 회장은 장녀 정지이(41) 현대무벡스 전무와 차녀 정영이 무벡스 차장, 장남 정영선 투자파트너스 이사 등 3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인 정지이 전무는 계열사인 현대무벡스 전무로 재직중이다. 정 전무는 이화여자외국어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현대그룹에는 2004년 현대상선 재정부 사원으로 입사해 2006년 IT 회사인 현대U&I 기획실장(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했다. 정 전무는 2011년 9월 외국계 투자금융그룹 맥커리투자은행 매니저로 일하던 신두식(44)씨와 결혼했다. 신씨는 현재 링크스 자산운용을 경영하고 있다. 정 전무와 신씨 사이에는 딸 혜윤(6) 양이 있다. 둘째 정영이(34) 차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지난 2012년 6월 현대무벡스로 입사했다. 현재는 현대무벡스 경영관리팀 차장으로 재무·경영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셋째인 정영선(33)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학업을 마친 뒤 지난해 그룹내 신기술금융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로 재직중이다. 현 회장은 현영원(2006년 작고) 신한해운 회장과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90) 전 용문학원 이사장 슬하의 딸 넷 중 둘째다. 임당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에도 적극적인 김문희 전 이사장은 현 회장이 현대그룹을 맡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지난해 12월 이사장직을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에게 물려줬다. 현 회장의 외삼촌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임종기 전남도의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재조명 해야

    임종기 전남도의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재조명 해야

    전남도의회에서 도정질의를 통해 임진왜란을 극복했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의 역사 바로잡기 시도가 이뤄졌다. 임종기 (더불어민주당, 순천2) 전남도의원은 24일 열린 제326회 임시회 도정질의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 속에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호남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임 의원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을 만큼 호남이 나라를 지켰다는 의미다”며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되게 의도된 잘못된 자료를 통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가 폄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조 임금조차도 왕명으로 충민사를 국립사당으로 지으라고 명하고, ‘충민사(忠愍祠)’라는 현판을 사액했을 뿐만 아니라 전답까지 하사했다”면서 “그러나 왜곡된 역사 속에서 충민사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지정학적으로 호남 방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 이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접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기위해 도정질의를 하게 됐다”며 “이를 위해 ‘임진왜란과 약무호남 시무국가’에 대한 학술 용역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번 질의를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올바른 역사의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스마트시티 핵심은 소통… 사람이 행복한 친환경도시 만든다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스마트시티 핵심은 소통… 사람이 행복한 친환경도시 만든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1900년만 해도 전 세계에 12개에 불과했다. 1950년에는 83개가 됐고, 2011년에는 500개를 돌파했다. 2020년이 되면 중국에 있는 100만 이상 도시만 해도 200개가 넘을 전망이다. 1000만명 규모가 넘는 메가시티만 해도 29개나 된다. 19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9%가 도시에 거주했다면 2040년에는 65%가 도시에 거주할 전망이다.18일 열린 ‘서울미래컨퍼런스 2018’의 두 번째 세션 ‘초연결로 만나는 가까운 미래: 스마트X’는 가속화화는 도시화가 촉진하는 화두인 스마트시티 구축을 다뤘다. 스마트시티는 일반적으로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각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모델로 정의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혁신기술을 도시 기반시설과 결합해 구현하고 융·복합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에서 도시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6000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3조 5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시티가 반드시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된 주제는 아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사례는 우리가 어떤 스마트시티를 지향해야 하는지 흥미로운 사례와 시사점을 제공한다.첫 번째 초청 연사로 나선 실리에 바레크스텐 전 노르웨이 오슬로 스마트시티 팀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시티를 강조했다. 바레크스텐 전 팀장은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기술이 진보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살기에 좋은 도시여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스마트시티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결국 스마트시티에서의 핵심은 소통”이라며서 “‘사람’이 없다면 스마트시티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슬로 스마트시티가 추구하는 스마트시티의 이상은 친환경적이고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곧 스마트시티가 기술적인 이상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이상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만들 때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목표에 따라 오슬로는 철도와 자전거, 도보, 자동차세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9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강림 KT커넥티드사업 담당 상무는 ‘스마트 모빌리티’ 사례를 통해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는 자동차시장을 조명했다. 최 상무는 “스마트 모빌리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기반시설, 플랫폼, 서비스까지 통합해서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 상무가 꼽은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 화두는 통신,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 4가지다. 최 상무는 “핵심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통합 서비스를 얼마나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상무는 “통신회사인 KT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통합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이유 때문”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모빌리티가 스마트시티의 핵심 구성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세종특별자치시, 판교신도시, 부산 센텀시티와 대구 수성의료지구 등 다양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에 참여했던 박종기 SK텔레콤 스마트시티유닛 부장은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한 3대 요소로 “핵심 서비스 고도화, 융·복합 서비스 제공,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박 부장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를 바탕으로 안전과 에너지 등 핵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예측과 통합제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시민 편익을 높이고, 시민 의견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뿐만 아니라 통합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사설] 연명치료 중단 8개월 만에 2만명, 보완책 필요하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품격 있는 작별을 도와주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에 따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임종기에 접어들어 회복할 가능성이 없어 연명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2만 7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존엄사법이 본격 시행된 지 8개월 만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목숨만 유지하기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지켜 주게 하는 쪽으로 임종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는 만큼 연명의료 중단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다만 어렵게 도입된 존엄사 제도가 순항하기 위해선 법제 손질과 인프라 보강 등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미진하다. 현재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42곳은 모두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종합병원은 302곳 중 89곳, 병원급은 1467곳 중 9곳에 불과하다.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병원이 의료진과 외부인 등 5인 이상으로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모두 병원 부담이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병원급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임종 상황 발생 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가 지원할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연명의료 중단 시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한 현행법상 환자 가족 범위도 좁힐 필요가 있다. 임종 상황에서 손자·손녀까지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해 가족 범위를 배우자와 부모·자녀 정도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임종 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호스피스 병상도 작년 기준 81개 기관 1300여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말기암 환자의 10%도 소화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한다. 해당 병상의 증설 방안이 시급하다.
  •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4차 산업혁명 통한 초연결시대 의미·과제 진단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4차 산업혁명 통한 초연결시대 의미·과제 진단

    오는 18일 ‘연결의 시대, 그 너머로’를 주제로 열리는 2018서울미래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전문가 14명이 참가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초연결시대의 의미와 과제를 진단한다. 기조발제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마이클 케이시 MIT미디어랩 수석 고문이 진행한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 최첨단 정보기술(IT)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전망하고, 케이시 고문은 블록체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세션은 블록체인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블록체인 : 일상을 바꾸는 기술의 진화’와 스마트시티의 미래상을 점쳐 보는 ‘초연결로 만나는 가까운 미래 : 스마트X’로 나눠 진행된다. 첫 번째 세션은 최양희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그렉 리 The Bitfury Asia 대표,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가 연사로 나선다. 두 번째 세션은 부산에코델타시티 총괄 책임자를 지낸 천재원 XnTree 대표가 진행을 담당하고, 실리에 바레크스텐 전 오슬로사업지원단스마트시티팀장, 최강림 KT커넥티드카사업 담당 상무, 박종기 SK텔레콤 스마트시티유닛부장이 연사로 나선다. 마지막 대담은 ‘인류의 행복과 디지털 기술’이라는 테마로 제임스 배럿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조승연 세계문화전문가가 진행한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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