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난·장묘문화 변화 화장비율 급격히 늘어 / ‘사설 납골당 시대’ 본격화
‘사설 납골당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묘지난과 장묘문화의 변화로 화장 비율이 급격히 늘면서 납골당,특히 사설 납골당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경기도 파주시 벽제 용미리 납골당에 일반인의 납골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면서 수도권 사설 납골당들은 운영수지 개선에 일대 전기를 맞고 있다.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납골당 안치붐은 매장에서 화장 위주로 장묘문화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족들의 납골 신청과 함께 미리 납골 공간을 확보하려는 예약 주문도 늘고 있다.또 정부의 무연고 묘지 실태파악과 정비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들 유골 중 상당부분은 이용료가 저렴한 납골당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36곳…호황 틈탄 난립 우려도
화장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광주지역은 매년 1%,전남은 1년사이 15.0%에서 18.8%로 급증했고 서울지역은 57%를 넘었다.화장한 유골을 산에 뿌리지 않고 납골하는 비율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현재 전국적으로 운영중인 크고 작은 납골당은 모두 102곳에 이른다.이중 경기도의 11곳과 경남 8곳을 포함,서울·인천·대전·충남 등 10개 시·도의 36곳이 사설이다.사설 납골당의 납골 수용능력은 총 20만여위.현재 자치단체에 접수돼 있는 납골시설 추가설치 신청만도 총 10만여위에 달한다.2001년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사설 납골당의 설치·관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누구나 사설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시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비용이 저렴한 공립납골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대구시립 납골당의 경우 임대료 1만 3000원,연간 관리비 1만 2000원만 내면 영구 이용이 가능하다.
광주시 도시공사 납골당은 10년간 14만원이다.경남 진주 공설납골당은 3년 보관에 1만원,마산은 10년에 3만 7400원이다.산청군 납골당은 군민의 경우 10년 기한에 10만원,타 지역 주민이 이용할 경우 30만원이다.제주도가 설립한 양지공원 납골당은 15만원으로 공설납골당 중 가장 비싼 수준.
●이용료 수십만원서 천만원까지
납골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치단체들의 납골시설 증설 계획도 다양하다.용미리 납골당이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시는 수차례 고양시에 납골당 부지 확보를 요청했다.예산을 모두 서울시가 부담하고 서울 시민은 물론 고양시민이 공동 이용하자고 제안했다.그러나 고양시는 서울시의 제안을 거부,자체 납골당 설립을 위해 최근 7000만원을 들여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서울시는 1만 5000원인 납골시설 사용료를 상반기 중 12만원(외지인 24만원)으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
부산시는 530억원을 들여 40만위를 봉안하는 공설납골당을 내년 말까지 세우기로 하고 후보지 공모에 나섰다.납골당이 전무한 울산시는 2만위 규모의 공설납골당 조성을 추진중이다.
학곡리 공설납골당이 포화상태에 이른 강원도 춘천시는 동산면 군자3리에 1만위 규모의 납골시설을 추진중이다.홍천·정선·화천군도 신규 납골시설을 위한 부지 확보에 나섰다.납골시설이 없는 전남 나주시와 화순·무안군 등도 납골당 시설을 서두르고 있고,제주 서귀포시도 직영 납골당을 추진중이다.
30년 이상을 안치할 수 없도록 돼있는 공설납골당에 비해 영구안치가 가능한 사설의 경우 납골료와 관리비가 훨씬 비싸다.부지 확보와 시설·운영비 외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지급한 비용 등이 원가개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사설 납골당간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시설·서비스에 따른 이용료 차이가 수십배에 이른다.
충남 아산 영각납골당은 납골료가 8만원에 불과하다.파주시 아동동 상락원은 관리비 없이 영구 안치비용이 150만원,대전 유성의 구암사 극락전은 290만원이다.
경기 고양 청아공원은 250만원에 5년 단위로 18만원의 관리비를 받는다.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한마음선원 납골당은 1000만원이지만 매일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축성을 들려준다.
●호텔같은 시설등 서비스 차별화로 고객 손짓
고가의 이용료를 받는 납골당들은 현대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영구차에서 내리는 유골을 납골실로 옮기는 보도에 고급 카펫을 깔고 납골시설 주변을 공원으로 단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사설 납골당들은 기존 납골시설을 증설하기 위한 신고도 잇따라 제출하고 있다.울산시 남구 옥동에 재단법인을 설립한 울산공원묘원이 9000위 규모의 납골당 시설을 내년 개원 목표로 추진중이고,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에선 기도원을 납골당으로 변경하려는 기도원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임대료가 싼 공공 납골시설은 사설 납골당 영업에 큰 타격이 될 듯하지만 사설 납골당들의 입장은 비관적이지 않다.차별화된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또 종교단체에서 운영할 경우 사찰·교회 부지를 납골 공간으로 조성해 상대적으로 부지 확보가 쉽다.
●“서민은 죽어서도 갈곳없다” 한탄도
고양시 모 사설 납골당의 경우 2000여위가 안치돼 있지만 여유 공간은 무려 4만위에 달한다.투자비도 150억원을 넘었다.이 납골당 관계자는 “대규모 시설로 조성되는 공설 납골당은 부지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개인이 세운 사설 납골당도 초기 투자비가 많아 대부분 적자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사설 납골당을 이용할 경우 서비스가 좋은 점이 장점이지만 유족들의 부담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사설 납골당 운영자들은 서울시의 용미리 납골당 일반인 납골금지,납골료 인상에 대해서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도심에 격조높은 납골시설을 설치해 생활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뿌리깊은 님비현상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납골당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 납골당 난립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납골당의 호황을 틈타 기본 재정이 부실한 업체가 난립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져 납골료와 관리비를 챙기고 무너지면 유족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골을 원하는 유족들은 납골당의 위치,시설·서비스 뿐 아니라 납골료에 유골단지 등 비품가격이 포함되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하고 운영주체의 재정상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사설 납골당의 확산에 대해 일부에서 “지나치게 비싼 비용 부담 때문에 서민들은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전국 정리 한만교기자 mgh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