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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現 중1 ‘고교 문·이과 통합’ 공통과목 7개 배운다

    現 중1 ‘고교 문·이과 통합’ 공통과목 7개 배운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8학년도부터 모든 고등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공통과학 ▲과학탐구실험 ▲공통사회 등 7개 공통과목을 필수로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1~2학년의 한글 교육이 강화되고 ‘안전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중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정보’ 교과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초등생 한글교육 강화… 안전 과목 신설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는 6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5 개정 교육과정(문·이과통합형)’ 제1차 공청회를 열고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의 형식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확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18학년도부터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7개의 공통과목이 도입된다. 공통과목은 ‘고교 졸업 때까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교는 공통과목 가운데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무조건 8단위(1단위는 50분 수업 17회) 이상 배정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이었던 한국사는 6단위를 배정하도록 했다. 실험 중심의 과학탐구실험은 2단위다. 교육부가 이렇게 고교 교육과정에 공통과목을 도입하는 것은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편향적으로 수능 과목을 선택하면서 고교 교육의 파행이 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문과 학생은 사회 교과목 가운데 2개를 골라서 응시하고 과학 교과목은 아예 응시하지 않으면서 과학을 등한시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 학생들의 인문, 사회, 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기르자는 게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국어, 수학, 영어를 합쳐 교과 전체 이수단위(180단위)의 50%를 넘지 못하게 했지만 시안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6단위)를 합쳐 50%를 넘지 못하게 해 쏠림 현상을 완화했다. 공통과목 이외의 선택과목은 세분화하면서 진로 관련 과목이 대거 추가됐다. 공통과목은 모두가, 선택과목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따라 선택해 배우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통과목은 대부분 1학년 때 배우고 2학년부터는 학생이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나눠 선택과목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문과 학생은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나서 국어, 영어의 일반선택 과목 전부, 진로선택 중 ‘심화국어’, ‘실용영어’, ‘진로영어’ 등을 배울 수 있다. 총론 시안은 일반고(자율고 포함)의 모든 학생이 진로선택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성화고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연계해 진로 및 직업교육에 집중하도록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1~2학년에 대한 한글 교육이 강화되고 ‘안전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놀이 중심의 유아교육으로 한글 공부가 부족한 학생과 미리 한글을 배워 오는 학생 간의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1~2학년이 받는 한글 교육이 현행 27시간에서 45시간 정도로 늘어난다. 초등학교 1~2학년에서 수업 시수가 주당 1시간 늘어나고 안전생활 교과를 배운다. ●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매주 1시간 필수 중학교는 내년에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학교에 따라 1학년 1학기,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등 제각각 운영하게 되면서 학생이 전학할 때는 자유학기제를 두 번 해야 하는 사태 등 혼란도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정보’ 교과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모두 배운다. 수업은 1년간 매주 1시간씩이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초·중·고등학교에 2018년(초등 1~2학년은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는 이번 공청회 등을 통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9월 말까지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한 뒤 바로 통합과학과 통합사회 등 교과서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과서 제작 시 통상 1년간 실험본 교과서 적용 기간을 거쳐야 하는 점에서 너무 다급하게 진행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부 안대로라면 올 12월 말까지 교과서 집필을 끝마쳐야 하는데 이런 졸속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험본 교과서를 제작하지 않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두바퀴 ‘안전사회’] 오락가락 정책

    [두바퀴 ‘안전사회’] 오락가락 정책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1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3층 사무실 벽에 자전거 한 대가 걸렸다. 그 당시 범(汎)국가적 자전거 정책을 총괄했던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자전거정책과다. 행안부 실·국장들 사이에서는 ‘자전거 예찬론’이 쏟아졌다. “팔당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 자전거를 샀다” 등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자전거 마니아로 소문난 맹형규 당시 장관과 함께 장거리를 달렸다는 ‘초보 운전’ 간부의 방에서는 근육통에 붙이는 파스 냄새가 진동했을 정도다. 이는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역점을 두어 추진한 ‘4대강 자전거길’ 조성 사업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는 그 많던 자전거 예찬론자들이 어디로 갔을까 싶을 정도로 자전거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있다. 자전거 인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정권에 따라 출렁거리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자전거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때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조성했던 자전거길은 지자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졸속·부실 사업으로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전거 도로가 급격히 늘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예산 탓만 하며 방치하고 있다. 행자부가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 조성된 자전거길은 9374개 노선, 총연장 1만 9717㎞에 이른다. 정부는 1995년부터 자전거 정책 전담 부서를 두고 자전거 도로 조성을 추진했지만 지자체별 소규모 사업에 그쳤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자전거 도로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자전거 도로가 대폭 늘었다. 올해 ‘자전거 인구 1200만명’ 시대가 된 것도 상당 부분 이때 정책의 영향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전거 정책은 ‘자전거의 생활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시대’로 요약된다. 이 전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4대강 대운하 사업’이 각종 반발에 부딪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자전거 도로 조성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4대강을 따라 국가 자전거 도로의 골격을 조성하고, 행안부가 4대강 사이 내륙 분절 구간을 잇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전거 도로 조성에 드는 비용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했다. 정부는 국비 지원으로 지자체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지자체장은 국비 지원을 받아 재임 중 지역사회 개발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맞물리며 전국에 자전거 도로 조성 붐이 일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더이상 자전거 정책이 정부 중점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정책을 총괄했던 자전거정책과의 폐지가 단적인 예다. 자전거정책과는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부처가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 국민안전처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간판을 내라고 행자부 ‘주민생활환경과’에 축소 편입됐다. 정책 변화는 당장 예산 축소로 이어졌다. 2010년 524억원이던 행자부의 자전거 도로 구축사업 지원 예산은 지난해 25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290억원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이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됐던 전국 자전거길 조성 사업을 올해 말로 조기 종료하기로 하면서 증액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9년까지 1조 205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을 ‘□’ 자 형태로 연결하는 자전거 길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현 정부에서 정책을 변경하면서 자전거길도 전라도와 남해 지역 일부 구간이 끊긴 ‘ㄱ’ 자 형태로 남게 됐다. 국비 지원에 경쟁적으로 자전거길 조성에 뛰어든 지자체는 도로 유지·보수를 놓고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자전거길 조성 이후 곳곳에서 도로 균열 정비, 안전 분리대 추가 설치 등 보수 공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작성한 ‘4대강 자전거길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모두 465건의 안전문제 및 개선 사항이 지적됐다. 자전거길 대부분이 강 주변에 조성돼 여름 홍수 등에 취약하고, 제방 침식이나 붕괴 등이 잦아 자전거 도로에도 균열이 진행되거나 뒤틀리는 현상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꼽혔다. 더 큰 문제는 위험에 노출된 자전거 도로 상당수가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도로 유지·보수는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의 자전거 전담 부서 폐지 이후 지자체의 전담 부서도 폐지돼 예산 확보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자전거 도로 정비는 2004년에 지방이양 사무로 결정되면서 법으로도 정부 보조금 지급 제외사업으로 규정됐다”면서 “교부세로 지원하고 싶어도 재원 마련이 어렵고 기재부의 반발도 크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문화 In&Out] 대관령음악제와 평창비엔날레의 차이

    [문화 In&Out] 대관령음악제와 평창비엔날레의 차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제2회 평창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2013년 열린 첫 행사에 ‘졸속’, ‘날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었던 만큼 올해 행사는 나름대로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조직위원회 측은 밝히고 있다. ‘생명의 약동’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주제전에 강요배, 이재삼, 이이남, 한호 등 한국 작가 28명과 먀오샤오춘 등 중국, 일본, 브라질, 독일 등 13개국 22명의 외국 작가가 참여했고 사진 작업을 해 온 영화배우 김영호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또 무대를 강원 전역으로 확대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덧붙여 다양한 특별전을 마련하는 등 외형적인 화려함을 갖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비엔날레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용 면에서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20일 동안 열리는 주제전에 참여한 작가 50여명의 작품을 내면의 파노라마, 위대한 일상, 기운생동이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보여 준다고 하는데 주제와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고 작품을 끌어모아 마치 전람회장처럼 나열해 놓았다는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시 공간이었다. 주제전과 포스트 박수근, DMZ 별곡, 힘 있는 강원 등 3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된 평창비엔날레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와 용평리조트 외에 양떼 목장, 춘천, 양구, 영월, 정선, 태백, 원주 등 자그마치 17곳에서 열린다. 지역 간 거리도 만만치 않은 데다 시각예술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전시 공간은 극히 드물다. 가장 중요한 주제전마저도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복도 공간과 겨울 시즌에 스키를 빌려주는 스키하우스의 임시 부스에서 열고 있다. 스키하우스에는 칸막이를 설치했지만 천장이 너무 낮고 공간은 협소해 작품을 다닥다닥 붙여 놓았다. 철제로 된 개인용 사물함, 광고판, 현금인출기 등이 작품 옆으로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 전시 공간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특별전이 열리는 용평리조트 드래곤플라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주제전만큼은 전용 전시 공간을 확보하려고 설계도 마쳤지만 예산 배분 등의 문제 때문에 성사되지 못한 데다 알펜시아 측에서 기존의 설치물을 건드리지 못하게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알펜시아리조트에서 4일 막을 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올해 12회째를 맞아 국제적 클래식 음악축제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매해 새로운 주제 아래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온 음악제는 올해엔 ‘프랑스 스타일’을 주제로 13회의 저명연주가 시리즈를 통해 총 63곡 중 절반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트럼페티스트 알렉상드르 바티, 팀파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아드리앵 페뤼숑 등 세계적 음악가들을 국내 무대에 소개하는가 하면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티에리 에스카이시는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완성한 ‘6중주’를 세계 초연했다. 알펜시아리조트의 콘서트홀은 대한민국 예술계의 저명인사들과 음악 애호가들로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성공 비결은 전문가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한 운영 방식에 있다. 행사는 강원문화재단이 주최하지만 2004년 첫 회부터 음악가인 예술감독에게 맡겨 왔다. 강효 감독이 안정시킨 뒤 2010년 7회부터는 세계적 음악가인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이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을 맡고 있다. 용평의 뮤직텐트에서 진행하던 행사는 알펜시아 내 콘서트홀이 완공된 후 무대가 더욱 충실해졌다. 평창비엔날레가 취지를 살리고 전시성이 아닌 국제적인 행사로 거듭나려면 대관령국제음악제를 벤치마킹하면 된다. 전시 공간부터 제대로 확보하고, 지방색과 정치색을 털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글 사진 평창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뉴스 플러스] ‘폭행 사망’ 윤일병 국가유공자 탈락

    군내 폭행사건으로 숨진 윤일병이 지난해 5월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국가보훈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제출한 진술기록의 서명이 대필된 것으로 알려져 졸속심사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윤 일병 유족들이 지난해 5월 신청한 국가유공자 신청을 검토한 결과, 일부 문제가 있어 지난 달 국가유공자 대신 보훈보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윤 일병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진술서 등이 대필됐다는 의혹과는 관계없이 직무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국가유공자에 해당되지 않기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기재부 ‘졸속 추경’ 비판에 발끈

    기획재정부가 국회 예산정책처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비판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격하게 발끈했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실장은 13일 “추경사업 4건 중 1건을 ‘부실 추경’이라고 하는 것은 (예정처가) 부실과 졸속을 얘기하려는 ‘도그마’에 너무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면서 ”예정처의 (추경안) 검토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처가)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예정처의 비판에 이렇게 거칠게 반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송 실장은 부실 추경 언급과 관련해 “예정처가 지적한 사항들이 대부분 별 의미 없는 사항이거나 사실을 호도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으로 항바이러스제 비축 물량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예정처는 2016년 11월에 교체되는 사업을 왜 이번 추경에 포함했나라고 하는데 2016년 교체는 내년 예산에서 진행하고 이번 추경에는 25%인 비축 물량을 선진국 수준인 30%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예정처가 잘못 지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추경집행 계획이 없다는 예정처의 지적에 대해서도 “어느 병원에 얼마나 줄지가 결정이 안 됐지만 이것은 신청과 실사를 통해 추후에 판단할 사항”이라면서 “그렇다고 사업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예정처를 비꼬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송 실장은 “예산처의 지적 중 타당한 내용들도 있는데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예컨대 ‘추경은 집행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을 마치 큰 내용인 양 부풀렸다는 의미다. 송 실장은 “당연히 (집행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연내 집행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그러나 이 지적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번 추경에 포함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세입추경(5조 6000억원)에 대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만 추경에 포함하고 경기를 위한 SOC와 세입은 추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추경의 법령 요건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세입 추경 반대를 ‘법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격렬한 반응으로 ‘속도전’이 관건인 이번 추경이 적기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은 추경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따질 건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추경의 ‘골든타임’만 흐르고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前총무원장 복권은 개혁 후퇴” 뿔난 조계종 종무원들 모였다

    “前총무원장 복권은 개혁 후퇴” 뿔난 조계종 종무원들 모였다

    1994년 종단개혁 당시 범계(犯戒) 행위로 멸빈(승적 박탈)당한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감형, 복권을 둘러싸고 조계종단이 내홍을 겪고 있다. 재가자, 불교단체들이 잇달아 반대성명을 내고 연대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스님들이 동조하고 나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계종 내홍의 발단은 지난달 조계종 재심호계원에서 서 전 총무원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권정지 3년’의 감형 판결을 내린 것. 재심호계원은 종단 내부에서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사면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대승적 차원의 복권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무원과 불교단체들은 이 같은 판결이 1994년 종단개혁정신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와 대한불교청년회, 민주주의 불자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종교와젠더연구소, 청년여래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대불련 총동문회,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불력회, 삼보법회, 지지협동조합 등 14개 단체는 ‘94년 불교개혁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비대위)를 결성,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재심호계원이 대중 공의 수렴이나 1994년 개혁회의에서 출발한 현 종헌·종법에 대한 고민 없이 편법적으로 서 전 총무원장의 복권 결정을 내렸다”며 “개혁정신을 후퇴시키는 졸속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재심호계위원 즉각 사퇴와 조계종 중앙종회의 재심호계위원 불신임, 조계종 집행부의 사과 및 복권 절차 진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종단에서 근무하는 재가자들로 구성된 종무원조합은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지난 8일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재심호계원의 판결은 1994년 종단개혁 당시의 개혁정신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종헌·종법과 종도들의 공의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것”을 종단에 요청했다. 조계종 종무원조합이 종단의 조치에 대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1997년 종단개혁 이후 18년 만의 일인 만큼 종단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가자들의 연대운동과 맞물려 일부 스님이 동참할 태세여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에 참여했던 선우도량과 실천승가회, 당시 종회의원으로 개혁에 참여한 주역들은 10일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지난 8일 백양사 인근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재심 결정을 전면 무효화하고 1994년 종단개혁 징계자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재심호계원의 재심 판결문은 현재 작성이 완료된 채 결재를 남겨 둔 상태다. 판결문 결재와 재심호계위원들의 확인 날인이 끝나면 호법부로 이관된 뒤 서 전 총무원장의 승적을 회복하는 행정 조치가 종결된다. 종무원조합과 재가단체들은 일단 현 집행부가 재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대위는 ‘조계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가 오는 29일 제5차 대중공사에서 서 전 총무원장 재심 판결 논란을 의제로 다루기로 한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총무원이 15일을 전후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종무원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소문이 돌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골든타임론 與 “20일 원안 통과” vs 송곳검증론 野 “5조 6000억 삭감”

    골든타임론 與 “20일 원안 통과” vs 송곳검증론 野 “5조 6000억 삭감”

    국회법 개정안 폐기 과정에서 얼굴을 붉혔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놓고 본격적인 샅바 싸움을 시작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조 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오는 20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야당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피해의 시급성을 고려해 7월을 넘기지는 않되 6조 2000억원 규모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 예산안은 메르스와 가뭄으로 인한 불안과 어려움을 하루속히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소요를 담았다”며 원안 통과를 요청했다. 당내 강경파로부터 ‘무능한 협상가’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20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추경 편성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라며 “원내대표 후임자를 빨리 선출해야겠지만 그때까지 조해진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제가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 관련 상임위는 오늘부터 당장 심의에 나서야 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심의를 마쳐야 한다”며 “야당의 대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안을 총선용 선심성 예산으로 규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송곳 검증’을 예고한 터다. 야당은 이날 6조 2000억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발표했다. 야당은 정부가 세입 결손 보전을 위해 배정한 5조 6000억원을 전액 삭감해 적자 국채 발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성장률을 과도하게 잡아 국세 수입을 부풀렸다”면서 “정부 잘못을 빚을 내 메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또한 도로 사업과 철도 사업, 댐 건설 사업 등에 배정된 1조 5000억원을 삭감해 메르스 피해 지원 및 공공의료체계 개선 사업(8300억원) 등에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메르스로 손실을 본 병원과 의료인, 격리자 지원에 3000억원을, 메르스 집중 피해 지역 자영업자 지원에 2000억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여당과 다음주부터 추경안 심사를 위한 예결위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며 “7월을 넘기지 않겠지만 정부가 희망하는 날짜에 맞추려고 졸속 심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뉴스 분석] 22조 돈 풀기…문제는 속도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등에 허덕이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총 22조원의 돈을 푼다. 이 가운데 약 10조원은 사실상 돈을 찍어 충당한다. 어떻게든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지 않도록 떠받치겠다는 의도이지만 야당이 ‘졸속 돈 풀기’라며 제동을 걸고 있어 국회 통과 시점이 불투명하다. 돈 쓸 시간이 많지 않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부양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약 22조원의 경기 부양책을 의결했다. 우선 추가경정예산을 11조 8000억원 편성한다. 이 가운데 5조 6000억원은 세수 결손분을 메우는 데(세입추경) 쓰이고 메르스 피해 지원 등 지출 용도(세출 추경)로 6조 2000억원이 쓰인다. 메르스로 큰 타격을 입은 공연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티켓 1장을 사면 덤으로 1장을 더 얹어주는 ‘1+1’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 용도로만 300억원이 배정됐다. 추경 외에 정부 내 기금 변경(3조 1000억원)과 공공기관·민간 투자(2조 3000억원), 정부 출연과 출자를 통한 지원금(4조 5000억원)도 있다. 총 21조 7000억원이 경기 부양에 투입되는 셈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75%→1.5%)에 이어 ‘쌍끌이 부양’으로 경기 하강을 막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이번 돈 풀기로 올해 성장률이 0.3% 포인트, 내년 성장률이 0.4%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 일자리 6만 6000개를 포함해 총 12만 4000개의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물리적인 시간이 빠듯하다. 2013년의 경우 올해보다 훨씬 빠른 4월에 추경(17조 3000억원)을 편성했음에도 미처 돈을 다 쓰지 못해 4조원 가까이 남았다. 야당은 6조원대의 자체 추경안을 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경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하고 설사 8월쯤 통과되더라도 돈 풀 시간이 넉 달밖에 남지 않아 (경기 부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세입 추경 5조여원은 나라곳간 메우는 데 쓰이는 돈이어서 실제 경기 부양에 투입되는 실탄은 15조원 남짓인데 이 정도로 성장률을 0.3% 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추경 재원으로 9조 6000억원어치 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점도 ‘미래 세대에 빚 떠넘기기’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6·3세대가 보는 양국 관계·미래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당시 한·일 협정에 반대했던 이른바 ‘6·3세대’는 지금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미래를 어떻게 조망하고 있을까. 여당 소속 6·3 세대 의원들은 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이 여전히 양국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 인사들도 일본의 역사관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지만,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일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28일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양국 관계가 그동안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의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일 협정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물론 그 당시 한·일 수교는 성과가 있었지만 굴욕적으로 졸속 진행됐다”며 “특히 군 위안부 보상 문제를 국가가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큰 후유증이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우리는 국익을 챙기는 외교를 해야 하고 국방·안보·경제 어느 측면에서도 어떤 특정 국가에 의존하거나 위임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일본은 아주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단독] [19대 국회 평가] 1만 3215건 발의에 통과 6.3%뿐… 자신이 낸 법안 반대·기권도

    [단독] [19대 국회 평가] 1만 3215건 발의에 통과 6.3%뿐… 자신이 낸 법안 반대·기권도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지만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만 썼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냈을 뿐 정작 처리는 뒷전이었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의원 7명 중 1명, 입법 실적 2건 이하 22일 서울신문과 법률소비자연맹이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 30일 이후 이날까지 접수된 법안은 모두 1만 4924건이다. 휴일 포함 하루 평균 13.4건이 접수된 셈이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4년 동안 접수된 전체 법안 1만 3913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다. 역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는 17대 7489건, 16대 2507건, 15대 1951건, 14대 902건 등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19대 국회 3년 동안 발의·처리 법안이 가장 많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으로 70건이다. 이어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 58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53건,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 각 48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채운 여야 의원 257명 가운데 ‘입법 제로’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 등 2명이다. 입법 건수가 1건에 불과한 의원도 이재오, 정병국(이상 새누리당), 김한길, 박지원, 유인태, 이석현(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3선 이상 6명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입법 건수 2건에 그친 의원은 박덕흠, 신동우, 장윤석, 주호영, 홍일표, 이인제(이상 새누리당), 김태년, 문병호, 신기남, 우원식, 정세균(이상 새정치연합), 심상정 의원(정의당) 등 12명이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회기 중간에 들어온 의원(실적 0건 12명, 1건 9명)까지 포함할 경우 입법 실적이 2건 이하인 의원은 총 46명으로 집계됐다. ●“처리 법안 중 폐기 법안 절반 이상” 19대 국회 발의 법안 중 88.5%인 1만 3215건은 정부가 아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원안 가결(285건) 또는 수정 가결(550건)돼 지금까지 빛을 본 법안은 6.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9583건)로 남아 있거나 대안 반영 등을 이유로 폐기(2641건) 또는 철회(155건)됐다. 의원 입법안의 가결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안 제출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구 주민이나 상임위 관련 기관·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한 ’민원 입법’,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 입법’, 여야의 정치 쟁점에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는 ‘전시 입법’,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엇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하는 ‘숟가락 얹기 입법’ 등의 관행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안 반영을 이유로 폐기되는 법안도 문제로 꼽힌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의 취지는 같으나 내용이 다를 경우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뒤 나머지 법안들은 폐기하되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 처리 법안 4951건 중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이 전체의 56.1%인 2777건에 이른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처리 법안 가운데 폐기 법안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과잉 발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의 상당수는 내용이 다른 ‘상임위원회 대안’이 통과되더라도 처리 법안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의원 가운데는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행사하거나 아예 표결에서 빠진 의원도 적지 않다. 19대 국회 1년차(2012년 6월~2013년 5월)에 자신이 대표 법안을 발의하고도 정작 표결에는 불참한 의원이 유재중, 윤상현, 이윤석, 이한구, 한기호(이상 새누리당), 강기정, 노웅래, 변재일, 신계륜, 이상직(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10명이나 됐다. 3년차(2014년 6월~2015년 5월)에도 자신의 발의 법안에 기권한 의원이 김재원, 김정록, 윤영석, 조원진(이상 새누리당), 강창일, 김관영, 김영록, 김윤덕, 백재현, 이미경(이상 새정치연합) 등 10명이다. ●법안 낸 의원들 불참 10명·기권 10명 해당 의원들은 “수정안에 찬성했다”,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잠시 자리를 뜬 상태에서 법안이 가결됐다”, “표결 시 버튼 누르는 시기를 놓쳤다” 등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궁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대 국회 들어 ‘법안 발의’라는 양적인 면에서는 팽창했으나 ‘법안 처리’라는 질적인 면에서는 저조한 실정이다.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을 합쳐 원안 또는 수정안이 가결된 비율이 전체의 12.8%(1912건)에 그치고 있다. 발의 법안 대비 가결 법안 비율은 14대 72.7%, 15대 57.4%, 16대 37.8%, 17대 25.5%, 18대 16.9% 등으로 하락 추세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저조한 이유는 여야가 정치 현안을 두고 극한 대치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공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수정 논란, 4월 임시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에 각각 매몰돼 사실상 ‘빈손 국회’로 마무리됐다. 앞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 150일 동안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成리스트 특검’ 흐지부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어느샌가 시들해졌다. 앞서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금품 수수 의혹을 풀기 위해선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여야의 이구동성이 2개월 만에 흐지부지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법무부로부터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바지로 향하는 상황이다 보니 야당 의원들의 특검 도입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회의에서 특검 도입 주장은 스쳐 지나가듯 한두 번 언급됐을 뿐 추진 의지가 담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특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마디 한 게 전부였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특검 도입 주장이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야당 의원도 일부 있기 때문에 ‘자승자박’이 될까 봐 야당에서 특검 도입 목소리가 쏙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과 야당 간의 거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당초 야당은 지난 12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차 청문회’를 계획하고 이날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일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회의 출석이 불투명해지자 야당은 긴급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 수사 관련 현안보고로 주제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정작 회의에서는 주제와 무관한 메르스 사태, 박원순 서울시장의 허위 사실 유포 논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등이 더 많이 언급됐다. 또 법사위원 16명 가운데 5명(여당 2명, 야당 3명)만 참석해 진행되는 등 졸속 회의를 면치 못했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에서 14.7~31.3% 정도 줄이겠다는 감축 시나리오 4개를 제시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산업계의 이해만 반영한 현실성 없는 목표”라고 비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대한민국은 영화공화국

    대한민국은 영화공화국

    프리랜서 출판 편집 일을 하는 신애필(32·가명)씨는 매년 10월이면 최소 5박 6일은 부산에서 지낸다. “번듯한 직장 좀 구해라, 남자는 언제 만날 거냐” 등 엄마의 지청구를 잠시 귓전으로 흘려듣고 버텨내기만 하면 세계적 거장과 스타들이 넘실대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꿈 같은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신씨는 못말리는 영화광이다. 1년이면 거의 두 달 가까이는 집 밖에서 지내다시피 한다. 전주, 제주, 제천 등 여러 지역의 다양한 영화제를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서울 도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이다. 장애인권단체 활동을 하는 나희망(31·가명)씨 역시 매년 가을을 기다린다. 3년 전 장애인영화제에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는 아이를 소재로 다룬 17분짜리 짧은 영화 ‘청이’를 본 뒤 영화에 푹 빠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도 함께했던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는 광화문역 농성투쟁을 다룬 다큐영화 ‘서른넷, 길 위에서’가 우수상을 받아 더욱 뜻깊었다. 보통의 극장 영화들은 재미있긴 해도 극장을 나서는 발길이 왠지 허탈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자신과 같은 이들의 삶과 기쁨, 고민과 갈등, 희망을 다룬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하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영화 공화국’이다. 지난해 여름 일었던 ‘명량’ 신드롬처럼 전국민 3명 중 한 명이 일제히 같은 영화 한 편을 봐서였거나 최근 10년 동안 14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을 정도로 입증된 영화시장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공화국’의 완성은 바로 160개에 달하는 각종 크고 작은 영화제가 있어서다. 액션영화, 코미디영화, 공포영화 등 천편일률의 영화 문법을 무한재생하는 상업영화의 틈바구니에서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시선,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는 영화제들은 한국영화의 힘이다. 그 힘은 신씨와 나씨처럼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 다른 결의 영화를 갈망하는 시네필들이 넘쳐나게 만든 배경이자 결과가 됐다. ●‘님아, 그 강을’ 등 저예산 독립영화의 토양 실제 다큐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명), ‘워낭소리’(293만명) 등 저예산 독립영화가 이뤄낸 대중적 성취는 이러한 영화제의 풍성한 토양 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이달 들어서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아랍영화제 등이 줄줄이 열렸고 미쟝센단편영화제, 퀴어영화제 등이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 ‘먹방’ 흐름을 반영하듯 음식을 주제로 하는 단편영화를 공모하는 영화제 ‘푸드필름페스티벌’이 새로 만들어져 오는 9월 개막한다. 특히 지난 4일 개막한 제4회 아랍영화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랍문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치러지다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독자적인 영화제로 독립했다. 예산 전액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치러졌다. 심인화 아랍영화제 홍보팀장은 “메르스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고 아랍권 영화감독 두 분이 내한하는 등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면서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상영된 10편의 영화가 연일 매회 매진되는 등 80%가 넘는 객석점유율로 1만명 가까이 영화제를 즐겼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기존 영화업계의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상영수입 전액을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배분한다. 신인감독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조건이다. 2012년 단편영화 ‘숲’으로 대상을 받았던 엄태화(32) 감독도 미쟝센영화제 출신이다. 엄 감독은 이듬해 첫 장편영화 ‘잉투기’로 더욱 단단해진 연출과 섬세한 표현력 등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이 영화제 심사위원 및 집행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올 아랍영화제 객석 점유율 80% 넘어 엄 감독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영화를 찍고 대중들과 접점을 이루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작은 영화제들밖에 없다”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계속 연출할 수 있는 발판이자 동기 부여”라고 영화제들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의 창작 및 향유 주체로 보면 어린이, 여성, 청소년, 노인, 장애인, 퀴어(동성애자), 이주민, 디아스포라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더욱 다양하다. 동물, 환경, 건축, 음악, 지하철, 해양, 노동, 산악, 인권, SF, DMZ 등으로 더욱 세분화된다. 영화의 형식 역시 다큐, 단편, 초단편, 미장센, 29초영화, 3D 등 강한 실험적 성격을 띤 영화제도 많다. 또한 지역별 특성 및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영화제도 다양하다. 유럽, 아랍, 체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은 물론 국내에서도 무주산골, 정동진, 태백, 광주 등 그 지역만의 정서를 담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감독 지망생·배우들에겐 발판이자 동기부여 최근 영화진흥위의 일방적 국고지원금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외부 행사를 최소화하며 오는 8월 5일 열릴 예정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영화제는 만 9~12세, 13~18세 등 어린이, 청소년 영화감독의 국제경쟁 부문과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작품의 경쟁부문으로 나뉜다. 16년 동안 지속돼 온 ‘미래의 스티븐 스필버그’, ‘차세대 봉준호’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은 나영길(32) 감독은 이 영화제 출신이다. 2002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제 영상제작단 3기로 활동했다. 이 밖에도 권혁재 감독, 변성현 감독, 김진무 감독 등이 모두 서울청소년영화제 출신들이다. 배우 박보영(25)도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2005년 7회 영화제 출품작에 출연했고 전혜빈(32) 역시 3회 영화제 수상작품의 배우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함과 풍성’이라는 찬사 속에서 ‘난립과 졸속’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영진위가 지원한 국내영화제는 인디다큐페스티벌, 광주독립영화제, 아시아태평양대학영화제 등 모두 22개였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 혹은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영화제들이 상당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축제의 일환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주최 측의 의욕만 앞서는 경우에는 다른 영화제와 지나치게 경쟁의식을 가진 채 화려한 외양 보여주기식만을 추구하기 일쑤”라면서 “이 경우 오래 지속되기도 힘들뿐더러 내용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질 하락으로 졸속 진행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이 여러 영화제를 돌며 겹치기로 일하는 것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낳는 하나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1~2회 개최한 후 개점휴업 영화제 수두룩 실제 기업 후원이나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화제는 극장 입장료 판매 수입으로 기신기신 버텨내야 하는 실정이다. 빈약한 자금은 운영난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1~2회를 끝으로 개점 휴업 상태인 영화제들도 꽤 있다. 한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운 영화제는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다 문을 닫고,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는 영화제는 젯밥만 쫓다가 문을 닫는다”고 진단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국회법 개정안 논란] 당정협의 회의론 흘린 靑

    [국회법 개정안 논란] 당정협의 회의론 흘린 靑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위헌 논란’이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여야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청와대도 ‘당정협의 회의론’을 거론하는 등 당·청 관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친박계를 주축으로 한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은 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 원내지도부에 협상의 책임을 돌렸다. 토론회 강연자로 나선 제정부 법제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과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행사 이후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논란을 초래한 부분과 졸속 합의해준 부분에 대해 사퇴를 포함해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장우 의원도 “당·정·청 갈등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혼란에 빠진 것에 대해 유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포럼 토론회에 나타나지 않은 윤상현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다시 넘어오면 폐기해야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 반대의사를 밝혔는데도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당정이 국정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친박계의 거센 비난 공세와 관련,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 문제는 당내 갈등이나 당·청 간 갈등으로 가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심야에 일어난 입법권의 남용/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심야에 일어난 입법권의 남용/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29일 새벽 국회는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을 개정했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전제조건으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개정을 요구했고, 여야는 이를 담보하려고 국회법을 우선 개정한 것이다. 이날 통과된 국회법(98조의2 제3항) 개정내용은 “국회는 정부의 시행령(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 등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처리한 뒤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은 국회는 시행령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내용을 통보하고 정부는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법과 현행법의 차이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시행령)에 대하여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권이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법 개정에 대하여 정부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며 행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야 대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면서 깨져 있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부도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행정입법을 심사하여 이를 강제적으로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우리 법의 체계상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가의 심사권(행정입법심사권)은 사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 국회법상의 수정·변경 요구권과 정부의 보고 의무가 결합한다면 단순 요구를 넘어서 강제성을 가지게 되며 행정입법권과 행정입법심사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위헌 문제가 제기된다면 아무리 입법 취지가 좋더라도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으로 법의 권위와 실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시행령이 법에 위반된다면 모법을 개정하여 위임된 권한을 수정하든가 박탈해야지 행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더욱이 국회법 개정의 동기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하였다는 것은 입법의 일반성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면 수정할 것을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국정조사,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탄핵소추권 등을 통하여 견제할 수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세칭 김영란법)이나 이번 국회법 개정처럼 위헌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막판 타협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입법이 ‘여야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타협은 헌법 내에서 법안의 내용을 대상으로 해야지, 전혀 다른 것을 발목 잡기나 끼워넣기로 재갈을 물리면 부실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심신이 지친 심야에 회기 마지막 날 통과되는 법일수록 문제투성이의 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경험칙이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복잡화·다문화·계층화될수록 법률의 제정과 행정입법이 많아진다.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회가 법을 만들고 그 법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행함에는 그 내용과 절차가 헌법상의 원리와 합치해야 한다. 또한 입법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제정된 법은 잘 지켜져야 한다. 졸속 입법으로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조령모개식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누가 법을 신뢰할 것인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유독 헌법소송이 많은 것도 입법의 부실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법치주의가 선진화되려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의 입법 관련 종사자들이 청렴·공평하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규범력과 준법의식이 높아진다. 법의 형성, 집행, 운영과 관련하여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일수록 부강한 나라는 없다. 부강한 나라이면서 법 규범을 엄하게 지키지 않는 나라도 없다. 심야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대기시켜 놓고 국회 본회의를 여는 관행을 없애는 것도 법치주의의 선진화인 동시에 국회의 의사일정을 지켜보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이다.
  •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법 등 67건 통과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법 등 67건 통과

    “제3차 본회의를 개회하겠습니다.” ‘땅땅땅’ 29일 새벽 3시 13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졸음이 잔뜩 번진 국회 본회의장의 적막을 깨뜨렸다. 깊은 새벽인 까닭에 꾸벅꾸벅 조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의석을 돌려 놓고 다른 의원들과 잡담을 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상정된 67개 안건은 1시간 19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1건 처리되는 데 1분 10초씩 걸린 셈이다. 4시 30분쯤 정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기도 전에 의원들이 의석에서 일어나 자리를 뜨자 정 의장은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1분만 참아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떠나는 의원들을 돌려 세우기도 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3시 50분에 가결되었음이 선포됐다. 뒤를 이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과 관련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담긴 사회적기구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안도 속속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진통은 길었지만 처리는 한순간이었다. 여야는 이 밖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전자결재 계류’ 논란을 낳았던 57개 법안도 모두 처리했다.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좌절된 이후 3수 만이다. 담배 제조사는 앞으로 담뱃갑 양면에 흡연 경고 그림과 문구를 면적의 50%를 넘는 크기로 넣어야 한다. 특히 경고 그림은 반드시 면적의 30%를 초과해야 한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본격 시행은 내년 11월부터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으로 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됐다. 의원들이 지역구 획정 논의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 역시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이 총 72개에 불과한 데다 모두 4월 국회에서 이월된 법안이다 보니 졸속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활성화법 9개를 비롯해 경제·민생 법안들은 대거 6월 국회로 이월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공무원연금법 통과 후폭풍] “갈등 유발자”… 리더십 위기

    [공무원연금법 통과 후폭풍] “갈등 유발자”… 리더십 위기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정면 반발하고 나섰고 당내에서도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향후 야당과의 원내 협상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이 발목을 잡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주도하에 29일 새벽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타결된 것은 평가할 만한 측면도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타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 과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졸속 입법안에 합의해 당청 갈등과 당내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앞서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한 김영란법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고 5월 임시국회에서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논란에 이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까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번졌다. 위기에 몰린 유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당내 계파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원내대표의 전략 및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야당에 원칙 없이 질질 끌려가면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자칫하면 야당에 의해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도 “원칙 없이 성과주의에 매몰된 협상에 대해 의원들 간에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최상위법인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살려 국회법을 운영하고 정부도 삼권분립의 정신을 살려 행정입법권을 운용한다면 충돌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습에 나섰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사법시험 존치, 이제 국회가 나서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법시험 존치, 이제 국회가 나서라/오일만 논설위원

    2년 후인 2017년 사법시험이 마지막이다. 2018년부터는 현행법에 따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양성된 법조 인력이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까지 모두 대체하게 된다. 2007년 7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추진한 사학법 재개정안과 로스쿨 법안을 빅딜 형식으로 전격 처리했다. 부작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졸속 처리한 만큼 로스쿨 제도는 시행 7년째를 맞았지만 곳곳에서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스쿨 폐지 여론이 단순한 시행착오에서 빚어진 사안이라면 얼키설키 고쳐서라도 끌고 갈 수 있지만 법치 국가의 핵심 요소인 ‘공정성’이란 뇌관을 건드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로스쿨 제도가 ‘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는 답변이 60.3%이고, 응답자의 87.8%가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시 실력 외에 집안 배경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로스쿨 입학에서 졸업, 변호사 채용 절차까지 모든 과정에서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이유로 ‘사법시험 폐지 반대’가 75%에 달했다. 현행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고 불릴 정도로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시행 초기부터 불거졌던 사안이다. 입학부터 졸업, 변호사 채용 과정에 이르기까지 집안 배경과 부모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학 졸업 후 3년간의 시간과 수억원이 드는 학비·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그리 많지 않다. 첫발부터 ‘기회의 공정성’이란 측면에서 서민층에 불리하다. 졸업 과정에서 부실한 학사 관리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졸업 후 변호사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에 탈락자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일한 공인시험인 변호사시험 성적은 영원히 비밀이다. 성적이 공개되는 사법시험과 달리 애초부터 패자가 결코 승복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사법시험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국가의 명분에 충실했다. 고시 낭인 양산이나 다양한 인재 충원 등의 문제점도 노출했지만 로스쿨처럼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공정성 시비는 없었다. 단점으로 치면 “사법시험은 피부병이요, 로스쿨은 심장병”이란 어느 법조인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변호사 채용 시 선망의 대상인 대형 로펌은 고수익 사건 수임에 유리한 ‘고관대작’의 자녀들을 선호한다는 것은 법조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스쿨 제도가 부(富)의 상속을 뛰어넘어 사회적 지위의 원천을 만드는 수단이 됐다는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수긍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분사회에서나 가능했던 부와 지위의 대물림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 불길한 징조다. 계층 이동이 경직될수록 그 사회는 위험해진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올해부터 2012년에 졸업한 로스쿨 1기생들의 판사 임용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법관 임용지원자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전문성과 정의성, 균형감각 등 10개 항목의 기준은 너무도 추상적이다. 현재로선 변호사와 검사 채용 과정에서 일어났던 공정성 시비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조 카르텔을 깨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다양한 경력의 인재들은 안정된 직장을 버리지 않았고 대신 학점이 우수한 문과 학생들만 노크하는 실정이다. 법조인 양성 시스템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본을 허무는 엄중한 사태다. 국가 존립의 마지막 보루인 법조계마저 바로 서지 못하면 국가가 흔들린다. 이제 국회가 나설 차례다. 현재 변호사법 개정안 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모두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2007년 로스쿨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묵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우선 2년 앞으로 다가온 사법시험 폐지를 막는 게 급선무다. 잘못된 궤도를 바로잡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는 여야 모두에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험대다. oilman@seoul.co.kr
  • 김무성 “朴대통령, 공무원연금 생각하면 한숨난다는데 나는 가슴 터질듯 해”

    김무성 “朴대통령, 공무원연금 생각하면 한숨난다는데 나는 가슴 터질듯 해”

    김무성 “朴대통령, 공무원연금 생각하면 한숨난다는데 나는 가슴 터질듯 해” 공무원연금 개혁,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대통령께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는데 저는 이 문제만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노인복지 정책모임인 ‘퓨처라이프포럼’이 국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어찌해서 국민에게 하나마나 한 맹탕개혁, 졸속, 비열한 거래 등 이런 말로 매도당하면서 이렇게 온통 오물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지 참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도 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내용을 갖고 잘 됐는지 잘못됐는지 말해야 하는데 완전히 별개의 문제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갖고 옳으냐 그르냐 ‘이슈파이팅’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거듭 밝혔다. 지난 2일 여야 대표·원내대표 등이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서명했으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률 명시’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야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하…,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라고 말한 데 대해 자신도 그에 못지않게 답답한 심정임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에) 미국은 최소 3년 이상 걸렸고, 일본은 무려 15년에 걸쳐서 확정한 바 있는데 우리는 불과 4개월만에, 그것도 최소의 사회적 대타협을 성공시켰다”면서 “이런 문제를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졸속개혁, 비열한 거래로 매도받고 있는 심정을 생각해 보라”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국회선진화법이 어떤 법인가 하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증명됐다”면서 “야당의 합의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갈 수 없는 게 국회선진화법”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무책임의 카르텔’이 낳은 하류 정치

    [김형준 정치비평] ‘무책임의 카르텔’이 낳은 하류 정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문제의 발단은 여야가 공무원연금을 논의하던 막바지에 느닷없이 국민연금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묻지마 합의’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런 여야의 졸속 합의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5월 6~7일)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31%)보다 반대(42%)가 더 많았다. 개혁 수준에 대해선 ‘적정하다’는 의견은 28%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선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4%로 나왔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민심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에서 애초 합의보다 훨씬 무리한 추가 요구를 했다”고 했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눈에는 이번 파동이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우왕좌왕하는 여당’, ‘대책 없는 야당’이 결합해 나타난 정치 참사다. 한마디로 청와대-여당-야당의 ‘무책임 카르텔’이 낳은 ‘저질 정치’의 단상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더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한가하게 국회를 평가하고 비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이해 당사자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는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추진하면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수없이 많은 대국민 기자 회견을 해서 개혁을 설명했고, 의회 지도자와 야당 의원들을 수시로 만나 설득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 짓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개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시되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박 대통령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정치권과 함께 성공적인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 연금 개혁을 통해 조성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면 후대에 훌륭한 업적을 이룬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둘째, 정치권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청와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세금 폭탄이 무려 1702조원이 되고 향후 65년간 미래 세대가 추가로 져야 할 세금 부담은 연간 평균 26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보면 연금법 개정안이 무산된 것은 차라리 잘됐다. 재검토할 때는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만 집중해야 하고, 개혁의 핵심인 재정 절감 효과가 무차별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 없는 맹탕 합의’가 아니라 ‘원칙 있는 실속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셋째, 공무원연금 문제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표류하고 있는 100여개의 민생 관련 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이것은 국회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자 예의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라도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국회’가 아니라 5월 임시 국회를 소집해 국회 의사당의 불이 24시간 꺼지지 않도록 환하게 밝혀야 한다. 더불어 민생과 개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혜로운 행보를 해야 한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이 정치권에 던진 큰 교훈은 어떤 명분도 포퓰리즘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4·29 재보선 전패 후 문재인 대표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 시작을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이 되길 당부한다. 새누리당은 당·청 간에 소통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유치한 논쟁에서 벗어나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에 남는, 후회 없는 개혁을 추진하길 권고한다.
  • 책임 미룬 여야 强대强 대치 예고… 당·청 다시 긴장 모드

    여야 정치권은 6일 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지를 스스로 보여줬다. 4월 임시국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해 ‘50%’라는 숫자 싸움에 매몰되면서 정치적 불신의 골만 키웠다. 현재로선 각종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야의 대치 전선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관계는 물론 당청 관계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형국이다. 여야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안건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야당의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본회의가 무산된 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셈법은 다르다. 여당은 야당을 상대로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야당은 여당을 겨냥해 국민연금 개혁 이슈를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5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뾰족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7일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향후 여야 관계를 가늠해볼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 현안도 수두룩하다. 당장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문제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경우 여야 대치는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당청 관계 역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앞서 4·29 재·보궐선거 승리로 국정 운영 주도권을 새누리당 지도부가 쥐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제 야당의 ‘50% 명기 요구’를 여당이 거부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정국 흐름에 따라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단면을 보여줬다”면서 “본회의를 임시국회 마지막에 열어 몰빵 처리하려다 졸속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가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성숙된 절차부터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여당이 청와대 요구를 받아 입장이 틀어지는 것은 의견 조율을 넘어 외압으로 의심할 소지도 다분하다”면서 “여야 모두 5월 임시국회를 열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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