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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에게/ 판사들 소신 판결 보장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법관 단일호봉제 추진’ 기사(대한매일 3월17일자 2면)를 읽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사원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검찰을 비롯한 행정부는 능력을 중시하지만,사법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평한 판결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이를 위해 법관의 신분보장은 필수적이다.하지만 현행 법관승진 인사제도는 고법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한 상당수의 판사를 법원에서 내몰고 있다. 법원이 ‘변호사 양성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인사시스템 탓이다.최근 수원지법 안산지원의 한 판사가 변호사와 골프 회동을 가져 구설수에 오른 사건은 인사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법관들 스스로가 ‘승진에서 탈락하면 변호사가 돼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변호사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단일호봉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대안이다.보직·직책에 상관없이 고법부장 이하는 근무기간에 따라 동일한 보수를 지급함으로써 판사들의 소신있는 판결을 보장한다.원숙하고 경험 많은 판사들이판결을 주도하면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판결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단일호봉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평균보수제’를 도입하고 있다.사법연수원 졸업생들이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것이 아니라 2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해 오던 법률가들이 인품과 덕망을 공증받아 법관으로 발탁되기 때문이다.선진국형 사법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단일호봉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흥수 서울지법 민사1부 부장판사
  • “잘나가는 영어 강사보다 아이들 순수함 더좋아요”서울 송파 어린이과학교실 강좌 연 이득형씨

    “영어강의는 생계수단이었지만 어린이 과학교실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일입니다.” ‘잘 나가는’ 영어학원 강사직을 그만두고 어린이교육에 나선 시민단체 활동가가 있다.서울 송파구가 자치구 최초로 개설한 ‘어린이 과학영재교실’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이득형(40)씨.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시민단체인 한국청년연합회의 ‘반부패학교’ 1기 졸업생.1999년 서울시와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무원 친절도’와 ‘행정투명도’를 조사해 공무원 사회에 공포감을 줬던 인물이다.87년부터 15년 동안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강의,학원강사로도 잔뼈가 굵었다. 낮에는 지방자치 관련 시민단체 활동으로,밤에는 학원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현장활동 방안으로 어린이교실을 택했다.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좌를 연 것도 이 때문.과학교사와 전문강사 등으로부터 교육방법을 집중적으로 지도받았지만 이씨의 과학교실은 놀이교실에 가깝다.풍선을 만든 뒤 탄성(彈性)을 가르치는 식이다.환경강의도 종종 곁들여진다.건전지의 원리와 함께 다 쓴 전지를 분리수거하는 이유도 설명한다.지난해 10월 잠실동에서 2∼5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강좌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달부터 풍납동을 비롯,마천·가락동으로 확대됐다. 동네마다 “우리 동에도 강좌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학원강의를 그만둔 뒤 수입이 크게 줄어 가끔 두 딸과 아내의 원성도 듣는다는 이씨는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고 깨닫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 경기고 뜨고 대전고 지고,검찰인사 ‘빅4’ 중 3자리 차지

    11일 단행된 고검장급 인사에서 경기고 인맥이 대약진했다.경기고 인맥은 12명의 고등검사장 및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4명을 배출,단일 고교 출신으로 가장 많은 승진자를 냈다. 검찰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빅 4’ 중 3자리를 거머쥐어 ‘참여정부’ 첫 검찰인사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경기고 출신들은 지난 ‘국민의 정부’ 내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같은 고교 출신으로 주요 보직에서 소외됐었다. 반면 김각영 전 총장과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유창종 검사장을 배출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대전고 인맥은 이번 인사에서 용퇴 및 문책성 인사를 당하는 비운을 맛보았다.이번 인사에서 경기고 61∼69회가 승진 및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61회 졸업생인 정진규(사시 15회) 인천지검장과 67회인 임내현(16회) 전주지검장은 각각 서울고검장과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정 고검장은 경기고 출신의 ‘좌장’이 됐다. 검사장 인사에서는 68회 졸업생인 박상길(19회) 서울 남부지청장이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62회인 유성수(17회) 서울고검 검사가 대검 감찰부장으로 발탁돼 뒤를 이었다. 67회 졸업생인 홍석조(18회)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과 동기인 이기배(17회) 신임 대검 공안부장,69회인 안대희(17회) 신임 대검 중수부장은 ‘빅 4’에 전진 배치돼 경기고 인맥의 중흥기를 열었다.한편 부산고 출신도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서 6명이나 포진해 경기고에 이은 제2의 인맥으로 부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열린세상] 의사의 길과 사회봉사

    교육개혁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던 몇 년 전에 모 일간지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대학을 졸업한 후에 의대를 진학하게 되는 미국에서,한 교포 가정의 학생이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의대 진학을 시도하였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하자 교포인 한국인 아버지가 하버드 의대 입학처에 항의하였고,하버드측은 “당신 아들은 단 한번의 헌혈기록조차 없다.”는 답변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보스턴에 거주할 때에 이웃에 살던 교포는 학부를 졸업하고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3년간 사회봉사를 하고서 명문 대학의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집안의 조카는 꼬박 2년간을 버지니아의 장애인 숙소에서 생활보조원으로 봉사를 하고서 의대 입학허가서를 받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물론 의대에 진학하는 미국의 모든 예비의사들이 이러한 과정을 밟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상당수의 의대 입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사회봉사의 경험을 안고서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대학생들은 여유시간을 이용하여 사회봉사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병원에서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어떤 학생들은 응급의료 훈련을 받아서 방학 때마다 앰뷸런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봉사는 가장 흔한 봉사 항목 중의 하나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러한 현상을 접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미국에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왜 이렇게 사회봉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대 지원자들의 사회봉사는 단순히 문화의 차이나 교육관습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사회봉사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입학허가서를 발부하는 의과대학이 학생선발에서 사회봉사를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봉사 경험을 학생선발의 평가항목으로 간주하는 정도는 좋은 의과대학일수록 두드러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 지망생들의 사회봉사와 그 필요성에 대한 의과대학측의 은근한 강요(?)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질병이나 장애로 주눅이 든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대로 된 의사는 삶의 낭떠러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의미한다.의대 지망생들에겐 비록 강요된 봉사이기는 하지만,재미있는 사실은 봉사에 임하는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휴머니즘의 실체를 경험하면서 소외된 사람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 감수성이 예민한 때에 아픈 사람들의 움츠린 마음을 어느 정도 공유한다는 것이 이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는 큰 요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수한 이공계 고교 졸업생들의 의대집중 현상이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최근의 우리나라에서,미국의 의사배출과 관련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한번 더 음미된다.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이,입시지옥의 고등학교에서 의대로 직진하는-그것도 상당수는 부모에게 떠밀리면서-우리네 현실에서 이들 예비의사들이 병들고 소외된 자들의 환부뿐만 아니라 아픈 마음을 헤아리라고 하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과연 어느 정도 직업속에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자연스레 갖게 된다. 우수한 우리네 젊은이들이 의학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사회에 부담을 지우는 격리된 계층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기우도 갖게 된다.미국의 의대 지원자에 대한 의도적 인성키우기가 우리네 의사배출 과정에도 어떤 형태로든지 고려될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해 본다. 그러지 않고서도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어 왔다고 반박할지도 모르지만,상당수의 의사들이 금전적 이득만을 추구하게 되면 수많은 아픈 사람들의 절실함을 누가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가 하는 걱정이 여전히 남는 것은 내가 무뎌서일까? 양 봉 민 美 의대진학때 사회봉사 필수
  • 이색직업/우리는 기적 낳는 소리꾼...음악치료사 김진아씨,사운드디자이너 김영씨

    ◆음악치료사 김진아씨 환자와 노래 부르며 병 말끔히 외국선 조산아·에이즈도 치료 “대구 지하철 참사로 말 못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음악 치료는 마음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음악치료사 김진아(35)씨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영국에서 음악 치료를 배웠다.2년간 영국에서 음악으로 환자들을 치료한 뒤 96년 한국으로 돌아와 숙명여대와 원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씨가 음악치료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중학생 때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을 읽는 등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음악치료는 음악뿐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측면도 중요하다.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받은 자폐아의 닫힌 마음을 음악을 통해 서서히 열게 했던 것이다.음악치료를 할 때는 환자가 가만히 누워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치료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감정을 전달한다. 음악치료는 세계적으로 194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입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음악을 연주한 것이 시작이다.우리나라는 40∼50년쯤 역사가 짧다. 현재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다.이화여대,숙명여대,한세대,명지대,원광대 등 5개 대학원에서 매년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우리나라의 1세대 음악치료사들이 외국에서 공부해야만 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은 좋아진 셈이다. 직업으로 따지면 아직은 개척 단계다.졸업 후 진로도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상 실습이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실습 기관도 학생들이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치료사는 개인병원처럼 개인의 이름을 걸고 음악치료소를 내거나 병원,기관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김씨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사람들을 돕고 싶고 봉사하는 마음이 강한 분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현재 서울에 있는 개인 음악치료소는 3개 정도다. 외국에서는 음악치료사가 하는 일이 다양해 에이즈 환자,인큐베이터의 조산아 등도 음악치료를 받는다.치료의 모든 분야에 음악치료가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음악치료사가 진출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음악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놀이치료 등의 광범위한 치료 분야는 외국에서는 매우 전망좋은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김씨는 “20년쯤 지나면 음악치료사가 안정된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씨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30)씨는 영화,광고,게임,연극,무용 등 소리가 필요한 곳에 꼭 들어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에서 공이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면 관객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슈욱∼’하는 소리가 지나가는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영남대 작곡과를 졸업한 김씨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진규영 교수로부터 작곡과 전자음악을 배웠다.연극,무용 등의 음악 작곡을 하다가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운 뒤 광고음악,어린이 영어교재,휴대전화 벨소리,선거방송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란 직업이 국내에 등장한 것은90년대 중반 이후다.영화,광고 분야에서 세련된 영상과 함께 고급스러운 소리가 필요해지면서 나타난 직업이다. 사운드 디자인이란 용어는 미국 할리우드의 조지 루카스감독이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할 때 사운드 부문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할 때의 일화 한가지.풀밭을 걷는 소리를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받고,밤에 몰래 한강둔치에 가서 진짜 잔디를 훔쳐 왔다.그런데 아무리 잔디 위를 걸어도 영화에서 듣던 소리가 안 나더란다.결국 신문을 잘게 찢어서 바닥에 널어 놓고 녹음을 했는데,그 소리가 바로 영화에서 듣던 잔디 위를 걷는 소리였다고 한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음악과 음향에 대해 학원이나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것이 낫다고 김씨는 추천한다. 나중에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근무하거나 컴퓨터,프로그램,악기 등을 갖추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김씨는 현재 대구시 수성동에서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혼자 일하려면 최소한 2000만∼3000만원어치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대구에 ‘첨단의 예술적인’ 직업의 수요가 있을까 싶지만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지방에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고 한다.한달 수입은 200만∼300만원. 김씨는 직업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DVD가 많이 보급되고,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입체음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꿈은 영화 ‘마지막 황제’와 같이 괜찮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영화 장면과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윤창수기자
  • 해사 첫 여성장교 21명 배출

    최초의 해군사관학교 출신 여성 장교들이 배출된다.13일 오후 경남 진해시 해사 연병장에서 열리는 제 57기 해사 졸업·임관식에서 졸업생 182명 중 21명이 그 주인공이다. ‘금녀(禁女)의 집’이었던 해사측의 여학생 수용 방침으로 지난 1999년 여성으로는 처음 입학한 이들은 당시 56대 1의 치열한 경쟁을 거쳤으며,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전원 임관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이번 졸업식에서 상을 받게 되는 수상자 8명 중 안효주(국제관계학과) 생도가 국무총리상,김옥희(정보통신공학과) 생도가 유엔사령관상을 받는 등 여생도가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밖에 이번 졸업생 중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창현(국제관계학과) 소위는 여동생 이현주 생도가 해사 해양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졸업식에서는 이밖에 강운석(전기공학과) 생도가 국방부장관상,김경민(전자공학과) 생도가 합참의장상,김견(외국어학과) 생도가 해군참모총장상을 각각 수상한다.
  • [발언대] 우리사회의 고질병 ‘연령차별’

    미국으로 건너간 어느 사업가는 ‘미국에는 인종차별이 있지만,한국에는 이보다 더한 인간 차별이 있다.’는 말을 했다.장애인,비정규직 근로자,외국인 근로자,여성,지방대졸업생은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차별받는 5대 그룹이라고 한다. 새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 무엇보다 먼저 ‘5대 차별 해소’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그러나 새 정부는 ‘차별의 원조’라 할 만한 이 사회의 큰 고질병을 간과하고 있다.이 병은 개인과 사회에 너무나 깊고 널리 퍼져 있다. 그것은 바로 ‘연령차별’이란 고질병이다.흔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나이도 어린 것’이니 ‘나이가 너무 많아서’라는 차별적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쓴다.어디 그뿐인가.신입사원 채용공고에서 ‘남자 몇년생 이후 출생자,여자 몇년생 이후 출생자’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사회에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연령’이라는 장벽으로 젊은이들의 사회진입을 막는 편견과 차별이다.졸업후 한두 해만에 취업문턱을 넘지 못하면 입사원서를 쓸 기회조차얻을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40∼50대 장년은 또 어떤가.‘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의 우선대상이 되고,재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연령차별은 나이를 먹으면 먹었다는 이유로,어리면 어리다는 이유로 당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불합리와 차별을 내포한 우리사회의 고질병이다. 새 정부가 내놓은 ‘5대 차별 해소’라는 거창한 국정과제는 우리가 날마다 보는 채용광고에 ‘몇년생 이후 출생자에 한함’같은 차별적인 문구가 사라지는 날 가능하지 않을까. 주 명 룡 대한은퇴자협 회장 대한매일 자문위원
  • [발언대] 눈높이 맞는 취업문 두드려라

    졸업식이 끝난 후 진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냉혹한 경쟁사회로 뛰어들게 된다.특히 아무런 기술이나 기능도 없이 사회에 무방비 상태로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그로 인해 남들보다 더 불안해 하고 더 많이 상처받고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우리의 산업현장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이다.실직자는 넘쳐나는데 기술,기능 직종의 업체는 사람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그리고 여전히 화이트칼라 직종의 업체는 취업 선호도가 내려갈 줄을 모른다.최근 모 연구원 인력채용 때 석·박사급 인재가 대거 몰려 11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고,기능직 공무원 채용에 전문대 이상 대졸자가 대거 몰리기도 했다.대학 주변 고시원은 사법고시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댄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이고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은 수요가 정해져 있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력을 기울인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좌절감을 갖거나 다른 인생을 준비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꿈과 성실함으로 시작해 조금씩 꿈을 키워나가며 결국은 크게 결실을 맺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2002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본의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는 대졸의 평범한 연구원으로 자신의 능력을 차근차근 키워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또 대학 졸업 후 1년간 직업전문학교에서 자격증 11개를 취득하여 대기업 취직의 꿈을 이룬 사람도 우리 주위에 있다. 실제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21개 직업전문학교의 올 2월 졸업생 중 취업인원은 4476명인데 반해 이들에 대한 기업의 구인 요청은 7016개 업체,2만 8423명에 이르렀다.즉 취업대상자 대비 구인요청률이 635%를 넘어선 상태에서 이들에게 취업난이란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목표를 높게 정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이들처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차근차근 이루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청소년과 전문지식 없이 취업 전선에서 방황하는 실업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높은 지위와 고소득의 허황된 꿈을 깨고 실용기술을 익혀서 성실과 노력,부단한 자기계발로 전문기술인의 꿈을 키웁시다.”라고.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는 무료로 전문지식을 가르치고 있고,기업체는 이렇게 전문기술을 습득한 졸업생을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 오히려 입학지원자는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젊은이들은 자신에게 처한 현 상황을 냉철히 직시하고 눈높이를 맞춰 한단계 한단계 목적을 달성해나가는 현명함을 찾길 바란다. 김 유 배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편집자에게/ 대학평가 특성화등 고려 있어야

    -‘대학 교육여건 평가 공정성 논란’기사(대한매일 2월28일자 30면)를 읽고 대학의 평가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대학 스스로 학과·부의 운영을 점검,반성하면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토록 한다.실제 평가에 대비,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평가 자체가 대학의 우열을 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가에는 반드시 공정성과 형평성이 전제돼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대학의 육성을 위한 기회 제공보다는 ‘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꺾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수학·사회복지·토목공학 등 3개 분야에 대한 교육여건 및 질적 수준 평가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그러나 평가 기준에서 다소 미흡했던 점도 적지 않았다.예컨대 교수수·연구실적·졸업생 취업·연구비 유치 등 전통적인 평가 기준에 비중을 둠으로써 특성화하려는 대학에는 거의 배려가 없었다.여건에 맞춰 과감한 투자와 함께 교육과정을 개편,특성화를 꾀한 대학의 평가 항목은형식적일 정도로 적었다. 또 주관적 평가에서도 형평성을 기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했는 데도 다소 소홀했다.똑같은 항목에 대해 평가팀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았나 싶다.대교협은 앞으로 주관적인 평가에 대한 팀별 편차를 줄이는 방안을 더 연구·검토해 공정성과 형평성의 시비를 막아야 한다. 황선욱 숭실대 수학과 교수
  • 지방소비세 신설 추진,지방大졸업생 채용기업 정부입찰 우선권

    새 정부는 지방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만 150만호의 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또 민간부문에서 여성,장애인,지방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면 정부입찰에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12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새 정부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간 세목(稅目)도 교환하기로 했으며,중앙정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지방업무로 규정,‘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통한 대대적 기능이양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 각종 남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과 남북이 당사자로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공동협의를 하고,한반도 안보상황 변화 및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해 발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사원·법무부·행정자치부·검찰·경찰 등으로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범(汎)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정치자금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인터넷 정치헌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새 비서진 특징 분석/평균44세 ‘젊은 청와대’

    17일 공식 발표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31명의 평균 나이는 만 44.1세다.투옥 경력자도 10명이다.노무현 당선자는 치안·정책관리비서관 등 6개 비서관의 적임자는 검토 중이다. ●핵심측근은 젊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인 소위 386세대들이 40세 전후의 나이에 비서진에 대거 합류하면서 평균나이를 낮췄다.만 나이 기준으로 30대는 5명이나 된다.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에는 30대 비서관이 조은희·장성민·박선숙·정은성 비서관 등 4명이었다. 노 당선자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해 박범계 민정2비서관,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김형욱 제도개선비서관이 30대다.최 비서관은 66년 5월생이라 만 36세로 최연소 타이틀을 달게 됐다. 최연장자는 노무현 법률사무소의 사무장을 지낸 최도술 총무비서관이다.나이는 55세.최 비서관 외의 50대는 박기환 지방자치비서관,장준영 시민사회1비서관,김용석 시민사회2비서관이다. ●지역안배는 신경쓰지 않은 듯 전남 출신은 이병완 기획조정비서관과서갑원 의전비서관,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 등 6명이다.전북 출신은 황덕남 법무비서관과 박종문 국정홍보비서관 등 5명이다.31명의 비서관중 호남 출신이 11명으로 지역적으로 볼 때에는 최대의 주류인 셈이다. 부산출신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과 최도술 총무비서관,안봉모 국정기록비서관 등 3명이다.대구·경북을 합한 영남권 출신은 8명이다.충청권 출신은 박범계 민정2비서관,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4명에 그쳤다. 신계륜 인사특보는 “일·업무 중심으로 비서관을 인선한 뒤 지나친 지역 편중이 있는지를 봤다.”고 말했다.그는 지역안배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출신이 주류(?) 비서관들 중에는 연세대 출신이 가장 많다.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비롯,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김현미 국내언론1비서관,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 등 8명이 연세대를 나왔다.비서관에 연세대 출신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노 당선자 주변의 의원과 고참급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이 많았지만,386 측근들은 연세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다.연세대 출신중 김용석 시민사회2비서관을 제외한 7명이 386세대다. 서울대 출신은 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과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7명,고려대 출신은 이병완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만호 정책상황비서관 등 5명이다.연세대·서울대·고려대 등 3개대 출신이 64.5%다.한국외대 출신은 3명,부산대 출신은 2명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초기 청와대 비서관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1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연세대는 3명,고려대는 2명이었다.5년 전과 비교하면 청와대 비서관에는 서울대의 퇴조가 뚜렷하다. 노무현 당선자의 청와대 비서관을 고등학교로 볼 때는 광주일고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다.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과 장준영 시민사회1비서관,양민호 민원비서관이 광주일고를 나왔다.노무현 당선자의 출신교인 부산상고 졸업생은 최도술 총무비서관 한 명이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나온 경기고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여성배려 이날 발표된 비서관중 여성은 4명이다.황덕남 법무비서관,송경희대변인,김현미 국내언론1비서관,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이 여성이다.김대중 정부 초기의 청와대에도 여성비서관은 박금옥·박선숙·조은희·안희옥 비서관 등 4명이었다.하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제2부속실장에는 여성을 기용하는 게 확실시돼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는 여성비서관이 최소한 5명은 되는 셈이다.김영삼 대통령 때에는 여성비서관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청와대 비서관중 2명만 유임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관 중에는 2명만 청와대에 남게 됐다.현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은 자리를 지키게 됐고,김형욱 시민사회비서관은 자리를 옮겨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일하게 됐다.5년 전 김대중 정부 출범시 청와대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비서관이 10명 유임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당시 유임된 10명 가운데는 박명재 행정비서관,안종운 농림해양비서관 등 관료출신이 7명이었다.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했지만,오히려 비서관이 더 많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현 청와대 식구들의 불만도 터져나온다. 곽태헌기자 tiger@kdaily.com ◆오락가락했던 인선 이번 청와대 비서관 인선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았다.당초 노무현 당선자측은 SBS 앵커출신인 이지현 외신대변인을 비서관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지만,이 대변인은 행정관(3급)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윤석중 현 해외언론비서관이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고,청와대에 남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기 때문에 경력이 뒤지는 이 대변인은 행정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의전비서관에 내정된 서갑원 당선자 의전팀장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의전팀장은 외국어도 잘 해야 하고,의전에도 밝아야 하는데 서 비서관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의전비서관은 외국의 정상이 방한할 때나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있을 때 상대국 의전 담당자와 세세한 문제까지 협의해야 하는 자리다.이런 이유로 그동안은 외교관이 임명돼 온 게 관례였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측은 “외교부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으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사정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Y변호사는 최종단계에서 탈락했다고 한다.신계륜 인사특보는 “사정비서관은 청렴하고 결백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내언론2비서관에는 방송사 출신의 K씨를 내정했다가 발표를 보류하기도 했다. 곽태헌기자
  • ‘21세기 이끌 우수인재상’ 시상

    올해 2회째를 맞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 수상자로 축구선수·개그맨·소년소녀가장·1급 지체장애인·서울대 의대 최우수 졸업자·도예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 고교생 72명과 대학생 100명이 선정돼 대통령 메달과 장학금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는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우수인재상 수상자 172명에게 메달과 장학금을 수여한 뒤 다과를 함께 들며 격려했다.행사에는 수상자들의 스승 72명도 초대됐다. 우수인재상은 해마다 대학 수석졸업생 등 성적우수자들을 초청해 격려하던 행사를 개편,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지도성·봉사성 등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재들로 선발기준을 바꿔 지난해 처음 제정됐다. 3년제인 순천청암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만학도 김미언(44·여)씨는 전남 고흥의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등 봉사정신을 인정받았으며 학부 수석졸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개그맨 정재환(42·성균관대 사학 전공)씨는 뛰어난 성적 외에도 한글 동아리 활동과 장학금 기부 등을 인정받았다. 박홍기기자 hkpark@
  • 개그맨 정재환 ‘만학도’ 대통령상

    오는 25일 성균관대 인문학부를 수석 졸업하는 개그맨 겸 방송 진행자 정재환(사진·42)씨가 ‘만학도’부문 대통령상을 받는다. 대통령상은 전국의 대학졸업생 가운데 학업성적 우수자,만학도,고학자 등 100명을 선정해 주는 상으로 지난해 신설됐다. 수상자들은 17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한 뒤 김대중 대통령과 만찬을 갖는다. 박지연기자 anne02@
  • [젊은이 광장]교권과 학내 인권

    고등학생 때 일이다.한 선생님이 교실에서 “앞으로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은 점수를 깎게 돼 있다.”면서 “차라리 몇대 때리면 될 일인데,너무 비인간적”이라고 푸념했다.그러자 몇몇 친구들은 “몇대 맞으면 되는데 점수를 왜 깎느냐.”고 맞장구를 쳤다.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하지 못하는 철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의 속 생각이 어땠는지 짐작키는 어렵다.하지만 학생들이 성적을 깎아 내리는 벌칙보다 체벌이 ‘더 인간적’이라고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 무시되는 학내 풍토에 학생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왔기 때문이 아닐까.인권 경시의 풍토는 교문에서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가위질했고,학생들에게 고분고분하게 지도를 받으며 졸업을 기다리게 했다.이런 분위기에서 타고난 욕망과 정상적인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에게 학교는 ‘감옥’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고 해서 그런 풍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사회의 일부에 편입되면서 또 다른 인권 사각의 현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언제부터인지 인권 경시의 현실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수업시간에 매를 맞은 학생이 경찰서에 신고하고,선생님을 공공연하게 폭행하게 된 것이다.어른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권이 실추되기 훨씬 이전부터 학교에서 인권이 실종됐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인권을 빼앗긴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을 것인가.항상 그렇듯 인권의 빈 자리는 ‘힘’이 차지한다.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될 때,판단할 여유마저 사치스럽게 여겨질 때,궁지에 몰린 쥐의 심정으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교육의 폭력 또는 폭력의 교육이 정당화되는 한,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충격을 받을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청소년헌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건전한 모임을 만들고 올바른 신념에 따라 활동할 권리’ 등을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얼떨결에 선물을 건네 받기는 했으나,손을 내민 어른들은 다시 선물을 거두어 가는 재주가 탁월했다. 이제 이 같은 반인권,반인륜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교직원,학부모가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구조의 기구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하고 싶다.제약을 극복하고 권리를 찾는 일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몫이다.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청소년헌장’에 명시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권리’를 부르짖어야 한다. 어떤 졸업생이 체벌을 가한 선생님을 찾아가 “지도 덕분에 훌륭히 자라났다.”고 고백했다는 소문을 듣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한창 자라는 학생들을 기존질서에 맞춰 무조건 가지런하게 줄세우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학내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에 학생들과 함께 나설 생각이다.어른들도 적극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깨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김 수 민
  • [대한포럼] 의과대로 간 까닭은

    불가사의였다.올해 그 좋다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이 두 명이나 등록을 안 했다.서울대 법대를 합격해 놓고도 다니지 않겠다니 세상은 의아해 했다.궁금증은 곧 풀렸다.성균관대 의과대학에 복수로 합격한 두 합격생이 나란히 서울대 법대를 포기하고 성균관대 의과대학을 선택했다.모르면 모르지만 등록금이 3배나 많을 테지만 그들은 의대를 찍었다.적성 때문도 결코 아니다.법대는 인문 계열이고 의대는 자연 계열로 구분이 명확하다.실제로 한 수험생은 양쪽 학문에 모두 흥미가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 의대는 1997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올해에야 겨우 졸업생을 냈다.의대치고는 저만큼이다.대학의 지명도라면 더더욱 비교가 안 된다.지금 내각의 장관급 이상 고관 25명 중 18명이 서울대 출신이다.그리고 서울대 18명 가운데 8명은 또 법대다.2000년 총선이 끝나고 16대 국회가 개원하던 날 273명의 의원중 20%에 육박하는 53명이 법대였다.세상에선 흔히 서울대 법대를 ‘설법’이라고 부른다.권력과 부(富)와 명예의 요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그런데 신생 의대가 설법을 제치고 선택받았다. 우연이 아닐 것이다.천하를 평정한 설법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까닭이 없을 리 없다.사법시험 제도와 무관치 않다.사시 1000명 시대가 되면서 설법의 독보적 위치가 손상됐다.지난 연말에 발표된 사시 합격자 998명 가운데 설법은 177명에 불과했다.합격자를 지금처럼 정원이 아니라 점수로 뽑던 81년 이전엔 60%에서 많게는 90%가 설법이었다.67년엔 아예 전부였다.설법은 사시 여부를 떠나 누구나 그냥 최고였다.지금은 어림도 없다.전체 합격자의 겨우 17.7%다.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검증을 거쳐야 하는 평범한 그들이 됐다. 사회의 민주화도 설법의 위상 변화를 재촉했던 것 같다.세속적인 3대 욕구라면 권력과 부 그리고 명예를 차례로 꼽는다.권력엔 부가 따르고 그러다 보면 명예를 얻는다는 얘기일 게다.권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던 설법이 권능을 부릴 수 있었던 사회 시스템이다.사람들의 권리 의식이 시스템을 바꾸어 놓았다.권력형 비리를 용납하지 않게 됐다.고도의 사회 의식이 권력의 결정이라도 한번 되새김하는 상식을 보편화시켰다.엘리트의 권위를 부인하기 시작했다.권력이 부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 버린 것이다. 인문 계열의 엘리트가 뒤뚱거리는 사이 자연 계열의 ‘최고’는 특유의 엘리트 의식으로 결속력을 다졌다.2000년 7월 의약분업 파동이 시험대였다.인술을 자처한 의사가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비판받아 마땅했다.결과는 거꾸로였다.사회적 지위는 높아지고 영향력은 강화됐다.수가가 세차례에 걸쳐 25.5%나 오른다.1만 9018개던 동네 병원은 2만 5000여 곳으로 늘었다.의료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지렛대가 됐다.권력이 아니었다.부와 명예가 일을 해낸 것이다. 의대로 간 까닭은 권력과 부와 명예의 역학 변화를 알아챘기 때문일 것이다.권력이 있어야 부가 따르고 명예를 누리는 시대는 끝났다.권력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누리는 행태가 용납되지 않는 세상이 됐다.권력과 부 그리고 명예를 나눠 가져야 하는 시절이 됐다. 의대를 선택한 또 다른 수험생은 ‘미래에 대한 진로가 확실히 보장되는’이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당장은 설법이라는 명예를 얻을 것이요,나중엔 권력을 가질 수도 있으련만 보다 확실해 보이는 부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세상의 흐름을 읽었다.독점의 시대가 가고 함께 나눠 갖는 분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정 인 학 chung@
  • 청학동훈장 현직교사들에 특강/이학규씨, 건국대 교육대학원 졸업생 대상

    “학동(學童)도 아닌데 회초리로 때릴 순 없고,충고 한마디 할 생각입니다.” 서당 훈장이 이례적으로 현직 교사들에게 일장 훈계를 한다.지리산 청학동서당 이학규(李學圭·사진·40)훈장은 오는 21일 건국대 교육대학원 졸업식에 참석,대부분 현직 교사인 졸업생을 상대로 ‘한국 전래의 교육방식과 선조의 교육관’이란 주제로 특강을 한다. 청학동 주민이 선출한 제18대 훈장인 그는 “입시 위주가 아닌 인성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훈장은 “초등학교 때 맑디 맑던 아이들의 얼굴이 갈수록 무섭게 변하는 것은 인성교육이 잘못된 탓”이라면서 “서당에서 학동들에게 예절과 공경심을 반복해 가르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훈장이 강의를 하게 된 것은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오성삼(56) 교수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오 교수는 “청렴하고 올곧은 청학동 훈장의 모습을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이 훈장은 “어린 학생에게 교사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수도,금방 기억에서 지워질 수도 있다.”면서 “졸업하는 교사들 모두 누군가에게 ‘진정한 스승’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 [임영숙칼럼] 어느 미용사의 꿈

    지난 주말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가 아름다운 꿈 이야기를 들었다.미용사를 도와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미용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는 일 등을 하는 신참 미용사 보조원의 이야기였다. 서울 ㅅ여대 사학과 4학년을 중퇴하고 수원의 한 전문대학에서 미용 공부를 했다는 그의 꿈은 참으로 야무졌다.그의 원래 꿈은 기자나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을 존경해 사학과로 대학 진학을 했고 재학중에는 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 대부분이 갖는 자신의 용모에 대한 관심이 그를 미용실로 이끌었고 그의 평범한 꿈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었다.지금 그의 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명한 미용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서 현장경험을 쌓은 후 돌아 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자신의 미용실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처음엔 제 피부가 좋지 않아서 미용실을 찾아 다녔어요.피부 미용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머리 커트 공부를 함께 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커트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다니다가 수원의 전문대학에서 공부한 미용사를 만나 아예 전공을 바꾸게 됐어요.나중에야 서울에도 미용을 공부할 수 있는 전문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수원에만 있는 줄 알고 그곳으로 가게 됐어요.” 그는 자신이 참 운이 좋다고 말했다.길을 잘 찾았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는 것이다.“여기 미용실 선생님(미용실 원장을 그렇게 불렀다)도 미국에서 공부하셨어요.전문대학 다니면서 방학 동안 다른 미용실에서도 일해 보았는데 잘못 된 길을 선택했나 하고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그렇지만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미용실 일이 끝난 후에는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그에게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더니 “부모님을 이제는 설득할 수 있게 됐어요.”하면서 둥그스름하고 통통한 얼굴 가득 웃음 지으며 기뻐했다.“ㅅ여대 친구들이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는데 취직이 안 된대요.저를 부러워하더군요.” 나도 그 미용사 보조원이 부러웠다.모든 것이 가능한 그의 젊음과 용기가 부러웠다.‘너무 재미있어서 포기할수 없는 일’을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찾았다는 것은 행운이다.그 일을 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성실함과 끈기,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자식을 염려하는 부모를 설득하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확신을 갖고 계속 갈 수 있는 추진력을 지닌 그는 분명 꿈을 이룰 것이다. 졸업시즌이 시작됐다.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졸업생들은 졸업식이 오히려 괴로울지도 모른다.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사실 뾰족한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20∼30대의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65.5%인 43만 5000명에 이르고 청년 실업자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다.올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채용인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북한 핵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진전을 이유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따라서 고학력 실업자의 적체 현상 또한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상황보다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청년 실업의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기자나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미용사가 된 20대 여성처럼 자신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잘 하기 위해 중졸,고졸 학력이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미디어연구소장 ysi@
  • 인기1위 외국기업 IBM, 대졸 13%가 “취업희망”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외국기업은 한국IBM으로 나타났다. 채용정보업체 잡링크가 대졸구직자 7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3.6%가 한국IBM을 가장 취업하고 싶은 외국기업으로 꼽았다.이어 한국휴렛팩커드(12.3%가),소니코리아(9.4%),마이크로소프트(7%),인텔코리아(4.1%)의 순이었다. 학생들은 외국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로 능력에 따른 대우와 승진(31%) 때문이라고 밝혔다.또 임금과 복리후생이 좋고(25%),근무환경과 기업문화가 우수하며(20%),폭넓은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해(13%) 외국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희망직종으로는 사무관리직이 22%로 가장 많았다.인터넷 관련직(19%),컨설팅,변호사 등 전문직종(16%),영업직(9%) 등으로 나타났다. 정은주기자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2.술 권하는 사회 비대해지는 향락산업

    ★강남 룸살롱 마담이 말하는 실태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다가도 괜찮은 아가씨가 새로 들어오면 빚을 내서라도 오더라고요.” 6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M룸살롱에서 만난 마담 정모(29)씨는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강남의 ‘밤 세계’에 뿌려지는 돈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만 5년째 잔뼈가 굵었다는 정씨는 룸 38개에 여종업원 150여명을 거느린 이른바 ‘정통 강남식’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다.수입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정씨는 “아무리 적게 벌어도 한 달에 순수익 2000만원은 손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기 침체와 대선 후 눈치보기의 여파로 접대비가 줄면서 단골이었던 대기업,벤처회사 직원들의 발길은 부쩍 줄었다.”면서 “그러나 요즘 떼돈을 벌고 있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변호사,부동산업자 등 개인 손님이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귀띔했다.새롭게 뜨는 손님들 덕택에 정씨는 지난 연말 1인 손님용 룸 5개를 만드는 등 내부를 새로 단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최근 강남에는 룸살롱 2,3곳을 잇따라 돌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이들은 처음에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여종업원과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텐프로(10%)’ 룸살롱에서 출발한다.‘텐프로’는 여종업원에게 지불되는 팁의 10%를 마담이 가져간다고 해서 생긴 은어다. ‘텐프로’를 거친 뒤에는 여종업원과 ‘2차’를 갈 수 있고 좀더 세련된 룸살롱으로 향한다.통상 ‘점오(0.5%)’ 룸살롱으로 불린다.이곳에서는 ‘2차’비용 35만원 가운데 3만원을 마담이 챙긴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손님들은 세번째로 ‘이점영(2.0%)’으로 불리는 특급 룸살롱을 찾는다.정씨는 “‘점오’ 룸살롱에서 3명이 술을 마시면 2차비용까지 포함해 240만원 정도가 든다.”고 전했다. 룸살롱 여종업원들도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빚이나 가정형편 때문에 룸살롱을 기웃거리는 여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정씨는 “이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은 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낮에는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고 밤에는 룸살롱으로 출근하는 이중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새벽 영업을 마치고 오전에 아가씨를 구하려고 길거리로 나가 ‘헌팅’을 하는 일이 하루 일과였는데 지금은 지원하는 아가씨들이 넘쳐 면접을 봐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면접에서 탈락한 여성 가운데는 성형수술로 몸을 새롭게 만든 뒤 ‘면접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정씨는 “여종업원 중 80%는 대학 재·휴학생 또는 졸업생이며 명문대 여대생도 몇몇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요즘 강남에도 강북의 ‘북창동식’ 저질 나체쇼가 확산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그녀는 “고급 이미지를 고수하던 강남 룸살롱이 강북에서 유입된 ‘육탄공세식’ 룸살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미 서초동쪽은 ‘신고식’과 함께 ‘벗고 노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영표기자 tomcat@kdaily.com ★안먹고 버리는 술 많다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버리지 못할 겁니다.” 7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N룸살롱.밤이 깊어갈수록 이미 ‘1차’를 하고 오는 듯한 ‘폭탄주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40개나 되는 방마다 쉴틈없이 양주와 맥주가 배달됐다.경력 10년의 베테랑 웨이터 김모(36)씨는 “독한 술을 마시다 보면 음료수 잔이나 물수건에 술을 버리는 손님이나 여종업원이 많다.”고 말했다.그는 하루 평균 양주 200병과 맥주 500병 이상 소비되는 이 룸살롱에서 양주 20병,맥주 100병 정도가 이같이 버려진다고 했다. 김씨는 “양주는 30% 이상 남으면 보관해 주지만 맥주는 뚜껑을 따면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향락문화는 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술이 없는 유흥과 접대는 상상하기 어렵다.‘원샷’으로 시작한 술은 늘 과음과 강권(强勸)으로 이어진다.그러다보니 손님이나 ‘아가씨’나 마시기 싫은 술을 마셔야 할 때가 적지 않다.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00년 10월 전국의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66.6%가 “술자리에서 술을 남길 수 있다.”고 대답해 술낭비가 널리 퍼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술을 남기거나 버리는 또다른 이유는 술값이 어차피 ‘접대비’인 경우가 많고 술집 마담이나 아가씨들이 매상을 올리기 위해 주문을 강요하기 때문이다.국내 위스키의 대부분은 수입완제품이기 때문에 위스키를 버리는 것은 곧 달러를 버리는 것이다. ‘홀딱쇼’와 ‘계곡주’가 곁들여진 질펀한 ‘신고식’으로 유명한 무교동과 북창동 일대 술집에선 마시는 술 못지않게 신고식용으로 쓰이는 술이 많다.북창동 S단란주점 웨이터 정모(21)씨는 한 룸에 들어간 12년산 국산 양주 3병과 맥주 20병 가운데 양주 1병과 맥주 5병 이상이 버려졌다고 말했다.이곳 마담은 “쇼는 화끈하게 벌이되 가능한 한 술을 많이 버려 매상을 올릴 것을 여종업원들에게 주문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위스키와 맥주의 양은 500㎖ 기준으로 각각 6430만 5684병과 40억 8000만병에 이른다.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등은 이 가운데 위스키의 10%,맥주의 20% 안팎이 그냥 버려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돈으로 따지면 2000억∼3000억원 규모다.2억∼3억달러의 외화가 하수구로 버려지는 것이다. 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위스키 하루평균 17만병 소비 주류업계가 유흥업소를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평균 17만병이 소비되는 위스키의 90% 이상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주류업계로서는 전방위 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물좋은’ 업소 주인이나 지배인은 골프 접대에 초대되고,유명 마담은 손가방 등 수백만원짜리 외제 명품을 선물로 받는다. 한 주류업체는 오는 4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상금 2000만원을 내걸고 축구대회를 갖는다. 주류업체의 ‘육탄공세’는 룸살롱 단골손님에게도 쏟아진다. 최근 18년산 위스키를 새로 내놓은 한 업체는 강남의 대형 룸살롱 단골 1만명에게 술 한 병씩을 선물했다.한 병의 출고가는 3만원 안팎이지만,강남 업소에서는 30만∼35만원에,강북에서는 20만∼25만원에 팔린다. 강남의 고급 바에서는 자사 위스키를 마시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응모행사를 갖거나,복권과 가방 등을 나눠주는 사은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주류 수입액은 11월 기준으로 3억 4800만달러에 이른다.이는 52억달러를 웃도는 석유 수입액의 13분의1 수준이다. 또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는 3조 2000억원,소주는 2조 8000억원,위스키는 1조 5000억원어치가 팔려 국내 3대 주류시장의 규모가 7조원대에 이른다. 국민 1인당 한 해 음주량은 소주 59병,맥주 86병,위스키 1.3병꼴이다.매일 맥주 1000만병,소주 800만병,위스키 17만병이 비워지는 셈이다. 지난해 주류 판매액은 전년보다 6.9%,2000년보다 16.8% 늘었다. 윤창수기자 geo@kdaily.com ★접대부 소득세 어떻게 유흥업소와 접대부들도 과세를 피할 수는 없다.그러나 ‘눈먼 돈’이 유통되는 유흥업소의 특성상 탈세의 여지가 많아 세무서와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유흥업소의 사업주는 접대부를 고용하면 봉사료(팁) 지급에 따른 세금 처리를 위해 ‘봉사료 지급대장’을 작성한다.국세청은 사업주가 작성하는 봉사료 지급대장을 토대로 세금을 물린다. 사업주는 접대부에게 지급한 봉사료가 전체 매출액의 20%를 초과할 경우에 한해 접대부가 받은 전체 봉사료의 5%를 매월 소득세로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낸다.매월 5%를 원천징수당한 접대부는 매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보험료나 가족사항 변경(미혼에서 기혼으로) 등에 따른 공제 등을 감안,연간 원천징수액과 종합소득세를 비교해 원천징수액이 더 많으면 돌려받고,그 반대면 덜 낸 만큼 더 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 세금이 조정되는 경우는 거의 보기 어렵다. 사업주는 전체 매출액에서 봉사료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각 10%)를 낸다.사업주는 이때 봉사료 지급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매출액을 줄이는 수법으로 탈세를 할 여지가 있다.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으로 받은 매출액을 누락하는 것과 함께 동원 가능한 편법이다.유흥업소가 매년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 사업자와 함께 국세청의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다. 오승호기자 osh@
  • [열린세상] 팽창보다 내실이 용기

    내게는 이상한 콤플렉스가 하나 있다.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여자라서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는 경계심리가 그것이다.여자들은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원칙에 갖혀 있다는 누명(?)을 벗으려고,원칙론자가 아닌 척 유연함을 가장하기도 한다.조직의 확장과 내실이라는 두 가지 잣대가 나오면,내실을 기하자는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여자라서 현실을 모르고 원칙에 갖혀 있다고 할까봐…. 교육문제를 생각할 때도 이런 콤플렉스가 작동을 한다.교육의 장에서는 종종 ‘팽창’의 논리가 ‘내실’을 지배한다.사람들은 팽창을 남성적 논리로,내실을 여성적 논리로 분류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많은 남성들은 한국에서는 그저 늘려놓고 봐야 된다는 맥락적 특수성까지 대면서 팽창논리를 정당화시켰다. 나는 이 가운데 ‘내실’파이다.확장도 내실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과격한(?) 생각까지 하는 처지이다.하지만 그것을 여성의 꽉 막힌 사고방식이라고 비난받을까봐 숨기며 전전긍긍하면서….때로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인답이 아닌가 절망하면서 말이다. 교육계의 팽창주의자들은 말로는 질 높은 교육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우선 불려놓아야 한다.’며 확장을 기도한다.대학이나 학과 정원문제만 나오면,무조건 늘리려 든다. 공급초과로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낙관적이기 짝이 없다.실업자가 많으면 사회문제화될 것이고,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게 되어있다고 응수한다.많은 졸업생들 중에서 살아남는 이도 많아질 터이니,결국은 덩치 큰 대학(학과)이 이긴다고 주장한다. 팽창의 논리는 끝없이 계속된다.선진국에서 실시한다는 새 정책이나 사업 벌리기·신규사업을 명분으로 새 예산 항목 만들기·새 프로그램에의 무조건적 참여 등도 이러한 논리의 연장이다. 드디어 우리들은 지금 ‘벌이기’ 위주의 팽창교육이 가져다주는 파국을 목도하고 있다. 교육의 질 유지를 위한 추가적 조치 없이 대학정원을 확장한 결과,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물론 학습지도까지 방치되고 있다.‘저지르면 해결될 날’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 교육이민을떠나고 있다. 기업들은 대학졸업생의 수준에 실망하고,쓸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늘어난 대졸자 정원을 처리하지 못하고,대졸자 실업이 사회문제화되어 있다.대학원생을 대폭 늘린 대학원중심대학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교수 일인당 학생수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학위논문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원중심대학에서 대학원교육의 핵심을 포기한 것이다.장애인-정상인 통합교육정책을 실시한 이래로,장애학생들은 대학이 공부를 할 여건을 만들어 놓지도 않고 왜 장애인을 뽑느냐고 비명을 지른다. 중등학교에서 벌인 각종 교육개혁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열린 교육·수행평가·IT교육 등의 선진교육을 시행할 교육인프라가 미비되어,본래 의도한 교육효과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다.‘새로운 시도가 교육을 개선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을 괴롭히는 시도에 그치고 있다.’는 항의가 빗발친다. “자전거 바퀴의 회전속도를 늦추면 넘어진다.”면서 남의 빚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경제계의 해묵은 팽창논리가 아직도 교육계에서는 통한다.양적확장 논리가 질적 상승 논리를 제치고 팽배해 있다.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감당하지 못하면 규모를 축소하거나 변화의 속도를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나 일부 사회 지도자들이 이런 여성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정치적으로 개혁을 전시하고 헤게모니를 키우려는 메일 쇼비니스트가 아니다.정말로 변화를 시작하고 싶은 여성들의 원칙주의를 받아들인 용감한 사람들이다.국민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서,과연 그대로 실천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이 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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