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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 속 사람들과 늘 친구처럼 함께 살래요”

    “그늘 속 사람들과 늘 친구처럼 함께 살래요”

    “저같은 농아를 비롯해 소외된 채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늘상 친구처럼 만나 함께 사는 사제가 되겠습니다.” 다음달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다른 38명의 부제와 함께 사제 서품을 받는 박민서(39·베네딕토) 부제. 세살 때 홍역을 앓던중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은 뒤 힘겹게 신학수업을 받아 지난해 6월 부제 서품을 받은 청력장애자로, 한국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아시아 가톨릭교회사상 최초의 ‘농아 사제’가 된다. “중학교까지는 일반학교를 다녔지만 고등학교는 농아학교인 국립서울농학교를 들어갔어요. 원래 고등학교도 일반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면접에서 농아라는 이유로 거절당했지요. 부모님은 실망하셨지만 조롱받고 무시당했던 지난 세월이 너무 힘들었던 저의 입장에선 아주 반가운 일이었지요.” 고교2년 때 천주교 신자였던 미술학원 원장을 만나 천주교를 처음 알고, 봉사하며 살아가는 성직자의 삶에 눈떠 영세를 받았다. 이후 부모님과 누나도 따라서 영세를 받았다고 한다. 본격적인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경원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90년 당시 서울 수유동 성당에서 사목하던 정순오 신부(현 번동성당 주임겸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사제)를 만나면서부터. 만화영화 배경그림을 그리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농아인을 위한 삶과 사제의 꿈을 잊지 않고 있었던 그였다.25일 간담회도 정 신부의 수화통역으로 수월하게 진행됐다. “정 신부님의 권유로 수도원에 들어가 기도하던중 저의 성소(聖召)는 수도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어요. 결국 한 달 만에 수도원을 나왔습니다.” 정 신부의 주선으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중 정 신부가 미국 최초의 농아 사제인 토머스 콜린 신부에게 직접 부탁 편지를 보내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꿋꿋하게 살아 꿈을 이루라.”며 특별히 당부했다고 한다.1년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농아종합대학인 갈로뎃 대학에서 영어수화며 철학과목을 수강, 마침내 철학사·수학사 학위를 받고 뉴욕 성요셉 신학교에 들어갔다. “세상 일은 맘대로 안되는 것 같아요. 뉴욕대교구장인 오코너 추기경이 선종한 뒤 성요셉 신학교가 농아 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전격 폐지한 것입니다. 학교측으로부터 ‘신학교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고 세상이 끝나는 줄만 알았습니다.” 이후 토머스 콜린 신부의 도움으로 입학한 뉴욕 성요한 대학원을 힘겹게 마쳤는데 학위 수여식에선 졸업생 대표로 총장으로부터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년6개월간 공부를 더 한 끝에 지난해 6월 부제 서품을 받았고 마침내 다음달 사제가 되는 것이다.“지난해 부제 서품을 받기 바로 전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본 결과 하느님 사랑이 없이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주시리라’(시편 37,5)를 사제 신조로 삼은 그는 사제서품을 받은 뒤 서울 수유동 농아선교회에서 농아 대상의 미사를 집전하며 사목생활을 시작한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2단계 기업환경 개선대책] 단국대 서울캠퍼스등 개발 길 터

    LS전선은 1996년부터 10년에 걸쳐 경기도 군포 공장을 전북 전주시의 산업단지로 이전했다. 하지만 군포에 있는 25만 7000여㎡(7만 7800여평)의 부지는 아직까지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군포시가 공장의 용도 변경을 허용하지 않아 매각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학교·공장부지 개발 가능…이전 촉진 정부는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지방 이전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따로 놀고 있다. 공업지역과 학교시설로 묶이면 용도 전환이 쉽지 않고 때문에 활용가치가 떨어져 매각은 어렵다. 부지가 팔리지 않으면 지방으로 가고 싶어도 막대한 이전 비용 때문에 못간다. 정부는 25일 발표한 대책에서 3만㎡ 이상의 공장이나 학교 등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용도전환할 수 있게 했다. 서울 시내 공장이나 학교 부지를 아파트나 근린상업시설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서울에만 4년제 대학이 50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법인세 감면, 취득·등록세 면제, 재산세 감면 등 세제혜택뿐이었다. 게다가 지자체들은 기업 이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용도전환 때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해서 비협조적이었다. 예컨대 경기도 안양시의 D기업은 내년까지 3만 9000㎡의 공장을 충북 충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안양시는 “공장을 옮긴다면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겠다.”고 반대했다. 부지가 팔려야만 1000억여원의 이전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D기업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내 과밀억제권역에서 성장관리권역으로 학교 등이 이전할 경우에도 용도전환을 허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14년째 끌어온 단국대 한남동 캠퍼스의 주택개발사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국대는 올해 경기도 용인 죽전으로 본교를 이전하지만 기존 부지가 학교 시설에서 해제되지 않아 초고층 아파트 건설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공사 발주 내년 생산 예정 정부는 수도권 규제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의 구리공정 전환을 사실상 허용했지만 신·증설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오염 물질을 추가로 ‘방류’하지만 않는다면 공정전환은 환경부 고시의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행법상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구리·납·카드뮴 등 유해물질 19가지를 배출하는 공장은 세울 수 없다. 하이닉스는 일단 구리 공정 전환을 허용해준 것을 반긴다. 하반기 공사를 발주해 내년에는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진짜 바라는 것은 12인치(300㎜ 웨이퍼) 구리 공정의 신·증설이다. 이천 공장의 알루미늄 공정 옆에 짓고 싶어한다. 올해 착공한 충북 청주의 1차 공장 증설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천 2차 공장 증설은 쉽지 않다. 정부는 이미 폐수 등 오염물질의 ‘배출’ 문제로 증설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설령 하이닉스가 ‘무방류 시스템’ 등을 내세우더라도 또 다른 벽은 수도권 규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이천은 자연보전권역에 지정돼 공장 증설이 어렵고 수도권 과밀해소 목적에도 맞지 않다. 다만 정부가 지난 1월 “차기 정권에서 상수원 주변지역의 공업입지에 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증설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고쳐야 할 법은 수두룩해 여론 수렴에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관계 부처간 조율도 완벽하지 않다. 환경부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구리 등 오염물질 배출공장에 대한 규제에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는 당초 올해부터 2009년까지 비수도권(청주)-이천-제3의 지역에 순차적으로 4조 5000억원씩 총 13조 5000억원을 들여 3개 공장을 짓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2010년까지는 청주를 제외하곤 신·증설이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하이닉스는 청주에 1층이 아닌 2층 구조로 2차 공장까지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세제·환경규제등 105개 개선과제 담겨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기업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세제, 수도권 환경규제, 벤처금융 등 105개 개선과제가 제시됐다.1단계 종합대책과 달리 과제의 80%가 올해 말까지 완료돼 체감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책을 짚어 본다. ●계획관리지역 내 소규모 공장 허용 전국 계획관리지역에서 소규모(1만㎡ 이하) 공장 설립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계획관리지역은 옛 준농림지 가운데 택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곳이다. 현재는 지자체의 도시계획조례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정부는 국토계획법상 시행령을 개정해 공장 설립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되, 필요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폐수를 내보내지 않는 비공해 기업의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지역에 공장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내년까지 마련된다. 현행 농업용저수지 상류방향 5㎞ 내 공장설립을 금지하는 규제도 도시지역 및 계획관리지역에서는 거리제한기준이 2㎞ 내로 완화된다. ●1조원 벤처 펀드 조성 정부는 산업은행이 올 하반기에 1조원 규모의 ‘글로벌스타 육성펀드(가칭)’를 새로 조성하도록 해 창업 초기 단계인 혁신형 중소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상이며, 창업한지 7년 미만이면 우대받는다. 대출, 출자, 회사채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며, 금리도 실행금리에 비해 최고 1%포인트까지 우대해준다. 상호저축은행의 벤처펀드 출자도 허용된다. 올 하반기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규정을 개정해 자기자본의 10%나 펀드의 10% 등 일정한도에서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창업 초기인 중소기업에 대한 취득세·등록세 면제기간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자동차 배출가스 미국제도 도입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방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운영하는 ‘평균 배출량 제도(FAS)’로 바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조치다. 연료별·차종별 배출가스 농도 규제는 사라지고, 제작업체는 정부가 제시한 ‘평균 배출량 기준’ 내에서 다양한 배출등급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제도도 개선된다.2006년 이후 강화된 허용기준을 충족하는 경유차와 그 이전 생산된 차량 간의 형평성을 맞출 방침이다. ●짓고 있는 건물도 담보 설정 건축 중인 건물도 건조 중인 선박 처럼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는 ‘저당권 등기제도’가 도입된다. 현재 건축 중인 건물은 초기에는 동산으로, 기둥·지붕·주벽이 만들어지면 부동산으로 인정받아 양도 담보권자의 권리가 정확히 보장되지 못한다. 이에 금융기관이 담보로 인정하지 않거나 담보가치를 낮게 평가해 중소기업이 공장을 신설·증설하는 과정에서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고 졸업생 중소기업 재직시 입영 연기 공고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취직한 뒤 최대 4년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2년 연기할 수 있다. 청년 실업자, 고령자, 장애인 등 계층의 취업 촉진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감소를 꾀하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제도의 시행기간도 당초 올해 9월에서 2010년까지로 연장된다. ●직장보육시설 운영 부담 경감 사업주의 직장보육시설 운영 부담이 줄어든다. 저출산에 따른 직원들의 자녀 수 감소로 정부 지원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고용보험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업장 소속과 관계없이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녀 수가 보육아동 수의 2분의1을 넘으면 지원해줄 방침이다. 또 외국인근로자의 취업기간(3년) 만료 3개월 전부터 고용허가 신청을 허용해 기업의 근로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오피스·뉴스]수산청, 감사기간중에 「하이힐」 못신게

    [오피스·뉴스]수산청, 감사기간중에 「하이힐」 못신게

    지난 14일부터 중앙관서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낳았다. 농림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게 된 수산청(水産廳). 느닷없이 『감사기간중엔 청내의 전 여직원들은 소음이 나는 「하이힐」대신 운동화를 신도록 하라』는 구자춘(具滋春) 청장의 엄명이 내려 이날만은 여직원 모두가 운동화를 신고 도둑걸음으로 가만가만 드나들었는데 이를 본 남자직원들 가라사대, 『거 신경질 나는 「하이힐」소리 듣지 않으니 살 것 같다』는 말에 여직원들 왈, 『흥 「하이힐」신은 늘씬한 몸매가 좋아 침 흘리는 건 누군데』하며 국정감사 때문에 「스타일」구겼다고 울상. ● 농협, 우수졸업생 특채키로 농협 중앙회는 유능한 중견 간부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 고대, 연대등에 평균 85점 이상의 졸업예정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 20명 한도를 무시험으로 특별 채용하기로 결정을 본 농협은 채용하자마자 대리급으로 근무토록 파격적인 대우를 하겠다는 것. 농협의 이같은 조처는 그동안 특수은행 및 시중은행이 비대해짐에 따라 많은 직원을 빼앗겨 앞으로 몇 년후엔 중간관리층 빈곤으로 기능이 미비될 위기여서 궁여지책으로 취해진 것. 우수한 인재의 확보도 좋겠지만 고참직원들의 불만과 사기문제는 어떻게 다스릴지 궁금. [선데이서울 70년 11월 1일호 제3권 44호 통권 제 109호]
  • 美 선생님은 3D 직종?

    미국에서 수십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여교사의 집단퇴직과 교사자격 기준 강화, 낮은 급여에 따라 ‘교사 부족 사태’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지경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30만명 가까운 초·중·고 교사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3백만명의 공립학교 교사 중 4분의3 이상이 여성이다. 그런데 고학력 여성들이 늘어나며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여성들이 교사보다 대우가 더 좋은 직업들을 찾아 떠났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이후 대학 졸업후 교사가 되려는 여성 비율은 현저하게 감소했다.2004년 메릴랜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1964년에서 2000년까지 여성 대학졸업자 수는 3배로 뛰었지만 교사가 된 졸업생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50%에서 15%로 급감했다. 특히 성적이 상위권인 여성의 교직 진출이 줄어들었다. 또 교사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 시행으로 재능있는 교사지원자들은 더더욱 부족한 실정이다.30여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돼서 영어, 수학 등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두루뭉술한 교사’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 반면 석사학위를 받은 33년차 교사의 연봉은 8만 5000달러(약 7900만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박봉’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국수학교사협회는 28만여명의 교사 부족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15년까지 급여 수준을 경쟁력있게 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젊은 교사들의 높은 이직률도 우려했다.2006년 교육정책지역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의 약 3분의1이 3년 안에 교단을 떠났다.5년이 지나면 사직률은 50%에 이른다. 교육과 미국 미래에 관한 국가위원회는 새로운 교사 충원 및 훈련 비용에 1년에 약 70억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전미교사연맹의 레이첼 패터슨은 위기 타개를 위해서 “교육계는 신임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빌 게이츠와 자크 아탈리

    [정종욱 월드포커스] 빌 게이츠와 자크 아탈리

    빌게이츠와 자크 아탈리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얼핏 보기에는 현재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는 점을 빼면 별로 같은 점이 없어 보인다. 한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어 이를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업체로 키운 전설적인 최고 경영자이고, 또 한 사람은 독창적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류 미래에 대한 탁월한 비전을 제시해온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힌다. 빌 게이츠가 한때 100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세계 제일의 부자라면 자크 아탈리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600만부 이상이나 팔린 40권 이상의 저서를 낸 세계적 석학이다. 나이로 따지면 게이츠가 1955년생이고 아탈리는 1943년생으로 띠 동갑이다. 그러나 외면상의 공통점은 여기에서 끝난다. 먼저 학력부터 대조적이다.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3년 중퇴했다. 그냥 다녔으면 올해가 졸업 30주년이 된다. 그래서 지난 6월7일 이 대학 졸업식 때 명예학사 학위와 명예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으면서 “나도 이제부터 이력서에 대학 졸업”이라고 쓸 수 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이에 비해 아탈리는 프랑스에서 최고의 학력을 혼자 싹쓸이했다. 한 군데만 합격해도 수재 소리를 듣는다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나왔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세계적 석학, 문명비평가, 미래학자 등 여러 호칭이 붙어 다닌다. 직업도 게이츠는 평생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사장과 회장을 지냈지만 아탈리는 대학교수,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등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트랜스 휴먼’이라는 개념이다. 이 표현은 아탈리가 사용한 것이다. 아탈리는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과 그 후손의 운명에 대해 깊은 이해심을 갖고 고심하는 이타적인 시민을 트랜스 휴먼이라 부른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기적 시장경제의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고 민주주의의 지속이 가능해진다. 이들은 시장에서 낙오하는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민주제도 하에서 차별받는 불우한 계층을 구제해주는 창조적 계급이다. 이들이야말로 인류 최선의 제도인 자본주의를 지키는 첨병이라는 말이다. 게이츠에게 트랜스 휴먼은 아프리카와 그 밖의 지구상의 낙후된 지역에서 질병과 가난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불쌍한 동시대인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흔쾌히 나누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행한 그의 연설의 핵심은 세계에서 최고의 특권층에 해당하는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이 트랜스 휴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류의 믿음과 지지를 확보하고 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자본주의가 존속할 수 있는 창조적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재단을 만들고 이미 자신의 재산 300억달러를 기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낸 만큼을 더 내겠다고 약속했다. 아탈리는 미래 역사의 주인공을 디지털 노마드족(normad族)이라 했다. 국경이나 민족을 초월해서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디지털 혁명이 만들어 낸 미래 역사의 새로운 세력들이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2050년이 되면 한국이 바로 그런 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했다. 우리에게는 대단히 고무적인 말이다. 그러나 진정 우리에게 트랜스 휴먼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게이츠와 아탈리 같은 인물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면서 깊이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교육부 올 대입 한시허용 시사

    교육부 올 대입 한시허용 시사

    대입 내신 반영 방법과 관련해 정부와 대학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가 수능이나 대학별고사 성적 수준에 맞춰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비교내신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대·이대는 도입 않기로 이에 맞춰 연세대, 고려대 등 상당수 대학이 전년도와는 달리 올해 입시에서 재수생에게도 비교내신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어 이들 대학을 지원하는 재수생의 경우 내신 반영비율이 높아지는데 따른 불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은 비교내신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서울신문이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동국대 등 4개 대학이 올 정시모집에서 재수생에게 비교내신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 논술기준·연대 수시에만 적용 고려대는 수시 2학기 모집에 한해 대학별고사인 논술을 기준으로 비교내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수시모집에 한해 이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성균관대와 한국외국어대는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서울대는 석차를 수치 그대로 등급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학생부 기록 방식이 바뀌었지만 전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 대학들이 재수생에 대한 비교내신제를 적용키로 했거나 검토하는 이유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 따라 내신 성적이 올해부터 9등급제로 바뀌면서 재수생들이 실력과는 상관없이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올해부터 학생부 성적(내신)이 상대평가 등급제로 바뀌면서 기존 졸업생들은 학생부 기록을 등급제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내신 등급제 중심으로 크게 바뀌는 2008학년도 전형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전형에 한해 재수생 비교내신제를 허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시적으로 허용할 뜻을 밝혔다. ●교육부 “빠른 시일 내에 전형안 마련” 한편 교육부는 주무부처인 대학학무과를 중심으로 내신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과 잇따라 만나 정부 방침을 설명하기로 했다. 또 구체적인 내신 반영 방법 기준을 묻는 대학들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들과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만큼 대학들이 빨리 전형을 발표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이경주 서재희기자 patrick@seoul.co.kr ●비교내신제 검정고시 출신 등 내신 성적이 없는 수험생들의 내신 성적을 반영하기 위해 내신 대신 수능이나 대학별고사 성적 수준을 기준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해 반영하는 제도. 당초 삼수생 이상 고령이나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들을 위해 마련됐다.2008학년도 대입 전형을 예로 들면 수능을 1등급 받은 학생의 내신을 1등급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 [사법연수원 24시] (하)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 고민

    [사법연수원 24시] (하)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 고민

    “80년대에는 상무급,90년대에는 부장급 대우를 해줬다는데 지금은 과장 1호봉에서 대리 말호봉이 보편적인 대우죠.” 일반 기업에 취업한 한 변호사의 말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해도 대리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A증권사가 연초에 변호사 1명의 채용 공고를 내자 80명의 연수원 수료 예정자들이 몰렸다. 연수원생들은 기업 가운데서도 증권·은행·보험 등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금융권을 선호한다. ●올 수료생 975명 중 4명 아직 ‘백수´ B은행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연수원 수료생들은 은행의 과장이나 대리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나마 은행마다 1∼2명밖에 뽑지 않아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수원생들은 불과 몇년 전 ‘대리로는 가지 말자.’고 외쳤지만, 대리로라도 취업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연수원을 수료한 36기 975명 가운데 아직까지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는 4명(5월말 기준). C변호사는 지난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률사무소 취업이 확정되기까지 한 달 동안의 스트레스를 잊지 못한다.“고시생 때는 백수처럼 트레이닝복 입고 슬리퍼 끌고 다녀도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는 생각에 괜찮았는데, 연수 기간이 다 끝나도록 진로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의 중압감이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라면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서 친구 집에서 지낸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D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가면 사장이 변호사를 비서처럼 부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가 최근 들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998년 연수원을 마친 27기 315명 가운데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직역을 제외한 분야로 진출한 연수원생은 2명뿐이었다. 졸업생이 두배가량인 678명으로 늘어난 30기에서는 40명이 비법조 분야로 나섰다. 올해 2월 연수원 문을 나선 36기 975명 가운데 124명(12.7%)이 비법조 직역에 진출했다. ●공공기관 진출 매년 증가세 비법조 분야 가운데 공공기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데다 법조계 진출 가능성과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진출은 1999년(28기) 10명에서 2005년(34기) 58명으로 6년 만에 5배 증가했다. 지난해(35기)에는 63명, 올해는 72명이다. 기업의 법무팀 진출은 지난 2004년(33기) 이후 꾸준히 40∼5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E변호사는 “기업 법무팀에 근무하다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로펌으로 갔다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기업 법무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 변호사는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며 ‘웰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수원 1년차인 38기 이정원(38)씨는 “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임관하는 것이 개인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는 연수원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수원 내 취업센터 개설 추진 연수원은 조만간 취업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윤식 기획총괄교수는 “일단 홈페이지에 취업 관련 자료를 모아놓는 취업센터를 개설하고, 연수원 내에 취업 전문가가 상주하는 사무실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11월 하순쯤 열던 취업설명회도 올해부터는 취업박람회 형식으로 바꿔 대규모로 치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면 연수원이 사라질 판이다. 연수원은 기존 법조인 연수기능 강화, 연구기능 강화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다. 이윤식 기획총괄교수는 “국내외 대학 등 각종 연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기초로 학계와 실무 법조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李·朴 오늘 후보 등록

    한나라당이 11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대선을 향한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출마의 변을 담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현행 선거법상 일단 경선후보로 등록하면 경선결과에 불복해 독자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두 후보는 퇴로가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이 전 시장은 회견에서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며 7% 성장,4만달러 국민소득 시대,7대 경제대국이라는 ‘7·4·7 공약’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안에 선진국 진입,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회견을 통해 열차페리,‘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 등 주요 정책공약을 담은 ‘국민과의 약속’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식 경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양 진영의 라이벌 싸움도 더욱 흥미를 끈다. 이 전 시장 측의 박희태 선대위원장과 박 전 대표 측 안병훈 공동 선대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57학번 동기다. 졸업 후 검사(박희태)와 기자(안병훈)로 만나 흥겹게 술잔을 기울이는 술친구가 됐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의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서울대 후배지만 정치 선배다.5선의 정치인이며 박 위원장보다 먼저 16대때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양 진영의 ‘파이터’인 정두언 의원과 유승민 의원도 서울대 상대 76학번 동기다. 날카로운 공방을 거듭하고 있지만 둘은 30년지기다. 학창시절부터 가까웠고 정계입문도 둘 다 이회창 전 총재를 통해서였다. 양 진영의 ‘입’을 맡고 있는 진수희 의원과 이혜훈 의원의 인연도 남다르다. 두 사람은 여의도연구소 동문이다. 1995년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진 의원은 이재오 전 원내대표와의 인연으로 일찌감치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했고, 이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다가 올해 초 박 전 대표 캠프에 들어갔다. 이 전 시장 측의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수행단장인 한선교 의원은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사이다. 박 의원이 대일고 3기 졸업생으로 2기 졸업생인 한 의원의 1년 후배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빌 게이츠 “인간의 위대한 발전은 불평등 줄일 때 온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인류의 위대한 진보는 ‘발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발견들이 얼마만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은 부와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불평등을 해소할 때 비로소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7일(현지시간) 중퇴한 지 30년 만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은 자리에서 졸업생 및 동문들에게 불평등에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공교육과 공중보건, 광범위한 경제 기회 등이 민주주의를 통해 확산돼 수 있었다.”면서 “인터넷도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위대한 발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성취”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 시절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깨닫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졸업생들이 30년후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와 일의 성취로서만 아니라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서 자신을 평가하기를 바란다.”말했다. 또 에이즈 등 인류 당면 문제를 거론하면서 “문제해결 접근법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영향력, 당신의 성공 및 실패에서 다른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회장은 연설문 준비를 위해 반 년 이상 공을 들이며 워렌 버핏 등 지인들과 의논해 왔다. 이를 위해 조지 마셜 전 미 국무장관이 1947년 6월5일 역시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마셜플랜의 내용을 발표할 당시 연설문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붕괴된 유럽사회의 재건을 목표로 작성된 마셜의 연설문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자신의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1973년 법학과에 입학한 뒤 수학과로 전과했다.3학년 재학 중 MS를 창립하고 사업에 몰두하기 위해 77년 자퇴했다.MS는 세운 지 3년 만인 1980년에 세계 굴지의 IBM사와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게이츠는 내년부터 MS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새로운 도전인 ‘불평등과의 전쟁’을 위해 인도주의 사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awn@seoul.co.kr
  • “6·10항쟁 의미 되새기는 기회로”

    “6·10항쟁 의미 되새기는 기회로”

    “2004년 6월10일 영정이 찢겼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내 가슴도 찢어졌죠.”(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당시 도서관 앞이 시끄럽다고 그런 짓을 했다던데 화가 치솟더군요.”(영정과 걸개그림을 그린 최병수 화백) “교내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우리가 꼭 책임지고 싶었습니다.”(연세대 상경대 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장) 2년 전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훼손된 채 발견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6월 항쟁 20주년을 앞두고 단과대 후배들에 의해 복원된다. 영정은 1987년 이한열 열사 영결식 때 사용됐던 영정으로 2004년 6월10일 중앙도서관 앞에 전시됐다가 예리한 칼로 난도질 당한 채 발견돼 그동안 복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30일 연세대 상경대 고(故)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에 따르면 이한열 열사 영정 복원과 대형 걸개그림 추가 제작을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가로 1.8m, 세로 2.3m 크기의 영정은 6월 항쟁의 상징적인 그림으로 다음달 9일까지 복원돼 중앙도서관 앞에 다시 내걸린다. 걸개그림은 이미 제작된 두 점이 각각 국립현대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에 소속돼 있어 추가로 제작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은 지난 3월 영정과 걸개그림을 그린 최병수 화백을 찾아가 영정 복원을 부탁했다. 최 화백은 “훼손된 것도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있고, 다시 제작하는 것 역시 다른 의미의 복원이니 다시 그리자.”고 말했다. 영정은 1988년 9월에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훼손 사건이 있었던 터라 이번이 세 번째로 제작되는 셈이다. 모금 목표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액의 기부보다는 학생들이 조금씩 정성을 모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목표금액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졸업생들도 이 소식을 듣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몇 만원씩이지만 꾸준하게 모이고 있으며 약정서를 써주는 선배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모기획단장 이혁(24)씨는 “모금은 6월9일이 지나도 계속된다.”면서 “하루를 위해 준비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학교에선 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듣기 힘들다.”면서 “영정·걸개그림 재제작 모금사업을 통해 이한열 열사와 6·10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금운동을 함께하는 이모(24)씨도 “큰 의미가 아니라도 학우들이 2007년 현재의 관점에서 6·10항쟁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높이 10m, 폭 7.5m의 이한열 추모 걸개그림도 현재 80% 정도 작업이 진행됐다.2004년 10월 위암 수술을 받은 최 화백은 “대학생은 취직에만 관심 있다고 말하는 세상에 대견한 일”이라면서 “다시는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는 “돈도 없는 학생들이 한두푼씩 모으는 게 쉽지 않은데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모금운동에 동참하려면 상경대 학생회실(02-2123-3648)로 연락하면 된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6국)] 명지대 바둑학과 설립 10주년 행사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6국)] 명지대 바둑학과 설립 10주년 행사

    제7보(85∼97) 명지대 바둑학과가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6월1일 서울 경마공원 컨벤션홀에서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1997년 명지대 체육학부에 바둑지도학 전공 개설로 첫발을 내디딘 명지대 바둑학과는 현재까지 5명의 프로기사를 포함,8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바둑학과에서는 각종 바둑학 관련 연구는 물론 국제바둑학 학술대회, 해외 바둑사범 파견 등을 통해 국제교류에 있어서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침착하기로 유명한 온소진 3단이지만 지금의 장면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허영호 5단은 한껏 손바람을 내고 있다. 흑87로 따낸 것은 한껏 버틴 수.88로 백 한 점을 잡으면 안전하지만 그것은 백에게 95의 빵때림을 허용하게 된다. 흑89로 막은 것 역시 패를 불사한 초강수. 백의 입장에서는 <참고도1>의 패를 결행할 수도 있다. 이하 백5까지 백이 먼저 따내는 패가 되는데 흑이 과연 마땅한 팻감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반면 백은 좌상귀에서 여러 개의 팻감을 만들 수 있다. <참고도1>이 승부를 끝낼 수 있는 결정타처럼 보였는데 허영호 5단은 백90으로 가만히 연결해 퇴로를 열어준다. 어쩌면 흑으로서는 실전의 진행이 <참고도1>보다 더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우선 백92,94로 단수를 맞는 것이 엄청난 아픔이며 더욱이 백이 96으로 호구쳤을 때 마땅한 탈출수단이 없다는 것이 아픔을 가중시킨다.<참고도2> 흑1로 붙여 나오는 것이 백2,4로 눌러 막아서 그만이다. 흑97로 삶을 도모해야 하는 온소진 3단의 심정이 참담하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HAPPY KOREA] 해외편 일본(상) ‘문화특구’ 가나자와

    [HAPPY KOREA] 해외편 일본(상) ‘문화특구’ 가나자와

    |가나자와시(일본) 글 임창용 특파원|동해와 맞닿아 있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시내 거리를 걷다 보면 전통과 현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쪽에 옛 무사들이나 게이샤들이 살던 집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엔 초현대적 감각의 미술관이 색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서울의 청계천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수로엔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 청량감을 더해준다.45만명의 시민 중 3분의1 이상이 아마추어 예술인일 정도로 문화적 열정이 넘치는 곳. 가나자와의 문화적 인프라는 일본에서도 으뜸이다. 그만큼 주민 만족도도 높다. 세계의 지자체 관계자들이 문화행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가나자와를 자주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 정부와 서울신문이 공동추진하고 있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의 하반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일본의 ‘문화특구’ 가나자와시를 찾았다. ●콘크리트 걷고 집·도로 사이엔 수로 가나자와시엔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히가시차야 가이(東茶屋街), 무사계층이 모여 살았던 무가마을 등 전통문화 보존구역이 10개 있다. 가나자와시 시마무라 국제스포츠과 과장은 “거리풍경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개별 건물보다는 연결된 ‘존’(ZONE) 개념으로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을 위한 보조금은 시에서 지원한다. 눈에 띄는 점은 모든 전통가옥에 주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 보여주기 위해 전시된 공간이 아니라, 현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 있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거리의 각 집과 도로 사이의 좁은 수로엔 맑은 물이 흐른다. 산업화와 함께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것을 모두 걷어냈다. 각 주택과 도로는 작은 교량으로 연결했고, 그 비용은 시가 전액 지원한다. 시마무라 과장은 전통가옥들 사이로 물이 흐르는 이같은 풍경을 ‘가장 가나자와다운 모습’이라고 자랑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노가쿠’(能樂)를 보존하기 위한 청소년학교도 운영하고 있다.10∼15살 청소년을 2년간 가르치는데, 올해 3기째 졸업생이 배출된다. 일본 전통오케스트라인 ‘호가쿠’도 이같은 방식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500년 역사를 가진 다도회도 성황이다. 가나자와에서 차 관련 공예품 생산이 발달한 것도 이 때문. 금박공예도 가나자와의 전통문화를 살찌우는 명물이다. 교토의 ‘금각사’ 등 일본 내 주요사찰의 금박이 대부분 가나자와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돔형 ‘21세기 미술관´ 관광객 300만명 다녀가 가나자와시엔 오는 2014년 신칸센이 개통된다. 가나자와역에 들어설 역사는 일본에서 가장 큰 유리 구조물이 될 예정.‘모테나시돔’이란 애칭이 붙은 이 구조물은 눈·비가 많은 이곳 기후환경에 맞게 돔형으로 설계됐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전통과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측에선 파리 에펠탑 사례를 들어 ‘현대적 아름다움을 전통으로 만들어간다.’는 발상으로 건축을 강행했다. 이는 지난 2004년 개관된 시청 앞 ‘21세기 미술관’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건립비와 부지비용을 합쳐 200억엔이 투입되었다는 이곳 역시 처음 건축 당시엔 전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주변에 현립 미술관이 있어 중복시비도 오갔다. 가나자와역과 마찬가지로 사방에서 접근할 수 있는 돔형으로 설계된 이 미술관은 그러나 국내외 유명 건축상을 휩쓴 데 힘입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00만여명이 다녀갔다. 유명세를 치르면서 가나자와의 대표적 명물이 됐고, 점차 공동화되던 시 중심부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측은 미술관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연간 18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sdragon@seoul.co.kr ■ 소연습실 6시간 1000엔 시민예술촌 문턱 낮춰 |가나자와 임창용특파원|“이곳은 화재를 조심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두 가지만 약속하면 누구나 시설 이용이 가능합니다.24시간 꺼지지 않는 가나자와 문화예술의 엔진 같은 곳이지요.” 가나자와시 외곽에 위친 ‘가나자와 예술촌’의 후지이 히로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장은 “가나자와시민예술촌은 오로지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이라고 소개했다. 시민예술촌은 옛 방적회사 창고를 문화 창작 및 연습장으로 리모델링해 지난 1996년 개관했다. 부지와 리모델링 비용으로 120억엔 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3만 3000여평의 부지에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연습 및 발표를 위한 공간과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예약하면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후지이 촌장은 시민예술촌의 성공에 대해 “철저히 시민 이용자 중심의 운영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시설운영의 기본 이념을 ‘시민이 주역’으로 설정, 실천하고 있다는 것. 전국 공립문화시설로는 처음으로 ‘연중무효·24시간 이용’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용료가 매우 저렴하다. 음악이나 연극 공연 등을 연습할 수 있는 소연습실을 6시간 이용하는 데 1000엔이면 된다. 시민들의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단, 시설 보호를 위해 이용 전 꼭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또 이용자를 대표하는 ‘시민디렉터’를 위촉하고 있다. 예술촌의 자주적 운영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낌없는 지원이다. 가나자와시에선 가나자와현의 도움을 받아 연간 10억엔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후지이 촌장은 “예술촌을 시민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시설을 이용하려는 예약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연간 30만여명이 이용하는데, 그중 10%는 외지인들이라고 한다. sdragon@seoul.co.kr
  • “학력중심 서열화 먼저 해결을”

    “학력중심 서열화 먼저 해결을”

    사교육의 대안으로 누구나 공교육의 정상화를 주문한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도 입시를 위한 사교육은 EBS로, 특기·적성을 위한 사교육은 방과후 학교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해결되지 않고는 사교육 시장은 죽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김현옥 정책위원장은 “학교 교육 내실화도 필요하지만 학력 중심의 서열화 사회가 해결되지 않고는 사교육이 없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미숙 연구위원은 ‘입시산업의 규모 및 추이분석’ 보고서에서 “학력에 따른 고용, 임금, 승진의 문제를 완화시켜주는 사회경제 및 복지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입시제도의 안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입시제도를 변경해도 입시학원은 발빠르게 대응하는 반면 자꾸 학력이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 축적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다 보니 사설 입시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사와 학교의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경기 중산고 미술부는 사교육 없이 방과후 활동과 방학만을 이용, 졸업생 15명이 올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술학원 수강료를 고려하면 한 사람당 사교육비가 2000만원 덜 들어간 셈이다. 대학 입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의 경우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교장과 교육청 등이 적극 지원, 논술연구수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진학지도협의회는 대입정보 자료 교환·분석을 공유하고 학부모를 상대로 입시제도설명회를 여는 방법 등으로 사교육비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서남표 KAIST 총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서남표 KAIST 총장

    국과학기술원(KAIST)발 대학입시 개혁안이 우리나라 교육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세계 10위권 이공계 대학 도약을 목표로 개혁 기치를 높이 든 서남표(71) KAIST 총장의 새로운 입시안 발표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고의 수월성(秀越性)을 추구하는 대학임에도 인성평가를 중요한 선발 요소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신입생 학력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서 총장은 “어느 제도도 완벽한 제도는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인성평가는 절대로 평균치를 갖고 줄 세우지 않겠다.”는 구체안도 내놓았다. 또한 내년부터는 처음으로 학생당 연간 최고 1500만원의 등록금을 받겠다는 계획도 밝혔다.2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서 총장을 만났다. ▶감사의 외유성 해외출장 문제로 어제 하루종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했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미국 정부에서 일할 때도 의회 출석을 많이 해봤어요. 분위기는 좀 다르더군요. 출장 문제는 안 갔으면 좋을 일이지요. 대의명분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정부가 이번 일로 쓸데없는 규정을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발 방지는 좋지만, 자꾸 규제를 만들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거든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결실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서 총장이 보기에 한국은 해외에 나가는 것을 낭비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제화가 시급하다고 외치면서 해외여행을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한국은 작은 나라라 1시간만 나가도 외국이 아니냐는 것이다. 낭비 사례는 윤리 도덕 면에서 해결해야지, 법으로만 하자면 사회개혁은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총장에 취임한 지 10개월쯤 됐는데 KAIST 발전구상안은 계획대로 실현되고 있는지요. “큰 틀에서 내부 개혁은 어느정도 마쳤고, 이제는 아래 단계에서 학과별로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타성적으로 계속할 것이 아니라, 버릴 건 버리고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여 새 분야를 찾는 작업입니다.” 그동안 시행한 개혁은 파격적이다. 교육 면에서 1학년부터 전과목 영어수업 등을 도입했고, 성적별로 받기로 한 등록금 액수를 연간 1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몇몇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융합연구소(KI) 7개를 세웠다. 학과장에게 인사권을 모두 넘기고 교수가 부임 7년 안에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떠나도록 하는 인사개혁도 단행했다. ▶전임 로플린 총장은 거센 내부 저항에 부딪혔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그런 얘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요? 토론을 통해 교수협의회까지 지지해 주고 있는걸요. 로플린 총장은 의사소통이 잘 안 됐던 거지요. 문화가 달랐으니까요. 다만 현재 안 풀리는 것은 ‘발전5개년계획’인데, 정부 지원을 현재 연간 1100억원에서 두 배로 늘리는 게 핵심이라 정부를 설득 중입니다.” 서 총장은 교수 대 대학원생 비율이 5대1, 학부생 숫자가 학년당 1000명은 돼야 세계적 대학과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교수 300명, 학부생 정원 300명씩을 늘려야 한다. 연간 1100억원은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는 국내 연구개발투자비의 1% 규모. 한국 유학생이 해외에 쏟아붓는 돈을 생각하면 이만큼 효율성이 높은 투자는 없을 거란 얘기다. ▶인성평가를 강화한 입시개혁안에 기대와 우려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학생선발 기준은 졸업생이 20년 후 사회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입니다. 사회공헌에 성공적인 사람들을 보면 여러가지 다양한 면이 있어요. 우리는 쿠키 커터식(붕어빵식) 교육에다 좁은 문을 만들어놓고 그 문을 통과한 사람만 합격시키는데, 현재 사회공헌자들이 다 그 문을 통과했느냐 하면 아니란 말이죠. 더구나 KAIST에 지원할 수준의 학생들에게 세세한 성적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미스테이크는 어느 제도나 있어요. ▶당장 10월부터 적용할텐데 인성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겁니까. 새 제도를 도입한다니까 학부모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어요. 이건 준비 못하는 겁니다. 우선 학생을 학교가 잘 알아야 하겠고, 똑똑한가·창의력·적극성·긍정성·독립성 등을 가졌나를 볼 겁니다. 절대로 항목별 점수를 합쳐 평균치가 높은 순서로 뽑지는 않을 거예요. 다른 항목에서 점수가 낮더라도 한 항목에서 100점을 받았다면, 그 학생의 가능성을 보는 거죠.” 아인슈타인이 아닌 바에야 러프 다이아몬드(Rough Diamond)를 찾겠다는 거다. 면접은 교수 3명이 하루종일 학생 15명을 하게 된다. 교수 100명이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이런 방식을 택한 건 그동안 KAIST제도에 미스테이크가 많았다고 본 겁니까. “꼭 그렇진 않지만, 산업계에서 KAIST 출신들이 똑똑하긴 한데 리더십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국내 모든 과학고와 영재고를 다 가봤는데, 학교가 구속이 너무 많아요. 새벽 5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공부만 시키거나, 심지어 내 강연 때 학생들이 졸까봐 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감독하는 학교도 있었어요. 이렇게 학생들을 묶어놔서야 자유로운 사고력, 대학가서 공부할 여력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고교 책임이라기보다는 그런 입시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에도 책임이 있단 말이죠. 우리의 개혁이 다른 대학에도 파급돼 고교 교육을 혁신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교 교육뿐만 아니라 국내 일류 대학이 국제비교에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어 걱정이 많은데요. “이것도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대학 내부를 봐야 돼요.MIT와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교수간 경쟁이 심하다는 거예요.MIT는 대학원의 경우 교수가 스스로 연구비를 조달하여 학생 돈을 줘가며 공부시킵니다. 연구비가 없으면 학생이 없죠. 학생은 또 그만큼 공부에 의무감도 가집니다. 또 대학 간에도 우수한 교수는 서로 빼가려 합니다. 일 잘하는 교수는 보수도 달라요. 똑같이 월급 받고, 학생 받는 제도로는 열심히 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연구개발 체제에 대한 혁신 의견을 묻자, 생각은 많지만 답변 않겠다고 했다.KAIST 개혁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그밖의 질문에선 거침없는 답변으로 최고 석학의 권위를 느끼게 했다.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중,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미국 유학 중이던 부친의 초청을 받아 가족이민을 갔다.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1964). 1970년 MIT 기계공학과 부교수로 부임해 대학 생산기술연구소장, 기계공학과 학과장, 석좌교수를 거치며 학자로서는 물론, 행정가로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였다. 1984∼88년에는 대통령 추천·상원 인준직인 미국과학재단(NSF)의 공학담당 부총재를 역임, 미국 공학연구개발을 이끌었다.MIT 기계공학과장 때는 교수의 40%를 물갈이하고 이중 절반을 타 과 전공 교수로 채우는 개혁을 단행했다. 차세대 유통혁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RFID(전자태그)는 이때 그가 정보통신·기계공학·로봇공학 전공교수에게 연구비를 주어 시작한 융합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그 자신 ‘공리적 설계이론’의 창시자로 마찰공학, 제조과학기술, 설계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다.NSF 올해의 국가공학자상(1987), 호암상 공학상(1997),CIRP최고영예상(2006) 등 수상. ysh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tpgod@seoul.co.kr
  • [사설] 국사 필수과목 채택 더욱 확산돼야

    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 7곳이 수능시험 과목 가운데 국사를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오랜 세월 홀대 받아온 우리역사가 제자리를 찾는 일에 큰 도움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2001년 제7차 교육과정을 시작하면서 국사는 교육 현장에서 크게 위축됐다. 수업시간이 줄었음은 물론 사회 과목의 한 영역으로 치부되는 바람에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국사를 가르치는 교실이 적잖았다. 또 수능에서 국사는 사회탐구 영역 11가지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 데다 국사가 다른 과목에 견줘 학업 부담이 컸기에 국사를 선택하는 고교생은 갈수록 줄었다. 실제로 2005 학년도에 국사 과목 응시생은 46.9%였지만 다음해에는 31.3%,2007 학년도에는 22%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처럼 대학입시에서 국사가 기피당하니 일선고교에서 우리역사를 적극적으로 가르칠 리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요 사립대들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자기 나라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 그동안 서울대 혼자 국사 과목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했는데, 이제는 주요대학 입시에서 국사 비중이 훨씬 커진 만큼 일선고교에서 국사 교육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대입 전형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삼는 이같은 흐름이 대학가에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7개 사립대가 합의 사실을 공개한 직후 몇몇 대학 역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다음달 4일 열리는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고교 졸업생이면 누구나 우리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게끔 교육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기본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Seoul Law] 로펌, 뭘보고 뽑을까

    로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수한 성적의 사법연수원 졸업생뿐 아니라 최근 들어 대기업 법무팀 소속 변호사와 서울 서초동의 개인변호사들도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로펌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로펌에 들어가는 조건과 절차 등을 알아본다. ■ 국내변호사-똑똑함은 기본 성실함·친화력까지 ●가자! 로펌으로 서초동의 한 개인변호사는 22일 “개인변호사의 수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로펌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로펌행 희망을 표시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백현기 대표변호사는 “최근 주변에 아는 사람을 통해 로펌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는 개인변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KCL 김영철 파트너 변호사는 “재작년만 해도 로펌에 지원하는 개인변호사들이 전혀 없었는데 지난해엔 5∼6명, 올해엔 이미 3∼4명이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세종은 일본법에 밝은 도두형 변호사를 최근에 뽑았다. 사법연수원생의 진로를 담당하는 김종휘 교수는 “로펌에 진출하는 연수원생의 성적을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상당히 우수한 자원이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윤성식 공보관은 “연수원 성적에 따르면 법관 임용권은 200등 수준, 검사 임용권은 300등 정도까지 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에는 연수원 성적이 200∼300등 정도라야 갈 수 있다. 올해 연수원 36기 졸업생 가운데 분포는 판사 임용 89명, 검사 88명, 군법무관 70여명, 로펌행 59명이다. 대형 로펌행과 검사임용 성적이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다. 김앤장에 12명, 광장·태평양 각 10명, 화우 11명, 세종·율촌 각 8명 등이다. ●똑똑하기만 한 사람은 사절 로펌에서 변호사 선발에서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크게 두가지. 성적은 물론이고 인간성을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 세종의 조춘 파트너 변호사(신규변호사 채용위원)는 “로펌의 변호사는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팀제로 운영되는 로펌에서는 인간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펌행을 희망하는 변호사나 연수원 졸업생들이 개성이 강하거나 독선적이라고 판단되면 로펌측은 ‘혼자 판결을 내리거나 수사하는 판·검사로 가라.’고 단호하게 충고한다. 태평양의 강동욱 파트너 변호사(신규변호사 채용 위원)는 “신참 변호사가 초안을 작성하면 고참 변호사가 검토하는 팀제로 운영된다.”면서 “신참 변호사가 성실하지 않으면 고참변호사가 신참의 몫까지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곧 면접장 대형 로펌들은 채용대상 후보가 있으면 주로 저녁자리를 통해 면접을 본다. 세종의 송종호 변호사는 “주로 식사자리나 간단한 술자리를 통해 인성과 로펌에 대한 관심을 평가한다.”고 전했다. 김앤장은 젊은 변호사가 영입대상을 추천하면 고참 변호사들이 대상자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면접을 본다. 로펌들은 이런 저녁 자리를 2∼3차례 이상 갖는다고 한다. 태평양의 강동욱 변호사는 “내부 구성원 변호사 가운데 후보자와 함께 고시 준비를 하거나 연수원의 룸메이트였다면 우리보다 훨씬 인성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로펌은 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원 신청을 받은 뒤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대형로펌과 다르다. 면접에 앞서 로펌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태평양 강동욱 변호사는 “자신의 관심분야가 무엇이고,10∼20년 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게 부족하다.”고 로펌에 대한 공부를 주문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외국변호사-완벽한 법률영어에 유창한 한국어까지 국내 로펌들은 국제업무가 증가하면서 미국 등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외국변호사’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는 국내 변호사와 다른 선발요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해야 한다. 태평양의 한이봉 파트너 변호사는 “외국변호사는 ‘법률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거래나 사건에서 사소한 실수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출신 로스쿨이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화우의 이숭희 파트너 변호사(외국변호사 채용 담당)는 “상위그룹 학교 출신과 외국의 유명한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아무래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의 최중혁 파트너 변호사는 “자격증 취득후 어떤 업무를 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셋째로 선발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보통 외국변호사 지원은 e메일과 팩스로 수시로 받는다. 태평양의 한 변호사는 “지원을 받아도 채용 계획이 없을 때엔 ‘당분간 채용계획 없다’는 답변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실력을 갖춰도 채용계획 여부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Seoul In] 학생 이·미용 자원봉사대 창단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21일 ‘학생 이용-미용 자원봉사대 창단식’을 가졌다. 미용기술을 갖춘 학생들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머리와 네일아트, 피부관리 등을 해준다. 봉사단의 주축은 졸업생 모두에게 미용사 자격증을 주는 미용특수고교인 연희미용고등학교의 학생 200명이다. 자원봉사대는 한 달에 두 번 경로당을 순회하며 이용-미용, 네일아트, 피부미용 등의 자원봉사를 펼친다. 자치행정과 860-3350.
  • 김앤장의 사람들

    김앤장의 사람들

    김앤장은 김영무(65)·장수길(65)·이재후(67) 변호사가 대표를 맡는 트로이카 체제로 운영된다. 김 대표변호사는 내부 살림을 맡고, 장·이 대표변호사가 대외 업무를 한다. 로펌 내부의 중요한 결정은 세 변호사가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영무·장수길 변호사가 1973년 로펌을 만들었고, 성을 따서 ‘김앤장’으로 이름지었다. 이 대표변호사는 6년뒤에 합류했다. 나이가 들면 변호사는 일선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등식은 김앤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30년 경력을 훨씬 넘어도 현장에서 활동한다. 이재후 대표변호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재후 대표변호사는 “팀 리더는 있지만 다 같은 변호사이지 상관·부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변호사 개념이 기업의 CEO와는 다르다.”면서 “대표변호사 역시 파트너 중 한사람일 뿐이며, 그래서 가끔 법원에도 가고 팀플레이에도 참여하는 등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권오창(42) 변호사는 “후배들을 법정에서 만나면 그 연차에 아직도 서초동에 직접 나오느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면서 “연차가 어떻게 되든 송무를 하는 변호사에게는 법정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대부분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지만,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들도 많다. 정계성(사시 16회) 변호사는 1971년 장수길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했던 ‘신민당사 농성사건’의 주역 대학생 중 한 명으로 사법연수원을 수석 수료한 뒤 바로 김앤장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전기·기계설계·물리학 등 이공계열을 전공한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이원복 변호사는 의과 대학을 졸업한 뒤에, 이진영 변호사는 약대를 마친 뒤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박준기 변호사는 미국 하와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물리학과까지 마친 뒤 국내에 돌아와 사법시험에 합격,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앤장이 신규 변호사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크게 팀플레이에 적합한 인화력 등 품성과 새로운 일을 창출할 수 있는 적극성, 능동성 등이다. 사법연수원 졸업생이 받는 연봉은 1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밤 11시 퇴근을 ‘칼퇴근’이라고 부를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연봉은 대외비.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아름다운 동행] 칠순제자 팔순스승

    [아름다운 동행] 칠순제자 팔순스승

    40년 교직 생활에 퇴직 후 또다시 19년. 반세기를 훌쩍 지난 세월이었다. 이제는 크고 작은 일들이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었다. 이런 그에게 올해 스승의 날은 “남다르다.”고 했다.‘해준 것 없는’ 자신을 스승이라며 56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찾아 준 제자들 때문이다. 주인공은 서울 방이동에 사는 김두호(84)씨. 그는 지난해 여름 편지 한 통을 받았다.‘대구 수성구 상동 박춘복.’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누굴까?’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김씨의 주름진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래, 옛날 그 아이, 춘복이, 춘복이…. 맞아.’ 제자였다. 무려 56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였다. 김씨가 그동안 고이 간직해온 빛바랜 앨범을 뒤져 찾아낸 흑백 사진 속의 춘복이는 여전히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춘복이가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세로로 써내려간 붓글씨 편지는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건강 걱정으로 가득했다. ●팔순의 스승 “해준 것 없는 날 찾아줘 감격” 지난해 10월 김씨는 춘복이를 만났다. 혼자가 아니라 1951년 졸업한 경북 예천 보문초등학교 6회 졸업생들 가운데 연락이 닿은 16명이었다. 선생님의 야단을 무서워하던 ‘까까머리’ 남자 아이들은 이제 머리가 벗겨지고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칠순이 돼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집을 못 찾을까봐 떨어진 기력을 되살려 직접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 역까지 마중을 나왔다.“저기! 우리 선생님 오신다!”“그래 맞네. 똑같으시네.” 56년 만에 스승과 제자들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시작했다. 김씨에게 이들은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6세에 처음 교편을 잡고 만난 아이들이었다. 제자들에게도 김씨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선생님’이었다.6·25전쟁 통에 학교가 폐쇄되자 한곳에 불러모아 놓고 수업을 계속하신 선생님이었다. 방과후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숙직실에서 먹고 자면서 밤늦게까지 가르쳐 주시던 분이었다. 박춘복(71·여)씨는 “6·25때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를 죽인 것을 보고 상처를 받아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는데,‘지하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강홍원(73)씨는 “선생님의 열성이 대단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선생님이)생각했던 것을 다 하지 못하면 심하게 꾸중하셨다.”며 아련한 추억을 더듬었다. 지금은 만났지만 60년 가까운 세월만큼이나 선생님을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2004년 고향을 떠난 졸업생들이 동창회를 만들어 모이다 선생님 소식이 궁금해 찾아 나섰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1년여 동안 수소문한 끝에 아직 건강하다는 소식과 함께 주소와 연락처를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칠순의 제자들 “선생님 건강 제일 큰 걱정” 스스로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칠순의 제자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팔순이 넘은 스승의 건강이 여전히 걱정인 듯했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씩 만나기로 했지만 올 3월에는 노환을 앓고 있는 선생님을 모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진기(70)씨는 “선생님의 건강이 제일 큰 걱정”이라면서 “제발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속 모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서울대 통합서비스카드 도입

    서울대는 기존 학생증과 교직원 신분증의 신분증명·출입·직불카드 기능에 제휴할인, 포인트 적립, 전자화폐, 공동구매 등의 기능이 추가된 다목적 카드인 ‘서울대 이용자 카드(SNU ID Card)’를 2008학년도 1학기부터 재학생·교직원, 졸업생 등 모든 서울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도입한다고 14일 밝혔다.서울대는 카드와 함께 배정되는 이용자 신분(ID) 번호로 쿠폰과 물품 등을 공동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 예정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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