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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나라·전 세계에 ‘대도’ 중흥을”

    “온 나라·전 세계에 ‘대도’ 중흥을”

    “물질보다 정신문명이 중요… 범국민 의식개혁 운동할 것” “사람이 곧 하느님이며 만물이 모두 하느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천도교는 천도교 교인만의 종교가 아닙니다. 온 나라와 전 세계에 천도교 사상이 뻗치는 대도(大道) 중흥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임기 3년의 천도교 수장에 임명된 이정희(71) 신임 교령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질문명의 발달에 정신문명이 따르지 못하는 지금, 무형의 GNP(국민총생산)가 유형의 GNP를 앞서가도록 범국민 의식개혁 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3·1운동과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에 섰던 천도교는 당시 교인 수가 300만명에 달했지만 지금 교세가 크게 위축돼 안타깝다”는 이 교령은 우선 천도교의 심장인 중앙총부를 개혁해 교역자의 의식 풍토를 확 바꿀 계획을 비쳤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창교하던 시점으로 돌아가 민족종교 천도교를 신앙 중심의 종교로 거듭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교헌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새로운 시대, 모든 교인들의 꿈과 의지가 담긴 교헌과 규정을 만들 것입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고 혁명의 단계에선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마련”이라는 이 교령은 모든 교인과 천도교 바깥의 사람들과도 뜻을 모아 점진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열린 논의의 수렴을 통해 천도교 수운회관에 동학문화센터를 마련, 3·1운동 성지인 중앙대교당을 일반시민과 함께하는 마당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을 전했다. 여기에 전국에 걸쳐 수백개에 달하는 동학농민혁명 사적지와 문화유적지를 세계인들이 찾는 성지로 자리매김할 뜻도 덧붙였다. “민족통일 과업에 천도교가 앞장서야 한다”는 이 교령은 북측 천도교와 연대, 소통하면서 통일시대 지도자를 대대적으로 양성할 민족통일대학을 개설하겠단다. 특히 “진리를 믿는 조직과 집단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며 천도교의 진리를 전파할 전문교역자 양성과 경전의 5개 국어 번역, 해외 포덕 전진기지 설치를 임기 중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그의 평소 목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와 비슷할까,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와 닮았을까. 아니면 ‘체험 삶의 현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의 코믹 내레이션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카페에서 만난 성우 양지운의 목소리는 그가 연기했던 무수한 인물 중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50년 가까운 성우 인생의 대부분을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그가 실제 인생의 주연으로서 달려온 68년을 들어봤다. -“이봐, 손님한테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는 웨이터가 어딨나? 그 짧은 대사 하나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성우를 해.” 1970년 서울 서소문 TBC 사옥의 라디오 녹음실에 성난 PD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차갑게 나를 보는 선배들의 시선. 성우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대사 한마디를 얻었던 그날, 나는 얼굴이 벌게져 당장이라도 녹음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돼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속 내 역할은 레스토랑 웨이터. 대사는 딱 한 줄 “뭘 드시겠습니까?”였다. 주인공에게 정중히 물어야 하는데, 긴장한 탓에 “당신 뭐 먹을 거야. 빨리 말해!”라는 식으로 따지는 것처럼 딱딱한 연기가 되고 말았다. 무수한 NG 끝에 넋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녹음을 마쳤다. ‘기회만 주어지면 신성일이나 찰턴 헤스턴(영화 ‘벤허’의 주연배우) 역할이라고 못 하겠나.’ 평소 가졌던 그 생각은 얼마나 만용이었나. 어쨌든 나의 단독 대사 데뷔전은 그렇게 엉망으로 끝이 났다. 이후로도 녹음실의 ‘고문관’ 노릇은 상당 기간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위안거리는 하나 있었다. “신참이 목소리 하나는 괜찮구먼”이라는 선배들의 평가였다. -나는 고등어와 고구마를 아주 싫어한다. 절대로 안 먹는다. 고등어 머리만 모아 끓인 국과 고구마를 먹으며 비린내와 복통에 잠 못 들었던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1948년 내가 태어난 곳은 경남 통영의 두메산골이었다. 바닷가 쪽 어촌이라면 차라리 좀 나았을까. 논도 밭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할 거라곤 고구마 농사뿐이었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부두에 나가 손질하고 버려지는 고등어 머리들을 받아와 가마솥에 넣고 끓여 주셨다. 방안을 가득 채운 고등어 비린내는 이불에 스며 들고 옷에 배어 나를 어디든 따라다녔다. -고향이 싫었다. 분명히는 가난이 싫었던 것이지만, 나에게 고향은 곧 가난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님 세 분은 일찌감치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떴기 때문에 어릴 적 우리 집은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 식구였다. 부모님은 무학(無學)이시기도 했지만,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상황에서 막내아들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으셨다. 때가 됐는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 친구들이 국민학교(초등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산으로 바닷가로 마냥 쏘다녔다. 그러기를 2년. 울며불며 아버지를 졸라 열 살에 처음 학교에 들어갔다. -내 학력은 국졸로 끝날 뻔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등교할 때 나는 농사를 지으러 갔다. 국민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이 통영중 교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속이 뒤집어졌다. “사범학교 학생들이 가르치는 고등공민학교라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라도 가 볼래?” 마흔둘에 나은 늦둥이가 실의에 빠져 있는 걸 어머니 스스로 견디질 못하셨다. 그때 어머니의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 막내 데리고 같이 올라갈게요.”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서울에 살던 둘째 형님이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서 내 표정을 보곤 ‘저 놈을 여기에 계속 두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게 또래들은 고1이던 만 16세, 1964년이었다. -손잡고 올라온 건 작은형이었는데, 어쩌다가 자리를 잡게 된 건 경기도 의정부 큰형님 댁이었다. 형과 함께 의정부중학교에 갔다. “저 통영에서 고등공민학교 1학년 다녔으니까, 여기서는 2학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등공민학교는 정규과정이 아니니 1학년으로 입학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친구들보다 3년이나 늦었는데….’ 내 한숨이 너무도 깊었던지 교무주임 선생님이 그 전해에 봤던 1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지를 갖고 오셨다. “여기 문제들 풀어봐. 잘 보면 2학년으로 해주마.” 다음날 나는 2학년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아니 세 살 어린 동생들을 만났다. -큰형님은 아이가 셋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사는데 내가 끼니까 여섯이었다.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밥만 형님 댁에서 먹고 잠은 보급소에서 잤다. 공부는 쉬웠다. 경상도 말씨 심한 시골 형이 순식간에 공부에서 자기들을 따라잡자 아이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공부 좀 한다는 게 알려져 우연히 큰형님이 셋방 사는 주인집 국민학생 아이를 가르치게 됐다. 나한테 배우고 그 아이가 성적이 확 올랐는데, 그 덕에 과외 학생을 많이 소개받았다. 국민학교 5~6학년 15명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한 달에 최고 5000원도 벌었는데 대졸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다. 절반 정도를 떼어 형님 생활에 보탰다. -당시 내 유일한 취미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집안에 TV가 거의 없던 당시에 라디오 드라마는 최고의 인기였다. 저녁이면 동네 아낙들이 밥상 치우고 삼삼오오 라디오 있는 집으로 몰려들었다. 구민, 고은정, 이창환 같은 성우들은 톱스타였다. 우리 집에는 라디오가 없었지만, 과외 선생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의 집에 가서 듣곤 했다. -중3 때에는 유도를 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그때 함께 운동했던 친구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장은경(1996년 별세)이었다. 그런데 운동만 하기엔 학업 성적이 너무 좋았다. 은경이는 유도를 위해 인천 선인고에 갔고 나는 일반고인 의정부고에 진학했다. 의정부고는 학력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나는 전교 10등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대에 대한 꿈 같은 건 없었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면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차를 타고 와서 명동국립극장과 영화관에 살다시피 했다.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했고, 라디오 드라마 대사도 받아 적은 뒤 연습을 했다. 영화배우나 TV 탤런트도 생각해 봤지만 내 외모에 목소리만큼의 강점은 없다는 걸 알곤 빠르게 포기했다. -한양대 토목학과에 들어갔는데 얼마 다니지는 못했다. 대학 1학년 때인 1969년 10월 TBC에 입사(성우 공채 5기)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성우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였다. 나는 ‘경제’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갱제’로 알아들었다. ‘쌀’이라고 하는데 사람들 귀에는 ‘살’로 들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 유머에도 등장하는 이런 상황은 당시 나에게는 심각한 핸디캡이었다. 그때 방송사에서는 표준어만 써야 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했다. ‘서울말’, 그러니까 표준어를 외국어 배우듯이 익혔다. 퇴근을 하면 매일 서울 사람들만 만났다. 경상도 사람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서울말을 듣고 통으로 외웠다. 그야말로 사투리와의 사투였다. -그러는 중에도 나의 사투리 억양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당시 TBC의 인사 평가 시스템은 매우 가혹했는데, 어느 날 불쑥 해고 통지를 하는 식이었다. “고생 고생해서 성우가 됐는데 결국 사투리 때문에 잘리는 건가.”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는데 뜻밖의 기회를 얻게됐다. 당시 ‘광복 20년’이라는 정치 드라마의 ‘이승만 시해미수 사건’ 편에 김시현이라는 분이 나왔다. PD가 경상도 말을 써야 하는 그 역할을 나에게 주었다.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성우가 누구냐”는 격려 전화가 빗발쳤다. ‘퇴출’ 후보에서 갑자기 ‘TBC의 보물’이 됐다. -그러다 1976년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역을 맡게 됐다. 입사한 지 6년을 갓 넘겼을 때였다. 원래 ‘600만불의 사나이’는 길게 방영할 게 아니었다. 단발 편성이었다. 그래서인지 PD가 주인공을 나에게 맡겼다. 공군 조종사 출신 대령이 사고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을 잃었지만 최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차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시속 100㎞로 달린다는 설정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방송이 나가자 전국에서 난리가 났다.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주인공 목소리 성우가 너무 잘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결국 ‘600만불의 사나이’는 장기 편성으로 바뀌었고 나의 역할도 계속됐다. 선후배 기수 개념이 강한 방송국에서 고참들을 제치고 고작 입사 6년에 주인공이라니.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광고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서 별명이 ‘김밥맨’일 정도였다. 아침에 방송국으로 출근하면 밤 10시는 넘어야 퇴근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를 내면서 사고도 많이 났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방송국으로 찾아와 ‘주인공 흉내를 내다가 크게 다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인기를 모으면서 ‘두 얼굴의 사나이’, ‘소머즈’, ‘원더우먼’ 등 비슷한 장르의 미국 드라마가 속속 국내에 들어왔다. -과거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 주말 외화들이 방송사를 먹여살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더빙이 시원찮으면 “성우 때문에 영화를 망쳤다”고, 반대로 괜찮으면 “성우가 영화를 살렸다”는 편지와 전화가 방송국에 쇄도했다. 로버트 드니로, 멜 깁슨, 해리슨 포드 등의 목소리가 내 단골이었다. TBC 전속에서 풀린 뒤 방송국마다 나를 붙잡기 위해 경쟁이 벌어졌고 내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였다. “극장에서 볼 때보다 더 낫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말은 내게 없었다. -‘맥가이버’, ‘형사 가제트’를 맡았던 배한성 선배는 외부에서 필생의 라이벌로 꼽지만, 우리 둘 사이는 별로 그렇지는 않다. 배 선배는 나이는 두 살 위, 방송국 기수로는 3기 위(TBC 2기)다. 사실 서로 경쟁할 부분도 없었다. 배 선배는 부드러운 콧소리 음성이지만 난 쇳소리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준다. 형사물인 ‘스타스키와 허치’도 함께 했다. 난 냉정한 독일계 형사인 허치를, 배 선배는 다혈질의 유태계 형사 스타스키를 맡았다. -나에게 목소리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목을 잘 관리하려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피곤하면 목소리부터 변한다.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목소리는 지문처럼 타고나는 것이지만, 과음을 하거나 흡연을 하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목소리 관리를 위해 물병을 갖고 다니며 하루에 2ℓ 이상을 마신다. -언제부턴가 ‘성우’보다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가’로 더 많이 활동한 것 같다. 큰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2000년 입대영장이 나오자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 군사법원에서는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그 전까지는 내 종교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들이 그렇게 되니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된 건 1987년부터다. 주변에서 “왜 하필…”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난 그저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부모를 따라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청와대나 법무부 등을 쫓아다녔다. 세상이 날 싸움꾼으로 만든 셈이었다. 그 이후 광고 출연 요청 등도 완전히 끊겼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데 둘째도 2011년부터 감옥살이를 했고 지금 스물네 살인 셋째는 재판을 받고 있다. 요즘 많이들 물어보는 게 ‘걸그룹 며느리’(‘카라’ 출신 김성희) 얘기다. 그 아이는 나에게 막내딸과 같다. 결혼한 지 5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성우 양지운 1970년대 이후 중후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 성우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리 메이저스(왼쪽·스티브 오스틴)를 비롯해 해리슨 포드(인디아나 존스, 도망자, 스타워즈), 로버트 드니로(오른쪽·히트, 대부2,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알 파치노(애니 기븐 선데이), 리엄 니슨(테이큰, 쉰들러 리스트), 멜 깁슨(가운데·리썰 웨폰, 브레이브 하트), 케빈 코스트너(보디가드, 워터월드), 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 숀 코너리·로저 무어(007 시리즈),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 등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시청자들을 만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다. ▲1948년 경남 통영 출생 ▲경기 의정부중·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중퇴 ▲TBC 성우 5기 입사(1969년) ▲MBC 라디오 연기대상(1984년), KBS 최우수 외화 연기상(1999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2010년) ▲한국성우협회 부이사장(2004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겸임교수(2005년)
  • “43년 한센인과 행복한 동행…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43년 한센인과 행복한 동행…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육신과 영혼을 치유하며 살다가 2005년 홀연히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났던 ‘소록도의 어머니’ 마리안네 스퇴거(82) 수녀.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소록도성당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스퇴거 수녀는 26일 소록도병원 본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며 요란하게 대접받을 게 못 된다”고 거듭 밝혔다. →소록도를 다시 찾은 소감은. -아름다운 모습의 소록도를 보게 돼 정말 기쁘다. →소록도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다. 한센병 환자들이 생활하는 건물이며 대우가 개선된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43년간 소록도에 살면서 뭘 이루려 했나. -특별한 게 아니었다. 아픈 이들을 도우면서 예수님 복음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환자들이 치료가 잘돼 가족의 품에 안기는 것이었다. 편견 탓에 한센병 환자를 내팽개친 가족들이 환자를 다시 보듬어 안는 모습 말이다. →소록도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당시 환자나 치료하는 사람이나 모두 종교를 가리지 않았다. 서로가 치료하고 치유, 위안받았던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한다. →43년의 힘겨운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며 매일매일을 산 것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도 힘이 됐다. →한센인을 포함해 환자는 수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 사람들도 모두 축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아들 같고, 딸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주 친한 친구다.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난 이유가 있었나. -당시 대장암 수술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 떠나기 이틀 전 주교와 신부에게 귀띔했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나중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모두 풀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두 신앙 안에서 기쁘게, 그리고 자연 안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왜 그렇게 피했나. -그냥 한센인들을 좋아하면서 좋은 날들을 보냈다. 뭐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었는데 내가 한 일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삶을 소록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말 행복했나. -하늘만큼 행복했다. 글 사진 소록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방글라데시서 성소수자 활동가 피살…알카에다 연계단체 소행

    방글라데시서 성소수자 활동가 피살…알카에다 연계단체 소행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의 저명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가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연계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의 공격에 살해됐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괴한 5∼6명이 이날 소포를 배달하러 온 것처럼 속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아파트에 침입해 흉기를 마구 휘둘러 안에 있던 2명을 살해했다.  민영방송 자무나 TV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범인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라고 외치면서 달아났다고 전했다.  알카에다 연계단체 ‘안사르 알이슬람’은 트위터를 통해 피살자들이 “방글라데시에서 동성애를 장려한 개척자들”이라고 강조하면서 배후를 자처했다.  피살자 2명은 방글라데시의 유일한 성적 소수자 잡지 ‘루프반’의 편집자인 줄하즈 만난(35)과 이 잡지의 집행위원인 마흐붑 토노이라고 루프반 측이 밝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두 번째 피해자의 이름을 ‘타나이 모줌다르’라고 전했다. 이들이 2년 전 창간한 루프반은 홈페이지를 통해 “방글라데시에서 인권과 사랑의 자유를 증진하는 발판이자 출판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살해된 만난과 토노이는 모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무슬림이 다수인 방글라데시에서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특히 만난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고용돼 주방글라데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해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의 피살에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만난은 우리 대사관 가족의 사랑스러운 멤버로 성소수자 권리의 용감한 옹호자였다”며 애도를 표했고, 마샤 버니캣 주방글라데시 미국 대사는 성명을 내 “무자비한 폭력 행위를 증오하며 방글라데시 정부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은 방글라데시의 한 대학 교수가 괴한들의 흉기에 살해된 지 이틀 만에 벌어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교수 살해 직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가 범행을 자처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에는 IS도 알카에다도 없다며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진보 활동가, 이슬람 소수종파, 타 종교단체, 세속주의 블로거 등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에 나서면서 지난해 2월 이후 블로거 5명과 출판인 1명이 살해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무슨 집회인지는 몰랐지 고향 사람들 만나고 2만원 주니까 나간 거지”

    “난 세월호에 관련된 집회인 줄은 몰랐지. 2만원 준다니까 그냥 나간 거야. 집에만 있어 봐. 자꾸 고향 생각나고 외로운 거 말도 못 해.” ●“북에서 온 사람끼리 친목회라 여겨” 15년 전 탈북해 한국에 온 A(69)씨는 25일 “기초생활수급자 입장에서 2만원은 매우 큰돈이고, 집회에 나가면 같은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저 고향 사람끼리 친목회에 나간다고 생각했다”며 “뉴스에 우리가 문제라고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탈북자 단체나 지인의 연락을 받고 각종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2014년 5월쯤 서울 광화문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최하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 나갈 때는 집회 내용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그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규탄하는 자리라고만 들었어요. 집에서 노느니 교통비로 2만원이라도 받자고 했던 거죠. 이젠 안 나갈 거예요.” 어버이연합의 보수 성향 집회에 돈을 받고 시위를 해 주는 ‘알바 시위자’들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이른바 ‘알바 집회’의 실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탈북자뿐 아니라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도 각종 이념단체나 종교단체, 이익단체 등의 시위에 금전적 혜택을 미끼로 동원되고 있다. ●“정기적 참여 요청하며 성격 변질”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약 5년 전부터 60~70대 탈북민들이 2만원가량을 받으면서 1개월에 2번 정도씩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실향민끼리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의미가 더 커서 특정 시민단체와 상관없이 여러 성격의 집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014년 어버이연합이 일부 탈북자 단체에 정기적으로 집회 참가를 요청하면서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했다”면서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구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로 활동하며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22일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에게 교통비 2만원씩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노숙인도 재건축 시위 등에 동원 탈북자 외 노숙인과 독거노인들도 알바 집회에 동원되고 있다. 다만 종교단체가 주도하는 시위나 재건축 등 이익집단의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노숙인 재활을 돕는 한 활동가는 “동성애 반대 시위에 한 달에 4번씩 참가하는 노숙자에게 월 4만원을 주겠다는 교회도 있다”며 “또 노점상 철거나 건물 철거 등에 용역 측 인력으로 투입되면 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만~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활동가는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이 교회 예배 등에 참석하면 무료급식과 함께 500~1000원씩을 주는데, 이런 자리에서 알바 집회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 설명회에 참석하고 일당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돈 받고 시위 나가도 법적 문제 없어 경찰 관계자는 “다들 생업에 바쁘다 보니 시위 참석자를 찾기 어려워 일당을 주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러나 돈을 받고 시위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영화관 가시오’ 여성들 설레게 한 ‘사우디 왕자님’

    ‘영화관 가시오’ 여성들 설레게 한 ‘사우디 왕자님’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금 여성 운전 허용에 이어 영화관이 다시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여성이 운전을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사우디에서는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관습으로 그간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젊은 왕자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꾸준히 논란과 루머를 양산해오던 이 두 주제가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국방부 장관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31)는 25일 그가 주도하는 국가혁신플랜인 ‘사우디비전2030’을 발표하기 전에 국민들이 바라는 점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트위터에 마련하기도 했다. 나라의 중요 사안들을 왕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일이다. 살만 왕자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여성 운전을 옹호하는 입장도 공공연히 밝혔다. 그는 “여성은 어떤 일이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여성도 운전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audivision2030'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에는 이와 관련된 요청글이 쇄도하고 있다. 여성 운전 허용에 대한 열망이 높은 만큼 살만 왕자의 말을 빌어 ‘국왕이 여성 운전을 허락했다’는 가짜 기사가 SNS에 돌기도 했다. 사우디 여성의 운전 허용은 왕실자문기구인 슈라 의회에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이날 사다(sada) 등 현지 언론들은 수년 전 종교지도자들과 사회적인 반대에 부딪혀 문을 닫았던 영화관들이 다시 관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문화와 예술 연합 의장인 술탄 알 바지는 “현재 사우디는 진정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고 있고 영화관은 종교에 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우디에서 영화관이 곧 재개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만족도 10점 만점에 9점 이상 삶 엿보기

    만족도 10점 만점에 9점 이상 삶 엿보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그들과 함께 살아본 일 년/헬렌 러셀 지음/백종인 옮김/마로니에북스/336쪽/1만 5000원 #영국 런던. 나는 저널리스트다. 매일 독자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직장 생활, 성공 등 ‘모든 것을 이루자’는 슬로건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아직도 학생 때 얻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다. 10년 이상 열심히 일했지만 막상 매진했던 일을 성취해도 행복하지 않았으며 더 바빠지기만 했다. 하나의 목표에 도달해도 부족함을 느끼곤 했다. 나는 피곤했고 항상 부족함을 느꼈으며 내 주위를 둘러싼 기류에 따라 상황이 돌변하곤 했다. 나는 지쳐만 갔다. #덴마크 빌룬. 덴마크식으로 살면서 나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는 일면을 알게 됐다. 인생이란 어때야 하는지, 적어도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덴마크인들이 왜 그렇게 행복한지도 이해됐다. 나는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견실하다. 나는 만족하고, 그리고 행복하다. 10점 중 9점이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1년의 시차를 두고 확 달라졌다. 덴마크의 어떤 점이 저자의 지친 삶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은 걸까. 영국 토박이였던 저자는 남편이 이직하게 되면서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덴마크로 이주했다. 현재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영국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덴마크와 관련된 칼럼을 쓰고 있다. 저자는 1년간 교육, 문화, 종교, 음식, 세금, 복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고 이웃들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를 조사하면서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밀을 풀어 나갔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냈고 스스로가 행복해졌다. 문제점도 짚었다. ‘덴마크는 동질적인 나라로, 덴마크식 삶의 수사법과 현실 간에는 가끔 괴리가 있다. 일부 사회에선 범죄에서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324쪽) 출판사는 “최근 불평등이 화두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빈부 차가 적은, 국민 각자가 먹고살고 늙어 가는 데 가장 근심이 없는 행복한 나라다. 현재보다 더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이 책을 통해 덴마크식 삶을 접해 보라”고 권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세계를 향한 의지/스티븐 그린블랫/박소현 옮김/민음사/696쪽/2만 5000원대화/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688쪽/3만원새로운 두 과학/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424쪽/2만 5000원 태어난 해가 똑같다. 한 명은 인류를 매료시킨 위대한 작가가 됐고, 또 다른 한명은 현대 과학 문명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가 됐다. 그 두 천재에 대한 책이 동시에 나왔다. 두 사람은 23일로 서거 400주년을 맞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와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다. 먼저 ‘세계를 향한 의지: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민음사)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교수가 쓴 셰익스피어 평전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내면을 다룬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지난 400년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작가의 대명사’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 아니었고, 대학 교육도 받지 않았다.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가톨릭 학교에서 문법 정도를 배운 게 공교육의 전부였던 그는 1580년대 후반 런던으로 상경해 짧은 시간 만에 수십여편의 희곡을 미친 듯이 쓰며 위대한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셰익스피어 본인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수많은 셰익스피어 연구자가 ‘그가 남긴 잉크 자국에서 그 자신에 대한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탄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수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테면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인지부터, 그가 정말 서른 편이 넘는 걸작들을 쓴 것인지 등은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됐다. 저자는 베일에 싸인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엘리자베스 시대의 기록들을 재조명하고 셰익스피어의 사회적 관계망과 그가 쓴 작품 속에 드러난 문학사적 암시 등을 이용해 마치 숨은 퍼즐을 맞추듯 확증해 낸다. 셰익스피어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즐겼고 그가 경험한 모든 삶의 경험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몇 안 되는 기록 중의 하나인 1582년 11월 28일자 문서에는 18세의 셰익스피어가 26세의 임신한 스트랫퍼드 처녀 앤 해서웨이와 결혼 허가를 받기 위해 지불한 금액이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40파운드라고 나와 있다. 셰익스피어의 이른 결혼은 그의 작품들에서 낭만과 악몽으로 변주된 결혼관으로 나타난다. ‘베로나의 두 신사’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는 연애의 환희가, 임신으로 등 떠밀려 결혼한 사내의 싸구려 감정은 ‘햄릿’, ‘맥베스’, ‘오셀로’ 등에서 불행한 결혼으로 다뤄진다. 셰익스피어가 그를 둘러싼 삶 속에서 빚어낸 문학작품을 통해 상류계급을 풍자한 가객이었다면, 동갑내기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과학혁명을 일으킨 천재이자 가톨릭 교회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과학자였다. 갈릴레이가 직접 쓴 ‘대화’(사이언스북스)와 ‘새로운 두 과학’은 이런 이유로 치열한 지적 투쟁의 산물이다. 400년 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은 정식 가톨릭 교리로 채택되며 불변의 진리가 된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천체역학의 수학적 논증 등으로 지동설을 설파한 ‘대화’는 1632년 출간 당시 초판이 매진되면서 1633년 그가 종교재판에 서는 운명의 단초가 됐다. 두 책 모두 살비아티, 사그레도, 심플리치오라는 가상의 세 인물이 나흘간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지평을 여는 소설 형식이다. 갈릴레이는 책 속에서 이따금 동료 학자로 등장한다. ‘대화’가 천동설에 종지부를 찍는 최후의 결정타였다면, ‘새로운 두 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 마침표를 찍고 독창적인 실험과학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 두 천재의 작품들을 400년 넘게 인류의 위대한 지적 승리로 칭송하는 이유일 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제이콥 솔 지음/정해영 옮김/메멘토/456쪽/2만 2000원 회계라 하면 ‘복잡한 장부상의 까다로운 숫자놀음’쯤으로 인식되지만 고대 이래 늘상 삶에 영향을 미쳐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지도자들은 정치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회계를 활용했다.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개인 회계 기록을 바탕으로 ‘업적록’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는 각 가정에서 가계부를 작성해 세리들이 감사하게 할 만큼 회계가 번성했다. 특히 이익, 손실을 빈틈없이 계산하는 복식부기 회계는 재무관리의 근간이다. 그래서 1300년 무렵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된 복식부기 회계의 도래는 근대정치와 자본주의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만 하더라도 “복식부기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회계가 삶과 사회조직에서 빼놓을 수 없음에도 간과되기 일쑤이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역사·회계학 교수가 통념을 비틀어 회계를 역사의 중심에 놓아 흥미롭다. 르네상스기부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700여년에 걸쳐 회계와 관련된 사건과 인간 군상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풀어내기가 신선하다. ●도시공화정 황금기땐 회계를 교육에 융합 책의 큰 주제는 회계의 가치와 투명성을 중시한 조직과 나라들은 융성, 번창했고 그 반대는 쇠락하거나 몰락했다는 점이다. 그 대비의 사례들이 명쾌하다. 융성했던 경우들을 보자. 피렌체·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도시공화정과 황금기 네덜란드, 18~19세기 영국·미국 등 전성기를 누린 국가들은 모두 회계를 교육과정과 종교·도덕 사상, 예술·철학·정치이론에 통합시켰다. 당대 네덜란드에는 회계 학교가 수두룩했고 조세수입을 복식부기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17세기 중반 암스테르담은행이 설립되고 네덜란드 공화국은 주식 거래의 본고장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19세기 투명한 회계가 뿌리를 내린 영국은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래서 18~19세기 영국 철학자들은 회계를 ‘상업적 관리의 도구’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유의 도구’로 매김했다. ●프랑스 혁명의 불씨도 부실 회계 탓 그와는 달리 15세기 피렌체 메디치가는 은행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도 부실한 회계기록 탓에 몰락, 피렌체의 재정 안정성까지 뒤흔들었다. 정확한 회계가 제 입지를 좁힌 것으로 여긴 프랑스 루이 14세가 정직한 회계를 기피한 탓에 왕실 재정이 파탄 났고 프랑스혁명의 불씨를 댕겼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도 부실한 회계가 부른 사회 붕괴의 사례로 꼽힌다. 책에선 회계에 얽힌 부정의 역사도 뿌리 깊고 끈질긴 것으로 드러난다. 로마시대 키케로는 부집정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회계장부를 부실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카이사르에게 훔친 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상업 공화정이 가장 발달한 시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상인은 저만 볼 수 있는 ‘비밀 장부’와 정부 감사에 맞춰 가짜의 ‘공식 장부’ 등 두 개를 갖고 있었다. 루이 16세의 재무총감 네케르는 5000만 리브르의 군사및 부채관련 지출을 ‘특별 지출’로 간주하고 누락해 예산 흑자를 이룬 것으로 허위보고했다. 축소 보고의 효시이다. ●복잡해진 회계, 2008년 금융위기 부르기도 회계가 복잡해지면 사기와 부패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세계대전 후 경제 성장으로 ‘회계의 황금기’를 맞은 미국만 해도 회계감사 법인 경쟁이 치열해져 거대 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회계로 인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재무적 책임성을 정착시키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1340년 제노바 공화정은 중앙정부 관청에 대형 등록부를 설치해 도시국가 제노바 재정을 복식부기로 기록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피렌체는 1427년 법에 따라 피렌체 토지 소유자나 상인은 복식장부를 기록해 ‘카타스토’(catasto)라는 정부 세금 감사를 받아야 했다. 선거제 정부가 등장한 19세기 영국에서도 부패, 무책임이 만연했고 재무 책임성 메커니즘을 설계한 초기 미국도 도금시대 대규모 분식회계며 재정스캔들, 재정위기에 휩싸였다. ●투명한 회계 어렵지만 부정의 유혹은 강해 “투명한 회계를 이루기는 어려운 반면 회계 부정의 유혹은 강하고 끈길기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하면서 정치적 안전성의 토대인 책임이 복식부기 회계 제도에 크게 의존함을 역설한다. 복식부기 회계야말로 이익 계산뿐 아니라 행정부를 심판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대차 균형’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복식부기 회계가 처음 시작된 이탈리아에서 ‘대차 균형’은 하느님의 심판과 죄의 증거라는 신성한 측면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통치’를 의미했다”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회계는 부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믿기 힘들 만큼 어렵고 취약하며 아주 위험하기까지 하다. 재무적 책임성을 유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투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미국 20달러지폐 인물교체 반발

    미국 20달러지폐 인물교체 반발

     미국 재무부가 20달러 지폐의 앞면 인물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에서 흑인 노예 출신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사진)으로 바꾸겠다고 한데 대해 미 보수 진영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21일(현지시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정치적 결벽증(인종과 성별·종교 등을 이유로 한 특정그룹에 대한 공격적 언어나 행동을 과도할 정도로 꺼리는 것)’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잭슨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이 나라를 위해 엄청난 성공의 역사를 이룬 사람”이라면서 “나라면 20달러 지폐(앞면)에 잭슨 전 대통령을 그대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잭슨 전 대통령은 아주 오랫동안 20달러 지폐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어 “터브먼을 2달러 지폐의 인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새로운 지폐를 만드는 것도 방법인데 이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잭슨 전 대통령의 고향인 테네시 주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라마르 알렉산더(테네시)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미국의 역사는 앤드루 잭슨과 해리엇 터브먼의 대결 역사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이 위대한 목표를 위해 진전하는데 기여한 영웅”이라면서 “터브먼을 기리기 위해 잭슨 전 대통령을 깎아내릴 필요까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잭슨 전 대통령은 귀족 출신이 아닌 첫 평민 출신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폭스 뉴스의 여성 앵커 그레타 반 서스테렌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은 멍청하고 불필요한 싸움만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스테렌은 “20달러 지폐에 잭슨 전 대통령이 남이 있기를 원하는 사람과 터브먼을 새로 넣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편 가르기보다는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브먼을 새 25달러 지폐의 인물로 하면 된다.그러면 모두를 기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금요 포커스] 할랄과 코셔,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길/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금요 포커스] 할랄과 코셔,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길/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어려운 수출 여건에서도 올 1분기 농식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6개국(GCC)은 47.4%,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은 11%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제 1분기에 불과하지만 우리 농업을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과 미래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면 개방 시대에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우선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 즉 수출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기존 주력시장 회복 이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1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할랄식품 시장과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식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네슬레 등 세계적인 식품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발 빠르게 이들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할랄’은 무슬림에게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고 ‘코셔’는 유대인에게 ‘적합한 것’이라는 의미다. 할랄·코셔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맞게 생산과 관리가 돼야 하고, 전문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며 다양한 시장 정보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모두 식품기업들만의 몫이었지만, 지난해 UAE와의 정상외교 이후에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식품기업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주요 할랄식품 시장과 이스라엘, 미국과 같은 주요 코셔식품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에서 ‘K푸드 박람회’처럼 문화와 식품, 한식이 융합된 홍보와 할랄·코셔 인증 획득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할랄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할랄식품 생산을 확대하면 국내에 무슬림이 대거 유입된다’는 소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던 사업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김치, 만두, 음료 등 다양한 품목에 할랄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무슬림을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이 외에 ‘할랄 도축장이 생기면 무슬림 도축인 7103명이 입국한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는데 모두 근거 없는 소문이다. 할랄 도축장에는 무슬림 도축인이 필요하지만, 필요 인력은 도축장 1곳당 기껏해야 5명 안팎이다. 이런 얘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SNS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많은 노력이 들었다. 정부는 할랄식품 기업과 무슬림 유입이 관련성이 없고, 지금은 입주 수요가 적어 당장에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 구역 지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직접 반대 여론이 대두된 지역, 반대 단체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할랄 도축 방식이 기절을 허용하지 않아 잔인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이슬람 국가들도 기절시킨 후 도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도축할 때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절을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에 할랄 도축장이 생긴다면 당연히 이런 규정을 지키도록 할 것이다. 할랄식품은 종교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할랄은 식품 외에도 화장품과 의약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농식품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농식품 수출을 확대해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농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이란과 이집트 등 유망 시장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조사해 기업에 제공하고 한식·문화와 연계한 홍보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할랄·코셔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소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결국 우리 기업에도,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농식품이 할랄·코셔를 비롯한 새로운 시장에서 각광받아 식품 수출 기업들과 국민들이 함께 웃는 날을 기대해 본다.
  • “유대인 성공의 힘은 창의성·공동체 의식”

    “유대인 성공의 힘은 창의성·공동체 의식”

    “세계 주요 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힘은 창의성과 공동체 의식에서 나옵니다.” 홍익희(64) 세종대 교수는 21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104회 한국무역협회(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이날 ‘유대인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유대인은 월스트리트, 재무부, 연방준비위 등 미국의 금융산업을 장악했다”면서 현대 세계에서의 유대인의 힘을 강조했다. 또 최근 미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를 비롯해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조지 소로스 매니지먼트 회장 등 세계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언급하며 이들의 공통점으로 “실용주의와 감성 교류, 그리고 통찰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유대인들의 이 같은 힘의 원천이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의 창의성은 ‘독서문화, 질문과 토론문화, 융복합 수평문화’ 등을 통해 키워졌다”면서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을 알기 위해선 그들의 종교와 교육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유대인들의 독서문화는 물론 질문과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탈무드 교육법, 그리고 거리낌 없이 질문을 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 환경을 유대인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대인의 또 다른 힘의 원천으로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홍 교수는 유대인들이 성공한 이유로 “낯선 땅에서 늘 억압받아 생존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말을 인용했다. 홍 교수는 친족 경영과 동족 고용, 끌고 밀어주는 동포사회가 유대인 단결력의 원천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지금의 유대인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교회 안 신앙과 교회 밖 생활이 다른 게 문제”

    “교회 안 신앙과 교회 밖 생활이 다른 게 문제”

    개신교 문화사역 단체 ‘나의미래공작소’를 이끄는 김준영(43)씨는 종교계에서 독특한 인물로 유명하다. 군 제대후 ‘나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하느님의 소명을 받아 20여년간 ‘예수’와 ‘예술’을 접목해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방법’으로 문화를 회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개신교계의 문화게릴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들의 일상생활과 종교생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산다”는 김씨를 21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났다. →나의미래공작소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어떤 단체인가.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과 교회 안의 신앙 차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느낀다.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크리스천이라면 예술활동도 성경적 안목을 갖고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교나 기술보다는 일반 교회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성경적 안목의 예술 프로그램을 선도, 교육하는 사역단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많은 교회들이 앞다투어 문화 사역에 치중하는 추세이다. 그런 사역과 무슨 차이점이 있나. -교회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원론적인 성경 말씀을 삶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착하게 산다는 것’도 사람과 분야마다 모두 기준이 다르지 않은가. 신앙생활은 실제적인 사회나 삶에서 적용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바로 개신교계 교육의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신학 교육도 변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의 문화 사역은 문화를 수단으로 보기 일쑤이다. 문화를 도구로 사용하면 목표가 목적이 되기 마련이다. 그것보다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역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 안의 신앙과 교회 밖 생활의 차이가 왜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나. -교회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끝나곤 한다. 하느님의 말씀에 매달리기보다는 하느님과의 관계성을 더 중시하는 게 중요하다. 불평등에 도전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예수님처럼 살자고 가르치지만 현실 삶에선 거꾸로 이익과 명예가 큰 기준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측면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개선의 노력이라면. -개혁은 혁명적으로 뒤집는 게 아니다. 점진적, 점차적으로 바꾸고 예수님의 정신을 회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교회는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도덕, 정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상업적 측면에 기운 측면이 강하다. 진정한 크리스천 삶의 모습을 앞장서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신학교 출신의 목회자들이 공동체 안의 사역을 도맡는다면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을 갖기 어렵다. 보수 대형교회들의 권력에 대한 눈총이 따갑다. 목회자들의 예배사역과 구분해 문화사역처럼 영역을 나눠 전문 사역자들을 키워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게 뭔가. 계획이 있다면. -성경적 안목을 갖고 착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려는 이들에 대한 문화사역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소년 예배단체인 디사이플스(제자들)의 창립 멤버였고 기독교출판사인 두란노서원의 음반사업 책임자로 일했다. 지난 20년간 살아온 것처럼 마커스(예수 그리스도의 흔적)로 있고 싶다. 2003년 창립한 마커스와 2012년 시작한 나의미래공작소는 흔치 않은 문화사역의 실질적인 첨병으로 자부한다. 그동안의 일을 바탕으로 모든 문화예술인들과 연대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 거점 공간도 하나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檢에 전경련 수사 의뢰

    靑 “집회 지시說 정정보도 청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한 의혹이 맞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세 포탈,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해당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서를 냈다. 어버이연합은 정부 친화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목소리를 내 온 단체다. 경실련은 “전경련은 기독교선교복지재단 계좌로 2014년 9월, 11월, 12월에 총 1억 2000만원을 송금했으며 이 재단은 같은 해 5월 말과 9월 초에 1400만원과 1200만원을 어버이연합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전경련이 돈을 입금한 선교재단의 이름(기독교선교복지재단)으로 등록된 법인이나 구체적인 활동 내역이 없어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탈세 및 금융실명제 위반이며 전경련이 이사회 의결 등 합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송금했다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개별 경제인 연합으로, 정관에 특정 종교 단체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을 어기고 선교재단을 후원했다면 배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경실련의 수사의뢰서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수사 부서를 선정해 사건을 배당할 방침이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 따라 제기된 세 가지 혐의 외에 추가 혐의가 나올 수 있다”면서 “전경련이 자선단체가 아닌 만큼 지원한 돈의 출처까지 철저히 수사해 국민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측은 의혹과 관련해 “일절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버이연합은 이번 일을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경련의 돈이나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정무수석실 소속 모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 개최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와 관련해 “기사에 거론된 해당 행정관이 개인 명의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제훈 경찰청 초대 인권홍보대사

    이제훈 경찰청 초대 인권홍보대사

    경찰청은 초대 인권홍보대사로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시그널’에서 경찰 프로파일러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32)을 위촉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청은 인권홍보대사 외에 제6대 경찰청 인권위원 위촉식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인권센터에서 21일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6대 경찰청 인권위원은 서울신문 함혜리 선임기자를 비롯해 법무법인 바른의 이정호 변호사 등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종교계, 언론계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2018년 4월까지 활동하는 6대 인권위원은 경찰 인권시책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집회·시위 과정을 확인하는 등 인권보호 활동에 대해 조언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아랍S다이어리] 사우디 여성에게 운전대를 許하라!

    [아랍S다이어리] 사우디 여성에게 운전대를 許하라!

    여성이 운전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사우디 가제트 등 현지 언론은 19일(현지시간) 국왕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위원 두 명이 여성의 운전 가능 여부를 공론에 부쳤다고 전했다. 이들은 교통법 36번째 조항을 ‘운전은 남자와 여자에게 동등한 권리다’라고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하야 알-미나이 위원은 지난해 최초로 여성들이 지방의회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여성들이 선봉에 서는 것이 더 이상 문화적으로 터부시 되지 않게 됐다며 “3년 전에도 슈라위원회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여성의 운전에 반대하는 투표자가 더 많았다. 이번엔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사우디에는 여성의 운전을 금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우디 정부는 그러나 여성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음으로써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 사우디 여성들이 자유롭게 운전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20년도 넘게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990년엔 여성 50여 명이 운전대를 잡음으로써 여성 운전 금지에 대해 시위했다. 이들은 하루 감금됐다 풀려났는데 여권은 모두 압수됐고 직장도 잃었다. 또한 그들의 남자 가족들은 6개월 동안 출국할 수 없었다. 새천년이 시작됐지만 1400년 된 이슬람 율법은 과거에 머물렀다. 2011년 6월에는 한 사우디 여성이 운전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체포되자 40여명이 차를 끌고 나와 이에 항의했다. 그 중 한 명은 태형 10대를 선고 받기도 했다. 사우디 여성이 히잡을 벗는 것만큼이나 여성의 자유로운 운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만 최근 권위 있는 자들의 긍정적인 발언이나 사우디의 정치, 경제 상황이 예전과는 달라진 점을 미뤄보았을 때 부분적으로나마 여성 운전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 몇 해 전 여성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허용됐을 때 근방에 남편 등 남자 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린 것처럼 말이다. 70대인 최고 종교지도자는 종교채널 알-마지드에서 여성이 운전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여성을 ‘악’에 노출시키는 위험한 문제”라고까지 언급했지만, 올해 31살인 왕위 계승 서열 2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방의회 선거에서 총 20명의 여성 의원이 선출됐다며 “사우디 여성은 이제 원한다면 어느 직업이든 가질 수 있다. 어떤 장애물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사우디 억만장자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2013년에 자국내에서 여성들의 운전을 허락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트윗을 남긴 적이 있다. 그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하고 여성들이 운전을 하도록 허락하면 최소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했던 50만 개의 일자리를 줄여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사우디 여성들은 차로 이동을 해야 할 땐 남자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남자 운전수를 고용하거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일종의 콜택시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우디의 유명 여성 언론인 사마르 알-모그렌도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 운전 허가에 대한 짤막한 트윗을 남겼고 그의 13만 팔로워들은 긴 논쟁을 벌였다. 한 팔로워는 여자들이 외국인 운전수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하기보다 직접 운전하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했고 또 다른 팔로워는 여자를 외국인 운전수와 차에 타는 걸 허락하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가족이 아닌 남자라도 없는 차를 운전하도록 두는 것도 문제라고 달았다. 마데하 알-아이루시 등 여성 활동가들은 2년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그가 여성 인권을 다뤄주길 바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다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찾았다. 오바마의 ‘안보 무임승차’ 발언과 미 의회의 ‘9·11 테러의혹조사 입법’ 등이 있은 뒤라 세상의 이목은 양국 관계에 쏠리겠지만 일부 사우디 여성들은 차에 시동을 걸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시, 자유로(自由路)를 향해!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테슬라의 재발견과 에디슨의 반격

    [박형주 세상 속 수학] 테슬라의 재발견과 에디슨의 반격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일개 기술회사의 대표를 훨씬 넘는 영향력을 가졌다. 다가올 미래를 미리 보는 듯한 그의 통찰력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열성팬들이 늘어나면서 종교적인 느낌의 컬트와 대비될 정도였다. 테슬라모터스 대표 일론 머스크는 고인이 된 잡스와 비교될 만한 사람이다. 전기차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그의 전기차를 충전 인프라가 요원한 우리나라에서 사전 주문한 사람이 내 주위에도 여럿 있을 정도니까. 배터리 기술에서 갑자기 큰 진전이 생길 가능성이 적어 보였고, 그래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자동차가 살아생전에 출현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자석이 얼마나 강한가를 재는 단위로 가우스라는 걸 쓰는데, 1만 가우스에 해당하는 단위가 테슬라다. 세르비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딴 이 단위를 개인적으론 대학에서 전자기학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접했다. 미터와 킬로그램 등을 기본 단위로 하는 미트릭 체계에서 자기장 세기의 기본 단위가 테슬라인데, 사실 테슬라급 자석은 너무 강해서 실생활에선 볼 일이 없다. 평범한 사람이 평생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접하는 게 병원에서 MRI 단층 촬영할 때인데, 이게 1.5~3테슬라 정도 되니까 정말 센 자기장을 다룰 때나 나온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 작용을 4개의 수학 방정식으로 완벽하게 기술해 전자기학의 새 장을 연 사람은 19세기 중반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제임스 맥스웰이다. 맥스웰방정식은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탄생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 몇 개에 들어갈 만하다. 아름답고 대칭적인 방식으로 전기와 자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연관돼 있음을 표현한다. 전자기 현상에 대한 맥스웰의 수학적 체계화는 산업화 가능성으로 이어졌고 결국 2차 산업혁명을 촉발했다.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긴다는 방정식에서 발전기가 발명됐고,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긴다는 방정식에서 모터가 발명됐다. 19세기 후반의 본격적인 전기 도입 시기에 대립했던 걸출한 인물들이 에디슨과 테슬라다. 산업스파이나 기술 전쟁을 상상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두 사람은 전력 시스템을 두고 격하게 대립했다. 노력형 발명가 에디슨은 직류를 밀었고 천재형 기술자 테슬라는 교류로 사업화를 추진했다. 요즘 건전지에 사용되는 게 직류인데, 전압을 올리고 내리기가 힘든 속성 때문에 가정에서 실제 사용하는 낮은 전압으로 송전해야 했고, 전압이 낮아서 멀리 못 가니 발전소를 곳곳에 분산 배치해야 했다. 천재 기술자 테슬라의 교류 방식에서는 변압이 쉬운 교류를 초고압으로 멀리 송전하고 동네 근처에서 전압을 내려서 배전하는 방식으로 하니 발전소는 드문드문 있어도 된다. 결국 테슬라의 특허를 사들인 웨스팅하우스가 승리했고,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수력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고압의 교류로 송전됐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직류를 이용한 전력 체계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했고 어쩌면 교류 중심의 현 체계를 갈아엎을 가능성이 생겼다. 태양광발전처럼 분산 배치된 직류발전소들이 출현하더니 직류 변압 기술과 차단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와 남해안 사이에 직류 송전이 구현됐다. 먼 거리를 고압 직류 송전하면 효율도 높고, 고압선으로 인한 인명 손실과 전자파 문제가 없어서 제2의 밀양송전탑 사태를 막을 수 있다. 21세기의 초입에 에디슨은 드디어 반격에 성공할까.
  • ‘창교 100주년’ 원불교의 오늘과 내일

    ‘창교 100주년’ 원불교의 오늘과 내일

    6대 종단 수장도 참석… 법어 봉정식 등 진행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국내외 원불교 교도 5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기념대회가 열린다. 이에 앞서 오는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선 한국의 근현대기에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특별천도재가 벌어진다. 국내 최대 민족종교인 원불교가 창교 100주년을 맞아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를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서 원불교의 창립 이후 소중하게 지켜졌던 정신적 자산과 재조명할 부분에 천착해 향후 1000년을 열어 가는 소중한 기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는 5월 1일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을 기념대회 기념식. 해외 23개국 500명을 포함한 국내외 원불교 교무 1만 2000명과 교도, 국내 6대 종단 수장, 정·재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등 5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10개 국어로 번역된 법어 봉정식과 법훈 서훈식, ‘정신개벽 서울선언문’ 선포식을 진행한다. 원불교 개교 100년을 결산하면서 세상과의 소통, 미래를 향한 비전선포를 통해 창교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와 원불교의 으뜸교훈인 정신개벽 의미를 되살리게 된다고 한 원장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법훈 서훈식은 소태산 대종사의 초기 제자 9인을 종사로 승급해 성인 추대하는 행사. 정신개벽과 섬김·봉사의 결집 메시지가 응축된 원불교의 이적, ‘백지혈인’(白指血印) 주인공들을 통해 원불교 정신을 반추하는 의미 있는 의식이다. 특히 행사 말미에 선포될 ‘정신개벽 서울선언문’에는 도덕부활과 자리이타 등 원불교 2세기 원불교인의 실천강령과 미래비전이 명확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25일 서울광장의 ‘해원·상생·치유·화합 특별천도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최근의 세월호까지 근현대 100년간 억울하고 힘들게 죽음을 맞은 이들을 위로하고 아픔에 동행하는 행사. 유족들을 초청한 가운데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 한국인 모두의 열린 화합 천도재로 마련했다고 한 원장은 전했다. 이와 함께 28~3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선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란 주제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며 2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인류평화와 상생’을 위한 세계종교지도자포럼이 이어진다. 한편 원불교는 기념대회 주간 내내 모든 교도들이 소태산 대종사의 서울 교화 유적지를 순례하는 ‘개벽순례’를 진행하며 지난 1월 22일부터 5월 1일까지의 일정으로 빅워크(스마트폰 걷기 기부앱)에 ‘세상을 위한 화합의 발걸음’이라는 모음통을 개설해 걷는 만큼 기부를 하는 사회공헌 걷기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불교 교도뿐 아니라 모든 대중의 걷기 참여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전액 유족과 공익단체에 기부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출범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출범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재로 열린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종교계와 지역·시민사회, 정부 관계자들이 저출산 인식 개선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전히 지진 공포에 떨고 있는 日 구마모토

    여전히 지진 공포에 떨고 있는 日 구마모토

    일본 구마모토현에 강진이 강타한 지 6일째인 19일 피난민들은 전기와 수도, 가스 공급이 끊어진 채 생명을 건 처절한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까지 620차례를 넘는 계속되는 여진 탓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확인된 희생자 47명 가운데 다수가 2차 지진에 의해 무너진 건물에 깔려 변을 당한 탓이다. 차에서 생활하던 피난민이 처음 사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 구마모토현의 한 주차장에서 수일째 차 안에서 지내던 여성(51)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여성은 폐 혈관에 피가 뭉친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지진 이후 차 안에서 대피 생활을 하다가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생겨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8명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진단받았고, 이 가운데 2명은 의식이 없는 중태라고 NHK가 이날 전했다. 차량에서의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항공기 일반석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한 경우 혈액 응고로 사망하기도 하는 증상을 말한다. 한 피난민은 “차 안에서 웅크리고 오래 지내다 보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새벽 무렵, 몸이 뻣뻣해 움직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피난민 상당수는 전기와 수도, 가스 공급이 없는 3무(無) 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와 가스는 일부 기관을 빼고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피난민들은 ‘고양이 세수’ 정도로 지내는 데다 화장실 찾기는 전쟁이다. 불편한 상황이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50대 남성 하라 노자키는 “어떤 상황이 또 올지 알 수 없어 참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유례없이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최소 주말까지 상황을 보고 수도와 가스 공급 재개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구마모토현의 관계자는 “정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여진이 가라앉으면서 정상을 찾아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밤에는 가족들과 함께 공원 빈터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 시내에 있는 공공기관과 은행을 중심으로 이날부터 문을 열고 일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은 여전히 문이 잠겨 있었다. 구마모토 시내 등 피해가 적은 지역에는 이날부터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구마모토공항에는 지난 16일 이후 나흘 만인 이날 오전부터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다. 일본 ‘국민 종교’인 신사들도 굳게 닫혀 있었다. 구마모토 시민들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1000년 동안 이 지역 신사의 총본산 역할을 한 후지사키하치만궁도 문을 닫았다. 신관들은 보이지 않았고 신사 정문으로 이어지는 돌로 만든 도오리는 여기저기 파손돼 접근을 못 하도록 주변을 차단 줄로 둘러놓은 상태였다. 어쩌다 옆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굳게 닫힌 정전 앞에서 눈을 감고 고개 숙인 채 무언가 간절한 표정으로 기원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실종자들을 찾는 구조 ‘골든타임’도 지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한편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2분과 오후 8시 47분 구마모토현 남쪽 23㎞ 지점에서 규모 5.5와 5.0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현지 주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4일 비슷한 지점에서 발생했던 규모 6.5의 강진에 이어 일어난 600여차례의 여진들로 분석됐다. 구마모토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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