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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방만 경영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고 또 다른 수당을 신설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방만경영을 해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7년 노조측이 특별초과근무수당 지급 중단에 따른 임금보전을 요구하자 창의경영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을 만들고는 3차례에 걸쳐 창의교육수당 명목으로 모두 23억원을 부당집행했다. 그러자 서울메트로도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에게 초과근무수당 성격의 창의교육비로 45억원을 부당지급했다. 서울메트로는 2007년 정부지침과 달리 3개 수당(지하철수당, 생활안정수당, 가계안정비)을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그러고는 3개 수당을 포함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개인성과급을 지급했다. 결국 개인성과급 약 28억원을 과다지급했다는 게 감사원측 설명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그 해 시간외근무수당, 도시철도수당, 생활안정수당, 휴일근무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마찬가지로 개인성과급 약 12억원을 더 지급했다. 경영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족용 무임승차권을 없애는 대신 매월 5만원씩 교통보조비를 지난해 1월부터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도 지적받았다. 두 곳이 지출한 교통보조비만 서울메트로 42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 24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전력요금을 전년 대비 2006년에 77억원, 2007년에 67억원 절감하자 2007년 2월 수도광열비에서 전용한 예산 19억원을 모든 임직원에게 예산절감 특별성과금으로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해 절감한 예산 상당액을 모든 임직원의 임금보전 목적으로 사용해 버린 셈이다. 지방공기업 예산편성 지침은 예산절감 특별성과금은 “절감된 예산의 10% 범위 내에서 1억원 한도 내 지급”하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규정을 위반해 특별성과금을 지급하거나 사업비를 전용해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고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게 요구했다. 서울메트로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무정차로 해임된 2명과 탈선사고로 해임된 1명 등을 2007년 각각 특별채용했다. 자체 인사규정도 무시했다. 감사원은 서울메트로 사장에게는 “인사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치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짐바브웨 창기라이 총리 부인의 횡액

    짐바브웨 창기라이 총리 부인의 횡액

    지난달 중순 출범한 짐바브웨 거국정부의 한 축인 모간 창기라이(56) 총리가 6일 수도 하라레 교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머리와 목 등을 다쳤다.그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부인 수전(50)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민주변혁운동(MDC)당 지도자인 창기라이 총리 일행은 주말 유세를 위해 이날 오후 개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 고향인 부헤라로 향하다 변 을 당했다.경찰 대변인은 “창기라이 총리가 탄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에 받히는 바람에 세 차례나 굴렀다.”고 말했다.MDC 출신의 한 각료는 트럭 운전자가 졸음 운전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오랜 세월 창기라이 총리와 정치적 앙숙이었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부인 그레이스와 함께 창기라이 총리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 1시간 가량 위문했다. 이날 사고는 창기라이 총리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의회에서 연설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하라레 남쪽 50㎞ 지점에 위치한 사고 지점은 평소에도 비슷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던 곳으로 정치적 동기를 의심할 만한 여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실시된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미달하는 1위를 차지한 창기라이 총리는 개표 부정을 주장하며 무가베 대통령과의 결선투표를 거부한 채 대여 투쟁에 돌입, 오랜 평화협상 끝에 지난달 중순 총리로 취임하면서 거국정부에 합류했다. 국제여성회의 참석차 스코틀랜드에 머무르고 있는 MDC 출신 타비타 쿠말로는 “수전 여사의 죽음은 조국에 심대한 타격”이라며 ”사람들은 남편을 따라 법정에 나오거나 투표하는 모습만 보고서 그녀가 무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알 만한 이들은 그녀가 잠겨진 문 뒤에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기둥이었다.투쟁하는 과정에 누군가 기대고 싶은 이가 필요하듯이 그녀는 항상 남편을 위해 그런 역할을 떠맡았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뺑소니·민사소송 늘어날 뿐이고… ’

    ‘뺑소니 늘어날 뿐이고…민사소송 늘어날 뿐이고…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면책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달라질 세상의 단면을 개그식으로 풍자한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27일 아침 거의 모든 신문이 이번 결정의 파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중상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헌재 결정의 발효 시점이 애매한 문제점을 지적한 뒤 보험업계와 경찰,운수업계의 반응 등을 짚는 식이었다.  이 사건 대리인 중의 한 명인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 법무사는 이번 결정으로 달라질 사회 풍조로 뺑소니의 증가와 민사소송의 급증,나아가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를 높이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나아가 지난 981년 신설된 교특법을 아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책임보험 한도 높이라는 사회적 압력 거세질 듯  최규호 법무사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뺑소니치는 가해자는 무면허,음주운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보통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는 형사처벌 우려가 없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형사처벌을 우려해 뺑소니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들이 각별히 주의해 교통사고 건수와 피해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말이다.  또 이번 결정으로 종합보험 가입 효과가 반감돼 종합보험 가입률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피해자가 책임보험만으로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가해자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할 경우 충분한 배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책임보험의 배상한도를 높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책임보험의 한도액은 치료비의 경우 상해 등급별로 1인당 80만~2000만원,후유장애손해는 1억원이 한도이고,대물손해의 경우 건당 1000만원이 한도인데 치료비가 책임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건강보험에 의해 처리하고,본인부담금은 본인이 부담하고,나머지는 일단 공단이 부담한 후 추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회수하게 돼 있다. ●중상해 판례는  거의 모든 신문이 지적했듯 중상해는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불구에 이르게 하거나,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보통 치명상을 가한 경우를 의미하는데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별도 조항으로 처벌된다.  불구에 이르는 것은 신체의 중요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한쪽 눈이 실명된 사안에서 중상해를 인정한 국내 법원 판례가 있다.청력을 상실한 경우,성교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  이밖에 약 8주의 치료를 요하는 대뇌반구 피질의 뇌내출혈상 등을 가하여 양측성 혼합성 전음성 및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한 경우도 중상해로 인정됐다.얼굴 부위에 보기 흉한 흉터가 생긴 것도 불구로 볼 수 있다고 최 법무사는 전했다.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하는 것은 치료의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질병을 의미합니다.난치병인 정신분열증이 발생한 경우를 중상해로 인정한 국내 판례도 있다.또 졸음운전으로 인해 ‘다발성 양측 늑골골절 등‘을 입힌 경우를 중상해로 인정한 판례도 있고,’우측 두정부 뇌좌상, 양측 전두부 및 측두부 뇌경막하수종, 우측 슬개골 골절 등‘을 중상해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최 법무사는 전했다.  그러나 1~2개월 입원할 정도로 다리가 부러진 경우는 중상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2005.12. 9. 선고 2005도7527 판결)도 있다.하지만 골절이라 해도 복합골절,분쇄골절이라면 중상해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데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고,수차례 수술이 필요하며,재활기간이 상당히 길게 요구되며 후유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법무사의 견해다. ●경상해까지 모든 교통사고는 형사처벌 가능해야  그런데 문제는 교특법 자체일 수 있다.헌재의 위헌 결정은 국회의 입법재량이 인정되지만 중상해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최 법무사의 판단이다.  그는 아예 교특법 관련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상해든 경상해든 모든 교통사고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옳으며 외국의 모든 입법례 역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전치 12주는 중상해,11주는 경상해 이렇게 나눌 수도 없고 그 경계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지는 것도 법감정에 반한다고 최 법무사는 주장했다.단순 골절은 경상해,복합골절은 중상해로,다리뼈 골절은 중상해,팔 골절은 경상해로 구분하는 것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최 법무사는 아예 교특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부장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 고속도 갓길 주차중 추돌사고 나면?

    #사례 트럭운전사 A는 야간에 경부고속도로를 운행하다가 졸음이 쏟아지자 고속도로 갓길에 트럭을 주차시킨 후 잠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승용차 운전자 B가 부근을 지나다가 도로 위에 떨어진 장애물을 발견하고 당황한 나머지 핸들을 우측으로 크게 돌리면서 갓길에 주차했던 A의 트럭과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승용차 동승자 C가 사망했다. Q C의 유족들은 트럭운전자 A도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A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오로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한 승용차 운전자 B에게 있다면서 유족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트럭운전자 A는 C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 A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갓길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갓길에 주차할 수 없고 주차할 수 있는 경우에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책임을 지는 경우로 이어지는데, 위 사고에서도 트럭운전자 A는 C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도로교통법 및 시행규칙은 자동차 운전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에 주·정차할 수 없고 고장으로 갓길에 주차하는 경우 고장자동차 표지(야광삼각대)를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 뒤쪽 도로상에 설치해야 한다. 또 밤에는 고장자동차 표지와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자동차로부터 2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A는 고장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트럭을 갓길에 주차한 자체가 불법이다. 승용차가 장애물의 출현이라는 돌발사태에 대피하기 위해 급우회전했는데, 갓길에 주차된 트럭이 없었더라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트럭의 갓길 불법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따라서 A는 C의 사망에 대해 B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 설사 트럭을 주차한 곳이 갓길의 가장자리로 트럭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차량의 통행이 가능했더라도 책임 유무가 달라지지 않는다. 또 A가 트럭의 고장으로 부득이 갓길에 주차했고 고장자동차 표지 등을 하지 않은 상태로 수신호만을 하다가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라도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A의 갓길 주차 자체는 적법하지만 고장자동차 운전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C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승용차가 무보험상태이고 B가 무일푼이라면 A는 사실상 C의 사망에 대한 책임 전부를 떠안아야만 될 것이다. 송우철 대전고법 부장판사
  • [설 선물] 이편한베개

    [설 선물] 이편한베개

    이편한베개 제조사인 신승산업은 ‘달콤한 잠’을 설 선물로 제안했다. 특히 코를 고는 습관이 있는 이들에게 선물하면 좋다고 한다. 이편한베개는 코골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되고 관련 재료들을 썼다고 신승산업은 밝혔다. 베개에 들어간 옥과 황토, 참숯 등이 습도조절과 공기정화, 탈취 및 살균, 해독기능을 하고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해 혈액순환을 촉진, 숙면을 취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목 주름 방지와 머리 가려움증과 탈모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고 했다. 신승산업측은 “밤에 코를 골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심한 경우 낮에 졸음운전 등을 하게 되는 데다 발기불능이나 성욕감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코골이를 방지, 감소시키는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유교중 신승산업 대표는 “이편한베개로 임상실험을 해 본 결과 80% 이상 코골이가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1만 8000원. 1577-8830.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안먹고 안자고 끝까지 일하니 기회의 문 열려”

    “안먹고 안자고 끝까지 일하니 기회의 문 열려”

    “밥 안 먹고 잠 안 자고 끝까지 일할 수 있는 능력이요.” 새달 1일 서울 롯데호텔에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여는 미슐랭 레스토랑(별 3개)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한국인 여성 조리장(헤드 셰프) 이현진(29)씨는 어떤 요리에 강하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이 한 마디에는 스물아홉살 요리사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세계적으로 이름난 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는 어엿한 요리사가 돼 한국에 다시 오기까지 그녀가 어떠한 세월을 겪었는지 다 들어 있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일반적인 식재료에서 의외의 맛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의 천재 요리사. 그가 운영하는 파리 레스토랑은 해마다 세계의 우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8년 연속 받고 있기도 하다. 롯데호텔은 이 레스토랑 유치를 위해 2년8개월간 공을 들였고, 매장 공사비에만 70억원을 쏟아부었다. ●스무살때 요리사 꿈 안고 혈혈단신 파리로 지난해 7월 파리의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를 가니에르는 호텔측에 적극 추천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20여명으로 구성된 주방에서 차석 조리장으로 일하게 됐다.“처음에는 오기 싫었어요. 나이에 따른 서열이 강한 한국 주방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염려가 됐죠. 어머니도 괜히 와서 상처 받는다고 말리셨어요.” 하지만 훨씬 경력이 많은 동료들도 기꺼이 마음을 열어주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2 때 우연히 접한 TV다큐를 통해 프랑스 요리학원 ‘코르 동 블루’를 알았고 요리사가 꽤 근사해 보였다. 별 흥미 없던 공부(영남대 불문과)를 그만두고 막연한 요리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 혈혈단신 파리에 도착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코르 동 블루를 졸업한 뒤 남자들의 텃세가 유독 심한 요리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7년 반 동안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땀과 눈물을 쏟았다. ●하루 18시간씩 식당서 살며 호된 세월 특히 유명 요리사 조엘 호 부숑의 밑에서 보낸 세월을 잊지 못한다.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허드렛일로 시작했지만 4년만에 서열 3위 조리장으로 올라섰다. 하루 18시간씩 식당에서 살았고, 새벽 퇴근길엔 쏟아지는 졸음으로 “이러다 길 위에서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호된 세월을 보냈다. 그녀는 처음에 식당을 “집”이라고 불러 기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는데 이해가 갔다. ‘사관학교’로 통하는 호 부숑의 식당을 나왔다는 것은 파리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는 증명서 같은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기회의 문은 열렸다. 평소 요리사 인생의 마지막 무대로 삼고 싶었던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에 몸을 담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저는 원래 10년씩 계획을 세우는데요, 뒤돌아 보니 파리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생각했던 대로 된 것 같아요.” 지치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당돌한 자기암시, 그녀의 성공비결이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한가위 선물] 신승산업-황토·참숯 베개로 코골이 고민 끝

    [한가위 선물] 신승산업-황토·참숯 베개로 코골이 고민 끝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코를 고는 습관이 있으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심한 코골이는 수면 무호흡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신승산업은 코골이 방지 베개 ‘이편한베개’를 코골이 고민을 해결할 방안으로 제안했다. 신승산업측은 2일 “많은 사람들이 가볍든 심하든 코를 고는 습관이 있는데, 숨쉬는 동안 코로 마신 공기가 좁아진 인후 부위를 통과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밤에 코를 골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무겁고 개운하지 않다. 낮에도 졸음이 심해 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코골이 환자들이 발기 불능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이 회사는 전했다. 신승산업은 ‘이편한베개’의 재료로 옥과 황토, 참숯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천연소재의 고유한 성질에 따라 습도조절과 공기정화, 살취 및 살균, 해독 기능이 더해졌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시켜 혈액순환을 촉진, 숙면을 유도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머리와 목의 형태에 맞춘 디자인은 코골이 예방은 물론이고 목주름 방지와 머릿속 가려움증 예방, 탈모 예방에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지적이다. 윤교중 신승산업 대표는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을 대상으로 이편한베개를 임상실험해 보니,80% 이상에게서 코골이가 눈에 띄게 감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베개는 인터넷(www.epillow.co.kr)에서 판매한다. 전국의 약국과 할인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 문의는 1577-8830.
  • “모두 천사같은 이들인데…”

    “모두 천사같은 이들인데…”

    “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서울 봉천동 꿈꾸는 교회는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박수진 담임목사 일행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교회 2층에서는 500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떠나간 넋을 위로하는 예배를 올렸다. ●“악천후에 졸음운전·운전 부주의 추정” 한근택 수석장로는 “박 목사 일행은 청년·청소년들을 필리핀 현지에서 선교사로 교육시키기 위해 센터 설립을 추진하러 갔는데 오후 6시 현지경찰로부터 사망소식을 들었다.”면서 “사고 원인은 악천후에 운전사의 졸음운전, 운전부주의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병배(33) 부목사는 중고등부 담당이고 박태성(38) 부목사는 청년부 담당이어서 현지에 함께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와 가족 단위로 가서 사고를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추도예배에 참석한 한 교인은 “박태성 부목사는 슬하에 딸만 3명을 두었는데, 첫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고 셋째는 태어난지 2개월도 안됐다.”면서 “그 어린 것들에게 부모를 잃은 것을 어찌 전할지 눈물만 나온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진해 ‘꿈꾸는 교회’ 정기영(53)장로는 박성돈(46) 담임목사와 그의 처 정정희(46)씨 가족의 사고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생을 살아온 천사같은 이들인데…”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정 장로는 “박 목사는 진해 뉴비전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부모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키워냈다.”면서 “이미 2명이 졸업하고 필리핀으로 대학과정을 하러 갔고 현재 7명이 있는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목이 멘다.”고 말했다. 박 목사 부부는 이번 사고로 함께 숨진 딸 박보아(5)양을 2005년 입양해 키웠다. ●오늘 장례위원단 필리핀으로 출발 한편 교회측은 이날 밤 교회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한편 14명 내외 규모의 장례위원단을 구성해 28일 오전 8시30분 유족과 함께 사고가 발생한 필리핀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또한 교회 측은 유족들과 상의해 필리핀에서 시신을 거두어 현지에서 화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경주 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오토바이 사망 ‘ 김민수·이언, 공통점과 차이점

    ‘오토바이 사망 ‘ 김민수·이언, 공통점과 차이점

    하루아침에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 연예인들의 비보에 연예계가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 4월 29일 남성 듀오 그룹 먼데이키즈 멤버 김민수(23)가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데 이어 오늘(21일) 새벽 1시 경에는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이름을 알렸던 배우 이언(27·본명 박상민)이 역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숨져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주위에서는 두 고인의 사인과 배경에서 공통점 및 차이점을 찾아내며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여지가 있지 않았는지 여부를 논하며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 공통점 1. 차량 추돌 없는 오토바이 사고 두 오토바이 사고의 첫 번째 공통점은 상대 차량과의 추돌 없이 운전 미숙으로 고정체를 들이 받으며 일어났다는 점이다. 故 김민수는 지난 4월 사고 당시 오전 6시 경 서울 신림동 신림중학교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중 가로수를 들이 받아 숨을 거뒀으며 故 이언은 서울 한남동 고가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경추 골절로 인해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통점 2. 과로 상태에서 새벽 시간대에 일어남 故 김민수와 故 이언의 사고 발생 시각은 각각 새벽 6시·1시 반 새벽 시간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연예 활동의 휴식기가 아닌 가장 높은 주가를 자랑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시기였던 점을 고려해 볼 때 과로로 인한 피곤한 몸 상태임에도 불구, 오토바이 새벽 질주를 강행했다는 점이 겹친다. 김민수의 경우 먼데이 키즈 3집 ‘가슴으로 외쳐’를 발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요 순위 상위권에 등극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이었으며 이언 역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KBS 2TV ‘최강 칠우’의 조연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이렇듯 두 사람의 사고 시각이 빡빡한 스케줄을 마친 후 새벽인데에 비추어 경찰 측에서는 사망 추정 사유로 가장 먼저 과로로 인한 졸음 운전을 제기하기도 했다. # 차이점 1. 오토바이를 즐기던 김민수 · 종종 타던 이언 故 김민수는 생전 오토바이 질주의 쾌감을 즐기던 애호가였다. 반면 이언 측 관계자는 이언이 “평소 따로 오토바이를 애용하는 편은 아니었으며 차량 이동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민수는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9월 가수 생활에 위기가 닥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했다. 서울 퇴계로 지하도에서 차선을 변경한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해 두 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다.”며 “목숨을 건진 것만해도 천만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로부터 반년 후 또 다시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아 숨지고 말았다. 이에 반해 이언은 KBS ‘최강칠우’의 종방연을 마치고 논현동 자택으로 귀가한 후 친구를 만나기 위해 평소와 달리 오토바이를 몰고 친구 집을 향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변을 당하고 말았다. # 차이점 2. 사인 체내과다출혈 · 경추 골절 김민수는 사고 직후 신림동 보라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격한 충돌의 충격으로 이미 피를 과다하게 쏟은 상태였으며 끝내 체내과다출혈을 사인으로 눈을 감았다. 이언의 경우 차선을 변경하던 중 홈이 파인 지점을 지나다 중심을 잃어 가드레일을 들이 받으며 경추가 골절돼 현장에서 숨졌다. 이 외에도 김민수의 경우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언은 사고 현장에서 헬멧의 파편이 발견되는 등 헬멧을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생전 김민수와 이언은 돈독한 동료 관계를 유지했다. 생전 이언은 앞선 김민수의 사망 소식에 침울한 표정으로 이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던 사진이 남아 있어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故이언, 오토바이 사고에 얽힌 3가지 의혹

    故이언, 오토바이 사고에 얽힌 3가지 의혹

    모델 겸 배우 이언(본명 박상민. 27)이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가운데 그의 사고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이 일고 있다. 故이언은 21일 오전 1시 30분께 서울 한남동 고가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 받는 사고를 당해 119 구조대에 의해 인근에 위치한 한남동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언 소속사 에스팀 측은 21일 낮 12시 30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언의 사고 경위와 사망 이유를 전했지만 짧은 시간 자세한 얘기를 전하지 않아 그의 사망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돌고 있다. #음주 운전 여부? 이언은 20일 저녁 자신이 출연한 KBS 2TV 월화드라마 ‘최강칠우’의 종방연을 마치고 매니저와 함께 논현동 자택으로 귀가 후 혼자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한남동에 위치한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이런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운전하던 오토바이는 자신의 것으로 밝혀졌으며 헬멧 또한 착용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주 운전 여부에 대해 소속사 측 관계자는 “이언은 술을 하지 못한다.”고 음주 사실을 부인했으나 경찰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종방연 당시 참석한 방송 관계자들 다수는 이언의 음주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언의 음주로 인한 사고 여부는 경찰 측의 부검 결과를 통해 정확히 밝혀질 예정이다. #과속, 졸음 운전 여부? 이언이 사고 당시 운전한 오토바이는 해외 유명 메이커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시간인 새벽, 차량 통행이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과속과 졸음운전 여부 또한 사고 원인으로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 이언 소속사 측 관계자는 “이언이 차선을 변경하던 중 중심을 잃고 가드레일과 충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언이 경추 골절로 인해 사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고 당시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가드레일과 충돌 당시 머리 부분부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언 소속사의 한 관계자 또한 “차선 변경 중 도로의 움푹 패인 부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언이 사고를 당한 한남 고가차도의 경우 규정 속도를 60km로 정하고 있다. 심야의 도로라지만 가로등이 켜져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뺑소니 여부? 이와 함께 이언의 사고 원인으로 뺑소니 여부 또한 거론 되고 있다. 이언이 119구조대에 의해 후송 된 곳은 사고 오토바이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으며, 그의 몸에 화상 자국이 있었다는 점 또한 뺑소니 의혹의 중심이 되고 있다. 사고를 당한 한남 고가차도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으로 뺑소니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언은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던 다른 운전자에 의해서 발견, 119 구조대에 신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뺑소니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사고 당시 이언이 레이싱 슈트를 입지 않은 상태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고 충격으로 도로와 마찰열로 인해 화상 여부 또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경찰 측은 사망 원인을 “경추 골절로 인한 사고사”로 단정 지은 상태이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부검을 할 계획이다. 한편 故이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 병원 장례식장에는 윤은혜, 유아인, 임하룡 등 수많은 선후배 연예인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故이언의 영결식은 23일 오전 10시 치뤄진다.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휴가여행 ‘공공의 적’ 멀미

    휴가여행 ‘공공의 적’ 멀미

    여행수단이 발달하고 도로 사정이 좋아져 멀미를 걱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고질적으로 멀미를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휴가철 떼려야 뗄 수 없는 멀미.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을까? 멀미는 질병이라기보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신체의 정상적인 적응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멀미는 눈으로 보는 주위환경의 움직임과 귓속 ‘평형계’ 등 평형감각 기관이 받아들이는 정보에 격차가 있을 때 주로 생긴다. 따라서 차의 뒤쪽에 앉아 옆 창문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풍경을 보는 승객보다 앞좌석에 앉아 변화가 적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승객이 멀미를 덜 느낀다. 그렇다면 외부를 보지 못하는 선실과 기내에서는 왜 멀미가 생길까? 우리 몸이 일정한 진동만 느껴도 감각계에 혼란이 생길 만큼 민감하기 때문이다. 멀미는 밤낮이나 식사와 무관하게 몸이 1분당 6∼40회 정도의 진동을 느낄 때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심하게 흔들리는 배안이나 기내에서 승객은 외부를 보지 못하지만 귓속 감각계의 정보를 통해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멀미를 하게 된다. 차 안에서 책을 읽을 때도 시각은 한곳에 고정돼 있지만 다른 감각기관이 움직임과 진동을 느껴 멀미가 생기기도 한다. 멀미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이 느끼고 생리 기간 중 증상은 더 심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 2∼12세 ‘유소아기’에 멀미를 가장 많이 경험한다. 일부 외국학자들은 멀미에 가족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멀미는 주변 환경만 바꾸면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우선 각종 교통수단을 탑승할 때는 흔들림이 적은 좌석에 앉도록 한다. 배는 중앙좌석을, 비행기는 주 날개의 앞쪽 좌석,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 외부 경치를 볼 때도 가까운 풍경보다 변화가 적은 산이나 지평선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음식을 먹거나 과음을 해서는 안 된다. 일부러 굶어도 멀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직전에 가볍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 교수는 “이동 중에는 책이나 신문,TV를 보지 말고 수면을 취해야 멀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패치 형태의 멀미 예방제도 좋지만 ‘항히스타민’과 ‘히오신’ 성분의 멀미 예방약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운전자는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국민참여재판 출석률 ‘양호’ 배심원 사건 이해도 ‘높음’

    올해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결과 당초 예상보다 적극적인 참여율 속에 사건에 대한 배심원의 이해도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올 상반기 첫 실시된 국민참여재판 23건에 대한 배심원 선정을 위해 모두 3290명에게 선정기일 통지를 보냈으며, 이 가운데 30%인 976명이 출석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초 대법원이 예상한 20∼25%보다 높은 수치다. 선정 과정을 통해 뽑힌 배심원·예비배심원은 208명이며, 성별로 남성(52%), 연령별로 30대(32%)가 많았다. 직업은 회사원 29%, 주부 20%, 자영업자 17%, 기타 27% 등으로 고르게 분포했다. 참여재판 진행 중 배심원 4명이 졸음이나 복통 등으로 해임되거나 사임했다. 사건에 대한 배심원들의 이해도도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모두 이해함’이 23%,‘대부분’이 61%,‘절반’이 15%였다.‘거의 (이해)못함’은 0.9%에 불과했다. 올들어 6월까지 참여재판 신청은 모두 114건이 접수됐다. 강도상해(26%), 살인 및 성범죄(각 23%), 살인미수(16%), 상해치사(11%), 마약(1%) 순으로 강력사건이 많았다. 또 1심 참여재판 결과 2건을 제외한 21건(91%)이 2심에 올라갈 정도로 항소율이 높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휴대용 아로마테라피 기기 출시

    보령제약은 휴대용 아로마테라피 기기 ‘액턴’을 출시했다. 제품 상단의 스위치를 누르면 작동되고, 특허기술인 ‘펌핑 시스템’을 적용해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향기를 조절한다. 피톤치드(스트레스 완화, 진정작용) ▲로즈마리(집중력, 기억력 증진) ▲라벤더(피로회복, 우울증 억제) ▲유칼립투스(졸음예방, 호흡기능 증진) ▲펜넬(식욕조절, 숙면) 등 다섯가지 향으로 구성됐다.
  • 禪詩로 읽는 한국선사들의 참모습

    ‘풍류가 되지 않는 곳에 오히려 풍류가 있다.’(不風流處也風流, 벽암록)/‘한 말 한 획의 모든 마음이 부처와 조사의 근원에서 흘러나왔다.’(片言隻字皆流出佛祖之淵源, 종용록). 1000여년의 역사를 갖는 선시(禪詩)는 시라는 문학적 장르보다는, 선(禪)의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차용된 방편으로 봐야 한다. ‘호흡지간에도 법을 설하고 일거수일투족이 진리에 닿는다.’는 선사들이 무명 중생의 눈을 뜨게 토하는 진리의 노래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선시는 적어도 한국 불교계에는 깨달음의 세계가 표출된 지극한 사랑으로 전해진다. 중흥조 경허부터 이어진 선사들의 울림들은 한국 선불교를 크게 장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선사들의 삶과 수행 핵심을 선시로 보여주는 역작이 나왔다. 현대 문단 속에서 선시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인물로 평가받는 송준영 시인이 펴낸 ‘황금털 사자의 미미소(微微笑)1’(여시아문 펴냄). 경허부터 용성, 학명, 만공, 한암, 만해, 효봉, 혜암, 동산, 경봉, 고암 등 한국 선불교의 기라성같은 선지식들의 진면목이 흥미진진한 선시로 풀어진다. ‘황금털 사자’란 인간 본래의 면목을 부르는 알듯말듯한 이름격. 선시에서 흔히 보이는 ‘무영탑’‘토끼풀’‘진흙소’‘돌사람(石人)’‘나무까치’와 같은 표현이다. 말 할 수 없는 무한실상인 화엄법계라고나 할까. 저자는 역시 “선지식들이 간절하게 우리에게 흘려보내는 자비심 실상의 다른 이름”이라고 책 제목을 설명한다. 이름 그대로 책에는 “너무 가볍고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간절하기만 한” 선사들의 면목을 솔직하거나 반어적으로 드러낸 대목들이 진진하다. ‘머리를 숙이고 항시 조는 일, 조는 일 말고는 무슨 일이 또 있단 말인가. 조는 일 말고는 다시 일이 없어 머리를 숙인 채 항시 졸고만 있네’(경허 스님의 ‘졸음’)/‘여러분의 깊은 맘 진정 감사하오. 먼 길 오셨는데 정말 좋은 봄이구료. 세간법과 출세간법 나는 알지 못하오. 심산에 오래 몸을 감추어 참괴할 뿐이오’(한암스님의 ‘장도환에게 주다’)/‘싸늘한 창문, 불빛 물로 흐르는 밤, 등 그림자 바라보며 누워있어요. 불빛도 불그림자도 닫지 못하는 그곳, 아직도 선승이란 행색 부끄러워요’(만해 스님의 ‘등불 그림자를 보며’)…. “선사들의 자취가 풍문으로 구전되다가 뒤섞여 구분조차 힘든 실상이 안타까워 정리 차원에서 작업했다.”는 저자의 소박한 변과는 달리 책은 아주 알차다. 선사들의 게송은 물론 상당법어나 소참법문, 직접 쓴 서문이나 서간문, 투고 글, 대담, 선의 법맥, 선화로 본 행장, 연보가 소상하다. 선사들의 문도회가 만든 어록과 법어, 학자들이 발굴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받은 구술내용도 적지않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40)수면장애

    [한국인의 질병](40)수면장애

    인간에게 ‘잠’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조차 “인생의 향연에 있어 가장 보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잠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닌, 몸과 정신의 피로를 동시에 푸는 능동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면의학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50) 교수는 “우리가 살기 위해 음식이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잠은 자기보존을 위한 육체적 욕구”라면서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수면장애로 잠을 못자면 우리 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쥐는 일주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으면 죽는다. 사람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거나, 일주일 동안 하루 4∼5시간씩만 자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인 상태와 동일한 증상이 나타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는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다. ●인슐린 저항성 높이고 교감신경 자극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해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도 근본적인 원인은 엔지니어의 수면부족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적절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성인의 경우 7시간30분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9시간의 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어린이 9시간 잠 재우기’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하루나 이틀 정도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잠을 못이루는 증상은 병으로 간주한다. 수면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고혈압과 당뇨병을 일으킨다. “1950년대 세계인의 수면시간은 8시간30분이었지만 2000년에는 6시간30분으로 줄었습니다. 그만큼 수면장애 증상을 앓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2명 중 1명이 수면장애 증상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잦은 야근과 회식, 아이들에게는 사설 학원이 가장 큰 악영향을 끼쳤죠.” ●체중·식사량 줄이고 꾸준히 운동해야 수면장애 증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수면무호흡증’과 ‘수면무호흡증후군’이라고 홍 교수는 설명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한시간 동안 수면 호흡장애가 5번 이상 나타나는 병이며, 수면무호흡증후군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낮에 졸림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자도 피로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또 잘 때 심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숨을 쉬지 않다가 조금 지나서 숨을 크게 몰아쉬는 증상이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환자의 50∼80%, 당뇨병 환자의 33%가 수면무호흡증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낮에 졸림 증상이 심해 교통사고를 내기도 한다. ●수면제·안정제 오히려 증상 악화 시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려면 우선 체중부터 감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약 30% 감소한다. 매일 1시간 정도의 수영이나 조깅 등의 운동이 필요하며 저녁 식사량을 줄이고 금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수면제와 안정제는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수면 무호흡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잠 잘 때 속옷의 뒷면에 테니스 공을 두개 꿰매 착용하고 자면 등이 배겨서 옆으로 누워 자게 되죠. 이런 훈련을 약 3개월 동안 하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자게 됩니다.” 이런 생활요법으로도 증상을 치료할 수 없으면 코로 공기를 넣어 인위적으로 기도를 확장시키는 ‘상기도 양압술’을 받아야 한다. 수면장애 증상 가운데는 과도하게 졸음이 오는 ‘기면증’도 있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졸음 때문에 운전이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또 크게 웃거나 감정이 심하게 변할 때 갑자기 힘이 빠지는 ‘탄력발작’이 환자의 70%에서 나타난다. 기면증 환자는 가능한한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뇌의 시상하부에만 작용하는 약이 개발돼 있어 부작용은 거의 없다. ‘불면증’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불면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없애야 한다. 또 불을 켜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어둡게 만들어야 한다. 수면을 촉진하는 치즈를 먹은 뒤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작은 불빛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하루에 40∼50분간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방법도 좋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TV시청이나 야간 업무를 줄여야 한다. 일에 집중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잠이 오기는커녕 불면증이 반복될 위험이 높다. 또 수면촉진제는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잘 때 다리 저리거나 아파도 의심 “잠을 하루에 몰아 잔다고 해서 불면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를 가지면 불면증을 없애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자기 전에 30∼40분간 온수욕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5시간 전까지만 해야 잠이 잘 옵니다.” 수면장애 증상 중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하지불안증후군’도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알 수 없는 불쾌감 때문에 고통받는 증상이다. 철분 보충제나 도파민 작용제를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6·10 촛불집회]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동행기

    [6·10 촛불집회]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동행기

    연일 계속되는 촛불문화제 현장과 기자회견 화면 등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38) 공동상황실장. 촛불문화제가 이처럼 커지게 된 데는 그의 힘도 컸다. 지난달 6일 국민대책회의가 발족된 뒤 박 실장은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박 실장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오전 7시30분 ‘100만 촛불대행진’의 날이 밝았다. 매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박 실장은 7시30분에 일어났다.3시간 남짓밖에 못 잤지만, 긴장한 탓인지 몸은 금세 졸음을 떨쳐냈다. 지난 9일 아침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끝난 9일 새벽, 그는 아침 6시에 라디오 인터뷰를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5일부터 8일까지 한숨도 못 잤던 박 실장은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전화벨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다행히 다른 실무자가 인터뷰를 대신해 방송사고를 면했다. ●오전 9시 박 실장이 종로구 통인동 국민대책회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우선 행사 준비를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실무자들을 깨웠다. 자리에 앉은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었다. 경찰이 광화문 주변을 컨테이너로 막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요즘 경찰이 청와대 지키느라 음주단속할 여력도 없다고 하던데,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막으며 대낮부터 교통을 혼잡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국비낭비 아닙니까.” ●오전 11시50분 회의가 시작됐다. 국민대책회의는 기획팀, 자원봉사팀, 인터넷팀, 조직팀, 홍보팀, 그외 각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들로 구성돼 있다. 박 실장은 실무진 20여명과 언론 보도와 인터넷 여론을 체크했다. 주로 촛불집회와 국민대책회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촛불대행진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고루 들을 수 있도록 자유발언자 섭외를 놓고 심도 있게 토론했다. 의견대립이 생겨 회의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의견조율은 박 실장의 몫이었다. 점심식사 시간에도 촛불문화제 얘기만 오갔다. ●오후 2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분신 자살한 이병렬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 실장이 유족들에게 “모든 장례 절차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자 유족들은 연신 “고맙다.”며 박 실장의 손을 꼭 잡았다. 박 실장의 눈시울이 젖었다. 오후 4시가 되자 박 실장은 광화문으로 향했다. 벌써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오후 7시 드디어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박 실장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무대에 올랐다. 구름처럼 모인 시민들의 끝이 안 보일 정도다.“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21년 전 6·10항쟁의 기운으로 오늘 기어이 정부의 재협상 발표를 끌어 냅시다.” 다양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은 강물로 흘렀고, 들불로 타올랐다. “국민들의 높은 민주의식과 열망을 느끼며 매일 감동했어요. 대학 졸업 후 계속 시민사회운동을 해 왔지만 시민의 잠재력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거든요. 민주주의의 큰 흐름을 다시 일궈낸 2008년 6월10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스승의 날 단상/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스승의 날 단상/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은 왔다. 하지만 이날을 맞이하는 마음은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경쟁이니 다양화니 자율이니 하는 담론 속에 이기심으로 포장된 경쟁만 있고 협동과 배려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진정 그 속에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무엇이 보이지 않으며, 우리 교육의 병폐인 주입식 입시위주의 교육이 달라질 기미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교육정책은 원리와 원칙에 의해서 도출되기보다는 몇몇 위정자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 왔다. 대안이라고 제시된 것은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것뿐이었다. 섣부른 해결책이 문제의 철저한 분석보다 항상 앞섰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원칙이나 철학, 또는 인간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게 들릴 지경이다. 세상에 우리만큼 학교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초·중등교육에 이처럼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듣기 좋은 말로 교육열이라고 표현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열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공자의 말처럼 배우고 또한 익히는 자발적 즐거움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이며,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배움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의미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 시험 기간이 되면 아이들은 지난 기간 동안 배웠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바쁘다. 세상의 삶과는 동떨어진 교과서 속의 지식에 파묻혀 틀리지 않기 위한 숨바꼭질을 벌여야 한다. 객관적 평가라는 허울 속에 아이들을 졸라매고 있는 것은 성적과 경쟁뿐이다. 이런 교육이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되는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세상의 코미디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는 논술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했다. 각 대학들은 앞을 다퉈 논술시험으로 학생들을 선발했고, 국가교육과정에 존재하지도 않는 논술이 정식 교과로 들어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보수 언론들은 논술이 공부의 시작이며 마지막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이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비판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라는 것 아닌가?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세상이 들끓고 있는데 이런 주제가 논술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논술학원이나 대학 논술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등장함직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유언비어에 휩쓸린다고 호들갑을 떠는 태도는 얼마나 이중적인가? 교실에서 졸음에 겨워 졸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한두번 야단을 쳐서 될 일이 아니다.4∼5시간 자고 견딜 수 있는 아이들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어쩌지 못하고 내버려둘 때도 있다. 그러면 아이들이 전부 학교에서 잔다고 한다. 학원과 경쟁하기 위해서 학교가 학원이 되어야 하고,24시간 아이들을 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학습이라는 형태로 붙들어두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학교도 아이들을 하루종일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 붙들어 매두는지 묻고 싶다. 우리 교육 현실은 이기적 게임장이다. 돈을 버는 것도 이기적인 행위이지만, 어떻게 보면 교육이 가장 경쟁적이고 이기적이다. 아이들에게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가르치지도 않으며 오히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 게임을 조장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기적 경쟁과 거기에 불을 붙이는 모든 교육정책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두고 볼 일이다. 교육은 제도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이며 사람의 문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든 구성 성분이 인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실험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원리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한 가닥 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 운전 많은 나들이철…보험활용 노하우

    경기도 지역에서 골프를 치고 서울로 돌아오다 졸음운전을 한 A씨. 중앙선을 침범, 반대쪽에서 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상대 차량 탑승자는 크게 다쳤다.A씨는 중앙선 침범이라 벌금을 내야 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상대방과 합의를 해야 한다.A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는 해당 금액에 대한 보상이 안 된다. 나들이철을 맞아 운전이 필요한 경우가 늘었다. 그만큼 사고의 위험성도 늘었다. 사고시 자동차보험은 모든 위험을 보장하지 못한다. 운전자가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사고 등 10대 중과실 사고를 저지를 경우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운전자는 벌금을 내야 하고, 피해자와 형사합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에 필요한 돈을 지급하는 것이 운전자보험이다. 통합보험에 벌금과 형사합의지원특약을 부가해서 드는 것도 방법이다. 벌금은 최고한도가 2000만원이라 가입한도도 대부분 2000만원이다. 형사합의지원금은 가급적 높게 드는 것이 좋다. 자동차보험의 자기신체손해(자손) 보상에는 운전자에 대한 휴업손해와 위자료가 없다. 치료비도 실비가 아니라 후유장해등급에 따라 지원 액수가 정해져 있다. 자동차상해(자상)는 휴업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하며 치료비도 실비로 지급된다. 운전자의 과실비율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단, 자손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LIG손해보험에 따르면 자손(40세 남자, 차종 아반떼) 보장한도를 1억원으로 하면 보험료는 3만 5220원이다. 자상 1억원이면 5만 2210원으로 1만 6990원이 더 비싸다. 그러나 보장 기능이 뛰어나 최근에는 자손 대신 자상을 드는 비율이 늘고 있다. 외제차가 많아지면서 대물배상 한도를 높일 필요도 커졌다. 가입금액별 보험료 차이는 적은 편이다. 예컨대 대물보상한도 5000만원이면 해당 보험료가 14만 8400원이다. 반면 2억원은 15만 5390원으로 보험료 차이가 6990원에 불과하다. 대물배상한도를 초과하는 외제차 수리비는 가입자 본인이 물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료 대비 보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를 보면 아내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다. 무명을 짜기 위해서다. 무명을 짜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 조선 후기 양반이 아닌 상민은 16세부터 60세까지는 군역을 지고, 직접 군대에 가는 대신 군포를 바쳐야 한다. 백성들에게서 군포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니 젖먹이 어린아이도 군포를 내라는 황구첨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남편은 양반이니, 아마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른쪽 아랫부분의 자리를 짜는 남자다. 자리와 돗자리는 같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구별하면 할 수도 있다. 돗자리와 자리의 재료가 왕골이거나 골풀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돗자리는 베를 짜듯 날줄을 미리 걸어두고 바디를 움직여 짠다. 자리는 고드랫돌에 날줄을 감아두고 왕골 가닥을 더하고 고드랫돌을 앞뒤로 옮겨가며 짠다.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와 김득신의 그림 ‘병아리 훔치기’는 모두 고드랫돌이 보이니, 돗자리가 아닌 자리 짜기인 것이다. ●조선 후기로 오며 경제적 기반 잃은 양반 속출 각설하고, 자리를 짜는 사람은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양반이 웬일로 노동을 하고 있는가. 양반 노릇을 하자면, 한문을 읽고 쓸 줄 알고, 좋은 풍경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시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성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소학’을 익혀 점잖은 말과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여기에 봉제사(조상의 제사를 지냄), 접빈객(손님 접대)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면, 토지와 노비 소유라는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토지와 노비가 없으면, 자연히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없다. 한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이 속출하였다. 대부분의 양반은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였지만, 이 그림에서 보듯 일하는 양반도 있다. 당연히 이 자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리를 짜는 데 생계가 달려 있을 것이다. 양반이 자리를 짜는 그림은 김득신의 ‘병아리 훔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마루에서 자리를 짜고 있던 남자가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마당에 자빠져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짜고 있던 자리다. 사내의 오른손 아래에 있는 검은 물건은 바로 사내가 쓰고 있던 사방관이다. 역시 양반으로서 자리를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익이 귀양살이 하며 짠 자리 영의정 되자 보물로 생각이 트인 양반들은 자리를 짜는 것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원익은 훌륭한 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이이첨 일파에 대해 반대하다가 쫓겨났다. 심심하니 할 일이 없다. 이원익은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다. 이미 벼슬이 오를 대로 올랐고, 책도 읽을 만큼 읽었다. 귀양살이는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휴가다. 이 휴가에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를 짜기 시작한다. 노동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으니, 솜씨랄 것도 없다. 한심한 작품이 나왔으나, 손수 노동한 결과물이라 소중하기 짝이 없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받기는 했지만, 그 한심한 물건을 즐거이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한데,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이원익이 다시 재상이 되자, 그가 짰던 한심한 물건은 영의정이 짠 자리가 되어 보물처럼 여겨졌다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누가 짜는가에 따라 이렇게 보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분에게 듣고 과연 그랬을까 했는데,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에서 “완평(完平, 이원익)은 여주 호장(戶長)의 집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자리를 짜고 있다.”는 기록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보면 양반들이 생활고에 몰리면 더러 자리를 짜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김낙행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직석설(織席說)’이란 글 한 편을 남기고 있다. 번역하자면,‘자리 짜기의 이로움’ 정도의 뜻이 된다. 어느 날 김낙행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밥만 축내고 하는 일이 없다면서 형제간을 돌며 왕골을 얻어와 자리를 짜란다. 이웃 영감까지 불러 짜는 방법까지 전수시킨다. 아내의 말을 이기는 남편은 드문 법. 내키지 않았지만 해 본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갈수록 손이 익고 재미가 난다. 이런저런 고민을 아주 잊고, 밥을 먹거나 소피를 보거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자리 짜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리 짜기의 찬미자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짜겠노라 선언한다. 급기야 자리 짜기의 여섯 가지 이로움을 설파한다. 첫째, 자리 짜기란 노동을 하기 때문에 공밥을 먹지 않는다. 둘째, 집 밖으로 공연히 나들이하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잊을 수 있다. 넷째 공연한 근심거리에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째, 잘 짠 자리는 늙으신 어머니께 올려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고, 좀 거칠게 된 것은 자신과 아내, 아이들이 깔기도 하고, 또 어린 계집종에게 주어 흙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한다. 여섯째,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살림살이가 딱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리로 인한 깨달음인데, 아주 괜찮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로 돌아가자. 자리를 짜고 있는 남자 위쪽에 아이가 글을 읽고 있다. 큰 책을 펴 놓고 작은 막대기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고 있다. 이제 막 글자 공부에 들어간 꼬맹이인 것이다. 서당에서 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다시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고 있다. 아마 가난 때문일 것이다. 자리 짜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라. 이 그림처럼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분화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가난한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짜게 되었다. 하지만 양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방관을 쓰고 있다. 벌거벗은 아들의 독서는 아직 양반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의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던 교육열은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자리를 짜던 아버지,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열망에서 혹시 나온 것은 아닌가. ●정조 때 자리 짜던 장인들 열에 여덟·아홉은 유랑민으로 지금 세상은 자리 또는 돗자리라는 것을 쓸 기회가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맨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지낸다. 또 결혼식 등의 의식이 있어도 모두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바닥에 앉아 생활하고, 의식이 있어도 모두 바닥에서 한다. 앞서 김낙행의 글에서도 보았지만, 노비의 경우 흙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으니, 자리가 생활필수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역시 국가와 왕실이었다. 고려와 조선은 장흥고란 관청을 두고 국용(國用)·왕실용 자리를 관장했다. 관장한다는 것은, 지방에 공물로 배정한 자리를 받아들여 보관하고 사용할 때 내어주고 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장흥고에 바치는 자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세종실록’ 7년 8월 22일조에 의하면,1년에 5148장을 바치고 1년에 소용되는 것은 2216장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모든 지방에서 다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경상도 안동 일대, 즉 순흥·예천·영천(榮川)·영천(永川)·풍기·의성·용궁 일대가 자리의 주 생산지였다. 여기서 매년 2월,8월에 장흥고와 상의원에 자리를 바쳤던 것이다. 장흥고가 일반 자리를 받는 곳이라면, 상의원은 꽃무늬를 넣은 매우 고급스러운 자리, 예컨대 용문석이나 만화석 등을 거두는 곳이었다. 그런데 안동 일대에서 자리를 짜서 바치면 장흥고나 상의원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짜는 석장(席匠)들이 땅을 팔고 집을 팔아 열에 여덟, 아홉이 유랑민이 되었다고 한다(‘정조실록’ 5년 12월28일조). 돗자리에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어려 있다. 한데 요즘은 중국산 수입 자리 때문에 자리 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하니, 더 딱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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